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1장 (100/194)

제 11장 마법의 모자의 새로운 노래 

해리는 설사 정말로 그런 게 있었다고 하더라도, 루나와 그가 똑같은 

환상을 보았다는 이야기를 다른 친구들에게 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래서 

말에 대해서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마차 안에 앉아서 문을 쾅 

닫았다. 그러나 그는 창문 밖으로 보이는 말들의 검은 그림자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모두들 그 그루블리 프랭크란 여자 봤지?" 

지니가 물었다. 

'그 여자가 왜 다시 돌아온 거지? 해그리드가 설마 학교를 떠난 건 

아니겠지?" 

"난 차라리 그가 떠났으면 좋겠어. 별로 좋은 선생님은 아니었잖아, 안 

그래?" 

루나가 입을 열었다. 

"아니야, 그렇지 않아!" 해리와 론과 지니가 분개하며 동시에 소리쳤다. 

해리는 헤르미온느를 노려보았다. 헤르미온느는 흠흠 헛기침을 하더니 

재빨리 말했다. 

"음...그래...좋은 선생님이지." 

"글쎄... 우리 래번클로에서는 그를 우습게 생각하는데." 

루나가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서슴없이 말했다. 

"그렇다면 너희들의 유머 감각이 형편없는 거야." 

론이 매섭게 쏘아붙였다. 그 순간 마차 바퀴가 삐걱거리기 시작했다. 

루나는 론의 무례한 말투에도 전혀 아랑곳하지 않았다. 오히려 마치 

론이 꽤 재미있는 텔레비전 프로그램이라도 되는 듯 한동안 말똥말똥 그를 

쳐다보고 있었다. 

덜컹거리며 흔들리는 마차들이 길을 따라 달려갔다. 학교 운동장으로 

들어가는 정문 양쪽에는 꼭대기에 날개 달린 멧돼지가 놓인 높은 돌기둥이 

솟아 있었다. 마차가 그 사이를 지날 때, 해리는 금지된 숲 근처에 있는 

해그리드의 오두막에 불빛이 있는지 보려고 창 밖으로 몸을 내밀었다. 

하지만 운동장은 온통 깜깜하기만 했다. 다만 호그와크 성이 훨씬 더 

가깝게 다가왔다. 뾰족한 작은 첨탑들이 어두운 하늘을 배경으로 시커멓게 

솟아 있었고, 여기저기 불 켜진 창문이 환하게 빛나고 있었다. 

마차는 떡갈나무 현관문으로 이어지는 돌계단 앞에서 우뚝 멈춰 섰다. 

해리는 제일 먼저 마차에서 뛰어내렸다. 그리고 다시 한 번 돌아서서 숲 

근처에 불이 밝혀진 창문이 있는지 살펴보았다. 해그리드의 오두막에는 

사람이 살고 있는 기색이 전혀 없었다. 지금은 혹시 그 짐승이 

사라졌을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안고, 내키지 않았지만 마차 쪽으로 눈길을 

돌렸다. 하지만 해골 같은 그 이상한 짐승은 쌀쌀한 밤공기 속에서 조용히 

서 있었다. 

해리는 이전에도 한 번 론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본 경험이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거울 속에 비친 영상일 뿐, 커다란 마차 대 부대를 끌 만큼 

강하고, 견실하게 보이는 수백 마리의 짐승처럼 현실적인 것은 아니었다. 

만약 루나 말을 믿는다면, 이 짐승들은 항상 있었지만 눈에 보이지 않았던 

것뿐이었다. 그런데 어째서 해리는 갑자기 이들을 볼 수 있게 되었을까? 

또 론은 왜 보지 못하는 것일까? 

"들어갈 거야 말 거야?" 

론이 그의 옆에서 물었다. 

"아... 들어가야지." 

해리가 재빨리 대답했다. 그들은 성을 향해 분주하게 돌계단을 올라가는 

학생들 무리에 합류했다. 

현관 복도에는 횃불이 환하게 밝혀져 있었다. 그리고 오른쪽에 있는 

이중문을 향해서 복도를 걸어가는 학생들의 발소리가 요란하게 울려 

퍼졌다. 문을 지나자, 개강 파티가 준비된 대연회장이 나타났다. 

대연회장에 있는 네 개의 기다란 기숙사 테이블은 학생들로 채워지고 

있었다. 연회장 천장은 높은 창문 밖으로 내다보이는 어두운 밤하늘처럼 

별 하나 없이 깜깜했다. 모든 테이블 주위에는 촛불들이 허공에 둥둥 떠서, 

연회장 여기저기에 흩어져 있는 은빛 유령들과 서로 정신없이 떠들고 있는 

학생들의 얼굴을 환하게 비추었다. 

학생들은 여름방학 동안 있었던 일들을 알겨 주기도 하고 다른 기숙사에 

있는 친구들에게 큰 소리로 안부 인사를 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눈으로는 

상대방의 새로운 머리 스타일이나 옷차림을 힐끗힐끗 살펴보았다. 해리는 

또다시 자기가 지나갈 때마다, 학생들이 고개를 돌리며 수군거린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하지만 이를 악물고 전혀 아랑곳하지 않는다는 듯이 태연하게 

행동하려고 애를 썼다. 

루나가 그들과 헤어져서 래번클로 테이블로 향했다. 그들이 그린핀도르 

테이블에 거의 도착했을 때, 지니는 4학년 친구들의 인사를 받고 그들과 

함께 앉으러 갔다. 해리와 론, 헤르미온느, 네빌은 테이블을 반쯤 지나쳐서, 

그리핀도르 기숙사의 유령인 목이 달랑달랑한 닉과 패르바티 패틸 그리고 

라벤더 브라운 사이에 빈자리를 발견했다. 두 사람은 해리를 보더니, 

과장되게 호들갑을 떨며 인사를 했다. 해리는 그들이 방금 전까지 자기 

이야기를 하다가 말을 멈춘 것이 틀림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해리는 그보다 훨씬 중요한 걱정거리가 있었다. 그는 학생들 머리 너머로 

연회장 제일 앞쪽에 있는 교직원 테이블을 살펴보았다. 

"저기에도 없어." 

론과 헤르미온느도 교직원테이블을 살펴보고 있었던 것이다. 사실 

그렇게 열심히 찾아볼 필요도 없었다. 해그리드만 한덩치라면 어떤 사람들 

틈에 있어도 금방 눈에 띌 수밖에 없었다. 

"설마 떠난 건 아니겠지." 

론이 약간 불안한 목소리로 말했다. 

"물론 그럴 리가 없어." 

해리가 딱 잘라 부정했다. 

"혹시.... 어딜 다치거나 뭐 그런 건 아닐까?" 

헤르미온느가 걱정스럽게 물었다. 

"아니야." 

해리가 즉시 고개를 저었다. 

"그럼 도대체 어디 있는 거지?" 

잠시 침묵이 흘렀다. 해리는 네빌이나 패르바티, 라벤더에게는 들리지 

않을 정도의 아주 작은 소리로 속삭였다. 

