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6장 (133/194)

제6장

말포이의 행로

   해리는 다음 몇 주일 동안 버로우의 마당을 벗어난 적이 없었다. 그는 대부분의 시간을 과일나무가 있는 위즐리네 정원에서 2인조 퀴디치 시합을 하면서 보냈다(해리와 헤르미온느가 한편이 되고 론과 지니가 한편이 되었다. 헤르미온느는 실력이 형편없었고 지니는 훌륭한 편이었기 때문에, 그렇게 편을 가르면 꽤 팽팽한 시합이 되었다). 그리고 매일 저녁에는 위즐리 부인이 그의 앞에 차려 주는 모든 음식들을 세 그릇씩 먹어 치우곤 했다.

   이제는 거의 하루도 거르지 않고 《예언자 일보》에 실리는 실종, 원인 모를 사고, 심지어 사망에 대한 기사들만 아니었더라면 참으로 행복하고 평화로운 방학이 되었을 것이다. 때로는 신문에 기사가 실리기도 전에, 빌과 위즐리 씨가 집으로 돌아와 소식을 먼저 전해 주기도 했다.

   해리의 열여섯 번째 생일 축하 파티가 리무스 루핀이 가져온 끔찍한 소식들 때문에 엉망이 되어 버리자, 위즐리 부인은 몹시 속상해했다. 갈색 머리카락 사이사이로 흰 머리가 희끗희끗 보이고, 그 어느 때보다도 누덕누덕하고 다 떨어진 옷을 입은 루핀은 몹시 초췌하고 심각한 표정이었다.

   “또 다른 디멘터들의 공격이 있었어요.”

   위즐리 부인이 그에게 커다란 생일 케이크 한 조각을 건네는 순간, 루핀이 말했다.

   “북쪽에 있는 한 오두막집에서 이고르 카르카로프의 시체가 발견되었죠. 오두막집 위에는 어둠의 표식이 걸려 있었어요. 솔직히 그자가 죽음을 먹는 자들에게 등을 돌리고 나서 어떻게 1년이나 살아 있었는지 놀라울 뿐입니다. 시리우스의 동생 레귤러스는 제가 기억하는 한 겨우 며칠밖에 못 버텼는데 말이죠.”

   “그렇군요”

   위즐리 부인이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그거 말고 뭔가 다른 이야기를 하는 게 좋겠…….”

   “플로린 포트슈에 대한 소식은 들었어요, 리무스?”

   빌이 눈치 없이 물었다. 플뢰르는 옆에서 연신 그에게 포도주를 따라 주고 있었다.

   “그 사람 있잖아요…….”

   “다이애건 앨리에서 아이스크림 가게를 운영하던 사람 말인가요?”

   해리가 불쑥 끼어 들었다. 가슴 속 깊은 곳이 텅 비어 가는 듯한 불쾌한 느낌이 밀려들었다.

   “저에게 공짜로 아이스크림을 주시곤 하던 분인데, 그분에게 무슨 일이 생겼나요?”

   “그의 가게에 남은 흔적을 봐서는 끌려간 것 같아.”

   “왜요?”

   위즐리 부인이 빌을 한창 쩨려보고 있는데, 이번에는 론이 나섰다.

   “누가 알겠어? 어쩌다 그자들의 심기를 건드렸나 보지. 플로린은 좋은 사람이었는데.”

   “다이애건 앨리 이야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위즐리 씨가 한마디 거들었다.

   “올리밴더도 실종된 것 같아.”

   “그 지팡이 제작자 말인가요?”

   지니가 깜짝 놀라며 물었다.

   “그래, 바로 그 사람 말이야. 가게가 텅 비어 있어. 반항한 흔적도 없고, 그 사람이 제 발로 떠난 건지, 아니면 납치된 건지 알 수가 없군.”

   “그러면 지팡이는…… 이제 지팡이는 어디서 구하죠?”

   “다른 제작자들에게 부탁하면 되겠지.”

   루핀이 말했다.

   “하지만 올리밴더는 최고의 장인이었는데……. 만약 그런 사람이 저쪽 편으로 넘어갔다면, 우리에게도 별로 좋을 게 없을거야.”

   이렇게 다소 우울한 생일 다과 파티를 한 다음 날, 호그와트로부터 편지와 함께 책 목록이 도착했다. 해리의 편지에는 놀라운 소식이 들어 있었다. 그가 퀴디치 팀의 주장으로 선출되었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되면 넌 반장들과 똑 같은 지위를 가지게 되는 거야.”

   헤르미온느가 기뻐서 어쩔 줄 몰라 했다.

   “이제 너도 우리 반장들이 쓰는 특별 목욕탕이랑 그 밖의 것들을 다 쓸 수 있겠다!”

   “와우, 찰리가 이 배지를 달았을 대가 생각난다.”

   론은 신이 나서 배지를 이리저리 살펴보았다.

   “해리, 이거 정말 너무 멋지다. 네가 내 주장이 되다니. 물론 네가 나를 다시 팀에 넣어 준다면 말이야, 하하하!”

   “자, 이제 너희들이 책 목록까지 받았으니 더 이상 다이애건 앨리에 가는 일을 미룰 수가 없겠구나.”

   위즐리 부인이 론의 책 목록을 내려다보며 한숨을 푹 쉬었다.

   “네 아버지께서 또 일을 하러 나가시지만 않는다면, 이번 주 토요일에 가도록 하자꾸나. 어쨌든 난 그이 없이는 거기에 가지 않을 거야.”

   “엄마는 진짜로 그 사람이 플러리시와 블러트 서점의 책장 뒤에 숨어 있을 거라고 생각하시는 거예요?”

   론이 낄낄 웃으며 말했다.

   “그럼 포트슈와 올리밴더가 휴가라도 떠난 모양이로구나, 그렇지?”

   위즐리 부인이 즉시 발끈해서 반박했다.

   “혹시라도 너희들리 안전 문제를 한낱 웃음거리로 생각한다면, 여기 남아 있도록 해라. 내가 직접 너희들 물건을 사 가지고 올 테니…….”

   “아니요, 전 가고 싶어요. 프레드와 조지의 가게를 보고 싶단 말이에요!”

   론이 황급히 말했다.

   “그렇다면 지금 당장 정신 차려, 너희 젊은이들! 우리와 함께 가기에는 너희들리 너무 미성숙하다고 내가 결론을 내리기전에 말이야!”

   위즐리 부인이 화를 내며 시계를 홱 낚아챘다. 아홉 개의 시곗바늘 모두 여전히 ‘치명적인 위험’을 가리키고 있었다. 부인은 시계를 방금 세탁한 수건 더미 위에 쓰러지지 않게 올려놓았다.

   “그리고 그건 호그와트로 돌아가는 문제에도 똑같이 해당되는 거야!”

   론은 어머니가 세탁 바구니와 흔들거리는 시계를 번쩍 들고 폭풍처럼 사납게 쾅쾅거리며 방을 나가 버리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해리를 돌아보았다.

   “세상에…… 이제 이 집 안에서는 농담도 못하겠군…….”

   하지만 그 후 며칠 동안 론은 볼드모트에 대해 함부로 입을 놀리지 않으려고 조심했다. 마침내 더 이상 위즐리 부인이 분통을 터뜨리는 일 없이, 토요일 아침이 무사히 밝았다. 아침 식탁에 앉은 위즐리 부인은 몹시 긴장하고 있는 듯한 표정이었다. 플뢰르와 함께 집에서 지낼 예정인(헤르미온느와 지니에게는 크나큰 다행이었다) 빌이 식탁 너머로 해리에게 돈이 가득 담긴 가방을 건네주었다.

