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9장
불사조의 슬픈 노래
“어서, 해리…….”
“싫어요.”
“여기 이러고 있으면 안 된다, 해리……. 이제 그만 가자꾸나…….”
“가기 싫어요.”
해리는 덤블도어의 곁을 떠나고 싶지 않았다. 단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않을 작정이었다. 그의 어깨 위에 놓인 해그리드의 손이 파르르 떨렸다. 그때 또 다른 목소리가 들려왔다.
“가자.”
훨씬 더 조그맣고 따스한 손이 그의 손을 꼭 잡더니 그를 일으켜 세웠다. 그는 아무 생각 없이 그 힘에 몸을 맡겼다. 넋을 잃고 사람들 사이를 걸어 나왔을 때, 해리는 바람에 실려오는 향기로운 냄새를 맡고서 그를 성으로 데려가고 있는 사람이 다름 아닌 지니라는 것을 비로소 깨달았다. 알아들을 수 없는 목소리들이 그의 귓전을 때렸고, 서글픈 흐느낌과 울부짖음, 통곡 소리가 어둠을 갈랐다. 하지만 해리와 지니는 아무 말 없이 계단을 걸어 올라가서 현관 복도로 들어갔다. 사람들이 해리의 옆으로 몰려들었다. 그들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그를 빤히 쳐다보면서 어떻게 된 일인지 궁금해하며 수군거리고 있었다. 그들이 대리석 계단을 올라갈 때, 바닥에 그리핀도르 시계의 루비들이 핏방울처럼 점점이 흩어져 있는 것이 보였다.
“병동으로 가자.”
지니가 먼저 입을 열었다.
“난 아프지 않아.”
해리가 대답했다.
“이건 맥고나걸 교수님의 지시야.”
지니가 설명했다.
“모두들 거기에 있어. 론과 헤르미온느, 루핀 선생님, 모두 다…….”
해리는 다시 한 번 두려움에 몸을 떨었다. 그가 뒤에 남겨 두고 떠났던 그 힘없는 사람들을 까맣게 잊고 있었던 것이다.
“지니, 누가 또 죽은 거니?”
“걱정하지 마. 우리들은 다 무사해.”
“하지만 그 어둠의 표식은……. 말포이 녀석이 누군가를 밟고 지나왔다고 하던데…….”
“빌 오빠를 밟고 지나갔던 거야. 하지만 괜찮아. 빌은 살아 있으니까.”
하지만 해리는 그녀의 목소리에서 뭔가 심상치 않은 낌새를 느낄 수 있었다.
“정말이니?”
“물론이지……. 그저 그저 좀 엉망이 되었을 뿐이야. 그레이백의 공격을 받았거든. 폼프리 부인은 빌 오빠가 더 이상…… 더 이상 예전과 같은 모습은 아닐 거라고 하셨어…….”
지니의 목소리가 떨렸다.
“사실은 나중에 어떤 후유증이 생길지 아무도 몰라. 그게…… 그레이백은 늑대인간이잖아. 다행히도 그때엔 늑대로 변하지 않았었지만…….”
“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바닥에 쓰러져 있는 사람들이 또 있었는데…….”
“네빌은 지금 병동에 있는데, 폼프리 부인이 말하기를 완전히 회복될 거랴. 플리트윅 교수님도 정신을 잃으셨었는데, 약간의 경련을 빼놓고는 괜찮으셔. 래번클로 학생들을 돌보러 가야 한다고 자꾸 우기시지 뭐야. 그리고 죽음을 먹는 자들 중에서 한 명이 죽었어. 그는 덩치 큰 금발 머리 남자가 사방으로 날린 치명적인 저주에 맞고 말았지. 해리 오빠가 준 행운의 마법약이 아니었다면 우리 모두 목숨을 잃었을지도 몰라. 어쨌든 저주들이 우리를 맞히지 못하고 계속해서 빗나갔어.”
이윽고 두 사람은 병동에 도착했다. 해리가 병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문에서 제일 가까운 곳에 있는 병상에 네빌이 깊이 잠들어 있는 모습이 보였다. 론과 헤르미온느, 루나, 통스, 그리고 루핀은 병실 제일 끝에 있는 또 다른 병상 주위에 모여 있었다. 그들은 문이 열리는 소리가 나자 일제히 고개를 들고 쳐다보았다. 헤르미온느가 달려오더니 해리를 꼭 껴안았다. 루핀도 걱정스런 표정으로 가까이 다가왔다.
“해리, 너 괜찮니?”
“난 괜찮아……. 빌은 어때?”
아무도 대답을 하지 않았다. 해리는 헤르미온느의 어깨 너머로 빌의 병상에 베개를 베고 누워 있는 낯선 얼굴을 바라보았다. 얼굴이 어찌나 심하게 찢기고 뭉개졌는지 괴물처럼 보였다. 폼프리 부인 독한 냄새가 나는 초록색 연고를 그의 상처에 계속 발라주고 있었다. 해리는 문득 스네이프가 지팡이 하나로 너무나 간단하게 말포이의 섹튬셈프라 상처를 치료해 주었던 것이 생각났다.
“마법 같은 걸로 상처를 치료할 수는 없나요?”
해리가 부인에게 물었다.
“이런 상처에는 어떤 마법도 듣질 않는단다.”
폼프리 부인이 대답했다.
“내가 알고 있는 모든 수단을 다 써 보았지만, 늑대인간에게 물린 상처를 낫게 해주는 치료법은 없었어.”
“하지만 보름달이 뜰 때에 물린 건 아니잖아요.”
론이 뚫어져라 쳐다보면 형이 낫기라도 할 것처럼 형의 얼굴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그레이백은 늑대로 변신한 상태가 아니었어요. 그러니까 설마 빌이 그렇게 되지는 않겠죠? 진짜로…….”
론이 불안해하며 루핀을 바라보았다.
“그래, 빌은 진짜 늑대인간이 되지는 않을 거야.”
루핀이 위로했다.
“그렇다고 전혀 감염이 되지 않았다는 뜻도 아니란다. 이것들은 저주받은 상처야. 절대로 완전히 나을 수는 없단다. 그러니까…… 이제부터 빌은 얼마간 늑대의 성향을 보이게 될지도 몰라.”
“아마 덤블도어 교수님이라면 뭔가 도움이 될 만한 걸 아실 텐데…….”
론이 안타깝게 말했다.
“교수님께선 어디에 계시죠? 빌이 이런 미치광이들과 싸운 건 순전히 덤블도어 교수님의 명령 때문이었어요. 덤블도어 교수님 탓이라고요.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빌을 그냥 모른 척 하시다니…….”
“론…… 덤블도어 교수님께선 돌아가셨어.”
지니가 말했다.
“그럴 리가 없어!”
