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36장 (125/194)

제36장 그가 두려워하는 단 한 사람 

"죽지 않았어!" 

해리가 고함을 질렀다. 

해리는 믿지 않았다. 믿으려고 하지도 않았다. 그는 루핀을 뿌리치려고 

안간힘을 쓰면서 발버둥 쳤다. 그는 생각했다. 루핀은 뭘 모르고 있어. 저 

베일 뒤에는 사람들이 있어. 처음에 이 방에 들어왔을 때 저 안에서 

사람들이 소곤거리는 소리를 나는 분명 들었어-. 시리우스는 저 안에 숨어 

있어. 보이지 않는 곳에 잠깐 몸을 숨기고 있을 뿐이야-. 

"시리우스!" 

해리가 고함을 질렀다. 

"시리우스!" 

"돌아올 수 없어, 해리." 

루핀이 말했다. 발버둥 치는 해리를 놓치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느라 

그도 말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돌아올 수 없어, 시리우스는 죽-" 

"죽-지-않-았-어!" 

해리가 고함을 질렀다. 

"시리우스!" 

그들의 주위가 다시 어수선해져 있었다. 정신없이 떠들썩하고, 훨씬 더 

많은 주문들이 번쩍번쩍 날아다녔다. 해리에게 그것은 아무 의미도 없는 

소음이고 소동일 뿐이었다. 빗나간 주문들이 그들을 스치고 지나갔지만 

해리는 개의치 않았다. 지금 그에게 중요한 것은 단 한 가지, 시리우스가 

다시 돌아오지 못한다고 하는 생각을 루핀이 어서 버려 주는 것뿐이었다. 

그 너덜너덜한 베일 바로 뒤에 서 있는 시리우스가 검은 머리카락을 

흔들어 털며 다시 나타나 싸움판에 낄 수 없다는 생각을- 

루핀이 해리를 제단에서 끌어당겼지만 해리는 계속 아치문만 바라볼 

뿐이었다. 이제 그는 자기를 마냥 기다리게 하는 시리우스한테 화가 나 

있었다- 

하지만 루핀을 뿌리치려고 발버둥을 치면서도 마음 한쪽에서 그는 

조금씩 깨달아 가고 있었다. 시리우스가 이제까지 그를 마냥 기다리게 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는 것을... 시리우스는 언제나 모든 위험을 

무릅쓰고 그를 도우러 달려오고, 그를 만나러 달려왔었다는 것을... 해리가 

지금 마치 자기의 목숨이 달린 것처럼 그의 이름을 외쳐 대는 데도 

시리우스가 다시 나오지 않는다면, 그 이유는 그가 정말로 다시 나올 수 

없기 때문이라는 것을... 그가 정말로 죽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덤블도어가 아직 그 방에 남아 있는 죽음을 먹는 자들을 거의 다 잡아 

방 한가운데에 몰아 놓고 있었다. 그들은 눈에 보이지 않은 밧줄에 묶인 

듯이 꼼짝도 못했다. 매드아이 무디가 방을 엉금엉금 가로질러 가 쓰러져 

있는 통스의 의식을 깨우려 노력했다. 제단 뒤에서는 아직도 섬광이 

번쩍이고 있었으며 신음 소리와 고함 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었다. 

시리우스를 대신해서 킹슬 리가 벨라트릭스와 결투를 벌이고 있는 

것이었다. 

"해리?" 

네빌이 뒤둥거리며 계단을 내려오고 있었다. 이제 해리는 발버둥을 치지 

않았지만, 루핀은 그래도 안심이 되지 않는지 그의 한쪽 팔을 단단히 잡고 

있었다. 네빌이 그들에게 다가왔다. 

"해리... 정말 미안해..." 

네빌이 말했다. 그의 두 다리는 아직도 제멋대로 움직이고 있었다. 

"그 사람- 시리우스 블랙이라는 그 사람도 네-네 친구여써?" 

해리가 고개를 끄덕였다. 

"여길 봐." 

루핀이 나직하게 말하고, 네빌의 다리에 지팡이를 겨누었다. 

"피니트!" 

네빌의 다리에 걸려 있던 마법이 풀렸다. 그의 두 다리가 다시 

멀쩡해졌다. 루핀은 안색이 몹시 창백했다. 

"다른 친구들을 찾아봐야지. 다들 어디 있지, 네빌?" 

그렇게 말하면서 루핀은 아치문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는 지금 한 

마디 한 마디 할 때마다 가슴속에서 고통이 일어나는 것 같았다. 

"저쪽 방에 이써요. 뇌가 론을 공격했지만, 갠차늘 거에요- 헤으미는 

정시늘 이렀는데, 매근 남아 이써꼬-" 

네빌이 말했다. 

