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32장 (121/194)

제32장. 벽난로에서 붙잡히다 

"난 가지 않을 거예요... 난 병동에 갈 필요가 없어요... 싫어요..." 

그는 토프티 교수의 손을 벗어나려고 애를 쓰면서 횡설수설 지껄였다. 

그를 현관 복도까지 부축하고 나온 토프티 교수는 몹시 걱정스럽다는 

표정으로 해리를 쳐다보았다. 다른 학생들도 모두 그들을 쳐다보고 있었다. 

"저-저는 괜찮습니다, 교수님." 

해리가 얼굴에 흐르는 땀을 닦으며 더듬더듬 말했다. 

"사실은... 그저 잠이 들었을 뿐이에요... 악몽을 꿨어요..." 

"시험의 압박이 너무 컸군!" 

늙은 마법사가 안됐다는 듯이 덜덜 떨고 있는 해리의 어깨를 툭툭 

두드렸다. 

"젊은이, 그럴 수도 있지. 그럴 수도 있어! 이제 차가운 물이나 한 잔 

마시게. 그럼 다시 시험장으로 들어갈 준비가 되겠지? 시험 시간은 거의 

다 되었지만, 마지막으로 답안지를 손볼 수는 있을 걸세, 안 그런가?" 

"네." 해리가 정신없이 대답했다. 

"제 말은 그러니까... 아니요... 저-저는 이미 할 수 있을 만큼 다 

했습니다... 제 생각에는..." 

"알겠네, 잘 알았어." 

늙은 마법사가 상냥하게 말했다. 

"그럼 난 가서 자네의 시험지를 걷겠네. 지네는 어서 가서 푹 쉬게나." 

"그렇게 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해리는 열심히 고개를 끄덕였다. 

늙은 마법사가 문턱을 넘어 대연회장 안으로 사라지자마자, 해리는 

대리석 계단을 달려 올라갔다. 어찌나 복도를 쏜살같이 뛰어갔는지, 

초상화들이 불평을 터뜨릴 정도였다. 한 층을 더 올라간 해리는 마침내 

사나운 허리케인처럼 병동 문을 박차고 뛰어들었다. 몬태규의 입에 선명한 

푸른색 액체를 떠 먹이려고 하던 폼프리 부인은 깜짝 놀라서 비명을 

질렀다. 

"포터, 도대체 지금 뭘 하고 있는 거니?" 

"맥고나걸 교수님을 좀 뵈러 왔어요?" 

해리가 숨을 헐떡이며 말했다. 

"아주... 긴급한 일이에요!" 

"포터, 교수님은 지금 여기 안 계신단다." 

폼프리 부인이 슬픈 목소리로 말했다. 

"오늘 아침에 성 뭉고 병원으로 이송되셨어. 그 연세에 가슴에 기절 

마법을 네 방이나 맞다니, 죽지 않은 게 이상할 정도지." 

"교수님이... 안 계세요? 안 계신다고요?" 

해리는 충격을 받아 할 말을 잃었다. 

바로 그때 밖에서 종이 울리고, 늘 그렇듯이 위층과 아래층에서 

학생들이 우당탕 복도로 쏟아져 나오는 소리가 들렸다. 해리는 폼프리 

부인을 바라보며 꼼짝하지 않고 서 있었다. 어마어마한 공포가 밀려들었다. 

더 이상 이 사실을 이야기할 사람이 남아 있지 않았던 것이다. 덤블도어 

교수님도 떠나고 해그리도도 떠났다. 하지만 맥고나걸 교수님만은 언제나 

이곳에 남아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까다롭고 고지식하지만, 

그래도 항상 믿을 수 있는 든든한 분이었는데... 

"포터, 네가 충격을 받은 것도 당연하지." 

폼프리 부인이 충분히 이해하고도 남는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그 작자들 중에 단 한 명이라도 환한 대낮에 미네르바 맥고나걸을 

당당히 마주 보고 기절 마법을 쓸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겁쟁이들! 

천하게 비열한 겁쟁이들... 내가 없으면 너희들이 어떻게 될까 하는 걱정만 

아니었다면, 난 벌써 이 자리를 그만두었을 게다." 

"네." 

해리는 멍하니 대답하고는 돌아서서 정신없이 병동을 걸어나왔다. 

그리고 학생들이 바글거리는 복도에서 사람들에게 이리저리 떠밀리고 서 

있었다. 공포가 독가스처럼 그의 몸속에 스멀스멀 퍼졌다. 머리가 핑핑 

돌면서 아무 생각도 할 수 없었다... 

론과 헤르미온느. 

머릿속에서 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는 학생들을 마구 밀치며 또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화를 내며 항의하는 소리는 귀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두 개의 층을 쏜살같이 내려온 그가 대리석 계단 꼭대기에 섰을 

때, 허둥지둥 그를 향해 다가오는 두 사람이 보였다. 

"해리!" 

헤르미온느가 그를 보자마자 몹시 겁에 질린 표정으로 소리쳤다. 

"무슨 일이야? 괜찮니? 어디 아픈 거야?" 

"어디 갔었어?" 론이 물었다. 

"나를 따라와, 어서. 너희들에게 할 말이 있어." 

해리가 재빨리 말했다. 해리는 그들을 이끌고 1층 복도를 따라 걸으면서 

여기저기 교실 안을 들여다보았다. 그리고 마침내 빈 교실을 발견하자, 

얼른 뛰어 들어갔다. 그는 헤르미온느와 론이 안으로 들어오자마자 황급히 

문을 닫더니, 문에 등을 기댄 채 그들을 마주 보고 말했다. 

"볼드모트가 시리우스를 붙잡았어." 

"뭐라고?" 

"그걸 네가 어떻게-?" 

"봤어. 방금. 시험 도중에 잠이 들었거든." 

"하지만- 하지만 어디서? 어떻게?" 

헤르미온느가 하얗게 질린 얼굴로 물었다. 

"어떻게 된 건지는 나도 몰라. 하지만 어딘지는 정확히 알고 있어. 

그곳은 미스터리 부서에 있는 어느 방이야. 그 방은 작은 유리 구슬들이 

놓여 있는 진열장들로 가득 차 있어. 그리고 그들은 97번째 줄 끝에 있어... 

그는 그곳에서 자기가 원하는 무언가를 시리우스가 가져오도록 시키려고 

하고 있어... 고문을 하고 있는 중이야... 결국에는 그를 죽일 거라고 

말했어!" 

해리가 대답했다. 그의 목소리는 그의 무릎만큼이나 심하게 떨렸다. 그는 

책상 앞으로 걸어가서 털썩 주저앉았다. 그리고 어떻게든 진정하려고 애를 

썼다. 

"우리가 거기에 어떻게 갈 수 있지?" 

해리가 그들에게 물었다. 잠시 침묵이 흐른 끝에 론이 입을 열었다. 

"거-거기를 간다고?" 

"미스터리 부서로 가야 시리우스를 구해 낼 수가 있지!" 

해리가 큰 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해리..." 

론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왜? 왜?" 

해리가 재촉했다. 해리는 두 사람이 기가 막힌 표정으로 자신을 

쳐다보고 있는 이유를 알 수 없었다. 마치 자신이 뭔가 아주 황당한 

요구라도 하는 것 같은 반응이었다. 

"해리..." 

헤르미온느는 다소 겁먹은 목소리로 말을 꺼냈다. 

