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34장 (123/194)

제34장 미스터리 부서 

해리는 가장 가까이 있는 세스트랄의 갈기를 한 손으로 단단히 

거머쥐고, 때마침 곁에 있던 나무 그루터기에 한 발을 딛고는 미끈미끈한 

등에 엉거주춤 올라앉았다. 세스트랄은 싫다는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이빨을 훤히 드러내고는 고개를 까닥까닥 흔들면서 그의 망토 자락을 

핥으려고만 했다. 

해리는 세스트랄의 날갯죽지 밑에 두 무릎을 꼭 끼워 붙여서 그런대로 

자세를 편안하게 한 다음에 친구들을 둘러보았다. 네빌은 해리의 바로 

옆에 있는 세스트랄의 등에 엉덩이를 걸치고 앉아서 짧은 한쪽 다리를 

등의 저편으로 넘기려고 끙끙대고 있었다. 루나는 두 발을 한쪽으로 

모아서 아주 편안한 듯이 등에 앉아서 벌써 망토 자락까지 가지런히 

추슬러 두고 있었다. 마치 날마다 해 본 사람 같았다. 그러나 론과 

헤르미온느와 지니는 그 자리에 꼼짝도 않고 서서 입만 반쯤 벌린채 

멍하니 앞만 쳐다보고 있었다. 

"왜 그러고 있어?" 해리가 물었다. 

"보이지 않는데 어떻게 타란 말이야?" 

론이 시무룩하게 말했다. 

"전혀 어렵지 않아." 

루나가 말했다. 그러고는 냉큼 땅에 내려서서 론과 헤르미온느와 지니 

앞으로 다가갔다. 

"이리 와 봐...." 

루나는 몹시 불안한 표정을 짓고 있는 그들을 세스트랄한테로 데리고 

가서 하나씩 차례로 등에 올려 주고, 손을 잡아끌어서 갈기를 쥐어 주고, 

절대로 놓지 말라고 이르고는 자기 말한테로 돌아갔다. 

"이건 말도 안 돼." 

론이 갈기를 잡지 않은 다른 손으로 말의 목을 아주 조심스럽게 

만지면서 말했다. 

"말도 안 된다고... 보이지도 않는 걸 어떻게-" 

"보이지 않는 게 차라리 다행일 거야." 

해리가 조슴 침울하게 말했다. 

"자, 다들 준비됐지?" 

아이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해리는 다섯 명의 무릎에 힘이 단단히 

들어간 것을 보았다. 

"그럼...." 

해리는 번질번질 빛나는 세스트랄의 새카만 뒤통수를 내려다보면서 침을 

꿀꺽 삼켰다. 그리고 그는 조금 자신이 없는 것처럼 어물어물 말했다. 

"런던, 마법부, 손님용 입구... 음... 하여간에... 알아서 찾아가 봐...." 

그의 세스트랄이 잠깐 동안 가만히 있었다. 잠시 후, 해리를 곧 떨어뜨릴 

것처럼 크게 한 번 몸을 뒤척이더니, 세스트랄이 양쪽 날개를 쩍 펼치고 

뒷다리를 굽혀 몸을 웅크렸다. 그리고는 너무도 빠르고, 너무도 가파르게, 

허공으로 솟구쳐 올랐다. 해리는 미끄러지지 않으려고 두 팔과 두 다리를 

말의 몸에 착 붙여야 했다. 그가 두 눈을 질끈 감고 비단결 같은 갈기에 

얼굴을 바싹 붙이고 있는 사이에, 그들은 숲의 꼭대기를 뚫고 올라가 

핏빛처럼 새빨간 석양 속으로 떠올랐다. 

해리는 자기가 지금처럼 빠르게 날아 본 적이 또 있었던가 싶었다. 

세스트랄은 거의 날갯짓을 하지 않으면서 성 위를 날아가고 있었다. 

서늘한 공기가 얼굴을 찰싹찰싹 때렸다. 세차게 얼굴에 부딪히는 바람 

때문에 눈을 단춧구멍처럼 가늘게 뜨고, 해리는 고개를 조금 뒤로 돌려 

보았다. 다섯 친구들이 공중에 떠올라서 그의 뒤를 따라오고 있었다. 

그들은 해리의 세스트랄이 일으킨 뒷바람에 휩쓸리지 않으려고 세스트랄의 

목에 윗몸을 납작하게 바싹 붙이고 있었다. 

그들은 호그와트를 지나 호그스미드 위를 날아가고 있었다. 산과 

도랑들이 보였다. 점점 짙어 가는 땅거미 속에서 드문드문 마을의 

불빛들이 보였다. 꼬불꼬불 돌아가는 어느 산길에서는 차 한 대가 언덕을 

천천히 올라가고 있었다... 

"정말 신기하다!" 

뒤에서 론이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보이지도 않는 것에 의지한 채, 

빠르게 하늘을 나는 론의 기분이 어떨지를 해리는 잠깐 상상해 보았다. 

어스름이 내렸다. 점점 어두워져 가는 자줏빛 하늘에 작은 은빛을 내는 

별들이 점점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머지 않아서 머글들이 사는 

작은 도시의 불빛만이 지금 그들이 얼마나 높이 떠서 얼마나 빠르게 

날아가고 있는지를 짐작하게 해주었다. 해리는 세스트랄의 목에 감은 두 

팔에 더욱 힘을 주었다. 그러면 세스트랄이 조금이라도 더 빨리 날아가 줄 

것 같았다.시리우스가 미스터리 부서의 바닥에 누워 있는 걸 본 그때부터 

지금까지 도대체 얼마나 많은 시간이 흐른 걸까? 시리우스는 얼마나 더 

오래 볼드모트를 견뎌 낼 수 있을까? 지금 해리가 확실히 알 수 있는 것은 

오직 시리우스는 볼드모트가 원하는 대로 하지 않았을 것이고 죽지도 

않았을 것이라는 것뿐이었다. 그 사이에 만약 둘 중의 어느 한쪽으로 

결말이 났다면, 볼드모트의 환희 혹은 분노가 그의 몸에 전해졌을 것이다. 

