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31장 (120/194)

제31장 O.W.L.시험 

그리핀도르가 퀴디치 우승컵을 지키는 데 한몫을 했다는 기쁨 때문에, 

론은 그 다음 날까지도 전혀 마음을 잡지 못했다. 론은 온종일 시합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어 했다. 그러므로 론과 헤르미온느는 그롭에 

대해서 말을 꺼낼 기회를 찾을 수가 없었다. 사실 두 사람도 그다지 

열성을 보인 것은 아니었다. 이렇게 느닷없이 론에게 가혹한 현실을 

깨닫게 해주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어느 따뜻하고 화창한 날, 마침내 

두 사람은 호수 가장자리에 있는 커다란 너도밤나무 밑에서 공부를 하자고 

론을 불러냈다. 그곳이라면 휴게실보다는 다른 사람들이 엿들을 염려가 

적었기 때문이었다. 처음에 론은 이 제안을 별로 내켜하지 않았다. 

이따금씩 여기저기에서 들려오는 '위즐리는 우리의 왕'은 물론이고, 

그리핀도로 학생들은 그의 옆을 지나갈 때마다 그의 어깨를 툭툭 치고 

가는데 단단히 재미가 들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결국 론도 잠시 신선한 

공기를 마시는 것이 좋겠다는 데 동의했다. 

그들은 너도밤나무 그늘 아래에 앉아서 책을 펼쳐 들었다. 론은 시합에서 

처음으로 골을 막아 냈던 순간을 열두 번째 떠들어 대고 있었다. 

'난 이미 데이비스에게 한 골 먹은 상태여서 자신만만한 느낌은 

아니었어. 그런데 나도 모르겠어. 브래들리가 나를 향해 돌진해 오는데, 

갑자기 어디선가 '넌 할 수 있어!'하는 생각이 불쑥 떠오르잖아. 난 일 초 

안에 어디로 몸을 날려야 할지 결정해야만 했어. 그는 오른쪽 골대를 

노리고 있는 것처럼 보였지. 내 오른쪽, 그러니까 그녀석의 왼쪽 골대 

말이야. 하지만 웬일인지 그가 속임수를 쓰고 있다는 이상한 느낌이 

드는거야. 그래서 난 기회를 봐서 왼쪽으로 날아갔지. 그러니까 그녀석의 

오른쪽으로 말이야. 그리고 너희들이 본 그런 일이 벌어진 거야." 

론은 마치 바람에 흩날리는 것처럼 보이게 하려고 쓸데없이 머리카락을 

뒤로 쓸어 넘기며 겸손하게 말을 끝맺었다. 그러고는 혹시 제일 가까이 

있던 사람들-3학년 후플푸프 학생들이 그의 말을 듣지 않았을까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그러고 나서 약 오 분 후에 체임버스가 다가왔을 때-, 뭐야?" 

해리의 얼굴에 떠오른 표정을 본 론은, 하던 말을 도중에 뚝 멈추었다. 

"왜 실실 웃고 있는 거야?" 

"웃지 않았어." 

해리는 얼른 둘러대며 변신술 노트를 내려다보았다. 그리고 웃지 

않으려고 애를 썼다. 사실은 론의 모습을 보자, 한때 바로 이 너도밤나무 

밑에 앉아서 머리를 쓸어 넘기던 또 다른 그리핀도르 퀴디치 선수가 

생각났던 것이다. 

"난 그냥 우리가 이긴 게 기뻐서, 그것뿐이야." 

"그래, 우리가 이겼지." 

론은 그 말을 음미하듯이 천천히 되뇌었다. 

"지니가 바로 코앞에서 스니치를 낚아챘을 때, 챙의 표정을 보았니?" 

"틀림없이 울었겠지, 안 그래?" 

해리가 신랄하게 말했다. 

"그래, 좀 성질을 내긴 했지, 그래도..." 

론이 살짝 얼굴을 찌푸렸다. 

"하지만 챙이 땅에 내려왔을 때, 빗자루를 내동댕이치는 건 보았겠지?" 

"어-" 해리가 머뭇거렸다. 

"사실은... 못 봤어, 론." 

헤르미온느가 무거운 한숨을 내쉬며 보던 책을 땅에 내려놓았다. 

그리고 미안하다는 표정으로 론을 바라보았다. 

'솔직히 말하면, 이번 시합에서 해리와 내가 본 건 데이비스가 첫 골을 

넣은 장면이 전부야." 

공들여 세운 론의 머리카락이 갑자기 풀이 죽어 가라앉는 것 같았다. 

"못 봤다고?" 

론은 두 사람을 번갈아 바라보며 힘없이 말했다. 

"내가 골을 막는 걸 전혀 못 봤단 말이야?" 

"어-못 봤어." 

헤르미온느가 마음을 달래려는 듯이 그를 향해 손을 뻗었다. 

"하지만 론, 우리도 떠나고 싶지 않았어. 어쩔 수 없었어!" 

"그래?" 

론의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무슨 일인데?" 

"해그리드 때문이었어." 해리가 말했다. 

"거인들을 만나고 돌아온 이후부터 왜 그렇게 온몸이 상처투성이가 

되었는지 그 이유를 말해 주기로 결심했다는 거야. 그는 우리를 데리고 

금지된 숲에 가고 싶어 했어. 달리 선택의 여지가 없었어. 너도 해그리드를 

알잖아. 어쨌든..." 

오 분 후에 이야기가 끝났다. 론의 분노는 사라지고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표정만이 떠올랐다. 

"해르리드가 거인 한 명을 데려와서 숲 속에 숨겼다고?" 

"그래." 해리가 딱 잘라 말했다. 

"그럴 리가 없어." 

론은 그 사실을 부정함으로써 현실을 바꾸고 싶은 것 같았다. 

"아니야, 그럴 수 없어..." 

"정말이야." 

헤르미온느가 단호하게 말했다. 

"그롭은 키가 5미터쯤 되고 6미터쯤 되는 소나무를 뽑는 걸 좋아해. 

그리고 나를..." 헤르미온느는 코웃음 치며 말했다. "'헤르미'라고 알고 

있어." 

론이 신경질적인 웃음을 터뜨렸다. 

"그런데 해그리드는 우리가 뭘 해주길 원하는 거지...?" 

"그 거인에게 영어를 가르쳐 달래." 

해리가 말했다. 

"해그리드는 제정신이 아니야." 

론이 거의 기가 막힌다는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맞아." 

헤르미온느는 <중급 변신술> 책장을 뒤적거리며 짜증스럽게 대꾸했다. 

그리고 부엉이 한 마리가 오페라용 쌍안경으로 변하는 일련의 과정을 그려 

놓은 그림을 노려보았다. 

"그래, 나도 막 그런 생각이 들고 있어. 하지만 불행하게도 해리와 나는 

해그리드에게 약속을 해 버렸어." 

"그럼 넌 그 약속을 깨야겠구나." 

론이 딱 잘라 말했다. 

"그러니까 내 말은...... 우린 시험도 봐야 하고, 쫓겨날 생각은 요만큼도 

없다고-." 론은 손을 들어서 엄지와 검지를 거의 닿을 듯이 해 보였다. 

"너희들 노바트 기억나지? 아라고그 생각나? 해그리드의 괴물 친구들과 

어울렸다가 우리가 언제 좋은 꼴 본 적이 있어?" 

"알아. 그냥 약속만 한 거야." 

헤르미온느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론은 이야기에 완전히 열중한 

나머지 다시 머리를 납작하게 쓰다듬었다. 

"그래. 아직 해그리드가 쫓겨난 것도 아니니까. 안 그래?" 

론이 한숨을 쉬었다. 

"이렇게 오래 버텼으니, 어쩌면 이번 학기가 끝날 때까지는 무사할지도 

몰라. 그럼 우린 그롭 근처에 얼씬할 필요도 없겠지." 

쏟아지는 햇빛 속에서 운동장은 새로 페인트칠을 한 것처럼 빛이 났다.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은 반짝이는 잔잔한 호수 속에 비친 자신을 보고 

미소를 짓고 있었다. 이따금씩 불어오는 산들바람이 비단 같은 초록색 

잔디밭을 어지럽히고 지나갔다. 6월이 찾아온 것이다. 하지만 5학년 

학생들에게 그것은 딱 한 가지 의미밖에는 없었다. 마침내 O.W.L.이 

코앞에 닥친 것이다. 

선생님들은 더 이상 그들에게 숙제를 내주지 않았다. 수업은 주로 

시험에 가장 잘 나올 것 같은 내용을 다시 복습하는 식으로 이루어졌다. 

