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2장 (169/194)

제 12장 마법은 힘이다.

8월이 지나면서, 그리몰드 광장 한가운데에 무성했던 네모난 잔디밭은 뜨거운 태양 아래에서 시들시들하다가 끝내 갈색으로 바싹 말라 버렸다. 12번지 주변에 사는 사람들은 어느 누구도 12번지 건물 자체나 그 건물에 사는 사람들을 결코 보지 못했다. 그리몰드 광장에 사는 머글들은 아주 오래전부터 13번지 바로 옆에 11번지가 있게 된 것이, 단지 번지를 붙이는 과정에서 터무니없는 실수를 했기 때문이라고 여겼다.

 하지만 요즘 들어 이 광장에 굉장히 흥미로운 뭔가를 발견한 듯한 방문자들이 드문드문 꼬이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이제는 매일같이 한두 명씩 그리몰드 광장을 찾아와서는, 별다른 볼일도 없이 11번지와 13번지의 난간에 몸을 기대고 서서 두 건물 사이의 좁은 틈새를 뚫어져라 바라보다가 돌아가는 것이었다. 이 잠복자들은 같은 사람이 이틀 연속 찾아오는 법이 없었다. 하지만 그들 모두 평범한 옷차림을 싫어한다는 공통점이 있는 것 같았다. 그들 옆을 지나가는 런던 사람들은 대부분 괴상한 옷차림을 한 사람들에 익숙해져서 거의 신경을 쓰지 않았다. 도대체 이 더운 날에 저렇게 긴 망토를 누가 입는 걸까 의아해하면서 뒤를 힐끔힐끔 돌아보는 행인이 이따금 있었지만 말이다.  이 파수꾼들은 그토록 열심히 보초를 서고도 별로 만족스런 결과를 얻지 못하는 것 같았다. 가끔 그들 중 한 명이 마침내 흥미로운 뭔가를 발견한 듯이 몹시 흥분해서 냅다 달려가곤 했지만, 결국 잔뜩 실망한 표정으로 되돌아올 뿐이었다.

 9월1일에는 이전보다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이 이 광장에 잠복하고 있었다. 긴 망토를 입은 여섯 명이 변함없이 11번지와 13번지 집들을 주의 깊게 응시하면서 말없이 서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들이 기다리고 있는 것은 여전히 요리조리 피해 다니는 듯했다. 저녁이 가까워 오면서, 몇 주일 만에 처음으로 예상치 못한 차가운 비가 한바탕 몰아쳤다. 동시에 그자들이 뭔가 흥미로운 것을 발견한 듯한 그 이해할 수 없는 순간이 또다시 찾아왔다. 얼굴이 쭈그러진 한 남자가 손가락질을 하자, 바로 옆에 있던 땅딸막하고 얼굴이 창백한 남자가 앞으로 달려 나갔다. 하지만 잠시 후에 그들은 몹시 실망하고 짜증이 난 표정으로, 방금 전과 같이 맥 빠진 상태로 되돌아갔다. 

 한편 12번지 건물 안에서는 해리가 막 현관 복도로 들어서는 중이었다. 아까 현관문 바깥 계단 꼭대기에 뿅 하고 나타났을 때, 해르는 하마터면 균형을 잃고 넘어질 뻔했다. 그래서 죽음을 먹는 자들이 어쩌면 순간적으로 드러난 그의 팔꿈치를 얼핏 보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심스럽게 현관문을 닫은 해리는 투명 망토를 벗어서 팔에 걸쳤다. 조심스럽게 현관문을 닫은 해리는 투명 망토를 벗어서 팔에 걸쳤다. 그리고 어두침침한 복도를 재빨리 지나서 지하로 내려가는 문으로 다가갔다. 손에는 훔친 <예언자 일보> 한 부를 쥐고 있었다. “세베루스 스네이프?”라고 낮게 중얼거리는 익숙한 목소리가 그를 맞이했다. 싸늘한 바람이 그를 휩쓸고 지나가며 잠깐동안 그의 혀가 안으로 말려 들어갔다.

 “당신을 죽인 건 제가 아니에요.”

 대답을 하자, 해리의 혀가 풀렸다. 그런 다음 그는 먼지 형상이  펑 터질 때가지 잠깐 숨을 참고 있었다. 그리고 뒤이은 불랙 부인의 비명 소리와 뽀얀 먼지구름에서 완전히 벗어날 때까지 부엌으로 가는 계단을 반쯤 내려간 후에야, 비로소 큰 소리로 외쳤다.

 “소식을 가져왔어. 하지만 별로 마음에 들진 않을 거야.”

 부엌은 너무 달라져서 몰라볼 정도였다. 사방이 반짝반짝 빛이 났다. 구리 주전자와 냄비들은 거의 장밋빛 광택이 감돌 정도로 윤이 났고, 반들반들한 나무 식탁 위에서는 저녁 식사를 뒤해 벌써부터 차려진 잔과 접시들이 즐겁게 타오르는 벽난로 불빛을 받아 번쩍거렸다. 그리고 벽난로 위에서는 커다란 솥이 쉭쉭 소리를 내며 꿇고 있었다. 하지만 그 방에 있는 어떤것도 해리를 보고 황급히 달려오는 집요정만큼 극적으로 달라지진 않았다. 이제 집요정은 눈처럼 하얀 수건을 입고 있었는데, 귀에 난 털은 목화솜만큼이나 하얗고 보송보송했으며, 빈약한 가슴에는 레귤러스의 로켓이 대롱대롱 매달려 있었다.

 “해리 주인님, 신발을 벗어 주세요. 그리고 저녁 식사 전에 손을 씻어 주세요.”

크리처가 꽥꽥 거렸다. 그리고 얼른 투명 망토를 받아서 벽의 옷걸이에 걸기 위해 구부정하게 걸어갔다. 옷걸이 옆에는 새로 세탁한 구식 스타일의 망토들이 줄지어 걸려 있었다.

 “무슨 일인데?”

 론이 해리에게 걱정스럽게 물었다. 론과 헤르미온느는 휘갈겨 쓴 쪽지들과 손으로 그린 지도 뭉치를 긴 식탁 끝에 흩어 놓은 채 정신없이 살펴보던 중이었다. 하지만 이제 그들은 성큼성큼 다가와서 흩어진 양피지 위에 신문을 탁 던져 놓는 해리를 지켜보았다.

 매부리코에 검은 머리의 낯익은 남자가 커다란 사진 속에서 그들 모두를 빤히 올려다보고 있었다. 그 밑에는 다음과 같은 표제가 붙어 있었다. 

                     세베루스 스네이프, 호그와트 교장으로 임명

 “안돼!”

론과 헤르미온느가 동시에 큰 소리로 부르짖었다.

하지만 헤르미온느의 동작이 빨랐다. 재빨리 신문을 낚아챈 그녀는 큰소리로 밑에 실린 기사를 읽기 시작했다.

 “‘호그와트 마법 학교에서 오랫동안 마법약 교수로 재직했던 세베루스 스네이프가 오늘 이 유서 깊은 학교에서 가장 중요한 몇몇 교수진의 교체와 더불어 교장으로 임명되었다. 이전 머글 연구 과목 교수의 사임에 따라, 알렉토 캐로우가 그 자리를 맡게 되었으며, 그녀의 오빠인 아마커스가 어둠의 마법 방어술 교수직을 맡게 되었다.

 우리의 가장 훌륭한 마법 세계의 전통과 가치를 지킬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어 기쁩니다.’