제단 뒤에서 요란하게 바닥을 찧는 소리와 고함 소리가 터졌다. 해리는 

킹슬 리가 고통스러운 비명을 지르면서 땅바닥에 쓰러지는 걸 보았다. 

벨라트릭스 레스트랭이 그들에게 등을 돌리고 달아나고, 덤블도어가 

그쪽으로 고개를 휙 돌렸다. 그가 주문을 날렸지만 그 여자는 얼른 방향을 

꺾어 버렸다. 벨라트릭스는 계단을 중간쯤까지 올라가고 있었다- 

"해리- 안 돼!" 

루핀이 소리쳤다. 그러나 해리는 어느새 그의 팔을 느슨하게 잡고 있던 

루핀의 손을 떨쳐 버린 뒤였다. 

"저 여자가 시리우스를 죽였어! 저 여자가 죽였어- 내가 저 여자를 죽일 

거야!" 

해리가 고래고래 고함을 질렀다. 

그는 계단을 껑충껑충 뛰어 올라갔다. 뒤에서 사람들이 소리를 질렀지만 

개의치 않았다. 벨라트릭스의 망토 자락이 문 안으로 사라지고, 잠시 후 

그들은 수조 속에서 뇌들이 헤엄을 치고 있는 방에 들어서 있었다... 

벨라트릭스가 어깨 너머로 지팡이를 겨누었다. 그러자 수조가 공중으로 

솟아올랐다가 옆으로 기울었다. 역겨운 냄새가 나는 물이 해리에게 

쏟아지고, 뇌들이 그에게 흘러내려서 온갖 색깔의 긴 촉수들을 뽑아내기 

시작했다. 그때 해리가 큰 소리로 외쳤다. 

"윙가르디움 레비오우사!" 

그러자 뇌들이 다시 허공으로 날아가 버렸다. 그는 비틀거리고 

미끄러지면서 문을 향해 달렸다. 바닥에 쓰러져서 신음하고 있는 루나를 

뛰어넘고, '해리- 무슨- ?' 하고 어리둥절해하는 지니를 지나고, 아직도 

힘없이 킥킥 웃고 있는 론을 지나서, 여전히 의식을 차리지 못한 

헤르미온느를 지나쳤다. 그가 문을 비틀어 열고 캄캄한 어둠에 잠긴 그 

둥근방으로 들어섰을 때, 벨라트릭스는 저쪽 끝의 또 다른 문으로 막 

꽁무니를 감추고 있었다. 그 문 밖은 승강기가 있는 곳으로 통하는 

복도였다. 

해리는 그 문을 향해서 내달렸다. 그러나 그 여자가 거칠게 문을 닫아 

버리는 바람에, 벽이 돌기 시작했다. 벽이 점점 빠르게 돌고, 다시 한 번 

해리는 푸른색 촛불들의 허연 띠에 에워싸였다. 

"출구가 어디지?" 

그가 다급하게 소리쳤다. 그러자 벽이 우르릉거리며 멈추었다. 

"나가는 문이 어디지?" 

마치 그 방이 그의 질문에 대답할 순간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 같았다. 

그의 바로 뒤에 있는 문이 저절로 활짝 열렸다. 승강기가 있는 곳으로 

통하는 복도가 바로 그의 눈앞에 나타났다. 횃불들이 밝혀져 있지만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는 달렸다... 

앞에서 승강기가 덜커덩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는 있는 힘을 다해 

달려서 모퉁이를 돌고, 다른 승강기를 타기 위해 주먹으로 버튼을 부술 

것처럼 두드렸다. 머리 위에서 천천히 승강기가 내려오는 소리가 들렸다. 

창살문이 채 다 열리기도 전에 해리는 안으로 들어가서 중앙 홀이 표시된 

버튼을 마구 눌러댔다. 창살문이 스르르 닫히고 위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창살문이 다 열리기도 전에 해리는 밖으로 튀어 나가서 황급히 주위를 

둘러보았다. 벨라트릭스는 홀의 저편 끝에 서 있는 전화 박스 승강기에 

거의 다가가 있었다. 해리가 있는 힘을 다해서 뛰어온다는 걸 

알아차렸는지 그 여자가 고개를 뒤로 돌려 주문을 날려 보냈다. 해리는 

마법사 동상이 있는 분수대 뒤로 몸을 던졌다. 그를 향해 날아온 주문이 

그를 스치고 지나가서 홀의 저편 끝에 있는 황금색 문을 강타했다. 그 

문이 종처럼 울렸다. 이젠 발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그 여자가 멈춰 섰던 

것이다. 해리는 분수대 뒤에서 몸을 낮춘 채 귀를 기울였다. 

