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8장 (165/194)

제 8장 결혼식

다음 날 오후 세시에 해리와 론, 프레드와 조지는 과수원의 거대한 흰색 천막 밖에 서서 결혼식 손님들이 도착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해리는 폴리주스 마법약을 큰잔으로 한 잔 마시고, 지금은 그 지역 마을인 오터리 성 캐치폴에 사는 빨간 머리 머글 소년의 분신이 되었다. 프레드가 소환 마법을 사용하여 그 아이의 머리칼을 훔쳤던 것이다. 해리를 ‘사촌 바니’로 소개하고 수 많은 위즐리네 친척들에게 해리의 정체를 숨기려는 계획이었다.

네 사람 모두 사람들을 정해진 자리로 인도하기 위해 좌석 배치표를 손에 꼭 쥐고 있었다. 하얀색 망토를 입은 한 무리의 웨이터들이 금색 재킷을 입은 밴드와 함께 한 시간 전에 미리 도착했고, 이들 마법사들은 지금 근처 나무 아래에 앉아 있었다. 해리는 그곳에서 푸른 파이프 담배 연기가 피어오르는 것을 볼 수 있었다.

해리 뒤에 있는 천막 입구를 통해서 부서지기 쉬운 금빛 의자들이 긴 보라색 카펫의 양쪽에 줄지어 놓인 것이 보였다. 하얀 꽃과 금색 꽃이 천막 지지대를 휘감고 있었다. 프레드와 조지는 빌과 플뢰르가 곧 남편과 아내가 될 자리 바로 위에 엄청난 수의 금색 풍선을 메달아 놓았다. 밖에서는 잔디와 산울타리 위로 나비와 벌들이 한가롭게 날아다녔다. 해리는 아주 불편했다. 해리가 변신한 머글 소년이 해리보다 약간 뚱뚱한데다가,입고 있는 정장 망토가 여름 낮은 땡볕 아래서 후덥지근하고 꽉 끼엇기 때문이었다.

“내가 결혼할 때는, 성가시게 이런 쓸데없는 짓 따위는 하지 않을거야. 누구든 자기 좋을 대로 입을 수 있게 할 거고, 결혼식이 모두 끝날 때 까지 엄마에겐 전신 묶기 저주를 걸어 놓을거야.”

프레드가 정장 옷깃을 잡아당기며 말했다.

“그래도 오늘 아침에 엄마는 그렇게 고약하지 않았다.”

조지가 말했다.

“퍼시가 오지 않아서 조금 울긴 했지. 하지만 퍼시가 오기를 누가 바라겠어? 아, 젠장. 정신 똑바로 차려. 저기 온다. 봐.”

저 멀리 마당 울타리 근처에서 갑자기 밝은 색으로 차려입은 사람들이 어디선가 한명씩 나타나고 있었다. 그러더니 불과 몇 분 만에 하나의 행렬을 이루어, 정원을 지나 천막 쪽으로 꿈틀거리며 다가왔다. 마녀들의 모자위에서는 이국적인 꽃송이와 마법에 걸린 새들이 팔락러렸고, 많은 마법사들의 넥타이에서는 값비싼 보석이 번쩍거렸다. 멀리서 들려오던 흥분에 들뜬 웅성거림이 점점 더 커져서, 사람들 무리가 천막에 가까이 다가왔을 때에는 벌의 윙윙대는 소리를 집어삼켜 버렸다.

“와, 끝내준다. 벨라 사촌들이 몇명 보여, 그 애들은 우리 영국식 관습들을 이해햐는데 도움이 필요할 거야. 내가 보살펴 줘야 겠다......”

조지가 더 잘보기 위해서 목을 쑥 빼며 말했다.

그러자 프레드는 “그렇게 서둘거 없잖아. 구멍 난 성자님.” 이라고 말하고는 쏜살같이 행렬을 이끄는 시끄러운 중년의 마녀들 곁을 지나치더니 한 쌍의 어여쁜 프랑스 소녀들에게 다가갔다.

“Here permettez-moi to  assister vous.(제가 당신들을 자리로 인도해 드려도 될까요?)”

소녀들은 키득거리더니 프레드가 자신들을 안으로 인도하도록 허락했다. 결국 조지는 남아서 아줌마 마녀들을 상대해야 했고, 론은 위즐리 씨의 오랜 마법부 동료인 퍼킨스 씨를 책임졌다. 한편 거의 귀머거리나 다름 없는 늙은 부부는 해리 차지가 되었다.

“안녕!”

해리가 다시 천막 밖으로 나왔을 때,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통스와 루핀이 행렬의 제일 앞에 서 있었다. 통스는 이번 행사를 위해 머리를 금발로 바꾸었다.

“아서가 우리에게 곱슬머리 아이가 바로 너라고 얘기해줫어. 어젯밤 일은 미안해.”

해리가 그들을 통로로 인도하는 동안 통스가 속삭였다.

“마법부는 현재 매우 반 늑대인간적인 입장이라, 우리가 거기에 있어서 네게 좋을 게 하나도 없을 것 같았거든.”

“괜찮아요. 이해해요.”

통스보다는 루핀을 향해서 해리가 말했다. 루핀은 그에게 재빨리 미소를 지어 보였지만, 그들이 돌아설때, 해리는 루핀의 얼굴에 다시 고뇌에 찬 주름이 패는 것을 보았다. 도무지 왜 그런지 이해할 수 없었지만, 그 문제를 놓고 오랫동안 씨름할 시간이 없었다. 해그리드가 상당한 혼란을 일으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해그리드를 위해서는 마법으로 더욱 크고 더욱 튼튼하게 보강한 의자를 뒷줄에 따로 마련해 두었는데, 해그리드가 프레드의 지시를 잘못 이해하고서 보통 의자 다섯개에 털썩 주저앉아 버린 것이다. 이제 그 의자들은 한낱 한 무더기의 금빛 성냥개비들처럼 보였다.

위즐리 씨가 망가진 의자들을 고치고, 해그리드가 모든 사람들이 들을 수 있을 만큼 커다란 소리로 사과의 말을 늘어놓는 동안 해리는 다시 서둘러서 입구 쪽으로 돌아갔다. 그런데 그곳에서 매우 기이한 모습의 마법사와 마주 서 있는 론을 발견했다. 그 마법사는 약간 사팔뜨기에, 솜사탕 같은 백발을 어깨까지 기르고, 술이 코앞에서 달랑거리는 모자를 쓴 채, 계란 노른자 같이 샛노란 망토를 걸치고 있었다. 한편 그의 목에는 삼각형의 눈처럼 생긴 기묘한 상징이 매달린 금 목걸이가 번쩍거렸다.

“제노필리우스 러브굿이네.”

그가 해리에게 손을 내밀며 말했다.

“나는 딸과 바로 저 언덕 너머에 사는데, 이렇게 우리를 초대해 주다니, 위즐리 가족은 참으로 친절도 하시지. 자네는 내 딸 루나를 알고 있겠지?”

그가 론에게 물었다.

“네, 루나는 함께 안 왔나요?”

론이 물었다.

“그 애는 그 작고 멋진 정원에서 땅신령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네. 정말 굉장한 떼거리더군! 그런데 우리가 그 작고 영리한 땅신령으로부터 배울 수 있는게 얼마나 많은지를 깨닫고 있는 마법사는 얼마나 드문지 모른다네. 그게 안 되면 그들에게 저넘블리 가르덴시아라는 정확한 이름이라도 붙여 주든지 말이야.”

