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1장 (178/194)

제21 장 삼 형제 이야기.

해리는 고개를 돌려 론과 헤르미온느를 쳐다보았다. 두 사람 모두 제노필리우스가 무슨 말을 하는 것인지 도통 이해하지 못하는 듯한 표정이었다.

“죽음의 성물이라고요?”

“그렇다네.”

제노필리우스가 말을 이었다.

“자네들은 한 번도 그 말을 들어 본 적이 없단 말인가? 별로 놀라운 일은 아니군. 아주, 아주 극소수의 마법사만이 그걸 믿고 있으니까. 자네 형의 결혼식에 왔던 그 돌대가리 젊은 녀석이 그 증거지.”

그는 론을 향해 고개를 까닥했다.

“그 애송이는 내가 널리 알려진 어둠의 마법사의 상징을 자랑삼아 달고 다닌다고 날 비난했었지! 그 무식함이라니. 이 성물은 어둠의 마법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어. 적어도 원래 의미에 있어서는 말이야. 다만 같은 믿음을 가진 다른 사람들에게 자신의 믿음을 드러내는 수단으로 그 상징을 사용하는 것 뿐이지. 혹시 성물을 찾아 원정 중인 자에게 도움이 될까 해서 말이지.”

제노필리우스는 거디루트 차에 각설탕 대여섯 개를 넣고 휘젓더니 꿀꺽 들이켰다.

“죄송한데요. 전혀 알아듣질 못하겠어요.”

해리가 말했다. 그러고는 예의상 찻잔을 들어서 한 모금 마셨다가 토할 뻔 했다. 그건 마치 코딱지 맛 강낭콩 젤리를 녹여 놓은 것처럼 역겹기 짝이 없었다.

“그러니까 그걸 믿는 사람들은 죽음의 성물을 찾아다닌다는 말일세.”

제노필리우스는 거디루트 차의 맛을 음미하는 듯 쩝쩝 입맛을 다셨다.

“하지만 죽음의 성물이라는게 뭐죠?”

헤르미온느가 물었다.

제노필리우스는 다 마신 잔을 옆으로 내려놓았다.

“물론 ‘삼 형제 이야기’는 다들 잘 알고 있지?”

해리는 ‘아니요’라고 대답했다. 하지만 론과 헤르미온느는 동시에 ‘네’라고 말했다. 제노필리우스는 심각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런, 이런, 포터군. 이 모든 건 바로 ‘삼 형제 이야기’에서 부터 비롯되었지.......여기 어딘가 책이 한 권 있을 텐데.....”

제노필리우스는 막연하게 양피지와 책 더미가 쌓여있는 방안을 힐끗 둘러보았다. 그러자 헤르미온느가 얼른 나섰다.

“제게 한 권 있어요. 바로 여기 갖고 왔어요.”

헤르미온느는 조그만 구슬 백에서 <방랑시인 비들의 이야기>를 꺼냈다.

“원본이로군?”

제노필리우스가 날카롭게 물었다.헤르미온느가 고개를 끄덕이자 그가 말했다.

“이런, 그렇다면 아가씨가 이걸 큰 소리로 읽어 주지 않겠나? 우리 모두가 확실히 이해하는 데는 그게 제일 좋은 방법일 거야.”

“어.......좋아요.”

헤르미온느가 다소 자신 없는 목소리로 대답하고는 책을 펼쳤다. 해리는 페이지의 꼭대기에 지금 조사하고 있는 바로 그 상징이 찍혀 있는 걸 보았다. 헤르미온느는 조그맣게 헛기침을 하더니 큰 소리로 읽기 시작했다.

“옛날 옛적, 삼 형제가 해 질 녘에 으슥한 꼬부랑길을 걸어 가고 있었습니다.”

“우리 엄마는 항상 ‘한밤중’이라고 하셨는데.”

몸을 쭉 뻗고 팔을 머리 뒤로 하여 깍지를 낀 채 이야기를 듣고 있던 론이 말참견을 했다. 헤르미온느는 짜증스런 표정으로 그를 째려보았다.

“미안, 난 그저 한밤중인 게 더 무시무시할 것 같아서 그런거야!”

론이 변명했다.

“그래, 참 잘했구나. 정말이지 지금 우리 생활에서 부족한 게 공포심이니까 말이야.”

해리는 자신도 모르게 농담이 튀어나왔다. 하지만 제노필리우스는 별로 귀담아 듣는 것 같지 않았다. 그저 창문 밖으로 멍하니 하늘만 바라볼 뿐이었다.

“계속해, 헤르미온느”

“‘이윽고 형제들은 어느 강가에 도달했습니다. 강은 너무 깊어서 걸어서 건너갈 수도 없었고, 너무 위험해서 헤엄쳐 갈 수도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 형제들은 마법을 배운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들이 가볍게 지팡이를 흔들자, 사나운 강물 위로 다리가 나타났습니다. 다리를 반쯤 건넛을 때, 두건을 쓴 어떤이가 그들의 앞을 가로막았습니다. 죽음이 그들에게 말을 걸었습니다...”

“미안해. 하지만 죽음이 말을 걸었다고?”

해리가 끼어들었다.

“이건 동화야.해리!”

“그렇지. 미안해. 계속해”

“‘죽음이 그들에게 말을 걸었습니다. 죽음은 세 명의 새로운 희생자들이 용케 죽음을 면하게 된 것에 몹시 화가 났습니다. 여행자들은 대개 이 강에 빠져 목숨을 잃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죽음은 대단히 교활했습니다. 그는 세 형제의 마법을 칭찬하는 척 했습니다. 그리고 자신을 피해 갈 만큼 영리했으니, 그들 각자에게 상을 주겠노라고 말했습니다.

