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5장 (104/194)

제15장. 호그와트 장학사 

그들은 퍼시가 편지에서 말한 그 기사를 찾으려면, 다음 날 아침 

<예언자 일보>를 샅샅이 뒤지다시피 해야 할 거라고 예상했었다. 하지만 

우편물 배달 부엉이가 우유병 꼭대기로 신문을 떨어뜨리자마자, 

헤르미온느는 헉 소리를 내며 신문을 활짝 펼쳤다. 거기에는 활짝 웃으며 

천천히 눈을 깜박이고 있는 돌로레스 엄브릿지의 사진이 대문짝만 하게 

실려 있었고, 그 아래에는 다음과 같은 제목이 붙어 있었다. 

마법부 교육 개혁 단행 

돌로레스 엄브릿지 첫 번째 장학사로 임명되다 

"엄브릿지가- 장학사라고?" 

해리가 반쯤 먹다 남은 토스트를 스르르 떨어뜨리며 절망적으로 

소리쳤다. 

"그게 무슨 소리야?" 

헤르미온느가 큰 소리로 기사를 읽었다. 

어젯밤 마법부는 호그와트 마법 학교에 대한 유례 없이 강경한 

통제권을 마법부에 부여하는 새로운 법안을 기습적으로 통과시켰다. 

"장관님께서는 최근 호그와트에서 벌어지는 사태에 대해서 점점 더 

심려하고 있습니다." 

장관의 부보좌관인 퍼시 위즐리 씨는 이렇게 말했다. "장관님은 이제 

불안에 떠는 학부형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기로 하셨습니다. 

학부모들은 학교가 점차 용납할 수 없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고 느끼고 

있습니다." 

최근 몇 주일 사이 코넬리우스 퍼지 장관이 마법 학교의 개선을 위해서 

새로운 법안을 통과시킨 것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8월 30일에는 

교육 법령 22조가 통과되었는데, 그 법안에는 현 교장이 교사 자리에 

적당한 후보자를 구하지 못하면, 마법부에서 적임자를 선택하도록 되어 

있다. 

"그래서 돌로레스 엄브릿지가 호그와트 교수로 임명된 것입니다." 

어젯밤 위즐리 씨는 이렇게 말했다. 

"덤블도어가 적임자를 찾지 못했기 때문에, 마법부에서 엄브릿지를 

임명한 것이죠. 물론 엄브릿지는 그 즉시 성공적으로-" 

"그 여자가 뭐 어쨌다고?" 

해리가 큰 소리로 물었다. 

"잠깐 기다려 봐. 아직 더 남았어." 

헤르미온느가 단호하게 말했다. 

"그 즉시 성공적으로 어둠의 마법 방어술 수업 방식을 완전히 

개선했습니다. 그리고 마법부에 호그와트의 실제 상황에 대해서 근거 있는 

정보를 제공해 주고 있습니다." 

이제 마법부는 호그와트 장학사라는 새로운 직책을 만드는 교육 법령 

23조를 통과시킴으로써 정식으로 이 기능을 공식화했다. 

"이것은 호그와트의 추락한 교육의 질을 바로잡으려는 장관님의 

계획으로, 흥미로운 새로운 정책입니다." 

위즐리는 이렇게 말한다. 

"대 신문관은 동료 교육자들을 조사하고 그들이 기죽지 않게 할 

것입니다. 엄브릿지 교수는 기존의 교수 자리와 더불어 이 새로운 

직책까지 맡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그녀가 이 제안을 수락한 것을 

기쁘게 생각합니다." 

한편 마법부의 새로운 움직임은 호그와트 학부모들로부터 열광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덤블도어가 보다 공정하고 객관적인 평가를 받게 되었다는 사실을 

알고, 이제 제 마음이 한결 편해졌습니다." 

루시우스 말포이 씨(41세)는 어젯밤 자신의 윌셔 저택에서 이렇게 

말했다. 

"아이들이 이익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우리 수많은 학부형들은 지난 몇 

년 동안 덤블도어가 내린 납득할 수 없는 결정들에 대해서 걱정해 

왔습니다. 마법부가 이 상황을 계속 주목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서 

무척 기쁩니다. 

지난번 본지에서 지적한 바 있는, 논란의 여지가 있는 교수의 임명도 그 

납득할 수 없는 결정들 중의 하나다. 늑대인간인 리무스 루핀이나 거인 

혼혈인 루베우스 해그리드, 피해망상에 시달리는 전직 오러 매드아이 무디 

등이 바로 그들이다. 

물론, 한때 국제 마법사 연맹의 최고 우두머리였고, 위즌가 모트의 의장 

마법사였던 알버스 덤블도어가 더 이상 최고 명문 학교인 호그와트를 

맡기에는 부적합하다는 소문 또한 무성하게 떠돌고 있다. 

"저는 장학사 임명이, 우리가 정말 전적으로 믿을 수 있는 교장이 

호그와트에 있는지의 사실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첫 번째 단계라고 

생각합니다." 

어젯밤 마법부의 한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위즌가모트의 원로인 그리젤다 마치뱅스와 타이배리어스 오그던은 

호그와트에 장학사를 임명하는 것에 항의하여 사임했다. 

"호그와트는 학교입니다. 코넬리우스 퍼지의 전초 기지가 아니란 

말입니다." 

마치뱅스 여사는 항의했다. 

"이것은 알버스 덤블도어의 신망을 떨어뜨리려는 추악한 시도입니다." 

(마치뱅스 여사와 반동적인 도깨비 무리들과의 관계에 관한 상세한 

기사가 17페이지에 실려 있습니다.) 

헤르미온느는 신문을 덮고 테이블 너머로 다른 두 친구들을 

쳐다보았다. 

"이제 우리는 결국 엄브릿지가 어떻게 될지 알게 되었어! 퍼지는 교육 

법령인지 뭔지를 통과시켜서 엄브릿지를 억지로 이 학교에 집어넣은 거야. 

그리고 이제 그 여자에게 다른 선생님들을 감시할 권한까지 주었어!" 

헤르미온느는 씩씩거리며 숨을 몰아 쉬었다. 그녀의 두 눈은 분노로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도저히 믿을 수가 없어. 이건 말도 안 되는 짓이야!" 

"나도 알아." 

해리가 이렇게 말하며, 불끈 쥔 오른손을 내려다보았다. 손등에는 아직도 

엄브릿지가 억지로 살갗에 새기게 만든 글씨의 윤곽이 희미하게 남아 

있었다.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론의 얼굴에는 미소가 번졌다. 

"왜 그래?" 

해리와 헤르미온느가 그를 바라보며 동시에 물었다. 

"맥고나걸 선생님이 조사받는 거 하루빨리 보고 싶어." 

론이 신나서 말했다. 

"엄브릿지라고 해도 그 선생님을 어떻게 공격해야 할지 모를걸." 

"이런!" 

헤르미온느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만 가는 게 좋겠다. 만약 그 여자가 빈스 교수님 수업에 들어온다면, 

늦지 않는 게 좋을 거야...." 

하지만 엄브릿지는 마법의 역사 수업을 참관하지 않았다. 수업은 지난 

월요일과 마찬가지로 지겹기 짝이 없었다. 그들이 두 시간짜리 마법약 

수업을 들으러 갔을 때에도, 엄브릿지는 스네이프의 지하 교실에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다. 

스네이프 교수는 해리의 월장석에 관한 보고서 제일 꼭대기에 

삐죽삐죽한 검을 글씨로 커다랗게 D라고 적어서 돌려주었다. 

"너희들이 O.W.L.에서 이 과목 시험을 치렀을 때 받게 될 성적을 

주었다." 

학생들 사이를 돌아다니며 숙제를 나누어 주던 스네이프가 능글맞게 

웃으며 말했다. 

"이걸 보면 앞으로 닥칠 시험에 대해서 보다 현실적인 생각을 하게 될 

것이다." 