“우리 집 땅신령은 정말 근사한 욕설을 아주 많이 알고 있어요. 그런데 제 생각엔 프레드와 조지가 그것들에게 가르쳐 준 것 같아요.”

론이 말했다.

론이 마법사 일행을 천막 안으로 인도하고 들어갔을때, 마침 루나가 부리나케 달려왔다.

“안녕. 해리!”

그녀가 인사를 했다.

“어..... 내 이름은 바니야.”

해리는 당황하며 말했다.

“아, 이름도 바꿔니?”

루나가 명랑하게 물었다.

“너 어떻게 그걸....?”

“오, 그냥 네 표정을 보고 알았지.”

그녀가 말했다.

루나는 아버지와 마찬가지로 샛노란색의 망토를 입고 있었는데, 머리에 커다란 해바라기 한 송이를 꽂아 포인트를 주고 있었다. 그 모든 현란함을 견뎌 낼 수만 있다면, 전체적인 인상은 제법 유쾌했다. 이번엔 적어도 양쪽 귀에 순무가 달려있지는 않았다.

제노필리우스는 때마침 아는 사람과 대화에 몰두한 나머지 루나와 해리 사이에 오간 이야기를 듣지 못했다. 그가 다른 마법사에게 작별 인사를 하고 딸을 돌아보앗을때 루나는 손가락을 들어보이며 말했다.

“아빠, 보세요. 땅신령 한놈이 정말로 저를 물었어요!”

“멋지구나! 땅신령의 침이 얼마나 좋은 건데!”

러브굿 씨가 루나의 퉁퉁 부은 손가락을 쥐고 피가 흐르는 이빨 자국을 살피며 말했다.

“루나, 우리 강아지. 오늘부터 혹시 어떤 재능이 막 싹트는 느낌이 든다면, 이를테면 오페라를 부르고 싶다거나, 인어들의 말로 연설을 하고 싶다는 식의 예기치 못한 충동 말이다. 절대로 억누르지 말거라! 너는 저넘블리에게 재능을 선물 받았을 지도 모른다!”

론은 반대 방향으로 그들을 지나치면서 큰 소리로 콧방귀를 뀌었다.

“론이 웃을 만도 해.”

해리가 루나와 제노필리우스를 자리로 안내하는 동안 루나가 태연하게 말했다.

“그래도 아빠는 저넘블리 마법에 대한 연구를 많이 하셨어.”

“정말이니?”

이미 오래전부터 루나나 그녀의 아버지가 가진 독특한 견해에 도전하지 않기로 마음먹은 해리가 말했다.

“그래도, 너 정말 물린 데에 뭘 좀 안 발라도 되겠어?”

“오, 괜찮아.”

루나가 꿈꾸는 듯한 표정으로 물린 손가락을 빨다가, 문득 해리를 위아래로 보며 말했다.

“너 멋져 보인다. 나는 아빠에게 대부분의 사람들은 정장 망토를 입고 올 거라고 말씀드렸지만, 아빠는 결혼식 날은 태양의 색깔로 입어야 한다고 하셨어. 알다시피, 행운을 위해서 말이야.”

루나가 아빠를 쫓아 사라지자, 론이 늙은 마녀와 팔짱을 끼고 다시 나타났다. 그녀는 매부리코와 불그죽죽한 눈가와 깃털 달린 핑크색 모자 때문에 성질이 못된 홍학같이 보였다.

“..... 그리고 네 머리가 너무 길구나. 로날드. 난 잠시 동안 너를 지네브라(지니를 말함:역주)로 착각했지 뭐냐. 아이고 맙소사. 저기 제노필리우스 러브굿이 입고 있는게 도대체 뭐냐? 꼭 오믈렛 같아 보이는 구나. 그런데 넌 또 누구냐?”

늙은 마녀가 해리를 향해 버럭 고함을 질렀다.

“아, 예. 뮤리엘 할머니. 이 애는 저희 사촌 바니예요.”

“역시나 위즐리 집안이라고? 너희 집안은 정말이지 땅신령 처럼 새끼를 낳아 대는구나. 해리 포터는 여기 안 왔니? 나는 그 아이를 만나고 싶었는데. 그 아이가 네 친구인 줄 알았다. 로날드. 아니면 지금껏 허풍을 치고 다녓던 거니?”

“그런게 아니고요. 해리는 올 수가 없었어요....”

“흠..... 뭔라고 해명을 했단 말이지? 그렇다면 신문에 난 사진에서 보이는 것 만큼 아둔하지는 않나 보구나. 난 방금 전 까지 신부에게 내 티아라(보석이 달린 머리장식 관:역주)ㅆ는 법을 가르쳐 주고 있었단다.”

뮤리엘은 해리를 향해서 큰 소리로 떠들었다.

“그건 도깨비가 만든거지. 우리 가문에서 수 세기동안 이어져 내려 온 거란다. 신부는 아주 예쁘게 생겻더구나. 그래도 역시 프랑스인은 어쩔 수 업지. 자.자. 이제 내게 좋은 자리를 잡아주렴, 로날드. 나는 백일곱 살이고, 너무 오래 서 있으면 안 돼.”

론은 지나가면서 해리에게 의미심장한 눈길을 보내더니, 한동안 나타나지 않았다. 결국 그들이 입구에서 다시 만났을 때. 해리는 이미 열두명 남짓한 사람들을 자리로 안내하고 난 다음이었다. 천막 안은 이제 거의 다 찼고, 처음으로 천막 밖에 늘어선 사람들의 줄이 사라졌다.

“뮤리엘 할머니는 악몽 같아.”

론이 소매로 이마를 닦으며 말했다.

“매년 크리스마스마다 찾아오시곤 했는데, 고맙게도 프레드와 조지가 저녁 식사때 할머니의 의자아래에 똥 폭탄을 터뜨렸지. 그것 때문에 크게 노발대발 하셨어. 아빠는 항상 할머니가 유언장에서 두사람을 빼 버릴 거라고 말씀하시지. 뭐, 형들이 그런 위협을 신경쓰기나 하는 것 처럼 말이야. 형들은 아마 우리 가문에서 어느 누구보다도 부자가 될거야. 추정하기로는..... 와! 정말 멋진데!”

헤르미온느가 그들을 향해 황급히 다가오자. 론이 빠르게 눈을 깜빡거리며 덧붙였다.

“언제나 아주 놀란 듯한 말투로구나.”

헤르미온느가 핀잔을 주었다. 그래도 그녀의 얼굴엔 미소가 어렸다. 그녀는 나풀거리는 라일락 색깔의 드레스를 입고, 거기에 맞춰 굽 높은 구두를 신고 있었다. 헤르미온느의 머리칼은 매끄럽고 윤기가 흘렀다.

“하지만 너희 뮤리엘 할머니는 그렇게 말씀하시지 않으시던걸, 방금 전에 할머니께서 플뢰르에게 왕관을 주실 때 위층에서 뵀거든. 그분은 ”오, 애야, 이 아이는 머글 태생이냐?“ 하시더니 ‘자세도 영 안 좋고, 발목도 앙상하구나’ 하시던데.”

“기분 나빠하지마, 할머니는 모든 사람들에게 무례하게 구셔.”

론이 변명했다.

“뮤리엘 할머니 말이지?”

프레드와 함께 천막에서 나오던 조지가 물었다.

“정말이야. 할머니는 방금 전에 날 보더니 내 귀가 짝짝이라고 하시더라. 늙은 박쥐 같은 할망구. 빌리우스 삼촌이 아직 살아계셧다면 얼마나 좋을까. 삼촌은 결혼식 분위기를 제대로 띄워 주셨는데.”

