소설리스트

23장 (180/194)

제 23장 말포이 저택

해리는 다른 두 사람 쪽으로 고개를 돌렸지만, 이제는 캄캄한 어둠 속에서 그저 윤곽만 보일 뿐이었다. 그때 헤르미온느가 지팡이를, 바깥쪽이 아니라 해리의 얼굴을 향해 겨누고 있는 것이 보였다. 펑 소리와 함께 하얀 불꽃이 터졌고, 고통이 온몸을 죄었다. 아무것도 볼수 없었다. 무거운 발소리가 주위를 에워싸는 동안, 해리는 두 손으로 가리고 있는 자신의 얼굴이 빠르게 부풀어 오르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일어나, 이 벌레 같은 놈.”

정체불명의 손들이 해리를 거칠게 바닥에서 잡아끌었다. 그리고 그가 미처 제지할 틈도 없아. 누군가 그의 주머니들을 샅샅이 뒤지더니 블랙손 지팡이를 가져가 버렸다. 해리는 견딜 수 없을 정도로 쑤시는 얼굴을 움켜쥐었다. 마치 심각한 일레르기 반응을 일으킨 것처럼, 살갗이 팽팽하게 당겨지고 퉁퉁부어 올라서 알아볼 수 조차 없게 된 자신의 얼굴이 손가락 밑으로 느껴졌다. 눈은 완전히 감기다시피 해서 거의 앞이 안보일 지경이었다. 게다가 텐트 밖으로 끌려 나오면서, 안경까지 벗겨져 버렸다. 이제 해리가 알아볼 수 있는 것이라곤, 역시 텐트 밖으로 나온 론과 헤르미온느와 몸싸움을 벌이고 있는 네다섯 명의 흐릿한 형체가 전부였다.

“그녀에게서 떨어져!”

론이 소리쳤다. 분명히 주먹으로 몸을 내려치는 소리가 들렸다. 론은 고통스럽게 신음했고, 헤르미온느는 비명을 질렀다.

“안 돼! 그를 내버려 둬. 내버려 두라고!”

“만약 이 녀석이 내 명단에 있는 놈이라면, 네 남자 친구는 지금 당한 것보다 훨씬 더 심한 꼴을 당하게 될거야.”

섬뜩할 만큼 친숙하고, 귀에 거슬리는 목소리가 말했다.

“먹음직스러운 계집이로군.......이게 웬 잔칫상이야........나는 정말이지 부드러운 살이 좋단 말이야......”

해리는 뱃속이 뒤집히는 것 같았다. 이자가 누군지 깨달은 것이다. 야만적인 살육을 해 주는 대가로 죽음을 먹는 자의 망토를 쓰도록 허락받은 늑대인간, 펜리 그레이백이었다.

“텐트를 수색해!”

또 다른 목소리가 외쳤다.

해리는 얼굴을 땅바닥에 처박고 엎어져 있었다. 쿵 소리를 듣고, 그의 옆에 론이 내던져졌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발소리와 우당탕 쓰러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자들이 텐트 안을 수색하면서 의자들을 밀어 넘어뜨리고 있었다.

“자 어떤 놈이 잡혓는지 한 번 볼까?”

머리 위에서 그레이백의 흡족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해리의 몸이 굴려져 등을 바닥에 대고 누운 자세가 되었다. 지팡이 불빛의 광선이 그의 얼굴을 비추었다. 그레이백이 껄껄 웃음을 터트렸다.

“이 녀석을 꿀꺽 삼키려면 버터맥주가 필요하겠는 걸, 무슨 일을 당한 거냐, 이 못생긴 놈아?”

해리는 즉시 대답을 하지 않았다.

“내가 물었잖아.”

그레이백이 다시 한 번 물으면서 해리의 옆구리를 한 방 걷어찼다. 해리는 고통을 못이기고 몸을 잔뜩 구부렸다.

“어쩌다 이렇게 됐지?”

“쏘였어요.”

해리가 웅얼거렸다.

“벌에 쏘였어요.”

“그래, 그런것 같군.”

두 번째 목소리가 말했다.

“이름이 뭐냐?”

그레이백이 으르렁거렸다.

“버논”

해리가 대답했다.

“성은?”

“저.....두들리, 버논 두들리.”

“명단을 체크해 봐, 스캐비어.”

그레이백이 명령했다. 그리고 이번에는 그가 론을 내려다보기 위해 옆으로 움직이는 소리가 해리의 귀에 들렸다.

“그리고 네놈은, 빨간 머리?”

“스탠 션파이크.”

론이 대답했다.

“개수작 부리지마.”

스캐비어라고 불리는 남자가 말했다.

“우리는 스탠 션파이크를 알아. 우리 편에서 일을 좀 봐주고 있거든.”

또 한 번 퍽하고 내려치는 소리가 났다.

“난 버디예요, 바디 위들리.”

론이 대답했다. 해리는 론의 입속이 피로 가득 고여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위즐리라고?”

그레이백이 귀에 거슬리는 목소리로 외쳤다.

“그렇다면 네놈은 비록 잡종은 아니더라도, 동족의 배신자들과 친척사이로군. 마지막으로 네놈의 어여쁜 꼬마친구.......”

입맛을 다시는 그의 목소리를 듣자 해리는 소름이 끼쳤다.

“진정해, 그레이백”

다른 자들이 조롱하며 야유를 던지는 와중에 스캐비어가 말했다.

“오오, 아직은 물지 않을 거야. 어디 이 계집이 바니보다 좀 더 빨리 자기 이름을 기억하는 지 한 번 볼까? 이름이 뭐지, 아가씨?”

“페넬로페 클리어워터”

헤르미온느가 대답했다. 그녀의 목소리는 비록 겁에 질려 있었지만, 당당했다.

“혈통 등급은?”

“혼혈.”

헤르미오느가 대답했다.

“확인하기 아주 쉽군.”

스캐비어가 말했다.

“하지만 이 녀석들 죄다 아직 호그와트에 다닐 나이처럼 보인단 말이야.......”

“우린 간더써요.”

론이 대답했다.

“관뒀다고? 그 말인가, 빨간 머리?”

스캐비어가 말했다.

“그러고는 야영을 가기로 했다는 말이지? 그리고 농담 삼아 어둠의 마왕님의 존함을 불렀고?”

“논담은 아니고.....”

론이 대답했다.

“싯수로.”

“실수라고?”

한바탕 비웃는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네놈은 어떤 녀석들이 어둠의 마왕님의 존함을 부르기를 즐겼었는지 알고 있나, 위즐리?”

그레이백이 으르렁거렸다.

“불사조 기사단 놈들이라고, 무슨 뜻인지 알겠어?”

“모라.”

“그러니까 그놈들은 어둠의 마왕님께 정중한 예의를 갖추지 않는단 말이야. 그래서 그 존함에 금기를 걸어 놓았지. 그런식으로 해서 몇몇 기사단원 놈들이 추적을 당했어. 어디 두고 보자고, 다른 두 명의 포로와 함께 이놈들을 묶어라!”

누군가 해리의 머리채를 훽 잡아채더니 조금 떨어진 곳으로 끌고 갔다. 그리고 억지로 그를 주저앉힌 다음, 다른 사람들과 등을 맞댄 자세로 묶기 시작했다. 해리는 아직도 퉁퉁 부은 눈으로 거의 아무것도 볼 수가 없었기 때문에, 장님이나 다름없었다. 마침내 그들을 포박하던 남자가 떠나자, 해리는 다른 포로들에게 속삭였다.

“아직 지팡이 갖고 있는 사람?”

“없어.”

론과 헤르미온느가 그의 양편에서 동시에 대답했다.

“이건 순전히 내 잘못이야. 내가 그 이름을 말했어. 미안해”

“해리?”

새로운, 하지만 친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바로 해리의 등 뒤, 죽 헤르미온느의 왼편에 묶여 있던 사람의 목소리였다.

“딘?”

“정말 너로구나! 만약 저자들이 지금 누굴 잡았는지 안다면 .......! 저들은 인간 사냥꾼이야. 단지 금화를 받고 팔아먹으려고 무단 결석생들을 찾고 있어........”

“하룻밤치곤 벌이가 나쁘지 않군”

그레이백이 징을 박은 부츠 소리를 내며 해리 곁으로 다가와 말했다. 텐트 안에서는 쿵쾅거리는 소리가 계속해서 들려왔다.

“잡종 하나, 도망 중인 도깨비 하나, 무단 결석생 셋이라. 아직도 명단에서 이놈들 이름을 찾고 있나, 스캐비어?”

“그래. 버논 두들리는 명단에 없군. 그레이백”

“재미있구먼”

“그레이백이 말했다.

“그거 재밋어.”

그가 해리 옆에 쭈그리고 앉았다. 해리는 퉁퉁 부어오른 눈꺼플의 실낱같은 틈새로 엉클어진 회색 머리털과 구렛나룻으로 덮인 얼굴과 뾰족하고 누런 이빨과 입가의 상처를 보았다. 그레이벡은 덤블도어가 죽을 때 그 탑 위에서와 똑같은 냄새를 풍기고 있었다. 먼지와 땀, 그리고 피 냄새.

“그러면 네 녀석은 수배자가 아니로군, 버논? 아니면 다른 이름으로 명단에 올라가 있는 거냐? 네놈은 호그와트 어느 기숙사 소속이었지?”

“슬리데린”

해리가 자동적으로 대답했다.

“우습게도 이놈들은 하나같이 우리가 꼭 그 대답을 듣고 싶어 할 거라고 생각한단 말이야.”