"어쩌면 아직 안 돌아왔을지도 몰라. 너희도 알잖아. 임무 말이야. 여름 

내내 덤블도어 교수님을 위해서 하고 있었다던 그 임무-" 

"아, 그래, 그래. 틀림없이 그럴 거야." 

론이 비로소 안심이 된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헤르미온느는 

입술을 깨물며 교직원 테이블을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마치 해그리드가 

없어진 것에 대한 어떤 결정적인 이유를 찾으려고 하는 것 같았다. 

"저 사람이 누구지?" 

헤르미온느가 교직원 테이블 한가운데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해리는 그녀가 가리키는 쪽을 돌아보았다. 긴 교직원 테이블 한가운데에 

높은 등받이가 달린 황금 의자에 앉아 있는 덤블도어 교수가 제일 먼저 

눈에 띄었다 덤블도어는 은색 별이 총총히 박혀 있는 짙은 보라색 망토를 

입고 그에 걸맞은 모자를 쓰고 있었다. 그리고 바로 옆에 앉은 한 여자 

쪽으로 비스듬히 몸을 기울이고 있었는데, 그녀는 뭔가 열심히 귓속말로 

속삭이고 있었다. 해리가 보기에, 그 여자는 꼭 노처녀 같았다. 땅딸막한 

체구에, 갈색쥐의 털처럼 보이는 뽀글거리는 짧은 머리에는 보기만 해도 

민망한 꽃분홍색 머리띠를 두르고 있었다. 자기 딴에는 망토 위에 걸친 

보풀이 인 분홍색 카디건과 색깔을 맞춘답시고 한 것이 틀림없었다. 바로 

그때 그 여자가 얼굴을 살짝 돌리고 술을 한 모금 들이켰다. 해리는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듯한 충격에 휩싸였다. 창백한 두꺼비 같은 얼굴, 

툭 튀어나오고 축 처진 눈, 즉시 해리는 그녀를 알아보았다. 

"엄브릿지 그 여자야!" 

"누구라고?" 

헤르미온느가 물었다. 

"내 청문회에 왔었어. 퍼지 밑에서 일하는 여자야!" 

"카디건 한번 멋지군." 

론이 빈정거렸다. 

"퍼지 밑에서 일한다고?" 헤르미온느가 인상을 찌푸리며 그의 말을 

되풀이했다. "그런데 저 여자가 도대체 여기서 뭘 하고 있는 거야?" 

"모르지...." 

눈을 가늘게 뜨고 교직원 테이블을 꼼꼼히 살펴보던 헤르미온느가 

중얼거렸다. 

"아니야... 아니, 절대 그럴 리가 없어." 

해리는 헤르미온느가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지만, 더 이상 

묻지는 않았다. 때마침 교직원 테이블 뒤로 막 나타난 그루블리 프랭크 

교수에게 정신이 팔렸던 것이다. 그녀는 제일 끝자리로 걸어가더니 원래 

해그리드가 앉아야 할 자리에 앉았다. 그것은 1학년들이 호수를 건너서 

성에 도착했다는 뜻이었다. 과연 잠시 후에 현관에서 연회장으로 들어오는 

문들이 활짝 열렸다. 그리고 겁먹은 표정의 1학년들이 맥고나걸 교수의 

인도를 받으며 길게 줄을 지어 들어왔다. 맥고나걸 교수는 등받이가 없는 

의자를 옮기고 있었는데 그 위에는 낡은 마법의 모자가 놓여 있었다. 

웅성거리던 연회장 전체가 일순 조용해졌다. 1학년들은 선배들을 마주 

보고 교직원 테이블 앞에 줄지어 섰다. 맥고나걸 교수는 그들 앞에 의자를 

조심스럽게 내려놓은 다음, 뒤로 물러섰다. 

촛불이 비친 1학년들의 얼굴이 하얗게 질려 있었다. 가운뎃줄 오른쪽에 

있는 한 작은 아이는 부들부들 떨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잠깐 동안 

해리는 자신이 어느 기숙사에 속하게 될지를 결정하게 될 미지의 시험을 

기다리며 저 자리에 섰을 때, 얼마나 떨리고 무서웠는지를 떠올렸다. 

학교 전체가 숨을 죽이고 기다렸다. 이윽고 모자 가장자리에 찢어진 

곳이 입처럼 크게 벌어지더니 마법의 모자가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먼 옛날, 호그와트가 막 문을 열고 

내가 아직 새것이었던 그 시절, 

이 고귀한 학교의 설립자들은 

결코 서로 헤어지지 않으리라 생각했다네.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마법 학교를 세워서 

자신의 지식을 전달하겠다는 

단 하나의 목표만을 바라보며 

똑같은 희망을 가지고 있었다네. 

"함께 세우고 가르치세!" 

네 명의 좋은 친구들은 결심했네. 

언젠가 그들이 갈라지리라고는 

꿈도 꾸지 못한 채. 

슬리데린과 그리핀도르 같은 친구가 

이 세상 어디에 또 있었을까? 

오직 후플푸프와 래번클로만이 

그들의 우정에 견줄 수 있을 뿐. 

그런데 어쩌나 이렇게 되었을까? 

그런 우정이 어떻게 금이 갈 수 있었을까? 

나 모자는 바로 그 자리에 있었고, 

그러므로 그 슬프고 가슴 아픈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다네. 

슬리데린이 말했지. 

"가장 순수한 혈통을 지닌 아이들만 가르치도록 하세." 

래번클로가 말했지. 

"가장 똑똑한 아이들만 가르치도록 하세." 

그리핀도르가 말했지. 

"그 이름에 걸맞은 용기를 보여 주는 아이들은 누구나 다 가르치도록 

하세." 

그러자 후플푸프가 말했다네. 

'나는 그 아이들을 모두 똑같이 가르칠 걸세." 

처음에 이런 의견 차이는 별로 분란을 일으키지 않았다네. 

왜냐하면 네 명의 설립자들이 각자 기숙사를 세우고 

제각기 자기가 원하는 아이들만 받아들였기 때문이라네. 

가령 슬리데린은 자신처럼 오직 순수한 혈통을 지닌 

빈틈없는 마법사들만을 받아들였지. 

래번클로는 오직 가장 명석한 아이들만 가르치는 반면, 

씩씩한 그리핀도르는 가장 용감하고 담대한 아이들만 받아들였지. 

착한 후플푸프, 그녀는 나머지 아이들을 모두 맡아서 

자기가 알고 있는 모든 것을 가르쳐 주었다네. 

그렇게 해서 네 명의 설립자와 그들의 기숙사는 

견고하고 진실한 우정을 유지할 수 있었다네. 

호그와트는 행복한 몇 년 동안 조화롭게 운영되었지. 

그러나 우리의 잘못과 두려움 때문에 

우리 사이에 점점 틈이 생겨나기 시작했다네. 

한때 네 개의 기둥처럼 학교를 떠받치던 

네 개의 기숙사들은 

이제 서로에게 등을 돌린 채, 

뿔뿔이 갈라져서 세력을 잡을 궁리만 하게 되었지. 

