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0장 (109/194)

제20장 해그리드의 이야기 

해리는 쏜살같이 남학생 침실로 달려가더니 트렁크에서 호그와트 비밀 지도와 

투명 망토를 들고 나왔다. 어찌나 동작이 재빨랐는지, 해리와 론은 헤르미온느가 

여학생 침실에서 내려오기도 전에 이미 떠날 준비를 다 끝냈다. 헤르미온느는 

목도리를 두르고 장갑을 낀 채. 집요정을 위해 짠 털모자를 머리에 쓰고 있었다. 

론이 짜증스러운 듯이 혀를 쯧쯧 차자, 헤르미온느가 소리쳤다. 

"밖은 춥단 말이야!" 

초상화 구멍을 기어 나간 세 사람은 재빨리 투명 망토를 뒤집어썼다. 이제 

부쩍 키가 큰 론은 발을 감추기 위해서 잔뜩 몸을 웅크려야만 했다. 그리고 

이따금 걸음을 멈추고 필치나 노리스 부인의 위치를 지도에서 확인해 가면서, 

천천히, 조심스럽게 수많은 계단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운 좋게도 목이 

달랑달랑한 닉 이외에는 아무와도 마주치지 않았다. 그는 끔찍하게도 '위즐리는 

우리의 왕'과 비슷하게 들리는 어떤 곡조를 흥얼거리며 멍하니 허공을 미끄러져 

가고 있었다. 그들은 현관을 지나서 눈 덮인 고요한 운동장으로 들어섰다. 저 

앞에서 환하게 빛나는 네모난 창문과 해그리드의 오두막집 굴뚝에서 모락모락 

피어나는 연기를 보자, 해리는 가슴이 뛰었다. 그가 갑자기 발걸음을 재촉하자, 

다른 두 사람은 비틀거리고 서로 부딪히면서 그의 뒤를 쫓아왔다. 그들은 수북이 

쌓인 눈을 신나게 우두둑 밟으며 해그리드의 나무 문 앞에 도착했다. 해리는 

손을 들어서 세 번 문을 두드렸다. 오두막 안에서는 개가 미친 듯이 짖기 

시작했다. 

"해그리드, 우리예요!" 

해리가 열쇠의 구멍에 대고 속삭였다. 

"이런, 진작 알아차렸어야 했는데." 

굵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들은 투명 망토 아래에서 서로 얼굴을 마주 보며 

활짝 웃었다. 해그리드의 목소리에 반가워 하는 기색이 역력했기 때문이었다. 

"방금 전에 집에 왔는데... 저리 비켜라, 팽. 저리 비켜, 이 망령 난 개 

같으니라고." 

자물쇠가 돌아가면서 삐거덕 문이 열렸다. 문틈 사이로 해그리드의 머리가 

나타났다. 

헤르미온느가 날카롭게 소리를 질렀다. 

"제발 목소리 좀 낮춰라!" 

해그리드가 그들의 머리 위로 두리번거리며 황급히 주의를 주었다. 

"망토를 쓰고 있구나, 그렇지? 자, 어서 들어와라, 들어와." 

"죄송해요!" 

헤르미온느가 말했다. 세 사람은 해그리드를 밀치고 오두막 안으로 들어왔다. 

투명 망토를 벗자, 비로소 해그리드의 눈앞에 모습이 나타났다. 

"전 다만... 오, 해그리드!" 

"아무 일도 아니란다, 아무 일도 아니라니까." 

해그리드는 재빨리 문을 닫더니, 허둥지둥 창문의 커튼을 모두 내렸다. 하지만 

헤르미온느는 여전히 겁에 질린 표정으로 그를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해그리드의 머리카락은 붉은 피가 엉겨붙어 마구 헝클어져 있었고, 시퍼렇게 

멍이 든 왼쪽 눈은 너무 퉁퉁 부어서 제대로 뜨지도 못했다. 얼굴과 손은 온통 

상처투성이였고, 아직도 피가 흐르는 데도 있었다. 해그리드는 움직이는 것조차 

불편해 보이는 것으로 보아 아마도 갈비뼈가 부러진 것 같았다. 어쨌든 지금 

방금 집으로 돌아온 것이 분명했다. 두툼한 검은 여행용 망토가 의자 등받이에 

걸쳐져 있었고, 아이들 몇 명이 들어가고도 남을 만큼 커다란 배낭이 문 옆의 

벽에 기대어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보통 사람들보다 두 배는 더 키가 크고 

어깨도 세 배쯤 더 넓은 해그리드는 절뚝거리며 벽난로 쪽으로 다가가더니 구리 

주전자를 불 위에 올려놓았다. 

"무슨 일이 있었나요?" 

해리가 물었다. 그동안에도 팽은 그들 주위를 신나게 뛰어다니며 얼굴을 

핥으려고 펄쩍펄쩍 뛰어올랐다. 

"아무 일도 아니라고 말했잖니." 

해그리드가 딱 잘라서 말했다. 

"차 마실래?" 

"괜히 둘러대지 말아요! 그런 몰골을 하고서!" 

"난 괜찮다니까." 

해그리드는 허리를 펴더니 그들을 바라보며 활짝 웃으려고 하다가 그만 

얼굴을 찡그렸다. 

"오 세상에, 너희 세 사람을 다시 보니 정말 좋구나. 여름방학은 잘 보냈니?" 

"해그리드, 공격을 당했군요!" 

론이 말했다. 

"마지막으로 말하자면, 아무 일도 아니란다!" 

해그리드가 고집스럽게 말했다. 

"우리 중 한 명의 얼굴이 짓이긴 고깃덩어리 같은 꼴을 하고 나타난다면, 

그래도 아무 일도 아니라고 말하실 건가요?" 

론이 따져 물었다. 

"해그리드, 폼프리 부인을 찾아가야겠어요." 

헤르미온느가 걱정스럽게 말했다. 

"아주 심해 보이는 상처들도 있어요." 

"내가 직접 치료할 거다, 알았지?" 

해그리드가 그들을 만류했다. 그리고 오두막 한가운데에 놓인 커다란 나무 

식탁으로 걸어가더니, 식탁보를 한옆으로 휙 걷었다. 초록 빛깔이 감도는 

날고기가 놓여 있었다. 그 고깃덩어리는 보통 자동차 타이어보다도 약간 더 

컸다. 

"그걸 먹을 생각은 아니죠, 해그리드?" 

론이 허리를 숙이며 좀더 가까이 들여다보았다. 

"독이 있을 것 같은데요." 

"보기에는 그렇지. 이건 용 고기야. 나도 먹으려는 게 아니야." 

해그리드는 고깃덩어리를 집어 들더니 왼쪽 뺨에 철썩 붙였다. 초록색 피가 

그의 수염까지 주르르 흘러내리자, 해그리드는 만족스런 신음 소리를 내었다. 

"훨씬 낫군. 이건 통증을 덜어 준단다." 

"그럼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저희에게 이야기해 주실 건가요?" 

해리가 물었다. 

"안 된다, 해리. 일급 비밀이야. 너희들에게 말해 주는 건 내 임무에서 

벗어나는 일이란다." 

"거인에게 맞은 건가요?" 

헤르미온느가 조용히 물었다. 해그리드의 손가락 사이로 용고기가 스르르 

미끄러져 내려왔다. 고기는 그의 가슴 위로 툭 떨어졌다. 