스네이프는 교실 앞으로 가더니 학생들을 향해서 돌아섰다. 

"너희들이 낸 숙제의 평균 수준은 암담할 정도다. 이 숙제가 진짜 

시험이었다면, 대부분 떨어졌을 것이다. 다양한 해독제의 종류에 관한, 

이번 주 보고서에는 좀더 많은 노력을 기울이기를 바란다. 그렇지 않으면 

D를 받는 멍청이들에게 나머지 공부를 시킬 수밖에 없다. 

"누가 D를 받았단 말이야? 하!" 

말포이가 킬킬거리며 들으라는 듯이 떠들자, 스네이프는 히죽이죽 

웃었다. 

해리는 헤르미온느가 힐끔힐끔 곁눈질을 하면서 그의 점수를 훔쳐보려고 

한다는 것을 깨닫고, 최대한 서둘러서 가방 속에 보고서를 집어넣었다. 이 

사실은 혼자만 알고 싶었던 것이다. 

이번 수업에서는 어떻게든 스네이프에게 꼬투리를 잡히지 않겠다고 

단단히 결심한 해리는 실험을 시작하기 전에, 칠판에 적힌 지시 사항을 

최소한 세 번 이상 한 줄 한 줄 읽고 또 읽었다. 그가 만든 마력 강화제는 

헤르미온느의 약처럼 투명하고 선명한 푸른색은 아니었지만, 어쨌든 

분홍색인 네빌의 약에 비하면 푸른색에 가까웠다. 수업이 끝나자, 해리는 

반항심과 안도감이 뒤섞인 심정으로 약이 담긴 플라스크를 스네이프의 

책상 위에 내려놓았다. 

"지난주처럼 나쁘진 않았지?" 

지하 교실의 계단을 걸어 올라오면서, 헤르미온느가 말했다. 이제 그들은 

점심 식사를 하기 위해서 현관 복도를 가로질러 걸어가기 시작했다. 

"숙제도 그렇게 나쁘진 않았어, 안 그래?" 

론과 해리가 모두 아무 대꾸도 하지 않자, 헤르미온느가 말을 이었다. 

"좋아. 나도 최고 점수를 기대하진 않았어. 특히 스네이프 선생님이 

O.W.L. 수준을 목표로 하고 있다면 말이야. 하지만 이 단계에서 

통과만이라도 했다면 훨씬 힘이 나지 않았을까. 그렇지 않니?" 

해리의 목구멍이 뭔가 빈정거리는 소리가 났다. 

"물론 지금까지 시험 때까지는 많은 일이 일어날 수 있어. 실력을 늘릴 

수 있는 시간은 충분해. 지금 우리가 받은 점수는 일종의 출발선 같은 

거야. 우린 이걸 기반으로 뭔가를 세울 수 있어." 

그들은 다 함께 그리핀도르 테이블에 앉았다. 

"만약 내가 'O'를 받았다면, 분명히 좋아서 어쩔 줄 몰랐을 거야." 

"헤르미온느, 우리 점수가 궁금하다면 그냥 물어봐." 

론이 날카롭게 말했다. 

"아니야. 그런 뜻이 아니었어. 하지만 네가 말해 주고 싶다면-." 

"나는 'P'를 받았어." 

론이 국자로 그릇에 수프를 떠 담으며 말했다. 

"이제 만족하냐?" 

"그건 전혀 부끄러워할 일이 아니야." 

프레드가 불쑥 끼어들었다. 조지와 리 조던과 함께 방금 테이블에 

나타난 프레드는 해리의 오른쪽에 앉았다. 

"건전하고 선량한 'P'를 받은 것은 전혀 잘못된 일이 아니야." 

"하지만 P는...." 

"Poor., 그러니까 형편없다는 거지." 

리 조던이 말했다. 

"그래도 D보다는 나, 안 그래? 'Dreadful, 끔찍하다'는 거 아니야?" 

해리는 얼굴이 확확 달아오르는 것을 느꼈다. 그래도 허리를 숙이고 

잔기침을 하는 척했다. 하지만 기침을 멈췄을 때에도, 여전히 헤르미온느가 

O.W.L. 성적 등급을 가지고 한참 떠들어 대고 있는 것을 보고 실망을 

금할 수가 없었다. 

"그럼 최고 점수는 '특출한, 즉 Outstanging'의 O겠네? 그리고 그 

다음이 A이고-" 

헤르미온느가 말했다. 

"아니, E야. 'Exceed Expectation, 즉 기대 이상'이란 말이지." 

조지가 헤르미온느의 말을 정정해 주었다. 

"그래서 프레드와 나는 항상 모든 과목에서 'E'를 받을 거라고 

생각했었어. 왜냐하면 우리가 시험장에 모습을 나타내는 것 자체가 기대를 

넘어서는 일이니까 말이야." 

헤르미온느만 빼고 모든 아이들이 한바탕 웃음을 터뜨렸다. 그녀는 

진지하게 이야기를 계속했다. 

"그럼 E 다음에는 A, 그러니까 'Acceptable, 무난하다'겠네. 그리고 그게 

시험에 통과할 수 있는 마지막 점수인 거지?" 

"그래." 

프레드는 수프 속에 롤빵을 풍덩 집어넣더니 그의 입속에 쑤셔 넣고 한 

번에 꿀꺽 삼켜 버렸다. 

"그럼 형들은 '형편없다' 의 P와 '끔찍하다'의 D를 받았겠네." 

론이 두 팔을 번쩍 들고 축하한다는 시늉을 했다. 

"그 다음에는 'T'가 있어." 

조지가 론을 일깨워 주었다. 

"T?" 

헤르미온느가 질겁을 했다. 

"D보다도 더 낮은 점수가 있단 말이야? 세상에, T는 또 뭐야?" 

"Troll, 그러니까 트롤이야." 

조지가 냉큼 대답했다. 해리는 또다시 큰 소리로 웃었다. 하지만 조지가 

농담을 하는 건지 아닌지 알 수가 없었다. 

순간 해리는 O.W.L.의 모든 과목에서 T를 받고 헤르미온느에게 그 

사실을 숨기느라 쩔쩔매는 자신의 모습을 상상했다. 그리고 앞으로는 

더욱더 열심히 공부해야겠다고 굳게 다짐했다. 

"너희들은 아직 참관 수업을 안 했니?" 

프레드가 물었다. 

"응, 그럼, 너희들은 참관 수업을 받았단 말이야?" 

헤르미온느가 말했다. 

"점심 시간 바로 전에, 마법 수업이었어." 

조지가 대답했다. 

"어땠어?" 

해리와 헤르미온느가 동시에 물었다. 프레드는 어깨를 으쓱했다. 

"별로 나쁘지 않았어. 엄브릿지는 구석에 도사리고 앉아서 열심히 

뭔가를 적었어. 너희들로 플리트윅 선생님이 어떤지 잘 알잖아. 그 

선생님은 엄브릿지를 그저 손님으로 대할 뿐, 전혀 신경 쓰는 것 같지 

않았어. 엄브릿지도 별로 말이 없었어. 그저 앨리샤에게 평소에 수업이 

어떤 식인지 몇 마디 질문을 했고, 앨리샤는 수업이 아주 훌륭하다고 

대답했어. 그게 전부야." 

"난 늙은 플리트윅 교수가 낮은 평가를 받을 거라곤 생각하지 않아. 

선생님은 항상 모든 학생들이 무사히 시험에 통과하도록 해주시잖아." 

"오후 수업은 뭐니?" 

프레드가 해리에게 물었다. 

"트릴로니-" 

"내가 트롤을 본 적이 있다면 바로 그 여자야." 

"그리고 엄브릿지 그 여자도." 

"어쨌든 오늘은 엄브릿지에게 성질내지 말고 착하게 굴어." 