유달리 경쟁심이 강했던 첫째는 이 세상 어떤 지팡이보다도 더욱 강력한 힘을 지닌 지팡이를 달라고 했습니다. 어떤 결투에서도 항상 승리하는 지팡이, 죽음을 정복한 마법사에게 어울릴 만한 지팡이를 말입니다! 그리하여 죽음은 강둑에 서 있는 딱총나무로 다가가서 늘어진 가지를 꺽어 지팡이를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첫째에게 주었습니다.

한편 거만하기 짝이 없는 둘째는 죽음에게 더 큰 굴욕감을 안겨 줄 작정을 했습니다. 그래서 죽은 이들을 소생시킬수 있는 능력을 달라고 요구했습니다. 죽음은 강둑에 있는 돌맹이 하나를 집어서 돌째에게 주었습니다. 그리고 이 돌은 죽은 자들을 다시 불러올 수 잇는 힘을 갖게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제 죽음은 막내인 셋째에게 그대는 뭘 원하느냐고 물었습니다. 막내는 형제들 중에서 가장 겸손하고, 또한 지혜로웠습니다. 그러므로 그는 죽음을 믿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그는 죽음에게 추적을 당하지 않고 그곳을 벗어날수 있는 뭔가를 달라고 했습니다. 죽음은 몹시 마지못해하면서, 자신의 투명 망토를 넘겨주었습니다.‘“

“죽음이 투명 망토를 갖고 있었단 말이야?”

해리가 다시 끼어들었다.

“그래서 사람들 틈을 몰래 돌아다닐 수 있었던 거야.”

론이 얼른 말을 받았다.

“가끔 소맷자락을 펄럭이고 비명을 지르면서 사람들에게 달려드는게 지루해지면....미안, 헤르미온느”

“‘그런 다음 죽음은 옆으로 비켜서서 삼 형제가 길을 계속 가도록 허락했습니다. 그들은 방금 겪은 이 놀라운 모험과 신기한 죽음의 선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며 계속 길을 갔습니다. 머지않아 세 형제는 각자의 목적지를 향해 헤어졌습니다.

첫째는 일주일 이상 여행을 계속했습니다. 그리고 어느 먼 마을에 도착하자 결투를 할 마법사를 찾았습니다. 딱총나무 지팡이를 지닌 그는 당연히 결투에서 승리했습니다. 목숨을 잃고 마루에 쓰러진 적을 남겨 둔 채, 첫째는 어느 여관으로 들어갔습니다. 그리고 큰 소리로 자신이 죽음에게서 빼앗은 강력한 지팡이를 자랑하며, 천하무적이 되었노라고 떠들어 댔습니다.

바로 그날 밤에 또 다른 마법사가 술에 흠뻑 취해서 침대에 곯아떨어진 첫째에게 살금살금 다가갔습니다. 그 도둑은 지팡이를 훔친 다음, 첫째의 목을 깊숙이 베어 버렸습니다.

그리하여 죽음은 첫째를 차지했습니다.

한편 둘째는 혼자 살던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그리고 죽은자를 다시 불러올 수 있는 돌을 꺼내어 손안에서 세 번 돌렸습니다. 그러자 놀랍고 기쁘게도, 예전에 그가 결혼하고 싶어 했지만 때 이른 죽음을 맞았던 아가씨의 모습이 눈앞에 나타났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슬퍼 보이고 차가웠으며, 베일로 가로막혀 있었습니다. 비록 산 자들의 세계로 돌아왔지만, 진정으로 이 세계에 속한 것이 아니엇기에 고통스러워했습니다. 마침내 둘째는 채울수 없는 갈망에 미쳐서, 진정으로 그녀와 하나가 되기 위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그리하여 죽음은 둘째를 차지했습니다.

죽음은 몇 해 동안이나 셋째를 찾아다녔습니다. 하지만 그는 결코 눈에 띄지 않았습니다. 굉장히 나이를 많이 먹었을때, 셋째는 비로소 투명 망토를 벗고 그것을 아들에게 주었습니다. 그런 다음 죽음을 오랜 친구로 맞아들였습니다. 그리고 기꺼이 죽음과 함께 갔습니다. 그리하여 둘은 나란히 이 세상을 떠났습니다.‘“

헤르미온느가 책을 덮었다. 제노필리우스는 조금 지나서야 그녀가 책을 다 읽었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 같았다. 그는 창문에서 시선을 떼더니 입을 열었다.

“그래, 그렇게 된 거지.”

“뭐라고요?”

헤르미온느가 영문을 알 수 없다는 듯이 물었다.

“그것들이 바로 죽음의 성물이란 말이야.”

제노필리우스가 설명했다. 그러고는 바로 옆에 있는, 물건이 잔뜩 쌓인 탁자에서 깃펜을 집어 들었다. 그리고 책들 사이에서 찢어진 양피지 조각을 잡아당겼다.

“딱총나무 지팡이.”

그는 양피지 위에 직선 하나를 수직으로 그렸다.

“부활의 돌”

그는 그 선의 중간을 지나는 원을 그려 넣었다.

“투명 망토”

마지막으로 직선과 원을 에워싸는 삼각형을 그렸다. 그러자 그토록 헤르미온느의 호기심을 끌었던 그 상징이 완성되었다.

“이 모두를 합해서 죽음의 성물이라고 하지.”

제노필리우스가 말을 맺었다.

“하지만 이 이야기에는 ‘죽음의 성물’이란 말은 전혀 나오지 않는데요.”

헤르미온느가 말했다.

“물론 안 나오지.”

제노필리우스가 밉살스러울 정도로 점잔을 빼며 대답했다.

“이건 아이들을 위한 이야기란다. 교훈을 주기보다는 재미를 주기 위한 것이지. 하지만 이 문제를 이해하는 우리 같은 사람들은 이 옛날이야기가 바로 그 세가지 물건, 즉 성물에 대해 말하고 있다는 걸 금방 알아차린다고. 그 세 가지 성물이 합쳐지게 되면 그 소유자는 죽음의 지배자가 될 수 있어.”