"나와, 어서 나와, 해리!" 

그 여자의 아기를 흉내 낸 목소리가 반질반질 윤이 나는 바닥에 

부딪혀서 메아리쳤다. 

"기껏 거기 숨으려고 날 쫓아왔어? 난 네가 우리 귀여운 사촌의 복수를 

하겠다고 따라오는 줄 알았는데?" 

"물론!" 

해리가 소리쳤다. 그러자 사방에서 수많은 해리의 분신들이, 물론! 물론! 

물론! 하고 그의 말을 따라하는 것 같았다. 

"아하하하.... 그놈을 사랑했나 보지, 젖비린내 나는 포터?" 

해리의 마음속에서 이제까지는 전혀 알지 못했던 거대한 증오심이 

솟구쳐 올랐다. 그가 옆으로 쓱 나서면서 외쳤다. 

"크루시오!" 

벨라트릭스가 비명을 질렀다. 해리의 주문이 정통으로 꽂혀서 그 자리에 

쓰러진 것이었다. 그러나 네빌처럼 고통으로 몸을 뒤틀며 찢어지게 비명을 

지르지는 않았다. 벌떡 일어나 숨을 헐떡이는 그녀의 얼굴에서 웃음이 싹 

가셨다. 해리는 다시 황급히 분수대 뒤로 몸을 날렸다. 그 여자가 날려 

보낸 주문이 잘생긴 마법사 석상의 머리를 강타했다. 머리가 6미터쯤 뒤로 

날아가서 떨어져, 나무 바닥을 긁으며 길게 미끄러져 갔다. 

"용서받지 못할 저주를 써 본 적이 없군 그래?" 

여자가 소리쳤다. 이젠 더 이상 아기 같은 목소리가 아니었다. 

"넌 야비해져야 해, 포터! 진짜로 고통을 주고 그걸 즐길 줄을 알아야 

한단 말이야. 당연한 분노만으로는 절대 내게 고통을 오랫동안 줄 수 없어. 

어떻게 하는 건지 내가 보여 줄까, 응? 내가 한 수 가르쳐 줘?" 

해리가 이번에는 분수대의 반대쪽으로 고개를 내밀자 벨라트릭스가 

소리쳤다. 

"크루시오!" 

해리가 고개를 얼른 숙였다. 활을 겨누고 있는 켄타우로스 석상의 팔이 

핑그르르 돌면서 날아가다가 마법사 석상의 머리에서 조금 못 미친 곳에 

떨어졌다. 

"포터! 넌 날 이길 수 없어!" 

펠라트릭스가 비명을 지르듯 소리쳤다. 그 여자가 좀더 편하게 겨냥할 

수 있도록 오른쪽으로 자리를 옮기는 소리가 들렸다. 해리는 다시 

반대쪽으로 옮겨 가서 켄타우로스 석상의 발 뒤에 웅크렸다. 그의 머리 

꼭대기가 집요정 석상에 겨우 가려졌다. 

"나는 어둠의 마왕님의 가장 충실한 종이었고, 지금도 그래. 난 그분한테 

직접 어둠의 마법을 배웠어. 그래서 너처럼 인정에 약한 얼간이는 감히 

따라올 꿈도 못 꿀 마법을 수없이 알고 있지-." 

해리는 오른쪽으로 돌아서 조금 전에 머리가 떨어져 나간 마법사 석상을 

싱글벙글 웃으면서 올려다보고 있는 도깨비 석상 뒤로 돌아갔다. 해리는 

자기를 찾으려고 분수대 뒤로 고개를 들이밀고 있던 벨라트릭스의 등을 

겨누고 외쳤다. 

"스투페파이!" 

그러나 여자가 너무도 재빨리 대응했다. 

"프로테고!" 

해리가 날려 보낸 기정 마법의 빨간 빛이 그에게로 되돌아왔다. 해리는 

기겁을 하며 분수대 뒤로 몸을 피했다. 도깨비 석상의 귓바퀴 하나가 피융 

하고 날아갔다. 

"포터, 너한테 기회를 한 번 주겠어!" 

벨라트릭스가 소리쳤다. 

"예언을 나한테 넘겨줘-. 바닥으로 굴려서 나한테로 보내-. 그러면 내가 

네 목숨을 살려 줄지도 몰라!" 

"그럼 날 죽이는 수밖에 없어! 벌써 깨졌으니까!" 