조지가 충고했다. 

"네가 또다시 퀴디치 연습에 빠지면, 안젤리나는 미쳐 버릴 거야." 

하지만 해리는 엄브릿지 교수를 만나기 위해서 굳이 어둠의 마법 방어술 

시간까지 기다릴 필요가 없었다. 해리는 어두운 점술 교실 제일 뒷줄에 

앉아서 꿈 일기장을 꺼내고 있었다. 그때 론이 팔꿈치로 그의 옆구리를 

쿡쿡 찔렀다. 뒤를 돌아보니 엄브릿지 교수가 교실 바닥에 있는 뚜껑문을 

열고 들어오고 있었다. 그때까지 신나게 떠들고 있던 학생들은 즉시 입을 

다물었다. 사뿐사뿐 걸어다니며 <꿈의 신탁>을 나눠 주고 있던 트릴로니 

교수는 갑자기 교실이 조용해지자, 고개를 들고 두리번거렸다. 

"안녕하세요, 트릴로니 교수님." 

엄브릿지 교수가 입을 쫙 벌리고 웃으며 말했다. 

"제 전갈을 받으셨지요? 참관 수업의 날짜와 시간을 적어서 보냈는데?" 

트릴로니 교수는 퉁명스럽게 고개를 한 번 까닥하더니, 몹시 기분이 

상항 듯이 휙 돌아섰다. 그리고 계속해서 책을 나눠 주었다. 엄브릿지 

교수는 여전히 미소를 잃지 않으면서 제일 가까이 있는 의자와 등받이를 

붙잡더니 교실 앞쪽으로 끌고 갔다. 트릴로니 교수의 자리와 불과 몇 

센티미터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이었다. 엄브릿지는 의자에 앉아서 화려한 

꽃무늬가 새겨진 가방에서 필기판을 꺼냈다. 그리고 고개를 바싹 쳐들고 

수업이 시작되기를 열심히 기다렸다. 

트릴로니 교수는 약간 떨리는 손으로 숄을 더욱 단단히 여미더니, 

거대한 돋보기 안경 너머로 학생들을 쓱 살펴보았다. 

"오늘도 꿈 해몽에 대한 공부를 계속하겠어요." 

트릴로니 교수는 배짱 좋게 평소처럼 꿈꾸는 듯이 몽롱한 어조로 

말했다. 하지만 그녀의 목소리는 약간 떨리고 있었다. 

"두 사람씩 짝을 짓도록 해요. 그런 다음 <꿈의 신탁>을 보면서 지난밤 

상대방의 꿈을 서로 해석해 보세요." 

트릴로니 교수는 자기 자리로 돌아가려는 듯한 자세를 취하다가, 바로 

그 뒤에 앉아 있는 엄브릿지 교수를 보자, 즉시 패르바티와 라벤더가 있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두 사람은 이미 패르바티가 최근에 꿈 꿈을 가지고 

한창 토론 중이었다. 

해리는 <꿈의 신탁>을 펼치는 척하면서 슬그머니 엄브릿지를 

살펴보았다. 그녀는 벌써부터 필기판에 열심히 뭔가를 적고 있었다. 몇 분 

후에 엄브릿지는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트릴로니의 뒤를 따라서 교실 안을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그리고 학생들과 선생님의 대화를 옆에 서서 듣기도 

하고, 학생들에게 이런저런 질문을 하기도 했다. 해리는 재빨리 책 위로 

고개를 숙였다. 

"어서 빨리 꿈 좀 생각해 봐." 

해리는 론을 재촉했다. 

"늙은 두꺼비가 우리 쪽으로 오고 있단 말이야." 

"지난번에는 내가 했잖아. 이번에는 네 차례야. 네가 말해봐." 

론이 항의했다. 

"글쎄, 난 모르겠어...." 

해리가 절망적으로 말했다. 지난 며칠 동안 생각나는 꿈이 하나도 

없었던 것이다. 

"나는 스네이프를... 내 냄비에 빠뜨리는 꿈을 꿨다고 하자. 그래, 그게 

좋겠어...." 

론을 깔깔 웃으며 <꿈의 신탁>을 펼쳤다. 

"좋아. 넨가 꿈을 꾼 날짜에 네 나이를 더하고, 꿈 제목을... 뭘로 할까? 

'물에 빠뜨리기' 아니면 '냄비' 아니면 '스네이프'?" 

"상관없어. 아무거나 골라." 

해리는 등 뒤를 슬쩍 돌아보았다. 엄브릿지 교수는 네빌에게 꿈 일기에 

대해서 묻고 있는 트릴로니 교수 옆에 나란히 서서 뭔가를 적고 있었다. 

"그럼 어느 날 밤에 이 꿈을 꾼 거지?" 

론이 계산에 열중하면서 물었다. 

"나도 몰라. 어젯밤으로 하든지 마음대로 해." 

해리는 엄브릿지 교수가 트릴로니 교수에게 뭐라고 말하는지 엿듣기 

위해 애를 섰다. 이제 두 사람은 해리와 론이 앉아 있는 곳에서 겨우 책상 

하나 떨어져 있을 뿐이었다. 엄브릿지 교수는 또다시 뭔가를 적기 

시작했고, 트릴로니 교수는 머리끝까지 짜증이 난 것 같았다. 

"이 수업을 맡으신 지 얼마나 오래되셨죠? 정확히?" 

엄브릿지는 트릴로니를 똑바로 쳐다보며 물었다. 트릴로니 교수는 

팔짱을 낀 채, 어깨를 움츠리며 그녀를 가만히 노려보았다. 마치 이 무례한 

조사로부터 최대한 자신을 보호하고 싶어 하는 것 같았다. 잠시 후에 

트릴로니는 이 질문이 완전히 무시해 버려도 좋을 만큼 그러게 무례한 

것은 아니라는 판단을 내린 것 같았다. 트릴로니는 몹시 분개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거의 16년쯤 됐어요." 

"상당한 기간이군요." 

엄브릿지 교수가 필기판에 다시 적었다. 

"그럼 덤블도어 교수가 당신을 채용했나요?" 

"맞아요." 

트릴로니 교수가 짤막하게 대답했다. 

엄브릿지 교수가 또다시 뭔가를 적었다. 

"당신이 그 유명한 카산드라 트릴로니 예언자의 손녀의 손녀의 

손녀딸인가요?" 

"맞아요." 

트릴로니 교수가 더욱 고개를 높이 쳐들었다. 

엄브릿지 교수는 또다시 적었다. 

"제가 잘못 알고 있는 거라면 부디 고쳐 주세요. 카산드라가 예언 

능력을 가지게 된 이후로, 당신 집안에서 다시 예언자가 나온 건 당신이 

처음 아닌가요?" 

"그런 건 종종 세대를 건너뛰는 법이죠.... 그러니까 삼 세대쯤." 

트릴로니 교수가 대답했다. 

엄브릿지 교수의 두꺼비 같은 미소가 더욱 커졌다. 

"물론이죠." 

엄브릿지 교수는 또다시 뭔가를 받아 적으며 상냥하게 말했다. 

"그럼 저를 위해서 한 가지만 예언해 주실래요?" 

엄브릿지 교수는 여전히 미소를 지으면서 뭔가 캐묻는 듯한 얼굴로 빤히 

바라보았다. 

트릴로니 교수는 마치 자신의 귀를 믿을 수 없다는 듯,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무슨 말씀인지 이해할 수가 없군요." 

트릴로니 교수는 앙상한 목 주위의 숄을 발작적으로 바싹 움켜쥐었다. 

"저를 위해서 예언을 해주시면 고맙겠군요." 

엄브릿지 교수가 분명하게 말했다. 이제 책 뒤에서 두 사람의 대화를 

몰래 엿들으며 지켜보고 있는 사람들은 해리와 론만이 아니었다. 거의 

모든 학생들의 시선이 트릴로니 교수에게 쏠렸다. 그녀는 허리를 쭉 폈다. 