목적의식과 열의에 가득 찬 분의기는 해리의 머릿속에서 O.W.L. 이외의 

다른 모든 생각을 몰아냈다. 물론 가끔 마법 약 수업 시간이 되면, 혹시 

루핀이 스네이프에게 반드시 해리의 오클러면시 교습을 계속해야만 한다고 

말한 적이 있을까 궁금한 생각이 들기도 했다. 만약 그랬다면, 지금 

스네이프는 해리를 무시하듯이 루핀의 말을 완전히 무시하고 있는 

것이었다. 해리는 오히려 마음이 편했다. 스네이프에게서 별도의 수업을 

받지 않아도, 충분히 바쁘고 힘들었기 때문이었다. 더욱 다행스러운 것은, 

헤르미온느까지도 요즘에는 너무 공부에 정신을 빼앗겨서 오클러먼시에 

대해 잔소리를 하지 않는 다는 사실이었다. 그녀는 온종일 혼자 

중얼거리며 다녔고 며칠째 집요정의 모자도 뜨지 않고 있었다. 

O.W.L.이 가까워 올수록 이상하게 행동하는 사람은 헤르미온느만이 

아니었다. 어니 맥밀란은 사람들에게 공부 방법에 대해서 물어보고 다니는 

짜증스런 습관이 생겼다. 

"넌 하루에 몇 시간이나 공부를 하는 것 같니?" 

해리와 론이 온실 밖에 줄지어 서 있을 때, 어니 맥밀란은 미친 

사람처럼 눈을 희번덕거리며 그들에게 물었다. 

"잘 모르겠어. 몇 시간 안 돼......" 론이 말했다. 

"여덟 시간 정도?" 

"아마 그거보단 적을걸." 

론이 약간 놀란 듯이 말했다. 

"나는 여덟 시간 공부하고 있어." 

어니가 가슴을 들썩이며 말했다. 

"여덟, 아홉 시간 정도. 날마다 아침 식사 전에 한 시간씩 공부를 하고 

있어. 어쨌든 평균 여덟 시간이야. 주말에는 열 시간도 할 수 있어. 

월요일에는 아홉 시간 반이나 했다니까. 하지만 화요일에는 별로 못했어. 

겨우 일곱 시간 십오 분이었지. 수요일에는-" 

때마침 스프라우트 교수가 그들을 온실 속으로 몰아넣어 주어서 해리는 

얼마나 고마운지 몰랐다. 덕분에 어니는 자신의 장황한 연설을 그만둬야만 

했다. 

한편 드레이크 말포이는 전혀 다른 방법으로 스트레스를 풀었다. 

"네가 뭘 아는가 하는 건 문제가 아니야." 

시험이 시작되기 며칠 전에 마법 약 교실 밖에서 말포이는 크레이브와 

고일에게 큰 소리로 떠들었다. 

"네가 누굴 아는가가 중요한 거지. 우리 아버지는 오래 전부터 마법사 

시험 관리국 국장과 친하게 지내 오셨어. 그리젤다 마치뱅스라는 노인인데 

우린 그 여자와 저녁도 함께 먹고 모든 걸......" 

"저 말이 사실일까?" 

헤르미온느가 놀란 목소리로 해리와 론에게 속삭였다. 

"설사 그렇다고 해도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어." 

론이 우울하게 말했다. 

"사실이 아닐 거야." 

네빌이 그들의 등 뒤에서 조용히 말했다. 

"왜냐하면 그리젤다 마치뱅스는 우리 할머니의 친구 분이신데, 한 번도 

말포이 집안에 대해 이야기 한 적이 없거든." 

"그분은 어떤 분이지? 강직하신 분인가?" 

헤르미온느가 즉시 물었다. 

"우리 할머니와 비슷해." 

네빌이 한풀 꺾인 목소리로 말했다. 

"그분을 안다고 해서 너에게 손해될 건 없잖아, 안 그래?" 

론이 그를 격려하듯이 말했다. 

"오, 나도 그 때문에 무슨 차이가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아." 

네빌은 더욱더 힘없이 말했다. 

"할머니는 항상 마치뱅스 교수님께 내가 우리 아빠만 못하다고 말해서... 

너희들도 성 뭉고 병원에서 우리 할머니가 어떤 분인지 봤지?" 

네빌은 복도를 뚫어져라 내려다보았다. 해리와 론, 헤르미온느는 서로 

얼굴을 마주 보기만 할 뿐, 뭐라고 할 말이 없었다. 그들이 마법사 

병원에서 만났던 사실을 네빌이 인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한편 5학년과 7학년들 사이에서는 집중력을 높이고 머리 회전을 빠르게 

하는 보조 약물이나 각성제 따위를 거래하는 암시장이 성행했다. 해리와 

론도 래버클로의 6학년 학생인 에디카마이클이 권하는 바루피오의 머리 

좋아지는 약을 보고 엄청난 유혹을 받았다. 에디는 지난여름에 그가 O.W.L.에서 

아홉 개의 '특출함'을 받을 수 있었던 건 순전히 이 약 

덕분이라고 큰소리를 쳤다. 그리고 단돈 12갈레온에 0.57리터를 주겠다고 

제안했다. 론은 해리에게 호그와트를 졸업하고 직장을 잡게되면 그때 자신 

몫의 약값을 갚겠다고 약속하고 돈을 빌렸다. 하지만 미처 그 거래를 

끝내기도 전에 헤르미온느가 카마이클의 손에서 약병을 낚아채더니 

화장실에 몽땅 쏟아 버렸다. 

"헤르미온느, 우린 그걸 사고 싶었단 말이야!" 

론이 고함을 질렀다. 

"바보같이 굴지 마!" 

헤르미온느가 호통을 쳤다. 

"차라리 해롤드 딩글의 용 발톱 가루를 먹는 게 나을 거야." 

"딩글의 용 발톱 가루?" 

론이 열렬하게 물었다. 

"이젠 더 없어." 

헤르미온느가 말했다. 

"내가 그것도 빼앗았거든. 그런 건 하나도 효과가 없어, 너도 알잖아." 

"용 발톱은 효과가 있어!" 론이 소리쳤다. 

"도저히 믿을 수 없을 정도래. 두뇌에 활기를 불어넣어서 몇 시간 동안 

머리가 팽팽 돌아간다고 했어. 헤르미온느, 한 번만 먹자. 어서. 문제 될 거 

없잖아-." 

"문제가 돼." 

헤르미온느가 냉정하게 말했다. 

"내가 성분을 살펴봤는데, 말린 독시 똥이었어." 

이 말을 듣자, 해리와 론은 더 이상 머리 좋아지는 약을 살 마음이 싹 

달아나 버렸다. 

다음 변신술 수업 시간에 그들은 시험 시간표와 시험 진행에 관한 

자세한 설명서를 받았다. 

"여러분이 보시다시피, O.W.L.은 이 주일 동안 계속됩니다." 

학생들이 칠판에 적힌 시험 시간과 날짜를 받아 적고 있을때, 맥고나걸 

교수가 입을 열었다. 

"오전에는 필기 시험을 치르고 오후에는 실기 시험을 치르게 될 겁니다. 

물론 천문학 실기 시험은 밤에 실시될 겁니다. 무엇보다도 여러분의 

시험지에는 가장 엄격한 커닝 방지 주문이 걸려 있다는 사실을 알려 

줘야겠군요. 자동 해답 깃펜은 시험장 안에 가지고 들어갈 수가 없습니다. 

리멤브럴이나 떼어낼 수 있는 커닝용 단추, 자동 수정 잉크도 물론 사용할 

수 없습니다. 그런데도 해마다 자신이 마법사 시험 관리국의 규율을 

빠져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학생이 최소한 한 명이상 나오는 것 

같더군요. 나는 부디 그리핀도르에는 그런 학생이 없기만을 바랄 뿐입니다. 

우리의 새로운 교장 선생님께서는-." 

이 이름을 부를 때 맥고나걸 교수의 얼굴에는 마치 페투니아 이모가 

특별히 더러운 것을 응시할 때마다 짓던 표정이 떠올랐다. 

"각 기숙사 사람들에게 부정행위는 심한 벌을 받게 될 것이라는 사실을 

알려 달라고 부탁하셨습니다. 왜냐하면 여러분들의 시험 결과가 교장 

선생님의 새로운 임용에 영향을 미칠 것이기 때문이지요-." 

맥고나걸 교수는 자그맣게 한숨을 쉬었다. 해리는 순간 그녀의 뾰족한 

코에서 불길이 뿜어져 나오는 걸 본 것 같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여러분들이 최선을 다하지 않을 이유는 없습니다. 

여러분은 자신의 장래를 생각해야 하니까요." 

"저, 교수님." 헤르미온느가 손을 번쩍 들었다. 