해리가 고래고래 고함을 질렀다. 고함을 지를 때 그의 흉터가 불에 

지지는 것처럼 아팠다. 이마의 흉터에 다시 불이 붙은 것 같으면서, 지금 

그의 격분한 마음과는 전혀 다른 어떤 분노가 솟구쳐 오르는 걸 느꼈다. 

"그자도 알고 있어!" 

해리는 벨라트릭스 못지않게 미친 듯한 소리로 웃음을 터뜨렸다. 

"그게 벌써 깨졌다는 걸 너의 그 늙어 빠진 주인 볼드모트도 알고 있단 

말이야! 그래도 그자가 널 좋아할까, 응?" 

"뭐라고? 그게 무슨 소리야?" 

벨라트릭스가 부르짖었다. 처음으로 그녀의 목소리에 공포의 기색이 

어려 있었다. 

"네빌을 데리고 계단을 올라갈 때 깨졌어! 볼드모트가 뭐라고 할까, 응?" 

그의 상처가 지글지글 타들어 가는 것 같았다... 너무 아파서 저절로 

눈물이 줄줄 흘렀다... 

"거짓말!" 

벨라트릭스가 새된 소리를 질렀다. 그러나 그녀의 격분한 목소리 뒤에는 

공포심이 숨어 있다는 걸 해리는 똑똑히 들을 수 있었다. 

"네가 갖고 있어, 포터. 넌 그걸 나한테 넘겨주게 될 거야-. 아씨오 예언! 

아씨오 예언!" 

해리가 다시 미친 듯한 소리로 웃었다. 그러면 그녀가 더욱 화를 낼 

것이라고 생각했다.머릿속에서 점점 커져 가는 고통이 너무도 심해서 곧 

머리가 터져 버릴 것 같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그는 한쪽 귀가 날아간 

도깨비 석상 위로 손을 들어 올려 흔들다가, 벨라트릭스가 또 초록색 빛을 

그에게로 날려 보내자 재빨리 도로 내렸다. 

"아무것도 없었어! 무슨 말을 하는지 아무도 못 들었어! 네 주인한테 

그렇게 전해-." 

해리가 소리쳤다. 

"아니야!" 

벨라트릭스가 날카롭게 소리를 질렀다. 

"그럴 리가 없어, 거짓말이야- 주인님, 전 애썼어요, 전 애썼어요- 제발 

저를 벌주지 마세요-" 

"엄살떨지 마!" 

해리가 꽥 소리쳤다. 흉터가 너무도 아파서 눈알도 곧 터질 것처럼 

아팠다. 그는 그 어느 때보다도 더욱 겁이 났다. 

"거기서 아무리 떠들어 봤자 그자한텐 들리지 않아!" 

"그럴까, 포터?" 

어디선가 높고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해리가 너무 아파서 잠시 감았던 눈을 번쩍 떴다. 

키가 멀쑥하게 크고, 몹시 호리호리한, 검은 두건을 푹 눌러 쓴, 뱀처럼 

무시무시한 희고 음산한 얼굴, 가늘게 찢어진 눈구멍 속의 새빨간 

눈동자로 노려보는... 볼드모트 경이 홀의 한가운데에 나타나 있었다. 

순식간에 얼어붙어서 거의 움직이지도 못하는 해리에게 그자가 지팡이를 

겨누고 있었다. 

"네가 그 예언을 깨뜨렸단 말이지?" 

볼드모트가 너무도 냉혹한 새빨간 눈으로 해리를 노려보면서 부드럽게 

말했다. 

"아니야, 벨라, 저놈이 거짓말을 한 게 아니다... 저놈의 하찮은 

마음속에서 진솔이 나를 똑바로 쳐다보고 있는 게 보인다... 몇 달 

동안이나 준비하고 몇 달 동안이나 수고했는데... 그런데 나의 죽음을 먹는 

자들은 제 해리 포터가 또 나를 방해하는 걸 막지 못했어..." 

"주인님, 죄송해요, 저는 몰랐어요. 저는 그 애니마구스인 블랙하고 

싸우고 있었어요!" 

벨라트릭스가 징징 울면서 말하다가 볼드모트가 천천히 다가오자 그의 

발밑에 몸을 던져 엎드렸다. 

"주인님, 그렇지만-" 

"조용히 해, 벨라." 

볼드모트가 무섭게 말했다. 

"너는 좀 있다가 처리할 거야. 네가 훌쩍거리면서 용서를 비는 소리나 

들으려고 내가 여기 마법부가지 왔을 거라고 생각하나?" 

"그렇지만 주인님- 저놈이 여기- 저놈이 저기-" 

볼드모트는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너하곤 더 이상 할 말이 없다, 포터." 

그가 나직하게 말했다. 

