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3장 (112/194)

제23장 격리 병동에서의 크리스마스 

그래서 덤블도어가 더 이상 해리와 눈을 마주치려고 하지 않았던 걸까? 그는 

볼드모트가 해리의 눈 뒤에서 노려보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을까? 어쩌면 그 

반짝이는 초록색 눈이 갑자기 빨갛게 변하면서 고양이 눈처럼 눈동자가 

가늘어질까 두려웠던 것일까? 해리는 언젠가 퀴렐 교수의 뒤통수에서 

빠져나왔던 뱀처럼 생긴 볼드모트의 끔찍한 얼굴을 떠올렸다. 그리고 자신의 

뒤통수를 쓰다듬으며 만약 볼드모트가 그의 머리를 뚫고 나오면 어떤 기분일까 

상상했다. 

지하철을 타고 돌아오는 동안 해리는 자신이 오염되고 더럽혀진 기분이었다. 

치명적인 어떤 병균을 몸에 지니고 있어서, 순결하고 깨끗한 사람들과는 지하철 

좌석에조차 함께 앉을 자격이 없는 것 같았다. 그들은 볼드모트에게 오염되지 

않았다... 그는 단지 그 뱀을 보았던 것이 아니라, 직접 그 뱀이 되었던 것이다. 

그는 이제야 알 수 있었다... 

그 순간 한 가지 기억이 떠오르면서 소름 끼치는 생각이 그의 머리를 

후려쳤다. 동시에 그의 뱃속이 뱀처럼 꿈틀거리며 요동치기 시작했다. 

추종자들 이외에, 그가 쫓는 것이 무엇일까? 

오직 훔쳐야만 손에 넣을 수 있는 것... 무기처럼. 그가 지난번에는 가지지 

못했던 것. 

내가 바로 그 무기야. 해리는 생각했다. 그 생각은 마치 혈관을 타고 흐르는 

독약처럼 그의 온 몸을 마비시켰다. 흔들리는 지하철을 타고 어두운 터널을 

지나가던 해리는 비오듯 땀을 흘렸다. 내가 바로 볼드모트가 사용하고 싶어 했던 

바로 그 무기였어. 그래서 내가 가는 곳마다 사람들이 따라다녔던 거야. 그건 

나를 보호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다른 사람들을 지키기 위한 거였어. 하지만 

효과가 없었던 거지. 내가 호그와트에 있는 동안 줄곧 누군가를 붙일 수는 

없었으니까... 지난밤에 위즐리 씨를 공격한 것은 바로 나였어. 나였던 거야. 

볼드모트가 나에게 그걸 시켰어. 어쩌면 바로 지금도 내 안에 들어와서 내 

생각을 읽고 있을지도 몰라... 

"해리, 너 괜찮니?" 

위즐리 부인이 지니 앞으로 몸을 숙이며 그에게 말을 걸었다. 덜컹거리는 

지하철은 어두운 터널을 계속 지나고 있었다. 

"별로 좋아 보이지 않는구나. 어디 아프니?" 

아이들은 일제히 그를 쳐다보았다. 해리는 세차게 고개를 저으며 보험 

광고판을 올려다보았다. 

"해리, 정말 괜찮은 거니?" 

위즐리 부인이 걱정스런 목소리로 다시 물었다. 이제 그들은 그리몰드 광장의 

무성한 잔디밭 위를 걸어가고 있었다. 

"너무 창백해 보이는구나. 오늘 아침에 잠을 좀 자긴 했니? 가자마자 넌 

바로위층으로 올라가거라. 저녁 식사 전까지 두 시간쯤 잘 수 있을 거야. 

알았지?" 

해리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거야말로 사람들을 피할 수 있는 가장 적절한 

구실이었다. 그건 지금 그에게 가장 절실히 필요한 것이기도 했다. 그러므로 

위즐리 부인이 현관문을 열자마자, 해리는 곧장 트롤 다리 우산꽂이 옆을 지나서 

위층으로 올라가 론과 그의 침실로 들어갔다. 

해리는 두 개의 침대와 피니어스 나이젤러스의 텅 빈 액자 사이를 

왔다갔다하기 시작했다. 그의 머릿속은 온갖 의문들과 끔찍한 상상들로 

들끓었다. 

내가 어떻게 뱀이 될 수 있을까? 어쩌면 애니마구스일지도 모른다... 아니, 

그럴 리가 없어. 어쩌면 볼드모트가 애니마구스였을지도... 그래. 해리는 

생각했다. 그게 맞을 것이다. 그는 이따금 뱀으로 변하곤 했다. 그리고 그가 나를 

사로잡았을 때, 우리 두 사람 모두 변신을 한 것이다. 그래도 어떻게 불과 오 분 

안에 런던까지 갔다가 다시 내 침실로 돌아올 수 있는지를 설명할 수는 없다. 

하지만 볼드모트는 덤블도어 교수를 제외하면, 세상에서 가장 강력한 힘을 지닌 

마법사다. 어쩌면 그런 식으로 사람을 순간이동시키는 것쯤은 문제가 되지 않을 

수도 있다. 

그 순간 해리는 날카로운 공포의 전율에 사로잡혔다. 이건 미친 생각이야. 

만약 볼드모트의 영혼이 나에게 씌었다면, 지금 나는 그에게 불사조 기사단 

본부의 내부를 속속들이 보여주고 있는 셈이야! 그는 누가 기사단에 있고 

시리우스가 어디 있는지 다 알게 될 거야. 게다가 난 듣지 말아야 할 이야기들도 

많이 들었어. 내가 여기 왔던 첫날 밤 시리우스가 나에게 했던 그 모든 

이야기들은... 

여기에 대한 해답은 단 한 가지뿐이었다. 그가 그리몰드 광장을 곧장 떠나는 

것이다. 그는 홀로 호그와트에서 크리스마스를 보내야 한다. 그것이 최소한 다른 

사람들이 안전하게 휴가를 보낼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이다. 아니, 그것도 아니다. 

호그와트에는 아직도 다치거나 부상당할 수 있는 사람들이 많다. 만약 시무스나 

딘 혹은 네빌이 다음 차례가 된다면? 해리는 걸음을 멈추고 피니어스 

나이젤러스의 텅 빈 액자를 바라보았다. 마음이 납덩이처럼 무거웠다. 그에게 더 

이상 다른 선택은 없었다. 그는 다른 마법사들과의 관계를 완전히 끊고 

프리벳가로 돌아가야만 한다. 

그래, 꼭 그래야만 한다면, 더 이상 여기서 서성거려봤자 쓸데없는 짓이었다. 

해리는 예상보다 6개월이나 빨리 대문 앞에 나타난 그를 보고 더즐리 가족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생각하지 않으려고 온 힘을 다해 애를 쓰며, 트렁크 쪽으로 

성큼성큼 다가갔다. 그리고 뚜껑을 쾅 닫고 고리를 잠근 다음, 거의 자동적으로 

헤드위그를 찾으려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제야 비로소 헤그위드가 아직도 

호그와트에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 새장을 가져가 봐야 아무 소용도 없을 

거야. 해리는 트렁크의 한쪽 끝을 잡고 문을 향해 질질 끌고 갔다. 그때 

빈정거리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도망치는 건가, 그래?" 

해리는 방 안을 돌아보았다. 어느 틈에 초상화 안으로 돌아온 피니어스 

나이젤러스가 재미있어 죽겠다는 표정으로 몸을 액자 밖으로 내민 채, 해리를 

쳐다보고 있었다. 

"도망치는 게 아니에요." 

해리는 짤막하게 쏘아붙이고는 다시 가방을 끌고 걸어갔다/ 

"난 그리핀도르 기숙사 학생이라면 용감한 줄 알았지. 내가 보기에 넌 차라리 

우리 기숙사에 들어오는 게 더 나을 뻔했다. 우리 슬리데린들은 물론 용감하지만 

어리석지는 않거든. 예를 들어서 선택의 기회가 주어지면 우린 항상 자기 목숨을 

살릴 수 있는 길을 선택하지." 

"내 목숨을 살리려고 이러는 게 아니란 말이에요." 

해리는 문 바로 앞에 깔린, 좀먹고 울퉁불퉁한 양탄자 위로 트렁크를 

끌어내려고 애를 쓰며 말했다. 

"알겠어. 이건 겁을 먹고 꽁무니를 빼는 게 아니라는 거지. 넌 고상하다는 

거군." 

