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30장 (119/194)

제30장 그롭 

그후로 며칠 동안 프레드와 조지가 자유를 찾아 날아갔다는 소식이 모든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렸다. 해리는 머지않아 이 이야기가 호그와트의 또 다른 

전설이 되리라는 걸 확신할 수 있었다. 심지어 그 광경을 눈으로 직접 목격했던 

사람들조차도, 쌍둥이 형제가 문 밖으로 날아가기 전에 빗자루를 타고 급강하를 

하면서 엄브릿지를 향해 똥 폭탄을 퍼붓는 것을 보지 않았던가 반신반의하고 

있었다. 두 사람이 떠난 직후에, 그들을 따라하자는 의견이 쏟아져 나왔다. 

해리는 종종 학생들이 이렇게 이야기하는 소리를 들었다. 

"솔직히 나도 언젠가는 빗자루를 타고 이곳을 떠나고 싶어." 

"한 번만 더 그런 수업을 들어야 한다면, 난 그냥 위즐리 형제처럼 해 버릴 

거야." 

어쨌든 프레드와 조지는 어느 누구도 자신들을 쉽게 잊을 수 없도록 만든 

것이 분명했다. 그 중 하나는, 그들이 동쪽 건물의 5층 복도를 완전히 뒤덮은 늪 

웅덩이를 제거할 방법을 알려 주지 않고 떠났다는 것이다. 엄브릿지와 필치가 

그것을 없애 버리려고 갖은 방법을 다 써 보았지만, 소용이 없었다. 결국 웅덩이 

주위에 밧줄을 치고, 필치가 이를 부득부득 갈면서 교실을 찾아가는 학생들을 

작은 배로 실어 나를 수밖에 없었다. 물론 맥고나걸이나 플리트윅 같은 

선생님들이라면 단숨에 그 웅덩이를 사라지게 할 수 있었겠지만, 프레드와 

조지의 도깨비불 폭죽 사건 때와 마찬가지로 그들은 엄브릿지가 애를 쓰는 꼴을 

가만히 지켜보는 걸 더 즐기는 것 같았다. 

또한 엄브릿지의 방문에 난 두 개의 커다란 빗자루 모양의 구멍도 있었다. 

프레드와 조지의 클린스윕이 주인에게 가기 위해 문짝을 부수고 나온 

흔적이었다. 필치는 새 문을 달고, 해리의 파이어볼트를 지하실로 옮겼다. 소문에 

의하면, 엄브릿지가 빗자루를 지키기 위해 무장한 트롤 경비원을 세워 놓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엄브릿지의 시련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프레드와 조지의 행동에 자극을 받은 수많은 학생들이 현재 비어 있는 최고 

말썽대장의 자리를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기 시작했다. 새 문을 달았음에도 

불구하고, 누군가 털이 난 돼지코 니플러를 엄브릿지의 방 안으로 몰래 밀어 

넣었다. 니플러는 반짝이는 물건을 찾아서 순식간에 방 안을 쑥대밭으로 만들어 

놓고, 엄브릿지가 방 안으로 들어오자 그녀의 뭉툭한 손가락에서 반지를 

빼내려고 잽싸게 덤벼들었다. 똥 폭탄과 악취 폭탄이 복도에 떨어지는 일은 너무 

빈번하게 일어나서, 학생들이 교실을 나가기 전에 머리에 거품 머리 마법을 거는 

것이 새로운 유행이 되었다. 마치 머리에 어항을 거꾸로 뒤집어쓴 것 같은 

우스운 꼴이 되기는 했지만, 고약한 냄새를 막을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필치는 항상 손에 채찍을 들고 복도를 돌아다니며 말썽꾼들을 붙잡으려고 

필사적이었다. 하지만 문제는 말썽꾼들이 너무 많아서 어느 방향으로 쫓아가야 

할지 모른다는 것이었다. 감사 위원회 위원들이 필치를 돕겠다고 나섰지만, 

그들에게는 계속해서 이상한 일들이 꼬리를 물었다. 슬리데린 퀴디치 팀의 

워링턴은 보기에도 끔찍한 피부병 때문에 병동을 찾아갔다. 그의 얼굴은 마치 

콘플레이크를 뒤집어쓴 것 같았다. 또한 팬시 파킨슨은 이마에 뿔이 나서 다음 

날 수업을 모두 빠져야만 했다. 헤르미온느는 그걸 보고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한편 프레드와 조지가 호그와트를 떠나기 전에 얼마나 많은 꾀병용 

과자세트를 팔고 갔는지가 점점 더 분명하게 드러나기 시작했다. 엄브릿지가 

교실로 들어서기만 하면, 기절을 하거나 구토를 하거나 열이 펄펄 끓거나 코피를 

줄줄 흘리는 학생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엄브릿지는 분노와 짜증으로 비명을 

지르며 이 이상한 증세의 원인을 추적하려고 애를 썼지만, 학생들은 끝까지 

'엄브릿지 염증'에 시달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연속해서 네 반의 학생들에게 벌을 

주고도 그들의 비밀을 캐내는 데 실패하자, 엄브릿지는 결국 모든 걸 포기하고 

코피를 흘리는 학생, 기절한 학생, 진땀을 흘리는 학생, 구역질을 하는 학생 모두 

교실에서 나가도록 허락해 주었다. 

하지만 꾀병용 과자세트 사용자들도 말썽의 제왕인 피브스를 따라잡을 수는 

없었다. 피브스는 프레드가 떠날 때 남긴 말을 가슴 깊이 새긴 것처럼 보였다. 

그는 미친 듯이 킬킬 웃으며 식탁을 뒤엎고 칠판을 부수고 동상과 꽃병을 

쓰러뜨리며 학교 안을 날아다녔다. 노리스 부인을 두 번이나 갑옷 안에 

가두어서, 큰 소리로 울고 있는 그녀를 성난 필치가 꺼내 줘야만 했다. 피브스는 

등잔을 깨뜨리거나 촛불을 꺼 버리기도 하고, 비명을 지르는 학생들 머리 위에서 

활활 타오르는 횃불을 가지고 곡예를 벌이기도 했다. 때로는 높이 쌓인 양피지 

서류 더미를 난로 속에 집어넣거나 창 밖으로 던져 버렸다. 한 번은 욕실의 모든 

수도꼭지를 다 열어 놓아서 2층 복도가 물바다가 된 적도 있었다. 또한 아침 

식사 도중에 대연회장 한가운데에 타란툴라 거미가 잔뜩 든 자루를 던지기도 

했다. 그러다가 잠시 휴식을 취하고 싶을 때는, 엄브릿지의 뒤를 둥둥 떠다니며 

그녀가 입을 열 때마다, 큰 소리로 야유의 휘파람을 불었다. 

하지만 필치 이외에는 어느 교직원도 굳이 엄브릿지를 도와주려고 하지 

않았다. 프레드와 조지가 떠난 지 일주일이 지났을 때, 해리는 바로 피브스 옆을 

지나고 있는 맥고나걸 교수를 보았다. 그때 피브스는 크리스털 샹들리에를 

떨어뜨리려고 낑낑거리고 있었는데, 해리는 맥고나걸 교수가 지나가는 말처럼 

한마디 툭 흘리는 소리를 두 귀로 똑똑히 들었다. 

"나사를 반대 방향으로 돌려야지." 

설상가상으로 몬태규는 아직도 화장실의 악몽에서 회복되지 못하고 있었다. 

여전히 정신이 혼미한 채, 오락가락하고 있었던 것이다. 화요일 아침에는 그의 

부모님이 잔뜩 화가 나서 걸어오는 모습이 목격되었다. 

"무슨 말을 해야 하는 것 아닐까?" 

헤르미온느는 몬태규 부부가 건물 안으로 들어오는 모습을 볼 수 있도록 

마법을 건 유리창에 얼굴을 바싹 붙이고 걱정스런 목소리로 말했다. 

"그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그럼 폼프리 부인이 그를 치료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그렇지 않아. 곧 나을 텐데 뭐." 

론이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어쨌든 엄브릿지로서는 골칫거리가 하나 더 생긴 셈이군, 안 그래?" 

해리는 몹시 만족스런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해리와 론은 자신들이 마법을 걸어야만 하는 찻잔을 지팡이로 톡톡 두드렸다. 

그러자 해리의 잔에서는 네 개의 아주 짧은 다리가 자라났다. 어찌나 짧았던지 

책상에 다리가 닿지도 못하고 그만 중간에서 버둥거렸다. 한편 론의 찻잔에서는 

아주 가느다란 네 개의 다리가 솟아나더니 간신히 찻잔을 들어 올렸다. 하지만 

다음 순간 다리가 부르르 떨리면서 탁 꺾이는 바람에 그만 찻잔을 깨뜨리고 

말았다. 

"레파로." 

헤르미온느가 재빨리 지팡이를 휘둘러서 론의 찻잔을 다시 붙여 주었다. 

"그건 아주 잘된 일이야. 하지만 몬태규가 영원히 낫지 않으면?" 

"그게 무슨 대수야?" 

론이 짜증을 냈다. 그의 찻잔은 무릎을 덜덜 떨면서 다시 비틀비틀 일어나고 

있었다. 

"몬태규는 그리핀도르의 점수를 깎으려고 하지 말았어야 했어, 안 그래? 

헤르미온느, 그렇게 누군가를 걱정하고 싶으면 내 걱정이나 좀 해줘!" 

