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7장 (116/194)

제27장 켄타우로스와 밀고자 

"이제 와서 점술 수업을 포기한 게 후회돼서 죽겠지? 안 그래, 헤르미온느?" 

패르바티가 싱글싱글 웃으며 헤르미온느의 약을 올렸다. 

트릴로니 교수가 파면을 당한 지 이틀째 되는 날, 아침 식사 시간이었다. 

패르바티는 지팡이로 속눈썹을 말아 올리고는 숟가락 뒤에 비친 자기 모습을 

한창 들여다보고 있는 중이었다. 그날 오전에 피렌체 교수와의 첫 번째 수업이 

있었던 것이다. 

"전혀 아니야." 

'예언자 일보'를 읽고 있던 헤르미온느는 조금도 흥미가 없다는 듯이 말했다. 

"말은 내 취향이 아니거든." 

헤르미온느는 계속 신문을 넘기며 기사를 살펴보았다. 

"그는 말이 아니야, 켄타우로스라고!" 

헤르미온느의 대답에 라벤더는 충격을 받은 것 같았다. 

"게다가 너무 너무 잘생긴 켄타우로스지..." 

패르바티가 탄식했다. 

"어쨌든 간에 그 사람은 다리가 네 개잖아. 그건 그렇고 너희 두 사람은 

트릴로니가 쫓겨나서 굉장히 안타까워하는 줄 알았는데?" 

헤르미온느가 쌀쌀맞게 핀잔을 주었다. 

"물론이야!" 

라벤더가 대답했다. 

"우리는 트릴로니 교수님의 방까지 찾아갔었어. 수선화를 좀 가지고 말이야. 

물론 스프라우트 교수님이 키우는 그 경적 울리는 수선화 말고 예쁜 걸로." 

"좀 어떠셔?" 

해리가 물었다. 

"별로 좋지 않아, 가엾은 분." 

라벤더가 동정하며 말했다. 

"계속 우시면서 엄브릿지와 함께 여기서 지내느니 차라리 성을 떠나고 싶다고 

말씀하셨어. 그러는 것도 당연해. 엄브릿지가 그녀에게 너무 지독한 짓을 했잖아, 

안 그래?" 

"내 생각에는 이제 겨우 시작이라고 봐." 

헤르미온느가 우울하게 말했다. 

"그건 불가능해. 어떻게 지금까지 해 온 것보다 더 지독한 짓을 할 수 있단 

말이야?" 

론이 계란과 베이컨이 담긴 커다란 접시로 손을 뻗으며 말했다. 

"내 말 잘 들어. 엄브릿지는 덤블도어 교수님이 자기와는 한마디 상의도 없이 

새로운 교수를 임명한 것에 대해서 복수를 하려고 할 거야." 

헤르미온느가 신문을 탁 덮으며 단언했다. 

"게다가 인간이 아닌, 반 인간을 데려왔잖아. 피렌체를 보았을 때, 그 여자 

표정이 어땠는지 너도 봤잖아." 

아침 식사를 마친 후에 헤르미온느는 산술점 수업을 들으러 갔다. 한편 해리와 

론은 점술 수업을 위해 패르바티와 라벤더의 뒤를 따라서 현관 복도로 나갔다. 

"북쪽 탑으로 가는 게 아니었어?" 

패르바티가 대리석 계단 앞을 그냥 지나치자, 론이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패르바티는 어깨 너머로 정말 한심하다는 듯이 그를 바라보았다. 

"피렌체가 어떻게 그 사다리를 올라갈 수 있겠니? 이제부터는 11호 교실에서 

수업을 할 거야. 어제 게시판에 적혀 있었어." 

11호 교실은 대연회장과 반대편으로 현관 복도를 따라 가다 보면, 1층에 

있었다. 해리는 그곳이 대개는 잘 사용하지 않는 교실들 중 하나라는 걸 알고 

있었다. 그러므로 창고나 사물 보관함처럼 약간 소홀하게 여겨졌다. 하지만 론의 

뒤를 곧장 따라 들어간 해리는 갑자기 나타난 숲 속의 공터를 보고 잠시 얼이 

빠져 멍하니 서 있었다. 

"이게 어떻게...?" 

교실 바닥에는 촉촉한 이끼가 깔려 있었고 사방에 나무들이 자라나고 있었다. 

천장과 창문에는 나뭇잎이 무성한 나뭇가지가 뒤덮여 있어서, 방 안 가득히 

얼룩덜룩한 부드러운 초록색 빛이 비스듬히 스며 들어왔다. 먼저 도착한 

학생들은 나무줄기나 바위에 몸을 기댄 채, 두 팔로 무릎을 껴안거나 팔짱을 

끼고 흙이 깔린 바닥에 앉아 있었다. 모두들 약간 초초해 보였다. 나무가 없는 

공터 한가운데에는 피렌체가 우뚝 서 있었다. 

"해리 포터구나." 

해리가 교실 안으로 들어서자, 피렌체가 손을 내밀었다. 

"어... 안녕하세요." 

해리는 켄타우로스와 악수를 했다. 그는 미소조차 짓지 않고, 깜짝 놀랄 만큼 

푸른 눈으로 해리를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나도 마찬가지야." 

켄타우로스가 눈부신 금발의 머리를 앞으로 숙이며 말했다. 

"우리가 다시 만날 거라는 걸 예견했었지." 

해리는 피렌체의 가슴에 말발굽 모양의 상처가 남아 있는 것을 알아차렸다. 

잠시 후 바닥에 앉아 있는 다른 학생들 쪽으로 돌아섰을 때, 모든 아이들이 

경탄의 눈으로 해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해리가 그토록 무시무시해 보이는 

피렌체와 서슴없이 말을 나누었다는 사실에 깊은 감동을 받은 것 같았다. 

교실 문이 닫히고 제일 마지막으로 들어온 학생이 쓰레기통 옆에 있는 나무 

그루터기에 앉자, 피렌체는 방 안을 손으로 가리켰다. 

"덤블도어 교수님께서 친절하게도 우리를 위해 이 교실을 꾸며 주셨습니다. 

제가 원래 살았던 곳과 비슷하게 말이죠." 

모두들 자리에 앉은 것을 보고 피렌체가 입을 열었다. 

"물론 저는 여기보다는 금지된 숲에서 여러분을 가르치고 싶습니다. 불과 

월요일까지만 해도... 제 집이었던... 그곳에서 말이죠. 하지만 그건 더 이상 

불가능할 것 같군요." 

"저... 어... 선생님." 

패르바티가 조심스럽게 손을 들며 말했다. 

"왜 그러면 안 되죠? 해그리드 선생님과 그곳에 간 적이 있었는데, 전혀 

무섭지 않았어요!" 

"네가 얼마나 용감한가 하는 문제가 아니란다. 내 처지 때문이지. 난 숲으로 

돌아갈 수 없어. 우리 무리들이 나를 쫓아냈거든." 

"무리라고요? 오, 이런!" 

라벤더가 어리둥절해서 소리쳤다. 해리는 그녀가 무슨 소 떼 같은 것을 

떠올리고 있음을 눈치 챘다. 그녀의 얼굴에 서서히 알겠다는 듯한 표정이 

떠올랐다. 

"그럼, 선생님 같은 것이 또 있단 말인가요?" 

라벤더는 얼이 빠져 물었다. 

"해그리드가 선생님을 길렀나요? 세스트랄처럼?" 

딘이 진지하게 물었다. 피렌체는 천천히 딘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딘은 

비로소 자기 말이 상대방을 기분 나쁘게 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 

같았다. 

"그게 아니라... 제 말은... 죄송해요." 

딘이 쉰 목소리로 말을 끝냈다. 

"켄타우로스는 인간의 종이나 노리개가 아니란다." 

피렌체가 조용히 말했다. 잠시 침묵이 흐른 뒤에 패르바티가 다시 손을 

들었다. 

"저, 선생님... 왜 다른 켄타우로스들이 선생님을 추방한 거죠?" 

"왜냐하면 내가 덤블도어 교수님을 위해서 일하겠다고 했기 때문이지. 우리 

동족은 그걸 배신행위로 보거든." 

피렌체가 대답했다. 

해리는 거의 4년 전에 켄타우로스 베인이 피렌체에게 마구 고함을 지르던 

기억이 떠올랐다. 피렌체가 해리를 안전하게 데려가기 위해서 등에 올라타도록 

허락했던 것이다. 베인은 피렌체를 '천한 노새'라고 불렀다. 해리는 이번에도 

피렌체의 가슴을 걷어찬 것이 베인이 아니었을까 생각했다. 

"그럼 수업을 시작해 봅시다." 