피니어스 나이젤러스가 수염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해리가 그의 말을 못 들은 

척 무시하면서 손잡이에 손을 올려놓았을 때, 피니어스 나이젤러스는 비로소 

천천히 입을 뗐다. 

"알버스 덤블도어가 너에게 보내는 전갈을 가져왔어." 

해리는 재빨리 몸을 돌렸다. 

"뭔데요?" 

"그 자리에서 꼼짝하지 마." 

"난 지금 꼼짝 않고 있잖아요! 도대체 그 내용이 뭐죠?" 

해리가 여전히 손잡이에 손을 올려놓은 채 소리쳤다. 

"방금 내가 말했잖아. 이 멍청이." 

피니어스 나이젤러스가 능청을 부렸다. 

"덤블도어가 말하기를 그 자리에서 꼼짝하지 말래." 

"어째서?" 

해리가 트렁크를 떨어뜨리며 간절하게 물었다. 

"어째서 나더러 가만히 있으라는 거죠? 다른 말은 없었나요?" 

"아무 말도 없었어." 

피니어스 나이젤러스는 해리가 건방지다고 생각한 듯이 가느다랗고 검은 

눈썹을 추켜올렸다. 그 순간 해리는 무성한 수풀에서 뱀이 고개를 내밀 듯이,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지금 그는 지칠대로 지치고 말할 수 없이 혼란스러운 

상태였다. 지난 열두 시간 동안 공포와 안도감을 되풀이해서 경험해야만 했다. 

그런데도 덤블도어는 여전히 그와 아무런 이야기도 나누지 않으려고 하는 

것이다! 

"그래서 그게 전부인가요? 전부라고요? 그 자리에서 꼼짝하지 말라고요? 내가 

디멘터에게 공격을 받았을 때에도 사람들이 나에게 해준 말은 고작 그 한 

마디뿐이었어요. 어른들이 문제를 해결할 동안 넌 그냥 가만히 있어라, 해리! 

하지만 우린 너에게 아무 이야기도 해줄 수 없단다. 왜냐하면 네 작은 머리로는 

그걸 감당해 낼 수 없을 테니까!" 

"바로 그거야." 

피니어스 나이젤러스가 해리보다 더 큰 목소리로 외쳤다. 

"이래서 난 절대 선생 같은 건 되고 싶지 않다니까! 어린애들은 무슨 일이든 

자기만 절대적으로 옳다고 생각하지. 이 바람만 잔뜩 들어간 가엾은 앵무새야. 

호그와트의 교장이 너에게 사소한 모든 일까지 절대로 털어놓지 않는 데에는 

뭔가 그럴 만한 이유가 있을 거라는 생각은 들지 않니? 아무리 부당하다고 

느껴져도, 덤블도어의 지시를 따르면 결코 손해 본 적이 없다는 걸 아직도 

깨닫지 못했단 말이냐? 아니, 너도 다른 젊은 애들이랑 마찬가지로 너 혼자서만 

느끼고 생각한다고 확신하지. 너 혼자서만 위험을 알아차리고 너 혼자서만 

어둠의 마왕이 무슨 계획을 세우는지 미리 알아차릴 만큼 똑똑하다고..." 

"그렇다면 그자가 나에 대해 무슨 계획을 세우고 있단 말인가요?" 

해리가 재빨리 물었다. 

"내가 그렇게 말했나?" 

피니어스 나이젤러스는 할 일 없이 자신의 비단 장갑을 살펴보는 척했다. 

"자, 이제 너만 괜찮다면, 난 그만 가 봐야겠다. 사춘기 소년의 고뇌를 들어 

주는 것보다 좀더 중요한 일이 있어서... 잘 있거라." 

그는 액자 가장자리로 어슬렁어슬렁 걸어가더니 눈앞에서 사라졌다. 

"좋아요, 가 버려요! 그리고 덤블도어 교수님께는 전혀 고맙지 않다고 전해 

주세요!" 

해리는 텅 빈 액자를 향해 고함을 질렀다. 하지만 텅 빈 액자는 고요하기만 

했다. 해리는 씩씩거리며 가방을 다시 침대 발치에 끌어다 놓고, 좀먹은 침대 

이불 위에 눈을 감고 엎드렸다. 온몸이 무겁고 쑤셨다. 

해리는 마치 기나긴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기분이었다... 초 챙이 겨우살이 

밑에서 그를 향해 가까이 다가왔던 일이 아득히 멀게만 느껴지는 데 불과 

스물네 시간도 지나지 않았다는 사실이 놀라울 뿐이었다... 죽고 싶을 만큼 

피곤했지만, 잠들기가 겁이 났다. 하지만 언제까지 자지 않고 버틸 수 있을지 

자신도 알 수 없었다... 덤블도어는 그에게 가만히 있으라고 했다... 그 말은 아마 

잠을 자도 좋다는 뜻일 것이다... 하지만 두려웠다... 이번에는 또 무슨 일이 

일어날까? 

그는 어둠 속으로 차츰 빠져들었다. 

그러자 머릿속 필름이 돌아가기만을 기다렸다는 듯이 꿈을 펼쳤다. 그는 검은 

문을 향해서 텅 빈 복도를 걸어 내려가고 있었다. 울퉁불퉁한 돌 벽과 횃불, 

그리고 왼쪽에는 아래층으로 이어지는 돌계단이 보이는 문이 열려 있었다. 

해리는 검은 문 앞에 이르렀지만 열 수가 없었다... 그는 어떻게든 들어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면서 멍하니 문을 바라보고 서 있었다... 그가 열렬히 갈망하는 

무언가가 바로 저 너머에 있었다... 꿈도 꾸지 못했던 놀라운 것이... 그의 흉터가 

쑤시는 것만 멈출 수 있다면... 그렇다면 좀더 분명하게 생각할 수 있을 텐데... 

"해리..." 

아득히 먼 곳에서 론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엄마가 저녁이 준비되셨대. 하지만 더 자고 싶으면 그냥 자도 된다고 

그러셨어." 

해리는 간신히 눈을 떴다. 하지만 론은 벌써 방을 나가고 없었다. 

론은 나와 단둘이 있고 싶지 않은 거야. 

해리는 생각했다. 

무디가 하는 말을 들은 이후로는... 

해리는 이제 어느 누구도 그가 여기 있는 것을 원하지 않을 것이라고 

짐작했다. 모두들 그의 내면에 무엇이 있는지 알게 되었다. 

해리는 저녁을 먹으러 내려가고 싶지 않았다. 자신이 나타나서 괜히 다른 

사람들을 불편하게 만들고 싶지 않았다. 해리는 몸을 뒤척이다가 곧 다시 잠이 

들었다. 한참 후에 깨어나 보니, 이른 새벽이었다. 배가 고파 속이 쓰렸다. 론은 

옆 침대에서 코를 골며 자고 있었다. 눈을 찌푸리며 방 안을 둘러보던 해리는 

피니어스 나이젤러스가 다시 초상화 안에 들어와 있는 것을 발견했다. 문득 

덤블도어가 그를 감시하라고 피니어스 나이젤러스를 보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혹시 그가 또 다른 누군가를 공격할까 봐. 

자신이 불결하다는 느낌이 더욱 강해졌다. 덤블도어의 말을 듣고 떠나 버리지 

않은 걸 후회하는 마음도 들었다. 만약 앞으로 그리몰드 광장에서의 생활이 계속 

이런 식이라면, 차라리 프리벳가에서 지내는 편이 더 나을지도 모른다. 

다른 사람들은 모두 아침 내내 크리스마스 장식을 하느라 분주했다. 해리는 

시리우스가 이렇게 기분이 좋은 모습을 처음 보는 것 같았다. 캐롤을 흥얼거리며 

사람들과 함께 크리스마스를 보내게 되어서 기쁘다는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복도를 울리는 그의 목소리가 썰렁한 응접실에 혼자 앉아 있는 해리의 귀에까지 

들려왔다. 그는 창 밖으로 당장에라도 눈이 쏟아질 듯이 점점 흐려지는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면서 다른 사람들에게 그에 대해 쑥덕거릴 수 있는 기회를 

주었다는 것에 대해 잔인한 쾌감을 느끼고 있었다. 마치 응당 그래야 하는 

일이라도 되는 것처럼, 점심 무렵이 되어 그의 이름을 부르는 위즐리 부인의 

다정한 목소리가 들려오자, 해리는 못 들은 척하고 위층으로 깊숙이 숨어 

버렸다. 