 살인을 저지르고 사람들의 귀를 잘라 버리는 그런 일들 말이겠지! 스네이프가 교장이라니!스네이프가 덤블도어 교수님의 사무실에! 멀린의 팬티에 맹세코 도대체 이런일이!”

 헤르미온느는 해리와 론이 펄쩍 뛰어오를 정도로 꽥 비명을 질렀다. 그러고는 식탁 앞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금방 돌아올게” 하고 소리치고서 부엌을 뛰쳐나가 버렸다.

 “멀린의 팬티라고?”

 론이 재미있다는 표정을 지으며 그 말을 따라 했다.

 “단단히 화가 났나 봐.”

 론은 신문을 앞으로 끌어당기더니 스네이프에 관한 기사를 읽기 시작했다.

 “다른 교수님들은 여기에 찬성하지 않을 거야. 맥고나걸과 플리트윅, 그리고 스프라우트 교수님 모두 진실을 알고 있잖아. 그분들은 덤블도어 교수님이 어떻게 돌아가셨는지 알고있어. 그러니 스네이프를 교장으로 맞을 리가 없지. 그런데 이캐로우 남매는 누구지?”

 “죽음을 먹는 자들이야.”

 해리가 대답했다.

 “거기에 그들의 사진도 실려 있어. 스네이프가 덤블도어 교수님을 죽일 때, 그자들도 탑 꼭대기에 있었어. 그러니 모두 한통속인 거지.”

 해리는 의자 하나를 끌어당기면서 씁쓸하게 말을 이었다.

 “게다가 내 생각에 다른 교수님들은 학교에 그대로 남는 수 밖에 달리 선택의 여지가 없을 것 같아. 만약 마법부와 볼드모트가 스네이프의 배후에 잇다면, 그냥 남아서 가르치느냐 아니면 아즈카반에서 멋지게 몇 년을 보내느냐, 선택은 둘 중 하나뿐이지 뭐. 그것도 아주 운이 좋을 경우에 말이야. 아마 그분들은 학교에 남아서 학생들을 보호하려고 하실 거야.”

 그때 크리처가 양손에 커다란 냄비를 들고 분주하게 식탁으로 다가왔다. 그러고는 연방 잇새로 휘파람을 불면서 깨끗한 그릇에 수프를 떠 주었다.

 “고마워, 크리처.”

 해리는 인사를 하며 스네이프의 얼굴이 보이지 않도록 <예언자 일보>를 휙 덮었다.

 “이제 적어도 스네이프가 어디 있는지는 정확히 알게 되었군.”

 해리는 수프를 떠서 먹기 시작했다. 레귤러스의 로켓을 받은 이후로 크리처의 요리 솜씨는

극적으로 좋아졌다. 오늘 만든 프랑스식 양파 수프는 해리가 여태껏 먹어 본 것 중에 최고였다. 

“아직도 죽음을 먹는 자들 여러 명이 이 집을 감시하고 있어.”

 해리가 수프를 먹으면서 론에게 말했다.

 “평소보다 더 많던걸. 그자들은 우리가 학교 트렁크를 들고나와 호그와트 급행열차를 타러

가길 기다리는 모양이야.”

 론이 자기 시계를 힐끗 보았다.

 “안 그래도 하루 종일 그 생각을 하고 있었어. 열차는 여섯시간 전쯤에 떠났어. 거기에 타고 있지 않다니, 좀 이상하지? 안그래?”

 해리는 한때 그와 론이 하늘에서 뒤쫓아 가던 자줏빛 증기 기관차가 눈앞에 선히 보이는 듯했다. 꾸불거리는 자줏빛 애벌레 같은 기차는 들판과 언덕들 사이에서 희미하게 반짝거렸다. 지금쯤 지니와 네빌, 루나는 다 함께 모여 앉아서 아마 그와 론과 헤르미온느가 어디 있는지 궁금해하고 있을 것이다. 아니면 스네이프의 새로운 통치를 어떻게 하면 가장 잘 무너뜨릴 수 있을지 한창 의논을 하고 있을 것이다.

 “방금 돌아오다가, 하마터면 그들 눈에 뜨일 뻔했어.”

 해리가 말했다.

 “계단 꼭대기에 잘못 내리는 바람에 투명 망토가 약간 벗겨 졌거든.”

 “나는 매번 그러는데. 오, 저기 온다.”

 론이 자리에서 목을 길게 뺴고는 두리번거리다가 다시 부엌으로 들어오는 헤르미온느를 보았다.

“멀린의 불룩한 Y자 바지 앞자락에 걸고 묻는데, 도대체 그게 뭐야?”

“이게 생각났어.”

 헤르미온느가 숨을 헉헉거렸다.

 그녀는 그림이 든 커다란 액자를 가져와서 마룻바닥에 내려 놓았다. 그러고는 부엌 선반 위에 올려놓은 작은 구슬 백을 들고 왔다. 백을 연 헤르미온느는 그림을 그 안에 밀어 넣었다. 그 조그만 백 안에 넣기에는 터무니없이 컸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많은 물건들이 그랬듯이, 그림은 순식간에 널찍한 백의 밑바닥으로 쑥 사라져 버렸다.

 “피니어스 나이젤러스야.”

 헤르미온느가 백을 부엌 식탁 위에 휙 던지면서 설명했다. 백에서는 평소처럼 우당탕하고 뭔가 부딪히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뭐라고?”

 론이 되물었다. 하지만 해리는 금방 알아들었다. 피니어스 나이젤러스 블랙의 그림은 호그와트의 교장실에 걸려 있는 초상화와 이곳 그리몰드 광장에 걸려 있는 초상화 사이를 왔다갔다 할 수 있었다. 지금쯤 둥근 탑 꼭대기의 그 방에는 틀림없이 스네이프가 앉아 있을 것이다. 그리고 섬세한 은 마법 도구들과 돌 펜시브, 마법의 모자, 또한 어딘가 다른 데로 옮겨 지지 않았다면 그리핀도르의 칼 같은 덤블도어의 수집품들을 의기양양하게 차지했을 것이다.

“스네이프가 피니어스 나이젤러스를 보내서 이 집 안을 염탐할 수도 있잖아.”

 헤르미온느가 자리에 다시 앉으며 론에게 설명했다.

 “하지만 이제 얼마든지 시켜 보라지. 피니어스 나이젤러스가 볼 수 있는 거라곤 내 핸드백의 안쪽뿐일 테니까.”

 “훌륭한 생각이야!”

 론이 감탄을 금치 못했다.

 “고마워.”

 헤르미온느는 방끗 미소를 던지고, 수프를 자기 앞으로 끌어 당겼다.

 “해리, 오늘은 또 무슨 일이 있었니?”

 “아무 일도 없었어.”

 해리가 대답했다.

 “일곱 시간 동안이나 마법부 입구를 지켜보았지만, 그 여자는 그림자도 안 비치더라. 그리고 론, 너희 아버지를 봤어. 괜찮으신 것 같더라”

 론이 이 소식에 고마워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위즐리 씨가 마법부를 걸어 들어가고 나오는 동안, 연락을 취하려고 시도하는 것은 너무 위험한 짓이라는 데 세 사람 모두 동의했다.

 왜냐하면 항상 주변에 다른 마법부 직원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위즐리 씨의 모습을 슬쩍 보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위안이 되었다. 비록 몹시 긴장되고 불안해 보이기는 했지만 말이다.

