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4장 (113/194)

제24장 오클러먼시 

한편 어디론가 종적을 감추었던 크리처는 그동안 다락방에 숨어 있었다. 

시리우스의 말에 따르면, 다락방에서 뽀얗게 먼지를 뒤집어쓴 채 발견되었는데, 

자신의 벽장 안에 숨겨 둘 블랙 가문의 유물들이 더 없을까 찾고 있었던 게 

분명하다는 것이었다. 시리우스는 더 이상 아무런 의심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해리는 왠지 마음이 찜찜했다. 다시 나타난 크리처는 전보다 훨씬 기분이 좋아 

보였다. 들으라는 듯이 혼자 중얼중얼하던 버릇도 사라졌고 평소보다 고분고분 

말도 잘 들었다. 해리는 크리처가 한두 번 악의에 찬 눈길로 그를 노려보는 것을 

눈치 채기는 했지만, 그때마다 크리처는 번번이 다른 곳으로 얼른 시선을 

돌렸다. 

해리는 자신이 품고 있는 막연한 의혹을 시리우스에게는 털어놓지 않았다. 

크리스마스 휴가가 끝나면서, 시리우스의 쾌활한 기분도 빠르게 사라졌다. 

그들이 호그와트로 돌아갈 날짜가 점점 다가올수록, 위즐리 부인이 

'우울증'이라고 불렀던 증세도 점점 심해졌다. 그럴 때면 말수도 적어지고 

퉁명스러워졌으며 종종 몇 시간 동안이나 벅빅의 방에 틀어박혀 있기도 했다. 

시리우스의 우울한 기분은 마치 독가스처럼 집 전체에 퍼지고 문틈으로 

스며들어, 마침내 다른 사람들까지도 모두 감염되었다. 

해리는 또다시 크리처와 시리우스, 단둘만 이 집에 달랑 남겨 둔 채 떠나고 

싶지 않았다. 솔직히 호그와트로 돌아갈 날이 기다려지지 않기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학교로 돌아가면, 그는 또다시 돌로레스 엄브릿지의 횡포에 

시달리게 될 것이다. 그들이 없는 동안, 엄브릿지는 아마 또 다른 법령을 

열두 개는 더 만들었을 것이다. 이제 출전 금지까지 당했으니 앞으로는 

손꼽아 기다릴 퀴디치 시합도 없었고, 

시험이 다가올수록 숙제만 점점 더 많아질 것은 뻔한 일이었다. 

게다가 덤블도어 교수와는 여전히 서먹서먹하기만 했다. D,A만 

없었더라면, 해리는 제발 호그와트에 가지 않고 그리몰드 광장에 남아 있게 

해달라고 시리우스에게 매달리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런데 크리스마스 휴가가 끝나는 마지막 날에, 정말로 학교에 돌아가기가 

두려워지는 사건이 벌어졌다. 

"해리." 

위즐리 부인이 론과 해리의 침실로 고개를 들이밀었다. 두 사람은 

헤르미온느와 지니, 크룩생크가 지켜보는 가운데 마법사 체스 게임을 하는 

중이었다. 

"잠깐 부엌으로 내려올래? 스네이프 교수님이 너에게 하실 말씀이 

있다는구나." 

해리는 위즐리 부인의 말을 금방 알아듣지 못했다. 그의 성장 중 하나가 론의 

졸과 한창 격전을 벌이는 중이라서, 열렬히 응원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납작 뭉개 버려. 뭉개 버리라고. 그 녀석은 한낱 졸에 불과하단 말이야. 이 

멍청아, 아, 위즐리 아줌마, 죄송해요. 뭐라고 말씀하셨죠?" 

"스네이프 교수님이 부엌에서 기다리신다. 너랑 얘기하고 싶으시단다." 

해리는 순간 덜컥 겁이 나서 입을 딱 벌렸다. 그리고 론과 헤르미온느와 

지니를 둘러보았다. 그들 모두 할 말을 잃고 그를 쳐다보고 있었다. 십오 분 

동안이나 헤르미온느의 손에 억지로 붙잡혀 있었던 크룩생크는 이 틈을 놓치지 

않고 얼씨구나 체스판 위로 얼른 뛰어 올라갔다. 그러자 체스 말들은 목청이 

터져라 비명을 지르며 우르르 도망쳤다. 

"스네이프라고요?" 

해리가 멍하니 중얼거렸다. 

"스네이프 교수님 말이다, 얘야." 

위즐리 부인이 나무라는 듯한 어조로 말했다. 

"자, 어서 가자. 별로 시간이 없으시다는구나." 

"그 사람이 왜 널 보자는 거지?" 

위즐리 부인이 방을 나가자, 론이 걱정스런 표정으로 말했다. 

"넌 아무 짓도 안 했잖아. 안 그래?" 

"물론이야!" 

해리가 흥분해서 소리쳤다. 하지만 속으로는 혹시라도 스네이프가 그리몰드 

광장까지 그를 쫓아올 만한 무슨 일을 한 건 아닐까 머리를 쥐어짜며 고민했다. 

어쩌면 마지막으로 낸 숙제에 'T'를 받았을지도? 

잠시 후에 부엌문을 열고 들어간 해리는 긴 식탁을 사이에 두고 앉아서 

서로를 노려보고 있는 시리우스와 스네이프를 발견했다. 그들 사이에는 서로에 

대한 증오심으로 가득 찬, 팽팽한 침묵이 흐르고 있었다. 시리우스 앞에는 편지 

한 장이 놓여 있었다. 

"저..." 

해리는 조심스럽게 자기가 왔다는 걸 알렸다. 스네이프가 그를 돌아보았다. 

기름기가 낀 검은 머리카락이 그의 얼굴을 반쯤 가리고 있었다. 

"앉아라, 포터." 

"자네도 알겠지만, 이곳에서는 함부로 이래라저래라 하지 말았으면 좋겠네. 

스네이프, 여긴 내 집이니까 말일세." 

시리우스는 의자에 등을 기댄 채, 천정을 바라보며 큰 소리로 말했다. 순간 

창백한 스네이프의 얼굴이 보기 흉하게 후끈 달아올랐다. 해리는 스네이프를 

식탁 너머로 마주 보면서 시리우스의 옆에 앉았다. 

"포터, 난 너와 단둘이 이야기하고 싶었다. 하지만 블랙이..." 

스네이프의 입가에 늘 보던 빈정거리는 미소가 떠올랐다. 

"난 이 아이의 대부일세." 

시리우스가 더욱더 목청을 높였다. 

"난 덤블도어 교수의 명령을 받고 이곳에 왔네." 

스네이프의 목소리는 반대로 점점 더 냉정하고 싸늘해졌다. 

"하지만 부디 옆에 앉아 있어 주게나. 블랙, 자네가... 어디라도 끼고 싶어 

안달하는 걸 나도 잘 알고 있으니까." 

"그게 무슨 소리지?" 

시리우스는 의자를 뒤로 쾅 하고 쓰러뜨리면서 말했다. 

"난 자네가 틀림없이... 그러니까 자네가 기사단을 위해서 아무짝에도 쓸모 

없다는 사실에 좌절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네." 

스네이프는 '기사단을 위해서'라는 말에 살짝 힘을 주며 강조했다. 이번에는 

시리우스의 얼굴이 빨갛게 변했다. 스네이프는 의기양양한 미소를 지으며 해리를 

향해 돌아섰다. 

"포터, 교장 선생님께서 너에게 이 말을 전하라고 하셨다. 이번 학기에 네가 

오클러먼시를 공부했으면 좋겠다고 말이다." 

"뭘 공부하라고요?" 

해리가 어리둥절해하며 물었다. 그러자 스네이프는 더욱더 경멸하는 미소를 

지었다. 

"오클러먼시라는 거다, 포터. 외부의 침투를 막기 위한 정신 방어술이지. 

마법에서 갈라져 나간 일종의 정신술인데 그래도 상당히 쓸모가 있다." 

해리의 심장이 세차게 뛰기 시작했다. 외부의 침투를 막기 위한 정신 

방어술이라고? 하지만 그는 정신을 빼앗기지 않았다. 그건 모두가 인정하는 

사실이었다... 

"왜 제가 그 오클... 뭐라는 걸 공부해야 하는 거죠?" 

해리는 엉겁결에 불쑥 말을 내뱉었다. 

"왜냐하면 교장 선생님께서 그게 좋겠다고 생각하시니까." 

스네이프가 주저없이 대답했다. 

"너는 일주일에 한 번 개인 지도를 받게 될 것이다. 하지만 그 이야기를 어느 

누구에게도 해서는 안 된다. 더구나 돌로레스 엄브릿지에게는 절대 들켜선 안 

돼. 알겠지?" 

"네, 그런데 누가 저를 가르쳐 주시나요?" 

스네이프가 한쪽 눈썹을 추켜올리며 말했다. 

"바로 나다." 

해리는 온몸에 소름이 쫙 끼치면서 심장이 녹아내리는 것 같았다. 스네이프와 

별도의 수업을 또 해야 하다니... 세상에 자기가 무슨 죄를 저질렀기에 이런 일을 

당해야만 한단 말인가? 해리는 도움을 청하듯이 시리우스를 바라보았다. 