“그분이 혹시 죽음의 개를 보고서 스물네시간 후에 돌아가신 그분이야?”

헤르미온느가 물었다.

“그래 맞아. 말년이 되면서 좀 이상해지셨지.”

조지가 수긍했다.

“하지만 머리가 좀 이상해지시기 전에는 파티의 주인공이고 왕이셨어.”

프레드가 말했다.

“파이어위스키를 병째로 들이켜고 댄스 플로어로 뛰어올라서는, 망토를 치켜들고 삼촌의 거기서 꽃다발을 꺼냈.....”

“그래, 아주 대단한 매력남이셨던 것 같네.”

헤르미온느가 재빨리 프레드의 말을 끊었다. 한편 해리는 큰 소리로 웃어 댔다.

“무슨 까닭인지 결혼은 한번도 안 하셨지.”

론이 말했다.

“참 놀랍기도 하겠다.”

헤르미온느가 말했다.

다들 하도 정신없이 웃어대느라, 뒤늦게 도착한 손님을 알아보지 못하고 있었다. 커다란 매부리코에 짙고 까만 눈썹을 지닌, 검은 머리의 젊은이가 론에게 자신의 초대장을 내밀며 헤르미온느에게 눈길을 고정한 채 말했다.

“아주 근사해 보인다.”

“빅터!”

헤르미온느가 꺅 소리를 지르면서 구슬장식이 달린 작은 핸드백을 떨어뜨렸다. 그 핸드백은 크기에 어울리지 않게 쿵 하고 소리를 내며 떨어졌다. 헤르미온느는 얼굴을 붉히며 핸드백을 주우려고 허둥댔다.

“세상에 네가 여기에 오다니.. 다시 만서 정말 반가워, 잘 지내니?”

론의 귀가 또 새빨게졌다. 론은 도저히 믿을수 없다는 듯이 크룸의 초대장을 흟어보더니, 지나치게 큰 소리로 말했다.

“여기엔 어쩐 일로 온 거지?”

“플뢰르가 날 초대했다.”

크룸이 눈썹을 치켜세우며 대답했다.

해리는 크룸에게 아무 원한도 없었기에, 반갑게 악수를 나누었다. 그런 다음 크룸을 론의 주위에서 벗어나게 하는 것이 현명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크룸에게 자리를 안내해 주겠다고 나섰다.

“네 친구는 나를 보는게 하나도 반갑지 않은 것 같다.”

이제는 손님으로 빽빽이 들어찬 천막안으로 들어서며 크룸이 말했다.

“아니면 론과 친척인가?”

크룸은 해리의 빨간 곱슬머리를 힐끗 쳐다보며 덧붙였다.

“사촌이야.”

해리가 중얼거렸지만, 크룸은 제대로 귀를 기울이고 있지 않았다. 그의 등장은 커다란 동요를 일으켰다. 특히 벨라 사촌들 사이에서 심했다. 그는 누가 뭐래도, 유명한 퀴디치 선수였다. 사람들이 그를 잘 보기 위해서 목을 길게 빼고 있을 때, 론과 헤르미온느, 프레드와 조지가 서둘러서 통로를 따라 쫓아왔다.

“이제 자리에 앉아야 해.”

프레드가 해리에게 말했다.

“안 그러면 신부에게 밟힐지도 몰라.”

해리와 론, 헤르미온느는 프레드와 조지의 뒤쪽인 둘째 줄에 자리를 잡았다. 헤르미온느의 얼굴은 핑크빛으로 상기돼 보였고, 론의 귀는 여전히 진홍색이었다. 잠시 뒤 론이 해리에게 중얼거렸다.

“그자식, 머저리같이 조그맣게 턱수염 기른거 봤니?”

해리는 이렇다 할 대답없이 끙 소리만 냈다.

팽팽한 기대감이 후덥지근한 천막 안을 가득 매웠고, 가끔씩 터져나오는 흥분한 웃음소리가 사방에서 들려오는 웅성거림을 깨트리곤 했다. 위즐리 부부는 미소 띤 얼굴로 친척들에게 손을 흔들며 통로를 따라 입장했다. 위즐리 부인은 새로 장만한 자수정 빛의 정장을 입고 그에 어울리는 모자를 쓰고 있었다.

잠시 후에 빌과 찰리가 천막 앞쪽 자리에서 일어섰다. 두 사람 모두 정장을 하고 잇었고, 단춧구멍에 커다란 흰 장미를 달고 있었다. 프레드가 휘파람을 불자, 벨라 사촌들 쪽에서 키득거리는 웃음소리가 터져나왔다. 이윽고 금색 풍선처럼 보이는 것으로부터 음악이 울려 퍼지자 군중은 조용해졌다.

“우와!”

헤르미온느가 입구 쪽을 보기 위해서 자리에서 고개를 돌리며 환호했다.

델라쿠르 씨와 플뢰르가 통로를 따라 입장하자(플뢰르는 스르르 미끄러져 들어오고 있었고, 델라쿠르 씨는 환하게 웃으며 통통 튀어 오는 듯했다.), 모여 앉은 마녀들과 마법사들로 부터 일제히 커다란 탄성이 흘러나왔다. 단순한 하얀색 드레스를 입은 플뢰르는 눈부신 은빛 광채를 마구 뿜어대는 듯 했다. 평소에 그녀가 발하는 광채가 모든 사람들의 눈을 흐릿하게 했다면, 오늘은 모든 사람들을 쓰러뜨릴 지경이었다. 한편 지니와 가브리엘은 모두 황금색 드레스를 입고 있었는데, 평소보다 휠씬 예뻐 보였다. 플뢰르가 빌이 서 있는 곳에 도착하자, 빌은 언제 펠리 그레이백을 만난 적이라도 있었느냐는 듯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신사 숙녀 여러분.”

마치 노래라도 하는 듯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해리는 덤블도어의 장례식 날 사회를 보았던 왜소하고 머리숱 많은 마법사가 이제 빌과 플뢰르 앞에 서 있는 것을 약간 충격을 받은 채 바라보았다.

“우리는 오늘 이 자리에 진실한 두 영혼의 결합을 축하하기 위해서....”

“역시, 내 티아라가 모든 걸 한결 돋보이게 하는구나.”

뮤리엘은 남들 귀에 충분히 들릴 만한 목소리에 속삭였다.

“하지만 지네브라의 드레스는 너무 깊이 파였다고밖에....”

지니는 시선을 돌려서 방긋 웃으며 해리에게 윙크를 하더니 다시 앞쪽을 바라보았다. 순간 해리의 마음은 천막으로부터 멀리 달아나, 학교 운동장의 후미진 곳에서 지니와 함께 보냈던 오후 시간으로 되돌아갔다. 그 오후 시간들이 아주 오래전 처럼 느껴졌다. 마치 이마에 번개 모양의 흉터를 갖고 있지 않은 평밤한 누군가의 삶으로부터 찬란한 몇 시간을 훔쳐내기라도 한 것 처럼, 그 순간들은 현실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완벽했었다.

“월리엄 아서, 당신은 플뢰르 이자벨을....”

제일 앞줄에서 위즐리 부인과 델라쿠르 부인은 레이스 조각으로 입을 가린채, 조용히 흐느끼고 있었다. 천막 뒤편에서 팽하고 들려오는 트럼펫 비슷한 소리에, 모두 해그리드가 식탁보만 한 손수건을 끄집어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헤르미온느는 고개를 돌리고 해리를 향해 환하게 웃었다. 그녀의 두 눈에도 눈물이 가득했다.