"저... 볼드모트가 어떻게...어떻게 아무도 모르게 마법부로 들어갈 수 

있겠어?"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 

해리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문제는 우리가 어떻게 거기에 가느냐 하는 거야!" 

"하지만... 해리, 한번 생각해 봐." 

헤르미온느가 그를 향해 한 발짝 다가서며 말했다. 

"지금은 오후 다섯 시야... 마법부는 틀림없이 직원들로 가득 차 있을 

거라고, 그런데 어떻게 볼드모트와 시리우스가 다른 사람 눈에 띄지 않고 

거기까지 들어갈 수가 있겠어? 해리... 그 두 사람은 아마 이 세상에서 

가장 현상금이 많이 걸린 마법사들일 거야... 그런데 오러들이 잔뜩 있는 

건물에 두 사람이 들키지 않고 들어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 

"나도 모르겠어. 볼드모트가 투명 망토나 뭐 그런 걸 사용했겠지!" 

해리가 고함을 질렀다. 

"어쨌든 내가 갔을 때마다 미스터리 부서는 항상 텅 비어 있었어-" 

"해리, 넌 한 번도 거기에 가 본 적이 없어." 

헤르미온느가 침착하게 말했다. 

"넌 그 장소에 대해서 꿈을 꾸었을 뿐이야, 그게 다야." 

"그건 보통 꿈이 아니었어." 

해리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그녀 앞으로 한 발짝 다가가서 얼굴에 

대고 고함을 질렀다. 마음 같아서는 그녀의 어깨를 잡고 마구 흔들고 

싶었다. 

"그럼 론의 아버지 일을 어떻게 설명할 거니? 그건 다 뭐였다고? 

아저씨에게 무슨 일이 일어날지 내가 어떻게 알았을 것 같아?" 

"해리 말이 맞아." 

론이 헤르미온느를 쳐다보며 조용히 말했다. 

"하지만 이건- 이건 너무 말도 안 돼!" 

헤르미온느가 절망적으로 소리쳤다. 

"해리, 시리우스는 줄곧 그리몰드 광장에 있었는데, 어떻게 볼드모트가 

그를 붙잡을 수가 있겠어?" 

"시리우스가 잠깐 바람을 쐬고 싶어서 밖으로 뛰쳐나왔을 지도 몰라." 

론이 걱정스런 목소리로 말했다. 

"오랫동안 집 밖으로 나가고 싶어서 안달이었으니까 말이야." 

"하지만 도대체 무엇 때문에 볼드모트가 꼭 시리우스를 통해서 그 

무기인지 뭔지를 손에 넣으려고 한단 말이야?" 

"나도 몰라.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 

해리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볼드모트가 보기에 시리우스라면 다쳐도 상관없는 사람일 수도 있고-" 

"얘들아, 지금 방금 생각난 게 있는데-" 

론이 목소리를 낮추며 말했다. 

"시리우스의 동생은 죽음을 먹는 자였잖아, 안 그래? 어쩌면 

시리우스에게 그 무기를 어떻게 손에 넣을 수 있는지 방법을 알려 

주었을지 몰라!" 

"그래. 그래서 덤블도어 교수님이 그토록 시리우스를 항상 가두어 

놓으려고 했던 건지도 몰라!" 해리가 말했다. 

"이봐, 미안하지만 너희 두 사람 다 말이 안 돼. 우리에겐 아직 어떤 

증거도 없어. 볼드모트와 시리우스가 정말로 거기에 있었다는 증거조차 

없단 말이야." 

"헤르미온느, 해리가 그들을 봤다고 하잖아!" 

론이 헤르미온느를 돌아보며 말했다. 

"좋아." 

헤르미온느는 여전히 두려워하면서도 뭔가 굳게 결심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어쩔 수 없이 이 말을 해야겠다-" 

"무슨 말?" 

"너는... 해리, 꼭 너를 비난하려는 게 아니야! 하지만 넌... 뭐랄까... 너 

자신에게 일종의 구원자 콤플렉스 같은 게 있다고 생각하지 않니?" 

헤르미온느가 이렇게 말하자, 해리는 그녀를 빤히 쳐다보았다. 

"그게 무슨 뜻이지? 구원자 콤플렉스?" 

"음...그러니까..." 

헤르미온느는 더욱더 주눅든 표정이 되었다. 

"내 말은... 예를 들어... 작년에... 호수에서... 그 시합이 열렸을 때... 넌... 

그 델라쿠르 여동생을 굳이 구해 줄 필요가 없었어... 넌... 좀... 

지나쳤다고..." 

갑자기 격렬하고 날카로운 분노가 전율처럼 해리의 온몸을 스치고 

지나갔다. 어떻게 지금 이 마당에 그런 실수를 상기시킬 수가 있단 

말인가? 

"물론 그건 아주 훌륭한 일이었어." 

헤르미온느가 해리의 표정을 보며 어쩔 줄 모르고 황급히 말했다. 

"모두들 정말 훌륭한 일이라고 생각했어." 

"그것 참 웃기는구나." 

해리가 이를 악물며 말했다. 

"내 기억으로는 분명히 론도 나에게 영웅 흉내를 내느라 괜히 시간만 

낭비했다고 말했던 것 같은데... 네가 생각하는 것도 바로 그거지? 넌 내가 

또 다시 영웅 노릇을 하고 싶어 한다고 생각하는 거지?" 

"오, 아니야. 그건 아니야!" 

헤르미온느가 다급하게 소리쳤다. 

"내 말은 전혀 그런 뜻이 아니었어!" 

"할 말이 있으면 빨리 해! 여기서 낭비할 시간이 없단 말이야!" 해리가 

버럭 고함을 질렀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은-볼드모트가 널 잘 안다는 거야, 해리! 그는 너를 

유혹하기 위해서 지니를 비밀의 방까지 데리고 갔어. 그게 볼드모트의 

방식이야. 그 작자는 네가 틀림없이 시리우스를 도와주기 위해 찾아갈 

사람이라는 걸 알고 있는 거야. 만약 널 미스터리 부서로 끌어들이기 위한 

술수라면 어떻게 하려고 그래?" 

"헤르미온느, 그자가 날 그곳으로 끌어들이려고 하는 것이든 아니든 

그건 중요하지 않아. 맥고나걸 교수님은 성 물고 병원으로 실려 가셨어. 

이제 호그와트에는 우리가 이 사실을 말할 수 있는 기사단 단원이 한 명도 

남아 있지 않아. 우리가 가지 않으면, 시리우스가 죽는단 말이야!" 

"하지만 해리- 그게 그냥 단순히 꿈이면 어떻게 할 거야?" 

해리는 짜증을 견디지 못하고 그만 버럭 소리를 질렀다. 헤르미온느는 

깜짝 놀라서 그만 뒤로 물러섰다. 

"넌 아무것도 이해하지 못해!" 

해리는 고래고래 고함을 질렀다. 

"난 악몽을 꾼 게 아니야. 단순한 꿈을 꾼 게 아니라고! 넌 이런 

오클러먼시를 왜 배운다고 생각하니? 덤블도어 교수님께서 무엇 때문에 

내가 그런 걸 보지 않기를 원하신다고 생각하지? 그건 그 꿈이 진짜이기 

때문이야, 헤르미온느. 시리우스는 덫에 걸렸어. 나는 그의 모습을 보았어. 