"결과는 언제 알게 되지요?" 

"7월 중에 부엉이가 갈 겁니다." 

맥고나걸 교수가 대답했다. 

"신난다. 방학 때까지는 걱정할 필요가 없겠네." 

딘 토마스가 모두에게 들릴 정도의 소리로 속삭였다. 

해리는 O.W.L. 결과가 오기를 기다리며 육주 동안 프리벳가에 있는 

자신의 방에 앉아 있는 모습을 상상해 보았다. 적어도 올여름에 편지 한 

통은 확실하게 받겠군. 해리는 심드렁하게 생각했다. 

첫 번째 시험인 마법 필기 시험은 월요일 아침에 실시될 예정이었다. 

해리는 일요일 점심 식사 이후에 헤르미온느에게 질문을 해주기로 

약속하고서, 시작하자마자 당장 후회를 했다. 헤르미온느는 어찌나 

안달인지, 한번 대답을 할 때마다 번번이 그의 손에서 책을 뺏어서는 답이 

맞는가 확인을 해야 직성이 풀렸다. 그러다가 마침내 <마법의 업적>의 

날카로운 모서리로 해리의 콧잔등을 세게 치고 말았다. 

"차라리 너 혼자서 하지 그래?" 

해리는 화를 내며 헤르미온느에게 책을 돌려주었다. 그의 눈에는 눈물이 

글썽였다. 

론은 손가락으로 귀를 막은 채, 소리 없이 입술을 달싹이며 거의 2년 

분량은 될 법한 마법 수업 노트를 읽고 있었다. 한편 시무스 피니간이 

마루에 등을 대고 누워서 실체 마법의 정의를 암송하고 있는 동안, 딘은 

<표준마법서(5학년)>를 보고 틀린 곳을 표시해 주었다. 기본 이동 마법을 

연습하고 있는 패르바티와 라벤더는 책상 가장자리에서 각자 자기 

필통으로 경주를 하고 있었다. 

그날 밤 저녁 식사는 착 가라앉은 분위기에서 진행되었다. 하루 종일 

공부를 한 해리와 론은 말없이 왕성하게 먹기만 했다. 한편 헤르미온느는 

연신 포크와 나이프를 내려놓고 테이블 밑으로 고개를 숙이고서 책가방을 

뒤적거렸다. 그리곤 책을 꺼내어 숫자나 인물, 사실들을 확인하고 했다. 

론이 그녀에게 충분히 잘 먹어 두지 않으면 밤에 잠을 잘 자지 못할 

거라고 충고를 하는 순간, 그녀의 손에서 포크가 맥없이 빠져나와 접시 

위에 요란한 소리를 내며 떨어졌다. 

"오, 이런 세상에." 

헤르미온느가 연회장 입구 쪽을 빤히 쳐다보며 힘없이 중얼거렸다. 

"저 사람들 아니야? 저들이 시험관들이야?" 

해리와 론이 자리에서 얼른 뒤를 돌아보았다. 대연회장으로 들어오는 문 

앞에 엄브릿지가 상당히 늙어 보이는 마녀와 마법사들을 데리고 서 있는 

광경이 보였다. 엄브릿지는 상당히 초조해 보였다. 해리는 그걸 보자, 속이 

시원했다. 

"가서 좀더 자세히 볼까?" 

론이 말하자, 해리와 헤르미온느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은 

대연회장으로 들어오는 문을 향해 재빨리 다가갔다. 하지만 일단 문턱을 

넘어서자. 태연하게 시험관 옆을 지나가기 위해 천천히 발걸음을 늦추었다. 

해리는 몸집이 자그마하고 등이 굽은 마녀가 틀림없이 마치뱅스 교수일 

거라고 생각했다. 그녀의 얼굴은 어찌나 쪼글쪼글하던지 마치 거미줄로 

뒤덮인 것 같았다. 엄브릿지는 그녀에게 최대한 예의를 갖추어 말을 걸고 

있었다. 마치뱅스 교수는 약간 귀가 먹은 것 같았다. 겨우 한 걸음 

정도밖에 떨어져 있지 않았는데도 엄브릿지에게 큰 소리로 대답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여행은 괜찮았습니다. 괜찮았어요. 전에도 이런 여행은 많이 했거든요." 

마치뱅스는 약간 짜증스럽게 말했다. 

"그런데 최근에는 덤블도어에게서 소식을 듣지 못했어요!" 

마치뱅스는 마치 덤블도어가 당장에라도 빗자루 벽장에서 튀어나오기를 

바라는 듯이, 복도를 돌아보았다. 

"그가 어디 있는지는 아무도 모르는 거죠?" 

"전혀 모릅니다." 

엄브릿지 교수는 계단 근처를 어슬렁거리고 있는 해리와 론, 

헤르미온느를 사납게 째려보았다. 론은 신발끈을 다시 묶는 척했다. 

"하지만 마법부에서 곧 그를 추적해 낼 겁니다..." 

"과연 그럴까요?" 

몸집이 자그마한 마치뱅스 교수가 큰 소리로 말했다. 

"덤블도어가 원하지 않는 한 절대 못 찾을 겁니다! 그가 N.E.W.T.시험을 

치를 때, 내가 직접 변신술과 마법 시험을 감독했지요... 그는 지팡이로 

내가 생전 보지도 못한 마법을 부렸답니다." 

"네... 그렇군요..." 

엄브릿지 교수가 말했다. 한편 해리와 론, 헤르미온느는 최대한 천천히 

발걸음을 옮기며 대리석 계단을 올라갔다. 

"그럼 여러분을 교직원 숙소로 안내하겠습니다. 긴 여행을 하셨으니 

차라도 한 잔 하셔야겠죠." 

뒤숭숭한 저녁이었다. 모두들 한 글자라도 더 보려고 기를 쓰고 

있었지만, 아무도 열중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해리는 일찍 잠자리에 

누웠지만, 한동안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는 진로 상담과 어떻게든 오러가 

되도록 도와주겠다고 다짐했던 맥고나걸 교수의 성난 얼굴을 떠올렸다. 

이제 시험이 코앞에 닥치자, 차라리 좀더 실현 가능한 꿈을 말할 걸 

그랬다는 생각이 들었다. 잠을 이루지 못하고 뒤척이는 사람은 단지 

그뿐만이 아니었다. 하지만 침실 안에 있는 어느 누구도 입을 열지 않았고, 

마침내 하나둘씩 잠이 들었다. 

다음 날 아침 식사 시간에도 5학년 학생들은 하나같이 별로 말이 

없었다. 패르바티는 중얼중얼 주문을 연습하고 있었다. 그러자 그녀 앞에 

놓인 소금통이 계속 들썩거렸다. 헤르미온느는 <마법의 업적>을 다시 

읽고 있었는데, 어찌나 빨리 읽던지 눈알이 팽팽 돌아가는 것 같았다. 

네빌은 계속해서 나이프와 포크를 떨어뜨리거나 마멀레이드 병을 

쓰러뜨렸다. 

아침 식사가 끝나자, 다른 학생들이 수업을 들으러 가는 동안 5학년과 

7학년 학생들은 현관 복도로 나갔다. 그리고 아홉시 삼십 분이 되자, 

반별로 차례차례 호명을 받으며 대연회장에 다시 들어갔다. 대연회장은 

해리가 펜시브에서 그의 아버지와 시리우스, 스네이프가 O.W.L. 시험을 

치를 때 보았던 것과 똑같은 모습으로 배치되어 있었다. 네 개의 기숙사 

테이블은 어디론가 치워지고, 그 자리에는 수많은 개인용 책상이 줄지어 

놓여 있었다. 그 책상들은 한결같이 연회장 제일 끝에 잇는 교직원 

테이블을 향하고 있었는데, 그곳에는 맥고나걸 교수가 그들을 바라보며 서 

있었다. 모두들 자리에 앉고 조용해지자, 맥고나걸 교수가 입을 열었다. 

"이제 시작해도 좋아요." 

그러고는 테이블 위에 커다란 모래시계를 올려놓았다. 테이블 위에는 

여분의 깃펜과 잉크병, 그리고 양피지 두루마리가 있었다. 

해리는 두근거리는 가슴을 안고 시험지를 넘겼다. 그의 오른쪽으로 셋째 

줄, 네 칸 앞에 있는 헤르미온느는 벌써 뭔가를 열심히 쓰고 있었다. 그는 

시선을 밑으로 하고 첫 번째 문제를 읽었다. 

a) 물건을 날아오게 만드는 데 필요한 주문을 쓰고, b) 필요한 지팡이 

동작을 서술하시오. 