루핀이 지니에게서 해리에게로 시선을 휙 돌렸다. 제발 해리가 지니의 말을 부정해 주길 바라는 표정이 역력했지만, 해리는 묵묵부답이었다. 마침내 루핀은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고서, 빌의 병상 옆에 있는 의자에 무너지듯 주저앉았다. 해리는 루핀이 이토록 자제력을 잃고 망연자실하는 모습을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감추고 싶어 하는 남의 은밀한 사생활을 엿보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어서 얼른 뒤로 돌아선 해리는 론과 눈이 마주쳤다. 그들은 말없이 서로의 표정을 바라보며 지니가 방금 한 말이 사실임을 확인했다.
“어떻게 돌아가셨지? 어쩌다 그런 일이 생긴 거니?”
통스가 멍하니 중얼거렸다.
“스네이프가 교수님을 죽였어요.”
해리가 대답했다.
“제가 바로 그 자리에서 똑똑히 보았어요. 교수님과 저는 어둠의 표식을 보자마자 천문탑으로 돌아왔어요……. 그때 덤블도어 교수님께서는 힘을 잃고 몹시 허약해지신 상태였죠. 하지만 누군가가 계단을 올라오는 발소리를 들었을 때, 벌써 그것이 함정이라는 걸 깨달으신 것 같아요. 꼼짝도 하지 못하도록 제게 주문을 거셨거든요. 그래서 전 아무것도 할 수 없었어요. 전 투명 망토를 쓴 채로 있었는데…… 그때 말포이가 들어와서는 교수님의 지팡이를 빼앗았어요…….”
헤르미온느는 두 손으로 입을 막았고, 론은 신음 소리를 냈다. 한편 루나는 파르르 입술을 떨고 있었다.
“……더 많은 죽음을 먹는 자들이 몰려왔고…… 곧이어 스네이프가…… 스네이프가 쏘았어요…… 아바다 케다브라 저주를…….”
해리는 더 이상 말을 이을 수가 없었다.
폼프리 부인이 왈칵 울음을 터뜨렸지만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다. 그때, 지니가 속삭였다.
“쉿! 들어 보세요!”
폼프리 부인이 두 눈을 크게 뜬 채 손으로 입을 막으며 울음을 삼켰다. 어둠 속 어디에선가 불사조의 구슬픈 울음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해리는 한 번도 이런 소리를 들어 본 적이 없었다. 처절할 정도로 아름답고 구슬픈 노래였다. 전에도 그렇게 느꼈었지만, 불사조의 노래는 그의 몸 밖이 아니라 안에서부터 들려오는 것 같았다. 그의 슬픔이 마법처럼 노래로 변해서 땅과 성의 창문들을 올리며 사방에 울려 퍼지고 있는 것이었다.
모두들 얼마나 오랫동안 그렇게 서서 노래를 듣고 있었던 것일까. 그들의 비통함을 담은 노래를 듣고 있자니 왠지 모르게 그들의 고통이 조금은 누그러지는 것 같았다. 병실 문이 다시 열리고 맥고나걸 교수가 병실 안으로 들어왔을 때는 시간이 아주 많이 지난 것만 같았다. 맥고나걸 교수는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방금 전까지 치열한 싸움을 벌인 흔적이 역력했다. 얼굴은 여기저기 긁혀 상처투성이였고, 망토는 너덜너덜 찢겨 있었다.
“몰리와 아서가 지금 오고 있는 중이에요.”
맥고나걸의 이 말을 듣자, 불사조의 노래에 사로잡혀 있던 사람들이 제정신으로 돌아왔다. 모두들 황홀한 꿈에서 깨어난 것처럼 정신을 가다듬고 다시 고개를 돌려 살펴보거나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며 눈을 비볐다.
“해리, 어떻게 된 거냐? 해그리드의 말에 의하면, 그 일이 일어났을 때 내가 덤블도어 교수님과 함께 그 자리에 있었다고 하던데? 스네이프 교수가 이 일과 무슨 관련이 있다고 했다면서?”
“스네이프가 덤블도어 교수님을 죽였어요.”
해리가 내뱉듯이 말했다.
맥고나걸 교수는 한동안 멍하니 그를 쳐다보다가 충격을 받은 듯이 비틀거렸다. 그러자 이제 간신히 정신을 차린 폼프리 부인이 황급히 앞으로 달려 나와서 허공에서 얼른 의자를 휙 만들어 내어 맥고나걸 교수 뒤에 놓아 주었다.
“스네이프가…….”
맥고나걸이 힘없이 중얼거리며 의자 위에 털썩 주저앉았다.
“우리 모두 의심을 했었지만…… 덤블도어 교수님은…… 항상…… 스네이프를…… 신뢰해 왔는데…… 신뢰해 왔는데…… 도저히 믿기지 않아…….”
“스네이프는 대단히 뛰어난 오클러먼시 능력을 가지고 있었지.”
루핀이 평소와 다르게 대단히 사나운 목소리로 말했다.
“우리도 언제나 그걸 알고 있었어.”
“하지만 덤블도어 교수님은 그자가 분명히 우리 편이라고 그토록 장담하셨는데!”
통스가 속삭였다.
“그래서 난 덤블도어 교수님이 스네이프에 대해서 우리가 알지 못하는 뭔가를 알고 계시는 게 틀림없다고 항상 생각했었어…….”
“교수님은 언제나 스네이프를 믿을 만한 확실한 이유가 있는 것처럼 말씀하시곤 하셨어.”
맥고나걸 교수가 가장자리에 격자무늬가 들어간 손수건으로 눈물이 흐르고 있는 눈가를 콕콕 찍으며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사실…… 스네이프의 전력을 보면…… 모두들 의심스럽게 생각하는 것이 당연했어……. 하지만 덤블도어 교수님은 나에게 스네이프가 진심으로 뉘우친 것이 분명하다고 너무나 확실하게 말씀하셨어……. 그자를 의심하는 말은 단 한 마디도 들으려고 하지 않으셨다니까!”
“도대체 스네이프가 교수님께 무슨 말을 했기에 그렇게 철석같이 믿게 되셨는지 그걸 좀 알고 싶군.”
통스가 한탄했다.
“전 알아요.”
머든 사람들의 시선이 일제히 해리에게 쏠렸다.
“제 어머니와 아버지의 뒤를 쫓도록 볼드모트에게 정보를 흘린 자가 바로 스네이프였어요. 그래 놓고 스네이프는 덤블도어 교수님께 자기가 무슨 짓을 하고 있었는지 몰랐다고 말했죠. 두 사람이 죽게 되어서 너무 안타깝고, 자기가 한 짓을 진심으로 후회한다고 말이죠.”
모두들 할 말을 잃고 해리를 바라볼 뿐이었다.
“그런데 덤블도어 교수님께서 그 말을 믿으셨단 말이니?”
루핀이 도저히 믿기지 않는다는 듯이 물었다.
“제임스가 죽은 것에 대해 슬퍼한다는 스네이프의 말을 덤블도어 교수님께서 믿으셨단 말이야? 스네이프가 제임스를 얼마나 증오했는데…….”
“그자는 제 어머니의 목숨도 하찮게 여겼어요.”