“.... 이로써 두사람이 평생토록 결합되었음을 선언합니다.”

머리숱 많은 마법사가 지팡이를 빌과 플뢰르의 머리 위로 높이 휘두르자 수많은 은별이 두 사람 위로 쏟아져 내렸고, 이제 꼭 껴않은 두 사람 주위를 소용돌이쳤다. 프레드와 조지가 박수갈채를 이끌자, 머리 위의 금빛 풍선들이 일제히 터졌다. 그리고 풍선에서 낙원의 새 떼와 황금 종들이 쏟아져 나와 하늘로 날아오르면서, 소란한 결혼식장에 노랫소리와 종소리를 더했다.

“신사 숙녀 여러분!”

머리숱이 많은 마법사가 외쳤다.

“부디 자리에서 일어서 주시기 바랍니다.”

사람들은 모두 자리에서 일어섰다. 하지만 뮤리엘은 주위 다 들리도록 툴툴거렸다. 진행자가 지팡이를 다시 휘젓자 캔버스 천으로 된 천막의 벽이 사라지고, 하객들이 앉아 있던 의자들이 허공으로 우아하게 떠올랐다. 순식간에 사람들은 햇볕이 내리쬐는 과수원과 주위를 둘러싼 시골의 아름다운 풍경을 마주한 채, 금빛 기둥으로 받쳐진 차양 아래 서 있었다. 곧이어 천막의 중앙에서부터 황금 웅덩이가 넓게 퍼지더니 반짝거리는 댄스 플로어를 만들었다. 그러자 허공에 떠 있는 모든 테이블들이 그 주위로 우아하게 내려앉았고, 둥둥 떠다니던 의자들도 하얀 천을 씌운 작은 테이블 둘레로 모여들었다. 이윽고 황금색 재킷을 입은 밴드가 단상을 향해 무리지어 등장했다.

“순조롭게 잘 진행되고 있군.”

론이 만족스럽게 중얼거렸다.

사방에서 웨이터들이 뽕뽕 튀어나왔다. 어떤 이는 호박주스와 버터맥주, 파이어위스키가 담긴 은 쟁반을 나르고 잇었고, 또 다른 이는 파이와 샌드위치 더미를 든 채, 기우뚱거리며 돌아다녔다.

“우리도 가서 축하해 줘야 하는데!”

헤르미온느가 까치발을 하고 선 채, 축복을 빌어주는 군중들에게 둘러싸여 모습조차 보이지 않는 빌과 플뢰르 쪽을 바라보며 안타까워했다.

“나중에 시간이 있을 거야.”

론이 지나가는 쟁반에서 버터 맥주 세잔을 낚아채더니, 한잔을 해리에게 건네주었다. 그리고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헤르미온느, 자 받아. 테이블을 잡자..... 거긴 안돼! 뮤리엘 할머니 옆에는 절대로....”

론이 좌우를 두리번거리며, 텅 빈 댄스 플로어를 가로질러 앞장서 갔다. 해리는 론이 크룸을 경계하고 있는 거라고 확신했다. 결국 그들이 천막의 반대편에 다다랐을 때에는, 이미 테이블이 대부분 꽉 차 있었다. 가장 한산한 테이블은 루나 혼자 앉아 있는 자리 뿐이었다.

“같이 앉아도 될까?”

론이 물었다.

“오, 그럼”

루나가 기쁘게 말했다.

“아빠는 방금 전에 빌과 플뢰르에게 우리가 가져온 선물을 주러 가셨어”

“선물이 뭔데? 거디루트(마법 약초의 일종. 루나의 주장에 따르면 플럼피를 막는 데 탁월한 효과가 있음:역주) 평생 제공권?”

론이 물었다.

순간 헤르미온느가 테이블 아래로 론을 힘껏 걷어찼지만, 엉뚱하게 해리가 대신 맞았다. 해리는 너무 아파서 눈물이 날 지경이라, 한동안 대화를 따라가지 못했다.

밴드가 연주를 시작했다. 빌과 플뢰르가 먼저 댄스 플로어에 오르자, 우레와 같은 박수가 터져 나왔다. 잠시 후 위즐리 씨가 델라쿠르 부인을 무대로 이끌었고, 위즐리 부인과 델라쿠르 씨가 뒤를 이었다.

“나, 이 노래 좋아해.”

루나가 왈츠풍의 곡조에 박자를 맞춰 몸을 흔들흔들하며 말했다. 그러더니 결국 자리에서 일어나 댄스 플로어를 향해 미끄러지듯 나아갔다. 루나는 혼자 구석에 떨어져서 눈을 꼭 감은 채, 팔을 휘두르며 빙글빙글 돌고 있었다.

“쟤 대단하다. 안 그래? 항상 저렇다니까.”

론이 존경스럽다는 듯이 말했다.

하지만 순식간에 론의 얼굴에서 미소가 싹 가셨다. 빅터 크룸이 루나가 앉았던 자리를 차지하고 앉은 것이다. 헤르미온느는 기뻐서 어쩔 줄 모르는 표정이 되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녀를 칭찬해 주려고 찾아온 것이 아니었다. 크룸이 잔뜩 얼굴을 찌푸리며 물었던 것이다.

“저기 노란 옷 입은 남자는 누구지?”

“저분은 제노필리우스 러브굿이야. 우리 친구의 아버님이셔.”

론이 말했다. 그의 꼬집는 듯한 말투는 명백히 시비조이긴 했지만, 그들이 제노필리우스를 비웃을 생각이 없다는 뜻을 확실히 내비쳤다.

“자, 춤추러 가자.”

론은 불쑥 헤르미온느에게 청했다.

헤르미온느는 몹시 당황한 기색이었지만, 동시에 기뻐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 얼른 자리에서 일어났다. 두 사람은 댄스 플로어 위에 점점 늘어나는 군중 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저 두사람 요즘 사귀니?”

크룸이 순간 혼란스러워 하며 물었다.

“어.... 말하자면.”

해리가 말했다.

“넌 누구냐?”

크룸이 물었다.

“바니 위즐리.”

그들은 악수를 나눴다.

“바니.... 저 러브굿이란 사람 잘 아나?”

“아니, 오늘 처음 만났어, 왜?”

크룸은 댄스 플로어 반대편에서 몇몇 마법사와 수다를 떨고 있는 제노필리우스를 술잔 너머로 노려보았다.

“왜냐하면 플뢰르의 하객만 아니라면, 지금 당장 저자와 결투를 할 테니까. 저런 더러운 상징을 가슴에 달고 있다니.”

“상징?”

해리 역시 제노필리우스를 건너다보며 말했다. 기이한 삼걱형의 눈이 그의 가슴에서 번뜩이고 있었다.

“왜? 저게 어때서?”

“그린델왈드, 저건 그린델왈드의 상징이다.”

“그린델왈드... 덤블도어가 무찌른 어둠의 마법사 말이야?”

“그렇다.”

크룸의 턱이 마치 무언가를 씹기라도 하는 듯이 씰룩거리더니, 크룸이 다시 말을 이었다.

“그린델왈드는 많은 사람을 죽였다. 내 할아버지도, 물론 그는 이 나라에서는 절대로 강력하지 않았다. 사람들은 그가 덤블도어를 두려워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결국 덤블도어가 그자를 끝장 낸 걸 보면 맞는 말이었다. 하지만 저건.....”

