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2장 엄브릿지 교수
다음 날 아침이 되자, 해리가 미처 양말도 제대로 신기전에 시무스는
최대한 서둘러서 옷을 갈아입고 재빨리 침실을 나가 버렸다.
"나와 한 방에 너무 오랫동안 같이 있으면, 자기도 머리가 어떻게 될
거라고 생각하는 모양이지?"
시무스의 옷자락이 사라지자마자, 해리가 큰소리로 빈정거렸다.
"걱정하지 마, 해리."
딘이 책가방을 어깨에 메며 위로했다.
"시무스는 단지...."
하지만 딘도 시무스가 어떻다고 분명하게 말을 하지 못했다. 잠시
어색한 침묵이 흐른 뒤, 딘은 방을 나가 버렸다.
네빌과 론은 이건 결코 네 탓이 아니라고 말하는 듯한 표정으로 해리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해리는 별로 위로가 되지 않았다. 이런 일을 앞으로
얼마나 더 겪어야만 한단 말인가?
"무슨 일이야?"
오 분 후에 휴게실로 내려오는 해리와 론을 보고 헤르미온느가 물었다.
그들 세 사람은 다 같이 식당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네 표정은 마치- 아니, 이런 세상에!"
헤르미온느는 휴게실 게시판에 붙어 있는 것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거기에는 새로운 벽보가 커다랗게 붙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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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 다 갈 데까지 갔군."
헤르미온느가 광고지를 떼면서 심각하게 말했다. 프레드와 조지는 10월
첫 번째 호그스미드 주말 방문일을 알리는 공고문 위에 그 광고지를 붙여
놓았던 것이다.
"론, 우리가 두 사람을 한 번 만나서 이야기를 해야 할 것 같아."
론은 도무지 영문을 알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왜?"
"우린 반장이잖아!"
초상화 구멍으로 기어 나오면서 헤르미온느가 말했다.
"이런 일을 그만두게 하는 것도 우리 의무야!"
론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해리는 시무룩한 그의 표정을 보고,
론으로서는 프레드와 조지가 그토록 좋아하는 일을 막는다는 것이 썩
내키지 않는 일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건 그렇고 도대체 무슨 일이야, 해리?"
헤르미온느가 말을 이었다. 이제 세 사람은 늙은 마녀들과 마법사들의
초상화가 줄지어 늘어서 있는 계단을 내려가고 있었다.
"뭔가 단단히 화가 난 표정인걸."
"시무스는 해리가 그 사람에 대해서 거짓말을 한다고 생각하고 있어."
해리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자. 론이 간단하게 설명해 주었다.
해리는 헤르미온느가 틀림없이 벌컥 화를 내며 그의 편을 들어 주리라
기대했다. 하지만 그녀는 힘없이 한숨만 내쉴 뿐이었다.
"그래, 라벤더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더라."
헤르미온느는 우울하게 말했다.
"그래서 내가 사람들 관심을 끌려고 거짓말이나 하는 얼간인지 아닌지에
대해 함께 신나게 떠들어 댔니?"
해리가 큰 소리로 빈정거렸다.
"아니야."
헤르미온느는 냉정을 잃지 않고 조용히 대답했다.
"사실은 라벤더에게 그 커다랗고 두꺼운 입을 닥치고 너에 대해 그만
떠들라고 했어. 난 차라리 네가 론과 내 뱃속에 한번 들어갔다가 나왔으면
좋겠다. 그럼 우리가 네 편이라는 걸 확실히 알 텐데 말이야, 해리."
잠깐 동안 침묵이 흘렀다.
"미안해."
해리가 나지막이 사과했다.
"괜찮아."
헤르미온느가 품위 있게 사과를 받아들였다. 그러더니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작년 종강 파티 때에 덤블도어 교수님이 뭐라고 말씀하셨는지
기억나니?"
해리와 론은 멍한 표정으로 헤르미온느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그녀는
또다시 한숨을 내쉬었다.
"그 사람에 대해서 말했어. 덤블도어 교수님은 이렇게 말씀하셨지.
'그자는 사람들 사이에 불신과 적의를 퍼뜨리는 데 뛰어난 재능을 가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그보다 강한 우정과 신뢰를 보일 때에만 그와
맞서 싸울 수 있을 것입니다-."
"너는 어떻게 그런 내용까지 다 기억할 수가 있니?"
론이 감탄하는 눈빛으로 헤르미온느를 바라보며 물었다.
"론, 난 그저 듣기만 했을 뿐이야."
헤르미온느가 퉁명스럽게 대꾸했다.
"나도 들었다. 하지만 나는 정확히 그 내용을 말할 수가 없는-"
"중요한 사실은-"
헤르미온느가 큰 소리로 론의 말을 가로막았다.
"바로 이런 일들이 덤블도어 교수님께서 걱정하셨던 바라는 거야. 그
사람이 다시 돌아온 지 겨우 두 달밖에 안 됐어. 그런데 우리는 벌써
우리들끼리 치고받고 싸우기 시작했어. 마법의 모자도 똑같은 경고를 했지.
단결하여 다 함께 일어서자고-"
"그리고 어젯밤에 해리가 말했지. 만약 그게 슬리데린 패거리와 친구가
되어야 한다는 뜻이라면, 완전히 가망성 없는 이야기라고 말이야."
론이 대꾸했다.
"글쎄, 나는 기숙사들 간의 화합을 위해서 노력조차 해보지 않는
거야말로 유감스런 일이라고 생각해."
헤르미온느가 퉁명스럽게 말했다.
이제 그들은 대리석 계단 아래까지 내려와 있었다. 래번클로 4학년
학생들이 줄을 서서 연회장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그들은 해리를 보자,
재빨리 자기들끼리 똘똘 뭉쳤다. 마치 어쩌다 줄에서 이탈하면, 해리에게
공격을 당할까 봐 겁을 내는 듯한 태도였다.
"그래, 우리는 저런 애들과 친구가 되려고 노력해야만 하겠지."
그 모습을 보자, 해리가 냉소적으로 말했다.
그들은 래번클로 학생들의 뒤를 따라서 연회장으로 들어갔다. 문을
들어서는 순간, 세 사람은 교직원 테이블을 향해 저절로 고개가 돌아갔다.
그루블리 프랭크 교수가 천문학을 가르치는 시니스트라 교수와 수다를
떨고 있었다. 해그리드는 여전히 눈에 띄지 않았다.
마법에 걸린 천장에는 해리의 기분을 반영하듯이, 음울한 회색 비구름이
잔뜩 끼어 있었다.
"덤블도어 교수님은 그루블리 프랭크 교수가 얼마나 오래 있을지도
말씀하지 않으셨어."
그리핀도르 테이블을 향해 걸어가면서, 해리가 말을 꺼냈다.
"어쩌면...."
헤르미온느가 뭔가 곰곰이 생각하는 표정을 지었다.
"뭔데?"
해리와 론이 입을 모아 물었다.
"글쎄... 어쩌면 덤블도어 교수님은 해그리드가 지금 여기 없다는 사실을
별로 알리고 싶지 않아서 그러시는지도 몰라."
"그게 무슨 소리야? 알리고 싶지 않다니?"
론이 웃긴다는 듯이 말했다.
"어떻게 그걸 모를 수가 있단 말이야?"
헤르미온느가 뭐라고 대답하기 전에, 머리를 길게 땋은 키가 큰 흑인
소녀가 뭐라고 해리를 향해 다가왔다.
"안녕, 안젤리나."
"안녕."
안젤리나는 무뚝뚝하게 인사했다.
"방학 잘 지냈니?"
그러고는 미처 대꾸할 틈도 주지 않고 말을 이었다.
"잘 들어. 나는 그리핀도르 퀴디치 팀의 주장이 되었어."
"잘됐다."
해리가 씩 웃으며 말했다. 적어도 안젤리나의 잔소리를 올리버 우드처럼
그렇게 길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었다.
"그래. 이제 올리버가 떠났기 때문에. 우리는 새로운 파수꾼이 필요해.
금요일 다섯 시에 새로운 선수를 뽑는 테스트가 있으니까, 모든 선수들은
그곳에 모이도록. 알았지? 빈자리를 채울 만한 새로운 인물이 있는지 봐야
하니까 말이야."
"알았어."
해리가 대답했다. 안젤리나는 빙그레 웃더니 자리를 떠났다.
"우드가 졸업했다는 사실을 까맣게 잊고 있었어."
론의 옆자리에 앉은 헤르미온느가 자기 앞으로 토스트 접시를
끌어당기며 중얼거렸다.
"그럼 퀴디치 팀의 전력에도 꽤 많은 변화가 있겠구나?"
"아마도 그렇겠지."
해리는 맞은편 의자에 앉으며 대답했다.
"우드는 훌륭한 파수꾼이었으니까."
"팀에 새로운 피를 수혈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거야. 그렇지?
론이 말했다. 바로 그때 떠들썩한 소리와 함께 슈웅 하고 수백 마리의
부엉이들이 높은 창문을 통해 연회장 안으로 날아들어 왔다. 그들은
연회장 전체에 내려앉더니 가지고 온 편지와 소포를 제각기 주인에게
전달했다. 그리고 아침을 먹고 있던 사람들의 머리 위로 한바탕 소나기를
퍼부었다. 밖에는 폭우가 쏟아지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헤드위그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지만, 해리는 별로 놀라지 않았다. 그에게
편지를 보낼 사람은 오직 시리우스 뿐인데, 이제 겨우 헤어진 지 스물네
시간밖에 되지 않았으니 새삼 다시 할 말이 있을 리 없었다.
