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8장 알버스 덤블도어의 삶과 거짓말
태양이 떠오르고 있엇다. 해리의 머리위로 구름한점 없이 맑고 광대한 하늘이, 그와 그의 고통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끝없이 펼쳐져 있었다. 해리는 텐트 입구에 앉아서 깨끗한 공기를 깊이 들이머셨다. 죽지 않고 살아서 반짝이는 눈이 쌓인 언덕위로 태양이 떠오르는 광경을 볼 수 있다는 것만도,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일로 여겨야 마땅할 것이다. 하지만 해리는 도무지 그것을 감사할 수 없었다. 지팡이를 잃은 엄청난 재난이 그의 모든 감각을 마비시켜 놓은 것이다. 해리는 눈으로 하얗게 뒤덮인 골짜기를 내려다보았다. 저 멀리에서 교회 종소리가 반짝이는 침묵을 뜷고 전해졌다.
해리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마치 육체적인 고통에 저항하듯이, 손가락으로 팔을 꽉 움켜쥐고 있었다. 그는 헤아릴 수도 없을 만큼 여러번 피를 흘렷고, 오른팔의 뼈를 몽땅 잃어버린 적도 있었다. 게다가 손등과 이마의 흉터 이외에, 이번 여행을 통해서 이미 가슴과 팔뚝에 상처를 입었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까지는 단 한번도, 이렇게 치명적인 타격을 입고, 자신이 나약하고 헐벗은 듯한 느낌이 든 적이 없었다. 마치 그의 마법 능력 중에서 가장 뛰어난 능력을 잃어버린 것 같았다. 해리는 만약 자신이 이런 심정을 조금이라도 털어놓는 다면, 헤르미온느가 뭐라고 말할지 정확히 알고 있었다. 지팡이는 오직 마법사만큼의 힘을 가진다고 할 것이다. 하지만 그녀의 말은 옮지 않았다. 그는 경우가 달랐던 것이다. 헤르미온느는 지팡이가 마치 나침반의 바늘처럼 저절로 빙그르 돌면서 적을 향해 황금 불꽃을 내뿜는 경험을 결코 해 보지 못했다. 이제 그는 똑같은 지팡이 심의 보호를 잃은 것이다. 지팡이가 사라진 지금에서야, 해리는 자신이 얼마나 그 지팡이에 의존해 왓는가를 뼈저리게 실감할 수 있어다.
해리는 호주머니에서 부서진 지팡이 조각들을 꺼냈다. 그리고 그것들을 들여다보지도 않고, 목에 건 해그리드의 주머니 속에 몽땅 쓸어 넣었다. 이제 주머니는 망가지고 쓸모없게 된 물건들로 가득차서 더 이상 들어갈 자리도 없었다. 모크 가죽을 통해서 옛날 스니치가 해리의 손끝에 닿았다. 잠깐 동안 해리는 당장 그걸 꺼내서 바닥에 내동댕이치고 싶은 유혹과 싸워야만 했다. 덤블도어가 남기고 간 다른 모든 것들 처럼, 도무지 이해할 수도 없고, 쓸모도 없고,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 그것을........
덤블도어에 대한 분노가 용암처럼 부글부글 끓어올랐다. 그리하여 그의 속을 새까맣게 태우면서 다른 모든 감정들을 집어삼켜 버렸다. 지금껏 그들은 정말 필사적인 마음으로, 고드릭 골짜기에는 뭔가 해답이 있을거라는 믿을 스스로에게 되뇌어 왔다. 그곳에 돌아가기로 예정되어 있었다고. 이건 모두 덤블도어가 그들을 위해 짜 놓은 비밀스런 계획의 일부라고 확신하면서. 하지만 결국 어떤 지도도, 계획도 없었다. 덤블도어는 그들이 아무런 도움도 없이 홀로 어둠 속을 헤매며 더듬거리도록, 알지도 못하고 꿈도 꾸지 못했던 공포와 맞서 싸우도록 그냥 내버려 둔 것이다.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설명된 것도 없었고, 거저 주어진 것도 없었다. 그들에게는 칼이 없었고, 이제 해리에겐 지팡이조차 없었다. 게다가 그 도둑의 사진마저 떨어뜨리고 왔다. 이제 볼드모트가 그 도둑의 정체를 알아내는 것은 시간 문제였다. 드디어 볼드모트는 필요한 모든 정보를 가지게 된 것이다.