   “내 건 어디 있어?”

   론이 당장 두 눈을 휘둥그레 뜨고 물었다.

   “이건 원래 해리 돈이야, 이 멍청아.”

   빌이 말했다.

   “내거 너 대신 네 금고에서 돈을 꺼내 왔다, 해리. 요즘에는 말이야, 일반인들이 금화를 찾으려면 다섯 시간쯤 걸리거든. 도깨비들이 어찌나 철저하게 안전 조치를 강화했는지 몰라. 이틀 전에는 아르키 필팟이 거짓말 탐지기를 그의 거기다 찔러 넣고……. 어쨌든 날 믿어, 해리. 이러는 게 더 편하니까 말이야.”

   “고마워요, 빌.”

   해리는 금화를 호주머니에 넣었다.

   “……빌은 항상 생강이 기퍼.”

   플뢰르가 빌의 코를 쓰다듬으며 사랑스러운 듯이 아양을 떨었다. 지니는 플뢰르의 등 뒤에서 자신의 시리얼 그릇에 대고 토하는 시늉을 했다. 해리는 그만 콘플레이크가 목에 걸려 캑캑거렸다. 그러자 론이 그의 등을 탁탁 두드려 주었다.

   하늘이 구름으로 온통 뒤덮인 음산한 날이었다. 그들이 망토 자락을 여미며 집 밖으로 나오자, 마법부 소속의 특별 수송 차량 한 대가 현관 마당에서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해리는 이 차를 이미 한 번 타 본 적이 있었다.

   “아빠 덕분에 다시 이 차를 탈 수 있게 되니 좋군.”

   론이 느긋하게 기지개를 쫙 켜며 좋아했다. 자동차는 부드럽게 버로우를 출발하며 미끄러져 나갔다. 부엌 창가에서는 빌과 플뢰르가 서서 손을 흔들고 있었다. 론과 해리, 헤르미온느 그리고 지니는 모두 널찍한 뒷좌석에 넉넉하게 자리를 잡고 앉았다.

   “괜히 이런 데 맛 들이면 안 돼. 이건 전부 해리 때문이니까.”

   위즐리 씨가 뒤를 돌아보며 말했다. 위즐리 부인과 위즐리 씨는 마법부 소속 운전사와 함께 앞에 앉았다. 앞좌석은 거의 2인용 소파만큼이나 길게 늘어나 있었다.

   “해리는 지금 최고 등급 경호 대상이야. 리키 콜드런에서도 별도의 경호 팀과 합류를 할 거란다.”

   해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일개 대대의 오러들에게 둘러싸여 쇼핑을 할 생각을 하니 전혀 즐겁지가 않았다. 그는 배낭에 투명 망토를 쑤셔 넣어 가지고 왔다. 덤블도어가 괜찮다고 했으니, 마법부에서도 봐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지금 문득 생각해 보니, 마법부에서도 그의 망토에 대해 알고 있는지 의심스러웠다.

   “이제 다 왔습니다.”

   깜짝 놀랄 만큼 짧은 시간이 흐른 후에 운전사가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그는 채링 크로스가에서 천천치 속도를 늦추더니 리키 콜드런 앞에 차를 세웠다.

   “여기서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얼마나 걸리실 것 같습니까?”

   “두 시간 정도일 것 같소.”

   위즐리 씨가 대답했다.

   “아, 잘 됐어. 그가 여기 있었군!”

   해리가 위즐리 씨를 따라서 창밖을 내다보았다. 그 순간 심장이 쾅쾅 뛰었다. 가게 밖에서 대기하고 있는 오러들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그 대신 검은 수염을 기른, 거인 같은 루베우스 해그리드의 모습만이 보였다. 호그와트의 사냥터지기인 그는 비버 가죽으로 만든 긴 코트를 입은 채, 오고가는 머글들의 놀라워하는 시선에는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해리의 얼굴을 보며 환하게 웃고 있었다.

   “해리!”

   해그리드느 해리가 차 밖으로 걸어 나오자마자 덥석 끌어당겨 으스러지게 껴안으며 소리쳤다.

   “벅빅, 그러니까 내 말은 위더윙즈 말이야. 그래, 그 녀석을 봐야만 하는데, 해리. 탁 트인 곳으로 다시 돌아와서 얼마나 좋아하는지…….”

   “그 녀석이 좋아한다니 저도 좋아요.”

   해리가 갈비뼈를 문지르며 씩 웃었다

   “우리는 ‘경호 팀’ 이라는 게 해그리드인 줄은 몰랐어요!”

   “그래, 옛날이랑 똑같구나, 안 그러냐? 사실 마법부에서는 오러 한 부대를 보내고 싶어 했지. 근데 덤블도어 교수님께서 나더러 가 보라고 하셨단다.”

   해그리드는 뽐내듯이 말했다. 그리고 엄지손가락을 양쪽 호주머니에 찔러 넣은 채 가슴을 쫙 폈다.

   “그럼 어서 가자꾸나, 어, 몰리, 아서.......”

   리키 콜드런은 손님 하나 없이 텅 비어 있었다. 해리가 기억 하기로는 처음 있는 일이었다. 그 많던 옛날 패거리들 중에 오직 쪼글쪼글하고 이빨이 몽땅 다 빠져 버린 가게 주인 톰만이 남아 있었다. 그들이 가게로 들어서자, 톰은 기대에 찬 눈빛으로 그들을 쳐다보았다. 하지만 그가 미처 뭐라고 묻기도 전에, 해그리드가 거드름을 피우며 말했다.

   “오늘은 그냥 들린 걸세, 톰. 자네도 이해하겠지? 호그와트의 업무가 있어서 말이야.”

   톰은 우울하게 고개를 끄덕이더니 다시 유리잔을 닦기 시작했다. 해리와 헤르미온느, 해그리드, 그리고 위즐리 부부는 술 집 안을 통과해서 건물 뒤에 있는 황량한 작은 마당으로 나갔다. 그곳에는 쓰레기통들이 있었다. 해그리드가 분홍색 우산을 들어 벽에 붙은 어떤 벽돌을 톡톡 치니까 벽돌이 활짝 열리면서, 구불구불 이어진 자갈길로 들어가는 둥근 아치 통로가 나타났다. 입구로 걸어 들어간 그들은 걸음을 멈추고 주위를 돌아보았다.

   다이애건 앨리의 모습도 변해 있었다. 마법책과 마법약 재료들, 그리고 냄비들을 늘어놓고 전시하던 알록달록 빛나는 진열장들은 유리창에 대문짝만 하게 붙여 놓은 마법부의 공고문에 가려져 보이지 않았다. 칙칙한 자주색의 이 공고문들은 대부분 여름 내내 마법부에서 발송한 소책자에 실린 안전 지침 내용들을 크게 확대해서 실어 놓은 것이었다. 하지만 어떤 공고문에는 감옥에서 탈출한 것으로 알려진, 죽음을 먹는 자들의 움직이는 흑백 사진이 붙어 있었다. 벨라트릭스 레스트랭은 바로 코앞에 있는 약재상 문에 붙어서 야비한 웃음을 흘리고 있었다. 몇몇 가게의 유리창들은 판자로 막아 놓았는데, 그 중에는 플로린 포트슈의 아이스크림 가게도 있었다. 한편 길거리에는 지저분하고 허름한 노점들이 우후죽순처럼 수없이 생겨나 있었다. 제일 가까이 있는, 플러러시와 블러트 서점 밖에 세워진 한 노점은 더러운 줄무뉘 차양 아래에 마분지로 만든 이런 간판을 보란 듯이 내걸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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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고 남루하고 왜소한 마법사가 사슬에 매달린 은 장신구를 한 아름 집어 들고 지나가는 행인들을 향해 쨍그랑쨍그랑 흔들어 보이고 있었다.