"거인이라고?" 

해그리드는 허리띠 아래로 떨어지는 고깃덩어리를 아슬아슬하게 붙잡아서 

다시 얼굴에 붙였다. 

"누가 거인에 대해 뭐라고 하든? 누가 그런 말을 했지? 누가 너희들에게 

내가... 내가 어디 갔었는지...?" 

"그냥 우리가 추측한 거예요." 

헤르미온느가 변명하듯이 말했다. 

"오, 그랬단 말이지, 그래?" 

해그리드가 고깃덩어리로 가리지 않은 한쪽 눈을 그녀 쪽으로 고정시켰다. 

"사실 너무... 뻔한 일이잖아요." 

론이 말했다. 해리도 고개를 끄덕였다. 해그리드는 그들을 빤히 쳐다보더니 흥 

하고 콧웃음을 쳤다. 그리고 고깃덩어리를 다시 식탁 위로 휙 던지더니 주전자 

쪽으로 성큼성큼 걸어갔다. 이제 주전자에서는 물이 끓는 소리가 나고 있었다. 

"너희 세 명처럼, 알 것 모를 것 다 아는 꼬마들은 생전 처음 본다." 

해그리드는 펄펄 끓는 물을 양동이 모양으로 생긴 세 개의 머그잔에 부으면서 

중얼거렸다. 

"칭찬하는 게 아니다. 어떤 사람들은 그런 아이들을 보고 너무 시끄럽다고도 

하고, 주제넘게 간섭한다고도 하지." 

그의 수염이 씰룩거렸다. 

"거인들을 찾아다녔어요?" 

해리가 씩 웃으며 식탁 앞에 앉았다. 해그리드는 세 사람 앞에 찻잔을 

내려놓고 의자에 앉더니 다시 고깃덩어리를 집어서 얼굴에 붙였다. 

"그래, 맞아. 그랬다." 

해그리드가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그래서 찾았나요?" 

헤르미온느가 목소리를 한껏 낮추며 물었다. 

"솔직히 거인들을 찾는 건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니야. 덩치가 워낙 크니까." 

해그리드가 말했다. 

"어디 있었죠?" 

론이 물었다. 

"산속에." 

해그리드가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술술 대답했다. 

"그렇다면 어째서 머글들이 그들에게 당하지...?" 

"당하고 있어." 

해그리드가 우울하게 말했다. 

"다만 머글들의 죽음이 항상 산악 사고인 것처럼 감춰져서 그렇지." 

해그리드는 고깃덩어리의 위치를 조금 바꿔서 제일 심한 상처 부위를 덮었다. 

"해그리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제발 이야기해 주세요!" 

론이 졸라 댔다. 

"거인들에게 공격당한 이야기를 우리에게 해주시면, 해리가 디멘터들에게 

공격당한 이야기를 해드릴게요." 

해그리드는 마시던 차를 푹 내뿜는 동시에 들고 있던 고깃덩어리를 놓쳐 

버렸다. 해그리드가 기침을 캑캑하며 입에 든 것을 탁탁 튀기자, 엄청난 분량의 

침과 차, 용의 피가 식탁 위로 쏟아져 내렸다. 동시에 고깃덩어리가 

미끄러지면서 마룻바닥 위에 털썩 떨어졌다. 

"그게 무슨 소리냐, 디멘터들에게 공격당했다고?" 

해그리드가 고함을 질렀다. 

"아직 몰랐어요?" 

헤르미온느가 눈을 크게 뜨고 되물었다. 

"내가 떠난 뒤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난 전혀 몰라. 비밀 임무를 맡고 

있었거든. 어디를 가든 부엉이들이 내 뒤를 따라다니는 걸 원하지 않았어. 망할 

놈의 디멘터들! 설마 농담은 아니겠지?" 

"물론이에요. 디멘터들이 리틀 위닝에 나타나서 제 사촌과 저를 공격했어요. 

그래서 마법부가 저를 퇴학시켰죠." 

"뭐라고?" 

"결국 저는 청문회에 나가서 모든 걸 다 설명해야만 했어요. 하지만 거인 

이야기부터 해주세요." 

"네가 퇴학을 당했다고?" 

"아저씨 이야기를 해주시면, 저도 제 여름방학 이야기를 해드릴게요." 

해그리드는 한쪽 눈으로 노려보았다. 해리도 지지 않고 똑바로 마주 보았다. 

그의 얼굴에는 순진한 결의가 가득했다. 

"오, 좋아." 

해그리드가 체념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는 허리를 숙이더니 팽의 입에서 용 

고기를 다시 빼앗았다. 

"오, 해그리드, 그만둬요. 비위생적이에요." 

헤르미온느가 황급히 만류했다. 하지만 해그리드는 벌써 고깃덩어리를 퉁퉁 

부은 눈에 철썩 붙였다. 그는 차를 한 모금 꿀꺽 들이켠 후에 입을 열었다. 

"그래, 학기가 끝나자마자 우리는 출발했지." 

"그러니까 맥심 부인이랑 함께 갔었군요?" 

헤르미온느가 불쑥 끼어들었다. 

"그래, 맞아." 

수염이나 초록색 고깃덩어리에 가려지지 않은, 얼마 안 남은 그의 얼굴 위로 

부드러운 표정이 번졌다. 

"우리 단둘이서 떠났지. 차차 이야기하겠지만, 올림프는 어떤 어려움도 

두려워하지 않았어. 너희들도 알다시피 그녀는 세련되고 화려한 옷을 입는 

여자가 아니냐. 우리가 어디로 가야 한다는 걸 알았을 때, 나는 과연 그녀가 

바위산을 기어오르고 동굴에서 잠을 자는 것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할지 

걱정했단다. 하지만 그녀는 단 한 마디 불평도 하지 않았어." 

"그럼 아저씨는 어디로 가는지 알고 있었단 말인가요?" 

해리가 물었다. 

"거인들이 사는 곳을 알고 있었어요?" 

"덤블도어 교수님이 알고 계셨지. 그분이 우리에게 말씀해 주셨단다." 

해그리드가 대답했다. 

"거인들은 숨어 사나요? 그들이 어디에 사는지는 비밀인가요?" 

"꼭 그렇지는 않아." 

해그리드가 텁수룩한 머리를 저었다. 

"대부분의 마법사들은 거인들이 사는 곳이 어딘지 굳이 알려고 하지 않았을 

뿐이야. 그저 자기들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기만 하면 상관하지 않았지. 하지만 

거인들이 사는 곳은 찾아가기가 아주 어려워. 어쨌든 인간들에게는 힘들지. 

그래서 우리는 덤블도어 교수님의 지시를 받아야만 했단다. 거기까지 가는 데만 

한 달이 걸렸어." 

"한 달이요?" 

론이 소리쳤다. 그렇게 터무니없이 오래 계속되는 여행이 있다는 말을 생전 

처음 들어 본 사람 같았다. 

"하지만... 왜 그냥 포트키 같은 것을 쓰지 않았지요?" 

눈을 가늘게 뜨고 론을 바라보는 해그리드의 눈빛에는 이상한 표정이 어려 

있었다. 너무 한심해서 차라리 불쌍하다는 표정이었다. 

"론, 우리는 감시를 당하고 있어." 

해그리드가 퉁명스럽게 말했다. 

"그게 무슨 뜻이죠?" 

"너희들은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구나." 

