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9장 (98/194)

제 9장 위즐리 부인의 슬픔 

덤블도어가 한마디 말도 없이 훌쩍 떠나자. 해리는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 

그는 한동안 사슬이 달린 의자에 멍하니 앉아서 한꺼번에 밀려드는 엄청난 

충격과 안도감을 이겨 내려고 애를 썼다. 위즌가모트들은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서류를 집어들고 짐을 싸고 있었다. 

해리는 몸을 일으켰다. 아무도 그에 대해서는 전혀 관심이 없는 것 같았다. 

오직 퍼지의 오른쪽에 앉아 있던 두꺼비처럼 생긴 마녀만이 이제는 사라진 

덤블도어 대신 그를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해리는 애써 그녀를 무시하면서 퍼지나 혹은 본즈 여사와 눈길을 마주치려고 

노력했다. 그만 가도 좋은지 물어보고 싶었던 것이다. 하지만, 퍼지는 해리를 

깡그리 무시하기로 결심한 것 같다. 한편 본즈 여사는 서류 가방을 챙기느라 

분주했다. 마침내 해리는 조심스럽게 문 쪽을 향해서 몇 걸음을 옮겨 보았다. 

그리고 아무도 그를 불러 세우지 않자, 후다닥 뛰기 시작했다. 

한 걸음에 몇 계단을 달려 내려간 해리는 문을 왈칵 열었다. 그 바람에 위즐리 

씨와 부딪힐 뻔했다. 그는 초조하고 불안한 표정으로 줄곧 문 밖에 서 있었던 

것이다. 

"덤블도어 교수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무죄에요." 

해리가 문을 쾅 닫으며 말했다. 

"모든 혐의가 풀렸어요!" 

위즐리 씨는 활짝 웃으며 해리의 어개를 잡았다. 

"해리. 정말 잘됐구나! 당연한 일이지, 아무런 증거도 없이 너에게 유죄 판결을 

내릴 순 없어. 그런데도 난 도저히 태연한척을 할 수가-" 

위즐리 씨가 갑자기 입을 다물었다. 바로 그때 법정 문이 다시 열리면서 

위즌가모트들이 줄지어 걸어 나왔다. 

"이런 세상에! 네가 전원 배석 재판을 받았단 말이니?" 

위즐리 씨가 그들이 지나갈 수 있도록 해리를 옆으로 잡아당기며 놀라운 듯이 

속삭였다. 

"그런 것 같아요." 

해리가 조용히 대답했다. 

한두 명의 마법사들이 해리의 앞을 지나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본즈 

여사를 포함한 몇몇 마법사들이 위즐리 씨에게 "잘 있었나. 아서." 하고 인사를 

했다. 

하지만 대부분은 모르는 척 시선을 돌렸다. 코넬레이수 퍼지와 두꺼비처럼 

생긴 마녀는 마지막까지 지하 법정에 남아 있었다. 퍼지는 위즐리 씨와 해리가 

벽의 일부라도 되듯이 굴었지만. 마녀는 여전히 감탄의 눈빛으로 해리를 

쳐다보며 지나갔다. 제일 끝으로 나온 사람은 퍼시였다. 그는 퍼시와 마찬가지로 

자신의 아버지와 해리를 완전히 무시했다. 그리고 커다란 양피지 두루마리를 

들고 여분의 깃펜을 손에 잔뜩 움켜쥔채, 고개를 빳빳히 들고 행진했다. 위즐리 

씨 또한 입가가 약간 팽팽하게 긴장했을 뿐, 셋째 아들을 만났다는 어떤 기색도 

보이지 않았다. 

"당장 너를 집에 데려다 줘야겠두나. 그래야 다른 사람들에게도 이 기쁜 소식을 

전해주지." 

퍼시가 9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으로 사라지자. 위즐리 씨가 해리에게 손짓을 하며 

말했다. 

"베스널 그린의 그 화장실로 가는 길에 널 대려 주고 가마. 어서 가자....." 

"그 화장실을 어떻게 하실 건가요?" 

해리가 활짝 웃으며 물었다. 갑자기 모든 일이 이전보다 다섯배는 더 재미있게 

느껴졌다. "나는 무죄다. 이제 호그와트로 돌아갈 것이다." 이런 생각이 비로서 

실감나기 시작했던 것이다. 

"오. 그저 간단한 주문 해제 마법이면 된다." 계단을 올라가며 위즐리 씨가 

말했다. "피해를 복구하는 것은 별로 어려운 일이 아니지만, 그런 야만적인 행동 

뒤에 숨겨진 태도가 훨씬더 문제란다. 해리. 어떤 마법사들은 머글 박해를 그저 

장난처럼 여기겠지만, 사실은 훨씬더 심각하고 나쁜 어떤 것의 표현이지. 그리고 

나는-" 

위즐리 씨가 도중에 말을 뚝 끊었다. 그들이 막 9층 복도에 도달했을 때, 

코넬리우스 퍼지가 몇 걸음 떨어진 곳에 서 있었던 것이다. 그는 뾰족하고 

창백한 얼굴에 매끄러운 금발을 느어뜨린. 키가 큰 남자와 귓속말을 주고받고 

있었다. 

그들의 발소리를 듣자, 두 번째 남자가 하던 말을 멈추고 고개를 돌렸다. 그는 

싸늘한 회색 눈을 가늘게 뜨고 해리의 얼굴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이런, 이런... 패트로누스 포터." 루시우스 말포이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해리는 뭔가 빽빽이 들어찬 곳에 걸어 들어간 것처럼 숨이탁 막혔다. 지난번 

해리는 죽음을 먹는 자들의 두건 사이로 저 차가운 회색 눈동자를 보았다. 

그리고 볼드모트가 그를 고문 할 때, 어두운 공동묘지로 울려 퍼지던 저 남자의 

조롱 섞인 목소리를 들었던 것이다. 그런데도 루시우스 말포이가 감히 그의 

얼굴을 똑바로 쳐다보고 있다는 사실이 도무지 믿기지 않았다. 그가 이 마법부에 

와서 코넬리우스 퍼지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는 사실도 믿을 수가 없었다. 불과 

몇 주일 전에 해리는 퍼지에게 말포이가 죽음을 먹는 자라고 알려주었던 것이다. 

"포터. 방금 전에 장관님으로부터 네가 운 좋게 법망에서 빠져나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정말 놀랍단 말이야. 네가 그 좁은 구멍을 계속해거 요리조리 

빠져나가는 걸 보면, 마치 뱀과 같아." 

말포이가 거드름을 피우며 느릿느릿 말을 이었다. 위즐리 씨는 경고하듯이 

해리의 어깨를 꽉 붙잡았다. 

"예. 그래요 전 도망치는 데 선수죠." 해리가 응수했다. 

루시우스 말포이가 눈을 들어 위즐리 씨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아서 위즐리도 있었군! 여기서 뭘 하고 있는 건가. 아서?" 

"여기가 내 직장일세." 

위즐리 씨가 짤막하게 대꾸했다. 

"이곳은 아닐 텐데. 안 그런가?" 

말포이가 눈썹을 추켜올리며 위즐리 씨의 어깨 너머로 문쪽을 힐끗 쳐다보았다. 

"나는 자네가 2층에서 근무하는 줄 아는데... 머글 물건들을 몰래 집으로 

가져가서 마법을 거는 뭐 그런 일을 하고 있지 않나?" 

"아닐세." 

위즐리 씨가 퉁명스럽게 쏘아붙였다. 순간 해리의 어깨를 움켜쥔 그의 손가락이 

살점을 파고들 것 같았다. 

"그런데 아저씨는 여기서 뭘 하세요?" 

해리가 루시우스 말포이에게 물었다. 

"포터, 나와 장관님 사이의 개인적인 볼일까지 네가 참견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말포이는 앞자락을 매만지며 말했다. 그 순간 해리는 금화가 가득 찬 

호주머니에서 나는 달가당달가당 하는 듯한 소리를 분명히 들었다. 

"덤블도어의 총애를 받는다고 해서, 우리들에게까지 똑같이 응석을 부려서는 안 

되지. 그럼, 장관님 우리는 사무실로 올라갈까요?" 

"그러죠. 이쪽입니다. 루시우스." 퍼지는 해리와 위즐리 씨로부터 돌아서며 

말했다. 

두 사람은 낮은 목소리로 뭔가 이야기를 나누며 성큼성큼 걸어갔다. 위즐리 

씨는 그들의 모습이 승강기 안으로 완전히 사라질때까지, 해리의 어깨를 놓지 

않았다. 

"두 사람 사이에 볼일이 있다면, 말포이는 왜 퍼지의 사무실 밖에서 기다리지 

않았을까요?" 도대체 이 밑에서 무러 하고 있었던 거죠?" 

해리가 분통을 터뜨렸다. 

"내 생각에는 법정에 몰래 들어가려고 했던거 같다." 

위즐리 씨는 굉장히 불안한 표정으로 혹시나 엿듣는 사람이 없는지 주위를 

살펴보며 말했다. 

"네가 퇴학을 당했는지 아닌지 알아보려고 했겠지, 어쨌든 널 집에 데려다 줄 

때, 덤블도어에게 쪽지를 남겨야 겠다. 말포이가 퍼지와 또다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야만 해." 

"도대체 두 사람 사이에 개인적 볼일이라는 게 뭘까요?" 