해리가 말을 이었다.
“머글 출신이기 때문이죠. 그자는 제 어머니를 더러운 잡종이라고 불렀어요…….”
해리가 그 사실을 어떻게 알게 되었는지 아무도 캐묻지 않았다. 모두들 엄청난 충격에 휩싸여, 이 소름 끼치는 사건의 진실을 받아들이느라 경황이 없는 것 같았다.
“이건 다 내 잘못이야.”
갑자기 맥고나걸 교수가 입을 열었다. 두 손으로 눈물에 젖은 손수건을 움켜쥐고 있는 그녀의 모습은 완전히 정신이 나간 사람 같았다.
“전부 내 탓이야. 오늘 필리우스를 보내서 스네이프를 불러온 게 바로 나였어. 사실은 우리를 도와달라고 불렀던 건데! 내가 스네이프에게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알리지만 않았더라면, 그자가 죽음을 먹는 자들과 합세하는 일은 절대로 없었을 거야! 필리우스가 알려 주기 전까지는 그자도 죽음을 먹는 자들이 들어왔다는 사실을 몰랐을 거야. 그들이 오고 있다는 걸 전혀 몰랐을 거라고!”
“그건 당신 잘못이 아니에요, 미네르바.”
루핀이 단호하게 말했다.
“우리 모두 도움의 손길이 필요했어요. 우리도 스네이프가 도와주러 온다고 생각하고 좋아했었단 말이오…….”
“그럼 그자가 여기에 도착해서 죽음을 먹는 자들 편에 가담해서 싸웠나요?”
해리는 스네이프의 위선과 파렴치한 행위를 낱낱이 파헤치고 싶은 심정이었다. 어떻게든 그자에 대한 증오심을 더욱더 불태우고, 복수를 맹세할 만한 구실을 하나라도 더 찾고 싶 었던 것이다.
“나도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정확히는 모른단다.”
맥고나걸 교수가 심란한 어조로 말했다.
“모든 게 너무 혼란스러웠어……. 덤블도어 교수님께서 우리에게 몇 시간 동안 학교를 비울 테니까 만약을 대비해서 복도를 순찰하라고 하셨지……. 리무스와 빌, 그리고 님파도라가 우리를 도와주러 왔고…… 다 함께 경비를 섰어……. 사방이 고요했단다. 학교 밖으로 나가는 모든 비밀 통로들은 철저하게 감시를 받고 있었어. 우리가 알기로는 아무도 날아서 안으로 들어올 순 없었어. 학교로 들어오는 모든 통로마다 강력한 마법이 걸려 있었거든. 난 아직도 어떻게 죽음을 먹는 자들이 학교 안으로 들어올 수 있었는지 그걸 모르겠다…….”
“전 알아요.”
해리는 한 쌍의 사라지는 캐비닛과 그것의 마법 통로에 대해 간단하게 설명을 해 주었다.
“그러니까 그자들은 필요의 방을 통해서 학교 안으로 들어왔던 거예요.”
해리는 자신도 모르게 론과 헤르미온느의 얼굴을 번갈아 쳐다보지 않을 수 없었다. 두 사람은 망연자실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내가 일을 다 망쳐 버렸어, 해리.”
론이 풀 죽은 목소리로 말을 꺼냈다.
“우리는 네가 시키는 대로 했어. 호그와트 비밀 지도를 살펴보았는데 지도에 말포이가 q이지 않았고, 그래서 틀림없이 녀석이 필요의 방으로 들어갔을 거라고 짐작했었지. 그래서 나랑 지니랑 네빌이 감시하러 그 방으로 갔는데…… 말포이 녀석이 우리를 따돌린 거야.”
“우리가 감시를 시작한 지 한 시간쯤 지났을 때 말포이가 그 방에서 나왔어.”
지니가 대신 말을 받았다.
“말포이는 괴상하게 말라 빠진 손을 손에 쥐고서 혼자 나왔어. 영광의 손 말이야.”
론이 설명했다.
“오직 그 손을 쥐고 있는 사람에게만 길을 밝혀 주는 그 손, 기억나지?”
“어쨌든 말포이는 죽음을 먹는 자들이 방 밖으로 나오기 전에 주위에 아무도 없는지 확인하러 나왔었던 게 틀림없어.”
지니가 계속 말을 이었다.
“왜냐하면 우리를 보자마자 뭔가를 던졌는데, 순식간에 온 세상이 암흑으로 둘러싸였거든.”
“페루산 즉석 암흑 가루였어.”
론이 침통한 어조로 말했다.
“프레드와 조지네 가게에서 팔았던 거지. 그렇지 않아도 형들한테 도대체 자기네 물건을 누구에게 팔았는지 알고나 있느냐고 한마디 따질 작정이야.”
“우리는 루모스, 인센디오…… 모든 주문을 다 써 봤어.”
지니가 말했다.
“하지만 어떤 것도 그 암흑을 사라지게 할 수는 없었어. 우린 그저 더듬거리며 그 복도를 다시 빠져나오는 수밖에 없었지. 누군가 우리 곁을 지나서 달려가는 소리를 들으면서 말이지. 분명히 그 손 때문에 앞을 볼 수 있었던 말포이가 그자들을 인도했을 거야. 하지만 우리는 감히 저주를 쏘거나 마법을 걸 수가 없었어. 혹시라도 우리끼리 맞을 수도 있었으니까. 우리가 겨우 빛이 있는 복도로 나왔을 때, 그자들은 모두 사라지고 없었어.”
“다행히 론과 지니, 네빌이 곧바로 우리를 만나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를 알려 주었단다.”
루핀이 쉰 목소리로 말했다.
“우린 잠시 후에 천문탑 쪽으로 가고 있는 죽음을 먹는 자들을 발견했지. 말포이는 경비를 서는 사람들이 더 있을 거라고는 미처 예상하지 못했던 게 분명했어. 즉석 암흑 가루를 다 써 버린 것 같았거든. 싸움이 일어나면서 죽음을 먹는 자들은 사방으로 흩어졌고, 우리는 그들의 뒤를 쫓았지. 그중 한 명인 깁본이 우리의 포위망을 뚫고 달아나서 탑으로 가는 계단으로 올라갔단다.”
“어둠의 표식을 만들러 갔던 거로군요.”
해리가 물었다.
“틀림없이 그랬겠지. 필요의 방을 나오기 전에 그렇게 하기로 미리 계획을 짰을 거야.”
루핀이 대답했다.
“하지만 깁본은 거기에 있다가 자기 혼자 덤블도어를 맞이할 생각은 아니었던 것 같아. 왜냐하면 곧바로 다시 계단을 내려와서는 싸움에 합세했거든. 그러다가 나를 아슬아슬하게 스쳐 간 치명적은 저주에 맞은 거지.”
“론이 지니, 네빌과 함께 필요의 방을 감시하고 있었다면, 너는……?”
해리가 헤르미온느를 돌아보았다.
“루나와 함께 스네이프의 사무실 밖을 지키고 있었어.”