해그리드가 설명했다. 

"마법부에서는 계속 덤블도어 교수와 함께, 그와 관련이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모두 감시하고 있어." 

"저희도 알고 있어요." 

해리는 한시라도 빨리 해그리드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서, 얼른 대답했다. 

"마법부에서 덤블도어 교수님을 감시한다는 건 저희도 알고 있어요." 

"그래서 거기 가는 데 마법을 쓰지 못했단 말이죠?" 

론이 뒤통수를 한 대 얻어맞은 듯이 놀란 표정으로 물었다. 

"그럼 줄곧 머글처럼 행동해야만 했나요?" 

"꼭 그런 건 아니다." 

해그리드가 말했다. 

"우린 그저 좀더 조심해야만 했어. 왜냐하면 올림프와 나는 사람들 눈에 좀 

띄는 편이니까 말이지..." 

론이 코를 킁킁거리는 소리도 아니고 콧방귀를 뀌는 소리도 아닌 어중간한 

소리를 내더니, 얼른 차를 한 모금 들이켰다. 

"미행을 당하기가 쉽잖아. 그래서 우린 함께 휴가 여행을 떠나는 척했지. 

프랑스로 들어가서 올림프의 학교가 있는 곳을 찾아가는 것처럼 했어. 

마법부에서 나온 누군가가 우리 뒤를 미행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거든. 우린 

서두를 수가 없었어. 왜냐하면 사실 나는 마법을 부릴 수 없는 걸로 되어 

있으니까 말이야. 마법부에서는 어떻게든 우리를 붙잡을 꼬투리를 찾으려고 

노리고 있었지. 디종 근처까지 가서야 간신히 우리 뒤를 따라다니는 그 

지긋지긋한 놈을 떨쳐 버릴 수 있었어." 

"어머머, 디종이라고요?" 

헤르미온느가 흥분해서 떠들었다. 

"저도 방학 때 거길 가 본 적이 있어요. 혹시 거기서..." 

하지만 론의 얼굴에 떠오른 표정을 보는 순간, 헤르미온느는 입을 딱 

다물었다. 

"그 이후로는 더러 마법을 쓸 기회가 있었지. 썩 나쁜 여행은 아니었어. 

폴란드 국경을 넘을 때 미친 트롤 한 쌍을 만나기도 하고, 민스크에 잇는 한 

술집에서 흡혈귀와 사소한 말다툼을 하기도 했지만, 그 일만 빼면 더할 나위 

없이 순조로웠지. 목적지에 도착한 우리는 거인들의 흔적을 찾아서 산속을 

돌아다니기 시작했어. 일단 거인들이 있는 곳 근처에 가자, 다시 마법을 

삼가야만 했지. 거인들이 마법사들을 싫어했기 때문에 처음부터 그들의 비위를 

건드리고 싶지 않았거든. 게다가 덤블도어 교수님께서 우리에게 그 사람도 

반드시 거인들을 찾아갈 거라고 경고하셨기 때문이야. 그 사람이 벌써 

거인들에게 제 사람들을 보냈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씀하셨어. 그러면서 우리더러 

거인들에게 가까이 갈수록 사람들의 시선을 끌지 않도록 더욱더 조심하라고 

지시하셨지. 근처에 죽음을 먹는 자들이 있을지 모른다고 말이야." 

해그리드는 잠시 말을 멈추고 오랫동안 차를 마셨다. 

"계속 해주세요!" 

해리가 졸라댔다. 

"마침내 그들을 찾았단다." 

해그리드가 씩씩하게 말했다. 

"밤새도록 산 하나를 넘어가니, 우리들의 발 아래로 그들이 있었어. 거대한 

그림자 밑에 작은 모닥불들이 타오르고 있더군. 마치 움직이는 산을 보는 것 

같았어." 

"거인들은 얼마나 크던가요?" 

론이 숨죽인 목소리로 물었다. 

"약 6미터 정도 되더군. 어떤 거인은 7점5미터도 넘는 것 같았어." 

해그리드가 대수롭지 않은 듯이 말했다. 

"몇 명이나 있던가요?" 

해리가 물었다. 

"내가 보기에 70명에서 80명 정도 되는 것 같더군." 

해그리드가 대답했다. 

"그게 전부예요?" 

헤르미온느가 물었다. 

"그래." 

해그리드가 서글픈 목소리로 말했다. 

"80명만 남았어. 한때는 꽤 많은 거인들이 있었지. 전세계에 백여 개가 넘는 

다양한 거인 종족들이 흩어져 살았거든. 하지만 수백 년 동안 거인들은 죽어 

갔지. 물론 일부는 마법사들에게 당하기도 했지만, 대부분은 거인들끼리 서로 

죽였어. 그리고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도 급속히 숫자가 줄어들고 있어. 

거인들은 지금처럼 한곳에 다 함께 모여 살 수 있는 종족이 아니거든. 덤블도어 

교수님은 모두 다 마법사들의 잘못이라고 하더군. 마법사들 때문에 거인들은 

멀리 도망칠 수밖에 없었고, 결국 자기 목숨을 지키기 위해서 함께 모여 사는 

수밖에 달리 도리가 없었던 거지." 

"그래서, 거인들을 만나서 어떻게 했죠?" 

해리가 해그리드를 재촉했다. 

"우리는 아침이 되기를 기다렸어. 어둠을 틈타서 몰래 숨어 들어가고 싶지 

않았거든. 우리 안전을 위해서 말이야. 새벽 세시쯤 되니까, 거인들이 앉은 채로 

잠이 들더군. 하지만 우리는 감히 잠을 잘 엄두를 내지 못했어. 거인들 중에 

누구라도 잠에서 깨어나 우리가 있는 곳으로 올라오지 않을까 겁이 나기도 했고, 

또 한편으로는 거인들의 코 고는 소리가 장난이 아니었거든. 아침 무렵이 되자, 

산사태가 다 일어나더군. 어쨌든 우리는 환하게 날이 밝아서야 거인들을 만나러 

내려갔어." 

"정말인가요?" 

론은 경탄을 금치 못했다. 

"거인들의 야영지로 곧장 걸어 들어갔단 말이죠?" 

"그래, 덤블도어 교수님이 우리에게 어떻게 해야 할지를 일러 주셨거든. 

걸그에게 선물을 바치고 예의를 표하는 거야." 

해그리드가 말했다. 

"누구 선물이라고요?" 

해리가 물었다. 

"오, 걸그... 그러니까 족장을 뜻하는 거야." 

"누가 걸그인지 어떻게 알죠?" 

론이 꼬치꼬치 캐묻자, 해그리드는 장난으로 투덜거리는 시늉을 했다. 

"아주 간단해. 제일 덩치가 크고 제일 못생기고 제일 게으른 놈이 족장이지. 

다른 거인들이 음식을 가져오기만 가만히 앉아서 기다리고 있거든. 죽은 염소나 

뭐 그런 걸 말이지. 이름은 카커스였는데 키가 대략 6점7미터에서 7미터 정도 

되는 것 같았어. 무게는 코끼리 두 마리아 맞먹을 것 같더군. 피부는 마치 

코뿔소 가죽처럼 두꺼웠어." 

"그런데 그런 거인을 향해서 그냥 걸어갔단 말인가요?" 

헤르미온느가 숨을 죽이고 물었다. 