잠깐 동안 침묵이 흘렀다. 제노필리우스는 다시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태양은 이미 낮게 기울어 있었다.

“루나가 어서 플림피를 넉넉히 잡아와야 할텐데.”

제노필리우스가 중얼거렸다.

“‘죽음의 지배자’라고 말씀하셨는데요.”

론이 다시 말을 꺼냈다.

“지배자지”

제노필리우스가 가볍게 한 손을 흔들며 말했다.

“정복자, 승리자. 뭐든 자네들 마음대로 부르게나.”

“그렇다면.........”

헤르미온느가 머뭇거렸다. 해리는 그녀가 조금이라도 의심하는 말투로 들리지 않게 하려고 애를 쓰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이 세 가지 물건이........그러니까 성물이 진짜로 있다고 믿으세요?”

제노필리우스는 다시 눈썹을 치켜세웠다.

“당연하지.”

“하지만....”

헤르미온느 다시 입을 열었다. 해리는 그녀의 자제력이 무너지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도대체 어떻게 그런 걸 믿으실 수가....?”

“젊은 아가씨, 난 루나에게 자네에 대한 이야기를 전부 들었어.”

제노필리우스가 말했다.

“아가씨는 바보는 아닌 것 같은데. 하지만 답답할 만큼 꽉 막혔군. 편협하고 생각이 좁아.”

“헤르미온느, 어쩌면 넌 저 머리장식을 한번 써 봐야겠는걸.”

론이 우스꽝스런 머리장식을 향해 고갯짓을 하며 말했다. 그의 목소리는 터져 나오는 웃을을 참느라 파르르 떨리고 있었다.

“러브굿 씨.”

헤르미온느가 다시 입을 열었다.

“투명 망토 같은 물건이 있다는 건 우리도 다 알아요. 극히 드물지만 있긴 있죠. 하지만...”

“아, 하지만 세 번째 성물은 진짜 투명 망토일세. 그레인저양!. 그러니까 투영 마법이나 현혹 주문에 걸린 여행용 망토라든가. 데미가이즈(위험에 처했을 때 몸을 투명하게 만들 수 있는 초식동물.<신비한 동물 사전>참조:역주)의 털로 짠 망토따위가 아니란 말이야. 그런 것들은 처음에는 몸을 숨겨주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흐려져서 나중에는 불투명하게 변해버리지. 하지만 우린 지금, 그걸 입으면 진짜 완전히 안 보이게 되는 그런 망토를 말하고 있단 말이야. 아무리 세월이 가도 변하지 않고 어떤 주문을 쓰더라도 결코 꿰뜷어 볼 수 없는 보호막을 제공하는 그런 망토 말일세. 자네는 그런 걸 한 번이라도 본적이 있나, 그레인저 양?”

헤르미온느는 뭔가 대답을 하려다가 다시 입을 다물었다. 그녀의 얼굴의 전보다 더 혼란스러운 표정이었다. 그녀와 해리, 론은 서로 눈길을 주고받았다. 해리는 그들 모두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너무나 우연히도 제노필리우스가 방금 묘사한 것과 정확히 일치하는 망토가 바로 그 순간 그 방 안에 그들과 함께 있엇던 것이다.

“당연히.”

제노필리우스는 마치 합리적인 주장으로 그들 세 사람의 말문을 막아 버린듯이 의기양양하게 말을 이었다.

“자네들은 아무도 그런 걸 본 적이 없겠지. 아마 그 망토의 소유자는 어마어마한 부자일 걸세. 왜 안 그렇겠나?”

그는 다시 창밖을 힐끗 내려다 보았다. 하늘은 이제 희미한 핑크빛으로 물들고 있었다.

“좋아요”

헤르미온느가 약간 당황해서 말했다.

“투명 망토는 존재한다고 치죠. 하지만 그 돌은요? 소위 부활의 돌이라고 부르는 그건요?”

“그게 뭐 어떻다는 거지?”

“그게 어떻게 실제로 있을 수 있죠?”

“그럼 없다는 걸 증명해 보게나.”

헤르미온느가 발끈했다.

“하지만 그런 대답은.........죄송해요. 하지만 그런 대답은 정말이지 완전 엉터리에요! 제가 어떻게 그게 존재하지 않는 다는 걸 증명할 수 있겠어요? 저더러 세상의 모든 돌멩이를 가져다가 하나씩 실험이라도 해 보라는 건가요? 그러니까 아저씨는 아무도 그게 없다는 걸 증명할 수 없다는 게 유일한 믿음의 근거일 때, 어떤 것이든 존재한다고 주장할 수 있다는 말씀이로군요!”

“그래, 그렇지.”

제노필리우스가 말했다.

“자네가 조금씩 마음을 열어 가는 걸 보니 흐뭇하군”

“그렇다면 그 딱총나무 지팡이 말인데요.”

헤르미온느가 다시 반격을 시작하기 전에, 해리가 재빨리 끼어들었다.

“그 지팡이도 진짜 있다고 생각하세요?”

“오, 그 지팡이의 경우에는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증거들이 있지.”

제노필리우스가 말했다.

“딱총나무 지팡이는 가장 쉽게 추적이 되는 성물이거든. 그 지팡이가 손에서 손으로 전혀지는 방식 때문에 그렇지.”

“그 방식이 뭔데요?”

해리가 물었다.

“그 방식이란 그 지팡이의 소유자가 진정한 주인이 되려면, 반드시 이전 소유자로부터 그걸 빼앗아야만 한다는 거야.”

제노필리우스가 말했다.

“사악한 자 에머릭을 죽인 후에, 그 지팡이가 어떻게 악명 높은자 에그베르트의 손에 들어갔는지에 대해서는 분명 들어 본 적이 있겠지? 고데롯이 어떻게 아들 히어워드에게 지팡이를 빼앗긴 후에 바로 자신의 지하실에서 죽었는지에 대해서도? 그 무시무시한 로지어스가 바르나바 데버릴을 죽이고 지팡이를 빼앗앗단 이야기도? 딱총나무 지팡이의 피비린내 나는 자취는 마법 역사의 곳곳에 흩어져 있단 말이다.”

