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9장 은신처
모든 것이 뿌옇게 흐려지고 천천히 움직이는 것 같았다. 해리와 헤르미온느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서 지팡이를 꺼내 들었다. 많은 사람들이 이제야 겨우 뭔가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는 사실을 알아차리고 있었다. 은색 살쾡이가 사라지고 난 후에도, 사람들은 여전히 살쾡이가 있던 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패트로누스가 내려앉았던 곳에서부터 무거운 침묵이 싸늘한 물결처럼 사방으로 퍼져 나갔다. 그때 누군가 날카로운 비명을 질렀다.
해리와 헤르미온느는 공포에 휩싸인 군중 속으로 뛰어들었다. 하객들은 사방으로 도망치고 있었고, 많은 사람들이 순간이동으로 사라지고 잇엇다. 버로우를 둘러싸고 있던 보호마법이 깨진것이다.
“론!”
헤르미온느가 다급하게 외쳤다.
“론, 어디 있는 거야?”
헤르미온느와 함께 댄스 플로어를 가로질러 사람들을 비집고 다닐때, 해리는 군중 속에서 망토를 쓰고 복면을 한 사람들이 뽕 나타나는 것을 목격했다. 곧이어 지팡이를 들고 있는 루핀과 통스의 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두 사람이 함께 “프로테고!”하고 외치를 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는 사방에서 되풀이 되었다.........
“론! 론!“
해리와 함께 겁에 질린 하객들 틈을 헤쳐 나가면서 헤르미온느는 거의 흐느끼다시피 하면서 론을 불렀다. 그때 한 줄기 빛이 그들의 머리위를 휙 지나갔다. 해리는 서로 떨어지지 않기 위해 그녀의 손을 더욱 꼭 잡았다. 그것이 보호 마법인지 아니면 더욱 불길한 무엇인지 알 수가 없었던 것이다.
바로 그때 론이 나타났다. 론이 해리가 잡지않은 헤르미온느의 나머지 한쪽 팔을 잡았고, 해리는 헤르미온느가 그 자리에서 몸을 빙그르르 돌리는 것을 느꼇다. 순간 캄캄한 어둠이 해리를 엄습했고, 모든 광경과 소리가 완전히 사라졌다. 버로우로부터 멀리, 그곳을 덮친 죽음을 먹는 자들로부터 멀리, 그리고 어쩌면 볼드모트로부터도 멀리멀리 떨어져서, 시간과 공간 속으로 걷잡을 수 없이 빨려들어가는 동안, 그가 느낄수 있는 거라곤 오직 헤르미온느의 손뿐이었다.....
“여기가 어디지?”
론의 목소리가 들렸다.
해리는 눈을 떳다. 한순간 그는 여전히 결혼식장에 있다고 생각했다. 아직도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있는 것 처럼 보였던 것이다.
“토트넘 코트 로드(런던 중심가:역주)야”
헤르미온느가 숨을 헐떡이며 말했다.
“걸어가, 그냥 걸어. 너희가 옷을 갈아입을 수 있는 곳을 찾아야 해.”
해리는 그녀가 시키는 대로 했다. 그들은 반쯤은 걷고, 반쯤은 뛰다시피 하면서 심야의 술꾼들로 들끓는, 문 닫은 가게들이 일렬로 늘어선 어두침침한 큰 길을 지나갔다. 별이 그들위에서 반짝이고 있었다. 2층버스 한대가 덜컹거리며 지나갔고, 술집으로 향하는 한 무리의 사람들이 지나가는 그들을 빤히 쳐다보았다. 해리와 론은 여전히 정장 망토차림이었다.
“헤르미온느, 우리는 갈아입을 게 아무것도 없어.”
웬 젊은 여자가 론을 보고 요란스럽게 웃음을 터트리자, 론이 헤르미온느에게 말했다.
“내가 왜 투명 망토를 확실히 챙겨두지 않았을까?”
마음속으로 자신의 어리석음을 저주하며 해리가 한탄했다.
“작년에는 그걸 내내 끼고다녔는데....”
“괜찮아. 내가 투명 망토를 챙겼어. 너희 둘이 갈아입을 옷도 있고 말이야.”
헤르미온느가 말했다.
“그냥 자연스럽게 행동하려고 애써 봐. 그럼 다 잘될 거야.”
헤르미온느는 그들을 이끌고 샛길을 따라 내려갔다. 이윽고 어두운 골목길로 숨어들어갔다.
“너에게 투명 망토랑 옷이 있단 말이지....”
해리는 잔뜩 얼굴을 찡그린 채, 구슬 장식이 달린 작은 핸드백 말고는 아무것도 들고 있지 않은 헤르미온느를 쳐다보았다. 헤르미온느는 핸드백 안을 뒤적거리고 있었다.
“자, 여기 있어.”
헤르미온느가 청바지와 스웨터 한 벌, 밤색 양말 몇 켤레. 그리고 마침내 은빛 투명망토까지 꺼내 놓자, 해리와 론은 화들짝 놀라고 말았다.