"너는 너무 자주, 너무 오래, 나를 귀찮게 했어. 아바다 케다브라!" 

해리는 입조차 벌려 보지 못했다. 그는 지팡이를 쥔 손을 축 늘어Em린 

채 그저 멍하니 서 있기만 했다. 

그러나 머리가 없어진 마법사 석상이 번쩍 살아나, 자리에서 휙 

뛰어오르더니 해리와 볼드모트 사이에 쿵 하고 내려섰다. 두 팔을 쩍 벌린 

채 버티고 선 마법사 석상 가슴에 볼드모트의 주문이 부딪히고는 튕겨 

나갔다. 

"뭐야-?" 

볼드모트가 주위를 둘러보다가 숨을 토하면서 말했다. 

"덤블도어!" 

해리의 가슴이 쿵쿵 뛰었다. 그는 등 뒤를 돌아보았다. 덤블도어가 

황금색 문 앞에 서 있었다. 

볼드모트가 지팡이를 쳐들고 덤블도어에게 초록색 빛을 쏘자 덤블도어가 

휙 돌어서더니 망토 자락을 펄럭이면서 사라졌다. 바로 다음 순간에 

볼드모트의 뒤에 나타나서 분수대의 다른 석상들을 향해 지팡이를 

휘저었다. 그러자 석상들이 모두 깨어났다. 마녀는 벨라트릭스에게 

달려갔다. 벨라트릭스가 비명을 지르면서 마구 쏘아 댄 주문들이 마녀의 

가슴팍에 부질없이 꽂히면서, 마녀가 벨라트릭스를 덮쳐 바닥에 

쓰러뜨렸다. 도깨비와 집요정 석상은 벽난로들을 향해서 달려가고, 외팔 

켄타우로스는 볼드모트에게로 뛰어갔다. 볼드모트가 사라졌다가 분수대 

근처에 다시 나타났다. 머리가 없는 마법사 석상이 해리를 격투의 

현장에서 벗어나게 하려고 뒤로 떠밀고 갈 때, 덤블도어가 볼드모트에게로 

다가가고 켄타우로스 석상은 그들의 주위를 껑충껑충 뛰어다녔다. 

"자네가 오늘 밤에 여기 온 건 멍청한 짓이었어, 톰." 

덤블도어가 차분하게 말했다. 

"오러들이 지금 여기로 오고 있다-" 

"그래 봤자 나는 없을 것이고, 너만 죽어 있을 거야!" 

볼드모트가 내뱉듯이 말했다. 그가 또다시 필살의 주문을 덤블도어에게 

쏘았으나 빗나가서 보안 검색대 책상에 꽂혀, 책상이 불에 휩싸였다. 

덤블도어가 지팡이를 쳐들었다. 그의 주문이 얼마나 강력했던지, 해리는 

마법사 석상이 가려 주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주문이 머리 위를 지나갈 

때는 머리카락이 모두 벌떡 일어서는게 느껴졌다. 그리고 이번에 

볼드모트는 번쩍이는 은 방패를 불러내서 막아냈다. 그러자 무슨 주문인지 

모를 그 주문은 방패에 아무 흔적을 남기지 않았고, 단지 징처럼 깊은 

소리만 울렸다. 온몸이 오싹해지는 이상야릇한 소리였다. 

"날 죽일 생각은 없는가 보군, 덤블도어?" 

볼드모트가 말했다. 은 방패의 꼭대기에서 그의 새빨갛고 가느다란 두 

눈이 더욱 가늘어졌다. 

"그건 너무 잔인하다는 건가, 응?" 

"한 인간을 파괴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는 걸 우린 잘 알아, 톰." 

덤블도어가 차분하게 말했다. 그는 세상에 두려운 것이라곤 아무것도 

없는 사람처럼, 그리고 애초에 아무 일도 없이 그 복도를 걸어가고 있었던 

사람처럼, 천천히 볼드모트를 향해 걸어갔다. 

"자네의 목숨을 뺏는 것만으로는 난 만족할 수 없어-" 

"죽음보다 더 괴로운 것은 없어, 덤블도어!" 

볼드모트가 으르렁거렸다. 

"그건 자네가 크게 잘못 생각하고 있는 거야." 

덤블도어가 말했다. 그는 여전히 볼드모트에게 다가가면서 마치 술이나 

한잔하며 의논하는 것처럼 가볍게 말을 했다. 해리는 아무런 방비도 없이 

태연히 걸어가는 그를 보자 겁이 더럭 났다. 그래서 그에게 조심하라고 

한마디 외쳐 주고 싶었지만, 머리가 떨어져 나간 마법사 석상이 그를 벽 

쪽으로 몰고가면서 잠시도 틈을 주지 않았다. 