“해리?”
헤르미온느는 해리가 지팡이로 저주를 퍼부을까 봐 완전히 겁먹은 표정이었다. 그녀의 얼굴은 눈물 자국으로 얼룩져 있었다. 헤르미온느는 그의 옆에 웅크리고 있었다. 떨리는 그녀의 두손에는 차 두잔이 들려있었고, 옆구리에는 뭔가 붙룩한 것을 끼고 있었다.
“고마워”
해리가 잔 하나를 받아 들며 말했다.
“내가 잠깐 말 좀 해도 되겠니?”
“그래”
해리는 그녀의 기분을 상하게 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마지못해 대답했다.
“해리, 너는 그 사진 속의 남자가 누군지 알고 싶다고 했지. 음.......... 여기 책을 가져왔어.”
헤르미온느는 조심스럽게 책을 그의 무릎위에 올려놓았다.“
<알버스 덤블도어의 삶과 거짓말>의 초판본이었다.
“어디서........어떻게 이 책을?”
“바틸다의 응접실에 있었어. 그냥 놓여 있더라. 책에 이 쪽지가 끼워져 있었어.”
헤르미온느는 선명한 잉크에 신경질적인 글씨체로 쓰인 내용을 큰 소리로 읽었다.
“‘친애하는 바틸다, 도와줘서 고마워요. 여기 책을 한 부 보내요. 부디 마음에 드시길 바라오. 비록 당신은 기억하지 못하겠지만. 당신이 모든 사실을 말해 주었으니까요. 리타.’ 내 생각에 진짜 바틸다가 아직 살아 있을때 이 책이 도착했을 거야. 하지만 아마 바틸다는 이 책을 읽을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겠지?”
“그래, 아마 아니었을 거야.”
해리는 덤블도어의 얼굴을 내려다보았다. 그리고 잔인한 쾌감이 밀려드는 것을 느꼇다. 이제 덤블도어가 그에게 말해 줄 만한 가치가 전혀 없다고 생각했던 모든 사실들을 알게 될 것 이다. 덤블도어가 원하든 원치 않든 상관없이.
“아직도 나한테 화가 났니, 응?”
헤르미온느가 물었다. 고개를 든 해리는 그녀의 눈에서 또다시 눈물이 흘러내리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자신의 얼굴에 분노가 역력히 드러나 있다는 걸 깨달았다.
“아니야.”
해리는 조용히 말했다.“
“아니야 헤르미온느, 그건 사고였어. 나도 알아. 넌 우리가 무사히 그곳을 빠져나올 수 있도록 노력했던 거야. 그리고 넌 정말 굉장했어. 만약 네가 거기 없었더라면, 그래서 네 도움을 받지 못했더라면, 난 분명 목숨을 잃고 말았을 거야.”
해리는 눈물 젖은 얼굴로 웃고 있는 헤르미온느를 보며 겨우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다시 책으로 시선을 돌렸다. 책표지가 아직도 빳빳했다. 한 번도 들춰 보지 않은 것이 확실했다. 해리는 사진을 찾기 위해 책장을 휙휙 넘겼다. 거의 단박에 그가 찾고 있던 그 사진이 딱 눈에 들어왔다. 젊은 덤블도어와 잘생긴 친구가 뭔가 오래전에 잊힌 농담같은 것에 신이 나서 깔깔 거리며 한바탕 웃고있는 사진이었다. 해리는 재빨리 사진 밑에 실린 설명을 보았다.
어머니의 죽음 직후의 알버스 덤블도어
그의 친구인 겔러트 그린델왈드와 함께
해리는 몇 분 동안이나 입을 딱 벌린채, 마지막 글자를 멍하니 들여다보았다. 그린델왈드. 그의 친구 그린델왈드. 해리는 옆에 있는 헤르미온느를 힐끗 쳐다보았다. 그녀는 아직도 자기 눈을 믿지 못하겠다는 듯이 그 이름을 뜷어져라 쳐다보더니, 이윽고 천천히 고개를 들어 해리를 쳐다보았다.