"왜 덤블도어 교수가 직접 해리를 가르치지 않는 거지?" 

시리우스가 싸울 듯한 기세로 물었다. 

"왜 하필 자네란 말이야?" 

"별로 재미없는 수업은 다른 사람에게 떠맡길 수 있는 게 교장 선생의 특권 

아니겠나?" 

스네이프가 비단처럼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절대 내가 그 일을 자청한 게 아니란 걸 분명히 밝혀 두지." 

스네이프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포터, 월요일 저녁 여섯 시에 내 방으로 오너라. 누가 묻거든, 마법약 보충 

수업을 받으러 간다고 말해. 아마 내 수업 시간에 네 모습을 본 아이들은 아무도 

그 말을 의심하지 않을게다." 

스네이프는 검은 망토 자락을 펄럭이며 그 자리를 떠나려고 했다. 

"잠깐만." 

시리우스가 의자에서 몸을 꼿꼿이 세우며 물었다. 스네이프는 능글맞게 웃으며 

그들을 향해 돌아섰다. 

"난 좀 바쁘다네. 블랙... 자네와는 달리, 나는 무한정 한가한 몸이 아니라서 

말일세." 

"그럼 요점만 말하지." 

시리우스가 몸을 일으켰다. 해리는 그가 스네이프보다 약간 더 키가 크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스네이프는 망토 호주머니 속에서 주먹을 꼭 쥐고 있었다. 

지팡이를 꽉 잡고 있는 것이 틀림없었다. 

"만약 오클러먼시 수업을 구실 삼아 해리를 괴롭히면, 내가 가만히 있지 않을 

걸세." 

"참으로 감동적이군." 

스네이프가 빈정거렸다. 

"하지만 자네도 포터가 제 아버지를 쏙 빼닮았다는 걸 진작 알아차렸겠지?" 

"그야, 물론이지." 

시리우스가 자랑스럽게 말했다. 

"그렇다면 해리가 얼마나 건방진지도 알겠군. 웬만한 충고쯤은 들은 척도 하지 

않는다는 것도." 

스네이프가 거침없이 말했다. 그러자 시리우스는 거칠게 의자를 옆으로 밀치고 

지팡이를 꺼내더니, 스네이프를 향해서 뚜벅뚜벅 걸어갔다. 스네이프도 재빨리 

자기 지팡이를 꺼내 들었다. 두 사람은 한동안 서로 노려보았다. 시리우스의 

얼굴은 납처럼 굳어져 있었고, 스네이프는 그의 지팡이 끝과 얼굴을 번갈아 

쳐다보며 열심히 상황을 살피고 있었다. 

"시리우스!" 

해리가 큰 소리로 외쳤지만, 시리우스는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내가 경고했지. 스니벨루스(스네이프를 어린 시절에 부르던 이름,역주)." 

시리우스가 스네이프 앞으로 얼굴을 바싹 들이밀며 말했다. 

"덤블도어가 아무리 자네가 마음을 바꿨다고 생각해도 난 상관없어. 난 더 잘 

알고 있으니까..." 

"오, 그렇다면 덤블도어에게 그렇게 말하지 그래?" 

스네이프가 속삭였다. 

"혹시 덤블도어가 여섯 달 동안이나 자기 엄마 집에 갇혀 지낸 사람의 충고를 

무시할까 봐 두려워서 그러나?" 

"어디 한번 말해 보시지. 요즘 루시우스 말포이는 어떻게 지내나? 아마 자기의 

충실한 개가 호그와트에서 하는 짓을 보고 무척 기뻐하고 있겠지?" 

"개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지난번 자네가 잠깐 밖으로 나가는 위험한 짓을 

했을 때, 루시우스 말포이가 자넬 알아본 걸 모르지?" 

스네이프가 조용히 말했다. 

"아주 영리하더군, 블랙. 안전한 기차역에 잠깐 모습을 나타내서, 앞으로 영영 

이 은신처를 떠나지 않아도 될 확실한 핑곗거리를 만들 셈이었지, 안 그런가?" 

시리우스가 지팡이를 치켜들었다. 

"안 돼요!" 

해리가 고함을 지르며 식탁을 뛰어넘어 두 사람 사이에 끼어들었다. 

"시리우스, 안 돼요!" 

"지금 나를 겁쟁이라고 하는 건가?" 

시리우스가 으르렁거리며 해리를 옆으로 밀쳐 내려고 했다. 하지만 해리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래, 맞아." 

스네이프가 말했다. 

"해리... 당장... 옆으로 비켜!" 

시리우스는 지팡이를 잡지 않은 손으로 그를 옆으로 밀치며 소리쳤다. 

그때 부엌문이 열리면서 헤르미온느와 위즐리 가족 모두가 안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모두들 즐거워서 어쩔 줄 모르는 표정이었다. 그들 한가운데 줄무늬 

잠옷을 입고 고무 방수 망토를 걸친 위즐리 씨가 자랑스럽게 걸어오고 있었다. 

"다 나았단다!" 

위즐리 씨가 부엌에 있는 사람들을 향해 명랑하게 소리쳤다. 

"완전히 나았어!" 

하지만 그 순간 위즐리 씨와 다른 모든 가족들은 입구에 딱 얼어붙어 서서 

그들 눈앞에 벌어진 광경을 바라보았다. 시리우스와 스네이프 또한 서로의 

얼굴을 향해 지팡이를 겨눈 채, 동작을 멈추고 문 쪽을 돌아보았다. 한편 해리는 

그들을 말리려고 두 팔을 양쪽으로 쫙 뻗은 채 두 사람 사이에 꼼짝하지 않고 

서 있었다. 

"이런 세상에!" 

갑자기 위즐리 씨의 얼굴에서 미소가 싹 사라졌다. 

"여기서 뭘 하는 거지?" 

시리우스와 스네이프는 동시에 지팡이를 내렸다. 해리는 두 사람을 번갈아 

쳐다보았다. 두 사람 모두 경멸에 가득 찬 표정이었지만, 뜻밖에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나타나자 갑자기 정신이 든 것처럼 보였다. 스네이프는 지팡이를 

호주머니 속에 집어넣고 홱 돌아서더니 부엌을 가로질러 걸어갔다. 그리고 단 한 

마디 말도 없이 위즐리 가족 옆을 지나쳐 가다가 문 앞에서 다시 돌아섰다. 

"월요일 저녁 여섯 시다, 포터." 

그리고 그는 떠나 버렸다. 시리우스는 지팡이를 옆에 낀 채, 그 뒤를 한참 

노려보았다. 

"무슨 일인가?" 

위즐리 씨가 다시 물었다. 

"아무것도 아니라네, 아서." 

시리우스는 마치 한참을 달려온 사람처럼 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그저 옛날 학교 친구들끼리 이야기를 나눈 것뿐일세." 

시리우스는 미소를 지으려고 무던히도 애를 썼다. 

"그래... 자네는 다 나았나? 정말 기쁘군. 정말 기뻐." 

"그렇죠?" 

위즐리 부인이 남편을 의자로 데려가며 말했다. 

"스메스윅 치료사가 결국 마법을 써서 뱀의 독에 대한 해독제를 찾아냈어요. 

그리고 아서는 장난 삼아 머글 치료법을 쓴 것에 대해 뼈저린 교훈을 얻었지요. 

안 그래요, 여보?" 

위즐리 부인은 거의 위협적인 목소리로 덧붙였다. 

"그래, 몰리." 

위즐리 씨는 순순히 인정했다. 위즐리 씨가 무사히 다시 돌아왔으니, 그날 

저녁 식사는 당연히 즐겁고 유쾌한 것이 되어야 마땅했다. 해리의 눈에도 

시리우스가 어떻게든 즐거운 분위기를 만들려고 애쓰는 기색이 역력했다. 하지만 

그의 대부는 프레드와 조지의 농담을 듣고도 웃지 못하고, 모든 사람들에게 

음식을 더 권하지도 못했다. 그의 얼굴은 우울하고 뭔가 깊은 생각에 잠긴 

표정이었다. 해리는 위즐리 씨에게 축하 인사를 하려고 잠깐 들른 먼던구스와 

매드아이 때문에 그에게 다가갈 수가 없었다. 하지만 어떻게든 시리우스에게 

스네이프가 한 말을 한 마디도 귀담아듣지 말라고 말해 주고 싶었다. 스네이프는 

일부러 그를 괴롭히려고 그런 것이며, 시리우스가 덤블도어의 지시대로 그리몰드 

광장에 남아 있다고 해서 그를 겁쟁이로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사실을 

알려 주고 싶었다. 하지만 그럴 기회조차 없었을 뿐만 아니라, 시리우스의 

험악한 표정을 보니 기회가 있다 하더라도 감히 그런 말을 꺼낼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그 대신 해리는 론과 헤르미온느에게 작은 소리로 스네이프와 

오클러먼시 수업을 하게 되었다고 말해 주었다. 