볼드모트에게 붙잡혔고 이 일은 아무도 몰라. 즉 그를 구할 수 있는 

사람은 우리밖에 없다는 거야. 네가 하고 싶지 않다면, 괜찮아. 하지만 난 

갈거야, 알겠어? 내 기억이 맞는다면, 너는 내가 널 디멘터로부터 구해 줄 

때에는, 그 구원자 콤플렉스인지 뭔지 하는 걸 너는 전혀 문제 삼지 

않았던 것 같던데, 아니면-" 

해리는 론을 향해 홱 고개를 돌렸다. 

"네 여동생을 바실리스크에게서 구해 줬을 때도 말이야." 

"난 무슨 문제가 있단 말은 한 적 없어!" 

론이 흥분해서 소리쳤다. 

"하지만 해리, 너도 방금 말했잖아." 

헤르미온느는 조금도 물러서지 않았다. 

'덤블도어 교수님께서도 네가 그런 것들이 머릿속에 들어오지 못하게 

하는 법을 배우길 원하신다고 말이야. 만약 네가 오클러먼시를 제대로 

배웠다면, 넌 절대로 그런 것 보지 못했을 거야-" 

"만약 내가 마치 그런 걸 보지 못한 것처럼 행동할 거라고 생각한다면-" 

"그리고 시리우스도 네가 생각을 차단하는 법을 배우는 것보다 더 

중요한 일은 없다고 말했어." 

"내가 방금 뭘 봤는지 알았더라면, 시리우스도 아마 다르게 말했을 

거야." 

교실 문이 열렸다. 해리와 론, 헤르미온느는 휙 고개를 돌렸다. 지니가 

호기심에 가득 찬 표정으로 걸어 들어왔고, 바로 그 뒤를 이어서 루나가 

나타났다. 그녀는 늘 그렇듯이 그저 우연히 지나가는 사람처럼 무심한 

얼굴이었다. 

"안녕." 지니가 머뭇거리며 인사를 했다. 

"해리의 목소리를 들었어. 무엇 때문에 그렇게 소리를 질렀니?" 

"상관할 것 없어." 

해리가 퉁명스럽게 대꾸했다. 지니가 눈썹을 추켜올렸다. 

"그런 식으로 말할 것까지는 없잖아." 

지니가 쌀쌀맞게 쏘아붙였다. 

"난 그저 혹시 도와줄 일이 없을까 생각했을 뿐이야." 

"없어." 해리가 짤막하게 대답했다. 

"우리에게 좀 무례한 거 아니니?" 

루나가 태평스럽게 말했다. 해리는 욕을 하며 휙 돌아섰다. 지금은 루나 

러브굿과 이야기를 하고 싶은 마음이 눈곱만큼도 없었다. 

"기다려." 헤르미온느는 갑자기 입을 열었다. 

"해리... 기다려. 얘들이 도움이 될 거야." 

해리와 론은 서로 얼굴을 마주 보았다. 

"내 말 좀 들어 봐. 해리, 우린 시리우스가 정말로 기사단 본부를 

떠났는지 아닌지를 확인해야만 해." 

헤르미온느가 재빨리 설명했다. 

"내가 말했잖아. 내 눈으로 똑똑히-" 

"해리, 제발 부탁이야!" 

헤르미온느가 간절하게 말했다. 

"런던으로 떠나기 전에 시리우스가 집에 있는지 없는지 그것만 확인해 

보도록 하자. 만약 그가 집에 없다는 사실이 밝혀지면, 나도 더 이상 널 

말리려고 하지 않을게, 약속해. 그리고 나도 같이 갈 거야. 시리우스를 

구하기 위해서라면 무슨 일이든 하겠어." 

"지금 시리우스는 고문을 당하고 있어! 우린 지금 낭비할 시간이-" 

해리가 고함을 질렀다. 

'하지만 만약 이게 보-볼드모트의 술수라면? 해리, 우린 먼저 확인을 

해야 해. 확인을 해야-" 

"어떻게? 도대체 어떻게 확인을 할 수 있단 말이야?" 

해리가 따져 물었다. 

"엄브릿지의 벽난로를 이용해서 그와 접촉할 수 있는지 알아보자." 

헤르미온느가 말했다. 하지만 그녀의 얼굴은 생각만 해도 벌써부터 겁에 

질린 표정이었다. 

"우리가 다시 한 번 엄브릿지를 밖으로 유인해 낼게. 하지만 망을 볼 

사람이 필요해. 그러니까 지니와 루나의 도움을 받아야겠어." 

도대체 어떻게 돌아가는 영문인지 알 수 없어서 어리둥절하면서도 

지니는 서슴없이 대답했다. 

"그래, 우리가 망을 볼게." 

루나가 불쑥 딴소리를 했다. 

"너희들이 말하는 '시리우스'가 스터비 보드맨이니?" 

하지만 모두들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좋아. 네가 그 일을 재빨리 해치울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 낸다면, 나도 

네 의견에 따르겠어. 그렇지 않으면 난 지금 당장 미스터리 부서로 갈 

거야." 

해리는 헤르미온느에게 도전적으로 말했다. 

"미스터리 부서라고?" 

루나는 약간 놀란 표정이었다. 

"거길 어떻게 가려고 하니?" 

또다시 해리는 그녀의 말을 무시했다. 

"좋아." 

헤르미온느는 두 손을 비비 꼬면서 책상 사이를 왔다갔다했다. 

"좋아... 그러니까... 우리 중의 한 사람이 엄브릿지를 찾아가는 거야. 

그리고- 그리고 그녀를 엉뚱한 방향으로 유인하는 거지. 방에서 멀리 

떨어진 곳으로 말이야. 뭐라고 말할까- 잘 모르겠지만- 피브스가 또 뭔가 

끔찍한 일을 저지르고 있다든가 뭐 그렇게 말하는 거야..." 

"그건 내가 할게." 론이 재빨리 나섰다. 

"피브스가 변신술 교실을 엉망으로 만들고 있다고 말할 거야. 그곳은 

엄브릿지의 방에서 아주 멀리 떨어져 있잖아. 혹시 가다가 피브스를 

만나면 진짜로 그렇게 해 달라고 부탁할 수도 있을 것 같아..." 

변신술 교실을 엉망으로 만들어 놓겠다고 하는데도 헤르미온느가 아무런 

반대도 하지 않는 것을 보면, 상황이 정말 심각하다는 증거였다. 

"좋아." 

헤르미온느는 이마를 잔뜩 찌푸린 채, 계속 왔다갔다했다. 

"그 다음에는 우리가 방에 들어가는 동안, 학생들이 근처에 오지 

못하도록 막아야만 해. 혹시 슬리데린 아이들이 보면 틀림없이 

엄브릿지에게 달려가서 고자질을 할 테니까." 

"루나와 내가 복도 양쪽 끝에 서 있을게." 

지니가 얼른 제안했다. 

"그리고 학생들에게 이쪽으로 내려오지 말라고 경고하지 뭐. 누군가가 

질식 가스를 잔뜩 발사해 놓았다고 말이지." 

헤르미온느는 지니가 이렇게 기다렸다는 듯이 거짓말을 술술 꾸며 대는 

것을 보고 어안이 벙벙한 표정을 지었다. 지니는 어깨를 으쓱하더니 

변명하듯이 말했다. 

"사실은 프레드와 조지가 떠나기 전에 그런 장난을 칠 계획을 

세웠었어." 

"좋아. 그럼 해리, 너와 나는 투명 망토를 쓰고 방에 몰래 들어가도록 

하자. 너는 시리우스와 이야기를 하고-" 

헤르미온느가 말했다. 

