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7장 (164/194)

제 7장 알버스 덤블도어의 유언

그는 새벽의 시원한 푸른빛 속의 산길을 따라 걷고 있었다. 저 아래로 안개에 둘러싸운 작은 마을이 뿌옇게 흐려 보였다. 그가 찾던 그 사람이 저 아래에 있는 걸까? 그가 너무나 간절히 필요로 한 나머지, 다른 것은 거의 생각도 할 수 없게 만든 그 남자, 바로 그의 문제에 대한 해답을 가진자가?

“어이, 일어나”

해리는 눈을 떳다. 그는 다시 론의 우중충한 다락방의 간이침대에 누워있었다. 해는 아직 뜨지 않았고 방은 여전히 어둑어둑했다. 피그위존은 자그만 날개 밑에 머리를 묻은 채 잠들어 있었다. 해리의 이마에 난 흉터가 욱신거렸다.

“너 잠꼬대하고 있었어.”

“내가?”

“그래, ‘그레고로비치’라고 너 계속 ‘그레고로비치’라는 말을 했어.”

해리는 안경을 끼고 있지 않아서 론의 얼굴이 살짝 흐릿하게 보였다.

“그레고로비치가 누구니?”

“나야 모르지, 안 그래? 그 이름을 말한 건 너잖아.”

해리는 이마를 문지르면서 생각했다. 그 이름을 전에 들은 것 같다는 막연한 기분이 들었지만, 어디서 들었는지를 떠올릴 수가 없었다.

“볼드모트가 그를 찾고 있는 것 같아.”

“불쌍한 녀석.”

론이 진심으로 걱정스러운 듯 말했다.

해리는 계속 흉터를 문지르며 일어나 않았다. 이젠 완전히 잠에서 깨어났다. 그는 꿈에서 보았던 장면을 분명하게 기억해 내려고 애썻지만, 떠오르는 것이라곤 첩첩이 늘어선 산들의 능선과 깊은 골짜기에 있는 자그만 마을의 윤곽뿐이었다.

“그가 다른 나리에 있는 것 같아.”

“누구? 그레고로비치?”

“볼드모트, 그가 그레고로비치를 찾으려고 외국 어딘가에 가있는 것 같아. 거긴 전혀 영국같아 보이지 않았어.”

“너 또다시 그자의 머릿속을 들여다 본 거니?”

론이 걱정스러운 듯 말했다.

“부탁이야 헤르미온느 한테는 말하지 말아줘”

해리가 말했다.

“하긴 아무리 헤르미온느라도 나더러 꿈속에서 뭘 보는 것 까지 막으라고 하진 못하겠지만.........”

그는 생각에 잠겨 잠시 피그위존의 새장을 올려다보았다. 왜 ‘그레고로비치’라는 이름이 익숙한 걸까?

“내 생각엔.....”

해리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 사람은 뭔가 퀴디치와 관계가 있어. 분명 관계가 있는 거 같은데 도저히 그게 뭔지 생각나지 않아.”

“퀴디치?”

론이 물었다.

“설마 고르고비치를 생각하고 있는 건 아니겠지?”

“누구?”

“드래고미르 고르고비치. 2년 전에 기록적인 이적료를 받고 처들리 캐논 팀으로 이적한 추격꾼 말이야. 그 사람은 한 시즌 최다 퀘이플 득점 기록 보유자야.”

“아니야”

“분명 고르고비치는 아니야.”

“에이, 나도 모르겠다.”

론이 말했다.

“그나저나 생일 축하해.”

“와!맞다! 깜빡했네. 난 이제 열입곱 살이야.”

해리는 간이침대 옆에 놓여있던 지팡이를 쥐고는 안경을 벗어 놓은 어질러진 책상을 가리키며. “아씨오 안경!”이라고 외쳤다. 안경까지 거리는 고작 한걸음 정도였지만, 어쨌든 안경이 자신을 향해 곧장 날아오는 걸 바라보는 것은 대단히 흐믓한 광경이었다. 적어도 안경이 눈을 지르기 전까진 말이다.

“솜씨 한번 좋네.”

론이 콧방귀를 뀌었다.

드디어 추적 마법으로부터 벗어났단 사실에 너무 신이 난 나머지, 해리는 론의 물건들을 온 방 안으로 날려 보냈는데, 그 바람에 잠에서 깨어난 피그위존이 새장 안에서 미친듯이 날뛰었다. 해리는 또한 마법으로 운동화 끈 묶기를 시도해 보기도 하고(마법으로 묶인 매듭을 다시 손으로 푸는게 몇분이 걸렸다.), 순전히 재미로 론의 처들리 캐논 팀 포스터의 오렌지색 망토를 파란색으로 바꾸어 버리기도 했다.

“그래도 나라면 바지 지퍼는 손으로 올리겠다.”

론이 해리에게 충고 했다. 그리고 허둥지둥 지퍼를 확인하는 해리를 보고 낄낄 웃었다.

“자, 여기 선물 잇어. 여기서 풀어 봐. 엄마 눈에 띄면 곤란하니까.”

“책이야?”

직사각형의 꾸러미를 집으며 해리가 물었다.

“이건 관례에서 약간 벗어난 일인데, 안 그래?”

“하지만 이건 보통 책이 아니야.”

론이 말했다.

“아주 귀한 거라고 <마녀를 유혹하는 열두 가지 확실한 방법>. 이 책은 여자에 대해서 알아야할 모든 것을 설명해주고 있지. 작년에 나에게 이 책만 있었어도, 라벤더를 어떻게 떨쳐 버릴지를 정확히 알 수 있었을 테고.......또..... 누구누구랑 사귀는 방법도 알 수 있었을 텐데..... 프레드와 조지가 한권 주었는데, 덕분에 많은 걸 배웠지. 너도 아마 깜짝 놀랄 거야. 그건 지팡이 놀리는 것과는 전혀 상관없어.

부엌에 들어간 해리와 론은 식탁위에서 기다리고 있는 한 무더기의 선물 꾸러미들을 발견했다. 빌과 델라쿠르 씨는 막 아침 식사를 끝마치려는 참이었고, 위즐리 부인은 프라이팬 너머로 그들에게 수다를 떨면서 서 있었다.

“아서가 너의 열일곱 번째 생일을 축하한다는 말을 전해 달라고 했단다.”

위즐리 부인은 확짝 웃는 얼굴로 해리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이는 직장에 일찍 나가봐야 했지만, 저녁 식사때까지는 돌아오실 거야. 맨 위에 있는 게 우리 선물이란다.”

해리는 자리에 앉아 위즐리 부인이 가리킨 네모난 꾸러미를 집어서 포장을 풀었다. 그 안에는 위즐리 부부가 론의 열일곱번째 생일에 주었던 것과 매우 흡사한 시계가 들어 있었다. 금으로 된 그 시계에는 시곗바늘 대신에 별들이 숫자판 위를 회전하고 잇었다.

“성년이 되면 마법사에게 시계를 선물하는 것이 전통이란다.”

조리 기구옆에서 걱정스럽게 그를 지켜보던 위즐리 부인이 설명했다.

“미안하지만 그건 론의 것처럼 새것은 아니란다. 실은 나의 오빠 파비안의 것인데, 자기 물건을 조심스럽게 다루는 사람은 아니었어. 그래서 뒷판에 약간 흠집이 있긴 하지만....”

부인은 더 이상 뒷말을 이을수가 없었다. 해리가 벌떡 일어나서 그녀를 꽉 껴안았기 때문이엇다. 해리는 미처 말하지 못한 많은 감정들을 그 포옹에 담고 싶었다. 어쩌면 부인도 그것을 이해한 것 같았다. 왜냐하면 해리가 부인을 놓아주자, 부인이 해리의 볼을 어색하게 쓰다듬더니 지팡이를 허둥지둥 휘두르는 바람에, 베이컨이 절반쯤이나 프라이팬 밖으로 튀어나와 마룻바닥에 철퍼덕 떨어졌기 때문이다.