   “꼬마 아가씨를 위해 하나 사시지요, 부인?”

   그들이 옆을 지나자, 상인은 지니에게 추파를 던지며 위즐리 부인을 향해 소리쳤다.

   “저 어여쁜 목을 지켜 줄 텐데요?”

   “내가 지금 근무 중이었다면…….

   위즐리 씨가 부적 상인을 사납게 노려보며 중얼거렸다.

   “그래요. 하지만 지금은 아무도 체포하지 마세요, 여보. 우린 지금 바쁘다고요.”

   위즐리 부인이 초조하게 사야 할 물건들의 목록을 살펴보며 남편을 재촉했다.

   “아무래도 말킨 부인의 가게에 제일 먼저 들르는 게 좋겠어요. 헤르미온느가 새 옷을 사고 싶어 하니까요. 게다가 론도 교복 망토가 너무 짧아서 발목이 다 보여요. 그리고 해리, 너도 새 교복을 사야겠다. 그동안 키가 훌쩍 자랐어……. 자, 그럼 모두들…….”

   “몰리, 우리가 전부 말킨 부인의 가게로 몰려가는 건 말이 안 되는 짓이오.”

   위즐리 씨가 반대했다.

   “이 세 사람은 해그리드와 함께 가고, 우리는 플러리시와 블러트 서점으로 가서 아이들 책을 사는 게 어떻겠소?”

   “난 잘 모르겠어요.”

   위즐리 부인이 걱정스런 표정으로 말했다. 흩어지지 않고 다 함께 다니고 싶은 마음과 쇼핑을 빨리 끝내고 싶은 마음 사이에서 갈등하는 것이 분명했다.

   “해그리드, 당신은 어떻게 생각……?”

   “염려 붙들어 매시라니까. 애들은 나랑 있으면 아무 문제 없소, 몰리.”

   해그리드가 쓰레기통 뚜껑만큼이나 큼지막한 손을 휘휘 내저으며 장담했다. 위즐리 부인은 그다지 썩 미답지 않은 표정이었지만, 결국 따로따로 다니는 것을 허락했다. 그리고 지니와 남편과 함께 플러리시와 블러트 서점을 향해 총총히 사라졌다. 한편 해리와 론, 헤르미온느, 그리고 해그리드는 말킨 부인의 가게로 출발했다.

   해리는 옆을 지나가는 많은 사람들이 위즐리 부인처럼 뭔가에 쫓기는 듯이 불안한 표정을 짓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잠시 걸음을 멈추고 이야기를 나누거나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물건을 사러 나온 사람들은 자기들끼리 무리를 지어 꼭 붙어 다니면서 자신들의 볼일에만 열중했다. 혼자 쇼핑을 다니는 사람은 한 명도 없는 것 같았다.

   “우리 모두 들어가면 가게가 미어터질지도 몰라.”

   해그리드가 말킨 부인의 가게 밖에서 걸음을 멈추더니, 허리를 숙이고 유리창 너머로 안을 들여다보았다.

   “내가 밖에서 망을 보고 있으마, 알았지?”

   해리와 론, 헤르미온느는 좁은 가게 안으로 다 함께 들어갔다. 처음에는 가게 안이 텅 비어 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등 뒤에서 가게 문이 휙 닫히자마자, 초록색과 파란색 반짝이가 달린 망토들이 걸려 있는 옷걸이 뒤에서 어디서 많이 듣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엄마는 아직도 모르시는 모양인데, 난 이제 어린애가 아니라니까요. 혼자서도 얼마든지 쇼핑할 수 있다고요.”

   뒤이어 혀를 차는 소리가 나더니, 또 다른 목소리가 들렸다. 해리는 이 가게의 주인인 말킨 부인의 목소리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자, 얘야, 네 어머니 말씀이 맞아요. 요즘엔 아무도 이 근방을 혼자 돌아다니지 않아. 그건 나이가 어린 것과는 아무 상관이 없는 일이란다…….”

   “핀을 어디다 꼽고 있는지나 제대로 보세요!”

   창백하고 갸름한 얼굴에 금발 머리를 한 10대 소년이 옷걸이 뒤에서 나타났다. 그는 짙은 초록색의 멋진 망토 한 벌을 걸치고 있었는데, 소맷단과 밑단에는 옷핀이 잔뜩 꽃혀 있었다. 그는 거울 앞으로 성큼성큼 걸어가더니 옷 입은 모양새를 이리저리 비추어 보았다. 하지만 금방 어깨 너머로 거울에 비친 해리와 론, 헤르미온느를 발견했다. 그는 회색빛 눈을 가늘게 떴다.

   “엄마, 이게 무슨 냄새인지 궁금해하고 계실까 봐 알려 드리는데요, 지금 방금 머글 태생 한 명이 들어왔어요.”

   드레이코 말포이가 말했다.

   “내 생각에는 꼭 그런 말을 써야 할 필요는 없을 것 같구나!”

   말킨 부인이 언성을 높이며 줄자와 지팡이를 손에든 채 옷걸이 뒤에서 황급히 달려 나왔다. 그러고는 문 쪽을 한 번 힐끗 보더니 다급하게 한마디 덧붙였다.

   “게다가 내 가게에서 지팡이를 뽑는 일이 생기는 건 원치 않는단다!”

   해리와 론이 동시에 말포이를 향해 지팡이를 겨누고 서 있었던 것이다.

   두 사람 보다 약간 뒤쪽에 서있던 헤르미온느가 속삭였다.

   “안 돼, 하지마. 정말이야. 그럴 가치도 없어…….”

   “그래, 너희들은 학교 밖에서 마법을 쓸 배짱도 없는 녀식들이지.”

   말포이가 빈정거렸다.

   “그런데 네 눈은 누가 그렇게 시퍼렇게 멍들여 놨냐, 헤르미온느? 그 사람에게 꽃이라도 보내고 싶은걸.”

   “이제 그만 해라!”

   말킨 부인이 날카롭게 소리치더니 뒤를 돌아보며 도움을 요청했다.

   “부인…… 죄송하지만 여기 좀 보세요…….”

   나시사 말포이가 옷걸이 뒤에서 거만하게 걸어 나왔다.

   “그 지팡이 치우지 못해.”

   나시사 말포이는 차갑게 해리와 론에게 명령했다.

   “만약 또다시 내 아들을 공격한다면 내 장담하건대, 그것이 너희들의 마지막인 줄 알아라.”

   “정말인가요?”

   해리가 한 걸음 앞으로 걸어 나오더니 태연자약하고 거만한 그 얼굴을 똑바로 노려보았다. 그녀의 얼굴은 시체처럼 창백한데도 불구하고 언니와 무척 닮아 보였다. 이제 해리는 거의 그녀와 맞먹을 정도로 키가 컸다.