"내 생각엔 황금인 것 같다" 

위즐리 씨가 분개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몇 년 동안 말포이는 갖가지 명목으로 돈을 펑펑 쓰고 있어 그럼으로써 그가 

필요로 하는 사람들과 만날 수 있게 되었지 그 다음엔 청탁도 하고 통과되기를 

원하지 않는 법안을 지연시킬 수도 있게 되었지... 루시우스 말포이 그자는 아주 

연줄이 많아" 

승강기가 도착했다 한 무리의 메모들만이 날아다니고 있을 뿐 승강기 안은 텅 

비어 있었다 위즐리 씨가 중앙 홀로 가는 버튼을 누르자 문이 닫혔다 메모들이 

위즐리 씨의 머리 주위를 빙빙 맴돌기 시작했다 그는 성가신 듯이 손을 흔들어 

쫓았다 

"위즐리 씨 만약 퍼지가 말포이 같은 죽음을 먹는 자들을 만나고 있다면 

게다가 혼자서 만난다면 그자들이 퍼지에게 임페리우스 저주를 걸지 않았는지 

어떻게 알 수 있죠?" 

"우리도 그런 생각을 안 한 것은 아니란다 해리" 위즐리 씨가 조용히 말했다 

"하지만 덤블도어 교수는 퍼지가 지금까지는 제 의지대로 행동하고 있다고 

여기고 있어 물론 덤블도어 교수 말대로 그렇다고 해도 그다지 크게 위로가 

되지는 않지만 말이다 어쨌든 그 이야기는 더 이상 하지 않는 것이 제일 좋을 

것 같다 해리" 

문이 열리자 두 사람은 이제 거의 인적이 끊어진 중앙 홀로 걸어 나갔다 경비 

마법사인 에릭은 다시 <예언자 일보>에 얼굴을 파묻고 있었다 황금 분수대 

앞을 지나가는 순간 해리의 머리에 문득 떠오르는 것이 있었다 

"잠깐만요..." 

해리는 위즐리 씨에게 이렇게 말하고 호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내들었다 그리고 

분수대로 되돌아갔다 

해리는 잘생긴 마법사의 얼굴을 올려다보았다 하지만 가까이서 보니 왠지 

나약하고 멍청하게 보였다 마녀 또한 미안 경연대회에 나온 사람처럼 맥 빠진 

미소를 짓고 있었다 해리가 알고 있는 도깨비나 켄타우로스에 비추어 볼 때 

그들이 어떤 인간이라도 그렇게 감상적으로 쳐다보는 모습을 들킬 일은 없었다 

오직 몸을 납작 엎드린 채 노예 자세를 취하고 있는 집요정만이 가장 

그럴듯하게 보였다 만약 헤르미온느가 이 집요정 동상을 본다면 분명 가만히 

있지는 않았을 거라는 생각이 들자 해리는 저절로 웃음이 나왔다 그는 지갑을 

거꾸로 들고 10갈레온만이 아니라 지갑 안에 들어 있던 돈을 몽땅 집요정 

동상의 발밑에 쏟아 부었다 

"그럴 줄 알았어!" 론이 펄쩍 뛰면서 소리쳤다 "넌 언제나 뭐든 무사히 

해내잖아!" 

"그들은 당연히 널 무죄 석방하지 않을 수 없었어" 헤르미온느가 말했다 

해리가 처음 부엌에 들어섰을 때 걱정으로 얼굴이 하얗게 질려 있던 그녀는 

이제 떨리는 손으로 두 눈을 가리고 있었다 

"너에게 불리한 사실은 하나도 없었어 단 하나도 말이야..." 

"모두들 내가 무죄 판결을 받을 줄 알았다면서 이제야 비로소 마음을 놓는 

것처럼 보이는군요" 

해리가 씩 웃었다 위즐리 부인은 앞치마로 얼굴을 훔치고 있었고 프레드와 

조지와 지니는 "무죄라네 무죄라네 무죄라네"하고 노래를 부르며 승리의 춤을 

추고 있었다 

"이제 그만 하고 모두 자리에 앉아라!" 위즐리 씨가 소리쳤다 하지만 위즐리 씨 

역시 싱글벙글 미소를 감추지 못했다 "그런데 시리우스 루시우스 말포이가 

마법부에 있더군" 

"뭐라고?" 

시리우스가 날카롭게 소리쳤다 

"무죄라네 무죄라네 무죄라네" 

"얘들아 좀 조용히 해라! 그렇다니까 지하 9층에서 퍼지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걸 보았어 그러곤 퍼지의 사무실로 함께 들어가더군 덤블도어 교수에게 

알려야 할 텐데" 

"물론이지 우리가 말씀드리지 걱정하지 말게나" 

"이제 나는 그만 가 보는 게 좋겠네 베스널 그린에서 내용물을 마구 토하고 

있는 화장실이 날 기다리고 있거든 몰리 오늘 늦을 거요 통스 대신 근무를 

서기로 했으니까 하지만 킹슬리는 저녁 먹으로 올 것 같소" 

"무죄라네 무죄라네 무죄라네" 

"프레드- 조지- 지니 이제 그만해라!" 위즐리 씨가 부엌을 떠나자 위즐리 

부인이 말했다 "해리 이리 와서 앉거라 점심 먹어야지 아침도 거의 못 

먹었는데..." 

론과 헤르미온느는 해리의 맞은편에 가서 앉았다 해리가 그리몰드 광장 

12번지에 도착한 이후로 두 사람이 이렇게 행복해 보이기는 처음이었다 

루시우스 말포이를 만나서 다소 들뜬 기분이 가라앉았던 해리도 다시 신이 났다 

음침한 저택조차 갑자기 따뜻하고 반갑게 느껴졌다 부엌문 틈으로 삐죽이 코를 

들이밀고 도대체 왜 이 난리인지 살펴보고 있는 크리처까지도 덜 못생겨 보였다 

"일단 덤블도어 교수님이 네 편을 든 이상 그들이 너에게 유죄 판결을 내릴 

수는 없었어" 

론이 의기양양하게 말했다 사람들 앞에 놓인 접시 위에는 제각기 으깬 감자가 

수북이 쌓였다 

"맞아 덤블도어 교수님이 문제를 처리해 주셨지 하지만 나에게 한 마디 

말이라도 걸어 주셨으면 좋았을 텐데 아니면 쳐다보기라도 해주시든지" 

해리는 막상 이렇게 말해 놓고 보니 자신의 말이 너무 유치할 뿐만 아니라 

심지어 배은망덕하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그가 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 떄 갑자기 

이마의 흉터가 불에 덴듯이 쑤셨다 해리는 둔 손으로 이마를 감쌌다 

"왜 그래?" 

헤르미온느가 깜짝 놀란 표정으로 물었다 

"흉터가..." 해리가 중얼거렸다 "하지만 괜찮아 요즘에는 가끔 이런 일이 

일어나는걸..." 

다른 사람들은 아무도 이 사실을 눈치 채지 못했다 모두들 해리가 곤경에서 

무사히 벗어난 것을 기뻐하며 음식을 먹느라 정신이 없었다 프레드와 조지 

지니는 아직도 신나게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오직 헤르미온느만 걱정스런 

표정을 짓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가 뭐라고 입을 열기 전에 론이 잔뜩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 

"오늘 밤에는 틀림없이 덤블도어 교수님이 오실 거야 우리와 함께 축하하기 

위해서 말이지" 

"아마 그러기 힘드실 거다 론" 위즐리 부인이 해리 앞에 커다란 통닭 접시를 

내려놓으며 말했다 "요즘 무척 바쁘시거든" 

"무죄라네 무죄라네 무죄라네" 

"시끄러워!" 

위즐리 부인이 버럭 고함을 질렀다 

다음 며칠 동안 해리는 그가 다시 호그와트로 돌아가게 된 것을 전적으로 

기뻐하지 않는 사람이 그리몰드 광장 12번지에 딱 한 명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리지 않을 수 없었다 처음 청문회 결과를 들었을 때에는 시리우스도 무척 

기쁜 표정을 보이며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해리의 손을 꼭 붙들고 활짝 

웃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서 이전보다 훨씬 우울하고 무뚝뚝해졌다 어느 

누구와도 좀처럼 이야기를 나누려고 하지 않았다 심지어 해리끼자 피해 다녔다 

그리고 벅빅과 함께 어머니 방에 틀어박혀서 지내는 시간이 점점 더 많아졌다. 

"네가 죄책감을 느낄 필요는 없어!" 

며칠 후에 해리가 론과 헤르미온느에게 이런 자신의 느낌을 털어놓자 

헤르미온느는 단호하게 딱 잘라 말했다 

그들은 3층에 있는 곰팡이 낀 찬장을 닦아 내고 있는 중이었다 

"넌 원래 호그와트 학생이고 시리우스도 그 사실을 알고 있어 솔직히 나는 

시리우스가 너무 이기적인 것 같아" 

"헤르미온느 네 말은 너무 심하다" 자기 손가락에 달라붙은 곰팡이를 벗겨 

내려고 애를 쓰던 론이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너라도 이런 집에 혼자 처박혀 

있긴 싫을 거야" 

"시리우스는 혼자가 아니야! 여긴 불사조 기사단의 본부잖아 안 그래? 그는 

단지 해리가 여기서 자기와 함께 살았으면 하는 거야" 

"정말? 그런 것 같지는 않아" 해리가 걸레를 쥐어짜며 말했다 "지난번에 내가 

여기서 살아도 되냐고 물었을 때 곧장 대답을 못하던 걸" 

"자신의 소망을 드러내기 싫었을 뿐이야 아마 약간 죄책감도 느꼈겠지 내가 

보기에 시리우스는 내심 네가 학교에서 쫓겨나길 바라는 마음도 있었을 거야 

그럼 너와 시리우스는 함께 추방자가 되는 거잖아" 

헤르미온느가 잘난 척을 했다 

"그만둬!" 