“아니 세상에 어떻게........?”
“탐지 불능 늘이기 마법이야.”
헤르미온느가 말했다.
“꽤 까다롭더라. 그래도 그런대로 잘한 것 같은데. 어쨌든 우리에게 필요한 걸 이 속에 모두 넣어왔으니 말이야.”
헤르미온느가 찢어질 듯이 약해 보이는 핸드백을 살짝 흔들자, 마치 그 안에서 수없이 많은 육중한 물건들이 굴러다니는 것처럼, 화물칸에서나 날 듯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아이, 젠장. 책들일 거야.”
헤르미온느가 핸드백 속을 들여다보며 말했다.
“주제별로 분류해서 쌓아 놨는데.... 자, 해리 넌 투명 망토를 쓰는게 좋겠다. 론 어서 갈아입어....”
“이 많은 걸 언제 다 준비한 거야?”
론이 망토를 벗는 동안 해리가 물었다.
“버로우에서 내가 말했잖아. 며칠 동안 꼭 필요한 것들을 쌌다고, 우리가 황급히 도망쳐야만 하는 경우를 대비해서 말이야. 오늘 아침에 네 배낭도 쌋어. 해리, 넌 옷을 다 갈아입고 나면 그걸 여기 집어넣어........웬지 깸새가 느껴지더라고..........”
“너 정말 대단하다. 정말이야.”
헤르미온느에게 돌돌 만 옷가지를 건네주며 론이 말했다.
“고마워.”
헤르미온느는 핸드백에 옷가지를 밀어 넣으며 살짝 미소를 지어 보였다.
“부탁이야. 해리 어서 투명 망토 써!”
해리가 투명 망토를 어깨에 두르고 머리위까지 끌어당기자. 당장 그의 모습이 사라졌다. 그는 비로소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를 서서히 깨닫기 시작했다.
“그런데 다른 사람들은...... 결혼식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우리는 지금 그런 걱정 할때가 아니야.”
해르미온느가 속삭였다.
“그들이 쫓고 있는건 바로 너라고, 해리. 만약 지금 돌아간다면 우리는 모든 사람들을 훨씬 더한 위험에 빠드리게 될 거야.”
“헤르미온느의 말이 맞아.”
론은 해리의 얼굴을 보지 않고도, 그가 계속 따지려고 든다는 걸 알아차린 것 같았다.
“대부분의 기사단 사람들이 거기 있잖아. 그들이 다른 사람들을 돌봐 줄거야.”
비로소 해리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론과 헤르미온느가 자신을 볼수 없다는 것을 떠올리고는, 소리내어 말했다.
“그래, 맞아.”
하지만 지니를 생각하자 두려움이 위산처럼 그의 뱃속에서 부글거렸다.
“어서! 우리는 계속 움직여야 할 것 같아.”
헤르미온느가 말했다.
그들은 골목을 되돌아 나와서 다시 큰길 위에 섰다. 길 건넌 편에서 한무리의 남자들이 노래를 부르며 보도를 누비고 있었다.
“그냥 궁금해서 그러는데, 왜 하필 토트넘 코트 로드에 온거야?”
론이 헤르미온느에게 물었다.
“나도 모르겠어. 방금 떠오른 생각인데, 그래도 머글 세계에 나와 있는게 더 안절할 것 같았어. 그들이 우리가 있을 거라고 예상할 만한 곳은 아니잖아.”
“맞는 말이야.”
론이 돌아보며 말했다.
“하지만 어째 조금........노출된 기분이지 않니?”
“그럼 달리 갈데라도 있니?”
길 건너편 남자들이 자신을 향해 휘파람을 불자, 헤르미온느가 움찔 놀라면서 말했다.
“그렇다고 리키 콜드런에 방을 예약할 수는 없잖아, 안 그래? 그리고 스네이프가 그리몰드 광장에 들어갈 수 있다면, 그곳도 안전하지 못해. 어저면 우리 부모님의 집을 시도해 볼 수도 있을 거야. 몰론 그들이 그곳을 확인할 가능성도 있지만......오, 저 사람들 입 좀 닥치게 하면 좋으련만.”
“어이, 아가씨?”
건너편 인도에 있던 남자들 중에서 제일 심하게 술이 취한 사람이 외쳤다.
“한잔 어때? 빨강 머리는 버려 두고, 이리 와서 맥주 한잔 하자고!”
“어디 좀 앉자.”
론이 길 건너편을 향하여 소리를 지르려고 입을 벌리자, 헤르미온느가 황급히 말했다.
“봐, 여기면 될거야. 여기!”
