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3장 (102/194)

제 13장 돌로레스의 나머지 공부 

그날 밤 대연회장에서의 저녁 식사는 해리에서 전혀 즐거운 경험이 

아니었다. 그가 엄브릿지 교수와 고함을 지르며 한판 붙었다는 소문이, 

호그와트의 기준에 비추어 볼 때에도 이례적일 만큼 빠르게 퍼졌던 

것이다. 해리가 론과 헤르미온느와 함께 저녁을 먹고 있는 동안, 

주위에서는 수군덕거리는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재미있는 사실은, 해리가 

혹시 그들이 하는 말을 듣지나 않을까 신경 쓰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것이었다. 오히려 해리가 또다시 흥분해서 고함이라도 지르기를 바라는 

눈치였다. 그렇게 되면 그의 입을 통해서 그 당시의 일을 직접 다시 들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 때문이었다. 

"케드릭 디고리가 살해당하는 장면을 직접 목격했다고 말했어..." 

"자기가 그 사람이랑 결쿠를 했대...." 

"허풍 떨지 마." 

"도대체 누구를 속이려고 하는 거야?" 

"내가 이해할 수 없는 건...." 

해리가 나이프와 포크를 탁 내려놓으면서 (손이 너무 떨려서 나이프와 

포크를 제대로 쥐고 있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하기 

시작했다. 

"왜 두 달 전에 덤블도어 교수님이 말씀하셨을 때에 모두 그 말을 

믿었느냔 말이야...." 

"솔직히 난 아이들이 정말로 믿었는지 잘 모르겠어." 

헤르미온느가 우울한 표정으로 말했다. 

"일단 여기서 나가자." 

헤르미온느도 포크와 나이프를 그만 내려놓았다. 론은 아직 절반쯤 남은 

애플 파이를 아쉬운 듯이 바라보다가, 어쩔 수 없이 그들의 뒤를 따라갔다. 

다른 학생들은 연회장을 빠져나가는 세 사람의 뒷모습을 줄곧 지켜보았다. 

"그게 무슨 소리지? 아이들이 덤블도어 교수님의 말을 정말로 믿었는지 

잘 모르겠다니?" 

1층 계단 앞에 이르렀을 때, 해리가 헤르미온느에게 물었다. 

"이거 봐, 넌 그 일이 일어나고 난 직후에 상황이 어땠는지 잘 이해하지 

못해." 

헤르미온느가 침착하게 말했다. 

"넌 죽은 케드릭의 시체를 끌어안고 잔디밭 한가운데에 나타났어. 

우리는 아무도 미로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보지 못했지. 우린 그저 

그 사람이 돌아왔고 케드릭을 죽였고 너랑 싸웠다는 덤블도어 교수님의 

말만 들었을 뿐이야." 

"그게 사실이야!" 

해리가 큰 소리로 부르짖었다. 

"나도 알아, 해리. 그러니까 제발 화 좀 내지 마.' 

헤르미온느가 지친 목소리로 말했다. 

"그 진실이 미처 받아들여지기도 전에 모두들 여름방학이 되어 집으로 

돌아갔어. 그리고 두 달 내내 네가 얼마나 미쳤고, 덤블도어가 어떻게 

망령이 났었는지에 대한 기사만 읽었던 거야!" 

그들이 텅 빈 복도를 걸어서 그리핀도르 탑으로 돌아가고 있는 동안에도 

계속해서 사나운 빗줄기가 유리창을 때리고 있었다. 해리는 학교에서의 

첫날이 일주일처럼 길게 느껴졌다. 하지만 아직도 잠자리에 들기 전에 

숙제라는 커다란 산을 넘어야만 했다. 게다가 아까부터 쿡쿡 쑤시는 듯한 

오른쪽 눈의 통증이 점점 더 심해지고 있었다. 

해리는 비가 흘러내리는 창문 너머로 어두운 운동장을 내다보았다. 

그리고 두 사람과 함께 뚱뚱한 여인의 초상화가 있는 복도로 향했다. 

해그리드의 오두막은 아직도 어둠에 휩싸여 있었다. 

"밀뷸러스 밈블토니아." 

뚱뚱한 여인이 묻기도 전에, 헤르미온느가 재빨리 암호를 댔다. 초상화가 

휙 열리면서 감추어진 구멍이 드러났다. 세 사람은 그 안으로 기어 

들어갔다. 

휴게실은 텅 비어 있었다. 모두들 아직도 연회장에서 저녁 식사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안락의자에 앉아 있는 크룩생크가 몸을 일으키더니 큰 

소리로 가르랑거리며 그들을 맞이했다. 

해리와 론, 헤르미온느는 제각기 자기가 가장 좋아하는 의자를 골라서 

벽난로 주위에 앉아 있었다. 그러자 크룩생크가 헤르미온느의 무릎 위로 

살짝 뛰어오르더니, 잔털이 많은 생강빛 쿠션처럼 몸을 둥글게 말고 

누웠다. 지칠 대로 지친 해리는 멍하니 불길을 바라보았다. 

"덤블도어 교수님은 어째서 이런 일들을 가만히 두고 보시는 걸까?" 

헤르미온느가 버럭 소리를 지르는 바람에, 해리와 론은 깜짝 놀라 

나자빠질 뻔했다. 크룩생크도 벌떡 몸을 일으키며 몹시 기분 나쁜 표정을 

지었다. 헤르미온느는 화가 나서 의자 팔걸이를 쾅쾅 내려쳤다. 어찌나 

세게 쳤는지 의자에 뚫린 구멍 사이로 안에 든 솜이 다 삐져나올 

정도였다. 

"어떻게 그토록 끔찍한 여자가 우리를 가르치도록 내버려두실 수가 

있지? 그것도 O.W.L 학년에!" 

"우린 한 번도 훌륭한 어둠의 마법 방어술 선생님을 만난적이 없었어, 

안그래?" 

해리가 말했다. 

"너도 그게 어떤 건지 알잖아. 해그리드가 우리에게 말한 대로, 아무도 

그 자리를 원하지 않아. 그 자리에는 나쁜 징크스가 있다고 하잖아." 

"그래. 하지만 그렇다고 우리에게 실제로 마법을 가르치기를 거부하는 

사람을 선생으로 쓰다니! 덤블도어 교수님은 무슨 생각을 하시는 거지?" 

"게다가 그 여자는 사람들에게 염탐꾼 노릇을 시키려고 해." 

론이 우울하게 말했다. 

"그 여자가 우리더러 누구든 그 사람이 돌아왔다고 말하는 소리를 

들으면, 자기에게 알려 달라고 했던 거 기억하지?" 

"당연히 그 여자는 우리 모두를 염탐하기 위해서 여기 왔지. 그건 뻔한 

일이야. 그렇지 않으면 왜 퍼지가 그 여자를 여기 보내고 싶어 했겠어?" 

헤르미온느가 론은 구박했다. 

"또다시 말다툼을 하려는 건 아니겠지." 

론이 반격을 하려고 입을 여는 순간, 해리가 피곤한 목소리로 말했다. 

"우린 그냥... 숙제나 하자. 이런 이야기는 이제 그만두고...." 

그들은 구석에서 책가방을 가지고 다시 벽난로 앞으로 돌아왔다. 이제 

저녁 식사를 마친 학생들이 돌아오고 있었다. 해리는 초상화 구멍 쪽을 

절대 돌아보지 않았지만, 여전히 자신을 향한 사람들의 시선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럼 스네이프의 숙제부터 먼저 할까?" 

론이 깃펜을 잉크에 담그며 말했다. 

"월장석의... 성분과... 마법약 제조에 있어서의... 사용법이라." 

론이 양피지 꼭대기에 글씨를 쓰며 중얼거렸다. 

"됐어." 

론은 제목 밑에 줄을 그은 다음, 기대에 찬 표정으로 헤르미온느를 빤히 

쳐다보았다. 

"그래, 월장석의 성분과 마법약 제조에 있어서의 사용법이 뭐야?" 

하지만 헤르미온느는 그의 말을 듣고 있지 않았다. 그녀는 휴게실 

한쪽구석을 열심히 째려보는 중이었다. 그곳에는 프레드와 조지 그리고 리 

조던이 아무것도 모르는 것처럼 보이는 신입생들을 가운데 모아 놓고 앉아 

있었다. 그들은 프레드가 손에 들고 있는 커다란 종이봉투에서 뭔가를 

꺼내 열심히 씹고 있는 중이었다. 

"미안하지만, 도저히 그냥 두고 볼 수가 없어." 

헤르미온느는 잔뜩 성난 표정으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가자, 론." 

"내가- 왜?" 

론은 어떻게든 시간을 끌려고 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안 돼, 헤르미온느. 그만 해. 우리가 쟤들에게 사탕을 꺼내 먹지 말라고 

할 수는 없어." 

"너도 잘 알고 있잖아. 저건 코피 누가거나 아니면 구역질 사탕이나-" 

"아니면 기절 팬시?" 

해리가 한마디 거들었다. 그 순간 신입생들이 마치 눈에 보이지 않는 

몽둥이로 머리를 얻어맞은 것처럼, 차례차례 의식을 잃고 쓰러지기 

시작했다. 몇 명은 마룻바닥으로 곧장 미끄러졌고 또 다른 몇 명은 의자 

팔걸이 위에 그대로 고꾸라졌다. 모두들 혀 바닥이 길게 밖으로 늘어져 

있었다. 

학생들 대부분이 이 광경을 보고 깔깔거리며 웃었다. 하지만 

헤르미온느는 어깨를 쫙 펴고 프레드와 조지를 향해 당당하게 걸어갔다. 

두 사람은 필기판을 손에 들고 서서 의식을 잃은 신입생들을 자세히 

관찰하는 중이었다. 

론은 의자에서 엉거주춤 일어나 잠깐 망설이더니 해리에게 속삭였다. 

"헤르미온느가 잘 알아서 할 거야." 

론은 다시 그 호리호리한 몸을 가능한 깊숙이 의자에 파묻었다. 

"이제 그걸로 됐어!" 

헤르미온느가 프레드와 조지에게 위협적으로 소리쳤다. 두 사람은 약간 

놀랏다는 듯이 고개를 들고 쳐다보았다. 