"그래... 그에게로 내려갔지. 계곡 아래에 누워 있었거든. 거인들은 꽤 높은 네 

개의 산으로 둘러싸인 골짜기에 모여 살았어. 한쪽에는 호수가 있었지. 카커스는 

바로 그 호숫가에 누워서 다른 거인들에게 자기와 자기 아내에게 먹을 것을 

가져오라고 호통을 치고 있었단다. 올림프와 나는 산언덕을 타고 밑으로 

내려갔어." 

"하지만 거인들이 아저씨를 보았을 때, 죽이려고 하진 않았나요?" 론이 도저히 

믿기지 않는다는 어조로 물었다. 

"분명히 그럴 생각도 있었겠지." 

해그리드가 어깨를 으쓱하며 대답했다. 

"하지만 우리는 덤블도어 교수님이 시키신 대로 행동했어. 가져온 선물을 높이 

들고 다른 거인들은 완전히 무시한 채, 오직 걸그만 바라보라고 하셨거든. 

우리는 그대로 했지. 그랬더니 다른 거인들은 우리가 카커스의 발밑에 다다를 

때까지 조용히 지켜보기만 하더군. 우리는 공손히 절을 하고 그의 발 앞에 

선물을 내려놓았어." 

"거인에게 바친 선물이 뭐였죠? 먹을 거였어요?" 

론이 열심히 물었다. 

"아니야. 먹을 거라면 거인도 얼마든지 구할 수 있거든. 우리는 마법을 바쳤어. 

거인들도 마법을 좋아해. 단지 그 마법을 써서 거인들을 괴롭히는 마법사들을 

좋아하지 않을 뿐이지. 어쨌든 우리가 첫째 날 그에게 바친 선물은 구브라이시안 

불의 가지였어." 

헤르미온느가 나지막이 '와우!' 하고 탄성을 질렀다. 하지만 해리와 론은 둘 다 

이마를 찌푸리며 멍청한 표정을 지었다. 

"무슨 가지라고요?" 

"영원히 타오르는 불 말이야." 

헤르미온느가 답답하다는 듯이 짜증스럽게 말했다. 

"지금쯤이면 그 정도는 알아야지. 플리트윅 교수님이 수업 시간에 최소한 두 

번은 말씀하셨다고!" 

"어쨌든 말이다." 

론이 뭐라고 대꾸하기 전에, 해그리드가 재빨리 끼어들었다. 

"덤블도어 교수님이 이 나뭇가지에 마법을 걸어서 영원히 타오르도록 

만드셨지. 그건 아무 마법사나 쉽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란다. 나는 그것을 

눈이 쌓인 카커스의 발밑에 내려놓으면서 이렇게 말했어. '알버스 덤블도어가 

거인들의 걸그께 드리는 선물입니다. 그리고 정중하게 인사를 드린다고 

하셨습니다.'" 

"그랬더니 카커스가 뭐라고 그랬나요?" 

해리가 흥미진진하게 물었다. 

"아무 말도 안 했어. 우리말을 모르거든." 

해그리드가 대답했다. 

"농담하지 마세요!" 

"하지만 그건 문제가 아니었어." 

해그리드가 태연하게 말을 이었다. 

"덤블도어 교수님께서 미리 그런 일이 일어날 거라고 주의를 주셨거든. 

카커스는 큰 소리로 고함을 지르더니 우리말을 알아듣고 통역해 줄 거인을 

불렀어." 

"그래서 족장이 선물을 좋아하던가요?" 

론이 물었다. 

"그럼. 그게 뭔지 알아차리자, 한바탕 폭풍이 일어났지." 

해그리드는 용 고기를 반대쪽으로 돌려서 다시 퉁퉁 부은 눈에 갖다 댔다. 

"무척 기뻐하더군. 그래서 내가 말했지. '알버스 덤블도어는 그의 사신이 내일 

다시 선물을 가지고 찾아왔을 때, 걸그가 그와 이야기를 나누어 주시길 

간청합니다.'" 

"왜 그날 바로 거인들과 이야기하면 안 되나요?" 

헤르미온느가 물었다. 

"덤블도어 교수님께서는 일을 천천히 진행하길 원하셨어." 

해그리드가 설명을 시작했다. 

"우리가 반드시 약속을 지킨다는 걸 거인들에게 보여 주라고 하셨지. '또 다른 

선물을 가지고 내일 다시 돌아올 것입니다.' 이렇게 말한 다음, 다른 선물을 

가지고 진짜 다시 찾아가는 거야. 그럼, 좋은 인상을 심어 주게 되는 거지. 

알겠지? 그리고 거인들에게 첫 번째 선물을 시험해 보고 그것이 얼마나 좋은지 

깨달을 수 있는 시간을 주라고 말씀하셨어. 또 다른 선물을 받고 싶어 하도록 

말이야. 어쨌든 카커스 같은 거인들은 일단 너무 많은 걸 알려 주었다 싶으면 

문제를 간단히 해결하기 위해서 그냥 죽어 버리거든. 그래서 우리는 일단 공손히 

절을 하고 돌아왔어. 그리고 작은 동굴을 찾아서 그날 밤을 보냈지. 다음 날 

아침 우리가 다시 찾아가자, 이번에는 카커스가 자리에 일어나 앉아서 우리를 

눈이 빠져라 기다리고 있더군." 

"그래서 그와 이야기를 했나요?" 

"그럼. 먼저 그에게 멋진 전투 모자를 선물했지. 도깨비들이 만든 건데 절대 

부서지지 않는 모자야. 그런 다음 자리에 앉아서 이야기를 나누었어." 

"그가 무슨 말을 하던가요?" 

"별다른 말은 안 했어. 주로 듣기만 했지. 하지만 그건 아주 좋은 징조였어. 

덤블도어 교수님의 말씀에 귀를 기울이고, 영국에 남은 마지막 거인들을 

죽이려는 시도에 맞서자는 주장에 귀를 기울인 거야. 카커스는 덤블도어가 하는 

말에 커다란 관심을 보이는 것 같았어. 몇몇 다른 거인들, 특히 우리말을 좀 

알아듣는 거인들도 빙 둘러앉아서 우리가 하는 말을 들었어. 결국 그날은 잔뜩 

희망에 부풀어 그곳을 떠났지. 다음 날 다시 선물을 가지고 오겠다고 약속을 

하고 말이야. 하지만 그날 밤에 모든 일이 어긋나 버렸어." 

해그리드가 말했다. 

"그게 무슨 뜻이죠?" 

론이 재빨리 물었다. 

"내가 말했듯이, 거인들은 다 같이 함께 살 수 있는 종족이 아니야." 

해그리드가 서글프게 말했다. 

"더구나 그렇게 큰 무리를 이루고는 살아가지 못해. 그들도 어쩔 수 없어. 

거의 몇 주마다 서로 싸우다가 거인들의 절반이 목숨을 잃었지. 남자들은 

남자들끼리 싸우고 여자들은 여자들끼리 싸웠지. 옛날 부족의 남은 후예들도 

서로 싸웠어. 먹을 것이나 가장 좋은 모닥불이나 잠자리를 둘러싼 사소한 다툼이 

아니더라도 그들은 싸우고 또 싸웠어. 그러다가는 모든 종족이 곧 멸종되리라는 

것을 깨닫고, 그들은 서로 구획을 나누었지. 하지만..." 

해그리드는 땅이 꺼져라 한숨을 쉬었다. 

