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장
호레이스 슬레그혼
지난 며칠 동안 잠을 자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단 한순간도 덤블도어가 그를 데리러 와 주기를 간절히 바라지 않은 적이 없었지만, 막상 덤블도어와 함께 프리벳가로 발을 내딛자, 해리는 몹시 어색했다 전에는 호그와트 밖에서 교장 선생님과 제대로 된 대화를 나누어 본 적이 한 번도 없었다. 두 사람 사이에는 언제나 책상이 가로놓여 있었던 것이다. 게다가 그들이 마지막으로 단둘이 가졌던 만남에 대한 기억이 자꾸만 떠올라서 가뜩이나 어색한 기분이 더욱 어색해졌다. 그때 해리는 덤들도어가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여러 가지 물건들을 부셔 버리려고 기를 썼을 뿐만 아니라 마구 고함을 질러 댔기 때문이다.
하지만 덤블도어는 전혀 아무렇지도 않은 기색이었다.
“언제든 지팡이를 쓸 수 있도록 준비를 하거라, 해리.”
덤블도어가 유쾌한 목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저는 학교 밖에서 마법을 사용하면 안 되는 걸로 알고 있는데요, 교수님?”
“혹시 공격을 받으면, 반대 저주든 뭐든 생각나는 대로 아무거나 사용해도 좋다. 내가 승낙해 주마. 하지만 오늘 밤엔 공격당할 염려는 안 해도 될 것 같구나.”
“왜죠, 교수님?”
“나와 함께 있잖니.”
덤블도어가 한마디로 간단하게 대답했다.
“그거면 충분하단다, 해리.”
덤블도어는 프리벳가의 끝에 이르자 갑자기 걸음을 멈추어 섰다.
“물론 아직 순간이동 마법 시험을 통과하지 못했겠지?”
“네, 그건 열일곱 살이 되어야 가능한 거 아닌가요?”
“그렇지.”
덤블도어가 대답했다.
“그렇다면 내 팔을 아주 꼭 잡고 있어야겠구나. 괜찮다면 내 왼쪽 팔을 잡거라. 너도 벌써 눈치 챘겠지만, 지팡이를 잡는 쪽 팔이 지금 약간 아프단다.”
해리는 덤블도어가 내미는 팔뚝을 꽉 잡았다.
“아주 좋아. 자, 이제 간다.”
덤블도어가 말했다.
해리는 덤블도어의 팔이 비틀리며 그의 손에서 빠져나갈 것 같아 더욱 단단히 붙잡았다. 그 다음에 알 수 있었던 것은 온 세상이 캄캄해졌다는 사실뿐이었다. 사방에서 강한 힘이 그의 몸을 압박했다. 강철 끈이 그의 가슴을 칭칭 감고 꽉 조이는 것만 같아 숨을 쉴 수가 없었고, 눈알이 머릿속으로 짓눌려 들어가는 것만 같았다. 고막이 두개골 속으로 점점 더 깊이 밀려 들어가는 것 같은 그 순간…….
해리는 차가운 밤공기를 폐 가득히 들이마셨다. 그리고 눈물을 줄줄 흘리며 눈을 떴다. 아주 팽팽하게 조여진 고무관 속을 억지로 통과하고 난 듯한 느낌이었다. 몇 초 후 주위를 둘러보니 프리벳가가 눈앞에서 사라지고 없었다. 해리와 덤블도어는 이제 인적이 끊긴 마을 광장 같은 곳에 서 있었다. 광장 중앙에는 오래된 전쟁 기념비가 우뚝 서 있었고, 벤치 몇 개가 놓여 있었다. 잠시 후에 정신이 들자, 해리는 방금 전에 자신이 난생처음으로 순간이동을 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괜찮으냐?”
덤블도어는 걱정스러운 듯이 그를 내려다보며 물었다.
“이 느낌에 적응하려면 시간이 좀 걸린단다.”
“전 괜찮아요.”
해리가 귀를 비비며 말했다. 두 귀가 마치 프리벳가를 마지 못해 떠난 듯한 느낌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전 빗자루가 더 좋은 것 같아요.”
덤블도어가 빙그레 웃으며 여행용 망토의 옷깃을 좀 더 단단하게 여미고는 말했다.
“이쪽이다.”
덤블도어는 씩씩한 걸음으로 텅 빈 여관과 몇 채의 집들을 지나갔다. 근처에 있는 교회의 시계를 보니, 거의 자정이 가까운 시각이었다.
“말해 보렴, 해리.”
덤블도어가 말을 꺼냈다.
“그동안 네 상처가 아팠던 적이 전혀 없었니?”
해리는 무의식중에 한 손을 들어 이마로 가져가 번갯불 모양의 흉터를 쓰다듬었다.
“아니요. 저도 그게 이상해요. 이제 볼드모트가 다시 강해졌으니, 계속해서 상처가 화끈거릴 거라고 생각했었거든요.”
그는 덤블도어를 올려다보았다. 그런데 덤블도어는 몹시 흡족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나는 오히려 그와 정반대로 생각했단다.”
덤블도어가 말했다.
“볼드모트 경이 마침내 그동안 네가 위험을 무릅쓰고 그의 생각들과 감정들을 감지해 왔다는 사실을 깨달은 거야. 그는 이제 너를 막는 오클러먼시를 쓰고 있는 듯하구나.”
“전 아무 불만 없어요.”
해리가 말했다. 심란한 꿈들을 꾸고 싶지도 않았고, 볼드모트의 생각이 느닷없이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도 싫었다.
두 사람은 모퉁이를 돌아서 공중전화 박스와 버스정류장을 지났다. 해리는 또다시 덤블도어를 힐끗 곁눈질했다.
“교수님?”
“왜 그러냐, 해리?”
“저…… 지금 있는 곳이 정확히 어디죠?”
“여기는 버드레이 바베르톤이라는 아름다운 마을이란다, 해리.”
“여기서 뭘 할 건데요?”
“아, 그래. 너에게 아직 말하지 않았지. 도대체 지난 몇 년 동안 내가 이 말을 몇 번이나 했는지 모르겠지만, 이제 또다시 교수님 한 분이 부족하게 되었구나. 우리가 여기 온 것은, 내 옛날 동료에게 은퇴 생활을 그만두고 호그와트로 돌아와 달라고 부탁하기 위해서란다.”
“그런데 제가 무슨 도움이 될 수 있을까요?”
“오, 나는 네가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가한다.”
덤블도어가 모호하게 말했다.
“해리, 여기 왼쪽이다.”
그들은 집들이 줄지어 서 있는 좁고 비탈진 길을 계속해서 올라갔다. 창문들은 모두 불일 꺼져 있어 캄캄했다. 지난 2주동안 프리벳가를 감싸고 있던 그 이상한 한기가 이곳에도 깔려 있었다. 해리는 불현듯 디멘터들이 생각나서 어깨 너머로 슬쩍 뒤를 돌아보았다. 그리고 호주머니 속에 든 지팡이를 단단히 붙잡았다.
“교수님, 그렇다면 왜 교수님이 옛 동료 분 댁으로 곧장 순간이동을 하지 않으신 거죠?”