한편 헤르미온느는 재빨리 오렌지 주스 잔을 옆으로 치워야만 했다.
온몸이 홀딱 젖은 커다란 헛간 부엉이가 <예언자 일보>를 툭 떨어뜨렸기
때문이다.
"너는 뭐 하러 아직까지 그걸 받아 보고 있니?"
해리가 시무스를 떠올리며 짜증스럽게 물었다. 헤르미온느는 부엉이의
다리에 매달린 가죽 주머니 안에 1크넛을 집어넣고는 다시 부엉이를 날려
보냈다.
"나라면 그런 쓰레기를 읽느라 괜한 고생 하지 않을 거야."
"이게 적을 아는 가장 좋은 방법이거든."
헤르미온느가 음울하게 말했다. 그리고 신문을 펼쳐 들더니 얼굴을
파묻은 채, 해리와 론이 식사를 다 끝낼 때까지 고개를 들지 않았다.
"한마디도 없어."
헤르미온느는 신문을 말아서 접시 옆에 내려놓으며 간단히 말했다.
"너나 덤블도어 교수님에 대해서는 단 한마디도 없어."
이제 맥고나걸 교수가 테이블 주위를 돌아다니면서 시간표를 나누어
주고 있었다.
'오늘 수업 좀 봐!"
론이 신음 소리를 냈다.
"마법의 역사 한 시간, 마법약 수업 두 시간, 점술 수업 한 시간, 어둠의
마법 방어술 두 시간... 세상에... 빈스, 스네이프, 트릴로니 그리고
엄브릿지. 이들이 모두 같은 날 몰려 있다니! 프레드와 조지가 하루빨리
꾀병용 과자세트를 완성했으면 좋겠군..."
'혹시 내 귀가 어디 잘못된 거 아니야?"
어느 곁에 프레드가 조지와 함께 나타나서 해리의 옆자리를 파고
들었다.
"호그와트의 반장님께서 설마 수업을 땡땡이치고 싶어 하시는 건
아니겠지?"
"오늘 우리 수업 시간표 좀 봐."
론이 투덜거리며 프레드의 코밑에 시간표를 들이댔다.
"정말 최악의 월요일 시간표야."
"꼬마 동생, 맞는 말이야."
프레드가 시간표를 살펴보며 말했다.
"원한다면, 코피 누가를 싼값에 줄 수도 있어."
"왜 사게 주는 거지?"
론이 의심스러운 듯이 물었다.
"왜나하면 말라비틀어질 때까지 계속 코피를 쏟아야만 하니까. 아직
해독제를 못 구했거든."
조지가 훈제 연어를 입에 넣으며 말했다.
"고마워 죽겠군."
론은 뚱한 표정으로 시간표를 호주머니 속에 집어넣었다.
"결국 수업에 들어가야겠네."
"그 꾀병용 과자세트에 대해서 말이 나왔으니까 말인데, 그리핀도르
게시판에 실험 대상자를 모집하는 광고지는 붙일 수 없어."
헤르미온느가 프레드와 조지를 똑바로 쳐다보며 말했다.
"누가 그래?"
조지가 눈이 휘둥그레지며 물었다.
"내가 하는 말이야. 그리고 론도."
헤르미온느가 대답했다.
"나는 거기서 빼 줘."
론이 재빨리 발뺌을 했다. 헤르미온느가 그를 째려보자, 프레드와 조지는
재미있다는 듯이 킬킬거렸다.
"헤르미온느, 너도 머지않아 딴소리를 하게 될 거야."
프레드가 핫케이크에 버터를 잔뜩 바르며 말했다.
"5학년 수업이 시작되면, 금방 우리를 찾아와서 제발 꾀병용 과자를 좀
달라고 사정하게 될걸."
"5학년을 시작하는 것과 괴병용 과자세트가 무슨 상관이지?"
헤르미온느가 물었다.
"5학년에는 O.W.L.이 있으니까."
조지가 말했다.
"그래서?"
"그러니까 너도 치러야 할 시험이 다가오고 있다는 거지, 안 그래? 시험
때문에 너희들은 곧 죽고 싶을 거다."
조지는 신이 나서 떠들었다.
"걸핏하면 울고 짜증이 나고... 패트리시아 스팀슨은 툭하면 기절을
했어..."
"케네스 타울러는 온몸에 종기가 났었지. 기억나?"
프레드가 추억에 잠긴 듯 중얼거렷다.
"그건 네가 그 녀석 잠옷에 불바독스 가루를 부렸기 때문이잖아."
조지가 프레드의 기억을 일깨워 주었다.
"아, 그랬지."
프레드가 씩 웃었다.
"깜빡 잊었군. 어쨌든 때때로 수업을 쫓아가기가 무척 힘들었지, 안
그래?"
"3학년은 완전히 악몽이었어."
조지가 맞장구를 쳤다.
"너희가 시험 결과에 신경을 쓴다면 말이지. 프레드와 나도 간신히
버텼다니까."
"그래... 그래서 형들은 각자 O.W.L.을 세 번이나 치렀어?"
론이 말했다.
"맞아. 하지만 우리의 미래는 학문적 업적과는 전혀 상관없는 세계에
놓여 있다고 생각해."
프레드가 태연하게 말했다.
"사실 우리는 7학년까지 꼭 학교를 다녀야 하는지 심각하게 고려하는
중이야."
조지가 명랑하게 말했다.
"왜냐하면 지금 우리는-"
조지는 경고하는 듯한 해리의 표정을 보고 그만 말을 멈추었다. 해리는
자신이 두 사람에게 준 트리위저드 상금 이야기를 꺼내려고 한다는 걸
알고 있었던 것이다.
"우리는 O.W.L.을 통과했거든."
조지가 황급히 둘러댔다.
"그러니까 우리가 N.E.W.T.를 꼭 칠 필요가 있을까 하는 거야. 하지만
엄마는 우리가 학교를 일찍 그만둔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시지 못할 거야.
특히 퍼시가 세계 최고의 얼간이라는 사실이 드러난 상황에서는 더더구나
그렇게는 못하시겠지."
"그래도 우리는 이곳에서 보내는 마지막 해를 낭비하지 않을 거야."
프레드가 애정 어린 눈길로 대연회장을 둘러보았다.
"이곳을 이용해서 시장 조사를 할 생각이니까. 호그와트 학생들이
장난감 가게에서 평균적으로 뭘 사고 싶어 하는지 정확하게 알아내서 그
연구 결과를 조심스럽게 분석한 다음, 소비자의 요구에 딱 들어맞는
상품을 생산해 낼 거야."
"하지만 장난감 가게를 시작할 수 있는 자금은 어디서 구할거지?"
헤르미온느가 회의적인 어조로 물었다.
"제품을 만들려면 온갖 재료와 자재가 필요할 텐데. 물론 가게도 필요할
테고 말이야."
해리는 슬그머니 쌍둥이 형제를 외면했다. 그의 얼굴이 화끈화끈
달아올랐다. 그는 일부러 포크를 바닥에 떨어뜨리고 줍는 척하며 허리를
숙였다. 테이블 위쪽에서 프레드가 말하는 소리가 들렸다.
"헤르미온느, 우리에게 자꾸 이것저것 캐묻지 마, 그러면 너에게
거짓말을 할 수밖에 없으니까 말이야. 어서 가자, 조지. 좀 서두르면,
약초학 시간이 되기 전에 늘어나는 귀를 몇 개 팔 수 있을지 몰라."
해리는 프레드와 조지가 토스트를 한 보따리 집어 들고 걸어가는 것을
보고서야 비로소 테이블 밑에서 나왔다.
"도대체 그게 무슨 소리지?"
헤르미온느가 해리와 론을 번갈아 쳐다보며 물었다.
"우리에게 아무것도 묻지 말라니... 설마 벌서 장난감 가게를 시작할 수
있는 자금을 마련했다는 뜻은 아니겠지?"
"나도 몰라. 나도 그 점이 쭉 궁금했어."
론이 이마를 잔뜩 찌푸렸다.
"올여름에는 형들이 나에게 새 옷까지 한 번 사 주더라고. 도대체 돈이
어디서 났는지 알 수가 없어."
해리는 지금이야말로 이 위험한 주제로부터 어떻게든 대화의 방향을
돌려야 할 때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어쨌든 올해는 정말로 아주 힘든 한 해가 될 것 같지 않니?
시험이 있잖아."
"맞아. 당연히 그렇겠지? O.W.L.은 진짜 중요한 시험인L까 말이야.
앞으로 어떤 직장에 지원을 하든 항상 영향을 미칠 거야. 빌이 그러는데,
올해 말쯤이 되면 우리는 장래 직업에 대한 상담도 받아야 한 대. 그래야
내년에 어떤 N.E.W.T. 시험을 치를지 선택할 수 있으니까 말이야."
"너희들은 호그와트를 졸업한 후에 뭘 하고 싶은지 정했니?"
해리가 두 친구에게 물었다. 이제 그들은 대연회장을 떠나서 마법의
역사 수업이 있는 교실로 향하고 있었다.
"아직. 글쎄... 단 한 가지...."
론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게 뭔데? 어디 말해 봐."
해리가 론을 재촉했다.
"그냥, 오러가 되면 멋질 것 같아서."
론이 별다른 생각 없이 즉흥적으로 대답했다.
"맞아, 멋질 거야."
해리가 열렬히 맞장구를 쳤다.