해리는 허공을 곧장 날아와서 트롤의 단단한 머리를 세게 내려쳤던 

방망이를 기억했다... 그리고 빙그레 미소를 지으며 시험지 위로 몸을 

숙이고 열심히 쓰기 시작했다. 

"그렇게 나쁘진 않았지?" 

두 시간 후에 헤르미온느가 현관 복도로 나오며 걱정스럽게 물었다. 

그녀의 손에는 아직도 시험지가 꼭 쥐어져 있었다. 

"나는 응원 마법에 대해서 제대로 다 썼는지 잘 모르겠어. 시간이 좀 

모자랐거든. 너희는 딸꾹질을 멈추게 하는 주문에 대해서 썼니? 너무 

많아서 다 슬 수나 있을지 모르겠더라- 그런데 23번 문제는-" 

"헤르미온느, 우리는 전에도 그랬지만 시험이 끝나고 나면 다신 생각 안 

할 거야. 시험은 한 번 치르는 것으로 충분해." 

론이 단호하게 말했다. 

"5학년 학생들은 다른 학년 학생들과 함께 점심을 먹었다.(점심 시간이 

되자, 네 개의 테이블이 다시 나타났다.) 그런 다음 대연회장 옆에 있는 

작은 방으로 들어가서 실기 시험을 치르기 위해 자기 이름이 불릴 때까지 

기다렸다. 알파벳 순서에 따라서 몇 몇 학생들이 불려 나가는 동안, 뒤에 

남은 학생들은 주문을 외우고 지팡이 동작을 연습했다. 그러다가 이따금 

실수로 서로의 눈이나 등을 찌르기도 했다. 

마침내 헤르미온느의 이름이 불렸다. 헤르미온느는 두려움에 떨면서, 

안토니 골드스틴, 그레고리 고일, 대프니 그린그래스와 함께 방을 나갔다. 

이미 시험을 치른 학생들은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 그러므로 해리와 론은 

헤르미온느가 어떻게 시험을 치렀는지 알 수가 없었다. 

"헤르미온느는 문제없어. 마법 시험에서 만점에 보너스 12점을 더 

받았던 거 기억나지?" 

론이 말했다. 십 분 후에 플리트윅 교수가 이름을 불렀다. 

"파킨슨, 팬시- 패틸, 파트마- 패틸, 패르바티- 포터, 해리-" 

"행운을 빌어." 

론이 속삭였다. 해리는 떨리는 손으로 지팡이를 꼭 움켜쥐고 

대연회장으로 걸어 들어갔다. 

"토프티 교수님 앞자리가 비었다, 포터." 

바로 문 옆에 서 있던 플리트윅 교수가 말했다. 그리고 제일 나이가 

많고 머리가 벗겨진 시험관을 손으로 가리켰다. 그는 마치뱅스 교수로부터 

약간 떨어진, 한쪽 구석의 작은 탁자 뒤에 앉아 있었다. 마치뱅스 교수는 

드레이코 말포이를 시험보고 잇는 중이었다. 

"퍼터, 너냐?" 

해리가 가까이 나가가자, 토프티 교수가 기록장을 한 번 살펴보더니 

코안경 너머로 그를 쳐다보며 물었다. 

"네가 그 유명한 포터냐?" 

해리는 옆에 있던 말포이가 그를 향해 차가운 시선을 던지는 것을 

똑똑히 보았다. 순간 그가 공중에 떠 있게 하고 있던 포도주 잔이 마루에 

떨어지면서 산산조각이 났다. 해리는 씩 웃고 말았다. 그러자 토프티 

교수가 격려하듯이 그에게 미소를 던졌다. 

"자, 괜히 긴장할 필요 없다." 

그는 노쇠하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내가 너에게 이 달걀 컵을 집으라고 하면, 넌 그걸 공중회전시키면 

되는 거야." 

해리는 전반적으로 그럭저럭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의 공중 부양 

마법은 분명히 말포이보다 훌륭했다. 물론 색깔 바꾸기 마법과 성장 

마법을 혼동하지 않았더라면 더 좋았을 것이다. 그 바람에 해리가 미처 

손쓸 틈도 없이, 오렌지색으로 색깔이 바뀌어야 할 생쥐가 순식간에 몸이 

부풀어서 오소리만큼이나 커졌던 것이다. 해리는 때마침 헤르미온느가 

현관 복도에 없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녀에게 굳이 이 이야기를 

하지 않아도 되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론에게는 솔직히 털어놓을 수 

있었다. 론은 만찬 접시를 커다란 버섯으로 변신시켰는데, 어쩌다 그런 

일이 벌어졌는지 자신도 알지 못했다. 

그날 밤에도 여유를 가질 틈이 없었다. 그들은 저녁을 먹은 후에 곧장 

휴게실로 돌아와서 다음 날 있을 변신술 시험 공부에 열중했다. 해리는 

복잡한 주문과 마법 이론들이 어지럽게 머릿속을 맴도는 가운데, 잠자리에 

들었다. 

해리는 다음 날 오전에 치른 필기 시험에서 전환 마법의 정의를 까먹고 

쓰지 못했다. 하지만 실기 시험은 그보다 형편없지는 않았다고 생각했다. 

적어도 그는 주어진 이구아나를 완전히 사라지게 하는 데에 성공했던 

것이다. 반면 옆 자리에 있던 가엾은 한나 아보트는 완전히 이성을 잃고, 

자신의 흰족제비를 플라밍고 무리로 만들어 버렸다. 그 바람에 

플라밍고들을 전부 잡아서 연회장 밖으로 쫓아낼 때까지 약 십 분 동안 

시험이 중단되기도 했다. 

수요일에는 약초학 시험을 치렀다.(이빨 달린 제라늄에게 살짝 물린 

것을 제외하면, 해리는 꽤 잘한 것 같았다) 그리고 목요일에는 어둠의 

마법 방어술 시험이 있었다. 해리는 처음으로 통과했다는 확신이 들었다. 

필기 시험에도 전혀 아무런 문제가 없었고, 실기 시험을 치를 때에는 

엄브릿지의 눈앞에서 온갖 반대 주문과 방어 마법을 행하는 데 특별한 

쾌감까지 느꼈다. 엄브릿지는 현관 복도로 나가는 문 옆에 서서 냉정하게 

이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훌륭하구나!" 

해리가 완벽하게 보가트를 쫓아 보리는 마법을 선보이자, 또 다시 

해리의 시험을 맡은 토프티 교수가 소리쳤다. 

"정말 잘했다! 그래, 그만하면 충분한 것 같구나. 포터... 하지만..." 

토프티 교수는 몸을 앞으로 숙였다. 

"내 친구 타이베리어스 오그던의 말을 들으니, 네가 패츠로누스를 

불러낼 수 있다면서? 혹시 추가 점수를 받을 생각은..." 

해리는 지팡이를 들고 엄브릿지를 똑바로 쳐다보았다. 그리고 그녀가 

학교에서 쫓겨나는 장면을 상상했다. 

"익스펙토 패트로눔!" 

그의 지팡이 끝에서 은빛 수사슴이 튀어나오더니 연회장 안을 

뛰어다녔다. 모든 시험관들이 이 광경을 지켜보았다. 마침내 수사슴이 은빛 

안개가 되어 사라지자, 토프티 교수는 혈관이 튀어나오고 마디진 손으로 

열렬히 박수를 쳤다. 

"훌륭하구나! 아주 잘했다. 포터. 그만 가도 좋아." 

토프티 교수가 말했다. 해리가 문가에 서 있는 엄브릿지의 옆을 지날 때, 

두 사람의 눈이 마주쳤다. 커다랗고 축 늘어진 그녀의 입가에 심술궂은 

미소가 떠올랐다. 하지만 해리는 신경 쓰지 않았다. 자신이 크게 착각한 게 

아니라면(혹시 그럴 경우를 대비해서, 해리는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을 

작정이었다), 그는 방금 '특출함'을 받은 것이 확실했다. 

금요일에 해리와 론은 시험이 없었다. 한편 헤르미온느는 고대 룬 문자 

시험을 치러야 했다. 앞으로도 토요일과 일요일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기 

때문에, 그들은 잠시 휴식 시간을 가지기로 했다. 활짝 열린 참문 옆에서 

기지개를 켜고 하품을 하며 마법사 체스를 두고 있을 때, 훈훈한 여름 

바람이 살랑살랑 불어왔다. 해리는 저 멀리 금지된 숲 가장자리에서 

학생들에게 수업을 가르치고 있는 해그리드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는 

그들이 어떤 생물을 배우고 있는지 짐작해 보았다. 아마도 유니콘인 것 

같았다. 왜냐하면 남학생들은 약간 뒤로 물러서 있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그대 초상화 구멍이 열리고, 완전히 낙심한 표정의 헤르미온느가 

들어왔다. 