크룸이 제노필리우스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저건 그의 상징이다. 난 단번에 알아보았다. 그린델왈드가 학생일 때, 저 상징을 덤스트랭의 벽에 새겨놓았다. 몇몇 얼간이들이 책이며 옷에 그 상징을 베껴 넣기도 했다. 사람들에게 겁을 주고 멋지게 보이려고 그린델왈드에게 가족을 잃은 우리 같은 사람들이 제대로 손을 봐 주기 전까지는.”

크룸은 위협을 하듯이 손가락 관절을 우두둑 꺽으며 제노필리우스를 노려보았다. 해리는 혼란스러웠다. 루나의 아버지가 어둠의 지지자라는 것은 도무지 믿을 수 없는 일이었다. 게다가 이 천막 안에 있는 어느 누구도 그 삼각형 모양의 룬 문자 같은 상징을 알아보지 못하는 것 같앗기 때문이다.

“어.... 그런데 확실하니? 그게 그린델왈드의....”

“잘못 본게 아니다.”

크룸이 싸늘하게 말했다.

“나는 몇년 동안이나 그 상징 앞을 지나다녔다. 그래서 잘 안다.”

“하지만 정작 제노필리우스 씨는 실제로 저 상징이 무엇을 뜻하는지 모르고 있을 수도 있잖아. 러브굿 집안 사람들은.... 좀 특이하거든. 어디선가 아무 생각없이 저 상징을 골랐을 수도 있어. 크럼플 혼드 스놀캑스의 머리 단면도나 뭐 그런 거라고 생각하고 있을지도 몰라.”

“뭐의 단면도라고?”

“실은, 나도 그게 뭔지 몰라. 하지만 분명히 저 아저씨는 딸과 함께 그것을 찾으러 휴가 여행을 떠날 작정이야.”

해리는 자신이 루나와 그녀의 아버지에 대해서 제대로 설명을 못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쟤가 딸이야.”

마치 작은 날벌레들을 쫓아내기라도 하는 사람처럼, 머리 주위로 팔을 마구 휘저으며 여전히 혼자 춤을 추고 있는 루나를 가리키며, 해리가 말했다.

“쟤는 왜 저러고 있나?”

크룸이 물었다.

“아마도 렉스퍼트(루나의 설명에 따르면, 귀로 들어가서 머리를 혼란스럽게 하는 눈에 안 보이는 마법 생물:역주)를 없애려나 보지.”

단박에 증상을 알아본 해리가 말했다.

하지만 크룸은 해리의 말이 농담인지 진담인지 도대체 모르겠다는 표정이었다. 대신 그는 망토 속에서 지팡이를 꺼내더니 자신의 허벅지를 위협적으로 두드렸다. 지팡이 끝에서 파팍 불꽃이 튀었다.

“그레고로비치!”

불현듯 해리가 버럭 소리를 지르자. 크룸이 화들짝 놀랐다. 하지만 해리는 너무 흥분한 나머지 그런 것이 신경조차 쓰지 않았다. 크룸의 지팡이를 본 순간, 기억이 떠올랐던 것이다. 트리위저드 경기 직전에, 올리밴뎌는 크룸의 지팡이를 쥐고 면밀히 관찰했었다.

“그 사람이 뭘?”

의심스러운 듯 크룸이 물었다.

“그는 지팡이 제작자였어!”

“나도 안다.”

크룸이 말했다.

“그 사람이 네 지팡이를 만들었지! 그래서 내가 퀴디치를 떠올렸던거야.....”

크룸은 점점 더 의심스러운 눈치였다.

“네가 어떻게 아는가? 그레고로비치가 내 지팡이를 만들었다는 걸?”

“그..... 그러니까.. 어디선가 읽었던 것 같아.”

해리가 대답했다.

“어... 너의 팬클럽 잡지에서.”

해리는 아무렇게나 둘러댔다. 그러자 크룸의 의심이 한결 누그러진듯했다.

“팬들에게 내 지팡이에 대해서 말한 적이 있는지 나도 몰랐다.”

크룸이 말했다.

“어...그런데...요즘 그레고로비치는 어디에 있니?”

크룸은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이었다.

“그 사람은 몇년전에 은퇴했다. 나는 그레고로비치의 지팡이를 산 마지막 손님이었다. 그레고로비치의 지팡이는 정말 최고다. 물론 나도 안다. 너희 영국인들은 올리밴더를 훨씬 더 쳐준다는 거.”

해리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해리는 크룸과 마찬가지로 춤추는 사람들을 지켜보는 척 하고 있었지만, 실은 골똘히 생각하는 중이었다. 그렇다면 볼드모트는 유명한 지팡이 제작자를 찾고 있는 것이고, 그 이유는 멀리서 찾을 것도 없었다. 볼드모트가 하늘을 가로질러 해리를 뒤쫓던 밤, 해리의 지팡이가 한 일 때문인 것이 분명했다. 서양호랑가시나무와 불사조 깃털로 된 지팡이가 그 빌린 지팡이를 이겼다. 올리밴더 조차 미처 예상하지도, 이해하지도 못한 어떤 일이 일어난 것이다. 그렇다면 그레고로비치는 더 잘 알고 있을까? 그가 정말로 올리밴더보다 재주가 뛰어난 걸까? 그는 올리밴더가 알지 못하는 지팡이들의 비밀을 알고 있단 말인가?“

“저 여자 애 아주 예쁘다.”

크룸의 말에 해리의 정신이 다시 돌아왔다. 크룸은 방금 루나와 합세한 지니를 손으로 가리키고 있었다.

“저 애도 네 친척인가?”

“그래.”

해리는 갑작스레 부아가 치밀었다.

“하지만 저 앤 만나는 사람이 있어. 질투심이 아주 많고 덩치가 어마어마한 놈이야. 넌 그놈이랑 안 마주치는게 좋을 거야.”

크룸이 불평에 찬 신음 소리를 냈다.

“예쁜 여자 애들은 죄다 임자가 있으니, 도대체 세계적인 퀴디치 선수가 된들 무슨 소용이 있담?”

크룸은 술잔을 쭉 비우더니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고는 성큼성큼 걸어가 버렸다. 뒤에 남은 해리는 지나가던 웨이터로부터 샌드위치를 받아 들고, 붐비는 댄스 플로어 가장자리고 비집고 나아갔다. 당장 론을 찾아서 그레고로비치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 하지만 론은 플로어 한복판에서 헤르미온느와 춤을 추고 있었다. 어쩔 수 없이 해리는 금색 기둥에 기대서서, 이제는 프레드와 조지의 친구인 리 조던과 춤을 추고 있는 지니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자신이 론에게 한 약속을 후회하지 않으려고 애를 썻다.

해리는 지금까지 한 번도 결혼식에 와 본 적이 없었다. 그래서 마법 세계의 결혼식이 머글 결혼식과 어떻게 다른지를 판단 할 수가 없었다. 물론 머글 결혼식에는 웨딩케이크에 장식으로 올린 두 마리 모형 불사조가 케이크를 자르는 순간 공중으로 날아오른다든지, 샴페인 병이 저 혼자 하객들 사이로 떠돌아다닌다든지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확신할 수 있었지만 말이다. 저녁이 찾아오자, 둥둥 떠 있는 금빛 등잔들로 불을 밝힌 천막 아래로 나방들이 날아들었다. 더불어 연회는 점점 더 썰렁해졌다. 프레드와 조지는 플뢰르의 사촌 두명과 함께 어둠속으로 사라진지 오래였고, 찰리와 해그리드, 그리고 보라색 펠트 모자를 쓴 땅딱막한 마법사는 구석에서 <영웅 오도>를 부르고 있었다.