피렌체가 말했다. 그는 긴 말 꼬리를 흔들며 머리 위를 뒤덮고 있는 무성한 

나뭇가지로 손을 뻗었다. 그리고 천천히 가지를 밑으로 잡아당겼다. 그러자 교실 

안의 빛이 희미해지면서 마치 해가 질 무렵 숲 속 공터에 앉아 있는 것 같았다. 

잠시 후 교실 천장에는 하나둘씩 별이 떠올랐다. 아이들 입에서는 우와 하는 

탄성이 터져 나왔다. 론은 모두에게 다 들리도록 큰 소리로 외쳤다. 

"이럴 수가!" 

"바닥에 등을 대고 눕도록 해요." 

피렌체가 평온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그리고 하늘을 바라보세요. 거기에 우리 종족의 운명이 쓰여 있답니다. 물론 

그걸 볼 수 있는 사람에게는 말이죠." 

해리는 등을 쭉 펴고 누워서 천장을 올려다보았다. 머리 위에서 깜박거리는 

붉은 별 하나가 그에게 윙크를 했다. 

"여러분들은 천문학 수업 시간에 별들의 이름과 그 위성에 대해서 배웠을 

겁니다." 

피렌체가 조용히 말을 이었다. 

"하늘을 지나가는 별들의 경로에 대한 지도도 그려 보았겠죠. 켄타우로스들은 

몇 세기 동안이나 별들의 운행이 지닌 신비를 밝혀 왔습니다. 그 발견을 통해서 

켄타우로스들은 저 하늘에서 우리의 미래를 엿볼 수 있다는 사실을 배웠답니다." 

"트릴로니 교수님이 저희들에게 점성술을 가르쳐 주셨어요!" 

패르바티가 바닥에 등을 대고 누운 자세 그대로 손을 번쩍 치켜들며 잔뜩 

흥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화성은 사고와 화재, 그와 비슷한 여러 가지 일들을 일으키는 원인이 됩니다. 

화성이 토성과 직각을 이루면, 이렇게 말이죠..." 

패르바티는 허공에 대고 직각을 그려 보였다. 

"뜨거운 것을 만질 때 특별히 더 조심을 해야 하고요." 

"그건 전부 인간들이 하는 헛소리예요." 

피렌체가 조용히 말했다. 순간 패르바티의 손이 맥없이 옆으로 툭 떨어졌다. 

"인간들이 겪는 사소한 부상이나 작은 사건들은 이 광대한 우주에 비하면 

개미 발자국만큼도 의미가 없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별들의 운행에는 아무런 

영향도 받지 않아요." 

"하지만 트릴로니 교수님은..." 

패르바티가 자존심이 상하고 분에 찬 어조로 말을 시작했다. 

"한낱 인간일 뿐이지." 

피렌체가 딱 잘라 말했다. 

"그러므로 너희 같은 인간들의 약점에 얽매여 아무것도 보지 못한단다." 

해리는 살짝 고개를 돌려 패르바티를 쳐다보았다. 그녀는 몹시 기분이 상한 것 

같았다. 그녀 주위에 있는 몇몇 아이들도 마찬가지였다. 

"사이빌 트릴로니가 미래를 볼 수 있는지 없는지, 난 모릅니다." 

피렌체가 말을 계속했다. 해리는 그가 왔다갔다 걸을 때마다, 긴 꼬리가 

흔들리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하지만 소위 인간들이 '점'이라고 부르는 자기 기만적인 헛소리에 시간을 

낭비해 온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나는 켄타우로스의 지혜를 설명하기 위해서 

지금 이 자리에 온 거예요. 그것은 대단히 공평무사하고 합리적이랍니다. 우리는 

하늘에서 거대한 악의 흐름이나 혹은 때때로 나타나는 변화를 찾아내지요.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것을 깨닫기 위해서는 거의 10년쯤 걸릴지도 모릅니다." 

피렌체는 바로 해리의 머리 위에 떠 있는 붉은 별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지난 10년 동안, 저 별은 마법사들이 두 전쟁 사이의 짧은 평화 시기에 살고 

있을 뿐이라는 걸 암시해 왔어요. 전쟁의 사령인 화성이 우리의 머리 위에서 

밝게 빛나고 있죠? 저것은 머지않아 또다시 싸움이 일어날 것이라는 징조입니다. 

얼마나 빨리 일어날지 그 시기에 대해서는, 켄타우로스들이 특별한 약초와 

나뭇잎을 태워서 그 불길과 연기를 보고 예측할 수 있죠..." 

이것은 해리가 지금껏 들어 본 중에 가장 신기한 수업이었다. 그들은 교실 

바닥에서 정말로 세이지(약용 샐비어) 잎과 약초를 불에 태워 보기도 했다. 

피렌체는 그들에게 매운 연기 속에서 형상과 상징을 찾아보라고 말했다. 하지만 

학생들 중에 아무도 그가 묘사하는 징표를 발견하지 못해도 전혀 상관하지 않는 

것 같았다. 그저 인간들은 원래 이런 일에 능숙하지 못한 법이며, 

켄타우로스들도 능숙해지려면 몇 년이 걸린다고 말할 뿐이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런 것에 너무 믿고 의지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라는 말을 

덧붙였다. 왜냐하면 제아무리 켄타우로스라도 징표를 잘못 읽을 때가 있다는 

것이었다. 

피렌체는 해리가 지금까지 만난 그 어떤 인간 선생님들과도 달랐다. 자신이 

알고 있는 지식을 학생들에게 가르치는 것을 최고의 목표로 여기는 것 같지도 

않았다. 오히려 그들에게 이 세상 어떤 것도, 켄타우로스의 지식조차도 절대 

완벽한 것은 없다는 사실을 심어 주기 위해 애를 썼다. 

"결국 구체적인 말은 한 마디도 하지 않았어, 안 그래?" 

론이 약초를 태우던 불을 끄면서 나지막이 속삭였다. 

"내 말은, 나라도 곧 다가올 이 전쟁에 대해서 좀더 자세한 예언을 할 수 

있다는 거야. 그렇지 않니?" 

순간 교실 밖에서 요란하게 종이 울리자, 모두들 깜짝 놀라 펄쩍 뛰었다. 

해리는 여전히 이곳이 성 안이라는 사실을 새까맣게 잊고서 정말로 숲에 있는 

줄 착각하고 있었다. 학생들은 약간 어안이 벙벙한 표정으로 줄지어 교실을 

나왔다. 

해리와 론이 다른 아이들의 뒤를 따라서 막 나가려고 할 때, 피렌체가 그를 

불러 세웠다. 

"해리 포터, 잠깐 이야기 좀 하자." 

해리는 몸을 돌렸다. 켄타우로스가 조금 앞으로 다가왔다. 론이 머뭇거리며 

망설였다. 

"너도 남아 있어도 좋다." 

피렌체가 말했다. 

"하지만 문은 꼭 닫아라." 

론은 황급히 지시에 따랐다. 

"해리 포터, 너는 해그리드의 친구지, 그렇지 않니?" 

켄타우로스가 물었다. 

"네." 

해리가 대답했다. 

"그렇다면 해그리드에게 나의 경고를 좀 전해 주렴. 그렇게 노력해도 아무런 

소용이 없다고 말이다. 차라리 포기하는 게 낫다고 말해라." 

"노력해도 소용이 없다고요?" 

해리가 영문을 모르고 그의 말을 따라했다. 

"그리고 포기하는 게 낫다고 말이다." 

피렌체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내가 직접 해그리드에게 경고하고 싶지만, 이제 난 추방된 몸이라서 말이다. 

내가 금지된 숲에 너무 가까이 가는 건 별로 현명한 짓이 아니야. 

켄타우로스와의 전쟁이 아니더라도, 해그리드는 이미 골치 아픈 문제가 너무 

많아." 

"하지만... 해그리드가 하려고 하는 일이 뭐죠?" 

해리가 약간 불안한 듯이 물었다. 피렌체는 무표정한 얼굴로 그를 빤히 

쳐다보았다. 

"해그리드는 최근에 나에게 아주 커다란 도움을 주었단다. 게다가 나는 오래 

전부터 살아 있는 모든 동물들에게 헌신적인 애정을 보이는 그를 존경해 봤지. 

그래서 난 그의 비밀을 누설하지 않을 거야. 하지만 해그리드는 이제 그만 

정신을 차려야 해. 괜한 짓을 하고 있는 거야. 해리 포터, 그렇게 전해다오. 그럼 

잘 가거라." 

'이러쿵 저러쿵'에 인터뷰 기사가 나온 직후에 해리가 느꼈던 행복감은 벌써 

오래 전에 사라졌다. 구름 낀 3월이 폭풍우 몰아치는 4월로 변하는 동안, 그의 

인생은 또다시 걱정과 근심의 긴 연속이 된 것 같았다. 