 "아빠는 대부분의 마법부 사람들이 직장에 나올 때 플루 가루 네트워크를 이용한다고 항상 말씀하셨어.“

 론이 입을 열었다.

 “그래서 우리가 엄브릿지를 못 봤던 거야. 그 여자가 절대 걸어 다닐 리가 없지. 자기가 너무 잘났다고 생각할 테니까.”

 “그런데 그 이상한 늙은 마녀와 남색 망토를 입은 조그만 마법사는 어떻게 됐어?”

 헤르미온느가 물었다.

 “아, 그래, 마법 관리부에서 나온 그 친구 말이지?”

 론이 대답했다.

 “그 사람이 마법 관리부 소속이란 건 어떻게 알아?”

 헤르미온느가 수프를 떠먹던 손을 멈춘 채 물었다.

 “아빠한테 들었지. 마법 관리부 사람들은 모두 남색 망토를 입는다고 말이야.”

 “우리에게 그런 말은 한 번도 안 했잖아!”

 헤르미온느가 숟가락을 탁 내려놓더니, 수북이 쌓인 쪽지와 지도 뭉치를 자기 쪽으로 끌어당겼다. 아까 해리가 부엌에 들어왔을 때, 그녀와 론이 열심히 들여다보고 있던 것들이었다. 

 “여기 남색 망토에 대한 말은 단 한마디도 없어! 없단 말이야!”

 헤르미온느가 맹렬한 기세로 종잇장을 넘기며 비난했다.

 “그게 뭐 그렇게 중요한 일이라고 그래?”

 “론, 모든 게 다 중요해! 우리가 마법부 안으로 침투한 후에 정체를 들키지 않으려면 아주 사소한 것까지 전부 철저히 경계하고 있을 거란 말이야! 우리는 이 일을 몇 번이나 검토해 왔어. 그런데 네가 그런 말 한마디 우리에게 해주는 것도 귀찮아한다면, 도대체 골백번 정찰을 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어.....”

 “이런 제기랄. 헤르미온느, 난 그저 딱 한 가지 사소한 걸 깜박 잊었을 뿐인데.....”

 “너도 분명히 알고 있잖아, 안 그래? 아마 이넓은 세상에서 지금 당장 우리에게 마법부보다 더 위험한 장소는 없을......”

 “내 생각에 내일은 이 일을 실행해야 할 것 같아.”

 해리가 불쑥 끼어들었다.

 헤르미온느는 말문이 딱 막혀서 입만 쩍 벌렸고,론은 수프를 먹다 말고 사례가 들려 캑캑거렸다.

 “내일?”

 헤르미온느가 되물었다.

 “진심이니, 해리?”

 “진심이야.”

 해리가 대답했다.

 “우리가 앞으로 한 달을 더 마법부 출입구를 기웃거린다고 해도 지금보다 더 준비를 잘할 것 같지 않아. 우리가 날짜를 미루면 미룰수록, 오히려 로켓의 행방만 더 멀어질 수 있어.

 벌써 엄브릿지는 그걸 내버렸을지도 몰라. 절대 안 열리니까 말이야.”

 “아니면 그걸 여는 법을 알아내서 지금쯤 그 힘에 사로잡혔을지도 몰라.”

 론이 추측했다.

 “어느 쪽이든 그 여자에게는 별반 차이가 없을걸. 그 여자는 원래 지독하게 못됐잖아.”

 해리가 어깨를 으쓱했다. 

 헤리미온느는 입술을 깨물며 뭔가 곰곰이 생각에 잠겼다.

 “이제 우리는 중요한 사실들은 모두 알고 있어.”

 해리가 헤르미온느를 보며 말을 이었다.

 “마법부를 드나드는 순간이동이 금지되었다는 사실도 알고 있고, 이제는 마법부의 최고 고의직 공무원들만이 자기 집을 풀루 가루 네트워크에 연결할 수 있다는 사실도 알고 있어.

왜냐하면 미스터리 부서의 말할 수 없는 자들 두 명이 불평하는 소리를 론이 엿들었거든. 그리고 엄브릿지의 사무실이 어디있는지도 대충은 알아. 그 수염 난 사람이 동료에게 말하는 소리를 네가 들었으니까.”

 “ ‘난 1층으로 올라갈 걸세. 돌로레스가 나를 좀 보자고 하는군.’ ”

 헤르미온느가 즉시 들었던 말을 되풀이했다.

 “바로 그거야.”

 해리가 말했다.

 “그리고 이 웃기는 동전인지 토큰인지 하는 것을 사용한다는 것도 알았어. 왜냐하면 그 마녀가 한 친구에게 그걸 빌리는 걸 내가 보았거든.”

 “하지만 우리에겐 그게 하나도 없어!”

 “우리 계획대로라면, 곧 갖게 될 거야.”

 해릭 침착하게 말을 이었다.

 “난 모르겠어, 해리, 글쎄...... 일이 잘못될 수 있는 점들이 너무 많아. 우연에 의해 달라질 소지들도 너무 많고.......”

“설사 이 일을 준비하며 석 달을 더 보낸다고 해도 그건 결국 마찬가지일 거야. 이젠 행동에 나설 때야.”

 해리가 딱 잘라 말했다.

 하지만 헤르미온느와 론의 얼굴을 보자, 그들이 두려워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해리 자신도 딱히 자신만만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제 계획을 실행에 옮겨야 할 때가 왔다는 것은 확실했다.

 그들은 지난 4주일 동안 교대로 투명 망토를 쓰고 마법부로 들어가는 직원 출입구를 염탐해 왔다. 론은 위즐리 씨 덕분에 어린 시절부터 그곳을 잘 알고 있었다. 그들은 마법부로 들어가는 직원들의 뒤를 밟으며 그들의 대화를 엿듣기도 하고, 주의 깊은 관찰을 통해 누가 날마다 똑같은 시간에 혼자 그곳에 나타나는지도 알아냈다. 때로는 누군가의 서류 가방에서 <예언자 일보> 를 슬쩍 빼낼 수 있는 기회를 얻기도 했다. 이렇게 해서 그들은 지금 헤르미온느의 앞에 수북이 쌓여 있는 그림지도들과 쪽지들을 점차 만들어 갔던 것이다.

 “좋아.”

 론이 천천히 말문을 뗐다.

 “내일 실행한다고 하자...... 하지만 나랑 해리만 가야 할 것 같아.”

 “오, 제발 그 얘기는 다시 하지 말자!”

 헤르미온느가 한숨을 푹 쉬었다.

 “이미 결정을 내린 걸로 아는데.”

 “그거야 투명 망토를 입고 출입구 근처를 어슬렁거리는 일에 대한 거였지. 이건 달라, 헤르미온느.”

 론이 열흘 전 <예언자 일보>를 손가락으로 톡톡 치면서 말했다.

 “너는 심문에 응하지 않은 머글 태생들 명단에 올라가 있단 말이야!”

 “그러는 너는 지금 버로우에서 스팻터그로이트 병에 걸려서 죽어 가는 걸로 되어 있잖아! 만약 우리 중에 가지 말아야 할 사람이 있다면, 그건 바로 해리야. 그에게는 만 갈레온의현상금이 붙어 있다고.”

 “좋아, 그럼 나는 여기 남을게. 너희끼리 볼드모트를 해치운 후에 나한테 연락해 줘, 그럴 거지?”

 해리가 농담을 했다.