해리와 론이 동시에 소리쳤다 하지만 헤르미온느는 그저 어깨를 으쓱할 

뿐이었다 

"너희가 원한다면 그러지 뭐 하지만 난 가끔 론의 어머니 말씀이 옳다고 

생각해 시리우스는 네가 누군지 너의 아버지가 누군지 헷갈리는 것 같아 해리" 

"네 말은 시리우스가 돌기라도 했다는 거야?" 

해리가 열 받아서 소리쳤다 

"아니야 그저 너무 오랫동안 혼자 외롭게 지낸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 

헤르미온느가 솔직하게 말했다 바로 그 때 위즐리 부인이 침실로 들어왔다 

"아직도 안 끝났니?" 

부인은 찬장 속을 들여다보며 물었다 

"전 엄마가 우리더러 그만 쉬라고 말씀하실 줄 알았어요! 우리가 이 집에 온 

뒤로 얼마나 많은 곰팡이를 벗겨 냈는지 아세요?" 

론이 잔뜩 부은 얼굴로 툴툴거렸다 

"너희들은 항상 기사단을 돕고 싶어서 안달하지 않았니? 이 본부를 지내기 

좋은 곳으로 만들면 그게 바로 도와주는 거야" 

"마치 집요정이 된 기분이라고요" 

론이 계속해서 불평을 늘어놓았다 

"잘됐어! 이제야 집요정들이 얼마나 힘든 생활을 하고 있는지 이해할 수 있게 

되었으니 너희들도 좀더 적극적으로 S.P.E.W활동을 하겠구나!" 

위즐리 부인이 다시 그들을 두고 떠나자 헤르미온느가 기대에 찬 목소리로 

소리쳤다 

"얘들아 어쩌면 사람들에게 온종일 청소만 하는 게 얼마나 끔찍한 일인지 보여 

주는 것도 나쁜 생각은 아닌 것 같아 우리가 그리핀도르 기숙사 휴게실에서 

청소 행사 후원회를 여는 건 어떨까? 물론 후원금은 모두 S.P.E.W.로 가는 거야 

그럼 기금도 모으고 사람들의 관심도 끌 수 있을 텐데-" 

"나는 네가 그 '토하다'('spew'라는 단어는 '토하다'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 

역주) 이야기를 안 꺼내도록 하는 데 후원할 거야" 

론이 짜증서럽게 중얼거렸다 하지만 겨우 해리에게만 들릴 정도로 낮은 

목소리였다 

방학이 끝나갈수록 해리는 점점 더 호그와트에 대한 몽상에 잠겨 있을 떄가 

많아졌다 해리는 하루라도 빨리 해그리드를 다시 만나고 퀴디치 게임을 하고 

싶어서 견딜 수가 없었다 심지어 약초학 수업 시간에 온실에서 채소밭 사이를 

걷는 일조차 그리워졌다 사실 이 더럽고 퀴퀴한 집을 떠나는 것만으로도 기쁜 

일이었다. 

아직도 자물쇠로 굳게 잠겨 있는 찬장이 절반이나 남아 있었고 크리처는 

누군가 지나갈 때마다 어둠 속에 숨어서 욕설을 퍼부었다 물론 해리는 그 말이 

시리우스 귀에 들어가지 않도록 조심했다 

한마디로 반-볼드모트 운동 본부에서 지내는 일은 해리가 직접 경험하기 전에 

기대했던 것만큼 신나거나 재미있지는 않았다 불사조 기사단의 단원들은 

규칙적으로 이곳을 들락날락 하면서 떄로는 함께 식사를 하기도 하고 때로는 

잠깐 귓속말만 주고받기도 했다 위즐리 부인은 해리를 비롯한 다른 아이들이 

혹시라도 그 말을 엿듣지는 않는지(늘어나는 귀를 쓰든 그냥 보통 귀를 쓰든) 

항상 철저히 확인했다 어느 누구도 심지어 시리우스까지도 해리가 여기 와서 

첫날 밤 들었던 이야기 이외에 더 이상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는 

것 같았다 

방학 마지막 날에 해리는 옷장 꼭대기에 수북이 쌓인 헤드위그의 똥을 쓸어 

내고 있었다 그 때 론이 편지 봉투 두 개를 가지고 방 안으로 들어왔다 

"책 목록이 이제 도착했어" 

론이 의자 위에 서 있는 해리에게 봉투 하나를 던졌다 

"그럴 때가 됐지 난 학교에서 까맣게 잊어버린 줄 알았지 대개는 이보다 훨씬 

일찍 보내 주는데 말이야" 

해리는 마지막 남은 똥을 쓰레기봉투에 쓸어 담았다 그리고 구석에 놓인 

쓰레기통을 향해 론의 머리 위로 봉투를 휙 던졌다 쓰레기봉투를 꿀꺽 삼킨 

쓰레기통은 꺽 하고 큰 소리로 트림을 했다. 

해리는 봉투를 열어 보았다 봉투 안에는 양피지 종이 두 장이 들어 있었다 한 

장은 9월 1일에 새로운 학기가 시작한다는 내용이었고 다른 하나는 다음 1년 

동안 필요한 책 목록이었다 

"새 책은 두 권밖에 없네" 

해리가 목록을 읽으며 말했다 

"미란다 고시오크가 쓴 5학년용 <표준 마법서>와 윌버트 슬링크하드가 

쓴<방어 마법이론>이야" 

뿅! 

순간 프레드와 조지가 해리의 오른편에 나타났다 하지만 이제는 이런 일에 너무 

익숙해졌기 때문에 의자에서 굴러 떨어지는 일 따위는 없었다 

"우리도 그 슬링크하드 책을 누가 선정했는지 궁금해하던 참이야" 

프레드가 스스럼없이 말을 이었다 

"그건 덤블도어가 새로운 어둠의 마법 방어술 선생을 찾았다는 뜻이니까 

말이야" 

조지가 말했다 

"그 역시 그럴 때도 되었지" 

프레드가 말했다 

"그게 무슨 말이야?" 

해리가 의자에서 훌쩍 뛰어내리며 물었다 

"우리는 몇 주일 전에 늘어나는 귀를 이용해 엄마와 아빠가 이야기하는 걸 

엿들었어 그런데 두 분 이야기에 따르면 덤블도어가 올해에 그 과목을 가르칠 

사람을 찾는 데 무척이나 애를 먹었대" 

프레드가 해리에게 설명했다 

"지금까지 그 과목을 맡았던 네 선생님들이 어떻게 되었는지 생각하면 결코 

놀랄 일도 아니지" 

조지가 한 마디 덧붙였다 

"한 명은 해고를 당했고 한 명은 죽었고 한 명은 기억을 잃었고 또 한 명은 

9개월 동안이나 트렁크 안에 갇혀 있었지 그래 형들 말이 무슨 뜻인지 잘 

알겠어" 

해리가 일일이 손가락으로 꼽으며 따져 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넌 왜 그러니 론?" 

프레드의 물음에 론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해리가 뒤를 돌아보자 론이 

입을 헤벌린 채 호그와트에서 온 편지를 멍하니 보고 서 있었다 

"무슨 일이야?" 

프레드가 다그쳐 물으며 론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어깨 너머로 고의 편지를 

들여다보았다 

프레드도 입이 딱 벌어졌다 

"반장이라고?" 

그는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편지를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반장?" 

조지가 훌쩍 앞으로 달려 나오더니 론의 다른 손에 쥐어져 있는 봉투를 

빼앗았다 그리고 그것을 거꾸로 들고 흔들었다 해리는 조지의 손바닥 위에 

빨간색과 황금색의 무언가가 떨어지는 것을 보았다 

"이럴 수가 없어" 

조지가 쉰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뭔가 실수가 있었을 거야" 

프레드가 론의 손에서 편지를 낚아챘다 그리고 편지에 투명 무늬가 새겨져 

있는지 확인이라도 하듯 불빛에 비추어 보았다 

"정신이 똑바로 박힌 사람이라면 아무도 론을 반장으로 뽑지는 않았을 거야" 

쌍둥이는 동시에 고개를 돌려서 해리를 바라보았다 

"우리는 당연히 네가 뽑힐 거라고 생각했어!" 

프레드는 혹시 해리가 어떤 장난이라도 친 게 아닌가 의심하는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덤블도어 교수님이 분명 널 뽑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조지가 억울한 듯이 소리쳤다 

"트리위저드 상도 받고 그 모든 일을 다 했는데!" 

프레드가 말했다 

"내 생각엔 그 미친것들이 해리에게 나쁘게 작용한 게 틀림없는 것 같아" 

조지가 프레드를 보며 말했다 

"그래 네가 말썽을 좀 많이 일으킨 것은 사실이지 그래도 최소한 너희들 중의 

하나는 선생들에게 점수를 땄잖아" 

프레드가 천천히 위로를 하더니 해리에게 성큼성큼 다가왔다 그리고 해리의 

등을 툭툭 치면서 못마땅한 눈초리로 론을 바라보았다 

"반장이라니... 철부지 로니가 반장이라니..." 