"룬 시험은 어땠어?" 

론이 하품을 하고 기지개를 켜며 물었다. 

"나는 'ehwaz'를 잘못 해석했어." 

헤르미온느가 투덜거렸다. 

"그건 '방어'가 아니라 '협력'이란 뜻인데 'eihwaz'와 헷갈렸어." 

"그럼 그거 하나만 틀렸겠구나. 그래도 넌 여전히-" 

론이 대수롭지 않은 듯이 말했다. 

"입 닥쳐!" 

헤르미온느가 벌컥 화를 냈다. 

"단 한 번의 실수로 당락이 결정 나는 거야. 게다가 누군가 또다시 

엄브릿지의 방에 니플러를 집어넣었어. 도대체 어떻게 새로 만든 문을 

뚫고 그걸 거기에 집어넣는지 모르겠어. 방금 그 앞을 지나왔는데, 

엄브릿지가 미친 듯이 비명을 지르고 있었어. 그 소리로 봐서는 니플러가 

그녀의 다리라도 물어뜯으려고 했나 봐." 

"잘됐네." 

해리와 론이 동시에 말했다. 

"잘된 게 아니야!" 

헤르미온느가 벌컥 화를 냈다. 

"엄브릿지는 해그리드가 그런 줄 생각한다고. 기억나? 우린 해그리드가 

쫓겨나길 원하지 않잖아!" 

"해그리드는 지금 수업을 하고 있단 말이야. 엄브릿지도 그를 범인으로 

몰 수는 없어." 

해리가 창 밖을 가리켰다. 

"오, 넌 정말 가끔씩 너무 순진하구나. 해리. 넌 엄브릿지가 정말로 

증거가 나오기를 기다릴 거라고 생각하니?" 

헤르미온느는 마음껏 성질을 부리기로 작정한 사람 같았다. 그녀는 

여학생 침실로 달려 올라가더니 쾅 하고 문을 닫아 버렸다. 

"저 아가씨, 참 착하고 상냥하기도 하지!" 

론은 조용히 중얼거리며 자신의 여왕을 앞으로 움직여서 해리의 나이트 

하나를 붙잡았다. 

헤르미온느의 저기압은 주말 내내 계속되었다. 물론 토요일과 일요일은 

하루 종일 월요일에 있을 마법 약 시험 공부를 해야 했기 때문에, 해리와 

론은 별로 신경 쓸 틈도 없었다. 마법 약 시험이야말로 해리가 가장 자신 

없어 하는 과목이었다. 오러가 되겠다는 그의 꿈에 가장 큰 걸림돌이 될 

것이 틀림없었다. 과연 필기 시험은 꽤 어려웠다. 하지만 폴리주스 

마법약에 대한 문제는 확실히 점수를 받을 수 있을 것 같았다. 2학년 때 

몰래 만들어 본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그 효능에 대해서 정확하게 쓸 수 

있었던 것이다. 

오후 실기 시험은 생각했던 것만큼 그렇게 끔찍하지 않았다. 스네이프가 

없었기 때문에, 해리는 평소보다 훨씸 마음 편하게 마법 약을 만들 수 

있었다. 바로 옆에 앉아 있던 네빌도 평소 마법 약 수업 때와는 달리 꽤 

즐거운 표정이었다. 마치뱅스 교수가 "그만 냄비를 치워요. 시험이 

끝났습니다"라고 말했을 때, 해리는 제출할 약이 담긴 병의 마개를 

닫으면서 비록 좋은 성적은 받지 못할지라도, 잘하면 떨어지지는 않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제 겨우 네 과목만 남았구나." 

그리핀도로 휴게실로 돌아가면서 패르바티 패틸이 지친 목소리로 

말했다. 

"겨우 네 과목이라고!" 

헤르미온느가 날카롭게 쏘아붙였다. 

"난 산술점 시험도 쳐야 해. 그리고 아마 그건 가장 어려운 과목일 

거야!" 

그녀의 말에 대꾸를 할 만큼 어리석은 사람은 없었다. 결국 

헤르미온느는 어느 누구에게도 화풀이를 하지 못한 채, 1학년 학생에게 

휴게실에서 너무 크게 웃었다고 잔소리를 퍼붓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해리는 해그리드의 체면을 손상시키지 않기 위해서라도 화요일에 있을 

신비한 동물 돌보기 시험을 잘 쳐야겠다고 굳게 결심했다. 실기 시험은 

그날 오후에 금지된 숲 근처 잔디밭에서 치러졌다. 학생들은 열두 마리의 

고슴도치들 사이에 숨어 있는 크날을 정확하게 구별해 내야 했다.(요령은 

그들에게 차례로 우유를 주는 것이었다. 여러 가지 마법 효능이 있는 털을 

지닌 크날은 대단히 의심이 많아서 자신들에게 독약을 먹이려는 듯한 

시도를 하는 것 같으면 대개 난폭해졌던 것이다) 보우트러클을 다루는 

정확한 방법을 시연하라는 것과 파이어 크랩을 심각한 화상을 입지 않고 

먹이고 씻기는 법, 그리고 여러 가지 먹이 중에서 아픈 유니콘에게 줄 수 

있는 먹이를 선택하라는 문제가 이어졌다. 

해리는 해그리드가 걱정스런 얼굴로 오두막집 창 밖을 내다보는 것을 

보았다. 해리의 시험관인 통통하고 키 작은 마녀가 그를 향해 미소를 

지으며 그만 가도 좋다고 말하자. 해리는 해그리드를 향해 엄지손가락을 

세워 보이고는 성을 향해 돌아섰다. 

수요일 오전에 있었던 천문학 필기 시험은 그럭저럭 무난히 넘어갔다. 

해리는 목성의 위성 이름을 전부 썼는지 자신은 없었지만, 최소한 어느 

위성에도 쥐가 살지 않는다는 것은 분명히 알고 있었다. 그들은 천문학 

실기 시험을 치르기 위해 저녁때까지 기다려야만 했다. 그 대신 오후에는 

점술 시험을 쳤다. 

아무리 점술 시험에 큰 기대를 하지 않은 해리였지만, 시험은 너무 

형편없었다. 끝까지 아무것도 보여 주지 않는 수정 구슬을 들여다보느니, 

차라리 책상 위에 놓인 움직이는 그림을 보는 편이 더 나았을 것이다. 

찻잎을 읽을 때에는 너무나 당황해서, 마치뱅스 교수님이 머지않아 

땅딸막하고 얼굴이 검고 기운이 없는 낯선 사람을 만나게 될 것 같다고 

말해 버렸다. 그러고는 그녀의 손금에서 생명선과 두뇌선을 완전히 잘못 

보고 지난 화요일에 이미 죽었어야 했다고 말함으로써, 엄청난 실수의 

대단원을 장식했다. 

"우린 평생 이 시험을 통과하지 못할 거야." 

대리석 계단을 내려오며 론이 우울하게 말했다. 그는 시험관에게 자신의 

수정 구슬에 나타난 코에 사마귀가 난 못생긴 남자에 대해서 자세히 

실명을 하다가 문득 고개를 들어 보니, 바로 구슬에 비친 시험오간의 

얼굴을 묘사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말함으로써 해리의 우울한 

마음을 한결 달래 주었다. 

"우리는 이런 한심한 과목을 듣지 말았어야 했어." 

해리가 말했다. 

"지금이라도 포기할 수는 있어." 

"그래. 더 이상 목성과 천왕성이 너무 가까워졌을 때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에 대해서 관심 있는 척하지 말자." 

"이제부터는 내 찻잎 점이 죽는다, 론, 죽는다라고 나와도 상관하지 

않을래. 나는 찻잎이 들어 있는 통을 내버릴 거야." 

해리가 큰 소리로 깔깔 웃고 있을 때, 헤르미온느가 그들의 뒤를 쫓아서 

달려왔다. 해리는 얼른 웃음을 멈추었다. 혹시 헤르미온느가 기분 

나빠할지도 모르기 때문이었다. 

"산술점 시험은 무사히 잘 친 것 같아." 

헤르미온느가 말했다. 해리와 론은 동시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저녁 먹기 전에 별자리표를 잠깐 볼 수 있는 시간이 있어. 그런 

다음에..." 

열한 시가 되어 천문탑 꼭대기에 올라갔을 때, 구름 한 점없는 고요한 

밤하늘은 별을 관측하기에 완벽한 상태였다. 대지는 은색 달빛에 잠겨 

있었고, 공기는 약간 쌀쌀했다. 학생들은 제각기 망원경 앞에 자리를 잡고 

앉아서 마치뱅스 교수가 지시를 내리면, 텅 빈 별자리표를 채워 넣었다. 