그리고 얼마 동안은 학교가 

이른 종말을 맞이해야 하는 것 같았지. 

결투와 싸움 

그리고 친구들 간의 충돌로 

마침내 늙은 슬리데린이 학교를 떠나는 

슬픈 일이 벌어졌다네. 

비록 그 후로 더 이상 싸움은 없었지만, 

슬리데린은 상심한 채, 우리 곁을 떠났다네. 

네 명의 설립자가 세 명으로 줄어든 이후로, 

네 기숙사들은 두 번 다시 옛날처럼 

단합되지 않았다네. 

그리고 이제 마법의 모자가 이 자리에 나왔다네. 

그 이유는 여러분 모두 알고 있지. 

여러분들을 분류하여 각 기숙사로 보낸다네. 

왜냐하면 그게 바로 내게 주어진 임무니까. 

하지만 올해는 그 이상을 하려고 하니 

모두들 내 노래에 귀를 기울여 주기를. 

비록 나는 어쩔 수 없이 여러분들을 나눠 놓을 수밖에 없지만, 

여전히 이것이 옳은 일인지 걱정스럽다네. 

비록 나는 내 임무를 충실히 완수하고 

매년 학생들을 넷으로 나누어야만 하지만, 

여전히 이 분류가 내가 두려워하는 

그런 결과를 가져오지 않을까 걱정한다네. 

오, 위험을 깨닫고 징후를 읽어라. 

역사가 보여 주는 경고를. 

지극히 위험한 적들이 

우리의 호그와트를 위협하고 있으니 

우리는 단합해야만 한다. 

그렇지 않으면 내부에서부터 무너지리라. 

나 모자는 말한다. 나 모자는 경고한다.... 

이제 분류를 시작해 볼까. 

모자는 또다시 입을 다물고 가만히 있었다. 그러자 우레와 같은 박수가 

터져 나왔다. 하지만 불만스런 중얼거림과 야유섞인 휘파람 소리도 간간이 

들려왔다. 해리가 기억하기에 그런 일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대연회장에 

모인 모든 학생들은 옆에 앉은 친구들과 의견을 교환했다. 다른 모든 

친구들과 함께 박수를 치던 해리는 그들이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었는지 

분명히 알 수 있었다. 

"올해는 너무 사설이 길지 않았니?" 

론이 눈을 치켜뜨며 속삭였다. 

"모자 마음이야." 해리가 대답했다. 

마법의 모자는 대개 네 개의 호그와트 기숙사가 원하는 각자의 자질들이 

무엇인지 설명해 주고, 신입생들을 분류하는 자신의 역할을 알려 주는 

데에서 그치곤 했다. 해리는 이전에도 마법의 모자가 이런 식의 충고를 한 

적이 있었는지는 알 수가 없었다. 

"전에도 모자가 경고를 한 적이 있었을까?" 헤르미온느가 약간 불안한 

목소리로 말했다. 

"물론 있었지." 

목이 달랑달랑한 닉이 네빌을 통과하여 헤르미온느 쪽으로 몸을 숙이며 

아는 척을 했다. (네빌은 울상을 지었다. 유령이 몸을 통과해서 지나가는 

것은 아주 불쾌한 일이었기 때문이었다.) 

"저 모자는 위기를 느낄 때마다 학교에 필요한 경고를 해주는 것이 

자신의 고귀한 임무라고 생각하고 있거든." 

한편 1학년 학생들의 이름을 부르기 위해서 대기하고 있던 맥고나걸 

교수는 휘파람을 불며 야유를 보내는 학생들을 매서운 표정으로 

노려보았다. 목이 달랑달랑한 닉은 투명한 손가락을 입술에 갖다 대더니, 

다시 몸을 똑바로 세우고 앉았다. 그 순간 웅성거리던 소리가 뚝 그쳤다. 

잔뜩 찌푸린 얼굴로 네 개의기숙사 테이블을 쓱 둘러본 맥고나걸 교수는 

긴 양피지를 내려다보며 큰 소리로 이름을 불렀다. 

'애버크롬비, 유안." 

아까부터 잔뜩 겁먹은 표정을 짓고 있던 남자 아이가 비틀거리며 앞으로 

걸어 나오더니 모자를 머리에 썼다. 유난히 커다란 귀가 아니었다면, 

모자는 분명히 그의 어깨까지 덮었을 것이다. 모자는 잠깐 생각을 하더니, 

다시 가장자리 근처의 찢어진 자리가 크게 벌어지면서 소리쳤다. 

"그리핀도르!" 

해리는 그리핀도르 기숙사의 다른 학생들과 함께 열렬하게 박수를 쳤다. 

유안 애버크롬비는 휘청휘청 그들의 테이블로 걸어와서 털썩 주저앉았다. 

차라리 그대로 마루 밑으로 꺼져서 두 번 다시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기를 

바라는 표정이었다. 

길게 늘어섰던 1학년생들의 줄이 점점 줄어들었다. 신입생의 이름이 

호명되고 마법의 모자가 결정을 내리기 전까지 짧은 침묵이 흐르는 동안, 

해리는 론의 배에서 천둥 치듯이 꾸르륵거리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마침내 로즈 젤러가 후플푸프로 분류되고 나자, 맥고나걸 교수는 모자와 

의자를 번쩍들고 걸어 나갔다. 이윽고 덤블도어 교수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해리는 최근에 덤블도어에게 느꼈던 섭섭한 감정에도 불구하고 학생들 

앞에 우뚝 선 그의 모습을 보자 마음에 커다란 위안을 느꼈다. 해그리드의 

부재나 용처럼 생긴 말의 등장 등으로 미루어 볼 때, 해리가 그토록 

오랫동안 고대해 왔던 호그와트의 귀환은 어쩐지 예상하지 못했던 놀라운 

사건의 연속이 될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마치 익숙한 노래 중간 중간에 

귀에 거슬리는 불협화음이 불쑥불쑥 끼어드는 것 같았다. 하지만 적어도 

개강 파티가 시작되기 전에 교장 선생님이 자리에서 일어나 환영 연설을 

하는 것은 당연히 예상했던 일이었다. 

"신입생 여러분! 환영합니다!" 덤블도어는 두 팔을 활짝 벌리고 입가에 

환한 미소를 지으면서 낭랑하게 울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우리의 재학생 

여러분! 호그와트로 돌아온 것을 환영합니다! 물론 인생에서 연설을 해야 

할 때도 있겠지요. 하지만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닙니다. 자, 실컷 먹고 

마십시다!" 

기다렸다는 듯이 요란한 박수와 웃음이 터져 나왔다. 덤블도어 교수는 

우아하게 자리에 앉더니 마치 음식을 먹는 데 방해가 된다는 듯이 긴 

수염을 어개 너머로 휙 넘겼다. 그러자 어디선가 음식이 나타났다. 이제 

다섯 개의 긴 테이블은 온갖 푸짐한 고기 요리와 파이, 야채 요리, 빵, 

소스, 호박 주스로 상다리가 휘청거릴 정도였다. 

"훌륭해." 