“왜냐하면 그것은 현관문을 발로 걷어차 쓰러뜨리는 것만큼이나 무례한 짓이거든.”
덤블도어가 설명했다.
“동료 마법사에게 누가 집에 들어오는 걸 거부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 예의란다. 게다가 대부분의 마법사들 집에는 청하지 않은 순간이동자들을 막기 위해 마법의 보호막이 설치되어 있지. 예를 들어 호그와트에서는…….”
“건물 안에서나 운동장 어디에서도 순간이동을 할 수가 없지요.”
해리가 재빨리 말을 이었다.
“헤르미온느 그레인저가 말해 주었어요.”
“헤르미온느의 말이 맞단다. 여기서 다시 왼쪽 길로 돌거라.”
두 사람의 등 뒤에서 자정을 알리는 교회의 시계 소리가 울려 퍼졌다. 어째서 덤블도어가 이렇게 늦은 시간에 옛 동료의 집을 방문하는 걸 무례하게 여기지 않는지 궁금했다. 하지만 대화가 시작된 지금, 그보다 더 간절하게 묻고 싶은 질문들이 있었다.
“교수님, 《예언자 일보》에서 퍼지가 물러났다는 기사를 읽었는데요…….”
“그렇단다.”
덤블도어는 이제 가파른 골목길을 올라가고 있었다.
“너도 이미 기사를 읽었겠지만, 오러 사무국의 국장이었던 루퍼스 스크림저가 그의 자리를 대신하게 되었단다.”
“그분은…… 그분은 괜찮은 사람인가요?”
해리가 물었다.
“그거 참 흥미로운 질문이구나.”
덤블도어가 대답했다.
“분명히 아주 능력 있는 사람이다. 코넬리우스보다는 더 단호하고 강한 성품을 가지고 있지.”
“그래요. 하지만 제 말은…….”
“네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안단다. 루퍼스는 행동하는 사람이야. 오러로 근무하는 동안 거의 대부분의 시간을 어둠의 마법사들과 싸우며 지냈지. 볼드모트 경을 우습게 여기지도 않는단다.”
해리는 가만히 기다렸다. 하지만 덤블도어는 《예언자 일보》에 난 기사와는 달리, 스크림저에 대해 못마땅하게 여기는 듯한 말은 단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먼저 그 이야기를 꺼낼 만큼 배짱이 있는 것도 아니었으므로 해리는 화제를 바꾸었다.
“그리고…… 교수님…… 본즈 부인에 대한 기사도 보았어요.”
“그래.”
덤블도어가 조용히 말했다.
“엄청난 손실이야. 위대한 마녀였는데. 바로 이 길인 것 같군. 아이쿠!”
덤블도어가 부상당한 손으로 길을 가리켰다.
“교수님, 도대체 무슨 일이…….”
“지금은 설명할 시간이 없단다. 흥미진진한 이야기지. 그러니 제대로 말해 주고 싶구나.”
덤블도어는 해리를 바라보며 빙그레 웃었고, 해리는 자신의 질문이 묵살당한 게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질문을 계속해도 괜찮을 것 같았다.
“교수님, 그리고 부엉이 편으로 마법부의 전단지를 받았어요. 죽음을 먹는 자들에 대한 안전 조치에 관한 것이에요.”
“그래, 나도 받았단다.”
덤블도어가 여전히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래 도움이 될 것 같더냐?”
“별로요.”
“그래, 나도 그렇게 생각했다. 예를 들어서, 너도 내가 가짜가 아니라 진짜 덤블도어 교수라는 것을 확인하기 위해서, 내가 제일 좋아하는 잼이 뭔지 물어보지 않았잖니.”
“그렇네요…….”
해리는 자기가 지금 야단을 맞고 있는 건지 아닌 건지 확실하지 않아 머뭇거렸다.
“해리, 나중을 위해서 한마디 하자면, 그건 라즈베리 잼이란다. 물론 내가 만약 죽음을 먹는 자라면, 위장하기 전에 내가 좋아하는 잼이 뭔지 정도는 분명히 조사해 볼 거라고 생각되지만 말이다.”
“어…… 그건 그래요.”
해리가 말했다.
“그런데 전단지에 보면 인페리우스들이라는 말이 적혀 있던데, 그게 정확히 뭔가요? 전단지에는 분명하게 설명이 되어 있지 않아서요.”
“그것들은 시체란다.”
덤블도어가 조용히 설명했다.
“마법에 걸려 어둠의 마법사의 명령을 따르는 시체들이지. 하지만 볼드모트가 힘을 잃은 뒤로는 오랫동안 인페리우스들이 목격되지 않았단다. 그자는 시체들로 군대를 만들기 위해서 많은 사람들을 죽였지. 해리, 여기가 바로 그곳이란다, 바로 여기야…….”
두 사람은 정원 한가운데 서 있는 아담하고 깨끗한 석조 주택으로 다가가고 있었다. 인페리우스에 대한 끔찍한 생각을 감당하느라 정신이 없었기 때문에 다른 것에는 신경 쓸 겨를이 별로 없었던 해리는, 대문 앞에 이르러 덤블도어가 갑자기 걸음을 멈추었는데도 계속 걷다가 덤블도어에게 부딪히고 말았다.
“오, 이런. 세상에, 세상에, 세상에.”
해리는 덤블도어의 시선을 따라서 정성스럽게 가꾸어 놓은 현관 앞길을 쭉 살펴보다가, 그만 가슴이 덜컹 내려앉았다. 현관문이 떨어져 나가 경첩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었던 것이다.
덤블도어가 거리를 쭉 둘러보았다. 완전히 인적이 끊긴 것 같았다.
“지팡이를 꺼내 들고 내 뒤를 따라오거라, 해리.”
덜블도어가 조용히 말했다.
그는 대문을 열더니 날쌔고 조용하게 정원 사이로 난 길을 걸어갔다. 해리는 그의 뒤를 바싹 따라갔다. 덤블도어는 지팡이를 치켜들고 만반의 태세를 갖춘 채, 천천히 현관문을 밀어 열었다,
“루모스.”
덤블도어의 지팡이 끝이 빨갛게 달아오르면서 좁은 현관 복도를 비추었다. 왼쪽으로 또 다른 문이 열려 있는 것이 보였다. 덤블도어는 빛을 내는 지팡이를 높이 치켜들고 응접실로 들어갔다. 해리는 바로 그의 뒤를 따랐다.
완전히 엉망이 되어 버린 방 안이 눈에 들어왔다. 산산조각이 난 괘종시계가 그들의 발밑에 놓여 있었는데, 시계 판에는 금이 가 있었고, 시계추는 마치 떨어진 칼처럼 저만큼 떨어진 곳에서 나뒹굴고 있었다. 쓰러진 피아노의 건반들이 마루 위에 여기저기 흩어져 있었고, 그 근처에는 천장에서 떨어진 샹들리에의 부서진 파편들이 반짝거렸다. 옆구리의 찢어진 틈새 사이로 깃털이 다 빠져나와 납작해진 방석들이 널브러져 있었고, 유리잔과 도자기의 부서진 조각들이 가루처럼 사방에 흩뿌려져 있었다. 덤블도어가 지팡이를 좀 더 높이 치켜들자, 불빛이 벽 위를 비추었다. 뭔가 검붉고 끈끈한 것이 뱍지에 튄 자국이 보였다. 해리는 헉하고 조그맣게 숨을 들이쉬자, 덤블도어가 뒤를 돌아보았다.