저녁 여섯 시쯤 되었을 때, 현관 벨이 울리고 블랙 부인이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벅빅의 방에 숨어 있던 해리는 아마 먼던구스나 다른 기사단 단원이 

찾아온 모양이라고 생각하며, 벽에 몸을 기댄 채, 더욱더 편안하게 늘어졌다. 

그리고 히포그리프에게 죽은 쥐를 먹이며 자신의 배고픔은 잊으려고 애를 썼다. 

하지만 잠시 후에 누군가 마구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나서 깜짝 놀랐다. 

"여기 있는 줄 다 알아." 

헤르미온느의 목소리였다. 

"잠깐 나올래? 너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어." 

"여기는 왠일이야?" 

해리가 문을 열며 말했다. 벅빅은 혹시 먹다가 떨어뜨린 고기 조각이라도 

없을까 해서 지푸라기가 깔린 마루 위를 발톱으로 벅벅 긁기 시작했다. 

"넌 엄마 아빠랑 스키를 타러 가기로 했잖아?" 

"솔직히 말해서 스키는 내 적성에 안 맞아." 

헤르미온느가 말했다. 

"어쨌든 나도 여기서 크리스마스를 보내기로 했어." 

헤르미온느의 머리 위에는 아직도 눈이 쌓여 있었고, 그녀의 얼굴은 추위로 

빨갛게 얼어 있었다. 

"하지만 론에게는 아무 말도 하지 마. 론이 하도 웃어 대는 게 얄미워서, 

스키가 정말 재밌다고 말했거든. 엄마 아빠는 무척 실망하셨지만, 시험 준비를 

하는 사람들은 모두 호그와트에 남아서 공부를 한다고 말씀드렸어. 두 분 다 

내가 잘되기를 바라셨기 때문에 결국 이해하셨지. 그건 그렇고." 

헤르미온느가 씩씩하게 말했다. 

"네 침실로 가자. 론의 어머님이 불을 피워 주셨거든. 샌드위치도 올려 보내 

주신다고 하셨어." 

해리는 그녀의 뒤를 따라서 2층으로 갔다. 하지만 침실로 들어가는 순간, 론과 

지니가 침대 위에 앉아서 그를 기다리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나는 구조 버스를 타고 왔어." 

해리에게는 미처 말할 틈도 주지 않고, 헤르미온느는 재빨리 겉옷을 벗으며 

명랑하게 말했다. 

"덤블도어 교수님께서 어제 아침에 그동안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나에게 

말씀해 주셨어. 하지만 공식적으로 학기가 끝날 때까지 기다려야만 했지. 

엄브릿지는 너희들이 바로 자기 눈앞에서 감쪽같이 없어진 걸 알고 벌써 

노발대발하고 있어. 덤블도어 교수님께서 위즐리 씨가 성 뭉고 병원에 입원해서 

너희들에게 병문안 허가를 내주었다고 설명했는데도 말이지." 

헤르미온느는 이렇게 말하고 지니 옆에 앉았다. 이제 세 사람은 일제히 눈을 

동그랗게 뜨고 그를 올려다보았다. 

"네 기분은 어떠니?" 

헤르미온느가 물었다. 

"좋아." 

해리가 딱딱하게 대답했다. 

"거짓말하지 마, 해리." 

헤르미온느가 짜증스럽게 말했다. 

"론과 지니가 그러는데, 성 뭉고 병원에 다녀온 뒤로는 계속 사람들을 피해 

다닌다면서." 

"그래? 그랬어?" 

해리는 론과 지니를 노려보았다. 론은 슬그머니 시선을 발 아래로 떨구었지만, 

지니는 조금도 기가 죽지 않았다. 

"그래, 그랬잖아! 아무도 안 보려고 했으면서!" 

지니가 말했다. 

"날 보지 않으려고 했던 건 너희들이었어!" 

해리가 화를 냈다. 

"어쩌면 번갈아 쳐다보다가 서로 바라보는 걸 못 보았는지도 모르지." 

해리가 휙 돌아서며 면박을 주었다. 

"이제 오해는 그만 풀어." 

헤르미온느가 날카롭게 말했다. 

"다른 애들에게 들었어. 어젯밤에 늘어나는 귀로 엿들었..." 

"그랬어?" 

해리는 호주머니 속에 손을 깊숙이 찔러 넣은 채, 펄펄 눈이 내리는 창 밖을 

바라보았다. 

"모두들 내 이야기를 하느라 바빴군. 그래, 나도 그 일에 익숙해져야겠지." 

"해리, 우리는 너와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 하지만 넌 병원에서 돌아온 뒤로 

줄곧 우리를 피해 다니기만..." 

지니가 말했다. 

"난 누구와도 이야기하고 싶지 않아." 

해리는 점점 더 속이 비틀렸다. 

"그래서 네가 멍청하다는 거야." 

지니는 화가 나서 소리쳤다. 

"그자에게 사로잡혔던 사람이 마치 자기 자신밖에 없는 것처럼 굴잖아. 하지만 

난 그게 어떤 기분인지 말해 줄 수 있어." 

해리는 갑자기 뒤통수를 얻어맞은 사람처럼 가만히 서 있었다. 그러더니 즉시 

돌아서서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 

"잊고 있었어." 

"잊을 수 있었다니 다행이었네." 

지니가 쌀쌀맞게 말했다. 

"미안해." 

해리는 진심으로 사과했다. 

"그... 그럼 너도 내가 사로잡혔다고 생각하니?" 

"넌 자기가 무슨 일을 했는지 다 기억할 수 있어?" 

지니가 물었다. 

"그동안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전혀 기억이 안 나는 공백기가 없어?" 

해리는 머리를 쥐어짜며 생각해 보았다. 

"응." 

"그럼 넌 그 사람에게 사로잡힌 게 아니야." 

지니는 명쾌하게 대답했다. 

"그자가 나에게 그런 짓을 했을 때, 나는 몇 시간 동안 내가 뭘 했는지 전혀 

기억할 수 없었어. 어딘가에서 문득 정신을 차려 보면, 내가 왜 여기 왔는지 

전혀 알 수가 없는 거야." 

해리는 도저히 그 말을 믿을 수가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마음에는 

반짝 희망이 불타올랐다. 

"하지만 네 아빠와 뱀에 대한 꿈은..." 

"해리, 넌 전에도 꿈을 꾼 적이 있어." 

헤르미온느가 말했다. 

"작년에 볼드모트에 대한 환상을 본 적이 있잖아." 

"이번에는 달라." 

해리가 고개를 저었다. 

"나는 그 뱀의 몸 안에 있었어. 마치 내가 뱀이 된 것 같았다고... 만약 

볼드모트가 나를 런던으로 순간이동시킨 거라면...?" 

"도대체 넌 언제쯤에나 '호그와트 역사'를 읽을 거니?" 

헤르미온느가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걸 읽으면 호그와트 안에서는 순간이동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될 

거야. 아무리 볼드모트라고 해도 널 침실 밖으로 날아가게 할 순 없어, 해리." 

"넌 침대에서 한 순간도 떠나지 않았어." 

론이 말했다. 

"너를 깨우기 전에 한 일 분 동안 꿈을 꾸며 몸부림치는 널 지켜보고 

있었거든." 

해리는 생각에 잠겨서 다시 방 안을 왔다갔다하기 시작했다. 그들이 말하는 

것은 모두 그를 위로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이치에 맞는 말이었다. 아무 생각 

없이 그는 침대 위의 접시에서 샌드위치를 집어 입 안으로 꾸역꾸역 밀어 

넣었다. 

'나는 무기가 아냐.'라고 해리는 생각했다. 안도감과 희망으로 가슴이 

벅차올랐다. 심지어 '신의 축복을, 메리 히포그리프.'라고 목청껏 노래 부르며 

그들이 있는 방문 앞을 지나 벅빅의 방으로 요란하게 걸어가는 시리우스의 

목소리가 들려왔을 때, 함께 따라 부르고 싶은 충동까지 일어났다. 

어떻게 꿈에라도 프리벳가로 돌아가서 크리스마스를 보낼 생각을 했을까? 

시리우스는 해리가 돌아온 데다가 다시 집 안이 사람들로 북적대는 것을 보고 

기뻐서 어쩔 줄 몰랐다. 그런 시리우스의 마음은 곧 모두에게 전염되었다. 그는 

더 이상 지난여름의 우울한 집주인이 아니었다. 이제 그는 모든 사람들이 

호그와트에서 보다 더 즐겁거나, 그렇지 않으면 최소한 그만큼은 즐거워야 

한다고 작정한 것 같았다. 그는 크리스마스날 직전까지 다른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 가며 쉴 새 없이 쓸고 닦고 장식을 했다. 마침내 크리스마스 전날이 되어 

모두 잠자리에 들었을 때, 그의 저택은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완전히 변했다. 