"바로 그날 밤 싸움이 일어난 거야. 우리는 동굴 입구에 서서 계곡 아래를 

내려다보며 그 싸움을 지켜보았어. 싸움은 몇 시간 동안이나 계속되었고, 천지를 

진동하는 그 소리는 도저히 믿을 수 없을 정도였지. 다시 태양이 떠올랐을 때. 

하얀 눈은 피로 물들었고, 호수 바닥에는 거인의 잘린 머리가 뒹글고 있었어." 

"누구의 머리였죠?" 

헤르미온느가 입을 딱 벌리며 물었다. 

"바로 카커스의 머리였지." 

해그리드가 침울하게 말했다. 

"그리고 새로운 걸그인 골고마스가 나타났어." 

해그리드는 다시 깊은 한숨을 쉬었다. 

"첫 번째 걸그와 우호적으로 만난 지 이틀 만에 이런 일이 일어났기 때문에, 

새로운 족장에게는 큰 기대를 하지 않았어. 왠지 골고마스가 우리 이야기를 잘 

들어 주지 않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지. 하지만 그래도 어떻게든 노력은 해야만 

했어." 

"그를 찾아가서 만났단 말인가요?" 

론이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소리쳤다. 

"그가 다른 거인의 머리를 자르는 걸 직접 보고도 말이죠?" 

"물론이야." 

해그리드가 대답했다. 

"겨우 이틀만에 포기하려고 그 먼길을 간 건 아니었으니까! 우리는 카커스에게 

바치려던 다음 선물을 가지고 계곡으로 내려갔어. 하지만 입을 여는 순간, 이젠 

글렀다는 걸 깨달았지. 그는 카커스의 전투 모자를 쓰고 가만히 앉아서 가까이 

다가오는 우리를 훔쳐보고 있었어. 골고마스는 가장 덩치가 큰 거인들 중의 

하나로, 몸집이 어마어마했어. 머리는 검고 이빨 또한 그에 어울릴 정도로 

새까맸지. 목에는 뼈로 만든 목걸이를 두르고 있었는데, 그중에는 인간의 뼈처럼 

보이는 것도 있었어. 어쨌든 나는 한번 해보기로 했어. 둘둘 만 커다란 용가죽을 

앞으로 내밀면서 이렇게 말했지. '거인들의 걸그에게 바치는 선물입니다.' 하지만 

다음 순간 나는 허공에 거꾸로 매달렸지. 두 명의 거인이 나를 움켜잡은 거야." 

헤르미온느가 깜짝 놀라며 두 손으로 입을 막았다. 

"그런데 어떻게 빠져나왔어요?" 

해리가 물었다. 

"올림프가 거기 없었다면, 빠져나오지 못했을 거야." 

해그리드가 대답했다. 

"올림프는 지팡이를 꺼내더니 마법을 날렸어. 그렇게 재빠른 솜씨는 정말 생전 

처음 봤단다. 마치 기적 같았지. 나를 붙잡고 있는 두 거인의 눈을 향해서 

결막염 주문을 쏘자, 그들은 즉시 나를 떨어뜨렸어. 하지만 그 다음부터 우리는 

곤경에 빠졌지. 거인들에게 마법을 썼기 때문이야. 그게 바로 거인들이 마법사를 

싫어하는 이유였는데 말이야. 우리는 도망쳐야만 했어. 그리고 이젠 두 번 다시 

거인들의 야영지로 들어가긴 다 틀렸다는 걸 알았지." 

"안됐군요. 해그리드." 

론이 조용히 말했다. 

"거기에 사흘밖에 안 있었다면, 다시 돌아오는 데 왜 그렇게 오래 걸렸어요?" 

헤르미온느가 물었다. 

"우리는 사흘 만에 떠나지 않았어!" 

해그리드가 자존심이 상한 듯이 소리쳤다. 

"덤블도어 교수님이 그토록 우리를 믿고 계신데!" 

"하지만 방금 전에 그렇게 말했잖아요!" 

"낮에는 들어갈 수 없었지. 그건 불가능했어. 우리는 다른 방법을 생각해 

내야만 했어. 이틀 동안 동굴 안에 납작 엎드려서 그들을 지켜보았지. 하지만 

상황이 별로 좋지 않았어." 

"그가 또 다른 거인 목을 잘랐나요?" 

헤르미온느가 당장에라도 토할 것 같은 어조로 말했다. 

"차라리 그러길 바랐지만, 그러지 않았어." 

해그리드가 대답했다. 

"그게 무슨 말이에요?" 

"얼마 지나지 않아 골고마스가 모든 마법사들을 싫어하는 게 아니라는 걸 

알았다는 거야. 단지 우리를 싫어했던 거야." 

"그럼 죽음을 먹는 자들이?" 

해리가 재빨리 물었다. 

"맞아." 

해그리드가 더욱더 침울해졌다. 

"죽음을 먹는 자 두 명이 날마다 그를 찾아와서 선물을 바쳤어. 걸그는 그들을 

거꾸로 매달지 않았지." 

"그들이 죽음을 먹는 자라는 걸 어떻게 알았죠?" 

론이 말했다. 

"그들 중의 한 명이 내가 아는 녀석이었어." 

해그리드가 이를 갈았다. 

"맥네어, 기억나니? 벅빅을 죽이려고 마법부가 보냈던 녀석 말이야. 맥네어, 

바로 그 자식이었어. 골고마스만큼이나 죽이는 걸 좋아하는 놈이니, 둘이 죽이 

맞는 것도 놀랄 일은 아니지." 

"그럼 맥네어가 거인들을 설득해서 그 사람 편에 가담하도록 했단 말인가요?" 

헤르미온느가 절망적으로 물었다. 

"요 녀석들, 입 좀 닥치고 있거라. 아직 내 이야기가 안 끝났어!" 

해그리드가 벌컥 화를 냈다. 처음에는 한 마디도 안 하겠다고 그토록 꽁무니를 

빼더니, 이제는 자기 이야기를 거의 즐기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나와 올림프는 한참 상의한 끝에 결론을 내렸어. 걸그가 그 사람을 좋아하는 

것처럼 보인다고 해서, 다른 모든 거인들도 그렇지는 않을 거라고 말이야. 

우리는 다른 거인들을 설득해야만 했지. 골고마스가 걸그가 되는 걸 원하지 않은 

거인들을." 

"그런데 어느 거인이 그런지 어떻게 알 수가 있죠?" 

론이 물었다. 

"물론 흠씬 두들겨 맞은 거인들이지, 안 그렇겠니?" 

해그리드가 짜증스럽게 말했다. 

"조금이라도 생각이 있는 거인이라면 골고마스를 피해 다녔지. 우리처럼 

골짜기 근처에 있는 동굴에 숨어 있었어. 그래서 우리는 밤마다 동굴을 

찾아다니면서 그들 중 몇 명이라도 설득할 수 있을지 알아보기로 했어." 

"거인들을 찾으러 캄캄한 동굴 속에 들어갔단 말인가요?" 

론의 목소리에는 놀라움과 존경심이 가득했다. 

"우리가 제일 걱정했던 건 거인들이 아니었단다." 

해그리드가 대답했다. 

"오히려 죽음을 먹는 자들이 더 걱정이었지. 덤블도어 교수님은, 가능한 

절대로 그들과 맞붙지 말라고 말씀하셨어. 하지만 우리가 근처에 있다는 걸 

그들이 알고 있다는 게 문제였지. 골고마스가 우리에 대해서 말했을 테니까. 