“보기 좋은 광경은 아니구나.”
덤블도어가 심각한 어조로 말했다.
“그래, 뭔가 아주 끔찍한 일이 여기서 벌어졌던 모양이야.”
덤블도어는 방 한가운데로 조심스럽게 걸어 들어가면서, 발밑에 흩어져 있는 잔해들을 자세히 살펴 보았다. 해리도 이리저리 둘러보며 그 뒤를 따라갔다. 부서진 피아노나 뒤집어진 소파 뒤에 가려져 있을 지도 모를 시체를 보게 될까 두려운 마음도 적지 않았으나, 시체의 흔적 같은 것은 보이지 않았다.
“아마 싸움이 있었던 것 같은데요……. 그런데 그들이 그를 끌고 갔을까요, 교수님?”
해리는 거의 벽 전체에 다 튀도록 이런 핏자국을 남기려면 얼마나 심한 부상을 당해야 했을까 상상하지 않으려고 애를 쓰면서 덤블도어에게 자신의 의견을 말했다.
“내 생각은 다르구나.”
덤블도어는 나지막이 말하면서, 한쪽 옆으로 쓰러져 있는, 빵빵하게 부푼 안락의자 뒤를 살짝 넘겨다보았다.
“그렇다면 교수님은 그분이…….”
“아직도 여기 어딘가에 있다고 생각하냐고? 그래.”
그 순간 아무런 예고도 없이, 덤블도어는 몸을 숙여 안락의자에 덤벼들더니, 지나치게 빵빵해 보이는 안락의자의 좌석을 지팡이 끝으로 쿡쿡 찔렀다. 그러자 비명소리가 났다.
“아이쿠!”
“좋은 저녁일세, 호레이스.”
덤블도어가 다시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
해리의 입이 딱 벌어졌다. 방금 전까지 안락의자가 놓여 있던 그곳에, 엄청나게 뚱뚱하고 머리가 벗겨진 노인이 웅크리고 앉아서 축 늘어진 배를 살살 문지르며 눈물이 그렁그렁한 눈으로 원망스럽게 덤블도어를 째려보고 있었다.
“지팡이로 그렇게 세게 찌를 필요는 없었잖아.”
노인은 버둥버둥 힘들게 몸을 일으키며 투덜거렸다.
“아프단 말일세.”
번들거리는 그의 정수리와 툭 튀어나온 두 눈, 해마처럼 생긴 거대한 은빛 콧수염, 그리고 라일락 색깔 비단 잠못 위에 걸친 밤색 벨벳 윗도리에서는 반짝반짝 윤을 낸 단추가 지팡이 불빛을 받아 눈부시게 반짝거렸다. 그의 키는 머리끝이 덤블도어의 턱에 닿을까 말까 한 정도였다.
“어쩌다 들통이 났지?”
그는 비틀비틀 일어서서 여전히 아랫배를 살살 문지르며 툴툴거렸다. 안락의자 행세를 하다가 방금 들통난 사람치고는 아주 뻔뻔해 보였다.
“친애하는 호레이스.”
덤블도어가 몹시 유쾌한 표정으로 말했다.
“만약 죽음을 먹는 자들이 정말로 찾아왔었다면, 어둠의 표식이 집 위에 드리워져 있었을 걸세.”
그 말을 들은 마법사는 포동포동한 손바닥으로 자신의 넓은 이마를 탁 쳤다.
“어둠의 표식…….”
그가 중얼거렸다.
“내 그럴 줄 알았지……. 맞아. 어쨌든 그럴 시간이 없었네. 자네가 막 방으로 들어섰을 때, 나는 간신히 기구들에 마지막 손질을 하고 있던 참이었거든.”
그가 커다랗게 한숨을 내쉬자 수염의 끝 자락이 펄럭거렸다.
“내가 청소하는 걸 좀 도와줘도 되겠나?”
덤블도어가 공손하게 말했다.
“부탁하네.”
상대방이 대답했다.
훌쭉한 키다리 마법사와 키 작은 뚱뚱이 마법사, 두 사람은 서로 등을 맞대고 서더니, 각자 똑같이 청소하는 동작을 따라서 지팡이를 흔들었다.
그러자 가구들이 각자 원래 있던 자리로 슝 하고 날아갔다. 부서진 장식품들은 허공에서 다시 맞붙었고, 깃털들은 방석 속으로 날아 들어갔다. 찢어진 책들도 저절로 고쳐져서 선반 위에 놓였다. 등잔은 보조 탁자 위로 둥둥 떠가더니 다시 불을 밝혔다. 산산이 부서진 은제 사진들의 조각들도 반짝반짝 빛을 내며 방 안 여기저기서 날아오르더니, 멀쩡하게 윤이 나는 모습으로 책상 위에 가볍게 내려앉았다. 여기저기에 널려 있던 찢어진 것, 갈라진 것, 구멍 뚫린 것들이 모두 원상복구가 되었고 벽도 저절로 깨끗하게 닦였다.
“그런데 저건 도대체 무슨 핀가?”
호레이스라고 하는 마법사가 큰 소리로 대답했다. 샹들리에가 천장으로 다시 가서 박히며 삐걱삐걱 딸랑딸랑 하고 귀를 멀게 할 정도로 시끄러운 소리를 냈다.
피아노가 쿵 하는 소리를 마지막으로, 비로소 방 안이 고요해졌다.
“그래, 용이야.”
마법사가 되풀이해서 말했다.
“마지막으로 딱 한병이 남았지. 지금은 그 가격이 하늘을 찌를 듯 높다네. 아직도 다시 쓸 수 있을 거야.”
호레이스는 천장 꼭대기에 놓인 작은 크리스털 병 쪽으로 터벅터벅 걸어가더니, 병을 높이 쳐들고 안에 든 진득한 액체를 불빛에 비추어 보았다.
“흠, 약간 더러워졌군.”
그는 병을 다시 찬장 선반 위에 올려놓고 한숨을 쉬었다. 바로 그때 그의 시선이 해리에게 미쳤다.
“오호.”
그의 커다랗고 둥근 눈이 해리의 이마와 이마에 난 번갯불 모양의 흉터로 향했다.
“오호!”
“이쪽은…….”
덤블도어가 소개를 하기 위해 앞으로 나섰다.
“해리 포터일세. 해리, 이쪽은 내 오랜 친구이자 동료인 호레이스 슬러그혼이란다.”
슬러그혼이 덤블도어를 향해 휙 돌아서며 예리한 표정을 하고 말했다.
“이게 자네가 날 설득하기 위해 생각해 낸 방법이란 말인가? 그래? 그렇다면 대답은 ‘안 돼’일세, 알버스.”
그는 마치 유혹을 이기려고 앴는 사람처럼 단호하게 얼굴을 돌린 채 해리를 밀치며 지나갔다.