스캐비어가 그림자 속에서 나오며 빈정거렸다.

“하지만 그런 놈들 중에 학생 휴게실이 어디 있는지 제대로 대답하는 놈은 하나도 없었어.”

“그건 지하 감옥에 있어요.”

해리가 또박또박 말했다.

“벽을 통과해서 들어가요. 거긴 해골이랑 뭐 그런 것들이 가득하고 호수 밑에 있어요. 불빛은 온통 초록색이구요.”

잠시 침묵이 흘렀다.

“이런, 이런. 이번에는 정말로 슬리데린 꼬마 한 놈을 잡은 것 같군.”

스캐비어가 말했다.

“다행인 줄 알아, 버논. 잡종 슬리데린은 많지 않으니까. 아버지는 누구지?”

“마법부에서 일하세요.”

해리는 거짓말을 했다. 물론 이런 모든 이야기가 아주 조금만 조사해 봐도 금방 탄로날 거라는 걸 알고 있었다. 다른 한편으로 그에게 남은 시간은 단지 그의 얼굴이 평상시 모습을 되찾을 때까지뿐이었다. 그렇게 되면 어떤 식으로든 이 게임은 끝날 것이다.

“마법 사고와 재난부요.”

“자네 그거 아나, 그레이백?”

스캐비어가 말했다.

“거기에는 정말로 두들리가 한 명 있는 것 같네”

해리는 숨도 제대로 쉴 수 없었다. 행운이, 이런 순전한 행운이 그들을 여기서 무사히 구해 줄 수 잇을까?

“그래, 그렇군.”

그레이백이 말했다. 해리는 그 냉담한 목소리에 아주 희미한 동요의 낌새를 느낄 수 있엇다. 그리고 그레이백이 자신이 정말로 마법부 직원의 아들을 기습해서 잡은 것인지 고민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갈비뼈 둘레를 꽁꽁 묶은 밧줄 속에서 해리의 심장이 마구 뛰었다. 설령 그레이백이 그의 심장이 벌렁거리는 것을 알아챈다고 해도 해리는 놀라지 않았을 것이다.

“네가 하는 말이 사실이라면, 이 못생긴 놈아, 설령 마법부에 간다고 해도 전혀 무서울 게 없겠구나. 내 생각에, 널 데려다 주면 너희 아버지께서는 우리에게 그만한 보답을 해 줄것 같은데.”

“하지만........”

해리가 말했다. 입 안이 바싹바싹 타들어 갔다.

“그냥 우리를 풀어 주시면.....”

“이봐!”

그때 텐트 안에서 외침이 들려왔다.

“이것 봐. 그레이백!”

어두운 그림자 하나가 그들 쪽으로 부산스레 달려왔다. 해리는 그들의 지팡이 불빛을 받아 번뜩이는 은빛 섬광을 보았다. 그리핀도르의 칼을 발견한 것이다.

“아.......주.좋아.”

동료로부터 그것을 받아 들고, 그레이백이 감탄하며 말했다.

“오오, 아주 훌륭하군. 도깨비가 만든 것 같은데..이런게 어디서 났지?”

“그건 저희 아버지 거예요.”

해리는 부디 너무 어두워서 그레이백이 칼자루 바로 아래에 새겨진 이름을 보지 못하기만을 바라며 거짓말을 했다.

“장작을 패는데 쓰려고 좀 빌렸던 거.....”

“잠깐 기다려. 그레이백! 이것 봐<예언자 일보>에 말이야!”

스캐비어가 이렇게 말하는 순간, 부푼 이마 위에 팽팽하게 펴진 해리의 흉터가 불로 지지듯이 아파왔다. 그리고 그가 인식할 수 있는 주변의 어떤 것보다도 더욱 선명하게, 우뚝 솟은 건물 한채와 칠흑같이 까맣고 무시무시하고 음산한 요새가 눈앞에 보였다. 갑자기 볼드모트의 생각이 다시 또렷하게 전해졌다. 그는 침착하고 희열에 찬 목적의식을 가지고 거대한 건물을 향해 미끄러지듯 나아가고 있었다.

아주 가까워.......아주 가까워.......

해리는 엄청난 의지를 발휘해서 간신히 볼드모트의 생각으로부터 자신의 정신을 차단했다. 그리고 어둠 속에서 론, 헤르미온느, 딘, 그립훅과 함께 묶인 채 앉아 있는 자신의 처지로 다시 생각을 집중하며 그레이백과 스캐비어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헤르미온느 그레인져’”

스캐비어가 말했다.

“‘해리 포터와 함께 도주 중인 것으로 알려진 잡종’”

정적 속에서 해리의 흉터가 확확 달아오랐다. 그는 정신을 차리려고, 볼드모트의 생각 속으로 빠져들어가지 않으려고 최선을 다해 노력했다. 그레이백이 헤르미온느 앞에 쭈그리고 앉자, 해리의 귀에 그의 부츠가 삐걱삐걱 울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거 알아, 꼬마 아가씨? 이 사진은 네년이랑 아주 닮았는 걸!”

“그건 제가 아니에요! 제가 아니에요!”

하지만 헤르미온느의 겁에 질린 발악은 자백이나 다름없었다.

“‘.......해리 포터와 함께 도주 중인 것으로 알려진....’”

그레이백이 조용히 되뇌엿다.

한순간 그곳에 정적이 감돌았다. 해리의 흉터는 이제 견딜 수 없이 아팠다. 하지만 그는 그를 끌어당기는 볼드모트의 생각에 온 힘을 다해 맞서 싸웠다. 정신을 잃지 않고 있는 것이 이처럼 중요한 순간은 지금껏 한 번도 없었다.

“자, 그럼 얘기가 달라지는군, 안그래?”

그레이백이 속삭였다. 아무도 입을 열지 않았다. 해리는 인간 사냥꾼 일당이 꼼짝하지 않고 지켜보고 있는 것을 감지할 수 있었다. 그리고 자신의 팔이 닿아 있는 헤르미온느의 팔이 떨리는 것을 느꼇다. 그레이백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해리가 있는 곳으로 몇 발짝 다가와 다시 쭈그리고 앉더니, 그의 흉측한 몰골을 면밀히 관찰했다.

“네 이마에 그건 뭐지, 버논?”

그레이백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그리고 더러운 손가락으로 잔뜩 성이 난 흉터를 꾹눌렀을 때, 그의 불쾌한 숨결이 해리의 콧구멍 속으로 전해졌다.

“만지지 마!”

해리가 소리쳤다. 도저히 자신을 제어할 수 없었다. 흉터의 통증 때문에 정신이 어떻게 된 것 같았다.

“난 네놈이 안경을 끼는 줄 알았는데, 포터?”

그레이백이 숨을 내뿜었다.

“내가 안경을 찾았어요!”

뒤쪽에 슬그머니 숨어있던 인간 사냥꾼 중 하나가 소리쳤다.

“텐트 안에 안경이 있었어요. 그레이백 잠깐만요......”

잠시 후, 해리의 얼굴에 억지로 안경을 씌운 인간 사냥꾼들은 그를 에워싼 채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맞아! 우리가 해리를 잡았다.!”

그레이백이 소리쳤다.

모두 자신이 한 일에 놀라서 몇 걸음 뒤로 물러섰다. 해리는 여전히 머리가 쪼개지는 듯한 통증 속에서 정신을 놓치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느라, 아무런 변명도 생각할 수 없었다. 조각난 영상들이 그의 의식의 표면을 스치고 지나갔다......

그는 검은 요새의 높은 벽 주위를 미끄러지듯 맴돌고 있었다. 아니, 그는 해리였다. 지팡이도 없이 포박당한 채, 심각한 위험에 처해있는......

저 위쪽 제일 높은 탑, 제일 꼭대기에 있는 창문을 올려다 보고 있다.

그는 해리였다. 그리고 그들은 낮은 목소리로 그의 운명에 대해 논의하는 중이었다....

날아가야 할 때군.......

“.......마법부로?”

“그 망할 놈의 마법부에?”

그레이벡이 으르렁거렸다.

“그놈들은 우리의 공로를 가로챌 거야. 그리고 우리는 거들떠도 안볼걸. 이봐, 저놈을 곧장 그분에게 데리고 가자고.”

“여기로 그분을 불러온다고?”

스캐비어가 공포와 경외심이 뒤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아니.”

그레이백이 으르렁거렸다.

“나한텐 그게 없어. 그자들 말이, 그분이 말포이의 집을 본부로 쓰고 있다는 군. 우린 저 애를 거기로 데리고 가는 거야.”

해리는 그레이백이 왜 볼드모트를 부르지 않는지 그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이 늑대인간은, 그자들이 이용하고 싶을 경우에 한해 죽음을 먹는 자의 망토를 입는 것은 허락받았을지 몰라도, 어둠의 표식만큼은 오직 볼드모트의 측근들에게만 새겨 준 것이엇고, 따라서 그레이백은 그러한 최고의 영예를 하사받지 못했던 것이다.

해리의 흉터가 다시 화끈거렸다.

그는 어둠 속으로 솟아올랐다. 그리고 탑의 제일 꼭대기에 난 창문을 향해 곧장 날아갔다.

“정말로 그놈이라는 게 확실한가? 만약 아니라면 그레이백, 우린 죽은 목숨이야.”

“여기 책임자가 누구지?”

자신의 무능함이 드러나려는 순간을 무마하기 위해, 그레이백은 사납게 으르렁거렸다.