"아이고 엄마가 아시면 집안이 발칵 뒤집히겠군" 

조지가 신음 소리를 내며 무슨 위험한 오염 물질이라도 되는 듯이 반장 배지를 

론에게 얼른 돌려주었다 

론은 여전히 말문이 막혀 배지를 받아 들고는 한동안 멍하니 들여다보았다 

그러고는 배지가 정말 진짜인지 확인해 달라는 식으로 말없이 해리에게 

내밀었다 해리는 그것을 받았다 그리핀도르의 사자 문양 위에 P자가 커다랗게 

새겨져 있었다 해리는 바로 호그와트에 처음 들어왔던 그 첫날에 퍼시의 가슴에 

달려 있던 이 배지를 본 적이 있었다 

그 때 방문이 활짝 열렸다 헤르미온느가 두 볼이 빨개져서 머리를 휘날리며 

방 안으로 뛰어 들어왔다 그녀의 손에도 봉투가 들려 있었다 

"너-너도 받았니?" 

순간 헤르미온느는 해리의 손에 든 배지를 보고 환호성을 질렀다 

"그럴 줄 알았어!" 

헤르미온느는 흥분을 감추지 못하며 손에 든 편지를 마구 흔들었다 

"나도야 해리 나도 받았어!" 

"아니야" 해리는 얼른 론의 손에 배지를 돌려주며 말했다 "이건 론 거야 내가 

아니야" 

"뭐- 뭐라고?" 

"론이 반장이야" 

"론이?" 헤르미온느의 입이 딱 벌어졌다 "하지만- 정말이니? 그-그러니까 

내-내 말은..." 

론이 기분 나쁜 표정으로 그녀를 돌아보자 헤르미온느가 금방 얼굴이 빨개졌다 

"편지에는 분명히 내 이름이 적혀 있었어" 

론이 말했다 

"나-나는..." 

헤르미온느는 어쩔 줄 모르고 쩔쩔맸다 

"그-그러니까 우와! 잘했다 론! 이건 정말-" 

"뜻밖의 일이지" 

조지가 고개를 끄덕이며 뒷말을 이었다 

"아니야. 아니 그게 아니라... 론은 훌륭한 일을 했어... 사실 론은..." 

헤르미온느가 더욱 얼굴이 빨개지면서 더듬거렸다 

그때 헤르미온느의 등 뒤에서 문이 좀더 활짝 열리더니 위즐리 부인이 말끔하게 

세탁한 옷들을 가지고 방 안으로 들어왔다 

"지니에게 들으니 책 목록이 왔다면서?" 

위즐리 부인은 편지 봉투들을 힐끗힐끗 바라보면서 침대를 향해 걸어갔다 

그리고 옷가지들을 두 무더기로 나누기 시작했다 

"목록을 내게 주면 오늘 오후에 너희들이 짐을 싸는 동안 다이애건 앨리에 

가서 책을 사 오마 론, 너는 파자마를 좀더 사야겠다 적어도 15센티미터는 짧아 

보이는구나 너희들이 어찌나 빨리 자라는지 도무지 ... 너는 무슨 색깔의 

파자마가 좋겠니?" 

"배지와 잘 어울리게 빨간색과 황금색으로 사 주세요" 

조지가 빈정거렸다 

"뭐랑 잘 어울린다고?" 

위즐리 부인은 밤색 양말을 말아서 론의 옷 더미 위에 올려 놓으며 무심히 

물었다 

"배지요 론의 자랑스럽고 빛나는 반장 배지 말이에요" 

최악의 순간을 재빨리 넘기려는 듯이 프레드가 말했다 

온통 파자마에 정신이 팔려 있던 위즐리 부인은 잠깐 동안 프레드의 말을 

알아듣지 못했다 

"론의... 하지만 론 설마 네가...?" 

론이 배지를 내밀었다 

위즐리 부인은 헤르미온느와 똑같이 비명을 질렀다 

"믿을 수가 없구나! 믿을 수가 없어! 오 론 너무 훌륭하구나! 반장이라니! 우리 

잡안 애들이 다 그렇지!" 

"그럼 프레드와 나는 옆집 애들인가요?" 

조지가 심통을 냈다 

위즐리 부인은 조지를 옆으로 밀치며 두 팔을 벌리고 막내 아들을 꼭 

끌어안았다 

"아버지께 이 사실을 알릴 때까지 기다려라! 론 네가 너무나 자랑스럽구나 

얼마나 기쁜 소식인지! 너도 빌이나 퍼시처럼 결국에는 학생회장이 되겠구나 

그럼 이게 첫 단계지! 온통 근심거리밖에 없던 차에 이게 무슨 기쁜 일이냐! 

엄나는 너무 좋아서 어쩔 줄 모르겠다 오 로니" 

프레드와 조지가 어머니 뒤에서 연신 웩웩거리며 구역질 소리를 냈지만 위즐리 

부인은 전혀 알아채지 못했다 그저 론의 목을 꼭 끌어안은 채 얼굴 여기저기에 

뽀뽀를 해 대고 있을 뿐이었다 그 바람에 론의 얼굴은 반장 배지보다 더 

새빨갛게 변했다 

"엄마... 그만 해요... 엄마 진정하세요" 

론은 어떻게든 엄마에게서 빠져나오려고 애를 썼다 마침내 위즐리 부인은 론을 

놓아 주며 숨가쁘게 말했다 

"그래 뭘 해줄까? 퍼시에게는 부엉이를 사주었지 하지만 넌 이미 부엉이가 한 

마리 있잖니" 

"무-무슨 말씀이세요?" 

론이 자신의 귀가 의심스럽다는 표정을 지었다 

"반장이 되었으니 당연히 선물을 받아야지! 멋진 새 옷을 한 벌 사 줄까?" 

위즐리 부인이 애정이 담뿍 어린 목소리로 말했다 

"옷은 우리가 벌써 사 줬잖아요" 

프레드가 불만에 가득 찬 목소리로 소리쳤다 동생에게 그런 호의를 베푼 것을 

진심으로 후회하는 표정이었다 

"아니면 새 냄비를 사 줄까? 찰리의 냄비는 너무 낡고 녹이 슬었지 아니면 새 

생쥐는 어떻겠니? 넌 항상 스캐버스를 좋아했잖니" 

"엄마 혹시 새 빗자루를 가지면 안 될까요?" 

론이 혹시나 하는 희망에 가득 찬 목소리로 묻자 위즐리 부인의 안색이 약간 

변했다 빗자루는 너무 비쌌던 것이다 

"그렇게 좋은 건 필요 없어요!" 

론이 황급히 덧붙였다 

"그저-그저 새 거로 바꿔 주시기만 하면 돼요..." 

위즐리 부인이 잠시 망설이더니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 

"물론 되고말고 빗자루까지 사려면 난 그만 가 보는 게 좋겠다 모두들 나중에 

보자꾸나 우리 로니가 반장이라니! 가방 싸는 걸 잊지 마라... 반장이라.. 오 

도무지 정신을 차릴 수가 없네!" 

위즐리 부인은 다시 한 번 론의 뺨에 입을 맞추고 큰 소리로 코를 훌쩍이더니 

허둥지둥 방을 나갔다 

프레드와 조지가 서로 얼굴을 마주 보았다 

"우리는 뽀뽀를 안 해줘도 섭섭하지 않겠지 론?" 

프레드가 짐짓 몹시 걱정스러운 듯이 물었다 

"원한다면 절은 해줄 수 있어" 

조지가 놀려 댔다 

"입 닥쳐!" 

론이 그들을 노려보았다 

"싫다면 어쩔 건데?" 

프레드가 얼굴 가득 심술궂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벌이라도 주려고?" 

"론이 과연 그럴 수 있는지 보고 싶은데" 

조지가 빈정거렸다 

"조심하지 않으면 정말 그럴지도 몰라!" 

헤르미온느가 화를 내자 프레드와 조지는 큰 소리로 낄낄거리며 웃었다 론은 

체념한 듯이 중얼거렸다 

"내버려 둬 헤르미온느" 

"조지 앞으로는 행동 조심해야겠다" 

프레드가 겁이 나서 부들부들 떠는 시늉을 했다 

"얘네 둘이 우리를 감시하고 있는 상황에선..." 

"그래 우리의 무법 천하 시대도 마침내 끝난 것 같군" 조지가 머리를 흔들며 

말했다 

그리고 뿅 소리와 함께 쌍둥이가 사라졌다 

"거기 두 사람!" 

헤르미온느가 천장을 노려보며 소리를 질렀지만 벌써 위층에서 조지와 프레드가 

요란하게 웃어 대는 소리만이 들려올 뿐이었다 

"론 두 사람 말을 귀담아들을 필요 없어 그냥 질투가 나서 저러는 거야!"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론이 천장을 올려다보며 자신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형들은 항상 멍청이들만 반장이 된다고 말했어 게다가..." 

론은 훨씬 밝아진 목소리로 덧붙였다 

"형들은 한 번도 새 빗자루를 가져 본 적이 없거든! 엄마와 함께 가서 직접 

고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엄마는 절대로 님부스를 살 만한 여유가 없을 

거야 하지만 새로 나온 클린스윕도 아주 멋질 거야... 그래 엄마에게 가서 

클린스윕이 좋겠다고 말씀드려야겠어 그래야 엄마도..." 