"헤르미온느, 시리우스는 거기 없다니까!" 

"내 말은- 그게 아니라. 내가 망을 보는 동안 시리우스가 거기 있는지 

없는지 확인해 보라는 거야. 너 혼자 방에 들어가서는 안 될 것 같아. 

니플러 사건을 통해서 창문이 허점이라는 사실을 리가 이미 증명했잖아." 

해리는 비록 분노와 짜증으로 가득 차 있었지만, 그와 함께 엄브릿지의 

방까지 들어가겠다는 헤르미온느의 제안이 우정과 신의에서 우러나온 

것이라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어... 고마워." 해리가 중얼거렸다. 

"좋아. 모든 일이 계획대로 잘 된다고 해도, 오 분 이상 엄브릿지를 막을 

수는 없을 거야." 

헤르미온느는 해리가 이 계획을 받아들여서 정말 다행이라는 표정으로 

그를 힐끗 쳐다보았다. 

"필치와 그 망할 놈의 감사 위원회가 얼씬거리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말이야." 

"오 분이면 충분해. 자, 어서 가자-" 

해리가 재촉했다. 

"지금 당장?" 

헤르미온느는 충격을 받은 것 같았다. 

"물론 지금 당장 가야지!" 

해리가 화를 냈다. 

"그럼 우리가 저녁 식사 후나 뭐 그대까지 기다릴 거라고 생각한 거야? 

헤르미온느, 시리우스는 지금 고문을 당하고 있단 말이야!" 

"나- 나는... 좋아." 

헤르미온느가 마지못해 동의 했다. 

"그럼 너는 가서 투명 망토를 가지고 와. 우리 모두 엄브릿지의 방 복도 

끝에서 만나는 거야, 알았지?" 

해리는 대답 대신 번개처럼 교실 밖으로 뛰쳐나갔다. 그리고 밖에서 

꾸역꾸역 밀려 들어오는 학생들 틈을 마구 헤집고 나가기 시작했다. 두 

층을 올라갔을 때, 그는 시무스와 딘을 만났다. 두 사람은 신나게 인사를 

하며 오늘 밤 휴게실에서 시험 끝낸 기념 파티를 밤새도록 열 거라고 

말했다. 하지만 해리는 그들의 말을 듣는 둥 마는 둥 하고 지나쳤다. 두 

사람이 암시장에서 얼마나 많은 버터 맥주를 사들여야 할지 열심히 논쟁을 

벌이는 동안, 해리는 초상화 구멍으로 기어 들어갔다가, 투명 망토와 

시리우스의 주머니칼을 가방에 넣어 가지고 다시 나왔다. 그리고 그들이 

깨닫기도 전에 사라져 버렸다. 

"해리, 너 2갈레온쯤 낼 생각 없니? 해롤드 딩글이 파이어위스키를 좀 

살 수 있을 것 같다는데..." 

하지만 해리는 이미 복도 저 끝으로 달려가고 있었다. 그리고 이 분 

후에는 마지막 몇 계단을 그냥 훌쩍 뛰어내려서 론과 헤르미온느, 지니, 

루나와 합세했다. 그들이 엄브릿지 방이 있는 복도 끝에 둥글게 모여 

있었다. 

"다 됐어. 그럼 시작할 준비가 된 거지?" 

해리가 숨을 헐떡이며 말했다. 

"좋아." 

6학년 학생들 한 무리가 시끄럽게 떠들며 옆을 지나가자, 헤르미온느는 

목소리를 낮추었다. 

"그럼 론- 너는 어서 가서 엄브릿지를 밖으로 불러내도록 해... 지니, 

루나, 너희들은 사람들이 복도를 지나가지 못하도록 하기 시작하고... 

해리와 나는 망토를 쓴 채, 주위가 조용해질 때까지 기다릴게..." 

론이 먼저 씩씩하게 걸어갔다. 잠시 후 그의 빛나는 빨간 머리카락이 

복도 끝 오른쪽에서 보였다. 한편 반대 방향에서는 똑같이 붉게 타오르는 

지니의 머리가 모여든 학생들 틈에서 어른거렸다. 그리고 루나의 금방이 

바로 그 뒤를 따르고 있었다. 

"이쪽으로 와." 

헤르미온느가 해리의 손목을 잡아끌고 못생긴 중세 마법사의 두상이 

세워져 있는 벽의 후미진 곳으로 들어갔다. 마법사 석상은 기둥 받침대 

위에서 혼자 중얼거리고 있었다. 

"해리, 너 괜찮니? 아직도 얼굴이 창백해 보여." 

"난 괜찮아." 

해리는 가방에서 투명 망토를 꺼냈다. 솔직히 말하면 이마의 흉터가 

쿡쿡 쑤시기는 했지만, 그렇게 심하지는 않았다. 해리는 볼드모트가 아직은 

시리우스에게 치명적인 공격을 가하지 않은 모양이라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볼드모트가 애버리에게 벌을 내렸을 때에는 이보다 훨씬 더 

심하게 이마가 아팠었기 때문이었다. 

"이리 와." 

해리는 두 사람의 머리 위로 투명 망토를 덮어씌웠다. 그리고 그들 

앞에서 연신 라틴어를 중얼거리고 있는 석상 너머로 주의 깊게 귀를 

기울이며 서 있었다. 

"이쪽으로 오면 안 돼!" 

지니가 학생들에게 소리치고 있었다. 

"미안하지만 회전 계단을 통해서 돌아가도록 해- 누군가 여기에 질식 

가스를 발사했어." 

학생들이 불평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한 명은 부루퉁한 목소리로 

투덜거렸다. 

"가스 같은 건 보이지도 않는데." 

"그건 색깔이 없는 가스라고 그래." 

지니가 짜증스럽고 신경질적인 어조로 말했다. 

"네가 정 그렇게 여기를 지나고 싶다면, 어디 한번 지나가봐. 그럼 우리 

말을 믿지 못하는 또 다른 멍청이에게 네 몸을 증거로 보일 테니까." 

모여 있던 사람들이 차츰 사라졌다. 잠시 후에는 질식 가스에 대한 

소문이 사방에 퍼졌는지, 더 이상 사람들이 이 길로 오지 않았다. 마침내 

주위가 완전히 조용해지자, 헤르미온느가 속삭였다. 

"해리, 이제 가는 게 좋겠어. 어서, 빨리 하자." 

그들은 투명 망토를 뒤집어쓴 채, 앞으로 걸어갔다. 루나는 복도 저쪽 

끝에 돌아서 있었다. 그들이 지니의 옆을 지날 때, 헤르미온느가 속삭였다. 

"잘해... 신호 보내는 거 잊지 마." 

"무슨 신호인데?" 

엄브릿지의 방 문 앞으로 다가가면서 해리가 물었다. 

"엄브릿지가 돌아오는 걸 보면, '위즐리는 우리의 왕'이란 노래를 큰 

소리로 부르기로 했어." 

헤르미온느가 대답했다. 해리는 시리우스의 주머니칼을 문과 벽 사이의 

틈으로 밀어 놓었다. 딸깍 소리가 나면서 문이 열리고 그들은 방 안으로 

들어갔다. 잔뜩 꾸민 고양이들이 그들의 접시를 따끈하게 해주고 있는 

늦은 오후의 햇살 속에서 일광욕을 즐기고 있었다. 그것 이외에는 

지난번과 마찬가지로 방 안은 텅 비어 있었다. 헤르미온느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두 번째 니플러 침입 사건 이후로 엄브릿지가 혹시 또 다른 보안 

장치를 해 놓지 않았을까 걱정했는데." 