 론과 헤르미온느가 깔깔거리며 웃음을 터트렸다. 바로 그때 해리의 이마에 난 흉터에서 격심한 통증이 느껴졌다. 해리의 손이 후다닥 이마로 올라갔다. 순간 해리는 헤르미온느가 눈을 가늘게 뜨고 자신을 쳐다보는 것을 보았다. 그는 눈앞으로 흘러내린 머리카락을 쓸어 올리는 척하면서 그 순간을 넘기려고 했다.

 “글세, 만약에 우리 셋이 다 간다면, 각자 따로 순간이동을 해야 할 거야.”

 론이 말했다.

 “더 이상 투명 망토를 우리 셋이 함께 쓸 수가 없잖아.”

 이마의 흉터가 점점 더 아파 왔다. 해리가 벌떡 일어서자, 크리처가 재빨리 달려왔다.

 “주인님은 수프를 다 안 드셨네요.세이보리 스튜나, 아니면 주인님이 그토록 좋아하시는 당밀 타르트를 드시겠어요?”

 “고마워, 크리처. 잠깐 나갔다가 올게. 어........욕실에 좀.”

 의심스럽게 쳐다보는 헤르미온느의 눈길을 의식하며, 해리는 황급히 현관 복도로 이어지는 계단을 올라갔다. 1층에 도달 하자마자, 쏜살같이 욕실로 뛰어들어 또다시 문을 걸어 잠갔다. 해리는 고통에 못 이겨 신음하면서, 입을 딱 벌린 뱀 형상의 수도꼭지가 달려 있는 검은 세면대 위로 몸을 숙였다. 그리고 두 눈을 감았다.......

 해리는 어스름한 골목길을 미끄러지듯이 지나가고 있었다. 길 양편으로는 높은 목조 박공지붕의 건물들이 서 있었다. 마치 생강 과자 집들처럼 보였다.  그는 그중 한 집으로 가까이 다가갔다. 문 위에 올려놓은 그의 길고 새하얀 손이 보였다. 똑똑 문을 두드렸다. 흥분이 점점 고조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문이 열렸다. 문 앞에 한 여자가 웃으며 서 있었다. 해리의 얼굴을 보자, 여자의 표정이 싹 달라졌다. 미소는 사라지고, 그 자리를 공포가 대신했다.

 “그레고로비치는?”

 높고 차가운 목소리가 물었다.

 여자는 고개를 저으며 문을 닫으려고 애를 썼다. 하지만 하얀 손이 문을 꽉 붙잡고 닫지 못하게 했다.

 “그레고로비치를 만나러 왔다.”

 “Er wohnt hier nicht mehr (그는 더 이상 여기 살지 않아요)!”

 여자가 세차게 머리를 흔들며 소리쳤다.

 “그는 여기 살지 않아요. 여기 살지 않는다고요! 전 그 사람을 몰라요!”

 여자는 문을 닫으려는 노력을 포기하고 주춤주춤 어두운 복도로 뒷걸음질 쳤다. 해리는 스르르 여자를 향해 다가갔다. 그의 긴 손가락 사이에는 지팡이가 들려 있었다.

 “그는 어디 있나?”

 “Das weib ich nicht (전 몰라요)! 그는 이사 갔어요. 전 몰라요, 모른다니까요!”

 해리가 지팡이를 치켜들었다. 여자가 비명을 질렀다. 아이들 두 명이 복도로 달려 나왔다. 여자는 두 팔로 아이들을 감싸 안으려고 했다. 바로 그 순간 초록 불빛이 번쩍하더니.......

 “해리! 해리!”

 해리는 눈을 번쩍 떴다. 그는 욕실 바닥에 쓰러져 있었고, 헤르미온느가 또다시 문을 쾅쾅 두드리고 있었다.

 ‘해리, 문 좀 열어!“

 해리는 방금 전에 자신이 큰 소리로 고함을 질렀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가 일어서서 문을 열자마자, 헤르미온느가 쓰러질 듯이 안으로 뛰어 들어왔다. 그리고 몸의 균형을 잡으며 의심스런 눈으로 사방을 둘러보았다. 바로 뒤에서는 론이 잔뜩 긴장한 얼굴로, 싸늘한 욕실 구석구석을 지팡이로 겨누고 있었다.

 “뭘 하고 있었던 거야?”

 헤르미온느가 날카롭게 추궁했다.

 “내가 뭘 하고 있었다고 생각하니?”

 해리가 괜한 허세를 부리며 반문했다.

 “너는 미친 듯이 소리를 질러 대고 있었어!”

 론이 말했다.

 “아, 그래......잠깐 졸았나 봐. 아니면.........”

 “해리, 우리가 바보 멍청인 줄 아니?”

 헤르미온느가 깊은 숨을 몰아쉬며 쏘아붙였다.

 “아래충에 있을 때부터 네 흉터가 쑤시기 시작했다는 걸 우리도 알고 있어. 게다게 네 얼굴이 백지장처럼 하얀걸.”

 해리는 욕조 가장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맞아. 방금 볼드모트가 어떤 여자를 죽이는 광경을 보았어. 지금쯤이면 그 여자의 가족을 전부 죽였을 거야. 그럴 필요도 없는데 말이야. 케드릭과 같은 일이 또다시 벌어졌어. 그들은 단지 그곳에 있었을 뿐인데.......”

 “해리, 더 이상 이런 일이 일어나도록 해서는 안 돼!”

 헤르미온느가 소리쳤다. 그녀의 목소리가 욕실 안에 쩌렁쩌렁 울렸다.

 “덤블도어 교수님은 네가 오클러먼시를 사용하길 원하셨어! 교수님은 이런 연결이 위험하다고 생각하셨단 말이야! 볼드모트가 이 점을 이용할 수도 있어, 해리! 그자가 사람들을 고문하고 죽이는 광경을 봐서 무슨 소용이 있단 말이니? 무슨 도움이 되겠어?”

 “왜냐하면 그자가 뭘 하고 있는지 내가 알고 있다는 걸 의미하기 때문이야.”

 해리가 중얼거렸다.

 “그럼 넌 그가 머릿속으로 들어오는 걸 막으려고 애쓰지도 않을 거란 말이니?”

 “그럴 수가 없어, 헤르미온느. 내가 오클러먼시를 잘 못한다는 걸 너도 알잖아. 그 방법을 터득하지 못했다고.“

 “넌 전혀 노력조차 하지 않는구나!”

 헤르미온느가 벌컥 화를 냈다.

 “난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어, 해리. 넌 이 특별한 연결인지 관계인지 뭔지 모르겠지만, 하여튼 이걸 좋아하는.........”

 그 순간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서 그녀를 노려보는 해리의 표정을 보자, 헤르미온느는 슬그머니 말꼬리를 흐렸다.

 “좋아한다고?”

 해리가 조용하게 말했다.

 “너라면 이걸 좋아하겠니?”

 “나....... 나는 아니야. 미안해, 해리. 그런 뜻은 아니었어.........”

 “난 이걸 증오해. 그자가 내 머릿속으로 들어올 수 있단 사실을, 그놈이 가장 위함한 존재가 될 때 내가 그걸 지켜봐야만 한다는 사실을 증오한단 말이야! 하지만 난 바로 그 점을 이용할 거야.“

 “그렇지만 덤블도어 교수님은.......”

 “덤블도어 교수님은 잊어버려. 이건 어느 누구도 아닌, 바로 내가 선택한 거야. 나는 그자가 왜 그레고로비치를 뒤쫓고 있는지 그 이유를 알고 싶어.”

 “누구?”

 “외국의 지팡이 제작자야.”

 해리가 설명했다.