해리는 헤르미온느를 힐끗 곁눈질했다. 그녀는 눈살을 찌푸리며 제노필리우스를 못마땅하게 쳐다보고 있었지만, 아무런 반박도 하지 못했다.

“그럼 지금은 그 딱총나무 지팡이가 어디 있다고 생각하세요?”

론이 물었다.

“유감스럽지만, 그걸 누가 알겠니?”

제노필리우스는 창밖을 내다보며 말했다.

“딱총나무 지팡이가 어디에 숨겨져 있는지 어느 누가 알겠느냐? 그 흔적은 아르쿠스와 리비우스에서 끝나 버렷어. 그들 중에서 어느 쪽이 진짜로 로지어스를 이기고 그 지팡이를 가져갔는지 어느 누가 말할 수 있겠느냐? 그리고 그들을 이긴 사람이 누군지 또 누가 말할 수 있단 말이냐? 아, 안타깝게도 역사는 말이 없구나.”

잠시 침묵이 흘렀다. 마침내 헤르미온느가 딱딱한 어조로 물었다.

“그렇다면 러브굿 씨, 피브렐 가문은 죽음의 성물과 아무런 관련도 없는 건가요?”

순간 제노필리우스는 깜짝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 해리 역시 기억 속에서 뭔가가 떠올랐다. 하지만 도무지 그 이름을 어디서 들었는지 생각이 나질 않았다. 피브렐...전에 그 이름을 들었는데.......

“이제 보니 날 계속 속여 왔군. 젊은 아가씨!”

제노필리우스는 의자에서 몸을 좀 더 꼿꼿이 일으켜 세우더니, 눈을 크게 뜨고 헤르미온느를 쳐다보며 말했다.

“난 자네들이 성물 원정에 대해 완전 초짜들인 줄만 알았는데! 우리 원정자들 중 많은 이들은 피브렐 가문이 그 모든걸 갖고 있다고 믿지. 그 성물과 관계된 모든 걸 말이야! 모두다!”

“피브렐 가문이 누구지?”

론이 물었다.

“고드릭 골짜기에서 저 상징이 새겨진 무덤에 그 이름이 있었어.”

헤르미온느가 여전히 제노필리우스에게서 눈을 떼지 않은채 설명했다.

“이그노투스 피브렐.”

“바로 그거야!”

제노필리우스가 아는 척하며 집게 손가락을 들어올렸다.

“이그노투스의 무덤 위에 새겨진 죽음의 성물의 상징이 결정적인 증거라고!”

“뭐에 대한 증거라는 거죠?”

론이 물었다.

“그러니까 그 이야기에 나오는 삼형제는 사실상 피브렐 삼형제였던 거야. 안티오크, 카드모스, 그리고 이그노투스 말이야! 그들이 그 성물의 최초 소유자들이었던 거야!”

제노필리우스는 또다시 창밖을 살피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 쟁반을 집어 들더니 나선형 계단을 향해 걸어갔다.

“자네들은 저녁 식사 때까지 있을 건가?”

제노필리우스가 또다시 아래층 계단으로 모습을 감추며 물었다.

“모든 사람들이 항상 민물 플림피 수프를 어떻게 만들었느냐며 우리 집 요리법을 묻는단 말이야.”

“아마 성 뭉고 병원의 마법약 부서에 보여 주려고 그랬을걸.”

론이 안들리게 소곤거렸다.

해리는 제노필리우스가 아래층 부엌에서 움직이는 소리가 들릴 때 까지 잠시 기다렸다가 비로소 입을 열었다.

“네 생각은 어때?”

해리가 헤르미온느에게 물었다.

“오, 해리!”

헤르미온느가 피곤한 어조로 말했다.

“이건 순전히 헛소리일 뿐이야. 그 상징이 정말로 그런 뜻일리가 없어. 러브굿 씨가 그 상징에 대해서 엉뚱하게 해석한게 분명해. 완전 시간 낭비라고.”

“우리에게 크럼플 혼드 스놀캑스를 가져다준 사람이 바로 러브굿 씨 아니었어?”

론이 빈정거렸다.

“그럼 너도 이 말을 안 믿는 거니?”

해리가 론에게 물었다.

“물론이지. 그 이야기는 그냥 아이들에게 교훈을 가르쳐 주기 위해서 들려주는 것들 중 하나일 뿐이라고, 안 그래? ‘말썽거리를 찾아다니지 마라. 싸움에 끼어들지 말고, 건드리지 않는 게 상책인 물건을 가지고 다니면서 괜한 문제를 일으키지마라. 그냥 고개를 푹 숙인 채 네 일에나 신경 써라. 그럼 무사할 것이다.’ 그걸 한번 생각해 봐”

론이 한마디 덧붙였다.

“어쩌면 그 이야기는 왜 딱총나무 지팡이들이 불길한 것으로 여져지는지에 대한 설명인지도 몰라.”

“그게 무슨 소리야?”

“숱한 미신들 중에 하나잖아, 안 그래? 5월에 태어난 마녀는 머글과 결혼한다. 해 질 녘에 건 주문은 자정에 풀린다. 딱총나무 지팡이는 결코 성공할 수 없다. 너도 그런 말들을 들어 봤을 텐데. 우리 엄마는 그런 미신을 환히 꿰고 있어.”

“해리와 나는 머글들 틈에서 자랐잖아.”

헤르미온느가 다시 한 번 론을 일깨워 주었다.

“우린 전혀 다른 미신들을 배우고 자랐어.”

그때 부엌 쪽에서 상당히 매운 냄새가 풍겨 나오자. 헤르미온느가 크게 한숨을 쉬었다. 그녀가 제노필리우스에 대해 단단히 짜증이 나는 바람에 한 가지 좋은 점은, 론에게 화를 내는 걸 까맣게 잊어버렸다는 것이었다.

