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6장 (163/194)

제 6장 파자마를 입은 굴 귀신

매드아이를 잃은 충격이 그 후로도 며칠 동안 집 안을 떠나지 않았다. 해리는 소식을 전하기 위해서 교대로 이곳을 들락거리는 다른 기사단 단원들 처럼, 지금이라도 매드아이가 의족을 뚜벅거리며 뒷문으로 들어올 것 같은 기대감을 떨쳐 버릴 수가 없었다. 그리고 구체적인 행동 이외에는 이 세상 무엇도 자신이 느끼는 죄책감과 슬픔을 사라지게 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므로 가능한 빨리 호크룩스를 찾아서 파괴하는 임무에 착수해야만 했다.

“하지만 네가 열일곱살이 될때 까지는 그.....”

론이 ‘호크룩스’란 말을 소리 내지 않고 입만 벙끗벙끗했다.

“.....에 대해서 어떻게 손쓸 방도가 없잖아. 넌 아직도 추적 마법의 감시를 받고 있어. 게다가 다른 데서나 여기서나 계획은 얼마든지 세울 수 있잖니, 안 그래?”

갑자기 론이 목소리를 낮추며 속삭였다.

“혹시 그것들이 어디 있는지 이미 알고 있는 거니?”

“아니야.”

해리가 부정했다.

“그동안 헤르미온느가 계속 조사를 하고 있었던 모양이야. 네가 여기 도착할 때를 대비해서 자료를 모아 놓았데.”

론이 소곤거렸다.

그들은 아침 식탁에 앉아 있었다. 위즐리 씨와 빌은 방금 전에 출근을 했고, 위즐리 부인은 헤르미온느와 지니를 깨우기 위해 위층으로 올라가고 없었다. 한편 플뢰르는 목욕을 한다며 가 버렸다.

“추적 마법은 31일이 되면 효력이 사라져.”

해리가 말했다.

“그러니까 난 이곳에 딱 4일만 있으면 되는 거지. 그 다음에는.....”

“5일이야.”

론이 해리의 말을 바로잡아 주었다.

“결혼식 때까지 머물러 있어야 하니까. 우리가 그 자리에 빠지면, 그들이 우릴 가만두지 않을걸.”

해리는 당장 론의 말을 알아들었다. 여기서 ‘그들’이란 플뢰르와 위즐리 부인을 뜻했다.

“그래 봤자 딱 하루 더 있는 건데 뭐.”

론이 불만에 가득 찬 해리의 표정을 보자, 얼른 덧붙였다.

“그들은 이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이해하지 못하나 보지?”

“물론 이해하지 못하지.”

론이 말했다.

“그들은 전혀 사정을 모르니까 말이야. 기왕 말이 나와서 말인데, 사실은 그 일로 너한테 하고 싶은 말이 있었어.”

론은 위즐리 부인이 아직 돌아오지 않았는지 확인하려고 복도로 난 문을 힐끔 쳐다봤다. 그런 다음 해리에게 몸을 바싹 기울였다.

“엄마가 헤르미온느랑 나한테서 이 일에 대해 알아내려고 애를 쓰고 계셔. 우리가 뭘 하려고 떠나는지 말이야. 잘 먹혀 들지 않으면, 그땐 널 노리실 거야. 그러니까 단단히 대비하라고. 아빠랑 루핀도 똑같이 물어보셧는데, 덤블도어 교수님이 우리 두 사람 이외에는 절대 어느 누구에게도 말하지 말라고 너에게 당부하셨다고 말씀드리니까 그만 포기하시더라. 하지만 엄마는 아니야. 아주 작정을 하셨더라고.”

론의 예언은 불과 몇시간 만에 실현되었다. 점심 식사를 하기 직전, 위즐리 부인이 그의 배낭에서 나온 것 같은 남자 양말 한 짝이 있는데 확인해 달라면서 해리를 불러낸 것이다. 부인은 일단 그를 부엌 한쪽의 좁은 다용도실로 몰고 가더니, 심문을 시작했다.

“론과 헤르미온느는 너희 세 사람이 호그와트를 그만둘 거라고 생각하는 것 같던데.”

부인은 예사로운 일처럼 가벼운 어조로 말문을 뗐다.

“아, 글쎄, 그래요, 그럴 거예요.”

해리가 대답했다. 순간 한쪽 구석에서 탈수기가 저절로 움직이더니 위즐리 씨의 조끼처럼 보이는 것을 사납게 쥐어짰다.

“어째서 공부를 그만두려고 하는지 그 이유를 물어봐도 되겠니?”

위즐리 부인이 물었다.

“그게..... 덤블도어 교수님이 저에게 하라고 하신일이....”

해리가 우물거렸다.

“론과 헤르미온느도 그 일을 알고 있어요. 그래서 함께 떠나고 싶어 하는 거예요.”

“도대체 그 ‘일’이라는게 뭐냐?”

“죄송해요. 하지만 말씀 드릴 수가....”

“솔직히 아서와 나는 그 일에 대해서 알 권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헤르미온느의 부모님도 같은 생각이실 거야!”

위즐리 부인의 언성이 조금씩 높아졌다. 그렇지 않아도 해리는 ‘걱정하는 부모님들’의 공격을 두려워했었다. 그는 부인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려고 무진장 애를 껏다. 그러면서 문득 부인의 눈 색깔이 지니와 똑같은 갈색이라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하지만 그건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다.

“아줌마. 덤블도어 교수님은 다른 사람이 이 일을 알게 되는 걸 원치 않으셨어요. 죄송해요. 론과 헤르미온느는 꼭 같이 갈 필요가 없어요. 단지 그 애들이 선택한.....”

“나는 너 역시 갈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

위즐리 부인은 태연한 척 애쓰던 지금까지의 노력을 모두 포기하고 날카롭게 쏘아붙였다.

“넌 이제 막 성인이 되었을 뿐이야. 너희 모두 다 말이야. 덤블도어 교수님이 설사 시킬일이 있었다고 해도, 그 분은 기사단 전체를 당신 마음대로 부릴 수 있었는데, 도대체 그게 말이나 되는 소리니? 해리, 넌 그분의 말씀을 잘못 알아들은게 틀림없어. 아마 그분은 당신이 뭔가 끝내고 싶은 일이 있다고 말씀하셨을 게다. 그런데 너는 네가 하길 바란다는 뜻으로 잘못 알아들은.....”

“제가 잘못 알아들은게 아니에요. 그건 저에게 주어진 일이에요.”

해리가 단호하게 말했다. 그러고는 위즐리 부인에게 그에게 확인해달라고 했던 양말 한 짝을 부인에게 돌려주었다. 그것은 황금 가시나무 무늬가 있는 양말이었다.

“이건 제 것이 아니에요. 전 푸들미어 유나이티드팀(황금가시나무는 이 팀의 상징이다.<쿼디치의 역사>를 참조할것:역주)을 응원하지 않아요.”

“오, 그래. 당연히 그렇겠지.”

위즐리 부인이 갑작스럽게 전의를 상실하고 평상시와 같은 말투로 돌아갔다.

“내가 진작 알아봤어야 하는데. 어쨌든 해리. 여기 있는 동안은 말이다. 빌과 플뢰르의 결혼식 준비를 좀 도와줘야겠다. 해줄거지, 그렇지? 아직도 해야 할 일이 너무 많구나.”

“무.....물론, 도와 드리죠.”

해리는 갑작스럽게 화제가 바뀌자 어리둥절해하며 대답했다.

“착하기도 하지.”

부인은 빙그레 미소를 지으며 다용도실을 떠났다.