구슬 목걸이와 귀고리가 짤랑거렸다. 

"마음의 눈은 명령에 따라서 보이는 게 아니에요!" 

트릴로니 교수는 분노로 부르르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알겠어요." 

엄브릿지 교수는 부드럽게 대꾸하며 또다시 필기판에 글씨를 썼다. 

"난- 하지만- 하지만... 잠깐만요!" 

트릴로니 교수가 갑자기 평소와 같은 몽롱한 목소리를 내려고 애를 

쓰면서 말했다. 하지만 분노로 심하게 떨리고 있었기 때문에 신비스런 

분위기는 많이 사라지고 말았다. 

"나... 나는 뭔가를 본 것 같아요... 당신에 관한 뭔가를.... 그러니까 

뭔가가 느껴져요... 어둡고... 아주 위험한...." 

트릴로니 교수가 떨리는 손으로 엄브릿지 교수를 가리켰다. 엄브릿지는 

눈썹을 추켜올린 채, 여전히 맥 빠진 미소를 짓고 있었다. 

"어쩌면... 어쩌면... 당신은 아주 심각한 위험에 빠져있어요!" 

트릴로니 교수가 극적인 어조로 말을 끝맺었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엄브릿지 교수의 눈썹은 여전히 추켜올려진 

상태였다. 

"알았어요." 

엄브릿지 교수느 또다시 필기판에 뭔가를 적었다. 

"그게 당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이라면...." 

엄브릿지 교수는 가슴을 벌렁거리며 그 자리에 못 받힌 듯이 서 있는 

트릴로니 교수를 남겨 두고 휙 돌아서 버렸다. 론을 힐끗 바라본 해리는 

그도 자기와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두 사람 모두 

트릴로니 교수가 늙은 사기꾼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엄브릿지 

교수가 너무 얄미웠기 때문에, 트릴로니 교수의 편을 들어 주고 싶었다. 

적어도 트릴로니 교수가 그들을 급습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어디, 그럼 꿈 일기를 어떻게 썼는지 한번 볼까?" 

트릴로니 교수가 해리의 코 밑에서 긴 손가락을 탁 튕기며 말했다. 

이윽고 트릴로니 교수가 최대한 목청을 돋우며 해리의 꿈을 해몽하기 

시작하자, 해리는 그녀에 대한 동정심이 싹 사라졌다. (모든 꿈이, 심지어 

죽을 먹는 꿈까지도 확실하게 그의 끔찍한 이른 죽음을 예언하는 것으로 

해석되었다.) 그동안에도 엄브릿지 교수는 몇 발짝 떨어진 곳에 서서 

필기판에 열심히 기록을 했다. 마침내 종이 울리자 엄브릿지는 제일 먼저 

은 사다리를 타고 내려갔다. 그리고 십 분 후에 이어진 어둠의 마법 

방어술 시간에 그들을 맞이했다. 

그들이 교실로 들어갔을 때, 엄브릿지는 혼자 싱글싱글 웃으며 콧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학생들이 <방어 마법 이론> 책을 꺼내는 동안, 해리와 

론은 산술점 수업에 들어갔었던 헤르미온느에게 점술 수업 시간에 있었던 

일을 자세히 이야기해 주었다. 하지만 헤르미온느가 미처 궁금한 것을 

물어보기도 전에, 엄브릿지 교수가 학생들에게 조용히 하라고 소리쳤다. 

교실 안은 정적으로 휩싸였다. 

"지팡이 치우세요." 

엄브릿지 교수가 미소를 지으며 지시를 내렸다. 혹시나 하는 희망을 

가지고 지팡이를 꺼내 놓았던 학생들은 실망한 얼굴로 다시 가방 속에 

집어넣었다. 

"지난 시간에 1장을 끝냈으니까, 오늘은 모두 19페이지를 펴도록 하세요. 

그리고 2장 '기본 방어술 이론과 파생' 에서부터 시작하세요. 말은 필요 

없겠죠." 

엄브릿지는 여전히 만족스런 미소를 지으며, 교탁 앞에 앉았다. 학생들은 

19페이지로 책장을 넘기면서 거의 땅이 꺼져라 한숨을 쉬었다. 해리는 1년 

내내 계속 책만 읽어도 될 만큼 책의 내용이 많은가 궁금해졌다. 그래서 

목차를 확인해 보려는 순간, 헤르미온느가 손을 번쩍 치켜들었다. 

엄브릿지 교수도 그걸 알아차렸다. 그러나 엄브릿지 교수는 이런 사태가 

발생할 경우를 대비해 미리 전략을 세워 놓은 것처럼 보였다. 

헤르미온느를 못 본 척하고 무시하는 대신,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앞줄 

책상을 돌아서 헤르미온느 앞으로 바싹 다가갔다. 그리고 허리를 숙여 

다른 학생들에게는 들리지 않도록 나지막히 속삭였다. 

"이번에는 또 뭐죠, 그레인저 양?" 

"2장은 벌써 다 읽었어요." 

헤르미온느가 말했다. 

"그럼 3장을 계속 읽도록 하세요." 

"3장도 다 읽었어요. 책을 전부 읽었어요." 

엄브릿지 교수는 눈을 깜박이더니 즉시 본래 자세로 돌아왔다. 

"좋아요. 그럼 슬링크하드가 15장에서 반-저주에 대해서 뭐라고 썼는지 

말해 봐요." 

"반-저주란 적당한 명칭이 아니라고 썼습니다." 

헤르미온느는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거침없이 대답했다. 

"반-저주란 사람들이 그저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도록 하기 위해서, 

저주에 붙인 명칭이라고 했습니다.' 

엄브릿지 교수가 눈썹을 움찔했다. 해리는 엄브릿지 교수가 자신의 

의지와는 반대로, 헤르미온느의 실력에 탄복하고 말았다는 것을 눈치 챘다. 

"하지만 전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헤르미온느가 계속 말을 이었다. 엄브릿지 교수의 눈썹이 좀더 높이 

올라갔다. 그리고 그녀의 눈빛이 눈에 띄게 차가워졌다.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그렇습니다." 

엄브릿지와는 대조적으로 헤르미온느는 분명하고 뚜렷한 목소리로 

말했기 때문에, 모든 학생들이 그녀를 주목하고 있었다. 

"슬링크하드는 저주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저는 저주도 

방어적으로 사용하면 대단히 유용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오, 그래? 그렇단 말이지?" 

엄브릿지 교수는 속삭이는 것을 잊어버리고 목청을 높였다. 

"그레인저 양, 미안하지만 이 수업에서 중요한 것은 슬링크하드 씨의 

견해지 학생의 견해가 아니에요." 

"하지만-" 

헤르미온느가 입을 열려고 하자, 엄브릿지 교수가 가로막았다. 

"그만 해요." 

그녀는 교실 앞으로 다시 걸어가서 학생들 앞에 섰다. 수업이 

시작되었을 때 보여 주던 의기양양한 태도는 어디론가 사라지고 없었다. 

"그레인저 양, 그리핀도르에서 5점을 감점하겠어요." 

이 말을 듣자, 여기저기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터져나왔다. 

"이유가 뭐죠?" 

해리가 화를 냈다. 

"너는 끼어들지 마!' 

헤르미온느가 황급히 해리에게 속삭였다. 

"별다른 이유 없이 수업을 방해했기 때문이에요.' 

엄브릿지 교수가 거리낌없이 대답했다. 