"너?" 

헤르미온느가 자신의 찻잔을 냉큼 붙잡으며 물었다. 그녀의 찻잔은 수양버들 

무늬가 그려진 네 개의 짧고 튼튼한 다리로 책상을 씩씩하게 걸어서 주인 앞에 

버젓이 자리를 잡았던 것이다. 

"내가 왜 너를 걱정해야 하는데?" 

"엄마의 편지가 엄브릿지의 검열 절차를 통과하고 나면, 난 아마 굉장히 

곤란한 지경에 빠질 거야. 설사 엄마가 호울러를 보냈다 해도 난 놀라지 않아." 

론은 연약한 다리로 어떻게든 찻잔의 무게를 버텨 보려고 애쓰는 자신의 잔을 

붙잡으며 말했다. 

"하지만..." 

"프레드와 조지가 떠난 걸 내 탓으로 돌릴 거라고 두고 봐." 

론이 우울하게 말했다. 

"엄마는 형들이 떠나는 걸 내가 어떻게든 막았어야 했다고 말씀하실 거야. 

빗자루 끝을 붙잡고 늘어지든지 매달리든지 무슨 수를 써야만 했다고 말이야... 

그래, 모든 걸 내 탓으로 돌리겠지." 

"너희 어머님이 그렇게 말씀하신다면, 그건 너무 부당하신 거야. 넌 어쩔 수 

없는 일이었어! 하지만 분명히 네 어머님은 그러시지 않을 거야. 두 사람이 

정말로 다이애건 앨리에 가게를 얻었다면, 아주 오래 전부터 이 일을 계획해 온 

것이 틀림없어." 

"그래, 하지만 그건 또 다른 문제야. 도대체 형들이 어떻게 가게를 얻었지?" 

론이 이렇게 말하며 지팡이로 찻잔을 세게 치자, 찻잔 다리는 다시 폭삭 

주저앉아 버렸다. 

"이건 좀 위험한 짓이야, 안 그래? 다이애건 앨리에서 가게를 얻으려면 

갈레온이 꽤 많이 필요할 텐데. 어머니는 형들이 어디서 그런 돈을 손에 

넣었는지 알고 싶어 하실 거야." 

"맞아. 나도 그런 생각을 했어." 

헤르미온느는 자신의 찻잔이 해리의 찻잔 주위를 종종걸음으로 빙글빙글 

돌아다니도록 내버려 두었다. 해리의 찻잔에 난 짧은 다리는 여전히 책상에 닿지 

않고 있었다. 

"그래서 난 혹시 그들이 먼던구스의 꾐에 넘어가서 훔친 물건을 팔았거나 

아니면 뭔가 끔찍한 범죄를 저지른 건 아닐까 의심하고 있어." 

"그건 아니야." 

해리가 딱 잘라 말했다. 

"그걸 네가 어떻게 알아?" 

론과 헤르미온느가 동시에 물었다. 

"왜냐하면..." 

해리는 잠시 망설였다. 하지만 마침내 고백해야 할 순간이 온 것 같았다. 만약 

프레드와 조지가 범죄자란 의심을 사게 된다면, 계속 입을 다물고 있어서 좋을 

것이 하나도 없었다. 

"왜냐하면 내가 두 사람에게 돈을 주었거든. 지난 6월에 내 트리위저드 상금을 

그들에게 주었어." 

충격을 받은 듯 아무도 입을 열지 않았다. 바로 그때 헤르미온느의 찻잔이 

책상 가장자리를 종종거리며 돌아다니다가 바닥에 떨어져 산산이 부서졌다. 

"오, 해리. 설마 그럴 리가!" 

헤르미온느가 소리쳤다. 

"아니야, 내가 그랬어." 

해리가 반항적으로 말했다. 

"그리고 난 후회하지 않아. 난 돈이 필요없었거든. 그리고 두 사람은 장난감 

가게를 잘 운영할 거야." 

"너무너무 잘됐다!" 

론이 기쁨에 넘치는 표정으로 소리쳤다. 

"해리, 그럼 모두 다 네 탓이구나! 엄마도 날 야단칠 수 없을 거야! 내가 이 

이야기를 엄마에게 해도 될까?" 

"그래, 그러는 게 좋을 것 같아." 

해리가 힘없이 말했다. 

"더구나 네 어머님께서 그들이 훔친 냄비나 뭐 그런 걸 받았다고 

생각하신다면..." 

헤르미온느는 그 후로 수업이 끝날 때까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해리는 저렇게 입 꾹 다물고 참는 것이 별로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과연 휴식 시간이 되어 운동장으로 나간 세 사람이 5월의 희미한 햇살 아래 

모여 섰을 때, 헤르미온느는 반짝거리는 두 눈으로 해리를 똑바로 마주 보며, 

결연하게 입을 열었다. 

하지만 헤르미온느가 미처 말을 꺼내기도 전에, 해리가 얼른 말문을 막았다. 

"나에게 아무리 뭐라고 해도 소용없어." 

해리가 단호하게 말했다. 

"프레드와 조지는 이미 그 돈을 가졌고, 하는 소리를 들어보면 상당 부분 써 

버린 것 같아. 그러니 난 그 돈을 되찾을 수도 없고 되찾고 싶지도 않아. 괜히 

기운 빼지 마, 헤르미온느." 

"난 프레드나 조지에 대해서 말하려는 게 아니야!" 

헤르미온느가 마음에 상처를 받은 듯한 어조로 말했다. 그러자 론이 못 

믿겠다는 듯이 콧방귀를 뀌었다. 헤르미온느는 그를 무섭게 째려보았다. 

"아니라니까!" 

헤르미온느는 화를 냈다. 

"사실은 해리 너에게 스네이프를 찾아가서 다시 오클러먼시 수업을 하게 

해달라고 부탁하라고 말하려던 거야!" 

순간 해리의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일단 프레드와 조지의 극적인 탈출에 

대한 화제가 다 떨어지고 나자(족히 몇 시간은 걸렸다), 론과 헤르미온느는 

시리우스의 소식을 듣고 싶어 했다. 하지만 해리는 왜 시리우스를 직접 만나고 

싶어 했는지 그 이유를 두 사람에게 밝히지 않았기 때문에, 그들에게 적당히 

둘러댈 말을 생각해 내기가 무척 힘들었다. 결국 솔직하게 시리우스는 해리가 

다시 오클러먼시 수업을 받길 원한다고 털어 놓고 말았던 것이다. 하지만 그 

이후부터 줄곧 후회하고 있었다. 헤르미온느는 그 이야기를 절대 잊지 않고, 

해리가 전혀 예상하지 못한 순간에도 불쑥불쑥 다시 말을 꺼내곤 했다. 

"네가 그 이상한 꿈을 더 이상 꾸지 않는다고는 말하지 못할 거야." 

헤르미온느가 말했다. 

"네가 지난밤에도 잠을 자면서 뭐라고 중얼거리는 소리를 들었다고, 론이 말해 

주었거든." 

해리는 론을 쳐다보며 인상을 썼다. 론은 부끄러워서 어쩔 줄 몰랐다. 

"그냥 조금 중얼거리기만 했어." 

론이 변명하듯 우물거렸다. 

"'조금만 더'라든가 뭐 그런 말을." 

"난 너희들이 퀴디치 시합을 하는 걸 구경하는 꿈을 꿨어." 

해리는 불쑥 거짓말을 해 버렸다. 

"내가 조금만 더 팔을 뻗어서 퀘이플을 붙잡으라고 널 응원하고 있었지." 

론의 얼굴이 귀까지 새빨갛게 물들었다. 해리는 복수를 한 듯한 쾌감을 

느꼈다. 물론 퀴디치 꿈 같은 건 꾸지도 않았지만. 

지난밤에 해리는 또다시 미스터리 부서의 복도를 따라 걷는 꿈을 꾸었다. 그는 

깜빡이고 일렁이는 불빛으로 가득한 둥근 방을 지나서 선반이 꽉 들어차 있는 

동굴 같은 방으로 들어갔다. 그 선반에는 먼지 낀 우리 구슬이 줄지어 놓여 

있었다. 

해리는 97번째 줄을 향해서 곧장 달려갔다. 그리고 다시 왼쪽으로 돌아서 

발걸음을 재촉했다... 아마 그때쯤이었을 것이다. 그가 큰 소리로 외친 것은... 

조금만 더... 왜냐하면 자신의 의식이 깨어나려고 애를 쓰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었다. 선반의 제일 마지막 줄에 도달하기 전에, 해리는 누워서 침대 위 

덮개를 멍하니 바라보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너는 네 의식을 방어하려고 노력은 하고 있니?" 

헤르미온느가 해리를 똑바로 쳐다보며 물었다. 

"너 혼자서라도 오클러먼시를 연습하고 있는 거야?" 

"물론이지." 

해리는 마치 그런 질문이 모욕이라도 된다는 듯이 말했지만, 감히 그녀의 눈을 

똑바로 마주치지는 못했다. 사실 해리는 그 먼지 낀 구슬들이 가득한 방에 뭐가 

숨겨져 있는지 너무나 궁금했기 때문에, 어떻게든 그 꿈을 계속 꾸고 싶었던 

것이다. 