그들은 투명 망토를 벗었다. 헤르미온느는 지팡이를 뽑아 들고 얼른 

창문으로 다가가서 운동장을 내다보았다. 해리는 쏜살같이 벽난로로 

달려가서 플루 가루를 집어 들었다. 그리고 가루를 벽난로 안으로 뿌렸다. 

반짝이는 초록색 불꽃이 확 피어올랐다. 해리는 재빨리 무릎을 꿇고 

앉아서 이글이글 타오르는 불꽃 속으로 머리를 집어놓고 소리를 질렀다. 

"그리몰드 광장 12번지!" 

해리는 놀이기구에서 방금 내린 사람처럼 머리가 빙빙 돌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의 무릎은 여전히 차가운 방바닥에 굳건히 닿아 있었다. 해리는 

휘날리는 재 때문에 눈살을 찌푸렸다. 잠시 후에 빙빙 도는 것이 멈추자, 

눈을 뜨고 냉기가 흐르는 그리몰드 광장의 긴 부엌 안을 내다보았다. 

거기에는 아무도 없었다. 미리 예상했던 일이긴 했지만 막상 텅 빈 

부엌을 보니, 감당하기 힘든 두려움과 공포가 밀려들었다. 

"시리우스?" 해리가 소리쳤다. 

"시리우스, 여기 있어요?" 

그의 목소리가 텅 빈 부엌 안에 울려 퍼졌다. 하지만 아무 대답도 

없었다. 단지 벽난로 오른쪽에서 발을 질질 끌며 걸어가는 소리만이 

들려온 뿐이었다. 

"거기 누구죠?" 

해리는 그저 생쥐가 지나가는 소리가 아닐까 생각하며 큰 소리로 

외쳤다. 

집요정 크리처가 살금살금 기어 나왔다. 최근에 심각한 부상을 입은 듯 

양손에 붕대를 칭칭 감고 있었지만, 무슨 일인지 굉장히 신이 난 

표정이었다. 

"포터, 그 녀석의 머리가 벽난로 안에 있어요." 

크리처는 이상하게 의기양양한 눈빛으로 해리를 힐끔힐끔 쳐다보며 텅 

빈 부엌 안에서 혼자 떠들었다. 

"도대체 무슨 일로 왔을까요, 크리처가 놀라게?" 

"크리처, 시리우스는 어디 있지?" 

해리가 물었다. 집요정은 킬킬거리며 숨이 넘어갈 듯 웃었다. 

"주인님은 떠났어요, 해리 포터." 

"어디로 갔지? 어디 간 거야, 크리처?" 

크리처는 그저 깔깔 웃기만 할 뿐이었다. 

"가만두지 않겠어!" 

해리가 소리쳤다. 하지만 지금 이런 상황에서는 크리처에게 벌을 줄 수 

있는 방법이 전혀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루핀은 어디 있지> 매드아이는? 거기 아무도 없어?" 

"크리처 말고는 아무도 없어요!" 

집요정은 신이 나서 소리치더니 해리에게서 휙 등을 돌렸다. 그리고 

천천히 부엌 끝에 있는 문을 향해서 걸어가기 시작했다. 

"이제부터 크리처는 마님과 잠깐 이야기를 나눌 생각이에요. 맞아요, 

크리처는 오랫동안 그럴 기회를 갖지 못했죠. 크리처의 주인님이 억지로 

마님과 크리처를 떼어 놓았어요-" 

"시리우스는 어디로 간 거야?" 

해리가 집요정의 등 뒤에 대고 큰 소리로 외쳤다. 

"크리처, 시리우스가 미스터리 부서에 갔니?" 

크리처가 우뚝 발걸음을 멈췄다. 해리는 의자 다리 사이로 그의 

대머리만 간신히 볼 수 있었다. 

"주인님은 불쌍한 크리처에게 당신이 가는 것을 말씀해 주지 않아요." 

집요정은 조용히 말했다. 

"하지만 넌 알잖아! 안 그래? 넌 그가 어디 있는지 알고 있어!" 

해리가 고함을 질렀다. 잠깐 동안 침묵이 흐르더니, 집요정은 좀 전보다 

훨씬 더 큰 소리로 낄낄거리기 시작했다. 

"주인님은 미스터리 부서에서 돌아오지 않을 거예요!" 

집요정은 기쁨에 들떠서 소리쳤다. 

"또다시 크리처와 마님만이 남게 됐어요!" 

집요정은 앞으로 종종걸음 치더니 문 밖으로 사라졌다. 

"이봐-!" 

하지만 미처 한마디 욕설을 내뱉을 틈도 없이, 해리는 정수리에서 

엄청난 통증을 느꼈다. 그 순간 헉하고 재를 잔뜩 들이 마시는 바람에 

숨이 탁 막혔다. 불길 밖으로 질질 끌려가던 다음 순간, 너무나 놀랍고 

끔찍하게도 그의 눈앞에 엄브릿지의 넓적하고 창백한 얼굴이 나타났다. 

그의 머리채를 휘어잡고 밖으로 끌어낸 엄브릿지는 마치 그의 목을 베어 

버릴 듯이 그의 머리를 한껏 뒤로 잡아당겼다. 

"벌써 두 번이나 니플러에게 당했는데, 내가 또다시 더럽고 지저분한 

동물들이 내 방에 몰래 들어오도록 내버려 둘 것 같더냐?" 

엄브릿지는 해리의 목을 더욱더 뒤로 젖히며 속삭였다. 이제 그는 

꼼짝없이 천장만 쳐다보는 신세가 되었다. 

"지난번 니플러가 들어온 뒤로 나는 문 주위에 보안 경보 마법을 걸어 

놓았지. 이 멍청한 꼬마야. 그의 지팡이를 집어." 

엄브릿지가 누군가에게 소리를 질렀다. 하지만 해리의 눈에는 그가 

누군지 보이지 않았다. 손 하나가 그의 가슴 호주머니 속을 파고들더니 

지팡이를 꺼내 갔다. 

"저 애 것도..." 

해리는 문 옆으로 발을 질질 끄며 다가가는 소리를 들었다. 그리고 

헤르미온느 또한 방금 지팡이를 빼앗겼음을 알았다. 

"너희들이 왜 내 방에 들어왔는지 그 이유를 알고 싶다." 

엄브릿지가 그의 머리를 마구 쥐고 흔들었다. 해리는 쓰러질 듯 

비틀거렸다. 

"파-파이어볼트를 가지러 왔어요!" 

해리가 소리 높여 외쳤다. 

"거짓말." 

엄브릿지는 또다시 해리의 머리를 흔들었다. 

"너도 잘 알다시피. 네 파이어볼트는 엄격한 감시 하에 지하감옥에 

보관되어 있다, 포터. 그런데 넌 내 벽난로에 머리를 박고 있었잖아. 

도대체 누구랑 이야기를 하고 있었던 거지?" 

"아무도-" 

해리는 어떻게든 엄브릿지의 손아귀에서 벗어나려고 버둥거렸다. 그 

바람에 머리카락이 뽑혀 나가는 것이 느껴졌다. 

"거짓말!" 

엄브릿지가 고함을 질렀다. 그러고는 그를 옆으로 휙 떠밀었다. 해리는 

책상에 쿵하고 부딪혔다. 빌리센트 벌스트로드에게 붙잡혀서 벽에 딱 붙어 

서 있는 헤르미온느의 모습이 보였다. 말포이는 창틀에 기대서서 이죽이죽 

웃으며 해리의 지팡이를 한 손으로 높이 던졌다가 다시 받곤 했다. 