헤르미온느는 눈물이 그렁그렁한 채 목이 멘 목소리로 속삭였다.
“한동안 주변을 맴돌았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어……. 론이 비밀 지도를 가지고 갔기 때문에 위층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도 전혀 몰랐고……. 거의 자정이 다 되었을 때 플리트윅 교수님이 쏜살같이 지하 교실로 달려 내려 오셨어. 교수님은 죽음을 먹는 자들이 성 안에 들어왔다고 소리치고는 계셨지만, 실제로 루나가 내가 거기 서 있는 건 눈에 들어오지도 않는 것 같았어. 곧장 스네이프의 사무실로 뛰어 들어가시더니 스네이프에게 자기와 함께 어서 가서 좀 도와달라고 말씀하시는 소리가 들렸지. 곧이어 쿵 하는 요란한 소리와 함께 스네이프가 방에서 뛰쳐나왔어. 그자가 우리를 보았는데…… 그런데…….”
“그런데 뭐?”
해리가 헤르미온느를 다그쳤다.
“내가 너무 멍청했어, 해리!”
헤르미온느가 갈라진 목소리로 한탄을 했다.
“스네이프는 플리트윅 교수님이 쓰러지셨다고 하면서 우리더러 어서 가서 교수님을 돌봐 주라고 했어. 그동안 자기는…… 자기는 죽음을 먹는 자들과 싸우는 걸 도와주러 가겠다고 하면서 말이야…….”
헤르미온느가 그만 수치심을 이기지 못하고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린 채 울먹이며 말했다.
“우리는 플리트윅 교수님을 도와드리려고 스네이프의 사무실 안으로 들어갔어. 교수님은 의식을 잃고 바닥에 쓰러져 계셨어……. 오, 지금 생각하니 스네이프가 플리트윅 교수님께 기절 마법을 걸었던 게 너무나 분명했는데……. 그런데도 우리는 전혀 그 사실을 눈치 채지 못했어. 해리, 우린 그것도 알아채지 못하고 스네이프를 그냥 보내 줬어!”
“그건 네 잘못이 아니란다.”
루핀이 말했다.
“헤르미온느, 만약 네가 스네이프의 말에 따라 순순히 비켜나지 않았다면, 그자는 아마 너와 루나를 죽였을 게다.”
“그렇게 해서 스네이프가 위층으로 올라왔던 거로군요.”
해리는 대리석 계단을 황급히 달려 올라오는 스네이프의 모습을 눈앞에 떠올리며 말했다. 여느 때처럼 검은 망토 자락을 펄럭이며 망토 밑으로 지팡이를 꺼내 들고 계단을 올라갔을 것이다…….
“그리고 모두들 싸움을 벌이고 있는 곳으로 찾아왔겠지요.”
“우린 아주 힘겨운 상황이었단다. 싸움에서 밀리고 있었지.”
통스가 낮은 목소리로 설명했다.
“깁본이 쓰러졌지만, 나머지 죽음을 먹는 자들은 이대로 싸우다가 죽을 각오라도 한 듯이 사나운 기세였어. 네빌이 부상을 입고, 빌이 그레이백에게 공격을 당했지……. 사방이 캄캄했고…… 여기저기서 저주가 날아다니고……. 그 와중에 말포이 녀석이 모습을 감추었지. 살짝 그 자리를 떠나서 탑으로 통하는 계단을 올라갔던 거야……. 죽음을 먹는 자들도 녀석의 뒤를 따라갔지. 하지만 그들 중 한 명이 그들 뒤로 어떤 저주를 걸어 계단 입구를 막아 놓았더군……. 네빌이 계단을 향해 돌진했지만 허공으로 내동댕이쳐지고 말았지.”
“우리들 중 어느 누구도 그 방어를 뚫을 수 없었어. 게다가 덩치 큰 죽음을 먹는 자가 여전히 사방으로 저주를 쏘아 대고 있었지. 그 저주들은 벽에 맞고 튕겨 나가며 우리를 아슬아슬하게 비껴갔어.”
론이 말했다.
“바로 그때 스네이프가 나타났지. 그때는 전혀…….”
통스가 말했다.
“나도 스네이프가 우리 쪽으로 달려오는 걸 보았어. 하지만 덩치 큰 죽음을 먹는 자가 쏜 저주가 바로 내 옆을 스치고 지나가는 바람에 얼른 몸을 숙여야만 했지. 그래서 더 이상 어떻게 됐는지 알 수가 없었어.”
지니가 말을 이었다.
이번에는 루핀이 나섰다.
“나는 스네이프가 마치 아무것도 없는 것처럼 계단을 가로막고 있는 저주를 뚫고 곧장 달려가는 걸 보았단다. 나도 그 뒤를 따라가려고 했지만, 네빌과 마찬가지로 튕겨 나갔지.”
“그는 우리가 몰랐던 주문을 알고 있었던 거야. 어쨌거나 스네이프는 어둠의 마법 방어술 교수였으니까……. 나는 그자가 탑 위로 도망치는 죽음을 먹는 자들을 정신없이 쫓아가고 있는 거라고 생각했어.”
맥고나걸 교수가 분한 듯이 중얼거렸다.
“물론 그랬죠.”
해리가 신랄한 어조로 말했다.
“하지만 그자들을 막기 위해서가 아니라 도와주려고 그랬죠……. 틀림없이 그 방어막을 뚫고 지나가려면 어둠의 표식을 갖고 있어야만 했을 거예요. 그래서 그자가 다시 내려왔을 때 어떻게 되었죠?”
“덩치 큰 죽음을 먹는 자가 날린 주문에 천장이 절반쯤 무너져 내렸단다. 그리고 계단을 막고 있던 저주도 풀렸지.”
루핀이 설명했다.
“우리 모두 달려갔어. 적어도 우리 중에서 여전히 서 있을 기운이라도 남아 있는 사람들은 모두 다 말이다. 그때 스네이프와 말포이 녀석이 자욱한 먼지 속에서 나타났지. 우리는 아무도 그들을 공격하지 않았단다.”
“우린 그들을 그냥 보내 버렸던 거야.”
통스가 허탈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우리는 그들이 죽음을 먹는 자들에게 추격당하고 있다고 생각했어. 곧이어 다른 죽음을 먹는 자들과 그레이백이 나타나서 우린 다시 싸움을 벌였단다. 스네이프가 뭐라고 소리 지르는 걸 얼핏 들은 것 같기도 한데, 그게 무슨 소리였는지 모르겠어.”
“스네이프는 ‘다 끝났다’ 라고 소리를 질렀던 거예요.”
해리가 알려 주었다.
“자신의 임무를 다 끝냈다는 거였지요.”