바로 그 순간부터 위즐리 부인이 결혼식 준비를 구실로 해리와 론과 헤르미온느를 어찌나 바쁘게 몰아치던지 세 사람은 제대로 생각할 틈조차 없었다. 이런 행동에 대해 가장 긍정적으로 내릴 수 있는 해석은, 위즐리 부인이 그들의 정신을 온통 다른 곳으로 쏠리게 해서 매드아이에 대한 생각과 최근 여행에서 겪은 공포를 떨쳐 버리게끔 하려는 의도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 후로 이틀 동안 쉴 새 없이 이어지는 나이프와 포크 씻기, 선물 상자와 리본과 꽃의 색깔 맞추기, 정원의 땅 신령 제거하기, 카나페를 무지막지하게 몇 쟁반씩이나 만들어내는 위즐리 부인 도와주기 등등의 일을 하면서, 해리는 부인이 뭔가 다른 의도를 숨기고 있는 것이 아닌가 의심을 품게 되었다. 부인이 시키는 모든 일들이 그와 론, 헤르미온느를 서로 떼어 놓기 위한 방편인 듯이 보였던 것이다.

사실 해리는 볼드모트가 올리밴더를 고문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했던 첫날 밤 이후로, 두 사람과 오붓하게 이야기를 나룰 기회조차 갖지 못했다.

“내가 보기에, 엄마는 언니, 오빠 세사람이 함께 모여서 계획을 세우지 못하도록 막기만 하면, 오빠가 떠나는 걸 늦출 수 있다고 생각하시는 것 같아.”

해리가 버로우에 머문지 3일째 되는 날, 둘이 저녁 식탁을 차리고 있을때 지니가 잔뜩 목소리를 낮추고 해리에게 소곤거렸다.

“그럼 도대체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 거라고 생각하시는 걸까?”

해리가 투덜 거렸다.

“아줌마가 우릴 여기 붙잡아 두고 볼로방(고기 파이의 일종:역주)이나 굽게 하는 동안, 다른 누군가가 볼드모트를 죽이기라도 할까 봐?”

해리는 아무 생각 없이 불쑥 내뱉고 말았다. 그리고 지니를 보니 얼굴이 새하얗게 질려 있었다.

“그게 정말이야?”

지니가 물었다.

“그게 오빠가 하려는 일이야?”

“난..... 난 그거..... 농담이야.”

해리가 황급히 얼버무렸다.

두 사람은 서로를 가만히 쳐다보았다. 지니의 얼굴에는 충격이상의 어떤 표정이 떠올라 있었다. 문든 해리는 호그와트 운동장의 호젓한 구석에서 은밀한 몇 시간을 보낸 이후로, 지니와 단둘이 있는 것이 처음이란 사실을 깨달았다. 지니 역시 그 사실을 떠올리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그래서 문이 왈칵열리고 위즐리 씨와 킹슬리, 그리고 빌이 성큼성큼 걸어 들어왔을때, 두 사람은 화들짝 놀라서 펄쩍 뛰었다.

요즘은 다른 불사조 기사단 단원들이 종종 저녁식사에 자리를 함께하곤 했다. 왜냐하면 그리몰드 광장 12번지를 대신해서 버로우가 본부로 사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위즐리 씨는 기사단의 비밀 파수꾼이엇던 덤블도어가 죽은 이후로, 생전에 덤블도어가 그리몰드 광장의 위치를 알려 주었던 사람들이 교대로 비밀 파수꾼의 역할을 맡아 왔다고 설명해 주었다.

“하지만 그 숫자가 스무 명 정도나 되기 때문에 피델리우스 마법의 힘이 크게 약화 될 수 밖에 없어. 죽음을 먹는 자들이 누군가로부터 비밀을 알아낼 수 있는 확률이 스무배나 커진 셈이니까. 그걸 더 이상 유지하기가 힘들 것 같아.”

“지금쯤이면 스네이프가 분명히 죽음을 먹는 자들에게 그곳 주소를 알려주지 않았을까요?”

해리가 물었다.

“글쎄, 스네이프가 그곳에 다시 나타날 경우를 대비해서 매드아이가 한두가지 저주를 걸어 놓기는 했단다. 부디 그 저주가 스네이프가 들어오지 못하게 막을 수 있고, 그자가 그 장소에 대해 말하려고 한다면 그 입을 봉할 수 있을 만큼 충분히 강력했으면 싶지만 장담은 못하겠어. 어쨌든 그곳은 보호가 그토록 불안정하게 된 상황에서, 그곳을 계속 본부로 사용하는 건 정신 나간 짓이지.”

그날 저녁따라 부엌이 어찌나 사람들로 넘쳐 나는지, 나이프와 포크를 움직이기도 어려웠다. 해리는 지니 옆에 꼭 붙어 앚게 되었다. 하지만 방금 전에 주고 받은 무언의 대화 때문에, 해리는 오히려 자신과 지니 사이에 몇 사람이 더 끼어 앉았으면 싶었다. 지니의 팔과 스치는 걸 피하려고 너무 애쓰다 보니, 닭고기를 자르기도 힘들 지경이었다.

“매드아이에 관한 소식은 없나요?”

해리가 빌에게 물었다.

빌이 대답했다. 그들은 무디의 장례식조차 치르지 못했다.

빌과 루핀이 무디의 시신을 찾아오는데 실패했기 때문이다. 깜깜한 어둠 속인 데다가 혼란스런 싸움이 벌어지던 와중이어서 그가 어디쯤 떨어졌는지 알아내기가 어려웠던 것이다.

“<예언자 일보>는 매드아이의 죽음이나 그의 시신을 찾는 일에 대해서는 단 한마디 언급도 없더군.”

빌이 말을 이었다.

“하지만 그건 대단한 일도 아니야. 요즘은 온갖 것들을 다 감추고 있으니 말이야.”

“그럼 그들은 아직도 제가 죽음을 먹는 자들로부터 도망칠때 사용햇던 모든 미성년자의 마법행위에 대해서 청문회를 요청하지 않고 있나요?”

해리가 식탁 너머로 위즐리 씨에게 물엇다. 위즐리 씨는 고개를 저었다.

“제게 달리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는 걸 그자들도 알기 때문인가요, 아니면 볼드모트가 저를 공격했다는 사실을 세상에 알리길 원치 않기 때문인가요?”

“후자인 것 같구나, 스크림지는 그 사람이 현재 자기 자신만큼이나 강력한 힘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싶어하지 않아. 아즈카반에서 대규모 탈옥이 있었다는 사실도 말이다.”

“그렇죠 뭐, 뭐 하러 대중에게 진실을 말하겠어요?”

해리가 이렇게 말하면서 어찌나 나이프를 세게 쥐었는지, 오른손 손등에 희미하게 남아 있는 흉터가 다시 하얗게 드러났다.

나는 거짓말을 하지 않겠습니다.

“마법부에는 그에게 대항할 준비가 된 사람이 아무도 없나요?”

론이 화가 나서 따졌다.

“몰론 있지, 론. 하지만 사람들은 공포에 떨고 있단다.”

위즐리 씨가 대답했다.

“다음번엔 자신이 실종되지 않을까. 자기 아이들이 공격을 당하지나 않을까 두려워하고 있는거야! 험악한 소문들이 사방에 떠돌고 있으니까. 한 가지 예를 들어 나는 호그와트의 머글 연구 과목 교수가 사임했다는 말을 믿지 않는단다. 그 교수는 벌써 몇 주일째 행방이 묘연해. 그런데도 스크림저는 하루종일 자기 사무실에 틀어박혀서 꼼짝도 하지 않고 있으니..... 부디 뭔가 계획을 세우고 있기만을 바랄 뿐이다.”

잠시 정적이 흘렀다. 그동안 위즐리 부인은 마법을 써서 빈 접시들을 싱크대로 보내고 디저트로 사과 타르트를 내놓았다.

“그런데 네가 어떵 변장을 할지 결정해야 해. 아리.”

모두 후식을 먹기 시작했을 때, 플뢰르가 불쑥 입을 열었다.

“결혼식을 위해서.”

해리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자, 플뢰르가 덧붙였다.

“물론 우리 손님들 중에 죽음을 먹는 자들이 있을리가 없겠지망, 샴페인이라도 한 잔씩 하고 나명, 무슨 말을 흘리고 나닐지 모르능 일이잖아.”

이 말을 듣고 해리는 그녀가 아직도 해그리드를 의심하고 있는 모양이라고 짐작했다.

“그래, 좋은 지적이구나.”