밖에서 잠시 소란스런 소리가 들리더니, 덩치 큰 슬리데린 학생들 몇 

명이 론과 지니, 루나, 그리고 놀랍게도 네빌을 끌고 들어왔다. 

크레이브에게 목이 졸린 그는 당장에라도 숨이 넘어갈 것처럼 보였다. 

네 사람 모두 입에 재갈이 물려 있었다. 

"모두 잡아 왔습니다." 

워링턴이 론을 방 안으로 거칠게 떠밀려 말했다. 

"이 녀석은(그는 뭉툭한 손가락으로 네빌을 가리켰다) 제가 저 

아이를(그는 지니를 지목했다) 잡으려고 할 때 방해했습니다." 

지니는 자신을 붙잡고 있는 덩치 큰 슬리데린 여학생의 정강이를 

걷어차려고 애를 쓰고 있었다. 

"그래서 같이 데리고 왔습니다." 

"잘했다, 잘했어." 

엄브릿지는 몸부림을 치는 지니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래, 조만간 호그와트에서는 위즐리네 씨가 마르겠군." 

말포이가 아첨하듯이 큰 소리로 웃어 댔다. 엄브릿지는 만면에 흡족한 

미소를 지으며 무명천이 덧씌워진 안락의자에 앉았다. 그리고 꽃밭에 앉은 

두꺼비처럼 자신의 포로들을 껌뻑껌뻑 쳐다보았다. 

"포터, 넌 내 방 주위에 망을 서게 하고 이 허풍성이를 보내서-" 

엄브릿지가 론을 향해 고갯짓을 했다. 말포이는 더욱더 큰 소리로 

웃음을 터뜨렸다. 

"나에게 피브스가 변신술 교실에서 한바탕 소동을 부리고 있다고 말하게 

했지. 그대 피브스는 학교에 있는 모든 망원경 렌즈에 잉크를 칠하고 

다니느라 정신이 없다는 걸 내가 뻔히 알고 있는데, 필치 씨가 나에게 그 

사실을 보고해 준 바로 다음 순간에 말이지. 분명히 누군가와 꼭 이야기할 

일이 있었겠지? 알버스 덤블도어냐? 아니면 그 잡종 해그리드냐? 미레르바 

맥고나걸은 아니겠지, 아직도 병세가 나빠서 어느 누구와도 전혀 이야기를 

못한다고 하던데." 

이 말을 듣자, 말포이와 다른 몇몇 감사 위원회 위원들이 더욱더 큰 

소리로 웃었다. 해리는 증오심과 분노가 끓어올라 온 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내가 누구랑 이야기를 하든 상관하지 마세요." 

해리가 이를 갈며 말했다. 축 늘어졌던 엄브릿지의 얼굴이 팽팽하게 

긴장했다. 

"좋아." 

엄브릿지는 소름 끼치게 다정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좋아, 포터 군... 나는 자네에게 자진해서 말할 수 있는 기회를 주었어. 

하지만 자네는 거절했지. 이제 강제로 자백을 받아 내는 수밖에 없겠군. 

드레이코- 스네이프 교수를 모셔와라." 

말포이는 해리으 지팡이를 자신의 옷 속에 집어넣고 이죽이죽 웃으며 

밖으로 나갔다. 하지만 해리는 그 모습이 전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방금 

한 가지 중대한 실수를 깨달았던 것이다. 어떻게 그 사실을 까맣게 잊을 

만큼 멍청할 수 있는지, 해리 자신도 믿을 수가 없었다. 그는 기사단의 

단원들이, 시리우스를 도울 수 있는 사람들이 모두 다 떠났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렇지 않았다. 호그와트에는 아직도 불사조 기사단 단원이 한 명 

남아 있었던 것이다. 바로 스네이프였다. 

론과 다른 아이들을 붙잡고 있기 위해서 슬리데린 학생들이 버둥거리며 

몸싸움을 벌이는 소리 이외에는 침묵만이 이어졌다. 목 조르기를 하려는 

워링턴에게 반항하던 론의 입술에서 피가 흘러내려 엄브릿지의 방 양탄자 

위에 떨어졌다. 지니는 아직도 자신의 팔뚝을 꽉 움켜쥐고 있는 6학년 

여햑생의 발을 밟으려고 애를 쓰고 있었다. 크레이브에게 목을 졸려 

버둥거리는 네빌의 얼굴은 점점 더 보라색으로 변했다. 헤르미온느는 

밀리센트 벌스트로드를 밀쳐 내려고 했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 오직 

루나만이 자신을 붙잡고 있는 학생 옆에 힘없이 서서, 멍하니 창 밖을 

내다보고 있었다. 마치 지금까지 일어난 일에 더 이상 흥미를 잃었다는 

표정이었다. 

해리는 엄브릿지를 마주 보았다. 그녀는 그를 자세히 지켜보고 있었다. 

바깥 복도에서 발소리가 들려왔을 때, 해리는 일부러 태연하고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을 지었다. 

드레이코 말포이가 스네이프의 뒤를 바싹 따라 방으로 들어 왔다. 

"교장 선생님, 저를 부르셨나요?"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은 스네이프가 짝을 지어 몸싸움을 하고 있는 

학생들을 둘러보며 말했다. 

"아, 스네이프 교수님." 

엄브릿지는 활짝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베리타세룸이 한 병 더 필요해서 말이죠. 가능한 빨리 구해주시면 

좋겠군요." 

"지난번에 포터를 심문한다면서 제게 마지막 남은 한 병을 

가져가셨습니다." 

스네이프는 기름이 잔뜩 낀 검은 머리카락 사이로 그녀를 차갑게 

쳐다보며 말했다. 

"정말로 그걸 다 써 버리신 건 아니겠죠? 세 방울이면 충분할 거라고 

미리 말씀드렸는데요." 

엄브릿지의 얼굴이 빨개졌다. 

"좀더 만들 수 있겠죠, 그렇죠?" 

화가 났을 때에는 늘 그렇듯이, 엄브릿지의 목소리가 점점 더 

간드러졌다. 

"물론이죠." 

스네이프는 입술을 말며 대답했다. 

"하지만 완전히 숙성하려면 꼬박 한 달이 걸립니다. 그러므로 약 한 달 

뒤에는 준비해 드릴 수 있습니다." 

"한 달이라고요?" 

엄브릿지가 두꺼비처럼 몸을 잔뜩 부풀리며 소리쳤다. 

"한 달이라니요? 난 오늘 저녁에 필요해요. 스네이프! 방금 포터가 내 

벽난로를 통해서 누군가와 연락을 하는 걸 붙잡았단 말입니다!" 

'정말요?" 

스네이프가 처음으로 관심을 나타내며 해리를 돌아보았다. 

"별로 놀라운 일도 아니군요. 포터는 학교 규칙을 따르겠다는 의지를 

보인 적이 없으니까요." 

그의 차갑고 까만 눈동자가 해리의 시선과 마주쳤다. 해리는 그 시선을 

피하지 않고 마주 보면서 자신이 꿈에 본 장면들을 머릿속으로 열심히 

떠올렸다. 부디 스네이프가 그의 생각을 읽고 이해하기를 바라면서... 

"난 그를 심문하고 싶단 말이오!" 