론은 해리와 헤르미온느를 뒤에 남겨 두고 쏜살같이 방을 뛰어나갔다 왠지 

해리는 헤르미온느를 똑바로 쳐다볼 수가 없었다 그는 침대로 가서 위즐리 

부인이 차곡차곡 쌓아 놓은 깨끗한 옷들을 집어 들었다 그리고 트렁크를 향해 

걸어갔다 

"해리?" 

헤르미온느가 조심스럽게 말을 걸었다 

"정말 잘 됐어" 

너무나 다정한 어조였지만 해리의 귀에는 전혀 자신의 목소리처럼 들리지 

않았다 해리는 계속 그녀의 시선을 피하면서 칭찬을 했다 

"훌륭해 멋진 일이야 아주 대단해" 

"고마워" 헤르미온느가 대답했다 

"음... 해리... 엄마 아빠에게 이 소식을 알려 드리려고 하는데 부엉이 좀 빌릴 수 

있을까? 정말 기뻐하실 거야 내 말은... 그러니까... 반장이라면 그 분들도 이해할 

수 있는 거니까..." 

"그럼 물론이야" 

여전히 소름 끼칠 정도로 다정한 목소리였지만 누군가 다른 사람이 말하는 것 

같았다 

"어서 가져가!" 

해리는 허리를 숙이고 트렁크에 옷을 집어넣었다 그리고 헤르미온느가 옷장으로 

가서 헤드위그를 불러 내리는 동안 뭔가 열심히 찾는 척했다 잠시 후에 해리는 

문이 닫히는 소리를 들었지만 여전히 꼬부리고 앉아서 가만히 귀를 기울였다 

이제는 오직 벽에 걸린 텅 빈 액자가 킬킬거리는 소리와 구석에 놓인 

쓰레기통이 부엉이 똥을 캑캑거리며 내뱉는 소리만 들려올 뿐이었다 

해리는 허리를 쭉 펴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헤르미온느와 헤드위그는 가 버리고 

없었다 해리는 천천히 침대로 돌아와 털썩 주저앉아서 옷장 밑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해리는 5학년 때 반장을 뽑는다는 사실을 까맣게 잊고 있었다 학교에서 

쫓겨날지도 모른다는 걱정에만 사로잡힌 나머지 반장 배지가 누군가를 향해서 

날아오고 있다는 생각은 전혀 할 틈이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만약 기억했다면... 

그 생각을 하고 있었다면.... 과연 뭘 기대했을까? 

이건 아니야 

그의 마음속에서 희미하지만 진실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해리는 찌푸리며 얼굴을 두 손에 파묻었다 자기 자신에게까지 거짓말을 할 수는 

없었다 반장 배지가 오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면 해리는 틀림없이 론이 아니라 

자신이 받을 거라고 기대했을 것이다 자신도 드레이코 말포이처럼 거만해진 

걸까? 자신이 다른 아이들보다 더 뛰어나다고 생각하는걸까? 정말로 자신이 

론보다 더 훌륭하다고 믿었을까? 

아니야 희미한 목소리가 단호하게 말했다 

그게 사실일까? 해리는 자신의 감정을 돌이켜보면서 곰곰이 생각했다 

퀴디치는 내가 더 잘해 하지만 그 밖에 다른 것은 그렇지 않아 그것은 분명한 

사실이야 

해리는 생각했다 물론 공부는 론보다 더 뛰어나지 못했다 하지만 공부 이외에 

다른 것은 어떤가? 호그와트 학교를 다니기 시작한 이후로 종종 퇴학보다 더 

커다란 위험을 무릅쓰면서 그와 론 그리고 헤르미온느가 함께 겪었던 

모험에서는 어땠던가 

그래 론과 헤르미온느는 거의 언제나 나와 함꼐 모험을 겪었어 해리의 

마음속에서 들려오는 목소리가 말했다 

물론 항상 그런 것은 아니었지만 말이야 해리는 자기 자신과 논쟁을 벌였다 

그들은 나와 함께 퀴렐과 싸우지 않았어 리들과 바실리스크 때에도 옆에 없었지 

시리우스가 도망치던 날 밤에 그 모든 디멘터들을 쫓아내지도 않았어 

볼드모트가 돌아오던 날 밤 나와 함께 그 공동묘지에 가지도 않았는데... 

그가 처음 이곳에 왔던 날 밤에 느꼈던 것과 똑같은 억울한 마음이 또다시 

솟구쳤다 

난 분명히 더 많은 일을 했어 해리는 화가 치밀어 올랐다 그들 두 사람보다 

더 많은 일을 했단 말이야! 

하지만 어쩌면... 어쩌면 말이야... 작은 목소리가 또렷이 들려왔다 덤블도어 

교수님은 단지 위험한 상황을 많이 겪었다고 해서 반장으로 뽑아 주지는 

않았을지도 몰라 어쩌면 다른 기준을 가지고 반장을 뽑았을 수도 있어... 론은 

내가 가지지 못한 뭔가를 가지고 있었을 거야 

해리는 두 눈을 뜨고 손가락 사이로 발톱이 달린 옷장의 발을 쳐다보았다 문득 

프레드가 한 말이 떠올랐다 

"정신이 똑바로 박힌 사람이라면 아무도 론을 반장으로 뽑지는 않았을 거야" 

해리는 흥 하고 코웃음을 쳤다 그러나 곧 그런 자신이 혐오스럽게 느껴졌다 

론이 덤블도어 교수님에게 반장 배지를 달라고 요구한 것은 아니었다 론의 

잘못은 하나도 없었다 게다가 해리는 이 세상에 둘도 없는 론의 친구가 

아니던가? 그런데 자신이 배지를 받지 못했다고 해서 심술을 내고 쌍둥이 

형들과 함께 론의 등 뒤에서 빈정거리며 그의 즐거움을 망쳐도 되는 걸까? 론이 

생전 처음으로 해리를 앞섰다고 해서? 

바로 그 때 다시 계단을 올라오고 있는 론의 발소리가 들려왔다 해리는 벌떡 

일어나서 안경을 똑바로 고쳐 썼다 그리고 론이 문을 열고 뛰어 들어왔을 때 

재빨리 미소를 지었다 

"겨우 엄마를 붙잡았어 가능하면 클린스윕을 사 주겠다고 약속하셨어!" 

론은 기뻐서 어쩔 줄 몰랐다 

"잘됐다" 해리는 자신의 목소리가 더 이상 억지처럼 들리지 않는 것을 깨닫고 

마음을 놓았다 "이봐 론 정말 잘했어 친구" 

갑자기 론의 얼굴에서 미소가 싹 사라졌다 

"내가 배지를 받게 되리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어! 난 당연히 네가 받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론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니야 난 너무 말썽을 많이 부렸잖아" 

해리가 프레드의 말을 되풀이했다 

"아니야 내 생각에는... 어쨌든 그만 가방을 싸는 게 좋겠다 그렇지?" 

론이 말했다 

그들이 이곳에 도착한 이후로 온갖 소지품들이 발이라도 달린 것처럼 어찌나 온 

사방에 흩어져 있는지 이상할 정도였다 집 안 여기저기에 널려 있는 책과 물건 

들을 다시 가방 안에 정리해 넣는 데 오후 시간이 거의 다 지나갔다 해리는 

론이 반장 배지를 계속해서 이리저리 옮기곡 있다는 것을 눈치 챘다 처음에는 

침대 옆 탁자에 놓았다가 그 다음에는 청바지 호주머니 속에 집어넣었다가 다시 

꺼내서 얌전하게 개어 놓은 옷 위에 올려놓았다 마치 빨간색 배지가 검은색 

위에 놓이면 어떻게 보일지 알아보려는 것 같았다 방에 찾아온 프레드와 

조지로부터 차라리 영구 부착 마법을 써서 그의 이마에 배지를 영원히 붙여 

버리면 어떻겠느냐는 핀잔을 듣고 나서야 마침내 론은 밤색 양말로 배지를 

조심스럽게 싸서 가방 안에 깊숙이 집어넣었다 

여섯 시가 되자 위즐리 부인이 다이애건 앨리에서 돌아왔다 부인은 책을 잔뜩 

짊어지고 다른 한 손에는 두꺼운 갈색 종이로 포장된 긴 물건을 들고 있었다 

론은 잔뜩 몸이 달아서 얼른 그 물건을 받아 들었다 

"절대로 지금 풀어 볼 생각 마라 사람들이 곧 저녁을 먹으러 올 거야 그러니까 

너희들 모두 아래층으로 내려왔으면 좋겠구나" 

하지만 어머니의 모습이 눈앞에서 사라지자마자 론은 정신없이 포장지를 풀어 

헤치고 새로 산 빗자루를 구석구석 샅샅이 살펴보았다 그의 얼굴은 환희로 가득 

차 있었다 

지하실로 내려간 위즐리 부인은 상다리가 휘어지도록 푸짐하게 차려진 저녁 

식탁 위로 붉은색 깃발을 내걸었다 거기에는 '새로운 반장인 론과 헤르미온느의 

축하연' 이라고 적혀 있었다 방학 내내 해리는 지금처럼 기분이 좋은 위즐리 

부인의 모습을 본 적이 없었다 

"그저 평범한 저녁 식사가 아니라 작은 파티라도 열어야겠다고 생각했단다" 

위즐리 부인이 부엌 안으로 들어온 해리와 론, 헤르미온느, 프레드, 조지 그리고 

지니에게 설명했다 "아버지와 빌은 지금 오고 있는 중이란다 론 두 사람 

모두에게 부엉이를 보냈거든 모두 기뻐서 어쩔 줄 모르더구나" 

위즐리 부인이 활짝 웃으며 덧붙였다 

하지만 프레드는 불만스러운 듯 눈알을 굴렸다 

시리우스와 루핀 통스 킹슬리 샤클볼트는 이미 그곳에 와 있었다 그리고 해리가 

버터 맥주잔을 막 받아 들자마자 매드아이 무디가 무거운 발걸음을 이끌고 

뚜벅뚜벅 나타났다 

"오 앨래스터 와 주셔서 고마워요" 위즐리 부인이 반갑게 맞이했다 매드아이는 

여행용 망토를 벗었다 "그러지 않아도 한 가지 부탁을 드리려고 얼마나 

오랫동안 가디렸는지 몰라요 거실에 있는 책상 안을 한번 살펴봐 주실래요? 