"이 세상엔 죽음보다 더 괴로운 것이 있다는 걸 이해하지 못한다는 게 

자네의 최대 약점이지-" 

은 방패 뒤에서 또 초록색 빛이 날아왔다. 이번에는 외팔 켄타우로스 

석상이 덤블도어 앞으로 뛰어들어서 주문을 막았다. 석상이 산산조각이 

나고, 그 조각들이 바닥에 떨어지기도 전에 덤블도어가 마치 채찍을 

휘두르듯이 지팡이를 휘둘렀다. 길고 가느다란 불꽃이 날아가더니 

볼드모트와 은 방패를 한꺼번에 칭칭 감았다. 덤블도어의 승리로 싸움이 

끝나는가 싶은 순간에, 그 불의 밧줄이 갑자기 뱀으로 돌변했다. 뱀이 

볼드모트를 놓아 버리고 무섭게 쉭쉭거리면서 덤블도어를 향해 머리를 

쳐들었다. 

볼드모트가 사라졌다. 뱀이 꼬리로 바닥을 짚고 벌떡 일어나서 곧- 

조금 전까지만 해도 다섯 개의 석상이 서 있었던 분수대 한가운데의 

대좌 위에서 볼드모트가 다시 나타난 순간, 덤블도어의 바로 머리 위 

허공에서는 화염이 펑하고 터졌다. 

"조심해요!" 해리가 고함을 질렀다. 

바로 그때 볼드모트의 지팡이 끝에서 또 초록색 빛이 덤블도어를 향해 

날아가고, 그 순간 뱀도 머리를- 

부리를 쩍 벌린 퍽스가 난데없이 덤블도어 앞에 나타나더니 그 초록색 

빛이 덥석 삼켜 버렸다. 빛이 삼켜 버린 퍽스가 펑 소리를 내고 폭발하며 

바닥에 떨어졌다. 바닥에 떨어진 퍽스는 아주 작고 쭈글쭈글한, 날 수 없는 

한 마리 새일 뿐이었다. 바로 그 순간에 덤블도어가 지팡이를 길고 

유연하게 한 번 휘저었다. 사나운 이빨을 막 그에게 박으려던 찰나에 뱀이 

허공으로 날아가더니 시커먼 연기가 되어서 사라져 버리고, 분수대 물이 

위로 솟구쳐 올라 유리로 만든 고치처럼 볼드모트를 휩쌌다. 

몇 초 간 볼드모트의 모습이 대좌 위에서 검게 아른거리는 얼굴 없는 

형태로 보였다. 그는 자신을 죄어 오는 엄청난 물을 떨쳐 내기 위해 

몸부림쳤다. 

그리고 그는 사라져 버렸다. 물이 다시 분수대 속으로 요란한 소리와 

함께 떨어지면서 바깥으로 흘러넘쳐 복도 바닥에 흥건히 흘렀다. 

"주인님!" 

벨라트릭스가 소리쳤다. 

볼드모트가 도망치자 싸움이 끝났다고 생각한 해리가 마법사 석상 

뒤에서 뛰어나오자 덤블도어가 고함을 질렀다. 

"거기 가만히 있어라, 해리!" 

덤블도어의 목소리에 처음으로 두려운 기색이 섞여 있었다. 해리는 

이유를 알 수 없었다. 이제 복도에는 그들 외엔 아무도 없었다. 

벨라트릭스는 아직도 마녀 석상에 가슴이 짓눌린 채 있었고, 퍽스는 다시 

태어난 아기 불사조의 모습으로 연약한 울음소리를 내고 있었다. 

바로 그때 해리의 흉터가 터졌다. 그는 자기가 죽는 줄로만 알았다. 

상상의 한계를 넘어선 고통, 인내의 한계를 넘어선 고통이었다- 

그는 그 복도에 있지도 않았다. 빨간 눈을 가진 어떤 괴물이 그를 

밧줄처럼 칭칭 감고 있었다. 너무 세게 감겨서 해리는 어디까지가 자기 

몸이고 어디부터가 괴물의 몸인지 알 수 없었다. 고통의 밧줄에 묶여서 

그와 괴물이 한 몸이 되었다. 풀려날 길은 없는 것 같았다-. 

괴물이 말을 하기 시작했다. 해리의 입을 빌려서 괴물이 말을 했다. 

인내의 한계를 뛰어넘은 그 고통 속에서도 해리는 자기의 턱이 움직이는 

걸 느꼈다... 

"어서 나를 죽이세요, 덤블도어..." 