그곳은 작고 허름한 심야 영업 카페였다. 포마이카 칠을 한 모든 테이블 위에는 얇게 기름때가 끼어 있엇지만, 최소한 그곳에는 아무도 없었다. 해리가 먼저 칸막이 자리 안으로 슬그머니 들어갔고, 론이 해리 옆자리에, 헤르미온느를 마주 보고 앉았다. 그녀는 입구를 등지고 앉아야만 했는데, 그 점을 몹시 못마땅하게 여겼다. 어찌나 빈번하게 어깨 너머로 곁눈질을 하던지, 마치 어깨가 결린 사람 같아 보였다. 해리는 한곳에 머무는 것이 썩 내키지 않았다. 걷기라도 하면, 웬지 목적지가 있는 것 같은 환상이라도 가질 수 있었던 것이다. 투명 망토 아래에서 해리는 마지막 넘은 폴리주스 마법약이 몸에서 빠져 나가면서, 두손이 평소와 같은 길이와 모양으로 되돌아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는 주머니에서 안경을 꺼내어 다시 썼다.
잠시 후에 론이 말했다.
“있잖아, 우리는 지금 리키 콜드런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어. 거긴 채링 크로스에 있잖아....”
“론, 그래선 안돼!”
헤르미온느가 즉각 반대햇다.
“거기에 머물자는 게 아니야. 단지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아보자고!”
“우리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이미 알고 있어! 볼드모트가 마법부를 장악했어. 우리가 더 이상 뭘 알아야 하는데?”
“알았어, 알았다고. 그저 잠시 떠오른 생각이었어.”
그들은 다시 어색한 침묵 상태로 돌아갔다. 짝짝 껌을 씹는 여종업원이 발을 질질 끌며 다가왔고, 헤르미온느는 카푸치노 두잔을 시켰다. 해리가 눈에 보이지 않았기 때문에, 해리를 위해 한잔 더 주문하는 것은 수상해 보일지 몰랐기 때문이었다. 그 때 두명의 건장한 노동자가 카페에 들어와 바로 옆칸에 비집고 앉았다. 헤르미온느는 목소리를 낮추고 속삭였다.
“순간이동을 할 만한 조용한 장소를 찾아서 시골로 가는 거야. 일단 거기에 가면, 기사단에 편지를 보낼 수 있을 거야.”
“그럼, 너는 말하는 패트로누스 마법을 할 줄 안다는 거야?”
론이 물었다.
“그동안 쭉 연습을 해왓어. 아마도 할 수 잇을 거야.”
헤르미온느가 말했다.
“그래, 그 때문에 그들이 곤경에 처하지 않는 한 말이지. 물론 그들은 이미 체포되었을지도 모르지만. 세상에 이거 아주 역한걸.”
론이 거품이 나는 희끄무레한 커피를 한 모금 마신 뒤에 말했다. 여종업원이 그 말을 들었다. 새로 온 손님들의 주문을 받기 위해 신발을 질질끌고 다가오던 여종업원은 론을 험악한 얼굴로 쏘아보았다. 두 노동자 중에 더 덩치가 큰 쪽은 금발에 몸집이 아주 어마어마했다. 해리가 그를 바라보고 있을때, 그 남자는 여종업원에게 일없다는 듯 손을 내젓고 있었다. 그녀는 어이가 없다는 듯, 그를 빤히 바라보았다.
“그만 가자. 이 구정물 같은 걸 더는 못 마시겠어.”
론이 말했다.
“헤르미온느 너 혹시 이거 계산할 머글 돈 좀 있니?”
“응, 버로우에 오기 전에 주택 마련 저축 통장에 있는 돈을 몽땅 찾았어. 하지만 분명 잔돈이랑 잔돈은 다 맨 밑에 있을거야.”
구슬 백 안으로 손을 넣으며 헤르미온느가 한숨을 내쉬었다.
바로 그 순간 두 노동자가 동시에 똑같은 움직임을 보였고, 해리는 반사적으로 그들을 따라했다. 결국 세사람 모두 지팡이를 뽑아들고 있었다. 론은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즉시 깨닫고는, 헤르미온느를 의자 옆으로 확 밀친 후에 테이블 너머로 돌진했다. 죽음을 먹는 자들이 날린 주문은 방금 전까지 론이 머리를 기대고 있던 타일 벽을 산산조각내 버렸다. 전혀 눈에 보이지 않는 해리가 소리쳤다.
“스투페파이!”
뿜어져 나온 붉은 광선이 금발에 덩치가 집채만한 죽음을 먹는 자의 얼굴에 명중했다. 그는 의식을 잃고 옆으로 쿵 쓰러졌다. 그의 동료는 누가 마법을 걸었는지 보지 못한채, 다시 론을 향해 발사했다. 번쩍이는 검은 밧줄이 지팡이 끝에서 튀어나오더니 론을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꽁꽁 묶었다. 여종업원은 비명을 지르며 문 쪽으로 달아났다. 론을 포박한, 얼굴이 찌그러진 죽음을 먹는 자를 향해 해리는 다시 한번 기절 마법을 쏘았다. 그러나 주문은 빗나갔고, 창문에서 튕겨나가 여종업원을 맞혓다. 그녀는 문 잎에서 풀썩 쓰러졋다.