모두들 침묵에 잠겼다. 창밖의 어두운 운동장 너머로 퍽스의 구슬픈 노래가 여전히 울려 퍼지고 있었다. 허공에 메아리 치는 노랫소리와 함께, 달갑지 않은 우울한 생각이 해리의 머릿속으로 스멀스멀 밀려들었다. 사람들이 벌써 덤블도어 교수님의 시신을 탑 밑에서 치웠을까? 그 다음에는 어떻게 되는 걸까? 교수님의 시신은 어디에 묻히게 될까? 해리는 호주머니 속에서 손을 꽉 쥐었다. 그의 오른손 안에서 자그마한 가짜 호크룩스의 차가운 감촉이 느껴졌다.
갑자기 병실의 문이 벌컥 열리는 바람에 모두들 깜짝 놀라 펄쩍 뛰었다. 위즐리 부부가 병실 안으로 허둥지둥 뛰어 들어왔고, 그 뒤를 플뢰르가 바로 따라 들어왔다. 그녀의 아름다운 얼굴은 새파랗게 겁에 질려 있었다.
“몰리…… 아서…….”
맥고나걸 교수는 얼른 일어나서 그들을 맞이했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빌…….”
위즐리 부인이 엉망으로 짓뭉개진 빌의 얼굴을 보고는, 그의 이름을 나지막이 부르며 맥고나걸 교수 옆을 그대로 지나쳐 버렸다.
“오, 빌!”
루핀과 통스가 재빨리 일어나서 위즐리 부부가 병상에 좀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도록 자리를 비켜 주었다. 위즐리 부인은 아들의 몸 위로 허리를 숙이고서 피로 얼룩진 그의 이마에 입을 맞추었다.
“그레이백에게 공격을 당했다고 했던가요?”
위즐리 씨가 맥고나걸 교수에게 정신없이 물었다.
“그런데 늑대로 변하지는 않았다고요? 도대체 그게 다 무슨 소리죠? 빌은 이제 어떻게 되는 겁니까?”
“아직은 잘 모르겠어요.”
맥고나걸 교수가 난처한 표정으로 루핀을 바라보았다.
“어느 정도 감염은 되었을 겁니다, 아서.”
루핀이 얼른 나서서 설명했다.
“약간 특이한 경우라서 말이죠. 아주 보기 드문 경우죠……. 빌이 깨어났을 때 어떤 행동을 할지 예측이 불가능합니다.”
위즐리 부인은 폼프리 부인에게서 고약한 냄새가 나는 연고를 받아서 열심히 빌의 상처에 찍어 바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덤블도어 교수님께서…….”
위즐리 씨가 다시 입을 열었다.
“미네르바, 그게 사실이오? 덤블도어 교수님께서 정말로……?”
맥고나걸 교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해리는 지니가 자기 옆으로 다가오는 것을 알아채고서 그녀를 쳐다보았다. 지니는 눈을 가늘게 뜨고서 플뢰르를 째려보고 있었다. 플뢰르는 얼어붙은 표정으로 빌을 정신없이 내려다보고 있었다.
“덤블도어 교수님께서 세상을 떠나시다니…….”
위즐리 씨가 중얼거렸다. 하지만 위즐리 부인은 맏아들에게서 시선을 뗄 줄 몰랐다. 부인이 흐느껴 울기 시작하자, 빌의 망가진 얼굴 위로 눈물방울이 떨어졌다.
“이 아이의 얼굴이 어떻게 되는가 하는 건 다…… 당연히 중요하지 않아요……. 하…… 하지만 얼마나 잘생긴 아…… 아이였는데……. 그토록 잘생겼던 아이가……. 게다가 곧 결…… 결혼을 할 계획이었는데!”
“어머, 그게 무승 말씀이세요?”
플뢰르가 갑자기 큰 소리로 외쳤다.
“결혼을 할 계획이었다니요? 그게 무승 말씀이싱가요?”
위즐리 부인이 놀란 표정을 지으며 눈물로 얼룩진 얼굴을 들었다.
“내 말은…… 단지…….”
“빌이 더 이상 저와 결혼하길 웡하지 않을 거란 말씀잉가요?”
플뢰르가 물었다.
“늑대에 물렸기 때뭉에 절 사랑하지 않게 된다능 말씀잉가요?”
“아니, 내 말은 그런 뜻이 아니라…….”
“빌응 저랑 결혼할 거예요!”
플뢰르가 은빛 나는 긴 머리카락을 뒤로 휙 젖히면서 몸을 꼿꼿이 세웠다.
“늑대인간 따위가 빌의 사랑을 막을 수능 없어요!”
“그래, 그렇고말고. 나도 그렇게 생각한단다.”
위즐리 부인이 달래듯이 말했다.
“난 그저 혹시나 하고 생각했던 거야. 저 아이…… 저 아이가 얼마나…….”
“혹시 제가 빌과 결혼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싱 건가요? 아니면 그러길 바라시능 건 아니구요?”
플뢰르가 뜨거운 콧김을 씩씩 내뿜으며 따졌다.
“빌의 외모에 제가 상관할 거 같은가요? 제가 예쁘게 생긴 것만으로도 우리 두 사람에겐 충분해요! 이 상처들은 제 남편이 엉마나 용감한지를 보여 주능 증거예요! 전 빌과 결혼 할 거예요!”
플뢰르는 사납게 한마디 덧붙이더니, 위즐리 부인을 옆으로 밀치면서 연고를 빼앗아 들었다.
위즐리 부인은 뒤로 밀려나 남편에게 몸을 기댄 채, 플뢰르가 빌의 상처를 닦아 주고 있는 모습을 신기한 듯 지켜보았다. 아무도 입을 열지 않았다. 해리도 감히 몸을 움직일 수가 없었다.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어서 이 침묵이 깨지기를 기다리고 있을 뿐이었다.
“우리 뮤리엘 큰이모님께서 아주 아름다운 왕관을 가지고 계시단다. 도깨비가 만든 것이지.”
한참 후에 위즐리 부인이 입을 열었다.
“내가 큰이모님께 잘 말씀드리면 분명히 너의 결혼식 때 그 왕관을 네게 빌려 주실 게다. 큰이모님께선 빌을 무척이나 아끼시거든. 그 왕관과 네 머리가 아주 잘 어울릴 거야.”
“고맙습니다.”
플뢰르가 여전히 딱딱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분명히 잘 어울링 거예요.”
그러고는 해리가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두 여자가 서로를 껴안고 큰 소리로 울기 시작했던 것이다. 해리는 세상이 거꾸로 돌아가는 것은 아닐까 의아해하면서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뒤를 돌아보았다. 론 역시 해리처럼 기가 막혀 죽겠다는 얼굴이었고, 지니와 헤르미온느도 전혀 뜻밖이라는 눈빛을 주고받고 있었다.
“당신도 똑똑히 봤죠!”
간신히 분노를 억누르는 듯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통스가 잡아먹을 듯한 기세로 루핀을 노려보고 있었다.
“빌이 늑대인간에게 물렸는데도 그녀는 여전히 그와 결혼 하길 원하잖아요! 그녀는 전혀 상관하지 않는다고요!”
“이 경우와는 달라요.”
루핀이 갑자기 몹시 긴장한 표정을 지으며 굳어진 입술 사이로 중얼거렸다.