문제는 시험까지 한 달도 남지 않은 기간 동안, 모든 남는 시간을 공부하는 

데에 바쳐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의 머릿속은 온갖 지식들로 꽉 차서 잠자리에 

들어도 금방 잠이 오지 않았다. 그리고 간신히 잠이 든다 해도 과중한 공부에 

짓눌린 그의 머리를 대개 시험에 관한 엉뚱한 꿈이나 꿀 뿐이었다. 게다가 

이제는 검은 문이 있는 복도를 내려갈 때마다, 머릿속의 무언가가... 종종 

헤르미온느의 목소리로... 그를 비난하면서 목적지에 도달하기 전에 그를 

깨우려고 애를 쓰기 시작했다. 

"만약 슬리데린 팀이 후플푸프와 시합을 할 때까지 몬태규가 회복하지 못하면, 

우승컵을 차지할 기회가 우리에게 여전히 남아 있을지도 몰라." 

론이 아직껏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 

"그래, 나도 그렇게 생각해." 

해리는 화제를 바꾸게 된 걸 기뻐하며 얼른 맞장구를 쳤다. 

"그러니까 우리가 한 번 이기고 한 번 졌으니까... 만약 다음 토요일에 

슬리데린이 후플푸프에게 진다면..." 

"그래, 맞아." 

해리는 도대체 자기가 뭐라고 하는지도 모르고 무조건 고개를 끄덕였다. 방금 

전에 초 챙이 운동장을 지나갔던 것이다. 그녀는 절대로 그를 쳐다보지 않기로 

굳게 결심한 것 같았다. 

퀴디치 시즌의 마지막 시합인 그리핀도르 대 래번클로의 시합이 5월 마지막 

주말에 있을 예정이었다. 비록 지난번 시합에서 후플푸프가 슬리데린을 

아슬아슬하게 이기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그리핀도르가 감히 우승을 장담할 

시기는 아니었다. 그 이유는 주로 론의 절망적인 실점 기록 때문이었다(물론 

아무도 그에게 그런 말을 하지는 않았다). 이제 론은 새로운 낙관주의를 터득한 

것처럼 보였다. 

"여기서 더 나빠질 순 없잖아, 안 그래?" 

시합 날 아침에 론은 해리와 헤르미온느에게 결연하게 말했다. 

"이제 더 잃을 것도 없는데 뭐." 

잠시 후에 몹시 흥분한 군중 사이를 뚫고 해리와 헤르미온느는 운동장을 향해 

내려가고 있었다. 

"내 생각에는 프레드와 조지가 옆에 없으면 론이 훨씬 더 잘할 것 같아. 두 

사람은 한 번도 론에게 자신감을 준 적이 없잖아." 

헤르미온느가 말했다. 그때 루나 러브굿이 머리 위에 살아 있는 독수리 같은 

것이 앉아 있는 모자를 쓰고 나타났다. 루나는 킬킬거리며 손가락질을 하는 

슬리데린 학생들 사이를 의연하게 지나갔다. 그때 날개를 퍼덕거리는 독수리를 

보고 헤르미온느가 소리쳤다. 

"오, 이런. 깜박 잊고 있었네! 초도 시합에 나올 거 아니야, 안 그래?" 

해리는 물론 그 사실을 절대 잊고 있지 않았지만, 그저 툴툴거리기만 했다. 

그들은 관중석 제일 꼭대기에서 두 번째 자리에 앉았다. 맑고 투명한 

날씨였다. 론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상황이었다. 해리는 요행히도 론이 더 

이상 슬리데린에게 '위즐리는 우리의 왕'이라는 합창을 신나게 부를 수 있는 

빌미를 주지 않기를 소망했다. 

프레드와 조지가 떠난 뒤로 잔뜩 기가 죽은 리 조던이 언제나처럼 해설을 

맡았다. 선수들이 운동장으로 날아오르자, 그는 보통 때보다 훨씬 기운 없는 

목소리로 선수들 이름을 부르기 시작했다. 

"...브래들리... 데이비스... 챙." 

리가 그녀의 이름을 부르자, 해리는 뱃속이 울렁거리기 시작했다. 초는 

반짝이는 검은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운동장으로 걸어 나왔다. 

해리는 자신이 더 이상 어떤 일이 일어나길 원하는지 알 수 없었다. 분명한 

사실은 더 이상의 다툼은 참을 수 없다는 것이었다. 

초가 로저 데이비스와 빗자루에 올라탈 준비를 하면서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을 보아도, 해리는 약간 콕콕 쑤시는 듯한 질투심만 느낄 뿐이었다. 

"선수들이 시합을 시작했습니다!" 

리가 소리쳤다. 

"데이비스가 즉시 퀘이플을 잡았습니다. 래번클로의 주장인 데이비스는 

퀘이플을 가지고 존슨을 따돌렸습니다. 그리고 다시 벨을 피하고 스피넷을 

제쳤습니다... 그는 곧장 골대를 향해 날아가고 있습니다. 퀘이플을 날리려고 

합니다... 그리고... 그리고..." 

리가 아주 큰 소리로 욕을 한마디 했다. 

"그리고 퀘이플을 넣었습니다." 

해리와 헤르미온느는 다른 그리핀도르 학생들과 함께 신음 소리를 냈다. 

예상했던 대로 반대편 관중석에 앉아 있던 슬리데린들이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위즐리는 단 한 번의 공격도 막아 낼 수 없어. 

위즐리는 단 하나의 골대도 지킬 수 없어... 

"해리... 헤르미온느..." 

굵고 거친 목소리가 해리의 귓가에 들렸다. 

해리가 뒤를 돌아보니 수염이 무성한 해그리드의 거대한 얼굴이 좌석 사이에 

불쑥 솟아 있었다. 뒷줄에 앉아 있는 사람들을 헤집고 들어온 것이 분명했다. 

왜냐햐면 그가 방금 지나쳐 온 1,2학년 아이들이 납작하게 짓눌리고 몰골이 

엉망이 되었기 때문이었다. 어떤 이유에서인지 헤그리드는 눈에 뛸까 봐 걱정이 

되는 듯, 몸을 잔뜩 숙이고 있었다.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다른 사람들보다 

최소한 1미터는 불쑥 솟아 있었다. 

"얘들아." 

해그리드가 속삭였다. 

"나와 함께 갈 수 있니, 지금? 다른 아이들이 시합을 구경하는 동안?" 

"저... 좀 기다리면 안 되나요, 해그리드?" 

해리가 물었다. 

"시합이 끝날 때까지만..." 

"안 돼, 안 된다, 해리. 지금 가야만 해. 모두 다른 데 정신을 팔고 있을 때 

말이야..." 

해그리드가 말했다. 그의 코에서는 피가 조금씩 떨어지고 있었고, 눈은 양쪽 

다 멍이 들어 있었다. 해리는 학교로 돌아온 이후로 해그리드를 이렇게 

가까이에서 쳐다본 적이 없었는데, 그의 얼굴에는 수심이 가득했다. 

"갈게요. 가고말고요." 

해리가 즉시 대답했다. 그와 헤르미온느는 좌석 끝으로 나갔다. 그들 때문에 

자리에서 일어나야 했던 학생들이 마구 불평을 터뜨렸다. 하지만 해그리드의 

줄에 있던 학생들은 한마디 불평도 감히 하지 못하고 최대한 몸을 작게 

쪼그리려고 했다. 

"정말 고맙구나, 너희 두 사람 모두. 진심이야." 

계단에 이르자, 해그리드가 말했다. 그는 잔디밭으로 내려가면서도 계속 

초조하게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그 여자가 우리가 가는 걸 보지 말아야 할 텐데." 

"엄브릿지 말인가요?" 

해리가 물었다. 

"그렇지 않을 거예요. 지금 엄브릿지는 감사 위원회 위원들과 관람석에 앉아서 

경기 관람을 하고 있어요. 못 보셨어요? 아마 경기 중에 무슨 말썽이 일어날 

거라고 기대하고 있는 모양이에요." 

"어, 그래. 소동이 좀 일어나도 나쁠 건 없지." 

해그리드는 운동장 가장자리에서 걸음을 멈추고, 오두막집까지 가는 길에 

아무도 없는지를 다시 한 번 확인했다. 

"덕분에 우린 시간을 더 벌게 될 테니까..." 

"무슨 일이죠, 해그리드?" 

헤르미온느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해그리드를 올려다보았다. 그들은 숲 

가장자리를 향해서 잔디밭을 서둘러 가로질러 가는 중이었다. 

"어... 잠깐 보자." 

관중석에서 요란한 함성이 들려오자, 해그리드는 어깨 너머로 힐끗 

돌아보았다. 

"이봐, 누가 방금 점수를 딴 모양인데?" 

"래번클로일 거예요." 

해리가 우울하게 말했다. 

"좋아... 좋아..." 

해그리드가 무심하게 중얼거렸다. 

"잘됐구나." 

그들은 해그리드와 보조를 맞추기 위해서 종종걸음으로 달려가야만 했다. 그는 

한 걸음 한 걸음 옮길 때마다 주위를 돌아보며 성큼성큼 걸어갔다. 오두막 집에 

거의 도착했을 때, 헤르미온느는 저절로 오두막집 문을 향해 방향을 돌렸다. 

하지만 해그리드는 계속 걸어서 숲 가장자리의 무성한 나무 그늘 아래로 

들어갔다. 그리고 나무 아래에 기대어 있는 활을 집어 들었다. 문득 아이들이 더 

이상 따라오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자, 해그리드는 고개를 돌렸다. 

"우린 여기로 들어갈 거야." 