“생일 축하해, 해리!”

이때 허겁지겁 부엌으로 들어온 헤르미온느가 선물 더미 위에 자신의 선물을 올려 놓으며 말했다.

“대단한 건 아니지만, 네가 좋아했으면 좋겠어. 넌 해리에게 뭘 줬니?”

헤르미온느가 물어보자, 론은 못 들은 척했다. 그러고는 “자, 어서, 헤르미온느의 선물을 열어 봐!”하고 딴청을 부렸다.

헤르미온느는 해리에게 새 스니코스코프를 사 주었다. 다른 선물 꾸러미들 안에는 빌과 플뢰르가 주는 마법 면도기(“아 그래. 이거보당 더 부드럽게 깍이능 면도기능 없을 거당” 델라쿠르씨가 장담했다.“하지만 네가 원하능 바를 정확하게 말해야망해..... 그렇지 않으명 뜻하지 않게 아주 짧은 머리를 하게 될 수도 있으니까....”)와 델라쿠르 부부가 주는 초콜릿이 들어 있었다. 그리고 프레드와 조지가 보낸 위즐리 형제의 신기한 장난감 가게의 최신 제품이 들어 있는 거대한 상자도 있엇다.

마침내 델라쿠르 부인과 플뢰르, 가브리엘 까지 도착하여 부엌이 불편할 정도로 붐비게 되자, 해리와 론, 헤르미온느는 더 이상 식탁 주위에서 서성대지 않앗다.

“내가 이 선물들을 싸 줄게.”

셋이 위층으로 올라갈때 헤르미온느가 해리의 품에서 선물들을 받아 들면서 쾌활하게 말했다.

“난 거의 다 쌌어. 다만 너희 나머지 팬티만 세탁되어 나오길 기다리는 중이야 론.....”

이 말에 론이 흥분해서 뭔가 말하려는 순간. 2층 층계참에 있는 문이 열리는 바람에 중단 되었다.

“해리 오빠. 잠깐만 이리 들어와 볼래?”

지니였다. 론이 덩달아 우뚝 걸음을 멈추자, 헤르미온느가 얼른 론의 팔을 잡아서 계단 위로 끌고 올라갔다. 해리는 바싹 긴장한 채 지니를 따라 방으로 들어갔다.

해리는 지금까지 한 번도 지니의 방에 들어가 본적이 없었다. 방은 작지만 밝았다. 한쪽 벽에는 운명의 세 여신 밴드의 커다란 포스터가 붙어 있었고, 다른 한쪽 벽면에는 오직 마녀 선수들로만 이루어진 퀴디치 팀인 홀리헤드 하피스의 주장, 그웨녹 존스의 사진이 붙어 있었다. 책상은 활짝 열린 창문을 마주 보고 놓여 있었는데, 창문 밖으로는 전에 해리와 지니가 론과 헤르미온느와 함께 2인1조 퀴디치 경기를 했던 과수원이 바라다보였다. 그곳에 지금은 진주 빛이 나는 하얗고 커다란 천막 한채가 세워져 있었다. 천막 꼭대기에 꽂혀있는 금색 깃발이 지니의 창문과 똑같은 높이에 있었다.

지니는 해리의 얼굴을 올려다보고 한 번 크게 심호흡을 하더니 입을 열었다.

“열일곱번째 생일 축하해.”

“그래.....고마워”

지니는 해리에게서 눈을 떼지 않았다. 하지만 해리는 지니를 똑바로 바라보기 어려웠다. 그것은 마치 눈부신 빛을 응시하는 것과도 같았다.

“전망이 참 좋구나.”

창문을 가리키며 해리가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지니는 그 말을 무시했다. 하지만 해리는 그녀를 나무랄 수 없었다.

“오빠한테 뭘 줘야 할지 도무지 생각이 안났어.”

지니가 말했다.

“아무것도 안 줘도 돼.”

지니는 이 말 역시 무시했다.

“무엇이 쓸모있을지 모르겠더라고, 너무 큰 건 안돼고, 오빠가 가지고 갈 수 없을테니까.”

해리는 지니를 흘끔 쳐다보았다. 지니의 눈에는 눈물이 맺혀 있지 않았다. 그것은 지니의 많은 놀라운 점들 중 하나였는데, 그녀는 징징거리는 일이 거의 없었다. 여섯명이나 되는 오빠들 틈에서 자나다 보니 강해진 것이 틀림없다고 해리는 이따금 생각하곤 했다.

지니는 해리에게 한 발짝 다가섰다.

“그래서 생각했어. 나를 기억하게 해 줄 무언가를 오빠에게 주고 싶다고, 이를테면 오빠가 그 무언가를 하기 위해 멀리 떨어져 있을때 설사 벨라를 만난다고 해도 말이야.”

“솔직히 말해, 그 일을 하다가 누구랑 데이트할 가능성의 거의 없을거야.”

“그거야말로 내가 줄곧 찾고 있던 한 가닥 희망인걸.”

지니는 이렇게 속삭이더니, 마치 처음 하는 키스인 듯 해리에게 입을 맞추었다. 해리도 그녀에게 입을 맞추었다. 그것은 파이어위스키보다도 훨씬 더 황흘한 무아지경이었다. 그녀야말로 이 세상에서 진정한 단 한 가지 것이었다. 지니, 그녀의 감촉. 한손은 그녀의 등 위에 올려놓고, 또 다른 한 손은 달콤한 향기가 나는 그녀의 긴 머리카락을 어루만지며.....

그때 그들의 등 뒤에서 문이 활짝 열렷다. 두 사람은 화들짝 놀라 서로 떨어져 섰다.

“오, 미안.”

론이 날카롭게 말했다.

“론!”

헤르미온느가 숨을 약간 헐떡이며 바로 론의 뒤에 나타났다. 팽팽한 침묵이 감돌았고, 곧 지니가 낮고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

“아무튼 생일 축하해, 해리 오빠.”

론은 귀까지 새빨개져 있었고, 헤르미온느는 안절부절못했다. 해리는 그들의 면전에다 대고 문을 쾅 닫아 버리고 싶었지만, 문이 열렸을 때 이미 방 아으로 찬바람이 휙 불어 들어와, 그의 찬란한 순간이 비누 거품처럼 터져 버린것 같았다. 지니와의 관계를 끝내고, 지니로부터 아주 멀리 떨어져 지내야만 하는 온갖 이유들이 론과 함께 방안으로 살그머니 기어들어왔고, 그 모든 행복한 망각은 사라져버렸다.

해리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지만, 그래도 뭔가 말하고 싶은 마음에 지니를 바라보았다. 그러나 지니는 해리에게서 등을 돌렸다. 해리는 지니가 어쩌면 이번만은 눈물을 흘리고 말았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론이 보는 앞에서는 지니를 위로하기 위해 어떤 일도 할수 없었다.

“그럼 나중에 봐.”

해리는 인사를 한 뒤에 다른 두 사람을 따라 방에서 나왔다. 론은 말 한마디 없이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그리고 여전히 사람들로 붐비는 부엌을 지나 마당으로 나갔다. 해리는 계속 그와 나란히 걸었다. 헤르미온느는 걱정스런 얼굴로 그들 뒤를 총총히 따라왔다.

새로 깍아 놓은 잔디밭의 외진 구석에 이르자, 론은 해리를 향해 휙 돌아섰다.

“넌 지니를 버렸어, 그런데 지금 뭐 하자는 거야? 지니한테 집적대는 거야?”

“집적대는 거 아니야.”

해리가 대답했다. 그때 헤르미온느가 두사람을 따라잡았다.

“론!”

하지만 론은 한 손을 들어 헤르미온느의 말을 막았다.