“엑스펄소!”
죽음을 먹는자가 고함을 지르자, 해리앞에 있던 테이블이 폭발했다. 폭발의 위력으로 해리는 벽에 세게 내팽개쳐졌다. 해리는 망토가 스르륵 벗겨지며 손에서 지팡이가 빠져나가는 것을 느꼇다.
“페트리피쿠스 토탈루스!”
헤르미온느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소리쳤다. 죽음을 먹는 자는 우지끈 소리를 내며, 깨진 찻잔과 테이블, 커피가 어질러진 난장판 위로 동상처럼 앞으로 쓰러졌다. 헤르미온느는 의자 밑에서 기어나오더니, 머리를 흔들어 부서진 유리 재떨이 조각을 털어냈다. 온몸이 부들부들 떨리고 잇었다.
“디, 디핀도!”
지팡이로 론을 가리키며 헤르미온느가 외쳤다. 그러자 론의 청바지 무릎 부분이 찢어지고 살이 깊이 패였다. 론이 고통으로 울부짖었다.
“오, 미안해 론, 손이 떨려서! 디핀도!”
밧줄이 잘려 나갔다. 론은 일어서서, 감각이 돌아오도록 팔을 이리저리 흔들엇다. 해리는 지팡이를 주워 들고, 파편 더미위로 기어올라, 의자 위에 널브러져 있는, 금발에 덩치 큰 죽음을 먹는자에게 다가갔다.
“이놈을 진작 알아봤어야 했는데, 덤블도어 교수님이 돌아가시던 날 밤에도 거기 있었어.”
해리가 말했다. 그리고 피부색이 좀 더 검은 죽음을 먹는자를 한 발로 뒤집었다. 그자의 눈이 재빨리 해리와 론, 헤르미온느 사이를 왔다 갔다 했다.
“이자는 돌로호브야.”
론이 말했다.
“옛날 현상수배 전단지에서 본 적이 있어. 저 덩치 큰 놈은 토르핀 라울인 것 같아.”
“이놈들 이름따위는 신경 쓸 것오 없어!
헤르미온느가 약간 신경질 적으로 말했다.“이놈들이 어떻게 우리를 찾아냈지? 우리 이제 어쩌면 좋지?”
웬일인지 헤르미온느의 겁에 질린 모습을 보자, 해리의 정신이 맑아졌다.
“문을 잠가.”
해리가 헤르미온느에게 말했다.
“그리고 론, 너는 불을 꺼.”
해리는 계속해서 궁리를 하며, 마비 상태에 빠진 돌로호브를 내려다보았다. 그사이 자물쇠가 찰칵소리를 내며 잠겼고, 론은 딜루미네이터를 써서 카페를 어둠으로 몰아넣었다. 해리는 저 멀리에서 아까 헤르미온느에게 농을 걸던 남자들이 또 다른 아가씨를 향해 소리치는 것을 들을 수 있었다.
“이놈들을 이제 어쩌지?”
론이 어둠 속에서 해리에게 속삭였다. 그리고 훨씬 더 목소리를 낮추며 말했다.
“죽여? 이들은 우리를 죽이려고 했어. 이들은 방금전에 아주 제대로 공격했다고.”
헤르미온느는 몸서리를 치며 한 발짝 뒷걸음쳤다. 해리는 고개를 저었다.
“우리는 이들의 기억을 지우기만 하면 돼.”
해리가 맗ㅆ다.
“그렇게 하는 편이 나아. 그래야 그들을 따돌릴 수 잇어. 우리가 이놈들을 죽인다면, 우리가 여기 있엇다는게 너무 확실히 드러나잖아.”
“역시 넌 대장이야.”
론이 매우 안심했다는 듯이 말했다.
“하지만 난 한번도 기억력 마법을 써 본 적이 없어.”
“나도 마찬가지야.‘
헤르미온느가 말했다.
“하지만 원리는 알아.”
그녀는 크게 심호흡을 해서 마음을 가라앉힌 뒤, 지팡이를 돌로호브의 이마에 대고는 말했다.
“오블리비아테!”
그러자 즉시 돌로호브의 눈이 풀리더니 몽롱해졌다.
“대단해!”
해리가 헤르미온느의 등을 두드리며 말했다.
“론이랑 내가 여길 치우는 동안, 나머지 녀석이랑 여종업원을 처리해 줘!”
“치운다고?”
일부가 부서져 내린 카페를 둘러보며 론이 물었다.
“뭐 하러?”
“저놈들이 깨어나서 방금 폭탄을 맞은 것 같은 이런 데에 자신들이 있는 걸 보면, 무슨일이 벌어졌던 건지 의심할거 아냐?”
“하긴 그래......”
론은 지팡이를 주머니에서 끄집어내기 위해 잠시 용을 썻다.