녹슨 샹들리에는 뽀얀 거미줄 대신 호랑가시나무 화환과 황금색과 은색의 장식 

리본을 드리우고 있었고, 낡은 양탄자 위에는 마법 눈이 수북히 쌓여 반짝이고 

있었다. 먼던구스가 구해 온 커다란 크리스마스 트리는 살아 있는 요정들로 

장식이 되어서, 시리우스의 가계도 앞을 떡 가로막고 서 있었다. 심지어 복도 

벽에 늘어서 있는 집요정들의 머리에까지 산타클로스의 모자와 수염을 붙여 

놓았다. 

크리스마스 날 아침에 눈을 뜬 해리는 침대 밑에 잔뜩 쌓여 있는 선물 

꾸러미를 발견했다. 론은 이미 자신이 받은 선물을 거의 절반쯤 풀어 보고 있는 

중이었다. 

"올해는 수입이 짭짤해." 

론이 구름처럼 널려 있는 포장지 더미 속에서 해리에게 말했다. 

"빗자루용 나침반 고마워. 아주 훌륭해. 헤르미온느의 선물은... 숙제 

계획장이야." 

자기가 받은 선물을 살펴보던 해리는 헤르미온느의 글씨가 적힌 물건을 

발견했다. 그의 선물도 역시 일기장 비슷한 공책이었다. 다만 첫 장을 열 때마다 

'오늘 하지 않으면, 내일은 후회한다!'라고 큰 소리로 말을 한다는 점이 다를 

뿐이었다. 

시리우스와 루핀은 '실용 방어 마법과 사용법'이라는 훌륭한 책 시리즈를 

선물했다. 거기에는 설명하는 모든 주문과 반 주문에 대한, 살아 움직이는 

생생한 그림이 실려 있었다. 해리는 1장을 재빨리 훑어보았다. 척 보기에도 

D,A를 위한 계획을 짜는 데 대단히 유용할 것 같았다. 해그리드는 이빨을 가진 

갈색 털 지갑을 선물로 보냈다. 아마도 소매치기를 방지하기 위한 장치 

같았지만, 불행하게도 손가락을 깨물리지 않으면 한 푼도 집어넣을 수 없는 

단점이 있었다. 퉁스의 선물은 움직이는 작은 파이어볼트 모형이었다. 해리는 방 

안을 빙빙 날아다니는 모형 빗자루를 보면서 진짜 파이어볼트를 가지고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했다. 론은 그에게 온갖 맛이 나는 강낭콩 젤리 한 상자를 

선물했고, 위즐리 부부는 늘 그렇듯이 손으로 짠 점퍼와 다진 고기 파이를 

선물했다. 도비는 보기만 해도 끔찍한 그림을 선물했는데, 아마도 직접 그린 것 

같았다. 해리가 어떻게 하면 좀더 나아 보일까 그림을 이쪽저쪽 뒤집어 보고 

있는데, 침대 발치에서 뿅 하는 소리와 함께 프레드와 조지가 나타났다. 

"메리 크리스마스." 

조지가 인사를 했다. 

"잠깐 동안 밑에 내려가지 마." 

"왜 그러는데?" 

론이 물었다. 

"엄마가 다시 울기 시작했어. 퍼시가 크리스마스 점퍼를 돌려보냈거든." 

프레드가 우울하게 말했다. 

"쪽지 한 장 없이 말이야. 아빠가 어떠신지 묻지도 않고 병문안을 가겠다는 

말도 한마디 없었어." 

조지가 덧붙였다. 

"우리가 위로를 해드리자. 퍼시는 쥐똥만큼도 가치가 없는 녀석이라고 

말씀드리는 거야." 

프레드는 이렇게 말하며 침대를 돌아 나와 해리의 초상화를 들여다보았다. 

"그래 봐야 별로 효과가 없을걸." 

조지는 개구리 초콜릿을 입에 쑤셔 넣으며 말했다. 

"루핀에게 맡겨. 우리가 아침을 먹으러 내려가기 전까지, 루핀이 최선을 다해 

엄마를 위로해 줄 거야." 

"그런데 이건 도대체 뭐니?" 

프레드가 눈을 가늘게 뜨고 도비의 그림을 쳐다보며 물었다. 

"커다란 검은 눈을 가진 긴팔원숭이처럼 보이는데." 

"이건 해리야!" 

조지가 그림 뒷면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뒤에 쓰여 있는 글씨를 봐!" 

"아주 비슷한걸." 

프레드가 씩 웃으며 말했다. 해리는 새로 받은 숙제 계획장을 그에게 던졌다. 

맞은편 벽에 맞고 바닥에 떨어진 공책은 큰 소리로 떠들었다. 

"상세히 표시를 한 후에는 뭐든지 해도 좋아요!" 

그들은 이제 그만 자리에서 일어나서 옷을 갈아입었다. 집안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저마다 서로에게 '메리 크리스마스!'라고 외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계단으로 내려가는 길에 그들은 헤르미온느와 마주쳤다. 

"책 고마워, 해리!" 

헤르미온느는 즐거운 목소리로 인사했다. 

"'수비학의 새로운 이론'을 얼마나 오랫동안 갖고 싶어 했는지 몰라! 그리고 그 

향수 정말 특이하더라, 론." 

"별 거 아니야. 그런데 그건 누구 선물이니?" 

론이 헤르미온느의 손에 든 선물을 가리키며 물었다. 그것은 예쁘게 포장되어 

있었다. 

"크리처 거야." 

헤르미온느가 명랑하게 말했다. 

"설마 옷은 아니겠지!" 

론이 그녀에게 경고하듯 말했다. 

"너도 시리우스가 한 말 들었잖아. 크리처는 이미 아는 게 너무 많아서 

해방시킬 수도 없다고!" 

"옷은 아니야. 물론 내 맘 같아선 크리처에게 그 더럽고 낡아 빠진 걸레 조각 

말고 다른 걸 주고 싶어. 하지만 이건 퀼트 이불이야. 그의 침실을 좀 환하게 

해주고 싶어서 말이야." 

"무슨 침실?" 

시리우스의 어머니 초상화 앞을 지나자, 해리가 목소리를 낮추며 물었다. 

"시리우스가 그러는데 그건 침실이 아니라, 거의 무슨 토굴이래." 

헤르미온느가 말했다. 

"부엌 벽장 속에 있는 보일러 밑에서 자는 게 틀림없어." 

그들이 지하 부엌으로 들어갔을 때, 그곳에는 위즐리 부인밖에 없었다. 부인은 

화덕 옆에 서서 지독한 감기에 걸린 사람같은 목소리로 그들에게 '메리 

크리스마스!'라고 인사를 했다. 아이들은 모두 슬며시 시선을 피했다. 

"여기가 크리처의 침실이란 말이야?" 

론이 식품 저장실 맞은편 구석에 있는 시커먼 문으로 다가갔다. 해리는 한 

번도 그 문이 열려 있는 걸 본 적이 없었다. 

"그래." 

헤르미온느의 목소리는 약간 초조한 것 같았다. 

"저... 노크를 하는 게 좋을 것 같아." 

론이 똑똑 문을 두드렸지만 아무 대답이 없었다. 

"위층에서 또 여기저기 엿보고 다니는 모양이야." 

론이 말했다. 그리고 다짜고짜 문을 왈칵 열었다. 

해리는 안을 들여다보았다. 벽장 안은 커다란 구식 보일러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보일러 파이프 바로 밑의 빈 공간에 크리처는 둥지 

비슷한 것을 만들어 놓았다. 닥치는 대로 끌어 모은 천 뭉치와 냄새나는 낡은 

담요가 바닥에 깔려 있었고, 그 한가운데 크리처가 매일 밤 몸을 웅크리고 자는 

자리가 움푹 들어가 있었다. 그리고 여기저기에 상한 빵 조각과 묵은 치즈 

조각들이 널려 있었다. 구석 깊숙한 곳에서 반짝이고 있는 작은 물건들과 

동전들은 아마도 시리우스가 집을 청소할 때 내버린 물건들을 크리처가 

까치처럼 주워다 놓은 것 같았다. 심지어 시리우스가 지난여름에 던져 버린 은제 

액자 속에 든 가족 사진까지 숨겨 놓았다. 비록 유리는 깨졌지만, 아직도 흑백 

사진 속의 사람들은 거만하게 그를 쳐다보고 있었다. 그 중에는 덤블도어의 

펜시브에서 재판받는 걸 보았던 그 검은 머리의 눈꺼풀이 두꺼운 여자도 있었다. 