"덤블도어 교수님은 네가 볼드모트에 대한 꿈을 꾸는 걸 막고 싶으신 거야." 

그 말을 듣자마자, 헤르미온느가 말했다. 

"너도 그런 꿈을 더 이상 꾸고 싶지 않겠지, 안 그래?" 

"스네이프와 별도의 수업을 더 한다고?" 

론이 기가 막힌 듯이 물었다. 

"나라면 차라리 악몽을 꾸는 편을 택하겠다." 

다음 날 그들은 또다시 통스와 루핀의 호위를 받으며 구조버스를 타고 

호그와트로 되돌아갈 예정이었다. 아침이 되어 해리와 론, 헤르미온느가 

부엌으로 내려왔을 때, 두 사람은 벌써 아침을 먹고 있었다. 해리가 부엌문을 

열자, 뭔가 작은 소리로 한창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듯했던 어른들은 황급히 

뒤를 돌아보더니 얼른 입을 다물었다. 

서둘러 아침 식사를 끝낸 후 그들은 모두 외투를 입고 목도리를 두른 채, 

차가운 1월의 아침 공기 속으로 나갔다. 해리는 가슴이 답답하게 조여드는 것 

같았다. 해리는 시리우스에게 작별 인사를 하고 싶지 않았다. 언제 서로 다시 

만날지 몰랐기 때문에 이렇게 헤어지는 것이 너무 가슴 아팠던 것이다. 그리고 

시리우스가 어리석은 짓을 하지 않도록 뭔가 한마디 말을 해주는 것이 그의 

의무처럼 느껴졌다. 해리는 겁쟁이라는 스네이프의 비난에 너무 자극을 받아서 

시리우스가 혹시라도 그리몰드 광장을 벗어나 어딘가 떠나려는 무모한 계획을 

세우고 있는 건 아닐까 걱정스러웠다. 

"이걸 받으렴." 

시리우스는 아무렇게나 포장한, 작은 책만 한 크기의 뭔가를 해리의 손에 쥐어 

주었다. 

"이게 뭐죠?" 

해리가 물었다. 

"스네이프가 널 괴롭히면 이걸로 나에게 알려 주렴. 아니, 여기서 열면 안 돼!" 

시리우스가 경계하는 눈초리로 위즐리 부인을 슬쩍 쳐다보았다. 부인은 

벙어리장갑을 끼고 가라고 쌍둥이 형제를 설득하는 중이었다. 

"몰리가 보면 싫어할지도 몰라. 하지만 내 도움이 필요하면 이걸 쓰도록 해라, 

알았지?" 

"알았어요." 

해리는 포장지에 싼 것을 외투 안주머니 속에 집어넣었다. 하지만 그것이 

무엇이든 절대로 사용하지 않으리라는 걸 해리는 알고 있었다. 아무리 

오클러먼시 수업 시간에 스네이프가 그를 괴롭힌다고 해도, 시리우스를 안전한 

은신처에서 나오도록 불러낼 마음은 손톱만큼도 없었다. 

"그럼, 가자." 

시리우스는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해리의 어깨를 툭 쳤다. 그리고 해리가 미처 

뭐라고 다른 말을 꺼낼 틈도 없이 두 사람은 위즐리 식구들에게 휩싸인 채, 

위층으로 올라가서 이중삼중 열쇠가 달린 현관문 앞에 섰다. 

"잘 가라. 해리, 몸조심해." 

위즐리 부인이 그를 껴안았다. 

"해리, 나중에 보자. 부디 뱀을 잘 감시해 다오!" 

위즐리 씨가 악수를 하며 쾌활하게 말했다. 

"네, 알겠어요." 

해리가 건성으로 대답했다. 지금이 시리우스에게 몸조심하라고 말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였다. 해리는 뒤로 돌아서서 대부의 얼굴을 똑바로 마주 보며 입을 

열려고 했다. 하지만 그가 말을 꺼내기 전에, 시리우스가 한 팔로 그를 잠깐 

껴안더니 쉰 목소리로 말했다. 

"몸조심해라, 해리." 

다음 순간 정신을 차려 보니, 해리는 얼음처럼 차가운 겨울 바람이 부는 

바깥에 나와 있었다. 통스(오늘은 회색 머리에 키가 크고 여유 있어 보이는 

부인으로 변장하고 있었다)는 계단 아래로 마구 그를 몰아갔다. 

12번지의 문이 그들의 등 뒤에서 쾅 닫혔다. 그들은 루핀의 뒤를 따라서 현관 

계단을 내려갔다. 보도에 내려서자, 해리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양쪽 옆의 건물이 

옆으로 쭉 늘어나면서 12번지 집이 점점 쪼그라들더니 눈 깜짝할 사이에 

사라졌다. 

"어서 와라. 버스를 빨리 탈수록 더 좋아." 

통스가 그들을 재촉했다. 해리는 광장을 둘러보는 그녀의 시선이 무척 초조해 

보인다고 생각했다. 그때 루핀이 오른팔을 번쩍 들었다. 

쾅. 

진한 보랏빛의 3층버스가 허공에서 불쑥 나타났다. 버스는 아슬아슬하게 가장 

가까이 있는 가로등을 피해서 뒤로 살짝 물러났다. 

호리호리하고 귀가 불쑥 튀어나온 여드름투성이의 젊은이가 보라색 유니폼을 

입고 버스에서 훌쩍 뛰어내리며 소리쳤다. 

"환영합니다..." 

"그래, 그래, 알았어요. 고마워요." 

통스가 재빨리 그의 말을 가로막았다. 

"자, 자, 어서 타. 어서." 

통스는 해리는 먼저 계단으로 올려 보냈다. 그가 차장 옆을 지나치자, 차장은 

두 눈을 부릅떴다. 

"어... 너... 너는 해애...!" 

"만약 그의 이름을 말하면, 기억력을 지우는 주문을 쏘겠어." 

통스는 지니와 헤르미온느를 앞으로 떠밀면서 위협적으로 속삭였다. 

"난 항상 이걸 타 보고 싶었어." 

론은 신이 나서 해리와 함께 버스에 올라타더니 사방을 두리번거렸다. 

지난번 해리가 구조 버스에 탔을 때에는 저녁 시간이어서, 층마다 침대로 가득 

차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아직 이른 아침 시간이라, 전혀 어울리지 않는 온갖 

종류의 의자들이 창문 주위에 뒤죽박죽 빽빽하게 놓여 있었다. 그 중에 어떤 

의자는 버스가 그리몰드 광장에 갑자기 멈춰 섰을 때, 뒤집힌 것 같았다. 몇몇 

마녀와 마법사들은 아직도 투덜거리며 몸을 일으키고 있었고, 누군가의 쇼핑백이 

버스 바닥에 나동그라진 채, 개구리 알과 바퀴벌레와 커스터드 크림이 온 바닥에 

흩어져 있었다. 

"나눠서 앉아야 할 것 같구나." 

통스가 빈 의자를 찾아 두리번거리며 씩씩하게 말했다. 

"프레드, 조지, 지니, 너희들이 이 뒷자리에 앉으면, 리무스가 너희들과 함께 

있을 거야." 

통스와 해리, 론, 헤르미온느는 꼭대기 층으로 계속 올라갔다. 그곳에는 제일 

앞쪽에 두 자리가 비어 있었고, 뒤쪽에 또 두 자리가 비어 있었다. 차장인 스탠 

션파이크가 열심히 뒷자리까지 해리와 론을 따라왔다. 해리가 옆을 지나갈 

때마다 사람들의 고개가 일제히 돌아갔다. 마침내 자리에 앉았을 때, 해리는 

모든 얼굴이 다시 앞으로 휙 돌아가는 것을 보았다. 

해리와 론이 각자 스탠에게 11시클을 내자, 버스가 심하게 요동을 치며 

출발했다. 버스는 보도 위를 오르락내리락하면서 그리몰드 광장 주변을 

덜컹거리며 돌아다니더니 또다시 쾅 하고 요란한 소리를 냈다. 순간 모든 

승객들의 몸이 뒤로 쏠렸다. 그 바람에 론의 의자가 휙 뒤집히면서 그의 무릎 윙 

놓여 있던 피그위존이 새장 속에서 뛰쳐나와 요란하게 날개를 퍼덕거리며 버스 

앞쪽으로 날아갔다. 그리고는 헤르미온느의 어깨 위에 내려앉았다. 반면 잽싸게 

버스 손잡이를 붙잡아서 굴러 떨어지는 것을 간신히 피한 해리는 창 밖을 

내다보았다. 그들은 이제 고속도로처럼 보이는 길을 빠르게 달려가고 있었다. 

"버밍엄을 막 빠져나왔어." 

스탠은 해리가 묻지도 않았는데, 먼저 신이 나서 떠들었다. 한편 론은 몸을 

버둥거리며 바닥에서 겨우 몸을 일으키고 있었다. 

"잘 지냈니, 해리? 여름 동안 신문에서 네 이름을 여러 번 봤어. 좋은 

이야기는 한 번도 없더군... 나는 어니에게 말했지. '우리가 만났을 때에는 그렇게 

정신 나간 사람처럼 보이지 않았어. 그냥 쇼일 거야, 안 그래' 하고 말이야." 