해그리드가 텁수룩한 머리를 돌렸다. 

"숲 속으로 말인가요?" 

헤르미온느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맞아. 어서 서둘러라. 다른 사람 눈에 띄기 전에!" 

해리와 헤르미온느가 서로를 멀뚱멀뚱 바라보다가, 해그리드의 뒤를 따라 나무 

아래로 들어갔다. 그는 벌써 팔에 활을 끼고 짙은 초록색 그늘 속으로 사라지고 

있었다. 

"해그리드, 무기는 왜 가져가는 거죠?" 

해리가 물었다. 

"그냥 미리 조심하는 거야." 

해그리드가 거대한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저희에게 세스트랄을 보여 주던 날에는 활을 들고 가지 않았잖아요." 

헤르미온느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이번에는 그때보다 조금 더 멀리 가려고 하거든. 어쨌든 그건 피렌체가 숲을 

떠나기 전이지, 안 그래?" 

해그리드가 대답했다. 

"피렌체가 숲을 떠났다고 해서 무슨 차이가 있죠?" 

헤르미온느가 잔뜩 호기심 어린 목소리로 물었다. 

"왜냐하면 다른 켄타우로스들이 나에게 몹시 화가 났거든." 

해그리드는 주위를 돌아보며 조용히 말했다. 

"옛날에는... 그래. 그때도 뭐 그렇게 상냥한 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우린 

그럭저럭 잘 지냈단다. 자기들끼리만 어울려 지내면서도, 내가 조언이 필요할 

때에는 항상 나타나 주었지. 하지만 이제는..." 

해그리드가 땅이 꺼져라 한숨을 쉬었다. 

"피렌체 말로는, 그가 덤블도어 교수님 밑에서 일하겠다고 해서 다른 

켄타우로스들이 화가 났다고 하던데요?" 

해리가 불쑥 튀어나온 나무뿌리에 걸려 비틀거리며 물었다. 해그리드의 기색을 

살피느라 정신이 없었던 것이다. 

"맞아. 그냥 화가 난 정도가 아니었어." 

해그리드가 우울한 목소리로 말했다. 

"펄펄 뛰고 난리였지. 내가 끼여들지 않았더라면, 아마 피렌체를 죽을 때까지 

걷어찼을 거야." 

"켄타우로스들이 그를 공격했단 말인가요?" 

헤르미온느가 충격을 받은 듯이 소리쳤다. 

"그래." 

해그리드는 늘어진 나뭇가지를 헤치고 앞으로 나가며 대답했다. 

"무리의 절반이 그를 향해 덤벼들었지..." 

"그런데 아저씨가 그걸 막았단 말인가요? 혼자서요?" 

해리는 감탄과 놀라움을 금치 못하며 물었다. 

"물론이지. 그럼 그가 죽도록 가만히 서서 지켜보고 있으란 말이냐?" 

해그리드가 말했다. 

"때마침 내가 그 옆을 지나가고 있었기에 망정이지... 피렌체도 그런 한심한 

경고를 나한테 하기 전에 그때 일을 기억했어야지." 

해그리드는 갑자기 흥분해서 언성을 높였다. 

해리와 헤르미온느는 어리둥절해서 서로를 쳐다보았다. 하지만 해그리드는 

인상만 찌푸릴 뿐, 아무 설명도 하지 않았다. 

"어쨌든 그때부터 다른 켄타우로스들이 나를 미워하기 시작했고 문제가 

생겼지. 켄타우로스들은 이 숲에서 아주 커다란 영향력을 행사하거든... 가장 

똑똑한 짐승이기도 하고..." 

"그런데 우린 왜 여기 온 거죠, 해그리드?" 

헤르미온느가 물었다. 

"켄타우로스 때문인가요?" 

"오, 아니야." 

해그리드가 강하게 고개를 저었다. 

"그들 때문이 아니야... 물론 그들 때문에 문제가 좀 복잡해질 수도 있겠지. 

그래, 이제 곧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게 될 거야." 

도저히 종잡을 수 없는 말을 끝으로, 해그리드는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 

그들보다 조금 앞서서 천천히 걸어갔다. 하지만 그의 한 걸음이 두 사람에게는 

세 걸음에 해당되었기 때문에, 그를 놓치지 않고 따라가기 위해 무던히 애를 

써야만 했다. 

길은 점점 더 덤불로 우거지고 나무들은 점점 더 빽빽하게 자라 있었다. 

그들이 숲으로 깊숙이 들어가자, 주위가 저녁처럼 어두워졌다. 곧 해그리드가 

학생들에게 세스트랄을 보여 주었던 공터를 지나갔다. 하지만 해그리드가 갑자기 

길을 벗어나서 가장 어두운 숲의 중심부를 향해 요리조리 나무들 사이를 

빠져나가기 전까지는, 해리도 별로 불안한 마음이 들지 않았다. 

"해그리드!" 

해리는 무성하고 굵은 가시나무 사이를 헤치고 지나가느라 애를 쓰며 

소리쳤다. 반면 해그리드는 성큼성큼 잘도 넘어가고 있었다. 해리는 문득 

지난번에 숲길을 벗어났다가 당했던 일들이 너무나 생생하게 떠올랐다. 

"지금 우리 어디로 가고 있는 거죠?" 

"조금만 더 가면 된다." 

해그리드가 어깨 너머로 돌아보며 말했다. 

"어서 와라, 해리... 이제부터는 함께 가야만 한다." 

하지만 해그리드와 보조를 맞추며 나란히 걸어가기 위해서는 필사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했다. 해그리드는 마치 거미줄을 헤치듯이 나뭇가지와 가시덤불 사이를 

너무나 손쉽게 지나갔지만, 해리와 헤르미온느는 자꾸만 옷자락이 걸려서 몇 

분동안이나 발걸음을 멈추고 엉킨 옷자락을 풀어야만 했다. 곧 해리의 팔과 

다리는 여기저기 긁힌 상처와 베인 자국으로 엉망이 되었다. 이제 어찌나 숲 속 

깊은 곳까지 들어왔는지, 침침한 어둠 속에서 보이는 해그리드의 모습이 그저 

앞에서 어른거리는 거대한 검은 그림자처럼 보일 때가 많았다. 숨이 막힐 듯한 

침묵 속에서는 모든 소리가 위협적으로 들렸다. 잔가지가 부러지는 소리에도 

숲이 진동하고, 천진한 다람쥐가 내는 듯한 바스락거리는 소리에도 해리는 누가 

범인인지 알아내려고 어둠 속을 열심히 살펴보곤 했다. 불현듯 이렇게 깊은 

곳까지 들어오면서 개미 새끼 한 마리 보지 못한 것은 정말 처음이란 생각이 

들었다. 생물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 것이 왠지 불길하게만 느껴졌다. 

"해그리드, 지팡이에 불을 켜도 괜찮을까요?" 

헤르미온느가 조용히 물었다. 

"어... 그래." 

해그리드가 나지막이 속삭였다. 

"사실은..." 

해그리드가 갑자기 걸음을 멈추더니 뒤로 돌아섰다. 그 바람에 정신없이 

앞으로 걸어가던 헤르미온느는 그만 그와 부딪혀서 뒤로 쓰러질 뻔했다. 해리는 

그녀가 바닥에 닿기 전에 재빨리 잡아 주었다. 

"잠깐 여기서 멈추는 게 좋겠다. 그래야 나도 사정을 미리 좀... 알려 줄 수 

있지. 거기까지 가기 전에 말이다." 

해그리드가 말했다. 

"좋아요!" 

해리의 부축을 받아 다시 일어선 헤르미온느가 말했다. 두 사람은 동시에 

'루모스!'하고 중얼거렸다. 그들의 지팡이 끝에 작은 불이 켜졌다. 두 개의 

흔들리는 불빛이 앞을 비추자, 침침한 어둠 속에서 해그리드의 얼굴이 보였다. 

그는 몹시 초조하고 서글픈 표정이었다. 

"그래, 그러니까... 말이지..." 

해그리드가 크게 심호흡을 했다. 

"이제 난 언제 짐을 싸서 쫓겨날지 모른단다." 

해리와 헤르미온느는 서로를 빤히 쳐다보다가 다시 해그리드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하지만 지금까지 잘 버텨 왔잖아요... 도대체 왜 그런 생각을..." 

헤르미온느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엄브릿지는 자기 방에 니플러를 집어넣은 범인이 나라고 생각해." 

"그게 정말인가요?" 

해리의 입에서 이 말이 자신도 모르게 튀어나왔다. 

"아니, 절대로 그렇지 않아!" 

해그리드가 분개해서 소리쳤다. 

"마법 생물과 관련된 일이면 무엇이든, 엄브릿지는 나와 연관되었다고 생각해. 

너희들도 알다시피 엄브릿지는 내가 학교로 돌아왔을 때부터 줄곧 나를 내쫓을 

기회만 노리고 있었잖아. 물론 나도 이곳을 떠나고 싶지는 않아. 하지만 내가 

이제부터 너희들에게 설명하려고 하는 그 특수한 상황만 아니었더라면, 난 지금 

당장 떠났을 거야. 트릴로니처럼 전교생들 앞에서 엄브릿지에게 당하는 꼴을 

보이기 전에 말이야." 

해리와 헤르미온느는 그의 말에 반대하려고 했다. 하지만 해그리드는 거대한 

손을 흔들며 그들의 말을 가로막았다. 