우리는 거인들이 잠든 한밤중에 동굴 속으로 몰래 들어갈 작정이었어. 하지만 

맥네어와 또 한 명이 우리를 찾으려고 산속을 돌아다니고 있었지. 나는 

당장에라도 그들을 덮치려고 하는 올림프를 말리느라 진땀을 흘렸단다." 

이 말을 하는 해그리드의 입이 저절로 헤벌어지며, 무성한 수염이 들썩거렸다. 

"올림프는 그 녀석들을 해치우고 싶어서 펄펄 뛰었지. 일단 성질이 나면, 

물불을 안 가린다니까. 올림프... 정말 불 같은 여자야... 프랑스인의 기질이지..." 

해그리드는 몽롱한 눈으로 불을 바라보았다. 해리는 그가 달콤한 회상에 

잠기도록 내버려 두다가, 삼십 초가 지나자 더 이상 참지 못하고 큰 소리로 

헛기침을 했다. 

"그래서 무슨 일이 일어났죠? 다른 거인들을 만나기는 했나요?" 

"뭐라고? 아, 아... 그래. 만났지. 그래, 카커스가 죽은 지 사흘째 되던 날 밤에 

우리는 숨어 있던 동굴에서 기어 나와 계곡 아래로 내려갔단다. 죽음을 먹는 

자들의 흔적을 계속 살피면서 말이지. 몇몇 동굴 안으로 들어갔지만, 말짱 

헛수고였지. 그런데 여섯 번째 동굴에서 숨어 있는 세 명의 거인들을 발견한 

거야." 

"동굴 안이 엄청 비좁았겠군요." 

론이 말했다. 

"옴싹달싹도 할 수 없었지." 

해그리드가 대답했다. 

"거인들의 눈에 띄었을 때, 공격을 하지 않던가요?" 

헤르미온느가 물었다. 

"그럴 수만 있었다면, 물론 그랬을 거야. 하지만 그들은 심하게 다친 상태였지. 

세 명 모두 말이야. 그들은 골고마스의 패거리들에게 두들겨 맞아서 쓰러졌지. 

그리고 정신이 들자, 간신히 기어서 제일 가까운 피난처로 숨어든 거였어. 

어쨌든 그들 중에 한 명이 우리말을 약간 할 수 있어서 다른 두 거인들에게 

통역을 해주었지. 우리가 하는 말이 그런대로 꽤 먹혀 들어가는 것 같았어. 

그래서 우리는 계속 부상당한 거인들을 찾아다녔지. 결국 거인들 중에 예닐곱 명 

정도는 설득한 것 같았어. 어느 순간에는 말이야." 

"예닐곱 명이라고요?" 

론이 열광적으로 부르짖었다. 

"나쁘지 않은걸요. 그럼, 그 거인들이 이리로 와서 우리와 함께 그 사람과 

맞서 싸울 건가요?" 

하지만 헤르미온느가 그의 말을 가로막았다. 

"'어느 순간에는'이라니, 그게 무슨 뜻이죠? 해그리드?" 

해그리드가 풀 죽은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골고마스의 무리가 동굴을 습격한 거야. 그들 중에 단 한 명만 살아남았는데, 

더 이상 우리를 만나려고 하지 않았어." 

"그...그럼... 거인은 아무도 오지 않는단 말인가요?" 

론은 실망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단 한 명도." 

해그리드는 땅이 꺼져라 한숨을 쉬더니, 다시 고깃덩어리를 들어 얼굴에 갖다 

댔다. 

"하지만 우리는 맡은 일을 다 했어. 거인들에게 덤블도어 교수님의 뜻을 

전달했고, 그들 중의 몇 명은 그 이야기를 들었어. 그리고 어쩌면 그 말을 

기억할지도 몰라. 혹시 골고마스 밑에서 지내기 싫은 거인들이 산에서 

내려올지도 모르지. 우연히 덤블도어 교수님의 친절한 제안을 떠올리고... 

찾아올지도..." 

이제 눈이 거의 창문까지 높이 쌓였다. 해리는 문득 망토 무릎이 축축하게 

젖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팽이 해리의 무릎 위에 머리를 올려놓고 침을 줄줄 

흘리고 있었던 것이다. 

"해그리드?" 

해그리드가 잠시 후에 조용히 물었다. 

"응?" 

"혹시... 거기 있을 때, 무슨 이야기 듣지 못했어요? 어떤 흔적이라도... 어... 

어머니에 대해서 말이죠." 

해그리드의 까만 눈동자가 그녀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헤르미온느는 약간 

겁먹은 표정을 지었다. 

"죄송해요... 깜박...이...잊었어요." 

"죽었단다." 

해그리드가 중얼거렸다. 

"몇 년 전에 죽었다고 그들이 말해 줬어." 

"오... 저... 정말 미... 미안해요." 

헤르미온느가 기어 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해그리드는 거대한 어깨를 

으쓱하며 짤막하게 대답했다. 

"그럴 필요 없다. 별로 기억도 안 나는걸. 대단한 분도 아니었어." 

다시 무거운 침묵이 감돌았다. 헤르미온느는 불안한 듯이 해리와 론을 

힐끔힐끔 쳐다보았다. 뭐라고 말 좀 해주길 바라는 것 같았다. 

"하지만 어쩌다 이런 모습이 됐는지는 아직도 설명하지 않았잖아요. 해그리드." 

론이 피로 얼룩진 해그리드의 얼굴을 손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왜 이렇게 늦게 돌아왔는지도 말씀 안 해주셨어요. 시리우스 말에 따르면, 

맥심 부인은 벌써 오래 전에 돌아왔다던데..." 

해리도 한마디 덧붙였다. 

"누군가에게 공격을 당했나요?" 

론이 물었다. 

"공격을 당한 게 아니라니까!" 

해그리드는 강력하게 부인했다. 

"나는..." 

하지만 갑작스럽게 문을 두드려 대는 소리에 그의 나머지 말이 묻혀 버렸다. 

헤르미온느는 헉 하고 숨을 들이켰다. 그녀의 컵이 손에서 미끄러지면서 바닥에 

떨어져 부서졌다. 팽이 컹컹 짖어 댔다. 네 사람은 동시에 문 옆의 창문을 

바라보았다. 넓적하고 땅딸막한 누군가의 그림자가 커튼 뒤로 어른거렸다. 

"그 여자야!" 

론이 속삭였다. 

"이 밑으로 숨어!" 

해리가 투명 망토를 헤르미온느와 자신의 머리 위로 휙 덮어쓰면서 재빨리 

말했다. 한편 론은 식탁 주위를 황급히 돌아서 망토 밑으로 뛰어들었다. 그들은 

서로 꼭 껴안은 채, 한쪽 구석으로 주춤주춤 물러섰다. 팽은 문을 향해 미친 

듯이 짖어 대고 있었다. 해그리드는 거의 반쯤 넋이 나간 것 같았다. 

"해그리드, 우리 잔을 숨겨요!" 

해그리드는 해리와 론의 잔을 얼른 집어 들어서 팽이 잠을 자는 바구니의 

방석 밑으로 밀어 넣었다. 이제 팽은 문을 향해 겅중겅중 뛰고 있었다. 

해그리드는 발로 그를 옆으로 밀친 다음, 문을 열었다. 