한편 해리는 그가 자신의 아들인지 아닌지도 햇갈리는 것 같은, 론의 술 취한 삼촌을 피해서 사람들 사이를 배회하다가 혼자 테이블에 앉아 있는 늙은 마법사를 발견했다. 구름처럼 하얀 머리칼 때문에 그는 마치 민들레 홀씨처럼 보였는데, 머리 위에는 좀먹은 터키모자를 쓰고 있었다. 해리는 막연히 그에 대해 친근감을 느꼇다. 그리고 한참 머리를 쥐어짜다가, 문득 이 사람이 불사조 기사단의 일원이자, 덤블도어의 추모 기사를 쓴 엘피아스 도지라는 것을 생각해 냈다.

해리는 그에게 다가갔다.

“앉아도 될까요?”

“물론이지. 앉아요 앉아.”

도지가 말했다. 아주 높고 쌔근거리는 목소리였다.

해리는 몸을 기울이며 속삭였다.

“도지 씨, 사실 저는 해리 포터에요.”

도지가 입을 딱 벌렸다.

“오, 자네로군! 안 그래도 아서한테 이야기 들었네. 자네가 여기에 변신을 하고 와 있다고 말이야. 만나서 정말 기쁘군. 이런 영광이 있나!”

도지는 약간 긴장한 듯이 반가운 인사를 늘어놓으며 해리에게 샴페인 한잔을 따라 주었다.

“자네에게 편지를 쓸까 했었네.”

그가 속삭였다.

“덤블도어가 그렇게 되고 난 후에.... 충격이었지. 그리고 자네도 물론....”

도지의 조그만 눈이 갑작스러운 눈물로 그렁거렸다.

“저도 <예언자 일보>에 쓰신 기사를 보았어요.”

해리가 말했다.

“도지 씨께서 덤블도어 교수님에 대해서 그렇게 잘 알고 계신 줄은 몰랐어요.”

“그래 봐야 다른 사람들이 아는 정도지.”

도지가 냅킨으로 눈가를 누르며 말했다.

“물론 내가 그를 가장 오랫동안 알고 지내긴 했단다. 애버포스를 제외한다면 말이다. 어쩐 일인지, 사람들은 애버포스를 항상 빼놓는 것 같단 말이야.”

“<예언자 일보> 말이 나왔으니 말인데.. 혹시 보셧나요, 도지 씨?”

“오, 제발 엘피아스라고 부르게나.”

“엘피아스 씨, 혹시 리타 스키터가 덤블도어 교수님에 대해 말 한 인터뷰 기사를 보셨나요?”

“물론이지, 해리. 보고 말고. 그 여자는, 그보다는 사기꾼이라고 하는 게 더 정확한 표현이겠지만, 뭔가 털어놓도록 나를 들볶았지. 말하기 부끄럽지만 결국 나는 아주 화가 나서, 참견쟁이 여편네라고 그 여자에게 욕을 하며 좀 무례하게 굴었네. 아마 자네도 봤을 테지만, 결국 그 일로 인해서 내 정신 상태에 대한 온갖 비방이 쏟아졌지.”

“그런데 그 인터뷰에서 리타 스키터는 덤블도어 교수님이 젊었을때 어둠의 마법에 가담했다는 듯이 말했어요.”

해리가 말을 이었다.

“한마디도 믿지 말거라!”

도지가 죽각 대답했다.

“단 한마디도, 해리! 절대로 알버스 덤블도어에 대한 너의 기억을 더럽히지 말거라.”

하지는 해리는 괴로워하는 도지의 진심 어린 표정을 보자, 안심이 되기보다는 오히려 짜증이 났다. 정말로 도지는 해리가 그토록 쉽게 단순히 믿지 않는 편을 선택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걸까? 도지는 해리가 모든 사실을 알고 확신을 가져가야만 한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걸까?

아마도 도지는 해리의 생각을 짐작하는 듯했다. 왜냐하면 걱정스런 표정으로 황급히 말을 이었던 것이다.

“해리, 리타 스키터는 아주 무서운.....”

하지만 그때 날카롭게 떠들어 대는 수리가 그의 말을 끊어 놓았다.

“리타 스키터? 오, 난 그여자를 아주 좋아하는데, 그녀의 글은 꼬박꼬박 챙져 읽지!”

해리와 도지가 고개를 들어 보니 뮤리엘이 서 있었다. 그녀의 모자 위에서는 깃털이 춤을 추고 있었고, 손에는 샴페인 잔이 들여 있었다.

“당신도 알겠지만, 그녀가 덤블도어에 대한 책을 썻다더군!”

“안녕하시오, 뮤리엘.”

도지가 인사를 했다.

“그렇소, 우리도 지금 마침 그 이야기를 하던......”

“거기 너! 냉큼 일어나지 못해! 나는 백일곱 살이나 먹었단 말이다!”

또 다른 빨간 머리 위즐리 사촌은 깜짝 놀라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뮤리엘은 의자를 깜짝 놀랄 정도로 힘차게 휙 돌리더니, 도지와 해리 사이에 의자를 놓고 풀썩 주저앉았다.

“또 만나는구나. 배리였던가? 네 이름이 뭐든지 간에.”

할머니가 해리에게 말햇다.

“그런데 리타 스키터에 대해 무슨 얘기를 하고 있었다고, 엘피아스? 그 여자가 덤블도어에 대한 전기를 썼다는 건 알고 있겠지? 정말이지 읽고 싶어서 못 살겠다니까. 프러리시와 블러트 서점에 잊지 말고 주문해야지!”

도지는 딱딱하게 굳은 채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하지만 뮤리엘은 자신의 잔을 쭉 들이켜더니, 새로 한 잔 더 달라고 지나가던 웨이터를 향해 앙상한 손가락을 탁 튕겼다. 다시 샴페인을 한 모금 들이켠 뮤리엘은 큰 소리로 트림을 한 뒤 말을 이었다.

“그렇게 한 쌍의 박제 개구리 같은 얼굴 할 건 없잖아! 사실이지 너무 존경스럽다느니 훌륭하다느니 하는 그런 헛소리들을 듣기 전까지는 알버스에 대해 굉장하고 재밌는 소문이 무성하지 않았수!”

“잘못된 정보에서 비롯된 중상모략이었소.”

도지의 얼굴이 다시 순무 색깔로 변했다.

“당신은 그렇게 말하고 싶겠지, 엘피아스.”

뮤리엘이 낄낄댔다.

“당신이 그 추모기사에서 어떤 식으로 그 난처한 대목들을 슬며시 지나쳤는지 난 다 눈치 챘지!”

“그렇게 생각하신다니 유감이오”

도지가 더욱 차갑게 말했다.

“분명히 말씀드리지만 나는 진심에서 우러나온 글을 썻소.”

“당신이 덤블도어의 숭배자란 건 온 세상이 다 아는 사실이지. 그가 스큅 여동생을 죽였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해도 당신은 여전히 그를 성인이라고 생각할 게 뻔한 일이구먼!”

“뮤리엘!”

도지가 버럭소리쳤다.

순간 싸늘한 냉기가 해리의 가슴을 흟고 지나갔다. 그것은 결코 얼음을 탄 샴페인 때문이 아니었다.

“무슨 말이죠?”

해리가 뮤리엘에게 물었다.

“덤블도어 교수님의 여동생이 스큅이라고 누가 그러던가요? 저는 그냥 아팠다고 알고 있는데요?”

“그렇다면 네가 잘못 알고 있엇던 거지. 그렇고말고, 배리!”