“그래도 술 한 잔 정도는 함께 할 수 있지 않겠나?”
덤블도어가 물었다
“옛정을 생각해서라도?”
슬러그혼이 망설였다.
“그럼 좋아. 딱 한 잔일세.”
그가 퉁명스럽게 말했다.
덤블도어는 해리를 향해 빙그레 미소를 지으며 방금 전에 슬러그혼이 변신했던 것과 다를 바 없는 의자 하나를 가리켰다. 그 의자는 다시 활활 타오르고 있는 벽난로와 환하게 빛을 발하고 있는 등잔 바로 옆에 놓여 있었다. 해리는 의자에 앉으며 덜블도어가 분명 해리의 모습이 가능한 한 잘 보이도록 유도하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역시나 한동안 유리병과 유리잔을 준비하느라 분주하던 슬러그혼이 다시 방 안을 향해 돌아섰을 때, 그의 시선은 곧장 해리를 향했다.
“흠.”
그는 혹시 눈이라도 찔릴까 봐 두려워하듯이 재빨리 시선을 돌리며 입을 열었다.
“여기 있네.”
그는 주인이 앉으란 말도 하지 않았는데 벌써 자리에 앉아 있는 덤블도어에게 마실 것을 건네 주었다. 그리고 해리에게 쟁반을 휙 안기더니, 말끔하게 수선된 소파의 방석 위로 무너지듯 주저앉았다. 그리고 뿌루퉁하게 입을 꾹 다물어 버렸다. 그의 다리는 너무 짧아서 바닥에 닿지도 않았다.
“그래, 어떻게 지냈나, 호레이스?”
덤블도어가 물었다.
“별로 좋지 않아.”
슬러그혼이 대뜸 말했다.
“심장도 약하고 숨도 가쁜 데다가 관절염까지 있다네. 옛날처럼 몸을 움직일 수가 없어. 뭐, 예상했던 일이지. 나이도 들고 지쳤으니.”
“하지만 자네는 예고도 없이 들이닥친 우리를 그토록 기민하게 몸을 움직여 맞이하지 않았나, 기껏해야 3분 전쯤에나 알았을 텐데 말이야.”
덤블도어가 말했다.
슬러그혼이 반쯤은 화가 나고 반쯤은 자랑스러운 어조로 덤블도어에게 말했다.
“2분이라네. 한창 목욕을 하는 중이라서 나의 침입자 마법이 작동되는 소리를 못 들었거든. 그래도…….”
그는 다시 자신의 마음을 다잡으려는 듯이 딱딱한 어조로 덧붙였다.
“내가 늙은이란 사실은 조금도 변함이 없다네, 알버스. 마침내 조용한 인생과 얼마 안 되는 위안거리에 대한 권리를 얻은 지친 노인네 말일세.”
해리는 방 안을 둘러보면서, 호레이스는 분명히 그런 안락함을 누리고 있다고 생각했다. 어수선하고 볼품이 없기는 했지만, 어느 누구도 이 방이 안락하지 않다고는 말할 수 없었다. 안락한 의자들과 발판들, 마실 것과 책들, 초콜릿 상자들, 푹신한 방석들이 있었던 것이다. 만약 이곳에 누가 사는지 몰랐다면, 해리는 분명히 어느 부유하고 까다로운 노부인이 주인일거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호레이스, 자네는 아직 나만큼 늙지 않았어.”
덤블도어가 말했다.
“글쎄, 어쩌면 자네도 은퇴에 대해서 생각해 봐야 할 걸세.”
슬러그혼이 퉁명스럽게 쏘아붙였다.
그때 연한 구스베리 색깔을 띤 그의 눈이 덤블도어의 부상 입은 손을 발견했다.
“자네 재생력이 옛날 같지 않군.”
“자네 말이 맞아.”
덤블도어가 평온한 어조로 말을 할 때, 팔이 움직이며, 옷소매 안쪽으로 불에 데어 검게 변한 손가락 끝이 드러났다. 그것을 보자 그만 해리는 등골이 오싹해졌다.
“난 분명히 예전보다 느리다네, 하지만 그 반면에…….”
그는 마치 나이가 들면 그만큼 얻는 것도 있다는 듯이 어깨를 으쓱하면서 양손을 활짝 폈다. 해리는 부상을 입지 않은 덤블도어의 손에서 지금까지 한 번도 보지 못한 반지를 보았다. 그것은 금 같은 것으로 볼품없이 만들어진 커다란 반지였는데, 한가운데엔 금이 간 묵직한 검은 돌이 박혀 있었다. 잠깐 동안 슬러그혼의 눈길도 그 반지에 머물렀다. 해리는 순간적으로 그의 넓은 이마에 살짝 주름이 잡히는 것을 보았다.
“호레이스, 침입자들에 대한 이 모든 경계들은…… 죽음을 먹는 자들 때문인가 아니면 나 때문인가?”
덤블도어가 물었다.
“죽음을 먹는 자들이 나같이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가엾은 늙은이에게 무슨 볼일이 있단 말인가?”
슬러그혼이 반문했다.
“그자들이 자네의 그 놀라운 재능들을 강압과 고문과 살인에 이용하려고 들지도 모르지.”
덜블도어가 말했다.
“그자들이 아직까지 자네를 데려가려고 한 적이 없다고, 자네 입으로 분명하게 말할 수 있겠나?”
슬러그혼이 잠깐 동안 서글픈 눈빛으로 덤블도어를 바라보더니 힘없이 중얼거렸다.
“그럴 기회가 없었을 거야. 지난 1년 동안 나는 계속해서 이사를 다녔지. 한곳에서 일주일 이상 머문 적이 한 번도 없었어. 이 머글 집에서 또 다른 머글 집으로 옮겨 다녔지. 이 집의 주인은 지금 카나리아 제도에서 휴가를 보내고 있다네. 이 집은 아주 쾌적해서 떠나기가 싫을 것 같으이. 일단 요령만 터득하면 아주 쉬운 일이라네. 머글들이 스니코스코프 대신 사용 하는 저 괴상한 도난 경보기란 물건에다가 간단한 동작정지 마법만 걸면 되거든. 그리고 피아노를 들여오는 것만 이웃들 눈에 안 뜨이게 조심하면 돼.”
“천재적이군.”
덤블도어가 말했다.
“하지만 조용한 인생을 찾고 있는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가엾은 늙은이가 감당하기엔 다소 피곤한 생존 방법인 듯하구만. 그러니까 만약 자네가 호그와트로 돌아오게 된다면…….”
“만약 자네가 그 말썽 많은 학교에서 내 인생이 훨씬 평화로울 거라고 말할 작정이라면, 굳이 입 아프게 떠들 거 없네, 알버스! 내가 비록 숨어서 지내기는 하지만, 돌로레스 엄브릿지가 학교를 떠난 이후에 이런저런 이상한 소문들이 내 귀에 까지 들려왔다네! 자네가 요즘 교수들을 대하는 태도가 정말 그렇다면…….”
“엄브릿지 교수는 켄타우로스 무리들과 충돌을 빚었다네.”
덤블도어가 설명했다.