"그렇다고 세상이 끝나는 건 아니란다. 여기서 나가면, 난 덤블도어를 도와줄 

수 있을 거야. 기사단을 위해서도 뭔가 할 수 있을 테고, 너희들에게는 그루블리 

프랭크 교수가 있잖니. 그분은 너희들이 무사히 시험을 통과할 수 있도록 

도와주실 거야..." 

해그리드의 목소리가 가늘게 떨렸다. 

"내 걱정은 하지 마라." 

헤르미온느가 그의 팔을 가만히 두드려 주려고 하자, 해그리드가 황급히 말을 

이었다. 그는 코트 호주머니에서 커다란 방울 무늬가 찍힌 손수건을 꺼내더니 

눈가를 닦았다. 

"어쩔 수 없는 상황이 아니었다면, 너희들에게 절대 말하지 않았을 게다. 만약 

내가 떠나게 되면... 도저히 그냥 떠날 수가 없어서... 누군가에게 말하지 

않고서는... 너희 두 사람의 도움이 필요하단다. 그리고 괜찮다면, 론도." 

"물론 도와드릴게요." 

해리가 서슴없이 말했다. 

"우리가 어떻게 해주길 원하세요?" 

해그리드는 요란하게 코를 풀더니, 말없이 해리의 어깨를 툭툭 쳤다. 그 힘이 

어찌나 세던지 해리는 그만 비틀거리며 나무에 부딪히고 말았다. 

"그래, 너희들이 그렇게 말할 줄 알았다." 

해그리드는 손수건에 얼굴을 파묻으며 말했다. 

"절대로... 잊지... 않을... 게다... 자... 이쪽으로... 조금만 더...가면 된다... 

조심해라... 여기 둥지가 있으니까..." 

그들은 말없이 십오 분 정도를 더 걸어갔다. 해리가 앞으로 얼마나 더 가야 

하느냐고 막 물으려고 할 때, 해그리드가 오른 팔을 뻗으며 걸음을 멈추라는 

신호를 보냈다. 

"정말 쉽단다." 

해그리드가 조용히 말했다. 

"이제 아주 조용히 해야 해..." 

그들은 앞으로 살금살금 기어갔다. 그들 앞에 거의 해그리드의 키만큼이나 

높은 흙무덤이 나타났다. 순간 해리는 어떤 어마어마한 동물의 은신처일 거라는 

생각이 들면서 오싹 소름이 끼쳤다. 흙무덤 주위의 나무들은 모두 뿌리까지 뽑혀 

있었다. 그리고 나뭇가지와 줄기들이 마치 담이나 바리케이드처럼 잔뜩 둘러싸여 

있는 가운데 거대한 흙무덤만이 우뚝 서 있을 뿐이었다. 해리와 헤르미온느, 

해그리드는 흙무덤에서 조금 떨어져서 걸음을 멈추었다. 

"자고 있구나." 

해그리드가 속삭였다. 

해리는 마치 한 쌍의 거대한 폐가 움직이는 듯한 규칙적인 숨소리를 분명히 

들을 수 있었다. 힐끗 옆을 돌아보니, 헤르미온느는 입을 헤벌린 채, 흙무덤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완전히 겁에 질려 버린 것 같았다. 

"해그리드, 저게 누구죠?" 

헤르미온느는 잠자고 있는 생물의 숨소리보다 약간 더 클까말까 한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해리는 그녀의 질문이 약간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그는 이제 막 '저게 

뭐죠?'라고 물으려던 참이었던 것이다. 

"해그리드, 우리에게는 그렇게 말하지 않았잖아요!" 

지팡이를 쥔 그녀의 손이 심하게 덜덜 떨리기 시작했다. 

"그들 중 아무도 오고 싶어 하지 않는다고 말했잖아요!" 

해리는 헤르미온느와 해그리드를 번갈아 쳐다보았다. 순간 번쩍 그의 머리를 

스치고 지나가는 것이 있었다. 해리는 비로소 놀라움에 입을 딱 벌리며 그 

거대한 흙무덤을 다시 바라보았다. 

해리와 헤르미온느, 해그리드까지 올라서고도 남을 만한 그 거대한 흙무덤은 

깊은 숨소리에 맞추어 천천히 위아래로 들썩이고 있었다. 그것은 흙무덤이 

아니었던 것이다. 그것은 분명 웅크린 등이었다. 

"아니... 그가 오고 싶어 했던 건 아니야." 

해그리드가 절망적인 목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난 그를 데려와야만 했어. 어쩔 수 없었단다!" 

"도대체 왜?" 

헤르미온느가 물었다. 그녀의 목소리는 당장에라도 울음을 터뜨릴 것처럼 

들렸다. 

"오... 해그리드! 왜 이런 짓을!" 

"그를 데려오면 그에게 약간의 예의범절을 가르칠 수 있을 줄 알았단다." 

이번에는 해그리드가 거의 울먹이다시피 말했다. 

"그를 밖으로 데리고 나와서 모든 사람들에게 그가 위험하지 않다는 걸 보여 

줄 수 있을 줄 알았어!" 

"위험하지 않다고요!" 

헤르미온느가 날카롭게 소리쳤다. 해그리드는 허둥지둥 손으로 조용히 하라는 

신호를 보냈다. 그들 앞에 있는 거대한 생물이 큰 소리로 코 고는 소리를 내며 

몸을 뒤척였다. 

"지금까지 아저씨에게 상처를 입힌 게 바로 이 거인이었군요? 그래서 그렇게 

온몸이 상처투성이였던 거였어요!" 

"이 거인은 자기 힘을 잘 모른단다!" 

해그리드가 열심히 변명했다. 

"게다가 점점 더 나아지고 있어. 이젠 더 이상 그렇게 싸우지 않을 거야." 

"그래서 집까지 돌아오는 데 두 달이나 걸렸던 거군요!" 

헤르미온느가 심란한 듯이 말했다. 

"오, 해그리드, 그가 오고 싶어 하지 않았다면, 왜 다시 돌려 보내지 않은 

거죠? 그도 자기 동족과 함께 있는 게 더 행복하지 않겠어요?" 

"거인들은 줄곧 그를 괴롭히기만 했단다. 헤르미온느, 너무 덩치가 작기 

때문이지!" 

해그리드가 말했다. 

"작다고요? 작단 말인가요?" 

헤르미온느가 물었다. 

"헤르미온느, 난 그를 그냥 두고 올 수 없었어." 

해그리드의 상처 난 얼굴 위로 눈물이 주르르 흘러내렸다. 

"그는 내 동생이란다!" 

헤르미온느는 할 말을 잃고 멍하니 해그리드를 쳐다보았다. 

"해그리드, 지금 '동생'이라고 했나요? 그렇다면...?" 

해리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래... 아버지가 다른 형제야." 

해그리드가 설명했다. 

"우리 어머니가 우리 아버지와 헤어지고 난 다음, 다른 거인과의 사이에서 

바로 여기 그롭을 낳은 거야." 

"그롭?" 

해리가 되물었다. 

"그래... 그가 자기 이름을 말했는데, 뭐 비슷하게 들렸어." 

해그리드가 초조하게 말했다. 

"그는 영어를 잘 못해... 어떻게든 가르쳐 보려고 애를 쓰기는 했지만... 어쨌든 

어머니는 나만큼 그를 좋아하지 않았던 것 같아. 여자 거인한테 덩치 큰 아이를 

낳는 것이 무척 중요한 일이거든. 그런데 이 아이는 항상 거인들 틈에서는 

난쟁이로 통했어. 겨우 5미터밖에 안 되니까..." 

"참 작기도 하군요!" 

헤르미온느가 신경질적으로 비꼬듯이 말했다. 

"너무 작아서 보이지도 않겠어요!" 

"이 아이는 모든 거인들에게 둘러싸여 발길질을 당하고 있었단다. 난 이 애를 

그냥 두고 올 수 없었어..." 

"맥심 부인도 그를 데려오는 걸 찬성했나요?" 

해리가 물었다. 

"그녀는... 그녀는 이 일이 나에게 얼마나 중요한지 알았어." 

해그리드는 큼지막한 손을 비비 꼬면서 말했다. 

"하... 하지만 솔직히 얼마 후에는 그녀도 그만 그에게 질려 버렸지... 그래서 

우리는 각자 따로 집으로 돌아간 거야... 그녀는 절대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단다..." 

"도대체 무슨 수로 아무도 모르게 그를 데리고 올 수가 있었죠?" 

"사실은 그 때문에 그렇게 오래 걸렸던 거란다." 

해그리드가 말했다. 

"사람이 없는 험한 지역을, 그것도 밤에만 다녀야 했으니까. 물론 그가 원할 

때는 몸을 잘 숨겼지만, 사실 그는 계속해서 다시 돌아가고 싶어 했어." 

"오, 해그리드. 그럼 왜 그를 그냥 돌려보내지 않았어요!" 

헤르미온느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싼 채, 쓰러진 나무 위에 털썩 주저앉았다. 

"여기 있고 싶어 하지도 않는 사나운 거인을 데리고 뭘 어떻게 하려고요!" 

"글쎄... '사나운 거인'이라고 말하는 건 좀 심한 것 같다." 

해그리드는 여전히 안절부절못하며 두 손을 가만히 두지 못했다. 

"솔직히 기분이 나쁠 때에는 한두 번 나를 때리기도 하지만, 점점 배우는 것도 

많고 나아지고 있단다. 잘 적응하고 있어." 