“내가 말했지, 저 녀석은 포터라고, 포터와 그의 지팡이,그거라면 당장 그자리에서 20만 갈레온을 받는다고! 하지만 너희 중 누구라도 날 따라올 만큼 배짱이 두둑치 못하다면, 그건 다 내 거야. 게다가 운이 좋으면 덤으로 저 계집까지 갖게 되겠지!”

창문이라고 해야 시커먼 돌 사이에 난 가느다란 틈새에 지나지 않았다. 사람 하나가 들어가기에도 작았다.........그 틈새로 해골 같은 형상 하나가 보였다. 그것은 담요를 쓰고 웅크리고 있었다......죽은 걸까..아니면 자고 있나.....?

“좋아!”

스캐비어가 말했다.

“좋아. 우리는 찬성이야! 그러면 나머지 녀석들은 어떻게 하지? 그레이백, 그들을 어쩔 셈인가?”

“저놈들도 데려가는 게 좋겠어. 잡종 두 명을 잡았으니, 10갈레온을 더 받겠지. 그 칼도 나한테 줘. 이게 다 루비라면 그것 또한 얼마간 돈이 되겠군.”

그들은 포로들을 일으켜 세워 질질 끌고 갔다. 해리는 헤르미온느의 겁에 질린 가쁜 숨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단단히 붙들어라. 내가 포터를 맡겠다.!”

그레이백이 해리의 머리채를 휘어 잡으며 외쳤다. 해리는 길고 누런 손톱이 두피를 할퀴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셋에 출발한다! 하나......둘......셋.......”

그들은 포로를 붙든 채로 순간이동을 했다. 해리는 그레이백의 손을 뿌리치기 위해 몸부림을 쳤지만, 부질없는 짓이었다. 론과 헤르미온느가 그의 양편에 바짝 묶여 있었기 때문에, 도저히 그들로부터 떨어져 나올 수가 없었다. 숨통이 꽉 막혀오자, 흉처는 더욱 고통스럽게 확확 쑤셨다.

그가 창문 틈으로 뱀처럼 비집고 들어가더니, 감방처럼 보이는 방안에 연기처럼 사뿐히 내렸다.

그들이 시골길에 내려서는 순간, 포로들은 서로를 향해 곤두박질쳤다. 여전히 퉁퉁 부은 해리의 눈이 잠시 후 주변 환경에 익숙해지자, 긴 차도처럼 보이는 길 끝에 장식이 된 철 대문이 보였다. 그는 희미한 안도감을 느꼇다. 최악의 사태는 아직 벌어지지 않았다. 볼드모트는 이곳에 없었다. 눈앞에 떠오르는 영상에 저항하려고 애를 써 왔던 만큼, 해리는 알고 있었다. 지금 그는 어떤 괴이한 요새 같은 곳의 탑 꼭대기에 있었다. 해리가 여기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 과연 볼드모트가 이곳으로 돌아오는데 시간이 얼마나 걸릴까 하는 것은 나중 문제였다....

인간 사냥꾼 한명이 대문 앞으로 성큼성큼 걸어가더니 그것을 흔들었다.

“어떻게 들어가지? 잠겼어요, 그레이백. 문을 열 수가 없.........젠장!”

그는 화들짝 놀라며 손을 휙 치웠다. 기묘한 모양으로 돌돌 말려 있던 철 대문의 문양이 몸을 비비 꼬며 구부러졌다. 그리고 무시무시한 얼굴 형상으로 바뀌더니, 뗑그렁거리며 쩌렁쩌렁 울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온 목적을 말하시오!”

“포터를 잡았다!”

그레이백이 의기양양하게 소리쳤다.

“우리는 해리 포터를 잡아왔다!”

문이 활짝 열렸다.

“가자!”

그레이백이 부하들을 돌아보며 외쳤다. 포로들은 그들 손에 끌려서 대문을 지나 진입로에 들어섰다. 양옆으로 산울타리가 있어 그들의 발소리가 새어나가지 않았다. 해리는 머리 위로 유령같은 하얀 형상을 보았다. 그리고 그것이 하얀 공작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순간 그가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자, 그레이백은 그를 질질 끌고 갔다. 이제 해리는 다른 네 명의 포로들과 등을 맞대고 묶인 채, 비틀거리며 옆으로 끌려가고 있었다. 해리는 지금 볼드모트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자신이 잡혔다는 사실을 벌써 알고 있는지를 알고 싶어서, 퉁퉁 부은 눈을 감고 흉터의 통증에 잠시 자신을 맡겼다.......

앙상하게 마른 그 사람이 얇은 담요 아래서 몸을 움직였다. 그리고 해골바가지 같은 얼굴에 두 눈을 확짝 뜬 채, 그를 향해 굴러왔다..........부서질 듯 허약한 그 남자는 푹 꺼진 커다란 눈을 그에게, 볼드모트에게 고정한 채, 몸을 일으켜 앉았다. 그리고 미소를 지었다. 그는 이가 거의 다 빠지고 없었다.

“그래, 네가 왔구나. 올 줄 알고 있었지...언젠가는 말이야. 하지만 헛걸음했구먼. 난 결코 그걸 가진 적이 없었다.”

“거짓말!”

볼드모트의 분노가 해리의 안에서 요동쳤고, 이마의 흉터는 고통으로 터져버릴 것 같았다. 포로들이 자갈 위로 떠밀려 가는 동안, 해리는 의식을 잃지 않기 위해 애를 쓰며 다시 정신을 자신의 몸에 꽉 붙들어 맸다.

한 줄기 빛이 새어 나오더니 그들 위를 비추었다.

“무슨 일이냐?”

한 여자가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

“우리는 여기에 이름을 불러서는 안 될 그분을 만나러 왔다.”

그레이백이 쉰 목소리로 대꾸했다.

“넌 누구냐?”

“날 알 텐데!”

늑대인간의 목소리에는 분노가 서려 있었다.

“펜리 그레이백이다! 우리는 해리 포터를 잡았다!”

그레이백은 해리를 움켜쥐더니 불빛 앞으로 끌고 갔다. 그 바람에 나머지 포로들도 덩달아 질질 끌려갔다.

“잔뜩 부어오르긴 했지만, 그놈입니다. 부인!”

스캐비어가 새된 목소리로 말했다.

“조금 더 가까이 오시면, 흉터가 보이실 겁니다. 그리고 여기 이 여자 애 보이시죠? 그와 함께 도망 다니던 잡종입니다요 부인. 확실히 그가 맞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그의 지팡이도 찾았습니다! 여기요, 부인.......”

해리는 퉁퉁 부은 눈꺼플 사이로, 나시사 말포이가 부어오른 자신의 얼굴을 자세히 관찰하는 것을 보았다. 스캐비어는 블랙손 지팡이를 그녀에게 내밀었다. 그녀는 눈썹을 치켜떳다.

“저들을 데리고 들어오너라.”

나시사가 말했다.

해리와 나머지 포로들은 마구 떠밀리고 걷어차이며, 널찍한 돌계단을 올라가서 초상화들이 줄지어 걸린 현관 복도로 들어갔다.

“따라와.”

복도를 가로질러 앞장서 가며, 나시사가 말했다.

“내 아들 드레이코가 부활절 방학을 맞아 집에 와 있다. 만약 저 아이가 해리 포터라면 그 애가 알아볼 것이다.”

캄캄한 바깥에 있다가 들어온 응접실은 너무 환해서 눈이 부실 정도였다. 거의 감긴 거나 다름 없는 눈으로도, 해리는 그 널찍한 규모를 가늠할 수 있었다. 천장에는 크리스털 샹들리에가 매달려 있었고, 짙은 자주색 벽에는 더 많은 초상화들이 걸려 있었다. 인간 사냥꾼들 손에 떠밀린 포로들이 방으로 들어가자, 화려하게 장신된 대리석 벽난로 앞에 있는 의자에서 두 사람이 일어섰다.

“무슨 일이오?”

끔찍하게 익숙한, 잔뜩 거드름을 피우는 루시우스 말포이의 목소리가 해리의 귓전에 들려왔다. 이제 그는 완전히 공포에 사로잡혔다. 도저히 빠져나갈 구멍을 찾을 수 없었다. 두려움이 절정에 이르자, 흉터가 여전히 타는 듯이 아픈데도 불구하고, 볼드모트의 생각을 차단하기가 더 수월해졌다.

“이자들 말로는 해리 포터를 잡았다는 군요.”

나시사가 냉랭한 목소리로 말했다.

“드레이코 이리 오렴.”

해리는 감히 드레이코를 똑바로 보지 못하고, 비스듬하게 그를 바라보았다. 예전의 드레이코보다 약간 더 키가 큰 누군가가 안락의자에서 일어섰다. 백색에 가까운 금발 아래로 창백하고 뾰족한 얼굴이 흐릿한 얼룩처럼 보였다.

그레이백은 포로들을 다시 강제로 돌려서, 해리를 샹들리에 바로 밑에 세워 놓았다.

“자, 꼬마야?”

늑대인간이 쉰 목소리로 물었다.

해리는 벽난로 위에 있는 거울을 바라보고 있었다. 테두리에 정교하게 소용돌이 무늬가 새겨지고 금으로 도금된 커다란 물건이었다. 해리는 가늘게 뜬 눈으로, 그리몰드 광장을 떠난 이래 처음으로 거울 속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았다.

그의 얼굴은 아주 커다랗고 번들거렸으며 분홍색이었다. 그리고 헤르미온느의 주문을 맞아 모든 이목구비가 뒤틀려 있었다. 그의 검은 머리카락은 어깨까지 길게 늘어뜨려져 있었고, 턱 주위에는 검은 자국이 남아 잇었다. 거기 서 있는 사람이 자신이라는 것을 몰랐다면, 해리는 도대체 누가 자신의 안경을 쓰고 있는 걸까 의아하게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목소리를 들으면 발각될 게 분명했기 때문에, 절대 말을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그렇지만 드레이코가 가까이 다가왔을때, 해리는 여전히 그와 눈이 마주치는 것을 피했다.