   “어디 죽음을 먹는 자들을 몇 명 불러다가 우리를 죽여 보시죠?”

   갑자기 말킨 부인이 가슴을 움켜쥐면서 날카롭게 비명을 질렀다.

   “함부로 비난하면 안 된다. 그렇게 위험한 말을 하다니……. 제발 지팡이를 쫌 치워라!”

   하지만 해리는 지팡이를 낮추지 않았다. 나시사 말포이는 불쾌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덤블도어의 총애를 받더니 무서운 게 없는 모양이군, 해리 포터. 하지만 덤블도어가 항상 널 따라다니며 지켜 주는 건 아니란다.”

   해리는 가소롭다는 듯이 가게 안을 빙 둘러보았다.

   “와우…… 이것 좀 봐……. 덤블도어가 지금 여기 없잖아! 그러니 한번 해 보시죠? 사람들이 아즈카반에서 당신의 전과자 남편과 함께 쓸 수 있는 2인용 감방을 마련해 줄 텐데 말이에요.”

   말포이는 화가 나서 해리를 향해 덤벼들려고 하다가, 그만 길게 끌리는 망토 자락에 발이 걸리고 말았다. 론이 큰 소리로 깔깔거리며 웃었다.

   “우리 엄마에게 감히 그런 식으로 말하지 마, 포터!”

   말포이가 이를 갈았다.

   “괜찮다, 드레이코.”

   나시사가 가늘고 하얀 손으로 말포이의 어깨를 붙잡으며 아들을 말렸다.

   “내가 루시우스와 다시 만나기 전에, 포터가 먼저 친애하는 시리우스와 재회를 하게 될 테니까.”

   해리가 지팡이를 더 높이 치켜 들었다.

   “해리, 안 돼!”

   헤르미온느가 신음 소리를 내며 해리의 팔을 붙잡았다. 그리고 팔을 옆구리 쪽으로 끌어내리려고 애를 썼다.

   “생각해 봐....... 이러면 안 돼……. 문제를 일으키게 될 거야.......”

   말킨 부인은 한동안 그 자리에서 안절부절못하고 있다가, 더 이상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면서,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듯이 행동하기로 마음을 먹은 것 같았다. 부인은 아직도 해리를 무섭게 노려 보고 있는 말포이를 향해 허리를 숙이며 말했다.

   “내 생각에는 이 왼쪽 소맷단을 조금 더 올려야 할 것 같구나. 어디 잠깐만…….”

   “아야!”

   말포이가 부인의 손을 탁 치면서 버럭 소리를 질렀다.

   “도대체 핀을 어디에다가 찌르고 있는지 잘 봐야 할 것 아니에요! 엄마...... 나는 더 이상 이런 건 입고 싶지 않아요…….”

   말포이는 머리 위로 망토를 벗어서 말킨 부인의 발밑에 내동댕이쳤다.

   “네 말이 맞구나, 드레이코.”

   나시사는 경멸에 가득 찬 시선으로 헤르미온느를 한 번 힐끗 돌아보더니 말했다.

   “이제 보니 여긴 천박한 것들이나 물건을 사는 곳이로구나……. 우린 트윌핏트 앤 태팅즈에 가서 옷을 맞추는 게 좋겠다.”

   이 말을 남기고 두 사람은 가게를 횅하니 나가 버렸다 말포이는 나가는 길에 일부러 론과 최대한 몸을 부딪쳤다. 

   “이거야, 정말!”

   말킨 부인이 한탄을 하며 땅에 떨어진 망토를 휙 집에 올렸다. 그리고 마치 진공청소기처럼 지팡이 끝을 망토 위에 대고 왔다 갔다 하니까 옷에 묻은 먼지가 싹 사라졌다. 

   잠시 후에 말킨 부인은 론과 해리의 새 망토를 맞추는 데 온통 정신이 팔려 있었다. 그리고 어떻게든 헤르미온느에게 마녀의 망토 대신 일반용 정장 망토를 팔려고 노력했다. 마침내 가게를 나서는 세 사람에게 잘 가라는 인사를 하게 되었을 때, 부인의 얼굴에는 떠나는 그들의 뒷모습을 보게 되어 다행이라는 기색이 역력했다.

   “다 샀냐?”

   세 사람이 다시 그의 옆에 와서 서자, 해그리드가 명랑하게 물었다.

   “거의 다요.”

   해리가 대답했다.

   “말포이네 가족 보셨어요?”

   “그래.”

   해그리드는 전혀 개의치 않는 표정이었다.

   “아무리 그자들이라 해도 다이애건 앨리 한복판에서 말썽을 일으키진 못할 거야, 해리. 걱정할 것 없어.”

   해리와 론, 헤르미온느는 서로 얼굴을 마주 보았다. 하지만 해그리드의 그 태평스런 착각을 미처 깨우쳐 줄 틈도 없이, 위즐리 부부와 지니가 나타났다. 그들은 모두 무거운 책을 한 보따리씩 들고 있었다.

   “다들 무사하지?”

   위즐리 부인이 물었다.

   “망토는 샀니? 그럼 됐다. 프레드와 조지네 가게로 가는 길에 약재상이랑 이이롭스 부엉이 백화점에 잠깐 들를 수 있겠구나. 자, 이제 꼭 붙어 다니자.”

   해리와 론은 더 이상 마법약 수업을 듣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에, 약재상에서는 아무 재료도 사지 않았다. 하지만 이이롭스 부엉이 백화점에서는 헤드위그와 피그위존을 위해서 부엉이 먹이용 나무 열매를 커다란 상자로 몇 개나 샀다. 그리고 나서 1분마다 시계를 들여다보는 위즐리 부인과 함께, 프레드와 조지가 운영하는 장난감 가게인 위즐리 형제의 신기한 장난감 가게를 찾아서 거리를 한참 내려갔다.

   “별로 오래 있을 순 없단다.”

   위즐리 부인이 잔소리를 늘어놓았다.

   “재빨리 한 바퀴 둘러보기만 하고 다시 차로 돌아가야 해. 이제 다 온 건 같은데……. 92번지…… 94번지…….”

   “우와!”

   론이 걸음을 멈추고 탄성을 질렀다. 입구에 공고문이 덕지덕지 붙어 있는 주변의 평범한 다른 가게들과는 달리, 프레드와 조지의 가게 진열장은 마치 화려한 불꽃놀이를 펼쳐 보이는 것처럼 눈에 확 들어왔다. 지나가던 행인들도 그들의 어깨너머로 진열장을 둘러보고 지나갔다. 몇몇 사람들은 아예 넋 나간 표정으로 걸음을 멈춘 채 움직일 줄을 몰랐다. 왼쪽 진열장에는 빙글빙글 돌아가고, 팡팡 튀어나오고 번쩍번쩍 빛나고, 방방 뛰고, 꺅꺅 비명을 지르는 온갖 물건들이 가득 차 있어서 눈이 뱅뱅 돌 지경이었다. 해리는 그저 바라보기만 해도 눈에 눈물이 고였다. 오른쪽 진열장에는 마법부의 공고문과 비슷한 자주색의 거대한 포스터가 붙어 있었는데, 거기에는 번쩍거리는 노란색 글씨로 이렇게 크게 씌어져 있었다.

왜 그 사람에 대해서 걱정하십니까?

이걸 걱정하십시오.

이 나라의 꽉 막힌 속을 뚫어 줄

대변-자가없는것을!