마치뱅스와 토프티 교수는 학생들 사이를 돌아다니면서, 학생들이 

관측한 별들과 위성들의 정확한 위치를 기입했는지 살펴보았다. 양피지가 

바스락거리는 소리와 깃펜 긁적거리는 소리, 이따금씩 망원경의 위치를 

바로잡기 위해 삐걱거리는 소리 이외에는 온 사방이 조용했다. 성의 

창문을 밝히던 불빛이 하나둘씩 꺼지면서 운동장 위에 반사되어 깜빡이던 

네모난 황금빛들도 사라지기 시작했다. 

해리가 오리온자리를 완성했을 때, 그가 서 있는 난간 바로 밑에서 

성문이 열렸다. 그리고 문틈 사이로 불빛이 흘러나와 대리석 계단과 

잔디밭 위를 비추었다. 해리는 망원경의 위치를 조금 바꾸면서 밑을 

내려다보았다. 대여섯 개쯤 되는 그 그림자가 불빛을 받아 빛나는 잔디밭 

위로 어른거리더니 곧 문이 닫히고 또다시 주위가 온통 깜깜해졌다. 

해리는 다시 망원경에 눈을 대고 초점을 맞춘 다음, 금성을 살펴보았다. 

도표에 그 별을 그려 넣기 위해 고개를 숙이는 순간, 뭔가 그의 시선을 

끌었다. 해리는 글씨를 쓰던 손을 멈추고 어두운 운동장을 열심히 

살펴보았다. 다섯 명의 그림자가 잔디밭 위를 걷고 있었다. 만약 그들이 

움직이지 않았거나 달빛이 그들의 머리 위를 비추지 않았다면, 깜깜한 

운동장과 전혀 구별이 되지 않았을 것이다. 상당히 먼 거리였음에도 

불구하고, 해리는 제일 땅딸막한 사람의 걸음걸이를 알아볼 수 있을 것 

같은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그 사람은 제일 앞장서서 무리를 이끌고 

있었다. 

해리는 왜 엄브릿지가 자정이 지난 이 시각에 네 명이나 되는 사람들을 

이끌고 밖으로 나가는지 그 이유를 알 수 없었다. 그때 누군가 등 뒤에서 

기침을 했다. 해리는 비로소 자기가 시험 중이라는 사실을 기억했다. 

금성의 위치는 이미 까맣게 잊어버린 뒤였다 해리는 또다시 망원경에 눈을 

바싹 붙이고서 금성을 찾아낸 다음, 도표에 그려 넣으려고 했다. 바로 그 

순간 이상한 소리에 깜짝 놀라고 말았다. 텅 빈 운동장에 쿵쿵하고 

두드리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리고 커다란 개가 짖는 소리가 약하게 

들려왔다. 

해리는 고개를 들었다. 그의 심장이 마구 두근거렸다. 해그리드의 

오두막집 창문에 불이 밝혀져 있었다. 잔디밭을 가로 질러 걸어갔던 

사람들의 모습이 창문 앞에서 아른거렸다. 오두막집의 문이 열리고, 해리는 

다섯 명의 사람들이 문턱을 넘어가는 것을 똑똑히 보았다. 다시 문이 

닫히고, 정적이 찾아들었다. 

해리는 마음이 몹시 불안했다. 혹시 론이나 헤르미온느도 방금 그가 본 

광경을 보지 않았을까 살펴보라고 주위를 두리번거렸지만, 때마침 

마치뱅스 교수가 그의 등 뒤로 걸어왔기 때문에 해리는 얼른 도표 위로 

고개를 숙이고 뭔가 서놓는 척했다. 혹시라도 다른 사람의 시험지를 

훔쳐보려고 하는 것처럼 보이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난간 꼭대기 너머로 해그리드의 오두막집을 살펴보았다. 이제 사람들의 

그림자가 오두막집 창문 앞을 왔다갔다하면서 가끔씩 불빛을 막곤 했다. 

해리는 마치뱅스 교수의 따가운 눈초리가 뒤통수에 꽂히는 것을 느끼자, 

다시 망원경에 눈을 들이대고 달을 올려다보는 척했다. 물론 달의 위치는 

이미 삼십 분 전에 표시를 끝낸 후였다. 마치뱅스 교수가 걸음을 옮기는 

순간, 저 멀리 오두막집에서 사나운 고함 소리가 터져 나왔다. 그 소리는 

어둠 속을 울려 퍼져서 천문탑 꼭대기가지 들렸다. 해리 주위에 있던 몇몇 

아이들이 망원경 뒤에서 목을 길게 빼고 해그리드의 오두막 쪽을 

살펴보았다. 

토프티 교수가 또다시 마른기침을 했다. 

"시험에 집중하도록 하세요, 여러분." 

토프티 교수가 부드럽게 말했다. 대부분의 아이들이 다시 망원경으로 

눈을 돌렸다. 하지만 해리가 왼쪽을 슬적 바라보자, 헤르미온느는 여전히 

해그리드의 오두막집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에헴-이십 분 남았습니다." 

토프티 교수가 말했다. 

헤르미온느는 화들짝 놀라며 즉시 별자리표로 고개를 돌렸다. 해리도 

자신의 도표를 내려다보는 순간, 금성을 화성이라고 잘못 표시했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는 재빨리 틀린 곳을 고쳤다. 

바로 그때 운동장에서 쾅 하고 요란한 소리가 났다. 몇몇 사람들이 

"어이쿠"하고 소리를 질렀다. 밑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보려고 

너무 서두르다가 그만 망원경 끝에 얼굴을 부딪힌 것이다. 

해그리드의 오두막집 문이 활짝 열려 있고 환한 불빛이 쏟아져 나오고 

있었기 때문에, 그들은 해그리드의 모습을 똑똑히 볼 수 있었다. 덩치가 

커다란 한 사람이 다섯 사람에게 둘러싸인 채, 고함을 지르며 주먹을 

휘두르고 있었다. 가느다란 붉은 불빛들이 그를 향하고 있는 것으로 볼 때, 

다섯 사람 모두 그에게 기절 마법을 쏘려고 애를 쓰고 있는 것 같았다. 

"안 돼!" 헤르미온느가 소리쳤다. 

"학생!" 

토프티 교수가 황당하고 기가 막힌 목소리로 외쳤다. 

"지금은 시험 시간이에요!" 

하지만 더 이상 아무도 별자리표 따위에는 신경 쓰지 않았다. 붉은 

불빛은 여전히 해그리드의 오두막 주변에서 어른거리고 있었지만, 주문이 

다시 튀어나오는 것처럼 보였다. 해리가 보기에 해그리드는 여전히 

멀쩡하게 서서 싸우고 있었다. 고함 소리와 함성이 운동장에 울려 퍼졌다. 

한 남자가 소리쳤다. 

"해그리드, 진정하게!" 

해그리드가 고함을 질렀다. 

"진정은 무슨 빌어먹을 진정! 날 이렇게 대하다니... 도울리쉬!" 

해리는 해그리드를 지키려고 애를 쓰는 팽의 작은 그림자를 볼 수 

있었다. 팽은 해그리드를 둘러싼 마법사들을 향해 끊임없이 덤벼들다가 

기절 주문을 맞고 바닥에 쓰러졌다. 해그리드는 분노에 찬 고함을 한 번 

내지르더니 범인을 번쩍 들어서 내던져 버렸다. 그 사람은 3미터쯤 

나가덜어져서 두 번 다시 일어나지 못했다. 헤르미온느는 두 손으로 입을 

막았다. 해리가 론을 돌아보자, 그 또한 잔뜩 겁에 질린 얼굴이었다. 

지금까지 어느 누구도 해그리드가 진짜로 화를 내는 모습을 본 적이 

없었던 것이다. 

"저것 봐!" 

패르바티가 난간 위로 몸을 숙이고 성 밑을 가리켰다. 또다시 성문이 

열리더니 어두운 잔디밭 위로 더 많은 불빛이 쏟아졌다. 그리고 길고 검은 

그림자가 잔디밭 위에 어른거렸다. 

"이제 겨우 십육 분밖에 남지 않았어요!" 

토프티 교수가 걱정스럽게 소리쳤다. 

하지만 아무도 그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이제 그들은 싸움이 

벌어지고 있는 해그리드의 오두막집 옆으로 쏜살같이 달려가는 누군가를 

지켜보고 있었다. 

"어떻게 이런 짓을!" 

그 그림자는 소리치며 달려갔다. 

"어떻게 이런 짓을!" 

"맥고나걸이야!" 헤르미온느가 속삭였다. 

"그를 가만히 내버려 둬! 내버려 두라고!" 

맥고나걸 교수의 목소리가 어둠 속에 울려 퍼졌다. 