“네 말이 맞는 것 같아.”

헤르미온느가 론에게 말했다.

“이건 그냥 교훈적인 이야기야. 어떤 선물이 가장 훌륭한지. 어떤 것을 선택해야 할지가 분명하잖아.”

동시에 세 사람의 입에서 대답이 튀어나왔다. 하지만 ‘투명망토’라고 대답한 사람은 헤르미온느, ‘지팡이’는 론, 그리고 ‘돌’은 해리였다.

세사람은 놀랍기도 하고 재밌기도 하다는 표정으로 서로 얼굴을 마주 보았다.

“당연히 너는 투명 망토라고 말할 줄 알았어.”

론이 헤르미온느에게 말했다.

“하지만 만약 지팡이가 있다면 굳이 투명 망토를 쓸 필요가 없잖아. 그건 무적의 지팡이란 말이야, 헤르미온느!”

“게다가 우리에겐 이미 투명 망토가 있잖아”

해리가 한 마디 거들었다.

“혹시 너희가 모를까 봐 하는 소리인데, 그래서 그게 우리에게 얼마나 많은 도움이 되는데!”

헤르미온느가 쏘아붙였다.

“반면 그 지팡이는 말썽만 불러일으킬 게 뻔해.”

“그건 그 지팡이에 대해서 마구 나발을 불고 다녔을 경우에만 그렇지.”

론이 지지 않고 반박했다.

“그건 지팡이를 가진 사람이 천하의 멍청이라서 그걸 머리위로 휘두르면서 사방팔방 설치고 다녔을 때에나 그런거야! ‘난 무적의 지팡이를 갖고 잇지롱. 어디 자신있으면 이리와 한번 덤벼봐!’ 이런 식으로 노래를 부르면서 말이야 그러니까 입만 꼭 다물고 있으면......”

“맞아, 하지만 과연 네가 입을 다물고 있을 수 있을까?”

헤르미온느가 몹시 의심스런 표정으로 말했다.

“러브굿 씨가 우리에게 말해 준 단 한가지 진실은, 지난 수 백년 동안 초강력 지팡이에 대한 이야기들이 떠돌았다는 것 뿐이야.”

“그런 이야기가 있었어?”

해리가 물었다.

그러자 헤르미온느는 짜증스런 표정을 지었다. 그 표정이 어찌나 사랑스러울 만큼 친숙하게 느껴지던지, 해리와 론은 서로 마주 보며 씩 웃었다.

“그것들은 지난 수 세기 동안 죽음의 지팡이니 운명의 지팡이니 하는 여러 가지 이름을 가지고 출현하곤 했어. 대개는 그런 지팡이를 가졌다고 허풍을 떠는 어둠의 마법사가 소유한 것들이었지. 빈스 교수님이 그런 지팡이들에 대해서 언급한 적이 있는데, 오. 그런 전부 말도 안되는 소리야. 지팡이는 오직 그걸 사용하는 마법사의 능력만큼의 힘만 발휘하게 되어 있다고. 그저 일부 마법사들이 자기 지팡이가 다른 사람들 것 보다 더 크다느니, 더 훌륭하다느니 하고 허풍 치길 좋아하는 거라고.”

“하지만 네가 어떻게 알아?”

해리가 말했다.

“이 지팡이들, 그러니까 죽음의 지팡이나 운명의 지팡이 같은 것들이 똑같은 지팡이가 아니라고 말이야. 다른 이름을 가지고 몇 세기 동안 등장한 게 아닐까?”

“뭔라고? 그럼 그게 전부 다 죽음이 만든 딱총나무 지팡이란 말이야?”

론이 말했다.

그때 해리가 큰 소리로 웃음을 터트렸다. 문득 이상한 생각이 떠올랐는데, 그게 너무 황당했던 것이다. 볼드모트가 하늘을 가로질러 그를 추격해 왔던 그날 밤에 그의 지팡이가 뭘 어떻게 했든 간에, 그것은 딱총나무가 아니라 서양호랑가시나무로 만들어졌다. 그리고 그걸 만든 사람은 올리밴더였다. 해리는 이 사실을 스스로에게 일깨웠다. 게다가 만약 그것이 무적의 지팡이 였다면, 어떻게 부러질 수가 있엇겟는가?

“그런데 넌 왜 돌을 선택한거야?”

론이 해리에게 물었다.

“어, 그러니까, 만약 죽은 사람을 다시 불러올 수 있다면, 시리우스랑......매드아이랑.....덤블도어 교수님.........우리 부모님도 불러올 수 있잖아....”

이번에는 론도 헤르미온느도 웃지 않았다.

“하지만 <방랑시인 비들의 이야기>에 따르면 그들은 다시 불려 오는 걸 원하지 않을 거야. 안 그래?”

해리는 방금 그들이 들은 이야기를 곰곰이 생각하며 말했다.

“내 생각에는 죽은 자들을 되살릴 수 있는 돌에 관해서는 다른 이야기들이 별로 없는 것 같아, 안 그래?”

해리가 헤르미온느에게 물었다.

“맞아.”

헤르미온느가 유감스러운 듯이 대답했다.

“러브굿 씨 이외에는 이 세상 어느 누구도 그런 게 가능하다는 망상에 빠지진 않을거야. 비들은 아마 마법사의 돌에서 그 아이디어를 가져온 것 같아. 너희도 알다시피, 영생을 주는 돌 대신 죽음을 되돌리는 돌이라고 바꿔서”

부엌에서 풍기는 냄새가 점점 더 지독해지고 있었다. 마치 팬티라도 태우고 잇는 듯한 냄새였다. 해리는 제노필리우스가 무슨 요리를 해 오든, 과연 그의 기분을 상하게 하지 않을 만큼 먹는 시늉이라도 할 수 잇을지 의심스러웠다.