   해리는 킬킬거리며 웃기 시작했다. 문득 등 뒤에서 나지막한 신음 소리 비슷한 것이 들려서 뒤를 돌아보니, 위즐리 부인이 할 말을 잃은 듯 망연자실한 채 포스터를 바라보고 있었다. 부인의 입술은 소리 없이 ‘대변-자’ 라고 씌어 있는 부분을 읽고 있었다.

   “쟤네 저러다가 자다가 목숨을 잃고 말 거야!”

   부인이 중얼거렸다.

   “절대 그럴 일 없어요!”

   해리와 마찬가지로 큰 소리로 웃고 있던 론이 말했다.

   “정말 멋진걸요!”

   론과 해리는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가게 안에는 손님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해리는 진열대에 가까이 다가갈 수도 없었다. 그는 주변을 둘러보고 천장까지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상자들을 올려다보았다. 이쪽에는 이 쌍둥이 형제가 호그와트에서 결국 중도하차하고 만 마지막 학기에 완성시킨 꾀병용 과자세트가 있었다. 해리는 코피 누가가 가장 인기가 있다는 걸 금방 알 수 있었다. 선반에 찌그러진 상자 하나만 달랑 남아 있었던 것이다. 속임수 지팡이가 가득 든 통들도 있었는데, 흔들면 단순히 고무 닭이나 짧은 팬티로 변하는 제일 싸구려에서부터, 잠깐 방심한 지팡이 주인의 머리와 목 주위를 마구 두들겨 패는 제일 비싼 것에 이르기까지 종류가 아주 다양했다. 그리고 자동으로 잉크를 채워 주거나 맞춤법을 확인 하거나 정답을 알려 주는 다양한 기능이 있는 깃펜 상자들도 있었다.

   사람들 사이로 약간 틈이 나자, 해리는 그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 계산대 쪽으로 갔다. 그곳에서는 열 살쯤 되어 보이는 애들 몇몇이 잔뜩 신이 나서 재잘거리며, 조그만 나무 인형이 진짜 교수대를 향해 천천히 계단을 올라가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교수대가 놓인 상자 위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재 사용 가능한 사형수-주문을 걸어주세요. 안 그럼 죽어요!’

   “특허 받은 백일몽 마술…….”

   헤르미온느는 계산대 옆에 있는 커다란 진열장 앞까지 간신히 사람들 사이를 뚫고 들어가서 잘생긴 청년과 황홀해서 졸도 직전인 아가씨가 해적선 갑판 위에 서있는 고감도 컬러 사진이 붙어 있는 상자 뒷면의 상품 정보를 읽고 있는 중이었다.

   “간단한 한 가지 주문만으로, 최고 화질의 대단히 실감나는 30분짜리 백일몽에 빠져 보십시오. 웬만한 학교 수업 시간에도 손쉽게 사용 가능하며 사실상 들킬 염려가 없습니다(부작용으로 멍한 표정과 약간의 침이 흐를 수 있음). 16세 이하 판매 금지라…… 이봐.”

   헤르미온느가 해리를 쳐다보며 말했다.

   “이거 정말 이상한 마법이다.”

   “헤르미온느, 그거 공짜로 하나 줄게.”

   그들의 등 뒤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프레드가 씩 웃으며 그들 앞에 서 있었다. 그는 불타는 듯한 빨간색 머리와 정말로 어울리지 않는 진홍색 망토를 입고 있었다.

   “잘 지냈니, 해리?”

   그들은 악수를 나누었다.

   “눈은 왜 그런거니, 헤르미온느?”

   “두 사람이 만든 주먹 망원경 때문이야.”

   “오, 빌어먹을. 그걸 까맣게 잊고 있었네.”

   프레드가 말했다.

   “자, 여기…….”

   프레드는 호주머니에서 튜브 하나를 꺼내더니 헤르미온느에게 건네주었다. 그녀가 조심스럽게 튜브 뚜껑을 돌리자 끈끈한 노란색 연고가 나왔다.

   “그 위에 살살 발라. 그러면 한 시간 이내에 멍이 사라질 거야.”

   프레드가 설명했다.

   “우리는 쓸 만한 멍 자국 제거제를 찾아야만 했어. 우리 제품들은 거의 대부분 우리가 직접 시험을 해 보거든.”

   헤르미온느는 그래도 불안한 눈치였다.

   “이거 안전할까?”

   헤르미온느는 다짐을 받으려고 했다.

   “물론이지.”

   프레드가 쾌활하게 말했다.

   “이리 와, 해리. 내가 구경시켜 줄게.”

   해리는 검게 멍든 눈두덩에 연고를 바르고 있는 헤르미온느를 남겨 둔 채, 프레드의 뒤를 따라서 가게 뒤편으로 갔다. 그곳에는 마술 카드와 마술 끈이 놓인 진열대가 있었다.

   “머글들의 마술 도구들이야!”

   프레드가 그것들을 손으로 가리키며 좋아했다.

   “우리 아빠처럼 머글들 물건을 좋아하는 괴짜들을 위해서 준비했지. 뭐 크게 이윤이 남는 물건들은 아니지만, 우리 사업이 꽤 안정된 데다가 나름대로 상당히 기발한 면도 있고 해서 말이야……. 아, 저기 조지가 있다…….”

   프레드의 쌍둥이 형제가 해리와 반갑게 악수를 나누었다.

   “구경시켜 주고 있구나? 해리, 이 뒤로 와 봐. 우리가 진짜 돈이 될 만한 물건을 만들었어. ……야, 호주머니에 슬쩍하기만 해 봐, 물건값보다 몇 배 더 비싼 대가를 치르게 해 줄 테니까!”

   갑자기 조지가 한 꼬마 남자 애에게 경고를 했다. 그러자 아이는 황급히 ‘먹을 수 있는 어둠의 표식-누구든 아프게 만들 수 있습니다!’ 라는 상표 딱지가 붙은 통에서 손을 뗐다.

   조지가 머글들의 마술 도구 옆에 드리워진 커튼을 뒤로 젖히자, 더 어둡고 사람들도 더 작은 방이 나타났다. 그곳 진열대 위에 줄지어 놓여 있는 상품들의 포장은 좀 더 점잖았다.

   “우리는 바로 얼마 전에 보다 진지한 상품들을 개발했어. 정말 웃기는 일이야…….”

   프레드가 말했다.

   “어지간한 방어 마법도 할 줄 모르는 마법사들이 얼마나 많은지 믿을 수 없을 정도야. 심지어 마법부에서 일하는 사람들까지 말이야. 물론 그들에게는 그걸 가르쳐 줄 너 같은 사람이 없었지, 해리.”

   조지가 말했다.

   “맞아……. 그래, 너도 알다시피 우리는 방어 모자를 약간 웃기는 장난 정도로만 생각했잖아. 이 모자를 쓰고 나서 친구에게 저주를 걸어 보라고 시비를 걸고 난 다음에, 저주가 그냥 튕겨져 나갔을 때 그 친구의 표정을 보는 재미 말이야. 그런데 마법부에서는 전체 직원들을 위해서 그 방어 모자를 오백 개나 구입했어. 그리고 아직도 대량 주문이 밀려 들어오고 있단 말이야!”

   “그래서 우리는 방어 망토, 방어 장갑…… 등등으로 제품 영역을 확장했어.”

   “솔직히 용서받지 못할 저주들에는 거의 도움이 안 돼. 하지만 보통 저주들이나 주문의 효과를 완화시키는 소도구로는 괜찮아…….”