스탠은 그들에게 표를 건네준 후에도 넋이 빠져서 해리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스탠은 신문에 이름이 날 정도로 유명한 사람이라면, 제정신이든 아니든 

상관하지 않는 것이 분명했다. 구조 버스는 무시무시할 정도로 심하게 

흔들리면서 안쪽 차선에 있는 차들을 마구 추월했다. 버스 앞쪽을 바라보던 

해리는 헤르미온느가 그만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는 것을 보았다. 피그위존은 

그녀의 어깨에 매달린 채, 신이 나서 이리저리 몸을 흔들었다. 

쾅. 

구조 버스가 버밍엄 고속도로에서 구불구불한 모퉁이가 끝없이 이어지는 

한적한 시골길로 펄쩍 뛰어내리자, 버스 안 의자들이 또다시 뒤로 쭉 

미끄러졌다. 버스가 도로의 가장자리를 침범할 때마다, 길 양쪽 편에 서 있는 

울타리나무들이 제자리에서 튕겼다. 여기서 다시 버스는 혼잡한 시내 한복판을 

관통하는 대로를 지나서 높은 언덕으로 둘러싸인 구름다리로 올라갔다가, 고층 

아파트들 사이의 바람이 쌩쌩 부는 길로 들어섰다. 그리고 그때마다 쾅 하고 

요란한 소리를 냈다. 

"난 생각이 달라졌어." 

여섯 번째로 바닥에 굴러 떨어졌다가 다시 일어나면서, 론이 중얼거렸다. 

"난 두 번 다시 이런 건 타고 싶지 않아." 

"이봐, 다음 정거장이 호그와트야." 

스탠이 이리저리 흔들리며 명랑하게 말했다. 

"너랑 같이 탔던 저 앞에 앉은 왈가닥 여자가 널 제일 먼저 앞으로 옮겨 

달라고 우리에게 약간의 돈을 찔러주더군. 하지만 그보다 먼저 마시 부인을 내려 

줘야 해." 

아래층에서 웩웩 구역질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뭔가 쫙쫙 쏟아지는 듯한 

끔찍한 소리가 이어졌다. 

"별로 상태가 좋지 못해서 말이야." 

몇 분 후에 구조 버스는 끼익 소리를 내며 작은 술집 앞에 멈춰 섰다. 술집은 

버스와 충돌하지 않기 위해 얼른 몸을 움츠렸다. 

이윽고 스탠이 지쳐 보이는 마시 부인을 버스에서 서둘러 하차시키는 소리와 

더불어, 부인과 함께 타고 있던 2층의 승객들이 비로소 안도하며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다시 출발한 버스는 속력을 내기 시작했다. 

쾅 소리가 들릴 때까지... 

이제 그들은 눈 덮인 호그스미드 마을을 달려가고 있었다. 옆 골목 저 안쪽에 

있는 호그스 해드가 슬쩍 해리의 눈앞을 스치고 지나갔다. 목이 잘린 멧돼지 

머리 간판이 겨울바람에 삐걱거리고 있었다. 눈발이 버스의 커다란 앞 유리창을 

때렸다. 마침내 버스는 호그와트 정문 앞에 멈춰 섰다. 

루핀과 통스는 버스에서 짐을 내리는 것을 도와준 다음, 작별 인사를 하기 

위해 버스에서 내렸다. 해리는 구조 버스의 3층을 올려다보았다. 그곳에 타고 

있는 모든 승객들이 유리창에 코를 짓누르며 열심히 그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일단 학교 안으로만 들어가면 너희들은 안전할 거야." 

통스는 아무도 다니지 않는 길 주위를 조심스럽게 살폈다. 

"잘 지내렴, 알았지?" 

"몸조심해라." 

루핀이 아이들가 일일이 악수를 나누더니 마지막으로 해리의 손을 잡았다. 

그리고 다른 아이들이 통스와 작별 인사를 주고받는 동안, 잔뜩 목소리를 낮추며 

재빨리 속삭였다. 

"해리, 네가 스네이프를 싫어한다는 건 잘 안다만, 그는 최고의 

오클러먼스란다. 우리 모두, 시리우스까지도 네가 자신을 방어하는 방법을 

배우길 바라고 있어. 그러니 열심히 하거라, 알았지?" 

"알았어요. 그럼, 안녕히 가세요." 

해리는 나이보다 늙어 보이는 루핀의 얼굴을 바라보며 우울하게 대답했다. 

여섯 명은 트렁크를 질질 끌며 성을 향해서 미끄러운 길을 힘들게 걸어 

올라갔다. 헤르미온느는 벌써부터 잠자리에 들기 전에 집요정 모자를 몇 개 더 

떠야겠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떡갈나무 현관문 앞에 이르렀을 때, 해리는 

문득 뒤를 돌아보았다. 구조 버스는 벌써 떠나고 없었다. 해리는 당장 내일 

저녁에 닥칠 일을 생각하니 차라리 저 버스에 계속 타고 있는게 나을 거라는 

마음이 들었다. 

다음 날은 온종일 저녁이 오는 걸 두려워하며 지냈다. 그날 오전에 있었던 

마법약 수업은 그의 걱정을 조금도 덜어 주지 못했다. 스네이프는 늘 그렇듯이 

불쾌하기 짝이 없었다. 더구나 D,A 회원들이 수업 시간 사이사이에 복도로 그를 

찾아와서 오늘 밤에 모임을 가질 수 없느냐고 잔뜩 기대에 찬 목소리로 물어 

오자, 해리는 더욱더 속이 상했다. 

"다음 모임 날짜에 대해서는 늘 쓰던 방법을 통해서 알려 줄게." 

해리는 몇 번이나 거듭 말했다. 

"하지만 오늘 밤에는 할 수 없어. 나...나는 저... 마...마법약 보충 수업을 받으러 

가야 하거든." 

"너, 마법약 보충 수업을 받고 있니?" 

점심 시간 이후에 현관 복도에서 해리를 붙잡은 자카리아스 스미스가 얕잡아 

보는 말투로 물었다. 

"세상에, 성적이 아주 형편없는 모양이구나. 스네이프는 웬만해서는 보충 수업 

같은 건 안 해주는데, 안 그래?" 

스미스가 얄미울 정도로 으쓱거리며 걸어가자, 론이 그 뒤를 노려보며 말했다. 

"저주라도 한 방 먹일까? 아직은 여기서도 명중시킬 수 있어." 

"그냥 내버려 둬. 다들 곧 그렇게 생각할 텐데 뭐, 안 그래? 내가 정말로 

화나는 건..." 

해리가 힘없이 말했다. 

"안녕, 해리." 

그의 등 뒤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해리는 누군지 돌아봤다. 

"오, 안녕." 

해리는 뱃속이 불편하게 울렁거리는 것을 느끼며 대답했다. 

"우리는 도서관에 가 있을게, 해리." 

헤르미온느가 론의 팔꿈치를 꽉 잡고서 대리석 계단 위로 질질 끌고 갔다. 

"크리스마스 잘 보냈니?" 

초가 물었다. 

"응, 좋았어." 

해리가 말했다. 

"난 아주 조용하게 지냈어." 

초는 왠지 약간 부끄러워하는 것 같았다. 

"음... 다음 달에 호그스미드 방문이 있던데, 혹시 그 공고를 보았니?" 

"뭐라고" 아, 아니. 학교에 온 후로 아직까지 게시판을 살펴보지 못했어." 

"그날은 밸런타인데이잖아..." 

"그렇구나." 

해리는 도대체 초가 왜 이런 이야기를 자기에게 하는지 영문을 알 수 없었다. 

"혹시 너도..." 

"너만 괜찮으면 난 좋아." 

초가 재빨리 대답했다. 해리는 눈이 휘둥그래졌다. "너도 다음 D,A 모임이 

언제인지 알고 싶은 거니?"라고 물으려던 참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초의 대답은 

영 엉뚱했다. 

"나는... 저..." 

해리가 머뭇거렸다. 

"오, 네가 싫다면, 괜찮아. 걱정하지 마. 나...나중에 보자." 

초는 자존심이 상한 표정으로 걸어가 버렸다. 해리는 그 뒷모습을 멍하니 

바라보고 서 있었다. 머릿속이 혼란스럽게 돌아가더니, 그 순간 뭔가 딱 

떠오르는 게 있었다. 

"초! 이봐... 초!" 

그녀의 뒤를 황급히 쫓아간 해리는 대리석 계단 중간에서 그녀를 붙잡았다. 

"저... 밸런타인데이때 나랑 호그스미드에 가지 않을래?" 

"그래!" 

초가 얼굴을 붉히며 활짝 웃었다. 

"좋아... 그럼... 그렇게 약속한 거다." 

해리는 어쨌든 오늘이 전혀 무의미한 하루는 아니라고 생각하면서 오후 

수업이 시작되기 전에 론과 헤르미온느를 만나기 위해 도서관까지 말 그래도 

껑충껑충 신나게 뛰어갔다. 