엄브릿지는 계속해서 신비한 동물 돌보기 수업을 빠짐없이 참관했다. 그러므로 

피렌체의 경고를 해그리드에게 전하기가 무척 어려웠다. 

마침내 어느 날 해리는 '신비한 동물 사전'을 잃어버린 척 하면서 수업이 끝난 

후에 다시 해그리드를 찾아갔다. 그가 피렌체의 말을 전하자, 해그리드는 한동안 

퉁퉁 붓고 멍이 든 눈으로 그를 멍하니 쳐다보았다. 충격을 받은 것이 분명했다. 

잠시 후에 그는 비로소 정신을 차리는 것 같았다. 

"참 좋은 친구야, 피렌체는." 

해그리드가 굵고 거친 목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그 친구는 잘 모르면서 떠들고 있군. 내가 하려는 일은 아주 잘되고 

있는 걸." 

"해그리드, 도대체 무슨 일을 꾸미고 있는 거예요?" 

해리가 진지하게 물었다. 

"지금은 조심해야 해요. 엄브릿지는 벌써 트릴로니를 파면시켰어요. 그리고 

굳이 말하자면, 그 여자는 계속 잘나가고 있어요. 혹시 해그리드가 해서는 안 

되는 어떤 일을 하고 있다면, 그러다가..." 

"세상에는 직장을 지키는 것보다 더 중요한 일이 있단다." 

해그리드가 대답했다. 하지만 이 말을 하면서 손을 덜덜 떠는 바람에 크날 

똥이 잔뜩 담긴 대야를 바닥에 그대로 떨어뜨리고 말았다. 

"내 걱정은 하지 말아라, 해리. 다 괜찮아, 착한 녀석." 

해리는 바닥 위에 흩어진 똥을 치우고 있는 해그리드를 남겨 둔 채, 그냥 

돌아오는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성으로 터벅터벅 걸어가는 해리의 마음은 

납덩이처럼 무거웠다. 

한편, 선생님들과 헤르미온느가 거듭거듭 일깨워 온 것처럼, O,W,L 시험이 

점점 더 가까워 오고 있었다. 5학년 학생들 전체가 어느 정도는 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었다. 한나 아보트는 약초학 수업 시간에 왈칵 눈물을 터뜨리며 

자기는 너무 멍청해서 시험을 칠 수 없으니 이제 학교를 그만두고 싶다고 

한바탕 소란을 떤 끝에, 결국 폼프리 부인으로부터 진정 물약을 처방받은 첫 

번째 학생이 되었다. 

만약 D,A 모임이 없었더라면, 해리는 자신이 너무너무 불행하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때때로 해리는 필요의 방에서 보내는 시간 동안에만 자신이 살아 있다는 

느낌이 들곤 했다. 몸은 힘들었지만 동시에 더할 나위 없이 즐거웠고, D,A 

회원들의 실력이 쑥쑥 느는 것을 보면 자부심으로 가슴이 벅차올랐다. 해리는 

가끔씩 D,A 회원 전부가 어둠의 마법 방어술 O,W,L에서 '특출함'을 받으면 

엄브릿지가 어떤 반응을 보일지 상상해 보곤 했다. 

그들은 드디어 패트로누스 마법을 공부하기 시작했다. 모두들 연습에 지극한 

열성을 보였지만, 아무런 위협도 없을 때 환한 교실 한가운데서 패트로누스를 

불러내는 것과 디멘터와 같은 것을 맞닥뜨렸을 때 불러내는 것은 천지차이라는 

걸 해리는 계속해서 상기시켰다. 

"오, 제발 그렇게 흥 좀 깨지 마." 

부활전 전의 마지막 연습 시간이었다. 초는 필요의 방 안을 둥둥 떠다니는 

자신의 은빛 백조 패트로누스를 바라보며 신이 나서 소리쳤다. 

"너무 예쁘다!" 

"패트로누스는 보기 예쁘라고 있는 게 아니야. 널 보호하기 위해 있는 거야." 

해리는 인내심을 가지고 말했다. 

"이제 우리는 보가트나 그런 게 꼭 필요해. 나도 그렇게 배웠거든. 보가트가 

디멘터 모습을 하고 나타났을 때, 나는 패트로누스를 불러내야만 했어." 

"하지만 그건 너무 무서울 것 같아!" 

라벤더가 말했다. 그녀의 지팡이는 은색 구름이 뭉게뭉게 피어오르고 있었다. 

"난 아직도... 못하겠어!" 

라벤더가 짜증스럽게 덧붙였다. 네빌도 역시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그는 잔뜩 

얼굴을 찌푸린 채, 정신을 집중하려고 애를 썼지만 그의 지팡이 끝에서는 한 

줄기 은색 연기만 희미하게 피어오르고 있었다. 

"뭔가 행복한 기억을 떠올려야 해." 

해리가 다시 한 번 네빌에게 주의를 주었다. 

"노력하고 있어." 

네빌은 잔뜩 풀이 죽어서 말했다. 사실 어찌나 열심히 애를 썼는지 그의 

동그란 얼굴은 땀으로 번들거렸다. 

"해리, 나도 해낸 것 같아!" 

시무스가 소리쳤다. 그는 딘의 손에 이끌려서 처음 D,A 모임에 참석했다. 

"이거 봐... 이런... 사라졌네... 하지만 분명히 뭔가 털 달린 짐승이었어, 해리!" 

헤르미온느의 패트로누스는 은빛 수달이었는데, 그녀 주위를 뛰놀고 있었다. 

"정말 멋지다, 안 그러니?" 

헤르미온느는 그것을 애정 어린 눈길로 정신없이 바라보았다. 

그때 필요의 방문이 열렸다가 다시 닫혔다. 해리는 돌아서서 누가 들어오는지 

쳐다보았다. 하지만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잠시 후에 해리는 문가에 서 있는 

사람들이 갑자기 조용해졌다는 것을 깨달았다. 곧이어 뭔가 무릎 근처에서 

자신의 망토를 잡아당기고 있다는 걸 알아차렸다. 밑을 내려다보자, 뜻밖에도 

집요정 도비가 평소처럼 여덟 개의 털모자를 머리에 쓰고 그를 빤히 올려다보고 

있었다. 

"안녕, 도비! 무슨 일이지? 뭐가 잘못됐니?" 

해리가 묻자, 도비의 눈이 두려움으로 휘둥그레지면서 온몸을 부들부들 떨기 

시작했다. 해리 근처에 서 있던 D,A 회원들은 조용히 입을 다물고 모두들 

도비를 쳐다보았다. 몇몇 사람들이 간신히 불러낸 패트로누스들이 희미한 은색 

연기가 되어 사라지자, 방 안이 전보다 어두워진 것처럼 느껴졌다. 

"해리 포터..." 

도비가 머리부터 발끝까지 덜덜 떨면서 꽥꽥거렸다. 

"해리 포터... 도비는 경고를 해드리려고 왔어요... 하지만 집요정들은 절대 

말해서는 안 된다는 주의를 받았어요..." 

도비는 머리를 숙이고 벽을 향해서 돌진했다. 스스로 자기 자신을 벌하는 

도비의 습관을 한 번 경험한 바가 있는 해리는 재빨리 그를 붙잡으려고 했다. 

하지만 도비는 그저 돌 벽에 부딪쳐 다시 튕겨 나올 뿐이었다. 머리에 쓴 여덟 

개의 모자 덕분이었다. 헤르미온느와 다른 여학생들은 도비가 가엾고 

걱정스러워서 비명을 질렀다. 

"무슨 일이야, 도비?" 

해리가 집요정의 가느다란 팔을 붙잡으며 물었다. 어떤 물건이든 또다시 그를 

다치게 할 만한 것으로부터 떼어 놓기 위해서였다. 

"해리 포터... 그 여자가... 그 여자가..." 

도비는 붙잡히지 않은 다른 한 손으로 자신의 코를 힘껏 내리쳤다. 해리는 

그쪽 팔도 얼른 잡았다. 

"그 여자가 누구지, 도비?" 

하지만 해리는 그 여자가 누군지 알 것 같았다. 도비를 그토록 공포에 떨게 

만들 수 있는 여자는 단 한 사람뿐이었다. 집요정은 약간 사팔뜨기처럼 보이는 

눈으로 그를 올려다보며 소리 없이 입을 움직였다. 

"엄브릿지?" 

해리가 두려워하며 물었다. 도비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해리의 무릎에 머리를 

쾅 부딪치려고 했다. 해리는 두 팔을 뻗어 그를 막았다. 

"그 여자가 뭘 어쨌다는 거지, 도비? 설마 여길 발견한 건 아니겠지? 우리에 

대해서? D,A에 대해서?" 