“지팡이가 안 꺼내지는게 당연하지. 헤르미온느, 네가 싸온건 내 옛날 청바지야. 너무 꽉 낀다고.”
“오, 미안해.”
헤르미온느는 창밖에서는 보이지 않는 곳으로 여종업원을 질질 끌어내면서, 헉헉대며 말했다. 해리는 헤르미온느가 론에게 지팡이를 대신 어디에 찔러넣으면 되는지 충고하는 소리를 들었다.
카페가 예전 상태로 회복되자, 그들은 죽음을 먹는 자들을 그들이 앉아있던 칸막이 자리에 도로 던져 놓고는 서로 얼굴을 마주 보도록 기대어 놓았다.
“그나저나 이놈들이 우리를 어떻게 찾아낸거지?”
헤르미온느가 빳빳이 굳어 잇는 두 남자를 번갈아 바라보며 말햇다.
“우리가 있는 곳을 어떻게 알아냈을까?”
헤르미온느는 해리 쪽을 돌아보았다.
“너, 아직도 추적 마법에 걸려있는건 아니지? 그치, 해리?”
“그럴리가.”
론이 말했다.
“열입곱살이면 추적 마법은 풀리게 되 있어. 그게 마법 법률이야. 성인에게는 추적 마법을 쓸 수 없어.”
헤르미온느가 말했다.
“하지만 혹시 죽음을 먹는 자들이 열입곱 살 먹은 성인한테 추적 마법을 쓰는 방법을 발견했다면?”“하지만 지난 24시간 동안 죽음을 먹는자 근처는 얼씬도 안했잖아. 누가 해리한테 추적 마법을 도로 걸 수가 있냐고!”
헤르미온느는 대답이 없었다. 해리는 자신이 오염되고 더럽혀진 기분이었다. 정말로 죽음을 먹는 자들이 그런 방법으로 그들을 찾아냈을까?
“만약 우리의 위치를 노출시키지 않고는, 내가 마법을 쓸 수 없고 너희도 내 곁에서 마법을 쓸 수 없다면 말이야....”
해리가 말을 꺼냈다.
“우리는 절대 헤어져서는 안돼!”
헤르미온느가 단호하게 말을 잘랐다.
“우리는 안전하게 숨을 곳이 필요해.”
론이 말했다.
“천천히 생각할 만한 여유가 있는 곳말이야.”
“그리몰드 광장.”
해리가 말했다.
다른 두 사람이 입을 떡 벌렸다.
“농담하지마. 해리. 스네이프는 거기에 들어갈 수 있다고!”
“위즐리 아저씨 말씀으로는, 기사단 사람들이 스네이프를 막는 저주를 걸어 놓았대. 게다가 설사 그 저주들이 효력을 발휘하지 않는다 해도.....”
헤르미온느가 뭔가 반대를 하려고 입을 여는 순간, 해리가 서둘러서 말을 막았다.
“그게 뭐 어때서? 난 스네이프를 만날 생각만 하면 아주 좋아 죽겠구먼!”
“그래도.........”
“헤르미온느, 거기 말고 또 어디가 있겠어? 그게 우리에게 주어진 최선의 방법이야. 스네이프는 그저 죽음을 먹는 사람들 중 한 사람일 뿐이야. 내가 아직도 추격 마법에 걸려 있다면, 우리는 다른 어디를 가더라도 그 무리를 모두 달고 다니는 셈이야.”
헤르미온느의 표정은 아직도 반박하고 싶은 듯 햇지만, 그러지는 않았다. 그녀가 잠겨 있던 카페의 문을 열자, 론은 딜루미네이터를 눌러 카페을 불빛을 다시 풀어 놓았다. 그리고 해리가 셋을 세는 것에 맞춰 그들은 세명의 희생자에게 내려진 마법들을 풀었다. 여종업원이나 두명의 죽음을 먹는 자가 졸음에 겨워 움직거리는 것 이상의 행동을 할 수 있게 되기 전에, 해리와, 론, 헤르미온느는 제자리에서 빙그르르 몸을 돌렸다. 이윽고 그들은 또다시 몸을 짓누르는 암흑 속으로 사라졌다.
잠시 후 해리는 반갑게 가슴 깊이 공기를 들이마시며 눈을 떳다. 그들은 이제 낯익은 작고 초라한 광장 한가운데 서 있었다. 높고 황폐한 건물들이 사방에서 그들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12번지 건물은 곧 그들 눈에 띄었다. 왜냐하면 그들은 그 집의 비밀 파수꾼인 덤블도어로 부터 직접 그 집에 대해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들은 몇 미터마다 한번씩, 혹시 누가 뒤어서 쫓아오거나 감시하고 있지 않은지를 살피면서 그곳을 향해 달려갔다. 셋은 단숨에 돌계단을 뛰어 올라갔고, 해리는 지팡이로 현관문을 한 차례 가볍게 두드렸다. 소리가 들리더니 문이 끽 소리를 내며 활짝 열렸다. 그들은 서둘러서 문턱을 넘었다.