“네가 지니랑 끝내 버렸을 때 걔는 정말로 마음 아파했어.”

“나도 마찬가지야. 너는 내가 왜 지니와 끝낼 수 밖에 없었는지 잘 알 잖아. 내가 원했던 건 아니었어.”

“그래, 하지만 네가 이제와서 지니한테 키스를 하고 그러면, 그 애는 또다시 희망을 갖게 된단 말이야.”

“지니는 바보가 아니야. 지니는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거란 걸 알아. 기대조차 하지 않는 다고, 결국에 우리가 결혼을 한다거나 그런일은......”

그렇게 말하는 순간, 해리의 머릿속에 지니가 하얀 드레스를 입은채, 키 크고 정체불명의 불쾌한 느낌을 주는 낯선 남자와 결혼식을 올리는 장면이 생생하게 떠올랐다. 그리고 잠깐 동안 눈앞이 빙글빙글 돌면서 문득 한 가지 생각이 그의 머리를 내려쳤다. 지니의 미래는 자유롭고 아무런 구속도 없지만, 반면 자신의 미래는..... 그의 앞에는 볼드모트 말고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만일 네가 계속해서 걸핏하면 지니를 더듬는다면.....”

“다신 그런 일 없을거야.”

해리가 거칠게 말했다. 날씨는 구름 한점 없이 맑았지만, 해리는 마치 태양이 숨이 버린 듯한 기분이었다.

“이제 된 거지?”

론은 여전히 분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당황한 듯 보였다. 그는 선 채로 잠간 몸을 흔들더니 말했다.

“좋아, 그럼..... 알았어.”

그날 내내 지니는 해리와 또다시 단둘이 만나는 기회를 노리지 않앗다. 그리고 어떠한 태도나 표정으로도 자신의 방에서 두 사람이 정중한 대화 이상의 것을 나누었다는 기색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찰리가 도착하자, 해리는 마음이 놓였다. 위즐리 부인이 찰리를 억지로 의자에 앉힌 다름, 지팡이를 위협적으로 치켜들고 이제 곧 제대로 된 머리 모양을 하게 될 거라고 찰리에게 통고하는 것을 지켜보고 있자니, 한결 기분 전환이 되었던 것이다.

찰리와 루핀, 통스와 해그리드가 도착하기 전에도 버로우의 부엌은 해리의 생일 만찬으로 이미 미어터질 지경이었기 때문에, 결국 대여섯 개의 식탁이 정원 끝에서 끝까지 놓였다. 프레드와 조지가 수많은 보랗빛 등잔에 마법을 걸자, 그것들은 모두 커다랗게 17이란 숫자 문양으로 장식되어, 손님들 머리 위를 둥둥 떠다녔다. 위즐리 부인의 보살핌 덕분에 조지의 상처는 덧난데 없이 깨끗하게 나았지만, 해리는 그들 쌍둥이가 늘어놓는 숱한 농담에도 불구하고, 조지의 한쪽에 생긴 뻥 뜷린 구멍에 여전히 적응이 되지 않았다.

헤르미온느는 지팡이 끝에서 보라색과 황금색 장식 리본들을 불러내어 나무와 관목들 위에 예술적으로 걸쳐지도록 만들었다.

헤르미온느가 마지막으로 지팡이를 휘둘러 야생 능금나무의 잎사귀들을 금색으로 바꾸어 놓자, 론이 탄성을 질렀다.

“멋진데! 넌 이런 종류의 일에 정말 안목이 있다니까.”

“고마워, 론!”

헤르미온느가 기쁘기도 하고 약간 당혹스럽기도 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해리는 슬며시 고개를 돌리고 혼자서 씩 웃었다. <마녀를 유혹하는 열두가지 확실한 방법>이라는 책을 제대로 읽을 시간이 생긴다면 틀림없이 칭찬에 대해 써 놓은 장을 발견할 거라는 생각이 들어 웃음이 나왔던 것이다. 그 순간 지니와 눈이 마주치자, 해리는 자신도 모르게 그녀를 향해 씽긋 미소를 던졌다. 하지만 론과 한 약속이 떠올라서 허둥지둥 델라쿠르 씨와 대화를 하기 시작했다.

“물러서요, 물러서!”

위즐리 부인이 커다란 비치볼 크기의 스니치처럼 생긴 것을 앞에 둥둥 띄운채, 문을 지나 다가오며 노래하듯이 소리쳤다.

해리는 곧 그것이 자신의 생일 케이크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위즐리 부인은 울퉁불퉁한 땅 위로 케이크를 들고 오는 위험을 감수하기 보다는, 차라리 지팡이로 공중에 띄워서 나르기로 한 것이다. 케이크가 드디어 식탁 한 복판에 내려앉자, 해리가 감탄했다.

“정말 근사한데요, 아줌마.”

“오, 아무것도 아니야, 얘야.”

위즐리 부인이 다정하게 말했다. 그러자 론이 부인의 어깨 너머로 양쪽 엄지손가락을 들어 보이며 소리 없이 입을 벙끗 거렷다. 말 잘했어.

일곱시가 되자, 마침내 손님들이 모두 도착했다. 골목길 끝에서 손님들을 기다리고 잇던 프레드와 조지가 그들을 집 안으로 인도했다. 해그리드는 자신의 옷 중 가장 좋고 또 가장 흉측한 털복숭이 갈색 외투를 입음으로서 축하의 뜻을 표했다. 루핀은 해리와 악수를 하며 미소를 지어 보였지만, 해리는 왠지 그가 불행해 보인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참 이상하게도 루핀 곁에 있는 통스는 정말이지 눈부셨다.

“생일 축하한다, 해리.”

그녀는 해리를 꼭 껴안으며 말했다.

“열일곱이라!”

프레드로 부터 양동이만 한 와인 잔을 들고는 해그리드가 말했다.

“우리가 처음 만난지 꼭 6년이 되었구나. 해리, 요 녀석아, 기억나니?”

“대충요.”

해리가 해그리드를 향해 함빡 웃으며 대답했다.

“현관문을 때려 부수고 두들리의 엉덩이에 돼지 꼬리를 달아 놓고는 저에게 재가 마법사라는 얘기를 해 주지 않았나요?”

“시시콜콜한 일들은 다 잊었단다.”

해그리드는 낄낄거렸다.

“헤르미온느, 론, 너희는 잘지내고?”

“예, 잘지내요.”

헤르미온느가 답했다.

“어떻게 지내세요?”

“에, 뭔 괜찮아. 좀 바빳지. 갓 태어난 유니콘 새끼들을 얻었거든. 너희가 학교에 돌아오면 보여주마.”

해그리드가 주머니 속을 뒤적거리는 동안, 해리는 론과 헤르미온느의 눈길을 슬쩍 피했다.

“받아라, 해리야 너한테 뭘 선물할지 모르겠더구나. 하지만 곧 이걸 생각해 냈지.”

그는 크기가 작고 털이 약간 붉은, 졸라매는 끈이 달린 가죽 주머니를 꺼냈다. 기다란 끈이 달려 잇는 걸로 봐서는 분명히 목에 거는 것 같았다.

“모크가죽(모크는 길이가 30센티 정도 되고 은빛이 감도는 초독색 도마뱀, 모크 가죽은 돈지갑이나 가방으로 사용되기 때문에 마법사들 사이에서 아주 비싼 값에 팔린다. : 역주)이지, 이 속에다 뭐든 숨기면 주인 말고는 아무도 그 속에 든 껄 꺼낼 수 있단다. 무진장 구하기 힘든거야!”

“고마워요 해그리드!”

“천만에.”

해그리드는 양철 쓰레기통 뚜껑만 한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

“저기 찰리로구나. 난 언제나 저 녀석을 좋아했지. 이봐 찰리!”