“그린델왈드라고?”
나머지 사진들은 들여다볼 생각조차 하지 않고, 해리는 그 중대한 이름이 자주 등장하는 대목을 찾기 위해 사진 앞뒤 장의 내용을 살펴보았다. 그리고 곧 그 이름을 발견하고 다급히 읽어 보았지만, 내용을 종잡을 수가 없었다. 결국 이 모든 사연을 이해하려면 훨씬 앞으로 되돌아가야만 했다. 해리는 어느새 ‘더 커다란 선’이란 제목이 붙은 장의 첫머리를 펼쳐들고 있었다. 헤르미온느와 그는 머리를 맞대고 책을 읽기 시작했다.
18세 생일이 다가올 무렵에 덤블도어는 더할 나위 없이 눈부신 영예를 안고 호그와트를 떠났다. 그는 수석 학생이자 반장이며, 희귀 주문 걸기 대회 바르나바 핀클리 상의 수상자, 위즌가르트의 영국 청소년 대표, 카이로에서 열린 국제 연금술 회의의 혁신적인 공헌 부문 금메달 수상자였다. 이제 덤블도어는 ‘개입 냄새’ 엘피아스 도지와 함께 대장정을 떠날 예정이었다. 도지는 그가 호그와트에서 선택한 얼간이었지만 헌신적인 짝꿍이엇다.
두 젊은이는 런던의 리키 콜드런에 머물면서 다음 날 아침에 그리스로 떠날 준비를 하고 있었다. 바로 그때 부엉이 한마리가 도착해서, 덤블도어의 어머니가 돌아가셧다는 소식을 전했다. 이 책을 위한 인터뷰를 거절했던 ‘개 입 냄새’ 도지는 그 후로 벌어진 일에 대해서 자기 나름 대단히 감성적으로 각색한 이야기를 신문에 기고한 바 있다. 그는 켄트라의 죽음이 비극적인 타격이었던 것처럼 묘사하며, 여행을 포기하기로 한 덤블도어의 결정 또한 고귀한 자기희생인 양 포장했따.
분명히 덤블도어는 즉기 고드릭 골짜기로 돌아갔다. 소문에 따르면 그의 어린 남동생과 여동생을 ‘돌봐 주기’위해서였다고 하지만, 과연 그는 두 동생들에게 실제로 얼마나 관심을 기울였을까?
“그 애는 골칫거리였죠. 애버포스 말입니다.”
당시 가족이 고드릭 골짜기 외곽 지역에 살았던 에니드 스미크는 말한다.
“완전 망나니 였어요. 물론 엄마 아빠가 세상을 떠났으니 가엾은 생각이 들기도 했지요. 하지만 그애는 계속해서 내 머리에 염소 똥을 던졌어요. 알버스가 그 애 때문에 안달을 하진 않았던 것 같아요. 어쨋든 두 사람이 함께 다니는걸 한 번도 보지 못했으니까요.”
말썽쟁이 남동생을 위로해 주지 않았다면, 과연 알버스는 뭘하고 있었을까? 그 대답은 그의 여동생이 계속 감금되었다는 사실을 확증해 주는 것처럼 보인다. 왜냐하면 처음 그녀를 가두었던 사람이 죽은 후에도, 그 가엾은 아리애나 덤블도어의 상황은 전혀 달라진 게 없었기 때문이다. 그녀의 존재는 ‘개 입 냄새’ 도지처럼 ‘그녀의 건강이 안 좋다’는 이야기에 속아 넘어갈 만 한 극소수의 사람들에게만 알려지고 있을 뿐이었다.