   “그래서 우리는 어둠의 마법 방어술 전체 영역에 뛰어들기로 했지. 왜냐하면 그게 바로 황금 알을 낳는 거위거든.”

   조지가 침을 튀겨 가며 설명을 계속했다.

   “정말 굉장해. 이거 봐, 즉석 암흑 가루인데, 페루에서 수입했어. 재빨리 도망치고 싶을 때 아주 유용해.”

   “저기 봐, 우리의 위장용 폭음탄들이 선반에서 걸어 내려오고 있군.”

   프레드가 기묘하게 생긴 원뿔 모양의 검은색 물체들을 가리켰다. 그것들은 진짜로 종종걸음을 치며 눈앞에서 달아나려고 하고 있었다.

   “이거 하나만 몰래 떨어뜨리면, 저것들이 보이지 않는 곳으로 달아나서 엄청나게 큰 폭발음을 내거든. 그러면 필요할 때, 사람들의 주의를 다른 데로 돌릴 수 있지.”

   “쓸 만하겠는걸.”

   해리가 감탄하며 말했다.

   “여기 있어.”

   조지가 두 개를 잡아서 해리에게 던져 주었다.

   그때 짧은 금발 머리를 한 젊은 마녀가 커튼 사이로 얼굴을 쑥 내밀었다. 해리는 그 마녀 역시 진홍색의 직원 망토를 입고 있는 것을 보았다.

   “장난감 냄비를 찾는 고객 한 분이 계십니다, 위즐리 씨, 그리고 또 위즐리 씨.”

   마녀가 말했다. 해리는 프레드와 조지를 ‘위즐리 씨’라고 부르는 소리를 듣자 기분이 이상했다. 하지만 두 사람은 이런 호칭을 태연하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알겠어, 베리티. 내가 가지.”

   조지가 즉시 대답했다.

   “해리, 갖고 싶은 게 있으면 뭐든지 가져, 알았지? 무조건 공짜야.”

   “그럴 수는 없어!”

   해리는 이미 위장용 폭음탄의 값을 지불하기 위해서 돈주머니를 꺼내 놓고 있었다.

   “이 가게에서 넌 돈을 낼 필요가 없어.”

   프레드가 해리의 금화를 도로 밀어내며 단호하게 말했다.

   “하지만…….”

   “네가 우리 사업 밑천을 대 주었다는 사실을 어떻게 잊을 수 있겠니.”

   조지가 진지하게 말했다.

   “마음에 드는 건 뭐든지 가져도 좋아. 다만 사람들이 물으면, 그 물건이 어디서 났는지 꼭 말해 주어야 해.”

   조지는 손님들을 도와주기 위해서 커튼 밖으로 나갔다. 프레드와 해리는 다시 가게의 중앙부로 나가서 아직도 특허 받은 백일몽 마술을 들여다보고 있는 헤르미온느와 지니를 찾았다. 

   “너희들 아직도 우리 가게의 특별 상품인 ‘얼짱 마녀’ 제품을 보지 못했니?”

   프레드가 물었다.

   “자, 저를 따라오십시오, 숙녀 분들…….”

   진열장 근처에 꽃분홍색 제품들이 놓여 있었고, 그 주위에는 잔뜩 흥분한 여학생들이 우르르 몰려서서 정신없이 깔깔거리고 있었다. 헤르미온느와 지니는 경계하는 눈빛으로 한 걸음 물러섰다.

   “여깁니다.”

   프레드가 자랑스럽게 말했다.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는 최고 품질의 사랑의 묘약 등장이오.”

   지니는 의심스러운 듯이 눈썹을 치켜떴다.

   “효과가 있어?”

   지니가 물었다.

   “당연히 효과가 있지. 한 번 먹으면 24시간 동안 약효가 지속된다고. 물론 당사자인 남학생의 몸무게에 따라 달라지기는 하지만…….”

   “그리고 여학생의 매력 정도에 따라서도…….”

   조지가 갑자기 그들 옆에 불쑥 나타나서 말했다.

   “하지만 우리 여동생에게는 팔지 않을 거야.”

   갑자기 엄한 표정을 지으면서 조지가 덧붙였다.

   “그 여동생이 이미 다섯 명이나 되는 남학생들을 연달아 사귀고 있을 땐 말이지. 우리가 듣기론…….”

   “론 오빠한테 무슨 말을 들었는지 모르지만, 다 새빨간 거짓말이야.”

   지니가 차분히 반박하며 몸을 앞으로 숙이더니 진열대에서 작은 분홍색 단지를 집어 들었다.

   “이건 뭐야?”

   “10초 안에 뾰루지를 제거할 수 있는 제품이지.”

   프레드가 말했다.

   “종기에서부터 여드름에 이르기까지 모든 증세에 탁월한 효과가 있어. 하지만 하던 얘기는 마저 해야지. 네가 요즘 딘 토마스라는 남학생과 데이트하고 있다는 게 사실이니?”

   “그래, 사실이야.”

   지니가 대답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내가 그 아일 만났을 땐, 걔는 분명 남학생 한 명이었어. 다섯 명이 아니고. 그런데 이건 또 뭐야?”

   지니는 분홍색과 보라색으로 물든 솜뭉치 같은 것들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그것들은 새장 바닥을 굴러다니면서 날카로운 울음소리를 내고 있었다.

   “피그미 퍼프야. 일종의 소형 분첩인데, 아직 충분히 키우지는 못했어. 그럼 마이클 코너는 어떻게 됐어?”

   “내가 차 버렸어, 걘 짜증나.”

   지니는 새장 사이로 손가락을 집어넣은 채, 피그미 퍼프 떼가 손가락 주위로 몰려오는 것을 지켜보았다.

   “정말 귀엽다!”

   “그래, 정말 꼭 안아 주고 싶지?”

   프레드가 동의했다.

   “하지만 너, 남자친구들을 너무 빨리 바꾸는 거 아니냐, 안 그래?”

   지니는 옆구리에 손을 올려놓은 채, 휙 돌아서서 프레드를 바라보았다. 그 노려보는 표정이 어찌나 위즐리 부인과 똑같던지, 해리는 프레드가 움찔하지 않는 것이 놀라울 정도였다.

   “그건 오빠가 상관할 일이 아니야. 그리고 론 오빠는 앞으로 말이야…….”

   지니는 지금 막 물건들을 잔뜩 끌어안고 조지의 옆에 나타난 론에게 성난 목소리로 덧붙여 말했다.

   “나에 대해서 이 두 사람에게 아무 말도 하지 말아 줘!”

   “3갈레온 9시클 1크넛이다.”

   프레드가 론의 팔 안에 든 수많은 상자들을 이리저리 살펴보더니 말했다.

   “돈 내놔.”

   “난 형들의 동생이라고!”

   “네가 슬쩍하려고 하는 그것들은 바로 우리 가게 물건이지. 3갈레온 9시클. 1크넛은 깍아 줄게.”

   “하지만 난 3갈레온 9시클이 없어!”

   “그럼 물건들을 다시 갖다 놓는 게 좋겠다. 반드시 제자리에 갖다 놓아야 한다는 걸 명심해.”

   론은 우르르 상자들을 떨어뜨리더니 프레드에게 손가락질을 하며 험한 말을 퍼부었다. 그러다가 운이 없게도 때맞춰 그 자리에 나타난 위즐리 부인에게 들키고 말았다.