“하지만 투명 망토에 대해서는 뭐라고 할 건데?”

론이 천천히 말을 이었다.

“너도 그의 말이 옮다는 걸 알잖아? 나는 해리의 투명 망토에, 그리고 그게 얼마나 훌륭한지에 너무 익숙해져 있어서 한번도 제대로 생각해 보질 않았어. 하지만 난 해리의 망토 같은 그런 물건 얘기는 평생 들어 본 적이 없어. 그건 절대 실패하지 않잖아. 그걸 쓰고 있을 때 우린 결코 눈에 뜨인 적이 없......”

“당연히 없지. 우리가 그걸 쓰고 잇으면 눈에 안 보이게 되니까 말이야. 론!”

“하지만 러브굿 씨가 다른 망토들에 대해서 말한 내용들은 말이야. 꼭 정확한 건 아니지만, 그래도 거의 사실이야! 지금까진 그런 생각을 못했는데, 언젠가 오래되면 마법이 사라지는 망토라든가, 주문에 맞아 찢어져서 구멍이 난 망토에 대힌 이야기들을 들은 적이 있어. 해리의 투명 망토는 원래 해리 아버지가 갖고 계셨던 거야. 그러니까 꼭 새것은 아니잖아. 하지만 이건 정말이지..완벽해!”

“그래, 좋아. 하지만, 론. 그 돌은.....”

두 사람이 소곤거리며 아웅다웅 입씨름을 하고 있을 때, 해리는 건성으로 그 말을 흘려들으며 방 안을 왔다갔다 하고 있었다. 그리고 나선형 계단 앞에 이르렀을때, 무심코 눈을 들어 위층을 올려다보고는 당장 눈길을 빼앗기고 말았다. 바로 그의 얼굴이 그 방 천장에서 그를 빤히 바라보고 있었던 것이다.

잠깐 동안 어리둥절하던 해리는 그것이 거울이 아니라 그림이란 사실을 깨달았다. 그리고 호기심에 이끌려 계단을 올라가기 시작했다.

“해리, 너 뭐하는 거야? 러브굿 씨가 여기 안 계신데, 그렇게 마구 돌아다니면 안되잖아!”

하지만 해리는 이미 위층에 올라가 버렸다.

루나는 다섯 명의 얼굴을 멋지게 그려서 침실 천장을 장식해 놓고 있었다. 바로 해리와 론, 헤르미온느, 지니 그리고 네빌의 얼굴이었다. 그것들은 호그와트의 초상화들이 움직이듯 움직일 수는 없었지만, 마찬가지로, 어떤 마법에 걸려 있었다. 해리는 그 그림들이 숨을 쉬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림들의 둘레에는 마치 황금 사슬처럼 보이는 것이 빙 둘러져 있어서, 그것들을 하나로 연결해 주고 있었다. 하지만 1분정도 자세히 살펴보니, 그 사슬들은 사실상 황금색 잉크로 한 단어를 수천 번 되풀이해서 써 놓은 것임을 알 수 있었다. 친구들...친구들.....친구들....

해리는 불현듯 루나에 대한 애정이 왈칵 치솟는 걸 느꼇다.

그는 방안을 둘러보았다. 침대 옆에는 어린 루나와, 그녀와 무척이나 닮은 한 부인을 찍은 커다란 사진이 놓여 있었다. 두 사람은 서로 꼭 껴안고 있었다. 사진 속의 루나는, 해리가 지금까지 보아 왔던 루나의 그 어떤 모습보다 훨씬 더 매무새가 단정해 보였다. 사진에는 뽀얗게 먼지가 앉아 있었다. 그걸 보자 문득 이상한 생각이 든 해리는 주위를 좀 더 자세히 살펴 보았다.

뭔가가 이상했다. 연한 푸른색 카펫 역시 두껍게 먼지가 앉아 있었고, 문이 조금 열려 있는 옷장은 텅 비어 있었다. 침대는 마치 지난 몇 주일 동안 아무도 자지 않은 듯, 차갑고 냉랭해 보였다. 제일 가까운 창문에는, 피처럼 붉은 하늘을 가로질러 거미줄 하나가 길게 매달려 있었다.

“무슨 일이야?”

해리가 계단을 내려오자, 헤르미온느가 물었다. 하지만 그가 대답도 하기 전에, 제노필리우스가 부엌에서 나와 계단 위로 올라왔다. 그는 두 손에 그릇이 담긴 쟁반을 들고 있었다.

“러브굿 씨. 루나는 어디 있죠?”

해리가 물었다.

“뭐라고?”

“루나는 어디 있어요?”

제노필리우스는 계단 꼭대기에 우뚝 멈춰 섰다.

“버......벌써 말했잖니. 루나는 플림피를 잡으려 바컴 다리에 갔다고 말이야.”

“그런데 어째서 그 쟁반에는 네 사람분의 식사만 가져오셨죠?”

제노필리우스는 대답을 하려고 애를 썻지만,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들리는 소리라고는, 끊임없이 찰칵거리는 인쇄기 소리와 덜덜 떨리는 제노필리우스의 손에 들린 쟁반이 달그락거리는 소리뿐이었다.

“제 생각에 루나는 몇 주 동안 계속 여기 없었던 것 같은데요.”

해리가 말했다.

“루나의 옷가지도 없고, 침대에는 아무도 잠을 잔 흔적이 없어요. 루나는 어디 있죠? 왜 자꾸 창밖을 내다보시는 거에요?”

제노필리우스가 그만 쟁반을 떨어뜨렷다. 그릇들이 부딪히면서 와장창 깨져 버렸다. 해리와 론, 헤르미온느는 재빨리 지팡이를 뽑아 들었다. 제노필리우스는 호주머니에 손을 집어넣으려고 하다가. 그대로 얼어붙고 말았다. 바로 그 순간에 인쇄기가 꽝 하고 요란한 소리를 내더니,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이러쿵 저러쿵>이 식탁보 밑에서 나와 마루 위로 쏟아져 내렸다. 이윽고 인쇄기는 조용해졌다.