 “크룸의 지팡이를 만든 사람이지. 크룸 말에 따르면 아주 솜씨가 뛰어나대.”

 “하지만 네가 그랬잖아. 볼드모트는 어딘가에 올리밴더를 가두어 두었다고 말이야. 이미 지팡이 제작자가 한 명 있는데, 뭐 때문에 또 다른 제작자를 찾으려고 하지?”

 론이 말했다.

 "그자도 크룸과 같은 생각인가 보지. 어쩌면 그레고로비치가 더 훌륭하다고 생각하는 건지도 몰라...... 그게 아니면 그자가 나를 추격할 때 내 지팡이가 한 일을 그레고로비치가 설명해 줄 수 있을 거라고 생가가하는 건지도........ 왜냐하면 올리밴더는 그 이유를 알지 못했거든.”

 해리는 뽀얗게 먼지가 끼고 금이 간 거울을 힐끗 들여다보았다. 그의 등 너머에서 론과 헤르미온느가 의심에 찬 눈길을 주고받는 것이 보였다.

 “해리, 넌 계속 네 지팡이가 뭘 어떻게 했다고 말하는데 말이야.”

 헤르미온느가 입을 열었다.

 “그건 바로 네가 한 일이야! 어째서 너는 자신이 지닌 능력을 자꾸 회피하려고 고집을 피우는 거니?”

 “왜냐하면 내가 한 일이 아니라는 걸 너무 잘 알기 때문이야! 볼드모트도 그렇고 말이야, 헤르미온느! 우린 둘다 실제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고 있다고!” 두 사람은 서로를 한동안 노려보았다. 해리는 헤르미온느가 전혀 설득당하지 않았다는 걸 알았다. 그리고 헤르미온느가 지팡이에 대한 자신의 주장과, 자신이 볼드모트의 머릿속을 들여다보려고 한다는 사실 모두에 대해서 끝없는 반론을 늘어 놓을 거라는 것도 알았다. 다행히도 론이 끼어들었다.

 “그만 해.”

 론이 헤르미온느에게 충고했다.

 “그건 해리가 결정할 일이야. 게다가 우리, 내일 마법부로 들어갈 거면 계획을 검토해야 하지 않나?”

 다른 두 사람 눈에 뻔히 보일 정도로 마지못해 하는 표정을 지으며, 헤르미온느는 그 문제를 덮었다. 하지만 해리는 그녀가 언제든 기회만 잡으면 다시 공격해 오리라는 걸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이럭저럭 그들은 지하 부엌으로 돌아갔다. 그러자 크리처가 그들 모두에게 스튜와 당밀 타르트를 가져다 주었다.  그날 밤 늦게까지 셋은 잠자리에 들지 못했다. 단어 하나 빼놓지 않고 서로에게 완전히 암송할 수 있을 때까지 계획을 확인하고 또 확인하느라 몇 시간을 보냈던 것이다. 이제 잠을 자기 위해 시리우스의 방에 들어간 해리는 침대에 누워 지팡이에 불을 밝히고 아버지와 시리두스, 루핀 그리고 페티그루가 함께 잇는 오래된 사진을 비추어 보았다. 그리고 다시 10분 동안 내일 계획을 혼자 중얼중얼 되뇌었다. 하지만 마침내 지팡이의 불을 껐을 때, 그의 머릿속에 떠오른 것은 폴리주스 마법약도, 구역질 사탕도, 마법 관리부의 남색 망토도 아니었다. 볼드모트가 그토록 열심히 그자를 찾아다니고 있는데, 과연 그자가 얼마나 더 오랫동안 숨어 있을 수 있을지 궁금했다.

 자정이 지나자, 눈 깜짝할 사이에 새벽이 찾아왔다.

 “네 꼴이 엉망이야.”

 해리를 깨우기 위해 방으로 들어선 론이 던진 첫마디였다.

 “금방 괜찮아질 거야.”

 해리가 하품을 하며 대답했다.

 헤르미온느는 부엌에서 크리처가 차려 주는 커피와 뜨거운 롤빵을 먹고 있었다. 약간 열에 들뜬 듯한 표정을 보자, 해리는 한창 시험 공부할 때가 떠올랐다.

 “망토.”

 헤르미온느가 중얼거렸다. 그리고 초조한 듯이 그들을 향해 고개만 까딱하더니, 계속해서 그녀의 구슬 백 안을 손으로 뒤지고 있었다.

 “폴리주스 마법약...... 투명 망토....... 위장용 폭음탄........ 이것들은 만약을 대비해서 각각 한 쌍씩 가져가도록 하고........구역질 사탕, 코피 누가, 늘어나는 귀........”

 그들은 후딱 아침 식사를 끝낸 다음, 위층으로 올라갔다. 크리처는 그들에게 절을 꾸벅하면서 그들이 돌아오면 스테이크와 키드니 파이를 준비해 놓겠다고 약속했다.

 “그에게 축복이 있기를.”

 론이 애정 어린 목소리로 말했다.

 “내가 한때 저 집요정의 목을 베어서 벽에 걸어 놓고 싶어했었다니.”

 그들은 최대한 주의를 기울이며 현관 계단으로 나갔다. 수면부족으로 눈이 퉁퉁 부은 죽음을 먹는 자들  두 명이 안개 낀 광장 너머에서 이 집을 열심히 감시하고 있는 게 보였다. 헤르미온느가 먼저 론과 함께 순간이동을 했다. 그런 다음 다시 해리를 데리러 왔다.  늘 그렇듯이 잠깐 동안 깜깜한 암흑과 거의 숨이 넘어갈 듯한 질식을 겪은 후에, 해리는 좁은 골목길에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계획의 첫 단계를 실행하기로 한 장소였다. 아직은 커다란 쓰레기통 두 개만 뒹굴고 있을 뿐, 아무도 없었다. 대개 최소한 여덟 시는 되어야 가장 먼저 출근하는 마법부 직원들이 나타나곤 했다.

 “좋아.”

 헤르미온느가 시계를 들여다보며 말했다.

 “대략 5분 후에는 그 여자가 여기 나타날 거야. 내가 기절마법을 쏘면.........”

 “헤르미온느, 우리도 다 알아.”

 론이 딱딱거렸다.

 “그런데 그 여자가 여기 오기 전에 문부터 열어 놓기로 하지 않았어?”

 헤르미온느가 꽥 비명을 질렀다.

 “깜박할 뻔했어! 물러서!”

 헤르미온느는 옆에 있는, 맹꽁이자물쇠가 달려 있고 낙서투성이인 방화문을 향해 지팡이를 겨누었다. 쾅 하는 소리와 함께 문이 활짝 열렸다. 텅 빈 극장으로 통하는 컴컴한 통로가 나타났다. 그들은 꼼꼼한 사전 정찰을 통해서 이 사실을 알고 있었다. 헤르미온느가 다시 문을 닫고 원래대로 잠겨 있는 것처럼 해 놓았다.

 “자, 이제.........”

 헤르미온느가 골목길에 있는 다른 두 사람을 향해 돌아서며 말했다.

 “우리는 다시 투명 망토를 쓰고........”

 “기다린다.”

 론이 얼른 말을 받았다. 그는 마치 새장 위로 담요를 덮어씌우듯 헤르미온느의 머리 위로 망토를 휙 덮었다. 그리고 해리를 향해 눈알을 굴렸다.