“자, 드레이코?”

루시우스 말포이가 물었다. 그의 목소리는 탐욕스러웠다.

“맞니? 이놈이 해리 포터니?”

“저.........저는 장담은 못하겠어요.”

드레이코가 대답했다. 그는 그레이백과 거리를 유지하려고 애썻다. 그리고 해리가 그를 바라보는 걸 겁내는 만큼이나, 그 역시 해리를 보기를 두려워하는 것 같았다.

“그래도 잘 들여다보렴, 봐! 가까이 오너라.”

해리는 그 처럼 흥분한 루시우스 말포이의 목소리를 지금껏 들어 본 적이 없었다.

“드레이코, 만약 우리가 어둠의 마왕님께 포터를 넘겨주게 된다면, 모든 것이 용서.........”

“실제로 그를 잡은 게 누구인지 잊진 않으셧겠지, 말포이씨?”

그레이백이 위협적인 말투로 쏘아붙였다.

“물론 잊지 않았지, 물론이야!”

루시우스 말토이가 성마르게 대답했다. 그러더니 직접 해리에게 다가갔다. 그가 어찌나 가까이 다가왔는지, 해리는 퉁퉁 부어오른 눈으로도 평소처럼 맥없고 창백한 그의 얼굴을 자세히 볼 수 있었다. 해리는 잔뜩 부푼 가면을 쓴 채, 마치 새장의 창살 사이로 밖을 내다보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에게 무슨 짓을 한 거지?”

루시우스가 그레이백에게 물었다.

“어쩌다 그를 이 지경으로 만들었나?”

“우리가 그런 게 아니오.”

“내 눈에는 아무래도 쏘기 주문에 맞은 것처럼 보이는데.”

루시우스가 말했다.

순간 그의 회색 눈동자가 해리의 이마 위를 꼼꼼하게 살폈다.

“여기 뭔가 있군.”

루시우스가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어쩌면 흉터일지도 몰라. 팽팽히 펴져서 그렇지.....드레이코 이리 오렴. 제대로 봐! 네 생각은 어떠냐?”

이제 해리의 눈에 그의 아버지의 얼굴 바로 옆으로 바싹 다가온 드레이코의 얼굴이 보였다. 그 둘은 유별난 만큼 닮은 꼴이었다. 단지 그의 아버지는 잔뜩 흥분한 표정인 반면, 드레이코는 내키지 않아 할 뿐만 아니라 두려워하는 기색까지 보였다는 점만 제외하면 말이다.

“전 모르겠어요.”

드레이코는 재빨리 대답하고는, 어머니가 서서 지켜보고 있는 벽난로 쪽으로 가 버렸다.

“확실히 하는 편이 좋겠어요, 루시우스”

나시사가 냉정하고 또렷한 목소리로 남편에게 말했다.

“어둠의 마왕님을 부르기 전에, 저놈이 포터라는 것을 확실히 확인해야 해요.....그들은 이 지팡이가 그의 것이라고 하지만.......”

그녀는 블랙손 지팡이를 자세히 들여다 보았다.

“하지만 이건 올리밴더의 설명과는 다른것 같아요.....만약 우리가 착각한 거라면.........만약 아무 일도 아닌 걸로 어둠의 마왕님을 이곳으로 부른다면.......그분이 라울과 돌로호브에게 어떻게 하셧는지 기억하시죠?”

“그러면 이 잡종은 어떻소?”

그레이백이 으르렁거렸다. 인간 사냥꾼들이 다시 포로들을 강제로 빙빙 돌리자, 해리는 거의 발이 붕 떠서 던져지다시피했다. 이제는 불빛이 헤르미온느를 비추고 있었다.

“잠깐.”

나시사가 매섭게 말했다.

“그래........그래. 이 애는 말킨 부인의 망토 가게에서 포터와 함께 있었어! 나는 이 계집의 사진을 <예언자 일보>에서 봤어! 자, 보렴. 드레이코, 그레인져란 여자 애가 아니니?”

“아마..........그런 것 같아요.”

“그리고 저 애는 위즐리네 아들이군!”

포박된 포로들 주위를 돌고 있던 루시우스가 론을 바라보며 외쳤다.

“그놈들이 맞아. 포터의 친구들 말이야.... 드레이코, 저놈을 봐라. 아서 위즐리의 아들 맞지? 이름이 뭐였더라.......?”

“예, 그런것 같아요.”

드레이코가 포로들에게서 등을 돌리며 다시 대답했다.

해리의 등 뒤에서 응접실 문이 열렸다. 뒤이어 한 여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 목소리는 해리를 더욱더 커다란 공포에 빠뜨렸다.

“이게 무슨 일이야? 무슨 일이 있어, 씨시?”

벨라트릭스 레스트랭이 포로들 주위를 천천히 돌았다. 그리고 해리의 오른편에서 걸음을 딱 멈추더니 두꺼운 눈꺼플 아래로 헤르미온느를 빤히 쳐다보았다.

“그런데 확실한 거야? 이 애가 그 잡종 계집이란 말이지? 그레인저라고?”

벨라트릭스가 조용히 말했다.

“그래, 그렇소. 이 애가 그레인저요! 그리고 그 옆에 있는 놈은 포터인 것 같소! 포터와 그의 친구녀석들이 결국엔 잡힌 거요!”

루시우스가 외쳤다.

“포터라고요?”

벨라트릭스가 날카롭게 소리치더니, 해리를 더 잘 살펴보기 위해 뒤로 물러섰다.

“확실한가요? 좋아, 그렇다면 즉시 어둠의 마왕님게 알려 드려야지!”

벨라트릭스가 왼쪽 소매를 걷어 올렸다. 해리는 그녀의 팔에 빨갛게 달아오른 어둠의 표식을 보고서, 그녀가 사랑하는 주인님을 부르기 위해 그 표식을 막 만지려고 하는 참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내가 그분을 부르려던 참이었소!”

루시우스가 외쳤다. 실제로 그의 손은 벨라트릭스의 손목을 단단히 쥐고서 그녀가 표식을 만지지 못하도록 막고 있었다.

“내가 그분을 불러야 하오, 벨라. 포터는 내 집에 끌려온 거라고, 그러니까 그런 내 권한....”

“당신 권한이라고!”

벨라트릭스는 그의 손을 뿌리치고려고 안간힘을 쓰면서 빈정거렸다.

“당신은 지팡이를 잃어버리는 순간 권한을 잃었어, 루시우스! 감히! 내 몸에서 손 떼!”

“이건 당신이랑은 아무 상관도 없는 일이오. 당신이 그 아이를 잡은 것도 아니잖소...”

“방금 뭐라고 했소, 말포이 씨?”

그레이백이 끼어들었다.

“포터를 잡은 건 바로 우리요. 그리고 금화를 가질 사람도 바로 우리.......”

“금화라!”

벨라트릭스가 비웃었다. 그리고 한손으로는 여전히 루시우스를 뿌리치려고 애쓰는 한편, 자유로운 다른 손으로는 주머니에서 지팡이를 더듬어 찾고 있었다.

“네 금화를 가져가라. 이 더러운 버러지 같은 놈. 내가 금화 따위를 바랄 성 싶으냐? 난 오직 그분의 영예만을.......”

그때 벨라트릭스가 용쓰던 것을 멈추었다. 그녀의 새까만 눈동자는 해리가 볼 수 없는 무언가에 고정되어 있었다. 한편 루시우스는 마침내 그녀가 항복한 것을 기뻐하며 그녀의 손을 얼른 놓았다. 그리고 자신의 소매를 걷어 올렸다.

“멈춰!”

벨라트릭스가 악을 썻다.

“만지지 마! 어둠의 마왕님께서 지금 오시면, 우리 모두 끝장난단 말이야!”

루시우스는 집게손가락을 자신의 표시 위로 향한 채, 행동을 멈추었다. 벨라트릭스는 해리의 제한된 시야 밖으로 사라졌다.

“그게 뭐지?”

해리의 귀에 그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칼이오”

시야 밖에 있는 인간 사냥꾼이 불평스레 대답했다.

“이리 줘”

“이건 댁의 것이 아니지. 내 거라고. 내가 찾았어.”

쾅 소리와 함께 붉은 광선이 뿜어 나왔다. 해리는 인간 사냥꾼이 기절 마법에 맞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의 동료들로 부터 분노의 아우성이 터져 나왔다. 스캐비어가 자신의 지팡이를 뽑아 들었다.

“무슨 장난을 치고 있는 줄 아나, 이 여자가?”

“스투페파이!”

벨라트릭스가 소리쳤다.

“스투페파이!”

혼자서 네 명을 상대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그녀의 맞수가 되지 못했다. 해리가 아는 대로, 벨라트릭스는 솜씨가 비상하고 일말의 양심도 없는 마녀였다. 그레이백을 제외한 인간 사냥꾼 모두가 서 있던 자리에 쓰러졌다. 그레이백은 양팔을 쭉 뻗은 채, 억지로 무릎을 끓은 자세를 하고 있었다. 해리는 곁눈질로 벨라트릭스가 늑대인간 쪽으로 몸을 숙이는 것을 보았다.  그리핀도르의 칼은 그녀의 손에 단단히 쥐어져 있었고, 그녀의 얼굴은 밀랍처럼 하얗게 질려 있었다.