그렇게 쉽게 속아 넘어가는 그 집안의 친구들 중 한 사람이 바틸다 백셧이었다. 이 저명한 마법 역사가는 오랫동안 고드릭 골짜기에서 살았다. 물론 처음에 바틸다가 덤블도어의 집안이 마을에 온 것을 환영해 주려고 했을 때, 켄드라는 거절했다. 히지만 몇 해가 흐른 후에 이 작가는 호그와트에 있는 덤블도어에게 부엉이를 보낸다. <오늘날의 변신술>에 실린 이종간의 변신술에 관한 그의 논문을 읽고 깊은 인상을 받았기 때문이었다. 이 첫번째 교류는 이윽고 덤블도어 가족 전체와의 친분으로 이어진다. 켄드라가 사망할 무렵 고드릭 골짜기 전체에서 덤블도어의 어머니와 말을 나누며 지는 사람은 오직 바틸다 한 사람 뿐이었다.
불행하게도 바틸다가 젊은 시절에 보여 주었던 놀라운 명석함은 이제 희미해졌다. 이에 대해 “불은 붙었지만, 냄비는 식었다”라고 이보르 딜론스비는 표현했다. 혹은 에니드 스미크의 좀 더 속된 말로, 하자면 “그녀는 다람쥐 응가만큼이나 완전히 맛이 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련하고 검증된 여러 가지 취재 기술의 결합 덕분에 나는 이 추잡스런 이야기의 전말을 밝혀내기에 충분한 진짜 사실들을 캐낼 수가 있엇다.
마법사 세계의 다른 모든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바틸다는 켄드라의 때 이른 죽음이 되쏘아진 주문 때문이라고 믿고 있는데, 그것은 알버스와 애버포스가 몇 년 동안 되풀이 해 온 이야기였다. 바틸다는 또한 아리애나가 ‘연약하다’느니 ‘예민하다’느니 하고 떠드는, 그 집안의 대사를 앵무새처럼 그대로 따라 읆었다. 하지만 단 한 가지 주제에 있어서, 바틸다는 베리타세룸을 손에 넣기 위해 기울인 나의 노력에 부응할 수 있었다. 왜냐하면 그녀, 오직 그녀만이 알버스 덤블도어의 생애에서 가장 은밀하게 감춰 온 비밀을 낱낱이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제 처음으로 그 비밀이 밝혀지고 나면, 덤블도어의 추종자들이 그에 대해 믿어 왔던 모든 사실들이 의심스러워질 것이다. 당연시되었던 어둠의 마법에 대한 그의 적개심과 머글 억압에 대한 반대, 심지어 그의 가족에 대힌 헌신까지도.
덤블도어가 이제는 한 집안의 가장이자 고아 신세가 되어 고드릭 골짜기의 집으로 돌아갔던 바로 그해 여름에, 바틸다 백셧은 조카의 아들인 겔러트 그린델왈드를 집에 받아들이기로 결졍했다.
그린델왈드라는 이름은 당연히 유명하다. 역사상 가정 위험한 어둠의 마법사 순위에서 그린델왈드는 단지 한 세대 후에 출현한 그 사람이 왕좌를 빼앗은 탓에, 1위 자리를 놓쳤을 뿐이다. 하지만 그린델왈드의 테러 활동이 영국에까지 확산되지는 않았기 때문에, 이곳에서는 그 가 세력을 얻기까지의 자세한 내막이 자세히 알려지지 않았다.
당시에도 이미 어둠의 마법에 대한 잘못된 관용으로 유명했던 학교인 덤스트랭에서 교육을 받은 그린델왈드는 덤블도어만큼이나 일찍부러 자신의 명석함을 드러냈다. 하지만 겔러트 그린델왈드는 각종 대회의 상을 휩쓰는데 능력을 쏟지않고, 다른 방면에 몰두했다. 결국 그가 열여섯살이 되었을 때, 덤스트랭조차 더 이상 겔러트 그린델왈드의 비뚤어진 마법 실험을 눈감아 줄 수 없다고 판단하고 그를 내쫓았다.
지금까지 그린델왈드의 그 후 행적에 대해서 알려진 바라고는 ‘몇 달 동안 해외를 떠돌았다.’는 것이 전부였다.하지만 이제는 그린델왈드가 고드릭 골짜기에 사는 대고모를 찾아가기로 했다는 사실을 밝힐 수 있다. 그리고 이 이야기를 듣는 많은 사람들에게는 엄청난 충격이 되겠지만, 그곳에서 다름아닌 알버스 덤블도어와 깊은 우정을 맺게 된다.
