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6장 고귀하고 유서 깊은 블랙 가문
위즐리 부인은 굳은 표정으로 그들의 뒤를 따라서 계단을 올라갔다
"너희들 모두 곧장 잠자리에 들거라 더 이상 떠들면 안 돼"
그들이 층계참에 이르자 부인이 주의를 주었다 "내일은 무척 바쁠 거다 그리고
지니는 이미 잠들었을 테니 꺠우지 않도록 조심해라"
"잘도 잠들었겠다" 프레드가 목소리를 낮추며 소곤거렸다 헤르미온느와 인사를
하고 헤어진 후에 남자 아이들은 한 층 더 올라가는 중이었다 "분명 지니는
아래층에서 무슨 말이 오고 갔는지 헤르미온느에게 이야기를 들으려고 자지
않고 기다리고 있을 거야 만약 그렇지 않다면 날 지렁이라고 불러도 좋아"
"좋아 론 해리!" 위즐리 부인이 2층에서 침실을 가리키며 말했다 "어서
잠자리에 들거라"
"잘 자 형" 해리와 론이 쌍둥이 형제에게 말했다
"잘 자라" 프레드가 눈을 찡끗했다
위즐리 부인은 해리의 등 뒤에서 문을 쾅 닫았다. 처음 보았을 때보다도 침실
안은 훨씬 더 눅눅하고 음침해 보였다 벽에 걸린 빈 그림은 마치 눈에 보이지
않는 무언가가 잠자고 있는 것처럼 느리고 깊은 숨소리를 내고 있었다 해리는
잠옷을 입고 안경을 벗은 다음 차가운 침대 속으로 들어갔다
한편 론은 헤드위그와 피그위존을 달래기 위해서 옷장 꼭대기에 부엉이 먹이를
던져 주었다. 그들은 쉴 새 없이 날개를 퍼덕이며 시끄럽게 빙빙 날아다니고
있었던 것이다
"매일 밤마다 사냥을 하라고 밖으로 내보낼 수가 없어" 론인 밤색 잠옷을
입으며 설명했다 "덤블도어 교수님은 광장 주위에 너무 많은 부엉이들이
날아다니는 걸 원치 않으셔 의심을 받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시거든 이런... 깜박
잊었네"
론은 문 쪽으로 걸어가더니 걸쇠를 걸었다
"왜 그러는 거야?"
"크리처 때문이야" 론이 불을 끄면서 말했다 "내가 여기 온 첫날 밤에는
크리처가 새벽 세 시까지 돌아다녔어 나만 믿어 한밤중에 잠에서 깨어나서 방
안을 헤매고 돌아다니는 그 녀석을 보고 싶지 않다면 말이야 그건 그렇고... 네
생각은 어때?"
론은 팀대에 올라가 이불 속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어둠 속에서 해리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먼지 낀 창문을 통해 흘러 들어오는 희미한 달빛에 그의 윤곽이
어렴풋이 보였다
해리는 론이 무엇을 물어보는지 금방 알아차렸다
"뭐 별로 대단한 이야기는 없었지? 전부 우리가 짐작했던 그대로잖아 안 그래?"
론이 아래층에서 오고 갔던 이야기를 다시 떠올리면서 말했다
"우리가 들은 이야기라고는 결국 기사단에서 사람들이 그자의 편으로 넘어가지
못하도록 막고 있다는 것뿐이잖아 그러니까 그 볼-"
잠시 론은 헉 하고 숨이 막혔다
"-드모트 말이지" 해리가 단호하게 말을 이었다 "도대체 넌 언제나 그 이름을
제대로 말할 거니? 시리우스와 루핀은 그렇게 하잖아"
론은 해리의 말을 못 들은 척했다
"그래 알았어 어쨌든 어른들이 우리에게 말해 준 이야기는 이미 우리도 다
알고 있었던 거야 늘어나는 귀로 다 들었던거지 새로운 사실이라고는 단지-"
뿅!
"아이쿠!"
"론 목소리 좀 낮춰! 엄마가 올라오시겠다"
"형들 둘이 내 무릎 위에 올라와 있잖아"
"이런 깜깜하니까 순간이동을 하기가 더 어렵군"
해리는 론의 침대에서 뛰어내리는 프레드와 조지의 그림자를 보았다 침대
스프링이 삐거덕거리며 신음 소리를 내었다 잠시 후에 조지가 그의 발치에
걸터앉자 침대가 조금 기울어졌다
"아직 그 이야기까진 안 한 거지?"
조지가 열심히 물었다
"시리우스가 말한 그 무기 말이야?"
해리가 말했다
"무심코 비밀을 털어놓은 셈이지" 프레드가 입맛을 다시며 론의 옆에 앉았다
"지난번 늘어나는 귀로는 그런 이야기는 못들었잖아 안 그래?"
"그 무기가 뭘 것 같아?"
해리가 물었다
"뭐든지 다 되겠지"
프레드가 대답했다
"하지만 아바다 케다브라 저주보다도 훨씬 무서운 무기가 있을 수 있을까?
죽는 것보다 더 끔찍한 게 뭐지?"
론이 고개를 갸우뚱했다
"아마 많은 사람들을 한꺼번에 죽일 수 있는 걸 거야"
조지가 말했다
"어쩌면 특별히 사람들을 고통스럽게 죽이는 방법일지도 몰라"
론이 겁먹은 목소리로 말했다
"고통스럽게 하는 거라면 크루시아투스 저주가 있어 그보다 더 효과적인
무기는 없을 거야" 해리가 반박했다
한동안 침묵이 흘렀다 모두들 그 무기가 어떤 무시무시한 일을 할 수 있을까
열심히 궁리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럼 지금은 누가 그 무기를 가지고 있을까?"
조지가 물었다
"우리 편이 갖고 있으면 좋겠다"
론이 걱정스러운 듯 말했다
"그렇다면 아마 덤블도어가 갖고 있을 거야"
프레드가 의견을 말했다
"어디에? 호그와트에?"
론이 재빨리 물었다
"틀림없어! 마법사의 돌도 호그와트에 숨겼잖아!"
"하지만 무기는 돌보다도 훨씬 더 클 거 아니야"
론이 말했다
"꼭 그런 건 아니야"
프레드가 말했다
"그래 크기가 크다고 전부 힘이 센 건 아니야 지니 좀 봐"
조지가 맞장구를 쳤다
"그게 무슨 뜻이야?"
해리가 물었다
"너는 지니의 박쥐 귀신 주문들 중에서 하나라도 당해 본 적이 없지?"
"쉿!" 프레드가 침대에서 몸을 절반쯤 일으키며 말했다 "조용히!"