식탁의 제일 상석에 앉아 있던 위즐리 부인이 찬성했다. 부인은 코끝에 안경을 걸친 채, 엄청나게 많은 할 일들의 목록을 적어 놓은 기나긴 양피지를 살펴보고 있는 중이었다.

“그런데 론, 네 방 청소를 이미 했겠지?”

“네에?”

론이 숟가락을 탁 내려놓더니 어머니를 노려보면서 외쳤다.

“왜 제 방을 청소해야 하는데요? 해리랑 저는 지금 이대로가 좋다고요!”

“며칠 있으면 이곳에서 네 형의 결혼식을 치를 거야. 그러니.....”

“그렇다고 제 침실에서 결혼식을 할 건 아니잖아요?”

론이 짜증을 부렸다.

“싫어요! 멀린의 처진 왼쪽 거시기에 대고 맹세코 도대체 왜.....”

“어머니께 그런 식으로 말대답을 하면 못써. 그리고 시키는 대로 해라.”

위즐리 씨가 엄하게 야단쳤다.

론이 부모님을 보며 잔뜩 인상을 쓰더니, 숟가락을 다시 들고는 맹렬한 기세로 마지막 몇 입 남은 사과 타르트를 향해 덤벼들었다.

“내가 도와줄께, 내가 어지른 것도 있으니까.”

해리가 론에게 말했다. 하지만 위즐리 부인은 단박에 그의 말을 가로막았다.

“아니다 해리, 너는 아서 아저씨랑 닭장 청소를 해 주면 고맙겠구나. 그리고 헤르미온느, 너는 델라쿠르 부부를 위해서 침대 시트를 전부 갈아 주면 정말 고맙겠다. 내일 아침 열한시에 그들 부부가 온다는 건 너도 알고 있지?”

하지만 결국 알고 보니, 닭장은 별로 치울 것도 없었다.

“몰리에겐 굳이 이야기할 필요 없어.”

위즐리 씨는 해리가 닭장으로 접근하는 것을 황급히 막으면서 말했다.

“사실은 테드 통스가 부서진 시리우스의 오토바이 잔해를 대부분 모아서 보내왔거든. 그래서 여기 이 안에다 감춰 놓고, 아니 보관해 놓고 있단다. 아주 환상적인 물건이야. 배기구인가, 뭐 그런 비슷한 이름으로 불리는 것도 있고, 세상에서 가장 근사한 배터리도 있어. 브레이크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알아낼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될 거야. 몰리가 없을..... 아니, 내 말은 내가 시간이 있을 때, 그걸 전부 다시 조립해 볼 생각이란다.”

두 사람이 다시 집으로 돌아왔을 때는, 어디에서도 위즐리 부인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해리는 그 틈을 타서 위층에 있는 론의 다락방 침실로 슬며시 올라갔다.

“지금 치우고 있어요, 치우고 있다고요! 오, 너였구나!”

해리가 방에 들어가자, 론이 안심한 듯이 외쳤다. 그리고는 침대 위에 벌렁 누워 버렸다. 이제 막 침대 위를 겨우 치운것이 분명했다. 방 안은 몇주 동안 내내 그랬듯이 여전히 엉망이었다. 딱 한가지 변한 게 있다면 지금은 헤르미온느가 저 안쪽 구석에 앉아 있다는 것뿐이었다. 그녀의 발밑에는 털이 보플보플한 적갈색 고양이 크룩생크가 있었다. 그녀는 책들을 두 개의 거대한 책 더미로 분류하고 있었는데, 그중에는 해리가 보기에 자기 책인 듯 싶은 것도 있었다.

“안녕, 해리.”

헤르미온느가 인사를 했다. 해리는 자기가 쓰는 간이침대 위에 걸터 앉았다.

“어떻게 일을 안 하고 빠져나온거야?”

“오, 론의 어머니께서 어제 벌써 나랑 지니에게 시트를 갈라고 시키셨단 사실을 깜박 잊으신 거야.”

헤르미온느가 대답했다. 그러면서 <산술점>은 이쪽 더미로, <어둠의 마법의 번영과 몰락>은 다른 쪽 더미로 던졌다.

“우린 방금 매드아이 이야기를 하던 참이었어.

론이 해리에게 말했다.

“어쩌면 매드아이가 살아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하지만 살인 저주에 맞는 걸 빌이 보았다고 하잖아.”

해리가 말했다.

“그래, 하지만 빌도 공격을 당하고 있었어, 그러니 빌이 제대로 보았는지 어떻게 알아?”

론이 반박했다.

“설사 살인 저주가 빗나갔다고 해도, 매드아이는 수백 미터 상공에서 추락했어.”

헤르미온느가 <영국과 아일랜드의 퀴디치 팀>이란 책을 손에 들고 고민하면서 말했다.

“방패 마법을 썻을 수도 있어.”

“매드아이의 지팡이가 손에서 날아가 버렸다고 플뢰르가 말했잖아.”

해리가 말했다.

“그래,너희가 정 매드아이가 죽었길 바란다면 좋아.”

론이 베개를 탁탁 두들겨 더 편안한 모양을 만들면서 삐죽거렸다.

“물론 매드아이가 죽었길 바라는 건 아니야!”

헤르미온느가 깜짝 놀란 얼굴로 소리쳤다.

“그가 죽은 걸 정말 슬픈 일이지. 하지만 우린 현실적일 필요가 있다고!”

해리는 처음으로 더블도어처럼 엉망으로 부서진, 그러나 한쪽 눈알만은 여전히 눈구멍 속에서 빙글빙글 돌고 있을 매드아이의 시신을 상상해 보았다. 갑자기 극도의 혐오감과 더불어 큰 소리로 옷고 싶은 기묘한 충동이 그를 사로잡았다.

“죽음을 먹는 자들이 어쩌면 나중에 시신을 치웠는지도 몰라. 그래서 아무도 매드아이를 못 찾는 것일 수도 있지.”

론이 제법 그럴듯하게 추론했다.

“그래. 해그리드의 앞마당에 묻혔던 바티 크라우치처럼 말이지.”

해리가 말했다.

“어쩌면 무디의 모습을 변신시켜서 그를 박제.....”

“그만 해!”

헤르미온느가 꽥 소리를 질렀다. 깜짝 놀란 해리가 고개를 돌리자.<주술사의 문자표>란 책 위에 엎드린 채 울고 있는 헤르미온느의 모습이 보였다.

“오, 이런..... 헤르미온느. 너를 자극하려고 그런 건 아니었는데.....”

해리는 낡은 간이침대 위에서 허둥지둥 몸을 일으키려고 했다. 그런데 바로 그 순간 삐거덕하고 녹슨 스프링 소리가 요란하게 나더니, 론이 침대에서 튕기듯이 일어나 먼저 헤르미온느의 곁으로 달려갔다. 그리고 한 팔로 그녀를 끌어안고 다른 한 팔로는 청바지 주머니를 뒤져서 보기만 해도 비위가 상하는 손수건을 꺼냈다. 얼마 전에 오븐을 닦는 데 썻던 손수건 이었다. 론은 황금히 지팡이를 꺼내어 그 걸레 조각을 향해 겨누고 주문을 외웠다.

“테르지오.”

지팡이는 그럭저럭 말끔하게 기름때를 빨아들였다. 론은 자신의 솜씨에 만족한 표정을 지으며 살짝 연기가 나는 손수건을 헤르미온느에게 건넸다.

“오..... 고마워, 론..... 미안해.....”

헤르미온느는 코를 팽 풀더니 딸꾹질을 했다.

“너무, 끄..... 끔찍한 일이지. 안 그래? 불과 어, 얼마전에 덤블도어 교수님이..... 난 매드아이가 주...... 죽었다는 걸 상상조차 하....할 수없어. 그렇게 강인해 보였는데!”

“그래, 나도 알아.”

론이 그녀를 꼭 껴안으며 위로했다.

“하지만 그분이 여기 있었다면, 우리에게 뭐라고 말했을지 너도 알잖아.”

“하..... 항상 주위를 경계할 것.”

헤르미온느가 눈물을 닦으며 더듬거렸다.

“맞았어.”