그렇다면 위즐리 씨가 공격을 받았던 그날 밤에 그랬던 것처럼 그의 

흉터가 견딜 수 없도록 아파 왔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어둠이 더욱 깊어져 갔다. 해리의 얼굴은 뻣뻣하게 굳다 못해서 곧 얼어 

버릴 것 같았고, 세스트랄의 옆구리를 안간힘을 다해서 누르고 있는 두 

다리는 신경이 마비된 것처럼 얼얼했다. 그러나 그는 금방이라도 미끄러져 

버릴 까 봐 조금도 몸을 움직일 수 없었다... 거센 바람 소리에 귀가 멀어 

버린 것 같았고, 너무도 차가운 밤바람에 입이 바싹 마른 채 얼어 가고 

있었다. 얼마나 멀리 날아왔는지조차도 감지할 수 없고, 믿을 것이라고는 

오직 지금 그가 몸을 맡기고 있는 이 짐승뿐이었다. 짐승은 어쩌다가 한 

번씩 날갯짓을 하고 그저 앞만 쳐다보면서 밤하늘을 날아가고 있었다... 

만약 너무 늦게 도착한다면... 

그는 아직 살아 있어. 그는 아직 싸우고 있어. 난 그걸 느낄 수 있어... 

시리우스가 끝까지 굴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볼드모트가 판단한다면... 

난 그것도 알 수 있어... 

갑자기 뱃속이 심하게 울렁거렸다. 세스트랄의 머리가 어느 순간에 

갑자기 곧추 땅을 향했고, 그 바람에 몸이 앞으로 몇 센티미터쯤 쏠렸기 

때문이었다. 드디어 아래로 내려가는 것이었다. 뒤에서 찢어지는 비명 

소리가 들린 것 같아서 해리는 위험하기 짝이 없는 줄도 모르고 얼른 

고개를 돌려 보았다. 그러나 추락하는 아이는 아무도 없었다... 조금 전의 

자기처럼 그들도 갑자기 방향이 바뀌는 바람에 깜짝 놀랐을 것이다. 

사방에서 밝은 오렌지색 불빛들이 점점 커져 가고 점점 둥글러져 갔다. 

건물의 옥상들이 보이고 무슨 곤충의 눈처럼 흐릿한 전조등이 줄지어 서 

있는 거리들이 보였다. 엷은 노랑색 사각형은 불이 켜진 창문들이었다. 

갑자기 땅바닥을 향해 곤두박질을 치는 것 같은 느낌이 번뜩 들었다. 

해리는 마지막 남은 힘을 다해서 세스트랄을 붙들었다. 그러나 세스트랄은 

어둠에 잠긴 땅바닥에 마치 그림자처럼 소리도 없이 내려섰다. 해리는 

세스트랄 등에서 미끄러져 내려서 주위를 둘러보았다. 높다란 쓰레기 

더미가 아직도 거기에 있었고, 바로 근처에는 또 험하게 부서진 공중전화 

박스가 그대로 있었다. 쓰레기 더미에도 전화 박스에도 흐릿한 오렌지색 

가로등 불빛이 비쳤다. 

론을 등에 태운 세스트랄이 땅에 내려서면서 론이 바닥에 굴러 

떨어졌다. 

"다시는 안 탈 거야." 

론이 뒤뚱뒤뚱 몸을 일으키면서 말했다. 그는 어서 세스트랄과 멀리 

떨어지고 싶다는 듯이 성큼성큼 걸었다. 그러나, 물론 보이지 않기 

때문이었겠지만, 그는 세스트랄의 엉덩이에 부딪혀서 또 넘어질 뻔했다. 

"다시는, 다시는 안 탈 거야... 정말 최악이야-" 

헤르미온느와 지니가 론의 양쪽에 내려섰다. 둘 다 론보다는 훨씬 더 

맵시 있게 땅에 내려섰지만, 다시 땅을 딛고 섰다는 안도의 표정만은 론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네빌은 폴짝 뛰어 내려서 부르르 몸서리를 치고, 

루나는 탈 때처럼 태연하게 내려섰다. 

"이제 여기서는 또 어디로 가지?" 

루나가 해리한테 물었다. 무슨 신나는 소풍이라도 나온 것 같은 

목소리였다. 

"다 왔어." 

해리가 버럭 대답했다. 그러고는 타고 온 세스트랄을 얼른 한 번 토닥여 

주고, 험하게 부서진 공중전화 박스 앞으로 성큼성큼 걸어가서 문을 

열어젖혔다. 

"뭐 하고 있어!" 

그가 쭈뼛거리고 서 있는 친구들을 돌아보며 소리를 질렀다. 

론과 지니가 얼른 다가왔다. 그러자 헤르미온느, 네빌, 루나가 서로 앞을 

다투어 그들의 뒤를 따라왔다. 해리는 한 번 더 세스트랄들을 돌아보았다. 

그들은 그새 쓰레기 더미를 에워싸고 마구 들쑤셔 대면서 썩은 음식을 

우적우적 먹고 있었다. 그리고 해리는 루나의 뒤를 따라서 마지막으로 

전화 박스 안으로 들어갔다. 

"전화기 옆에 선 사람, 6,2,4,4,2 눌러!" 해리가 말했다. 

전화기 옆에 있었던 사람은 론이었다. 그는 이상하게 팔을 구부려서 

번호판을 눌렀다. 윙 하는 신호음이 울리더니 여자의 낭랑한 목소리가 

전화 박스 안을 울렸다. 

"마법부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성명과 방문 목적을 말씀해 주십시오." 

"해리 포터, 론 위즐리, 헤르미온느 그레인저..." 

해리가 속사포처럼 이름을 읊었다. 

"지니 위즐리, 네빌 롱바텀, 루나 러브굿... 우리는 친구를 구하러 

왔습니다. 마법부에서 알아서 처리해 주셨으면 더 좋겠고요!" 

"감사합니다." 여자의 낭랑한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손님 여러분, 배지를 집으신 다음 가슴에 달아 주십시오." 