그리고 그 안에 뭐가 들어 있는지 말씀 좀 해주세요 혹시 정말로 위험한게 들어 

있을지 몰라서 지금껏 열어 보지 못했어요" 

"걱정하지 마시오 몰리..." 

번쩍번쩍 빛나는 무디의 푸른 눈동자가 위로 빙글빙글 돌아 가더니 부엌 천장을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거실이라..." 눈동자의 동공이 좁아지면서 무디가 중얼거렸다 "구석에 있는 

책상 말이오? 아 그래 이제 보이는군... 그래 저건 보가트요 내가 올라가서 없애 

드릴까 몰리?" 

"아니 아니에요 나중에 제가 하죠" 위즐리 부인이 활짝 웃으며 말했다 "뭘 좀 

마시도록 하세요 작은 축하연을 열고 있었어요..." 

위즐리 부인이 붉은색 깃발을 손으로 가리켰다. 

"우리 집안의 네 번째 반장이랍니다!" 

위즐리 부인이 론의 머리카락을 헝클어뜨리며 애정 어린 목소리로 말했다 

"반장이라고?" 

무디가 보통 눈으로 론을 바라보았다 마법의 눈은 빙빙 돌면서 옆을 살펴보고 

있었다 해리는 마법의 눈이 자신을 바라보자 왠지 마음이 불편해졌다 그래서 

재빨리 시리우스와 루핀이 있는 쪽으로 자리를 옮겼다 

"축하한ㄷ" 무디가 계속 보통 눈으로 론을 노려보며 말했다 "책임을 맡은 

인물은 항상 시련을 겪게 마련이지 하지만 아마도 덤블도어는 네가 중요한 

저주들을 견딜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 모양이구나 그렇지 않았다면 널 뽑았을 

리가 없지..." 

론은 이런 무디의 얘기를 듣고 깜짝 놀란 것 같았다 하지만 때마침 아버지와 

형이 도착하는 바람에 뭐라고 대답할지 몰라서 쩔쩔매는 곤경에 처하지는 

않았다 위즐리 부인은 어찌나 기분이 좋은지 먼던구스가 함께 온 것에 대해서는 

아무런 잔소리를 하지 않았다 먼던구스는 이상하게 불룩불룩 튀어나온 외투를 

입고 있었다 그리고 외투를 받아 주겠다는 제안을 거절하고 무디의 여행용 망토 

위에 함께 내려놓았다 

"자 이제 다 함꼐 건배를 할 순서인 것 같군요" 모든 사람에게 버터 맥주가 

돌아가자 위즐리 씨가 제안했다 그는 술잔을 높이 들었다 "그리핀도르의 새로운 

반장인 론과 헤르미온느를 위하여!" 

일제히 건배를 하고 박수를 치자 론과 헤르미온느는 환하게 미소를 지었다 

"난 한 번도 반장을 해보지 못했어" 

통스가 해리의 등 뒤에서 유쾌한 어조로 말했다 사람들은 음식을 덜기 위해서 

식탁으로 몰려가고 있었다 오늘 통스의 머리카락은 토마토처럼 붉은색이었고 

허리까지 길게 늘어져있었다 그 모습이 마치 지니의 언니 같아 보였다. 

"우리 기숙사 담당 교수는 나에게 반장으로서의 자질이 부족하다고 말했지" 

"어떤 자질이요?" 

지니가 구운 토마토를 집어 들며 물었다 

"예를 들면 얌전하게 굴 수 있는 능력 같은거 말이야" 

통스가 대답하자 지니가 깔깔거리며 웃음을 터뜨렸다 헤르미온느는 웃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모르겠다는 표정을 짓더니 버터 맥주를 한 모금 꿀꺽 삼키는 걸고 

위기를 모면하려다가 숨이 막혀서 캑캑거렸다 

"시리우스 아저씨는 어땠어요?" 

지니가 헤르미온느의 등을 탁탁 두드려 주면서 물었다 

바로 해리 옆에 서 있던 시리우스는 평소처럼 늑대가 우는 듯한 웃음소리를 

내며 말했다 

"날 반장으로 뽑겠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어 제임스와 함께 툭하면 

징계를 받았거든 하지만 루핀은 아주 훌륭한 학생이라서 반장 배지를 받았지" 

"아마도 덤블도어 교수님은 내가 가장 친한 친구들을 제법 잘 통제할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하셨던 모양이야 하지만 완전히 실패했다는 걸 굳이 말할 필요는 

없겠지" 

루핀이 웃으며 말했다 해리는 갑자기 기분이 좋아졌다 그의 아버지도 반장이 

아니었던 것이다 순간 축하연이 훨씬 더 즐겁게 여겨졌다 해리는 이 부엌에 

모인 모든 사람들에 대해서 더욱더 깊은 애정을 느끼며 접시에 음식을 담았다 

론은 아무나 붙잡고 자신의 새 빗자루에 대해서 열광적으로 떠들었다 

"십 초에 117킬로미터를 가면 나쁘지 않죠? 그렇지 않나요? <빗자루 고르기>에 

따르면 카미트290이 겨우 96킬로미터밖에 못 간다는 걸 그것도 순풍이 불어 줄 

때 그렇다는 걸 아세요?" 

한편 헤르미온느는 집요정들의 권리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루핀에게 열심히 

토로하고 있었다 

"그러니까 제 말은 이게 늑대인간 부린주의만큼이나 말도 안 되는 짓이라는 

거예요 그렇지 않나요? 이런 끔찍한 일들은 모두 다 마법사들이 자기 자신을 

다른 생물들보다 우월하다고 생각하는 데서 비롯되는 거라고요" 

위즐리 부인과 빌은 늘 그렇듯이 빌의 머리 모양을 두고 또 다시 입씨름을 

벌이고 있었다 

"... 이젠 도저히 그 머리를 어떻게 해볼 수가 없구나 너는 잘생겼으니까 머리가 

짧으면 짧을수록 훨씬 더 멋있단다 그렇지 않니 해리?" 

"음... 전 잘 모르겠어요" 

위즐리 부인이 갑작스럽게 의견을 묻자 해리는 약간 놀라면서 어물쩍 대답을 

회피했다 그리고 프레드와 조지가 있는 곳으로 슬그머니 자리를 옮겼다 그들은 

한쪽 구석에서 먼던구스와 수군덕거리고 있었다 

해리를 본 먼던구스는 하던 말을 멈추었다 하지만 프레드는 눈을 찡끗하며 

해리에게 가까이 오라고 손짓을 했다 

"괜찮아요 해리는 믿을 수 있어요 우리의 재정 후원자이기도 하죠" 

프레드가 먼던구스에게 말했다 

"덩이 뭘 가져왔는지 좀 봐" 

조지가 해리에게 손을 내밀었다 손 안에는 쪼글쪼글 주름진 검은 꼬투리 같은 

것이 가득 들어 있었다 비록 그것들은 꼼짝 않고 있었지만 희미하게 

달그락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독이 있는 텐타큘라 씨앗이야 꾀병용 과자세트를 만드는 데 필요하거든 

그런데 C등급 거래 금지 품목이어서 그걸 구하는 데 애를 좀 먹었지" 

조지가 설명했다 

"그럼 전부에 10갈레온은 어때요?" 

프레드가 물었다 

"내가 이걸 구하느라 얼마나 애를 먹었는지 알아?" 

먼던구스가 충혈되고 축 늘어진 눈을 부릅뜨며 말했다 

"미안하다 얘들아 하지만 난 20이하로는 한 푼도 깎아 주지 않을 게다" 

"덩은 농담도 참 잘한다니까" 

프레드가 해리에게 말했다 

"그래 지금까지 덩이 한 최고의 농담은 크날(고슴도치처럼 생긴 마법 생물 

:역주) 가시바늘 한 봉지에 6시클이라는 거였어" 

조지가 맞장구를 쳤다 

"조심해" 

해리가 작은 목소리로 주의를 주었다 

"왜? 엄마는 론 반장을 위해 음식을 만드느라 정신이 없잖아 우린 괜찮아" 

"하지만 무디가 눈치 챌 수도 있어" 

해리가 지적했다 그러자 먼던구스가 불안한 듯이 뒤를 돌아보았다 

"맞는 말이다 어쨌든 좋다 얘들아 너희들이 지금 당장 가져가겠다면 

10갈레온에 주지" 

"브라보 해리!" 