그들은 일제히 입을 다물었다 다시 계단을 올라오는 발소리가 들렸다
"엄마다"
조지는 이렇게 말하더니 한마디 인사도 없이 뿅 하며 사라졌다 해리는 침대
발치가 가벼워진 것을 느꼈다 잠시 후에 문 밖에서 마루가 삐걱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위즐리 부인이 그들이 떠들고 있는지 엿듣고 있는 게 틀림었었다
헤드위그와 프기위존이 구슬픈 울음소리를 냈다 마루가 다시 삐걱거리더니
이번에는 프레드와 조지를 살펴보기 위해 위층으로 올라가는 부인의 발소리가
들렸다
"엄마는 항상 우리를 안 믿는다니까" 론이 투덜거렸다
해리는 도무지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저녁 나절 일어난 일만 해도 생각할 것이
너무 많아서 몇 시간이고 머리를 굴리며 누워 있을 수 있을 것 같았다 해리는
계속해서 론과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다 위즐리 부인이 다시 계단을 내려오는
소리가 들렸다 부인이 가 버리자 또 다른 것들이 계단을 오르내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분명히 다리가 많이 달린 무언가가 침실 문 밖에서 살금살금
돌아다니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신비한 동물 돌보기 선생님이 해그리드의
목소리가 아련히 들려왔다
"예쁘지 그렇지 않니 해리? 이번 학기에는 무기에 대해서 공부할 거란다"
해리는 머리에 대포알이 달린 괴물들이 그를 향해서 돌진하고 있는 것을
보았다... 그는 고개를 쑥 들이밀었다...
그 다음에 생각나는 것은 자신이 이불 밑에서 공처럼 몸을 돌돌 말고 있다는
것뿐이었다 조지의 커다란 목소리가 방 안 가득 울렸다
"엄마가 그만 일어나래 부엌에 아침 식사가 준비되어 있어 식사를 끝낸
다음에는 거실로 오라고 하셨어 생각한 것보다 독시들이 더 많았어 심지어 소파
밑에서 죽은 퍼프스캔의 둥지까지 나왔어"
삼십 분 후에 서둘러 옷을 갈아입고 아침을 먹은 해리와 론은 거실로
들어갔다 1층에 있는 천장이 높고 긴 이 방은 초록색 올리브 빛깔의 벽에 온통
벽걸이 양탄자가 걸려 있어싿 한편 바닥에 깔린 양탄자에서는 한 걸음 걸을
때마다 작은 먼지구름이 일어났다 그리고 이끼처럼 푸른색을 띤 긴 벨벳
커튼에서는 마치 눈에 보이지 않는 벌 뗴가 날고 있는 듯이 붕붕거리는 소리가
났다 위즐리 부인과 헤르미온느 지니 프레드 그리고 조지가 커튼 주위에 모여
있었는데 그 모습이 좀 이상했다 코와 입을 수건으로 가리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들은 끝에 노즐이 달린 커다란 검은색 병을 하나씩 들고 있었다
"너희도 얼굴을 가리고 분무기를 집어 들어라"
위즐리 부인이 해리와 론을 보자마자 즉시 가늘고 긴 다리가 달린 탁자 위에
놓인 분무기 두 개를 가리키며 말했다 거기에는 검은 액체가 담겨 있었다
"그건 독시 살충제란다 독시들이 이렇게 지독하게 번식한 건 처음 보는구나
도대체 10년 동안 집요정은 뭘 했는지 모르겠네-"
헤르미온느의 얼굴은 수건으로 반쯤 가려져 있었다. 하지만 해리는 헤르미온느가
못마땅한 표정으로 위즐리 부인을 쳐다보는 것을 똑똑히 볼 수 있었다
"크리처는 사실 너무 늙었어요 이런 일을 하기에는-"
"크리처가 마음만 먹으면 얼마나 일을 잘하는데 깜짝 놀랄 정도란다
헤르미온느"
시리우스가 피로 얼룩진 자루를 들고 방 안으로 막 들어서며 말했다 자루
안에는 죽은 쥐가 들어 있는 것 같았다
"벅빅에게 먹이를 주고 오는 길이야"
해리가 궁금한 표정을 짓는 것을 보고 시리우스가 설명했다
"그 녀석을 위층 우리 어머니의 침실에 가두어 놓았거든 그건 그렇고... 이
책상이 문제란 말이지..."
시리우스는 쥐가 담긴 자루를 팔걸이의자 위에 던져 놓고 허리를 숙여 잠긴
책상 서랍을 살펴보았다 해리는 그제야 책상 서랍이 약간씩 흔들리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몰리 내가 보기엔 보가트가 틀림없어요"
시리우스가 열쇠 구멍 안을 들여다보며 말했다
"그래도 꺼내기 전에 매드아이에게 한번 살펴보도록 하는게 좋겠죠 저희
어머니를 생각하면 보가트보다 훨씬 심한 것일 수도 있어요"
"당신 말이 맞아요 시리우스"
위즐리 부인이 말했다 이제 두 사람은 너무나 상냥하고 예의 바른 태도로
이야기를 주고받고 있었다 어젯밤에 있었던 말다툼 따위는 까맣게 잊어버린 것
같았다
바로 그 때 아르층에서 시끄럽고 요란한 벨 소리가 들리더니 당장 무시무시한
비명 소리와 울부짖는 소리의 불협화음이 울려 퍼졌다 전날 밤 통스가 졸맷해서
우산꽂이를 쓰러뜨렸을 때 벌어진 것과 똑같은 상황이 일어난 것이다
"절대 현관 벨을 누르지 말라고 그렇게 단단히 일렀는데!"
시리우스가 짜증을 내며 황급히 방 밖으로 달려 나갔다 블랙 부인의 비명
소리가 집 안 전체에 울려 퍼지는 가운데 시리우스가 쿵쿵거리며 계단을 뛰어
내려가는 소리가 들렸다
"가문의 수치 더러운 잡종 집안의 배신자 개자식..."