“빌은 완전한 늑대인간이 되지는 않을 거요. 경우가 전혀 다르단 말…….”
“하지만 나도 상관하지 않아요! 상관하지 않는다고요!”
통스가 루핀의 망토 앞자락을 움켜쥐고 마구 흔들었다.
“당신에게 수백만 번도 넘게 말했잖아요…….”
그 순간 통스의 패트로누스와 회색 머리카락, 그리고 누군가 그레이백에게 공격을 당했다는 소문을 들었을 때 통스가 덤블도어를 만나려고 황급히 달려왔던 이유가 분명해졌다. 통스가 사랑하는 사람은 시리우스가 아니었던 것이다.
“나 역시 당신에게 수백만 번도 넘게 말했소.”
루핀이 통스의 눈길을 피해서 병실 바닥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당신에 비해 난 너무 나이가 많소. 게다가 너무 가난하고…… 너무 위험하기도 하고…….”
“리무스, 내가 누누이 말했지만, 당신은 말도 안 되는 변명만 늘어놓고 있군요.”
플뢰르의 등을 토닥이고 있던 위즐리 부인이 그녀의 어깨 너머로 말했다.
“저는 말도 안 되는 변명을 한 적이 없습니다.”
루핀이 진지하게 말했다.
“통스는 좀 더 젊고 완전한 남자를 만나야 합니다.”
“하지만 통스는 자네를 사랑하지 않나.”
위즐리 씨가 살짝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게다가 리무스, 아무리 젊고 완전한 남자라 하더라도 언제까지나 그럴리란 보장은 없다네.”
위즐리 씨가 두 사람 사이에 누워 있는 자신의 아들을 힘없이 가리켰다.
“어쨌든 지금은…… 이 문제를 따질 때가 아닌 것 같습니다.”
루핀이 모든 사람들의 시선을 피하며 괜히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덤블도어 교수님께서 돌아가신 마당에…….”
“세상에 사랑하는 사람들이 한 명이라도 더 늘어난다면, 덤블도어 교수님이야말로 어느 누구보다도 더 기뻐하셨겠지요.”
맥고나걸 교수가 무뚝뚝하게 한마디 던졌을 때, 병실 문이 다시 열리더니 해그리드가 걸어왔다.
“머리카락이나 수염 사이로 드러난 그의 얼굴은 온통 눈물로 얼룩지고 퉁퉁 부어 있었다. 그는 커다란 점 무늬 손수건을 손에 쥐고서 슬픔으로 온몸을 떨고 있었다.
“다…… 끝…… 끝냈습니다, 교수님.”
해그리드가 목에 메어 말을 제대로 잇지 못했다.
“그…… 그분을 옮겼습니다. 그리고 스프라우트 교수님께서 아이들을 침실로 다시 돌려보내셨고요. 플리트윅 교수님께서는 아직도 누워 계시지만, 곧 괜찮아지실 거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슬러그혼 교수님께서도 마법부에 연락을 취하셨다고 합니다.
“고마워요, 해그리드.”
맥고나걸 교수가 즉시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빌의 병상을 둘러싸고 서 있는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저는 마법부 사람들이 도착하는 대로 만나러 가야겠군요. 해그리드, 각 기숙사 사감 선생님들께 지금 당장 제 방에서 뵙고 싶다고 전해 주세요. 슬리데린은 슬러그혼 교수님께서 사감을 맡으시면 될 거예요. 그리고 해그리드도 그 자리에 참석해 주길 바랍니다.”
해그리드가 고개를 끄덕인 후 다시 병실 밖으로 힘없이 걸어 나가자, 맥고나걸 교수가 해리를 내려다보았다.
“사람들을 만나기 전에 너와 짧게라도 이야기를 좀 나누었으면 좋겠구나, 해리. 잠깐 나랑 같이 가 주겠니……?”
해리는 자리에서 일어나 론과 헤르미온느, 그리고 지니에게 “이따가 보자” 하고 중얼거리고는 얼른 맥고나걸 교수의 뒤를 따라 병실을 나갔다. 병실 밖의 복도에는 쥐 새끼 한 마리 얼씬거리지 않았다. 들리는 소리라고는 멀리서 메아리치는 불사조의 노랫소리뿐이었다. 해리는 몇 분이 흐른 후에야 비로소 그들이 맥고나걸 교수의 사무실이 아니라 덤블도어의 방으로 향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리고 뒤이어 맥고나걸 교수가 교장 직무 대행 직을 맡게 되었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교장 선생님은 분명히 맥고나걸 교수였다……. 이무기 뒤에 있는 그 방도 그녀의 것이었다…….
두 사람은 말없이 움직이는 나선형 계단을 올라가서 원형의 사무실 안으로 들어갔다. 해리는 이제 그 방이 어떤 모습일지 상상할 수가 없었다. 어쩌면 방에 검은 휘장이 둘러쳐져 있거나, 덤블도어의 시신이 놓여 있을지도 모른다는 예상을 했었다. 그렇지만 그 방은 그와 덤블도어가 몇 시간 전에 그 곳을 떠날 때와 거의 똑 같은 모습이었다. 은제 도구들은 다리가 가느다란 탁자 위에서 윙윙거리며 폭폭 김을 내뿜고 있었고, 유리 상자 안에 들어 있는 그리핀도르의 칼은 달빛을 받아 빛나고 있었으며, 책상 뒤의 선반 위에는 분류 모자가 얌전히 놓여 있었다. 다만 퍽스의 횃대만이 텅 비어 있었다. 퍽스는 아직도 교정을 향해서 구슬픈 노래를 부르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세상을 떠난 호그와트 교장들의 초상화 줄에 새로운 초상화가 하나 더 추가되어 있었다. 책상 위에 걸린 그 황금 액자 속에서는 덤블도어가 구부러진 코 위에 반달 모양의 안경을 걸친 채 평화롭고 만족스런 표정으로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맥고나걸 교수는 그 초상화를 힐끗 쳐다보더니, 스스로 각오를 다지듯 이상한 동작을 취했다. 그러고는 책상을 빙 돌아가서 해리를 마주보았다. 주름진 그녀의 얼굴에는 긴장과 걱정이 가득했다.
“해리, 오늘 저녁 너와 덤블도어 교수님이 학교를 떠나서 겪은 일에 대해 알고 싶구나.”
“그건 말씀드릴 수가 없습니다, 교수님.”
해리가 딱 잘라서 거절했다. 이런 질문이 나올 거라는 걸 미리 예상한 바였고, 그에 대한 대답도 이미 정해져 있었다. 바로 여기, 이 방에서 덤블도어는 그에게 그들의 수업 내용을 론과 헤르미온느 이외에는 어느 누구에게도 말하지 말라고 당부했었기 때문이다.
“해리, 이건 아주 중요한 문제란다.”
맥고나걸 교수가 말했다.