“이 칼을 어디서 찾았지?”

벨라트릭스는 저항할 수 없는 그레이백의 손에서 지팡이를 빼내며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감히 네가 이런 짓을?”

그레이백이 마법의 힘에 의해 강제로 그녀를 올려다보며 으르렁거렸다. 이제 그가 유일하게 움직일 수 있는 곳은 입뿐이었다. 그는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내며 말했다.

“당장 풀어 줘, 이 여자야!”

“어디서 이 칼을 찾았느냐니까?”

벨라트릭스는 칼을 그의 면전에 대고 휘두르며 다시 물었다.

“스네이프가 이 칼을 그린고트에 있는 내 금고로 보냈는데!”

“그들의 텐트 속에 있었다!”

그레이백이 소리쳤다.

“분명히 말하는데, 당장 풀어 줘!”

벨라트릭스가 지팡이를 휘두르자, 늑대인간은 펄쩍 몸을 일으켰다. 하지만 몹시 경계를 한 나머지 그녀에게 다가갈 엄두조차 내지 못하는 듯 했다. 그레이백은 안락의자 뒤로 어슬렁거리며 물러나더니 구부러진 더러운 손톱으로 의자의 등받이를 꽉 움켜쥐었다.

“드레이코, 이 더러운 놈들을 밖으로 옮겨라.”

벨라트릭스가 의식을 잃은 인간 사냥꾼들을 가리키며 명령했다.

“네가 이놈들을 끝장낼 배짱이 없다면, 내가 할 테나 마당에 그냥 내버려 둬.”

“드레이코에게 그런 식으로 말하지.....”

나시사가 미친 듯이 노하여 쏘아붙이자 벨라트릭스가 버럭 악을 썻다.

“조용히 해!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중대한 상황이라고, 씨시! 아주 심각한 문제가 잇단 말이야!”

벨라트릭스는 숨을 헐떡거리며 칼을 내려다보았다. 그리고 칼자루를 자세히 살펴보았다. 잠시 후 그녀는 돌아서서 조용히 숨죽이고 있는 포로들을 바라보았다.

“만약 이놈이 진짜 포터라면 상처를 입혀서는 안 돼.”

벨라트릭스는 딱히 누구에게라고 할 것 없이 혼자서 중얼거렸다.

“어둠의 마왕님께서는 손수 포터를 처리하고 싶어 하시니까.......하지만 만약 그분이 발견하신다면.....나는 반드시......나는 반드시 알아야......”

벨라트릭스는 다시 동생 쪽을 돌아봤다.

“내가 어떻게 할지 생각하는 동안, 포로들을 지하실에 가둬야겠어!”

“여긴 우리집이야 벨라. 언니는 우리 집에서 명령을 내릴 수...........”

“어서 해! 너는 우리가 어떤 위험에 처해 잇는지 아무것도 모르잖아!”

벨라트릭스가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그 모습이 마치 미친 사람처럼 너무나 무시무시해 보였다. 그녀의 지팡이에서 가느다란 불꽃이 발사되어 카펫에 구멍을 냈다.

나시사는 잠시 망설이더니, 늑대인간에게 말했다.

“이 포로들을 지하실로 끌고 가시오, 그레이백.”

“잠깐만.”

벨라트릭스가 날카로운 목소리로 말했다.

“전부 데려가........이 잡종만 빼고.”

그레이백은 기뻐서 그르렁댔다.

“안 돼!”

론이 소리쳤다.

“차라리 날 잡고 있어! 날 데리고 있으라고!”

벨라트릭스가 그의 얼굴을 후려쳤다. 철썩 소리가 방 안에 울려 퍼졌다.

“심문을 받다가 이 계집이 죽으면, 그 다음엔 널 데려오지.”

그녀가 말했다.

“내 사전에는 잡종 다음이 바로 동족의 배신자 놈이니까. 이 놈들을 아래층으로 끌고 가라, 그레이백. 확실히 가둬 놓도록 해. 하지만 아직 그놈들에게 아무 짓도 하지마라..... 아직은.”

벨라트릭스는 그레이백에게 지팡이를 돌려준 후에, 망토 아래에서 은 단도를 꺼냈다. 그리고 헤르미온느를 다른 포로들로부터 풀어 주더니 그녀의 머리채를 잡고 방 한복판으로 끌고 갔다. 한편 그레이백은 지팡이를 앞으로 내민 채,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저항할 수 없는 마력을 써서 나머지 포로들을 아까와 다른 문을 통해 어두운 복도로 질질 끌고 갔다.

“저 여자가 저 계집애와 볼일을 끝낸 다음에는, 내게도 맛을 좀 보게 해 줄것 같지?”

그레이백은 복도를 따라 그들을 끌고 가면서 콧노래를 흥얼거렸다.

“아마도 한두 입 정도는 먹어 볼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렇지 않겠나, 빨간 머리?”

해리는 론의 몸이 부르르 떨리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들은 가파른 층계를 따라 밑으로 끌려 내려갔다. 여전히 등과 등을 맞댄 채 묶여 있었기 때문에, 언제라도 미끄러져 목이 부러질 수 있는 위험한 상황이었다. 계단 아래에는 육중한 문이 있었다. 그레이백은 지팡이로 툭 쳐서 자물쇠를 연 다음, 그들을 축축하고 곰팡이 핀 방 안에 강제로 몰아넣더니 한 치 앞도 안 보이는 어둠 속에 그들을 남겨 놓고 떠났다. 지하실 문이 쾅 닫히고 그 여운이 사라지기도 전에 바로 그들의 머리 위에서 끔찍하고 긴 비명 소리가 들려왔다.

“헤르미온느!”

론이 부르짖었다. 그가 몸을 마구 비틀며 다 함께 묶여 있는 밧줄로부터 벗어나려고 몸부림을 치는 바람에, 해리까지 비틀거렸다.

“헤르미온느!”

“조용히 해!”

해리가 말했다.

“입 닥쳐 론! 우리는 빠져나갈 방법을 찾아야 해........”

“헤르미온느! 헤르미온느!”

“우린 작전이 필요해, 소리 그만 질러.......이놈의 밧줄부터 풀어야 해.....”

“해리?”

어둠 속에서 속삭임이 들려왔다.

“론? 너희 맞니?”

론이 소리 지르는 것을 멈추었다. 그들 가까운 곳에서 뭔가 움직이는 소리가 들렸고, 잠시 후 해리는 그림자 하나가 다가오는 것을 보았다.

“해리? 론?”

“루나!”

“그래, 냐야! 오오, 안 돼. 난 너희가 잡히지 않기를 바랐는데!”

“루나, 이 밧줄 좀 벗길 수 있게 도와줄래?”

“오오, 그래, 그래야지...... 우리가 뭔가를 부술 때는 오래된 못이 하나 있는데.....잠깐만.....”

이때 헤르미온느가 다시 그들의 머리 위에서 비명을 질렀다. 그들은 벨라트릭스가 악을 쓰는 소리도 들을 수 있었다. 하지만 그녀의 말이 잘 들리지는 않았는데, 왜냐하면 론이 다시 소리를 질렀기 때문이었다.

“헤르미온느! 헤르미온느!”

“올리밴더 씨?”

해리는 루나가 말하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올리밴더 씨, 그 못 갖고 계세요? 조금만 저 쪽으로 움직이실 수 있으면......그게 물병 옆에 있었던 것 같은데......”

잠시 후에 루나가 되돌아왔다.

“움직이지 말고 가만히 있어 봐.”

루나가 말했다.

해리는 질긴 밧줄의 매듭을 풀기 위해 애쓰는 루나의 손길을 느낄 수 있었다. 위층에서는 벨라트릭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다시 묻겠다! 이 칼이 어디서 났지? 어디서 났느냐?”

“우리는 그걸 발견했어요. 우리는 그걸.......제발!”

헤르미온느가 다시 비명을 질렀다. 론은 어느 때보다 더욱 거세게 몸부림을 쳤고, 그 바람에 녹슨 못이 해리의 손목 위로 미끄러져 떨어졌다.

“론, 제발 얌전히 있어!”

루나가 속삭였다.

“내 손이 움직이는 걸 볼 수가 없단 말이야.”

“내 주머니!”

론이 말했다.

“내 주머니 속에 딜루미네이터가 있어. 그 속엔 빛이 잔뜩 들어 있어!”

잠시 후에 찰칵 소리와 더불어 딜루미네이터가 텐트의 전등에서 빨아들였던 빛 덩어리들이 지하실 안으로 흘러나왔다. 근원으로 다시 돌아갈 수 없게 된 그 빛 덩어리들은 마치 조그만 태양처럼, 지하실 안을 빛으로 가득 채우면서 허공을 둥둥 떠다녔다. 해리는 루나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녀의 새하얀 얼굴에는 온통 눈 밖에 보이지 않았다. 저쪽 구석에는 지팡이 제작자 올리밴더가 바닥에 몸을 웅크린 채 꼼짝도 하지 않고 잇는 모습이 보였다. 해리는 목을 길게 빼고 사방을 두리번거리다가, 동료 수감자들의 모습을 보았다. 딘과 도깨비 그립훅이었는데, 거의 의식을 잃은 듯한 도깨비는 인간들과 함께 묶어 놓은 밧줄에 의지해 겨우 몸을 지탱하고 서 있었다.

“오오, 이제 훨씬 쉬워졌어. 고마워 론. 안녕, 딘!”