반환되는 동전이 나오는 구멍에서 배지 여섯 개가 주르르 쏟아졌다. 

헤르미온느가 그걸 손바닥에 주워 담아서 지니의 머리 너머로 해리에게 

내밀었다. 해리는 맨 위에 얹힌 것을 빤히 들여다보았다. 

해리 포터 구출 특명단 

"마법부에 오신 손님 여러분께서는 보안 검색대에서 지팡이를 

등록하시고 검색에 응해 주시기 바랍니다. 보안 검색대는 중앙 홀 제일 

아래층에 있습니다." 

"됐어!" 

해리가 소리쳤다. 바로 그때 그의 흉터가 한 번 욱신거렸다. 

"이제 들어가도 되는 거죠?" 

전화 박스의 바닥이 흔들리고, 주위의 보도가 위로 솟아올랐다. 쓰레기 

더미를 쑤셔 대는 세스트랄들이 머리 위로 사라지고, 칠흑의 어둠이 그들 

머리 위를 덮었다. 몹시 둔탁한 마찰음과 함께 그들은 땅속의 마법부로 

내려가고 있었다. 

가느다란 한 줄기 황금 불빛이 그들의 발을 비추고, 그 불빛은 점점 더 

넓어지면서 그들의 몸을 비추었다. 해리는 그 좁은 곳에서도 지팡이를 

능숙하게 잡은 채, 무릎을 꿇고 앉아서 유리 틈에 눈을 대고 중앙 홀에서 

그들을 기다리고 있는 자가 있는지를 살펴보았다. 그러나 중앙 홀은 텅 

비어 있었다. 깜깜한 밤인데도 빛은 낮보다도 더 흐릿했다. 벽의 곳곳에 

설치된 벽난로들 어디에도 불은 지펴져 있지 않았다. 그러나 승강기처럼 

땅속으로 내려가던 전화 박스가 부드러운 소리를 내며 멈추었을 때, 짙은 

푸른색 천장에서는 황금색 상징들이 여전히 물결처럼 일렁이는 것을 그는 

보았다. 

"그럼, 즐거운 저녁 시간 되시길 빕니다."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전하 박스의 물이 활짝 열리고, 맨 먼저 해리가 밖으로 튀어나가고 

네빌과 루나가 뒤이어 나왔다. 중앙 홀에서 들리는 소리라고는 황금 

분수대에서 쉬지 않고 물을 내뿜는 소리뿐이었다. 마법사와 마녀의 지팡이, 

켄타우로스의 화살, 도깨비의 뾰족한 모자와 집요정의 뾰족한 두 귀에서 

뿜어 나오는 물이 잠시도 끊이지 않고 수반으로 떨어지고 있었다. 

"이쪽이야." 

해리가 작은 소리로 말했다. 그리고 그들 여섯 명은 홀을 달려갔다. 

해리가 앞장을 서서 분수대를 지나 전에 지팡이의 무게를 재는 경비 

마법사가 앉아 있었던 책상 쪽으로 달려갔다. 그 책상은 지금은 비어 

있었다. 

해리는 당연히 경비 마법사가 있어야만 하는 그 책상이 비어 있다는 

것은 매우 불길한 징조가 틀림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들이 황금색 

문들을 지나서 승강기들이 있는 곳으로 다가갈 때에는 그의 불안한 마음이 

더욱 커졌다. 해리가 가장 가까이에 있는 하강 버튼을 눌렀다. 그러자 

순식간에 승강기 한 대가 덜컹거리며 나타나, 아주 크고 요란하게 

철커덩거리는 소리를 내더니 황금 창살문이 열렸다. 그들은 우르르 승강기 

안으로 들어갔다. 해리가 9층 버튼을 눌렀다. 아니, 살짝 건드리기만 

했는데, 창살문이 또 시끄러운 소리를 내면서 닫히고는 딸랑거리고 

덜커덕거리면서 승강기가 내려가기 시작했다. 해리는 위즐리 씨와 함께 

왔던 그날에는 승강기가 이렇게나 시끄러운 소리를 내는 줄을 미처 

알아차리지 못했었다. 그는 이 시끄러운 소리가 건물 안에 있는 모든 경비 

마법사들에게 들리지 않을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렇지 않았다. 

곧 이어 승강기가 멈추었다. 여자의 낭랑한 그 목소리가 '미스터리 

부서입니다.'라고 말하고, 창살문이 열렸다. 그들은 복도로 나섰다. 그러나 

거기에서도 움직이는 것이라고는 아무것도 없고, 승강기 근처의 횃불 몇 

개가 승강기가 멈추면서 일으킨 바람에 일렁거릴 뿐이었다. 

해리는 아무 장식도 없이 밋밋한 검은 문을 향해 돌아섰다. 몇 달 

동안이나 꿈에서 보았던 그곳에 드디어 온 것이었다. 

"가자." 

그가 속삭였다. 그리고 그는 그 문을 향해서 성큼성큼 걸어갔다. 루나가 

입을 조금 벌린 채 주위를 두리번거리면서 그의 뒤에 바싹 붙어서 

따라갔다. 

"있잖아..." 

해리가 그 문에서 2미터쯤 떨어진 곳에 멈춰 서서 말했다. 

"아무래도... 아무래도 두어 명은 여기서 망을 보는 게 좋을 것 같아. 

그리고-" 

"망을 보다가 무슨 일이 생긴다 하더라도, 그걸 어떻게 알리지? 

까마득히 멀리 가 있을 텐데..." 

지니가 눈썹을 추켜올리며 말했다. 

"다 같이 가는 거야, 해리." 네빌이 말했다. 

"부딪쳐 보는 거지 뭐." 론이 단호히 말했다. 

해리는 여전히 그들을 다 데리고 갈 생각이 없었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 

그가 다시 검은 문 쪽으로 돌아서서 앞으로 나갔다. 꿈에서 그랬던 것처럼 

그가 다가가자 문이 활짝 열렸다. 그가 문턱을 넘어 들어가고, 친구들이 

그의 뒤에 바싹 붙어서 따라 들어갔다. 