론은 너무 오래 기다렸다는 듯이 신음 소리를 내더니, 가장 가까이 있는 

접시를 냉큼 집어서 자신의 접시에 음식을 덜기 시작했다. 목이 

달랑달랑한 닉은 부러운 눈길로 그 모습을 지켜보았다. 

"조금 전의 마법의 모자가 전에도 경고를 한 적이 있었다고 말하지 

않았나요?" 

헤르미온느가 유령에게 물었다. 

"오, 그래." 

닉은 신나게 먹고 있는 론으로부터 시선을 뗄 수 있는 구실이 생겨서 

무척 반가워하는 것 같았다. 이제 론은 모든 걸 다 잊어버리고 구운 

감자를 입속에 쑤셔 넣고 있었다. 

"그래. 전에도 모자가 몇 번 경고하는 걸 들은 적이 있지. 학교에 어려운 

시기가 닥쳐오고 있다는 것을 감지할 때마다, 항상 그랬거든. 물론 그 

충고는 늘 똑같아. 다 함께 일어서라. 모두들 단결하라." 

"어케 위험이 우느주 아지?" 

론이 입에 음식을 한가득 문 채, 웅얼거렸다. 해리는 론이 차라리 입을 

다물고 가만히 있는 편이 더 낫겠다고 생각했다. 

"뭐라고 했지? 잘 못 들었는데." 

목이 달랑달랑한 닉이 예의 바르게 물었다. 하지만 헤르미온느는 몹시 

비위가 상한다는 표정이었다. 론은 꿀꺽 하고 간신히 음식을 삼킨 후에 

다시 입을 열었다. 

"저 모자가 어떻게 학교가 위험에 처한 줄을 알 수 있죠?" 

"나도 모르겠다." 

목이 달랑달랑한 닉이 대답했다. 

"물론 저 모자는 항상 덤블도어의 사무실에서 지내니까, 어쩌면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주워들었을 수도 있겟지." 

"그럼 저 모자는 모든 기숙사의 학생들이 서로 친구가 되길 원하는 

건가요?" 해리가 슬리데린 테이블을 슬쩍 돌아보며 물었다. 그곳에서는 

드레이코 말포이가 잘난 체하며 인사를 받고 있었다. "아이고, 잘도 

그러겠다." 

"그래도 그런 태도를 보이면 못쓰지." 닉이 해리를 꾸중했다. 

"평화롭게 서로 힘을 모은 것. 그게 가장 중요한 일이야. 우리 유령들은 

비록 서로 다른 기숙사에 소속되어 있기는 하지만, 변함없이 우정을 

이어가고 있어. 그리핀도르와 슬리데린이 서로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지만, 

나는 피투성이 바론과 말다툼을 하고 싶은 마음은 추호도 없단 말이다." 

"그건 피투성이 바론이 겁나니까 그렇죠." 

론이 이렇게 말하자, 목이 달랑달랑한 닉은 몹시 기분이 상 한 것 

같았다. 

"겁난다고? 나, 니콜라스 드 밈시 포르핑턴은 평생 단 한번도 겁쟁이가 

되는 죄를 저질러 본 적이 없단 말이다! 내 몸속에 흐르는 고귀한 피는-" 

"무슨 피요? 아직도 몸속에 피가 남아 있나요?" 

론이 계속 놀려 댔다. 

"말이 그렇다는 거야!" 

목이 달랑달랑한 닉이 버럭 화를 냈다. 어찌나 흥분해서 목을 부들부들 

떨던지, 그나마 간신히 붙어 있는 머리가 당장에라도 떨어질 것 같았다. 

"나에게도 아직 쓰고 싶은 단어를 마음대로 골라서 쓸 수 있는 권리 

정도는 남아 있다고 생각한다. 비록 먹고 마시는 기쁨은 더 이상 누릴 수 

없게 되었지만 말이다! 물론 학생들에게 나의 죽음을 두고 놀리며 

조롱하는 일 따위에는 이제 익숙해진 지 오래야!" 

"닉, 론이 당신을 놀리려는 건 아니었어요!" 헤르미온느가 황급히 변명을 

하며 론을 째려보았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론은 또다시 두 볼이 터질 정도로 음식을 압 안에 

쑤셔 넣었기 때문에, 겨우 우물거리는 소리밖에 내지 못했다. 닉은 당연히 

그것을 제대로 된 사과라고 생각하는 것 같지 않았다. 갑자기 허공으로 붕 

떠오르더니, 깃털 달린 모자를 똑바로 고쳐 쓰고 테이블 저쪽 끝으로 

날아가 버렸다. 그리고 크리비 형제, 즉 콜린 테이스 사이에 가서 앉았다. 

"참 잘하는 짓이다, 론." 

헤르미온느가 핀잔을 주었다. 

"뭘? 난 그냥 질문도 못하냐?" 

마침내 입 안에 든 음식을 삼킨 론이 화를 냈다. 

"그래, 너 잘났다." 

헤르미온느가 짜증을 냈다. 그리고 식사가 끝날 때까지, 두 사람 

사이에는 분노에 찬 침묵이 계속 흘렀다. 

해리는 두 친구가 토닥거리고 싸우는 데 너무 이골이 나서, 더 이상 

그들을 화해시키려는 노력도 하지 않았다. 차라리 열심히 스테이크와 피칸 

파이나 먹고 있는 것이 쓸데없는 시간 낭비를 안 하는 길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므로 그가 가장 좋아하는 당밀 파이를 접시 위에 잔뜩 덜어 놓았다. 

식사가 끝나갈 무렵이 되자, 연회장 안도 다시 점차 시끄러워지기 

시작했다. 그때 덤블도어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모두들 일제히 입을 다물고 

교장 선생님을 향해 얼굴을 돌렸다. 해리는 배가 부르자, 몸이 

나른해지면서 졸음이 밀려오는 것을 느꼈다. 저 위층 어디에선가 기둥이 

달린 따뜻하고 포근한 그의 침대가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이제 여러분들이 이 푸짐한 만찬을 소화시키는 동안, 늘 그렇듯이 

새로운 학기에 대한 몇 가지 주의 사항을 잠깐 알려 드리겠습니다" 

덤블도어 교수가 입을 열었다. "먼저 1학년들에게 저 밖의 운동장에 있는 

숲에는 들어갈 수 없다는 사실을 알려 드립니다. 재학생들 중에도 더러 그 

사실을 모르고 있는 사람이 있는 것 같더군요." 

(이 대목에서 해리와 론, 헤르미온느는 장난스런 미소를 주고받았다.) 

"학교 관리인 필치 씨가 또다시 제게 부탁을 했습니다. 아마 이번이 

460번째 당부인 것 같은데, 교실 복도에서는 절대 마법을 사용할 수 

없다는 사실을 여러분 모두에게 일깨워 달라고 하더군요. 그 밖에도 다른 

많은 금지 사항이 있으니, 필치 씨의 사무실 문 앞에 붙어 있는 별도의 

목록을 읽어 봐 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올해에는 선생님 두 분이 새로 

오셨습니다. 우선 그루블리 프랭크 선생님이 다시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선생님께서는 신비한 동물 돌보기 수업을 가르치실 것입니다. 또한 

여러분께 엄브릿지 선생님을 소개하게 되어서 무척 기쁘게 생각합니다. 