루나가 이렇게 말하고는, 다시 밧줄을 잘라 내기 시작했다. 머리 위에서 또다시 벨라트릭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넌 거짓말을 하고 있어, 이 더러운 잡종. 난 알고 있다고! 그린고트에 있는 내 금고속에 들어갔었지? 사실대로 말해, 사실대로 말하라고!”

다시 한 번 소름끼치는 비명 소리가 들려왔다.

“헤르미온느!”

“다른 건 또 뭘 가져갔지? 다른 건 뭘 훔쳐 갔냐고! 사실대로 말해, 그러지 않으면 이 칼로 베어 버릴 테다!”

“됐다!”

해리는 밧줄이 끊어져 흘러내리는 것을 느꼇다. 손목을 문지르며 돌아보니, 론이 낮은 천장을 올려다보며 뚜껑문을 찾아 지하실 안을 우왕좌왕 뛰어다니고 있었다. 한편 얼굴에 온통 멍이 들고 피투성이가 된 딘은 루나에게 “고마워”라고 말하고서 그대로 떨고 서 있었다. 하지만 그립훅은 지하실 바닥에 그만 주저앉았다. 그의 거무튀튀한 얼굴에는 수많은 채찍 자국이 남아 있엇고, 몹시 불안하고 혼란스러운 듯이 보였다.

론은 지팡이도 없이 순간이동을 하기 위해 애쓰고 있엇다.

“여기서 빠져나갈 방법이 없어, 론.”

그의 헛된 노력을 지켜보며 루나가 말했다.

“이 지하실에는 완벽한 탈출 방지 장치가 되어 있거든. 우리도 시도해 봤지, 처음에는 말이야. 올리밴더 씨는 여기 오래 계셨고, 안 해 본 게 없으셔.”

헤르미온느가 다시 비명을 질렀다. 그 소리는 마치 육체적 고통처럼 해리를 관통했다. 해리는 날카롭게 찌르는 듯한 흉터의 고통은 거의 잊어버린 채, 론과 마찬가지로 자신도 모르는 뭔가를 찾아 손으로 벽을 더듬으며 지하실 안을 돌아다녔다. 하지만 마음속으로는 그것이 쓸데없는 집이란 걸 알고 있었다.

“무얼 또 가져갔느냐고, 뭘? 대답해! 크루시오!”

헤르미온느의 비명 소리가 위층의 벽들을 통해서 울려 퍼졌다. 이제 론은 주먹으로 벽을 쾅쾅 치며 반쯤 흐느끼고 있었다. 완전히 절망에 빠진 해리는 목에 걸린 해그리드의 주머니를 움켜쥐고 닥치는 대로 그 속을 더듬었다. 그는 자신도 모르는 무슨 일이 벌어지길 바라며 덤블도어의 스니치를 꺼내 흔들어 보기도 하고-하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반으로 부러진 불사조 지팡이를 흔들어 보기도 했지만, 지팡이는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그때 부서진 거울 조각이 반짝거리며 바닥에 떨어졌고, 해리는 순간 더할 나위 없이 투명한 푸른 색을 언뜻 보았다.

덤블도어의 눈이 거울 안에서 그를 응시하고 있었다.

“도와주세요!”

해리는 미칠 것 같은 절망에 사로잡혀 외쳤다.

“우리는 말포이 저택의 지하실에 있어요. 도와주세요!”

그 눈은 깜빡이더니 사라져 버렸다.

해리는 정말로 거울에 눈동자가 나타났엇는지조차 확인할 수 없었다. 거울 조각을 이리저리 기울여 보았지만, 거울 안에 반사되어 보이는 것이라고는 그들이 갇힌 감옥의 벽과 천장말고는 아무것도 없었다. 위층에서는 헤르미온느가 그 어느때보다도 더욱 끔찍하게 비명을 질러 대고 잇었고, 그의 옆에서 론은 울부짖고 있었다.

“헤르미온느! 헤르미온느!”

“어떻게 내 금고 안에 들어갔지?”

그들은 벨라트릭스가 악쓰는 소리를 들었다.

“지하실에 있는 그 조그맣고 더러운 도깨비가 널 도와줬나?”

“우리는 그 도깨비를 오늘 밤 처음 만났어요!”

헤르미온느가 흐느꼇다.

“우린 결코 당신의 금고에 들어간 적이 없어요. 그건 진짜 칼이 아니에요. 모조품이에요. 단지 모조품이라고요!”

“모조품이라고?”

벨라트릭스가 소리를 질렀다.

“오오, 그럴듯한 이야기로군!”

“하지만 우리는 쉽게 알아낼 수 있지!”

루시우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드레이코, 그 도깨비를 데려오너라. 그 녀석이라면 이 칼이 진짜인지 아닌지 말해 줄 수 있을 테니!”

해리는 얼른 지하실을 가로질러 바닥에 웅크리고 앉아 있는 그립훅에게로 갔다.

“그립훅”

해리가 도깨비의 뽀족한 귀에 대고 속삭였다.

“반드시 저들에게 그 칼이 가짜라고 말해 줘요. 저자들이 그 칼이 진짜라는 것을 알아서는 안 돼요. 그립훅. 부탁이에요......”

그때 누군가 지하실 계단으로 황급히 내려오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곧이어 문 뒤에서 드레이코의 떨리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물러서. 뒤쪽 벽에 등을 대고 일렬로 서. 아무 짓 하지마 안 그러면 죽여 버리겠어!”

그들은 시키는 대로 했다. 자물쇠가 돌아가는 순간, 론은 딜루미네이터를 찰칵 눌렀다. 그러자 빛 덩어리들이 다시 그의 주머니 속으로 휙 사라지면서, 지하실은 캄캄한 암흑이 되었다. 문이 확짝 열렸다. 말포이는 창백하고 결연한 모습으로 지팡이를 앞으로 내민 채 걸어 들어왔다. 그는 왜소한 도깨비의 팔을 붙잡더니, 질질 끌고 다시 나갔다. 문이 쾅 소리를 내며 닫혔다. 그런데 바로 그때 펑 하고 커다란 소리가 지하실 안에 울려 퍼졌다.

론이 딜루미네이터를 찰칵 눌렀다. 세 개의 빛 덩어리들이 그의 주머니에서 흘러나와 다시 허공으로 날아올랐다. 그리고 집요정 도비의 모습이 드러났다. 그는 지금 막 순간이동으로 그들 한가운데에 나타난 것이다.

“도......!”

해리는 론이 소리치지 못하도록 그의 팔을 탁 쳤다. 론은 자신의 실수에 완전히 놀란 표정이었다. 이륵고 머리위의 천장을 가로질러 걸어가는 발소리가 들렸다. 드레이코가 벨라트릭스 앞으로 그립훅을 끌고 가는 소리였다.

테니스공처럼 둥글고 커다란 도비의 눈이 휘둥그래졌다. 도비는 귀 끄트머리에서 발끝까지 덜덜 떨고 있었다. 다시 옛 주인의 집으로 돌아와서 완전히 겁에 질린 것이 분명햇다.

“해리 포터”

파르르 떨리는 목소리로 도비가 꽥꽥거렸다.

“도비가 당신을 구하려고 왓어요”

“하지만 네가 어떻게......?”

그때 소름 끼치는 비명 소리가 해리의 말을 삼켜 버렸다. 헤르미온느가 다시 고문당하고 있었던 것이다. 해리는 곧장 본론으로 들어갔다.

“넌 이 지하실에서 순간이동으로 나갈 수 있지?”

해리가 묻자, 도비는 귀를 펄럭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 사람들도 함께 데리고 나갈 수 잇니?”

도비가 다시 끄덕였다.

“좋아, 도비, 나는 네가 루나, 딘, 그리고 올리밴더 씨를 데리고, 그들을.....그들을........”

“빌과 플뢰르네 집.”

론이 얼른 말을 받앗다.

“틴워스 교외에 있는 조개껍데기 오두막집으로 데리고 가길 원해!”

집요정은 세 번째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다음 다시 돌아와.”

해리가 말했다.

“할 수 있겠어, 도비?”

“물론이죠, 해리 포터”

조그만 집요정이 소곤거렸다. 그러고는 서둘러서 거의 의식이 없어 보이는 올리밴더에게 다가갔다. 도비는 한 손으로는 지팡이 제작자의 손을 잡고, 다른 손을 루나와 딘에게 내밀었다. 하지만 두 사람 모두 꼼짝도 하지 않았다.

“해리, 우리는 널 돕고 싶어!”

루나가 속삭였다.

“우리는 너희를 여기에 남겨 두고 갈 수 없어.”

딘이 맞장구 쳤다.

“가, 너희 둘 다! 우리는 빌과 플뢰르의 집에서 다시 만날거야.”

해리가 이 말을 하는 순간, 그의 흉터가 그 어느 때보다도 심하게 불로 지지는 듯이 아팠다. 그리고 잠깐 동안 그는 내려다보고 있었다. 지팡이 제작자가 아니라 또 다른 남자를, 그는 올리밴더 만큼이나 늙고 바싹 야위었지만, 조롱하듯이 웃고 있었다.

“어서 나를 죽여, 볼드모트. 난 기꺼이 죽음을 맞이 할 테니! 하지만 내가 죽는다고 해서 네가 찾는 것을 얻지는 못할 걸.........네가 이해하지 못하는 게 너무 많아.......”

해리는 볼드모트의 격렬한 분노를 느꼇다. 하지만 헤르미온느가 다시 비명을 내지르는 순간 그 분노를 차단하고, 이 지하실과 자신이 직면한 두려운 현실로 되돌아왔다.

“어서 가!”

해리는 루나와 딘에게 간청했다.