"그래, 네 말이 맞아." 

조지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 약은 이걸로 충분한 것 같다, 그렇지? "내가 오늘 아침에 분명히 

말했지! 그 쓰레기들을 학생들에게 실험하지 말라고!" 

"우린 이 아이들에게 돈을 지불했어!" 

프레드가 화를 냈다. 

"그건 상관없어. 위험할 수도 있잖아!" 

"쓰레기라니" 

프레드가 중얼거렸다. 

"헤르미온느, 진정해. 애들은 괜찮아!" 

리가 그녀를 안심시켰다. 그리고 신입생들 사이를 왔다갔다 하면서 

보라색 사탕을 입속에 넣어 주었다. 

"그래, 봐! 이제 정신이 돌아오고 있잖아." 

조지가 말했다. 과연 신입생들이 깨어나고 있었다. 몇 명은 마루 위에 

쓰러져 있거나 의자 위에 늘어져 있는 자신을 발견하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해리는 프레드와 조지가 과자의 효과에 대해 아무 경고도 하지 

않은 것이 분명하다고 확신했다. 

"괜찮니?" 

조지는 자기 발밑에 쓰러져 있는 검음 머리의 조그만 여자 아이에게 

다정하게 물었다. 

"그- 그런 것 같아요." 

그 여자 아이는 몸을 떨며 말했다. 

"아주 훌륭해!" 

프레드는 신이 나서 소리쳤다. 하지만 다음 순간 헤르미온느는 그의 

손에 들려 있던 필기판과 기절 팬시 봉투를 홱 낚아챘다. 

"전혀 훌륭하지 않아!" 

"아주 훌륭해. 아이들은 멀쩡하잖아, 안 그래?" 

프레드가 골을 내며 물었다. 

"너희들은 그런 짓을 하면 안 돼. 그러다가 이 아이들 중에 한 명이라도 

정말 탈이 나면 어떻게 하려고 그래?" 

"그럴 리가 없어. 이미 우리가 직접 시험을 해봤거든. 이건 그냥 모든 

사람들이 똑같은 반응을 보이는지 확인해 보기 위해서-" 

"이 일을 당장 그만두지 않으면 나는-" 

"우리에게 나머지 공부를 시키려고?" 

프레드가 어디 한번 해볼 테면 해보라는 듯이 물었다. 

"아니면 베껴 쓰기 벌이라도 줄 건가?" 

프레드가 히죽히죽 웃었다. 그러자 이 광경을 지켜보고 있던 아이들 

전체가 일제히 웃음을 터뜨렸다. 헤르미온느는 고개를 높이 쳐들고 허리를 

꼿꼿이 세웠다. 그녀의 눈이 가늘어지면서 부스스한 머리카락에서는 마치 

전기가 일어나는 것처럼 보였다. 

"아니." 

헤르미온느의 목소리는 분노로 파르르 떨렸다. 

"너희 어머니께 편지를 쓸 거야." 

"설마." 

조지는 겁에 질려서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 

"아니, 그럴 거야." 

헤르미온느는 단호하게 말했다. 

"너희들이 그 한심한 발명품들을 먹는 것까지는 내가 말릴 수 없어. 

하지만 신입생들에게 먹이는 것은 절대 안 돼." 

프레드와 조지는 마른하늘에 날벼락이라도 맞은 듯한 표정이었다. 

헤르미온느의 협박이 그들의 급소를 정확히 찌른 것이 분명했다. 

헤르미온느는 마지막으로 그들을 한 번 노려보고 나서, 프레드의 

필기판과 기절 팬시 봉투를 다시 던져 주었다. 그리고 불가에 있는 자기 

자리로 성큼성큼 걸어왔다. 

이제 론은 어찌나 깊숙이 의자에 몸응 파묻었던지, 거의 코가 무릎과 

같은 높이에 이를 정도였다. 

"도와줘서 고마워, 론." 

헤르미온느가 가시 돋친 어조로 말했다. 

"너 혼자서로 잘 처리했잖아." 

론이 어물쩍 넘어가려고 했다. 헤르미온느가 잠깐 동안 텅빈 양피지를 

내려다보더니, 신경질적으로 말했다. 

"오, 안 되겠어. 전혀 집중을 할 수가 없어. 난 그냥 잘래." 

헤르미온느는 가방을 열었다. 해리는 책을 집어넣으려고 하는 줄 알았다. 

하지만 헤르미온느는 털실로 짠 못생긴 물건 두 개를 꺼내더니 벽난로 

옆의 탁자 위에 조심스럽게 올려놓았다. 그리고 휴지처럼 돌돌 만 양피지 

조각들과 부러진 깃펜으로 그 위를 덮고는 조금 뒤로 물러서서 그 모습을 

감상하듯 바라보았다. 

"도대체 지금 뭘 하고 있는 거지?" 

론이 혹시 미친 게 아닌가 걱정된다는 표정으로 헤르미온느를 

지켜보았다. 

"집요정들을 위한 모자야." 

헤르미온느가 퉁명스럽게 대꾸하더니, 책을 가방 속에 주섬주섬 

집어넣기 시작했다. 

"방학 내내 이걸 만들었어. 나는 마법을사용하지 않으면 뜨개질을 너무 

느리게 하거든. 하지만 이제 학교에 돌아왔으니, 훨씬 더 많은 모자를 만들 

수 있을 거야." 

"네가 집요정을 위한 모자를 만들었단 말이야?" 

론이 느릿느릿 말을 이었다. 

"그리고 저 쓰레기들로 적당히 위장을 할 생각이라고?" 

"그래." 

헤르미온느가 가방을 메며 당당하게 말했다. 

"그건 아니야." 

론이 화를 내며 말했다. 

"너는 집요정들을 속여서 저 모자를 집어 들도록 만들 속셈이구나. 

집요정들이 해방되기를 원하지 않는데도, 넌 억지로 그들을 해방시킬 

생각이야." 

"집요정들은 당연히 해방되길 원해!" 

헤르미온느가 얼굴을 붉히며 소리쳤다. 

"감히 이 모자에 손댈 생각도 하지 마, 론!" 

헤르미온느는 휙 돌아서서 그곳을 떠났다. 론은 그녀가 여학생 침실로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기다렸다가, 얼른 털모자에서 쓰레기들을 떼어 냈다. 

"집요정들은 최소한 자기가 뭘 집는지는 알 권리가 있어." 

론이 분개했다. 

"어쨌든...." 

론은 스네이프의 숙제 제목이 적힌 양피지를 돌돌 말아 버렸다. 

"지금 이걸 끝내려고 해봤자 아무 소용이 없겠군. 난 헤르미온느가 

없으면 숙제를 할 수 없거든. 월장석으로 뭘 할 수 있는지 전혀 모르겠어. 

안 그래?" 

해리도 고개를 가로저었어. 그 순간 오른쪽 관자놀이의 통증이 점점 더 

심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거인 전쟁에 관한 긴 작문을 쓸 생각을 

하자, 오른쪽 관자놀이가 칼로 찌르는 듯이 아팠다. 내일 아침이 되면 오늘 

밤 숙제를 끝내지 못한 것을 분명히 후회할 거라고 생각하면서도, 해리는 

책을 다시 가방 속에 넣었다. 

"나도 그만 자러 갈래." 

해리는 침실로 가는 도중에 시무스와 마주쳤지만, 눈길 한번 주지 

않았다. 시무스가 뭔가 말을 하려는 듯이 입을 벌렸다. 하지만 해리는 더욱 

빨리 그 앞을 지나쳐 버렸다. 그리고 더 이상 애써 분노를 참을 필요가 

없는, 평화로운 나선형 돌계단에 도달했다. 

다음 날 아침이 밝았다. 날씨는 어제와 다름없이 흐리고 비가 내렸다. 

아침 식사를 하는 교직원 테이블에서 해그리드의 모습을 여전히 보이지 

않았다. 

"그나마 오늘은 스네이프의 모습이 보이지 않으니 위로가 되는군." 

론이 격려하듯 말했다. 헤르미온느는 크게 하품을 하면서 자기 잔에 

커피를 따랐다. 왠지 기분이 꽤 좋은 것 같았다. 론이 무슨 좋은 일이라도 

있느냐고 물어보자, 그녀는 이렇게 대답했다. 

"모자들이 없어졌어. 결국 집요정들도 자유를 원하고 있었던게 분명해." 

"꼭 그렇게 단정할 순 없어." 

론이 딱 잘라 말했다. 

"그걸 옷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을 수도 있잖아. 내가 보기에도 전혀 

모자처럼 보이지 않던걸. 차라리 털실로 짠 주머니 같았어." 

결국 헤르미온느는 오전 내내 론과는 단 한마디로 하지 않았다. 

두 시간짜리 마법 수업 다음에 두 시간짜리 변신술 수업이 이어졌다. 

플리트윅 교수와 맥고나걸 교수 모두, 수업의 처음 십오 분 동안 O.W.L.의 

중요성에 대해서 일장 연설을 늘어놓았다. 

"반드시 이 사실을 명심해라." 

플리트윅 교수가 끽끽 소리를 내며 말했다. 키가 작달만한 그는 항상 

그렇듯이 코닥 너머로 고개를 내밀기 위해서 책 더미 위에 올라서 있었다. 

"이 시험이 장차 여러분의 몇 년 후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말이다!  

만약 아직까지 자신의 장래에 대해서 심각한 고민을 하지 않았다면, 

지금야말로 생각해 봐야 할 때다. 그러므로 미안하지만 여러분 모두가 

스스로 적당하다고 생각하는 것보다도 훨신 더 열심히 공부해야만 할 

것이다." 

그러고 나서 한 시간 동안 소환 마법을 다시 복습했다. 플리트윅 교수의 

말에 따르면, 이 마법은 반드시 O.W.L.에 나온다는 것이었다. 그는 그 

어느 때보다도 가장 많은 분량의 마법 숙제를 내주는 것으로 수업을 

마무리했다. 

변신술 수업 시간도 마찬가지였다. 아니 더하면 더했지, 조금도 덜하지 

않았다. 