칠흑 같은 어둠 속에 죽어 가면서, 제발 놓아 달라고 온몸 구석구석의 

무수한 입으로 외치면서, 해리는 또다시 그 괴물이 그의 입을 빌려서 

말하는 것을 느꼈다... 

"죽음이 아무것도 아니라면, 덤블도어. 어서 그놈을 죽여..." 

해리는 생각했다. 이 고통을 멈춰 주세요. 우릴 죽게 해주세요... 제발 

끝내 주세요, 덤블도어... 이 고통에 비하면 죽음은 정말 아무것도... 

그리고 난 시리우스를 다시 만날 수 있을 거예요... 

너무도 슬픈 마음에 해리의 가슴이 곧 터질 것 같았다.비로 그 순간 

괴물의 똬리가 스르르 풀리고 그의 고통이 사라졌다. 해리는 바닥에 

엎어져 있었다. 안경은 없어졌고, 그는 나무 바닥이 아니라 얼음 바닥에 

누은 것처럼 파르르 떨고 있었다. 

사람들의 목소리가 메아리치고 있었다.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의 

목소리였다. 해리는 눈을 떴다. 이제까지 그를 지켜 주었던, 머리가 떨어진 

마법사 석상의 발치에 안경이 놓여 있었다. 석상은 이제 뒤로 벌렁 

나자빠진, 깨진 돌덩이일 뿐이었다. 해리가 안경을 지어서 쓰고 고개를 한 

뼘쯤 들었을 때, 덤블도어의 매부리코가 바로 그의 코앞에 닿아 있었다. 

"괜찮니, 해리?" 

"예." 

해리가 대답했다. 몸이 너무도 심하게 떨려서 그는 머리를 제대로 

가누지 못했다. 

"예-괜찮아요, 볼드모트는 어디 있죠? 어디- 저 사람들은 누구죠- 

무슨-" 

중앙 홀에 사람들이 가득했다. 한쪽 벽의 모든 벽난로에서 짙은 초록색 

불이 활활 타고 있고, 벽난로마다 마법사와 마녀가 아직도 꾸역꾸역 걸어 

나오고 있었다. 덤블도어가 일으켜 세워 주었을 때, 해리는 황금빛 집요정 

석상과 도깨비 석상이 아연실색한 코넬리우스 퍼지를 데리고 걸어 나오는 

것을 보았다. 

"그자가 저기 서 있었어요!" 

새빨간 망토를 입은 말총머리 마법사가, 조금 전에 벨라트릭스가 깔려 

있었던 곳을 가리키면서 말했다. 거기엔 금 부스러기만 소복이 쌓여 

있었다. 

"제가 분명히 봤어요, 퍼지 씨. 틀림없어요, 분명히 그 사람이었어요. 

그자가 웬 여자를 움켜쥐고 사라졌어요!" 

"나도 알아, 윌리암슨, 나도 안다고, 나도 그 자를 봤어!" 

가느다란 세로줄 무늬 망토 안에 잠옷을 입은 퍼지가 방금 수 

킬로미터를 달려온 것처럼 숨을 헐떡거리면서 주절주절 말했다. 

"세상에- 여기- 여기에- 마법부 안이라니! 맙소사- 불가능한 일인데- 

어떻게 이런 일이?" 

"저 아래 미스터리 부서에 내려가 보게, 코넬리우스." 

덤블도어가 말했다. 

해리가 무사하다는 것만으로도 흡족하다는 표정을 지은 덤블도어가 

그들을 향해서 걸어갔다. 새롭게 그곳에 나타난 사람들이 그제야 그가 

거기에 있었다는 걸 알아차렸다(지팡이를 치켜드는 자들도 있고, 그저 

깜짝 놀라서 멍청한 표정을 짓는 자들도 있었으며, 

집요정과 도깨비 석상은 박수를 치고, 

퍼지는 슬리퍼를 신은 두 발이 바닥에서 떨어지도록 펄쩍 뛰었다). 

"전에 탈옥했던 죽음을 먹는 자들 중 몇 놈은 내가 죽음의 방에 가둬 

놨네, 반-순간이동 주문을 걸어 뒀지. 그놈들이 지금 자네의 처분을 

기다리고 있네." 

덤블도어가 그에게 말했다. 

"덤블도어!" 

퍼지가 곧 숨이 넘어갈 것처럼 말했다. 너무도 놀라서 얼이 다 빠져 

버린 것 같았다. 

"당신이- 여기- 난- 난-" 

퍼지는 자기가 데리고 온 오러들을 허둥지둥 둘러보았다. 그리고 누가 

보더라도 틀림없이 정신 나간 사람처럼.... 

"이자를 체포해!" 