“가라고! 우리가 뒤쫓아 갈게, 그냥 가!”

두 사람이 집요정이 내민 손가락을 꼭 붙잡았다. 또 한번 펑 소리가 나더니, 도비와 루나, 딘, 그리고 올리밴더가 사라졌다.

“무슨 소리지?”

루시우스 말포이가 그들의 머리 위에서 소리쳤다.

“지금 이 소리 들었나? 지하실에서 무슨 소리가 난 거지?”

해리와 론은 서로를 뜷어지게 바라보았다.

“드레이코......아니지, 웜테일을 불러! 그에게 얼른 가서 살펴보라고 해!”

머리 위로 방을 가로질러 걸어가는 발소리가 들리더니, 곧 침묵이 이어졌다. 해리는 응접실에 잇는 사람들이 지하실에서 또 다른 소리가 나지 않나 귀를 기울이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우리는 그를 해치워야만 해.”

해리가 론에게 속삭였다. 달리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누군가 감옥에 들어와 세 명의 포로가 사라진 것을 발견하는 순간 그들은 끝장이었다.

“불을 켜 둬.”

해리가 덧붙여 말했다. 문밖에서 누군가 층계를 내려오는 소리가 들리자, 그들은 문 양쪽 벽에 등을 대고 물러섰다.

“물러서라.”

웜테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문에서 멀리 떨어져 서, 내가 들어 간다.”

문이 활짝 열렸다. 잠시 동안 웜테일은 공중에 떠 잇는 세개의 작은 태양에서 흘러나오는 빛으로 환하게 밝혀진, 얼핏 보기에 텅 빈 지하실 안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다음 순간 해리와 론이 그에게 달려들었다. 론은 웜테일의 지팡이를 붙잡고 강제로 위로 잡아당겼다. 한편 해리는 그가 소리를 지르지 못하도록 손으로 그의 입을 꽉 막았다. 그들은 침묵속에서 격투를 벌였다. 웜테일의 지팡이가 불꽃을 뿜었다. 은으로 된 웜테일의 손이 해리의 목을 움켜쥐었다.

“무슨 일이냐, 웜테일?”

위에서 루시우스 말포이가 외쳤다.

“아무것도 아니에요!”

론은 쌕쌕거리는 웜테일의 목소리를 그럴듯하게 흉내 내며 소리쳐 대답했다.

“아무 문제 없습니다.!”

해리는 거의 숨을 쉴 수가 없었다.

“날 죽일 셈인가요?”

해리는 금속 손가락들을 떼어 내려고 애를 쓰면서 간신히 말했다.

“내가 당신의 목숨을 구해 주었는데? 당신은 나한테 빛진게 있어요 웜테일!”

순간 은으로 된 손가락들이 느슨해졌다. 해리는 이런 일이 벌어지리라고는 미처 예상치 못햇었다. 그러므로 깜짝 놀라면서 여전히 손으로는 웜테일의 입을 막은 채, 몸을 비틀며 빠져나왔다. 해리는 그 쥐새끼 같은 남자의 축축하고 조그만 눈이 놀라움과 두려움으로 휘둥그레진 것을 보았다. 웜테일도 자기 손이 한 일에, 그것이 무심결에 보여 준 눈곱만 한 자비심의 충동에, 해리만큼이나 충격을 받은 듯 했다. 그리고 그 약해진 순간을 만회하려는 듯이 계속해서 더욱 거세게 몸부림을 쳤다.

“그리고 이건 우리가 갖겠어.”

웜테일의 손에서 지팡이를 힘껏 잡아채며 론이 속삭였다.

지팡이를 빼앗기고 속수무책이 된 페티그루의 눈동자는 두려움으로 커졌다. 순간 그의 눈길이 해리의 얼굴을 떠나서 다른 곳으로 향했다. 그의 은으로 된 손가락들이 가차 없이 자기 자신의 목을 향하고 있엇던 것이다.

“안 돼.....”

해리는 앞뒤를 생각할 겨를도 없이, 그 손을 잡아당기려고 했다. 하지만 그것을 멈추기란 불가능 했다. 볼드모트가 그의 가장 겁이 많은 종에게 준, 은으로 된 그 연장은 지팡이를 빼앗긴 무능한 주인을 공격했다. 페티그루는 잠깐 동안 망설이며 연민을 느낀 것에 대한 대가를 치르고 잇엇던 것이다. 그는 그들의 눈앞에서 목이 졸려 죽어갔다.

“안 돼!”

론도 웜테일을 붙잡고 있던 손을 놓았다. 그리고 해리와 함께 힘을 합쳐서 웜테일의 목을 조르는 금속 손가락들을 떼어 내려고 용을 썻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 페티그루는 점점 창백해졌다.

“레라시오!”

론이 지팡이로 은 손을 가리키며 외쳤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마침내 페티그루는 털썩 무릎을 끓었고, 동시에 헤르미온느가 머리 위에서 소름 끼치는 비명을 내질렀다. 웜테일의 시뻘건 얼굴에서 눈동자가 휘딱 뒤집어 졌다. 그는 최후의 경련을 일으키더니 완전히 움직임을 멈추었다.

해리와 론은 서로를 마주 보았다. 그러고는 즉시 웜테일의 시신을 뒤쪽 바닥으로 옮겨 놓은 다름, 층계를 뛰어올라 응접실로 이어진 어두운 복도로 다시 들어섰다. 그들은 살짝 열려있는 응접실 문 앞에 이를 때까지, 조심스럽게 복도를 따라 살금살금 움직였다. 이제 벨라트릭스가 그립훅을 내려다보고 있는 광경이 선명하게 눈에 들어왔다. 그립훅은 그리핀도르의 칼을 기다란 손에 쥐고 있었다. 한편 헤르미온느는 벨라트릭스의 발치에 쓰러진 채 거의 움직이지 않고 있엇다.“

“어떠냐?”

벨라트릭스가 그립훅에게 물었다.

“그것이 진짜 칼이냐?”

해리는 칼로 찌르는 듯한 흉터의 통증과 싸우며 숨을 죽인채 기다렸다.

“아니요”

그립훅이 대답했다.

“가짜입니다.”

“확실하냐?”

벨라트릭스가 헐떡거리며 물었다.

“정말로 확실해?”

“예.”

도깨비가 대답했다.

별안간 그녀의 얼굴에 안도의 표정이 스치면서 모든 긴장이 싹 사라졌다.

“좋아.”

벨라트릭스는 지팡이를 아무렇지 않게 휙휙 휘둘러서 도깨비의 얼굴을 또 한 번 깊게 베어 버렸다. 도깨비는 비명을 지르며 그녀의 발밑에 푹 쓰러졌다. 그녀를 그를 옆으로 가차없이 걷어찼다.

“그러면, 이제..........”

벨라트릭스는 의기양양한 목소리로 말했다.

“어둠의 마왕님을 부르겠다.”

벨라트릭스는 소매를 걷어 올리더니 검지로 어둠의 표식을 만졌다.

즉시 해리의 흉터가 다시 쩍 갈라지는 듯이 느껴졌다. 그를 둘러싼 현실이 사라져 버렸다. 이제 그는 볼드모트가 되었고, 그의 앞에 잇는 피골이 상접한 마법사는 이빨이 몽땅 빠진 채 그를 비웃고 있었다. 볼드모트는 자신을 부르는 신호를 느끼고 몹시 분통이 터졌다. 이미 그들에게 경고했었다. 포터에 관한 일이 아니면 그를 부르지 말라고 명령했던 것이다. 만약 그들이 실수를 하는 거라면.............

“나를 죽여, 어서!”

노인이 다그쳤다.

“넌 이기지 못할 거야. 넌 이길 수 없어! 그 지팡이는 결코, 결코 네것이 될...........”

그 순간 볼드모트의 분노가 폭발했다. 초록 불빛이 분출하면서 감방을 가득 채웠고, 연약하고 늙은 몸뚱이는 딱딱한 침대에서 붕 들어 올려졌다가, 숨을 거둔 채로 곤두박질쳤다. 볼드모트는 다시 창문 쪽으로 향했다. 그의 분노가 걷잡을 수 없이 솟구쳤다...... 만약 이놈들이 합당한 사유없이 나를 불러들인 것이라면, 그에 대한 응징을 당할 것이다...........

“그리고 내 생각엔........”

벨라트릭스의 목소리가 들렸다.

“저 잡종은 그만 처분해도 될 것 같군. 그레이백, 원한다면 저 계집을 가져가시오.”

“안~~~~돼!”

갑자기 론이 응접실로 다짜고자 뛰어들었다. 벨라트릭스는 화들짝 놀라서 뒤를 돌아보았다. 그리고 론을 향해 정면으로 지팡이를 겨누었다.

“엑스펠리아르무스!”

론은 웜테일의 지팡이로 벨라트릭스를 가리키며 소리쳤다. 그녀의 지팡이가 공중으로 날아가더니, 론을 쫓아 뛰어 들어온 해리의 손에 잡혔다. 루시우스, 나시사, 드레이코, 그리고 그레이백은 우왕좌왕하며 날뛰엇다. 해리가 “스투페파이!” 하고 외치자, 루시우스 말포이가 벽난로 위로 쓰러졌다. 동시에 드레이코와 나시사, 그레이백의 지팡이에서 빛이 뿜어 나왔다. 해리는 저주를 피해서 재빨리 바닥으로 몸을 던져 소파 뒤로 굴러갔다.

“멈추지 않으면 이 계집은 끝장이야!”