찰리는 조금 애처처롭게 새로운 스타일은 머리를 쓸어 넘기며 다가왔다. 그의 머리는 잔인할 정도로 짧았다. 그는 론보다 땅딸막했는데, 근육이 잘 발달된 팔뚝에 는 여기저기에 긁힌 자국과 화상이 남아있었다.

“해그리드, 잘 지냇어요?”

“줄곧 편지를 쓰려고 했는데.... 노버트는 잘 지내?”

“노버트요?”

찰리가 웃음을 터트렸다.

“노르웨이 리지백 말이죠? 우리는 이제 그녀석을 노버타라고 불러요.”

“뭐? 노버트가 암놈이었단 말이야?”

“그렇다니까요.”

찰리가 대답했다.

“어떻게 구분하는데요?”

헤르미온느가 궁금해했다.

“암놈들이 훨씬 더 사납지.”

찰리가 말했다. 그러고는 슬쩍 뒤를 돌아보더니 소곤거렸다.

“아빠가 빨리 도착해야 할 텐데, 엄마가 신경이 점점 날카로워지고 있어.”

그들은 일제히 위즐리 부인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부인은 자꾸만 대문 쪽을 곁눈질 하면서, 한편으로는 델라쿠르 부인과 대화를 나눠 보려고 노력 중이었다.

“아서 없이 그냥 시작하는 게 좋겠어요.”

잠시 후 부인은 정원 쪽을 보고 외쳤다.

“아무래도 늦나 봐요. 오!”

그 순간 마당을 가로질러 식탁 위로 한 줄기 빛이 날아들어 오는 것을 모두 보았다. 그것은 반짝이는 은빛 족제비로 변신하더니, 뒤다리로 일어서서 위즐리 씨의 목소리로 말햇다.

“마법부 장관님이 함게 오고 있소.”

패트로누스는 흔적도 없이 흩어져 버렸다. 플뢰르 가족은 그것이 사라진 자리를 경악하며 바라보았다.

“우린 여기에 있으면 안 되겠군. 해리, 미안하다. 다음 기회에 설명해 주마.

루핀은 그렇게 말하더니 통스의 손목을 잡고 자리에서 끌어냈다. 두 사람은 울타리 쪽으로 걸어가서 담을 넘었다. 그리고 곧 시야에서 사라졌다. 위즐리 부인은 당황해서 어쩔 줄 모르는 것 같았다.

“장관님이라니 대체 왜? 이해할 수가 없네.”

하지만 그런 문제를 따질 시간도 없었다. 잠시 후, 루퍼스 스크림저를 대동한 위즐리 씨가 대문 앞에 홀연히 나타났다. 장관은 희끗희끗한 긴 머리털로 즉각 알아볼 수 있었다.

새로 도착한 두 사람은 마당을 가로질러 정원과 등잔이 밝혀진 식탁을 향해 당당히 걸어왔다. 식탁에 앉아있던 모든 사람들은 조용히 그들이 가까이 다가오는 것을 바라보았다. 스크림저가 등잔 불빛 아래로 들어오자, 해리는 그가 지난번에 만났을 때보다 훨씬 더 늙고, 수척하고, 험상궂어 보인다고 생각했다.

“방해해서 죄송합니다. 보아하니 제가 파티에 불쑥 끼어들었군요.”

절뚝거리며 다가와 식탁 앞에 멈춰 선 스크림저가 말했다.

그의 두눈은 잠깐 동안 거대한 스니치 모양의 케이크 위에 머물렀다.

“생일 축하하네.”

“고맙습니다.”

해리가 말했다.

“사실은 자네와 조용히 이야기를 나누고 싶네.”

스크림저가 말을 이었다.

“로날드 위즐리 군과 헤르미온느 그레인저 양도 함께.

“저희랑요?”

깜짝 놀란듯이 론이 물었다.

“저희랑 왜요?”

“좀 더 은밀한 곳에서 자네들과 얘기하고 싶네.”

스크림저가 말했다.

“혹시 그럴 만한 장소가 있을까?”

그는 위즐리 씨에게 물었다.

“네, 물론입니다. 거실이 있습니다. 그곳을 쓰시면 어떨까요?”

위즐리 씨는 다소 긴장한 표정으로 말했다.

“자네가 인도해 줄 수 있겠지?”

스크림저가 론에게 말했다.

“자네는 올 필요 없네, 아서.”

세 사람이 자리에서 일어났을 때, 해리는 위즐리 씨가 위즐리 부인과 걱정스러운 눈빛을 주고받는 것을 보았다. 그들은 묵묵히 집 안으로 다시 들어갓다. 해리는 나머지 두 사람도 자신과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스크림저는 어찌 된 영문인지 그들 세 사람이 호그와트를 중퇴할 계획이라는 것을 알게된 것이 틀림없었다.

스크림저는 어질러진 부엌을 지나서 버로우의 거실에 들어 갈 때까지 아무 말로 하지 않았다. 정원은 은은한 황금빛 석양으로 가득차 있었지만, 거실 안은 이미 어두웠다. 해리가 들어오며 기름 등잔들을 향해 지팡이를 가볍게 휘두르자, 초라하지만 안락한 거실이 금세 환해졌다. 스크림저는 평소에 위즐리 씨가 차지하는 푹 꺼진 안락의자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그리고 해리와 론과 헤르미온느는 소파에 나란히 끼어 앉도록 했다. 그들이 자리에 앉자마자, 스크림저는 설명을 시작했다.

“자네들 세 명에게 몇가지 질문할 게 있네, 그리고 개별적으로 하는게 좋을 것 같네. 자네 두 사람은.....”

스크림저가 해리와 헤르미온느를 가리키며 말했다.

“위층으로 가서 기다리게나. 로날드 군과 먼저 이야기를 나눌테니.”

“저희는 아무 데도 안 갑니다.”

해리가 말하자, 헤르미온느도 고개를 힘차게 끄덕였다.

“저희 전부와 함께 이야기 하시든지, 아니면 아무와도 이야기 하지 못합니다.

스크림저는 싸늘하고 계산적인 눈빛으로 해리를 흝어보앗다. 해리는 장관이 과연 이렇게나 일찍 적의를 드러낼 가치가 있는 일인지를 고민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좋네, 그럼 다 같이 이야기하지.”

그가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그리고 목청을 가다듬었다.

“자네들도 알고 있을 거라고 믿네만, 나는 알버스 덤블도어의 유언 때문에 여기 온 것일세.”

해리와 론과 헤르미온느는 서로의 얼굴을 마주 보았다.

“아마도 뜻밖의 소식인가 보군! 자네들은 덤블도어가 자네들에게 무언가를 남겼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던 건가?”

“우리 모두에게요? 저와 헤르미온느 한테도요?”

론이 물었다.

“그래, 자네들 모두에게....”

해리가 끼어들었다.

“덤블도어 교수님은 벌써 한 달 전에 돌아가셨어요. 그런데 그분이 저희에게 남겨 주신 것을 왜 이렇게 뒤늦게야 전해 주시는 거죠?”

“당연하지 않니?”

스크림저가 대답하기도 전에 헤르미온느가 먼저 소리쳤다.

“그들은 교수님께서 우리에게 남긴 걸 모조리 조사하려고 했던거야. 하지만 당신들은 그럴 권리 없어요!”

그녀의 목소리가 파르르 떨렸다.

“나에겐 그렇게 할 권리가 있네.”

스크림저가 헤르미온느를 무시하는 어조로 말을 이었다.

“정당한 압수를 위한 법령에 따르면, 마법부는 유언장의 내용물을 압수할 수 있는 권한이 있지....”