"해리 문을 닫거라" 위즐리 부인이 말했다
해리는 최대한 시간을 끌면서 거실 문을 향해 다가갔다 아래층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듣고 싶었던 것이다 그런데 갑자기 블랙 부인의 비명 소리가
뚝 끊어졌다 시리우스가 어머니의 초상화 위로 커튼을 치는 데 성공한 것이
틀림없었다 곧이어 시리우스가 현관 복도를 걸어가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현과눔ㄴ의 사슬이 철거덕거리는 소리가 들려오더니 킁슬리 샤클볼트의 굵은
목소리가 들렸다
"헤스티아가 임무 교대를 해주었어요 그래서 지금은 헤스티아가 무디의 망토를
입고 있죠 나는 덤블도어에게 보고서를 남겨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해리는 뒤통수에 꽂히는 위즐리 부인의 따가운 시선을 느끼며 어쩔 수 없이
거실의 문을 닫고 독시 박멸 작전에 다시 참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위즐리 부인은 <질데로이 록허트가 말하는 집안의 골칫거리 퇴치법>을 소파
위에 펼쳐 놓고 독시에 관련된 페이지를 열심히 살펴보고 있었다
"맞아 너희들 아주 조심해야 한다 독시는 물기도 하는데 이빨에 독이 있거든
여기 해독제를 준비하기는 했지만 부디 그걸 쓰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구나"
위즐리 부인은 허리를 쭉 펴더니 커튼 앞에 떡 버티고 섰다 그리고 아이들에게
앞으로 나오라고 손짓했다
"내가 신호를 보내면 일제히 약을 뿌려라 아마 독시들이 우리 쪽으로
몰려올거야 하지만 여기 쓰여진 설명서에 보면 단 한 방으로 독시를 기절시킬
수 있다고 하니까 이놈들이 움직이지 못하게 되었을 때 이 양동이 안으로 던져
넣기만 하면 돼"
위즐리 부인은 조심스럽게 앞으로 걸어 나갔다 그리고 살충제가 든 분무기를
높이 치켜들었다
"좋아- 발사!"
해리가 약을 뿌리자마자 다 자란 독시들이 커튼 사이사이에서 구름처럼
몰려나왔다 독시들은 딱정벌레처럼 반짝거리는 날개를 윙윙거리고 바늘처럼
날카로운 작은 이빨을 드러내며 덤벼들었다 요정처럼 작은 독시의 온몸은
무성한 검은 털로 뒤덮여 있었는데 잔뜩 약이 오른 독시는 작은 네 주먹을 꽉
움켜쥐고 있었다 해리는 독시를 향해 정통으로 독시 살충제 공격을 퍼부었다
허공에서 마비된 독시는 깜짝 놀랄 만큼 커다란 소리를 내며 낡아빠진 양탄자
위로 툭 떨어졌다 해리는 그것을 집어서 양동이 안에 던졌다
"프레드 뭘 하고 있는 거니?" 위즐리 부인이 날카롭게 소리쳤다 "당장 약을
뿌리고 양동이 안으로 던져 넣어라!"
해리가 뒤를 돌아보니 프레드가 발버둥 치는 독시 한 마리를 손에 들고 있었다
"알았어요" 프레드가 선뜻 대답하고는 독시의 얼굴에 재빨리 약을 뿌렸다
그러자 독시는 곧 정신을 잃었다 하지만 위즐리 부인이 다시 돌아서자마자
프레드는 눈을 찡끗하며 호주머니 속에 독시를 집어넣었다
"우리의 꾀병용 과자세트를 만들기 위해 독시의 독을 실험해야 하거든" 조지가
해리에게 속삭였다
해리는 바로 코앞으로 돌진해 오는 독시 두 마리를 향해 날쌔게 약을 뿌린 다음
조지 옆으로 바싹 다가가서 몸을 기울이며 물었다 "꾀병용 과자세트가 뭐야?"
"병이 나게 하는 온갖 과자들이 들어 있는 거지"
조지가 위즐리 부인의 등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 해리에게 속삭였다
"물론 진짜로 병이 나게 하는 건 아니야 그냥 수업을 빼먹고 싶을 때 빼먹을
수 있을 정도로만 아프게 하는 거야 프레드와 나는 올여름 내내 그걸 연구해
왔어 그건 기능에 따라 두 가지 색깔이 입혀져 있는데 껌처럼 씹어 먹을 수
있어 그러니까 만일 구역질 사탕의 오렌지색 반쪽을 먹게 되면 넌 당장 토하게
될 거야 그리고 병원에 가기 위해 교실에서 나오자마자 나머지 보라색 반쪽을
먹게 되면-"
"넌 다시 멀쩡해지는거지 '아무짝에도 쓸모 없는 지겨운 수업에 시달리는 대신
한 시간 동안 당신 마음대로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습니다' 이게 우리 광고에
집어늫을 문구야"
프레드가 뒤이어 말했다 그는 위즐리 부인의 눈을 피해 바닥에서 비틀거리는
독시 몇 마리를 재빨리 집어 들더니 호주머니 속에 넣었다
"하지만 아직 연구를 좀더 해야 해 우리 실험 대상자들이 구토를 너무 심하게
해서 보라삭 반쪽을 삼키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거든"
"실험 대상자들?"
"바로 우리들이야 차례차례 하나씩 먹어 보고 있어 기절 팬시(케이크의 한
종류:역주)는 조지가 시험해 봤고 코피 누가(설탕과 아몬드 등으로 만든
과자:역주)는 우리 둘 다 먹어 봤지" 프레드가 신나게 떠들었다
"그 바람에 엄마는 우리가 한바탕 결투라도 벌인 줄 아셨어"
조지가 말했다
"그럼 여전히 장난감 가게를 열 생각이 있는 거야?" 해리가 분무기의 노즐을
바로 잡는 척하면서 속삭였다
"아직까지 기회가 없어서 적당한 가게 자리를 못 구했어 그래서 당장은 우편
주문 서비스를 실시할 생각이야 벌써 지난주에 <예언자 일보>에 광고를 냈지"
프레드가 더욱더 목소리를 낮추며 말했다
위즐리 부인은 다시 공격을 시도하기 전에 스카프로 이마의 땀을 닦고 있었다
"모두 네 덕분이야 해리 하지만 걱정하지 마 엄마는 아무것도 모르셔 이젠
<예언자 일보>를 읽지 않으시거든 너와 덤블도어 교수에 대해서 거짓 기사를
자꾸 떠들어 대니까 말이야"
해리가 빙그레 웃었다 그는 위즐리네 쌍둥이 형제들이 장난감 가게를 열겠다는
꿈을 이룰 수 있도록 트리위저드 시합에서 받은 1천 갈레온의 상금을 억지로
쥐어 주었던 것이다 하지만 자신이 그들의 계획을 실행하는 데 한몫 거들었다는
사실을 위즐리 부인에게 비밀로 했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오히려 다행스러웠다
부인은 장난감 가게를 운영하는 일이 자신의 아들들에게 어울리는 직업이라고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커튼 속에서 번식하는 독시들을 없애는 데 아침 시간이 거의 다 흘러갔다
마침내 위즐리 부인이 얼굴을 가리고 있던 수건을 벗었을 때는 이미 정오가
지난 시간이었다 팔걸이의자에 털썩 주저앉았던 부인은 비명을 지르며 다시
벌떡 일어났다 죽은 쥐들이 들어 있는 자주를 깔고 앉았던 것이다 집중적인
살충제의 세례를 받고 흠뻑 젖은 채 축 늘어진 커튼에서는 더 이상 붕붕거리는
소리가 나지 않았다 그들의 발치에는 의식을 잃은 독시들이 양동이 안에 수북이
쌓여 있었고 그 옆에는 시꺼먼 알들이 담긴 그릇이 놓여 있었다 크룩생크는
미심쩍은 듯이 코를 킁킁거리며 독시의 냄새를 맡고 있었고 조지와 프레드는
연신 탐욕스런 눈길을 던졌다
"점심을 먹은 후에는 여기에 도전해야 할 것 같다"
위즐리 부인이 벽난로 맞은편에 서 있는 먼지 낀 유리가 붙은 진열장을
가리키며 말했다 거기에는 온갖 이상한 물건들이 꽉꽉 들어차 있었다. 녹슨 단검
발톱 돌돌 말린 뱀 껍질 해리가 도저히 읽을 수도 없는 이상한 글자가 새겨진
변색된 은상자 등 그 중에서도 가장 기분 나쁜 물건은 마개에 커다란 오팔이
박혀 있는 화려한 크리스털 병이었는데 피인 것이 분명한 액체가 가득 들어
있었다.