헤르미온느가 여전히 지팡이로 제노필리우스를 겨냥한 채, 허리를 숙여서 잠지 한 부를 집어 들었다.

“해리, 이것 좀 봐.”

해리가 그 어수선한 난장판 속을 헤치며, 최대한 빨리 헤르미온느에게 성큼성큼 다가갔다.<이러쿵 저러쿵>의 1면에는 그의 사진이 실려 있엇고, ‘기피대상자 1호’라는 제목과 함께 포상금이 적혀 있었다.

“<이러쿵 저러쿵>이 새로운 시각을 갖게 되었나 보군요?”

해리가 차갑게 말했다. 그의 머리는 빠르게 회전하고 있었다.

“러브굿 씨, 아까 정원으로 들어갔을 때, 바로 그 일을 하고 계셧나요? 마법부로 부엉이를 보내는 일?”

제노필리우스가 초조하게 입술을 햝았다.

“그자들이 우리 루나를 데려갔어”

그가 중얼거렸다.

“내가 쓰고 있는 기사들 때문이야. 그자들이 우리 루나를 데려갔고. 난 그 아이가 어디 있는지. 그자들이 그 아이에게 무슨 짓을 했는지도 몰라. 하지만 그자들이 루나를 돌려줄지도 몰라.만약 내가.....내가.....”

“해리를 넘겨준다면 말이죠?”

헤르미온느가 대신 말을 끝내 주었다.

“그건 안 되지. 어서 비켜요. 우린 떠날 거예요.”

론이 냉담하게 말했다.

제노필리우스는 완전히 얼이 빠진 표정이었다. 갑자기 백 살은 되어 보였다. 그는 입꼬리가 올라가면서 무시무시한 눈초리를 했다.

“조만간 그자들이 여기로 올거야. 난 반드시 루나를 구해야 만 해. 루나를 잃을 수는 없어. 너희는 절대 못 떠나.”

제노필리우스는 두 팔을 벌리고서 계단을 막아섰다. 해리는 갑자기 아기 침대 앞에서 똑같은 행동을 햇던 어머니의 모습이 떠올랐다.

“아저씨를 다치게 하고 싶지 않아요. 어서 비켜 주세요.”

해리가 말했다.

“해리!”

헤르미온느가 다급하게 비명을 질렀다.

빗자루를 탄 사람 몇 명이 창문 앞을 휙 지나갔다. 그들 세 사람이 잠시 시선을 돌리는 순간, 제노필리우스가 지팡이를 뽑았다. 하지만 때마침 해리가 자신들의 실수를 알아차렸다. 그가 헤르미온느와 론을 사정거리 밖으로 밀쳐 내면서 옆으로 몸을 날리는 순간, 제노필리우스의 기절 마법이 방안을 가로질러 날아오더니 에럼펀트의 뿔을 맞혔다.

뒤이어 어마어마한 폭발이 일어났다. 그 소리만 들으면, 방이 완전히 무너져 내리는 것 같았다. 나뭇조각과 종잇조각, 벽돌 조각들이 사방으로 튀었다. 그와 더불어 한 치 앞을 볼 수 없는 하얀 먼지구름들이 두껍게 일었다. 붕 하고 허공으로 날아간 해리는 바닥에 그대로 내동댕이쳐졌다. 파편들이 두 팔로 머리를 감싼 그의 위로 비처럼 쏟아졌고, 해리는 아무것도 볼 수 없었다. 헤르미온느의 비명소리와 론의 고함소리, 그리고 쿵 하는 기분나쁜 금속성의 충돌 소리가 연달아 들렸다. 그 소리를 듣고 해리는, 폭발로 날아간 제노필리우스가 나선형 계단 밑으로 굴러 떨어졌다는 걸 짐작했다.

해리는 잔해 더미에 반쯤 파묻힌 채, 다시 일어서려고 애를 썼다. 먼지 때문에 제대로 숨을 쉴수도 눈을 뜰 수도 없었다. 천장이 절반쯤 무너져 내리고, 루나의 침대 모서리가 뻥 뜷린 구멍 밖으로 걸쳐져 있었다. 얼굴 반쪽이 날아가 버린 로웨나 래번클로의 흉상이 해리 옆에서 나뒹굴고 있었고, 갈기갈기 찢긴 양피지 조각들이 공중에 휘날리고 있었다. 인쇄기는 옆으로 거의 쓰러진 채, 부엌으로 내려가는 계단 입구를 막고 있었다. 그때 또 다른 하얀 형상이 가까이 다가왔다. 그리고 또 하나의 흉상처럼 뽀얗게 먼지를 뒤집어쓴 헤르미온느가 입술에 손가락을 대고 조용히 하라는 신호를 보냈다.

아래층 현관문이 우당탕 요란하게 열렸다.

“트래버스, 서두를 필요가 없다고 말하지 않았나?”

거친 목소리가 말했다.

“이 미치광이가 평소처럼 그냥 헛소리를 지껄이는 거라고 말했잖아?”

이윽고 쾅 하는 소리와 함께, 제노필리우스가 고통에 못이겨 절규하는 소리가 들렸다.

“아니......아닙니다......위층에 포터가........”

“러브굿, 내가 지난주에 분명히 말했지. 아주 확실한 정보가 아니면 우린 다시 오지 않을 거라고 말이야! 지난주 기억나나? 그땐 네놈이 저 한심하고 끔찍한 머리장식과 네 딸년을 교환하고 싶다고 했잖아! 그리고 바로 그 전주에는......”

또다시 쾅 하는 소리에 뒤이어 끽끽거리는 비명 소리가 났다.

“네놈이 크럼플(쾅) 헤디드(쾅) 스놀캑스가 존재한다는 증거를 제시하면 우리가 딸년을 돌려줄 거라고 생각했엇지?”