해리가 문을 닫고 들어가자 구식 가스등이 일제히 되살아나 길게 뻗은 현관 복도에 일렁이는 불빛을 던졌다. 모든 것이 해리가 기억하고 있던 모습과 똑같았다. 여전히 섬뜩했고, 사방에는 거미줄이 쳐져 있었으며, 벽에 걸린 집요정의 머리들이 계단을 따라 괴이한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었다. 그리고 어두운 색의 긴 커튼이 시리우스 어머니의 초상화를 덮고 있었다. 제자리에 있지 않은 유일한 물건은 트롤의 다리 같은 우산꽂이 뿐이었다. 그것은 마치 통스가 방금 쳐서 넘어뜨린 것처럼 옆으로 쓰러져 있었다.
“누군가 여기 왔었나 봐.”
헤르미온느가 우산꽂이를 가리키며 속삭였다.
“기사단이 떠나면서 그랬을 수도 있어.”
론이 웅얼거리며 대꾸했다.
“그런데 그들이 스네이프에게 걸었다는 저주는 어디 있는 거지?”
해리가 물었다.
“단지 그가 나타날 때에만 작동하는 것 아닐까?”
론이 의견을 말했다.
하지만 그들은 집안으로 더 이상 들어가는 것이 두려워, 여전히 등을 문에 댄 채, 현관 매트앞에 꼭 붙어 있었다.
“자, 여기에 계속 이러고 있을 수는 없어.”
해리가 앞으로 한 걸음 내디디며 말했다.
“세베루스 스네이프?”
그때 어둠 속에서 매드아이 무디의 목소리가 속삭였다. 세 사람 모두 깜짝 놀라서 뒤로 펄쩍 물러섰다.
“저희는 스네이프가 아니예요!”
해리가 목이 메어서 외쳤지만, 이미 무언가가 찬 공기처럼 그를 휙 스쳐 지나가더니 그의 혀가 안쪽으로 말려 들어가 말을 할 수 없게 되었다. 하지만 미처 입 안을 살펴볼 틈도 없이, 그의 혀는 도로 풀려 있었다.
다른 두 사람도 그와 마찬가지로 불쾌한 자극을 느낀 것 같았다. 론은 헛구역질 소리를 내고 있었고, 헤르미온느는 더듬거리며 말했다.
“이건.. 부.....분명 매........매드아이가 스네이프에게 거........걸어놓은 혀 묶기 저주였을 거야.”
매우 조심스럽게 해리는 한 발 더 나아갔다. 그러자 복도 끝 어둠 속에서 무언가 움직이더니 그들이 말 한마디 할 틈도 없이, 키가 크고 뿌연 회색 빛깔을 띤 끔찍한 형상이 카펫에서 솟아올랐다. 헤르미온느가 미친 듯이 비명을 질렀고, 블랙 부인의 초상화도 마찬가지였다. 그 와중에 커튼이 휙 열렷던 것 이다. 뿌연 형상은 그들을 향해 점점 더 빠르게 미끄러지듯 다가왔다. 허리까지 오는 머리털과 턱수염이 마구 휘날리고 있었고, 살점하나 없는 그것의 얼굴은 움푹 들어가고 눈구멍이 뻥 뜷려 있엇다. 무섭고록 익숙하면서도 끔찍하게 변형된 그것은 죽은 팔을 들어 해리를 가리켰다.
“안돼!”
해리가 소리를 질렀다. 무작정 지팡이를 치켜들었지만, 아무런 주문도 떠오르지 않았다.
“안돼! 우리가 아니에요! 우리가 당신을 죽인 게 아니.....”
그 말이 떨어지자마자, 그 형상은 거대한 먼지구름으로 폭발해버렸다. 해리가 콜록거리고 눈물을 흘리며 주위를 둘러보니, 헤르미온느는 팔로 머리를 감싼 채 문 옆의 마룻바닥에 움크리고 있었다. 론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먼지를 턴 다음, 어색하게 헤르미온느의 어깨를 토닥이며 말했다.
“괜찮아.. 이제 다 끝났어........”
푸른 가스등 불에 비춰진 먼지들이 해리 주위에서 안개처럼 소용돌이 쳤다. 블랙 부인은 계속해서 악을 썻다.
“우리 조상의 집에 이 잡종 쓰레기. 수치스런 오점. 치욕스런 얼룩이......”
“닥쳐!”
해리가 버럭 호통을 치며 지팡이로 그녀를 가리켰다. 그러자 펑 소리와 함께 빨간 불꽃이 터벼 나왔고, 커튼이 펄럭이며 닫혔다. 비로소 블랙 부인도 조용해졌다.
“저건.....저건..........”
헤르미온느가 울먹거렸다. 론은 헤르미온느가 일어설 수 있도록 부축했다.