그때 현관 벨 소리가 다시 요란하게 울렸다 모두들 일제히 위즐리 부인을
쳐다보았다
"여기 있거라" 부인은 단호하게 말하더니 쥐가 든 자루를 집어 들었다
아래층에서는 다시 블랙 부인의 비명 소리가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샌드위치를
좀 만들어 가지고 오마"
위즐리 부인이 조심스럽게 문을 닫고 방을 나가자마자 모두들 쏜살같이
창문으로 달려가서 현관 계단을 내려다보았다 부스스한 빨간 머리와
위태위태하게 포개져 있는 냄비들이 보였다
"먼던구스야! 저 냄비들을 다 뭐하려고 가져왔지?"
헤르미온느가 말했다
"아마 냄비를 보관해 둘 만한 안전한 장소를 찾고 있는 걸거야 내 뒤를
미행하기로 되어 있던 날 밤에 먼던구스가 했던 일이 뭐였겠어? 바로 저 불법
냄비를 주우러 갔던 거였잖아"
해리가 말했다
"그래 네 말이 맞아!" 프레드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 순간 현관문이 활짝
열리더니 먼던구스가 냄비를 짊어지고 문 안으로 사라졌다 "맙소사 엄마가
좋아하시지 않을텐데..."
프레드와 조지는 문 앞으로 다가가서 귀를 바싹 대고 섰다 블랙 부인의 비명
소리는 어느덧 사라지고 들리지 않았다
"먼던구스가 시리우스와 킹슬리에게 뭐라고 이야기를 하고 있어" 프레드가
정신을 집중하느라 얼굴을 찌푸리며 중얼거렸다 "그런데 잘 안 들리는걸...
어떻게 생각해? 좀 위험하겠지만 늘어나는 귀를 사용해 볼까?"
"한번 해보자 내가 위층으로 살짝 올라가서 늘어나는 귀를-"
바로 그 순간 아래층에서 늘어나는 귀가 더 이상 필요없을 정도로 커다란 고함
소리가 터져 나왔다 모두들 위즐리 부인이 목청껏 지르는 소리를 똑똑히 들을
수 있었다
"여기는 훔친 물건 따위나 숨기는 곳이 아니에요!"
"난 엄마가 다른 사람에게 소리 지르는 걸 보면 괜히 기분이 좋더라" 프레드가
얼굴 가득 만족스런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리고 위즐리 부인의 목소리를 좀더
똑똑히 들을 수 있도록 방문을 조금 열어 놓았다
"분위기가 싹 달라진다니까"
"정말 무책임하기 짝이 없군요 당신이 굳이 훔친 냄비를 집 안으로 끌고 오지
않아도 걱정스런 일이 태산인데-"
"저 멍청이들이 엄마가 본색을 드러내도록 내버려 둘 생각인 모양이군" 조지가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너희가 서둘러 엄마를 말리지 않으면 엄마 머리에
뚜껑이 열려서 몇 시간 동안 김이 나는 꼴을 보게 될 거야 그러지 않아도
먼던구스가 해리 네 뒤를 따라다녀야 할 시간에 몰래 자리를 비운 이후로
엄마는 그에게 한바탕 퍼붓지 못해서 안달이었는데 말이야 아이쿠 시리우스의
엄마가 또 시작이군"
복도에 걸린 초상화들이 내지르는 비명 소리와 울부짖는 소리에 위즐리 부인의
목소리가 파묻혀 버렸다
조지는 그 소리를 막기 위해 방문을 닫으려고 했다 그런데 미처 문을 닫기 전에
집요정이 방 안으로 쏙 뛰어 들어왔다
몸통 한가운데에 허리띠처럼 두른 더러운 천 조각 이외에는 완전히 벌거벗은
몸이었다 이 집요정은 상당히 나이가 많아 보였다 너무 쪼글쪼글해서 요정의
피부를 쫙 펴면 자기 몸의 몇 배는 될 것처럼 보였다 이 요정도 다른
집요정들과 마찬가지로 대머리였지만 박쥐처럼 생긴 커다란 귀 뒤로 하얀
머리카락이 무성하게 자라 있었다 그의 눈은 빨갛게 핏발이 서 있었고 물에
젖은 듯한 회색이었다 그의 커다랗고 살찐 코는 흡사 돼지 코 같았다
집요정은 해리와 다른 사람들은 전혀 안중에도 없었다 마치 아무도 보이지
않는다는 듯이 등을 구부정하게 구부린 채 발을 질질 끌며 방의 제일 안쪽으로
천천히 그리고 끈질기게 걸어갔다 그는 황소개구리같이 거칠고 굵은 목소리로
연신 뭐라고 중얼거리고 있었다
"지저분한 인간 쓰레기 악당 같으니라고 하지만 그 여자도 나을 건 없어 제
새끼들을 데리고 우리 주인님의 집을 온통 엉망으로 만들어 놓다니 못된 늙은
동족의 배신자 오 불쌍한 우리 주인님 주인님이 아신다면 이 악당들이 함부로
주인님 집에 들어온 걸 아신다면 이 늙은 크리처에게 뭐라고 말씀하실까 오
수치스럽게도 머글 태생들과 늑대인간과 배신자 도둑이 득실거리다니 가엾은
늙은 크리처 어찌해야 좋을지..."