"나는 마법부가 인정한 방식대로 여러분을 가르치기 위해서 이 자리에 

서 있는 겁니다. 자신이 잘 알지도 못하는 문제에 대해서 제멋대로 의견을 

말하라고 있는 게 아닙니다. 이 과목을 맡으셨던 이전의 선생님들은 

여러분에게 더 많은 자유를 허락해 주셨는지 모르겠지만, 마법부가 감사를 

했다면 아마 단 한 분도 통과하지 못하셨을 거예요. 단 한 분, 퀴렐 

교수님만이 그래도 여러분의 나이에 걸맞는 수업을 하려고 애를 쓰신 

것처럼 보이더군요." 

"네. 퀴렐 선생님은 훌륭한 분이었죠." 

해리가 큰 소리로 대답했다. 

"단 한 가지, 볼드모트가 그의 머리 뒤에 붙어 있었다는 약점이 있기는 

했지만 말이죠." 

그의 말이 끝나자, 팽팽한 긴장감이 감도는 침묵이 이어졌다. 그리고- 

"포터 군, 한 주일 더 나머지 공부를 하는 것이 좋겠군요." 

엄브릿지가 심술궂게 말했다. 

해리의 손등에는 상처가 아물 틈이 없었다. 다음 날 아침이 되면, 

상처에서는 다시 피가 흘렀다. 해리는 저녁에 나머지 공부를 하는 동안 단 

한마디도 불평을 하지 않았다. 무슨 일이 있어도 엄브릿지 교수를 기쁘게 

해주지 않을 생각이었다. 그는 신음 소리 한 번 내지 않고, "나는 거짓말을 

하지 않겠습니다."라고 쓰고 또 썼다. 한 글자 한 글자 쓸 때마다 상처는 

더욱 깊어졌다. 

두 주 동안이나 나머지 공부를 하게 되자. 제일 괴로웠던 점은 조지가 

예언했던 대로, 안젤리나의 반발이었다. 화요일이 되자, 안젤리나는 아침 

식사를 하기 위해 그리핀도르 테이블로 내려온 해리를 구석에 

몰아세우고서 버럭버럭 고함을 질렀다. 어찌나 그 소리가 요란했던지, 

교직원 테이블에 앉아 있던 맥고나걸 교수가 황급히 두 사람에게로 쫓아 

내려왔다. 

"존슨 양, 연회장에서 감히 이렇게 소동을 피우다니! 그리핀도르에 5점 

감점이에요!" 

"하지만 교수님, 포터가 또다시 성질을 부려서 나머지 공부를 하게 

되었단-" 

"뭐라고? 포터?" 

맥고나걸 교수가 해리를 돌아보며 날카롭게 물었다. 

"나머지 공부? 어느 선생님에게서?" 

"엄브릿지 선생님이에요." 

해리는 네모난 안경을 쓴 맥고나걸 교수님의 까만 눈동자를 감히 마주 

보지 못하고 고개를 숙인 채, 중얼거렸다. 

"어서 말해 보거라." 

맥고나걸 교수는 등 뒤에서 호기심에 가득 찬 눈길로 쳐다보고 있는 

래번클로 학생들이 듣지 못하도록, 목소리를 낮추어 물었다. 

"지난 월요일에 내가 주의를 주었는데도, 또다시 엄브릿지 교수님 수업 

시간에 성질을 부렸단 말이니?" 

"네." 

해리는 마루를 내려다보며 중얼거렸다. 

"퍼터, 참을성이 있어야지! 넌 아주 심각한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 거야! 

그리핀도르에 또다시 감점5점이다!" 

"하지만- 왜? 교수님, 안 돼요!" 

해리는 이 불공평한 처사에 화가 났다. 

"저는 벌써 엄브릿지 교수님께 벌을 받았단 말이에요. 그런데 왜 

선생님께서 또 감점을 하시는 거죠?" 

"왜냐하면 나머지 공부를 해도 너에게는 아무런 효과가 없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맥고나걸 교수가 쏘아붙였다. 

"포터, 더 이상 불평은 그만둬라! 그리고 존슨 양, 앞으로 고함 지르기 

대결 같은 것은 퀴디치 운동장에서만 하도록 해요. 그러지 않으면 주장 

자리를 잃게 될 수도 있어요!" 

맥고나걸 교수는 교직원 테이블로 성큼성큼 되돌아갔다. 안젤리나는 

증오에 가득 찬 눈길로 해리를 쳐다보더니 획 돌아서 가 버렸다. 해리는 

씩씩거리며 론의 옆자리에 털썩 앉았다. 

"매일 밤마다 나는 손등이 갈라지는 벌을 받고 있는데, 맥고나걸 

선생님은 그것 때문에 그리핀도로의 점수를 깎았어! 그게 어떻게 공정한 

일이지? 어떻게? 

"나도 알아." 

론이 해리의 접시에 베이컨을 덜어 주며 위로했다. 

"선생님도 정상이 아니야." 

하지만 헤르미온느는 <예언자 일보>만 넘기고 있을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너는 맥고나걸 선생님이 옳다고 생각하니?" 

해리는 헤르미온느의 얼굴이 완전히 가리고 있는 코넬리우스 퍼지의 

사진을 보며 분통을 터뜨렸다. 

"나도 맥고나걸 선생님이 점수를 깎지 않으셨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하지만 너에게 엄브릿지 앞에서 화를 내지 말라고 경고하신 건 옳은 

일이야." 

헤르미온느는 마치 연설을 하듯이 낭랑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동안 신문 

1면에 실린 퍼지는 강압적인 몸짓을 보였다. 

래리는 마법 수업 시간 내내 헤르미온느에게 말을 걸지 않았다. 하지만 

변신술 수업에 들어가자, 그녀에 대해 섭섭했던 마음을 까맣게 잊어버리고 

말았다. 엄브릿지 교수가 필기판을 들고 한쪽 구석에 앉아 잇는 것을 보자, 

아침 식사 때의 기억이 당장 그의 머리에서 사라졌기 때문이었다. 

"잘됐어." 

론이 늘 앉는 자리에 앉으며 속삭였다. 

"엄브릿지가 당하는 꼴을 한번 보자고." 

맥고나걸 교수는 엄브릿지 교수가 그 자리에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는 

티를 눈곱만큼도 내지 않으면서, 교실 안으로 들어왔다. 

"수업을 시작하죠." 

맥고나걸 교수가 입을 열자, 즉시 교실 안이 잠잠해졌다. 

"피니간 군. 이리 나와서 숙제를 가져가도록 해요. 브라운 양, 쥐가 담긴 

이 상자를 운반해 주세요. 호들갑 떨 것 없어요. 해치지 않을 테니까. 

그리고 학생들에게 한 마리씩 나눠 주세요" 

"흠, 흠." 

엄브릿지 교수는 학기가 시작되던 첫날 밤에 덤블도어 교수의 연설을 

방해했을 때처럼, 주책없이 헛기침을 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맥고나걸 

교수는 여전히 그녀를 무시했다. 시무스는 해리의 숙제를 돌려주었다. 

해리는 시무스의 시선을 피하며 얼른 숙제를 받아 보았다. 다행스럽게도 

간신히 A를 받았다. 

"그럼, 모두들 내 말에 귀를 기울이도록 해요. 단 토마스, 다시 한 번 

쥐에게 그런 짓을 하면, 나머지 공부를 시키겠어요. 이제 대부분의 

학생들이 달팽이를 사라지게 할 수 있게 되었어요. 아직 껍질이 남는 

학생들도 그 주문의 요지를 파악했을 거예요. 그럼 오늘은-" 

"흠, 흠." 

엄브릿지 교수가 다시 헛기침을 했다. 

"무슨 일이시죠?" 

맥고나걸 교수가 일자 눈썹을 만들면서 뒤를 돌아보았다. 

"저는 그저, 제가 보낸 참관 수업 날짜와 시간에 대한 전갈을 

받으셨는지-" 

"물론 잘 받았습니다. 그렇지 않았다면 제 교실에서 뭘 하고 계신 건지 

처음부터 여쭤 보았겠죠." 