새로운 어둠의 마법 방어술 선생님이십니다." 

예의 바르기는 하지만 별로 내키지 않는 듯한 박수 소리가 울렸다. 론과 

헤르미온느는 거의 공포에 질린 듯한 표정을 주고받았다. 덤블도어는 

그루블리 프랭크가 얼마나 오랫동안 수업을 맡을지에 대해서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덤블도어 교수가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각 기숙사 퀴디치 팀에 들어가기 위한 선발 시험이 있을 예정-" 

덤블도어 교수가 갑자기 말을 멈추더니 뭔가 묻는 듯한 표정으로 

엄브릿지 교수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앉았을 때나 섯을 때나 별로 키 

차이가 없었기 때문에, 처음에는 아무도 왜 덤블도어 교수가 말을 

멈추었는지 이유를 알지 못했다. 하지만 다음 순간 엄브릿지 교수가 흠흠 

하고 목청을 가다듬었다. 한마디 연설을 하려고 자리에서 일어난 것이었다. 

덤블도어 교수는 그저 한 번 힐긋 고개를 돌렸을 뿐, 다시 예의 바르게 

자리에 앉아서 잔뜩 긴장한 표정으로 엄브릿지 교수를 바라보았다. 마치 

이 세상 무엇보다도 그녀의 말을 경청하고 싶다는 듯한 얼굴이었다. 한편 

표정을 감추는 데 능숙하지 못한 다른 선생님들은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있었다. 스프라우트 교수는 어찌나 눈을 부릅떴던지 부스스 날리는 

머리카락에 눈썹이 가려 보이지 않을 정도였고, 맥고나걸 교수의 입술이 

그렇게 얄팍해지는 것은 해리도 생전 처음 보았다. 새로 부임한 교수가 

덤블도어의 말을 가로막은 일이 지금까지 한 번도 없었던 것이다. 많은 

학생들이 히죽히죽 웃고 있었다. 이 여자는 호그와트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그 사정을 도통 모르는 것이 분명했다. 

"친절하신 환영의 말씀 감사합니다, 교장 선생님." 

엄브릿지 교수가 억지 미소를 지어 보였다. 

높고 날카로운 그녀의 목소리는 마치 어린 여학생 같았다. 또다시 

해리는 견딜 수 없는 혐오감이 왈칵 치솟는 것을 느꼈다. 자신도 그 

이유를 알 수 없었다. 다만 멍청한 목소리에서부터 보풀이 인 분홍색 

카디건에 이르기까지, 엄브릿지의 모든 것이 지긋지긋하게 혐오스러울 

뿐이었다. 그녀는 또다시 가볍게 흠흠 하고 헛기침을 하더니 말을 이었다. 

"호그와트에 돌아오니 정말 좋군요!" 

엄브릿지는 뾰족한 이를 드러내며 미소를 지었다. 

"저를 쳐다보는 이 귀엽고 행복한 얼굴들을 보니 너무 반갑습니다!" 

해리는 주위를 돌아보았다. 행복한 표정을 짓고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정반대로 모두들 마치 그들이 다섯 살짜리 어린아이라도 되는 

것처럼 취급하는 데 완전히 질렸다는 표정이었다. 

"여러분 모두를 좀더 잘 알게 되기를 바랍니다. 우리는 틀림없이 좋은 

친구가 될 거예요!" 

이 말을 듣자, 학생들이 서로를 멀뚱멀뚱 쳐다보았다. 어떤 학생들은 

빈정거리는 미소를 감추지 못했다. 

"저 카디건을 빌리지 않아도 된다면, 혹시 저 여자의 친구가 될 수 

있을지 모르지." 

패르바티가 옆에 앉은 라벤더에게 속삭였다. 두 사람은 웃음소리를 

억누르며 키득거렸다. 

엄브릿지 교수는 또다시 흠흠 하고 목청을 가다듬었다. 그리고 다시 

입을 열었을 때, 그녀의 목소리에는 더 이상 숨이 새어 나가는 듯한 

기색이 없었다. 그녀는 이제 더욱더 사무적인 목소리로 마치미리 외워서 

되풀이하는 듯한 말들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마법부는 언제나 젊은 마법사와 마녀들의 교육을 가장 중요한 문제로 

생각해 왔습니다. 여러분들이 태어날 때부터 지니게 된 그 소중한 재능도 

조심스런 지도하에 제대로 길러지고 연마되지 않는다면, 아무짝에도 

소용없게 될 것입니다. 오직 마법사 사회만이 지니고 있는 고대의 

지식들을 자손 대대 물려주지 않는다면, 우리는 곧 그것을 영원히 잃게 될 

것입니다. 우리 선조들이 쌓아 올린 마법 지식들의 보물 창고는 반드시, 

교육이라고 하는 이 고귀한 직업에 헌신하는 사람들에 의해서 지켜지고 

채워지고 빛나야만 합니다." 

엄브릿지는 여기서 말을 멈추고 다른 동료 교직원들을 향해 허리 숙여 

인사를 했지만, 아무도 답례를 하는 사람은 없었다. 맥고나걸 교수는 검은 

눈썹이 완전히 맞닿아 있어서 흡사 성난 매처럼 보였다. 해리는 엄브릿지 

교수가 또다시 연설을 계속하려고 흠흠 하고 헛기침을 하자, 맥고나걸 

교수와 스프라우트 교수가 서로 의미심장한 눈길을 주고받는 것을 똑똑히 

보았다. 

"호그와트의 역대 교장 선생님들은 이 유서 깊은 학교를 관리하는 

막중한 임무에 해마다 새로운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사실 그것은 당연한 

일이죠. 진보가 없으면 쇠퇴와 침체가 있을 뿐이니까요. 그러나 오직 

진보만을 위한 진보는 막아야 할 것입니다. 오랜 단련과 시험을 겪어 온 

우리의 전통은 종종 서툰 땜질 따위를 필요로 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옛것과 새것, 보존과 변화, 전통과 혁신 사이의 변화만이...." 

해리는 더 이상 그녀의 말이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머릿속이 텅 비고 

졸음이 밀려오는 것 같았다. 덤블도어 교수가 연설을 할 대에는 항상 

정숙했던 연회장이 지금은 연신 고개를 돌리며 킬킬거리고 수군덕거리는 

학생들로 소란스러웠다. 건너편에 있는 래번클로 테이블에서는 초 챙이 

친구들과 신나게 수다를 떨고 있었다. 초와 몇 자리 떨어진 곳에 앉아 

있는 루나 러브굿은 또다시 <이러쿵 저러쿵>을 꺼내 들고 있었다. 한편 

후플푸프 테이블에서는 어니 맥밀란만이 엄브릿지 교수를 조용히 쳐다보고 

있었다. 하지만 그의 흐리멍덩한 눈빛으로 미루어 볼 때, 가슴에 단 새로운 

반장 배지를 돋보이게 하려는 속셈에서 그저 열심히 듣고 있는 척하는 

것이 분명하다고 해리는 생각했다. 