바로 벨라트릭스 레스트랭이었다. 순간 해리는 오싹 소름이 끼쳤다. 그녀는 

크리처가 제일 좋아하는 사진 속 인물이 틀림없었다. 다른 사람들보다 제일 앞에 

그녀를 세워 놓고 그 위에만 마법 테이프로 어설프게 유리를 붙여 놓았던 

것이다. 

"여기다 그냥 선물을 놓고 가는 게 좋겠어." 

헤르미온느가 걸레 뭉치와 담요들이 있는 한가운데에 조심스럽게 선물을 

내려놓고 조용히 문을 닫았다. 

"나중에 이걸 보면 좋아할 거야." 

"다들 생각 좀 해보자." 

그들이 벽장문을 조용히 닫는 순간, 식품 저장실에서 시리우스가 나오며 

말했다. 

"혹시 최근에 크리처를 본 사람 있어?" 

"저는 우리가 여기 돌아온 날 이후로 한 번도 못 봤어요." 

해리가 대답했다. 

"크리처에게 부엌에서 나가라고 명령하셨잖아요." 

"그래..." 

시리우스가 이마를 찌푸렸다. 

"맞아. 나도 그를 본 게 그걸로 마지막인 것 같아. 아마 위층 어딘가에 

있겠지." 

"여길 떠날 순 없잖아요, 안 그래요? 그러니까 아저씨가 나가라고 말했을 때, 

설마 집 밖으로 나가라는 소리로 듣진 않았겠죠?" 

"그렇지, 그건 아니야. 집요정은 옷을 받지 않으면 절대 떠날 수 없어. 그들은 

이 집에 매인 몸이니까." 

시리우스가 말했다. 

"집요정이 정말로 원하면 집을 떠날 수도 있어요." 

해리가 그의 의견에 반대하고 나섰다. 

"도비는 그랬는걸요. 3년 전에 저에게 경고를 하기 위해서 말포이 집을 나온 

적이 있어요. 그래서 나중에 스스로 벌을 받긴 했지만, 아직도 그럴 수 있어요." 

시리우스는 잠깐 당황한 표정을 짓더니 다시 말했다. 

"내가 나중에 찾아보지. 아마 위층에서 어머니의 옛날 바지나 뭐 그런 걸 

끌어안고 울고 있을 거야. 물론 세탁물 건조장 안에 기어 들어가서 죽었을지도 

몰라. 하지만 괜히 내 희망 사항을 미리 밝힐 필요는 없지." 

프레드와 조지, 론은 배꼽을 잡고 웃었지만, 헤르미온느는 못마땅한 

표정이었다. 

일단 크리스마스 점심을 먹은 후에, 위즐리 가족과 해리, 헤르미온느는 

매드아이와 루핀의 호위를 받으며 위즐리 씨를 병문안 갈 예정이었다. 때마침 

먼던구스가 크리스마스 푸딩과 사소한 몇 가지 물건들을 가지고 나타났다. 

지하철이 크리스마스에는 운행되지 않기 때문에 만약을 대비해서 자동차를 

'빌려' 왔다는 것이었다. 해리는 과연 자동차 주인에게 동의를 얻었는지 대단히 

의심스러웠지만, 어쨌든 그 자동차는 한때 위즐리네의 낡은 포드 앵글리아처럼 

내부가 넓어지는 마법에 걸려 있었다. 그래서 겉으로 보기에는 그저 보통 크기의 

자동차였지만, 운전을 하는 먼던구스까지 포함하여 열 명의 사람들이 편안하게 

들어가 앉을 수가 있었다. 위즐리 부인은 차에 타기 전까지 계속 망설였지만... 

해리는 위즐리 부인의 마음속에서 먼던구스에 대한 혐오감과 마법을 쓰지 않고 

돌아다닐 것에 대한 부담감이 서로 싸우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마침내 

차가운 바깥 날씨와 아이들의 간청이 승리를 거두었다. 부인은 우아하게 

뒷좌석의 프레드와 빌 사이에 앉았다. 

거리가 아주 한산했기 때문에, 성 뭉고 병원까지는 금방 도착했다. 몇몇 

마녀와 마법사들이 병원으로 들어가기 위해서 사람이 없는 거리를 슬며시 

올라오고 있었다. 해리와 다른 사람들은 자동차에서 내리고, 먼던구스는 

모퉁이에서 그들을 기다리기로 했다. 그들은 태연하게 초록색 나일론 옷을 입은 

인형이 서 있는 진열장 앞으로 어슬렁어슬렁 다가가서, 차례차례 유리 진열장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병원 접수대 앞은 흥겨운 잔치 마당처럼 보였다. 성 뭉고 병원을 밝혀 주던 

크리스털 전구는 빨간색과 황금색으로 칠해져서, 빛나는 커다란 크리스마스 

전구처럼 보였다. 그리고 모든 문 앞에는 호랑가시나무가 걸려 있었고, 구석구석 

마법 눈과 반짝이는 고드름으로 뒤덮이고 꼭대기에 빛나는 황금별이 달려 있는 

하얀 크리스마스 트리가 세워져 있었다. 병원은 지난번 그들이 찾아왔을 때보다 

덜 붐볐다. 하지만 방을 반쯤 가로질러 가고 있을 때, 왼쪽 콧구멍에 호두를 

잔뜩 쑤셔 박은 마녀가 해리를 밀치고 앞으로 달려갔다. 

"집안 싸움이라도 하셨나 보죠?" 

접수대 뒤에서 금발의 마녀가 히죽히죽 웃으며 말했다. 

"오늘만 당신 벌써 세 번째예요. 마법 상해, 5층으로 가세요." 

잠시 후에 그들은 무릎 위에 먹다 남은 칠면조 요리가 담긴 쟁반을 올려놓고 

우울한 표정으로 침대에 앉아 있는 위즐리 씨를 만났다. 

"어디 아픈 데 없죠, 아서?" 

모두들 위즐리 씨와 인사를 나누고 선물을 건네주고 나자, 위즐리 부인이 

걱정스럽게 물었다. 

"좋아. 좋아." 

위즐리 씨가 약간 과장되게 말했다. 

"당신은 어... 아직 스메스윅 치료사를 못 만났지?" 

"못 만났는데요, 왜요?" 

위즐리 부인이 의심스러운 듯이 물었다. 

"아무것도 아니야, 아무것도." 

위즐리 씨는 손을 휘저으며 자기 앞에 쌓인 선물을 풀기 시작했다. 

"모두들 잘 지냈니? 크리스마스 선물로 뭘 받았니? 오, 해리, 이거 정말 

멋지구나!" 

위즐리 씨는 퓨즈 전선과 드라이버가 든 해리의 선물을 펼쳐 보고 좋아했다. 

하지만 위즐리 부인은 그의 대답에 썩 만족하는 눈치가 아니었다. 남편이 해리의 

손을 잡기 위해 몸을 앞으로 숙이자, 부인은 재빨리 잠옷 밑으로 붕대가 감긴 

곳을 살펴보았다. 

"아서, 벌서 붕대를 갈았군요. 왜 하루나 더 일찍 붕대를 바꾼 거죠? 

병원에서는 내일까지 바꿀 필요가 없다고 나에게 말했는데?" 

부인이 쥐덫처럼 뭔가 꼬투리를 잡았다는 목소리로 물었다. 

"뭐라고?" 

위즐리 씨는 약간 겁에 질린 표정으로 가슴까지 이불을 끌어당겼다. 

"아니야. 아무것도 아니야. 난 그저..." 

위즐리 씨는 마음속을 훤히 꿰뚫어 보는 것 같은 위즐리 부인의 눈초리에 

점점 주눅이 들었다. 

"몰리, 제발 화내지 말아요. 하지만 어거스투스 파이가 한가지 제안을 했다오. 

그 사람은 견습 치료사인데, 아주 친절하고 그러니까... 저... 대체 의학에 관심이 

많아. 다시 말하자면... 옛날 머글 치료법 같은 거 말이오... 머글들은 그걸 

'수술'이라고 하는데, 아주 효과가 좋아요... 머글들 상처에는..." 