해리는 잔뜩 겁에 질린 도비의 표정에서 그 대답을 읽었다. 해리에게 두 팔을 

붙잡힌 도비는 자기 발로 자신을 걷어차려고 했다. 

"그 여자가 오고 있니?" 

해리가 조용히 물었다. 도비는 크게 신음 소리를 한 번 내더니 대답했다. 

"그래요, 해리 포터. 맞아요!" 

고개를 든 해리는, 몸부림치는 집요정을 겁에 질린 얼굴로 꼼짝하지 않고 서서 

응시하고 있는 아이들을 둘러보았다. 

"도대체 뭘 기다리고 있는 거야? 어서 달려!" 

해리가 버럭 고함을 질렀다. 

아이들은 일제히 입구를 향해 우르르 달려갔다. 한꺼번에 문쪽으로 몰려든 

아이들은 밖으로 뛰쳐나갔다. 해리는 아이들이 전속력으로 복도를 달려가는 

소리를 들으며, 부디 아이들이 정신을 차리고 곧장 기숙사 침실로 향하지 않기를 

바랐다. 지금은 겨우 아홉시 십 분 전이었다. 차라리 좀더 가까이 있는 

도서관이나 부엉이 장으로 몸을 숨기면 좋을 텐데... 

"해리, 어서!" 

밖으로 나가기 위해 몸싸움을 벌이고 있는 사람들 틈에서 헤르미온느가 

소리를 질렀다. 해리는 아직도 자기 자신을 벌주려고 애를 쓰고 있는 도비를 

붙잡았다. 그리고 집요정과 팔짱을 낀 채, 길게 줄지어 서 있는 사람들 쪽으로 

달려가서 섰다. 

"도비, 이건 명령이야. 다른 집요정들이 있는 부엌으로 돌아가. 혹시 그 여자가 

나에게 미리 귀띔을 해주지 않았느냐고 묻거든, 아니라고 거짓말을 해! 그리고 

자기 자신을 아프게 하는 짓도 그만둬!" 

해리는 이 말을 덧붙이고 도비를 놓아 주었다. 그가 제일 마지막으로 문턱을 

넘어서자, 방문이 쾅 하고 닫혔다. 

"고맙습니다, 해리 포터!" 

도비가 인사를 하고 종종걸음으로 내달았다. 해리는 좌우를 재빨리 

살펴보았다. 모두들 어찌나 동작이 빠른지, 양쪽 복도 끝에서 홱 돌아서는 

발뒤꿈치만이 잠깐 보였다가 곧 사라졌다. 해리는 오른쪽으로 뛰기 시작했다. 그 

앞쪽에는 남학생 욕실이 있었다. 그곳까지 무사히 도착하기만 하면 계속 그곳에 

있었던 것처럼 꾸며 댈 수 있을 것이다. 

"어이쿠!" 

뭔가가 그의 발목 근처를 붙잡았다. 해리는 우당탕 요란하게 넘어지면서 

앞으로 2미터쯤 멋지게 미끄러졌다. 누군가 뒤에서 깔깔거리며 웃고 있었다. 

몸을 뒹글며 뒤를 돌아보니 말포이가 용 모양의 흉측한 꽃병 밑에 숨어 있었다. 

"포터, 체포 주문이야!" 

말포이가 소리쳤다. 

"교수님, 여기요! 교수님! 제가 잡았어요!" 

엄브릿지가 복도 저 끝에서 허둥지둥 달려왔다. 숨을 헐떡이면서도 싱글싱글 

좋아서 어쩔 줄 몰랐다. 

"바로 그 녀석이로구나!" 

복도에 쓰러진 해리를 보자, 엄브릿지가 탄성을 질렀다. 

"훌륭해! 아주 훌륭해, 드레이코! 슬리데린에 50점이다! 이 녀석은 내가 

데려가겠다. 일어서라, 포터!" 

해리는 두 사람을 노려보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엄브릿지가 저렇게 좋아하는 

모습은 지금껏 본 적이 없었다. 엄브릿지는 범죄자라도 체포한 듯이 그의 팔을 

붙잡고 말포이를 보며 활짝 웃었다. 

"너는 얼른 달려가서 혹시 다른 녀석들이 또 없는지 살펴보렴, 드레이코." 

엄브릿지가 말했다. 

"그리고 다른 아이들에게는 도서관도 한 번 살펴보라고 해라. 혹시 숨이 차서 

헉헉대는 녀석들이 없는지, 욕실도 둘러봐. 여학생 욕실은 파킨슨 양이 

둘러보도록, 어서 가라. 그리고 너..." 

말포이가 쏜살같이 그곳을 떠나자, 엄브릿지는 가장 부드럽고 가장 위협적인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넌 나와 함께 교장 선생님 방으로 가자, 포터." 

몇 분 후에 그들은 이무기 석상 앞에 도착했다. 해리는 도대체 몇 명이나 

붙잡혔을까 걱정스러웠다. 이 사실이 알려지면 론은 위즐리 부인 손에 무사하지 

못할 것이다. 또 헤르미온느는 O,W,L도 못 치러 보고 퇴학을 당하면 어떻게 

생각할까... 심지어 시무스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네빌은 몰라보게 실력이 느는 

중이었는데... 

"피징 위즈비." 

엄브릿지가 암호를 대자, 이무기 석상이 펄쩍 옆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벽이 

갈라졌다. 그들은 움직이는 돌계단을 타고 위로 올라갔다. 그리핀 모양의 

손잡이가 달린, 광택 나는 문 앞에 도착하자, 엄브릿지는 노크도 하지 않고 

해리를 꽉 붙잡은 채, 성큼성큼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방 안은 사람들로 붐볐다. 덤블도어는 손끝을 가지런히 모으고 평온한 얼굴로 

책상 앞에 앉아 있었다. 바로 뒤에는 맥고나걸 교수가 서 있었다. 그녀의 얼굴은 

잔뜩 긴장한 것 같았다. 난로 옆에서는 마법부 장관인 코넬리우스 퍼지가 앞뒤로 

몸을 흔들며 서 있었다. 이런 상황에 대해서 무척 기뻐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킹슬리 샤클볼트와 해리가 처음 보는, 우락부락한 인상에 머리가 짧고 뻣뻣한 

마법사가 보초처럼 문 양쪽을 지키고 서 있었다. 벽 쪽으로 주근깨가 나고 

안경을 쓴 퍼시 위즐리가 신이 나서 어슬렁거리고 있었다. 손에는 깃펜과 묵직한 

양피지 두루마리를 든 채, 받아 적을 만반의 태세를 갖추고 있는 게 분명했다. 

오늘 밤에는 옛날 교장 선생님들의 초상화들도 잠자는 시늉을 하지 않았다. 

모두들 바싹 긴장한 얼굴로 무슨 일이 벌어질까 진지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해리가 방 안으로 들어오는 것을 보고, 몇 명은 재빨리 옆 초상화로 자리를 

옮겨서 황급히 귓속말을 속삭이기도 했다. 

문이 닫히자, 엄브릿지가 해리를 꽉 붙잡고 있던 손을 놓았다. 코넬리우스 

퍼지는 사악한 만족감에 가득 찬 얼굴로 그를 노려보았다. 

"좋아." 

그가 중얼거렸다. 

"그래, 그래..." 

해리는 자신이 지을 수 있는 가장 비열한 표정으로 그에 맞섰다. 그의 심장은 

미친 듯이 두근거리고 있었지만, 그의 머릿속은 이상할 정도로 냉정하고 

또렷했다. 

"그는 그리핀도르 탑으로 돌아가는 중이었어요." 

엄브릿지가 말했다. 그녀의 목소리는 흥분으로 잔뜩 들떠 있었다. 트릴로니 

교수가 현관 복도에서 슬픔을 못 이기고 무너지는 모습을 보았을 때, 엄브릿지의 

말투에서 배어 나오던 잔인한 즐거움이 고스란히 다시 느껴졌다. 

"말포이 학생이 그를 붙잡았죠." 

"아, 그래요? 그랬단 말이죠." 

퍼지가 감탄하듯이 말했다. 

"잊지 말고 루시우스에게 그 이야기를 전해 줘야겠군요. 자, 포터... 네가 여기 

왜 왔는지 그 이유를 알겠지?" 

해리는 당당하게 '네'라고 대답할 작정이었다. 하지만 그가 입을 열고 그 말을 

막 내뱉으려고 하는 순간, 덤블도어의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덤블도어는 정확히 

해리 쪽이 아니라, 그의 어깨 너머 어느 한 지점을 뚫어져라 보고 있었다. 

하지만 해리가 그를 보는 순간, 덤블도어의 고개가 양쪽 옆으로 살짝 움직였던 

것이다. 

해리는 말을 하던 도중에 황급히 방향을 급선회했다. 

"예... 아니요." 