엄브릿지가 화가 나서 다시 한 번 되풀이했다. 스네이프는 해리에게서 

시선을 떼더니 부르르 떨고 있는 엄브릿지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저 녀석이 나에게 진실을 털어놓을 수 있도록, 당신이 마법약을 주길 

원해요!" 

"이미 말씀드렸듯이, 저에게는 더 이상의 베리타세룸이 없습니다." 

스네이프가 부드럽게 대답했다. 

"혹시 포터에게 독약을 먹이실 생각이 아니시라면 저는 선생님을 

도와드릴 수가 없습니다. 만약 그렇게 하신다면 저도 교장 선생님의 

결정에 십분 동의하겠지만, 단 한 가지 문제는 대부분의 독약은 효력이 

너무 빨리 나타나서 자백을 받아 낼 시간이 별로 없다는 것입니다." 

스네이프틑 다시 해리를 쳐다보았다. 해리는 어떻게든 말없이 생각을 

전달해 보려고 필사적으로 그를 마주 보았다. 

'볼드모트가 시리우스를 미스터리 부서로 데려갔어요.' 

해리는 열심히 생각했다. 

'볼드모트가 시리우스를 미스터리 부서로 데려-' 

"당신은 자격 유예 처분감이오!" 

엄브릿지가 날카롭게 소리쳤다. 스네이프는 눈썹을 살짝 추켜올리며 

다시 그녀를 쳐다보았다. 

"당신은 일부러 날 돕지 않았어! 루시우스 말포이가 항상 당신 칭찬을 

했기 때문에 난 좀더 많은 걸 기대했지! 이제 당장 내 방에서 나가시오!" 

스네이프는 빈정대듯이 공손하게 절을 하고 돌아섰다. 지금 그가 문 

밖으로 걸어 나가면, 이 일을 기사단에 알릴 수 있는 마지막 기회가 

사라지는 것이다. 

"그자가 패드풋을 데려갔어요!" 

해리가 소리쳤다. 

"그것이 숨겨진 곳으로 패드풋을 데려갔어요!" 

스네이프는 엄브릿지의 방 문손잡이에 손을 올려놓은 채, 우뚝 섰다. 

"패드풋?" 

엄브릿지 교수가 해리와 스네이프를 열심히 바라보며 큰 소리로 외쳤다. 

"패드풋이 누구지? 그것이 숨겨진 곳이라니? 이게 무슨 소리죠, 

스네이프?" 

스네이프는 고개를 돌리고 해리를 쳐다보았다. 표정만 봐서는 

짐작하기가 어려웠다. 해리는 그가 자신의 말을 알아들었는지 아닌지 알 

수가 없었다. 하지만 엄브릿지 앞에서 더 이상 명백하게 말할 수는 없었다.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스네이프가 냉정하게 말했다. 

"퍼터, 혹시 헛소리가 하고 싶으면, 너에게 수다떨기 음료를 주도록 

하겠다. 그리고 크레이브, 네 팔을 좀 풀도록 해라. 만약 롱바텀이 

질식이라도 하게 되면, 넌 지긋지긋할 정도로 엄청난 양의 서류를 

작성해야 할 거다. 게다가 취업이라도 하게 되면, 난 네 추천서에 그 

이야기를 쓸 수밖에 없다." 

스네이프는 고개를 까닥이더니 문을 닫고 나갔다. 해리는 조금 전보다도 

더욱 큰 혼란에 빠졌다. 스네이프는 그의 마지막 희망이었던 것이다. 

해리는 엄브릿지를 쳐다보았다. 그녀도 똑같은 심정인 것 같았다. 그녀의 

가슴이 분노와 좌절감으로 벌렁벌렁하고 있었다. 

"좋아." 

엄브릿지는 지팡이를 뽑아 들었다. 

"좋아... 이젠 더 이상 선택의 여지가 없지... 이건 교직보다 더 중요한 

문제야. 마법부의 안전에 관한 문제라고... 그래... 맞아..." 

엄브릿지는 혼자 뭐라고 중얼거렸다. 그리고 거친 숨을 내쉬고는 초조한 

듯 이쪽저쪽 양발을 번갈아 들어 올리고 지팡이로 손바닥을 탁탁 

내리치면서 해리를 무섭게 노려보았다. 

그런 그녀를 바라보면서 해리는 지팡이도 없는 자신의 상황이 너무도 

무기력하게 느껴졌다. 

"포터, 이건 네가 자초한 거야... 난 하고 싶지 않았어." 

엄브릿지는 여전히 그 자리에 꼼짝 않고 서서 중얼거렸다. 

"하지만 때로는 상황에 따라서 그것의 사용이 용납되기도 하지... 

장관님께서도 내게 달리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는 걸 이해하실 거야..." 

말포이는 거의 굶주린 사람 같은 표정으로 엄브릿지를 지켜보고 있었다. 

"크루시아투스 저주라면 네 입을 열게 만들 거다." 

엄브릿지가 조용히 말했다. 

"안 돼요!" 

헤르미온느가 비명을 질렀다. 

"엄브릿지 교수님- 그건 불법이에요." 

하지만 엄브릿지는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그녀의 얼굴에는 해리가 

지금껏 한 번도 보지 못한, 적의와 흥분으로 가득 찬 들든 표정이 

떠올랐다. 엄브릿지는 천천히 지팡이를 들어 올렸다. 

"장관님도 법을 어기는 건 원하지 않으실 거예요, 엄브릿지 교수님!" 

헤르미온느가 소리쳤다. 

"코넬리우스가 모르게 하면 아무 문제 없어!" 

엄브릿지는 조금씩 씩씩거리며 해리의 몸 여기저기를 지팡이로 겨누고 

있었다. 어느 부위가 가장 아플지 생각 중인 것이 틀림없었다. 

"그는 지난여름에 내가 디멘터들을 시켜서 포터의 뒤를 쫓게 했다는 

것도 몰랐어. 그래도 포터를 내쫓을 기회가 생겼다고 마냥 기뻐했지." 

"그게 당신이었나요? 당신이 디멘터를 보냈단 말이죠?" 

해리가 너무 놀라 입을 딱 벌렸다. 

"누군가 해야만 할 일이었지." 

엄브릿지는 지팡이 끝을 정확히 해리의 이마를 향해 겨누며 말했다. 

"모두들 네 입을 다물게 해야 한다. 사람들이 너를 못 믿게 만들어야 

한다며 찧고 까불었지. 하지만 실제로 어떤 종류의 행동이라도 취한 것은 

나 한 사람뿐이었어... 비록 넌 교묘하게 빠져나가고 말았지만, 안 그러냐, 

포터? 하지만 오늘은 안 되지. 지금은 도망치지 못해." 

엄브릿지는 깊이 숨을 들이마시며 소리쳤다. 

"크루시-" 

"안 돼!" 

헤르미온느는 밀리센트 벌스트로드 뒤에서 날카롭게 고함을 질렀다. 

"안 돼- 해리- 어쩔 수 없어. 그만 털어놓자." 

"그럴 수는 없어!" 

해리는 최대한 헤르미온느 쪽을 돌아보려고 애쓰면서 큰 소리로 외쳤다. 

"해리, 그래야만 해. 교장 선생님은 어떻게든 너에게서 자백을 받아 낼 

거야. 그럼... 그럼 무슨 소용이 있니?" 

헤르미온느는 밀리센트 벌스트로드의 등에 대고 처량하게 울기 

시작했다. 그녀를 벽 쪽으로 바싹 밀어붙이고 있던 밀리센트는 얼굴을 

찡그리며 황급히 몸을 피했다. 