그들은 넓고 둥근 방 안에 서 있었다. 모든 것이 검었다. 바닥도 검고 

천장도 검었다. 아무 표지도 없고 손잡이도 없는, 다 똑같이 생긴 문들이 

사방의 검은 벽에 일정한 간격으로 나 있었고, 벽에는 촛불들이 드문드문 

걸려 있었다. 검은 대리석 바닥에 촛불 불빛이 빛나는 모습은 마치 바닥이 

검은 물인 것처럼 보이게 했다. 

"아무나 문 좀 닫아." 해리가 소리쳤다. 

맨 뒤에 서 있던 네빌이 돌아서서 문을 닫았다. 문이 닫히는 순간에 

해리는 문을 닫으라고 말한 걸 후회했다. 복도에서 기다란 때처럼 비쳐 

들어오던 횃불 불빛이 사라지자 실내가 너무나 캄캄해서, 보이는 

것이라고는 벽에서 가늘게 일렁이고 있는 푸른 촛불들과 그 불빛이 바닥에 

되비치는 희미한 잔영뿐이었다. 

꿈속에서 해리는 늘 입구 바로 맞은편 벽에 난 문을 향해서 곧장 실내를 

가로질러 그 문으로 들어갔었다. 그러나 지금 그 방의 벽에는 문이 열두 

개나 있었다. 해리가 바로 맞은편 벽에 있는 문들을 빤히 쳐다보면서 어느 

문이 꿈속의 그 문인지를 분간하려고 했을 때, 갑자기 요란하게 흔들리는 

소리가 나고 촛불들이 천천히 옆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둥그런 벽이 

돌기 시작한 것이었다. 

헤르미온느는 바닥까지도 움직일까 봐 겁이 났는지 해리의 팔을 덥석 

붙잡았다. 그러나 바닥은 움직이지 않았다. 벽이 더 빨리 돌자 촛불들이 

잠깐 동안 네온사인 막대기처럼 길게 늘어지고 흐릿해졌다. 그리고 처음에 

움직이기 시작할 때처럼 갑자기, 요란하게 흔들리는 소리가 뚝 그치더니 

벽도 멈추고 모든 것이 다시 고요해졌다. 

해리의 두 눈동자에서 푸른 빛의 띠들이 춤을 추었다. 그는 그것 외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방금 그게 뭐 하는 수작일까?" 

론이 떨리는 목소리로 작게 말했다. 

"우리가 조금 전에 들어온 문을 찾지 못하게 하려는 게 분명해." 

지니가 목소리를 낮추어 대답했다. 해리는 지니의 말이 옳다는 것을 

금방 알아차렸다. 시커먼 바닥 위를 기어가는 개미만큼이나 어느 문이 

출구인지 식별할 수 없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들이 나아가려고 하는 문은 

그들을 빙 둘러싸고 있는 열두 개의 문 중 어느 것이라도 될 수 있었다. 

"그럼 여기서 어떻게 나가지?" 

네빌이 몹시 불안한 듯이 말했다. 

"그런 건 생각할 필요도 없어." 

해리가 눈에 어른거리는 푸른 빛의 띠들을 지우려고 눈을 끔벅거리고, 

지팡이를 쥔 손에 더욱 힘을 주면서 단호하게 말했다. 

"우리는 시리우스를 찾을 때까지는 여기서 나가지 않을 거야-" 

"너 여기서 그 이름을 그렇게 크게 부르면 어떻게 해!" 

헤르미온느가 다급하게 말했다. 해리에게는 참으로 적절한 충고가 아닐 

수 없었다. 아직은 그곳에서 최대한 목소리를 낮춰야 한다는 것을 잠깐 

잊고 있었다. 

"그럼 이제 어떻게 할 거지, 해리?" 론이 물었다. 

"나도 몰라-" 해리가 입을 열었다가 이내 도로 삼켰다. 

"꿈속에서는 내가 승강기에서 내려서 복도 끝에 있는 문으로 들어가면 

캄캄한 방이었어. 거기가 바로 이 방이야. 그리고 그 방에서 또 어떤 

문으로 들어가면 또 다른 방이 나오는데, 그 방은... 그래, 맞아, 희미하게 

반짝거리는 빛이 있는 방이었어. 아무 문이나 몇 개 골라서 들어가 보자." 

그가 조금 다급하게 말했다. 

"내 눈으로 보면 그 방인지 아닌지 알 수 있을 거야." 

해리가 그의 바로 앞에 있는 문을 향해서 걸어가고, 친구들이 바싹 

붙어서 그의 뒤를 따라갔다. 해리는 서늘하고 빛나는 그 문에 왼손을 대고, 

지팡이를 잡은 오른손을 머리 위에 치켜들고는 문을 밀었다. 문이 스르르 

열렸다. 

천장에서부터 드리워진 황금 사슬에 매달린 등불들이 켜져 있었다. 

기다란 사각형의 그 방도 그리 밝지는 않았지만, 첫 번째 방이 워낙 

캄캄했던 탓인지 아주 밝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러나 해리가 꿈에서 

보았던, 희미하게 반짝이는 빛 같은 것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책상 몇 

개가 있고 정확히 한가운데에 유리로 만들어진 거대한 수조가 놓인 것 

이외에는 거의 텅 빈 방이었다. 짙은 초록색 물이 채워진 수조는 그들 

모두가 한꺼번에 들어가서 헤엄을 쳐도 될 만큼 거대했다. 짙은 초록색 물 

속에는 진주처럼 하얀 물체들이 천천히 떠다니고 있었다. 

"저게 뭐지?" 론이 아주 작은 소리로 물었다. 

"몰라."해리가 대답했다. 

"물고기야?" 지니가 숨을 죽이고 물었다. 

"저건 아쿠아바이러스 마곳이야. 마법부에서 저런 걸 키운다는 얘기를 

아빠한테 들었어..." 루나가 대답했다. 

"아니야." 

헤르미온느가 이상야릇한 목소리로 말했다. 헤르미온느는 수조 앞으로 

다가가서 안을 들려다보았다. 

"이건 뇌야." 