"그렇지만 오러는 굉장한 엘리트들이야."
론이 말했다.
"너라면 진짜 훌륭한 오러가 될 거야. 넌 어떠니, 헤르미온느?"
"나도 모르겠어. 난 뭔가 대단히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어."
헤르미온느가 대답했다.
"오러야말로 의미 있는 일이야!"
해리가 소리쳤다.
"물론 그렇기는 하지. 하지만 그것만이 의미 있는 일은 아니야."
헤르미온느가 진지하게 대답했다.
"그러니까 S.P.E.W. 를 계속하는 것도 좋을 것 같고...."
그 말을 듣자, 해리와 론은 은근슬쩍 시선을 딴 데로 돌렸다. 마법의
역사 수업은 마법 세계가 고안한 가장 따분한 과목이라는 것이 모든
학생들의 공통된 의견이었다. 유령 선생인 빈스 교수의 목소리는 쌕쌕
바람 새는 소리가 나소 한없이 졸렸다. 그의 강의를 듣고 있으면 누구든
십 분 안에 곯아떨어졌다. 게다가 날씨라도 따뜻한 날이면, 불과 오 분도
안 걸렸다. 하지만 빈스 교수는 수업 방식을 바꾸려는 시도조차 해본 적이
없었다. 학생들이 멍하니 공책을 내려다보거나 졸음에 겨운 눈으로 허공을
바라보고 있는 동안, 일 초도 쉬지 않고 떠들어 댈 뿐이었다. 지금까지
해리와 론은 시험 직전에 헤르미온느의 공책을 허겁지겁 베낌으로써,
아슬아슬하게 이 과목을 통과해 왔다. 빈스 교수 목소리의 초강력 수면
마법에 대항할 수 있는 학생은 오직 헤르미온느 한 사람뿐이었다.
오늘도 그들은 사십오 분 동안 거인 전쟁을 주제로 졸음 고문을 당했다.
해리도 처음 십 분 동안은 다른 선생님이 이 내용을 가르쳤다면 어쩌면 꽤
재미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며 수업을 들었다. 하지만 곧 긴장이
풀리면서 슬슬 딴생각이 났다. 결국 해리는 나머지 삼십오 분 동안 론과
양피지 한쪽 구석에다 낱말 맞추기를 하며 놀았다. 그동안 헤르미온느는
연신 경멸하는 눈초리로 그들을 째려보았다.
"도대체 어떻게 하려고 그러니?"
쉬는 시간이 되어 교실 밖으로 나왔을 때, 헤르미온느가 쌀쌀맞게
따졌다.
"그러다 내가 올해는 너희들에게 공책을 빌려 주지 않겠다고 하면
어떻게 할래?"
"그럼 우리는 O.W.L.에서 떨어지는 거지 뭐...."
론이 중얼거렸다.
"헤르미온느, 네가 양심의 가책을 받아서 그럴 수밖에 없다면...."
"그래, 너희들은 시험에 떨어져도 싸."
헤르미온느가 날카롭게 쏘아붙였다.
"너희들은 선생님 말씀을 들어 볼 생각조차 하지 않잖아. 안그래?"
"우리도 애를 썼어."
론이 변명했다.
"단지 우리는 너만큼 머리가 좋지 못할 뿐이야. 아니면 기억력이
부족하든지 집중력이 부족하든지... 어쨌든 너는 우리보다 훨씬 똑똑하잖아.
그걸 자꾸 상기시켜야 속이 시원하겠니?"
"그런 헛소리 집어치워."
헤르미온느가 말했다. 하지만 비에 젖은 운동장을 향해 걸어가는
헤르미온느의 표정은 훨씬 부드러워져 있었다.
밖에는 옅은 안개비가 내리고 있어서 운동장에 옹기종기 모여 서 있는
사람들의 모습이 흐릿하게 보였다. 해리, 론 그리고 헤르미온느는 빗방울이
뚝뚝 떨어지는 발코니 아래의 한적한 구석으로 몰려갔다. 그리고 9월의
쌀쌀한 바람을 막기 위해 망토 옷깃을 잔뜩 올려 세운 채, 스네이프
교수가 이번 첫 수업 시간에는 그들에게 어떤 실험을 시킬 것인지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어쨌든 그들의 공통된 결론은, 그것이 무엇이든
두 달간의 방학 동안 해이해진 상태를 노리기 위해서라도 아주 어려운
과제가 될 것이란 사실이었다. 그때 누군가 모퉁이를 돌아서 그들에게
다가왔다.
"안녕, 해리!"
초 챙이었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이번에도 초 챙이 혼자라는 것이었다.
그것은 극히 드문 일이었다. 초는 거의 언제나 깔깔 웃고 떠드는
여학생들에게 둘러싸여 있었다. 해리는 초 챙에게 크리스마스 무도회에
함께 가자고 말하기 위해서 그녀와 단둘이 만나기가 얼마나 힘들었는지
아직도 기억하고 있었다.
"안녕."
해리는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 최소한 이번에는 악취수액을
뒤집어쓰고 있는 게 아니라서 다행이다. 해리는 속으로 생각했다. 초도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래, 그때 그건 금방 닦아 냈니?"
"응."
해리는 마치 지난번 그들이 만났을 때의 기억이 창피하기보다는 웃기는
일이라도 되는 것처럼, 어떻게든 미소를 지으려고 애를 썼다.
"그래... 너... 너는 여름방학 잘 보냈니?"
해리는 그 말을 내뱉은 순간, 곧 아파하며 후회했다. 케드릭은 초의 남자
친구였다. 아마 케드릭의 죽음에 대한 기억 때문에 초도 해리만큼이나
방학 내내 괴로워했을 것이다.... 그녀의 얼굴이 약간 딱딱하게 굳어지는 것
같았다. 하지만 초는 가볍게 대답했다.
"아, 잘 지냈어. 너도 알겠지만...."
"그게 토네이도즈 팀 배지니?"
갑자기 론이 초의 가슴을 가리키며 물었다. 거기에는 하늘색 바탕에
황금으로 T자가 새겨진 배지가 꽂혀 있었다.
"그 팀을 응원하는 건 아니겠지?"
"맞아. 난 이 팀을 응원해."
초가 대답했다.
"줄곧 이 팀을 응원했던 거니, 아니면 리그에서 우승하기 시작했을
때부터 응원을 하게 된 거니?"
론이 다시 물었다. 해리는 론의 목소리에 지나치게 힐난하는 듯한
어조가 깔려 있다는 것을 눈치 챘다.
"난 여섯 살 때부터 이 팀을 응원해 왔어."
초가 상냥하게 대답했다.
"어쨌든... 다음에 보자, 해리."
초 챙은 자리를 떠났다. 헤르미온느는 초가 학교 운동장을 반쯤 지나갈
때까지 기다렸다가, 론을 향해 휙 돌아섰다.
"넌 정말 눈치도 없구나!"
"무슨 소리야? 난 그냥 초에게-"
"초 챙이 해리와 단둘이서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 하는 걸 눈치 채지
못했단 말이야?"
"그랬어? 그렇다면 그렇게 하지. 난 굳이 말리지 않았을 텐데-."
"도대체 초 챙이 어떤 퀴디치 팀을 응원하든 네가 왜 따지고 야단이야?"
"따졌다고? 난 따지지 않았어. 난 그저-."
"초 챙이 토네이도즈 팀을 응원하든 말든 무슨 상관이냐고-"
"이봐, 토네이도즈 팀의 배지를 달고 다니는 사람들 중에 절반 이상은
단지 지난 시즌에 그 팀이 우승을 했기 때문에 그 배지를 사서-."
"그게 뭐 어쨌다는 거야?"
"그러니까 그런 사람들은 진정한 팬이 아니라는 거지. 그자들은 그저
인기가 좋고 우세한 쪽에만 달라붙어서-."
"수업 종소리야."
해리가 무관심하게 말했다. 론과 헤르미온느가 어찌나 큰 소리로
떠들었던지 종소리도 잘 들리지 않았던 것이다. 두 사람은 스네이프
교수의 지하 교실로 가는 도중에도 입씨름을 계속했다. 덕분에 해리는
얼마 전 네빌과 론 사이에서 초와 단 이 분간이었지만 대화할 수 있는
행운을 누렸다는 일을 마음껏 회상할 수 있었다. 그것은 이 나라를 떠나고
싶다는 마음을 잊게 하는 기억이었다.
스네이프의 교실 문 밖에 길게 늘어선 학생들 틈에 서서 해리는 다시
생각에 잠겼다. 초 챙은 일부러 다가와 그에게 말을 걸었다. 그렇지
않은가? 초 챙은 케드릭의 여자 친구였다. 그러므로 케드릭이 죽었을 때,
혼자 살아서 트리위저드 미로에서 빠져나온 해리를 미워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여전히 너무나 다정한 태도로 그에게 말을 걸었다. 그가
미쳤다거나 거짓말을 한다거나 혹은 케드릭의 죽음에 대해 어떤 식으로든
책임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고.... 그래, 초 챙은 분명히 그에게 다가와서
말을 걸었다. 그것도 이틀 동안 두 번이나....
이 생각을 하자, 해리는 갑자기 기운이 솟았다. 스네이프 교수의 지하
교실 문이 삐걱거리며 열리는 기분 나쁜 소리조차, 해리의 가슴에서 퐁퐁
솟아나는 작은 희망의 물방울을 터뜨릴 순 없었다. 해리는 론과
헤르미온느의 뒤를 따라서 줄지어 교실로 들어갔다. 그리고 늘 앉던 교실
뒷좌석으로 향했다. 해리는 양쪽에서 들려오는 짜증스럽고 신경질적인
목소리에도 전혀 아랑곳하지 않았다.