론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분은 우리에게 자신이 당한 일을 통해서 교훈을 얻으라고 말씀하셨을 거야. 그리고 내가 배운 것은 그 비겁한 엉터리 똘마니, 먼던구스를 믿지 말라는 거야.”

그러자 헤르미온느가 울음 섞인 웃음을 터트렸다. 그리고 몸을 앞으로 숙여서 다시 책 두권을 집어 들었다. 론이 그녀의 어깨에 둘렀던 팔을 재빨리 뺐다. 그 순간 헤르미온느가 <괴물들에 관한 괴물책>을 그의 발등에 떨어뜨렸다. 책을 동여매고 있던 끈이 풀리면서 책이 사납게 론의 발목을 꽉 깨물었다.

“어머, 미안해! 미안해!”

헤르미온느가 다급하게 소리쳤다. 해리는 론의 다리에서 책을 비틀어 잡아뗀 후에 다시 꽉 묶었다.

“그런데 이 책들을 가지고 뭘 하고 있는 거야?”

론이 절뚝거리며 자기 침대로 되돌아 가면서 물었다.

“그냥 가져갈 책을 고르고 있는 중이야.”

헤르미온느가 대답했다.

“호크룩스를 찾으러 갈 때 말이야.”

“오, 어련하시겠어.”

론이 한 손으로 이마를 탁 치면서 빈정거렸다.

“우리가 이동도서관을 타고 볼드모트를 잡으러 간다는걸 깜박 잊고 있었네.”

“웃기기도 하겠다.”

헤르미온느가 <주술사의 문자표>를 내려다보며 중얼거렸다.

“잘 모르겠어..... 우리가 룬 문자를 해석해야 할 일이 있을까? 그럴 수도 있지..... 만약을 위해서 이 책은 가져가는게 좋겠다.”

헤르미온느는 그 책을 두개의 책 더미 중에서 더 큰 쪽으로 던져 놓았다. 그리고 다시 <호그와트의 역사>란 책을 집어 들었다.

“내 말 좀 들어 봐.”

해리가 몸을 똑바로 일으켜 세우면서 말했다. 그러자 론과 헤르미온느가 체념과 반발심이 뒤섞인 그런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덤블도어 교수님의 장례식 직후에 너희가 나와 함께 가겠다고 말한 건 알고 있어.”

해리가 말했다.

“드디어 그 말을 꺼내는군.”

론이 눈알을 굴리며 헤르미온느에게 말했다.

“쟤가 저렇게 나올 줄 진작부터 알았지.”

헤르미온느가 한숨을 내쉬더니 다시 책으로 돌아갔다.

“난 <호그와트의 역사>, 이 책도 가져갈 생각이야. 설사 우리가 두 번 다시 그곳으로 돌아가지 못한다 해도, 이 책을 가지고 가지 않는 건 부당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내 말 좀 들어!”

해리가 또다시 말했다.

“아니 해리, 너나 잘 들어.”

헤르미온느가 그의 말을 가로막았다.

“우린 너와 함께 갈 거야. 이미 몇 달 전에 결정된 일이야. 아니, 사실은 몇 년 전에 말이지.”

“하지만.....”

“그만 해.”

론이 해리에게 충고했다.

“너희가 이 일을 충분히 생각해 보았다고 확신하니?”

해리가 끈질기게 물었다.

“어디 보자.”

헤르미온느가 약간 사나운 표정으로 <트롤과의 여행>을 버리는 책 더미 위에 탁 내려놓더니 속사포처럼 쏘아 대기 시작했다.

“난 지난 며칠 동안 짐을 쌋어. 그러니까 우리는 언제든 즉시 떠날 준비가 되어 있단 말이야. 너에게 몇 가지 알려주자면, 그 준비 중에는 상당히 어려운 마법을 행하는 일도 포함되어 있어. 몰리 아줌마의 코앞에서 매드아이의 폴리주스 마법약을 통째로 몰래 들여오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말이야.

난 심지어 우리 부모님의 기억조차 바꿔 놓았다고. 이제 그 분들은 자신들이 원델과 모니카 윌킨스라고 굳게 믿고 계셔. 그리고 그들의 평생 소망은 오스트레일리아로 이주하는 것이고 이제 그 꿈을 이루셨다고 생각하지. 이게 모두 다 볼드모트가 그분들을 추적하여 나나 너에 대해서 심문하기 어렵도록 만들기 위해서 한 일이야. 왜냐하면 불행하게도 내가 부모님께 너에 대해서 약간 말했거든.

혹시 내가 호크룩스를 찾는 이 일에서 살아남는다면, 난 엄마 아빠를 찾아서 그 마법을 해제하겠지. 하지만 그렇지 못한다 해도 난 그분들이 안전하고 행복하게 사실 수 있도록 충분히 마법을 걸어 놓았다고 생각해. 윈델과 모니카 윌킨스는 자신들에게 딸이 있다는 것도 몰라.“

헤르미온느의 두 눈에 다시 눈물이 고였다. 론은 다시 침대에서 벌떡 달려 나오더니 그녀를 껴안았다. 그리고 마치 눈치없다고 비난 하듯이 해리를 향해 인상을 썻다. 해리는 더 이상 할 말을 찾지 못했다. 하지만 그것은 단지 론이 다른 사람에게 눈치 없다고 지적하는 경우가 극히 드문일이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난.저..... 헤르미온느, 미...... 미안해. 난 미처.....”

“론과 내가 너와 함께 떠났을 때 무슨 일이 일어날지 확실히 알고 있다는 사실을 미처 몰랐다고 말하려는 거니? 그래, 우린 알고 있어. 론, 네가 한 일을 해리에게 보여줘.”

“아냐, 이제 막 밥먹었는데.”

론이 주저했다.

“어서! 해리도 알아야 해!”

“좋아, 해리 이쪽으로 와 봐.”

론은 두 번째로 헤르미온느의 어깨에 둘렀던 팔을 빼더니 문 쪽으로 뚜벅뚜벅 걸어갔다.

“어서!”

“왜 그래?”

해리는 론의 뒤를 따라 방 밖으로 나가서 좁은 층계참에 섰다.

“디센도.”

론이 주문을 외우며 낮은 천장을 향해 지팡이를 겨누었다. 그러자 머리 위로 천장 뚜껑이 열리더니 사다리 하나가 발치까지 스르르 미끄러져 내려왔다. 네모나게 뜷린 구멍 속에서는 뭔가를 빨아들이는 것 같기도 하고 흐느끼는 것 같기도 한 끔찍한 소리가 흘러나왔다. 그리고 뚜껑 열린 하수구처럼 고약한 냄세가 풍겼다.

“저게 너희 집 굴 귀신이지, 맞니?”

해리가 물었다. 가끔씩 밤의 정적을 깨뜨리곤 하는 이 생물을 실제로 만나 본 적은 한번도 없었던 것이다.

“그래.”

론이 사다리를 기어오르기 시작했다.

“너도 와서 한번 봐.”

해리는 론을 따라서 계단이 몇개 안 되는 짧은 사다리를 타고 지붕 밑 조그만 공간으로 올라갔다. 머리와 어깨까지 완전히 들이민 후에야 비로소 조금 떨어진 곳에 몸을 웅크리고 누워 있는 굴 귀신의 모습이 보였다. 그 생물은 희미한 어둠속에서 커다란 입을 쩍 벌린 채, 정신없이 자고 있었다.

“그런데 저.....저건.....마치..... 굴 귀신들은 다들 파자마를 입니?”

“아니.”

론이 대답했다.

“그리고 대개는 빨간 머리카락도 없고 저렇게 많은 물집도 없어.”

해리는 약간 혐오감을 느끼며 그 생물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모습이나 크기는 대충 인간과 비슷했는데, 눈이 차츰 어둠에 익숙해지고 보니 론의 옛날 파자마를 입고 있는게 분명하게 보였다. 게다가 보통 굴 귀신은 분명 끈적끈적하고 털도 없으며, 이렇게 눈에 뛸 정도로 무성한 털과 빨갛게 성난 물집으로 뒤덮여 있지도 않았다.

“저 녀석이 바로 나야. 알겠니?”

론이 물었다.

“아니, 모르겠는걸.”

해리가 대답했다.