“하지만 그 법은 마법사들이 어둠의 마법에 걸린 물건들을 후손들에게 물려주는 것을 금지하기 위해서 제정된 거예요. 따라서 마법부는 망자의 유품을 강탈하기 전에 반드시 그것이 불법이라는 설득력 있는 증거를 갖고 있어야만 한다고요! 장관님은 지금 저희한테 덤블도어 교수님께서 저주 받은 뭔가를 물려주시려 했다고 생각한다는 말씀을 하시는 건가요?”

헤르미온느가 날카롭게 따졌다.

“마법 법조계에서 종사할 계획이라도 갖고 있나 보군, 그레인저 양?”

스크림저가 물었다.

“아니에요.”

헤리므온느가 받아쳤다.

“저는 다만 세상을 위해 뭔가 좋은 일을 하고 싶을 뿐이에요.”

론이 웃음을 터뜨렸다. 스크림저의 시선이 론을 향했다가 해리가 입을 열자 다시 그쪽으로 향했다.

“그러면 왜 이제 저희에게 그 물건을 돌려주실 결정을 한거죠? 그것들을 계속 보관할 수 있는 핑계는 생각해 내지 못하셨나 보죠?”

“천만에, 다만 이제 31일이 다 되었기 때문일 거야.”

헤르미온느가 냉큼 대답했다.

“그 유산이 위험하다는 것을 증명하지 못하면, 그 기간 이상은 그 물품들을 압류할 수 없게 되어 있거든. 그렇지요?”

“자네는 덤블도어와 꽤 가까운 사이였다고 할 수 있나, 로날드?”

스크림저는 헤르미온느의 말을 무시하고 론에게 물었다. 론은 깜짝 놀라는 눈치였다.

“저요? 전 그다지..... 언제나 해리가 더.....”

론이 해리와 헤르미온느 쪽을 돌아보았을 때, 헤르미온느는 그에게 ‘그만 말해!’라는 표정을 지어 보였지만, 이미 치명적인 약점을 잡힘 다음이었다. 스크림저는 정확히 자신이 듣기를 기대하고 원했던 말을 들은 것처럼 보였다. 그는 론의 대답에, 먹이를 노리는 새처럼 달려들었다.

“자네가 덤블도어와 아주 가깝지 않았다면, 그가 자네에게 유산을 남긴 일을 어떻게 설명하겠나? 그는 예외적일 만큼 아주 소수에게만 개인적인 유산을 남겼다네, 개인 장서, 마법 두구들, 개인 소지품 등등, 대부분의 재산은 모두 호그와트에 기증했어. 그렇다면 자네가 특별히 선택된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저야....모르죠. 제가 가깝지 않았다고 말한 건... 그러니까 제말은... 그분이 저를 좋아하긴 하셧죠.....”

“그건 지나친 겸손이야 론. 덤블도어 교수님은 너를 무척이나 애지중지하셨어.”

헤르미온느가 얼른 나섰다.

하지만 이것은 진실을 심각하게 왜곡하는 말이엇다. 해리가 아는 한에서는 론과 덤블도어는 한 번도 단둘이 만난 적이 없었고, 그들 간의 직접적인 접촉의 대수롭지 않은 것들뿐이었다. 하지만 스크림저는 그녀의 말을 전혀 귀담아듣지 않는 것 같았다. 그는 한 손을 망토 속에 넣더니, 해그리드가 해리에게 준 것 보다 훨씬 더 커다란, 끈 달린 주머니를 꺼냈다. 그리고 그 속에서 양피지 두루마리를 꺼내더니 펼쳐서 소리내어 읽었다.

“‘알버스 퍼시발 울프릭 브라이언 덤블도어의 유언’..... 그래, 여기 있구나. ‘로날드 빌리우스 위즐리에게. 이것을 사용하는 동안 나를 기억해 주기를 바라며, 나의 딜루미네이터를 남긴다.”

스크림저는 주머니에서 해리가 예전에도 본 적이 있는 물건을 꺼냈다. 그것은 마치 은으로 된 라이터처럼 보였지만, 해리가 알기론, 찰칵 누르는 동작 한 번으로 특정 공간의 모든 빛을 빨아들였다가 다시 원래 상태대로 돌려놓을 수 있는 기능을 갖고 있었다. 스크림저가 허리를 숙이며 론에게 딜루미네이터를 건네자, 론은 어안이 벙벙한 표정을 지으며 그것을 이리저리 뒤집어 보았다.

“그것은 아주 값진 물건일세.”

론을 지켜보면서 스크림저가 말했다.

“심지어 독창적이기가지 하지, 분명 덤블도어 자신이 만들 물건일 거야. 그런데 그처럼 진귀한 물건을 왜 자네에게 남기려 했을까?”

론은 당황한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

“덤블도어는 분명 수 천명이 넘는 학생들을 가르쳤을 거야. 그런데 그가 유언장에서 언급하고 있는 것은 오직 자네들 세 사람뿐일세, 왜 그렇지? 그는 딜루미네이터를 자네가 무슨 용도로 쓸 거라고 생각했던 거지?, 위즐리 군”

스크림저가 끈질기게 물었다.

“불을 끄라는 거겠죠, 아마.”

론이 웅얼거렸다.

“그걸로 달리 뭘 할 수 있겠어요?”

스크림저는 아무 짐작도 하지 못하는게 분명했다. 그는 잠깐 동안 눈을 가늘게 뜨고 론을 바라보더니, 다시 덤블도어의 유언장으로 고개를 돌렸다.

“‘헤르미온느 진 그레인저 양에게, 이 책이 흥미롭고 유익하다고 생각하기를 바라며 <방랑시인 비들의 이야기>를 남긴다.’”

스크림저는 위층에 있는 <가장 사악한 어둠의 마법의 비밀>이라는 책만큼이나 오래되어 보이는 작은 책자를 주머니에서 꺼냈다. 표지는 더럽혀져 있었고, 여기저기 낡아 벗겨진 책이었다. 헤르미온느는 스크림저로 부터 아무 말 없이 책을 받았다. 그리고 그것을 무릎 위에 놓고 가만히 내려다보았다. 해리는 책의 제목이 룬 문자로 되어 있을 것을 알아차렸다. 하지만 그는 한 번도 룬 문자를 배운 적이 없었다. 그때 돋을새김을 한 글자들 위로 눈물이 한 방울 뚝 떨어졋다.

“덤블도어가 왜 자네에게 그 책을 남겼다고 생각하나, 그레인저 양?”

스크림저가 물었다.

“교수님께서는....교수님께서는 제가 책을 좋아 한다는 것을 알고 계셧어요.”

헤르미온느는 소매로 두 눈을 훔치며 잠긴 목소리로 대답했다.

“하지만 왜 특별히 그 책이지?”

“모르겠어요, 제가 좋아할 거라고 생각하셧던 거겠죠.”

“혹시 덤블도어와 암호라든가 비밀 메시지를 보내는 방법따위에 대해 얘기를 나눈 적이 있나?”

“아니요, 없어요.”

여전히 소매로 두 눈을 닦아 내며 헤르미온느가 대답했다.

“마법부가 31일 동안에 이 책에서 숨겨진 암호를 전혀 발견하지 못했다면, 과연 제가 할 수 있을지 의문이네요.”

그녀는 터져 나오는 울음을 간신히 억눌렀다. 하지만 너무 꼭 붙어 앉아 있었기에, 론은 팔을 뻗어 헤르미온느의 어깨를 안아 줄 수가 없었다. 스크림저는 다시 유언장으로 돌아갓다.

“‘해리 제임스 포터애게.’”

스크림저가 유언장을 읽기 시작하자, 해리는 갑작스러운 흥분으로 뱃속이 조여드는 기분이었다.

“‘나는 그가 호그와트에서의 첫 번째 퀴디치 경기에서 붙잡은 스니치를, 인내와 기술에 대한 보상을 기리는 기념품으로서 그에게 남긴다.’”