"무슨 이유로 그를 공격하는 거지? 그는 아무 짓도 안 했어. 아무 짓도 

안 했다고!" 

그 순간 헤르미온느와 패르바티, 라벤더가 일제히 비명을 질렀다. 

오두막집 근처에 있던 네 사람이 한꺼번에 맥고나걸 교수를 향해서 기절 

마법을 쏜 것이다. 오두막집과 성의 중간 지점에서 붉은 광선이 그녀와 

충돌했다. 잠깐 동안 그녀는 번적 빛을 발하며 붉은 섬광처럼 타오르는 것 

같았다. 잠시 후 허공에 붕 뜨더니 털썩 땅에 떨어져서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다. 

"세상에 이럴 수가!" 

토프티 교수가 소리쳤다. 토프티 교수마저도 시험 따위는 까맣게 

잊어버린 것처럼 보였다. 

"경고도 없이! 부당한 짓이야!" 

"비겁한 놈들!" 

해그리드가 울부짖었다. 그의 목소리는 탑 꼭대기까지 똑똑히 들렸다. 성 

안에서도 다시 여기저기 불이 켜지기 시작했다. 

"비겁하고 못된 놈들! 어떻게 저런- 저런-" 

"오, 안 돼-" 

헤르미온느가 입을 딱 벌렸다. 해그리드가 제일 가까이 서 있는 

공격자들에게 힘껏 주먹을 두 방 날린 것이다. 단박에 쓰러진 꼴을 보아서 

정통으로 얻어맞은 모양이었다. 해리는 해그리드가 허리를 숙이는 것을 

보았다. 마침내 마법의 효력에 굴복하여 쓰러지려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다음 순간 어깨에 뭔가를 짊어지고 다시 몸을 일으켜 세웠다. 해리는 그의 

어깨에 축 늘어진 것이 팽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저 놈을 잡아, 잡아!" 

엄브릿지가 소리를 질렀다. 하지만 남은 한 명도 해그리드의 주먹이 

닿는 거리까지 다가가기가 몹시 꺼려지는 것처럼 보였다. 황급히 뒤로 

물러나다가 의식을 잃고 쓰러진 동료들 중의 한 명에게 발이 걸려 넘어져 

버렸다. 해그리드는 팽을 짊어진 채, 달리기 시작했다. 엄브릿지는 그를 

향해 최후의 기절 마법을 쏘았지만 빗나가고 말았다. 해그리드는 저 멀리 

떨어진 정문을 향해서 전속력으로 달려갔다. 그리고 곧 어둠 속으로 

모습을 감추었다. 

모든 사람들이 입을 딱 벌린 채, 멍하니 운동장을 지켜보고 있는 동안, 

토프티 교수의 목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왔다. 

"음... 오 분 남았어요, 여러분." 

해리는 도표의 3분의 2밖에 채우지 못했지만, 빨리 시험이 끝나기를 

바라는 마음뿐이었다. 마침내 시험 시간이 끝났을 때, 론과 헤르미온느, 

해리는 허둥지둥 망원경을 제자리에 돌려놓고 나선형 계단을 쏜살같이 

내려왔다. 곧장 자러 가는 학생은 아무도 없었다. 그들은 모두 계단 밑에 

모여서 방금 목격한 일들을 큰 소리로 신나게 떠들고 있었다. 

"정말 사악한 여자야!" 

헤르미온느는 너무 화가 나서 말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한밤중에 해그리드를 몰래 급습하려고 하다니!" 

"트릴로니 때처럼 또 다른 소동이 일어나는 걸 피하려고 했던 게 

분명해." 

어니 맥밀란이 그들 사이로 비집고 들어오면서 아는 척을 했다. 

"해그리드 정말 잘 싸우더라, 안 그래?" 

론은 감탄했다기보다는 오히려 굉장히 놀란 것 같았다. 

"어떻게 주문이 그렇게 튕겨 나올 수가 있지?" 

"거인의 피가 흘러서 그럴 거야." 

헤르미온느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거인에게 기절 주문을 걸기란 아주 어려워. 거인은 트롤과 같아서 정말 

억세거든... 가엾은 맥고나걸 교수님, 기절 주문을 가슴에 네 방이나 

맞았으니... 이제 교수님은 그렇게 젊지도 않은데, 안 그래?" 

"무서운 일이야, 무서워." 

어니가 머리를 설레설레 저으며 말했다. 

"난 그만 자러 갈래, 모두 잘 자." 

그들 주위에 서 있던 사람들은 방금 본 일에 대해서 요란하게 떠들면서 

하나둘씩 자리를 떠났다. 

"어쨌든 그들은 해그리드를 아즈카반으로 데려가지는 못했어." 론이 

말했다. 

"해그리드는 덤블도어 교수님과 합세 했을 거야, 안 그래?" 

"나도 그렇게 생각해." 

헤르미온느는 당장에라도 울음을 터뜨릴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오, 너무 끔찍해. 난 정말로 덤블도어 교수님이 금방 돌아오실 거라고 

생각했어. 그런데 이제는 해그리드까지 떠나 버렸으니..." 

그들은 그리핀도르 휴게실로 터벅터벅 걸어 돌아갔다. 휴게실 안은 

사람들로 꽉 차 있었다. 운동장에서 벌어진 소동 때문에 잠에서 깨어난 

사람들이 다른 친구들을 황급히 깨운 것이다. 해리와 론, 헤르미온느보다 

먼저 휴게실로 돌아온 시무스와 딘이 천문탑 꼭대기에서 보고 들은 것을 

모든 사람들에게 떠들어 대고 있었다. 

"그런데 해그리드가 왜 쫓겨난 거야?" 

안젤리나 존슨이 고개를 설레설레 저으며 물었다. 

"트릴로니와는 다르잖아. 올해 들어 해그리드는 평소보다 훨씬 더 잘 

가르쳤는데!" 

"엄브릿지는 혼혈 인간을 증오해." 

헤르미온느가 의자에 털썩 주저앉으며 신랄하게 말했다. 

"그 여자는 언제든 해그리드를 쫓아내려고 했었어." 

"그리고 자기 방에 니필러들을 넣은 것이 해그리드라고 생각했어." 

케이티 벨이 목청을 높였다. 

"오, 제기랄." 

리 조던이 손으로 입을 가리며 탄식했다. 

"방에 니플러를 집어넣은 건 나야. 프레드와 조지가 나에게 두 마리를 

남겨 주고 갔거든. 내가 그걸 공중 부양시켜서 창문으로 집어넣은 건데..." 

"어쨌거나 엄브릿지는 해그리드를 내쫓았을 거야. 덤블도어와 너무 

가까웠으니까." 딘이 말했다. 

"그건 사실이야." 

해리는 헤르미온느 옆 자리에 앉았다. 

"맥고나걸 교수님이 무사하셔야 할 텐데." 

라벤더가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그들이 교수님을 다시 성으로 데려갔어. 우리가 기숙사 창문을 통해 

봤는데, 굉장히 안 좋아 보였어." 

콜린 크리비가 말했다. 

"폼프리 부인이 고쳐 주실 거야. 아직까지 한 번도 실패한 적이 없잖아." 

앨리샤 스피넷이 확신에 찬 어조로 말했다. 

새벽 네 시가 다 되어서야 휴게실 안이 조용해졌다. 해리는 잠이 완전히 

달아나 버렸다. 어둠 속으로 달아나던 해그리드의 모습이 자꾸만 떠올랐다. 

엄브릿지에 대해서 어찌나 화가 났는지, 어떤 앙갚음을 해도 속이 시원할 

것 같지 않았다. 그래도 굶주린 폭발 꼬리 스프루트들에게 먹이로 줘 

버리자는 론의 제안이 약간 그럴듯했다. 해리는 온갖 끔찍한 복수를 

생각하며 잠이 들었다. 그리고 약 세 시간 후에 몹시 불쾌한 상태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들의 마지막 시험인 마법의 역사는 그날 오후에 치를 예정이었다. 

해리는 아침만 먹고 다시 잠자리에 들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하지만 

줄곧 이 오전 시간에 마지막 초치기를 할 생각을 해 왔던 것이다. 

그러므로 휴게실 창문 옆에 두 손으로 머리를 감싸고 앉아서 졸지 

않으려고 애를 쓰면서, 헤르미온느가 그에게 빌려 준 거의 1미터 높이의 

노트 더미 중에서 일부를 읽고 있었다. 

오후 두 시에 5학년들은 대연회장으로 들어가서 시험지를 앞에 놓고 

자리에 앉았다. 해리는 너무 지쳐서 쓰러질 것 같았다. 얼른 끝내고 침대로 

가서 자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그리고 내일이 되면 론과 함께 퀴디치 

경기장으로 가서 론의 빗자루를 타고 하늘을 날면서 시험에서 벗어난 

자유를 만끽할 것이다. 