"안녕 크리처" 플레드가 문을 쾅 닫으며 큰 소리로 인사를 했다
집요정은 갑자기 얼어붙은 듯이 발걸음을 우뚝 멈추며 입을 딱 다물었다
그러고는 너무나 호들갑스럽게 깜짝 놀란 시늉을 하기 시작했다
"크리처는 젊은 주인님을 미처 못 봤어요" 그는 몸을 돌리더니 프레드에게 꾸벅
절을 했다 그리고 여전히 양탄자를 내려다보면서 들으라는 듯이 분명하게
덧붙였다 "못된 꼬마 배신자 녀석이군"
"뭐라고? 마지막 말을 못 들었는데"
"크리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어요" 집요정은 조지에게 꾸벅 절을 하면서
또다시 분명하게 중얼거렸다 "그리고 그 쌍둥이 형제야 비정상적인 꼬마 괴물들
같으니라고"
해리는 웃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요정은 허리를 쭉 펴더니
악의에 찬 눈빛으로 그들을 노려보았다 그리고 자신의 말을 아무도 들을 수
없을 거라고 자신하면서 계속 중얼거렸다
"저기 머글 태생도 있네 뻔뻔스럽게 잘도 서 있군 오 주인님이 이 사실을
아신다면 얼마나 슬퍼하실까 그리고 저기 처음 보는 꼬마는 크리처가 이름도
모르는 녀석인데 여기서 뭘하고 있는 걸까 크리처는 모르겠네..."
"이쪽은 해리라고 해 크리처 해리 포터"
헤르미온느가 주저하며 말했다 크리처의 희미한 눈동자가 활짝 커지더니 더욱더
흥분한 듯이 빠르게 중얼거렸다
"이 머글 태생이 친구라도 되는 것처럼 크리처에게 말을 걸다니 크리처의
주인님께서 크리처가 이런 녀석들과 함께 있는 걸 보신다면 오 뭐라고
말씀하실까-"
"헤르미온느를 머글 태생이라고 부르지 마!"
론과 지니가 잔뜩 화가 나서 동시에 소리쳤다
"상관없어 그는 지금 온전한 상태가 아니잖아 자기가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모르고 있어"
헤르미온느가 속삭였다
"헤르미온느 엉뚱한 소리 하지 마 저 녀석은 자기가 무슨 소리를 하고 있는지
분명히 알고 있다고"
프레드가 미워 죽겠다는 표정으로 크리처를 노려보았다
하지만 크리처는 여전히 해리를 바라보며 연신 중얼거리고 있었다
"정말일까? 저 꼬마가 해리 포터란 말이야? 크리처도 흉터를 볼 수 있어
분명히 사실인가 봐 저 꼬마가 어둠의 주인을 막았단 말이지 어떻게 그런 일을
했는지 크리처는 도무지-"
"그래 크리처 사실은 우리 모두 믿어지지 않아"
프레드가 말했다
"도대체 원하는 게 뭐야?"
조지가 추궁하자 크리처의 커다란 눈이 조지를 째려보았다
"크리처는 지금 청소 중이에요"
크리처가 어설프게 둘러댔다
"그거 참 그럴듯한 거짓말이군" 해리의 등 뒤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시리우스가 돌아온 것이다 그는 문가에 서서 집요정을 무섭게 노려보았다 이제
현관 복도에서 들려오던 소음은 잠잠해졌다 위즐리 부인과 먼던구스가 일단
부엌으로 자리를 옮긴 모양이었다
시리우스를 보자 크리처는 돼지 코가 바닥에 닿도록 허리를 숙이며
우스꽝스럽게 절을 했다
"똑바로 서 지금 뭘 하고 있는 거지?"
"크리처는 청소 중이에요" 집요정이 똑같은 말을 되풀이했다 "크리처는 고귀한
블랙 가문에 봉사하기 위해 살아요"
"날마다 더 더러워지고 새까매지는 블랙 가문이겠지"
시리우스가 쏘아붙였다
"주인님은 언제나 농담도 잘하세요" 크리처가 다시 굽실 절을 했다 그러고는
목소리를 낮추며 계속 중얼거렸다 "어머니의 마음에 상처를 입힌 배은망덕한
후레자식 주인님"
"우리 어머니에게는 마음이란 게 없어 크리처 어머니는 오직 미움만으로
평생을 살아오신 분이야"
시리우스가 쏘아붙였다 크리처가 다시 굽실하고 절을 하며 말했다
"주인님 말씀이 무조건 옳아요" 그러고는 다시 화가 나서 중얼거렸다 "주인님은
마님의 신발도 닦을 자격이 없어 오 우리 불쌍한 주인만님 크리처가 그자를
섬기는 꼴을 보시면 뭐라고 하실까 얼마나 미워하셨는데 얼마나 한심한지..."