프레드가 쾌활하게 말했다 먼던구스는 쌍둥이 형제의 손바닥 위에 호주머니를 

털어 주고 허둥지둥 음식을 향해 걸어갔다 

"우린 위층으로 가는 게 좋겠다" 

해리는 약간 불안한 마음으로 쌍둥이 형제의 뒷모습을 지켜보았다 결국 

언젠가 이 일이 들통 나면 위즐리 씨와 위즐리 부인은 틀림없이 프레드와 

조지가 돈이 어디서 나서 장난감 상점 사업을 시작했는지 알고 싶어 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그 당시에는 쌍둥이 형제에게 트리위저드 

상금을 주는 일이 아주 단순한 것처럼 여겨졌다 하지만 그것 때문에 가족 간의 

또 다른 분란과 말썽이 생긴다면 어떻게 할까? 위즐리 부인이 못마땅하게 

여기는 일을 프레드와 조지가 시작할 수 있도록 그가 도와주었다는 사실을 

부인이 알게 되면 그래도 여전히 그를 아들처럼 소중하게 여길 수 있을까? 

주변 사람들에 대한 죄책감으로 마음이 잔뜩 무거워져서 쌍둥이 형제가 떠난 

자리에 우뚝 서 있던 해리의 귀에 누군가 그의 이름을 언급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떠들썩한 부엌 안에서도 킹슬리 샤클볼트의 굵직한 목소리는 뚜렷하게 

들을 수 있었다 

"왜 덤블도어 교수가 포터를 반장으로 뽑지 않았을까?" 

킹슬리가 말했다 

"나름대로 이유가 있을 거야" 

루핀이 대답했다 

"하지만 그렇게 했다면 해리에 대한 신뢰를 보여주는 일이 되었을 텐데 나라면 

그렇게 했을 거야 더구나 <예언자 일보>에서 이렇게 거의 며칠에 한 번씩 

해리를 공격하고 있는 마당에..." 

킹슬리는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해리는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루핀이나 킹슬리에게 자신이 엿듣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 주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배는 조금도 고프지 않았지만 해리는 

먼던구스의 뒤를 따라서 식탁으로 향했다 축하 파티로 즐거웠던 기분은 처음 

생겼을 때만큼이나 순식간에 사라져 버리고 말았다 해리는 그만 위층 침실로 

올라가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매드아이 무디는 그의 뭉툭한 코를 연상하게 하는 커다란 닭다리를 앞에 놓고 

킁킁 냄새를 맡고 있었다 다음 순간 이빨로 한 입 덥석 베어 물었다 어떤 

독약의 흔적도 발견하지 못한 것이 분명했다 

"손잡이는 항-저주 광택제를 바른 스페인산 떡갈나무로 만들었구요 진동 조절 

장치가 부착되어 있어서-" 

이제 론은 통스를 붙잡고 신나게 떠들고 있었다 

위즐리 부인이 크게 하품을 했다 

"나는 잠자리에 들기 전에 그 보가트를 처리해야겠어요... 아서 난 이 사람들이 

너무 늦게까지 남아 있는 건 싫어요 아시겠죠? 그럼 잘 자라 해리" 

위즐리 부인이 부엌을 떠났다 해리는 접시를 내려놓고 어떻게 하면 사람들의 

눈길을 끌지 않고 조용히 부인의 뒤를 따라 갈 수 있을까 궁리했다 

"포터 넌 괜찮으냐?" 

무디가 거친 목소리로 물었다 

"그럼요 좋아요" 

해리는 거짓말을 했다 무디는 자신의 휴대용 물병에서 물을 한 모금 마셨다 

번쩍거리는 그의 푸른 눈이 비스듬히 해리를 응시했다 

"이리 와라 네가 보면 틀림없이 흥미로워할 게 있다" 무디가 말했다 

그러고는 자신의 안주머니에서 가장자리가 너덜너덜해진 오래된 마법 사진을 

꺼냈다 

"최초의 불사조 기사단들이란다 어젯밤에 여벌의 투명 망토를 찾다가 이걸 

발견했지 포드모어가 무례하게도 나의 가장 좋은 투명 망토를 빌려 갔다가 다시 

가져다 놓지 않아서 말이야 사람들이 이걸 보면 좋아할 거라고 생각했어..." 

해리는 사진을 받아 들었다 사진 속에는 한 무리의 사람들이 그를 향해 손을 

흔들기도 하고 안경을 고쳐 쓰기도 하고 빤히 올려다보기도 했다 

"이게 나란다" 

무디가 자기 자신을 손가락으로 짚어서 알려 주었다 하지만 굳이 그럴 필요가 

전혀 없었다 비록 머리카락이 좀 덜 세었고 코가 멀쩡하긴 했지만 누가 봐도 

사진 속의 무디를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던 것이다 

"여기 내 옆에 있는 사람이 덤블도어야 반대편은 데달루스 디글이고... 이 

사람은 마를렌느 맥키논이야 이 사진을 찍은 지 이 주일 후에 살해됐지 그녀의 

가족 전부가 몰살됐어 이쪽은 프랭크와 앨리스 롱바텀-" 

아까부터 속이 불편했던 해리는 앨리스 롱바텀을 보자 위장이 뒤틀리는 것 

같았다 한 번도 만난 적은 없었지만 그녀의 동그랗고 상냥한 얼굴은 무척 낯이 

익었다 그의 아들인 네빌과 닮았기 때문이었다 

"불쌍한 것들 그런 일을 당하느니 차라리 죽는 게 낫지... 이쪽은 에멀린 밴스야 

너도 그녀를 한 번 만난 적이 있지? 그리고 여기는 물론 루핀이고... 벤지 펜위크 

볼드모트가 그도 납치했지 우린 단지 그의 시신 일부만을 찾아냈어... 여기 잠깐 

비켜 봐" 

무디는 이렇게 말하면서 사진을 손가락으로 콕 찔렀다 그러자 사진 속에 있던 

작은 사람들이 한 쪽 옆으로 우르르 피해가고 그때까지 모습이 가려서 잘 안 

보였던 사람들이 앞으로 나올 수 있게 되었다 

"이 사람은 아멜리아 본즈와 오빠인 에드가 본즈야 그들은 이 사람과 그의 

가족들까지 해쳤지 그는 아주 위대한 마법사였어 스터지스 포드모어 이런 아주 

젊어 보이는 군 캐라독 디어본 이 사진을 찍고 나서 6개월 후에 실종되었는데 

시체조차 찾지 못했지... 해그리드도 있군 그때나 지금이나 똑같구먼 엘피아스 

도지 이 사람도 만난 적이 있지? 이자가 그때는 이런 멍청한 모자를 쓰고 

다녔다는 사실을 까맣게 잊고 있었군 기디언 프레웨트 이 사람과 그의 동생인 

패비안을 죽이기 위해서 죽음을 먹는 자 다섯 놈이 한꺼번에 덤벼여만 했어 

정말 영웅처럼 용감하게 싸웠지 조금만 옆으로 가 좀더 옆으로" 

사진 속의 조그만 사람들이 서로를 밀치락달치락하며 소동을 일으켰다 그러자 

사진 맨 뒤의 오른쪽에 가려졌던 부분이 드러났다 

"이 사람이 덤블도어의 동생인 애버포스야 나도 딱 한 번 만난 적이 있지 

이상한 놈이야 이자는 도르카스 메도우즈 볼드모트가 직접 죽였지... 그리고 

시리우스 이때는 머리가 짧았군... 그리고... 바로 여기 있군 네가 관심 

있을거라고 생각한 게 바로 이거야!" 

해리의 심장이 덜컥 내려앉는 것 같았다 그의 어머니와 아버지가 그를 향해 

활짝 웃고 있었던 것이다 두 사람은 조그맣고 젖은 듯한 눈을 가진 한 남자를 

가운데 두고 양쪽으로 앉아 있었다 해리는 웜테일을 금방 알아보았다 그의 

부모를 배신하여 그들의 행방을 볼드모트에게 알려 주고 결국 죽게 만든 

장본인이었다. 

"안 그러냐?" 

무디가 말했다 해리는 눈을 들어서 울퉁불퉁하고 흉터투성이인 무디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무디는 자신이 방금 해리에게 커다란 호의를 베풀었다고 생각하고 

무척 흐믓해하는 것이 분명했다 

"그래요" 해리는 또다시 억지로 미소를 지으려고 애를 썼다 "어... 그런데 방금 

생각난 게 있어요 제가 그만 깜박 잊고 그-그걸 싸지 않았네요 그-그러니까..." 

해리는 뭘 싸지 않았다고 둘러대야 할지 좀처럼 생각나지 않아서 쩔쩔매고 

있었다 바로 그 때 시리우스가 불렀다 

"매드아이 거기 그게 뭐예요?" 

무디가 그를 향해 돌아섰다 해리는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재빨리 부엌을 

빠져나갔다 그리고 누군가 그를 부르기전에 계단을 뛰어 올라갔다 

해리는 왜 그 사진을 보고 이토록 커다란 충격을 받았는지 그 이유를 알 수 

없었다 부모님 사진이라면 전에도 본 적이 있었다 그리고 웜테일은 이미 만난 

적이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 전혀 예상하지도 못한 순간에 그런 사진을 불쑥 

보게 된다면 어느 누구도 좋아하지 않았을 거야... 해리는 화가 나서 생각했다 

게다가 행복에 겨운 표정을 짓고 있는 다른 사람들에게 둘러싸인 그들의 모습을 

보는 일은... 토막 난 시체로 발견된 벤지 펜위크 영웅적인 회추를 맞은 기디언 

프레웨트 고문을 받다가 미쳐 버린 롱바텀 부부... 모두들 머지않아 닥칠 자신의 

운명을 알지 못한 채 사진 속에서 영원히 행복한 듯 손을 흔들고 있다니... 