맥고나걸 교수가 엄브릿지 교수에게 홱 등을 돌렸다. 많은 학생들이 

신이 나서 어쩔 줄 모르는 표정으로 서로를 바라보았다. 

"방금 말했듯이, 오늘은 조금 더 어려운 '쥐를 사라지게 하는 마법'을 

연습하도록 하겠어요. 소멸 마법은-" 

"흠, 흠." 

"도대체-" 

맥고나걸 교수는 엄브릿지 교수를 향해 돌아서며 차가운 어조로 무섭게 

말했다. 

"계속 제 수업을 방해하시면, 어떻게 저의 평소 교육 방식에 대한 

평가를 내리려고 하시는 거죠? 대개의 경우 저는 제가 말하고 있을 때, 

다른 사람들이 끼어드는 것을 용납하지 않습니다." 

엄브릿지 교수는 마치 뺨이라도 한 대 얻어맞은 사람 같았다.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필기판 위로 양피지를 펼치더니 미친 듯이 뭔가를 

휘갈겨 쓰기 시작했다. 

맥고나걸 교수는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다시 학생들을 향해 이야기를 

시작했다. 

"사라지게 할 동물이 복잡할수록 소멸 마법도 더 어려워지게 마련이죠. 

무척추동물인 달팽이는 별로 큰 어려움이 없었어요. 하지만 포유류인 쥐는 

훨씬 더 어려울 거에요. 그러므로 이 마법은 그저 밥먹듯이 쉽게 할 수 

있는 마법이 아니에요. 주문은 다 알고 있을 테니, 그럼 여러분들의 실력을 

한번 볼까요..." 

"저러면서 어떻게 나한테는 엄브릿지 앞에서 성질내지 말라고 말할 수 

있지!" 

래리가 목소리를 한껏 낮추며 론에게 속삭였다. 하지만 그의 얼굴은 

싱글싱글 웃고 있었다. 맥고나걸 교수에 대해 섭섭했던 마음은 연기처럼 

사라지고 말았다. 

엄브릿지 교수는 트릴로니 교수를 따라다녔던 것처럼 맥고나걸 교수 

뒤를 쫓아다니지는 않았다. 아마도 맥고나걸 교수가 용납하지 않을 거라는 

사실을 깨달았을 것이다. 그 대신 한쪽 구석에 앉아서 열심히 뭔가를 계속 

적었다. 그리고 마침내 맥고나걸 교수가 학생들에게 그만 책상을 치우라고 

말했을 때, 엄브릿지 교수는 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드디어 시작한다." 

론은 버둥거리는 쥐의 긴 꼬리를 붙잡아서, 라벤더가 들고 돌아다니는 

상자 안에 집어넣었다. 

교실을 빠져나오면서, 해리는 엄브릿지 교수가 교탁으로 가까이 

다가가는 것을 보았다. 그가 론의 옆구리를 쿡 찌르자, 론이 헤르미온느의 

옆구리를 쿡 찔렀다. 세 사람은 그들의 대화를 엿듣기 위해 일부러 뒤에 

처졌다. 

"호그와트에서 학생들을 가르치신 지 얼마나 됐죠?" 

엄브릿지 교수가 물었다. 

"올 12월이면 39년이에요." 

맥고나걸 교수가 가방을 탁 닫으며 무뚝뚝하게 말했다. 

엄브릿지가 그 말을 받아 적었다. 

"좋아요. 10일 후에 참관 수업 결과를 받아 보게 될 겁니다." 

"기대되는군요." 

맥고나걸 교수는 냉정하고 무관심한 어조로 말했다. 그리고 문을 향해 

성큼성큼 걸어갔다. 

"너희 세 사람, 서둘러라." 

맥고나걸 교수는 해리와 론, 헤르미온느를 재촉했다. 하지만 해리는 

맥고나걸 교수를 향해 미소를 던지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맥고나걸 

교수 또한 분명히 그를 향해 빙그레 웃어 주었다. 

해리는 이제 오후 나머지 공부 시간이나 되어야 엄브릿지의 얼굴을 다시 

보게 될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렇지 않았다. 그들이 신비한 동물 

돌보기 수업을 듣기 위해서 금지된 숲을 향해 잔디밭을 걸어 내려갔을 때, 

엄브릿지는 또다시 필기판을 들고 그루블리 프랭크 교수 옆에 서서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평소에는 이 수업을 맡고 계시지 않죠? 맞나요?" 

그들이 긴 탁자 앞에 도착했을 때, 엄브릿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탁자 

위에는 사로잡힌 보우트러클들이 마치 살아 있는 나뭇가지처럼 쥐며느리를 

찾아서 버둥거리고 있었다. 

"맞습니다." 

그루블리 프랭크 교수가 뒷짐을 진 채, 발목의 복사뼈를 탁탁 부딪치며 

대답했다. 

"저는 해그리드 교수 대신 이 자리를 맡고 있는 임시 교사지요." 

해리는 불안한 시선으로 론과 헤르미온느를 힐끗 바라보았다. 말포이는 

크레이브와 고일의 귀에 대고 뭔가 속삭이고 있었다. 이번 기회에 마법부 

사람에게 해그리드에 관한 이야기를 고자질할 생각을 하는 것이 

틀림없었다. 

"흠." 

엄브릿지는 목소리를 낮추며 말했다. 하지만 해리는 여전히 엄브릿지의 

말을 분명하게 알아들을 수 있었다. 

"교장 선생님께서는 이상하게 이 문제에 대해서 더 이상 자세한 정보를 

알려 주시길 꺼리시더군요. 해그리드 교수가 이토록 오랫동안 자리를 

비우고 있는 이유에 대해서 당신이 말씀해 주실 수 있나요?" 

해리는 말포이가 열심히 고개를 쳐들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죄송하지만 말씀드릴 수가 없군요." 

그루블리 프랭크 교수가 쾌활하게 대답했다. 

"저도 더 이상 아는 바가 없답니다. 그저 덤블도어 교수님으로부터 이 

주 정도 수업을 맡아 줄 수 없느냐는 내용의 전갈을 받았을 뿐이지요. 

그래서 제안을 받아들였고, 그게 제가 아는 전부입니다. 자, 그럼 수업을 

시작해도 될까요?" 

"네, 그러세요." 

엄브릿지 교수가 필기판에 뭔가를 적었다. 이번 수업에는 방침을 바꾼 

듯이 학생들 사이를 이리저리 돌아다니면서 신비한 동물에 대해서 

이것저것 물어보았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막힘없이 대답했다. 해리는 

기분이 으쓱해졌다. 적어도 학생들은 해그리드의 체면을 손상시키지 

않았던 것이다. 

오랫동안 딘 토마스에게 질문을 던진 후에, 엄브릿지 교수는 다시 

그루블리 프랭크 교수를 향해 돌아섰다. 

"객관적인 외부자로서, 그리고 임시직 교수로서 당신은 호그와트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당신이라면 대답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학교 행정으로부터 충분한 지원을 받고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네, 덤블도어 교수님은 아주 훌륭하세요." 

그루블리 프랭크 교수가 진심으로 대답했다. 

"저는 학교의 운영 방식이 아주 만족스럽답니다. 정말이에요." 

믿을 수 없을 만큼 공손한 표정으로 엄브릿지는 필기판에 짧게 몇 줄 

적었다. 

"올해 이 수업에서는 뭘 가르치실 계획인가요? 물론 해그리드 교수님이 

돌아오지 않는다면 말이죠." 

"O.W.L. 시험에 제일 자주 나오는 신비한 동물들을 가르칠 생각입니다." 

그루블리 프랭크 교수가 말했다. 

"사실 별로 남은 동물들이 없어요. 유니콘과 니플러는 벌써 

공부했거든요. 그래서 폴락과 크니즐을 해볼까 합니다. 크럽과 크날을 

확실히 구별할 수 있게도 해야겠죠...." 