 불과 몇 분이 지났을까, 살짝 뿅 하는 소리가 나더니 키가 작은 마법부의 마녀가 회색 머리칼을 바람에 날리며 바로 그들 앞에 스르르 나타났다. 그 마녀는 갑작스런 빛에 눈이 부신듯 눈을 깜박거렸다. 방금 전에 태양이 구름 뒤에서 나왔던 것이다. 하지만 이 뜻밖의 햇살을 즐길 틈도 없이, 그 마녀는 헤르미온느의 소리 없는 기절 마법을 가슴에 맞고 풀썩 쓰러져 버렸다.

 “잘했다, 헤르미온느,”

 해리가 투명 망토를 벗자, 론이 극장 문 옆에 있던 쓰레기통 뒤에서 걸어 나오면서 칭찬했다. 그들은 다 함께 이 작은 마녀를 들어서 무대 뒤편으로 통하는 어두운 통로 안으로 옮겼다. 헤르미온느는 마녀의 머리카락을 몇 가닥 뽑더니, 구슬 백에서 꺼낸 뿌연 폴리주스 마법약 병 안에 넣었다. 한편 론은 작은 마년의 핸드백을 뒤지고 있었다.

 “이 마녀는 마팔다 홉커크야.”

 론이 작은 신분증을 읽으며 말했다. 거기에는 이 희생자가 마법 오남용 관리과 직원이라고 

신분이 밝혀져 있었다.

 “헤르미온느, 네가 이걸 갖는 게 좋겠다. 여기 그 동전들이 있어.”

 론은 마녀의 지갑에서 꺼낸 작은 금화 몇 개를 헤르미온느에게 건네주었는데, 금화에는

 M.O.M. 이란 글자가 새겨져 있었다.

 헤르미온느는 이제 예쁜 연보라색으로 변한 폴리주스 마법약을 들이켰다. 그리고 순식간에마팔다 홉커크의 모습으로 변신하여 그들 앞에 섰다. 그녀가 마팔다의 안경을 벗겨서 쓰고나자, 해리가 시계를 보았다.

 “좀 늦었는걸. 이제 금방 마법 관리부 친구가 여기에 나타날거야.”

 그들은 서둘러서 진짜 마팔다가 쓰러져 있는 곳의 문을 닫았다. 해리와 론은 투명 망토를 뒤집어썼고, 헤르미온느만이 보이게 남아서 기다렸다. 곧이어 또다시 뿅 소리가 나더니 왜소하고 족제비 같이 생긴 마법사가 그들 앞에 나타났다. 

 “오, 안녕하세요, 마팔다.”

 “잘 있었나!” 헤르미온느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자네, 오늘은 어떤가?”

 “뭐, 썩 좋지는 않아요.”

 왜소한 마법사는 완전히 풀 죽은 얼굴로 대답했다. 헤르미온느와 마법사가 큰길을 향해 걸어가자, 해리와 론은 그 뒤를 살금살금 따라갔다.

 “기분이 별로라니 거참 안됐구먼.”

 헤르미온느는 고민거리를 털러놓으려고 하는 왜소한 마법사의 말문을 단호하게 가로막았다. 반드시 이자가 큰길을 나가지 못하도록 막아야만 했던 것이다.

 “여기 사탕 먹게나.”

 “네에? 오, 고맙지만 됐습니다.”

 “어서 먹어!”

 헤르미온느가 그의 코앞에 대고 사탕 봉지를 흔들며 버럭 소리를 질렀다. 왜소산 마법사는 약간 놀란 표정으로 사탕 하나를 집어 들었다.

 효과는 즉각 나타났다. 사탕이 혀에 닿자마자, 왜소한 마법사은 웩웩거리며 정신없이 토하기 시작했다. 헤르미온느가 그의 정수리에서 머리카락을 한 움큼 뽑아도 모를 정도였다.

“아니, 이런!” 마법사가 골목길에 토사물을 내뿜자, 헤르미온느가 호들갑을 떨었다.

“아무래도 자네, 오늘 하루 쉬는 게 좋겠어!”

 “아니......아닙니다!”

 그는 숨이 막혀 꺽꺽거리더니 헛구역질을 했다. 하지만 똑바로 걸을 수도 없는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계속 길을 가려고 했다.

 “가야만 합니다....... 오늘은......... 꼭 가야 합니다.........”

 “그건 멍청한 짓이야!”

 헤르미온느가 깜짝 놀라서 다그쳤다.

 “이런 상태로 일을 하러 갈 수는 없어. 내 생각에 자넨 성 뭉고 병원에 가야 할 것 같네. 가서 자네 병을 고쳐 달라고 해!”

 마법사는 털썩 쓰러지더니, 몸을 일으켜 기어코 큰길까지 기어서라도 가려고 기를 썼다.

 “글세, 이런 꼴로 직장에 갈 수는 없다니까!”

 헤르미온느가 소리를 빽 질렀다. 마침내 마법사도 그녀의 말이 옳다고 인정하는 것 같았다. 역겨워하는 헤르미온느를 붙잡고 간신히 일어선 그는 그 자리에서 빙그르 돌더니 사라져 버렸다. 뒤에 남은 것이라곤 그가 사라지는 순간 론이 그의 손에서 낚아챈 가방과 토해 낸 음식 찌꺼기뿐이었다.

 “이크.”

 헤르미온느가 토사물 웅덩이에 닿지 않도록 망토 자락을 재빨리 들어 올리며 말했다.

 “차라리 그자에게 기절 마법을 쓰는 편이 훨씬 더 간단했을거야.”

 “그래.”

 론이 마법사의 가방을 손에 든 채, 투명 망토 밑에서 나왔다. 

 “하지만 그래도 의식을 잃은 사람들이 잔뜩 쌓여 있으면 훨씬 더 주의를 끌었을 거야. 어쨌거나 그 친구, 참 자기 직업에 대해 열성이더군. 안 그래? 이제 그 머리카락과 마법약을 우리에게 줘.”

 2분 후에 론은 그 아픈 마법사와 똑같이 왜소하고 족제비 같은 모습이 되어 그의 가방 안에 접혀 있던 남색 망토를 입고서 그들 앞에 섰다.

 “그 친구가 얼마나 직장에 가려고 기를 썼는지 봤지? 그런데 왜 오늘은 이 옷을 안 입고 있었는지 이상하단 말이야, 안 그래? 어쨌든 이 등에 붙은 이름표에 따르면, 난 레그 캐터몰이야.”

 “이제 여기서 기다려.”

 헤르미온느가 아직도 투명 망토를 쓰고 있는 해리에게 속삭였다.

 “우리가 머리카락을 구해 가지고 금방 돌아올게.”

 해리는 10분쯤 기다려야 했다. 하지만 토사물이 여기저기 널려 있는 골목길에서, 기절 마법에 걸린 마팔다가 숨겨진 문 옆에 혼자 시무룩하게 서 있으려니, 그보다 훨씬 더 길게 느껴졌다. 마침내 론과 헤르미온느가 다시 나타났다.

 “이 사람이 누군지는 모르겠어.”

 헤르미온느가 해리에게 곱슬거리는 검은 머리카락 몇 가닥을 넘겨주며 말했다.

 “하지만 어마어마하게 코피를 쏟으며 집으로 가 벼렸어! 여기 있어. 이사람은 꽤 키가 크던데. 더 큰 옷이 필요할 거야.”

 헤르미온느는 크리처가 그들을 위해 세탁해 놓은 낡은 망토 한 벌을 꺼냈다. 해리는 뒤로 물러서서 마법약을 마셨고, 곧 모습이 변했다.