"내가 분명히 지금 뭘 하고 있느냐고 물었지" 시리우스가 차갑게 말했다 "항상
청소하는 척하며 나타나서는 그때마다 뭔가 슬쩍 네 방으로 가져가서 숨겨
놓잖아 우리가 버리지 못하도록 말이야"
"크리처는 주인님 집에 놓인 물건들을 단 한 개라도 옮기고 싶지 않아요"
집요정이 이렇게 대답하더니 다시 빠르게 중얼거렸다 "7백 년 동안이나 이 집
안에 걸려 있던 벽걸이 양탄자를 내버리면 주인마님께서 절대로 크리처를
용서하지 않을 거야 크리처는 반드시 그걸 지켜야 해 크리처는 주인님과
반역자들과 꼬마 녀석들이 이 집을 파괴하도록 가만 내버려 두지 않을 거야"
"그건 네 뜻대로 될 거야" 시리우스가 혐오스럽다는 눈초리로 맞은편 벽을 힐끔
쳐다보며 말했다 "저 양탄자 뒤에도 틀림없이 영구 부착 마법을 걸어 놓았을
테니까 말이야 그래도 저걸 떼 낼 수만 있다면 반드시 떼 냈을 거야 그러니까
이제 그만 가 버려 크리처"
크리처는 감히 주인의 명령에 불복종할 용기는 없는 것 같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발을 질질 끌며 시리우스의 옆을 지날 때 주인을 쳐다보는 크리처의
표정에는 뿌리 깊은 증오가가득 담겨 있었다 크리처는 방에서 나갈 때까지 쉬지
않고 중얼거렸다
"아즈카반에서 돌아와서 크리처에게 명령을 하다니 오 가엾은 주인마님 이 집
꼴을 보시면 뭐라고 하실까 쓰레기 같은 인간들이 이 집을 차지하고 앉아서
마님의 소중한 물건들을 함부로 내던지고 그자는 절대 내 자식이 아니라고
마님도 선언하셨어 그런데 이제 돌아와서는... 사람들 말로는 살인자라던데"
"그렇게 계속 중얼거리면 정말 죽일지도 몰라!" 시리우스가 벌컥 짜증을 냈다
그러고는 집요정의 뒤에 대고 방문을 쾅 닫아 버렸다
"시리우스 그 집요정은 제정신이 아니에요 우리가 자기 말을 듣고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것 같아요" 헤르미온느가 변명을 해주려고 했다
"저 집요정은 너무 오랫동안 혼자 지냈단다 어머니의 초상화로부터 정신 나간
명령만 듣고 혼자 중얼거리는 데 익숙해진 거야 그렇지만 그 이전에도 언제나
좀 불쾌한 녀석이긴 했어"
"혹시 저 집요정을 해방시켜 주면 어쩌면-"
헤르미온느가 기대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우린 저 녀석을 풀어 줄 수 없어 기사단에 대해서 너무 많은 걸 알고 있거든"
시리우스가 딱 잘라 거절했다 "게다가 그렇게 하면 너무 충격을 받아서
죽을지도 몰라 네가 한 번 저 녀석에게 이 집을 떠나라고 말해 봐 어떻게
나오는지"
시리우스는 방을 가로질러 걸어갔다 그곳에는 크리처가 지키려고 애를 썼던 그
문제의 양탄자가 벽 전체에 걸려 있었다. 해리와 다른 사람들도 그 뒤를
따라갔다
양탄자는 무지무지하게 오래된 것 같았다 색이 다 바래고 여기저기 독시들이
갉아먹은 듯한 흔적이 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기에 수놓인 문양은 여전히
번쩍번쩍 빛을 발하며 구불구불 뻗어 나간 가문의 가계도를 뚜렷이 보여 주고
있었다 그 가계도는 해리가 짐작하기에 최소한 중세로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것
같았다 양탄자 제일 위에는 커다란 글씨로 이렇게 쓰여 있었다
고귀하고 유서 깊은 블랙 가문 '언제나 순수한'
"시리우스란 이름은 여기 없잖아요!"
가계도의 끝을 자세히 살펴보던 해리가 소리쳤다
"한때는 내 이름도 있었단다"
시리우스가 마치 담뱃불로 지진 자국처럼 보이는 작고 둥근 구멍을 가리켰다
"내가 집에서 도망치자 다정하신 우리 노친네께서 나를 가문에서 빼 버렸지
그거야말로 크리처 녀석이 제일 중얼거리기 좋아하는 이야기야"
"집에서 도망치셨단 말이에요?"
"열여섯 살 때였어 그럴 만한 나이였지"
"그래서 어디로 가셨어요?"
해리가 그를 열심히 쳐다보며 물었다
"네 아빠네 집으로 갔단다 네 조부모님께서는 정말로 친절하셨지 나를
아들처럼 대해 주셨어 그래 방학 동안에는 그렇게 네 아빠의 집에서 지내다가
열일곱 살이 되었을 때 내 집을 얻었지 알파드 삼촌께서 상당한 금을
물려주셨거든 그 삼촌 이름도 여기서 빠졌단다 나를 도와주었기 때문이겠지
어쨌든 그때부터 난 혼자서 살았어 물론 일요일 점심은 항상 포터 부부 집에
초대를 받았지만 말이다"
"하지만...도대체 왜...?"
"왜 집에서 도망쳤느냐고?"
시리우스가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길고 헝클어진 머리카락을 한 손으로
쓸어내렸다
"왜나하면 그 사람들 모두 다 지긋지긋하게 싫었으니까 순수 혈통만 고집하는
우리 부모님 블랙 가문에서 태어난 것이 엄청 고귀한 일이라고 믿고서... 게다가
내 멍청한 동생은 부모님 말씀을 철석같이 믿었지 이게 바로 내 동생이야"
시리우스가 손가락으로 가계도의 제일 밑을 툭툭쳤다 거기에는 레귤러스
블랙이란 이름이 새겨져 있었다 그리고 출생연도에 뒤이어 사망 연도(약
15년전이었다)가 밝혀져 있었다
"나보다 훨씬 어렸어 게다가 나보다 훨씬 훌륭한 아들이었어 나는 항상 그
소리를 귀가 따갑도록 들었지"
시리우스가 말했다
"하지만 죽었군요"
해리가 말했다
"그래 멍청한 바보.... 죽음을 먹는 자들 편에 가담했거든"
"설마 그럴 리가!"
"해리 이 집을 보고도 우리 가족이 어떤 부류의 마법사들이었는지 모르겠니?"
시리우스가 퉁명스럽게 말했다
"그럼 부모님도 죽음을 먹는 자들이었단 말인가요?"
"아니 그건 아니야 하지만 부모님은 볼드모트가 옳다고 생각했지 마법사
종족의 순수성을 지키기 위해서 머글 태생들을 제거하고 순수 혈통을 관리해야
한다는 데 찬성이셨어 우리 부모님뿐만 아니라 볼드모트의 생각이 옳다고
여기는 지지자들이 꽤 있었지 적어도 볼드모트가 본색을 드러내기 전까지는
말이야 그러니 레귤러스가 처음 거기에 가담했을 때 우리 부모님은 분명히 그를
어린 영웅쯤으로 생각하셨을 거야"
"그럼 오러에게 살해당했나요?"