"뇌?" 

"그래... 이런 걸 왜 갖다 놨을까?" 

해리도 헤르미온느의 옆에 가서 그걸 들여다보았다. 가까이에서 보니까 

헤르미온느의 말이 과연 옳다는 걸 금방 알 수 있었다. 콜리 플라워같이 

생긴 섬뜩하도록 허연 물체들이 짙은 초록색 물 속에 둥둥 떠서 천천히 

움직이고 있었다. 

"여기서 나가는 게 좋겠어. 이 방은 아니야. 다른 방에-" 

해리가 말했다. 

"여기도 문이 많은데?" 

론이 사방의 벽들을 가리키면서 말했다. 해리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도대체 여기는 얼마나 넓은 것일까? 

"꿈속에서 난 캄캄한 방을 지나서 두 번째 방으로 들어갔었어. 그 두 

번째 방이 지금 우리가 찾는 방이야. 빨리 나가서 다른 방에 들어가 보는 

게 좋겠어." 

그들은 다시 그 캄캄하고 둥근 방으로 나왔다. 해리의 눈 앞에는 이제 

춧불의 푸른 빛 띠들이 아니라 섬뜩하도록 허연 뇌들이 어른거렸다. 

"잠깐 기다려!" 

마지막으로 방에서 나온 루나가 막 문을 닫으려 할 때, 헤르미온느가 

말했다. 

"플래그레이트!" 

헤르미온느가 지팡이를 쳐들고 휘두르자 그 문에 불이 활활타는 X자가 

그려졌다. 그리고 문을 닫자마자 또 요란하게 흔들리는 소리가 나고, 벽이 

아주 빠르게 돌았다. 그러나 이번에는 네온사인 막대같이 길게 늘어진 

푸른 불빛들 속에 엄청나게 밝은 붉은색과 황금색의 띠가 섞여 있었다. 

그리고 모든 것이 다시 멈추었을 때는 활활 타던 그 X자에 여전히 불꽃이 

조금 남아서 그들이 방금 들어갔다가 나온 문이 바로 그 문임을 가르쳐 

주었다. 

"정말 잘했오. 자, 이번에는 이 문으로-" 

해리는 또 바로 맞은편에 있는 문으로 걸어가서, 지팡이를 쥔 손을 

치켜들고 왼손으로 그 문을 밀고 들어갔다. 친구들은 그의 뒤에 바싹 

붙어서 따라 들어갔다. 

좀 전의 방보다 훨씬 넓은 방이었다. 어둠침침하고, 사각형이었으며, 

한가운데가 6미터 정도 움푹 꺼진 거대한 돌 구덩이 같은 방이었다. 

그들이 서 있는 곳은 마치 원형극장처럼 한가운데의 구덩이를 향해서 

완만한 경사를 이룬 둥그런 돌계단의 제일 꼭대기였다. 그 방은 해리가 

위즌가모트에게 심문을 받았던 그 법정과도 흡사한 것 같았다. 그러나 그 

법정과는 확실하게 다른 게 있었다. 움푹 거진 바닥에 쇠사슬이 감긴 

의자가 아니라, 돌로 쌓은 그리 높지 않은 제단이 놓여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제단 위에는 역시 돌로 쌓은 아치문이 서 있었다. 군데군데 틈이 

벌어져서 곧 무너질 것처럼 아슬아슬하게 서 있는 그 아치문은, 어쩐지 

고풍스러워 보였다. 무너지지 않도록 받쳐 주는 벽도 없이 저 혼자 

덩그러니 서 있는 그 문에는 누더기같이 너덜너덜한 검은 베일이 드리워져 

있었다. 몹시 차가운 방 안의 공기엔 한 점의 요동도 일지 않았지만 방금 

누군가가 건드린 것처럼 베일이 가볍게 일렁이고 있었다. 

"거기 누구지?" 

해리가 한 계단 뛰어내리면서 말했다.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지만, 베일은 

여전히 보일 듯 말 듯 일렁였다. 

"조심해!" 헤르미온느가 작은 소리로 말했다. 

해리는 계단을 천천히 내려가서 움푹 꺼진 구덩이의 돌바닥에 내려섰다. 

제단을 향해서 천천히 걸음을 옮기자 그의 발소리는 메아리가 되어 울려 

퍼졌다. 제단 위에 전 혼자 덩그러니 서 있는 아치문은 계단 꼭대기에서 

보았을 때보다 훨씬 더 높았다. 거기에 드리워진 누더기 같은 검은 

베일은... 그새 또 누군가가 들추고 지나간 것처럼 천천히 일렁이고 있었다. 

"시리우스?" 

해리는 한 번 더 불러 보았다. 가까워진 만큼 더 작아진 목소리로... 

그는 아치문에 드리워진 베일 뒤에 누군가가 서 있는 것 같은 너무도 

이상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지팡이를 더욱 단단히 쥐고 해리는 제단 

옆으로 돌아가 보았지만, 거기엔 아무도 없었다. 누더기 같은 검은 베일의 

다른 쪽 면만이 보일 뿐이었다. 

"나가자!" 

헤르미온느가 계단 중간쯤에 서서 말했다. 

"이 방은 아니야. 해리. 올라와..." 

헤르미온느의 목소리에 두려운 기색이 역력했다. 짙은 초록색 물 속의 

뇌를 보았던 먼젓번 방에서보다도 훨씬 더 무서워 하는 것 같았다. 그러나 

해리는 헤르미온느의 말을 들었는지 못 들었는지 계속 그 자리에 서 

있었다. 그는 그 아치문이 비록 위태롭게 서 있기는 하지만 어쩐지 

아름다워 보이는 데가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천천히 

일렁이는 베일이 그의 마음을 잡아끄는 것 같았다. 그는 제단 위로 

올라가서 아치문으로 들어가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 

생각을 떨쳐 버릴 수가 없었다. 

"해리! 나가자니까!" 헤르미온느가 더 강경하게 말했다. 

"응, 알았어." 