"모두 자리에 앉아라."
스네이프 교수가 교실 문을 닫으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굳이 그런 지시를 내릴 필요가 없었다. 교실 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리자마자, 일제히 입을 다물고 제자리에서 꼼짝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오늘 수업을 시작하기 전에 먼저 이번 6월에 중요한 시험이 있을
것이라는 사실을 여러분에게 알려 주는 게 좋을 것 같다."
스네이프는 교탁으로 다가가서 전체 학생들을 빙 둘러보았다.
"그 시험에서 너희들이 마법약의 사용법과 제조에 대해 얼마나 많은
것을 배웠는지 증명하게 될 것이다. 이 교실에도 저능아들이 몇 명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난 여러분이 턱걸이를 해서라도 O.W.L.을 통과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그렇지 않으면 내게 불쾌한 일을 당하게 될 것이다...."
스네이프의 시선이 한동안 네빌에게 머물렀다. 그는 침을 꿀꺽 삼켰다.
"물론 올해가 지나면, 너희들 중의 상당수가 더 이상 나와 공부할 수
없게 될 것이다."
스네이프가 계속 말을 이었다.
"나는 가장 뛰어난 학생들만 나의 N.E.W.T. 마법약 수업에 들어오게 할
것이다. 이 말은 너희들 중에 몇 명은 분명히 작별 인사를 해야 한다는
뜻이지."
스네이프의 시선이 해리에게 향하자, 그의 입술이 삐뚤어졌다. 해리는
똑바로 그를 마주 보았다. 5학년이 지나면 마법약 수업을 듣지 않을 수
있다고 생각하니, 너무나 기뻤다.
"하지만 행복한 작별의 순간이 오기 전까지 우리는 다시 한해를 함께
보내야만 한다."
스네이프가 부드럽게 말했다.
"그러므로 N.E.W.T.에 도전할 생각이 있든 없든 간에, 너희들 모두 내가
O.W.L. 학생들에게 기대하는 높은 수준의 합격 점수를 받을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기울이도록."
"오늘은 표준 마법사 수준 시험에 종종 출제되는 마법약을 혼합해
보도록 하겠다. 바로 진정 물약이다. 불안한 마음을 가라앉히고 초조감을
사라지게 하는 약기지. 하지만 주의해라. 만약 약 재료들이 너무 많이 섞게
되면, 그 약을 먹는 사람은 때때로 다시는 깨어날 수 없는 깊은 잠에 빠질
수도 있다. 그러므로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 대해서 정신을 바싹 차려야만
할 것이다."
이 말을 듣자, 해리의 왼쪽에 앉아 있던 헤르미온느가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앉았다. 그녀의 얼굴에는 결연한 표정이 떠 올랐다.
"재료와 방법은 칠판에 적혀 있다."
스네이프가 지팡이를 휘두르자 칠판에 글씨가 나타났다.
"필요한 것은 모두-(스네이프가 다시 지팡이를 휘둘렀다.)-찬장 선반에
있다.(그 순간 찬장 문이 활짝 열렸다.) 너희들에게 주어진 시간은 한 시간
반이다.... 시작."
해리와 론, 헤르미온느가 예상했던 대로, 스네이프는 가장 까다롭고
성가신 마법약을 과제로 내주었다. 모든 재료를 정확한 순서에 따라서
정확한 분량만큼 냄비에 넣어야만 했다. 그리고 그 혼합물을 정확한
횟수만큼, 처음에는 시계 방향으로 그 다음에는 시계 반대 방향으로 저어
주어야만 했다. 그뿐만 아니라, 약이 끊기 시작하면 마지막 재료를 넣기
전에 몇 분 동안 적당한 수준까지 정확하게 불의 세기를 조절해야만 했다.
"이제 마법약에서 옅은 은색 김이 올라야만 한다."
십 분이 남았을 때, 스네이프가 소리쳤다.
땀을 뻘뻘 흘리고 있던 해리는 절박한 표정으로 지하 교실을
둘러보았다. 그의 냄비에서는 짙은 회색 연기가 뭉게뭉게 피어나고 있었던
것이다. 론의 냄비에서는 초록색 불꽃이 튀고 있었다. 한편 시무스는
지팡이 끝으로 자꾸 꺼지려고 하는 불길을 열심히 쑤시고 있었다.
반면헤 헤르미온느의 마법약에서는 은색 김이 모락모락 피어나고
있었다. 그 옆을 지나가던 스네이프는 아무런 말도 없이 매부리코를 향해
시선을 내리깔고 바라보기만 했다. 그것은 흠잡을 데가 한 군데도 없다는
뜻이었다.
하지만 해리의 냄비 앞에 이르자, 스네이프는 우뚝 걸음을 멈추고
무시무시한 미소를 반면에 지으며 해리를 내려다보았다.
"포터, 도대체 뭘 만든 거지?"
교실 앞자리에 있던 슬리데린 학생들이 흥미진진한 얼굴로 돌아보았다.
스네이프가 해리를 못살게 구는 소리를 듣는 것이야말로 그들의 가장 큰
기쁨이었던 것이다.
"진정 물약입니다."
해리가 잔뜩 긴장해서 대답했다.
"포터, 대답해 봐라. 너 글은 읽을 줄 아니?"
스네이프가 조용히 물었다. 그러자 드레이코 말포이가 큰 소리로 웃음을
터뜨렸다.
"예, 압니다."
해리가 지팡이를 꽉 움켜쥐며 대답했다.
"포터, 나를 위해서 세 번째 줄에 적힌 지시 사항을 읽어 주겠니?"
해리가 칠판을 열심히 바라보았다. 온갖 색깔의 수증기가 지하 교실을
가득 메우고 있었기 때문에 칠판에 적힌 지시 사항을 읽기란 쉽지 않았다.
"월장석 가루를 섞은 다음, 시계 반대 방향으로 세 번 휘젓는다. 그리고
칠 분 동안 끓인 후에 크리스마스 로즈 시럽 두 방울을 떨어뜨린다."
해리는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크리스마스 로즈 시럽을 넣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마법약을 칠 분 동안 끓인 후에 곧장 네 번째 지시 사항으로
건너뛴 것이다.
"포터, 세 번째 지시 사항을 빠짐없이 그대로 했나?"
"아니요."
해리가 힘없이 대답했다.
"뭐라고?"
"아닙니다."
해리가 좀더 큰 소리로 대답했다.
"크리스마스 로즈를 잊어버렸어요...."
"포터, 네가 그럴 줄 알았다. 결국 네가 만든 이건 아무런 쓸모도 없어.
에바네스코!"
순간 해리가 만든 마법약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해리는 텅빈 냄비 옆에
멍하니 서 있었다.
"너희들 중에 지시 사항을 제대로 읽은 사람은 자신이 만든 마법약을
약병에 담은 다음, 자신의 이름을 분명하게 써 붙여서 내 책상으로
가져와라. 이제부터 시험해 보겠다."
스네이프가 말했다.
"숙제를 내주겠다. 월장석의 성분과 마법약을 만드는 데 쓰이는
사용법에 대해 양피지 30센티미터 분량만큼 써서 목요일에 제출하도록."
해리는 주위에 있는 모든 학생들이 약병을 채우느라 부산한 가운데,
해리는 혼자서 속을 끓이며 자기 물건들을 주섬주섬 챙겼다. 사실 론의
마법약도 그의 것보다 더 나을 것이 없었다. 심지어 론의 마법약은 달걀
썩는 듯한 악취까지 풍기고 있었다. 그런가 하면 네빌의 마법약은 막 섞어
놓은 시멘트처럼 단단해서, 그걸 냄비에서 후벼 파내느라 쩔쩔매고 있었다.
그러나 해리는 오늘 수업에서 빵점을 맞을 것이 분명했다. 그는 가방
속에 지팡이를 다시 쑤셔 넣고 자기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그리고
마법약을 채워 코르크 마개로 막은 병을 든채, 스네이프의 책상 앞으로
줄지어 나가는 학생들을 지켜보았다.
마침내 수업이 끝나는 종이 울리자, 해리는 제일 먼저 지하 교실을
뛰쳐나왔다. 그리고 헤르미온느와 론이 대연회장으로 해리를 찾아왔을 때
그는 이미 점심 식사를 시작하고 있었다. 오전 내내 천장은 훨씬 더
어두운 회색으로 변했다. 빗줄기가 높은 유리창을 세차게 때리고 있었다.
"정말 불공평한 처사였어."
헤르미온느가 해리 옆에 앉으며 그를 위로했다. 그리고 세퍼드
파이(다진 양고기와 으깬 감자를 오븐에 구워 낸 것: 역주)를 한 입 베어
물었다.
"사실 네가 만든 마법약보다 고일의 마법약이 훨씬 더 형편 없었어.
고일이 마법약을 벽에 덜었을 때, 병이 박살 나면서 옷자락에 불이
붙었다니까."
"그래. 언제 스네이프가 나를 공평하게 대해 준 적이 있었니?"
해리가 자신의 접시를 노려보며 말했다.
두 사람 모두 아무런 대답을 하지 못했다. 해리가 호그와트에 처음 발을
들여놓은 그 순간부터 스네이프와 해리는 철천지 원수지간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도 올해는 좀 나아질 줄 알았어."