“호레이스, 자네 같으면 괜히 숲 속을 활보하다가 성난 켄타우로스 무리들을 ‘더러운 짐승들’ 이라고 부르는 짓은 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네만.”
“그 여자가 그런 짓을 했나? 정말인가?”
슬러그혼이 되물었다.
“멍청한 여자 같으니라고. 정말 좋아할 수가 없는 여자라니까.”
해리가 키득키득 웃음소리를 내자, 덤블도어와 슬러그혼이 동시에 그를 돌아보았다.
“죄송합니다.”
해리가 황급히 사과했다.
“그냥…… 저도 그 교수님을 좋아하지 않았거든요.”
이때 덤블도어가 갑자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이제 그만 가려고?”
슬러그혼이 그러기를 바라는 표정으로 즉시 물었다.
“아닐세. 자네 화장실을 좀 쓸까 하는데.”
덤블도어가 말했다.
“오!”
슬러그혼은 몹시 실망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현관 복도를 따라가서, 왼쪽에서 두 번째 문이라네.”
덤블도어는 방에서 걸어 나갔다. 문이 닫히고 나자, 침묵이 감동았다. 몇 분의 흐른 후, 슬러그혼은 자리에서 일어났지만 어찌할 바를 모르는 것 같았다. 그는 몰래 살피는 듯한 표정으로 해리를 쳐다보더니 벽난로 쪽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벽난로를 향해 넓적한 등을 돌리고 서서 불을 쬐었다.
”덤블도어가 왜 널 데리고 왔는지 그 꿍꿍이를 내가 모를 거라고 생각하지 마라.”
슬러그혼이 불쑥 내뱉었다.
해리는 멀뚱멀뚱 그를 쳐다보았다. 촉촉하게 젖은 슬러그혼의 눈이 해리의 상처로 향하더니 이번에는 얼굴 전체를 살펴 보기 시작했다.
“너는 네 아버지랑 꼭 닮았구나.”
“예, 그런 말을 많이 들었어요.”
해리가 대답했다.
“네 눈만 빼고 말이다. 네 눈은…….”
“예, 제 어머니의 눈이죠.”
해리는 그런 말을 너무나도 자주 들었기 때문에 사실 좀 심드렁했다.
“흠, 그래, 그렇구나. 물론 선생으로서 특별히 총애하는 학생이 있으면 안되겠지만, 그녀는 내가 제일 좋아하는 학생이었단다. 네 어머니 말이다.”
슬러그혼이 무슨 소리냐고 묻는 듯한 해리의 표정에 대답이라도 하듯이 얼른 덧붙였다.
“릴리 에반스. 내가 가르쳤던 학생 중에 제일 똑똑했지. 쾌활하고 매력적인 여학생이었어. 나는 항상 그녀가 우리 기숙사에 들어왔어야만 했다고 말하곤 했는데, 그럼 네 어머니는 아주 당돌한 대답을 하곤 했지.”
“교수님 기숙사가 뭐였는데요?”
“나는 슬리데린 기숙사의 사감이었지.”
슬러그혼이 말했다.
“오, 나에게 그걸 숨길 생각은 마라!”
슬러그혼이 해리의 얼굴에 떠오른 표정을 보더니, 그를 향해 퉁퉁한 소가락을 흔들며 재빨리 말을 이었다.
“넌 네 어머니처럼 그리핀도르겠지, 안 그러냐? 그래, 대개 그건 대물림되곤 하지. 물론 항상 그런 것은 아니지만 말이야. 시리우스 블랙이란 이름을 들어 본 적이 있느냐? 아마 들어 봤을 게다. 지난 2년 동안 신문에 오르내렸으니까. 그자는 몇 주 전에 죽었지…….”
해리는 마치 보이지 않는 손이 그의 속을 마구 비틀며 쥐어 짜는 듯한 기분이었다.
“그래, 그자는 네 아버지가 학교 다닐 때 가장 친한 친구이기도 했단다. 어쨌든 블랙 가문의 사람들은 모두 다 우리 기숙사 학생들이었는데, 유독 시리우스만 그리핀도르가 되었지 뭐냐! 참 유감스런 일이지. 아주 재능 있는 녀석이었는데, 물론 그의 동생인 레귤러스가 왔을 때 그 녀석은 우리 기숙사로 들어왔지. 하지만 형제가 모두 들어왔었다면 좋았을 텐데.”
슬러그혼은 마치 경매에서 앞 다투어 비싼 값을 부르는 열성적인 수집가처럼 말했다. 그리고 완전히 추억에 빠져서 멍하니 맞은편 벽을 바라보며, 등에 열이 골고루 미칠 수 있도록 천천히 몸을 돌리고 있었다.
“물론 네 어머니는 머글 태생이었어. 처음 그 사실을 알았을 때, 난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 분명히 순수 혈통일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거든. 그만큼 훌륭했으니까.”
“제 가장 친한 친구 한 명도 머글 태생이에요. 그리고 그 친구도 우리 학년에서 최고 우등생인걸요.”
해리가 얼른 말했다.
“웃기지만 가끔 그런 일이 일어난단다, 안 그러냐?”
슬러그혼이 말했다.
“별로 안 웃기는데요.”
해리가 냉정하게 말했다.
그러자 슬러그혼은 충격을 받은 듯한 표정으로 그를 내려다 보았다.
“넌 내가 편견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는 게로구나! 아니, 아니다. 절대 아니야! 네 어머니는 내 평생에 가장 총애하던 학생들 중 하나였다고 내가 방금 말하지 않았니? 게다가 네 어머니 바로 아래 학년이었던 더크 크레스웰 역시 머글 태생이었는데, 아주 재능 있는 학생이었단다. 지금은 도깨비 연락 사무소 소장이 되었지. 그래서 아직도 그린고트의 현재 사정에 대한 아주 귀중한 내부 정보를 나에게 전해 주고 있지!”
슬러그혼은 몹시 흡족한 듯이 흐뭇한 표정을 지으며 한 번 폴짝 뛰었다. 그리고 서랍장 위에 놓여 있는 수많은 윤나는 사진들을 손으로 가리켰다. 각 사진들마다 움직이는 조그만 인물들이 들어 있었다.
“모두 예전 학생들이란다. 전부 친필 서명이 되어 있지. 《예언자 일보》의 편집장인 바르나바 쿠프도 있는데, 이 녀석은 언제나 그날의 뉴스에 대한 나의 논평을 듣고 싶어 하지. 그리고 허니듀크 가게의 주인인 암브로시우스 플룸, 이 녀석은 생일 때마다 선물 바구니를 보내 주는데, 그건 모두 다 내가 시세론 하키스에게 그를 소개시켜 준 답례란다. 그 사람이 그 친구에게 첫 일자리를 주었거든! 그리고 저기 뒤쪽에…… 너도 목만 조금 빼면 보일 게다……. 저 사람은 그웨녹 존스, 바로 홀리헤드 하퍼스 팀의 주장이지……. 사람들은 항상 내가 하퍼스 팀과 절친한 사이고, 원하기만 하면 언제나 공짜 표를 얻을 수 있단 말을 들으면 깜짝 놀란단 말이야!”
이 생각을 하자, 슬러그혼은 굉장히 신이 난 것 같았다.