그러나 해리는 돌아서지 않았다. 거기서 방금 무슨 소리를 틀림없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베일 뒤에서 누군가가 아주 작게 소곤소곤 중얼거리는 

소리가 분명히 그의 귀에 들리고 있었다. 

"너 지금 뭐라고 말하는 거야?" 

해리가 이젠 아주 큰 소리로 말했다. 그의 목소리가 돌계단에 부딪혀 

메아리가 되어 방 안에 웅웅 울려 퍼졌다. 

"누가 무슨 말을 한다는 거야, 해리!" 

헤르미온느가 화를 내면서 바락 소리치고는 계단을 내려갔다. 

"저 뒤에서 누군가가 말을 하고 있어." 

해리는 다가오는 그녀를 멀리하면서 인상을 쓰며 계속 베일을 

쳐다보면서 말했다. 

"론, 너 거기 있니?" 

"난 여기 있어." 

론이 아치문 옆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저 소리가 안 들린단 말이야?" 

베일 뒤에서 소곤거리는 소리가 점점 더 커졌다. 해리는 자기도 모르게 

제단 위에 한 발을 올려놓고 있었다. 

"나도 들려." 

루나가 숨을 토하면서 말했다. 그녀는 아치문 옆을 돌아와서 그들과 

함께 천천히 일렁이는 베일을 빤히 쳐다보기 시작했다. 

"저 안에 사람들이 있어." 

"'저 안'이라니, 그게 무슨 소리야?" 

헤르미온느가 계단 맨 아리에서 바닥으로 뛰어내리며 화난 목소리로 

말했다. 

"'저 안'이란 건 없어, 저건 단지 아치문일 뿐이야. 누가 있을 만한 

공간이 있는 게 아니란 말이야. 해리- 그만둬- 빨리 나가-" 

헤르미온느가 해리의 팔을 잡았지만 해리는 돌아보지도 않고 그 손을 

뿌리쳤다. 

"해리, 우린 여기에 시리우스를 찾으러 왔어!" 

헤르미온느가 이제는 아주 화가 난 듯 앙칼지게 말했다 

"시리우스." 

쉬지 않고 천천히 흔들리는 베일을 그새 넋이 빠져 버린 것처럼 멍하니 

쳐다보면서 해리가 중얼거렸다. 

"맞아..." 

바로 그때 해리의 머릿속에 무엇인가가 퍼뜩 떠올랐다. 아니, 무엇인가가 

어느 순간에 해리의 머릿속으로 되돌아왔다고 해야 할까? 시리우스는 

잡히고 포박당해서 고문받고 있는데 자신을 지금 거기서 그 아치문을 빤히 

쳐다보고 있다... 

해리는 제단에서 몇 걸음 뒤로 물러났다. 그리고 안간힘을 써서 그 

베일에 붙들려 있던 자기의 시선을 잡아 뗐다. 

"빨리 나가자." 해리가 말했다. 

"진작에 그럴 것이지. 자, 빨리!" 

헤르미온느가 서둘러 말하고는 제단 뒤로 돌아갔다. 거기에는 지니와 

네빌이 넋이 빠진 게 분명한 표정으로 그 베일을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헤르미온느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다가가서 지니의 팔을 잡고, 론은 

네빌의 팔을 잡았다. 그리고 그들은 성큼성큼 걸어서 문을 향해 계단을 

올라왔다. 

"넌 그 아치문이 뭐라고 생각해?" 

캄캄한 둥근 방으로 다시 나오자마자 해리가 헤르미온느에게 물었다. 

"모르겠어. 뭔지는 모르겠지만 대단히 위험하다는 건 알 것 같아." 

헤르미온느는 그 방문에도 불이 활활 타는 X를 그렸다. 벽이 또 

빙글빙글 돌다가 멈추었다. 해리는 맨 먼저 눈에 띄는 문으로 다가가서 

왼손으로 밀었다. 그러나 그 문은 열리지 않았다. 

"왜 이러지?" 헤르미온느가 의아해했다. 

"잠긴 거 같아..." 

해리는 어깨로 문을 들이박았다. 그러나 문은 끄덕도 하지 않았다. 

"이 방이야, 그렇지?" 

론이 흥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고는 해리와 함께 어깨로 문을 

들이박았다. 

"틀림없을 거야!" 

"물러서!" 

헤르미온느가 앙칼지게 소리쳤다. 그리고 여닫이문 같으면 자물쇠가 

달렸을 만한 곳에 지팡이를 겨누고 외쳤다. 

"알로호모라!"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참, 시리우스의 칼이 있었지!" 

해리가 망토 호주머니에서 주머니칼을 꺼내 가지고 문과 벽 사이의 틈에 

찔러 넣었다. 그가 꼭대기부터 바닥까지 그어 내릴 때 다른 아이들은 모두 

초조하게 바라보았다. 해리는 칼을 뺀 뒤 다시 어깨로 문을 들이받았다. 

문은 여전히 끄떡도 하지 않았다. 그뿐이 아니었다. 해리가 칼을 쥔 손을 

들었을 때. 그 칼은 날이 다 녹아 버려서 자루만 달랑 그의 손에 쥐어져 

있었다. 

"됐어. 이 방은 포기해." 

헤르미온느가 단호하게 말했다. 

"그렇지만 이 방이 그 방이면 어쩌지?" 

론이 불안과 기대가 섞인 표정으로 말했다. 

"그럴 리 없어. 해리의 꿈속에서는 들어가지 못한 문이 없었잖아." 

헤르미온느가 말했다. 그리고 그 문에도 X를 그렸다. 그 사이에 해리는 

자루만 달랑 남은 시리우스의 칼을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저 안에 뭐가 있을지 어떻게 알아?" 

벽이 다시 돌기 시작할 때 루나가 아주 진지하게 말했다. 

"뭐 별거 있겠어?" 

헤르미온느가 숨소리를 삼키며 말하지, 네빌이 조금 뻣뻣하게 킥킥 

웃었다. 

벽이 다시 멈추었다. 해리는 몹시 다급한 심정으로 다음 문을 밀었다. 

"여기야!" 