“그래, 하지만 그건 정말로 그가 아니었어. 단지 스네이프를 겁주려고 한 것에 지나지 않아.”
해리가 말했다.
해리는 궁금했다. 그런 것이 과연 효과가 있었을까? 아니면 스네이프는 진짜 덤블도어를 죽였던 것처럼, 아무렇지도 않게 그 무시무시한 형상을 해치웠을까? 여전히 신경을 바싹 곤두세운체, 뭔가 새로운 공포가 찾아올 것을 반쯤은 기대하며, 해리는 두 사람을 이끌고 복도를 걸어갔다. 하지만 벽 모서리를 따라 잽싸게 달아나는 쥐 말고는 아무것도 움직이지 않았다.
“좀 더 가기전에 점검해 보는게 좋을 것 같아.”
헤르미온느가 속삭이더니, 지팡이를 들고 주문을 외웠다.
“호메눔 레벨리오.”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았다.
“너 방금 굉장히 충격을 받았던 모양이구나.”
론이 다정하게 말했다.
“그건 뭘 하려던 거였어?”
“내가 의도한 대로 효과가 있었어!”
헤르미온느가 뿌루퉁하게 쏘아붙였다.
“이건 사람이 있는지를 보여 주는 마법이었다고. 그러니 여기엔 우리 말고 아무도 없는 거야.”
“그리고 늙은 먼지 인간도 있지.”
시체형상이 튀어나왔던 카펫 쪽을 힐끔거리며 론이 말했다.
“올라가자.”
헤르미온느도 똑같은 자리를 겁에 질린 얼굴로 바라보며 말했다. 그러고는 삐거덕거리는 계단을 올라 응접실로 앞장서 갔다.
헤르미온느는 지팡이를 휘둘러 낡은 가스등을 켰다. 바람이 새어드는 방에 들어서자. 그녀는 파르르 떨면서 소파에 자리를 잡고는 양팔로 몸을 꼭 감쌋다. 론은 창문 쪽으로 다가가더니, 무거운 벨벳 커튼을 옆으로 살짝 들어올렸다.
“밖에는 아무도 안 보여.”
론이 보고했다.
“하지만 네 생각대로, 해리가 여전히 추적 마법에 걸려있다면, 그들이 여기까지 쫓아왔을 거 아야. 그들이 집 안 까지는 들어오지 못하는 걸로 알고 있지만.... 무슨 일이야 해리?”
해리가 고통에 찬 외마디 비명을 질렀던 것이다. 수면 위의 섬광처럼 무언가가 그의 머릿속을 번쩍 스쳐 갔고, 그의 흉터가 다시 불에 타는 듯이 쑤셨다. 그는 거대한 그림자를 보았고, 자신의 심장 고동이 아닌 격렬한 분노가 온몸을 흟고 가는 것을 느꼇다. 그것은 전기 충격처럼 짧고 격렬했다.
“뭘 본거야?”
론이 해리에게 다가서며 물었다.
“내가 있던 자리에서 그를 본 거야?”
“아니, 그냥 분노를 느꼇어.... 그는 아주 화가 났어.”
“하지만 그게 버로우 일 수도 있어.”
론이 큰 소리로 말했다.
“다른 건? 뭐 본 거 없어? 그자가 누구에게 저주를 내리고 있었어?”
“아니, 난 그저 분노를 느꼇을 뿐이야...... 나도 모르겠어......”
해리는 추궁을 당하는 듯한 기분이 들었고, 혼란스러웠다. 뒤이어 헤르미온느가 소스라친 목소리로 말했을때, 그녀 역시 아무 도움이 되지 않았다.
“네 흉터가 또?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야? 두 사람의 연결이 차단된 줄 알았는데!”
“그랬었지, 한동안은”
해리가 중얼거렸다. 그의 흉터는 여전히 쿡쿡 쑤셨고, 그 때문에 정신을 집중하기가 힘들었다.
“내..... 내 생각에 그가 통제력을 잃을 때마다 다시 이어지는 거 같아. 예전에 그랬던 것처럼.....”
“그렇다면 네 정신을 차단해야만 해!”
헤르미온느가 날카롭게 소리를 질렀다.
“해리, 덤블도어 교수님은 네가 그 연결을 이용하지 않기를 바라셨어. 네가 그걸 차단하길 원하셨다고! 그러니까 너는 오클러먼시를 시용해야 해! 안 그러면 볼드모트가 가짜 장면들을 네 머릿속에 심어 넣을 수도 있단 말이야. 기억나....”
“응, 기억하고 있어, 고마워.”
해리가 이를 악물며 말했다. 볼드모트가 한때 자신을 함정에 빠트리기 위해 바로 이런 그들 사이의 연결을 이용했었고, 그것이 곧 시리우스의 죽음을 초래했다는 사실을 굳이 헤르미온느가 다시 일깨워 줄 필요는 없었다. 해리는 자신이 보고 느낀 것을 말하지 말 걸 그랬다고 후회했다. 그것은 마치 볼드모트가 이 방 창문에 얼굴을 들이대고 있기라도 한 것처럼, 그를 더욱 위협적인 존재로 느껴지게 할 뿐이었다. 흉터의 통증이 계속 심해졌고, 해리는 필사적으로 그것과 싸웠다. 그것은 마치 토하고 싶은 걸 억지로 억누르는 것과 같았다.