헤르미온느가 실망스럽다는 듯이 말했다.
"내 말은... 그러니까...."
헤르미온느는 조심스럽게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들 양옆 자리는 비어
있었고 테이블 근처를 지나가는 사람도 아무도 없었다.
"이제 그는 기사단의 일원이잖아."
"독버섯은 제 색깔을 바꾸지 못하는 법이지."
론이 유식한 척했다.
"어쨌든 나는 덤블도어 교수님이 스네이프를 믿다가, 언젠가는 한 번
발등 찍힐 거라고 항상 생각했어. 도대체 스네이프가 그 사람을 위해서
일하는 걸 정말로 그만두었다는 증거가 어디있지?"
"아마 덤블도어 교수님은 많은 증거를 가지고 계실 거야. 너랑 그
증거를 함께 나누시지는 않겠지만, 론."
헤르미온느가 핀잔을 주었다.
"오, 제발 너희 두 사람, 그만 입 좀 다물어."
론이 반격하려고 입을 여는 순간, 해리가 우울하게 소리쳤다. 론과
헤르미온느는 뚱하게 화가 난 표정으로 꼼짝하지 않았다.
"싸움도 쉬어 가면서 할 수 없니? 너희들은 항상 서로 못 잡아먹어서
안달이더라. 정말 너희 때문에 미치겠어."
해리는 셰퍼드 파이를 탁 내려놓고 가방을 어깨에 둘러메더니, 두사람을
자리에 남겨 두고 떠나 버렸다.
해리는 대리석 계단을 한 번에 두 칸씩 성큼성큼 뛰어올랐다. 많은
학생들이 점심을 먹기 위해 서둘러 내려가고 있었다. 갑자기 치솟은
분노의 불길은 좀처럼 꺼지지 않았다. 충격을 받아 어리벙벙한 론과
헤르미온느의 얼굴을 떠올리자, 마음이 흡족했다.
그들은 그런 대접을 받아도 싸. 해리는 생각했다. 왜 그 애들은 잠시도
쉬지 않고 싸우는 걸까? 그건 누구든 참을 수 없을 거야....
해리는 기사 캐도간 경의 커다란 그림 앞을 무심코 지나쳤다. 그러자
캔도간 경은 잔뜩 화가 나서 칼을 빼 들고 해리를 향해 맹렬하게
휘둘렀다. 하지만 해리는 그를 완전히 무시했다.
"돌아와라, 이 비열한 개야. 당당히 나와 겨루자!"
투구를 쓴 캐도간 경이 웅얼웅얼 소리쳤다. 하지만 해리는 계속 걷기만
했다. 마침내 캐도간 경은 옆에 있는 그림 속으로 뛰어 들어가서 해리를
쫓아가려고 했지만, 덩치 크고 사납게 생긴 늑대 사냥개에게 그만
쫓겨나고 말았다.
해리는 북쪽 탑 꼭대기의 뚜껑문 밑에 혼자 앉아서 남은 시간을 보냈다.
결국 수업 종이 울렸을 때, 은 사다리를 타고 사이빌 트릴로니 교수의
교실 안으로 제일 먼저 들어간 사람은 해리였다.
점술은 해리가 마법약 수업 다음으로 가장 싫어하는 과목이었다. 그것은
순전히 트릴로니 교수가 수업 시간마다 습관처럼 그의 때 이른 죽음을
예언하기 때문이었다. 눈이 커다랗게 보이는 돋보기를 쓴 채, 온몸에 숄을
칭칭 두르고 반짝이는 구슬 목걸이를 주렁주렁 목에 건 이 호리호리한
여인을 보면, 해리는 항상 벌레가 떠올랐다.
해리가 교실 안으로 들어갔을 때, 트릴로니 교수는 방 안 여기저기에
어지럽게 흩어져 있는 작고 긴 책상들 위에 너덜너덜한 가죽 장정의
책들을 하나씩 올려놓느라 부산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덮개를 씌운
등잔불과 역한 냄새를 풍기는 작은 장작불이 너무 어두웠기 때문에,
트릴로니 교수는 해리가 들어온 것도 알아채지 못하는 것 같았다. 해리는
구석진 자리에 가서 앉았다. 오 분이 지나자, 다른 학생들이 도착했다.
뚜껑문을 열고 나타난 론은 조심스럽게 주위를 살펴보더니 해리를
발견하고 곧장 그를 향해 다가왔다. 아니, 사실은 사방에 흩어진 책상과
의자, 터질 듯한 쿠션들 사이를 요리조리 피해서 돌아와야만 했다.
"헤르미온느와 나는 더 이상 싸우지 않기로 했어."
론이 해리 옆에 앉으며 말했다.
"잘됐구나."
해리가 퉁명스럽게 대꾸했다.
"하지만 헤르미온느는 너도 우리에게 더 이상 화를 내지 말았으면
좋겠다고 말했어."
론이 말했다.
"난 화를 내지 않았-"
"난 그저 말을 전달했을 뿐이야."
론이 그의 말을 가로막았다.
"하지만 나도 헤르미온느의 말이 옳다고 생각해. 시무스나 스네이프가
너를 어떻게 대하든 그건 우리 잘못이 아니야."
"난 결코-"
"안녕."
트릴로니 교수가 평소처럼 꿈꾸는 듯이 몽롱한 목소리로 인사를 했다.
해리는 그만 입을 다물었다. 왠지 짜증스럽기도 하고, 자기 자신에 대해서
부끄럽기도 했다.
"점술 수업에 들어온 것을 환영한다. 나는 물론 방학 동안에도 너희들의
운명을 주의 깊게 관찰하고 있었단다. 그리고 너희들 모두 무사히
호그와트로 돌아온 것을 보니 무척 기쁘구나. 물론 나는 그럴 줄 알고
있었지만 말이다. 너희들 책상 위에 이니고 이마고가 쓴 <꿈의
신탁>이라는 책이 놓여 있을 것이다. 꿈을 해석하는 일은 미래를 예언하는
데 가장 중요한 방법이란다. 그리고 아마 너희들이 볼 O.W.L..에도 출제가
될 것이다. 물론 점술이라는 신성한 능력에 비하면, 시험에 붙고 떨어지는
일은 너무나 하찮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만약 너희들이 미래를 예견하는
눈을 가지게 된다면, 성적이니 학위니 하는 것은 아무 문제도 되지
않는단다. 하지만 교장 선생님께서는 너희들이 시험을 치르길 원하시니,
그럼...."
트릴로니 교수의 목소리가 우아하게 여운을 남기며 울려 퍼졌다. 그녀는
시험 같은 세속적인 문제보다도 자신의 과목이 훨신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틀림없었다.
"먼저 머리말을 펴거라. 그리고 이마고가 꿈 해석의 문제에 대해서
뭐라고 말하는지 읽어 보자꾸나. 그리고 짝을 지어서, <꿈의 신탁>을
이용해 상대방이 가장 최근에 꾼 꿈을 해석해 보도록 하자."
이 수업에서 딱 한 가지 좋은 점은 두 시간짜리가 아니라는 것이었다.
책의 머리말을 다 읽고 나자, 꿈을 해석할 시간은 거의 십 분밖에 남지
않았다. 해리와 론이 앉은 옆 자리에는 딘이 네빌과 짝을 지어 앉았다.
네빌은 즉시 커다란 가위가 할머니의 가장 좋은 모자를 쓰고 있었다는
내용의 악몽에 대해서 주절주절 이야기를 늘어놓기 시작했다. 하지만
해리와 론은 그저 서로를 멀뚱히 바라볼 뿐이었다.
"나는 기억나는 꿈이 하나도 없어."
론이 말했다.
"네가 먼저 말해 봐."
"한 가지 정도는 기억이 날 거야.'
해리가 짜증스럽게 말했다. 그는 어느 누구에게도 자신의 꿈을 말하지
않을 작정이었다. 자신이 되풀이해서 꾸는 묘지에 대한 악몽이 무엇을
뜻하는지 너무나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론이나 트릴로니 교수나 저
멍청한 <꿈의 신탁>에게 굳이 물어볼 필요도 없었다....
"글세, 지난밤에는 퀴디치 시합을 하는 꿈을 꿨어."
론은 꿈을 기억하려고 잔뜩 얼굴을 찌푸렸다.
"그게 무슨 의미인 것 같니?
"아마도 넌 커다란 마시멜로나 뭐 그런 걸 먹게 될 것 같아."
해리는 무심하게 <꿈의 신탁>을 넘기면서 아무렇게나 설명했다.
<꿈의 신탁>에 나온 꿈들을 살펴보는 것은 시시하기 짝이 없엇다.
트릴로니 교수가 한 달 동안 꿈 일기를 적어 오라는 숙제를 내주었을
때에도, 해리는 전혀 기쁘지 않았다. 종이 울리고, 다시 사다리를 타고
내려오면서 론은 큰 소리로 투덜거렸다.
"벌써 숙제가 얼마나 많은지 아니? 빈스 교스는 거인 전쟁에 대해서
장문의 작문을 써 오라고 하질 않나, 스네이프 교수는 월장석의 사용법에
대해서 기나긴 보고서를 써 오라고 하더니 이젠 트릴로니 교수까지 한 달
동안 꿈 일기를 써 오라고 하니! O.W.L. 학년에 대해서 프레드와 조지가
한 말이 하나도 틀리지 않았어, 안 그래? 엄브릿지 그 여자는 아무 숙제도
내주지 말아야...."