그는 다이아몬드처럼 맑게 반작이며 현란하게 춤추는 아름다운 빛을 

보자마자, 이 방이 바로 그 방이라는 걸 알아보았다. 그리고 그 눈부신 

빛에 눈이 익숙해지자 그 방에 빛나는 시계가 가득하다는 것도 이내 

알아차렸다. 큰 시계, 작은 시계, 괘종시계, 탁상시계들이 책장 사이사이 

그리고 책상들 위에 수도 없이 놓여 있었다. 그리고 수많은 시게들이 

분주히, 잠시도 쉴 새 없이, 째깍거리는 소리는 마치 수천 수만의 아주 

작은 발들이 제멋대로들 걸어가는 것 같았다. 

다이아몬드처럼 맑은, 춤추는 듯 아름다운 그 빛이 반짝이는 곳은 방의 

저쪽 끝에 선 엄청나게 높은 크리스털 등피(종 모양의 유리그릇, 깨지기 

쉬운 도구류, 골동품 등을 보호하기 위해 쓰임:역주)였다. 

"이쪽이야!" 

드디어 길을 제대로 찾았다는 생각에 해리의 심장이 마구 두방망이질을 

치고 있었다. 그는 꿈속에서도 그랬던 것처럼, 가지런히 늘어놓은 책상들 

사이의 좁은 통로로 나아갔다. 저편 끝의 책상 위에 그의 키만큼이나 

높다란 크리스털 등피가 놓여 있고, 등피 안에서는 무수한 빛의 입자들이 

마치 물결처럼 일렁이고 있었다. 

"아, 저것 봐!" 지니가 등피의 중심부를 가리키면서 말했다. 빛의 

입자들이 둥둥 떠다니는 등피 안에 보석처럼 맑고 작은 알이 있었다. 

천천히 떠오르던 그 알이 갈라지고 벌새가 나타났다. 벌새가 꼭대기까지 

떠올랐다가 곧 다시 아래로 내려오면서 깃털이 더러워지기 시작하더니 

축축하게 젖었다. 그리고 바닥가지 내려가서는 다시 알 속으로 들어가 

버렸다. 

그 알에서 다시 새가 나오는지 지켜보고 싶은지 지니가 등피 곁에서 

걸음을 멈추자 해리가 짜증스럽게 말했다. 

"계속 가!" 

"너도 아까 그 방에서 꾸물거렸잖아?" 

지니가 화가 나서 입을 쑥 내밀고 얼른 해리의 뒤를 따라갔다. 등피의 

뒤에는 문이 딱 하나뿐이었다. 

"이 문이야." 

심장이 너무도 거칠고 빠르게 두근거려서 말을 한다 해도 말이 제대로 

나올 것 같지가 않았다. 

"이 문으로 들어가면-" 

해리는 친구들을 돌아보았다. 친구들이 모두 지팡이를 치켜든 채 

하나같이 심각하고 불안한 표정들을 짓고 있었다. 그는 다시 그 문을 잠시 

바라보다가 왼손으로 밀었다. 문이 활짝 열렸다. 

꿈에서 보았던 바로 그 방이었다. 성당처럼 천장이 높은 방이었다. 그 

높은 천장에 곧 닿을 것처럼 높다란 선반 진열장들이 가지런히 줄을 지어 

방 안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선반에는 먼지가 잔득 낀 작은 유리 

구슬들이 놓여 있었다. 진열장마다 일정한 간격으로 걸린 촛대에는 물론 

촛불이 켜져 있었다. 구슬들이 그 불빛 속에서 희미하게 빛났다. 그들 뒤에 

있는 그 둥근 방에서처럼, 이곳에서도 촛불은 푸른색이었다. 실내가 

엄청나게 추웠다. 

해리는 살금살금 앞으로 나아가 진열장 사이의 어두운 통로를 빤히 

들여다보았다. 무언가 움직이는 기척이라고는 없었다. 

"네가 97번째 줄이라고 했어." 

헤르미온느가 작은 소리로 말햇다. 

"맞아." 

해리는 소리 없이 숨을 내쉬고, 바로 앞에 있는 줄의 끝을 쳐다보았다. 

푸른 촛불 아래에서 은빛으로 희미하게 53이란 숫자가 빛나고 있었다. 

"오른쪽으로 가야 할 것 같아." 

헤르미온느가 옆 줄을 힐끔 쳐다보면서 말했다. 

"맞아... 이쪽이 54야..." 

"지팡이를 잘 들고 있어야 해." 해리가 말했다. 

그들은 진열장 사이의 통로를 쳐다보면서 살금살금 앞으로 나아갔다. 

통로마다 저편 끝은 칠흑 같은 어둠에 잠겨 있었다. 선반에 놓인 구슬들 

밑에는 작고 노란 딱지가 하나씩 붙어 있었다. 꼭 액체인 것처럼 섬뜩하게 

빛나는 것도 있고, 파열된 백열전구처럼 침침하고 시커먼 것도 있었다. 

84번째 줄을 지나고... 85번째 줄을 지나고... 해리는 내내 신경을 바싹 

곤두세우고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그러나 지금 시리우스는 입에 재갈이 

물렸을지도 모르고, 의식을 잃었을지도 모르고, 혹은... 갑자기 그의 

머릿속에서 어떤 목소리가 말했다. 벌써 죽었을지도 몰라... 

아니야. 그랬다면 내가 느꼈을 거야. 그의 심장이 목젖까지 차오른 

기분이었다. 내가 벌써 알았을 거란 말이야... 

"97번이야!" 

헤르미온느가 숨을 죽이고 말했다. 

그들은 그 줄 앞에 멈춰 서서 통로를 빤히 쳐다보았다. 그곳에도 아무도 

없었다. 

"저쪽 끝에 있을 거야." 

해리가 말했다. 그의 입술이 조금 말라 있었다. 

"여기서는 보이지 않겠지만..." 

해리가 앞장을 섰다. 그들이 지나가자 곳곳에서 유리 구슬들이 조금 

발갛게 달아올랐다가 다시 가라앉았다. 

"틀림없이 여기 어디 있을 거야." 