"뭐라고?" 

퍼지가 물었다. 

"모릅니다." 

해리가 분명하게 대답했다. 

"네가 여기 왜 왔는지 그 이유를 모른단 말이냐?" 

"네, 모릅니다." 

퍼지는 기가 막힌다는 표정으로 해리와 엄브릿지 교수를 번갈아 쳐다보았다. 

해리는 잠깐 퍼지의 시선이 다른 곳으로 향하는 틈을 타서 재빨리 덤블도어의 

표정을 훔쳐보았다. 양탄자를 내려다보고 있던 덤블도어가 살짝 고개를 끄덕이며 

눈을 찡긋했다. 

"아무 생각이 없단 말이지?" 

퍼지가 잔뜩 비꼬는 어조로 말했다. 

"엄브릿지 교수가 왜 널 이곳까지 데리고 왔는지, 네가 학교의 규칙을 어기고 

있다는 걸 몰랐단 말이냐?" 

"학교의 규칙이라고요? 아니요." 

해리는 대답했다. 

"아니면 마법부의 법령도?" 

퍼지가 화가 나서 다시 물었다. 

"전혀 모르겠는데요." 

해리는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그의 심장은 여전히 빠르게 뛰고 

있었다. 퍼지가 혈압이 올라서 펄펄 뛰는 꼴을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거짓말을 

한 보람이 있었다. 그렇지만 도대체 이 상황에서 어떻게 빠져나갈 수 있을지는 

여전히 알 수 없었다. 만약 누군가 D,A에 대해서 엄브릿지에게 고자질을 했다면, 

그 모임의 주동자인 그는 지금 당장 짐을 싸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이것도 처음 듣는 소식이겠군." 

퍼지가 애써 분노를 참느라 목이 메어 말했다. 

"이 학교 내에서 불법적인 학생 조직이 발견되었다는 소식 말이야." 

"네, 그렇습니다." 

해리는 아무것도 모르고 깜짝 놀라는 표정을 짓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장관님, 제 생각에는 우리의 정보 제공자를 이 자리에 데려오는 것이 훨씬 

빠를 것 같습니다." 

퍼지 옆에 서 있던 엄브릿지는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 그래요." 

퍼지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엄브릿지가 방을 나가자, 악의에 찬 눈초리로 

덤블도어를 노려보았다. 

"정직한 목격자만큼 확실한 건 없지요, 안 그렇소, 덤블도어?" 

"그렇고말고요, 코넬리우스." 

덤블도어는 고개를 약간 숙인 채, 진지하게 대답했다. 

몇 분이 흐르는 동안, 아무도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지 않았다. 잠시 후에 

해리의 등 뒤에서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엄브릿지가 초의 곱슬머리 친구인 

마리에타의 어깨를 붙잡고 방 안으로 들어왔다. 그녀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있었다. 

"겁낼 것 없다. 얘야. 겁내지 마." 

엄브릿지 교수는 그녀의 어깨를 두드리며 간드러지게 말했다. 

"괜찮다. 넌 옳은 일을 한 거야. 장관님께서도 네가 한 일을 무척 기뻐하고 

계신단다. 네 어머니께 네가 얼마나 훌륭한 학생인지 직접 말씀드릴 거야." 

엄브릿지는 고개를 들고 퍼지를 쳐다보며 말을 이었다. 

"장관님, 마리에타의 어머니는 마법 교통부의 플루 가루 네트워크 사무국에 

있는 에지콤 여사랍니다. 그녀는 우리가 호그와트의 벽난로들을 감시하는 것을 

도와주고 있지요." 

"그렇군, 그래!" 

퍼지가 진심으로 기뻐했다. 

"그 어머니의 그 딸이야. 그래, 이리 와라, 고개를 들렴. 부끄러워하지 말고, 

어디 네 이야기를 좀 들어 볼까... 어이쿠 이런!" 

마리에타가 고개를 드는 순간, 퍼지는 화들짝 놀라며 뒤로 펄쩍 물러났다. 그 

바람에 거의 난로 위에 주저앉을 뻔했다. 퍼지는 욕설을 퍼부으며 불이 붙어서 

연기가 피어오르는 망토자락을 발로 밟았다. 마리에타는 왈칵 울음을 터뜨리며 

망토 깃을 눈 밑에까지 끌어올렸다. 하지만 보라색 물집이 마구 돋아서 끔찍하게 

변해 버린 그녀의 얼굴을 이미 모든 사람들이 본 이후였다. 그녀의 코와 뺨을 

뒤덮은 물집은 '밀고자'란 글씨를 선명하게 나타내고 있었다. 

"그 물집은 신경 쓰지 마라." 

엄브릿지가 신경질적으로 말했다. 

"당장 그 망토를 치우고 장관님께 말씀드려라..." 

하지만 마리에타는 또다시 입을 막고 흐느끼며 세차게 고개를 저었다. 

"좋다. 멍청한 계집애. 내가 직접 말씀드리지." 

엄브릿지가 쏘아붙였다. 그러고는 금방 가증스런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장관님, 오늘 저녁 식사가 끝난 직후에 에지콤 양이 제 방으로 

찾아왔었습니다. 그리고 뭔가 저에게 할 말이 있다고 하더군요. 그녀의 말이. 

소위 필요의 방이라고 불리는, 7층에 있는 비밀의 방으로 가면 저에게 도움이 될 

만한 사실을 발견할 거라는 것이었습니다. 제가 좀더 자세히 캐묻자, 그녀는 

거기서 일종의 모임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걸 인정했습니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이 대목에서 바로 이 저주가 (엄브릿지는 짜증스럽게 마리에타의 감추어진 

얼굴을 가리켰다) 효력을 발생하는 바람에, 이 여학생이 거울에 비친 자기 

얼굴을 보고 너무 겁에 질려서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답니다." 

"자, 얘야." 

퍼지는 마치 자신이 자애로운 아버지라도 되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마리에타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엄브릿지 교수를 찾아가다니 아주 용감하구나. 넌 분명히 올바른 일을 한 

거야. 그럼 이제 그 모임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말해 주겠니? 목적이 뭐였지? 

거기에 누가 있었니?" 

하지만 마리에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다만 겁에 질린 두 눈을 크게 뜨며 

완강하게 고개를 저을 뿐이었다. 

"이 저주를 풀 수 있는 반대 주문은 없소?" 

퍼지가 마리에타의 얼굴을 가리키며 엄브릿지에게 짜증스럽게 물었다. 

"아직까지 찾지 못했습니다." 

엄브릿지는 마지못해 대답했다. 해리는 헤르미온느의 주문 거는 실력에 대해서 

무한한 자부심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아이가 대답을 하든 말든 아무런 상관이 없습니다. 충분히 상황을 설명할 

수 있으니까요. 장관님께서도 제가 지난 10월에 보내 드린 보고서를 기억하실 

겁니다. 포터가 호그스미드에 있는 호그스 해드에서 학생들을 만났다는 보고서 

말입니다." 

"그 일에 대해서는 무슨 증거가 있나요?" 

맥고나걸 교수가 날카롭게 말을 잘랐다. 

"미네르바, 나는 윌리 위더쉰스의 증언을 들었어요. 그 시간에 우연히 그 

술집에 있었다고 하더군요. 비록 온몸을 붕대로 칭칭 감고 있기는 했지만, 그의 

청력은 아주 말짱했어요." 

엄브릿지가 거드름을 피우며 말했다. 

"그는 포터가 하는 말을 빠짐없이 듣고 곧장 학교로 와서 나에게 보고했죠." 

"오, 그래서 그가 화장실들을 몽땅 엉망으로 만들고도 무사할 수 있었던 

거로군요!" 

맥고나걸 교수가 눈을 치켜뜨며 분개했다. 

"우리의 법 체계에 대해서 참으로 흥미로운 생각을 갖게 하는군요!" 

"속이 빤히 들여다보이는 부정행위야!" 

덤블도어의 책상 뒤에 걸린, 빨간 코의 뚱뚱한 마법사 초상화가 언성을 

높였다. 

"우리 때는 마법부가 결코 시정잡범들과 협상을 하지 않았소. 그렇고말고, 

절대로 안했지!" 

"고맙소, 포테스큐.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덤블도어가 조용히 말했다. 

"포터가 학생들을 만난 목적은 그들을 설득해서 불법적인 조직에 

가담시키려는 것이었습니다." 

엄브릿지가 말을 이었다. 

"그 조직의 목표는 마법부에서 학생 시절에는 배우기 부적합하다고 판단한 

주문과 저주들을 배우는 것입니다." 

"돌로레스, 거기서 뭔가 잘못 아신 것 같군요." 