엄브릿지 교수는 지겨워서 몸을 비틀고 있는 청중의 태도에는 전혀 

아랑곳하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바로 그녀의 코앞에서 대대적인 폭동이 

일어난다 하더라고, 결코 연설을 멈추지 않을 것 같은 태도였다. 하지만 

선생님들은 아직도 주의 깊게 그녀의 연설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한편 

헤르미온느는 엄브릿지의 말이 한마디 끝날 때마다, 앞에 놓인 버터 

맥주를 들이켰다. 그녀의 비위에 거슬리는 것 같았다. 

"어떤 변화는 더 나은 미래를 가져올 수도 있겠지만, 또 어떤 변화는 

시간이 흐른 뒤에 잘못된 판단의 결과로 밝혀지기 때문입니다. 마찬가지로 

시대에 뒤떨어지고 낡은 관습들은 마땅히 폐기되어야만 하지만, 또 어떤 

오랜 관습들은 보존되어야만 합니다. 그러므로 보존해야만 하는 것들은 

보존하면서, 포용과 효율성과 책임이라는 새로운 세계로 나가도록 합시다. 

끝마쳐야 할 것은 끝내면서, 금지되어야 할 관행들은 무엇이든 단호하게 

잘라 내면서." 

엄브릿지 교수가 자리에 앉았다. 제일 먼저 덤블도어 교수가 박수를 

치자, 다른 선생들도 그 뒤를 따랐다. 하지만 해리는 몇몇 선생들이 그저 

형식적으로 한두 번 박수를 치다가 그만 두는 것을 눈치 챘다. 일부 

학생들도 박수를 쳤다. 하지만 엄브릿지 교수의 말을 건성으로 흘려듣고 

있었던 대부분의 학생들은 연설이 끝난 줄도 미처 모르고 있었다. 

그러므로 학생들이 상황을 파악하고 제대로 박수를 치기도 전에, 덤블도어 

교수가 다시 자리에서 일어났다. 

"고맙습니다, 엄브릿지 교수님. 아주 계몽적인 연설이었습니다." 

덤블도어 교수는 엄브릿지 교수를 향해 공손이 인사를 했다. 

"이제- 앞서 말했던 바와 같이 퀴디치 팀 선수 선발을 위한 테스트가...." 

"그래, 아주 계몽적인 연설이었어." 헤르미온느가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설마 이 연설이 재미있었다고 말하는 건 아니겠지?" 

론이 게슴츠레한 눈으로 헤르미온느의 얼굴을 바라보며 말했다. 

"이렇게 지루하고 따분한 연설은 생전 처음 들어 봐. 퍼시같은 인물과 

평생을 함께 살아온 난데도 말이야." 

"나는 계몽적이라고 했지 재미있다고는 하지 않았어. 이 연설을 통해 

아주 많은 걸 알 수 있었거든." 

헤르미온느가 대답했다. 

"정말?" 

해리가 깜짝 놀라서 물었다. 

"내가 듣기에는 그저 식어 빠진 와플처럼 시시하던데." 

"원래 와플 사이에는 중요한 내용물이 감추어져 있게 마련이지." 

헤르미온느가 씩 웃으며 대답했다. 

"뭐가 있다고?" 

론이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예를 들어 '진보만을 위한 진보는 막아야 합니다.'라는 말이나, 

'금지되어야 할 관행들은 무엇이든 단호하게 잘라 내면서'라는 말은 어때?" 

"글쎄, 그게 뭐 어쨌다는 거야?" 

론이 짜증스럽게 물었다. 

"무슨 소리냐면...." 

헤르미온느가 음울하게 말했다. 

"그건 마법부가 호그와트의 일에 간섭을 하겠다는 뜻이야." 

바로 그때 온 사방에서 요란한 박수와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덤블도어 

교수가 자리를 뜬 것이 분명했다. 모두들 자리에서 일어나서 연회장을 

떠날 준비를 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갑자기 헤르미온느가 당황한 

표정으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론, 우리는 신입생들에게 학교를 안내해야만 해!" 

"그래, 맞아." 론도 새까맣게 잊고 있었던 것이 분명했다. 

"어이, 이봐, 거기 너희 꼬마 녀석들!" 

"론!" 

"맞잖아. 저 녀석들은, 저 녀석들은 꼬마야." 

"나도 알아. 하지만 그렇다고 꼬마라고 부르면 안 돼. 신입생 들이라고!" 

헤르미온느는 테이블을 향해 큰 소리로 명령을 내렸다. "이쪽으로 와요!" 

신입생들은 수줍은 듯이 그리핀도르와 후플푸프 테이블 사이로 난 

복도를 걸어갔다. 모두가 선두에 서지 않으려고 애쓰고 있었다. 신입생들은 

정말 너무나 작고 어리게 보였다. 해리는 설마 자기가 처음 여기 왔을 

때에도 저렇게 철없이 보이지는 않았을 거라고 생각했다. 해리는 

신입생들을 향해 여유 만만한 미소를 던졌다. 유안 애버크롬비의 바로 

옆에 있던 금발의 남자 아이가 돌처럼 딱딱하게 굳은 표정으로, 그의 

옆구리를 쿡쿡 찌르며 뭐라고 귓속말을 했다. 그러자 똑같이 잔뜩 긴장한 

표정을 하고 있던 유안 애버크롬비가 겁에 질린 눈길로 해리를 힐끔힐끔 

쳐다보았다. 해리는 비웃는 듯한 끈적한 시선이 악취수액처럼 자신의 

얼굴에 달라붙는 것을 느꼈다. 

"나중에 보자." 

해리는 론과 헤르미온느에게 인사를 하고 대연회장을 혼자 빠져나왔다. 

하지만 그가 지나갈 때마다 쏟아지는 따가운 시선과 수군거림, 손가락질을 

모르는 척하고 무시하기란 결코 쉽지 않았다. 해리는 고개를 빳빳이 쳐든 

채, 오직 앞만 바라보며 연회장 입구에 바글바글 몰려 있는 사람들 틈을 

헤집고 나왔다. 그리고 대리석 계단을 서둘러 뛰어 올라간 다음, 숨겨진 

지름길을 두 번 통과하여 금방 사람들로부터 벗어날 수 있었다. 

이런 일이 벌어질 줄 몰랐다니, 난 정말 멍청한 놈이야. 

해리는 텅 빈 위층 복도를 걸어가면서 스스로를 책망했다. 모두들 나를 

쳐다보는 게 너무 당연해, 불과 두 달 전에 그는 죽은 친구를 들쳐 메고 

트리위저드 미로에서 빠져나와서 부활한 볼드모트를 보았다고 주장했었다. 

게다가 모든 학생들에게 그날 밤 그 묘지에서 일어난 끔찍한 사건에 대해 

상세한 설명을 해주고 싶어도, 그럴 틈이 없었다. 때마침 학기가 끝나고 

모두 집으로 돌아가 버렸던 것이다. 