해리가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입에 재갈이 물린 채 처참한 모습으로 

쓰러져 있는 시리우스가 시커먼 바닥 어딘가에서 금방이라도 보일 것 

같아서 그는 한 걸음 한 걸음을 조심스럽게 떼어 놓았다. 

"틀림없이 이 근처야... 거의 다 왔을 거야..." 

"해리?" 

헤르미온느가 머뭇거리면서 해리를 불렀다 . 그러나 해리는 대답하고 

싶지 않았다. 그의 입이 이젠 아주 바싹 말라 있었다. 

"틀림없어... 여기가 바로 거기..." 

해리가 계속 혼자서 중얼거렸다. 

그 통로가 끝나고, 불빛이 훨씬 더 침침한 곳이 나왔다. 그곳에도 아무도 

없었다. 그저 귀를 먹먹하게 하는 고요만이 있을 뿐이었다. 

"혹시..." 

해리가 그 다음 통로 안을 빤히 들여다보면서 쉰 목소리로 말했다. 

"아니야, 여기가 아니고... 혹시..." 

그는 얼른 도 그 다음 통로를 들여다보았다. 

"해리?" 헤르미온느가 또 그를 불렀다. 

'왜 자꾸 불러?" 해리가 짜증을 버럭 내었다. 

"난... 난 시리우스가 여기 없다고 생각ㅎ." 

아무도 말을 하지 않았다. 해리는 친구들의 얼굴을 쳐다보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뱃속이 울렁거렸다. 시리우스가 왜 여기에 

없는지를 그는 이해할 수 없었다. 시리우스는 틀림없이 여기에 있어야 

한다. 그가, 해리가, 시리우스를 보았던 곳이 바로 여기였으니까... 

해리는 고개를 옆으로 돌리고 통로들을 들여다보면서 끝까지 뛰어가 

보았다. 그리고 다시 돌아오면서도 살펴보고, 그를 멍하니 쳐다보는 친구들 

곁을 지나서 저쪽 끝까지도 가 보았다. 그러나 통로는 모두 텅 비어 있을 

뿐이었다. 시리우스가 자기가 거기에 있다는 걸 친구들에게 알리기 위해 

너무도 애처롭게 버둥거리고 있다는 기척 같은 것은 어디에도 없었다. 

"해리?" 론이 불렀다. 

"왜?" 

해리는 론의 말을 듣고 싶지 않았다. 보나마나 해리가 처음부터 멍청한 

생각을 했던 게 틀림없다거나, 빨리 호그와트로 돌아가야 한다고 말할 것 

같았다. 그러나 해리는 지금 점점 얼굴이 화끈 달아올라서, 밝은 곳에서 

다른 아이들의 비난하는 듯한 시선을 마주하기 전에 그 어두운 방 안에 

좀더 있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너 이거 봤어?" 론이 말했다. 

'뭔데?" 

해리가 이번에는 목을 길게 고개를 돌렸다. 시리우스가 있었다는 단서 

같은 것을 론이 발견했나 싶어서 그는 침을 꿀꺽 삼켰다. 그는 친구들이 

서 있는 곳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친구들은 그새 97번째 줄의 통로 안에서 

조금 더 들어가 있었다. 먼지가 잔뜩 낀 구슬 하나를 론이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뭔데?" 

해리가 몹시 불안한 목소리로 한 번 더 물었다. 

"여기... 네 이름이 쓰여 있어." 론이 말했다. 

해리가 그에게 다가갔다. 몹시 희미하게 빛나는 구슬 하나를 론이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오랫동안 아무도 손을 대지 않은 듯 먼지에 온통 

뒤덮인 구슬이었다. 

"내 이름?" 해리가 멍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가 앞으로 다가섰다. 론만큼 키가 크지 않은 해리는 뒤꿈치를 들고 

목을 길게 뺐다. 먼지에 뒤덮인 구슬 바로 밑의 노란 딱지에 가늘고 긴 

글씨로 쓰여 있는 것은, 16년 전의 어느 날짜였고, 그 밑에 

S.P.T. to A.P.W.P.D. 

어둠의 마왕 

그리고(?) 해리 포터 

해리는 그걸 빤히 들여다보았다. 

"이게 뭐지?" 

론이 말했다. 

"네 이름이 왜 여기 쓰여 있지?" 

론은 그 선반에 붙어 있는 다른 딱지들을 주르르 살펴보았다. 

"내 이름은 없어." 

론이 말했다. 그는 몹시 혼란스러워진 것 같았다. 

"다른 아이들 것도 없어." 

해리가 구슬을 만지려고 손을 내밀자 헤르미온느가 흠칫 놀라면서 

말했다. 

"해리, 안 돼. 만지지 않는데 좋겠어." 

"왜? 어쨌든 나와 관계있는 거잖아?" 해리가 말했다. 

"안 돼, 해리." 

네빌이 갑자기 말했다. 해리가 네빌을 돌아보았다. 네빌의 동그란 

얼굴에는 땀이 조금 반짝이고 있었지만 실은 너무도 떨리는 가슴을 간신히 

억누르고 있는 것 같았다. 

"내 이름이 쓰여 있어." 해리가 말했다. 

조금 겁을 내면서 해리는 구슬에 손가락을 대어 보았다. 차가울 거라고 

짐작했지만 그렇지 않았다. 햇볕을 몇 시간쯤 받은 물건처럼 따뜻했다. 

해리는 드디어 어떤 극적인 일이 일어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서, 아니, 

그렇게 되어 주기를 바라면서, 구슬을 집어내려 빤히 들여다보았다. 해리는 

친구들과 함께 거기까지 위험하고도 먼 길을 온 것이 헛수고가 아니길 

바랐다. 

그러나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친구들이 그에게 바싹 다가섰다. 

해리는 구슬을 뒤덮은 먼지를 털어 내고 있었다. 

바로 그때, 바로 그들의 등 뒤에서 어떤 낮은 목소리가 느릿느릿 

들려왔다. 

"잘했다, 포터, 자, 천천히 점잖게 뒤로 돌아서서 그걸 나에게 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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