 일단 고통스런 변신이 끝나자, 그는 180센티미터가 넘는 장신이 되었다. 게다가 근육이 잘 발달된 팔을 보면 알 수 있듯이 몸이 아주 단단한 것 같았다. 심지어 얼굴에는 턱수염까지 났다. 새로 갈아입은 망토 속에 안경과 투명 망토를 쑤셔 넣고, 해리는 두 사람이 기다리는 곳으로 돌아갔다.

 “어이쿠, 이거 겁나는군.”

 론이 그의 머리 위로 불쑥 솟은 해리를 올려다보며 말했다.

 “마팔다의 동전 하나를 가져.”

 헤르미온느가 말했다.

 “그리고 어서 가자. 아홉 시가 다 됐어.”

 그들은 함께 골목길을 나섰다. 사람들로 붐비는 보도를 40~50미터쯤 걸어가자, 쇠창살이 삐죽삐죽하고 검은 난간이 양쪽으로 둘러쳐져 있는 계단 두 개가 나왔다. 한쪽에는 ‘신사용’. 다른 한쪽에는 ‘숙녀용’ 이란 표지판이 붙어 있었다.

 “그럼 이따가 봐.”

 헤르미온느가 긴장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고는 기우뚱거리며 ‘숙녀용’ 계단으로 내려갔다. 해리와 론은 이상하게 옷을 입은 수많은 남자들 틈에 끼어서, 더러운 검은색과 하얀색 

타일이 박힌, 평범한 지하 공중화장실 같은 곳으로 내려갔다.

 “어이, 레그!”

 남색 망토를 입은 또 다른 마법사가 인사를 했다. 그는 문에난 주화 구멍에 황금 동전을 넣고 화장실 칸막이 안으로 들어가려던 참이었다.

 “이거 정말 엉덩이가 아파 죽겠어, 그치? 우리 모두를 이런식으로 출근하게 하다니! 도대체 그 작자들은 누가 나타나길 기대하는 거야! 해리 포터라도 되나?”

 그 마법사는 자기가 던진 농담에 신이 나서 껄껄 웃었다. 론은 억지로 킬킬 웃는 척했다.

 “정말 멍청해, 그렇지?” 론이 말했다. 그러고는 해리와 함께 나란히 붙은 칸막이 안으로 각기 들어갔다.

 해리의 왼쪽과 오른쪽 편에서 물 내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해리는 웅크리고 앉아서 칸막이 밑으로 옆을 엿보았다. 바로 그때 옆 칸막이에서 부츠를 신은 두 발이 변기 안으로 들어가는 것이 보였다. 무심코 고개를 왼쪽으로 돌려 보니, 론이 눈을 끔벅이며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변기 속으로 흘러 내려가야 하는 거야?”

 론이 속삭였다.

 “그런 것 같아.”

 해리도 목소리를 낮춰 대답했다. 그의 입에서는 굵고 거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두 사람 모두 자리에서 일어났다. 정말 멍청이가 된 듯한 기분을 느끼며, 해리는 변기 안으로 발을 집어넣었다. 

 하지만 즉시 제대로 해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분명히 물속에 서 있는 것 같은데, 신발이며 발, 망토까지 물 한 방울 묻지 않았던 것이다. 해리는 손을 뻗어서 물 내리는 줄을 잡아당겼다. 다음 순간 슝 하고 짧은 변기관을 따라 내려가더니 마법부와 통하는 벽난로 밖으로 튕겨 나갔다.

 해리는 어기적거리며 간신히 일어났다. 익숙해져 있던 자신의 몸에 비해 현재 그의 몸집이 너무 컸기 때문이었다. 커다란 중앙 홀은 그가 기억하는 것보다 더 어두워진 것 같았다. 이전에는 황금 분수가 중앙 홀 가운데를 차지하고선, 반들반들 윤이 나는 나무 마루와 벽 위로 눈부신 광채를 던져 주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검은 돌로 만든 거대한 석상 하나가 모든 걸 압도하고 있었다. 마녀 한 명과 마법사 한 명이 화려한 문양을 새긴 왕좌에 앉아 

있는 그 거대한 석상은 왠지 으스스한 분위기를 풍겼는데, 마치 벽난로에서 비틀거리며 튀어나오는 마법부 직원들을 내려다보고 있는 것 같았다. 그 석상 밑에는 ‘마법은 힘이다.’ 라는 구호가 도드라지게 새겨져 있었다.

 그 순간 무엇인가가 해리의 다리 뒤를 세게 때렸다. 해리의 등 뒤에서 또 다른 마법사가 방금 벽난로 밖으로 튀어나온 것이다.

 “길 좀비켜, 당신은........ 오, 미안하네, 런콘!”

 머리가 벗겨진 마법사는 완전히 겁먹은 얼굴로 허겁지겁 꽁무니를 뺐다. 해리가 변신한 런콘이라는 이 남자는 모두에게 위협적인 존재인 게 분명했다.

 “여기!”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주위를 돌아보니, 머리숱이 적은 자그마한 마녀와 마법 관리부의 족제비 같은 마법사가 석상 옆에서 그를 향해 손짓을 하고 있었다. 해리는 얼른 그들에게 다가갔다.

 “무사히 들어온 거지?”

 헤르미온느가 해리에게 속삭였다.

 “아니야, 걔는 아직도 똥통에 빠져 있는걸.”

 론이 농담을 했다.

 “내 참, 웃기기도 하겠다...... 저거 너무 끔찍하지 않니?”

 헤르미온느가 석상을 올려다보고 있는 해리에게 말했다.

 “저 석상이 뭘 깔고 앉았는지 봤니?”

 해리는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그리고 비로소 처음에 정교한 장식 문양이 새겨진 왕좌라고 생각했던 것이 사실은, 첩첩이 쌓여 있는 인간들을 조각해 놓은 것임을 깨달았다. 수백 명의 벌거벗은 남자와 여자, 그리고 어린아이들이 한결같이 멍청하고 추한 얼굴을 한 채, 멋지게 차려입은 마법사들을 다 함께 떠받드느라 심하게 짓눌리고 뒤틀린 자세를 하고 있었다.

 “머글들이야.”

 헤르미온느가 속삭였다.

 “저게 머글들에게 걸맞는 자리라는 거지. 자, 어서 가지.”

 두 사람은 중앙 홀의 끝에 있는 황금 문을 향해 가고 있는 마녀와 마법사들 틈에 끼어들었다. 그리고 가능한 한 은밀히 주위를 살펴보았는데, 돌로레스 엄브릿지처럼 유별나게 생긴 사람의 모습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그들은 문을 지나서 보다 더 작은 홀로 들어갔다. 그곳에서는 사람들이 스무 대의 승강기를 막고 있는 스무 개의 황금 창살 앞에 길게 줄을 서고

있었다. 그들이 제일 가까운 줄에 끼어들려고 할 때, 누군가 소리쳤다.

 “캐터몰!”

 그들은 뒤를 돌아보았다. 순간 해리는 속이 뒤집히는 것 같았다. 덤블도어의 죽음을 지켜보았던 죽음을 먹는 자들 중 한명이 그들을 향해 성큼성큼 다가오고 있었다. 그들 옆에 서 있던 마법부 직원들은 일제히 입을 다물고 눈을 내리깔았다. 해리는 사람들 사이로 두려움이 파도처럼 퍼져 나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 남자의 못마땅하고 다소 사나운 얼굴은,

그가 지금 입고 있는 위풍당당한 예복과는 어쩐지 어울리지 않았다. 길게 늘어진 그의 망토에는 황금 실로 무늬가 새겨져 있었다.