그리핀도르 휴게실에 있는 복도 끝에 도착한 해리는 뚱뚱한 여인의 초상 

앞에서 걸음을 멈추었다. 그리고 비로소 새로운 암호를 모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어...." 

해리는 뚱뚱한 여인을 멀뚱히 바라보면서 우물쭈물 망설였다. 뚱뚱한 

여인은 자신의 분홍색 실크 드레스 자락을 어루만지며 냉정한 얼굴로 그를 

쏘아보았다. 

"암호를 모르면 들어갈 수 없어." 

그녀가 거만하게 말했다. 

"해리, 내가 알고 있어!" 

누군가 그의 등 뒤에서 숨 가쁜 목소리로 소리쳤다. 뒤를 돌아보자, 

네빌이 그를 향해서 열심히 뛰어오고 있었다. 

"그게 뭔 줄 알아? 내가 이번만은 진짜로 그걸 기어할 수 있어!" 

네빌이 기차 안에서 보여 주었던 그 작은 선인장을 자랑스럽게 흔들어 

보였다. 

"밈뷸러스 밈블토니아!" 

"맞았어." 

뚱뚱한 여인이 이렇게 말하더니 초상화가 문처럼 옆으로 휙 열렸다. 

그리고 벽 뒤에 난 작은 구멍이 나타났다. 해리와 네빌은 그 구멍을 통해 

기어 들어갔다. 

그리핀도르 휴게실은 늘 그렇듯이 그들을 반갑게 맞았다. 이 안락한 

둥근 다락방에는 찌그러진 안락의자와 흔들거리는 낡은 책상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었다. 벽난로에는 불꽃이 명랑하게 탁탁 소리를 내고 있었고, 

몇몇 학생들이 침실로 올라가기 전에 서로 반갑게 악수를 하고 있었다. 그 

맞은편에서는 프레드와 조지 위즐 리가 게시판에 뭔가를 붙이고 있었다. 

해리는 친구들에게 잘 자라는 손짓을 하고 곧장 남학생 침실로 향했다.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기분이 전혀 아니었던 것이다. 그러자 네빌이 그의 

뒤를 따라왔다. 

제일 먼저 침실에 들어온 딘 토마스와 시무스 피니간이 자신의 침대가 

놓인 벽에 포스터와 사진을 붙이는 중이었다. 해리가 문을 열고 들어갔을 

때, 그들은 뭔가 한창 이야기를 하다가 그를 보자 갑자기 입을 다물어 

버렸다. 해리는 두 사람이 정말로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었는지, 

아니면 자신이 너무 과민 반응을 하는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안녕." 해리가 자신의 트렁크를 열면서 인사를 했다. 

"안녕, 해리" 

웨스트 햄 축구팀 색깔의 잠옷으로 갈아입은 딘이 대답했다. 

"방학은 잘 보냈니?" 

"그럭저럭." 

해리가 심드렁하게 대답했다. 자신의 방학이 진짜로 어땠는지 

털어놓으려면 밤을 꼴딱 새워도 부족할 것이다. 그리고 그는 그걸 감당할 

수는 없었다. 

"너는?" 

"뭐, 그런대로 괜찮았어." 딘이 키득키득 웃었다. "어쨌든 시무스보단 

나았어. 지금 방금 시무스 이야기를 들었거든." 

"무슨 일이 있었는데 그래, 시무스?" 

네빌이 침대 옆의 옷장 위에 밈뷸러스 밈블토니아를 조심스럽게 

내려놓으며 물었다. 

하지만 시무스는 금방 대답하지 못했다. 켄마이어 케스트럴즈 퀴디치 

팀(1291년에 창단된 아일랜드 퀴디치 팀, [퀴디치의 역사]참조: 역주)의 

포스터가 똑바로 붙었는지 확인하는 데 온통 정신을 쏟고 있었던 것이다. 

잠시 후에 시무스는 여전히 해리에게 등을 돌린 채, 입을 열었다. 

"우리 엄마가 날 돌아가지 못하게 말렸어." 

"뭐라고?" 

해리가 옷가지를 꺼내다 말고 물었다. 

"우리 엄마가 호그와트로 돌아가지 말라고 나를 말렸다니까." 

시무스는 비로소 포스터 앞에서 돌아서더니 트렁크에서 잠옷을 꺼내 

들었다. 하지만 여전히 해리가 있는 쪽을 쳐다보려고 하지 않았다. 

"하지만- 왜?" 

해리는 너무 놀라서 말이 나오지 않았다. 시무스의 엄마는 마녀였다. 

그러므로 왜 그렇게 더즐리 가족 같은 짓을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시무스는 아무 대답도 없이 묵묵히 잠옷 단추를 잠그고 있었다. 

"그건...." 

잠시 후에 그는 신중한 목소리로 말을 꺼냈다. 

"아마... 너 때문인 것 같아." 

"그게 무슨 말이야?" 

해리가 재빨리 물었다. 그의 심장이 마구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마치 

뭔가 점점 그를 조여 오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러니까...." 시무스가 여전히 해리의 눈길을 피하며 다시 말을 이었다. 

"엄마는... 음... 네가 정상이 아니라는 거야. 덤블도어 교수도 그렇고..." 

"너희 엄마는 <예언자 일보>에 실린 기사를 믿는단 말이야? 내가 

한심한 거짓말쟁이고 덤블도어 교수님이 망령난 바보라는 소리를?" 

해리가 소리쳤다. 그러자 시무스가 고개를 똑바로 들고 그를 쳐다보았다. 

"그래, 뭐 그런 비슷한 거야." 

해리는 그만 할 말을 잃었다. 그는 침대 옆 테이블 위에 지팡이를 

내려놓고 옷을 벗은 다음, 신경질적으로 트렁크 안에 쑤셔 넣었다. 그리고 

잠옷을 꺼냈다. 이제는 넌덜머리가 났다. 언제나 사람들의 따가운 눈총을 

받으며, 입에 오르내리는 것도 지긋지긋했다. 이런 모든 일들을 당해 온 

사람의 심정이 어떤지, 저들이 눈곱만큼이라도 짐작할 수 있다면... 피니간 

부인은 아무것도 모를 것이다. 그 멍청한 여자가 알 리가 없지. 해리는 

심술이 났다. 

그는 침대로 들어가서 주위의 커튼을 다 내렸다. 하지만 그전에 

시무스가 물었다. 

"저기... 그날 밤... 무슨 일이 있었어? 그러니까... 그 케드릭 디고리와 

말이야...." 

시무스의 목소리는 두려움과 동시에 호기심으로 가득 차 있었다. 트렁크 

위로 몸을 숙인 채, 열심히 슬리퍼를 찾고 있는 딘은 이상한 정도로 말이 

없었다. 하지만 해리는 그가 열심히 두 사람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나에게 뭘 묻고 싶은 거지?" 해리가 쏘아붙였다. "그냥 너희엄마처럼 

<예언자 일보>나 열심히 읽으면 되잖아, 안 그래? 거기 보면 네가 알고 

싶은 내용이 다 있을 텐데." 