초록색 트위드 망토를 입고 그와 똑같은 색깔의 모자를 귀까지 눌러쓴 

엄브릿지 교수가 문 앞에 서 있었다. 그녀는 입술을 잔뜩 오므린 채, 해그리드의 

얼굴을 제대로 살펴보려는 듯이 몸을 잔뜩 뒤로 젖혔다. 그녀의 키가 해그리드의 

배꼽에도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니까 당신이 해그리드군요?" 

엄브릿지는 마치 귀가 먼 사람에게 말하듯이 큰 소리로 느릿느릿 말했다. 

대답을 기다릴 생각도 하지 않고, 엄브릿지는 툭 튀어나온 눈을 사방으로 굴리며 

집 안으로 밀고 들어왔다. 

"저리 비켜." 

엄브릿지는 팽을 향해 핸드백을 휘두르며 쏘아붙였다. 팽은 그녀를 향해 

펄쩍펄쩍 뛰면서 얼굴을 핥으려고 했다. 

"저... 무례하게 굴고 싶지는 않지만, 도대체 누구시기에 이렇게 무례하신 

건가요?" 

"제 이름은 돌로레스 엄브릿지예요." 

엄브릿지는 오두막집 안을 한 번 훑어보았다. 그리고 두 번이나 론과 

헤르미온느 사이에 꽉 끼어 있는. 해리가 서 있는 구석 자리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돌로레스 엄브릿지?" 

해그리드는 모두지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이 중얼거렸다. 

"그럼 마법부 직원 중의 한 사람이 아닌가요? 퍼지와 함께 일하는?" 

"맞아요, 나는 마법부 차관이었죠." 

엄브릿지는 오두막집 안을 뚜벅뚜벅 걸어다니면서, 벽에 걸린 배낭에서부터 

벗어 놓은 여행용 망토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자세히 뜯어보았다. 

"하지만 지금은 어둠의 마법 방어술 선생이죠." 

"오, 용감하시군요. 그 자리를 맡으려고 하는 사람은 더 이상 없는데..." 

"그리고 호그와트 장학사이기도 하죠." 

엄브릿지는 해그리드의 말에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자기 소개를 끝냈다. 

"그게 뭐죠?" 

해그리드가 인상을 찌푸렸다. 

"바로 제가 물어보고 싶은 질문이에요." 

엄브릿지가 마룻바닥에 산산조각으로 부서져 있는 해그리드의 잔을 손으로 

가리켰다. 

"아, 그거 말이죠." 

해그리드는 해리와 론, 헤르미온느가 서 있는 구석을 연신 힐끗힐끗 쳐다보며 

어쩔 줄 몰랐다. 

"그... 그러니까 팽이 그랬어요. 팽이 잔을 깨뜨렸죠. 그래서 다른 잔을 꺼내 

쓰고 있는 중이었죠." 

해그리드는 자신이 마시고 있던 잔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다른 한 손으로는 

여전히 용 고기를 눈에 대고 있었다. 엄브릿지는 이제 해그리드를 똑바로 마주 

보며 오두막집 대신 그의 얼굴을 요리조리 뜯어보았다. 

"무슨 목소리가 들렸는데요." 

엄브릿지가 조용히 물었다. 

"팽하고 이야기를 하고 있었죠." 

해그리드가 주저하지 않고 대답했다. 

"그럼 팽이 대답까지 하나요?" 

"뭐... 그냥 말버릇이죠." 

해그리드가 불안한 표정이 되었다. 

"가끔 팽에게 거의 사람에게 하듯이 말을 걸곤 하죠." 

"성문에서부터 당신의 오두막집 앞까지 세 사람의 발자국이 눈 위에 남아 

있더군요." 

엄브릿지가 매끄럽게 말했다. 헤르미온느가 자신도 모르게 헉 하고 숨을 

들이마시는 순간, 해리가 재빨리 그녀의 입을 손으로 막았다. 다행히 팽이 큰 

소리로 코을 킁킁거리며 엄브릿지의 망토 자락을 냄새 맡고 다니는 통에, 

엄브릿지는 아무 소리도 듣지 못한 것 같았다. 

"제가 방금 돌아왔거든요." 

해그리드가 솥뚜껑만 한 손으로 배낭을 가리켰다. 

"아마 누군가 저를 찾아왔다가 만나지 못하고 돌아간 모양이군요." 

"하지만 오두막집에서 나가는 발자국은 없었어요." 

"글쎄요... 왜 그런지 그 이유는 모르겠군요..." 

해그리드는 초조하게 수염 끝을 잡아당기더니 마치 도움을 청하는 듯이 

또다시 해리와 론, 헤르미온느가 서 있는 구석을 힐끗 쳐다보았다. 

"저..." 

엄브릿지는 휙 돌아서더니 주위를 꼼꼼하게 둘러보면서 오두막 끝까지 

걸어갔다. 그리고 허리를 숙여서 침대 밑을 들여다본 다음, 해그리드의 찬장까지 

열어 보았다. 그녀는 벽에 바싹 몸을 붙이고 서 있는 해리와 론, 헤르미온느의 

코앞을 아슬아슬하게 스치고 지나가기도 했다. 실제로 해리는 엄브릿지가 

지나가는 동안, 배를 한껏 집어넣고 있어야만 했다. 해그리드가 음식을 만들 때 

사용하는 거대한 솥 안까지 꼼꼼하게 살펴본 후에, 엄브릿지는 다시 휙 

돌아서더니 질문을 던졌다. 

"무슨 일이 있었나요? 어쩌다 그렇게 부상을 당했죠?" 

해그리드는 황급히 용 고기를 얼굴에서 떼어 냈다. 하지만 해리가 보기에는 

오히려 실수하는 것이었다. 왜냐하면 얼굴에 온통 뒤엉킨 핏자국은 말할 것도 

없고, 그의 눈 주위에 검푸른 상처가 오히려 뚜렷하게 드러났기 때문이었다. 

"그저 좀... 사고를 당했죠." 

해그리드가 더듬거렸다. 

"무슨 사고였죠?" 

"너... 넘어졌어요." 

"넘어졌단 말이죠." 

엄브릿지가 냉정하게 그의 말을 되풀이했다. 

"네, 그렇습니다. 치... 친구의 빗자루를 타... 타다가 말이죠. 전 날지는 

못하거든요. 제 몸집을 보세요. 절 태울 수 있는 빗자루가 세상에 있을지 

모르겠어요. 제 친구가 아브락산 말을 기르는데요, 혹시 보신 적이 있는지 

모르겠군요. 날개가 달린 커다란 짐승인데... 어쨌든 그 중에 한 놈을 타고..." 

"그래, 어딜 다녀왔죠?" 

엄브릿지는 횡설수설 헛소리를 늘어놓는 해그리드의 말을 냉정하게 자르며 

물었다. 

"어디를...?" 

"다녀왔느냐고 물었어요." 

엄브릿지가 말했다. 

"학기가 시작된 지 벌써 두 달이나 지났어요. 그래서 다른 선생님이 당신 

수업을 대신 해야만 했죠. 당신 동료들은 아무도 당신이 어디 갔는지 

모르더군요. 당신은 행선지도 남기지 않고 떠났어요. 도대체 어디 갔었던 거죠?" 