덤블도어가 매부리코 위로 반쯤 흘러내린 반달 모양의 안경 너머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해리는 그를 빤히 쳐다보았다. 도대체 덤블도어가 무슨 말을 해서 그를 이 

상황에서 구해 낼지 알 수 없었다. 윌리 위더쉰스가 정말로 그가 호그스 

해드에서 한 말을 모두 들었다면, 도망칠 구멍은 없었다. 

"오호!" 

퍼지가 다시 펄쩍 뛰면서 소리쳤다. 

"좋아요. 어디 포터를 이 곤경에서 구해 내기 위해서 가장 최근에 지어낸 

엉터리 같은 이야기를 한번 들어 봅시다. 어서 계속해 봐요, 덤블도어. 어서... 

윌리 위더쉰스가 거짓말을 하는 건가요? 그렇지 않으면 그날 호그스 해드에 

포터와 똑같이 생긴 쌍둥이 형제라도 있었단 말이오? 아니면 시간이 거꾸로 

간다든가 죽음 사람이 다시 되살아난다든가, 눈에 안 보이는 두 명의 디멘터가 

나타났다는 따위의 평범하고 간단한 해명이 또 있단 말이오?" 

퍼시 위즐리가 이 말을 듣자, 껄껄 웃었다. 

"아주 훌륭하십니다, 장관님. 아주 훌륭하세요!" 

해리는 그를 한 대 걷어차 주고 싶었다. 하지만 놀랍게도 덤블도어는 빙그레 

미소만 짓고 있었다. 

"코넬리우스, 그날 호그스 해드에 해리가 있었다는 사실은 부정하지 않소. 

틀림없이 해리도 마찬가지일 거요. 또한 어둠의 마법 방어술 모임에 가입할 

학생들을 모집하려고 했다는 사실 또한 인정하오. 내가 지적하고 싶은 것은, 

단지 그런 모임이 불법이라고 주장하는 돌로레스가 틀렸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을 뿐이오. 혹시 기억할지 모르지만, 모든 학생 모임을 금지하는 마법부의 

법령은 해리가 호그스미드 모임을 가진 지 이틀이 지난 후에나 공포된 것이오. 

그러니 해리는 호그스 해드에서 어떤 법도 어기지 않은 셈이오." 

퍼시는 마치 누군가에게 세게 한 대 얻어맞은 듯한 표정이 되었다. 한편 

퍼지는 입을 딱 벌린 채, 동작을 멈추고 가만히 서 있었다. 

엄브릿지가 제일 먼저 정신을 차렸다. 

"그건 다 좋습니다. 교장 선생님." 

엄브릿지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하지만 이제는 교육 법령 24조가 공포된 지도 거의 6개월이나 지났습니다. 첫 

번째 모임이 불법이 아니었다고 하더라도, 그 이후에 일어난 일들은 불법이 

확실합니다." 

덤블도어는 깍지 낀 손가락 너머로 엄브릿지를 예의 바르게 살펴보며 입을 

열었다. 

"그 법령이 공포된 이후에도 그들이 계속 모였다면 분명히 그렇겠죠. 하지만 

그런 모임이 계속되었다는 어떤 증거라도 있습니까?" 

덤블도어가 말을 하는 동안, 해리는 등 뒤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를 들었다. 

처음에는 킹슬리가 뭐라고 속삭이는 줄 알았다. 곧이어 뭔가 그의 옆구리를 

스치고 지나가는 것을 느꼈다. 바람이나 혹은 새의 날개처럼 아주 부드러운 

것이었다. 하지만 밑을 내려다보니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증거라고요?" 

엄브릿지가 두꺼비처럼 입을 쫙 벌리며 끔찍한 미소를 지었다. 

"지금까지 쭉 듣지 않으셨나요, 덤블도어? 에지콤 양이 여길 왜 왔다고 

생각하시나요?" 

"오, 그렇다면 저 학생이 우리에게 지난 6개월 동안 모임이 있었다는 말을 할 

수 있단 말인가요?" 

덤블도어가 눈썹을 추켜올리며 말했다. 

"내가 듣기로는 그저 오늘 밤에 무슨 모임이 있었다는 말을 하는 것 

같던데요." 

"에지콤 양." 

엄브릿지가 즉시 말했다. 

"이 모임이 얼마나 오래되었는지 말해 봐요. 그저 고개를 끄덕이거나 흔들기만 

해도 괜찮아요. 그런다고 절대로 물집이 더 심해지지는 않아요. 지난 6개월 동안 

그들이 정기적으로 만났었나요?" 

해리는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것 같았다. 이제 덤블도어도 어떻게 할 수 

없는 결정적인 증거와 맞부딪히게 된 것이다. 

"그냥 고개를 끄덕이거나 흔들기만 해요." 

엄브릿지가 마리에타를 살살 달랬다. 하지만 잔뜩 끌어올린 망토 깃과 늘어진 

머리카락 사이로 보이는 것이라곤 그녀의 두 눈뿐이었다. 불빛 때문인지는 

몰라도, 마리에타의 두 눈은 이상하게 텅 빈 것 같았다. 다음 순간 해리는 

기절할 듯 놀랐다. 그녀가 고개를 옆으로 저었던 것이다. 

엄브릿지는 재빨리 퍼지 쪽을 한 번 살펴보더니 다시 마리에타를 보았다. 

"내 질문을 이해하지 못한 것 같군요. 그렇죠? 나는 지금 지난6개월 동안 그 

모임에 갔었는지 묻고 있는 거예요. 안 그런가요?" 

또다시 마리에타는 고개를 저었다. 

"고개를 젓는 게 무슨 뜻이지?" 

엄브릿지가 시험을 하듯이 또다시 물었다. 

"마리에타의 뜻은 이제 분명히 전달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맥고나걸 교수가 거세게 나섰다. 

"지난 6개월 동안 비밀 모임 같은 건 없었던 거죠? 맞나요, 에지콤 양?" 

마리에타가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오늘 밤에는 분명 모임이 있었어요!" 

엄브릿지가 벌컥 화를 냈다. 

"에지콤 양, 분명히 필요의 방에서 모임이 있었다고 나에게 말했잖아요! 

그리고 포터가 그 모임의 주동자죠? 포터가 그 모임을 만들지 않았나요? 도대체 

넌 왜 자꾸 고개만 젓는 거지?" 

"대개 사람들이 고개를 저을 때에는 '아니'라는 뜻이죠." 

맥고나걸 교수가 냉정하게 말했다. 

"그러니까 에지콤 양이 혹시 인간에게 아직껏 알려지지 않은 몸짓 언어를 

쓰는 게 아니라면..." 

그 순간 엄브릿지 교수가 마리에타를 꽉 움켜잡더니 자기를 똑바로 마주 

보도록 돌려세우고는 마구 흔들기 시작했다. 그러자 덤블도어 교수가 당장 

지팡이를 치켜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킹슬리도 동시에 앞으로 걸어 나왔다. 

엄브릿지는 얼른 마리에타를 놓더니 마치 불에 덴 사람처럼 두 손을 흔들며 

물러났다. 

"내 학생들을 함부로 다루는 걸 절대 용납할 수 없소, 돌로레스." 

덤블도어는 처음으로 몹시 화가 난 표정이었다. 

"엄브릿지 여사, 진정하시는 게 좋겠군요." 

킹슬리가 굵고 느린 목소리로 말했다. 

"말썽을 일으키고 싶지는 않으시겠죠." 

"아니에요." 

엄브릿지가 자기 앞에 우뚝 선 킹슬리를 올려다보며 말했다. 

"내 말은... 그래요, 당신이 옳아요. 샤클볼트, 잠시 내...내가 자신을 잊고 

있었어요." 

마리에타는 엄브릿지가 손을 놓은 그 자리에서 꼼짝도 하지 않고 서 있었다. 

엄브릿지의 갑작스런 공격에 놀라거나, 혹은 그녀의 손아귀에서 풀려나서 

안도하는 기색도 전혀 보이지 않았다. 그저 여전히 망토 깃을 몽롱한 눈 밑까지 

끌어올린 채, 뚫어져라 앞을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그 순간 킹슬리의 말소리와 그의 옆구리를 스치고 지나갔던 무언가와 

관련해서 퍼뜩 해리의 머릿속에 떠오르는 의혹이 있었다. 

"돌로레스, 오늘 밤의 그 모임 말이오. 우리는 분명히 있었다고 확신하는데..." 

"네." 

엄브릿지는 자신을 추스르려고 애를 쓰며 말했다. 

"그렇습니다... 에지콤 양이 제게 그 사실을 알려 준 후에 저는 당장 믿을 수 

있는 학생들을 데리고 7층으로 향했습니다. 모임 현장에서 그들을 잡으려고 

말이죠. 하지만 그들은 제가 도착하기 전에 미리 눈치를 챈 것이 분명합니다. 