하지만 여섯 시가 가까워지자, 초 챙에게 성공적으로 데이트를 신청했다는 

기쁨조차도 그의 마음을 밝혀주지 못했다. 스네이프의 방을 향해 한 걸음 한 

걸음 옮길 때마다, 시시각각 불길한 예감이 엄습했다. 

방문 앞에 이르자, 해리는 걸음을 멈추었다. 여기만 아니면 어디라도 도망치고 

싶었다. 해리는 크게 심호흡을 하고 문을 두드린 다음, 안으로 들어갔다. 

어두운 방 안에는 선반 위에 수백 개의 유리병이 늘어서 있었다. 유리병 

안에는 물컹물컹한 동물과 식물들이 온갖 색깔의 마법약 속에 담겨 있었다. 한쪽 

구석에는 한때 해리가 훔쳐갔다고 의심을 받았던(전혀 근거 없는 의심은 

아니었다) 마법약 재료들이 가득 든 진열장이 있었다. 해리는 책상 위를 유심히 

살펴보았지만, 그곳에는 룬 문자와 상징들이 새겨진 얄팍한 돌 대야만이 촛불 

아래 놓여 있을 뿐이었다. 해리는 당장 그것이 덤블도어의 펜시브라는 걸 

알아차렸다. 도대체 이게 왜 여기 있을까 의아해하고 있던 그는 어둠 속에서 

스네이프의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오자, 깜짝 놀라서 펄쩍 뛰었다. 

"문을 닫아라, 포터." 

해리는 시키는 대로 하면서도, 왠지 감옥에 갇히는 듯한 끔찍한 기분이 

들었다. 그가 문을 닫고 다시 돌아오자, 스네이프는 밝은 곳으로 걸어 나오면서 

말없이 해리에게 책상 맞은편에 있는 의자를 가리켰다. 해리는 자리에 앉았다. 

스네이프는 눈도 한 번 깜박이지 않고, 차가운 까만 눈으로 해리를 똑바로 

쳐다보며 앉아 있었다. 그의 얼굴 구석구석에 그에 대한 미움이 가득했다. 

"포터, 네가 여기 왜 왔는지 너도 알고 있을 게다. 교장 선생님께서 너에게 

오클러먼시를 가르쳐 주라고 부탁을 하셨지. 난 네가 마법약 수업 시간보다는 좀 

더 잘하길 바랄 뿐이다." 

"알겠습니다." 해리가 짤막하게 대답했다. 

"물론 이건 일반 수업이 아니다. 포터." 

스네이프는 살벌한 적의를 내뿜으며 눈을 가늘게 떴다. 

"하지만 그래도 난 여전히 너의 선생님이니까, 항상 나를 '선생님' 혹은 

'교수님'이라고 불러라." 

"네... 선생님." 해리가 대답했다. 

"이제, 오클러먼시를 시작해 볼까. 내가 너의 사랑하는 대부의 집 부엌에서 

말했듯이. 마법에서 파생되어 나온 이 정신술은 마법적인 침투와 지배를 막기 

위해 정신을 봉인하는 것이다." 

"그런데 덤블도어 교수님께서는 왜 제가 이걸 배워야 한다고 생각하시는 

거죠?" 

해리는 스네이프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면서, 과연 뭐라고 대답할까 궁금하게 

여겼다. 

스네이프는 한동안 그를 보더니 가소롭다는 듯이 말했다. 

"아무리 너라도 지금쯤은 그 이유를 알아차렸어야 하는 것 아니냐, 포터? 

어둠의 마왕은 레질리먼시에 아주 뛰어나다..." 

"그게 뭐죠, 선생님?" 

"그건 다른 사람들로부터 감정과 기억을 빼앗는 능력이지." 

"생각을 읽을 수도 있나요?" 

해리가 재빨리 물었다. 그가 가장 두려워하던 일이 확인되는 순간이었다. 

"포터, 넌 정말 둔하구나." 

스네이프가 검은 눈을 번뜩이며 말했다. 

"너는 미묘한 차이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구나. 네가 마법약 제조에 그토록 

서툰 것도 다 그런 결점 때문이야." 

스네이프는 잠깐 동안 말을 멈추고 해리를 마음껏 구박할 수 있는 즐거움을 

만끽하는 것 같았다. 

"오직 머글들이나 '독심술' 운운하고 떠드는 법이지. 생각은 책이 아니야. 마음 

내키는 대로 펼쳐서 살펴볼 수 있는 게 아니란 말이다. 두개골 속에 생각이 

새겨져 있어서 누구든 머릿속에 들어가면 볼 수 있는 게 아니야. 인간의 

정신이란 대단히 복잡하고 여러 개의 층으로 나뉘어 있다, 포터. 아니, 적어도 

대개는 그래." 

스네이프가 능글맞게 웃었다. 

"하지만 레질리먼시에 통달한 사람은 특정 조건이 되면, 희생자의 정신 속으로 

파고들어서 자신이 찾아낸 것을 정확하게 해석할 수 있어. 예를 들어서 어둠의 

마왕은 누군가 그에게 거짓말을 하면 거의 언제나 즉시 알아차리지. 오직 

오클러먼시를 습득한 사람만이 그 거짓말과 모순되는 감정과 기억을 차단할 수 

있다. 그래서 들키지 않고 그자 앞에서도 거짓말을 할 수 있게 되는 거야." 

스네이프가 뭐라고 말하든, 해리의 귀에는 레질리먼시가 독심술과 똑같은 

것처럼 들렸다. 그러므로 해리는 전혀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그럼 그자는 우리가 지금 뭘 생각하고 있는지 알 수 있나요, 선생님?" 

"어둠의 마왕은 지금 아주 먼 곳에 떨어져 있고, 호그와트의 벽과 운동장에는 

이곳에서 지내는 사람들의 몸과 정신을 안전하게 지켜 주기 위한 수많은 고대 

주문들이 걸려 있다." 

스네이프가 말했다. 

"마법에서는 항상 시간과 공간이 문제가 된다, 포터. 레질리먼시의 경우에는 

종종 눈을 마주치는 것이 필수적이지." 

"그렇다면 왜 제가 오클러먼시를 배워야 하는 거죠?" 

스네이프는 길고 가느다란 손가락으로 입술을 만지며 해리를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포터, 일반적인 규칙은 네 경우에 적용이 되지 않는 것 같다. 너를 죽이는 데 

실패한 그 저주가 너와 어둠의 마왕 사이에 일종의 끈 같은 것을 연결시킨 

모양이야. 그 증거로, 너는 가끔 네 정신이 가장 해이해지고 침투하기 쉬워질 때, 

가령 잠을 자거나 할 때, 어둠의 마왕과 생각이나 감정을 공유하게 되지. 교장 

선생님은 이런 상태가 계속되는 게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하시는 거야. 

그래서 어둠의 마왕이 네 생각 속으로 들어오지 못하도록 막는 법을 너에게 

가르쳐 주라고 하신 거란 말이다." 

해리의 심장이 또다시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그래도 여전히 이해가 가지 

않았다. 

"하지만 왜 덤블도어 교수님은 그걸 막고 싶어 하시는 거죠?" 

해리가 불쑥 물었다. 

"저도 별로 좋지는 않지만, 꽤 쓸모가 있잖아요, 안 그런가요? 제 말은... 

그러니까... 뱀이 위즐리 씨를 공격하는 걸 제가 보았잖아요. 그렇지 않았다면 

덤블도어 교수님이라 해도 위즐리 씨를 구하지 못했을 게 아닌가요? 네, 

선생님?" 

스네이프는 여전히 손가락으로 입술을 만지며 한동안 해리를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그러고는 다시 천천히 입을 열었다. 마치 한 마디 한 마디 무게를 

재듯이 아주 신중한 태도였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어둠의 마왕은 너와 자신 사이에 이런 연결선이 

있다는 걸 전혀 모르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지금까지는 네가 그의 감정을 

경험하고, 그의 생각을 공유해도 그자는 전혀 알아차리지 못했어. 하지만 네가 

크리스마스 직전에 본 환상은..." 

"뱀과 위즐리 씨를 본 것 말인가요?" 

"포터, 내 말에 끼여들지 마라." 

스네이프가 위협적으로 말했다. 

"내가 방금 말했듯이, 크리스마스 직전에 네가 본 환상은 어둠의 마왕의 생각 

속으로 강력하게 침입했다는 걸 보여 주고..." 

"전 그자가 아니라, 뱀의 머릿속으로 들어갔었어요!" 

"포터, 내가 방금 너에게 끼어들지 말라고 말했을 텐데?" 

하지만 해리는 스네이프가 아무리 화를 내도 상관없었다. 마침내 이 일의 

진상이 밝혀지려는 순간이었다. 해리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잔뜩 긴장해서 

의자를 바싹 끌어당기고 당장에라도 날아갈 듯한 자세로 의자 끝에 걸터앉았다. 

"만약 제가 볼드모트와 생각을 공유한다면, 어떻게 뱀의 눈을 통해서 그 

사건을 볼 수 있었던 거죠?" 