그 순간 위즐리 부인이 비명도, 고함도 아닌 이상한 소리를 내질렀다. 루핀은 

은근슬쩍 침대 곁을 떠나서 늑대인간 옆으로 가 버렸다. 아무도 병문안을 오지 

않는 그 환자는 아까부터 시샘 어린 눈초리로 사람들에게 둘러싸인 위즐리 씨를 

쳐다보고 있었다. 한편 빌은 차를 한 잔 마셔야겠다고 중얼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프레드와 조지도 덩달아 싱글싱글 웃으며 그를 따라갔다. 

"그러니까 당신은 지금..." 

위즐리 부인의 목소리가 한 마디 한 마디 할 때마다 점점 더 커졌다. 같이 온 

손님들이 자리를 피해 슬금슬금 달아나고 있다는 사실조차 전혀 모르는 게 

분명했다. 

"머글 치료법에 손을 댔다고 나에게 말하려는 건가요?" 

"손을 대려는 게 아니오, 몰리." 

위즐리 씨가 애원하듯이 말했다. 

"이건 그... 그냥 파이와 내가 한번 해보면 어떨까 생각했을 뿐이오. 다만 

불행하게도 어떤 특별한 종류의 상처에는 그게 생각만큼 효과가 없는 것 

같아서..." 

"그래서요?" 

"그... 글쎄, 당신이 수술에 대해서 뭐... 뭘 아는지 모르겠군." 

"당신의 살을 실로 꿰매려고 했다는 소리처럼 들리는데요." 

위즐리 부인이 기가 막히다는 듯이 코웃음을 쳤다. 

"하지만 아서, 아무리 당신이라도 그런 어리석은 짓을..." 

"저도 차나 한 잔 마시고 올게요." 

해리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헤르미온느와 론, 지니도 거의 동시에 문 

쪽으로 쏜살같이 도망쳤다. 문이 쾅 닫히자마자, 위즐리 부인의 고함소리가 

들려왔다. 

"그게 일반적인 의견이었다니, 도대체 무슨 소리죠?" 

"정말 아빠다운 행동이야." 

지니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말했다. 그들은 복도를 따라 걸어 올라가는 

중이었다. 

"수술이라니... 그게 뭐지...?" 

"글세, 어쨌든 비마법적인 상처에는 꽤 효과적인 방법이야." 

헤르미온느가 공정하게 평가했다. 

"하지만 뱀의 독에 실을 녹이거나 뭐 그런 성분이 들어 있을지도 몰라... 

그런데 휴게실이 어디지?" 

"6층이야." 

해리는 안내 데스크 너머에 붙어 있던 표지판을 기억해 내고 말했다. 

이중문을 지나서 복도를 따라 걸어가자, 험상궂게 보이는 치료사들의 사진이 

줄지어 걸려 있는 흔들리는 계단이 나타났다. 그들은 계단을 올라가기 시작했다. 

수많은 치료사들이 그들을 불러 세우며 온갖 이상한 병명을 대면서 끔찍한 

치료법을 제안했다. 론은 한 중세 마법사가 그에게 스팻터그로이트의 심각한 

증세를 보이는 게 분명하다고 소리치는 바람에 정말로 화가 났다. 

"도대체 그게 뭐지?" 

그 치료사가 원래 주인을 마구 옆으로 밀치며 초상화 여섯 개까지 그를 

쫓아오자, 론이 벌컥 화를 내며 물었다. 

"가장 치명적인 피부 질환 중에 하나지. 그 병에 걸리면 마마 자국이 남아서 

지금보다 훨씬 더 흉측한 모습이 될 거요." 

"도대체 누구보고 흉측하다고 하는 거야!" 

론이 귀까지 벌게지면서 소리쳤다. 

"유일한 치료법은 두꺼비의 간을 꺼내서 목 주위에 단단히 묶은 다음, 

보름달이 뜰 때 뱀장어의 눈깔이 잔뜩 든 통에 벌거벗고 들어가는 거라오." 

"난 스팻터그로이트에 걸리지 않았어!" 

"하지만 젊은 양반, 당신 얼굴에 보이지 않게 난 흠집들은..." 

"그건 주근깨란 말이야!" 

론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당장 네 초상화 속으로 다시 들어가, 그만 날 좀 내버려둬!" 

론이 다른 사람들을 향해 돌아서자, 모두들 웃음을 감추느라 애를 쓰고 

있었다. 

"여기가 몇 층이지?" 

"6층인 것 같아." 

헤르미온느가 말했다. 

"아니야, 여긴 5층이야. 한 층 더 올라가야..." 

해리가 말했다. 그리고 마지막 계단을 딛고 올라서는 순간, 해리는 갑자기 그 

자리에 우뚝 서서 문에 달린 작은 창문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그 문에는 

여기서부터 '마법 상해' 층이라는 것을 알리는 표지판이 붙어 있었다. 그리고 

창문 너머에서 한 남자가 유리창에 코를 짓누르며 그들을 내다보고 있었다. 

구불거리는 금빛 머리카락과 투명한 푸른 눈동자, 그리고 눈부시게 하얀 이를 

드러내며 활짝 웃는 공허한 미소... 

"세상에!" 

론도 그 남자를 보며 중얼거렸다. 

"오, 이럴 수가! 록허트 교수야!" 

헤르미온느가 갑자기 숨을 헐떡이며 소리쳤다. 

전직 어둠의 마법 방어술 교수가 문을 열고 그들을 향해 다가왔다. 그는 긴 

보라색 가운을 입고 있었다. 

"얘들아, 안녕! 내 사인을 받으러 왔구나?" 

록허트가 말했다. 

"하나도 안 변했군, 그렇지?" 

해리가 지니에게 속삭였다. 지니는 싱글싱글 웃었다. 

"요... 요즘 어떠세요, 교수님?" 

론이 약간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록허트가 처음 이 성 뭉고 병원에 오게 된 

것은, 론의 지팡이가 잘못 발사되어 그의 기억력을 심하게 손상시켰기 

때문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록허트가 먼저 론과 해리의 기억을 영원히 지워 

버리려고 했었기 때문에, 해리는 그다지 불쌍한 생각이 들지 않았다. 

"나는 아주 잘 지낸다, 고마워!" 

록허트가 원기 왕성한 목소리로 말하더니 호주머니에서 약간 뭉툭해진 공작 

깃털 펜을 꺼내 들었다. 

"사인을 얼마나 해줄까? 이제 난 필기체를 쓸 수 있단다!" 

"저... 지금은 괜찮아요, 고맙습니다." 

론이 얼른 사양했다. 하지만 해리가 불쑥 그에게 다시 말을 거는 것을 보고, 

눈을 치켜떴다. 

"교수님, 이렇게 복도를 돌아다니셔도 되나요? 병실에 가만히 계셔야 하는 거 

아닌가요?" 

갑자기 록허트의 얼굴에서 미소가 싹 사라졌다. 그는 잠시 해리의 얼굴을 

뚫어져라 바라보더니 말했다. 

"우리가 만난 적이 없었나?" 

"어... 있어요. 그럼요. 호그와트에서 저희를 가르치셨잖아요, 기억나세요?" 

"가르쳤다고? 내가? 그랬단 말이야?" 

록허트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러더니 갑자기 그의 얼굴에서 다시 

커다란 미소가 떠올랐다. 

"너희들이 알고 있는 모든 걸 다 가르쳤겠지, 안 그래? 그럼 이제 사인을 받는 

게 어떻겠니? 물론 한 열두 장쯤 받고 싶겠지? 그래야 한 사람도 빼놓지 않고, 

네 어린 친구들에게 모두 나눠 줄 수 있을 테니까 말이야!" 

하지만 바로 그때 복도 제일 끝에 있는 문이 열리며, 누군가 고개를 내밀고 

소리를 쳤다. 

"질데로이, 이 장난꾸러기 녀석. 또 어딜 싸돌아다니고 있는 거야?" 

마치 엄마처럼 보이는 치료사 하나가 머리에는 반짝거리는 화환을 쓰고 

복도를 부산하게 달려왔다. 그 여자는 해리와 다른 아이들을 보더니 반갑게 

미소를 지었다. 

"오, 질데로이, 손님이 찾아왔구나! 얼마나 기쁜 일이냐! 게다가 크리스마스 

날에! 가엾은 녀석, 생전 찾아오는 사람도 하나 없고, 도대체 왜 그런지 이유를 

모르겠어. 이렇게 귀엽고 사랑스러운데 말이야. 안 그러냐?" 