"그런데 저 밧줄들은 뭔가요?" 

해리가 물었다. 근처에 있는 가장 커다란 나무주리에서부터 밧줄들이 마치 

나뭇가지처럼 늘어져 있는 것을 발견했던 것이다. 그 밧줄들은 그롭이 동그랗게 

몸을 말고 누워 있는 곳까지 이어져 있었다. 

"그를 줄곧 묶어 두고 있어야만 하나요?" 

헤르미온느가 조용히 물었다. 

"어... 그래..." 

해그리드가 걱정스런 표정이 되었다. 

"그러니까... 내가 말한 대로야... 그는 자기 자신의 힘을 잘 몰라." 

해리는 이제야 왜 숲 속의 다른 동물들이 불길할 정도로 자취를 감추었는지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그런데 해리와 론과 제가 뭘 해주기를 원하시는 건가요?" 

헤르미온느가 걱정스럽게 물었다. 

"그를 돌봐 주렴. 내가 떠난 뒤에 말이야." 

해그리드가 쉰 목소리로 말했다. 해리와 헤르미온느는 난처한 표정으로 서로를 

마주 보았다. 해리는 자기가 이미 해그리드의 부탁을 무엇이든 들어주겠다고 

약속했다는 사실을 떠올리자 마음이 불편해졌다. 

"정확히 뭘... 어떻게 해야 하는 거죠?" 

헤르미온느가 물었다. 

"먹을 거나 뭐 그런 걸 줄 필요는 없어!" 

해그리드가 열심히 설명했다. 

"자기 혼자서도 먹을 건 구할 수 있어. 그건 아무 문제가 안된단다. 새나 사슴 

따위가 있으니까. 그에게 필요한 건 친구란다. 누군가 그를 좀 도와주고 

가르치고 있다는 걸 알기만 해도..." 

해리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땅에 누워 자고 있는 거인을 물끄러미 

돌아보았다. 그저 약간 지나치게 덩치가 큰 인간처럼 보이는 해그리드와는 달리 

그롭은 정말로 이상한 괴물처럼 보였다. 해리는 거대한 흙무덤 왼쪽에 놓인, 

이끼 낀 큰 바위처럼 보이는 것이 사실은 그롭의 머리라는 사실을 이제야 

깨달았다. 그것은 몸에 비례해서도 인간의 머리보다 지나치게 컸다. 완전히 

공처럼 동그란 머리통에는 고사리 같은 색깔의 곱슬곱슬하고 짧은 머리카락이 

빽빽하게 자라고 있었으며, 머리 꼭대기에는 단 하나뿐인 커다란 살색 귀가 

보였다. 게다가 버논 이모부처럼 목이 어찌나 짧던지, 머리가 바로 어깨에 붙어 

있는 것 같았다. 짐승 가죽을 대충 꿰매서 만든 더러운 갈색 작업복처럼 보이는 

겉옷 밑으로 드러난 그의 등은 아주 넓었다. 그롭이 자고 있을 때, 엉성한 

가죽옷의 솔기가 뜯어질 것 같았다. 두 다리는 잔뜩 꼬부리고 있었는데, 

썰매처럼 크고 더러운 두 발은 맨발인 채로 땅 위에 나란히 포개져 있었다. 

"우리가 그를 가르치길 원하는군요." 

해리가 맥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이제야 피렌체의 경고가 무슨 뜻인지 이해할 

수 있었다. 그는 소용없는 짓을 하고 있어. 차라리 포기하는 게 좋을 거야. 물론 

숲 속에 살고 있는 다른 생물들은 그롭에게 영어를 가르치려는 해그리드의 헛된 

시도에 대해서 소문을 들었을 것이다. 

"그래, 그냥 그에게 말이라도 좀 걸어 주면 좋겠어..." 

해그리드가 희망에 차서 말했다. 

"내 생각에는 그가 사람들과 이야기라도 할 수 있게 되면, 우리 모두 진심으로 

그를 좋아하고 그가 여기 남아 있기를 원한다는 걸 좀더 잘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서 말이야." 

해리가 헤르미온느를 쳐다보았다. 그녀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린 채, 손가락 

사이로 그를 살짝 내다보고 있었다. 

"차라리 노버트가 다시 돌아왔길 바라는 게 나을 것 같지?" 

해리가 이렇게 말하자, 헤르미온느는 덜덜 떨리는 웃음소리를 내었다. 

"그럼 그렇게 해줄 거지?" 

해그리드는 해리가 방금 한 말의 뜻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 채, 다시 한 번 

물었다. 

"어쨌든..." 

해리는 이미 약속에 묶여 버린 몸이었다. 

"노력해 볼게요, 해그리드." 

"네가 그럴 줄 알았다, 해리." 

해그리드는 눈물에 젖은 얼굴로 활짝 웃으며 말했다. 그러고는 손수건으로 

얼굴을 닦았다. 

"너희들에게 너무 많은 부담을 지우고 싶지는 않다... 시험도 쳐야 하는데... 

그저 일주일에 한 번 정도 투명 망토를 입고 여길 찾아와서 그와 잠깐 이야기만 

좀 나눠 주렴. 그럼 이제 그를 깨울게... 너희들에게 소개를 해주려면..." 

"뭐라고요... 안 돼요!" 

헤르미온느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해그리드, 안 돼요, 깨우지 마세요. 그럴 필요 없어요..." 

하지만 해그리드는 벌써 그들 앞에 있는 커다란 나무줄기를 성큼 넘어서서 

그롭을 향해 걸어가고 있었다. 그는 한 3미터 정도 떨어진 곳에 이르자, 땅에 

떨어진 나뭇가지를 집어 들고 해리와 헤르미온느를 향해 안심하라는 듯이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리고 나뭇가지 끝으로 그롭의 등 한가운데를 쿡 찔렀다. 

거인의 고함 소리가 고요한 숲 전체에 울려 퍼졌다. 나무 꼭대기에 앉아 있던 

새들이 짹짹거리며 둥지에서 날아올랐다. 한편, 그롭은 해리와 헤르미온느 

앞에서 그 거대한 몸집을 일으켜 세웠다. 그가 무릎을 세우기 위해서 넓적한 한 

손으로 땅을 짚자, 발밑이 부르르 떨렸다. 그는 무엇이 자기를 깨웠는지 

살펴보기 위해 고개를 돌렸다. 

"괜찮니, 그로피?" 

해그리드가 짐짓 쾌활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리고 긴 나뭇가지를 들고 그롭을 

다시 찌를 자세를 취한 채, 뒤로 물러섰다. 

"잘 잤어?" 

해리와 헤르미온느는 거인의 모습이 보이는 거리까지 최대한 멀찌감치 

떨어졌다. 그롭은 아직 뽑아 버리지 않은 두 그루의 나무 사이에 무릎을 꿇고 

앉았다. 그들은 깜짝 놀랄 만큼 커다란 그의 얼굴을 올려다보았다. 혹은 커다란 

돌 공에 눈코입을 깎아 놓은 것처럼 보였다. 뭉툭한 코는 형체를 알아보기가 

어려웠고 입은 한쪽으로 실룩 기울어졌다. 그리고 거의 벽돌 절반 크기 정도 

되는 보기 흉한 누런 이빨이 입 안에 가득했다. 한편 거인 기준으로 보아도 

지나치게 작은 두 눈은 초록색이 감도는 탁한 갈색이었는데, 방금 잠에서 

깨어나서 눈곱이 덕지덕지 붙어 있었다. 그롭은 거의 크리켓 공만큼이나 

커다랗고 지저분한 손가락 마디로 두 눈을 세게 문질렀다. 그러고는 아무런 

예고도 없이 놀랄 만큼 빠르고 민첩하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오, 이런!" 

해리는 그의 옆에서 헤르미온느가 겁에 질린 비명을 지르는 소리를 들었다. 

그롭의 허리와 발목에 두른 밧줄이 묶여 있는 나무들이 불길하게 삐걱거리는 

소리를 냈다. 해그리드가 말한 대로, 그는 최소한 5미터는 되는 것 같았다. 

멍하니 주위를 둘러보던 그롭은 파라솔만큼이나 커다란 손을 내밀어서 높이 

솟은 소나무 꼭대기에 놓인 새 둥지를 덥석 움켜잡았다. 그리고 불만에 가득 찬 

고함을 지르며 둥지를 거꾸로 쏟았다. 그러자 둥지에서는 새알만 수류탄처럼 

땅바닥으로 털썩 떨어졌다. 해그리드는 재빨리 두 팔로 머리를 감쌌다. 

"그로피!" 

해그리드는 계속 새알이 떨어질까 두려워하며 조심스럽게 위를 올려다보았다. 

"내가 친구들을 데려왔단다. 내가 그렇게 하겠다고 말했던 걸 기억하고 있지? 

내가 잠깐 여행을 떠나게 되면, 그 친구들이 널 돌봐 줄 거라고 말했던 거 

생각나니? 기억나지, 그로피?" 

하지만 그롭은 그저 낮게 으르렁거리기만 할 뿐이었다. 그가 해그리드의 말을 

듣고 있는지, 과연 그 소리를 알아듣기는 하는지 도통 알 수가 없었다. 이제 

그는 소나무 가지 꼭대기를 움켜쥐더니 자기 쪽으로 잡아당겼다. 그저 재미 삼아 

나뭇가지를 다시 놓았을 때, 얼마나 멀리 퉁겨 나가는지 보려는 것이 분명했다. 