그들이 어둠의 마법 방어술 교실로 들어갔을 때, 엄브릿지 교수는 이미
교탁 앞에 앉아 있었다. 머리에는 검을 벨벳 머리띠를 두르고 여전히
보풀이 인 분홍색 카디건을 걸치고 있었다. 해리는 또다시 커다란 두꺼비
머리 위에 멍청하게 앉아 있는 왕파리가 떠올랐다.
학생들이 다 들어오자, 교실 안이 조용해졌다. 엄브릿지 교수의 성격에
대해서는 아직 아무것도 알려진 바가 없었다. 그러므로 어느 누구도
그녀가 얼마나 엄한 선생님인지 알지 못했다.
"여러분, 안녕하세요!"
마침내 학생들이 모두 자리에 앉자, 엄브릿지 교수가 입을 열었다.
몇몇 학생들이 우물쭈물 대답했다.
"안녕하세요."
"쯧쯧"
엄브릿지 교수가 혀를 찼다.
"그러면 안 되죠, 안 그래요? 나는 여러분들이 '안녕하세요, 엄브릿지
교수님!' 이라고 씩씩하게 대답해 주길 원해요. 그럼 다시 한 번 해봐요,
안녕하세요, 여러분!"
"안녕하세요, 엄브릿지 교수님!"
학생들이 입을 모아 대답했다.
"이제 됐어요. 별로 어렵지 않죠? 그럼 지팡이를 치우고 깃펜을
꺼내도록 해요."
엄브릿지 교수가 상냥하게 말했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불길한 표정을
지었다. '지팡이를 치워라'라고 말하는 수업이 재미있었던 적은 단 한 번도
엇었기 때문이었다. 해리는 지팡이를 가방 안에 넣고 깃펜과 잉크와
양피지를 꺼내 들었다. 엄브릿지 교수는 손가방을 열더니 비정상적으로
짧은 지팡이를 꺼냈다. 그리고 지팡이로 칠판을 톡톡 두드리자, 칠판에
글씨가 나타났다.
어둠의 마법 방어술
기본 원리로 돌아가기
"지금까지 여러분은 이 과목에 대해서 다소 산만하고 산발적으로 배워
왔죠, 안 그런가요?"
엄브릿지 교수가 두 손을 가지런히 마주 잡고 학생들을 향해 돌아서며
말했다.
"계속 선생님이 바뀐 데다, 대부분은 마법부에서 인정한 교과 과정을
전혀 준수하지 않은 것 같더군요. 그 결과 여러분들은 불행하게도 O.W.L.
학년에게 요구되는 수준에 한참 미달 되어 있어요. 하지만 이제 그런
문제점들이 개선될 테니 염려하지 말아요. 올해에는 철저하게 계획적이고
이론 중심의, 마법부 인증 방어술 교육 과정을 따를 겁니다. 이제부터 받아
적으세요."
엄브릿지 교수는 다시 칠판을 톡톡 두드렸다. 첫 번째 내용이 사라지고
다른 글씨가 나타났다.
교과 목표
1. 방어술의 원리를 이해한다.
2. 방어술이 합법적으로 사용될 수 있는 상황을 파악하는 법을 배운다.
3. 방어술을 실제에 적용해 본다.
잠깐 동안 교실 안은 양피지가 깃펜에 긁히는 소리로 가득 찼다.
모두들 엄브릿지 교수의 3대 교과 목표를 베껴 쓰고 나자, 엄브릿지
교수가 다시 입을 열었다.
"모두들 윌버트 슬링크하드가 쓴 <방어 마법 이론> 책을 가져왔죠?"
학생들이 웅성웅성 대답했다.
"우리, 다시 한 번 해봐요. 내가 여러분에게 무슨 질문을 하면, 여러분은
'네, 엄브릿지 교수님!'이라고 대답하거나 아니면, '아니요, 엄브릿지
교수님!'이라고 대답하는 거예요. 그럼, 여러분이 모두 윌버트 슬링크하드가
쓴 <방어 마법 이론> 책을 가져왔죠?"
"네, 엄브릿지 교수님!"
교실 안이 쩌렁쩌렁 울렸다.
"좋아요."
엄브릿지 교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5페이지를 펴서 1장 '초보자를 위한 기초'를 읽어 보도록 합시다.
말은 필요 없을 거예요."
엄브릿지 교수는 칠판에서 멀어져 교탁에 놓인 자기 의자에 가 앉았다.
그리고 두꺼비처럼 툭 튀어나온 눈으로 학생들을 하나하나 관찰했다.
해리는 <방어 마법 이론>의 5페이지를 펴서 읽기 시작했다.
그 책은 거의 빈스 교수의 강의를 듣는 것만큼이나 엄청 지루하고
따분했다. 해리는 자꾸만 딴생각이 들었다. 같은 줄을 여섯 번이나 계속
읽으면서도 처음 몇 글자에서 더 이상 진도가 나가지 않았다. 침묵 속에서
몇 분이 흘렀다. 그의 옆 자리에 앉은 론은 멍하니 똑같은 부분을
내려다보면서, 손으로는 깃펜을 돌리고 있었다. 슬쩍 오른쪽을 돌아본
해리는 깜짝 놀라서 잠이 후딱 달아나 버렸다. 헤르미온느가 <방어 마법
이론>을 펴지도 않고 달아나 버렸다. 그녀는 손을 번쩍 치켜든 채,
엄브릿지 교수를 뚫어져라 노려보고 있었다.
해리는 헤르미온느가 선생님이 시키는 책을 읽지 않고 딴 짓을 하는
모습을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심지어 자기 앞에 놓인 책은 무엇이든
일단 열어 보지 않고 넘어가는 법이 없었다. 그러므로 해리는 무슨
일이냐는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헤르미온느는 고개를 살짝
저으며 대답하지 않겠다는 뜻을 나타냈다. 그리고 계속해서 엄브릿지
교수를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하지만 엄브릿지는 다른 쪽을 열심히
바라보고 있었다.
다시 몇 분이 흘렀다. 이제 헤르미온느의 행동을 눈치 챈 사람은
해리만이 아니었다. 읽으라는 책이 너무나 지루했기 때문에, 점점 더 많은
학생들이 '초보자를 위한 기초'와 씨름하기보다는 차라리 엄브릿지 교수와
시선을 마주치기 위해 말없이 노력하는 헤르미온느를 지켜보는 편을
택했다.
마침내 반이 넘는 학생들이 책이 아니라 헤르미온느를 쳐다보고 있자,
엄브릿지 교수도 더 이상 이 사태를 방치할 수 없다고 결심한 것 같았다.
"이 장에 대해서 뭔가 질문할 게 있나요?"
엄브릿지 교수는 마치 방금 번에야 그녀를 알아챈 듯이 헤르미온느에게
물었다.
"이 장에 대해서는 아무 질문도 없습니다."
헤르미온느가 대답했다.
"그러면 지금은 그냥 책을 읽도록 하죠."
엄브릿지 교수가 작고 뾰족한 이를 드러내며 말했다.
"만약 다른 질문이 있다면, 수업이 끝난 다음에 함께 이야기를 나누도록
해요."
"저는 교수님의 교과 목표에 대해 질문이 있습니다."
헤르미온느가 말했다.
순간 엄브릿지 교수의 눈썹이 올라갔다.
"학생 이름이-"
"헤르미온느 그레인저입니다."
헤르미온느가 대답했다.
"좋아요, 그레인저 양. 하지만 주의 깊게 잘 읽어 보기만 하면, 이 교과
목표의 내용은 아주 명백하다고 생각하는데...."
엄브릿지 교수는 상냥하게 대하기로 결연하게 다짐한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글세요, 전 이해가 안 가는데요."
헤르미온느가 퉁명스럽게 말했다.
"저기에는 방어 마법을 사용하는 법에 대해서는 단 한마디도 쓰여 있지
않습니다."
잠깐 동안 침묵이 흘렀다. 교실 안에 있던 수많은 학생들은 고개를
돌리고 칠판 위에 쓰여 있는 세 가지 교과 목표를 새삼스럽게 바라보았다.
"방어 마법을 사용하는 법이라고?"
엄브릿지 교수가 약간 웃긴다는 듯이 그녀의 말을 따라했다.
"도대체 우리 교실에서 학생이 방어 마법을 사용해야 할 어떤 상황이
일어날 수 있는지 도통 상상이 안 가는군요. 그레인저 양, 학생은 수업
시간 중에 정말로 공격을 받을 거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죠?"
"우리는 마법을 사용하지 않을 건가요?"
론이 느닷없이 큰 소리로 외쳤다.
"내 교실에서 할 말이 있는 학생은 손을 들도록 해요. 학생은-?"
"위즐리입니다."
론이 손을 번쩍 들면서 말했다. 엄브릿지 교수는 더욱더 활짝 미소를
지으며 그에게로 돌아섰다. 그 순간 해리와 헤르미온느가 동시에 손을
들었다. 엄브릿지 교수의 툭 튀어나온 눈이 잠깐 해리에게 머물더니,
헤르미온느를 지적했다.
"그레인저 양? 또 질문이 있나요?"
"네, 어둠의 마법 방어술 수업의 전체 목표는 방어술의 실제적인 사용이
아닌가요?"
헤르미온느가 물었다.
"학생이 마법부에서 훈련받은 교육 전문가인가요, 그레인저양?"
엄브릿지 교수가 꾸며낸 듯한 상냥한 목소리로 말했다.