"사인을 해주고 있었어요!" 

질데로이는 또다시 이를 드러내고 활짝 웃으며 치료사에게 말했다. 

"사인을 아주 많이 받고 싶대요. 그리고 절대 거절하면 안된다는군요! 이럴 줄 

알았으면 사진을 많이 찍어 놓을 걸 그랬어요!" 

"그의 말을 들어 주렴." 

치료사가 록허트의 팔을 붙잡고 마치 그가 조숙한 두 살짜리 어린아이라도 

되는 것처럼 사랑스럽다는 미소를 지었다. 

"몇 년 전만 해도 그는 꽤 유명한 사람이었단다. 그래서 우리는 그가 이렇게 

사인해 주기를 좋아하는 게 어쩌면 기억이 돌아오고 있다는 신호가 아닐까 

희망하고 있어. 이쪽으로 들어오겠니? 그는 격리 병동에 있단다. 내가 

크리스마스 선물을 가지러 간 사이에 몰래 빠져나온 거야. 물론 위험해서 그런 

건 아니란다!" 

치료사는 목소리를 낮추며 속삭였다. 

"오히려 자기 자신에게 위험하지. 가엾은 것... 자기가 누군지도 모르고 밖에 

나가면 어떻게 돌아가야 할지도 모르니... 너희들이 그를 찾아와 준다면 정말 

고맙겠구나." 

"저, ...사실 우리는 지금..." 

론은 쓸데없이 손으로 위층을 가리키며 더듬거렸다. 하지만 기대에 가득 차서 

웃고 있는 치료사의 얼굴을 보니, '차를 마시러 가야 해요.'라는 말이 더 이상 

나오지 않았다. 그들은 맥없이 서로만 쳐다보다가 록허트와 치료사의 뒤를 

따라갔다. 

"금방 나오자." 

론이 작은 소리로 속삭였다. 치료사는 지팡이로 제이너스 식키 병동의 문을 

가리키더니 중얼거렷다. 

"알로호모라." 

문이 활짝 열리자, 치료사는 질데로이의 팔을 꽉 잡은 채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침대 옆에 놓인 안락의자에 그를 앉혔다. 

"여기는 장기 입원 환자들을 위한 병실이란다." 

치료사가 해리와 론, 헤르미온느, 지니에게 작은 소리로 설명해 주었다. 

"마법 상해를 입은 불치 환자들을 위한 병실이지. 물론 강력한 치료약과 

주문을 써서 혹시 운이 좋으면 약간 낫는 경우도 있단다. 질데로이는 어느 정도 

자신에 대한 기억이 돌아온 것 같아. 보드 씨 같은 경우에는 진짜로 효과가 

있어서 언어 능력이 상당히 많이 회복되었단다. 물론 아직도 우리가 알아들을 수 

있는 말은 한 마디도 못하지만 말이다. 자, 나는 크리스마스 선물 나눠 주는 

일을 끝내야겠구나. 너희들끼리 이야기 많이 나누렴." 

해리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병실 안은 한눈에 보아도 환자가 영원히 집처럼 

머물 곳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위즐리 씨의 병실보다도 침대 주위에 개인적인 

물건들이 훨씬 더 많았다. 예를 들면, 질데로이 침대 머리의 벽에는 온통 그의 

사진으로 도배가 되어 있었다. 사진 속의 그는 새로 온 손님들을 향해 이를 

드러내고 웃으며 손을 흔들고 있었다. 그리고 대부분의 사진에 어린아이처럼 

삐뚤삐뚤한 글씨로 그의 사인이 되어 있었다. 한편 질데로이는 치료사의 손에 

이끌려서 의자에 앉자마자, 새 사진 뭉치를 꺼내더니 깃펜을 움켜쥐고 

열정적으로 사인을 하기 시작했다. 

"너는 이걸 봉투에 넣으렴." 

질데로이는 사인이 끝날 때마다 지니의 무릎 위에 사진을 하나씩 던지면서 

말했다. 

"난 잊혀지지 않았어. 그렇고말고. 아직도 수많은 팬들의 편지를 받고 있단 

말이야. 글래디스 구전은 매주 편지를 보내오고 있지... 하지만 난 왜 그런지 그 

이유를 알고 싶어..." 

질데로이는 잠깐 동안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더니 다시 활짝 웃으며, 새로운 

열정을 가지고 사인을 시작했다. 

"아마 내가 잘생겨서 그렇겠지..." 

맞은편 침대에는 혈색이 누르스름하고 침울한 표정을 한 마법사가 천장을 

멍하니 바라보며 누워 있었다. 그는 혼자 뭐라고 중얼거리며 전혀 주위를 

의식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또 한 침대에는 온 얼굴이 털로 뒤덮인 여자가 

있었다. 해리는 2학년때 헤르미온느가 비슷하게 당했던 일이 떠올랐다. 물론 

헤르미온느의 경우에는 다행히도 치료 불가능한 상태는 아니었다. 한편 병실 

제일 끝에 있는 두 개의 침대 주위에는 꽃무늬가 그려진 커튼이 드리워져 

있어서, 환자나 그 손님들의 모습을 볼 수 없었다. 

"이거 받아요, 아그네스." 

치료사가 얼굴에 털이 난 여자에게 작은 크리스마스 선물을 내밀며 명랑한 

목소리로 말했다. 

"봐요, 잊지 않았죠, 안 그래요? 당신 아들이 부엉이를 보냈는데, 오늘 밤 

면회를 오겠다고 하는군요. 너무 잘됐죠?" 

아그네스는 몇 번 큰 소리로 짖었다. 

"그리고 이봐요, 브로드릭. 당신은 화분과 매달 다른 히포그리프 그림이 

그려져 있는 멋진 달력을 받았어요. 이걸 놓아 두면 주위가 환해질 거예요, 안 

그래요?" 

치료사는 중얼거리고 있는 남자에게 부산하게 다가가더니, 침대 옆 서랍장 

위에 긴 촉수가 달린 보기 흉한 화분을 내려놓고 벽에는 지팡이로 달력을 

붙였다. 

"오, 롱바텀 부인, 벌써 가시게요?" 

해리의 고개가 저절로 휙 돌아갔다. 병실 제일 끝에 있는 두 개의 침대를 

가리고 있던 커튼이 옆으로 열리면서 병문안 왔던 두 사람이 침대 사이에서 

걸어 나왔다. 한 사람은 초록색 긴 드레스를 입고 좀먹은 여우털 목도리에, 

박제한 독수리처럼 생긴 것으로 장식한 게 분명한 뾰족 모자를 쓴 늙은 

마녀였다. 그리고 강인하게 생긴 그녀의 뒤에서 완전히 풀 죽은 표정으로 따라 

나오는 사람은... 네빌이었다. 

문득 모든 상황이 이해되면서, 해리는 저 구석 침대에 있는 사람들이 누구인지 

알아차렸다. 그는 황급히 주위를 두리번거리면서 네빌이 사람들 눈에 띄지 않고 

무사히 병실을 빠져나갈 수 있도록, 뭔가 시선을 돌릴 만한 것이 없을까 

안타깝게 찾기 시작했다. 하지만 '롱바텀'이라는 이름을 듣고 벌써부터 고개를 

쳐들고 있던 론은 해리가 미처 말릴 틈도 없이 큰 소리로 외쳤다. 

"네빌!" 

네빌은 아슬아슬하게 총알을 피하는 사람처럼 깜짝 놀라 펄쩍 뛰며 목을 잔뜩 

움츠렸다. 

"우리야, 네빌!" 

론이 반갑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너도 봤니? 록허트가 여기 있더라! 그런데 넌 누굴 찾아왔니?" 

"네빌, 네 친구들이냐?" 

네빌의 할머니가 그들을 향해 몸을 숙이며 우아하게 말했다. 네빌은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은 표정이었다. 포동포동한 그의 얼굴이 점점 

보라색으로 물들면서, 아무와도 눈을 마주치려고 하지 않았다. 

"그렇구나." 

네빌의 할머니는 해리를 자세히 들여다보면서, 갈고리 같은 주름진 손을 

내밀며 악수를 청했다. 

"그래, 그렇군. 네가 누군지 알겠다. 그렇고말고. 네빌이 네 이야기를 아주 많이 

했단다." 

"저... 고맙습니다." 

해리는 악수를 했다. 하지만 네빌은 줄곧 새빨갛게 달아오른 얼굴로 발밑을 

내려다보고 있을 뿐이었다. 