"이봐, 그로피, 그런 짓 하지 마!" 

해그리드가 고함을 질렀다. 

"그러다가 결국에는 나무가 뽑힐 거야..." 

과연 해리는 나무뿌리 주위의 땅이 쩍쩍 갈라지기 시작하는 걸 볼 수 있었다. 

"내가 친구를 데려왔어!" 

해그리드가 고함을 질렀다. 

"친구라니까! 이 덩치 큰 장난꾸러기, 밑을 좀 내려다봐! 내가 친구들을 

데려왔잖아!" 

"오, 해그리드, 그러지 말아요." 

헤르미온느가 애원했다. 하지만 해그리드는 이미 나뭇가지를 높이 들고 또다시 

그롭의 무릎을 날카롭게 찔렀다. 

거인은 붙잡고 있던 나뭇가지를 놓았다. 나뭇가지가 마구 흔들리면서 

해그리드는 뾰족한 소나무 잎을 온통 뒤집어썼다. 그롭은 비로소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여기는 해리야, 그롭!" 

해그리드는 황급히 해리와 헤르미온느가 서 있는 쪽으로 달려왔다. 

"해리 포터! 만약 내가 멀리 떠나게 되면, 그때는 그가 너를 찾아올 거야. 내 

말 알아듣겠어?" 

하지만 거인은 해리와 헤르미온느가 거기 있다는 사실만 간신히 알아차린 것 

같았다. 거인이 거대한 바위 같은 머리를 숙이고 그들을 빤히 쳐다보는 동안, 두 

사람은 덜덜 떨며 그 모습을 지켜보았다. 

"그리고 이쪽은 헤르미온느야, 알겠니? 헤르..." 

해그리드가 잠시 망설이더니 헤르미온느를 향해 고개를 돌리고 말했다. 

"그가 너를 헤르미라고 불러도 괜찮겠니, 헤르미온느? 그가 기억하기에는 좀 

어려운 이름이라서 말이야." 

"그럼요, 괜찮아요." 

헤르미온느가 대답했다. 

"이쪽은 헤르미야, 그롭! 헤르미도 같이 올 거란다! 정말 신나지 않니? 친구가 

둘이나 되다니, 그로피, 안 돼!" 

그롭의 손이 헤르미온느 쪽으로 쑥 뻗어 나갔다. 해리는 재빨리 그녀를 붙잡아 

나무 뒤로 끌어당겼다. 그롭의 주먹은 나무줄기를 살짝 스치고 아슬아슬하게 

비켜 나갔다. 

"나쁜 녀석, 그로피!" 

해그리드가 야단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헤르미온느는 나무 뒤에서 해리에게 

바싹 매달린 채, 벌벌 떨며 훌쩍거렸다. 

"이 못된 녀석! 그래서는... 어이쿠!" 

해리가 나무 뒤에서 고개를 내밀어 보니, 해그리드는 코를 움켜잡고서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그롭은 그만 흥미를 잃은 듯이 허리를 쭉 펴고 또다시 소나무를 

한껏 뒤로 잡아당기는 일에 몰두하기 시작했다. 

"좋아." 

해그리드는 코피가 쏟아지는 코를 한 손으로 움켜쥐고 다른 한 손으로는 활을 

붙잡았다. 

"그래... 그를 다시 만날 수... 있을 게다... 네가 다시 오면 이제 그도 널 알아볼 

거야. 그래... 좋아..." 

해그리드는 그롭을 올려다보았다. 그는 바위 같은 얼굴에 마냥 즐거운 표정을 

지으며 소나무 가지를 뒤로 잡아당기고 있었다. 마침내 소나무 가지를 휙 

잡아당기자, 우지끈하고 뿌리가 뽑혔다. 

"오늘은 이걸로 충분한 것 같다." 

해그리드가 말했다. 

"이제 그만 돌아갈까?" 

해리와 헤르미온느는 고개를 끄덕였다. 해그리드는 다시 어깨에 활을 걸치고 

여전히 코를 틀어막은 채, 어두운 나무들 사이로 다시 들어갔다. 

한동안 아무도 입을 열지 않았다. 심지어 멀리서 그롭이 마침내 소나무를 

뿌리째 뽑아 버리는 소리가 들려왔을 때에도 모두 가만히 있었다. 헤르미온느의 

얼굴은 하얗게 경직되어 있었다. 해리는 뭐라고 할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해그리드가 금지된 숲에 그롭을 숨겼다는 사실을 누군가 알게 되면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질까? 게다가 이 거인을 가르치겠다는 해그리드의 말도 안 되는 

노력을 그와 론, 헤르미온느가 계속 도와주겠다고 약속했단 사실을 알게 되면? 

아무리 이빨 달린 괴물들이 너무나 사랑스럽고 전혀 위험하지 않다는 환상을 

무궁무진하게 가질 수 있는 능력이 있는 해그리드라고 할지라도, 어떻게 그롭이 

인간들과 어울릴 수 있다는 그런 생각까지 할 수가 있을까? 

"가만히 있거라." 

해그리드가 갑자기 입을 열었다. 해리와 헤르미온느는 그의 뒤에서 빽빽한 

풀숲을 빠져나오느라 애를 먹는 중이었다. 그는 어깨 너머로 화살통에서 화살 

하나를 뽑아 들더니 활에 걸었다. 해리와 헤르미온느는 지팡이를 높이 

치켜들었다. 걸음을 멈추자, 뭔가 가까이 다가오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오, 제기랄." 

해그리드가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해그리드, 이제는 당신이 여기 오는 걸 더 이상 환영하지 않는다고 우리가 

이미 말하지 않았소?" 

벌거벗은 상반신의 남자가 얼룩덜룩한 초록색 그늘 속에서 순식간에 그들을 

향해 다가왔다. 그의 허리 밑으로는 밤색 말의 하반신이 보였다. 이 

켄타우로스는 광대뼈가 두드러진 거만한 얼굴에 긴 검은색 머리카락을 

늘어뜨리고 있었다. 해그리드와 마찬가지로, 그도 무장을 하고 있었다. 화살이 

잔뜩 든 화살통과 긴 활이 그의 어깨 위에 매달려 있었던 것이다. 

"잘 지냈소, 마고리안?" 

해그리드가 조심스럽게 인사를 건넸다. 

켄타우로스 뒤쪽 나무들 사이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나더니, 네다섯의 

켄타우로스가 나타났다. 해리는 몸이 검고 수염을 기른 베인을 알아보았다. 4년 

점 피렌체를 만났던 바로 그날 밤에 그를 만났던 것이다. 하지만 베인은 해리를 

전혀 아는 척하지 않았다. 

"만약 이 인간이 또다시 이 숲에 얼굴을 나타내면 어떻게 하겠다고 우린 이미 

합의를 보지 않았나?" 

베인은 즉시 마고리안을 돌아보며 악의에 찬 목소리로 말했따. 

"그 인간이란 나를 말하는 거냐?" 

해그리드가 도전적으로 말했다. 

"살인을 저지르는 걸 막아 주었다고?" 

"해그리드, 넌 끼어들지 말았어야 했어." 

마고리안이 말했다. 

"우리 방식은 너희들과 달라. 우리의 법도 다르고, 피렌체는 우리를 배신하고 

우리의 명예를 더럽혔어." 

"난 너희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모르겠다." 

해그리드가 짜증스럽게 말했다. 

"하지만 그는 알버스 덤블도어를 도와준 것 이외에는 아무짓도 하지 않았어..." 

"피렌체는 자진해서 인간의 노예가 되었다." 

얼굴에 주름이 깊게 팬, 회색 켄타우로스가 말했다. 

"노예라고!" 

해그리드가 차갑게 말했다. 

"그는 덤블도어에게 호의를 베푼 것뿐..." 

"그는 우리의 지식과 비밀을 인간들에게 팔아 넘기고 있어." 

마고리안이 조용히 말했다. 

"그런 수치는 그 어떤 것으로도 갚을 수 없어." 

"정 그렇게 말한다면..." 

해그리드가 어깨를 으쓱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난 너희들이 아주 커다란 실수를 저지르고 있다고 

생각해..." 

"인간, 당신도 마찬가지야. 우리가 경고를 했는데도 우리 숲에 다시 

들어오다니..." 

베인이 말했다. 

"내 말 좀 들어 봐." 

해그리드가 잔뜩 성이 나서 말했다. 

"너희만 상관없다면, 난 더 이상 '우리의' 숲이란 말을 듣고 싶지 않아. 누가 이 

숲을 드나들든 그건 너희들이 결정할 일이 아니야." 

"해그리드, 그렇다고 자네가 결정할 일은 더욱더 아니지." 

마고리안이 대꾸했다. 

"오늘 내가 자넬 그냥 보내는 건 자네의 어린..." 

"저 애들은 해그리드의 자식이 아니야!" 

베인이 경멸하듯이 말했다. 

"저 학교에서 내려온 학생들일세, 마고리안. 아마 저 애들은 벌써 배신자 

피렌체의 가르침을 받았을 걸." 

"어쨌든 어린애들을 죽이는 건 끔찍한 범죄지. 우린 죄 없는 것들은 건드리지 

않아." 

마고리안이 침착하게 말했다. 