“분명히 아주 중요한 일입니다. 하지만 덤블도어 교수님께서는 저에게 어느 누구에게도 말하지 말라고 하셨습니다.”
해리가 대답했다. 맥고나걸 교수는 그를 빤히 쳐다보았다.
“포터…….”
해리는 맥고나걸 교수가 이름이 아닌 성으로 그를 부르고 있다는 걸 감지했다.
“덤블도어 교수님께서 돌아가셨으니, 상황이 다소 달라졌다는 걸 너도 받아들여야 하지 않겠니…….”
“전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해리가 어깨를 으쓱했다.
“덤블도어 교수님께서 만약 자신이 목숨을 잃을 경우 더 이상 자신의 지시를 따르지 말라는 말씀은 하신 적이 없습니다.”
“하지만…….”
“마법부 사람들이 오기 전에 교수님께서 꼭 아셔야 할 것이 하나 있습니다. 로즈메르타 부인은 임페리우스 저주에 걸렸습니다. 그래서 말포이와 죽음을 먹는 자들을 도와주었지요. 그 목걸이와 독약이 든 꿀술도 전부 다…….”
“로즈메르타가?”
맥고나걸 교수가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되물었다. 하지만 그녀가 무슨 말을 더 하기도 전에, 등 뒤에서 똑똑 문 두드리는 소리가 나더니, 스프라우트와 플리트윅, 그리고 슬러그혼이 방 안으로 줄지어 들어왔다. 제일 마지막으로 들어온 해그리드는 아직도 슬픔을 못 이겨 그 커다란 몸을 부들부들 떨면서 눈물을 멈추지 못하고 있었다.
“스네이프가!”
슬러그혼이 다짜고짜 소리를 질렀다. 그는 어느 누구보다도 커다란 충격을 받은 듯 하얗게 질린 얼굴로 진땀을 흘리고 있었다.
“스네이프 그놈이! 내가 그를 가르쳤었는데! 그 녀석을 속속들이 잘 알고 있다고 믿었건만!”
하지만 슬러그혼의 말에 누군가 대답을 할 겨를도 없이, 벽 위쪽에서 날카로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검은 머리카락을 짧게 이마 위로 드리운, 혈색이 나쁜 얼굴의 마법사 한 명이 텅 빈 액자 안으로 방금 걸어 들어온 것이었다.
“미네르바, 곧 장관님이 도착하실 거요. 방금 마법부에서 순간이동을 했으니까.”
“고마워요, 에버라드.”
맥고나걸 교수가 인사를 하고는 재빨리 교수들을 향해 몸을 돌렸다,
“장관님이 도착하시기 전에 호그와트에서 벌어진 일에 대해서 잠깐 말씀드리고 싶군요.”
맥고나걸 교수는 빠르게 말을 쏟아 냈다.
“개인적으로 저는 내년에도 학교가 문을 열 수 있을지 잘 모르겠습니다. 다름 아닌 우리 교직원 중 한 사람의 손에 교장 선생님이 목숨을 잃으셨다는 것은 호그와트의 역사에 치명적인 오점이 될 것입니다. 너무나 끔찍한 일이지요.”
“덤블도어 교수님은 학교가 계속 문을 열기를 바랄 거라고 나는 확신하오.”
스프라우트 교수가 말했다.
“만약 단 한 명의 학생이라도 학교에 나오길 원한다면, 그 학생을 위해서라도 학교는 계속 문을 열어야 한다는 게 내 생각이라오.”
“하지만 이런 일이 있었는데, 남으려는 학생이 어디 있겠소?”
슬러그혼은 비단 손수건으로 땀이 송골송골 맺힌 눈썹 부위를 연신 닦아 내며 말했다.
“학부형들은 차라리 아이들을 집에 머물게 하고 싶어 할 거요. 그렇다고 그들을 비난할 수는 없지요.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다른 곳에 있는 것보다 호그와트에 있는 게 훨씬 더 위험하다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어머니들도 그렇게 생각하리라고는 기대할 수 없소. 그들은 가족들이 다 함께 모여 있기를 원할 거요. 당연한 일이지.”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맥고나걸 교수가 말했다.
“어쨌든 덤블도어 교수님도 호그와트가 문을 닫는 경우를 전혀 염두에 두지 않았다고는 말할 수 없습니다. 비밀의 방이 다시 열렸을 때, 덤블도어 교수님께선 학교를 폐쇄하는 것까지 고려했었으니까요. 그리고 제가 보기에 덤블도어 교수님께서 살해당하신 일은 슬리데린의 괴물이 성의 내부를 제멋대로 돌아다니는 것보다 훨씬 더 끔찍한 일이니까요.”
“정부 관료들과 의논을 해 봐야 하오.”
플리트윅 교수가 끽끽거리는 작은 목소리로 의견을 냈다. 그의 이마에는 커다란 멍 자국이 나 있었지만, 그 밖에 스네이프의 사무실에서 쓰러진 일로 생긴 상처는 없는 것 같았다.
“우리는 정해진 절차를 따라야 하오. 섣불리 결정을 내려서는 안 된 단 말이오.”
“해그리드, 당신은 아무 말도 하지 않는군요.”
맥고나걸 교수가 물었다.
“당신 생각은 어떤가요? 호그와트가 계속 문을 열어야만 한다고 생각하나요?”
대화가 계속되는 동안에도 줄곧 커다란 점 무늬 손수건에 얼굴을 묻고 말없이 눈물만 흘리던 해그리드는 그제야 붉게 충혈되고 퉁퉁 부어오른 눈을 들고 쉰 목소리로 말했다.
“잘 모르겠습니다, 교수님……. 그거야 기숙사의 사감 선생님들과 교장 선생님께서 결정하실 문제지요…….”
“덤블도어 교수님께선 언제나 당신의 의견을 높이 사셨지요. 저도 마찬가지랍니다.”
맥고나걸 교수가 친절하게 말했다.
“글쎄요, 저는 여기 남을 겁니다.”
해그리드의 눈가에서 커다란 눈물방울이 뚝뚝 떨어지면서 헝클어진 수염 속으로 흘러 들어갔다.
“제 집은 이곳입니다. 제가 열세 살 때부터 저에게 이곳은 집이나 마찬가지였지요. 그리고 만약 저에게 배우길 원하는 아이들이 있다면, 전 가르칠 겁니다……. 하지만…… 잘 모르겠습니다……. 덤블도어 교수님이 안 계신 호그와트라니…….”
해그리드는 터져 나오는 울음을 애써 삼키며 또다시 손수건에 얼굴을 파묻었다. 잠시 동안 침묵이 흘렀다.
“잘 알겠어요.”
맥고나걸 교수가 창을 통해 교정을 힐끗 내다보며, 장관이 아직 도착하지 않았는지 확인하더니 다시 말을 이었다.
“필리우스의 의견대로 일단은 정부 관료들과 의논을 하는 게 마땅할 것 같군요. 그 사람들이 최종 결정을 내리겠지요. 그리고 학생들을 집으로 돌려보내는 문제에 대해서는…… 조만간 다시 회의를 할 것입니다. 혹시 필요할 경우에는 호그와트 급행열차가 내일 도착하도록 조치를 취해 놓을 수도 있습니다.”