"우리 엄마에 대해서 함부로 말하지 마." 

시무스가 화를 냈다. 

"나를 거짓말쟁이라고 하는 사람들은 누구든 난 가만두지 않을 거야." 

해리는 지지 않고 대꾸했다. 

"나에게 그런 말 하지 마!" 

"내가 하고 싶은 대로 말할 거야." 

해리는 머리끝까지 화가 나서 침대 옆 테이블에 놓인 지팡이를 재빨리 

집어 들었다. 

"나와 함께 침실을 쓰는 게 불편하다면, 맥고나걸 교수님께 가서 방을 

옮겨 달라고 말씀드려. 그래야 너희 엄마도 쓸데없는 걱정을 안 하시겠지." 

"자구 우리 엄마 들먹거리지 말라고 했잖아, 포터!" 

"도대체 무슨 일이야?" 

이때 론이 문가에 나타났다. 그는 눈을 크게 뜨고 시무스를 향해 

지팡이를 겨눈 채, 침대 위에 앉아 있는 해리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주먹을 

치켜든 채, 서 있는 시무스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저 자식이 우리 엄마에 대해서 욕을 하잖아!" 

시무스가 소리쳤다. 

"뭐라고? 해리가 그랬을 리가 없어. 우린 너희 엄마를 만난 적도 있고 

무척 좋은 분이셨는데...." 

"그건 쟤 엄마가 <예언자 일보>에 실린 나에 대한 엉터리 기사를 모두 

믿기 전의 이야기야!" 해리가 핏대를 세우며 목청껏 고함을 질렀다. 

"아... 그렇구나. 이제 알겠어." 주근깨가 총총히 박힌 론의 얼굴에 

비로소 영문을 알겠다는 표정이 떠올랐다. 

"뭘 알겠다는 거야?" 

시무스가 여전히 화를 내면서 미워 죽겠다는 듯이 해리를 노려보았다. 

"저 자식 말이 맞아. 난 저런 놈이랑 더 이상 방을 같이 쓰고 싶지 

않아. 저 자식은 완전히 미쳤어." 

"시무스, 그건 규칙에 어긋나는 행동이야." 

론이 귀가 빨갛게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그것은 언제나 위험을 알리는 

신호였다. 

"내가 규칙을 어겼다고?" 

시무스가 고함을 질렀다. 그는 론과는 정반대로 점점 더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너는 저 자식이 그 사람에 대해서 지껄이는 그 헛소리를 전부 믿는 

거니? 정말 진실을 말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거야?" 

"그럼 믿고말고!" 

론이 씩씩거리며 대답했다. 

"그럼 너도 제정신이 아니구나." 

시무스가 역겨운 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래? 너에게는 참 유감스런 일이구나. 아무리 그래도 난 반장이니까 

말이야!" 론이 가슴에 달린 배지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벌을 

받고 싶지 않으면, 말조심을 하는 게 좋을거야!" 

순간 시무스는 과연 자신의 생각을 솔직히 말했다고 해서 벌을 받는 

것이 타당한 일인지 따지려 들었지만 곧 흥 하고 콧방귀를 끼더니 휙 

돌아서서 침대로 기어 올라갔다. 그가 침대의 커튼을 얼마나 세게 

잡아당겼던지, 커튼은 그만 기둥에서 뜯어져서 풀썩 먼지를 내며 바닥으로 

떨어져 버렸다. 론은 시무스를 한동안 노려보더니, 딘과 네빌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너희 부모님도 해리에 대해 불만이 있으시냐?" 

론이 시비조로 물었다. 

"우리 부모님은 머글이야." 딘이 어깨를 으쓱했다. "호그와트에서 누가 

죽었는지 전혀 모르셔. 난 그런 이야기를 할 만큼 멍청하지 않거든." 

"네가 우리 엄마에 대해서 뭘 안다고 그래? 우리 엄만 누구에 관해서 

무엇이든 알아낼 수 있어!" 

시무스가 딘에게 쏘아붙였다. 

"어쨌든 너희 부모님은 <예언자 일보>도 안 보시잖아. 우리 교장 

선생님이 그만 정신이 흐려져서 위즌가모트에서 쫓겨났고 국제 마법사 

연맹에서도 쫓겨났다는 사실도 모르시잖아!" 

"우리 할머니가 그러시는데 그건 다 헛소리래." 네빌이 새된 목소리로 

끼어들었다. "우리 할머니가 망조가 든 건 덤블도어가 아니라, <예언자 

일보>라고 하셨어. 그래서 할머니는 정기구독하던 것도 끊어 버리셨어. 

우린 해리를 믿어." 

네빌은 솔직하게 말하고 침대 위로 올라갔다. 그리고 턱까지 이불을 

끌어당겨 덮더니, 올빼미 같은 눈으로 시무스를 바라보았다. 

"우리 할머니는 항상 언젠가 그 사람이 다시 돌아올 거라고 하셨어. 

그리고 덤블도어 교수님이 그자가 돌아왔다고 말씀하신다면, 그땐 돌아온 

거래." 

해리는 네빌에게 고마운 마음이 왈칵 치솟았다. 어느 누구도 이런 말을 

해준 적이 없었던 것이다. 시무스는 지팡이를 꺼내들고 침대 커튼을 다시 

달았다. 그리고 커튼 뒤로 모습을 감추었다. 침대에 올라간 딘은 한동안 

뒤척거리더니 잠잠해졌다. 네빌은 더 이상 할 말이 없는 듯, 달빛에 비친 

선인장만 다정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론이 옆 침대에서 짐을 꺼내느라 부스럭거리는 동안, 해리는 침대에 

등을 대고 누워 있었다. 언제나 좋은 친구라고 생각했던 시무스와 한바탕 

말다툼을 하고 나니, 온몸이 떨렸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내가 미쳤거나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을까? 

덤블도어 교수님도 올여름 내내 똑같은 고통을 당하셨을까? 처음에는 

위즌가모트에서 쫓겨나고 그 다음에는 국제 마법사 연맹에서 

쫓겨나시면서? 어쩌면 덤블도어 교수님이 몇 달 동안이나 그와 연락을 

하지 않으셨던 것도 그에게 화가 나셨기 때문이 아닐까? 어쨌든 두 사람 

모두 한 배를 탄 몸이었다. 덤블도어 교수는 해리의 말을 믿고 학교 

전체에 이 사실을 알렸다. 그리고 마법사 사회 전체에 널리 알리려고 했다. 

해리를 거짓말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하나같이 덤블도어 교수 또한 

거짓말을 하고 있거나 혹은 농락을 당하고 있다고 여길 것이다. 

결국에는 그들도 우리가 옳았다는 사실을 알게 될 거야. 해리는 

씁쓸하게 생각했다. 마침내 론도 침대로 올라가서 마지막 남은 촛불을 

껐다. 해리는 진실이 밝혀지는 그날이 올 때까지, 시무스와 같은 사람들의 

공격을 얼마나 참고 견뎌야 할지 걱정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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