“다시 내 방으로 가서 설명해 줄게. 냄새가 너무 지독하구나.”

론이 말했다. 둘이 사다리를 타고 내려오자. 론은 사다리를 다시 올려 보냈다. 그리고 아직까지 책을 분류하고 있는 헤르미온느 옆으로 돌아갔다.

“일단 우리가 떠나고 나면, 저 굴 귀신이 내 방으로 와서 살게 될 거야.”

론이 설명을 시작했다.

“저 녀석은 그 일을 무척 고대하고 있는 것 같아. 글쎄, 딱 잘라 말하기는 어렵지만 말이야. 사실 저 녀석이 할 수 있는 거라고는 낑낑거리는 거랑 침을 질질 흘리는 것 뿐이니까. 하지만 그 얘기만 꺼내면 고개를 열심히 끄덕거리거든. 어쨌든 저 녀석은 앞으로 스팻터그로이트 병에 걸린 내가 될 거야. 훌륭하지.응?”

해리는 그저 통 못알아듣겠다는 표정만 짓고 있었다.

“훌륭하잖아?”

론은 해리가 이 놀라운 계획을 이해하지 못하자, 몹시 짜증이 난 것이 분명했다.

“이거 봐, 우리 세 사람이 다시 호그와트에 나타나지 않으면, 누구나 헤르미온느와 내가 분명히 너와 함께 있을 거라고 생각할 거야, 안그래? 그렇게 되면 죽음을 먹는 자들은 곧장 우리 가족들을 찾아와서 네가 있는 곳에 대한 정보를 알아내려고 하겠지.”

“일이 잘되면 나는 엄마 아빠와 함께 어디론가 멀리 떠나버린 것처럼 보이게 될 거야. 지금 많은 머글 태생들이 어딘가 숨겠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으니까 말이야.”

헤르미온느가 끼어들었다.

“하지만 우리 가족은 전부 숨을 수가 없어. 그럼 너무 수상하게 보일 거야. 게다가 전부 직장을 그만둘 수도 없고.”

론이 말을 이었다.

“그래서 우린 내가 스팻터그로이트 병에 걸려서 심하게 앓고 있는 걸로 이야기를 퍼뜨리기로 했어. 그 때문에 학교에도 못 돌아가는 걸로 말이야. 혹시 누군가 조사를 나오게 되면, 엄마 아빠는 내 침대에 누워있는 물집 난 굴 귀신을 보여주면 돼. 스팻터그로이트는 아주 감염성이 높은 병이니까 누구든 다가오길 원하지 않을 거야. 게다가 굴 귀신이 말을 하지 못하는 것도 아무 문제가 안돼. 일단 균이 목젖에 퍼지면 절대 말을 할 수가 없거든.”

“그럼 너희 엄마 아빠도 이 계획에 동참하셨단 말이니?”

해리가 물었다.

“아빠만. 사실은 프레드와 조지가 굴 귀신을 변장시키는 걸 아빠가 도와주셨어. 엄마는..... 글쎄, 너도 엄마의 태도를 보았잖아. 우리가 정말 떠날 때까지 엄마는 우리가 갈 거라는 사실을 절대 받아들이지 못하실 거야.”

방 안에 잠시 침묵이 흘렀다. 단지 헤르미온느가 계속해서 책들을 이쪽저쪽으로 툭툭 던져 놓는 소리만이 이 정적을 깼다. 론은 그 모습을 지켜보며 우두커니 앉아 있었고, 해리는 뭐라고 할 말을 찾지 못한채, 두 사람을 번갈아 쳐다보았다. 그들이 자신의 가족을 지키기 위해서 취해 놓은 조치를 듣고 나니, 해리는 다른 어떤 것보다더, 두 사람이 반드시 자기와 함께 갈 작정을 하고 있으며 그 일이 얼마나 위험한지도 분명히 알고 있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실감할 수 있었다. 해리는 그것이 자기에게 얼마나 커다란 의미가 있는지 두 사람에게 말해주고 싶었다. 다만 그런 벅찬 감정을 표현해 줄 말을 찾을 수가 없을 뿐 이었다.

그 때 이 침묵을 깨고, 위즐리 부인이 저 아래에서 고함을 지르는 소리가 아득히 들려왔다.

“지니가 하잘것없는 냅킨 고리에 먼지라도 남긴 모양이군.”

론이 중얼거렸다.

“도대체 델라쿠르 가족은 왜 결혼식 이틀 전부터 여길 오고 난린지 모르겠어.”

“플뢰르의 여동생이 신부 들러리를 서기로 했는데, 예행연습 때문에 먼저 여길 와야만 했거든. 그런데 너무 어려서 혼자 올 수가 없었어.”

헤르미온느가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밴시와 보내는 휴식 시간>이란 책을 골똘히 들여다보며 대답했다.

“글쎄, 손님들은 엄마의 스트레스 지수를 낮추는 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을거야.”

론이 말했다.

“우리가 진짜로 결정해야만 하는 것은.”

헤르미온느가 <방어 마법 이론>을 1초의 망설임도 없이 쓰레기통 속에 던져 넣으며 불쑥 말을 꺼냈다. 그러고는 <유럽의 마법 교육 평가서>란 책을 집어 들었다.

“우리가 이곳을 떠나 어디로 갈 건지 하는 거야. 물론 너는 제일 먼저 고드릭 골짜기에 가 보자고 말했었지. 나도 알아. 그 이유도 충분히 이해하고. 하지만.....글쎄.....호크룩스를 최우선 순위로 두어야 하는거 아닐까?

“만약 호크룩스들 중에 하나라도 어디에 있는지 안다면, 나도 네 생각에 동의해.”

해리가 입을 열었다. 사실 헤르미온느가 고드릭 골짜기를 찾아가고 싶어 하는 자기의 심정을 정말로 이해하고 있는지 의심스러웠다. 부모님의 무덤이 그곳에 있다는 사실은 그가 가고 싶어 하는 이유의 일부일 뿐이었다. 딱히 설명할 수는 없지만, 웬지 그곳에 가면 해답을 찾을 것 같은 강한 느낌이 들었던 것이다. 어쩌면 단지 자기 자신이 그곳에서 볼드모트의 살인 저주를 당하고도 살아남았기 때문에 그런 느낌이 드는 것인지도 몰랐다. 다시 똑같은 일을 감수해야 하는 모험을 앞둔 지금, 해리는 바로 그 일이 벌어졌던 장소로 자연히 마음이 끌렸다. 그리고 그곳을 알고 싶었다.

“볼드모트가 고드릭 골짜기를 감시하고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은 안 드니?”

헤르미온느가 말했다.

“그자 역시 언젠가 네가 어디든 자유롭게 갈 수 있는 때가 되면, 그곳에 돌아가서 네 부모님의 무덤을 방문할 거라고 예상하지 않을까?”

해리는 미처 그런 생각까지는 하지 못했다. 그가 반박할 말을 찾으려고 머리를 쥐어짜는 동안, 론이 줄줄이 생각이 떠오를 대로 떠들어 대기 시작했다.

“R.A.B.라고 하는 이 사람 말이야. 이자가 진짜 로켓을 훔친 사람이겠지?”

헤르미온느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남긴 쪽지에 보면 그걸 파괴해 버릴 거라고 했잖아, 안그래?”

해리가 얼른 자기 배낭을 끌어당겨 가짜 호크룩스를 꺼냈다. 거기에는 아직도 R.A.B의 쪽지가 들어있었다.

“나는 진짜 호크룩스를 훔쳤고, 가능한 한 빨리 그걸 없애버릴 작정이네.”

해리가 소리 내어 읽었다.

“만약 그가 이미 그걸 없애 버렸다면?”

론이 물었다.

“그녀일 수도 있어.”

헤르미온느가 말꼬리를 잡았다.

“어느 쪽이든 간에, 우리가 없애야 할 게 하나 줄어드는 셈이잖아!”

론이 말했다.

“그렇지, 하지만 그래도 우리는 진짜 로켓을 추적해 봐야만 하는 거 아니야, 안 그래?”

헤르미온느가 말을 이었다.