“내게는 아주 사랑스런 아이였다오.”
바틸다는 중얼거렸다.
“나중에 어떤 사람이 되었든 말이오. 당연히 나는 그 아이를 가엾은 알버스에게 소개해 주었소. 또래의 남자 친구들을 그리워하고 있었으니까 말이오. 그 아이들은 만나자마자 서로 좋아했지.”
그것은 분명한 사실이었다. 바틸다는 자신이 보관해 왔던 편지 한 통을 나에게 보여주었다. 그것은 한밤중에 알버스 덤블도어가 겔러트 그린델왈드에게 보낸 편지였다.
“그렇다오, 온종이 둘이 붙어서 토론을 하고 난 후였는데도 말이오. 둘 다 그토록 똑똑한 아이들이었으니, 마치 펄펄 끓는 가마솥 같았지. 나는 가끔씩 알버스의 편지를 가져온 부엉이가 겔러트의 침실 창문을 톡톡 두드리는 소리를 돋곤했다오! 어떤 생각이 떠오르기만 하면, 알버스는 당장 겔러트에게 알려야만 직성이 풀렸지!”
그렇다면 그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 알버스 덤블도어의 추종자들에게는 말할 수 없이 커다란 충격이 되겠지만, 여기 그들의 영웅이 열입곱 살 때 가졌던 생각들을 소개하였다. 이것은 덤블도어가 새로 사귄 절친한 친구에게 쓴 것이다.
겔러트.
머글 자신들을 위해서도 마법사들이 세상을 지배해야 한다는 너의 지적말이야. 참으로 중대한 지적이란 생각이 들어. 그래. 우리에겐 능력이 주어졌지. 그리고 이 능력으로 인해서 우리에게는 다스릴 수 있는 권리가 주어졌어. 하지만 그것은 또한 우리에게 지배받는 자들에 대한 책임을 안겨 주었어. 우리는 바로 이 점을 강조해야만 해. 이것이 바로 우리가 건설하려는 것의 초석이 될 거야. 어디서든 반대에 부딪히게 되면, 물론 당연히 그렇게 될텐데. 바로 이런 생각이 모든 우리의 반박의 근거가 돼야만 해. 우리는 ‘더 커다란 선’을 위해서 권력을 잡는 거야. 여기에서부터 우리가 저항에 부딪힐 때마다 오직 꼭 필요한 무력만 사용하고 더 이상은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는 결론이 나오는 거야(이것이 바로 네가 덤스트랭에서 저리른 실수였어! 하지만 난 불평하지 않아. 네가 그 학교에서 쫓겨나지 않았다면 우린 결코 만나지 못했을테니까).
알버스
수 많은 덤블도어의 숭배자들은 경악하며 떨게 되겠지만, 이 편지는 한때 알버스 덤블도어가 비밀 법령을 뒤엎고 머글들을 지배하는 마법사 세계를 건설하려고 했음을 보여주는 명백한 증거이다. 언제나 덤블도어를 머글 태생들의 가장 위대한 보호자라고 여겨왔던 이들에게는 이 얼마나 엄청난 타격인가! 이 명백한 새로운 증거에 비추어 보면, 머글들의 권리 증진이니 하고 떠들어 대던 모든 말들이 얼마나 공허하게 들리는가! 한창 어머니의 죽음을 애도하고 여동생을 돌봐야 할 시기에 권력을 차지할 음모를 꾸미느라 정신없는 알버스 덤블도어의 모습은 또한 얼마나 경멸스러운가!
의심할 바 없이 그래도 굳건하게 덤블도어를 무너진 제단 위에 세워 놓겠다고 결심한 사람들은 틀림없이 이렇게 반박할 것이다. 결국 그는 자신의 계획을 실행에 옮기지는 않았다고, 그리고 분명 고통스런 심경의 변화를 겪었을 것이며, 끝내 이성을 되찾았노라고 말이다. 하지만 진실은 그보다 훨씬 더 충격적이다.