무디는 그게 재미있을지 모르지만 해리는 괴롭고 고통스러웠다 

해리는 발끝으로 살금살금 계단을 올라갔다 그리고 집요정들의 목이 늘어서 

있는 현관 복도를 지났다 해리는 다시 혼자 있을 수 있게 되어서 무척 기뻤다 

하지만 2층 계단참으로 막 올라서려고 할 때 어디선가 무슨 소리가 들렸다 

누군가 거실에서 울고 있었던 것이다 

"누구세요?" 해리가 물었다 

아무런 대답도 없이 흐느끼는 소리만 계속 이어졌다 해리는 한 번에 두 계단씩 

성큼성큼 뛰어 올라갔다 그리고 2층 복도를 지나 거실 문을 열었다 

누군가 어두운 벽 쪽에 몸을 바싹 붙인 채 손에 지팡이를 들고 덜덜 떨며 울고 

있었다 그리고 한 줄기 달빛이 먼지 낀 낡은 양탄자 위에 쓰러진 론을 비추고 

있었다 론은 분명히 죽은 것 같았다 

순간 해리는 숨을 쉴 수 없었다 머릿속이 차갑게 얼어붙으면서 당장에라도 

쓰러질 것 같았다 론이 죽었다 아니야 그럴리가 없어 

아니 잠깐만 그럴 리가 없어 론은 아래층에 있잖아 

"위즐리 부인?" 

해리가 떨리는 목소리로 불렀다 

"리-리-리디큘러스!" 

위즐리 부인이 울면서 쓰러진 론을 향해 떨리는 지팡이를 내밀었다 

펑! 

론의 시체가 빌의 시체로 변했다 빌은 초점 없는 두 눈을 부릅뜬 채 사지를 

벌리고 벌렁 누워 있었다 위즐리 부인은 전보다 더욱 심하게 흐느끼기 시작했다 

"리-리-리디큘러스!" 

위즐리 부인은 또다시 울먹이며 말했다 

펑! 

이번에는 안경이 비스듬하게 벗겨진 채 얼굴 위로 한 줄기 피가 흘러내리고 

있는 위즐리 씨의 시체가 나타났다 

"안 돼!" 

위즐리 부인이 신음 소리를 내었다 

"안 돼! 리디큘러스! 리디큘러스! 리디큘러스!" 

펑! 죽은 쌍둥이 형제가 나타났다 펑! 죽은 퍼시 펑! 죽은 해리... 

"위즐리 부인! 그냥 거기서 나오세요!" 

해리가 마루 위에 쓰러진 자신의 시체를 바라보며 소리쳤다 

"다른 사람더러 하라고-" 

"무슨 일이지?" 

루핀이 황급히 거실 안으로 뛰어 들어왔다 곧이어 시리우스가 나타나더니 

무디가 무거운 걸음을 질질 끌며 쫓아왔다 루핀은 위즐리 부인과 마루 위에 

쓰러진 해리의 시체를 번갈아 보고서 곧 상황을 깨달았다 그는 자신의 지팡이를 

꺼내더니 단호하고 분명한 목소리로 외쳤다 

"리디큘러스!" 

해리의 시체가 사라졌다 시체가 놓여 있던 자리에는 보름달이 허공에 떠 있었다 

루핀이 다시 한 번 지팡이를 휘두르자 보름달마저 연기가 되어 사라졌다 

" 오-오-오!" 

위즐리 부인이 숨을 한 번 삼키더니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린 채 큰 소리로 엉엉 

울기 시작했다 

"몰리" 

루핀이 위즐리 부인을 향해 다가가면서 우울한 목소리로 말을 걸었다 

"몰리 울지 말아요..." 

다음 순간 위즐리 부인은 루핀의 어깨에 기대어 펑펑 눈물을 쏟았다 

"몰리 이건 그저 보가트일 뿐이오 단순한 보가트란 말이오" 

루핀이 위즐리 부인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위로했다 

"계속 죽은 사람들이 보여요! 언제나 말이에요! 나는 꾸-꿈을 꿨어요..." 

위즐리 부인이 루핀의 어깨에 기대어 흐느끼며 말했다 

시리우스는 방금 전까지 보가트가 해리의 시체인 척하면서 쓰러져 있었던 

양탄자 자리를 내려다보았다 무디는 자신의 시선을 피하고 있는 해리를 가만히 

바라보고 있었다 해리는 왠지 무디의 마법의 눈이 부엌에서 나오는 그를 줄곧 

지켜보고 있었던 것 같은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아서에게는 말-말하지 말아요" 

위즐리 부인이 울음을 삼키며 소맷자락으로 정신없이 눈가를 닦았다 

"아서에게 알리고 싶지 않아요 이런 바보 같은 짓을..." 

루핀이 손수건을 건네주자 위즐리 부인이 코를 풀었다 

"해리 미안하구나 네가 날 뭐라고 생각하겠니?" 위즐리 부인이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보가트 하나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고..." 

"그런 말씀 하지 마세요" 

해리는 태연하게 웃으려고 애를 썼다 

"그-그냥 너무 걱정이 되어서 말이다" 위즐리 부인의 눈에서 다시 눈물이 

흘러내렸다 "가-가족의 절반이 기사단에 속해 있으니 우리 모두 무사히 

살아남는다면 그게 기-기적이겠지 게다가 퍼-퍼시는 우리와 말도 하지 않으려고 

하고... 만약 뭔가 끔찍한 일이 일어난다면 어떻게 하지? 게다가 영원히 퍼시와 

화해하지 못하면? 만약 아서와 내가 죽기라도 하면 어떻게 될까? 론과 지니는 

누-누가 돌봐 주지?" 

"몰리 그만해요" 루핀이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이번에는 지난번과 달라요 

기사단들은 훨씬 준비가 잘되어 있어요 게다가 우리가 앞서 가고 있어요 우리는 

볼드모트가 무슨 일을 꾸미는지 알고-" 

그 이름을 듣자 위즐리 부인은 나지막이 겁에 질린 신음 소리를 내었다 

"오 몰리 진정해요 이제는 그 이름을 듣는 데 익숙해질 때도 되었어요 이봐요 

물론 아무도 다치지 않을 거라고 장담할 순 없어요 그런 약속은 어느 누구도 할 

수 없겠죠 하지만 이번에는 지난번처럼 당하지 않을 거예요 당신은 그 때 

기사단에 없었으니 잘 이해할 수 없겠죠 그 때는 죽음을 먹는 자들의 숫자가 

스무 배나 많았어요 그래서 그들은 우리를 하나씩 차례차례 제거했던 거예요..." 

해리는 또 다시 사진 속에서 활짝 웃고 있던 부모님의 얼굴을 떠올렸다 그는 

여전히 자신을 지켜보고 있는 무디의 시선을 느낄 수 있었다 

"퍼시에 대해서는 걱정하지 말아요" 시리우스가 불쑥 끼어들었다 "그는 결국 

돌아올 거요 볼드모트가 드러내 놓고 활동하기 시작하는 것은 이제 시간 문제일 

뿐이니까 말이오 일단 그렇게 되면 마법부 전체가 우리를 찾아와서 용서해 

달라고 빌게 될 거요 물론 그들의 사과를 받아들일지는 아직 잘 모르겠지만" 

"당신과 아서가 죽었을 떄 론과 지니를 돌보는 문제라면 도대체 그 아이들이 

굶어죽도록 우리가 내버려 두기라도 할 것 같아요?" 

루핀이 빙그레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위즐리 부인도 활짝 미소를 지었다 

"내가 바보 같았어요" 

위즐리 부인이 눈물을 닦으며 또다시 중얼거렸다 

하지만 십 분쯤 후에 문을 닫으며 침실로 들어간 해리는 위즐리 부인이 

어리석었다고 생각할 수가 없었다 아직도 낡은 옛날 사진 속에서 그를 향해 

환하게 웃고 있는 부모님의 얼굴이 눈앞에 아른거렸다 그들은 옆에 앉아 있는 

수많은 사람들처럼 자신의 인생이 곧 끝나리라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순간 위즐리 가족들의 시체로 연달아 나타났단 보가트의 모습이 해리의 눈앞을 

스쳤다 

느닷없이 그의 이마에 난 흉터가 또다시 날카롭게 쑤셔 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뱃속이 마구 뒤틀렸다 

"이제 제발 그만 해!" 

통증이 조금 사라지자 해리는 이마에 난 흉터를 문지르며 단호하게 말했다 

"자기 머리에게 말을 걸다니... 미쳐 간다는 첫 번째 신호야" 

벽에 걸린 텅 빈 액자에서 심술궂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하지만 해리는 그 말을 

무시했다 그 어느 때보다도 갑자기 자신이 부쩍 나이가 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불과 한 시간 전 만해도 자신이 장난감 가게나 반장 배지 때문에 

걱정하며 우울해했다는 사실이 꿈처럼 아득하고 낯설게만 여겨졌다 

(2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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