"코넬리우스, 난 자네 부하들과 언제든지 싸울 준비가 되어 있네-. 

이번에도 물론 내가 이길 테고!" 

덤블도어가 천둥 같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렇지만 불과 몇 분 전에 자네 눈으로 모든 것을 확인했잖나? 내가 

1년 전부터 해 왔던 말이 다 진실이었다는 걸 말이야. 볼드모트는 

돌아왔어. 자네 열두 달 동안 헛다리만 짚었던 거야. 엉뚱한 사람을 

쫓아다녔단 말이야! 그만하면 이젠 정신을 차릴 때도 되지 않았나!" 

"난- 잘- 모르겠어-." 

퍼지가 고래고래 고함을 질렀다. 그리고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를 누군가가 나서서 말해 주기를 바라는 것처럼 주위를 허둥지둥 

둘러보았다. 그러나 아무도 나서지 않자, 하는 수 없이 입을 열었다. 

"좋아- 도울리쉬! 윌리암슨! 미스터리 부서에 내려가 봐.... 덤블도어, 

당신은- 당신은 여기서 있었던 일을 자세하게 설명해 줘. 황금 분수대는 

도대체 어떻게 된 거지?" 

마법사와 마녀, 켄타우로스 석상의 잔해가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바닥을 

둘러보면서 그가 몹시 볼멘소리로 말했다. 

"그건 해리를 호그와트로 돌려보낸 뒤에 얘기해도 늦지 않을 걸세." 

덤블도어가 말했다. 

"해리- 해리 포터?" 

퍼지가 뒤로 빙금 몸을 돌리고 해리를 빤히 쳐다보았다. 해리는 

덤블도어와 볼드모트가 결투를 벌이는 동안에 그를 지켜 주었던, 그러나 

지금은 바닥에 쓰러져 있는 마법사 석상의 곁의 벽에 등을 기대고 서 

있었다. 

"그- 그가 여기에?" 

퍼지가 물었다. 

"어떻게- 도대체 어떻게 된 거지?" 

"해리가 학교에 도착한 뒤에 내가 모든 걸 설명하겠네.' 

덤블도어가 다시 말했다. 

그가 마법사 석상의 머리가 떨어져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거기에 지팡이를 겨누고 낮은 소리로 말했다. 

"포터스." 

머리가 푸른색으로 달아오르면서 잠깐 시끄럽게 요동을 치다가 

잠잠해졌다. 

"당신, 뭐 하는 거야, 덤블도어?" 

덤블도어가 그 머리를 집어 들고 해리 곁으로 오자 퍼지가 말했다. 

"당신은 그 포트키를 가질 자격이 없어! 마법부의 장관 바로 앞에서 

당신이 이런 짓을 할 자격이 없단 말이야. 당신은- 당신은-" 

덤블도어가 반달 모양의 안경 너머로 근엄하게 쏘아보자 퍼지의 

목소리가 갑자기 떨렸다. 

"자넨 돌로레스 엄브릿지를 호그와트에서 내쫓으란 지시를 내려 주게. 

자네의 오러들에게는 신비한 동물 돌보기 선생을 더 이상 추적하지 말라고 

하게. 그러면 내가 자네한테...." 

덤블도어가 말했다. 

그는 주머니에서 열두 개의 바늘이 있는 시계를 꺼내서 들여다보았다. 

"앞으로 삼십 분의 시간을 주겠네. 조금 전에 여기서 있었던 일을 

충분히 설명하고도 남을 시간이야. 그런 다음에 나는 학교로 돌아가야 

하네. 내 도움이 더 필요하거든 언제든지 호그와트로 찾아오게. 편지를 

보내든지. 교장 앞으로 보내면 나한테 전해질 걸세." 

퍼지가 더욱 사납게 눈알을 부라렸다. 입이 벌어지고, 헝클어진 회색 

머리카락 밑의 동그란 얼굴이 발갛게 익어 갔다. 

"난- 당신은-" 

덤블도어가 그에게 등을 돌렸다. 

"이 포트키를 받아라, 해리" 

덤블도어가 석상의 머리를 해리에게 내밀자, 해리는 거기에 손을 얹었다. 

그 다음에는 무슨 일이 일어날 것인지, 혹은 어디로 가게 될 것인지를 

그는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 

"삼십 분 후에 다시 만날 거다, 하나... 둘... 셋...." 

덤블도어가 조용히 말했다. 

해리는 배꼽 근처가 확 당겨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의 발밑에서 

나무 바닥이 사라지고, 중앙 홀이 사라지고, 퍼지와 덤블도어도 사라졌다. 

그리고 색채와 음향의 소용돌이 속을 그는 날아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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