해그리드는 고깃덩어리로 가리지 않은 한쪽 눈으로 엄브릿지를 끔벅끔벅 

쳐다보았다. 해리는 그의 머리가 팽팽 돌아가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거... 건강 때문에 멀리 가 있었죠." 

해그리드가 대답했다. 

"건강 때문이라고요." 

엄브릿지가 말하면서 퉁퉁 붓고 시퍼렇게 멍이 든 해그리드의 얼굴을 다시 한 

번 훑어보았다. 침묵 속에 용의 피가 해그리드의 조끼 위로 뚝뚝 떨어졌다. 

"그렇군요." 

"그래요. 저...저 신선한 공기가...그러니까..." 

"사냥터지기면서 신성한 공기를 마시기가 그렇게 어렵단 말이죠." 

엄브릿지가 상냥한 목소리로 말했다. 해그리드의 얼굴 중에서 시퍼렇게 멍이 

들지 않고 남아 있는 눈곱만 한 부분이 빨갛게 물이 들었다. 

"그저... 약간 경치를 바꿔 보는... 뭐 그런 거죠." 

"산으로 말인가요?" 

엄브릿지가 여전히 부드럽게 물었다. 

그녀는 알고 있어. 해리는 절망적으로 생각했다. 

"산이라고요?" 

해그리드가 열심히 머리를 굴리면서 그녀의 말을 되풀이했다. 

"아니요, 남프랑스였어요. 태양과... 바다..." 

"그래요? 그런데 별로 타지도 않았군요." 

"아... 예... 그게 예민한 피부라서." 

해그리드는 억지로 아양 떠는 미소를 지었다. 그때야 비로소 해리는 

해그리드의 이 두 개가 부러진 것을 알아차렸다. 엄브릿지는 얼음처럼 냉정하게 

해그리드를 마주 보았다. 해그리드의 미소가 점차 사라졌다. 엄브릿지는 

핸드백을 팔 위로 끌어올리며 말했다. 

"당연히 당신의 뒤늦은 귀환에 대해서 장관님께 보고를 하겠어요." 

"좋습니다." 

해그리드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 사실을 꼭 알아두세요. 유감스럽게도 나의 동료들을 조사하는 것 또한 

장학사로서 어쩔 수 없는 나의 임무랍니다. 그러므로 우린 금방 다시 만나게 될 

거예요." 

엄브릿지는 홱 돌아서서 문 쪽으로 걸어갔다. 

"우리를 조사한다고요?" 

해그리드는 그녀의 뒷모습을 멍하게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맞아요." 

엄브릿지가 문 손잡이를 붙잡은 채, 고개를 돌리며 부드럽게 말했다. 

"마법부에서는 자질이 부족한 선생들을 추려 내기로 결정했죠. 해그리드, 잘 

자요." 

그녀는 딸깍 하고 문을 닫았다. 해리가 투명 망토를 걷어치우려고 했지만, 

헤르미온느가 그의 손목을 붙잡았다. 

"아직은 안 돼." 

헤르미온느가 그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아직 떠나지 않았을 수도 있어." 

해그리드도 똑같은 생각을 한 모양이었다. 그는 방을 가로질러 걸어가더니 

커튼을 조금 걷고 밖을 내다보았다. 

"성으로 돌아가고 있어. 제기랄... 사람들을 조사한다고, 그래?" 

"맞아요. 트릴로니 교수도 벌써 경고를 받았어요." 

해리가 망토를 걷으며 말했다. 

"음... 그런데 수업 시간에는 뭘 가르치실 계획이에요, 해그리드?" 

헤르미온느가 물었다. 

"그건 걱정하지 마라. 아주 많은 계획이 있단다." 

해그리드가 용 고기를 식탁 위에 다시 집어 들더니 얼굴에 턱 붙이면서 

열의에 가득 찬 목소리로 말했다. 

"너희 O,W,L 학년을 위해서 내가 특별히 몇몇 생물들을 남겨 두었지. 기다려 

보렴, 정말 특별하단다." 

"음... 어떤 식으로 특별하다는 거죠?" 

헤르미온느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말할 수 없단다. 너희들을 깜짝 놀라게 해주고 싶어." 

"이봐요. 해그리드." 

헤르미온느는 더 이상 속마음을 감추려 하지 않고 다급하게 말했다. 

"해그리드가 너무 위험한 생물을 수업 시간에 가져오면, 엄브릿지 교수는 

좋아하지 않을 거예요." 

"위험하다고?" 

해그리드는 진심으로 즐거워하는 것 같았다. 

"바보 같은 소리 하지 마! 난 위험한 건 절대 너희들에게 주지 않아! 그러니까 

그것들은 자기 스스로를 돌볼 수 있다는 거야." 

"해그리드, 어떻게든 엄브릿지의 조사를 통과해야만 해요. 그러니까 예를 들어 

폴락을 어떻게 돌보는지 우리에게 가르쳐 주는 걸 보면, 엄브릿지도 훨씬 더 

좋아할 거예요. 크날과 고슴도치의 차이점을 구별하는 법을 가르쳐 준다든가 뭐 

그런 거 말이에요!" 

헤르미온느가 열심히 말했다. 

"하지만 그런 건 별로 재미가 없잖니, 헤르미온느." 

해그리드가 대답했다. 

"난 그보다 훨씬 더 흥미로운 계획이 있단다. 벌써 몇 년 동안이나 그걸 길러 

왔지. 아마 영국 내에서 가축으로 기르는 건 내가 가진 게 유일할 거야." 

"해그리드, 제발..." 

헤르미온느의 목소리는 절박하고 간절했다. 

"엄브릿지는 덤블도어 교수님과 친하다고 생각되는 선생들을 쫓아내기 위해서 

온갖 구실을 다 찾고 있어요. 해그리드, 제발 부탁이에요. 우리에게 O,W,L에 꼭 

나오는, 뭔가 재미없는 걸 가르쳐 주세요." 

하지만 해그리드는 그저 길게 하품을 하면서 한쪽 구석에 놓여 있는 커다란 

침대를 간절한 눈빛으로 자꾸만 곁눈질했다. 

"얘들아, 오늘은 너무 긴 하루였다. 게다가 너무 늦었구나." 

해그리드는 헤르미온느의 어깨를 살짝 쳤다. 그런데도 헤르미온느는 무릎이 탁 

꺾이면서 마루에 쿵 하고 주저앉았다. 

"이런, 미안하다." 

해그리드는 헤르미온느의 목덜미를 붙잡아서 다시 일으켜 세웠다. 

"이봐, 내 걱정은 하지 마라. 너희들의 수업을 위해서 아주 좋은 걸 준비해 

두었단다. 이제 너희들은 그만 성으로 돌아가는 게 좋겠다. 그리고 발자국을 

지우는 걸 잊지 말아라." 

"네가 그의 고집을 꺾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잠시 후에 론이 말했다. 근처에 아무도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 눈 쌓인 

운동장을 지나서 성으로 되돌아가는 중이었다. 헤르미온느가 소멸 마법을 쓴 

덕분에 그들 뒤에는 아무런 발자국도 남지 않았다. 

"나는 내일 다시 올 거야." 

헤르미온느가 결의에 찬 목소리로 단호하게 말했다. 

"필요하다면, 내가 해그리드를 위해서 수업 계획서를 짜 주겠어. 그 여자가 

트릴로니를 내쫓는 건 상관없지만, 해그리드까지 데려갈 수는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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