"아닙니다, 하지만-"
"그렇다면 학생은 어떤 수업의 전체 목표를 결정할 자격은 없는 것
같군요. 학생보다 훨씬 더 연륜이 깊고 현명하신 마법사들이 우리의
새로운 교과 과정을 만드셨어요. 그러니 여러분들은 안전하고 위험하지
않은 마법의 방어술을 배우게 될 겁니다."
"그게 무슨 소용이 있죠?"
해리가 큰 소리로 물었다.
"공격을 받았을 때, 위험하지도 않고-"
"포터 군, 손을 들어요!"
엄브릿지 교수가 낭랑한 목소리로 말했다.
해리가 손을 번쩍 들었다. 엄브릿지 교수는 재빨리 그에게서 등을
돌렸지만, 이번에는 다른 몇몇 학생들이 손을 들었다.
"학생의 이름은?"
엄브릿지가 딘에게 말을 걸었다.
"딘 토마스입니다."
"그래요, 토마스 군?"
"해리 말이 맞지 않나요? 우리가 만약 공격을 받는다면, 위험을 피할
수는 없을 거예요."
"다시 한 번 말하겠어요."
엄브릿지 교수가 매우 짜증스러운 태도로 딘을 향해 미소를 지었다.
"학생은 내 수업 시간에 공격을 받을 거라고 생각하나요?"
"아니요, 하지만-"
엄브릿지 교수가 그의 말을 가로막았다.
"나는 이 학교가 매사를 이런 식으로 운영하는 것에 대해서 뭐라고
비판하고 싶지 않아요."
엄브릿지 교수는 커다란 입을 활짝 벌리며 억지 웃음을 지었다.
"하지만 여러분들은 이 수업 시간에 몇몇 무책임한 마법사들에게
노출되어 왔습니다. 아주 무책임했어요. 대단히 위험한 잡종은 말할 것도
없고 말이죠."
엄브릿지 교수가 심술궂게 웃었다. 그러자 딘 토마스가 화가 나서
목청을 높였다.
"루핀 교수님을 말씀하시는 거라면, 그분은 우리가 만난 선생님들
중에서 가장 훌륭-"
"토마스, 손을 들어요! 방금 말한 것처럼, 여러분들은 지금까지 여러분
나이에 걸맞지 않은 복잡하고 대단히 치명적일 수도 있는 주문들을 배워
왔어요. 그래서 겁에 질린 나머지, 언젠가는 어둠의 마법에 공격을
당할지도 모른다고 믿게 된 것이죠."
"그렇지 않아요. 우린 단지-"
헤르미온느가 말을 꺼냈다.
"손을 들지 않았군요, 헤르미온느 양!"
헤르미온느는 재빨리 손을 들었지만, 엄브릿지 교수는 그녀를 외면했다.
"제가 이해한 바에 따르면, 저의 전임자는 여러분들 앞에서 불법적인
저주들을 사용했을 뿐만 아니라, 실제로 여러분들에게 저주를
사용하기도-"
"그 사람은 결국 정신이상자로 판명되지 않았나요?"
딘 토마스가 열띤 어조로 말했다.
"제 말 좀 들어보세요. 우리는 여전히 많은 걸 배웠고-"
"손을 들어요, 토마스 군!"
엄브릿지 교수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여러분들이 시험을 통과하는 데에는 이론적 지식만 있으면 충분하다는
것이 마법부의 견해입니다. 그것이 학교가 있는 이유죠. 그리고 학생의
이름은 뭐죠?"
엄브릿지가 방금 손을 든 패르바티를 바라보며 물었다.
"패르바티 패틸입니다. 그럼, 어둠의 마법 방어술 O.W.L.에는 실전
시험이 전혀 없나요? 우리는 실제로 저주를 막아 내는 마법이나 뭐 그런
걸 해야 하는 줄 알고 있었는데요."
"열심히 이론 공부를 충분히 한다면, 통제를 받는 시험장에서
조심스럽게 주문을 행하지 못할 이유가 전혀 없어요."
엄브릿지 교수가 거만하게 말했다.
"그 전에 연습도 한 번 해보지 않고 말인가요?"
패르바티가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물었다.
"설마 저희더러 시험장에 가서 처음으로 주문을 써 보라고 말씀하시는
건 아니시겠죠?"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이론 공부를 열심히 한다면-"
"현실 세계에서 이론이 무슨 소용이 있죠?"
해리가 또다시 주먹을 높이 치켜들며 소리쳤다.
엄브릿지 교수가 고개를 쳐들었다.
"포터 군, 여기는 학교예요. 현실 세계가 아니에요."
엄브릿지 교수가 부드럽게 말했다.
"그러니까 현실 세계로 나갈 준비를 하지 말라는 건가요?"
"거기에서 기다리고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어요, 포터 군."
"아, 그래요?"
하루 종일 마음속 깊은 곳에서 부글부글 끓고 있었던 그의 분노가 이제
거의 폭발 직전에 이르렀다.
"여러분 같은 어린아이들은 누가 공격할 거라고 생각하는 거죠?"
엄브릿지 교수가 끔찍하게 애교가 철철 넘치는 목소리로 물었다.
"음...예를 들면..."
해리가 마치 굉장히 사려 깊은 듯한 시늉을 했다.
"볼드모트 경?"
론이 입을 딱 벌렸다. 라벤더 부라운은 약한 비명을 질렀고, 네빌은
의자에서 옆으로 미끄러졌다. 하지만 엄브릿지 교수는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았다. 그녀는 몹시 만족스런 표정으로 해리를 가만히 응시했다.
"포터 군, 그리핀도르에 10점 감점입니다."
교실 전체가 숨죽인 듯이 고요했다. 모두들 엄브릿지와 해리를 번갈아
쳐다보고 있었다.
"이제 몇 가지 사실을 분명하게 밝혀 보도록 하죠."
엄브릿지 교수는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뭉툭한 손가락을 쫙 펴서 교탁을
짚고 아이들을 향해 몸을 숙였다.
"여러분들은 어떤 어둠의 마법사가 죽음으로부터 돌아왔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거예요."
"그자는 죽지 않았어요! 하지만 그래요, 돌아왔어요!"
해리가 흥분해서 소리쳤다.
"포터 군, 학생 때문에 이미 학생의 기숙사는 10점이나 깎였어요. 그러니
더 이상 문제를 악화시키지 말도록 해요."
엄브릿지 교수는 그를 쳐다보지도 않은 채, 단숨에 말했다.
"방금 말했던 것처럼, 여러분들은 어떤 어둠의 마법사가 다시
돌아왔다는 말을 들었을 거예요. 그건 거짓말이에요."
"그건 거짓말이 아니에요! 난 그자를 봤어요. 그자와 싸우기까지
했어요!"
해리가 소리쳤다.
"포터 군, 벌로 방과 후 나머지 공부를 받도록 해요! 내일 저녁 다섯 시,
내 방으로 와요."
엄브릿지 교수는 의기양양하게 선언했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그건 거짓말이에요. 마법부는 여러분들이 절대
어떤 어둠의 마법사로부터도 위협을 받고 있지 않다는 것을 보장합니다.
만약 그래도 걱정이 된다면, 언제든지 수업 시간 이외에 나를 찾아와서
만나도록 해요. 누군가 부활한 어둠의 마법사에 대해서 여러분에게
거짓말을 한다면, 나에게 알려 주세요. 나는 여러분을 돕기 위해서 이
자리에 있어요. 나는 여러분의 친구랍니다. 자, 이제 계속해서 책을 읽도록
하세요. 5페이지. '초보자를 위한 기초' 장입니다."
엄브릿지 교수는 다시 교탁 앞에 앉았다. 하지만 해리는 계속 서 있었다.
그리고 모두들 그를 쳐다보았다. 시무스는 반쯤은 겁에 질리고, 반쯤은
감동한 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해리, 안 돼!"
헤르미온느는 작은 목소리로 경고하며 그이 소매를 잡아당겼다. 하지만
해리는 그녀의 손을 뿌리쳤다.
"교수님 말씀에 따르자면, 케드릭 디고리도 저절로 죽었단 말인가요?"
해리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순간 학생들 전체가 다 함께 숨을
멈추었다. 론과 헤르미온느를 제외하면, 그들 중에 어느 누구도 케드릭이
죽은 그날 밤의 일에 대해서 해리가 말하는 것을 들어 본 적이 없었던
것이다. 학생들은 해리와 엄브릿지 교수를 번갈아 쳐다보았다. 교수는 눈을
치켜뜨고 그를 노려보았다. 그녀의 얼굴에서 억지로 꾸민 듯한 미소가 싹
사라졌다.
"케드릭 디고리의 죽음은 비극적인 사건입니다."
엄브릿지는 차갑게 말했다.
"그건 살인이었어요."
해리는 온몸이 부들부들 떨리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어느 누구에게도
이 일에 대해서 이야기한 적이 거의 없었다. 특히 지금 열심히 듣고 있는
서른 명의 반 친구들에게는 절대로 이야기한 적이 없었다.
"볼드모트가 그를 죽였어요. 교수님도 아시잖아요."
엄브릿지 교수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 잠깐 동안 해리는 그녀가
비명을 질러 대지나 않을까 생각했다. 하지만 엄브릿지 교수는 그 어느
때보다도 상냥한 목소리로, 더욱도 소녀처럼 말을 했다.
"이리 와요, 포터 군."