"좋아. 좋아. 좋아!" 

엄브릿지는 의기양양한 표정이었다. 

"우리의 꼬마 호기심 양께서 이번에는 우리에게 해답을 주실 모양이군. 

자, 어서 말해 보렴, 어서!" 

"에르-미-니-안 돼!" 

론이 재갈이 물린 상태에서 간신히 소리쳤다. 지니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생정 처음 보는 사람처럼 그녀를 쳐다보고 있었다. 여전히 목이 졸려 

있던 네빌도 그녀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그 순간 해리는 뭔가를 

알아차렸다. 비록 헤르미온느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린 채, 서럽게 울고 

있었지만 눈물의 흔적은 전혀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모-모두들 미- 미안해." 

헤르미온느가 울먹였다. 

"하지만- 더 이상 견딜 수가 없어-" 

"괜찮다, 괜찮다, 얘야!" 

엄브릿지는 헤르미온느의 어깨를 붙잡더니 비어 있던 의자로 와락 

떠밀었다. 그리고 몸을 숙이며 말했다. 

"자, 그러면...포터가 방금 연락한 사람이 누구였지?" 

"그건... 그건..." 

헤르미온느는 꿀꺽 침을 삼켰다. 

"해리는 덤블도어 교수님과 이야기를 하려고 했어요." 

론은 눈을 부릅뜬 채, 얼어붙은 듯 꼼짝도 하지 않았다. 지니도 자기를 

붙잡고 있는 슬리데린 학생의 발등을 밟으려던 동작을 그만 멈추었다. 

루나조차도 약간 놀란 표정이었다. 다행스럽게도 엄브릿지와 그 심복들의 

관심은 온통 헤르미온느에게 집중되어 있었기 때문에, 이런 의심스런 

표정의 변화를 알아채지 못했다. 

"덤블도어라고?" 엄브릿지가 열심히 캐물었다. 

"그럼 넌 덤블도어가 어디 있는지 알고 있단 말이냐?" 

"저... 그건 아니에요!" 헤르미온느가 훌쩍거렸다. 

"우리는 다이애건 앨리에 있는 리키 콜드런과 스리 브룸스틱스, 심지어 

호그스 해드까지 다 뒤져 보았지만-" 

"멍청한 것- 지금 마법부 전체가 그를 찾느라고 난리인데, 덤블도어가 

술집에 앉아 있을 리가 없지!" 

엄브릿지는 축 늘어진 얼굴 전체에 실망한 기색을 완연히 드러내며 버럭 

고함을 질렀다. 

"하지만- 하지만 우린 꼭 해야 할 말이 있었어요!" 

헤르미온느가 두 손으로 얼굴을 꼭 가린 채, 울부짖었다. 하지만 해리가 

보기에 그건 슬픔 때문이 아니라, 눈물이 계속 나오지 않는 것을 감추기 

위해서였다. 

"그래?" 

엄브릿지가 갑자기 다시 활기를 띠었다. 

"너희가 그와 이야기하려던 게 뭐였지?" 

"우리는... 우리는 덤블도어 교수님께 주-준비되었다고 말씀드리려고 

했어요!" 

헤르미온느가 목이 메어 말했다. 

"뭐가 준비되었다는 거지?" 

엄브릿지는 또다시 헤르미온느의 어깨를 움켜잡으며 흔들었다. 

"뭐가 준비되었다는 거야?" 

"그... 그 무기요." 헤르미온느가 대답했다. 

"무기? 무기라고?" 

엄브릿지의 눈알이 흥분으로 툭 튀어나올 것 같았다. 

"너희들이 저항할 무기를 개발하고 있었단 말이냐? 마법부에 맞서는 데 

사용할 수 있는 무기를? 물론 덤블도어 교수의 지시에 의해서겠지?" 

"마- 맞아요." 헤르미온느가 간신히 대답했다. 

"하지만 덤블도어 교수님은 그 일이 끝나기 전에 떠나시게 되엇 우리가 

대신 끝낸 거예요. 그런데 교수님을 차-찾지 못해서 마-말씀드릴 수가 

없었어요!" 

"무슨 종류의 무기지?" 

엄브릿지는 뭉툭한 손으로 헤르미온느의 어깨를 꽉 움켜쥐고 거칠게 

말했다. 

"우-우리는 자-잘 몰라요." 

헤르미온느가 큰 소리로 코를 훌쩍거리며 말했다. 

"우-우리는 그-그저 덤블도어 교-교수님이 하-하라고 시키시는 대로 

했을 뿐이에요." 

엄브릿지는 기쁨에 들떠서 어쩔 줄 모르는 표정으로 몸을 일으켰다. 

"그 무기가 있는 곳으로 날 안내해라." 

"자 아이들에게는... 보여 줄 수 없어요." 

헤르미온느가 손가락 사이로 슬리데린 아이들을 살펴보며 비명을 

지르듯이 말했다. 

"그건 네가 결정할 문제가 아니다." 

엄브릿지 교수가 거칠게 말했다. 

"좋아요." 

헤르미온느는 다시 손에 얼굴을 파묻고 흐느끼며 말했다. 

"좋아요... 저 애들에게도 보여 주도록 하죠. 그래서 교수님께 써먹으면 

정말 좋겠군요! 차라리 사람들더러 다 와서 보라고 하세요! 그-그럼 

교수님도 만족하겠죠. 오, 학교 전체가 그 무기가 있는 곳을 알게 되면 

얼마나 좋을까. 그리고 그 사용법을 알게 된다면-그럼 교수님이 그들 중 

누군가를 괴롭히면, 당장 교수님을 혼내 줄 수 있을 텐데!" 

이 말은 엄브릿지에게 커다란 영향을 미쳤다.r 그녀는 의심스런 눈길로 

재빨리 감사 위원회 위원들을 둘러보았다. 그리고 툭 튀어나온 그녀의 

눈이 말포이에게 잠깐 머물렀다. 그는 자신의 얼굴에 나타난 갈망과 

탐욕을 미처 감추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엄브릿지는 한동안 헤르미온느의 말을 곰곰이 생각해 보더니, 

어머니처럼 다정한 목소리를 꾸며 내며 말했다. 

"좋다, 얘야. 너하고 나만 가도록 하자... 그리고 포터를 데려가도 

되겠지? 자, 일어나라." 

"교수님, 엄브릿지 교수님." 

말포이가 간곡하게 말했다. 

"제 생각에는 저희들 중의 몇 명이 함께 가는 것이-" 

"말포이, 난 충분한 자격을 갖춘 마법부의 공직자예요. 설마 내가 

지팡이도 없는 아이들 두 명을 혼자 상대할 수 없을 거라고 생각하나요?" 

엄브릿지가 날카롭게 물었다. 

"어쨌든 이 무기는 학생들이 보아서는 안 될 것처럼 들리는군요. 그러니 

여러분들은 내가 돌아올 때까지 여기 남아 있도록 해요. 그리고-" 

엄브릿지는 론과 지니, 네빌, 루나를 손으로 가리켰다. 

"아무도 도망치지 못하도록 하세요." 

"알겠습니다." 

말포이는 낙심하고 심통 난 표정으로 대답했다. 

"그리고 너희 두 사람은 내 앞에 서서 나에게 길을 안내하도록." 

엄브릿지는 지팡이로 해리와 헤르미온느를 가리켰다. 

"앞장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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