"그리고 너희 두 사람은 위즐리 남매로구나." 

롱바텀 부인은 위엄 있게 론과 지니에게 차례차례 손을 내밀었다. 

"나는 너희 부모님을 알고 있단다. 물론 잘 아는 건 아니지만, 아주 좋은 

분들이지. 좋은 분들이야. 그리고 네가 헤르미온느 그레인저로구나?" 

헤르미온느는 롱바텀 부인이 자기의 이름을 알자, 약간 놀란 표정이었다. 

하지만 다른 아이들과 똑같이 악수를 나누었다. 

"그래, 네빌에게 네 이야기를 모두 들었어. 그 아이가 곤란한 지경에 있을 때 

도와주었다면서? 네빌은 착한 녀석이야." 

롱바텀 부인은 뼈만 남은 뾰족한 코를 내리깔며 네빌을 평가하듯이 엄격한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제 아버지의 재능을 전혀 물려받지 못했지." 

부인은 병실 끝에 있는 두 개의 침대를 향해서 갑자기 고개를 휙 돌렸다. 그 

바람에 그녀의 모자 위에 달려 있던 박제된 독수리가 깜짝 놀라 몸을 떨면서 

떨어졌다. 

"뭐라고?" 

론이 입을 딱 벌렸다(해리는 재빨리 론의 발을 밟고 싶었지만, 긴 망토가 

아니라 청바지를 입고 있었기 때문에 아무도 모르게 발을 밟는 게 너무 

어려웠다). 

"저 끝에 계신 분이 네 아빠야, 네빌?" 

"이게 무슨 말이니?" 

롱바텀 부인이 날카롭게 물었다. 

"아직도 네 친구들에게 엄마 아빠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았단 말이니, 

네빌?" 

네빌은 땅이 꺼져라 한숨을 쉬더니 머리를 흔들며 천장을 올려다보았다. 

해리는 그보다 더 안타까운 모습을 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이 곤경에서 어떻게 

네빌을 구해 낼 수 있을지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이건 전혀 부끄러워할 일이 아니다!" 

롱바텀 부인이 버럭 화를 냈다. 

"네빌, 넌 자랑스러워해야 해! 자랑스럽단 말이다! 단 하나뿐인 아들을 

부끄럽게 만들자고, 저들이 자신의 몸과 마음을 바친 게 아니야! 알겠니?" 

"부끄러워하지 않아요." 

네빌은 여전히 해리와 다른 아이들의 시선을 피하면서 힘없이 말했다. 한편 

론은 두 침대에 앉아 있는 환자의 모습을 어떻게든 보려고 뒤꿈치를 들썩거렸다. 

"그런데 네 태도가 참 이상하구나!" 

롱바텀 부인이 소리쳤다. 그러고는 자부심에 가득 찬 태도로 해리와 론, 

헤르미온느, 지니에게 말했다. 

"내 아들과 며느리는 그 사람의 추종자들에게 고문을 당해서 정신이 

이상해졌단다." 

헤르미온느와 지니는 두 손으로 입을 막았다. 론은 목을 길게 빼고 네빌의 

부모님을 보려고 하다가, 그만 부끄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들은 오러였지. 마법사 사회에서도 아주 존경받는 오러였어." 

롱바텀 부인이 말을 이었다. 

"재능이 뛰어난 부부였지. 아, 앨리스, 왜 그러냐?" 

네빌의 어머니가 잠옷을 입은 채, 침대 밖으로 나왔다. 그녀는 더 이상 무디가 

보여 준 초창기 불사조 기사단의 옛날 사진에서 보았던 그 통통하고 행복한 

얼굴이 아니었다. 지금 그녀의 얼굴은 홀쭉하고 늘어졌으며, 그녀의 두 눈은 

퀭했고 하얗게 변한 머리카락은 생기 없이 푸석푸석했다. 그녀는 뭔가를 손에 

들고 네빌을 향해서 수줍게 손짓했다. 

"또 뭐냐?" 

롱바텀 부인이 약간 지친 듯이 말했다. 

"좋아, 앨리스. 좋아. 네빌, 저게 뭔지 몰라도 어서 받아라." 

하지만 네빌은 벌써 손을 내밀고 있었다. 그의 어머니는 빈 껍질뿐인 드루블즈 

풍선껌 종이를 그의 손 안에 떨어뜨렸다. 

"아주 잘했구나, 아가야." 

네빌의 할머니는 짐짓 쾌활한 목소리로 며느리의 등을 토닥거렸다. 

하지만 네빌은 기어 들어가는 목소리로 간신히 인사를 했다. 

"고마워요, 엄마." 

그의 어머니는 흥얼흥얼 콧노래를 부르며 비틀비틀 침대로 돌아갔다. 네빌이 

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다른 사람들을 돌아보았다. 누구라도 웃으면 가만두지 

않겠다는 표정이었다. 하지만 해리는 이렇게 가슴 아픈 장면은 처음이라고 

생각했다. 

"우린 그만 돌아가는 게 좋겠다." 

롱바텀 부인이 긴 초록색 장갑을 끼며 한숨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너희들 모두 만나서 반갑구나. 네빌, 그 종이를 쓰레기통에 넣어라. 네 엄마가 

준 껌 종이로 네 침실을 도배하고도 남겠구나." 

하지만 해리는 네빌이 병실을 나가면서 그 껌 종이를 자기 호주머니 속에 

다시 슬쩍 찔러 넣는 것을 보았다. 

이윽고 문이 닫혔다. 

"난 몰랐어." 

헤르미온느는 당장에라도 울음을 터뜨릴 것 같았다. 

"나도 몰랐어." 

론은 목이 메어 중얼거렸다. 

"나도." 

지니가 속삭였다. 그리고 모두들 해리를 바라보았다. 

"난 알고 있었어." 

해리가 우울한 목소리로 말했다. 

"덤블도어 교수님이 말씀해 주셨거든. 하지만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겠다고 

약속을 했어... 벨라트릭스 레스트랭이 아즈카반에 간 건 그것 때문이야. 네빌의 

부모님이 미쳐 버릴 때까지 크루시아투스 저주를 썼다고 했어." 

"벨라트릭스 레스트랭이 그랬단 말이야?" 

헤르미온느가 몸서리를 치며 소리쳤다. 

"크리처가 잠자리에 숨겨 놓은 그 사진 속의 여자가?" 

이때 잔뜩 성이 난 록허트의 목소리가 긴 침묵을 깨뜨렸다. 

"이봐. 내가 괜히 쓸데없이 필기체를 배운 줄 알아!" 

(해리포터와 불사조 기사단 4권에서 계속됩니다.) 

다. 네빌이 

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다른 사람들을 돌아보았다. 누구라도 웃으면 가만두지 

않겠다는 표정이었다. 하지만 해리는 이렇게 가슴 아픈 장면은 처음이라고 

생각했다. 

"우린 그만 돌아가는 게 좋겠다." 

롱바텀 부인이 긴 초록색 장갑을 끼며 한숨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너희들 모두 만나서 반갑구나. 네빌, 그 종이를 쓰레기통에 넣어라. 네 엄마가 

준 껌 종이로 네 침실을 도배하고도 남겠구나." 

하지만 해리는 네빌이 병실을 나가면서 그 껌 종이를 자기 호주머니 속에 

다시 슬쩍 찔러 넣는 것을 보았다. 

이윽고 문이 닫혔다. 

"난 몰랐어." 

헤르미온느는 당장에라도 울음을 터뜨릴 것 같았다. 

"나도 몰랐어." 

론은 목이 메어 중얼거렸다. 

"나도." 

지니가 속삭였다. 그리고 모두들 해리를 바라보았다. 

"난 알고 있었어." 

해리가 우울한 목소리로 말했다. 

"덤블도어 교수님이 말씀해 주셨거든. 하지만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겠다고 

약속을 했어... 벨라트릭스 레스트랭이 아즈카반에 간 건 그것 때문이야. 네빌의 

부모님이 미쳐 버릴 때까지 크루시아투스 저주를 썼다고 했어." 

"벨라트릭스 레스트랭이 그랬단 말이야?" 

헤르미온느가 몸서리를 치며 소리쳤다. 

"크리처가 잠자리에 숨겨 놓은 그 사진 속의 여자가?" 

이때 잔뜩 성이 난 록허트의 목소리가 긴 침묵을 깨뜨렸다. 

"이봐. 내가 괜히 쓸데없이 필기체를 배운 줄 알아!" 

(4권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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