"시험지를 펼치세요." 

연회장 앞에 선 마치뱅스 교수가 커다란 모래시계를 탁 내려놓으며 

말했다. 

"이제 시작해도 좋아요." 

해리는 첫 번째 문제를 뚫어져라 쳐다보았지만, 몇 초 동안 단 한 

마디도 이해할 수 없었다. 높은 창문 어디에선가 말벌 한 마리가 정신 

산란하게 붕붕거리고 있었다. 마침내 해리는 힘겹게 겨우겨우 답안을 

작성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사람 이름을 기억하기도 힘들었고 날짜도 계속 헛갈렸다. 그는 

나중에 시간이 남으면 다시 풀기로 하고 4번 문제, 지팡이 법령이 18세기 

도깨비 반란의 원인이 되었는지, 혹은 통제를 더 잘하게 만든 원인에 

대해서 당신의 견해를 쓰시오.를 그냥 건너뛰었다. 그리고 5번 문제, 

1749년에 비밀 법령이 어떻게 깨졌으며, 그런 일의 재발을 박기 위해서 

어떤 법령이 만들어졌는가?를 썼지만, 왠지 중요한 몇 가지 사실들을 

빠뜨린 것 같은 불안감을 떨칠 수가 없었다. 어딘가 뱀파이어들이 

등장했던 것 같은 느낌이 들었던 것이다. 

해리는 확실히 답을 쓸 수 있는 문제를 더 찾아보다가 10번 문제에 

시선이 멈추었다. 국제 마법사 연맹이 만들어지게 된 상황에 대해서 쓰고 

리히텐슈타인 마법사들이 그 연맹에 참여하기를 거절한 이유를 

설명하시오. 

이 문제는 아는 거야. 머리가 어지럽고 무감각했지만, 해리는 

헤르미온느의 글씨체로 쓰인 제목을 분명히 눈앞에 떠올릴 수 있었다. 

'국제 마법사 연맹의 결성...' 바로 오늘 아침에 이 내용을 읽었던 것이다. 

해리는 마치뱅스 교수 옆의 탁자 위에 놓인 커다란 모래시계를 이따금씩 

돌려다보며, 답을 쓰기 시작했다. 그는 패르바티 패틸의 바로 뒤에 앉아 

있었는데, 그녀의 긴 검은 머리카락이 의자 뒤에까지 길게 늘어져 있었다. 

그녀의 머리가 흔들릴 때마다 반짝이는 노란 빛을 멍하게 바라보고만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정신을 차리기 위해 그 자신도 고개를 흔들어야만 

했다. 

...최초의 국제 마법사 연맹 최고 위원장은 피에르 보나코르드였다. 

하지만 리히텐슈타인 마법사 사회는 그의 임명을 반대했다. 왜냐하면- 

해리 주위에 있는 모든 깃펜들이 마치 굴을 파거나 종종걸음 치는 

생쥐들처럼 양피지 위에 열심히 글을 쓰고 있었다. 태양이 뜨겁게 그의 

뒤통수를 비추었다. 보나코르드가 무엇 때문에 리히텐슈타인의 마법사들을 

공격했더라? 뭔가 트롤과 관계가 있었던 것 같은데... 해리는 또다시 

패르바티의 뒤통수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만약 그가 레질리먼시를 할 수 

있어서 그녀의 생각의 창문을 열 수 있다면, 그렇다면 보나코르드와 

리히텐슈타인 사이의 불화를 일으킨 트롤에 대해서 볼 수 있을 텐데... 

해리는 눈을 감고 두 손에 얼굴을 파묻었다. 그러자 화끈화끈 

달아오르던 눈앞이 어두워지면서 시원해졌다. 보나코르드는 트롤 사냥을 

중지시키고 트롤들에게도 권리를 주고 싶어했다... 하지만 리히텐슈타인은 

특별히 사나운 산에서 사는 트롤 대문에 골치를 썩고 있었다... 그래, 

그거야... 

해리는 다시 눈을 떴다. 텅 빈 하얀 양피지를 보자, 눈이 쑤시면서 

눈물이 고였다. 그는 천천히 트롤에 대해서 두 줄을 더 썼다. 그리고 

그때까지 쓴 것을 다시 읽어 보았다. 내용이 상세하다거나 아는 게 많은 

것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분명 국제연맹에 대한 헤르미온느의 정리는 거의 

몇 장에 달했다. 

해리는 눈을 감고 그것을 눈앞에 떠올리려고 애를 썼다. 

국제 마법사 연맹은 처음으로 프랑스에서 모임을 가졌다... 그래, 이건 

벌써 쓴 내용이야. 

도깨비들은 그 자리에 참석하려고 했으나 내쫓기고 말았다... 이것도 

벌써 쓴 거야. 

리히텐슈타인에서는 아무도 참석하기를 원하지 않았다... 

잘 생각해. 해리는 얼굴을 두 손에 파묻고 혼자 중얼거렸다. 주위에 모든 

깃펜들은 사각거리며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 같은 답변을 쓰고 있었고, 

앞에 놓인 모래시계에서는 모래가 떨어지고 있었다... 

그는 또다시 미스터리 부서로 향하는 서늘하고 어두운 복도를 따라 걷고 

있었다. 확신에 가득 찬 씩씩한 걸음으로 걷다가 이따금 이번에는 반드시 

목적지에 도달하겠다는 결의에 가득 차서 마구 달리기도 했다... 평소처럼 

검은 문이 열렸다. 그리고 수많은 문이 있는 둥근 방으로 들어갔다... 

돌바닥을 곧장 가로질러 두 번째 문으로 들어갔다... 벽과 마룻바닥 위에 

불빛이 어른거리고 묘하게 똑딱거리는 기계 소리가 들렸다. 하지만 그걸 

살펴보고 있을 시간이 없었다. 서둘러야만 한다... 

그는 또다시 진열장들과 유리 구슬로 가득 찬, 성당 내부만큼 커다란 

방으로 들어갔다... 그의 가슴이 마구 뛰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반드시 

그곳에 도달할 것이다... 97번째줄에 이르자, 그는 왼쪽으로 돌아서서 두 

진열장 사이로 통로를 따라 걸어갔다. 

하지만 복도 제일 끝에 무언가가 있었다. 검은 형상이 마치 상처 입은 

동물처럼 복도 위에서 꿈틀거리고 있었다. 해리는 두려움과 흥분으로 

가슴이 오그라들었다. 

그의 입에서 높고 차갑고 공허한 인간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그걸 내 앞으로 가져와라... 이제 내려놓아라.. 난 그걸 만질 수 없지만... 

넌 할 수 있어..." 

복도 위에 있던 검은 형상이 뭔가를 들었다. 해리는 지팡이를 움켜쥔 

길고 하얀 손이 자신의 팔 끝에 달려 있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높고 

차가운 목소리가 외치는 소리를 들었다. 

"크루시오!" 

복도 위에 있던 남자는 고통스런 비명을 토해 내며 몸을 일으키려고 

했지만, 다시 쓰러지고 말았다. 해리는 킬킬거리며 웃었다. 그가 다시 

지팡이를 높이 들고 저주를 내리자, 그 남자는 신음 소리를 내며 더 이상 

꼼짝도 하지 않았다. 

"볼드모트 경이 기다리신다..." 

바닥에 쓰러진 그 남자는 두 팔을 부들부들 떨면서 아주 천천히 어깨를 

일으키고 고개를 쳐들었다. 상처와 피로 얼룩진 그의 얼굴은 고통으로 

뒤틀렸지만, 여전히 단호하고 용기가 가득 차 있었다. 

"날 죽여야 할 거야." 시리우스가 중얼거렸다. 

"물론 결국에는 그렇게 할 것이다." 

싸늘한 목소리가 대답했다. 

"하지만 먼저 나에게 그걸 가져오게 될 것이다. 블랙... 네가 더 이상 

고통을 견딜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느냐? 다시 한 번 생각해 봐라... 이미 

몇 시간이 흘렀지만 아무도 너의 비명 소리를 듣지 못했다..." 

하지만 볼드모트가 다시 지팡이를 내렸을 때, 누군가 비명을 질렀다. 

누군가 고함을 지르며 뜨거운 책상에서 차가운 돌바닥으로 쓰러졌다. 

바닥에 머리를 부딪히는 순간, 해리는 정신이 들었다. 그는 여전히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이마의 흉터가 불로 지지는 듯이 아팠다. 대연회장의 모든 

사람들이 그의 주위로 몰려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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