해리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아니야 동생은 볼드모트에게 살해당했어 아니 볼드모트의 지시에 의해
살해당했다고 말하는 편이 더 정확하겠군 볼드모트가 직접 나서서 죽일 만큼
레귤러스가 중요한 인물이었을리는 없으니까 말이야 그가 죽은 후에 내가
알아낸 바로는 너무 깊숙이 끼어들기는 했는데 자기에게 떨어진 명령에 그만
질려서 나중에는 발을 빼고 싶어 했다더군 하지만 볼드모트에게 사표라는 게
통할 리가 없지 평생 충성을 다하든지 아니면 죽음이야"
"점심 먹어요" 위즐리 부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부인은 지팡이를 높이 치켜들고 샌드위치와 케이크가 수북이 담긴 커다란
쟁반을 아슬아슬하게 들고 왔다 여전히 빨갛게 달아오른 부인의 얼굴은 분이 다
안 풀린 것 같았다 다른 사람들은 모두 음식을 먹기 위해 앞을 다투어
부인에게로 달려갔다 하지만 해리는 허리를 숙이고 양탄자를 가까이 살펴보는
시리우스 곁에 계속 남아 있었다
"정말 몇 년 만에 이걸 다시 보는군 여기 피니어스 나이젤러스가 우리
고조부야 보이니? 호그와트 역사상 가장 인기 없는 교장이었지 그리고 아라민타
멜리플루어... 우리 어머니의 사촌인데 머글 사냥을 합법화하는 마법부의 법안을
통과시키려고 애를 썼지 그리고 친애하는 엘라도라 아주머니... 이분은
집요정들이 너무 늙어서 차도 나를 수 없을 정도가 되면 목을 베어 버리는
가문의 전통을 처음 세우셨단다 물론 조금이라도 착한 사람이 나오면 그 사람은
집안에서 축출되었지 통스의 이름도 여기에 없군 그래 그래서 크리처가 통스의
명령을 듣지 않는 모양이야 원래 크리처는 이 가문 사람들이라면 누구든 그
명령에 따르도록 되어 있거든..."
"그렇다면 통스랑 친척이란 말이에요?"
해리가 깜짝 놀라 물었다
"그래 통스의 어머니인 안드로메다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사촌이야" 시리우스가
양탄자를 더욱 자세히 살펴보며 말했다 "이런 안드로메다의 이름도 여기 없어
잘 봐라"
시리우스는 벨라트릭스와 나시사라는 두 이름 사이에 나 있는 작고 둥근 구멍을
가리켰다
"안드로메다의 여자 형제는 아직도 여기 이름이 남아 있군 그들은 멋지고
완벽한 순수 혈통과 결혼을 했거든 하지만 안드로메다는 머글 태생인 테드
통스와 결혼을 헀지 그래서-"
시리우스가 지팡이를 휘두르며 양탄자에 대고 한 방 쏘는 시늉을 하더니
신경질적으로 웃음을 터뜨렸다 하지만 해리는 웃지 않았다 안드로메다의 이름을
태워 버린 자국의 오른쪽에 있는 이름들을 살펴보느라 정신이 팔렸던 것이다
나시사블랙과 루시우스 말포이는 두 줄의 황금 자수로 연결되어 있었다 그리고
다시 그들의 이름에서부터 한 줄의 황금 선이 밑으로 뻗어 내려와 드레이코라는
이름과 연결되어 있었다.
"말포이 집안과 친척이군요!"
"순수 혈통 집안은 모두 친척이지" 시리우스가 설명했다
"자신의 아들이나 딸을 오직 순수 혈통하고만 결혼시키려고 하면 선택의 폭이
몹시 제한되거든 이젠 순수 혈톤이 별로 남아 있지 않아 몰리와 나는 서로
사돈지간이야 그런가 하면 아서는 나와 먼 육촌 형제뻘이지 하지만 위즐리
가족을 여기서 찾으려고 해봐야 아무 소용 없다 위즐리 가족이야말로 동족의
배신자 집단이니까"
이제 해리는 안드로메다의 불탄 자리 왼쪽에 있는 이름들을 살펴보고 있었다.
벨라트릭스 블랙은 로돌푸스 레스트랭과 두줄로 연결되어 있었다.
"레스트랭..."
해리는 큰 소리로 이름을 읽었다 그의 기억 속에 뭔가 어렴풋이 떠오르는 것
같았다 어디선가 그 이름을 들은 적이 있었다. 하지만 어디선지 전혀 생각나지
않았다 다만 그의 뱃속에서 뭔가 스멀스멀 기어 다니는 듯한 기분 나쁜 느낌이
들었을 뿐이었다
"그들은 지금 아즈카반에 있어" 시리우스가 짤막하게 말했다
해리가 궁금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벨라트릭스와 그녀의 남편인 로돌푸스는 바티 크라우치 주니어와 손을
잡았거든 로돌푸스의 형제인 라바스탄도 그들과 한편이었지"
시리우스가 여전히 퉁명스런 목소리로 말했다
해리는 문득 기억이 떠올랐다 기억과 생각을 저장할 수 있는 신기한 장치인
덤블도어의 펜시브에서 벨라트릭스 레스트랭을 보았던 것이다 그녀는 눈꺼풀이
두껍고 키가 큰 흑인 여자였는데 법정에 서서 끝까지 볼드모트 경에 대한
충성심을 주장했었다 볼드모트가 몰락한 이후에도 그를 찾으려고 애를 쓸 만큼
자부심이 강했고 언젠가는 자신의 충성심이 보상을 받으리라는 확신에 가득 차
있었다
"하지만 이 여자가 사촌이란 말은 한 번도 한 적이 없잖아요-"
"이 여자가 사촌이라서 무슨 문제가 되니?" 시리우스가 날카롭게 쏘아붙였다
"내 기준으로 보면 이자들은 내 가족이 아니야 더구나 이 여자는 절대 내
가족이 아니야 네 나이였을 때 한 번 보고 다시 만난 적도 없어 이 여자가
아즈카반에 왔을 때 슬쩍 지나친 것 이외에는 말이야 넌 내가 이런 여자와
친척이란 걸 자랑스러워하는 것 같니?"
"죄송해요 별다른 뜻은 없었어요 그냥 놀랐을 뿐이에요 그게 다예요"
해리가 재빨리 대답했다
"상관없다 굳이 변명하지 않아도 돼" 시리우스가 중얼거리며 호주머니 속에
손을 깊숙이 찔러 넣고 양탄자 앞에서 돌아섰다 "난 두 번 다시 이곳에
돌아오고 싶지 않았어 내가 또다시 이 집에 갇히게 될 줄은 전혀 몰랐어"
시리우스는 거실을 멍하니 둘러보며 말했다 해리는 그의 말을 완벽하게 이해할
수 있었다 성인이 되어서 완전히 자유로운 몸이 되었다고 생각했는데 어쩔 수
없이 프리벳가 4번지로 다시 돌아가서 살아야 한다면 어떤 기분이 들지 해리는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
"물론 본부로 쓰기에 여기만큼 좋은 데가 없지 우리 아버지가 이 집에 살고
있을 때 마법사들 사이에 알려진 보안 장치란 장치는 모두 다 설치했거든
이곳은 지도 표시 불가 마법에 걸려 있어서 머글들은 들어오고 싶어도 절대로
찾을 수 없어 게다가 지금은 덤블도어 교수가 방어막을 더 쳐 놓았으니
여기보다 더 안전한 집은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을 거야 덤블도어 교수의
불사조 기사단을 위한 비밀 보안 장치란 바로 어젯밤에 무디가 너에게
보여주었던 그 쪽지야 덤블도어가 쓴 쪽지 말이야 어느 누구도 덤블도어가 직접
알려주지 않으면 절대로 본부를 찾을 수 없도록 되어있지"
시리우스가 짤막하게 껄껄 웃었다
"만약 우리 부모님이 이 집의 용도를 아신다면... 내 어머니의 초상화를 보면
너도 조금 짐작이 갈 거다"
시리우스는 잠깐 얼굴을 찌푸리더니 한숨을 내쉬었다
"이따금씩 밖에 나가서 뭔가 쓸 만한 일만 할 수 있어도 참을 수 있겠어
그래서 덤블도어 교수에게 너의 청문회에 동행 할 수 있는지 물어봤지 물론
스누플즈(시리우스를 부르는 다른 이름:역주)로 말이야 내가 너에게 정신적인
도움을 줄 수 있을 거야 어떻게 생각해?"