“아니, 아닙니다........제발 부탁입니다.”

제노필리우스가 흐느끼며 말했다.

“이번에는 진짜 포터입니다. 정말이라고요!”

“그런데 이번에는 단지 우릴 여기로 불러 놓고 한 방에 날려 버릴 수작이었다 이거지!”

죽음을 먹는 자가 으르렁거렸다. 그리고 불꽃이 일제히 발사되는 소리가 들리면서 간간히 제노필리우스의 처절한 비명 소리가 터져나왔다.

“셀윈, 이집은 당장이라도 무너질 것 같군”

냉정한 어조의 또 다른 목소리가 무너진 계단을 통해 들려왓다.

“계단이 완전히 막혀 버렸어. 저걸 치울 수 잇을까? 어쩌면 집 전체가 무너져 버릴지도 모르겠는걸.”

“이 더러운 거짓말쟁이 놈아!”

셀윈이라고 불린 마법사가 버럭버럭 소리를 질렀다.

“네놈은 평생 한 번도 포터를 본적이 없지! 안그래? 우릴 이곳으로 유인해서 없애 버리려는 수작이었어! 이런 식으로 딸년을 되찾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나?”

“맹세해요.......맹세합니다..... 포터가 위층에 있다니까요!”

“호메눔 레벨리오”

계단 밑에서 그 목소리가 중얼거렸다.

순간 해리는 헤르미온느가 놀라서 헉하고 숨을 멈추는 소리를 들었다. 뒤이어 뭔가가 내려와 와락 덮치더니 그의 몸이 그 그림자 속에 푹 잠기는 듯한 이상야릇한 기분이 들었다.

“셀위. 저위에 분명히 누군가 있긴 있어.”

도 다른 남자가 날카롭게 말했다.

“포터입니다. 제가 말씀드렸잖아요. 포터라니까요!”

제노필리우스가 흐느꼇다.

“제발.......제발......루나를 돌려주십시오. 제게 루나만 돌려주십시오...”

“러브굿, 네놈이 이 계단을 올라가서 해리 포터를 내 앞으로 끌고오기만 한다면, 네 어린 딸년을 돌려줄 수도 있지.”

셀윈이 말했다.

“하지만 만약 이게 어떤 음모거나 속임수라면, 저 위에서 공범이 우릴 기습하기 위해서 기다리고 있는 거라면, 그땐 네놈이 장례식이나 치를 수 있게 네 딸년의 일부를 남겨줄지 말지나 생각해 보겠어.”

그러자 제노필리우스는 두려움과 절망에 사로잡혀 큰소리로 울부짖었다. 이윽고 종종거리는 발소리와 뭔가 부스럭부스럭 치우는 소리가 들렸다. 제노필리우스가 계단에 쌓인 잔해더미를 헤치고 올라오려하고 있었다.

“이봐, 우린 여길 빠져나가야 해.”

해리가 속삭였다.

해리는 제노필리우스가 계단에서 온갖 시끄러운 소리를 내고 있는 틈을 타서 몸을 빼내기 시작했다. 론이 제일 깊이 파묻혀 있었다. 해리와 헤르미온느는 가능한 조용하게 론이 파묻혀 있는 파편 더위미로 기어 올라갔다. 그리고 그의 다리를 짓누르고 있는 육중한 서랍장을 들어 올리려고 애를 썻다. 제노필리우스의 쾅 하는 소리와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점점 더 가까이 다가오는 동안, 헤르미온느는 공중부양 마법을 써서 론을 간신히 빼낼 수 있었다.

“좋아”

헤르미온느가 속삭였다. 그때 계단 입구를 막고 있던 부서진 인쇄기가 조금씩 흔들리기 시작했다. 이제 제노필리우스는 불과 몇십 센티미터 거리에 있었다. 헤르미온느는 여전히 먼지를 뽀얗게 뒤집어쓰고 있었다.

“날 믿지, 해리?”

해리가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그렇다면 나에게 투명 망토를 줘.”

헤르미온느가 속삭였다.

“론, 네가 이걸 쓰도록 해.”

“내가? 하지만 해리가.....”

“어서, 론! 해리, 내손을 꼭 잡아. 론, 너는 내 어깨를 잡아.”

해리가 왼손을 내밀었다. 론은 투명 망토 아래로 모습을 감추었다. 계단을 막고 있던 인쇄기가 덜덜 진동하고 잇었다. 제노필리우스가 공중부양 마법을 써서 그걸 옮기려고 하는 것이다. 해리는 도대체 헤르미온느가 뭘 기다리고 있는 것인지 알수가 없었다.

“꼭 잡아.”

헤르미온느가 속삭였다.

“꼭 잡고 잇어........언제라도....”

찬장 위로 백지장처럼 하얗게 질린 제노필리우스의 얼굴이 나타났다.

“오블리비아테!”

헤르미온느가 먼저 그의 얼굴을 향해 지팡이를 겨우면서 소리쳤다. 그런 다음 그들 발밑의 마루로 지팡이를 돌렸다.

“데프리모!”

헤르미온느는 거실 바닥에 구멍을 뜷은 것이었다. 그들은 마치 돌덩이처럼 곧장 밑으로 떨어졌다. 해리는 여전히 죽음힘을 다해 헤르미온느의 손을 꽉 붙잡고 있엇다. 밑에서 고함소리가 들렸다. 힐끗 내려다보니, 두 남자가 부서진 천장에서부터 사방팔방으로 폭우처럼 쏟아져 내리는 조각난 가구들과 잔해들을 피하려고 야단법석이었다. 헤르미온느가 공중에서 빙그르 몸을 돌렸다. 우르릉 쾅 하며 집이 무너지는 소리가 천둥처럼 해리의 귓전을 때리는 순간, 헤르미온느는 또다시 그를 암흑속으로 끌고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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