“그게 진짜로 파괴되었는지 아닌지 확인해 봐야지.”

“일단 그걸 손에 넣는다고 해도, 어떻게 호크룩스를 없애 버릴 수가 있지?”

론이 의문을 제기했다.

“글쎄, 안 그래도 내가 조사를 좀 해 봤어.”

“어떻게?”

해리가 물었다.

“도서관에는 호크룩스에 대한 책이 전혀 있을 것 같지 않은데?”

“물론 없었지.”

헤르미온느가 갑자기 얼굴을 붉히며 대답했다.

“덤블도어 교수님이 전부 치워 놓았거든. 하지만 없애버리지는 않으셨어.”

론이 눈을 크게 뜨고 몸을 꼿꼿이 세웠다.

“세상에! 네가 무슨 수로 호크룩스에 관한 책들을 손에 넣었단 말이이?”

“하지만 후.....훔친 건 아니야!”

헤르미온느가 다소 절망적인 눈길로 해리와 론을 번갈아 쳐다보며 부르짖었다.

“덤블도어 교수님이 그 책들을 서가에서 치웠다고 해도, 그래도 여전히 도서관 책인 건 맞잖아. 게다가 교수님이 정말로 그 책을 아무에게도 보여 주길 원하지 않으셨다면, 틀림없이 훨씬 더 찾기 어렵게 해 놓으셧을.....”

“요점만 말해!”

론이 재촉했다.

“그러니까....아주 간단했어.”

헤르미온느가 가느다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그냥 소환 마법을 썻을 뿐이야. 너희도 알잖아. 아씨오.... 그랬더니 그 책들이 덤블도어 교수님의 서재 창문에서부터 곧장 여학생 기숙사로 날아들어 오더라.”

“언제 그런 일을 한거야?”

해리가 감탄과 놀라움이 뒤섞인 표정으로 헤르미온느를 쳐다보며 물었다.

“그러니까 바로....덤블도어 교수님의 장례식이 끝난 직후에.”

헤르미온느의 목소리가 점점 더 기어들었다.

“다 함께 학교를 떠나서 호크룩스를 찾으러 가자고 약속한 직후에 말이야. 내 물건을 챙기려고 위층으로 올라갔는데, 문득 호크룩스에 대해서 더 많은 걸 알면 알수록 더 좋을 거란 생각이 떠오르잖아.....때마침 기숙사에는 나 혼자밖에 없어서....그래서 시험 삼아 한번 해 봤더니....효과가 있었어. 책들이 열린 창문을 통해서 곧장 날아들어 오더라고.....그래서 그 책들을 가방에 쌌지 뭐.”

헤르미온느는 침을 꿀꺽 삼키더니 애원하듯이 덧붙였다.

“덤블도어 교수님도 화를 내시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해. 우리가 그렇다고 이 정보를 가지고 호크룩스를 만드는 데 쓸 것도 아니잖아, 안 그래?”

“누가 너더러 뭐라고 했냐?”

론이 핀잔을 주었다.

“그건 그렇고 그 책들은 어디 있어?”

헤르미온느는 잠깐 뒤적거리더니 책 더미에서 색이 바랜 검은 가죽 장정의 커다란 책 한 권을 뽑았다. 그리고 토할 것 같은 표정을 지으며 몹시 조심스럽게 책을 들었다. 마치 그 책이 죽은 지 얼마 안되는 시체라고 되는 듯한 태도였다.

“이 책에는 호크룩스를 만드는 방법에 대한 뚜렷한 설명이 나와 있어. <가장 사악한 어둠의 마법의 비밀>이란 책이지. 아주 무시무시한 책이야. 정말로 몸서리치게 사악한 마법들이 가득 적혀 있어. 덤블도어 교수님이 이런 책들을 언제 도서관에서 옮겼을까 궁금하다니까. 만약 교수님이 교장선생님이 된 이후에야 그렇게 했다면, 당연히 볼드모트는 이 책에서 필요한 모든 정보를 다 얻었을 거야.”

“만약 볼드모트가 이미 이 책을 읽었다면, 어째서 슬러그혼에게 호크룩스 만드는 방법을 물어봐야만 했을까?”

론이 의문을 제기했다.

“그자는 단지 영혼을 일곱 개로 쪼개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알아내기 위해서 슬러그혼에게 접근했던 거야.”

해리가 설명했다.

“덤블도어 교수님은 리들이 슬러그혼에게 그것들에 대해 물었을 때, 벌써 호크룩스 만드는 법을 알고 있었을 거라고 확신하셨어. 네 말이 맞는 것 같아, 헤르미온느. 바로 이 책에서 그자는 쉽게 정보를 얻었을 거야.”

“그런데 내가 호크룩스에 대해 읽어 볼수록, 점점 더 그것들이 끔찍하게 느껴지는 것은 물론이고, 그자가 실제로 호크룩스를 여섯개나 만들었다는 사실이 더욱더 믿어지지 않아. 이 책을 보면 영혼을 쪼갬으로써 나머지 영혼이 얼마나 불안정해지는지 경고하고 있거든. 호크룩스를 딱 하나만 만들때도 그렇다고 하는데!”

헤르미온느가 말했다.

해리는 문득 볼드모트가 ‘일반적인 사악함’의 수준을 넘어섰다고 했던 덤블도어의 말이 떠올랐다.

“그럼 다시 영혼을 되돌릴 방법은 없는 거니?”

론이 물었다.

“있어.”

헤르미온느가 약간 맥빠진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하지만 그건 아주 고통스럽고 괴로운 거야.”

“왜? 어떻게 하는 건데?”

해리가 물었다.

“양심의 가책이야.”

헤르미온느가 대답했다.

“자신의 과오에 대해서 정말로 마음속 깊이 가책을 느껴야만 해. 그런데 거기엔 각주가 달려 있어. 가책의 고통 때문에 자기 자신이 파괴될 수도 있다는 거야. 난 볼드모트가 어떤 식으로든 그런 일을 시도할 거라고는 결코 상상할 수가 없어. 안그러니?”

“그건 그래.”

해리가 미처 대답하기도 전에 론이 먼저 대꾸했다.

“그 책에는 호크룩스를 파괴하는 방법도 나와 있니?”

“있어.”

헤르미온느는 마치 썩은 내장이라도 살피듯이 조심스럽게 낡은 양피지를 넘겼다.

“왜냐하면, 이 책은 어둠의 마법사들에게 호크룩스에 마법을 얼마나 강하게 걸어야 하는지 경고하고 있거든. 내가 읽은 걸 모두 종합해 보면, 해리가 리들의 일기장에 했던 일이 바로 호크룩스를 없애는 가장 확실한 몇가지 방법 중 하나였어.”

“뭐라고? 바실리스크의 송곳니로 찌르는 거 말이야?”

해리가 반문했다.

“글쎄.... 만약 아주 운이 좋아서 우리가 그렇게 많은 바실리스크의 송곳니를 손에 넣었다고 쳐.”

론이 말을 이었다.

“그래도 여전히 그걸 갖고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난 모르겠는걸.”

“꼭 바실리스크의 송곳니일 필요는 없어.”

헤르미온느가 인내심을 갖고 말했다.

“호크룩스가 스스로 재생할 수 없을 만큼 파괴적인 무엇이면 되는 거야. 바실리스크의 독은 해독제가 딱 하나밖에 없는데, 그건 도저히 믿을 수 없을 만큼 희귀한 거라서....”

“불사조의 눈물이지.”

해리가 고개를 끄덕이며 중얼거렸다.

“정확히 맞았어”

헤르미온느가 말을 받았다.

“우리의 문제는 바실리스크의 독만큼 파괴적인 것이 거의 없다는 거야. 게다가 갖고 다니기에는 전부 다 너무 위험하고 말이야. 그게 바로 우리가 해결해야 할 문제야. 왜냐하면 호크룩스를 찢어 버리거나 부수거나 찌그러뜨리는 건 아무 효과가 없으니까. 마법으로 다시 복구 할 수 없을 만큼 심각한 손상을 입혀야만 해.”