"철저하게 집중하고 연습하고 공부하지 않으면, O.W.L.에 붙을 수 

없어요." 

맥고나걸 교수가 엄하게 충고했다. 

"모두 열심히만 공부하면, 이 수업을 듣는 학생들이 전부 O.W.L. 변신술 

시험에 합격하지 못할 이유가 전혀 없다고 생각해요." 

그러자 네빌이 자기는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처량한 신음 소리를 냈다. 

"롱바텀, 너도 마찬가지야." 

맥고나걸 교수가 말했다. 

"너는 단지 자신감이 결여되어 있다는 것 이외에는 아무 문제도 없어. 

자... 오늘은 소멸 마법부터 시작해 봅시다. N.E.W.T. 수준이 되기 전에는 

보통 잘 쓰지 않는 주술 마법보다는 훨씬 쉽기는 하지만, 그래도 O.W.L. 

에 나오는 마법들 중에서는 가장 여러운 마법에 속하죠." 

맥고나걸 교수의 말이 맞았다. 해리는 소멸 마법이 끔찍하게 여럽다는 

것을 알았다. 두 시간 수업이 다 끝날 무렵이 되어서야, 해리나 론은 

연습하던 달팽이들을 간신히 사라지게 할 수 있었다. 그래도 론은 자기 

달팽이가 약간 더 희미하게 보이는 것 같다고 계속 주장했다. 

반명 헤르미온느는 단 세 번 만에 달팽이를 멋지게 사라지게 만들었다. 

그 덕분에 그리핀도르 기숙사는 맥고나걸 교수로부터 보너스 점수 10점을 

받았고, 헤르미온느는 혼자서 숙제를 면제받았다. 그 외에 다른 학생들은 

밤새도록 마법을 연습해서 다음 날 오후에 다시 달팽이를 사라지게 할 

준비를 해오라는 숙제를 받았다. 

이제 써야 할 숙제가 엄청나게 많다는 사실을 깨닫고, 덜컥 겁이 난 

해리와 론은 점심시간 내내 도서관에서 월장석의 사용법을 찾아보았다. 

한편 자신의 털모자를 비웃은 론에 대해서 아직도 분이 풀리지 않은 

헤르미온느는 그들과 함께 어울리지 않았다. 

오후가 되어 신비한 동물 돌보기 수업 시간이 되었을 때, 해리는 다시 

이마에 통증을 느꼈다. 

날씨는 신선하고 산들바람이 불어왔다. 금지된 숲의 가장자리에 있는 

해그리드의 오두막으로 이어지는 경사진 잔디밭을 걸어가면서, 해리와 

론은 이따금씩 얼굴에 빗방울이 떨어지는 것을 느꼈다. 해그리드의 오두막 

문에서부터 약 9미터쯤 떨어진 곳에서 그루블리 프랭크 교수가 학생들을 

기다리고 서 있었다. 그녀 앞에 놓인 긴 탁자 위에는 잔 나뭇가지가 

수북이 쌓여 있었다. 

해리와 론이 가까이 다가갔을 때, 등 뒤에서 왁자지껄한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뒤를 돌아보니, 드레이코 말포이가 항상 끌고 다니는 

슬리데린의 패거리에게 둘러싸여 이쪽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방금 그가 

굉장히 웃기는 농담이라도 한 모양이었다. 크레이브와 고일, 팬시 파킨슨, 

그리고 나머지 아이들이 연신 킬킬거리며 웃음을 참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힐끔힐끔 해리를 쳐다보는 그들의 태도로 봐서, 농담의 소재가 

무엇이었는지는 쉽게 짐작하고도 남았다. 

"다들 모였나요?" 

슬리데린과 그리핀도르 학생들이 모두 모이자, 그루블리 프랭크 교수가 

큰 소리로 외쳤다. 

"그럼, 시작해 볼까. 이걸 뭐라고 부르는지 아는 사람?" 

헤르미온느의 손이 번쩍 올라갔다. 그녀의 등 뒤에서 말포이가 

뻐드렁니를 드러내며 질문에 대답하고 펄쩍펄쩍 뛰며 안달하는 

헤르미온느를 흉내 내었다. 그 모습을 보고 자지러지게 웃던 팬시 

파킨슨의 웃음소리는 곧 날카로운 비명 소리로 바뀌었다. 탁자 위에 쌓여 

있던 잔가지들이 허공으로 툭툭 튀어오르면서, 마치 나무로 만든 작은 

픽시 같은 모습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옹이 진 갈색 팔 다리와 둘로 갈라진 손가락을 지닌 그 생물은 나무껍질 

같은 판판한 얼굴에 딱정벌레처럼 반질반질한 갈색 두 눈을 반짝거리고 

있었다. 

"에그머니나!" 

패르바티와 라벤더가 시끄럽게 호들갑을 떨자, 해리는 몹시 짜증이 났다. 

누가 보면 해그리드는 한 번도 그들에게 재미있는 생물을 보여 준 적이 

없다고 생각할 것이다. 솔직히 플로버 웜이 약간 시시하긴 했다. 하지만 

살라맨더와 히포그리프는 꽤 재미있었다. 폭탄 꼬리 스크루트는 어쩌면 

너무 지나쳤다고 할 수도 잇겠지만. 

"여학생들, 목소리 좀 낮춰 주면 고맙겠어요!" 

그루블리 프랭크 교수가 날카롭게 소리치면서 막대 생물들에게 갈색 쌀 

같은 것을 한 웅큼 뿌려 주었다. 그러자 그것들은 재빨리 먹이를 향해 

몰려들었다. 

"혹시 이 생물의 이름을 아는 사람? 그레인저 양?" 

"보우트러클입니다." 

헤르미온느가 설명했다. 

"보통 지팡이 나무에서 사는 나무 수호 정령들입니다." 

"그리핀도르에 5점 주겠어요." 

그루블리 프랭크가 말했다. 

"맞아요. 이것은 보우트러클이에요. 그레인저 양이 정확하게 말했어요. 

대개 요술지팡이를 만들 수 있는 나무에서 살곤 하죠. 혹시 이것들이 뭘 

먹는지 아는 사람?" 

"쥐며느리 벌레요." 

헤르미온느가 거침없이 대답했다. 그 대답을 들으니, 해리는 비로소 왜 

갈색 쌀알들이 이리저리 움직이는지 그 이유를 알것 같았다. 

"하지만 때로는 요정 알도 먹습니다." 

"잘했어요. 또다시 5점을 주겠어요. 그러므로 보우트러클이 살고 있는 

나무에서 나뭇가지나 잎을 꺾을 때는, 먼저 쥐며느리를 줘서 주의를 딴 

데로 돌리거나 마음을 달래 주는 게 좋아요. 보기에는 별로 위험하지 않은 

것 같지만, 일단 화가 나면 손가락으로 사람의 눈을 찌른답니다. 여러분이 

보다시피, 이 손가락은 아주 날카로워서 눈동자에 닿으면 전혀 좋을 게 

없어요. 이제 좀더 가까이 다가와서 쥐며느리와 보우트러클을 조금씩 

가져다가 자세히 관찰하도록 하세요. 세 사람에 한 마리씩 돌아갈 거예요. 

수업이 끝나기 전까지 여러분 각자 보우트러클의 모든 신체 부위에 명칭을 

붙인 스케치를 한 장씩 내도록 하세요." 

학생들이 탁자 주위로 몰려들었다. 해리는 일부러 아이들 뒤를 빙 

돌아서 그루블리 프랭크 교수에게 물었다. 

"해그리드는 어디 있죠?" 

다른 아이들이 모두 보우트러클을 고르느라 정신이 없는 동안, 해리는 

그루블리 교수에게 물었다. 

"신경 쓰지 마라." 

그루블리 프랭크 교수는 딱 잘라 대답했다. 지난번 해그리드가 수업에 

나타나지 않았을 때와 똑같은 태도였다. 이때 드레이코 말포이가 뾰족한 

얼굴 가득 빈정거리는 미소를 지으며, 해리 앞으로 몸을 숙이더니 가장 

커다란 보우트러클을 붙잡았다. 

"혹시 모르지." 

말포이가 해리의 귀에만 겨우 들릴 정도로 목소리를 한껏 낮추며 

말했다. 

"그 멍청한 거인이 어디 심하게 다치기라도 했을지." 

"글세... 그 입 닥치지 않으면 네가 다칠지도 모르지." 

해리가 지나가는 말처럼 한마디 툭 던졌다. 

"어쩌면 그가 감당할 수 없는 일에 끼어들었는지도 몰라. 굳이 한마디 

충고를 해주자면 말이야...." 

말포이는 어깨 너머로 해리에게 능글맞은 미소를 던지며 걸어가 버렸다. 

해리는 갑자기 식은땀이 나는 것 같았다. 말포이는 무언가 알고 있는 

것일까? 어쨌든 그의 아버지는 죽음을 먹는 자다. 혹시 해그리드의 운명에 

대해서 아직 불사조 기사단의 귀에도 들어가지 않은, 어떤 소식을 알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해리는 황급히 탁자를 돌아서 론과 헤르미온느의 곁으로 돌아갔다. 

그들은 조금 떨어진 잔디밭에 쪼그리고 앉아서, 그림을 그리는 동안 

어떻게든 보우트러클이 가만히 있도록 설득하려고 애를 쓰는 중이었다. 

해리는 양피지와 깃펜을 꺼내서 그들 옆에 웅크리고 앉았다. 그리고 

말포이가 방금 한 말을 귓속말로 속삭였다. 

"덤블도어 교수님은 해그리드가 어떻게 됐는지 알고 계실 거야." 

헤르미온느가 즉시 대답했다. 

"괜히 걱정스런 표정을 지으면 말포이의 손에 놀아나는 꼴밖에 안 돼. 

그럼 우리가 사정을 잘 모르고 있다는 걸 말포이에게 알려 주는 셈이야. 

그러니까 그를 무시하도록 해, 해리. 여기, 이 보우트러클이나 잠깐 붙잡고 

있어 봐. 얼굴을 좀 그려야 하니까 말이야...." 

"그렇다니까." 

바로 그들 옆에서 말포이의 목소리가 또렷하게 들려왔다. 