“그럼 그 사람들이 모두 교수님이 어디 계신지를 알고 그런 것들을 보내 준단 말인가요?”
해리가 물었다. 과자 바구니며 퀴디치 경기 입장권, 그의 조언과 견해를 듣고 싶어 안달이 난 손님들까지 그를 찾아낼 수 있는데, 어째서 죽음을 먹는 자들이 아직까지 슬러그혼의 뒤를 추적하지 못했는지 도통 이해가 가지 않았던 것이다.
슬러그혼의 얼굴에 가득했던 미소가 벽에 얼룩져 있던 핏자국처럼 순식간에 사라졌다.
“물론 그건 아니다.”
그가 해리를 내려다보았다.
“나는 지난 1년 동안 어느 누구와도 연락을 끊고 살았으니까.”
해리는 그 말에 슬러그혼이 충격을 받은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는 잠시 동안 꽤 심란한 표정을 짓더니, 조금 있다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신중한 마법사라면 이런 때에는 고개를 숙이고 있는 법이지. 덤블도어가 하는 말이 모두 옳기는 하다만, 그러나 지금 내가 호그와트의 교사 직을 받아들이게 되면 그건 바로 내가 불사조 기사단과 한편이라는 걸 온 세상에 선포하는 거나 마찬가지란 말이야! 물론 그들이 아주 존경스럽고 용감하긴 하지만 무엇보다 불사조 기사단의 사망률이 높다는 게 개인적으로는 마음에 안 들거든…….”
“호그와트에서 가르치신다고 해서 꼭 기사단에 들어오실 필요는 없어요.”
해리가 말했다. 그는 슬러그혼의 말투에서 풍기는 빈정거리는 어조를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동굴에 숨어서 들쥐를 잡아먹으며 연명했던 시리우스를 생각하니, 슬러그혼의 배부른 생활을 동정할 수가 없었다.
“교수님들 대부분이 기사단에 가입하지 않으셨어요. 아직까지 목숨을 잃은 분도 없었고요. 뭐, 퀴렐 교수만 뺀다면 말이죠. 그는 볼드모트를 위해서 일했으니, 마땅히 치러야 할 대가를 치른 거죠.”
해리는 슬러그혼도 볼드모트의 이름을 소리 내어 말하는 걸 듣기만 해도 벌벌 떠는 마법사들 중 하나일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리고 과연 그 짐작은 틀리지 않았다. 슬러그혼은 부르르 몸을 떨더니 못마땅 하다는 듯이 신음 소리를 냈다. 하지만 해리는 못 들은 척했다.
“저는 덤블도어 교수님이 교장 선생님으로 계시는 한, 호그와트의 교수님들은 다른 사람들보다 훨씬 더 안전하다고 생각해요. 그분은 볼드모트가 두려워하는 유일한 사람이라고 하잖아요, 안 그런가요?”
해리는 계속해서 떠들었다.
슬러그혼은 1, 2초 동안 허공을 응시했다. 해리의 말을 곱씹어 보는 눈치였다.
“음, 그래. 이름을 불러서는 안 될 그 사람이 덤블도어와는 한 번도 싸우려 든 적이 없다는 건 사실이지.”
슬러그혼은 마지못해 중얼거렸다.
“게다가 내가 죽음을 먹는 자들과 손을 잡지 않는 한, 이름을 불러서는 안 될 그 사람이 나를 친구로 여길 리 만무하다는 건 누가 봐도 다 알 거야……. 상황이 그렇다면, 차라리 알버스 옆에 붙어 있는 편이 훨씬 더 안전할지도 몰라……. 솔직히 말해 아멜리아 본즈의 죽음에 충격을 받지 않을 수 없었어……. 그토록 자주 마법부와 접촉을 하고 보호를 받던 아멜리아였는데, 그녀까지 죽었다면…….”
이때 덤블도어가 방으로 다시 들어왔다. 슬러그혼은 마치 덤블도어가 집 안에 있다는 사실조차 깜빡 잊어버린 사람처럼 화들짝 놀랐다.
“오, 자네로군, 알버스.”
슬러그혼이 말했다.
“아주 오래 걸렸구먼. 배탈이라도 났었나?”
“아닐세. 그냥 머글들 잡지를 좀 읽느라고 말이야.”
덤블도어가 말했다.
“나는 뜨개질 도안을 굉장히 좋아하거든. 그건 그렇고, 해리, 우리가 예의 없게도 너무 오랫동안 머물러 있었구나. 이제 그만 떠날 시간이 된 것 같다.”
해리는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슬러그혼은 약간 주춤하는 것 같았다.
“떠나려고?”
“그래, 그렇다네. 이제 볼일을 다 봤으니 그만 가야지.”
“볼일이 없다고……?”
슬러그혼은 마음이 흔들리는 기색이 역력했다. 그는 덤블도어가 여행용 망토의 끈을 여미고 해리가 웃옷의 지퍼를 올리는 걸 지켜보면서 통통하게 살찐 손가락을 만지작만지작 비비 꼬며 어쩔 줄 몰랐다.
“호레이스, 자네가 그 자리를 원치 않아서 유감일세.”
덤블도어가 다치지 않은 손을 들어 작별 인사를 하면서 말했다.
“자네가 다시 돌아온다면 호그와트가 대단히 기뻐할 텐데 말일세. 보안 경비가 대단히 강화되긴 했지만, 자네라면 언제 찾아와도 대환영일세. 물론 자네가 원한다면 말이야.”
“그래…… 어쨌든…… 아주 고맙군……. 내 말은…….”
“그럼 잘 있게.”
“안녕히 계세요.”
해리도 인사했다.
두 사람이 현관문을 막 나서려 할 때, 갑자기 등 뒤에서 다급하게 외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좋아, 좋다고. 그 일을 하겠네!”
덤블도어가 뒤를 돌아보니, 슬러그혼이 숨을 헐떡거리며 응접실로 이어지는 현관 복도에 서 있었다.
“은퇴 생활을 그만두겠다는 건가?”
“그래, 그렇다니까.”
슬러그혼이 성급하게 말했다.
“내가 정신이 나갔지. 하지만 그렇게 하겠네.”
“잘됐어.”
덤블도어가 활짝 웃었다.
“그럼 호레이스, 9월1일에 다시 보기로 하세.”
“그래. 그렇게 함세.”
슬러그혼이 툴툴거렸다.
그리고 다시 두 사람이 정원의 오솔길로 내려왔을 때, 슬러그혼의 목소리가 그들 뒤에서 들려왔다.
“덤블도어, 월급 올려 줘야 해!”
덤블도어가 킬킬거리며 웃였다. 그들 등 뒤에서 대문이 쾅 닫혔고, 두 사람은 어둠과 소용돌이치는 안개를 뚫고 언덕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잘했다, 해리.”
덤블도어가 입을 열었다.
“전 아무것도 안 했는데요.”
해리는 깜짝 놀랐다.
“오, 아니다. 네가 한 거야. 넌 호레이스에게 호그와트로 다시 돌아가면 얼마나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는지를 정확하게 일러 주었어. 그래, 그가 마음에 드니?”
“어…….”