“그런데 만약 우리가 영혼이 깃들어 잇는 물건을 파괴했다 쳤을 때, 어째서 그 안에 있는 영혼은 그냥 그걸 빠져나가서 뭔가 다른 물건 속으로 들어가면 안 되는 거지?”

론이 물었다.

“왜냐하면 호크룩스는 인간과는 정반대이기 때문에 그래.”

해리와 론이 통 못 알아듣겠다는 표정을 하고 있는 걸 보자, 헤르미온느는 재빨리 말을 덧붙였다.

“잘 들어 봐. 만약 내가 지금 당장 칼을 들어서 너를 찔렀다고 하자, 론. 그렇지만 난 너의 영혼을 해칠 수는 없어.”

“정말이지, 그거 참, 나한테 진짜 위안이 되겠구나.”

론이 엄살을 떨자, 해리가 깔깔 웃었다.

“실제로 그렇잖아! 어쨌든 요점이 이거야. 네 몸에 무슨 일이 일어나도 네 영혼은 전혀 손상되지 않 은 채 살아남는다는 거지.”

헤르미온느가 설명을 계속했다.

“하지만 호크룩스의 경우에는 정반대야. 호크룩스에 깃든 영혼의 조각은 그걸 담고 있는 용기. 즉 마법에 걸린 육신 자체에 그 생존이 전적으로 달려 있어. 그게 없으면 영혼도 존재할 수 없는 거야.”

“그 일기장도 내가 찔렀을 때 일종의 죽음을 맞이했었어.”

해리는 구멍이 뜷린 종이에서 피처럼 잉크가 철철 흘러나왔으며, 일기장이 사라질 때 볼드모트의 찢어진 영혼이 비명을 질렀던 걸 떠올렸다.

“일단 일기장이 완전히 파괴되자 거기에 갇혀 있던 영혼의 조각은 더 이상 존재할 수가 없었지. 해리 네가 그걸 없에기 전에, 지니는 일기장에 벗어나려고 그걸 변기 속에 넣어 쓸려 내려가게 했는데, 다시 새것처럼 멀쩡한 모습으로 돌아왔잖아.”

“잠깐만.”

론이 얼굴을 잔뜩 찌푸리며 입을 열었다.

“그 일기장에 깃들어 있던 영혼의 조각이 지니를 사로잡았었잖아, 안 그래? 그건 어떻게 한 거지?”

“영혼을 담은 마법의 용기가 전혀 손상되지 않았을 때는 그 안에 들어 있는 영혼의 조각이 누군가에게로 들어갔다 나갔다 할 수 있어. 그것과 아주 가깝게 지내는 사람이 있다면 말이야. 그렇다고 그걸 아주 오래 지녀야 한다는 걸 의미하는 건 아니야. 그걸 만지는 것과는 아무 상관이 없어.”

론이 다시 입을 열기 전에 헤르미온느가 잽싸게 말을 이었다.

“여기서 가깝다는 건 정서적인 의미야. 지니는 그 일기장에 자신의 마음을 쏟아 넣었어. 결국 자신을 믿을수 없을 만큼 허약한 존재로 만든 거지. 만약 호크룩스를 너무 좋아하거나 거기에 의존한다면, 바로 그때 문제가 발생하는 거야.”

“그런데 덤블도어 교수님은 그 반지를 어떻게 피괴했을까?”

해리가 물었다.

“왜 나는 그걸 물어보지 않았을까? 난 정말이지 한 번도.....”

해리의 목소리가 사그라들었다. 그는 덤블도어에게 진작 물어봤어야한 했던 모든 것들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다. 교장 선생님이 세상을 떠난 이후로, 해리는 그가 살아 있었을 때 자신이 너무 많은 좋은 기회들을 날려 버렸다는 생각이 자꾸만 들었다. 더 많은 걸 알아냈어야 하는데..... 모든 걸 전부 다.....

하지만 쿵 하고 벽이 흔들릴 정도의 충격과 함께 침실 문이 왈칵 열리면서, 이 침묵은 깨졌다. 헤르미온느는 깜짝 놀라 비명을 지르며 <가장 사악한 어둠의 마법의 비밀>을 밑으로 떨어뜨렸다. 한편 크룩생크는 화가 나서 쉭쉭거리며 침대 밑으로 번개처럼 달아났다. 론은 깜짝 놀라 침대에서 떨어지는 바람에 바닥에 버린 개구리 초콜릿 껍질에 미끄러져서 맞은편 벽에 머리를 찧고 말았다. 해리는 본능적으로 지팡이를 잡았다가, 고개를 들어보니 위즐리 부인이 눈앞에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부인은 온통 산발을 한 채, 분노로 얼굴을 일그러뜨리고 잇었다.

“이 안락한 소모임을 방해해서 미안하구나.”

부인은 화가 나서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물론 너희 모두 휴식이 필요하겠지.... 하지만 당장 정리해야 하는 결혼 선물들이 내 방에 잔뜩 쌓여 있단다. 그리고 내가 알기론 너희는 나를 도와주기로 약속한 것 같은데?”

“오, 그럼요.”

헤르미온느가 잔뜩 주눅 든 표정으로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 책들을 사방으로 날려 보내면서 말했다.

“할게요.... 죄송해요....”

헤르미온느는 걱정스럽게 해리와 론을 한 번 바라보더니, 황급히 위즐리 부인의 뒤를 따라서 방을 나가 버렸다.

“완전 집요정이 된 기분이야.”

론은 해리를 뒤따라 방을 나서면서 머리를 슬슬 문지르며 낮은 소리로 불평을 늘어놓았다.

“직업에 대한 만족감만 없을 뿐이지, 이 결혼식이 어서 빨리 끝나야 나도 더 행복해질 텐데.”

“맞아, 그때는 호크룩스 찾는 일 이외에는 달리 해야 할 일도 없을 테니까, 마치 휴가 같을 거야, 안 그래?”

해리가 농담을 했다. 론이 킬킬대며 웃기 시작했다. 하지만 위즐리 부인의 방에서 기다리고 있는 산더미 같은 결혼 선물들을 보자, 딱 멈춰 버렸다.

델라쿠르 부부는 다음 날 아침 열한 시에 도착했다. 그때쯤에 해리와 론, 헤르미온느 그리고 지니는 이미 플뢰르 가족에 대해서 짜증이 날 대로 난 상태였다. 론은 짝이 맞는 양말을 찾아 신기 위해서 마지못해 위층으로 다시 올라가야 했고, 해리는 자꾸 부스스 일어서는 머리를 가라앉게 하려고 무던히 애를 썻다. 그리고 간신히 모두 말끔한 차림새가 되자, 이번에는 줄지어 뙤약볕이 내리쬐는 뒷마당으로 나가서 손님들을 기다려야만 했다.

해리는 이렇게 말끔하게 치워진 뒷마당은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항상 뒷문 계단 근처에서 뒹굴던 녹슨 냄비와 낡은 고무 장화는 어디론가 사라지고, 대신 처음 보는 팔랑팔랑 나무 두 그루가 바람 한 점 불지 않는 데도 느릿느릿 잎사귀를 흔들며 매혹적인 잔물결을 일으키고 있었다. 닭들은 전부 닭장 안에 갇혀 있엇고, 마당은 말끔히 쓸려 있었다. 게다가 바로 옆에 있는 정원은 가지치기를 하고 잡초도 뽑아 말끔하게 손질이 되어 있었다. 하지만 풀들이 무성하게 자란 정원을 더 좋아했던 해리는 평소처럼 불쑥불쑥 땅신령이들이 뛰어 나오지 않는 정원이 웬지 쓸쓸해보인다고 생각했다.

해리는 기사단과 마법부 양쪽에서 버로우에 얼마나 많은 보호 마법을 걸어 놓았는지 헤아릴 수도 없엇다. 그가 아는 것이 라고는 더 이상 누구도 마법을 써서 이곳으로 곧장 들어 올 수 없다는 사실뿐이엇다. 그러므로 위즐리 씨는 근처 언덕 꼭대기로 델라쿠르 부부를 마중 나갔다. 그들은 그곳까지 포트키로 올 예정이었다. 그들이 가까이 왔음을 알리는 첫 번째 신호는 비정상적으로 높은 웃음소리 였다. 결국 그 웃음소리는 위즐리 씨가 낸 것으로 드러났다. 잠시 후에 그가 짐을 잔뜩 들고 정문 앞에 나타났던 것이다. 그 뒤로 진초록색의 긴 망토를 입은 아름다운 금발의 부인이 따라왔다. 플뢰르의 어머니가 틀림었었다.