"해그리드, 오늘은 그냥 보내 주겠다. 앞으로는 이 근처에 얼씬하지 마라. 너는 

배신자 피렌체가 도망치도록 도와주었을 때, 이미 켄타우로스와의 우정을 저버린 

거야." 

"난 너희들 같은 늙은 노새들 때문에 이 숲에서 쫓겨나진 않을 거야." 

해그리드가 큰소리를 쳤다. 

"해그리드, 그냥 가요. 제발 어서 가요." 

잔뜩 겁에 질린 헤르미온느가 가느다란 목소리로 말했다. 베인과 회색 

켄타우로스는 앞발로 땅을 긁고 있었다. 

해그리드는 앞으로 걸어갔다. 하지만 여전히 활을 높이 치켜든 채, 그의 시선은 

마고리안을 위협적으로 노려보고 있었다. 

"해그리드, 우린 네가 숲에 뭘 숨겼는지 알고 있어!" 

마고리안이 그의 등에 대고 큰 소리로 말했다. 다른 켄타우로스들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없었다. 

"이제 우리의 인내심도 한계에 이르고 있다!" 

해그리드는 재빨리 돌아서더니 당장에라도 마고리안을 향해 덤벼들 듯한 

자세를 취했다. 

"그가 여기 있는 한, 너희들은 그를 참아야만 할 거다. 이 숲은 너희들의 

것만이 아니라, 그의 것이기도 해!" 

해그리드는 고함을 질렀다. 해그리드는 험악한 얼굴로 밑을 내려다보았다. 

그리고 자신을 열심히 잡아당기고 있는 두 사람을 보자, 약간 놀라는 표정이 

되었다. 해그리드는 전혀 그걸 느끼지 못하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진정해라, 얘들아." 

해그리드는 다시 돌아서서 걷기 시작했다. 두 사람은 그의 등 뒤에서 숨을 

헐떡이며 따라갔다. 

"쾌씸한 늙은 노새들 아니냐?" 

"해그리드." 

헤르미온느가 숨이 턱에 닿아 씩씩거리며 말했다. 그들은 아까 지나왔던 

쐐기풀밭을 빙 돌아가고 있었다. 

"켄타우로스들이 인간이 이 숲에 들어오는 걸 싫어한다면, 해리와 나도 들어올 

수 없을 것 같은데..." 

"방금 저들이 말하는 걸 너희들도 들었잖아." 

해그리드가 한심하다는 듯이 말했다. 

"저들은 어린 새끼들은 건드리지 않아. 그러니까 아이들 말이다. 어쨌든 저런 

무리들 때문에 숲에서 쫓겨날 순 없어." 

"노력은 가상하다." 

해리가 헤르미온느에게 속삭였다. 헤르미온느는 잔뜩 풀이 죽은 표정이었다. 

마침내 그들은 다시 숲길로 들어섰다. 십 분쯤 지나자, 빽빽이 들어선 

나무들도 적어지기 시작했다. 동시에 투명하고 푸른 하늘이 다시 보이면서 저 

멀리에서 환호성과 고함 소리가 들려왔다. 

"골을 또 넣었나?" 

퀴디치 경기장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자, 해그리드는 나무 그늘 아래에서 

잠시 걸음을 멈추었다. 

"아니면 경기가 끝났을까?" 

"잘 모르겠어요." 

헤르미온느가 힘없이 대답했다. 해리는 헤르미온느의 몰골이 형편없이 

되었다는 걸 깨달았다. 그녀의 머리카락에는 잔가지와 잎사귀가 잔뜩 붙어 

있었고, 옷은 여기저기 찢어져 있었다. 그녀의 팔과 얼굴에는 긁힌 자국이 

헤아릴 수없이 많았다. 해리는 자기 모습도 더 나을 것이 없을 거라고 짐작했다. 

"시합이 끝난 것 같구나!" 

해그리드는 눈을 가늘게 뜨고 경기장을 바라보았다. 

"저기 봐라, 사람들이 벌써 나오고 있잖니. 너희들이 조금만 서두르면 저 

사람들 틈에 낄 수 있겠다. 그럼 아무도 너희들이 거기 없었다는 걸 모를 거야." 

"좋은 생각이에요. 그럼... 나중에 봐요, 해그리드!" 

해리가 말했다. 

"난 도대체 그의 말을 믿을 수가 없어." 

해그리드의 귀에 말소리가 들리지 않을 정도의 거리에 이르자, 헤르미온느가 

심하게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믿을 수가 없어. 도저히 믿을 수가 없어." 

"진정해." 

해리가 말했다. 

"진정하라고!" 

헤르미온느가 열을 받아서 말했다. 

"거인이야! 숲 속에 거인이 있다고! 게다가 우린 그에게 영어를 가르쳐야만 해! 

물론 드나들 때마다, 그 무시무시한 켄타우로스 무리들 속을 무사히 통과했을 때 

말이지! 난... 도대체... 그를 믿을 수가 없어!" 

"우린 아직 아무것도 한 게 없어!" 

해리는 침착하게 그녀를 달래려고 애를 썼다. 이제 그들은 재잘거리며 성을 

향해 돌아가고 있는 후플푸프 학생들 틈에 끼어들었다. 

"해그리드는 자신이 쫓겨나기 전에 우리에게 뭔가를 해달라고 요청한 적은 

없어. 그리고 그런 일은 일어날 것 같지도 않아." 

"오, 해리, 그런 뻔한 소린 집어치워!" 

헤르미온느가 갑자기 걸음을 멈추며 버럭 화를 냈다. 그 바람에 뒤에 오던 

사람들은 그녀를 피하기 위해서 옆으로 비켜가야만 했다. 

"솔직히 말해서 해그리드는 쫓겨나도 당연해. 우리도 방금 봤잖아. 누가 

엄브릿지를 비난할 수가 있겠어?" 

한동안 해리는 말없이 그녀를 노려보았다. 헤르미온느의 눈에 천천히 눈물이 

맺혔다. 

"설마 진심은 아니겠지." 

해리가 조용히 말했다. 

"아니야... 그래... 좋아... 진심은 아니었어." 

헤르미온느가 눈물을 닦으며 말했다. 

"하지만 해그리드는 왜 그렇게 자기 자신을 힘들게 만드는 거지? 게다가 

우리까지?" 

"나도 몰라..." 

위즐리는 우리의 왕. 

위즐리는 우리의 왕. 

그는 절대 퀘이플을 허용하지 않는다네. 

위즐리는 우리의 왕. 

"제발 저 한심한 노래 좀 그만 불렀으면 좋겠어." 

헤르미온느가 짜증을 냈다. 

"그만하면 질릴 때도 되지 않았을까?" 

거대한 학생들의 물결이 운동장에서부터 경사진 잔디밭으로 밀려들고 있었다. 

"오, 슬리데린 녀석들을 만나기 전에 얼른 안으로 들어가자." 

헤르미온느가 말했다. 

위즐리는 어떤 골이든 막아 낼 수 있다네. 

그는 단 하나의 골도 허용하지 않는다네. 

그래서 그리핀도르는 노래 부르지. 

위즐리는 우리의 왕. 

"헤르미온느..." 

해리가 천천히 말했다. 

그 노랫소리는 점점 더 크게 울려 퍼졌다. 하지만 그것은 초록색과 은색의 

응원복을 입은 슬리데린 쪽에서 들려오는 것이 아니라, 성을 향해 천천히 

다가오는 빨간색과 황금색의 물결쪽에서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들은 누군가를 

어깨 위에 메고 행진했다. 

위즐리는 우리의 왕. 

위즐리는 우리의 왕. 

그는 절대 퀘이플을 허용하지 않는다네. 

위즐리는 우리의 왕... 

"아니야?" 

헤르미온느가 쉰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 

해리가 큰 소리로 외쳤다. 

"해리! 헤르미온느!" 

론이 반짝이는 퀴디치 우승컵을 마구 흔들며 소리쳤다. 거의 제정신이 아닌 것 

같았다. 

"우리가 해냈어! 이겼다고!" 

론이 곁을 지나가자, 그들은 그를 향해 활짝 웃었다. 성으로 들어가는 문 

앞에는 사람들이 스크럼을 짜고 있었다. 론은 문에 머리를 심하게 부딪혔지만, 

아무도 그를 어깨 위에서 내려놓으려고 하지 않았다. 학생들은 여전히 신나게 

노래를 부르며, 대연회장으로 몰려 들어갔다. 해리와 헤르미온느는 환하게 

웃으며 이 광경을 지켜보았다. 마침내 '위즐리는 우리의 왕'이라는 여운까지 

들리지 않게 되었다. 해리와 헤르미온느는 서로 얼굴을 마주 보았다. 그들의 

얼굴에서도 미소가 사라졌다. 

"내일까지는 이 소식을 전하지 말자." 

해리가 먼저 말을 꺼냈다. 

"그래, 좋아." 

헤르미온느가 피곤한 듯이 말했다. 

"나도 전혀 서두르고 싶지 않아." 

그들은 함께 계단을 오르기 시작했다. 문 앞에 이르자, 자신도 모르게 금지된 

숲 쪽을 돌아보았다. 해리는 도무지 이것이 꿈인지 생시인지 알 수 없었다. 그 

순간 저 멀리 떨어진 나무 꼭대기에서 작은 새 무리가 후닥닥 하늘을 향해 

솟아오르는 것이 보였다. 마치 둥지를 틀고 있던 나무가 갑자기 뿌리째 뽑혀 

나가기라도 한 것처럼. 

(5권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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