"어둠의 마왕의 이름을 부르지 마라!" 

스네이프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한동안 긴장감이 감도는 침묵이 흘렀다. 두 사람은 펜시브를 사이에 두고 

서로를 노려보았다. 

"덤블도어 교수님도 그자의 이름을 부르잖아요." 

해리가 조용히 말했다. 

"덤블도어 교수는 대단히 위대한 마법사다." 

스네이프가 중얼거렸다. 

"그분은 그 이름을 마음대로 부를 수 있지. 하지만... 나머지 우리들은..." 

스네이프는 무의식중에 자신의 왼쪽 팔뚝을 문질렀다. 해리는 그곳에 어둠의 

표식이 낙인 찍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전 단지 알고 싶을 뿐이에요." 

해리는 최대한 공손한 어조로 말하려고 애를 쓰면서 다시 말을 꺼냈다. 

"도대체 왜..." 

"바로 그 순간에 어둠의 마왕이 그 뱀 안에 있었기 때문에, 너도 뱀의 

머릿속으로 들어갔던 거야." 

스네이프가 짜증스럽게 말했다. 

"그때 그자가 뱀의 정신을 사로잡고 있었던 거지. 그래서 너도 뱀의 머릿속에 

들어가 있는 듯한 꿈을 꾼 거고 말이야." 

"보...볼... 아니, 그자가 그 사실을 알아차렸을까요?" 

"그런 것 같다." 

스네이프가 냉정하게 대답했다. 

"그걸 어떻게 아시죠? 덤블도어 교수님께서 그렇게 짐작을 하신 건가요? 

아니면..." 

해리가 다급하게 물었다. 

"내가 말했지. 나를 부를 때에는 반드시 '선생님'을 붙이라고." 

스네이프가 의자에 똑바로 앉아서 눈을 가늘게 뜨며 말했다. 

"네, 선생님. 하지만 그걸 어떻게 아셨죠?" 

해리가 재촉했다. 

"더 이상 알려고 하지 마라." 

스네이프가 딱 잘라 말했다. 

"중요한 사실은 이제 어둠의 마왕이 네가 그의 생각과 감정에 접근할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는 것이다. 동시에 이 과정을 반대로 써먹을 수 있다는 것도 

알았을 것이다. 다시 말해서 자신이 네 생각과 감정에 접근할 수도 있다는 걸 

깨달았다는 뜻이지..." 

"그래서 저에게 접근하려고 시도할까요? ...선생님?" 

해리는 황급히 덧붙였다. 

"그럴 수 있지." 

스네이프가 냉정하고 무관심한 어조로 말했다. 

"그러니 다시 오클러먼시로 돌아가 볼까?" 

스네이프가 망토 안쪽 호주머니에서 지팡이를 꺼내 드는 것을 보고, 해리는 

잔뜩 긴장했다. 하지만 스네이프는 지팡이를 자신의 관자놀이까지 들어 올리더니 

그 끝을 기름이 잔뜩 낀 머리카락 밑에 갖다 댔다. 그리고 다시 천천히 지팡이를 

떼자, 어떤 은빛 물질이 관자놀이에서부터 굵은 거미줄 같은 것을 늘어뜨리며 

따라 나왔다. 스네이프가 지팡이를 옆으로 치우자, 그것은 펜시브 속으로 

하늘하늘 떨어졌다. 펜시브 안에서는 가스도 액체도 아닌, 은백색 물질이 

소용돌이쳤다. 스네이프는 그 후로도 두 번 더 지팡이를 관자놀이에 갖다 

대었다가, 은빛 물질을 돌 대야 속으로 떨어뜨렸다. 그러고는 아무런 설명도 

하지 않고 펜시브를 조심스럽게 들어서 조금 떨어진 선반 위로 치우더니 손에 

지팡이를 움켜쥔 채, 해리 앞으로 돌아왔다. 

"포터, 일어서서 네 지팡이를 뽑아라." 

해리는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두 사람은 책상을 사이에 

두고 서로 마주 보고 섰다. 

"너는 내 지팡이를 빼앗기 위해 지팡이를 사용할 수 있다. 아니면 네가 생각할 

수 있는 어떤 방법으로든 너 자신을 방어할 수도 있다." 

스네이프가 말했다. 

"뭘 하실 건데요?" 

해리는 겁먹은 눈초리로 스네이프의 지팡이를 힐끔 쳐다보며 물었다. 

"나는 네 생각 속으로 들어갈 것이다." 

스네이프가 작은 소리로 말했다. 

"네가 얼마나 잘 저항하는지 보겠다. 네가 임페리우스 저주를 막아내는 재능을 

보였다는 소문은 이미 들었다. 여기에도 그와 비슷한 능력이 필요하다는 걸 곧 

깨닫게 될 거다. 정신 바짝 차려라. 자 레질리멘스!" 

스네이프는 해리가 미처 준비가 되기도 전에 주문을 날렸다. 저항할 힘을 

끌어모을 틈도 없었다. 해리의 눈앞에서 방이 출렁거리더니 곧 사라졌다. 마치 

필름이 돌아가듯이, 장면 장면이 그의 머릿속을 휙휙 스치고 지나갔다. 그 

광경이 어찌나 선명했던지 주위가 전혀 보이지 않았다. 

그는 다섯 살이었다. 새로 산 빨간 자전거를 타고 있는 두들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의 가슴은 질투심으로 터질 것만 같았다... 이제 아홉 살, 불독 리퍼가 

그를 쫓아와서 나무 위로 도망쳤다. 더즐리 가족들은 나무 밭 잔디밭에서 배꼽을 

움켜쥐고 웃고 있고... 이제 그는 마법의 모자를 쓰고 앉아 있다... 마법의 모자는 

그가 슬리데린에 가면 아주 잘할 거라고 말하고 있었다... 얼굴에 온통 시커먼 

털이 난 헤르미온느가 병실에 누워 있었다... 백 명의 디멘터들이 검은 호수 옆에 

있는 그를 향해 점점 다가오고 있었다... 겨우살이 밑에서 초 챙이 그의 곁으로 

가까이 다가왔다... 

안 돼. 초의 기억이 차츰 떠오르자, 해리의 머릿속에서 어떤 목소리가 들렸다. 

이건 보여 줄 수 없어. 이건 보여 줄 수 없어. 이건 비밀스런 기억이야... 

순간 해리는 무릎에 날카로운 통증을 느꼈다. 스네이프의 방이 다시 눈앞에 

나타나고, 해리는 바닥에 쓰러져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한쪽 무릎을 스네이프의 

책상 다리에 심하게 부딪혔던 것이다. 해리는 스네이프를 올려다보았다. 그는 

지팡이를 내려뜨린 채, 손목을 문지르고 있었다. 그의 손목에는 마치 화상을 

입은 것처럼 채찍 자국이 선명하게 남아 있었다. 

"쏘기 주문을 걸 생각이었냐?" 

스네이프가 싸늘한 목소리로 물었다. 

"아니에요." 

해리가 바닥에서 몸을 일으키며 쌀쌀맞게 대답했다. 

"그럴 줄 알았다." 

스네이프는 경멸하는 듯한 말투로 말했다. 

"너는 내가 깊숙이 들어가는 걸 내버려 두었어. 통제력을 잃은 거야." 

"그럼 제가 본 걸 모두 다 보셨나요?" 

해리는 이렇게 물으면서도, 과연 스네이프의 대답을 듣고 싶은 건지 자신이 

없었다. 

"잠깐잠깐 보았지." 

스네이프는 조롱하는 듯한 미소를 지었다. 

"그 개는 누구네 집 개냐?" 

"마지 아줌마네 개예요." 

해리는 스네이프에 대한 강렬한 증오심을 느끼며 중얼거렸다. 

"처음 시도치고는 생각한 것만큼 그렇게 나쁘지 않았다." 

스네이프가 또다시 지팡이를 들어 올리며 말했다. 

"어쨌든 나를 간신히 막아 내긴 했으니까. 하지만 고함을 지르느라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했어. 끝까지 정신을 집중해야 한다. 네 머리로 나를 막아 내라. 

그러면 네 지팡이를 의지할 필요가 없게 될 거다." 

"노력하고 있어요. 하지만 어떻게 하는지 방법도 안 가르쳐 주셨잖아요." 

해리가 화를 냈다. 

"포터, 예의를 잊지 마라." 

스네이프가 경고했다. 

"이제 눈을 감아라." 

해리는 혐오하는 눈초리로 그를 쳐다보다가 결국 시키는 대로 했다. 하지만 

지팡이를 든 스네이프를 앞에 둔 채, 눈을 감고 서 있다는 것이 못내 

꺼림칙했다. 

"마음을 비워라, 포터." 

스네이프가 냉정한 목소리로 말했다. 

"모든 감정을 털어 버려..." 

하지만 스네이프에 대한 미움은 여전히 독약처럼 그의 피속에서 들끓었다. 

그에 대한 분노를 버리라고? 차라리 두 다리를 떼어 버리는 게 더 쉬울 것이다... 