"우리 아버지가 바로 이틀 전에 장관님과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마법부는 이곳에서 자격 미달 교수의 교육 행위를 엄하게 단속할 작정인 

것 같았어. 그러니 그 덩치 큰 백치가 또다시 모습을 드러냈다가는 아마 

당장 짐을 싸서 쫓겨날 거야." 

"어이쿠!" 

방금 해리가 무심코 보우트러클을 거의 터뜨릴 정도로 세게 쥐었기 

때문에, 그 녀석이 날카로운 손가락으로 해리의 손에 복수심으로 가득 찬 

일격을 날렸던 것이다. 그의 손에는 깊이 파인 긴 상처가 두 군데나 

생겼다. 해리는 그만 보우트러클을 떨어뜨리고 말았다. 해그리드가 

쫓겨났다는 말에 벌써부터 요란하게 웃고 있던 크레이브와 고일은 

보우트러클이 숲을 향해서 존속력으로 도망치는 것을 보자, 더욱 시끄럽게 

웃어 댔다. 이 작은 막대 정령은 순식간에 나무 뿌리 사이로 모습을 

감추었다. 

멀리 운동장 너머에서 수업 종이 울렸다. 해리는 헤르미온느의 

손수건으로 손을 감싼 채, 핏방울이 묻은 자신의 보우트러클 그림을 둘둘 

말고서 약초학 수업을 듣기 위해 온실로 향했다. 말포이의 징글맞은 

웃음소리가 아직도 그의 귓가에 쟁쟁했다. 

"해그리드를 다시 한 번 백치라고 불렀다간..." 

해리가 무섭게 말했다. 

"해리, 말포이와 싸움을 해서는 안 돼. 명심해, 말포이는 이제 반장이란 

말이야. 너에게 힘든 벌을 줄 수도 있어..." 

"우와, 도대체 얼마나 힘든 벌을 줄지 궁금한걸?" 

해리가 빈정거렸다. 그 말을 듣자, 론은 킬킬거렸지만, 헤르미온느는 

얼굴을 찌푸렸다. 그들은 채소밭을 가로질러 걸어갔다. 하늘은 아직도 비를 

뿌릴지 말지 마음을 정하지 못한 것 같았다. 

"난 그저 해그리드가 하루빨리 돌아와 줬으면 좋겠어. 그게 전부야." 

온실에 가까이 왔을 때, 해리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리고 제발 그루블리 프랭크가 더 훌륭한 선생님이란 말은 하지 말아 

줘!" 

해리가 위협적으로 덧붙였다. 

"그런 말 하지 않을게." 

헤르미온느가 조용히 말했다. 

"그 선생님은 절대로 해그리드만큼 좋을 수 없어." 

해리가 단호하게 말했다. 그도 방금 전에 모범이 될 만큼 훌륭한 신비한 

동물 돌보기 수업을 경험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더욱 

예민하게 반응한 것이다. 

가장 가까운 온실 문이 열리면서, 지니를 포함한 4학년 학생들이 줄지어 

나왔다. 

"안녕." 

지니가 옆을 지나면서 명랑하게 말했다. 곧이어 머리를 하나로 높이 

묶은 루나 러브굿이 코에 진흙을 묻힌 채, 다른 학생들 뒤에서 나타났다. 

해리를 보자, 툭 튀어나온 그녀의 눈이 활기를 띠며 휘둥그래졌다. 그녀는 

해리를 향해 곧장 다가왔다. 많은 학생들이 호기심 어린 눈으로 그들을 

지켜보았다. 루나는 크게 심호흡을 하더니 한마디 인사도 없이 다짜고짜 

말을 쏟아 내기 시작했다. 

"난 이름을 불러서는 안 될 그 사람이 돌아왔다는 걸 믿어. 난 네가 그 

사람과 싸우고 도망쳤다는 것도 믿어." 

"어... 그래." 

해리가 어색하게 대답했다. 루나는 오렌지색 순무처럼 보이는 귀고리를 

하고 있었다. 패르바티와 라벤더는 이 사실을 눈치 챘는지, 자기들끼리 

루나의 귓불을 가리키며 낄낄거리고 난리였다. 

"마음대로 웃어." 

루나가 목청을 높이며 말했다. 그녀는 패르바티와 라벤더가 그녀의 

귀고리 때문이 아니라, 그녀가 방금 한 말 때문에 웃고 있다고 생각한 

것이 틀림없었다. 

"하지만 한때는 불리버링 험딩어나 크럼플 혼드 스놀캑스 같은 게 

없다고 믿었던 적도 있었지!" 

"하지만 그게 맞잖아, 안 그래?" 

헤르미온느가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 

"불리버링 험딩어나 크럼플 혼드 스놀캑스 같은 것은 없어." 

루나는 풀 죽은 표정으로 헤르미온느를 바라보더니, 순무 귀고리가 마구 

흔들릴 정도로 후닥닥 달아나 버렸다. 이제는 패르바티와 라벤더뿐만 

아니라 다른 아이들도 배꼽을 잡고 웃었다. 

"너는 나를 믿어 주는 유일한 사람들을 꼭 그렇게 화나게 만들어야 

직성이 풀리겠니?" 

수업에 들어가면서 해리가 헤르미온느에게 물었다. 

"제발, 해리. 논 그 애 없이도 잘할 수 있어." 

헤르미온느가 말했다. 

"지니가 그 아이에 대해서 전부 말해 줬어. 그 아이는 아무런 증거가 

없는 일들만 믿는대, 아버지가 <이러쿵 저러쿵> 잡지를 만든다는 이에게 

달리 도 뭘 기대하겠니." 

해리는 호그와트에 도착했던 그날 밤에 보았던 그 음산한 날개 달린 

말을 떠올렸다. 그리고 루나가 자기도 그 말을 볼 수 있다고 말했던 것을 

생각하며, 약간 맥이 빠졌다. 그럼 거짓말을 했단 말인가? 하지만 그 

문제를 골똘히 생각해 보기도 전에, 어니 맥밀란이 그를 향해 걸어왔다. 

"포터, 너에게 알려 주고 싶어." 

그는 큰 소리로 분명하게 말했다. 

"괴짜들만 너를 지지하는 게 아니야. 난 개인적으로 네 말을 백 퍼센트 

믿어. 언제나 우리 집은 확실하게 덤블도어 교수님의 편이었어. 그리고 

나도 그래." 

"음...정말 고마워. 어니." 

해리는 몹시 당황하면서도 기뻤다. 어쩌면 어니가 그저 허세를 부리는 

것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 해리의 기분으로서는, 귀에 순무 귀고리를 

달지 않은 누군가로부터 지지를 받는 것이 눈물겹게 고마울 뿐이었다. 

어쨌든 어니의 말을 듣자, 라벤더 브라운의 얼굴에서 비웃는 듯한 미소가 

싹 사라졌다. 그리고 해리가 론과 헤르미온느에게 말을 하려고 돌아섰을 

때, 시무스가 반항적이면서도 혼란스런 표정을 짓고 있는 것을 보았다. 

스프라우트 교수 또한 O.W.L.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수업을 시작했다. 

해리는 모든 선생님들이 이제 그만 이야기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앞으로 얼마나 많은 숙제를 해야 할지 생각할 때마다, 뱃속이 뒤틀리고 

마음이 초조해지기 시작했던 것이다. 마침내 수업 마지막에 스프라우트 

교수가 또다른 숙제를 내주자. 이런 기분을 거의 절정에 달했다. 

스프라우트 교수가 선호하는 비료의 한 종류인 용의 똥 냄새를 실컷 맡고 

지칠 대로 지친 그리핀도르 학생들은 터벅터벅 성으로 돌아갔다. 아무도 

입을 열지 않았다. 참으로 길고 고단한 하루였다. 

해리는 배가 고파 죽을 지경인 데다가 다섯 시에 엄브릿지 교수와 첫 

번째 나머지 공부를 해야만 했기 때문에, 그리핀도르 기숙사에 가방을 

내려놓을 틈도 없이 곧장 식당으로 향했다. 그래야 엄브릿지가 그를 위해 

준비해 놓은 벌이 무엇이든 그것과 대면하기 전에, 먹을 것을 소화시필 수 

있는 시간이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대연회장의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잔뜩 성난 고함 소리가 들렸다. 

"이봐, 포터!" 

"이번엔 뭐야?" 

해리가 지친 듯이 중얼거리며 안젤리나 존슨을 동아보았다. 그녀는 

머리끝까지 화가 난 것처럼 보엿다. 

"나야말로 지금 뭐 하느냐고 물어보려고 했어." 

안젤리나 존슨은 그를 향해 성큼성큼 걸어오더니 손가락으로 그의 

가슴을 쿡쿡 찔러 댔다. 

"금요일 다섯 시에 나머지 공부를 하고 있으며, 도대체 어떻게 하려고 

그래?" 

"뭐라고?" 

해리가 물었다. 

'왜... 아, 이런, 파수꾼 선발 테스트!" 

"이제야 기억을 하는군!" 

안젤리나가 으르렁거렸다. 

"팀 전체가 선발 테스트에 참석하길 바란다고 내가 너에게 말하지 

않았니? 그래서 모두와 잘 맞을 만한 사람을 뽑자고 말이야. 특별히 

퀴디치 경기장을 빌렸다는 말을 하지 않았던가? 그런데 넌 거기에 가지 

않을 작정이구나!" 

"거기에 가지 않을 작정을 했던 건 아니었어!" 

안젤리나의 말이 지나치다고 생각한 해리가 발끈 화를 냈다. 

"엄브릿지 그 여자에게 벌을 받았어. 그 사람에 대해서 진실을 말했다고 

말이야." 

"그럼 당장 선생님께 가서 금요일에 너를 좀 빼 달라고 말씀드려." 

안젤리나가 말했다. 

"네가 어떻게 하든 상관없어. 그 사람에 대해서 어떤 변명을 꾸며 대도 

좋아. 반드시 그 자리에 참석하기만 하란 말이야!" 

안젤리나는 폭풍처럼 사나운 기세로 사라졌다. 

"너희들 그거 아니?" 

대연회장에 들어서자. 해리가 론과 헤르미온느에게 말했다. 