위 위대한 우정이 싹튼지 불과 두 달만에 덤블도어와 그린델왈드는 서로 갈라섰다. 그리고 그 전설적인 결투에서 다시 만날 때까지 두 번 다시 서로를 보지 못한다. 이 갑작스런 결별은 무엇 때문일까? 덤블도어가 정신을 차렸던 것일까? 그린델왈드에게 더 이상 그의 계획에 동조하고 싶지 않다고 말한 것일까? 아, 안타깝게도 그렇지 않았다.
“그렇게 된 건 그 불쌍한 아리애나의 죽음 때문이었을 거요.”
바틸다의 말이다.
“굉장한 충격이엇거든. 그 일이 일어났을때, 겔러트는 그 집에 있었다오. 그런데 벌벌 떨며 돌아와서는 다음 날 자기 집으로 돌아가겠다고 했지. 차마 두고 볼 수 없을 만큼 낙심해서 말이오. 그래서 나는 포트키를 준비했고, 내가 그애를 본건 그때가 마지막이었다오. 알버스는 아리애나의 죽음에 어찌할 바를 몰랐다오. 그 두 형제에게는 참으로 슬픈 일이었지. 그 애들 서로밖에 남은 사람이 없게 되었으니 말이오. 그러니 약간 분노가 치밀었다 해도 놀랄만한 일은 아니었다오. 애버포스는 알버스를 비난했지. 견디기 힘든 상황에 놓인 사람들이 대개 그렇듯이 말이오. 사실 애버포스는 항상 말을 좀 생각없이 했다오. 가엷은 것 같으니, 어쨌든간에 장례식에서 알버스의 코를 부러뜨려 놓은 건 경솔한 짓이었지. 만약 켄드라가 딸의 시신을 사이에 두고 두 아들들이 그렇게 싸우는 꼴을 보았다면, 아마 미쳐 버렸을 거요. 유감스럽게도 겔러트는 장례식 때까지 머무를 수가 없었다오...분명히 알버스에게 위로가 되었을 텐데...”
오직 아리애나 덤블도어의 장례식에 직접 참석했던 소수의 사람들만 알고 있었던, 이 관 옆에서의 참흑한 싸움은 여러가지 의혹을 불러일으킨다. 애버포스 덤블도어는 왜 여동생의 죽음이 알버스의 탓이라고 비난했을까? 그 ‘망령 든’ 노파의 주장처럼, 단지 비통한 마음의 분출일 뿐일까? 아니면 그가 분노할 만한 보다 구체적인 이유가 있었던 것은 아닐까? 동료 학생들에게 거의 치명적인 공격을 가했다는 이유로 덤스트랭에서 퇴학당한 그린델왈드는 그 소녀의 죽음 직후에 나라를 떠났다. 그리고 덤블도어는 (수치심 때문인지 두려움 때문인지)두 번 다시 그를 만나지 않았다. 마법사 세계의 간청에 의해 어쩔 수 없는 상황에 처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그 후로 덤블도어나 그린델왈드나 이 어린 시절의 짧은 우정에 대해서는 단 한 번도 언급하지 않았던 것 같다. 하지만 덤블도어가 5년 동안에 걸친 혼란과 재난, 실종 사건들에도 불구하고 그린델왈드에 대한 공격을 계속 미뤄 왔던 것은 분명하다. 덤블도어를 주저하게 만든 것은 그린델왈드에 대한 미련일까? 아니면 한때 절친한 친구였다는 사실이 폭로되리라는 두려움일까? 덤블도어는 마지못해서 한때 그토록 좋아하며 만났던 사람을 붙잡으러 간 것뿐일까?
한편 수수께끼 같은 인물인 아리애나는 어떻게 죽었을까? 그 어떤 어둠의 의식의 우연한 희생자였을까? 두 젊은이가 영광과 권력을 얻으려는 시도로 뭔가를 행하고 있을때, 아리애나가 절대 하지 말아야 할 어떤 일을 우연히 저지른 것은 아닐까? 과연 아리애나가 ‘더 커다란 선’을 위해 목숨을 잃은 첫 번째 희생자였을까?