왜냐하면 우리가 7층에 도착했을 때 그들은 온 사방으로 도망치고 있었으니까요. 

하지만 상관없습니다. 제가 여기 그들의 이름을 전부 가지고 있습니다. 파킨슨 

양이 저 대신 필요의 방으로 뛰어 들어가서 혹시 뭔가 남기고 간 게 없을까 

찾아보았답니다. 우리는 증거가 필요했는데, 결국 그 방에서 찾았죠." 

순간 해리는 공포에 사로잡혔다. 엄브릿지가 호주머니에서 필요의 방 벽에 

꽂혀 있었던 명단을 꺼내어 퍼지에게 건네주었던 것이다. 

"이 명단에 적혀 있는 포터의 이름을 보는 순간, 이게 무슨 명단인지 

알아차렸죠." 

엄브릿지는 조용히 말했다. 

"훌륭해요. 아주 훌륭해, 돌로레스." 

퍼지는 만면에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오, 이런..." 

퍼지는 덤블도어를 노려보았다. 그는 아직도 손에 지팡이를 쥔 채. 마리에타 

옆에 서 있었다. 

"이 아이들이 뭐라고 모임 이름을 지었는지 보시겠소? 덤블도어의 군대요." 

퍼지가 나지막이 말했다. 덤블도어는 손을 내밀더니 퍼지에게서 양피지를 

건네받았다. 그리고 몇 달 전에 헤르미온느가 쓴 모임 이름을 보고 잠시 할 말을 

잃은 듯이 보였다. 잠시 후에 덤블도어는 빙그레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들었다. 

"좋소. 게임은 끝났군." 

덤블도어가 순순히 말했다. 

"코넬리우스, 내가 직접 쓴 자필 고백서가 필요하오? 아니면 이 증거물 앞에 

있는 진술이면 충분하겠소?" 

해리는 서로 얼굴을 쳐다보고 있는 맥고나걸 교수와 킹슬리를 바라보았다. 두 

사람 얼굴에는 두려움이 가득했다. 해리는 도대체 어떻게 돌아가는 것인지 

영문을 알 수 없었다. 그것은 퍼지도 마찬가지인 것 같았다. 

"진술이라고? 난 도무지...?" 

퍼지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덤블도어의 군대 말이오. 코넬리우스." 

덤블도어 교수는 여전히 미소를 지으며, 이름이 적힌 종이를 코넬리우스의 

코앞에 대고 흔들었다. 

"포터의 군대가 아니라, 덤블도어의 군대 말이오." 

"하지만... 하지만..." 

갑자기 퍼지의 얼굴에 뭔가를 깨달았다는 듯한 표정이 떠올랐다. 퍼지는 헉 

소리를 내며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주춤주춤 뒤로 물러나다가 다시 난로에 

엉덩이가 닿자, 펄쩍 뛰었다. 

"당신이?" 

퍼지는 또다시 연기가 피어오르는 망토를 발로 밟으며 속삭였다. 

"그렇소." 

덤블도어가 유쾌하게 말했다. 

"당신이 이 모임을 조직했단 말이오?" 

"맞소." 

덤블도어가 대답했다. 

"이 학생들을 다...당신의 군대로 선발했단 말이오?" 

"오늘 밤이 첫 번째 모이기로 한 날이었소." 

덤블도어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저 이 학생들이 내 편에 가담할 의사가 있는지 없는지 알아보려는 

것이었소. 물론 이제 보니 에지콤 양을 초대한 건 실수였소." 

마리에타가 고개를 끄덕였다. 퍼지는 가슴을 벌렁거리며 마리에타와 

덤블도어를 번갈아 쳐다보았다. 

"그렇다면 그동안 당신은 나에게 맞설 음모를 꾸며 왔던 거로군!" 

퍼지가 고함을 질렀다. 

"바로 그렇소." 

덤블도어가 씩씩하게 말했다. 

"아니에요!" 

해리가 소리쳤다. 그러자 킹슬리가 얼른 경고하는 듯한 표정으로 그를 

쳐다보았다. 맥고나걸 교수 또한 조용히 하라는 듯이 눈을 크게 떴다. 하지만 

갑자기 덤블도어 교수가 어떻게 하려는지 깨닫게 되자, 해리는 도저히 그냥 있을 

수가 없었다. 

"안 돼요! 덤블도어 교수님!" 

"조용히 해라, 해리. 그러지 않으면 내 방에서 그만 내보낼 수밖에 없다." 

덤블도어가 침착하게 말했다. 

"그래, 입 닥쳐! 포터!" 

퍼지가 버럭 소리쳤다. 그는 여전히 두려움과 기쁨이 오락가락하는 표정으로 

덤블도어를 노려보고 있었다. 

"이런, 이런... 나는 포터를 내쫓을 생각으로 오늘 밤 여기 왔는데... 그 대신..." 

"그 대신 나를 체포하게 되었군." 

덤블도어가 빙그레 웃었다. 

"크넛을 잃고 갈레온을 주운 셈 아닌가?" 

"위즐리!" 

이제 퍼지는 기뻐서 어쩔 줄 모르는 목소리로 소리쳤다. 

"위즐리, 그가 하는 말을 모두 받아 적었나? 한 마디도 빠짐없이, 그의 자백을 

모두 적었어?" 

"예, 그런 것 같습니다, 장관님." 

퍼시가 열성적으로 대답했다. 어찌나 급하게 받아 적었는지 그의 코에까지 

잉크가 얼룩져 있었다. 

"그가 어떻게 마법부에 대항하여 군대를 조직하려고 했는지, 어떻게 나를 

실각시키려고 공작을 벌였는지도 모두 적었지?" 

"예, 장관님. 모두 적었습니다!" 

퍼시가 의기양양하게 자신이 받아 적은 기록을 살펴보며 대답했다. 

"아주 잘했네. 그럼 그 기록을 복사해서 지금 당장 '예언자 일보'로 한 부 

보내도록 하게나, 위즐리. 속달 부엉이를 보내면, 내일 아침 신문에 실을 수 있을 

거야!" 

퍼시는 문을 쾅 닫으며 쏜살같이 밖으로 튀어 나갔다. 퍼지는 덤블도어를 향해 

천천히 돌아섰다. 

"이제 당신을 마법부로 데려가겠소. 그곳에서 당신은 공식 기소되어 재판이 

열릴 때까지 아즈카반에 수감될 거요!" 

"그렇군, 그래. 이제 우리는 작은 난관에 부딪힌 것 같구려." 

"난관이라고?" 

퍼지의 목소리는 여전히 기쁨으로 떨리고 있었다. 

"난 전혀 모르겠는데, 덤블도어!" 

"내 말은 내가 그렇다는 거였소." 

덤블도어가 변명하듯이 말했다. 

"아, 그렇소?" 

"당신은 내가... 뭐라고 할까?... 그러니까 순순히 따라갈 거라는 착각 속에 

사로잡혀 있는 모양인데, 미안하지만 난 절대로 순순히 따라갈 생각이 없소. 

코넬리우스, 절대로 아즈카반에 들어갈 의향이 없단 말이오. 물론 일단 

들어갔다가 도망쳐 나올 수도 있겠지만, 그게 무슨 시간 낭비겠소. 솔직히 그것 

말고도 할 수 있는 온갖 다른 방법들을 생각해 낼 수 있는데 말이오." 

엄브릿지의 얼굴이 점점 더 빨개졌다. 그녀는 마치 속에서 부글부글 끓는 물이 

넘쳐나는 것처럼 보였다. 한편 퍼지는 완전히 얼빠진 표정으로 덤블도어를 

바라보고 있었다. 갑작스럽게 한 대 얻어맞고서 방금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영문을 모르는 사람 같았다. 퍼지는 목이 졸리는 듯한 신음 소리를 내더니 

킹슬리와 짧은 회색 머리 남자를 돌아보았다. 그 남자는 이 방안에서 지금까지 

단 한 마디도 하지 않은 유일한 인물이었다. 그는 퍼지에게 안심하라는 듯이 

고개를 한 번 끄덕이더니 벽에서 떨어져서 앞으로 몇 발짝 걸어 나왔다. 해리는 

그 남자의 손이 아주 자연스럽게 호주머니 속으로 들어가려는 것을 보았다. 

"어리석은 짓 하지 말게나, 도울리쉬." 

덤블도어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난 자네가 아주 뛰어난 오러라는 걸 알고 있네. 자네가 N,E,W,T에서 모든 

분야에 걸쳐 '특출함'을 받았다는 것도 기억하고 있어. 하지만 만약 자네가... 어... 

날 강제로 끌고 가려고 하면, 다칠지도 모르네." 