“마망!”

플뢰르가 큰 소리로 외쳤다. 그리고 쏜살같이 달려나가더니 부인을 껴안았다.

“파파!”

델라쿠르 씨는 매력이란 면에서는 그의 부인의 발뒤꿈치에도 못 미치는 사람이었다. 키도 머리 하나는 더 작을 뿐더러 유달리 뚱뚱했는데, 턱에는 짧고 뽀족한 수염이 나 있었다. 하지만 꽤 마음씨가 좋아 보였다. 그는 굽이 높은 장화를 신은 채, 위즐리 부인 쪽으로 통통 뛰어오더니 부인이 당황스러워하는 것도 아랑곳하지 않고 양쪽 뺨에 두 번씩 입을 맞추었다.

“고생이 많으셨승니당.”

델라쿠르씨가 굵직한 목소리로 말했다.

“플뢰르 이야기를 들으니, 아주 열심히 중비를 하셨다고용.”

“오, 아무것도 아닙니다! 별 말씀을.”

위즐리 부인이 떨리는 목소리로 외쳤다.

“고생은 무슨 고생입니까!”

론은 새로 갖다 놓은 팔랑팔랑 나무 화분 뒤에서 빠끔히 내다보고 있던 땅신령 한 마리를 분풀이 삼아 힘껏 걷어찼다.

“오, 친애하는 부인!”

델라쿠르 씨는 통통한 두 손으로 위즐리 부인의 한 손을 여전히 꼭 붙잡은 채, 활짝 웃으며 인사를 재촉했다.

“앞으로 있을 우리 두 집앙의 결합을 저희는 무척이나 영광스럽게 생각항답니다! 그럼 제아내닝 아폴린을 소개하지요”

델라쿠르 부인이 미끄러지듯이 앞으로 나오더니 허리를 숙이고 위즐리 부인에게 역시 입맞춤을 했다.

“안녕하세용. 당신의 남평께서 너무 재밌능 이야기들을 해주셨당니다!”

위즐리 씨가 미친 사람처럼 웃어땟다. 하지만 위즐리 부인이 남편을 한번 노려보다 당장 웃음을 멈추더니, 절친한 친구의 병상 옆에서나 어울릴 법한 그런 표정을 지었다.

“물론 제 막내딸은 한번 망나신 적이 있으시죠, 가브리엘”

델라쿠르 씨가 소리쳤다. 가브리엘은 정말이지 플뢰르의 축소판이었다. 은빛이 감도는 금발을 허리까지 기른 열 한살의 소녀는 눈부신 미소를 지으며 위즐리 부인을 꼭 껴안았다. 그리고 나선 속눈썹을 깜빡거리면서 해리에게 열정적인 시선을 던졌다. 옆에 있던 지니가 큰 소리로 흠흠 헛기침을 했다.

“자, 어서 들어오세요!”

위즐리 부인이 쾌활하게 외쳤다. 그리고 “아니요, 어서 가세요!”“먼저 가세요!”“천만의 말씀입니다” 따위의 말들을 숱하게 쏟아내면서 델라쿠르 부부를 집 안으로 안내했다.

델라쿠르 부부는 대단히 유쾌하고 유익한 손님이란 사실이 곧 판명되었다. 그들은 무슨 일이든 기뻐했으며 결혼식 준비를 도와주지 못해서 안달이었다. 델라쿠르 씨는 좌석배치에서부터 신부 들러리의 구두에 이르기까지 뭐든 보기만 하면 “샤르망(멋져요)!”을 외쳐 댔고, 델라쿠르 부인은 집안일 처리 주문에 아주 능숙해서 순식간에 오븐을 말끔히 청소해 놓았다.

한편 가브리엘은 언니 뒤를 졸졸 따라다니면서 할 수 있는 한 뭐든 도와주려고 애를 썻다. 그리고 속사포 같은 프랑스어로 쉴 새 없이 나불거렸다.

나쁜 점이라면, 버로우 저택 자체가 그렇게 많은 사람들을 수용하도록 지어진 건물이 아니기 때문에, 위즐리 부부가 이제는 거실에서 자야만 한다는 것이었다. 물론 델라쿠르 부부의 거센 반대를 간신히 잠재우고 그들의 침실을 쓰도록 겨우 설득한 이후의 일이었다. 가브리엘은 예전에 퍼시가 썼던 방에서 플뢰르와 함께 잠을 잤고, 빌은 신랑 들러리 찰리가 루마니아에서 돌아오면 함께 방을 쓰기로 했다. 따라서 함께 모여 계획을 짜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게 되었기에, 해리와 론, 헤르미온느는 절박한 심정으로 닭 모이 주는 일을 자원하고 나섰다. 그래서 겨우 사람들이 붐비는 집을 빠져 나올수 있었다.

“엄마는 아직도 우리끼리 있도록 가만히 내버려 두지를 않는군!”

론이 버럭 신경질을 부렸다. 위즐리 부인이 커다란 세탁 바구니를 안고 등장함으로써, 마당에서 은밀히 모임을 가지려던 두 번째 시도가 또다시 좌절되었던 것이다.

“오, 그래 닭들에게 먹이를 주었구나.”

위즐이 부인이 그들 옆으로 다가오면서 말했다.

“내일 결혼식에 사용할 천막을 설치하러 사람들이 올거야. 그 전에 닭들을 다시 닭장 안에 가두어 놓는 게 좋겠다.”

위즐리 부인은 발걸음을 멈추더니 닭장에 비스듬히 몸을 기대며 설명했다. 아닌 게 아니라 부인은 몹시 피곤해 보였다.

“밀라만트의 마법 천막 회사..... 그 사람들은 아주 솜씨가 좋단다. 빌이 그들을 안내할 거야. 그 사람들이 여기 있는 동안 너는 집안에만 있는 게 좋겠다. 해리. 정말이지 사방에 수많은 보호마법이 걸려 있는 와중에 결혼식 준비를 하려니 일이 꽤 복잡하구나.”

“죄송합니다.”

해리가 미안해하며 말했다.

“오, 그런 소리 마라, 얘야!”

위즐리 부인이 즉시 소리쳤다.

“전혀 그런 뜻이 아니었단다. 당연히 너의 안전이 훨씬 더 중요하지! 사실은 네 생일을 어떻게 축하하고 싶은지 너에게 물어보려던 참이었어, 해리. 열일곱살 생일은 아주 중요한 날이 잖니.....”

“요란한 건 싫어요.”

해리가 재빨리 대답했다. 생일 파티가 그들 모두에게 또 다른 부담이 될 거라는 걸 충분히 예상했기 때문이었다.

“정말이에요, 아줌마. 그냥 보통 때와 같은 저녁식사면 충분 할 것 같아요...... 게다가 바로 결혼식 전날이잖아요.”

“오, 네 생각이 정말 그렇다면 알았다. 리무스와 통스를 초대 할 생각인데, 괜찮겠지? 해그리드는 어떠니?”

“그럼 정말 좋겠네요. 하지만 제발 수고스러운 일은 절대 하지 마세요.”

“그럴리가 있니, 절대 아니야..... 전혀 수고스러운 일이 아니란다.”

부인은 뭔가 탐색하는 눈길로 그를 한동안 바라보았다. 그러더니 약간 서글픈 미소를 지으며 허리를 쭉 펴고 걸어가 버렸다. 해리는 빨랫줄을 향해 지팡이를 흔드는 부인의 뒷모습을 지켜보았다. 젖은 빨래들이 붕 떠올라 저절로 빨랫줄에 걸렸다. 갑자기 해리는 지금 자신이 부인에게 안겨주고 있는 고통과 부담에 대한 양심의 가책이 거대한 파도처럼 밀려드는 것을 느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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