그 장은 여기서 끝났다. 해리는 고개를 들었다. 헤르미온느는 그보다 앞서 그 페이지의 마지막 줄까지 읽었다. 그녀는 얼른 해리의 손에서 그 책을 빼앗아 들었다. 해리의 표정을 보고 약간 놀라는 것 같았다. 그리고 뭔가 불결한 것을 감추듯이 그 책을 보지도 않고 탁 덮어 버렸다.
“해리......”
하지만 그는 고개를 흔들었다. 그의 마음속에서 어떤 견고한 것이 무너져 내렸다. 론이 떠났을 때 느꼈던 것과 똑같은 기분이었다. 그는 덤블도어를 신뢰했고, 그를 선과 지혜의 화신이라고 믿었는데, 그 모든 것이 한낱 재가 되어 버린것이다. 더 이상 얼마나 많은 것을 잃어야 할까? 론, 덤블도어, 불사조의 깃털이 든 지팡이......
“해리.”
헤르미온느는 마치 그의 생각을 읽은 것 같았다.
“내 말 좀 들어 봐. 이건.... 별로 유쾌한 읽을거리는 아니야.”
“그래, 넌 그렇게 말할 수 있겠지.”
“하지만 잊지마 해리. 이 책은 리타 스키터가 썻다는 사실을.”
“너도 그린델왈드에게 보내는 그 편지를 읽었잖아. 안 그래?”
“그래, 그......그랬어”
헤르미온느가 얼어붙은 손으로 찻잔을 감싼 채, 당황스런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주저하며 말했다.
“난 그게 아마 제일 나쁜 증거였을 거라고 생각해. 바틸다는 분명 그 모든 게 그냥 한번 해 본말이라고 생각했을 거야. 하지만 ‘더 큰 선을 위하여’는 그린델왈드의 선전 문구가 되었고, 그가 나중에 저지른 모든 잔악 행위에 대한 변명이 되었지. 그래.....그걸 보면.....덤블도어가 그에게 아이디어를 준것 같아. 심지어 ‘더 커다란 선을 위하여’란 문구를 누멘가드로 들어가는 입구에 새겨 놓기까지 했대.”
“누멘가드가 뭐지?”
“그린델왈드가 자신의 반대자들을 가두어 놓기 위해 세운 감옥이야. 덤블도어 교수님에게 붙잡힌 이후에 끝내는 자신이 그곳에 들어갔지만 말이야. 어쨌든 그린델왈드가 세력을 일으키려고 할 때 덤블도어 교수님의 아이디어가 도움이 되었다니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생각하면, 심지어 리타 조차도 두 사람이 아주 어렸을 때 여름 몇달 동안 잠깐 서로 알고 지냈을 뿐이라는 사실을 부인하지 못했어. 그러니까.....”
“네가 그렇게 말할 거라고 생각했어.”
해리가 말을 끊었다. 애꿏은 헤르미온느에게 자신의 분노를 쏟고 싶진 않았지만, 침착하게 말하기가 어려웠다.
“네가 ‘그들이 아주 어렸다’고 말할 줄 알았어. 하지만 그들은 지금 우리와 똑같은 나이었어. 그리고 우리는 어둠의 마법과 싸우기 위해 목숨을 걸고 여기까지 왔잖아. 그런데 그는 새로 사귀 절친한 친구와 몰려다니면서 머글들을 지배할 계획이나 짜고 있었던 거야.”
해리는 더 이상 분노를 억누를 길이 없었다. 그는 벌떡 일어나서 어떻게든 마음을 가라앉히려고 주변을 서성거렸다.
“덤블도어 교수님이 쓴 내용을 변명하려는게 아니야.”
헤르미온느가 다시 입을 열었다.
“‘지배할 권리’ 운운하는 건 모두 쓰레기야. ‘마법은 힘이다’와 똑같은 소리지. 하지만 해리...... 그는 불과 얼마전에 어머니를 잃고 그 집에 혼자 남겨져서.....”
“혼자라고? 그는 혼자가 아니었어! 남동생와 여동생이 옆에 있었다고. 그가 계속 가두어 놓은 그 스큅 여동생이.......”
“난 그 말은 안 믿어.”