"어쨌든 당신은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을 잘 알고 있는 것 같군요." 

엄브릿지 교수는 필기판에 확실하게 어떤 표시를 하며 말했다. 해리는 

엄브릿지 교수가 '당신은'이라고 강조하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리고 고일에게 또다시 질문을 던졌을 때에는 더더욱 못마땅했다. 

"소문에 듣자 하니, 이 수업에서 부상자가 있었다고 하던데요?" 

고일은 멍청한 미소를 지을 뿐이었다. 그러자 말포이가 황급히 앞으로 

나서며 대답했다. 

"제가 다쳤습니다. 히포그리프에게 당했습니다." 

"히포그리프라고?" 

엄브릿지 교수는 미친 듯이 휘갈겨 쓰기 시작했다. 

"그건 모두 말포이가 멍청하게 해그리드의 말을 잘 듣지 않았기 

때문이에요."' 

해리가 화가 나서 말했다. 

"나머지 공부를 하룻밤 더 해야겠군요." 

엄브릿지가 부드럽게 말했다. 

"어쨌든 고마워요, 그루블리 프랭크 교수님. 이제 더 이상 필요한 게 

없는 것 같군요. 10일 이내에 결과가 통보될 겁니다." 

"안녕히 가세요." 

그루블리 프랭크 교수가 인사를 했다. 엄브릿지 교수는 잔디밭을 

가로질러 성을 향해 돌아갔다. 

그날 밤 해리는 자정이 다 되어서야 엄브릿지의 방에서 나올 수 있었다. 

그의 손에서는 너무 많은 피가 흘러서 감고 있는 손수건이 피로 얼룩져 

있었다. 해리는 휴게실에 아무도 없을 거라고 생각하면서, 안으로 

들어갔다. 하지만 론과 헤르미온느가 자지 않고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해리는 그들을 보자, 무척 반가웠다. 특히 헤르미온느가 그를 야단치지 

않고 오히려 가슴 아프게 여겨서 너무 다행스러웠다. 

"여기에 네 손을 담그도록 해. 머트랩의 종양을 식초에 담가서 길러 낸 

용액이야. 도움이 될 거야." 

해리는 피가 흐르는 쓰라린 손을 그릇 속에 집어넣었다. 그러자 통증이 

훨씬 가라앉는 것을 느꼈다. 크룩생크는 큰 소리로 가르랑거리며 그의 

다리 주위를 빙빙 맴돌더니 그의 무릎 위로 펄쩍 뛰어올라 앉았다. 

"고마워." 

해리는 왼손으로 크룩생크의 귀 뒤를 긁어 주면서 인사를 했다. 

"나는 아직도 네가 이 일에 대해 항의해야만 한다고 생각해." 

론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싫어." 

해리가 단호하게 말했다. 

"맥고나걸 교수님이 이 사실을 아시면 가만 있지 않으실 거야." 

"그래, 물론 그러시겠지." 

해리가 말했다. 

"하지만 엄브릿지가 장학사에게 반발하는 사람은 누구나 그 즉시 

해고시킬 수 있다는 내용의 새로운 법령을 통과시키는데 얼마나 오래 걸릴 

것 같으니?" 

론이 뭔가 반박을 하려고 입을 열었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잠시 

후에 그는 풀이 죽어서 다시 입을 닫았다. 

"그 여자는 아주 무서운 사람이야." 

헤르미온느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무서워. 네가 막 들어왔을 때, 론에게 그런 말을 하고 있었던 

참이었어.... 우리는 그 여자에 대해서 무슨 대책을 세워야해." 

"그래서 독약을 쓰자고 했어." 

론이 단호하게 말했다. 

"아니야.... 내 말은 그 여자가 너무 끔찍한 선생님이고 그 여자 밑에서는 

방어술을 하나도 배울 수 없을 것 같은 이 사태에 대해서 뭔가 해야 

한다는 뜻이야." 

"우리가 뭘 할 수 있겠어?" 

론이 하품을 하며 말했다. 

"이미 너무 늦은 것 아닐까? 그 여자는 자리를 잡았으니, 여기 계속 

머무를 거야. 퍼지가 분명히 그렇게 하도록 할 텐데." 

"글세... 오늘 나는 줄곧 생각해 봤어." 

헤르미온느가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줄곧 생각해 봤는데, 어쩌면 우리가 스스로 해야 할 때가 된 것 같아." 

"우리가 뭘 한다는 거야?" 

해리가 여전히 머트랩 종양 용액에 손을 담근 채, 의심스런 목소리로 

물었다. 

"우리 스스로 어둠의 마법 방어술을 배우자는 거야." 

헤르미온느가 말했다. 

"그만 해." 

론이 신음 소리를 냈다. 

"우리끼리 별도로 공부를 또 하자는 말이야? 이제 겨우 이 주밖에 안 

됐는데도 해리와 내가 얼마나 숙제가 밀렸는지 넌 모르니?" 

"하지만 이건 숙제보다 훨씬 더 중요한 일이야!" 

헤르미온느가 말했다. 해리와 론은 눈이 휘둥그레져서 그녀를 

바라보았다. 

"나는 이 세상에 숙제보다 더 중요한 일은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해!" 

"농담하지 마. 당연히 있어." 

헤르미온느가 말했다. 해리는 평소 헤르미온느가 S.P.E.W.이야기를 할 

때처럼 갑자기 얼굴이 환하게 빛나는 것을 보고 왠지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저 밖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것에 대해서 스스로 준비하자는 거야. 

해리가 엄브릿지 수업 첫 시간에 말했던 것처럼 말이야. 우리 자신을 

확실히 방어할 수 있도록 하는 거야. 만약 1년 동안 아무것도 배우지 

않으면-" 

"우리끼리 뭘 얼마나 할 수 있겠어." 

론이 맥 빠진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 도서관에 가서 주문들을 찾아보고 연습을 할 수는 있겠지." 

"아니야. 책에 나오는 것들을 보고 배울 수 있는 단계는 이미 지났어." 

헤르미온느가 말했다. 

"우리에겐 선생님이 필요해. 주문을 사용하는 법을 가르쳐주고 우리가 

잘못하면 고쳐 줄 수 있는 적당한 선생님 말이야." 

"혹시 루핀을 말하는 거라면...." 

해리가 말을 꺼냈다. 

"아니, 아니야. 루핀 이야기를 하는 게 아니야. 루핀은 기사단 일을 

하느라 너무 바쁘잖아. 게다가 호그스미드 주말이나 되어야 그를 볼 수 

있을 텐데, 그렇게 해서는 자주 만날 수가 없어." 

"그럼 누구?" 

해리가 인상을 찌푸리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헤르미온느는 땅이 

꺼져라 한숨을 쉬었다. 

"뻔하지 않니? 난 너를 말하는 거야, 해리." 

잠깐 동안 침묵이 흘렀다. 론의 등 뒤에서 부드러운 밤바람이 창문을 

흔들었다. 벽난로의 불길도 차츰 사그라졌다. 

"내가 뭘?" 

해리가 물었다. 

"네가 우리에게 어둠의 마법 방어술을 가르쳐야 한다는 거야." 

해리가 그녀를 멍하니 쳐다보다가, 론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당연히 헤르미온느가 가끔씩 S.P.E.W.처럼 너무 황당한 계획을 이야기할 

때마다, 둘이 주고받곤 하던 짜증스러운 표정을 보게 되리라 기대했다. 

하지만 놀랍게도 론은 전혀 짜증이 난 것 같지 않았다. 

그는 약간 인상을 찌푸린 채, 뭔가를 곰곰이 생각하고 있었다. 그리고 

잠시 후에 입을 열었다. 

"그거 좋은 생각이다." 

"무슨 생각이?" 

해리가 반문했다. 

"네가 우리에게 그걸 가르치는 거야." 

"하지만...." 