   “또다시 네가 그런 짓을 하는 걸 보면, 네 손가락에 주문을 걸어 버릴 게다.”

   부인이 매섭게 말했다.

   “엄마, 나 피그미 퍼프 하나만 사면 안 돼요?”

   지니가 얼른 물었다.

   “뭐라고?”

   위즐리 부인이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되물었다.

   “저걸 좀 보세요. 너무 귀엽잖아요…….”

   위즐리 부인이 피그미 퍼프를 보려고 옆으로 비켜섰다. 그순간 해리와 론, 헤르미온느에게 창밖의 시야가 고스란히 들어왔다. 드레이코 말포이가 혼자서 바쁘게 거리를 걸어가고 있었다. 그는 위즐리 형제의 신기한 장난감 가게 앞을 지나면서, 어깨 너머로 뒤를 한 번 돌아보더니 창문에서 보이지 않는 어디론가로 곧 사라져 버렸다.

   “녀석의 엄마는 어디 갔지?”

   해리가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몸을 보아하니 몰래 빠져나온 모양인데.”

   론이 말했다.

   “하지만 왜?”

   헤르미온느가 물었다.

   해리는 깊은 생각에 빠져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나시사 말포이는 절대로 금쪽같은 아들이 눈앞에서 쉽게 사라지게 내버려 둘 사람이 아니었다. 말포이는 갖은 수를 다 써서 엄마의 손아귀에서 빠져나온 것이 분명했다.

   말포이를 누구보다도 잘 알고 누구보다도 싫어하는 해리는, 틀림없이 불순한 이유가 있을 거라고 확신했다.

   해리는 주위를 살펴보았다. 위즐리 부인과 지니는 허리를 숙인 채 피그미 퍼프들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위즐리 씨는 머글들의 속임수 마술 카드를 살펴보느라 장신이 없었다. 프레드와 조지는 모두 다 손님들을 상대하고 있었다. 유리창 밖에서는 해그리드가 그들에게서 등을 돌린 채, 이쪽저쪽 길을 살펴보고 있었다.

   “어서 이 밑으로 들어와, 빨리.”

   해리가 가방에서 투명 망토를 꺼내며 말했다.

   “오, 글쎄, 이래도 되는 건지 난 잘 모르겠어, 해리.”

   헤르미온느가 위즐리 부인을 쳐다보며 망설였다.

   “어서!”

   론이 재촉했다.

   헤르미온느는 잠시 주저하더니 해리와 론과 함께 망토 밑으로 들어갔다. 아무도 그들이 사라지는 것을 눈치 채지 못했다. 다들 프레드와 조지의 물건에 정신이 팔려 있었던 것이다. 해리와 론, 헤르미온느는 최대한 서둘러서 가게 밖으로 빠져 나갔다. 하지만 그들이 거리로 나섰을 때에는, 그들이 가게에서 감쪽같이 사라진 것처럼 말포이 역시 완전히 사라지고 없었다.

   “이쪽 방향으로 가고 있었어.”

   해리가 콧노래를 흥얼거리고 있는 해그리드가 듣지 못하도록 최대한 목소리를 낮추며 속삭였다.

   “어서.”

   그들은 가게 창문과 입구 너머를 왼쪽 오른쪽으로 연신 살피면서 종종걸음으로 달려갔다. 마침내 ㅎ르미온느가 저 앞을 가리켰다.

   “저기 말포이 아니야? 왼쪽으로 돌고 있는 사람?”

   헤르미온느가 속삭였다.

   “놀라서 기절하겠군.”

   론이 중얼거렸다.

   왜냐하면 말포이가 주위를 한 번 살펴보더니 녹턴 앨리 안으로 슬쩍 들어가 버렸기 때문이었다.

   “서둘러. 안 그러면 놓치겠어.”

   해리가 걸음을 빨리하며 말했다.

   “이러다가 우리 발이 보이겠어!”

   망토 자락이 발목 근처에서 약간 펄럭거리자, 헤르미온느가 걱정을 했다. 요즘 들어서 세 명이 다 함께 투명 망토 속에 숨는 일이 부쩍 어려워진 건 사실이었다.

   “상관없어. 그냥 빨리 가!”

   해리가 초조하게 말했다.

   하지만 어둠의 마법에 속한 뒷골목인 녹턴 앨리는 완전히 인적이 끊겨 있었다. 지나가면서 유리창 안을 들여다보아도, 모든 가게에 손님이 전혀 없는 것 같았다. 해리는 이렇게 위험하고 뒤숭숭한 때에 어둠의 마법 물건들을 사는 것, 아니 최소한 사는 모습을 보이는 것만으로도 자기 정체를 폭로하는 것이나 다름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헤르미온느가 갑자기 그의 팔을 세게 꼬집었다.

   “아야!”

   “쉬잇! 저기 봐. 저 안에 있어.”

   헤르미온느가 해리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그들은 녹턴 앨리에서 해리가 유일하게 들어가 본 적이 있는 가게를 똑바로 마주 보고 있었다. 바로 온갖 종류의 음산한 물건들을 파는 보진과 버크 가게였다. 해골이 잔뜩 든 상자들과 오래된 유리병들 사이에 드레이코 말포이가 등을 보이고 서 있었다. 한때 말포이와 그의 아버지를 피해서 몸을 숨겼던 바로 그 커다랗고 검은 캐비닛 너머로 그의 모습이 보였다. 말포이의 손동작으로 미루어 짐작한건대, 뭔가 한창 이야기를 하는 중이었다. 가게의 주인인 보진 씨는 기름기가 좔좔 흐르는 머리에 허리가 구부정한 사람으로, 말포이를 마주 보고 서 있었다. 그는 분노와 두려움이 뒤섞인 듯한 묘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저자들이 뭐라고 말하는지 들을 수만 있다면…….”

   헤르미온느가 안타까워했다.

   “들을 수 있어!”

   론이 신이 나서 말했다.

   “잠깐만…… 제기랄…….”

   론은 제일 커다란 상자를 더듬어 찾느라, 그때까지도 꽉 쥐고 있던 상자 몇 개를 땅에 떨어뜨렸다.

   “늘어나는 귀야, 봐!”

   “환상적이다!”

   헤르미온느가 감탄했다. 론은 살색의 긴 줄을 풀어서 가게 문 바닥을 향해 살살 밀기 시작했다.

   “오, 부디 저 문에 접근불가 마법이 걸리지…… 않았다!”

   론은 기뻐서 어쩔 줄 몰라 했다.

   “들어 봐!”

   그들은 서로 머리를 맞대고 줄 끝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열심히 귀를 기울였다. 말포이의 목소리는 마치 라디오를 켜 놓은 것처럼 커다랗고 분명하게 들렸다.

   “어떻게 고치는지 알아요?”

   “아마도.”

   보진 씨가 좀처럼 그 사실을 인정하기 싫은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그걸 내가 봐야겠구나. 그걸 한번 가게로 가기조 오지 그러니?”

   “그럴 수 없어요.”

   말포이가 대답했다.

   “그건 그 자리에 있어야 해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저에게 말씀만 해 주세요.”

   해리는 보진 씨가 초조한 듯이 자꾸만 혀로 입술을 핥는 것을 보았다.

   “글쎄, 그걸 보지 않고서는 굉장히 힘든 작업이 될 거라고 말하지 않을 수가 없구나. 어쩌면 불가능할지도 몰라. 난 아무것도 장담할 수가 없다.”