도울리쉬라고 불린 그 남자는 바보처럼 눈만 끔벅끔벅했다. 그리고 이제는 

어떻게 해야 할지 다음 지시를 내려 달라는 듯이, 다시 퍼지를 쳐다보았다. 

"그러니까 자네는 혼자서 도울리쉬, 샤클볼트, 돌로레스 그리고 나와 맞서 

보겠다는 건가, 덤블도어?" 

"멀린의 수염에 맹세코, 그건 아닐세." 

덤블도어가 씽끗 웃었다. 

"자네가 날 억지로 끌고 가려는 어리석은 짓만 하지 않는다면 말일세." 

"덤블도어는 혼자가 아닐 겁니다!" 

맥고나걸 교수가 망토 안으로 손을 찔러 넣으며 큰 소리로 외쳤다. 

"아니오, 미네르바! 호그와트는 당신이 필요하오!" 

덤블도어는 황급히 그녀를 만류했다. 

"헛소리 그만 집어치워!" 

퍼지가 자신의 지팡이를 얼른 빼 들며 소리쳤다. 

"도울리쉬! 샤클볼트! 저자를 잡아!" 

그 순간 한 줄기 은색 빛이 방 안을 비추었다. 총을 쏘는 듯한 요란한 소리가 

들리고 마룻바닥이 흔들렸다. 누군가의 손이 해리의 목을 움켜쥐더니 은빛 

섬광이 잠깐 스쳐 지나갈 때까지 그를 마룻바닥에 납작 엎드리게 했다. 몇몇 

초상화들이 고함을 지르고 퍽스가 날카롭게 울더니 뽀얀 먼지구름들이 온 방 

안을 가득 메웠다. 먼지 속에서 캑캑 기침을 하던 해리는 시커먼 그림자가 자기 

앞으로 쾅 하고 쓰러지는 것을 보았다. 비명 소리와 쿵 소리가 잇따랐다. 누군가 

'안 돼!' 하고 소리를 질렀다. 잠시 후에 유리창이 깨지고 정신없이 왔다갔다하는 

발소리, 신음 소리가 들리더니... 침묵이 찾아왔다. 

해리는 거의 숨이 막혀 죽어 가는 사람이 누군지 확인하려고 필사적으로 

돌아보았다. 바로 그때 그의 옆에 바싹 웅크리고 앉아 있는 맥고나걸 교수를 

발견했다. 그녀는 해리와 마리에타를 보호하기 위해서 그들을 옆으로 떠밀었던 

것이다. 허공에는 아직도 먼지가 둥둥 떠다니고 있었다. 숨을 헐떡거리던 해리는 

아주 키가 큰 사람이 그들을 향해 다가오는 것을 보았다. 

"모두 괜찮소?" 

덤블도어가 물었다. 

"네!" 

맥고나걸 교수는 자리에서 일어나서 해리와 마리에타를 옆으로 끌어당겼다. 

이윽고 모든 먼지가 가라앉으면서, 폐허가 되어 버린 방이 서서히 눈에 

들어왔다. 덤블도어의 책상은 완전히 뒤집어졌고, 좁고 긴 탁자는 바닥에 부서져 

있었다. 은빛 나는 도구들도 산산조각이 났다. 퍼지와 엄브릿지, 킹슬리, 

도울리쉬는 마룻바닥에 쓰러진 채, 꼼짝도 하지 않았다. 한편 불사조 퍽스는 

조용히 노래를 부르며 그들의 머리 위를 빙빙 돌고 있었다. 

"안타깝게도 킹슬리에게까지 마법을 쏘지 않을 수 없었소. 그러지 않으면 너무 

의심스럽게 보일 테니까 말이오." 

덤블도어가 나지막이 말했다. 

"그는 참으로 놀랄 만큼 재빨리 상황을 파악하고, 모든 사람들이 다른 곳을 

쳐다보고 있을 때 에지콤 양의 기억을 저렇게 바꿔 주었소. 내 대신 고맙다는 

인사를 전해 주겠소. 미네르바? 그리고 저 사람들 금방 깨어날 거요. 우리가 

어떻게 이야기를 나누었다는 걸 저들이 모르는 게 제일 좋을 것 같소. 그러니 

별로 시간이 흐르지 않은 것처럼 행동하시오. 그냥 잠깐 바닥에 쓰러졌던 것처럼 

말이오. 저들은 기억하지 못할 거요..." 

"어디로 가실 건가요, 덤블도어? 그리몰드 광장?" 

맥고나걸 교수가 속삭였다. 

"오, 아니오." 

덤블도어가 결의에 찬 미소를 지었다. 

"난 어디론가 숨기 위해서 떠나는 게 아니오. 퍼지는 머지않아 날 

호그와트에서 쫓아낸 걸 가슴을 치며 후회하게 될 거요. 내 장담하지." 

"덤블도어 교수님..." 

해리가 입을 열었다. 하지만 무슨 말부터 먼저 해야 할지 생각나지 않았다. 

괜히 D,A를 시작해서 이런 말썽을 일으킨 것에 대해서 정말 죄송하다는 말부터 

해야 할까, 아니면 그가 퇴학당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 덤블도어가 떠나야 하다니 

너무 괴롭다는 말부터 해야 할까? 하지만 덤블도어는 해리가 미처 다른 말을 

꺼내기도 전에 그의 말을 가로막았다. 

"내 말 잘 들어라, 해리." 

덤블도어는 황급히 말을 이었다. 

"너는 최선을 다해서 오클러먼시를 배워야만 한다. 내 말 알겠니? 스네이프 

교수가 너에게 지시하는 걸 하나도 빠짐없이 하고, 특히 매일 밤 잠들기 전에 

연습을 해라. 나쁜 꿈이 네 머릿속으로 들어오지 않도록 말이다. 너도 곧 이유를 

알게 될 거야. 어쨌든 꼭 약속해야 한다." 

그때 도울리쉬라고 불리는 남자가 몸을 꿈틀했다. 덤블도어는 해리의 손목을 

꼭 잡았다. 

"명심해라. 정신을 방어해야만 한다." 

하지만 덤블도어의 손가락이 해리의 몸에 닿자마자, 해리의 이마가 격렬하게 

쑤시면서 또다시 당장 그에게 덤벼들어 그를 물어뜯고 해치고 싶은, 무시무시한 

충동이 강렬하게 솟구쳤다. 

"너도 이해하게 될 거다." 

덤블도어가 속삭였다. 바로 그때 퍽스가 방 위를 빙빙 돌더니 그의 머리 위로 

내려왔다. 덤블도어는 해리를 붙잡은 손을 놓더니 얼른 팔을 들어서 불사조의 긴 

황금 꼬리를 움켜쥐었다. 순간 불길이 확 타오르고 그들의 모습이 사라졌다. 

"어디 있지?" 

퍼지가 마루에서 벌떡 몸을 일으키며 소리쳤다. 

"어디로 간 거야?" 

"저도 모르겠습니다!" 

킹슬리는 재빨리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순간이동을 했을 리는 없어요! 이 학교 안에서는 순간이동을 할 수 없단 

말이에요." 

"계단으로!" 

도울리쉬가 문 쪽을 향해 쏜살같이 뛰어가더니 문을 열고 사라졌다. 그 뒤를 

킹슬리와 엄브릿지가 바로 따라갔다. 잠시 어쩔 줄 모르고 머뭇거리던 퍼지는 

천천히 일어서서 옷에 묻은 먼지를 털어 냈다. 길고 괴로운 침묵이 이어졌다. 

"미네르바, 이걸로 당신 친구인 덤블도어도 끝장난 것 같소." 

퍼지는 찢어진 소맷자락을 똑바로 펴면서 심술궂게 말했다. 

"그렇게 생각하시나요?" 

맥고나걸 교수가 경멸하듯이 말했다. 하지만 퍼지는 그녀의 말을 듣고 있는 것 

같지 않았다. 그는 엉망이 되어 버린 방을 둘러보고 있었다. 몇몇 초상화 속의 

인물들이 그를 향해 위협적인 야유를 던졌다. 한두 명은 가운뎃손가락을 들어 

보이기도 했다. 

"당신은 저 두 아이를 그만 침실로 데려가는 게 좋겠소." 

퍼지가 해리와 마리에타를 향해 고갯짓을 하면서 맥고나걸 교수를 바라보았다. 

맥고나걸 교수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고 해리와 마리에타를 데리고 문을 향해 

걸어갔다. 그들 등 뒤에서 쾅 하고 문이 닫혔을 때, 해리는 피니어스 

나이젤러스의 목소리를 들었다. 

"장관님, 잘 아시겠지만 저와 덤블도어는 여러 가지 면에서 서로 의견이 

달랐습니다. 하지만 덤블도어가 나름대로 자기 방식이 있다는 건 부정할 수 

없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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