해리는 두 사람이 지금 그를 놀리고 있는 게 틀림없다고 생각하며, 씩 

웃었다. 

"나는 선생님이 아니야. 난-" 

"해리, 넌 어둠의 마법 방어술에서 가장 뛰어난 학생이야." 

헤르미온느가 말했다. 

"내가?" 

해리는 더욱더 크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아니야. 모든 시험에서 네가 나보다 훨신 앞섰잖아."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어. 3학년 때 너는 나를 이겼어. 우리 두 사람이 

똑같은 시험을 치렀고, 진정으로 그 과목을 이해하는 선생님이 계셨던 

유일한 해였지. 어쨌든 나는 시험 결과에 대해서 말하는 게 아니야, 해리. 

네가 한 일을 생각해 봐!" 

"그게 무슨 소리야?" 

"무슨 뜻인지 알잖아. 솔직히 나는 이렇게 멍청한 사람에게 배우고 싶은 

마음이 들지 잘 모르겠는걸." 

론이 약간 놀리듯이 웃으며 헤르미온느에게 말했다. 그리고 해리를 

돌아보았다. 

"한번 생각해 보자." 

론은 뭔가에 집중하려고 애쓰는 고일의 표정을 흉내 내었다. 

"음... 1학년 때는 그 사람으로부터 마법사의 돌을 구해 냈지." 

"하지만 그건 운이었어. 실력이 아니었다고-." 

해리가 말했다. 

"2학년 때는 바실리크르를 죽이고 리들을 없애 버렸어." 

론이 그의 말을 무시하며 말을 이었다. 

"그래. 하지만 퍽스가 나타나지 않았더라면 나는-" 

"3학년 때는 백 명의 디멘터들과 동시에 싸웠어." 

론은 더욱 큰 소리로 말했다. 

"그건 요행이었던 걸 너도 알잖아. 시간을 거꾸로 가게 하는 시계가 

아니었다면-" 

"지난해에는 또다시 그 사람과 싸웠어-." 

이제 론은 거의 고함을 지르다시피 했다. 

"내 말을 좀 들어 봐!" 

해리는 거의 화를 낼 듯이 말했다. 론과 헤르미온느 모두 히죽히죽 웃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내 말 좀 들어 보란 말이야. 네가 그렇게 말하니까 굉장히 거창한 일을 

한 것처럼 들리지만, 그건 모두 운이 좋았던 거야. 나는 내가 뭘 하고 

있었는지도 잘 몰랐고, 어느 것 하나 계획을 세워서 하지도 않았어. 난 

그저 생각나는 대로 했을 뿐이야. 게다가 거의 항상 도움을 받아서-" 

론과 헤르미온느는 여전히 그를 보면서 싱글싱글 웃고 있었다. 해리는 

점점 더 약이 올랐다. 왜 그렇게 화가 나는지 자신도 알 수 없었다. 

"너희들이 나보다 꽤나 더 많이 아는 것처럼 그렇게 히죽히죽 웃으며 

앉아 있지 마. 그 자리에 있었던 건 나였어, 안 그래?" 

해리는 잔뜩 열이 받아서 소리쳤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내가 더 잘 안다고, 안 그래? 난 절대로 어둠의 

마법 방어술에서 실력이 뛰어났기 때문에 그 모든 일을 해낸 게 아니었어. 

나는 그저 적절한 순간에 적절한 도움을 받을 수 있었기 때문에 해낸 

거야. 아니면 추측을 잘 했겠지. 하지만 난 그저 얼떨결에 해냈을 뿐이야. 

내가 뭘 하고 있는지도 몰랐단 말이야. 제발 그만 웃어!" 

머트랩 용액이 담긴 그릇이 마루에 엎어지면서 산산조각이 나 버렸다. 

해리는 자신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음을 깨달았다. 하지만 언제 

일어섰는지도 기억할 수 없었다. 크룩생크는 소파 밑으로 기어 들어갔다. 

론과 헤르미온느의 얼굴에서는 미소가 싹 사라졌다. 

"너희들은 그게 어떤 건지 몰라! 너희 두 사람은 그자와 대면한 적이 

없었잖아, 안 그래? 너희들은 그저 온갖 주문을 외웠다가 그자를 향해 

날리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하겠지? 수업 시간 같은 때 하듯이? 언제나 

너희는 스스로의 생각, 혹은 용기 같은 것 없이 죽음에 맞서고 있다고 

확신했지. 마치 너희가 살해당하거나, 고문당하거나 아니면 친구가 죽는 

것은 보기 직전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생각을 똑바로 할 수 있다는 듯 

말이야. 수업 시간에는 아무도 우리에게 그런 걸 가르쳐 주지 않았어. 그런 

일들을 직접 겪는 게 어떤 건지 말이야. 너희 두 사람은 거기 앉아서 마치 

내가 굉장히 똑똑한 소년이라서 목숨을 건지고 이 자리에 서 있는 것처럼 

굴고 있잖아. 디고리는 멍청해서, 그래서 모든 걸 엉망으로 만들었다고 

여기고들 있잖아. 너희는 이해하지 못해. 디고리 대신 내가 죽을 수도 

있었어. 만약 볼드모트가 날 필요로 하지 않았다면, 바로 내가 죽었을 

거야." 

"우린 그런 말은 한마디도 하지 않았어, 친구." 

론이 아연실색한 표정이 되었다. 

"우린 디고리 이야기는 꺼내지도 않았어. 아니야, 네가 잘못-" 

론이 난처한 표정으로 헤르미온느를 바라보았다. 헤르미온느도 충격을 

받은 얼굴이었다. 

"해리, 너는 모르겠니?" 

헤리미온느가 주저하며 말했다. 

"바로 그 때문에... 그 때문에 우린 네가 필요해. 우린 알아야만 해. 그- 

그자와 대면하는 것이 어떤 것인지.... 보- 보- 볼드모트 말이야." 

헤르미온느가 볼드모트의 이름을 소리 내어 말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다른 무엇보다도 그 사실이 해리의 마음을 가라앉혔다. 해리는 

여전히 가쁘게 몰아쉬며,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다. 그리고 손등이 다시 

견딜 수 없게 쿡쿡 쑤신다는 사실을 비로소 깨달았다. 산산조각이 나 

쏟아져 버린 머트랩 용액이 너무나 아쉬웠다. 

"그래... 한번 생각해 봐. 그렇게 할 거지?" 

헤르미온느가 조용히 말했다. 

해리는 뭐라고 대답할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두 사람에게 성질을 부린 

것이 부끄러울 뿐이었다. 해리는 도대체 무엇에 동의하는지도 모른 채, 

고개만 끄덕였다. 

헤르미온느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제 난 그만 자러 가야겠어." 

헤르미온느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최대한 태연한 척 말했다. 

"응... 잘 자." 

론도 자리에서 일어났다. 

"안 가?" 

론이 해리에게 어색하게 물었다. 

"응, 잠깐만. 이걸 좀 치우고." 

해리는 바닥에 흩어진 그릇 조각을 손으로 가리켰다. 론은 고개를 

끄덕이고 그 자리를 떠났다. 

"레파로." 

해리가 부서진 그릇 조각을 지팡이를 겨누고 주문을 외웠다. 그릇 

조각이 다시 모이더니 새것처럼 멀쩡해졌다. 하지만 쏟아진 머트랩 용액은 

다시 주워 담을 수 없었다. 

해리는 갑자기 온몸에 힘이 쭉 빠져서 그대로 의자에 주저앉은 채, 잠을 

자고 싶었다. 하지만 억지로 기운을 모아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론의 

뒤를 따라서 계단을 올라갔다. 그의 뒤숭숭한 밤은 또다시 길고 긴 복도와 

굳게 잠긴 문들로 끝이 났다. 다음 날 그는 이마의 흉터에 날카로운 

통증을 느끼며 잠에서 깨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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