"혹시 올리버 우드가 훈련 기간 중에 죽지나 않았는지 푸들미어 

유나이티드 팀에 한번 물어보는 게 좋을 것 같아. 안젤리나에게 올리버 

우드의 영혼이 들어간 것 같거든." 

"넌 그 깐깐한 엄브릿지가 금요일에 널 빼 줄 것 같니?" 

그리핀도르 테이블에 앉았을 때, 론이 의심스러운 듯이 말했다. 

"그럴 가능성은 전혀 없지." 

해리가 갈비를 접시에 덜더니 열심히 먹기 시작했다. 

"그래도 한 번 시도는 해 봐야지, 안 그래? 나머지 공부를 두 번 더 

하겠다거나 뭐든 제안을 해야지, 잘 모르겠지만..." 

해리는 입 안 가득 물고 잇던 감자를 꿀꺽 삼키면서 말했다. 

"엄브릿지가 오늘 저녁에 너무 늦게까지 나를 붙잡고 있지않기를 바랄 

뿐이야. 너희들도 알겠지만, 우리는 작문을 세 개나 쓰고 맥고나걸 

교수님의 소멸 마법 연습도 해야 하잖아. 게다가 플리트윅 교수님의 소환 

마법 공부도 하고 보우트러클 그림 그리기도 끝내고 트릴로티 교수님이 

내준 그 한심한 꿈일기도 써야지?" 

론이 신음 소리를 내더니 무슨 이유 때문인지 천장을 올려다보았다. 

"금방 비가 내릴 것 같아." 

"그게 우리 숙제랑 무슨 관계가 있니?" 

헤르미온느가 눈을 치켜뜨며 물었다. 

"아무것도 아니야." 

론이 귀까지 새빨개지며 어른 발뺌을 했다. 

다섯 시 오 분 전에 해리는 두 사람에게 작별 인사를 하고 3층에 있는 

엄브릿지 교수의 방으로 향했다. 그가 문을 두드리자, 엄브릿지가 

솜사탕처럼 부드러운 목소리로 대답했다. 

"어서 들어와요." 

해리가 조심스럽게 주위를 둘러보며 안으로 들어갔다. 그는 이전의 세 

사람이 이 방을 썼을 때 각기 어땠는지를 잘 알고 있었다. 

질데로이 록허트가 이 방을 썼을 때에는 온 사방이 활짝 웃는 그의 

사진으로 도배가 되어 있었다. 루핀이 이 방을 썼을 때에는, 올 때마다 

우리나 탱크 안에 갇혀 있는 신비로운 어둠의 동물들을 만날 수 있을 

것처럼 보였다. 한편 가자 무디가 썼던 시절에는 온갖 비행과 음보를 

추적하기 위한 다양한 도구와 장치들이 가득 들어차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완전히 딴 방처럼 보였다. 방 전체가 레이스가 달린 천과 

덮개로 감싸여 있었다. 말린 풀이 가득 꽂힌 대여섯 개의 꽃병이 놓여 

있었고, 꽃병 밑에는 제각기 적은 받침이 깔려 있었다. 한쪽 벽에는 장식용 

접시들이 늘어서 있었는데, 각 접시마다 서로 다른 색깔의 나비 넥타이를 

목에 한 커다란 고양이들이 요란한 색깔로 그려져 있었다. 

그것이 어찌나 보기 흉했던지, 해리는 엄브릿지 교수가 다시 입을 열 

때까지 그 자리에 못 박힌 듯이 서서 멍하니 그것을 바라보았다. 

"포터 군, 안녕." 

해리는 멍하니 뒤를 돌아보았다. 처음에는 그녀를 잘 알아볼 수가 

없었다. 왜냐하면 그녀의 뒤에 놓인 테이블보와 너무나 비슷한 문양의 

요란스런 꽃무늬 망토를 입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안녕하세요, 엄브릿지 교수님." 

해리는 딱딱하게 인사했다. 

"여기 앉아요." 

엄브릿지는 레이스 덮개가 드리워진 작은 탁자를 손으로 가리켰다. 

그리고 그 옆으로 등받이가 똑바로 된 의자를 바싹 끌어당겼다. 탁자 

위에는 아무것도 쓰여 있지 않은 양피지가 놓여 있었다. 그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음... 엄브릿지 교수님, 저... 시작하기 전에... 한 가지 부탁드릴 것이 

있습니다." 

해리가 그 자리에 가만히 서서 말했다. 

툭 튀어나온 엄브릿지의 눈이 가늘어졌다. 

"뭐죠?" 

"저... 저는 그리핀도르 퀴디치 팀입니다. 그래서 금요일 다섯 시에 

새로운 파수꾼을 뽑기 위한 선발 테스트에 참석해야 합니다. 혹시... 그날 

저녁 금요일 다섯 시에 새로운 파수꾼을 뽑기 위한 선발 테스트에 

참석해야 합니다. 혹시... 그날 저녁 나머지 공부에 빠지면 안 될까요. 그 

대신 다른 날에...." 

해리는 미처 말을 다 끝내기도 전에, 그래 봐야 아무런 소용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오, 그건 안 돼요." 

엄브릿지는 마치 특별한 맛이 좋은 파리라도 삼킨 듯이 활짝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아니, 아니, 안 돼요. 이건 사람들의 시선을 끌기 위해 고약하고 질 

나쁜 소문을 퍼뜨린 것에 대한 벌이에요, 포터 군. 그러니 벌 받는 사람의 

형편에 따라서 벌을 바꿀 수는 없죠. 안돼요, 내일 다섯 시에도 이 방으로 

오세요. 그리고 다음 날도, 금요일에도 마찬가지예요. 예정대로 나머지 

공부를 하겠어요. 그것 때문에 정말로 하고 싶은 일을 놓치게 된다면, 

오히려 더 잘된 일이라고 생각해요. 내가 포터 군에게 가르쳐 주고 싶은 

교훈 확실히 일깨워 줄 테니까 말이죠." 

해리는 얼굴로 피가 솟구치고 귀에서는 쿵쿵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사람들의 시선을 끌기 위해 고약하고 질 나쁜 소문을 퍼뜨렸다고? 

엄브릿지는 여전히 활짝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약간 갸우뚱한 채, 그를 

지켜보았다. 마치 그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정확히 알고서, 다시 

고함이라도 지르기를 기다리는 것 같았다. 해리는 있는 힘을 다해서 

그녀에게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의자 옆에 책가방을 내려놓고 자리에 

앉았다. 

"그것 봐요." 

엄브릿지가 상냥하게 말했다. 

"벌써 훨씬 더 성질을 잘 조절할 수 있게 되었잖아요, 안 그래요? 이제 

날 위해서 베껴 쓰기를 좀 해줘요, 포터 군. 아니, 그 깃펜으로 말고." 

해리가 가방을 열려고 허리를 숙이자, 엄브릿지가 말했다. 

"그보다는 나의 특별한 깃펜을 쓰도록 해요. 여기 있어요." 

엄브릿지는 그에게 특별히 끝이 뾰족한, 길고 가느다란 검은 색 깃펜을 

건네주었다. 

"'나는 거짓말을 하지 않겠습니다.'라고 쓰세요." 

엄브릿지가 부드럽게 말했다. 

"몇 번이나 쓸까요?" 

해리가 엄브릿지의 끔찍하게 공손한 태도를 흉내 내면서 물었다. 

"오, 그 내용이 마음속에 깊이 아로새겨질 때까지 쓰도록 해요." 

엄브릿지가 상냥하게 말했다. 

"그럼 시작해요." 

엄브릿지는 자기 책상으로 돌아가서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숙제처럼 

보이는 양피지 더미 위로 몸을 숙이고 성적을 매겼다. 해리는 뾰족한 검은 

깃펜을 집어 들었다. 그 순간 뭔가가 빠졌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잉크를 주지 않으셨는데요." 

해리가 말했다. 

"오, 잉크는 필요 없어요." 

엄브릿지 교수가 억지로 웃음을 참는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해리는 깃펜을 종이에 대고 쓰기 시작했다. '나는 거짓말을 하지 

않겠습니다.' 

순간 해리는 아픔을 못 이기고 헉 소리를 냈다. 양피지 위에는 피처럼 

빨간 잉크로 쓴 글씨가 나타났다. 동시에 해리의 오른쪽 손등 위에 똑같은 

글씨가 새겨졌던 것이다. 마치 조각칼로 살갗을 파낸 것 같았다. 하지만 그 

상처는 쳐다보는 순간, 스르르 사라졌다. 그 자리가 이전보다 약간 더 

빨갛게 되었을 뿐, 아무렇지도 않게 멀쩡했다. 

해리는 엄브릿지를 쳐다보았다. 그녀는 두꺼비 같은 입술을 크게 벌리고 

웃으며, 그를 쳐다보고 있었다. 

"왜 그러니?" 

"아무것도 아닙니다." 

해리가 조용히 대답했다. 그리고 다시 양피지로 시선을 돌리고 깃펜을 

들어 올렸다. 해리는 천천히 '나는 거짓말을 하지 않겠습니다.'라고 썼다. 

또다시 손등에 칼로 베는 듯한 통증이 느껴졌다. 그의 살갗에 두 번째로 

글씨가 새겨졌다. 하지만 그 상처는 순식간에 나아 버렸다. 

똑같은 일이 계속되었다. 해리는 거듭 양피지 위에 똑같은 글씨를 썼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이 빨간 잉크가 진짜 잉크가 아니라 자신의 

피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가 양피지에 글씨를 쓸 때마다, 그의 손등에는 

글씨가 새겨졌다가 사라졌다가 또다시 나타나곤 했다. 

엄브릿지 교수의 방 창문 너머로 짙은 어둠이 깔렸다. 하지만 해리는 

언제까지 서야 하는지 묻지 않았다. 시계조차 살펴보지 않았다. 엄브릿지 

교수는 그의 기가 꺾이기만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해리는 절대 

약한 모습을 보여 주지 않을 것이다. 설사 밤새도록 이 깃펜으로 자신의 

손등을 베어내는 한이 있더라도... 

"이리 와요." 