스크림저는 작은 호두알만 한 금빛 공을 꺼냈다. 그러자 스니치의 은색 날개들이 아주 가늘게 퍼덕였다. 순간 해리는 크게 부풀었던 기대감이 무너지는 기분을 느끼지 않을 수가 없었다.

“왜 덤블도어가 자네에게 이 스니치를 남긴 거지?”

스크림저가 물었다.

“모르죠.”

해리가 대답했다.

“장관님이 방금 읽으신 이유대로라면, 아마도.... 인내한다면..... 뭔가를 얻게 될 것을 상기시키기 위해서였겠죠. 그게 뭐가 되었든 말이에요.....”

“그렇다면 자넨 이걸 단지 상징적인 유품으로 생각한다는 말이지?”

“그렇겠죠, 그게 아니면 뭐겠어요?”

해리가 대답했다.

“앉아 있던 의자를 소파 쪽으로 조금 더 가까이 잡아끌며, 스크림저가 말했다. 이제 밖에는 땅거미가 지고 있었다. 창문 너머 울타리 저편에는 커다란 천막이 유령처럼 하얗게 솟아 있었다.

“아까 보니 자네의 생일 케이크가 스니치 모양이더군. 왜 그런 거지?”

스크림저가 해리에게 물었다.

그러자 헤르미온느가 비웃듯이 웃어댔다.“

“오, 해리가 훌륭한 수색꾼이라는 사실을 의미하는 건 아니겠죠. 그건 너무 지나치게 분명한 사실이니가요. 설탕 장식 속에 덤블도어 교수님의 비밀 메시지가 감추어져 있는게 분명해요!”

헤르미온느가 빈정거렸다.

“설탕 장식 속에 무언가 숨겨져 있을 거 같진 않네. 하지만 스니치는 작은 물건을 숨기기에는 아주 훌륭한 장소겠지. 장담컨데, 그 이유를 자네는 알고 있지?”

해리는 그저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대신 헤르미온느가 끼어 들어 대답했다. 질문에 정답을 말하는 것이 너무 깊이 뿌리내린 습관이라, 충동을 억누르지 못하는 거라고 해리는 생각했다.

“왜냐하면 스니치는 피부 기억 장치를 갖고 있기 때문이죠.”

“뭐라고?”

해리와 론이 동시에 외쳤다. 두 사람은 헤르미온느가 퀴디치에 대해서는 별로 아는 게 없다고 생각하고 있엇던 것이다.

“맞았네.”

스크림저가 말했다.

“그래서 스니치는 출시될 때까지 맨살에 전혀 접촉되지 않는 다네, 심지어 제작자도 반드시 장갑을 끼고 만지지. 스니치에는 포획에 논란이 생길 경우를 대비해서 그것을 최초로 잡는 사람을 인식하는 마법이 걸려 있다네. 이 스니치는.....”

스크림저는 조그만 금빛 공을 들어 올렸다.

“바로 자네의 손길을 기억하고 있을 걸세, 포터. 그래서 내 생각에는, 다른 잘못들은 제쳐 두고라도 마법 능력만은 참으로 탁월했던 덤블도어가 오직 자네만이 이 스니치를 열 수 잇도록 마법을 걸어 놓은 것 같네.”

해리의 심장이 더욱 빠르게 고동쳤다. 그는 스크림저의 말이 옮다고 확신했다. 하지만 어떻게 이 장관 앞에서 맨손으로 스니치를 잡는 것을 모면할 수 있단 말인가?

“아무 말도 안 하는군.”

스크림저가 다시 입을 열었다.

“아마도 자네는 이미 스니치 안에 뭐가 들었는지 알고 있는가 보지?”

“아니요.”

해리는 여전히 어떻게 하면 스니치를 실제로 만지지 않으면서 만지는 것처럼 보이게 할 수 있을까를 궁리하면서 대답했다. 만약 해리가 레질리먼시를 할 줄 안다면, 정말로 할 줄 안다면, 그래서 헤르미온느의 마음을 읽을 수만 잇다면 좋았을 것을. 해리는 자기 옆에서 그녀의 머리가 팽팽 돌아가는 소리가 실제로 들리는 듯 했다.

“받게나.”

스크림저가 조용히 말했다.

해리는 장관의 노란 눈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 말에 복종하는 것 외에는 달리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해리가 손을 내밀자, 스크림저는 다시 허리를 숙이며 천천히 그리고 신중하게 스니치를 해리의 손바닥 위에 놓았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해리의 손가락들이 스니치를 꽉쥐자, 지친 날개들은 파닥거리더니 이내 잠잠해졋다. 스크림저와 론, 헤르미온느는 여전히 스니치가 어떻게든 변신하기를 바라는 듯이, 이제 손에 부분적으로 가려진 공을 계속해서 집요하게 응시했다.

“이거 아주 극적이네요.”

해리가 침착하게 말했다. 론과 헤르미온느는 모두 웃음을 터뜨렸다.

“그럼 이제 끝난 거죠? 그렇죠?”

헤르미온느가 소파에서 몸을 일으키며 물었다.

“아직 아닐세, 덤블도어는 자네에게 두 번째 유품을 남겼다네, 포터!”

스크림저는 기분이 상한 얼굴로 말했다.

“뭔데요?”

다시금 흥분으로 달아오르며, 해리가 물었다.

“고드릭 그리핀도르의 칼일세.”

스크림저의 입에서 그 말이 떨어지자, 헤르미온느와 론은 모두 굳어 버렸다. 해리는 루비가 박힌 칼자루가 어디 있는지 두리번거렸지만, 스크림저는 가죽 주머니로부터 칼을 꺼내지 않았다. 게다가 그 주머니는 칼이 들어가기에는 너무 작아 보였다.

“그렇다면 그건 어디 있죠?”

해리가 의심스럽다는 듯이 물었다.

“유감스럽게도 그 칼은 덤블도어가 마음대로 줄 수 있는 물건이 아닐세, 고드릭 그리핀도르의 칼은 중요한 역사적 유물이지, 그러므로 그것은....”

“그건 해리 거예요!”

헤르미온느가 버럭 화를 냈다.

“그 칼이 그를 선택했다고요. 해리는 그 칼을 발견한 사람이었어요. 마법의 모자가 그에게 주었다고요....”

“믿을 만한 역사적 자료들에 따르면, 그 칼은 누구든 자격이 있는 그리핀도르의 학생에게 스스로 나타난다고 하지. 덤블도어가 무슨 결정을 내렸든 간에, 그것은 포터군의 독점적인 소유물이 될 수는 없어.”

스크림저는 엉망으로 면도된 뺨을 긁적거리며 해리를 빤히 쳐다보았다.

“그런데 자네 생각에는 왜....”

“...... 덤블도어 교수님이 그걸 저한테 주려고 하셧느냐고요?”

해리가 분을 참으려고 애쓰며 물었다.

“아마도 교수님은 그걸 제 방 벽에 걸면 근사해 보일 거라고 생각하셨나보죠.”

“지금 농담할 때가 아닐세 포터군.”

스크림저가 으르렁거렸다.

“그건 바로 덤블도어가 오직 고드릭 그리핀도르의 칼만이 슬리데린의 후계자를 무찌를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 아닌가? 그래서 자네에게 그 칼을 주려 한게 아닌가 말일세. 포터군, 다른 많은 사람들이 그러하듯. 덤블도어는 자네가 이름을 불러서는 알된 그 사람을 죽이도록 예정된 사람이라고 믿었던거지?”

“흥미로운 가설이군요. 하지만 어느 누가 볼드모트에게 칼을 꽂으려고 시도나 해 봤나요?”

해리가 날카롭게 쏘아붙였다.