해리는 의자를 옆으로 걷어차고 론과 헤르미온느 옆을 지나서 교탁으로
성큼성큼 걸어갔다. 모든 학생들이 숨을 죽이고 있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해리는 너무 화가 나서 나중에 어떻게 되든 전혀 상관이 없었다.
엄브릿지 교수는 손가방에서 분홍색의 작은 양피지 두루마리를 꺼내더니
책상 위에 펼쳤다. 그리고 깃펜에 잉크를 묻힌 다음, 몸을 숙인 채 뭐라고
적기 시작했다. 해리는 그녀가 쓰고 있는 내용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아무도 입을 열지 않았다. 일 분쯤 후에 엄브릿지는 양피지를 다시 말아서
지팡이로 툭 건드렸다. 그러자 해리가 펴 볼 수 없도록 완전히 봉인이
되었다.
"이것을 맥고나걸 교수님께 가져다 드리도록 해요."
엄브릿지 교수는 두루마리를 해리에게 건네주었다. 해리는 아무 말 없이
그것을 받아 들고는 론과 헤르미온느조차 돌아보지 않고 교실 문을 쾅
닫고 나갔다. 해리는 맥고나걸 교수에게 보내는 전갈을 손에 움켜쥔 채,
복도를 재빨리 걸어갔다. 그리고 황급히 모퉁이를 돌다가 소리의 요정인
피브스와 정면으로 부딪혔다. 입이 쭉 찢어지고 자그마한 그는 허공에
벌렁 드러누워서 잉크병 몇 개를 번갈아 던지며 재주를 부리고 있었다.
"이런, 그 잘난 꼬마 포터가 아닌가!"
피브스는 잉크병 두 개가 바닥에 떨어지는 것도 모른 채 재잘재잘
지껄이기 시작했다. 잉크병이 박살이 나면서 벽에 잉크가 튀었다. 해리는
이를 갈며 재빨리 뒤로 몸을 피했다.
"피브스, 당장 비켜."
"오오, 미친놈이 심기가 뒤틀리셨군."
피브스가 해리의 뒤를 따라가며 지껄였다. 그리고 해리의 머리 위로 붕
날아오르더니 힐끔힐끔 곁눈질을 했다.
"이번에는 무슨 일이신가, 우리 잘난 친구? 무슨 목소리라도 들었나?
아니면 계시를 보았나? 다른 동물의 언어로 말을 하나?"
피브스가 큰 소리로 휘파람을 불며 야유를 보냈다.
"날 가만 좀 내버려 둬!"
해리가 버럭 고함을 비르며 제일 가까운 계단을 달려 내려갔다. 하지만
피브스는 난간을 타고 그의 둥 뒤를 바싹 쫓아왔다.
오, 많은 사람들은 그가 고함을 지른다고 생각하지, 잘난 꼬마 녀석.
하지만 마음씨 착한 이들은 그가 슬퍼서 저런다고 생각하지. 하지만
피브스는 더 잘 알고 있다네. 그래서 말하지. 그 녀석은 미친 거라고-.
"입 닥쳐!"
바로 그때 왼쪽 문이 활짝 열리면서 맥고나걸 교수가 약간 짜증이 난 듯
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사무실에서 나왔다.
"도대체 뭐 때문에 고함을 지르고 있는 거지, 포터?"
맥고나걸 교수가 야단을 쳤다. 순간 피브스는 재잘재잘 떠들면서 쌩
하고 모습을 감추었다.
"수업에 안 들어가고 뭘 하는 거냐?"
"교수님께 심부름 왔습니다."
해리가 대답했다.
"심부름? 그게 무슨 소리지, 심부름이라니?"
해리는 엄브릿지 교수의 전갈을 내밀었다. 맥고나걸 교수는 그것을 받아
들더니 인상을 찌푸리며 지팡이로 두루마리를 열었다. 그리고 양피지를
펼쳐 들고 읽기 시작했다. 맥고나걸 교수의 눈이 네모난 안경 너머에서
이쪽저쪽으로 왔다갔다하며 엄브릿지의 편지를 읽더니, 밑으로 내려갈수록
점점 가늘어졌다.
"들어와라, 포터."
해리는 맥고나걸 교수를 따라서 방으로 들어갔다. 그러자 문이 자동으로
닫혔다.
"그래? 이게 사실이냐?"
맥고나걸 교수가 그에게 돌아서면서 물었다.
"뭐가 사실이라는 거죠?"
해리의 목소리는 그가 의도했던 것보다 훨씬 더 도전적으로 들렸다.
"교수님?"
해리는 좀더 예의 바르게 들리도록 애를 쓰며 덧붙였다.
"네가 엄브릿지 교수님께 고함을 질렀다는 게 사실이냐?"
"네."
해리가 대답했다.
"거짓말쟁이라고 한 것도?"
"네."
"교수님께 이름을 불러서는 안 될 그 사람이 다시 돌아왔다고 말씀드린
것도?"
"네."
맥고나걸 교수는 해리를 보고 눈살을 찌푸리며 책상으로 가 앉았다.
그러고는 말했다.
"과자 하나 먹오라, 포터."
"뭐라고 하셨죠?"
"과자를 먹으라니까."
맥고나걸 교수가 책상 위에 수북이 쌓인 서류 더미 위의 과자통을
손으로 가리키며 조급하게 말했다.
"그리고 앉거라."
전에도 해리는 맥고나걸 교수님께 매를 맞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그리핀도르 퀴디치 팀 선수로 지명해서 어리둥절했던 일이 있었다. 해리는
맞은편 의자에 앉아서 생강 과자를 먹으며 그때처럼 혼란스럽고
어리둥절해했다.
맥고나걸 교수는 엄브릿지 교수의 편지를 내려놓고 대단히 심각한
표정으로 해리를 바라보았다.
"포터, 조심해야 한다."
해리는 입 안 가득히 물고 있던 생강 과자를 꿀꺽 삼키고는 그녀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해리가 늘 듣던 맥고나걸 교수의 목소리가 아니었다.
딱딱하고 건조하고 엄격한 목소리가 아니라, 나지막하고 걱정스런, 그래서
왠지 평소보다 훨씬 더 인간적인 목소리였던 것이다.
"돌로레스 엄브릿지 교수의 수업에서 행동을 잘못 하다가는 기숙사
점수를 깎이거나 나머지 공부를 하는 것보다 훨씬 더 큰 대가를 치를 수도
있어."
"그게 무슨-"
"포터, 상식적으로 생각해 봐라."
맥고나걸 교수가 갑자기 평상시 목소리로 돌아오더니, 날카롭게 핀잔을
주었다.
"그 여자가 어디서 왔는지 알면, 누구에게 보고를 하고 있는지도 알
텐데."
바로 그때 수업이 끝나는 것을 알리는 종이 울렸다. 머리 위와 온
사방에서 수백 명의 학생들이 쿵쾅거리고 돌아다니는 소리가 코끼리
발소리처럼 들렸다.
"이번 주에는 매일 저녁마다 너를 붙잡고 공부를 시키겠다고 적혀
있구나. 내일부터 시작이다."
맥고나걸 교수가 엄브릿지의 편지를 또다시 내려다보며 말했다.
"이번 주 내내 날마다!"
해리가 공포에 질린 목소리로 따라했다.
"하지만 맥고나걸 교수님, 교수님이 어떻게-?"
"난 할 수 없다."
맥고나걸 교수가 단호하게 말했다.
"하지만-"
"그 사람은 너의 선생님이고 너에게 벌을 줄 권리가 있다. 너는 내일
저녁 다섯 시에 엄브릿지 교수 방으로 찾아가라. 한 가지만 명심하렴,
아프로는 돌로레스 엄브릿지 교수를 조심스럽게 대하도록 해라."
"하지만 전 진실을 말했어요!"
해리가 화가 나서 소리쳤다.
"볼드모트는 돌아왔어요. 교수님도 아시잖아요, 덤블도어 교수님은 그
사실을 알고 계세-"
"포터, 제발 부탁이다!"
맥고나걸 교수가 안경을 똑바로 고쳐 쓰며 야단을 쳤다(그녀는 해리가
볼드모트의 이름을 말할 때마다 얼굴을 잔뜩 찡그렸다).
"너는 정말로 이게 진실이냐 거짓말이냐의 문제라고 생각하니? 이건
네가 얼마나 자중하고 감정을 조절하느냐 하는 문제야!"
맥고나걸 교수는 입을 굳게 다물고 숨을 씩씩 몰아쉬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해리도 따라서 일어났다.
"과자 하나 더 먹어라."
맥고나걸 교수가 과자통을 그에게 던지며 신경질적으로 말했다.
"괜찮습니다."
해리가 냉정하게 거절했다.
"바보처럼 굴지 마."
맥고나걸 교수가 야단을 쳤다. 해리는 과자를 집어 들었다.
"고맙습니다."
해리가 못내 불만스런 목소리로 말했다.
"개강 파티 때 돌로레스 엄브릿지가 했던 연설 못 들었니, 포터?"
"들었어요."
해리가 말했다.
"네... 진보는 막아야 한다고 말했죠... 그러니까... 그건... 그건 마법부가
호그와트에 개입하려고 한다는 뜻이고요."
맥고나걸 교수가 잠깐 동안 해리를 빤히 쳐다보더니 코웃음을 치며 책상
앞으로 돌아 나왔다. 그리고 해리를 위해 문을 열어 주며 말했다.
"어쨌든 헤르미온느 그레인저의 말이라도 귀담아듣고 있으니
다행이구나."
맥고나걸 교수는 손가락으로 방 밖을 가리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