해리는 슬러그혼이 좋은지 싫은지 판단이 서질 않았다. 나름대로 친절한 것 같기는 했지만 허영심이 너무 강했고, 아니라고는 했지만 머글 태생이 좋은 마녀가 된다는 사실에 대해서 지나치게 놀라는 것 같았다.
덤블도어는 자기가 던진 질문에 대해서 뭔가 대답해야 하는 부담을 덜어 주려는 듯, 먼저 이야기를 꺼냈다.
“호레이스는 편안한 것을 좋아한단다. 게다가 유명인이나 성공한 사람, 세력가와 친구로 지내고 싶어 하지. 호레이스는 자신이 이런 사람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걸 즐긴단다. 절대로 자기가 왕좌에 직접 오르기를 원하는 그런 사람은 아니야. 대신 뒷자리에 앉는 걸 더 좋아하지. 그래야 더 많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으니까. 그 친구는 호그와트에서 자기가 총애하는 제자들을 그때그때마다 선정했단다. 어떤 때는 야심을 보기도 하고, 어떤 때는 머리를 보기도 하고, 또 어떤 때는 매력이나 재능을 보기도 했어. 그에게는 장차 다양한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인물이 될 인재들을 골라내는 참으로 비상한 재주가 있었거든. 그렇게 해서 호레이스는 자기를 중심으로 일종의 총애하는 제자 모임 같은 것을 만들었지. 서로 소개도 해 주고, 도움이 되도록 중간에 다리를 놓아 주고 말이야. 그리고는 항상 그 대가로 뭔가를 얻어 냈지. 그가 제일 좋아하는 파인애플 설탕 절임 한 상자라든가, 도깨비 연락 사무소의 차기 하급 직원을 추천할 수 있는 기회라든가 하는 것을 말이다.”
문득 해리의 머릿속에는, 사방에 거미줄을 잔뜩 쳐 놓고 실을 이쪽저쪽으로 잡아당겨서 커다랗고 살찐 파리를 자기 쪽으로 조금씩 더 가까이 끌어들이고 있는 거대한 거미의 모습이 선명하게 떠올랐다.
“내가 이런 이야기를 너에게 모두 털어놓는 것은…….”
덤블도어가 말을 이었다.
“호레이스, 아니, 이제부터는 당연히 슬러그혼 교수라고 불러야겠구나. 그분에게 반감을 가지라는 것이 아니라, 항상 조심을 하라는 거다. 슬러그혼 교수는 틀림없이 너를 끌어들이려고 할 거야, 해리. 아마 그가 끌어들인 제자들 중에 너는 가장 귀중한 보석이 될 테니까. 너는 ‘살아남은 아이’ 혹은 사람들이 요즘 부르는 대로 ‘선택 받은 자’니까 말이다.”
이 말을 듣자, 주위에 맴도는 안개와는 아무런 상관없이, 싸늘한 한기가 갑자기 해리를 엄습했다. 몇 주일 전에 들었던 말들이 생각났다. 그에게는 대단히 끔찍하고 특별한 의미가 있는 말이었다.
다른 한쪽이 살아 있는 한은 어느 쪽도 살 수 없으리라…….
그들이 이전에 지나쳤던 교회 앞에 이르자, 덤블도어가 걸음을 멈추었다.
“이제 됐어, 해리. 내 팔을 잡아라.”
이번에는 단단히 자세를 취하고 순간이동을 준비했다.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불쾌한 건 마찬가지였다. 온몸을 짓누르는 압력이 사라지고 간신히 다시 숨을 쉴 수 있게 되었을 때, 해리는 덤블도어와 나란히 어느 변두리 골목에 서 있었다. 해리는 세상에서 두 번째로 사랑하는 건물의 구불구불한 형상을 바라보았다. 바로 버로우였다. 조금 전에 그를 휩쓸고 지나간 공포에도 불구하고, 이곳을 보자 해리의 영혼은 다시 반짝 살아나지 않을 수 없었다. 론이 저곳에 있다……. 그리고 이 세상 어느 누구보다도 맛있는 음식을 만들 수 있는 위즐리 부인도…….
그들이 대문을 지날 때 덤블도어가 말했다.
“너만 괜찮다면 해리, 헤어지기 전에 몇 마디 이야기를 나누고 싶구나. 단둘이서 말이다. 여기가 어떨까?”
덤블도어는 위즐리 가족들이 빗자루를 보관해 두는, 다 쓰러져 가는 돌로 지은 헛간을 가리켰다. 해리는 약간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으며 덤블도어를 따라서 삐거덕거리는 문을 지나, 보통 벽장보다도 더 좁은 헛간 안으로 들어갔다. 덤블도어가 지팡이 끝에 불을 밝히자 지팡이는 횃불처럼 타올랐다. 그는 미소를 지으며 해리를 내려다보았다.
“해리, 내가 이런 말을 하는 걸 용서해 주기 바란다. 하지만 나는 마법부에서 벌어진 그 모든 일을 네가 잘 극복하고 있는 것 같아서 정말 기쁘고 조금 자랑스럽구나. 시리우스도 널 자랑스럽게 여길 거라는 말을 너에게 해 주고 싶었단다.”
해리는 침을 꿀꺽 삼켰다.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시리우스에 대한 이야기라면 견딜 수 없을 것 같았다. 버논 이모부가 “녀석의 대부가 죽었단 말이오?” 라고 묻는 걸 듣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고통스러웠다. 게다가 슬러그혼의 입에서 대수롭지 않게 시리우스의 이름이 튀어나오는 걸 들었을 때에는 더욱더 괴로웠다.
“너와 시리우스가 함께했던 시간이 그렇게도 짧았던 것은 정말 잔인한 일이었다.”
덤블도어가 다정하게 해리를 위로했다.
해리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눈은 덤블도어의 모자를 기어 오르고 있는 거미만을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다. 하지만 해리는 덤블도어가 진심으로 자기를 이해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어쩌면 그는 아마 짐작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의 편지가 도착하기 전까지, 해리가 더즐리네 집에서 거의 온종일 침대에 누워 식사도 거르고 안개 낀 창문만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는 것을. 그의 마음속에는 디멘터들을 연상시키는 싸늘한 공허감만이 가득했었다.
“시리우스가 다시는 저에게 편지를 보낼 수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가 힘들 뿐이에요.”
마침내 해리가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갑자기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해리는 눈을 깜박거렸다. 그걸 인정하는 것이 어리석게 느껴졌지만, 진짜 부모님처럼 그에게 무슨 일이 있는지 걱정해 주는 누군가가 호그와트 밖에도 있다는 사실이, 대부가 있어서 가장 좋았던 일들 중 하나였다. 하지만 이제는 우편 배달 부엉이도 두 번 다시 그에게 그런 위안을 가져다주지 못할 것이다…….
“너에게 시리우스는 네가 이전까지 알지 못했던 많은 것들을 대표하는 사람이었다.”
덤블도어는 상냥하게 말했다.
“그러니 그를 잃고 망연자실하는 것도 당연한 일이지…….”
“하지만 더즐리네 집에 있는 동안…….”