“아마도 마법부는 그런 일에 인력들을 투입해야만 할 겁니다. 딜루미네이터를 분석하거나 아즈카반 탈옥사건을 감추는 데 시간을 낭비하는 대신에요. 당신이 집무실에 틀어박혀서 해오던 일이 고작 이런 건가요, 장관님? 스니치를 억지로 열어 보려고 용쓰는 거요? 사람들이 죽어가고 있어요. 저 역시 그 중의 한사람이 될 뻔했죠. 볼드모트는 세 개의 주를 가로질러 저를 추격해 왔고, 결국 매드아이를 죽였어요. 하지만 마법부에서는 거기에 대해 아무런 언급도 없었어요, 아닌가요? 그래 놓고도 저희가 당신에게 협력하기를 바라고 있군요!”

“자네, 말이 너무 심하군!”

스크림저가 버럭 호통을 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해리 역시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스크림저는 해리 쪽으로 절뚝이며 다가가더니, 지팡의 뾰족한 끝으로 해리의 가슴팍을 힘껏 쿡 찔렀다. 그러자 해리의 티셔츠에 담뱃불로 지진 것 같은 구멍이 뜷렸다.

“이런!”

론이 자신의 지팡이를 치켜들고 벌떡 일어섰지만, 해리가 말렸다.

“안돼! 이 사람에게 우리를 체포할 구실을 만들어 주고 싶니?”

“잘 기억하게. 자네들은 지금 학교 안에 있는 게 아니야. 알겠나?”

스크림저가 해리의 얼굴에 거친 숨결을 뿜어 대며 말했다.

“똑똑히 기억하라고. 나는 자네의 그 시건방지고 반항적인 행동을 용서해 주던 덤블도어가 아니란 말일세! 자네는 그 흉터를 마치 왕관처럼 달고 다닐 수도 있을 테지, 포터. 하지만 나에게 일 처리 하는 방법을 가르치러 드는 건 열일곱 살 꼬맹이가 할 일이 아니란 말일세! 이젠 자네도 존경이라는 걸 배울 때야!”

“당신이 존경받을 만한 행동을 할 때겠죠.”

해리가 지지 않고 맞섯다. 이때 바닥이 약간 흔들리기 시작했다. 우당탕탕 달려오는 발소리가 들리더니, 거실 문이 쾅하고 열렸다. 위즐리 부부가 뛰어 들어왔다.

“우리는..... 그러니까 언성을 높이는 것을.....”

해리와 장관이 얼굴을 맞대다시피 하고 잇는 모습을 보고는, 위즐리 씨는 완전히 놀라서 간신히 입을 열었다.

“..... 들은 것 같아서요.”

위들리 부인이 헐떡이면서 대신 말을 받았다.

스크림저는 자신이 해리의 티셔츠에 낸 구멍을 힐끗 보고는, 해리로부터 몇 발짝 물러섰다. 분을 침지 못했던 것을 후회하는 것 같았다.

“아무 일도 아니었습니다.”

스크림저가 침통하게 말했다.

“나는.... 자네 행동이 무척 유감스럽네.”

스크림저는 다시 한 번 해리의 얼굴을 정면으로 바라보며 말했다.

“자네는 자네가, 그리고 덤블도어가 바랐던 것을 마법부가 바라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모양이군. 하지만 우리는 다 함께 협력해야만 하네.”

“저는 장관님의 방식이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기억하시죠?”

해리가 말했다.

해리는 오른손 주먹을 들어 올리더니, 여전히 손등위에 하얗게 드러나는, ‘나는 거짓말을 하지 않겠습니다.’라고 새겨진 흉터를 스크림저에게 보여 주었다. 스크림저의 표정이 굳어졌다. 그는 아무 말 없이 돌아서더니 절뚝거리며 방에서 걸어 나갔다. 위즐리 부인이 허겁지겁 그를 쫓아갔다. 해리는 그녀가 뒷문에서 멈춰 서는 소리를 들었다. 잠시 후 그녀가 외쳤다.

“그가 갔어요!”

“그가 무엇 때문에 온거지?”

위즐리 부인이 서둘러 그들이 있는 곳으로 돌아오자, 위즐리씨가 해리와 론, 헤르미온느를 돌아보면서 물었다.

“덤블도어 교수님께서 저희에게 남겨 준 것을 주려고요.”

해리가 말했다.

“그들이 이제 와서야 그분의 유품을 내주었어요.”

이윽고 바깥 정원에서는, 스크림저가 그들에게 준 세가지 물건이 저녁 식탁위로 이 사람 저 사람에게 건네졌다. 모두가 딜루미네이터와 <방랑시인 비들의 이야기>를 보며 감탄했고, 스크림저가 칼을 넘겨주기를 거부했다는 사실을 안타까워했다. 하지만 덤블도어가 해리에게 옛날 스니치를 남긴 이유에 대해서는 어느 누구도 짐작조차 하지 못했다. 위즐리 씨가 딜루미네이터를 세 번, 네 번씩 면밀히 조사하는 동안, 위즐리 부인이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해라, 모두 끔찍이 배가 고프단다. 너 없이 저녁을 시작하고 싶지는 않았거든.... 지금 식사를 내와도 되겠니?”

모두 허겁지겁 식사를 하고 황급히 <해피 버스데이>를 합창 한 다음, 케이크를 와구와구 집어삼켰다. 마침내 파티는 끝났다. 해그리드는 다음 날에 있을 결혼식에 초대를 받았지만, 안그래도 사람들로 북적이는 버로우에 묵기에는 너무 덩치가 컸다. 그래서 결국 인근 들판에 직접 텐트를 세우기 위해 떠났다.

“위층에서 보자. 모두가 잠자리에 들고 난 뒤에.”

위즐리 부인을 도와 정원을 평소의 상태로 돌려놓는 일을 하는 동안, 해리가 헤르미온느에게 속삭였다.

다락방에 올라가자, 론은 딜루미네이터를 조사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해리는 해그리드가 선물한 모크 가죽 주머니에 황금이 아닌, 자신이 가장 소중히 여기는 물건들을 채워 넣엇다. 겉으로 보기에 그 물건들은 전혀 무가치해 보였고, 개중 몇몇은 실제로 그랬지만 말이다. 호그와트의 비밀 지도, 시리우스의 마법거울 조각. R.A.B의 로켓등을 넣고, 해리는 줄을 바짝 잡아당긴 다음 주머니를 목에 걸었다. 그리고 옛날 스니치를 손에 쥐고 앉아서 날개가 파르르 떨리는 것을 바라보았다. 마침내 헤르미온느가 문을 톡톡 두드리더니 까치발을 하고 살금살금 걸어 들어왔다.

“머플리아토.”

헤르미온느가 지팡이를 계단이 있는 방향으로 휘저으며 속삭였다.

“난 네가 그 주문을 인정하지 않는 줄 알았는데.”

론이 말했다.

“시대는 변하는 법이야. 자 이제 딜루미네이터를 보여 줘”

헤르미온느가 말했다. 론은 즉시 요청에 따랐다. 그가 딜루미네이터를 높이 쥐고 찰칵 누르자, 방 안에 켜 둔 유일한 조명인 등잔이 즉각 꺼졌다.

“중요한 건, 이런 일은 페루산 즉석 암흑 가루로도 할 수 있었다는 거야.”

어둠 속에서 헤르미온느가 속삭였다.

다시 한 번 찰칵 소리가 나자, 램프에서 나온 공 모양의 빛이 천장으로 날아올라 다시 한 번 그들을 환하게 비추었다.

“그래도 멋진걸.”

론이 다소 변명하듯이 말했다.

‘게다가 사람들 말에 따르면, 덤블도어 교수님이 손수 이걸 발명하셨다잖아.“

“나도 알아, 하지만 덤블도어 교수님이 단지 빛을 없에는 걸 도와주기 위해서 유언장에 너를 골라 넣엇을 리는 없어.”

“너는 덤블도어 교수님이 마법부가 자신의 유언장을 압수하고 우리에게 남긴 모든 물건들을 조사할 거란 걸 미리 알고 계셧다고 생각하는 거야?”