몇 시간쯤 지났을 때, 엄브릿지 교수가 말했다. 

해리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손등이 쿡쿡 쑤시고 화끈거렸다. 상처는 

흔적도 없이 멀쩡하게 나았지만, 그 자리는 빨갛게 부어올랐다. 

"손을 쥐 봐요." 

엄브릿지 교수가 말했다. 해리가 손을 내밀자, 그녀는 그 손을 잡았다. 

뭉특하고 짧은 그녀의 손가락이 와 닿자, 해리는 부르르 몸이 떨리는 것을 

간신히 참았다. 그녀는 손가락에 보기 흉한 낡은 반지들을 잔뜩 끼고 

있었다. 

"쯧쯧. 아직 별로 반성을 한 것 같지 않군요." 

엄브릿지 교수가 씽긋 웃으며 말했다. 

"내일 저녁에 우리 다시 한 번 해보죠. 알았죠? 이제 가 봐요." 

해리는 한마디 말도 없이 엄브릿지의 방을 떠났다. 학교는 쥐 죽은 듯이 

조용했다. 자정도 이미 지난 것 같았다. 그는 천천히 복도를 걸어갔다. 

그리고 모퉁이를 돌아서 엄브릿지 교수의 귀에 들릴 염려가 없게 되자, 

비로소 후닥닥 뛰기 시작했다. 

해리는 소멸 마법을 연습할 시간이 없었다. 꿈 일기는 단 한 글자도 

쓰지 못하고 보우트러클 그림도 완성하지 못했다. 작문은 말할 것도 

없었다. 다음 날 해리는 첫 시간 수업인 점술 숙제를 하느라, 아침 식사도 

건너뛰고 허겁지겁 꿈 두 개를 적당히 지어냈다. 그런데 론이 부스스한 

몰골로 똑같이 난리를 치는 것을 보고 해리는 깜짝 놀랐다. 

"너는 왜 어젯밤에 숙제를 안 했니?" 

뭔가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휴게실을 두리번거리고 있는 론에게 해리가 

물었다. 어젯밤 해리가 기숙사로 돌아왔을 때 론은 정신없이 곯아떨어져 

있었다. 그는 양피지 위로 고개를 푹 숙인 채, 글씨를 끄적거리며 다른 할 

일이 있었다고 우물쭈물 말꼬리를 흐렸다. 

"그거면 될 거야." 

론을 일기장을 탁 닫으며 말했다. 

"나는 꿈속에서 새 신발을 샀다고 썼어. 설마 그걸 가지고 뭐 이상한 

소리를 하지는 않겠지?" 

두 사람은 서둘러 북족 탑으로 향했다. 

"엄브릿지의 나머지 공부는 어땠어? 너에게 뭘 시키던?" 

해리는 잠시 망설이다가 대답했다. 

"그저 베껴 쓰기야." 

"그럼 별로 어려운 건 아니었네?" 

론이 뜻밖이란 표정을 지었다. 

"그래." 

해리가 말했다. 

"아, 그리고 깜박 잊을 뻔했네. 금요일의 나머지 공부는 빼주겠다고 

하던?" 

"아니." 

론이 안됐다는 듯이 신음 소리를 내었다. 이날도 해리에게는 불운의 

연속이었다. 변신술 수업 시간에는 소멸 마법을 하나도 하지 못해서 

최하위 점수를 받았고, 점심 시간에는 부우트러클 그림을 완성하기 위해 

식사를 걸러야만 했다. 한편 맥고나걸 교수와 그루블리 프랭크 교수, 

시니스트라 교수는 또다시 새로운 숙제를 내주었다. 하지만 해리는 그날 

저녁에도 그 숙제를 끝낼 가망성이 전혀 없었다. 엄브릿지와의 두 번째 

너머지 공부가 그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여기에 설상가상으로 

안젤리나 존슨이 또다시 저녁 식사 때 그를 쫓아왔다. 그리고 그가 

금요일에 있을 파수꾼 선발 테스트에 참석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나자, 

그의 태도가 전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딱딱거리면서, 퀴디치 팀에 계속 

남아 있고 싶다면 다른 일보다도 훈련을 열심히 해야 할거라고 으름장을 

놓았다. 

"나는 벌을 받고 있단 말이야!" 

해리는 안젤리나 존슨의 등 뒤에 대고 소리쳤다. 

난들 퀴디치 경기보다 그 늙은 두꺼비란 방에 처박혀 있고 싶겠어?" 

"그래도 벌이 고작 베껴 쓰기 정도라니 다행이야." 

헤르미온느가 위로했다. 해리는 의자에 축 늘어져서 자신의 스테이크와 

피칸 파이를 내려다보았다. 이젠 더 이상 한 입도 먹고 싶지 않았다. 

"그래... 듣기에는 별로 끔찍한 벌이 아닌 것 같지... 하지만..." 

해리는 말을 할 듯이 잠시 머뭇거리다 그냥 입을 다물고 고개만 

끄덕거렸다. 어째서 론과 헤르미온느에게조차 엄브릿지의 방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솔직하게 말하기가 망설여지는지 알 수가 없었다. 다만 

그들이 무서워하는 표정을 보고 싶지 않다는 사실만은 분명했다. 그렇게 

되면 모든 일이 더 끔찍하게 여겨지고, 견디기가 더 힘들 것 같았다. 

이것은 해리와 엄브릿지 두 사람 사이에서 벌어지는 일조의 기 사움 같은 

것이었다. 해리는 절대로 엄브릿지에게 이 일로 징징거리는 꼴을 보여 

주고 싶지 않았다. 그렇게 한다면 엄브릿지는 쾌재를 부르며 좋아할 

것이다. 

"도대체 숙제를 얼마나 더 해야 할지 모르겠어." 

론이 한숨을 쉬었다. 

"어젯밤에 숙제 좀 하지 그랬니?" 

헤르미온느가 물었다. 

"어디 갔었던 거야?" 

"그냥... 산책 좀 했어." 

론이 황급히 대답했다. 

해리는 론이 뭔가 숨기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고 느꼈다. 

두 번째 나머지 공부 역시 끔찍하긴 마찬가지였다. 이제 해리의 

손등은 훨씬 더 심하게 아프고 금방 빨개졌다. 상처는 마치 불에 덴 듯이 

화끈거렸다. 해리는 상처가 저절로 낫는 것도 얼마 가지 않으리라고 

생각했다. 곧 손등 깊숙이 상처가 남을 것이다. 그리고 엄브릿지는 그걸 

보고 만족해 할 것이다. 하지만 해리는 신음 소리 한 번 내지 않았다. 방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자정이 지나 방을 나서는 순간까지, 해리가 한 말은 

'안녕하세요.' '안녕히 계세요.' 단 두 마디뿐이었다. 

하지만 밀린 숙제는 이제 거의 절망적인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그리핀도르 휴게실로 돌아온 해리는 피곤해서 쓰러질 지경이었지만, 

잠자리에 들 수가 없었다. 그 대신 가방을 열고 스네이프 교수의 월장석에 

대한 보고서를 쓰기 시작했다. 그가 숙제를 끝냈을 때에는 거의 새벽 두 

시 반이 다 되었다. 자신이 쓴 보고서가 형편없다는 걸 알고 있지만, 달리 

도리가 없었다. 그나마 아무 거라도 써 내지 않으면, 이번에는 꼼짝없이 

스네이프와 나머지 공부를 하게 될 것이다. 해리는 쉬지 않고 이번에는 

맥고나걸 교수가 내준 숙제에 달려들었다. 그 다음에는 그루블리 프랭크 

교수에게 낼, 보우트러클을 다루는 방법에 대한 보고서를 적당히 작성했다. 

마침내 비틀비틀 침대로 걸어간 해리는 옷도 갈아입지 않은 채, 침대 위에 

픽 쓰러져서 그대로 잠이 들어 버렸다. 

지치고 몽롱한 상태에서 목요일이 지나갔다. 론도 졸려서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것 같았다. 해리는 론이 왜 그러는지 이유를 알 수 없었다. 세 번째 

나머지 공부도 지난번과 똑같았다. 다만 두 시간이 흐르자, '나는 거짓말을 

하지 않겠습니다.'라는 문장이 해리의 손등에서 사라지지 않고 계속 남아 

핏방울까지 맺혔다는 것만 다를 뿐이었다. 뾰족한 깃펜이 양피지를 긁는 

소리가 멈추자, 엄브릿지 교수가 고개를 들었다. 

"아, 좋아요." 

책상 앞으로 돌아 나온 엄브릿지가 그의 손등을 살펴보더니 말했다. 

"이걸 보면 항상 다시 기억이 나겠군요. 안 그래요? 오늘 밤에는 그만 

해도 좋아요." 

"내일도 또 와야 하나요?" 

해리가 아픈 오른손이 아니라, 왼손으로 가방을 집어 들면서 물었다. 

"물론이죠." 

엄브릿지가 또다시 활짝 웃으며 말했다. 

"하루 저녁 더 하면, 그 교훈을 좀더 깊이 새길 수 있지 않겠어요?" 

해리는 지금까지 이 세상에 스네이프보다도 더 증오스런 선생이 또 있을 

것이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리핀도르 탑을 향해 

걸어가면서, 해리는 훨씬 더 강력한 적수가 나타났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정말 사악한 여자다. 해리는 7층으로 향하는 계단을 

올라가면서 생각했다. 사악하고 삐뚤어지고 미친 늙은이-. 

"론?" 

계단 꼭대기에서 오른쪽으로 돌아선 해리는 론과 딱 마주쳤다. 론은 

빗자루를 손에 움켜쥐고 홀쭉이 라클란 조각상 뒤에 숨어 있었다. 그리고 

해리를 보자, 화들짝 놀라면서 새로 산 클린스윕 11을 황급히 등 뒤로 

감추려고 했다. 

"뭘 하고 있어?" 

"어- 아무것도 아니야, 넌 뭘 하고 있니?" 

해리가 얼굴을 찌푸렸다. 

"어서 솔직히 말해 봐! 도대체 여기 숨어서 뭘 하는 거야?" 

"사- 사실은 프레드와 조지를 피해서 숨어 있었던 거야." 