헤르미온느가 딱 잘라 말하며 자리에서 발딱 일어났다.
“그 소녀에게 무슨 문제가 있었는지 모르지만 스큅이었다고는 생각하지 않아. 우리가 알고 있는 덤블도어 교수님은 절대로, 단 한번이라도 그런일을 허용했을리가...”
“우리가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덤블도어 교수님은 무력으로 머글들을 정복하길 원하지 않았어!”
해리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그의 목소리가 탁 트인 언덕 꼭대기에 울려 퍼졌다. 대여섯 마라의 검은 새들이 깍깍 거리며 날아오르더니 진주 빛 하늘에서 맴 돌았다.
“그는 변했어. 해리. 변했다니까! 단지 그 뿐이야! 열일곱살때에는 어쩌면 그런 것들을 믿었을지도 모르지. 하지만 나머지 생애는 전부 어둠의 마법과 싸우는데 헌신하셨어! 그린델왈드를 막은 사람도 덤블도어 교수님이었고, 언제나 머글 보호와 머글 태생들의 권리를 옹호한 사람도 덤블도어 교수님이었어. 처음부터 그 사람과 맞서 싸운 사람이 누구였지? 그를 몰락시키려다가 목숨을 잃은 사람이 누구냐고?”
리타의 책은 그들 사이의 땅바닥에서 뒹굴고 있었다. 마치 덤블도어의 초상이 두 사람을 향해 서글픈 미소를 던지고 있는 것 같았다.
“해리, 미안해. 하지만 네가 그토록 화를 내는 진짜 이유는, 덤블도어 교수님이 한 번도 이런 이야기를 너에게 해주지 않았기 때문일거야.”
“그래, 그럴지도 모르지.”
해리는 고함을 질렀다. 그러고는 두 팔로 머리를 감쌌다. 자신의 분노를 억누르려고 해야할지. 아니면 자신을 짓누르는 이 환멸감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려고 해야할지 도통 갈피를 잡을 수가 없었다.
“그가 나에게 요구했던 것을 좀 봐, 헤르미온느! 네 목숨을 걸어라 해리! 그리고 또다시! 또다시! 그렇지만 내가 모든걸 설명해 주길 기대하지는 마라. 그냥 맹목적으로 나를 믿어라. 내가 하는 일을 내가 잘 알고 있다고 믿고, 심지어 내가 널 믿지 못할때에도 너는 나를 믿어라! 절대로 모든 진실은 알려주지 않으면서! 절대로!”
너무 핏대를 세운 나머지 그의 목소리가 갈라져 나왔다. 두 사람은 하얗고 드넓은 이곳에서 서로를 마주 본 채, 가만히 서 있었다. 해리는 자신들이 이 막막한 하늘 아래에서 벌레만큼이나 하찮은 존재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분은 너를 사랑하셧어.”
헤르미온느가 속삭였다.
“난 알아. 그분은 너를 사랑했어.”
해리가 두 팔을 떨어뜨렸다.
“헤르미온느, 그분이 누굴 사랑했었는지 난 모르겠어. 하지만 결코 나는 아니었어. 이건 사랑이 아니야. 그는 나를 혼란과 곤경속에 빠뜨리고 갔어. 그리고 나보다는 겔러트 그린델왈드와 자신의 진정한 생각한 훨씬 더 많이 나누었던 거야.”
해리는 눈속에 던져버렸던 헤르미온느의 지팡이를 다시 집어 들었다. 그리고 텐트 입구에 주저앉았다.
“차 잘 마셨어. 보초를 서는 일은 내가 마저 끝낼게. 난 따뜻한데 좀 들어가 있어.”
헤르미온느는 잠시 망설였지만, 완강한 거절을 알아차렸다. 그녀는 책을 집어들고 그의 곁을 지나서 텐트 안으로 들어갔다. 하지만 그러면서 손으로 그의 머리를 살짝 어루만졌다. 그녀의 손길을 느낀 해리는 눈을 꼭 감으면서, 내심 그녀의 말이 사실이기를 바라는 자신을 증오했다. 덤블도어가 정말로 사랑했다는 그 말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