"포터, 제대로 하지 않고 있구나. 훈련이 좀더 필요하겠다... 이제 정신을 

집중해라..." 

해리는 마음을 비우려고 애썼다. 어떤 생각도, 기억도, 감정도 가지지 

않으려고... 

"다시 한 번 해보자. 셋을 세겠다... 하나... 둘... 셋... 레질리멘스!" 

거대한 검은 용이 그의 눈앞에 불쑥 나타났다... 그의 아버지와 어머니가 

소망의 거울 뒤에서 그를 향해 손짓을 하고 있었다... 케드릭 디고리가 텅 빈 

눈을 부릅뜬 채.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아...아...아...안 돼!" 

해리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린 채, 다시 털썩 무릎을 꿇고 주저앉았다. 마치 

누군가가 그의 두개골 속에서 뇌를 빼내려고 한 것처럼, 머리가 쪼개지는 것 

같았다. 

"일어나!" 

스네이프가 날카롭게 소리쳤다. 

"일어나라니까! 넌 전혀 노력을 하지 않고 있어. 아무것도 말이야. 넌 네가 

두려워하는 기억에 접근하도록 나를 내버려두었단 말이다! 그건 내 손에 무기를 

쥐어주는 꼴이야!" 

해리는 다시 자리에서 일어났다. 마치 묘지에서 죽은 케드릭의 모습을 방금 

다시 본 것처럼 그의 심장이 마구 뛰었다. 스네이프는 평소보다 더욱 창백하게 

질리고 잔뜩 화가 난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해리만큼은 아니었다. 

"저도... 노력...하고...있어요!" 

해리는 이를 악물고 대답했다. 

"네 감정을 다 비우라고 말했지!" 

"그래요? 지금은 그러기가 무척 힘들군요." 

해리도 지지 않고 맞섰다. 

"그렇다면 넌 어둠의 마왕의 손쉬운 먹잇감이라는 걸 인정한 셈이야!" 

스네이프가 사납게 몰아세웠다. 

"감정을 감추지 못하는 멍청이들, 감정을 통제하지 못하고, 슬픈 기억을 

떠올리며 징징거리고 쉽게 화를 내는 바보들, 한마디로 나약한 인간들은 절대로 

그의 힘에 맞설 수가 없단 말이다! 포터, 그자는 너무나도 쉽게 네 마음속으로 

들어올 거야!" 

"전 나약하지 않아요." 

해리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분노가 마구 치밀어서 당장에라도 스네이프를 

공격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그럼 그걸 증명해 봐! 너 자신을 통제해 보란 말이다!" 

스네이프가 소리쳤다. 

"너의 분노를 다스리고 너의 정신을 가다듬어! 다시 한 번 해보겠다! 자, 준비! 

레질리멘스!" 

백 명의 디멘터들이 운동장에 있는 호수를 가로질러 그를 향해 미끄러져 

왔다... 그는 위즐리 씨와 함께 창문이 없는 복도를 따라 질주하고 있었다... 복도 

끝에 있는 검은 문으로 점점 더 가까이 다가왔다... 해리는 그 문으로 들어갈 

생각이었다... 하지만 위즐리 씨는 그를 왼쪽으로 잡아끌더니 돌계단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알았어! 알았다!" 

그는 다시 스네이프의 방바닥에 나자빠져 있었다. 그의 흉터가 기분 나쁘게 

쿡쿡 쑤셨다. 하지만 그의 입에서는 의기양양한 외침이 흘러나왔다. 간신히 몸을 

일으킨 해리는 지팡이를 치켜든 채, 그를 쳐다보고 있는 스네이프를 보았다. 

이번에는 해리가 맞서 싸우려고 하기도 전에 스네이프가 먼저 주문을 

거두어들인 것 같았다. 

"그래서 무슨 일이 있었나, 포터?" 

스네이프가 해리를 뚫어져라 쳐다보며 물었다. 

"전 보았어요. 이제 생각나요." 

해리가 숨을 헐떡이며 말했다. 

"방금 깨달았어요..." 

"뭘 깨달았다는 거냐?" 

스네이프가 날카롭게 추궁했다. 하지만 해리는 즉시 대답하지 않았다. 가만히 

이마의 흉터를 문지르며 갑작스런 깨달음의 순간을 잠시 되새기고 있었다. 

그는 몇 달 동안이나 창문이 없는 긴 복도 끝에 굳게 잠긴 문이 있는 꿈을 

꾸어 왔다. 하지만 지금까지 그곳이 어디인지 한 번도 깨닫지 못했다. 이제 그 

기억을 떠올리고 나니, 그의 꿈속에 줄곧 나왔던 그곳이, 지난 8월 12일에 

마법부에서 청문회가 열리는 법정으로 가기 위해 위즐리 씨와 함께 황급히 

달려갔던 그 복도였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그곳은 미스터리 부서로 가는 

복도였다. 볼드모트의 뱀에게 공격을 당하던 날 밤에 위즐리 씨는 바로 그곳에 

있었던 것이다. 

해리는 스네이프의 얼굴을 올려다보았다. 

"미스터리 부서에는 뭐가 있죠?" 

"그게 무슨 소리지?" 

스네이프가 조용히 물었다. 하지만 해리는 그가 움찔하고 겁을 내는 것을 

알아차리고 내심 만족스러웠다. 

"미스터리 부서 안에 뭐가 있느냐고 물었습니다. 선생님." 

해리가 물었다. 

"그런데 그런 건 왜 묻는 거냐?" 

스네이프가 천천히 말했다. 

"왜냐하면 제가 방금 본 복도가... 지난 몇 달 동안 계속 제 꿈속에 

나타났었는데, 바로 미스터리 부서로 향하는 통로라는 걸 방금 깨달았거든요. 제 

생각에는 아마 볼드모트가 거기서 뭔가를..." 

해리는 반항하듯 스네이프의 얼굴을 가까이 들여다보며 말했다. 

"어둠의 마왕의 이름을 말하지 말라고 했을 텐데!" 

두 사람은 서로를 가만히 노려보았다. 해리의 흉터가 다시 쑤시기 시작했지만, 

상관하지 않았다. 스네이프는 몹시 흥분한 것 같았다. 하지만 다시 입을 열었을 

때, 냉정하고 무관심한척 보이려고 애쓰는 기색이 역력했다. 

"포터, 미스터리 부서에는 많은 것들이 있다. 넌 이해하지도 못할뿐더러 

너랑은 아무 상관 없는 것들이지. 알겠냐?" 

"네." 

해리는 쿡쿡 쑤시는 흉터를 손으로 문지르며 대답했다. 이마의 통증은 점점 더 

심해지고 있었다. 

"수요일, 같은 시간에 다시 오너라. 그때 연습을 계속하자." 

"알겠습니다." 

해리는 어서 스네이프의 방을 벗어나서 론과 헤르미온느를 만나야겠다는 

생각밖에 없었다. 

"매일 밤 잠들기 전에 모든 감정을 다 털어 버려야 한다. 마음을 깨끗이 

비워서 평온하고 고요하게 만드는 거야, 알았나?" 

"네." 

해리는 그의 말을 귓전으로 흘려들으며 대충 대답했다. 

"경고하겠다. 포터... 네가 연습을 했는지 안 했는지 다 알 수 있어." 

"알겠습니다." 

해리는 재빨리 가방을 들어 어깨에 걸친 다음, 문 쪽으로 달려갔다. 문을 연 

해리는 어깨 너머로 스네이프를 힐끗 돌아보았다. 그는 등을 돌린 채, 지팡이 

끝으로 펜시브 안에 들어 있는 자신의 생각을 건져 올리더니 다시 자기 

머릿속으로 집어 넣고 있었다. 해리는 더 이상 아무 말 없이 문을 살짝 닫고 

나왔다. 그의 이마는 여전히 견딜 수 없이 아팠다. 

해리는 도서관에서 론과 헤르미온느를 찾아냈다. 그들은 엄브릿지가 최근에 

내준 숙제를 하고 있었다. 5학년 학생들 거의 대부분이 불이 밝혀진 책상 앞에 

앉아서 책에 코를 박은 채, 정신없이 뭔가를 쓰고 있었다. 한편 창살이 쳐진 창 

밖의 하늘은 점점 더 어두워졌다. 이따금 들리는 소리라고는 오직 삐걱거리는 

핀스 부인의 구둣발소리뿐이었다. 이 도서관 사서는 위협적으로 도서관 통로를 

돌아다니며 자신의 귀중한 책을 만지고 있는 학생들의 목덜미를 씩씩거리며 

내려다보았다. 

해리는 오싹 몸이 떨렸다. 이마의 통증은 사라질 줄 몰랐다. 왠지 열이 나는 

것 같았다. 론과 헤르미온느의 맞은편에 앉는 순간, 창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이 

보였다. 하얗게 질린 얼굴 때문에 평소보다 흉터가 더욱 또렷하게 드러나는 것 

같았다. 

"어땠어?" 

헤르미온느가 걱정스런 얼굴로 속삭였다. 

"괜찮니, 해리?" 

"음... 괜찮아... 잘 모르겠어." 