론이 말했다. 

"방금 전에 신입생을 한 무리 이끌고 지나갔거든. 틀림없이 다시 그들을 

상대로 실험을 하려는 거야. 휴게실에서 실험을 할 수는 없잖아? 게다가 

거기 헤르미온느가 있을 때는...." 

론은 뭔가에 쫓기듯이 정신없이 떠들었다. 

"하지만 빗자루는 왜 들고 있는 거야? 빗자루를 타고 날았던 거 

아니야?" 

해리가 따졌다. 

"그- 그게 그러니까... 좋아, 솔직히 말할게. 하지만 웃지마, 알았지?" 

론이 점점 더 얼굴을 붉히면서 변명하듯이 말했다. 

"이제 쓸 만한 빗자루가 생겼으니까, 나- 나도 그리핀도르 파수꾼 선발 

테스트에 지원해 볼까 해. 어서 마음껏 비웃어. 괜찮아." 

"비웃지 않아." 

해리가 말했다. 론이 눈을 끔벅거렸다. 

"정말 멋진 생각이야! 네가 우리 팀에 들어오면 정말 멋지겠다! 난 네가 

파수꾼 역할을 하는 걸 한 번도 본 적이 없는데, 잘할 수 있어?" 

"그럭저럭." 

론은 해리의 반응을 보고 몹시 안심하는 눈치였다. 

"찰리 형이나 프레드, 조지 형이 방학 때 퀴디치 연습을 할 때면 항상 

나에게 파수꾼 시켰거든." 

"그럼 오늘 밤 연습을 하고 있었던 거야?" 

"화요일부터 매일 밤마다 연습을 했어.... 그냥 혼자서 하는 연습이긴 

하지만, 퀘이플이 나를 향해 날아오도록 마법을 걸려고 했지만, 쉽지 

않더군. 사실 이렇게 혼자 연습하는 게 얼마나 도움이 될지 모르겠어." 

론은 몹시 초조하고 걱정스런 표정이었다. 

"내가 선발 테스트에 나타나면, 프레드와 조지는 비웃느라 난리가 날 

거야. 내가 반장이 된 이후로는 항상 나를 못 잡아 먹어서 안달이니까." 

"나도 그 자리에 있으면 좋을 텐데." 

해리는 몹시 안타까웠다. 두 사람은 휴게실을 향해서 나란히 걸어가기 

시작했다. 

"그래, 정말이야. 해리. 그런데 네 손등에 그게 뭐니?" 

무의식중에 오른손으로 콧등을 긁고 있던 해리는 황급히 손을 감추려고 

했다. 하지만 론이 클린스윕을 감추려고 했던 것만큼이나 소용없는 

짓이었다. 

"그냥 상처야. 아무것도 아니야. 그저-." 

하지만 론은 해리의 손목을 붙잡고 손들을 자기 눈앞까지 들어 올렸다. 

잠깐 동안 손등에 새겨진 글씨를 들여다보던 론은 토할 것 같은 표정을 

지으며, 해리의 손을 놓아 버렸다. 

"그 여자가 너에게 베껴 쓰기를 시킨다고 말하지 않았니?" 

해리는 잠시 대답을 망설였다. 하지만 론이 그에게 솔직히 털어놓은 

것처럼. 해리도 론에게 그동안 엄브릿지 방에서 겪었던 일들을 모두 

털어놓았다. 

"그 늙은 할멈이!" 

뚱뚱한 여인의 초상화 앞에서 걸음을 멈추었을 때, 론이 분을 참지 

못하고 씩씩거렸다. 뚱뚱한 여인은 액자에 머리를 기댄 채, 쌔근쌔근 졸고 

있었다. 

"그 여자는 미쳤어! 맥고나걸 교수님께 가서 모두 말씀드려!" 

"아니야." 

해리는 주저하지 않고 말했다. 

"그 여자가 날 이겼다고 생각하게 만들고 싶지 않아." 

"널 이겼다고? 하지만 그여자가 이런 일을 저지르고도 그냥 지나가게 

내버려 둘 수는 없어!" 

"솔직히 맥고나걸 교수님이라고 해서 그 여자를 어떻게 할 수 있을지 난 

모르겠어." 

해리가 말했다. 

"그럼 덤블도어 교장 선생님! 교장 선생님께 말해!" 

"아니야." 

해리가 딱 잘라 말했다. 

"왜 안 돼?" 

"교장 선생님은 안 그래도 걱정이 많으셔." 

하지만 그것이 진짜 이유는 아니었다. 지난 6월 이후로 덤블도어는 한 

번도 해리를 부르지 않았다.. 그런데 먼저 덤블도어를 찾아가서 도움을 

청하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난 네가 가야만 한다고-" 

론이 입을 열었다. 하지만 그 순간 뚱뚱한 여인이 그의 말을 가로막았다. 

그녀는 졸린 눈으로 그들을 바라보며 버럭 소리를 질렀던 것이다. 

"빨리 암호를 대란 말이야. 나더러 너희들이 이야기를 끝낼 때까지 

밤새도록 자지도 말고 기다리란 말이냐?" 

지난 며칠과 다름없이 음침하고 흐린 금요일 아침이 밝았다. 해리는 

대연회장에 들어설 때마다 습관처럼 교직원 테이블 쪽을 흘끗 

쳐다보았지만, 진짜로 해그리드를 다시 보게 되리라는 희망은 전혀 가지고 

있지 않았다. 그는 곧 좀더 코앞에 닥친 문제들로 관심을 돌렸다. 

산더미처럼 쌓인 숙제라든가 아직도 남은 엄브릿지와의 나머지 공부 같은 

문제들이었다. 

그래도 그날은 두 가지 희망이 해리를 버티게 해주었다. 하나는 주말이 

거의 다 되었다는 사실이었다. 또 하나는 엄브릿지와의 마지막 나머지 

공부가 아무리 끔찍하고 힘들더라도, 창문을 통해서 먼 발치에서나마 

퀴디치 팀 파수꾼 선발 테스트를 지켜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였다. 혹시 

운이 좋으면 론의 모습을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사실 지금처럼 암흑 

같은 상황에 조금이라도 빛을 밝혀 줄 수 있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고맙고 

반가울 뿐이었다. 호그와트에서 이렇게 힘든 첫 주를 보내기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저녁 다섯 시가 되자, 해리는 엄브릿지 교수의 방문을 두드렸다. 그는 

틀림없이 이번이 마지막일 거라고 굳게 믿고 있었다. 방으로 들어서니. 

레이스 덮개를 씌운 탁자 위에 텅 빈 양피지가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뾰족한 깃펜은 그 옆에 얌전히 놓여 있었다. 

"포터 군, 할 일은 잘 알고 있겠지." 

엄브릿지가 상냥하게 웃으며 말했다. 

해리는 깃펜을 집어 들고 창 밖을 흘끗 쳐다보았다. 의자를 오른쪽으로 

조금만 옮길 수 있다면... 해리는 책상 앞으로 좀더 바싹 다가앉는 

척하면서 슬쩍 의자를 옮겼다. 이제 그리핀도르 퀴디치 팀이 경기장에서 

붕붕 나는 모습을 멀리서나마 볼 수 있었다. 높이 솟은 세 개의 골대 

밑에는 열두어 명의 사람들이 서 있는 모습이 보였다. 자기 차례가 

돌아오기를 기다리고 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누가 론인지 분간하는 것은 

불가능할 것 같았다. 

'나는 거짓말을 하지 않겠습니다.' 

해리는 글씨를 썼다. 오른쪽 손등이 갈라지면서 다시 피가 흐르기 

시작했다. 

'나는 거짓말을 하지 않겠습니다.' 

상처가 더 깊어지면서 견딜 수 없이 쓰라리고 아팠다. 

'나는 거짓말을 하지 않겠습니다.' 

이제 붉은 피가 손목가지 타고 흘러내렸다. 

해리는 또다시 창 밖을 슬적 내다보았다. 누군지 지금 골대를 지키고 

있는 사람은 실력이 아주 형편없었다. 해리가 지켜보는 그 짧은 순간 동안. 

케이티 벨이 무려 두 골이나 집어넣었다. 부디 저 파수꾼이 론이 아니기를 

기도하면서, 해리는 다시 피로 얼룩진 양피지로 시선을 돌렸다. 

'나는 거짓말을 하지 않겠습니다.' 

'나는 거짓말을 하지 않겠습니다.' 

해리는 엄브릿지가 뭔가 글씨를 쓰는 듯한 소리가 들리거나 책상 서랍을 

열거나 할 때마다 그 틈을 타서 밖을 내다보았다. 세 번째 도전자는 

실력이 꽤 괜찮았고, 네 번째는 꽝이었다. 다섯 번째는 블러저를 멋지게 잘 

피했지만, 아주 손쉬운 수비에서 실수를 했다. 하늘이 점점 더 어두워졌다. 

해리는 과연 여섯 번째와 일곱 번째 후보까지 볼 수 있을지 걱정스러웠다. 

'나는 거짓말을 하지 않겠습니다.' 

'나는 거짓말을 하지 않겠습니다.' 

이제 양피지는 그의 손등에서 흘러내린 핏방울로 온통 얼룩져 있었다. 

그의 손등은 쑤시고 화끈거렸다. 해리가 또다시 밖을 내다보았을 때에는 

이미 너무 어두워져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어디, 교훈을 깊이 잘 새겼는지 한번 볼가요?" 

다시 삼십 분쯤 지났을 때, 엄브릿지 교수의 간드러진 목소리가 들렸다. 

엄브릿지 교수는 그를 향해 다가오더니 반지를 낀 뭉툭한 손을 

내밀었다. 그리고 그의 손을 붙잡고 손등에 새겨진 글씨를 살펴볼 때, 

해리는 손등뿐만 아니라 이마에 난 흉터에서도 날카로운 통증을 느꼈다. 

그와 동시에 옆구리 근처 어딘가에서 너무나 이상한 감촉이 전해졌다. 

억지로 손을 뺀 해리는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서 그녀를 노려보았다. 

엄브릿지는 그를 빤히 쳐다보며, 그 축 늘어진 입으로 만족스런 웃음을 

지었다. 