 승강기 주변에 서 있던 많은 사람들 중에서 누군가가 알랑거리는 목소리로 인사를 했다.

 “안녕하십니까, 악슬리 씨!”

 하지만 악슬리는 그들을 무시했다.

 “캐터몰, 내 사무실을 좀 손보게 사람들 보내 달라고 마법부 관리부에 요청했는데? 거긴 아직도 계속 비가 내기고 있단 말이야.”

 론은 마치 누구 다른 사람이 대답하며 나서길 바라는 듯이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하지만 아무도 입을 열지 않았다.

 “비가 온다고요......... 사무실에요? 그........ 그럼 별로 안 좋겠네요, 그렇죠?”

 론이 초조하게 웃음을 터트리자, 악슬 리가 눈을 부릅떴다. 

 “자넨 그게 재밌나 보지, 캐터몰, 그런 건가?” 론의 줄에서 승강기를 기다리던 마녀 두 명이 줄을 벗어나 허둥지둥 가 버렸다.

 “아닙니다. 천만에요.”

 론이 대답했다.

 “내가 지금 자네 아내를 심문하러 아래층으로 가는 길이라는 걸 알고 있지, 캐터몰? 솔직히 자네가 저 밑에 내려가서 부인이 기다리는 동안 손이라도 잡아 주질 않는 걸 보니 꽤 놀랍군. 벌써 부인이 글러 먹었다고 포기했는가 보지? 그런가? 그게 현명한 판단일 걸세. 다음번엔 반드시 순수혈통이랑 결혼하라고.”

 헤르미온느가 헉하고 공포에 찬 짦은 신음 소리를 내고 말았다. 악슬리가 그녀를 노려보았다. 그녀는 약하게 기침을 하면서 고개를 돌렸다.

 “저....... 저는........”

 론이 더듬더듬 말을 이었다.

 “만약 내 마누라가 머글 태생이라고 고소를 당하고........”

 악슬리가 떠들어 댔다.

 “물론 내가 결혼한 여자라면 누구든 그런 쓰레기로 오인 받을 일이야 절대 없겠지만 말이야, 그리고 마법사 법률 강제 집행부의 부장님께서 어떤 일을 처리해 줄 일손을 필요로 하신다면, 난 그 일을 더 우선순위에 둘 거란 말이지, 캐터몰. 내이야기를 알아듣겠나?”

 “네.”

 론이 중얼거렸다.

 “그럼 그 일을 잘 처리하게, 케터몰. 만약 내 사무실의 날씨가 한 시간 이내에 완전히 개지 않으면, 자네 부인의 혈통 등급은 지금보다 훨씬 더 심각하게 의심스런 지경이 될 테니까.”

 그때 그들 앞에 있는 황금 창살이 덜커덕하고 열렸다. 악슬리는 해리를 향해 불쾌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하더니, 다른 승강기 쪽으로 휙 가 버렸다. 그자는 해리가 캐터몰에 대한 이런 처사에 공감할 거라고 생각하는 게 분명했다. 해리와 론과 헤르미온느는 승강기 안으로 들어갔다. 하지만 뒤따라 들어오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마치 그들이 전염병 환자라도 되는 것 같았다. 덜커덕하고 창살이 닫히자, 승강기는 위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난 어떻게 해야 하지?” 즉시 론이 다른 두 사람에게 물었다. 그는 다소 충격을 받은것 같았다.

 “내가 나타나지 않으면 내 아내는.......그러니까 캐터몰의 아내는.........”

 “우리도 너와 함께 갈게. 우린 꼭 같이 다녀야 해.”

 해리가 말을 꺼내자, 론이 세차게 고개를 저었다.

 “그건 미친 짓이야. 우리에겐 시간이 별로 없어. 너희 두 사람은 엄브릿지를 찾아. 난 어서 가서 악슬리의 사무실을 고칠게. 그런데 비를 어떻게 멈추지?”

 “피니트 인칸타템을 써 봐.”

 헤르미온느가 즉시 알려 주었다. 

 “그 비가 무슨 주문이나 저주라면 그걸로 비를 멈출 수 있을 거야. 만약 그렇지 않다면, 기압 조절 마법에 무슨 문제가 생긴 건데, 그건 고치기가 훨씬 더 어려울 거야. 그러니까 임시방편으로 우선 악슬리의 물건들이 젖지 않도록 임페르비우스 주문을 건 후에.........”

 “다시 말해 봐, 천천히.......”

 론은 황급히 깃펜을 찾으려고 호주머니를 뒤졌다. 그러나 바로 그 순간 승강기가 흔들리면서 멈춰 섰다. 뒤이어 모습은 보이지 않는 여자의 목소리가 흘러 나왔다.

 “4층, 신비한 동물 및 관리부입니다. 동물, 인류, 영혼 부서와 도깨비 연락 사무소, 해충 대책 사무국이 있습니다.”

 황금 창살들이 다시 열리면서, 마법사 두 사람과 연한 보라색 종이비행기 대여섯 대가 승강기 안으로 들어왔다. 비행기들은 승강기 천장에 달린 등잔 주위를 팔랑거리며 날아다녔다.

 “잘 지내나, 알버트.”

 구레나룻을 덥수룩하게 기른 남자가 해리를 보고 웃으며 말했다. 그러고는 론과 헤르미온느 쪽을 힐끗 쳐다보았다. 승강기가 다시 끽 소리를 내며 올라가기 시작했다. 헤르미온느는 속닥속닥 론에게 수리 방법을 알려 주느라 정신이 없었다. 마법사가 해리 쪽으로 몸을 기울이더니 힐끗힐끗 곁눈질을 하며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더크 크레스웰? 도깨비 연락 사무소의? 잘했어, 알버트. 장담하건대 이제 그 작자의 자리는 내가 차지하게 될 거야!”

 그 마법사는 눈을 찡끗했다. 해리는 미소를 지어 보이며, 부디 이걸로 무사히 넘어가기를 바랐다. 창살문이 다시 열렸다.

 “2층, 마법사 법률 강제 집행부입니다. 마법 오남용 관리과, 오러 본부, 위즌가모트 행정 사무국이 함께 있습니다.”

 모습이 보이지 않는 마녀의 목소리가 말했다.

 해리는 헤르미온느가 론을 살짝 떠미는 걸 보았다. 론은 다른 마법사들의 뒤를 따라서 

허둥지둥 승강기에 내렸다. 이제 해리와 헤르미온느 두 사람만 남았다. 황금 창살문이 닫히자마자, 헤르미온느가 아주 빠르게 속삭였다.

 “솔직히 해리, 내기 론의 뒤를 따라갈 걸 그랬나 봐. 론은 어떻게 하는지 모르는 것 같아. 설사 그 모든 걸 알아들었다고해도.......”

 “1층, 마법부 장관실과 보좌관실입니다.”

 황금 창살문이 다시 열리는 순간, 헤르미온느가 입을 딱 벌렸다. 네 사람이 그들 앞에 서

있었던 것이다. 그들 중 두 사람은 정신없이 대화에 열중하고 있었다. 한 사람은 검은색과 황금색으로 된 위엄 있는 예복을 입고 머리를 길게 기른 마법사 였으며, 또 한 사람은 짧은 머리에 벨벳 머리띠를 한, 땅딸막하고 두꺼비같이 생긴 마녀였다. 그 여자는 가슴에 필기판을 꼭 끌어안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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