해리는 블랙 가문의 가계도가 그려진, 벽에 걸린 오래된 양탄자를 살펴보는 척하면서 론과 헤르미온느로부터 등을 돌렸다. 잠시 후 헤르미온느가 꽥 소리를 질렀다. 해리가 다시 지팡이를 뽑아 들고 휙 돌아섰을때, 은색 패트로누스가 응접실 창문을 통해 흘러 들어오더니, 그들 앞의 바닥에 내려앉았다. 그것은 서서히 족제비 모양이 되더니, 론의 아버지 목소리로 말했다.
“가족은 안전하다. 대답하지 마라. 우리는 감시당하고 있다.”
패트로누스는 흔적도 없이 흩어져 버렸다. 론은 울음 섞인 신음 소리를 내뱉고는 소파 위로 주저앉았다. 헤르미온느도 론의 팔을 잡으며 옆에 앉았다.
“그분들은 무사해. 무사하다고!”
헤르미온느가 속삭이자, 론은 희미하게 웃으며 그녀를 안았다.
“해리....난........”
론이 헤르미온느의 어깨 너머로 말했다.
“괜찮아.”
머리에서 느껴지는 통증때문에 욕지기를 느끼며 해리가 말했다.
“너희 가족이잖아. 당연히 걱정이 되겠지. 나였더라도 같은 기분이었을 거야.”
해리는 지니를 떠올렸다.
“사실은 나도 같은 기분이야.”
홍터의 통증은 절정에 이르렀고, 버로우의 정원에서 그랬던 만큼이나 타는 듯이 아팠다. 헤르미온느가 하는 말이 어렴풋이 들려왔다.
“난 혼자 있고 싶지 않아. 내가 가져온 침낭을 사용해서, 오늘 밤엔 그냥 여기서 함께 자면 안될까?”
해리는 론이 그러자고 하는 것을 들었다. 하지만 더 이상 고통을 이겨 낼 수 없었다. 그는 굴복해야만 했다.
“화장실 좀....”
그는 중얼거리고는, 뛰지 않으면서 최대한 빠른 걸음으로 방을 떠났다.“
그는 간신히 성공했다. 떨리는 손으로 문에 빗장을 지르자마자, 그는욱신거리는 머리를 감싸 쥔 채 바닥에 쓰러져 거세게 몸부림을 쳤다. 그는 자신의 것이 아닌 분노가 자기영혼을 장악하는 것을 느꼇다. 오직 벽난로 불로만 밝혀진 길쭉한 방이 보였고, 덩치 큰 금발의 죽음을 먹는 자가 바닥에서 소리를 지르며 몸부림치고 있었다. 더 작은 형상이 곁에서 지켜보며 지팡이를 뽑아 들고 서 있는 것이 보였다. 해리는 높고 차갑고 무자비한 목소리로 말했다.
“더 할까, 라울? 아니면 이건 그만하고, 내기니에게 먹이로 줄까? 나는 이번 일을 용서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 이런 일로 나를 불러냈단 말이지? 내게 해리포터가 또다시 도망갔다는 말을 하려고? 드레이코, 라울에게 또 다른 우리의 분노의 맛을 보여 주어라........... 어서 해라. 그러지 않으면 바로 네 자신이 내 노여움을 느껴야 될 테니.”
통나무 하나가 불 속에 떨어졌다. 불길이 치솟으면서 겁에 질린 뾰족하고 하얀 얼굴을 비추고 지나갔다. 순간 해리는 깊은 물속에서 다시 떠오르는 듯한 느낌과 더불어, 가쁜 숨을 내쉬며 눈을 떳다.
그는 차가운 검은색 대리석 바닥 위에 사지가 축 늘어진 채 누워 있었고, 코는 커다란 욕조를 받치고있는 은색 뱀의 꼬리에서 불과 몇 센티미터 거리에 있었다. 해리는 부스스 일어나 앉았다. 말포이의 야위고 바짝 굳은 얼굴이 해리의 눈잎에 또렷이 남아있었다. 해리는 방금 본 광경에, 그리고 이제 드레이코가 볼드모트에게 이용당하고 있다는 사실에 속이 뒤집힐 것 같았다.
요란하게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이어 헤르미온느의 목소리가 들리가 해리는 벌떡 몸을 일으켰다.
“해리 칫솔 필요하니? 여기 있어.”
“응, 잘됐다. 고마워.”
해리는 평소 때와 같은 목소리를 내려고 필사적으로 애쓰며 대답했다. 그리고 헤르미온느에게 문을 열어 주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