   “안 된다고요?”

   해리는 말포이의 어조를 통해서 그가 빈정거리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혹시 이거라면 아저씨에게 좀 더 확신을 줄지 모르겠군요.”

   말포이는 보진 씨를 향해 좀 더 가까이 다가갔다. 그 바람에 캐비닛에 시야가 가려 말포이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해리와 론, 헤르미온느는 옆으로 몸을 움직여서 말포이를 보려고 했지만, 하얗게 겁에 질린 보진 씨의 모습만이 보일 뿐이었다. 

   말포이가 말했다.

   “어느 누구에게든 입만 뻥긋하면…… 그 대가를 치르게 될 거야. 펜리 그레이백이라고 알지? 우리 집안의 친구지. 그 사람이 가끔 여길 들러서 당신이 그 문제에 전력을 다하고 있는지 확인할 테니 그런 줄 알아.”

   “꼭 그럴 필요까지…….”

   “그건 내가 결정할 일이야.”

   말포이가 딱 잘라 말했다.

   “자, 그럼, 난 그만 가 보는 게 좋겠군. 반드시 잊지 말고 이거나 잘 보관해. 나중에 내가 써야 하니까.”

   “차…… 차라리 지금 이걸 가져가는게……?”

   “아니, 지금 그걸 말이라고 하는 거여? 이런 멍청한 땅딸보 염감탱이를 봤나! 내가 그걸 가지고 길거리를 돌아다니면 남들이 어떻게 보겠어? 팔아 치우지나 말라고.”

   “다…… 당연히 그럴 리가 없지요, 도련님.”

   보진 씨는 허리를 굽실굽실하며 인사를 했다. 언젠가 해리는 보진 씨가 루시우스 말포이에게 저렇게 절절매는 것을 본 적이 있었다.

   “절대 다른 사람에게는 한 마디도 하면 안 돼, 보진. 우리 엄마에게도 말이야, 알겠지?”

   “당연하고말고요. 당연하지요.”

   보진 씨가 다시 굽실굽실 인사를 하며 중얼거렸다.

   잠시 후에 문에 매달린 종이 쨍그랑 요란한 소리를 냈고, 말포이가 몹시 흡족한 표정으로 가게를 걸어 나왔다. 그리고 해리와 론, 헤르미온느의 옆을 어찌나 가까이 스쳐 지나갔는지, 다시 무릎 밑으로 망토가 펄럭거리는 것이 느껴졌다.

   한편 가게 안에서는 보진 씨가 얼어붙은 듯 꼼짝도 하지 않고 서 있었다. 살살거리던 미소는 어디론가 사라지고 얼굴에는 근심만 가득했다.

   “그게 뭘 말하는 걸까?”

   론이 늘어나는 귀를 되감으며 속삭였다.

   “몰라.”

해리는 골똘히 생각에 잠겼다.

   “말포이는 뭔가를 고치고 싶어 했어……. 그리고 거기에 뭔가를 맡기려 했고……. 말포이가 ‘이거’ 라고 말했을 때, 뭘 가리키는지 보았니?”

   “아니, 말포이가 캐비닛 뒤에 서 있어서…….”

   “너희 두 사람은 여기 있어.”

   헤르미온느가 속삭였다.

   “너 뭘 하려고?”

   하지만 헤르미온느는 벌써 망토 밖으로 불쑥 뛰어나가 있었다. 헤르미온느는 유리창에 비친 자기 모습을 보고 머리를 매만지더니, 씩씩하게 가게 안으로 돌진했다. 또다시 문에 매달린 종일 울렸다. 론은 황급히 문 밑으로 다시 늘어나는 귀를 집어넣었다. 그리고 줄 하나를 해리에게 건네주었다.

   “안녕하세요! 정말 끔찍한 아침이죠, 안 그런가요?”

   헤르미온느가 명랑하게 보진 씨에게 인사를 던졌지만, 그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고 의심스런 눈초리로 쳐다보기만 할 뿐이었다. 헤르미온느는 쾌활하게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뒤죽박죽 진열되어 있는 물건들 사이를 이리저리 돌아다녔다.

   “이 목걸이는 파는 건가요?”

   헤르미온느가 유리 진열장 앞에 서서 물었다.

   “네가 1,500갈레온을 갖고 있다면 말이지.”

   보진 씨가 쌀쌀맞게 대답했다.

   “오…… 음…… 아뇨, 전 그렇게 많은 돈은 없어요.”

   헤르미온느는 계속 걸으면서 물었다.

   “그럼…… 이 사랑스런…… 음…… 해골은 어떤가요?”

   “16갈레온이다.”

   “그럼 이것도 파는 물건이군요? 혹시…… 누가 맡겨 놓은 건 아니고요?”

   보진 씨가 날카롭게 그녀를 째려보았다. 해리는 보진 씨가 헤르미온느가 뭘 의도하는지 정확히 알아차렸다는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헤르미온느도 자신의 의도가 간파당했다는 것을 느겼는지 갑자기 피리들 쪽으로 관심을 돌렸다.

   “이것들은, 저…… 에…… 지금 여기 왔던 남자 애 말이죠, 드레이코 말포이요. 그러니까 그 아이는 제 친구에요. 그 친구에게 생일 선물을 해 주고 싶거든요. 그런데 혹시 벌써 뭔가 미리 주문해 놓은 게 있다면…… 전 똑같은 선물은 해 주고 싶지 않아서…… 음…… 그래서…….”

   해리가 듣기에도 이건 너무 말도 안 되는 거짓말이었다. 보진 씨도 그렇게 생각한 게 틀림없었다. 

   “나가!”

   보진 씨가 날카롭게 소리쳤다.

   “당장 나가!”

   헤르미온느는 그가 한 번 더 소리지르기 전에 문 쪽으로 달아났고, 보진 씨는 그녀 뒤를 바짝 쫓아왔다. 그리고 또다시 종소리가 울렸고, 보진 씨는 쾅 하고 문을 닫더니 ‘문 닫았음’ 이라는 표지판을 내걸었다.

   “아, 어쨌든 한번 시도해 볼 만은 했어.”

   론이 망토를 헤르미온느의 머리 위로 씌워 주며 말했다.

   “하지만 네 수업이 너무 뻔했어…….”

   “흥, 그러지 말고 다음번에는 저에게 어떻게 해야 하는지 손수 시범을 보여 주시죠, 추리소설의 대가님!”

   헤르미온느가 톡 쏘아붙였다.

   론과 헤르미온느는 위즐리 형제의 신기한 장난감 가게까지 오는 길 내내 툭탁툭탁 말싸움을 그치지 않았다. 가게 앞에 이르러서야, 걱정이 돼서 죽을 것 같다는 표정을 짓고 있는 위즐리 부인과 해그리드의 눈에 띄지 않고 몰래 안으로 들어가기 위해서 겨우 싸움을 멈추었다.

   어른들은 그들이 사라진 것을 알아차린 것이 분명했다. 가게안으로 들어가자마자, 해리는 얼른 투명 망토를 벗어 가방 안에 집어넣었다. 그리고 얼른 헤르미온느와 론의 옆에 가서 섰다. 두 사람은 꼬치꼬치 따져 묻는 위즐리 부인의 질문에, 줄곧 뒷방에 있었는데 엄마가 제대로 보지 못했을 거라고 끝까지 발뺌을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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