해리가 덤블도어의 말을 중간에서 잘랐다. 그의 목소리는 점점 더 강해졌다.
“전 깨달았어요. 혼자 고립되어 지낼 수도, 미쳐 버릴 수도 없다는 걸요. 시리우스도 그걸 원하지 않을 거예요, 그렇죠” 어쨌든 인생은 너무 짧잖아요……. 본즈 부인을 보세요. 에멀린 밴스를 보세요……. 그 다음이 제 차례일 수도 있어요, 안 그런가요?”
해리는 이제 지팡이의 불빛을 받아 환하게 빛나고 있는 덤블도어의 푸른 눈동자를 똑바로 쳐다보며 단호하게 말했다.
“만약 그렇다면, 전 최대한 많은 죽음을 먹는 자들을 데리고 갈 거예요. 그리고 할 수 있다면, 볼드모트도 함께 말이죠.”
“과연 네 어머니와 아버지의 아들, 그리고 시리우스의 진정한 대자(代子)다운 말이로구나!”
덤블도어가 감탄하며 해리의 등을 두드려 주었다.
“모자를 벗어서 너에게 경의를 표하고 싶구나. 네가 거미 세례를 받으면 어쩌나 하는 걱정만 없었더라도 그렇게 했을 텐데. 그리고 해리, 그것과 아주 밀접하게 관련된 이야기인데…… 지난 2주일 동안 《예언자 일보》를 계속해서 받아 보았겠지?”
“네.”
해리의 심장 고동이 조금씩 더 빨라지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예언의 방에서 네가 겪은 모험에 대해서 소문이 홍수처럼은 아니더라도 조금씩 새어 나오고 있다는 것을 너도 보았겠구나?”
“네.”
해리가 다시 말했다.
“그리고 이제는 모든 사람들이 알고 있어요. 바로 제가 그…….”
“아니, 그들은 모른다.”
덤블도어가 그의 말을 가로막았다.
“이 세상에서 너와 볼드모트에 대한 예언의 내용을 전부 알고 있는 사람은 딱 두 사람뿐이야. 그 두 사람은 지금 이 냄새 나고 거미들이 득실거리는 빗자루 보관 창고 안에 서 있지.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볼드모트가 예언을 훔치기 위해서 죽음을 먹는 자들을 보냈고, 그 예언이 너와 관계된 것이라는 짐작을 하고 있는 건 사실이란다. 네가 그 예언의 내용에 대해서 알고 있다는 사실을 어느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해도 되겠니?”
“안 했어요.”
해리가 대답했다.
“아주 현명한 판단이었다.”
덤블도어가 말했다.
“사실 나는 네가 네 친구들을 위해서 그 사실을 털어놓아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말이다. 로날드 위즐리 군이나 헤르미온느 그레인저 양에게 말이다.”
해리가 깜짝 놀란 표정으로 덤블도어를 쳐다보자, 그가 말을 계속했다.
“나는 그 아이들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단다. 그들에게 이 중요한 사실을 이야기해 주지 않으면 그들에게 나쁜 짓을 하는 거야.”
“전 하고 싶지 않아요…….”
“그 아이들을 걱정시키거나 놀라게 할까 봐 그러니?”
덤블도어는 반달 모양의 안경 너머로 해리를 가만히 쳐다보고 있었다.
“아니면 혹시 너 자신이 걱정되고 두려워하고 있다는 사실을 고백하게 될까 봐 그러니? 해리, 넌 친구가 필요해. 네가 앞으로 말했듯이 시리우스는 네가 혼자 고립되어 지내는 걸 원하지 않을 게다.”
해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덤블도어는 굳이 대답을 들으려는 것이 아닌 것 같았다. 그는 계속해서 말했다.
“그리고 어느 정도 상관이 있기는 하지만 좀 다른 이야기를 하자면, 난 네가 이번 해에 나에게 개인 지도를 받았으면 좋겠구나.”
“교수님께 개인 지도를 받는다고요?”
조금 전까지 침묵을 지키던 해리는 너무나 놀라서 그만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그래. 이제 내가 너의 교육에 좀 더 힘을 기울여야 할 때가 온 것 같구나.”
“저에게 뭘 가르치실 건데요?”
“뭐, 이것저것 조금씩 해 보자.”
덤블도어가 유쾌하게 말했다.
해리는 희망에 부풀어서 좀 더 자세한 설명을 기다렸다. 하지만 덤블도어는 더 이상 길게 말하지 않았다. 결국 해리는 지금까지 계속 마음에 걸렸던 다른 문제에 대해서 물어보기로 했다.
“만약 제가 교수님과 수업을 하게 되면, 더 이상 스네이프와 오클러먼시 수업을 할 필요는 없겠네요, 그렇죠?”
“해리, 스네이프 교수님이라 불러야지. 그렇단다. 하지 않아도 된다.”
“잘됐네요.”
해리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왜냐하면 그 수업은…….”
해리는 자신의 진짜 속마음을 털어놓게 될까 봐 그만 말을 멈추었다.
“내 생각에는 “대실패’ 라는 단어가 거기에 딱 어울릴 것 같구나.”
덤블도어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해리는 큰 소리로 웃음을 터뜨렸다.
“그렇다면 이제부터 제가 스네이프 교수님을 뵐 일이 별로 없다는 뜻이겠군요.”
해리가 말했다.
“왜냐하면 제가 O.W.L.에서 ‘특출함’을 받지 않는 한, 스네이프 교수님의 마법약 수업을 다시 들을 일은 없을 테니까요. 그리고 제가 ‘특출함’을 받을 일은 없을 거예요.”
“부엉이가 도착하기 전에 부엉이 수를 헤아리지 마라.”
덤블도어가 진지하게 말했다.
“지금 생각해 보니, 그 결과가 오늘, 그러니까 조금 후면 나오겠구나. 이제 해리, 헤어지기 전에 두 가지 더 일러둘 말이 있다.”
먼저 지금 이 순간부터 앞으로는 언제 어느 때나 네 투명 망토를 꼭 가지고 다니기를 바란다. 호그와트 안에 있을 때에도 말이야. 만약을 대비하기 위해서야. 내 말 알아듣겠니?”
해리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네가 여기 머물러 있는 동안, 버로우에는 마법부가 취할 수 있는 가장 높은 수준의 안전 조치가 내려질 게다. 이 안전 조치들 때문에 아서와 몰리가 많은 불편을 감수해야 한단다. 예를 들어서 그들이 받아 보는 모든 우편물은 발송되기 전에 먼저 마법부에서 검사를 할 거야. 물론 그들은 조금도 개의치 않는단다. 너의 안전만이 유일한 관심사이기 때문이지. 하지만 그 가족들과 함께 있으면서 네가 위험한 짓을 한다면, 그건 은혜를 저버리는 짓이겠지.”
“네, 잘 알겠습니다.”
해리가 즉시 대답했다.
“아주 좋아.”
덤블도어는 빗자루 창고의 문을 열고 마당으로 걸어 나갔다.
“자, 부엌에 불이 켜진 게 보이는구나. 몰리에게서 네가 얼마나 말랐는지 한탄할 수 있는 기회를 더 이상 빼앗지 말도록 하자꾸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