해리가 물었다.

“당연하지, 교수님은 이 유품들을 우리에게 남기는 이유를 유언장을 통해서 말씀해 주실 수 없었던 거야.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여전히....”

해르미온느가 중얼거렸다.

“......왜 교수님이 살아 계신 동안에 우리에게 힌트를 줄 수 없으셨는지에 대해서는 설명이 안 되잖아?”

론이 얼른 그녀의 말을 이어서 물었다.

“바로 그거야.”

헤르미온느가 이제는 <방랑시인 비들의 이야기>를 뒤적거리며 말했다.

“이 물건들이 바로 마법부의 코앞에서 전달되어야 할 만큰 중요하다면, 교수님은 분명히 우리에게 그 이유를 알려 주시지 않았겠니? 그 이유가 아주 명백하다고 생각하지 않은 이상은 말이야.”

“그렇다면 교수님이 잘못 생각하신 거지 뭐, 안 그래? 덤블도어 교수님이 약간 돈 것 같다고 내가 늘 말했잖아. 머리도 뛰나시고 모두 다 좋은데. 약간 맛이 갔다니까. 해리에게 옛날 스니치를 남기다니, 도대체 그게 무슨 뜻이냐고!”

“나도 몰라.”

헤르미온느가 말했다.

“해리, 스크림저 때문에 네가 그걸 어쩔 수 없이 잡았을때, 난 분명히 무슨 일이 벌어질 거라고 생각했어!”

“나도 그래.”

손으로 스니치를 집어 들자 맥박이 마구 빨라지는 것을 느끼며 해리가 말했다.

“하지만 스크림저 앞에서는 내가 그다지 노력했다곤 할 수 없겠지, 안 그래?”

“그게 무슨 말이야?”

헤르미온느가 물었다.

“내가 생애 첫 퀴디치 경기에서 잡았던 스니치 말이야. 혹시 기억 안나?”

해리가 되물었다. 헤르미온느는 그저 어리벙벙한 표정있다. 하지만 론은 입을 딱 벌린채, 해리와 스니치를 번갈아 가면서 미친 듯이 손으로 가리켰다. 그리고 간신히 다시 목소리를 낼 수 있었다.

“그건 네가 거의 삼킬 뻔 했던 거야!”

“맞아!”

해리가 말했다. 그리고 두근거리는 심정으로 입을 스니치에 갖다 댔다.

하지만 그것은 열리지 않았다. 좌절감과 쓰디쓴 실망감이 마음속에 차올랐다. 해리를 금빛 공을 내려놓았다. 그때 헤르미온느가 소리쳤다.

“글자야! 거기에 글자가 있어, 어서 봐!”

그는 경악과 흥분으로 스니치를 거의 떨어뜨릴 뻔했다. 과연 헤르미온느 말이 맞았다. 몇 초 전만 해도 아무것도 없던 매끈한 금빛 표면위에 가늘고 비스듬한 글씨체로 글자들이 새겨져 있었던 것이다. 해리는 그것이 덤블도어의 글씨임을 금방 알아보았다.

나는 끝에서 열린다.

그가 읽자마자 글자들은 다시 사라져 버렸다.

“나는 끝에서 열린다..... 이게 무슨 소리지?”

“나는 끝에서 열린다........ 끝에서.... 나는 끝에서 열린다......”

여러 가지 다양한 억양으로 아무리 여러번 그 단어들을 반복해 봐도 그들은 더 이상 어떤 의미도 생각해 낼 수가 없었다.

“그리고 칼 말이야, 덤블도어교수님은 왜 해리가 그 칼을 갖길 바라신 걸까?”

마침내 그들이 스니치에 새겨진 글귀의 의미를 찾아내려는 시도를 단념했을때 론이 말을 꺼냈다.

“그리고 왜 교수님께서는 그냥 나에게 말해 주실 수 없었던 걸까?”

해리가 조용히 물었다.

“그건 거기에 있었어. 그 칼은 작년에 우리가 대화하는 동안 내내 바로 거기, 그분의 사무실 벽에 걸려 있었다고! 만약 교수님께서 내가 그 칼을 가지길 바라셨다면, 왜 그때 나에게 그것을 직접 주시지 않았을까?”

해리는 머리가 꽉 막히고 굼뜨게 돌아가는 상태에서, 마치 덤블도어 앞이라면 분명 대답할 수 있엇을 문제를 놓고, 이제와서 시험치고 앉아 있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혹시 작년에 덤블도어와 나눴던  긴 대화들에서 그가 놓친 것이라도 잇었던걸까? 이 모든 것이 무슨 의미인지 그는 알고 있어야만 하는 것이 아닐까? 덤블도어는 그가 이해할 거라 기대한 걸까?

“게다가 이 책으로 말하자면 <방랑시인 비들의 이야기>라니..... 난 그런건 들어 본 적조차 없어!”

헤르미온느가 말했다.

“네가 <방랑시인 비들의 이야기>를 들어 본 적이 없다고? 농담하는 거지, 그렇지?”

론이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소리쳤다.

“아니, 농담 아냐, 넌 그러면 알고 있었니?”

헤르미온느가 놀라서 물었다.

“물론, 당연히 알지.”

해리는 바싹 흥미를 느끼며 고개를 들었다. 헤르미온느가 읽지 않은 책을 론이 읽은 경우는 전무후무한 일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론은 놀라워하는 그들의 모습에 오히려 어안이 벙벙해진 것 같았다.

“아, 왜 이래! 옛날 동화들은 전부 비들의 이야기잖아. 안그래? ‘황금의 샘’, ‘마법사와 깡충깡충 냄비’,‘배비티 래비티와 꼬꼬 웃는 그루터기’......”

“뭐라고? 마지막게 뭐라고?”

헤르미온느가 키득키득 웃으며 물었다.

“장난 집어치워!”

론은 믿을 수 없다는 눈으로 해리와 헤르미온느를 번갈아 바라보았다.

“너희도 분명 들어 봤을 거야. ‘배비티 래비티와....’”

“론, 넌 해리와 내가 머글들 속에서 자랐다는 것을 잘 알잖아!”

헤르미온느라 일깨워 주었다.

“우리는 어렸을 때 그런 이야기들을 듣지 않았다고. 우리는 ‘백설 공주와 일곱 난쟁이’나 ‘신데렐라’.....‘

“그게 뭐야? 무슨 병명인가?”

론이 물었다.

“그렇다면 이게 동화란 말이지?”

룬 문자를 위로 다시 고개를 숙이며, 헤르미온느가 물었다.

“그래.”

론이 자신 없는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그러니까 내 말은 네가 방금 들은 그대로, 이런 옛날 이야기들이 모두 비들에게서 나왔다는 거야. 하지만 나는 그 이야기들의 원본이 어떤지는 몰라.”

“하지만 덤블도어 교수님은 왜 내가 그 이야기들을 읽어야 한다고 생각하셨던 걸까?”

이때 아래층에서 뭔가 삐거덕하는 소리가 들렸다.

“아마 찰리일 거야. 이제 엄마가 잠드셨으니 머리칼을 다시 자라게 하려고 몰래 빠져나가는 게지.”

론이 신경질적으로 말했다.

“이러나저러나 우리도 그만 잠자리에 들어야해. 내일은 늦잠자면 안되잖아.”

헤르미온느가 작은 목소리로 말해따.

“안 되고 말고.”

론이 맞장구를 쳤다.

“신랑 측 어머니가 세 사람을 무참하게 살인하는 사건이 일어나면, 결혼식에 찬물을 끼얹는 일이 될 테니까. 불빛은 내가 처리하지.”

헤르미온느가 방에서 나가자, 론은 딜루미네이터를 한 번 더 찰칵 눌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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