뮤리엘은 자신이 불러일으킨 반응에 몹시 기뻐하며 말했다.

“그나저나, 네 녀석이 그걸 어떻게 알 수 있단 말이냐? 그런일들은 모두 네가 태어나기도 훨씬 전에, 아주 옛날 고릿적에 일어난 일인데 말이야. 사실인즉, 그 당시에 살아 있던 사람들도 실제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를 전혀 알지 못했어. 스키터가 뭐라고 폭로했는지 알고 싶어 내가 안달하는 것도 다 그 때문이지. 덤블도어는 그 여동생에 관한 사실을 오랫동안 비밀에 부쳤거든!”

“그건 사실이 아니오!”

도지가 숨을 헐떡이며 말했다.

“새빨간 거짓말이오!”

“그분은 한번도 저에게 자신의 여동생이 스큅이라고 말한 적이 없어요”

해리는 아무 생각없이 말을 내뱉고 말았다. 그의 마음속은 여전히 냉기가 흘럿다.

“아니, 대관절 뭐 때문에 그 사람이 너에게 그런 말을 한단 말이냐?“

해리를 똑바로 보기 위해 자리에서 몸을 약간 움직이며, 뮤리엘이 날카롭게 소리쳤다.

“그가 아리애나에 대해 결코 입을 열지 않는 이유는....”

감정에 북받쳐 딱딱하게 굳은 목소리로 엘피아스가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내가 진작 생각했어야 했는데..... 아주 뻔하단다. 여동생의 죽음으로 인해서 마음이 너무나 황폐해졌기 때문....”

“그렇다면 왜 아무도 그녀를 본적조차 없는 거요. 엘피아스?”

뮤리엘이 언성을 높이며 반박했다.

“왜 우리중 절반은, 그 사람들이 집에서 관을 들고 나와 장례식을 치를 때까지 그녀가 존재했었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던 거요? 아리애나가 지하실에 갇혀있는 동안, 덕망 높은 알버스는 도대체 어디 있었단 말이오? 멀리 호그와트에서 명석한 두뇌를 뽐내며, 바로 자기 집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조금도 신경쓰지 않았지!”

“무슨 뜻이죠? 지하실에 갇히다니요?”

해리가 물었다.

“무슨 말씀이세요?”

도지는 몹시 괴로워하는 것 같았다. 뮤리엘은 다시 땍땍거리며 해리의 물음에 대답했다.

“덤블도어의 어머니는 아주 끔찍한 여자였단다. 말 그대로 끔찍했지. 머글 태생이었는데, 내가 들은 바로는 아닌 척하고 다녔다고......”

“그분은 그런 적 없소! 켄드라는 좋은 분이었소”

도리는 애처롭게 중얼거렸지만, 뮤리엘은 그의 말을 완전히 무시했다.

“오만하고 몹시 도도한 성격이었지. 스큅을 낳았다는 사실에 충분히 굴욕감을 느낄 만한 마녀였어.....”

“아니애나는 스큅이 아니었소!”

도지가 씨근거렸다.

“당신은 그렇게 말하지, 엘피아스. 그러면 설명을 해 보시우. 왜 그아이는 한 번도 호그와트에 다니지 않았지?”

뮤리엘이 따졌다. 그러더니 다시 해리를 돌아보았다.

“우리 시대에는 종종 스큅에 대해 쉬쉬하긴 했지만, 아무리 그렇대도 어린 여자애를 집에다 감금하고, 아예 있지도 않은 것처럼 행세를 하는, 그런 잔인무도한 짓을 하다니.....”

“내가 분명히 말하지만, 그건 사실이 아니오!”

도지가 말했지만, 뮤리엘은 들은 척도 하지 않고 여전히 해리를 향해 끝까지 자신의 주장을 밀고 났다.

“스큅들은 대개 머글 학교로 보내졌고, 머글 사회에 통합되도록 권장되었단다. 물론 언제나 2등 시민이 되어야만 하는 마법세계에서 애써 그들의 자리를 찾아 주려고 하는 것보다는 훨씬 사려깊은 선택이었지. 하지만 켄드라 덤블도어는 당연히 자기 딸을 머글 학교에 보낼 생각은 꿈에도 하지 않았겠지........”

“아리애나는 연약했어!”

도지가 절망적으로 소리쳤다.

“항상 건강 상태가 너무 안 좋아서 그 애를......”

“......... 집 밖에 나가게 할 수 없었단 말인가?”

뮤리엘이 낄낄거렸다.

“하지만 그 아이는 한 번도 성 뭉고 병원에 간 적이 없었어. 게다가 어떤 치료사도 그 애를 진찰하기 위해 불려 간 적이 없었다고!”

“참말이지, 뮤리엘. 과연 당신이 무슨 수로 그런 것을 알 수.........”

“굳이 알려주자면, 엘피아스. 내 사촌 랫슬롯은 그 당시에 성 뭉고 병원의 치료사였어. 그가 우리 가족에게 극비로 이야기해 주었지. 아리애나는 그 병원에 코빼기도 비친 적이 없다고 말이야. 랜슬롯은 아주 의심스럽게 생각하더구먼!”

도지는 이제 울음을 터트리기 일보 직전처럼 보였고, 뮤리엘은 몹시 신이 나서 샴페인을 더 시키기 위해 손가락을 튕겻다. 망연자실한 해리는 단지 그가 마법사라는 죄로, 더즐리 가족이 어떻게 자신을 배제하고 방에 가두고 눈앞에서 내쫓으려고 했는지를 떠올렸다. 덤블도어의 여동생은 그와 반대되는 이유로 똑같은 고초를 겪은 것이다. 마법 능력이 없다는 이유로 감금되었다고? 그렇다면 덤블도어는 정말로 그녀가 죽도록 내버려 두었던 걸까? 자신이 총명하고 재능이 있다는 것을 입증하기 위해 멀리 호그와트로 가 버린 동안?

“만약 켄드라가 먼저 죽지 않았다면....”

뮤리엘이 다시 입을 열었다.

“아리애나를 끝장냈을 사람은 다름 아닌 바로 그 여자였을걸........”

“감히 어떻게 그럴 수 있소, 뮤리엘?”

도지가 신음 소리를 냈다.

“어머니가 제 딸을 죽이다니, 당신이 지금 무슨 소리를 하고 있는 건지 생각 좀 해보시오!”

“못할 것도 없지 않나? 그 문제의 어머니는 수년간 자기 딸을 감금하는 짓도 능히 해냈는걸!”

뮤리엘은 어깨를 으쓱했다.

“하지만 이미 말했듯이, 그것은 앞뒤가 맞지않아. 켄드라가 아리애나 보다 먼저 죽었으니까... 무엇 때문에 죽었는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겠지만....”

“오, 아리애나가 엄마를 살해했나 보군. 못할 것도 없지?”

도지는 대범하게 비웃어 줄 요량으로 말했다.

“맞아. 아리애나는 자유를 얻기 위해 절망적인 시도를 했을지도 모르지. 그래서 싸우는 와중에 켄드라를 죽였겠지.”

뮤리엘은 곰곰이 생각하는 척하며 말했다.

“어디 실컷 고개를 저어보슈. 엘피아스! 하지만 당신도 아리애나의 장례식 날 왔었잖수, 안 그런가?”

“그랬소”

도지가 떨리는 입술로 말했다.

“내가 기억하는 한, 그보다 더 끔찍하고 슬픈 일은 없었소. 알버스의 마음은 완전히 산산조각.....”

“그의 마음만이 아니지, 장례식 중에, 애버포스가 알버스의 코를 반쯤 부서뜨려 놓지 않았나?”