해리가 숨을 헐떡이며 소파 너머로 주위를 둘러봤다. 벨라트릭스는 의식불명인 듯한 헤르미온느를 일으켜 세운 채, 은 단도를 헤르미온느의 목에 들이대고 있었다.

“네놈들의 지팡이를 내려놓아라.”

벨라트릭스가 속삭였다.

“내려놔! 그러지 않으면 이 계집의 피가 얼마나 더러운지 똑똑히 보게 될 거다!”

론은 웜테일의 지팡이를 움켜진 채 우뚝 서 있었다. 해리 역시 여전히 벨라트릭스의 지팡이를 손에 쥔 채 몸을 일으켰다.

“말했지, 내려놓으라고!”

벨라트릭스는 칼끝으로 헤르미온느의 목을 누르며 소리쳤다. 해리는 그녀의 목에 핏방울이 맺히는 것을 보았다.

“좋다!”

해리가 외쳤다. 그리고 벨라트릭스의 지팡이를 발밑의 바닥에 떨어뜨렸다. 론도 마찬가지로 웜테일의 지팡이를 떨어뜨렸다. 두 사람 모두 어깨 높이로 양손을 들었다.

“좋아!”

벨라트릭스가 곁눈질을 했다.

“드레이코, 저것들을 주워 와! 어둠의 마왕님이 오고 계신다. 해리 포터! 네놈이 죽을 날이 멀지 않았다!”

해리도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의 흉터는 지독한 통증으로 터질 것만 같았다. 그리고 볼드모트가 어둡고 사나운 바다를 건너, 먼 곳으로부터 하늘을 가로질러 날아오는 것을 느낄 수 잇었다. 머잖아 그는 순간이동으로 그들 앞에 나타날 수 있을 만큼 가까이 올 것이다. 해리는 더 이상 빠져나갈 방도를 찾을 수 없었다.

“이제.........”

드레이코가 황급히 지팡이들을 챙겨서 돌아오자, 벨라트릭스가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말했다.

“씨시, 그레이백이 잡종 계집을 처리하는 동안, 우리는 이 꼬마 영웅들을 다시 묶어야만 하겠어. 장담하건데 오늘 밤 당신이 한 일이 있으니, 어둠의 마왕님께서도 그 계집애를 당신에게 주는 걸 아까워하시지는 않을 거요, 그레이백.”

그녀의 마지막 말이 떨어진 순간, 머리 위에서 기묘하게 삐걱거리는 소리가 났다. 모두 위를 올려다보았고, 크리스털 샹들리에가 마구 떨리는 것을 발견했다. 곧이어 우지끈하는 소리와 함께 불길하게 절그렁거리는 소리가 나면서, 샹들리에가 떨어져 내리기 시작했다. 벨라트릭스는 바로 그 밑에 있었다. 그녀는 헤르미온느를 내던지고, 비명을 지르며 옆으로 몸을 날렸다. 샹들리에가 바닥에 부딪히며 산산조각이 났고, 크리스털과 사슬들이 폭발하듯 튀어 오르더니, 헤르미온느와 아직도 그리핀도르의 칼을 꼭 쥐고 있던 도깨비 위로 쏟아져 내렸다. 반짝거리는 크리스털 조각들이 사방으로 날아갓다. 드레이코는 피범벅이 된 얼굴을 양손으로 가린 채 몸을 숙이고 있었다.

론이 달려가서 헤르미온느를 그 잔해 속에서 끌어내는 동안, 해리는 재빨리 기회를 잡았다. 그는 안락의자를 뛰어넘어 드레이코의 손아귀에서 세 개의 지팡이를 강제로 빼았았다. 그리고 지팡이 세개를 모두 그레이백에게 겨누었다.

“스투페파이!”

늑대인간은 세 개의 지팡이에서 발사된 주문에 맞아 발이 들린 채로 붕 떠서 천장까지 날아오르더니, 바닥에 털썩 떨어졌다.

나시사는 아들 드레이코가 더 이상 해를 입지 않도록 끌어내고 있었고, 벨라트릭스는 벌떡 일어서더니 머리칼을 휘날리며 은 단도를 휘둘렀다. 나시사가 지팡이로 문가를 겨누었다.

“도비!”

나시사가 소리를 질렀고, 벨라트릭스 조차 동작을 멈췄다.

“너! 네 녀석이 샹들리에를 떨어뜨렸..........?”

조그만 집요정을 덜덜 떨리는 손가락으로 그의 옛날 여주인을 가리키며 방 안으로 종종 들어왔다.

“당신은 해리 포터를 해쳐서는 안 돼요.”

도비가 꽥꽥거리며 말했다.

“그놈을 죽여 버려, 씨시!”

벨라트릭스가 악을 썻다. 하지만 또다시 요란하게 펑 소리가 나더니, 나시사의 지팡이 역시 허공으로 날아가 방의 반대편에 떨어졌다.

“이 더러운 새끼 원숭이 놈이! 네가 감히 마녀의 지팡이를 가져가? 네놈이 감히 네 주인들을 무시해?”

벨라트릭스가 소리쳤다.

“도비에겐 주인이 없어요!”

집요정이 꽥꽥거렸다.

“도비는 자유로운 집요정이에요. 그리고 도비는 해리 포터와 그의 친구들을 구하러 온 거예요!”

해리는 흉터에서 전해지는 고통으로 눈앞이 흐려졌다. 그리고 어렴풋이 그들에게 때가 왔다는 것을, 볼드모트가 그들 앞에 나타나기 직전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론, 잡아...........그리고 떠나!”

해리는 지팡이 중 하나를 론에게 던지며 소리쳤다. 그리고 몸을 숙여서 그립훅을 샹들리에 밑에서 끌어냈다. 그는 여전히 칼을 꼭 쥐고 끙끙대는 도깨비를 한쪽 어깨에 들쳐 멘 채, 도비의 손을 꽉 쥐고 순간이동을 하기 위해 제자리에서 빙글 돌았다.

그가 어둠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순간, 응접실의 마지막 풍경이 힐끗 보였다. 새파랗게 질린 채 굳어버린 나시사와 드레이코의 모습, 붉은 선처럼 보이는 론의 머리카락, 날아오는 흐릿한 은빛 물체, 벨라트릭스의 단도가 방을 가로질러서 그가 사라지고 있는 지점을 향해 날아오고 있었다.

빌과 플뢰르의 집...........조개껍데기 오두막집...........빌과 플뢰르의 집...........

그는 어딘가 알 수 없는 곳으로 사라졌다. 그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오직 부디 자신을 그곳으로 데려가 주기를 바라면서 목적지의 이름을 되풀이해서 중얼거리는 것뿐이었다. 이마의 통증이 그를 꿰뜷었고, 도깨비의 무게가 그를 짓눌렀다. 그는 그리핀도르의 칼날이 등에 부딪히는 것을 느낄 수 잇었다. 그때 도비의 손이 그의 손안에서 갑자기 경련을 일으켰다. 그는 집요정이 그들을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기 위해서 힘을 쓰는 게 아닌가 생각했다. 그리고 손을 꽉 움켜쥐면서, 그가 함께 잇으니 괜찮다는 사실을 알려주려고 했다.

그때 그들은 단단한 땅에 부딪혔다. 짠 바닷내음이 맡아졌다. 해리는 도비의 손을 놓고 털썩 무릎을 끓으며 쓰러졌다. 그리고 그립훅을 바닥에 살며시 내려놓으려 했다.

“괜찮아요?”

도깨비가 몸을 꿈틀하자, 해리가 물었다. 하지만 그립훅은 그저 흐느낄 뿐이었다.

해리는 눈을 가늘게 뜨고 어둠속을 둘러보았다. 별이 총총한 드넓은 하늘 아래로 멀지 않은 곳에 오두막집 한 채가 있는 것 같았다. 해리는 오두막집 밖에서 뭔가 움직이를 걸 본 것 같았다.

“도비, 이게 조개껍데기 오두막집이니?”

해리가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그와 동시에 말포이에게 빼앗은 지팡이 두 개를 움켜쥐며, 만약의 경우에 대비해 싸울 준비를 했다.

“우리가 제대로 도착한 거야, 도비?”

해리가 돌아보았다. 조그만 집요정은 조금 떨어진 곳에 서 있었다.

“도비!”

집요정이 휘청거렸다. 별들이 그의 커다랗고 빛나는 눈 속에 비쳤다. 동시에 도비와 해리는 집요정의 헐떡이는 가슴에 은으로 된 칼자루가 꽂혀 잇는 것을 내려다보았다.

“도비.........안돼.........도와줘요!”

해리는 오두막집을 향해, 그곳에서 움직이고 잇는 사람들을 향해 소리쳤다.

“도와줘요!”

해리는 그들이 마법사인지 머글인지, 친구인지 적인지 알 수 없었지만, 전혀 개의치 않았다. 지금 그의 머릿속은 온통, 짙은 얼룩이 도비의 가슴 위로 퍼져가고 있다는 것, 그리고 도비가 애원하는 얼굴로 해리를 향해 가느다란 두 팔을 뻗었다는 생각뿐이었다. 해리는 도비를 붙잡아서 차가운 풀위에 비스듬히 뉘었다.

“도비, 안 돼, 죽지 마. 죽지 마......”

집요정의 눈이 그를 바라보았다. 그의 입술은 뭔가 말을 하려고 애를 쓰며 파르르 떨리고 있었다.

“해리...........포터......”

이윽고 집요정은 부르르 몸서리를 치더니 고요해졋다. 이제 더 이상 볼 수 없게 된 그의 두 눈은 별빛을 받아 반짝이는 커다란 유리 공에 지나지 않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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