“덤블도어 교수님의 장례식은 어떻게 하실 건가요?”
해리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질문을 던졌다.
“글쎄…….”
맥고나걸 교수의 거침없는 태도가 잠깐 흐트러지면서 목소리가 떨려 왔다.
“내…… 내가 알기론 덤블도어 교수님께서는 여기, 이 호그와트에 묻히길 원하셨다.”
“그렇다면 그렇게 해 드릴 거죠? 그렇죠?”
해리가 열의를 가지고 물었다.
“마법부에서 괜찮다고 한다면 말이다.”
맥고나걸 교수가 대답했다.
“다른 교장 선생님들은 단 한 분도 여기에 묻힌 적이…….”
“이 학교에 그토록 헌신하신 교장 선생님은 이제껏 단 한 분도 없었습니다.”
해그리드가 괄괄한 목소리로 말했다.
“호그와트는 덤블도어 교수님의 마지막 안식처가 되어야만 하오.”
플리트윅 교수도 동의했다.
“그렇고말고.”
스프라우트 교수도 맞장구를 쳤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장례식이 끝날 때까지 학생들을 집으로 돌려보내시면 안 돼요. 학생들도 작별…….”
마지막 말이 해리의 목에 걸려 나오지 않았다. 그러자 스프라우트 교수가 대신 말을 끝내 주었다.
“작별 인사를 하고 싶겠지.”
“지당한 말이다.”
플리트윅 교수가 목청을 높였다.
“지당한 말이고말고! 우리 학생들이라면 마땅히 그분께 조의를 표해야지. 그게 도리야. 그런 후에도 얼마든지 집으로 돌아갈 수단을 마련해 줄 수 있으니까.”
“찬성이오!”
스프라우트 교수가 큰 소리로 외쳤다.
“나는…… 좋소.”
슬러그혼 교수가 심란한 듯 말했다. 한편 해그리드는 울먹이는 바람에 숨이 막히는 듯한 소리로 간신히 찬성의 뜻을 표시했다.
“이제 오고 있습니다.”
맥고나걸 교수가 갑자기 교정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장관님 말입니다……. 보아하니 파견단을 데리고 온 것 같습니다.”
“전 그만 가 봐도 될까요, 교수님?”
해리가 재빨리 물었다. 오늘 같은 밤에 더 이상 루퍼스 스크림저를 만나거나 그에게 심문을 당하고 싶은 생각은 눈곱만큼도 없었던 것이다.
“그래, 가거라. 어서 빨리 가렴.”
맥고나걸 교수가 그렇게 하라고 말하고는 문 쪽으로 성큼성큼 걸어가더니 해리를 위해 문을 열어 주었다. 해리는 쏜살같이 나선형 계단을 뛰어 내려가서 아무도 없는 복도를 마구 달려갔다. 천문탑 위에 투명 망토를 내버려 두고 왔지만, 그런 것은 전혀 중요하지 않았다. 그가 복도를 달려가는 걸 지켜보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심지어 필치도, 노리스 부인도, 피브스도 없었다. 해리가 그리핀도르 휴게실로 들어가는 통로 앞에 도착할 때까지, 개미 한 마리 나타나지 않았다.
“그게 사실이니?”
그가 가까이 다가가자 뚱뚱한 여인이 속삭였다.
“그게 정말이니? 덤블도어 교수님께서…… 돌아가셨다는 게?”
“네.”
해리가 짤막하게 대답했다. 뚱뚱한 여인은 소리 내어 울부짖으며, 해리가 암호를 대지도 않았는데 문을 열고 그를 들여 보내 주었다.
해리가 예상했던 대로, 휴게실 안은 발 디딜 틈도 없이 만원이었다. 그가 초상화 구멍 밖으로 기어 나오자, 일순간 휴게실 안이 조용해졌다. 가까이에 있는 무리들 속에 딘과 시무스가 앉아 있는 것이 보였다. 그렇다면 침실은 텅 비어 있거나 거의 아무도 없다는 뜻이었다. 해리는 한 마디 말도 없이, 눈길 한 번 주지 않고 그대로 휴게실을 가로질러 남학생 침실로 들어가 버렸다.
기대했던 대로 그곳에서는 론이 기다리고 있었다. 론은 여전히 옷도 갈아입지 않은 채 침대 위에 앉아 있었다. 해리는 그의 침대에 털썩 주저앉았고, 두 사람은 한동안 아무 말 없이 서로를 쳐다보기만 했다.
“교수님들은 학교 문을 닫는 문제에 대해 의논하고 계셔.”
해리가 먼저 말을 꺼냈다.
“루핀 선생님이 그럴 거라고 말씀하시더라.”
론이 말했다.
또다시 침묵이 흘렀다.
“그런데…….”
론은 마치 가구들이 그들의 말을 엿들을지도 모른다는 듯이 아주 낮은 목소리로 살그머니 물어보았다.
“그걸 발견했니? 손에 넣었어? 호…… 호크룩스 말이야.”
해리가 힘없이 고개를 저었다. 그 검은 호수에서 일어났던 모든 일들이 이제는 아득한 악몽처럼 느껴졌다. 정말로 그런 일이 있었단 말인가……. 그것도 불과 몇 시간 전에…….
“손에 넣지 못했단 말이야?”
론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거기 없었던 거니?”
“없었어.”
해리가 대답했다.
“누군가 벌써 가져가 버리고, 그 자리엔 대신 가짜를 넣어 놓았어.”
“벌써 가져가 버렸다고?”
해리는 아무 말 없이 호주머니에서 가짜 로켓을 꺼내 뚜껑을 열고는 그것을 론에게 건네 주었다. 자세한 이야기는 나중에라도 할 수 있었다……. 오늘 밤에는 그런 건 전혀 중요하지 않았다……. 제일 마지막, 그들이 무의미하게 겪었던 모험의 끝, 바로 덤블도어의 죽음 이외에는 그 어떤 것도 중요하지 않았다.
“R.A.B.”
론이 중얼거렸다.
“이 사람이 누굴까?”
“몰라.”
해리는 옷을 입은 그대로 침대에 벌렁 누워서 멍하니 위쪽만 바라보았다. R.A.B.가 누구인지 전혀 궁금하지도 않았다. 과연 앞으로 또다시 뭔가에 대해 호기심을 느끼는 일이 있을지 그것조차 의문이었다. 그렇게 한동안 누워 있던 해리는 갑자기 바깥이 조용해졌다는 것을 깨달았다. 퍽스가 노래하는 걸 멈춘 것이었다.
그 순간 해리는 알아차렸다. 어떻게 알았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분명했다. 불사조가 떠난 것이다. 퍽스는 영원히 호그와트를 떠나 버렸다. 덤블도어가 학교를, 이 세상을, 그리고 해리의 곁을 떠난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