"아프지? 그렇지요?" 

엄브릿지가 다정하게 물었다. 

엄브릿지가 다정하게 물었다. 

해리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심장이 터질 듯이 두근거렸다. 손이 

아프다는 것일까? 아니면 방금 이마에 통증을 느꼈다는 걸 이 여자도 알고 

있는 것일까? 

"포터 군, 이제야 내 의사가 제대로 전달된 것 같군요. 그만 가도 

좋아요." 

그는 가방을 집어 들고 최대한 빨리 그 방을 벗어났다. 

침착해야 해. 

해리는 계단을 쏜살같이 뛰어 올라가면서 스스로를 타일렀다. 

침착해야 해. 단지 내 생각을 수도 있어.... 

해리가 뚱뚱한 여인을 향해 소리치자, 초상화가 앞으로 휙 젖혀졌다. 

요란한 함성 소리가 제일 먼저 그를 맞이했다. 론이 얼굴 가득 환하게 

미소를 지으며 그를 향해 마구 달려왔다. 그의 손에 들려 있는 술잔에서는 

버터 맥주가 흘러넘치고 있었다. 

"해리, 해냈어. 붙었단 말이야. 내가 파수꾼이 됐어!" 

"정말이야? 우와- 훌륭하다!" 

해리는 아직도 심장이 두근거리고 손등에서는 피가 흘러내리고 

있었지만, 자연스럽게 웃으려고 노력했다. 

"버터 맥주 한 잔 해." 

론이 그에게 병을 내밀었다. 

"도저히 믿을 수가 없어. 그런데 헤르미온느는 어디 갔지?" 

"저기 있어." 

버터 맥주를 들이켜고 있던 프레드가 벽난로 옆에 있는 의자를 

가리켰다. 헤르미온느는 거기 앉아서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그녀의 손에는 

맥주잔이 거의 떨어질 듯이 위태롭게 간당간당 걸려 있었다. 

"어쨌든 내가 그 이야기를 했을 때, 헤르미온느도 기쁘다고 말했어." 

론이 약간 짜증이 나는 듯 이야기했다. 

"그냐 자게 내버려 둬." 

조지가 황급히 말했다. 해리는 그들 주위에 몰려 있는 신입생들 몇 명의 

얼굴에 틀림없이 방금 전에 코피를 흘린 듯한 흔적이 있음을 알아챘다. 

"이리 와, 론. 올리버의 선수복이 너에게 맞는지 보자." 

케이티 벨이 론을 불렀다. 

"그의 이름표를 떼어 내고 그 자리에 네 이름표를 붙이면 될 거야...." 

론이 자리를 비우자, 안젤리나가 해리 옆으로 성큼성큼 다가왔다. 

"전에 너에게 화를 내서 미안해, 포터." 

안젤리나가 불쑥 사과했다. 

"너도 알다시피 팀을 관리하는 일은 피곤한 일이야. 나는 가끔씩 옛날에 

우드에게 너무 심하게 굴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해." 

안젤리나는 살짝 얼굴을 찌푸리며 술잔 너머로 론을 바라보았다. 

"이봐, 저 친구가 너랑 가장 절친한 사이라는 건 나도 알아. 하지만 

솔직히 썩 만족스럽지는 않아." 

안젤리나가 퉁명스럽게 말했다. 

"물론 약간 훈련을 하면 그럭저럭 쓸 만하긴 할 것 같아. 훌륭한 퀴디치 

선수들을 배출한 집안 출신이니까 말이야. 나는 저 친구가 오늘 보여 준 

것보다도 훨씬 더 커다란 재능을 발휘하게 될 거라고 믿어. 오늘은 빅키 

프로비셔와 제프리 후퍼 두 사람이 날기는 훨씬 더 잘 날았어. 하지만 

후퍼는 지독한 엄살쟁이라서 항상 징징거리기만 했어. 그리고 빅키는 

모임이란 모임에는 안끼는 데가 없어. 본인도 솔직히 인정하더군. 만약 

퀴디치 훈련이 마법 클럽 모임과 겹치게 되면, 먼저 마법 클럽 모임에 갈 

거라고 말이야. 어쨌든 내일 두 시에 연습을 할 거야. 그러니까 이번에는 

꼭 나와야 해. 그리고 제발 부탁인데 가능하면 론을 좀 많이 도와줘, 

알았지?" 

해리는 고개를 끄덕였다. 안젤리나는 앨리샤 스피넷을 향해 걸어갔다. 

해리는 헤르미온느 옆으로 다가가서 앉았다. 그가 살며시 가방을 내려놓는 

순간, 헤르미온느가 움찔하더니 잠에서 깨어났다. 

"오, 해리, 너구나. 론은 참 잘됐어, 그렇지?" 

헤르미온느가 잠에서 덜 깬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나는 너- 너무 피곤해서." 

헤르미온느가 하품을 했다. 

"모자를 만드느라 한 시까지 잠을 못 잤거든. 모자가 미친듯이 순식간에 

사라지고 있어!" 

물론 해리도 경솔한 집요정들이 무심코 모자를 집어들도록 방 안 곳곳에 

털모자가 숨겨져 있는 것을 보았다. 

"잘됐구나." 

해리는 건성으로 맞장구를 친 다음, 재빨리 다른 이야기를 꺼냈다. 

누군가에게 빨리 속마음을 털어놓지 않으면, 가슴이 터질 것 같았다." 

"헤르미온느, 내 말 좀 들어 봐. 내가 엄브릿지 방에서 막 일어섰을 때, 

그 여자가 내 팔을 건드렸는데...." 

헤르미온느는 주의 깊게 귀를 기울였다. 해리가 이야기를 끝내자, 그녀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러니까 너는 퀴렐이 그랬던 것처럼 그 사람이 엄브릿지를 조종하고 

있는 게 아닌가 의심스럽다는 거지?" 

"글쎄... 그럴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안 그래?" 

해리가 목소리를 한껏 낮추며 말했다. 

"나도 그렇게 생각해." 

하지만 헤르미온느의 목소리는 약간 자신이 없었다. 

"하지만 그 자가 퀴렐을 지배했던 것처럼 그런 식으로 엄브릿지를 

지배할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아. 왜냐하면 그 자는 이제 완전히 

살아났으니까 말이야. 자기 몸을 가지게 되었으니, 다른 누군가의 몸에 

기생할 필요가 없겠지. 하지만 그 여자에게 임페리우스 저주를 걸었을 

수도 있어...." 

해리는 프레드와 조지, 리 조던이 빈 맥주잔을 공중에 던지며 재주를 

부리는 모습을 잠깐 지켜보았다. 그때 헤르미온느가 다시 입을 열었다. 

"하지만 지난번에는 아무도 널 만지지 않았는데, 이마가 쑤셨잖아. 

그리고 덤블도어 교수님이 이마의 통증은 그 사람이 그 순간에 느끼는 

감정과 관련이 있을 거라고 말씀하시지 않았니? 내 말은 그 통증이 

엄브릿지와 아무런 관련이 없을 수도 있다는 거야. 어쩌면 그 여자랑 함께 

있을때 우연히 일어난 일인지도 모르잖아." 

"그 여자는 사악하고 생각이 비틀렸어." 

해리가 조용히 말했다. 

"그래, 그 여자는 정말 끔찍해. 하지만... 해리, 덤블도어 교수님께 네 

흉터가 다시 아프다고 말씀을 드리는 게 좋겠다." 

이틀 동안 덤블도어 교수님을 찾아가 보라는 충고를 두 번이나 

들었지만, 해리는 헤르미온느에게도 론에게 했던 것과 똑같은 대답을 했다. 

"이런 일로 교수님을 괴롭힐 생각은 없어. 방금 네가 말한 대로 그렇게 

대단한 일도 아닌걸. 솔직히 여름방학 내내 이마의 흉터가 가끔씩 쑤시곤 

했어. 다만 오늘 밤에는 훨씬 더 심했을 뿐이야." 

"해리, 덤블도어 교수님은 이런 일로 찾아오는 걸 절대로 귀찮아하시지 

않을 거야." 

"알았어." 

해리는 자신도 모르게 마음속에 품고 있던 생각을 불쑥 내뱉고 말았다. 

"덤블도어 교수님이 나에 대해서 걱정하는 건 오직 그거 하나뿐이잖아. 

내 흉터, 안 그래?" 

"그게 무슨 소리야, 그렇지 않아!" 

"시리우스에게 편지를 써서 이 일을 알릴 생각이야. 시리우스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아봐야-" 

"해리, 편지에 그런 이야기를 쓰면 안 돼!" 

헤르미온느가 깜짝 놀란 표정으로 주의를 주었다. 

"벌써 잊어버렸니? 무디가 우리에게 편지를 쓸 때 꼭 주의하라고 

말했잖아! 도중에 부엉이들을 가로챌지도 모른다고!" 

"알았어, 알았다고! 그럼 말하지 않으면 되잖아!" 

해리가 짜증을 부리며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난 그만 자러 갈래. 론에게는 대신 말해 줘." 

"어, 그래?" 

헤르미온느가 약간 마음이 놓인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네가 먼저 가면, 내가 자리를 뜨는 것도 별로 무례하게 보이지 

않을지도 모르지. 솔직히 나도 피곤해서 죽을 것 같아. 그리고 내일은 

모자를 더 많이 만들고 싶어. 있잖아, 원한다면 네가 나를 도와줄 수도 

있어. 이것도 해보면 꽤 재미있다니까. 내 솜씨도 점점 나아지고 있어. 

이젠 무늬도 넣고 방울도 달고 여러 가지를 할 수 있는걸." 

해리는 기가 막힌 듯이 그녀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았다. 헤르미온느는 

환하게 미소를 지으며 마치 그가 자신의 제안에 솔깃해하고 있다고 애써 

믿으려는 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어... 싫어. 고맙지만 그건 안 될 것 같아." 

해리가 대답했다. 

"어... 어쨌든 내일은 안 돼. 해야 할 숙제가 너무 많아서...." 

해리는 약간 풀이 죽은 헤르미온느를 뒤에 남겨 둔 채, 남학생 침실로 

향하는 계단을 터벅터벅 올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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