이 말이 나오기 전까지도 도지는 겁에 질린 것 처럼 보였었다. 그러니 지금 그의 몰골에 비하면 그것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뮤리엘은 완전히 도지의 급소를 찌른 듯했다. 그녀는 큰소리로 낄낄거리며 샴페인을 한 잔 더 벌컥벌컥 들이켰고, 샴페인이 턱 밑으로 줄줄 흘러내렸다.

“당신이 도대체 그걸 어떻게....?”

도지가 목이 매어 말했다.

“우리 어머니는 늙은 바틸다와 친했어.”

뮤리엘이 신이 나서 대답했다.

“바틸다가 우리 어머니 한테 전부 다 이야기해 주었지. 나는 문가에서 엿듣고 있었고 말이야.세상에 관을 사이에 두고 싸움박질이라니! 바틸다가 얘기해 준 바에 따르면 애어포스는 아리애나가 죽은 건 모두 알버스탓이라고 외치면서, 그의 얼굴에 주먹을 날렸다고 하더군. 또 바틸다에 따르면 알버스는 자신을 방어조차 하지 않았다더군.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괴이한 일이지. 알버스라면 등 뒤로 양손이 묶인 채라도 애버포스와 결투에서 능히 해치울 수 있었을 테니까.”

뮤리엘은 자꾸자꾸 샴페인을 들이켰다. 이 오래된 추문을 자세히 읋어대는 것은, 도지를 소스라치게 하는 만큼이나 그녀의 기운을 북돋워 주는 듯했다. 해리는 어떻게 생각해야 할지, 무엇을 믿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그는 진실을 원했지만, 도지가 하는 일이라곤 자리에 가만히 앉아서, 계속 아리애나가 아팠었다고 울먹이는 게 전부였다. 해리는 덤블도어가 그토록 잔인한 일이 자기 집안에서 일어나고 잇는 동안 손을 놓고 있엇을 거라고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하지만 분명히 그 이야기에는 뭔가 수상한 점이 있었다.

“내가 또 다른 얘기를 해주마.”

뮤리엘이 술잔을 내려놓으며 살짝 딸꾹질을 하더니 다시 떠들기 시작했다.

“내 생각에 바틸다가 리타 스키터에게 그만 그 비밀을 누설 한 것 같거든. 스키터의 인터뷰에 나온, 덤블도어 일가와 가까이 지냈다던 중요한 소식통에 대한 그 모든 암시들 말이야. 정말이지 그여자는 아리애나 일이 벌어지는 동안 내내 거기 있었거든! 얘기가 어쩌나 딱 맞아떨어지는지!”

“바틸다는 절대로 리타 스키터에게 말할 사람이 아니오!”

도지가 쉰 목소리로 말했다.

“바틸다 백셧이요?”

해리가 물었다.

“<마법의 역시>저자 말씀이신가요?”

비록 해리가 가장 열심히 읽었던 책들 중 하나는 아니었지만, 어쨌든 그 이름이 그의 교과서중 한권의 표지에 인쇄되어 있었던 것이다.

“그렇단다.”

도지는 물에 빠진 사람이 구명대에 매달리듯이 해리의 질문을 얼른 붙잡고 늘어졌다.

“대단히 뛰어난 마법 역사가이자 알버스의 오랜 친구란다.”

“내가 듣기론, 요즘엔 아주 망령이 들었다더군.”

뮤리엘이 활기차게 말했다.

“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스키터가 그녀를 이용하는 것은 더욱더 치욕스러운 일이오.”

도지가 말했다.

“그리고 바틸다가 무슨 말을 했든 그 말을 신뢰해서는 안되는 거 아니오!”

“오, 하지만 기억을 불러내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지 않수? 리타 스키터라면 분명 그 모든 방법에 능통할 텐데 뭘. 게다가 설사 바틸다가 완전히 정신이 나갔다 해도, 여전히 오래된 사진이나, 편지 같은 건 갖고 있겠지. 그토록 오랫동안 덤블도어 집안을 알아 왔으니 말이야... 내가 생각해 봐도 고드릭 골짜기에 한 번 다녀올 만 했다니까.......”

마침 버터 맥주를 한 모금 삼키고 있던 해리는 그만 사레가 들고 말았다. 해리가 기침을 하며 켁켁거리자, 도지는 눈물이 철철 흘러내리는 눈으로 뮤리엘을 노려보면서, 해리의 등을 두드려 주었다. 해리는 다시 목소리를 가다듬고 물었다.

“바틸다 백셧이 고드릭 골짜기에 산다고요?”

“오, 그렇단다. 그 여자는 평생 거기서 살았지! 그리고 덤블도어 가족은 퍼시발이 감옥에 간 뒤로 그 곳으로 이사했어. 바틸다는 그들과 바로 이웃해 살았다니까.”

“덤블도어 교수님의 가족이 고드릭 골짜기에 살았다고요?”

“그렇다니까. 배리, 내가 말했잖니!”

뮤리엘이 왈칵 짜증을 부렸다.

해리는 기운이 쭉 빠지고 허탈한 기분이었다. 덤블도어는 지난 6년 동안 단 한번도 두 사람 모두 고드릭 골짜기에 살았었고, 그곳에서 사랑하는 사람들을 잃었다는 말을 해리에게 해주지 않았다. 왜일까? 그렇다면 그의 부모님인 릴리와 제임스는 덤블도어의 어머니와 여동생 가까이에 묻혀 있을까? 덤블도어는 그들의 무덤을 보러 갔다가, 어쩌면 릴리와 제임스의 무덤을 지나쳤을까? 그런데 그는 단 한 번도 해리에게 그런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단 한번 도..........

그것이 왜 그토록 중요한지, 해리는 자기 자신에게조차 설명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덤블도어가 해리에게 그들이 같이 곳에 살았었고 같은 경험을 했다는 사실을 말하지 않은 것은 마치 거짓말을 한 거나 다름없이 느껴졌다. 해리는 주위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거의 알아차리지 못한 채, 멍하니 앞만 보고 있었다. 그리고 헤르미온느가 의자를 끌어다가 옆에 앉을 때까지, 그녀가 사람들 틈에서 나타난 사실 조차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이제는 도저히 춤을 더 못추겠어.”

헤르미온느가 신발 한 짝을 벗더니 발바닥을 문지르며 숨을 헐떡거렸다.

“론은 버터 맥주를 좀더 가지러 갔어. 근데 뭔가 좀 이상해. 방금 빅터가 몹시 화를 내면서 루나 아버지 곁을 떠나는걸 봤어. 두 사람이 꼭 말다툼을 한 것 처럼 보이더라고.”

헤르미온느가 문득 해리를 빤히 바라보며 목소리를 낮추었다.

“그런데 해리, 너 괜찮니?”

해리는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런 건 중요치 않았다. 그 순간 은빛 나는 커다란 무언가가 천막을 뜷고 댄스 플로어 위로 떨어졌던 것이다. 우아하게 반짝거리는 살쾡이가 기절할 듯이 놀란 춤꾼들 사이로 가볍게 내려 앉았다. 한충 춤을 추던 자세 그대로 우스꽝스럽게 얼어붙어 버린 사람들은 물론이고, 모든 사람들의 고개가 일제히 돌아갔다. 이윽고 패트로누스가 입을 크게 벌리더니 낮고 우렁차고 느린 킹슬리 샤클볼트의 목소리로 말했다.

“마법부가 무너졌다. 스크림저는 죽었다. 그들이 오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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