해리는 또다시 통증이 밀려오자, 얼굴을 찡그리며 짜증스럽게 말했다. 

"있잖아... 방금 전에 깨달은 게 있어..." 

해리는 조금 전에 자신이 본 장면과 자신의 추측을 말해 주었다. 

"그러니까... 네 말은..." 

핀스 부인이 또각또각 발소리를 내며 옆으로 지나가자, 론은 더욱더 목소리를 

낮추었다. 

"그 사람이 찾고 있는 무기가... 마법부 안에 있단 말이지?" 

"미스터리 부서 안에 있어." 

해리가 속삭였다. 

"내 청문회 때 너희 아버지가 나를 법정까지 데려다 주실 때, 그 문을 본 적이 

있어. 뱀이 아저씨를 물었을 때 아저씨가 지키고 있었던 바로 그 문이 

틀림없다니까." 

헤르미온느가 천천히 긴 한숨을 내쉬었다. 

"당연한 일이야." 

"뭐가 당연하다는 거야?" 

론이 성급하게 물었다. 

"론, 한번 생각해 봐... 스터지스 포드모어도 마법부 어딘가에 들어가려고 애를 

썼어. 아마 틀림없이 같은 곳이었을 거야. 우연의 일치라고 하기에는 너무 

지나치잖아!" 

"스터지스는 우리 편인데 왜 거길 들어가려고 했을까?" 

론이 의문을 제기했다. 

"나도 몰라. 그건 좀 이상하긴 해..." 

"그런데 미스터리 부서에 있는 게 뭘까?" 

해리가 론에게 물었다. 

"혹시 너희 아버지가 뭔가 말씀하신 적 없니?" 

"흔히 그 부서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말할 수 없는 자'라고 부른대." 

론이 얼굴을 찌푸리며 말했다. 

"왜냐하면 그들이 뭘 하는지 아무도 아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지. 그런데 

무기를 가지고 있다니 좀 이상해." 

"전혀 이상하지 않아. 그거야말로 앞뒤가 딱 맞아떨어지는 걸." 헤르미온느가 

말했다. 

"그건 아마도 마법부에서 개발하고 있는 최고의 극비 사항일 거야. 그런데 

해리... 너 정말 괜찮은 거니?" 

해리가 마치 이마의 흉터를 펴 버리려는 듯이 두 손으로 세게 문지르고 

있었던 것이다. 

"응... 괜찮아..." 

해리는 파르르 떨리는 손을 내리며 말했다. 

"그냥 좀 기분이... 오클러먼시는 별로 내키지 않아." 

"어느 누구라도 자신의 머릿속을 자꾸 침범당하고 나면 떨리는 기분이 들 

거야." 

헤르미온느가 그의 심정을 이해한다는 듯이 말했다. 

"우리, 휴게실로 가자. 거기라면 좀 편할 거야." 

하지만 휴게실은 왁자지껄한 웃음소리와 소음으로 떠나갈 듯했다. 프레드와 

조지가 그들 장난감 가게의 가장 최근 상품을 선보이고 있었던 것이다. 

"머리가 없어지는 모자입니다!" 

조지가 소리치자, 프레드는 나풀거리는 분홍색 깃털로 장식한 뾰족한 모자를 

구경하는 학생들 앞에 흔들어 보였다. 

"한 개에 2갈레온입니다. 자, 프레드를 보십시오!" 

프레드가 머리에 모자를 쓰고 활짝 웃었다. 그 모습이 한심하다고 느끼는 

순간, 그의 모자와 머리가 눈 깜짝할 사이에 없어졌다. 

몇몇 여자 아이들은 자지러지게 비명을 질렀지만, 대부분의 아이들은 한바탕 

웃음을 터뜨렸다. 

"이제 다시 벗겠습니다!" 

조지가 소리쳤다. 프레드의 손이 한동안 어깨 위에 있는 허공을 더듬는 

듯하더니, 분홍색 깃털이 달린 모자를 벗는 순간 그의 머리가 다시 나타났다. 

"저 모자를 어떻게 한 거지?" 

헤르미온느는 숙제를 하다 말고 프레드와 조지를 유심히 쳐다보았다. 

"그러니까 저건 분명 일종의 투명 마법인 것 같은데, 마법에 걸린 물건 밖에 

있는 사물까지 눈에 안 보이게 만들 수 있다는 게 꽤 놀라운걸... 하지만 저 

마법은 효력이 별로 오래갈 것 같지 않아..." 

해리는 아무 대꾸도 하지 않았다. 기분이 몹시 안 좋았다. 

"나는 내일 해야겠어." 

해리가 가방 안에서 꺼낸 책을 도로 집어넣으며 중얼거렸다. 

"그럼 네 숙제 계획장에 그렇게 써! 그래야 안 잊어버리지." 

헤르미온느가 격려하듯이 말했다. 

해리와 론은 서로를 힐끔 쳐다보았다. 해리는 가방 속에서 숙제 계획장을 

꺼내어 조심조심 펼쳐 들었다. 

"나중까지 미루지 마, 이 열등생아!" 

해리가 엄브릿지의 숙제를 적자, 숙제 계획장이 큰 소리로 그를 꾸짖었다. 

헤르미온느는 그걸 보며 흐뭇하게 웃었다. 

"난 그만 자러 가야겠어." 

해리는 숙제 계획장을 다시 가방 속에 쑤셔 넣었다. 그리고 제일 먼저 눈에 

띄는 벽난로 속에 반드시 이걸 던져 버리겠다고 결심했다. 

해리는 그에게 머리가 없어지는 모자를 씌우려고 하는 조지를 피해서 

휴게실을 가로질러 걸어갔다. 남학생 침실로 가는 돌계단은 고요하고 서늘했다. 

꿈속에서 뱀을 보았던 그날 밤처럼 다시 온몸이 아파 오는 것 같았다. 하지만 

잠시 침대에 누워 있으면 곧 괜찮아질 거라고 생각했다. 

침실 문을 열고 한 발짝 안으로 들어서는 순간, 마치 누군가 그의 머리를 

반으로 자르는 것처럼 격렬한 통증이 밀려왔다. 해리는 자기가 지금 어디 

있는지, 서 있는지 앉아 있는지조차 알 수 없었다. 심지어 자신의 이름도 

떠오르지 않았다. 

소름 끼치는 웃음소리가 그의 귓전에 울렸다. 그 어느 때보다도 훨씬 더 

행복했다. 흥겹고 황홀하고 의기양양했다. 뭔가 놀라운, 놀라운 일이 일어난 

것이다... 

"해리? 해리!" 

누군가 그의 얼굴을 쳤다. 미친 듯한 웃음소리는 고통스런 비명 소리로 

끝났다. 행복했던 기분은 사라졌지만, 웃음소리는 여전히 이어졌다... 

간신히 눈을 뜬 해리는 자신의 입에서 그 미친 듯한 웃음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하지만 그 사실을 깨닫자마자, 웃음소리가 뚝 멈추었다. 

해리는 바닥에 쓰러진 채, 천장을 바라보며 숨을 헐떡거리고 있었다. 이마의 

흉터가 견딜 수 없이 아팠다. 론은 몹시 걱정스런 표정으로 그를 내려다 보고 

있었다. 

"무슨 일이야?" 

론이 물었다. 

"나도... 모르겠어..." 

해리는 다시 일어나 앉으며 중얼거렸다. 

"그자가 아주 즐거워하고 있어. 아주..." 

"그 사람 말이니?" 

"뭔가 좋은 일이 일어난 거야." 

해리는 중얼거렸다. 뱀이 위즐리 씨를 공격하는 걸 보았을 때처럼 온몸이 

부들부들 떨리고 토할 것 같았다. 

"뭔가 바라던 일이 이루어졌어." 

그린핀도르 팀 탈의실에서 그랬던 것처럼, 그의 목소리는 마치 낯선 사람이 

그의 입을 통해 말을 하고 있는 것처럼 들렸다. 하지만 해리는 그게 사실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그는 론의 옷에 먹은 걸 몽땅 토하지 않으려고 크게 심호흡을 

했다. 이번에는 딘과 시무스가 옆에 없어서 천만다행이었다. 

"헤르미온느가 널 한 번 살펴보라고 했어." 

론은 해리가 자리에서 일어나는 걸 도와주었다. 

"헤르미온느 말이, 스네이프가 네 머릿속을 헤집고 돌아다녔으니 네 방어력이 

약해졌을 거라는 거야. 그래도 그 훈련이 결국에는 너에게 도움이 되겠지? 안 

그래?" 

론은 침대까지 해리를 부축해 가면서, 의심스런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해리는 힘없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침대 위에 푹 쓰러졌다. 그의 상처는 여전히 

날카롭게 쑤셨다. 첫 번째 오클러먼시 경험이 그의 정신 저항력을 키워 

주기는커녕 오히려 약하게 만들었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도대체 

어떤 일이 일어났기에 그가 14년 동안 생전 처음 느낀 그런 행복감을 

볼드모트에게 안겨 주었을까, 해리는 온몸에 전율을 느끼며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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