해리는 갑자기 먼지 낀 양탄자 위로 가슴이 무너져 내리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어제 저녁 식사 이후로 청문회에 대해서는 까맣게 잊고 있었던 것이다 그가
제일 좋아하는 사람들과 다시 함께 있게 되었다는 흥분 때문에 청문회 따위는
안중에도 없었다 하지만 시리우스의 말을 듣는 순간 눈앞이 캄캄해지는
절망감이 다시 몰려왔다
그는 헤르미온느와 위즐리 형제들을 바로보았다 그들은 모두 샌드위치를 먹느라
정신이 없었다 해리는 만약 저들만 호그와트로 돌아가게 된다면 과연 어떤
기분이 들까 상상해 보았다
"걱정하지 마라" 시리우스가 말했다
고개를 든 해리는 시리우스가 줄곧 그를 지켜보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틀림없이 무죄로 판명날 거다 국제 비밀 법령에도 목숨이 위급할 때에는
마법을 사용할 수 있다는 조항이 분명히 있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그래도 쫓겨나게 되면 여기 와서 함께 살아도 되나요?"
해리가 조용히 묻자 시리우스가 서글픈 미소를 지었다
"한번 생각해 보자"
"더즐리네 집으로 돌아가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만 알아도 청문회에 대해서
훨씬 마음이 놓일 것 같아요"
해리가 은근히 졸라댔다
"차라리 이 집이 더 좋다는 걸 보니 거기가 정말로 나쁜 곳인 모양이구나"
시리우스가 우울하게 말했다
"거기 두 사람 빨리 와요 그렇지 않으면 음식이 하나도 남아나지 않을 거예요"
위즐리 부인이 큰 소리로 불렀다
시리우스는 또다시 땅이 꺼져라 한숨을 쉬더니 어두운 눈빛으로 벽걸이
양탄자를 힐끗 돌아보았다 그리고 해리와 함께 다른 사람들 곁으로 걸어갔다
오후 내내 유리 진열장 안을 치우면서 해리는 어떻게든 청문회에 대한 생각을
지우려고 애를 썼다 다행스럽게도 진열장 안을 치우는 작업은 상당한 집중력을
요구했다 안에 든 많은 물건들이 뽀얗게 먼지 앉은 선반에서 좀처럼 비키려고
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시리우스는 은으로 만든 코담뱃갑에 심하게 물리기까지
했다 물린 손은 순식간에 마치 우둘두툴한 갈색 장갑을 낀 것처럼 보기 흉한
딱지로 뒤덮였다
"좋아"
시리우스는 흥미로운 듯이 자신의 손등을 잠시 살펴본 후에 지팡이 끝으로 살짝
두들겼다 그러자 피부가 다시 정상으로 돌아왔다
"여기에 사마귀딱지 가루를 뿌린 게 툴림없군"
시리우스는 코담뱃갑을 옆에 있는 자루 속으로 던져 넣었다 그 자루 안에는
진열장에서 꺼낸 온갖 잡동사니들이 들어 있었다 잠시 후에 해리는 조지가 자루
속으로 손을 슬쩍 집어넣더니 이미 독시들이 우글거리는 호주머니 안에
코담뱃갑을 넣는 것을 보았다
그들은 몹시 기분 나쁘게 생긴 은으로 만든 기구를 발견했다 다리가 여러 개
달린 족집게처럼 생긴 이 물건은 해리가 집어 들자 거미처럼 그의 팔뚝에 착
달라붙어서 피를 빨아먹으려고 했다 시리우스는 그것을 붙잡더니 <타고난
고귀함: 마법사들의 계보학> 이라는 두꺼운 책으로 짓뭉개 버렸다 그 밖에도
태엽을 감아 주면 음산하게 딩동거리는 노랫소리가 희미하게 흘러나오는
뮤직박스가 있었다 그 노랫소리를 듣자 모든 사람들이 하나같이 맥이 쭉
풀리면서 졸기 시작했다 다행히도 지니가 정신을 차리고 뮤직박스의 뚜껑을 쾅
닫아 버렸다
또한 아무리 해도 뚜껑이 열리지 않는 묵직한 목걸이 장식과 오래된 옥새 몇 개
먼지 낀 상자 안에 든 멀린 1등급 훈장 등이 있었다. 그 훈장은 시리우스의
증조부가 '마법부에 봉사'한 공로로 받은 것이었다
"이건 할아버지가 그들에게 황금을 바쳤다는 뜻이지"
시리우스는 경멸하는 어조로 말하고는 훈장을 쓰레기봉투 속으로 던져 버렸다
그 동안에도 크리처는 대여섯 번씩 방 안을 들락거리며 허리 춤에 물건을 숨겨
가지고 나가려고 애를 썼다 그리고 들킬 때마다 매번 끔찍한 저주를 퍼부었다
마침내 시리우스가 크리처의 손에서 블랙 가문의 문장이 새겨진 커다란 황금
반지를 빼앗았을 때 그는 분노에 찬 울음을 터뜨렸다 그리고 계속 뭐라고
흐느끼며 지금까지 한 번도 들어 본 적이 없는 이름들로 시리우스를 부르더니
방에서 뛰쳐나갔다
"이건 우리 아버지 물건이야" 시리우스가 반지를 쓰레기봉투 속에 던지며
말했다 "크리처는 우리 어머니에게 충성하는 것만큼 아버지에게 충성하지는
않았어 그래도 지난주에 얼핏 보니 우리 아버지가 옛날에 입으시던 바지를
껴안고 있더군"
위즐리 부인은 다음 며칠 동안에도 쉬지 않고 힘들게 일을 시켰다 거실을
완전히 싹 치우는 데만 사흘이 걸렸다 드디어 그 방에 남아있는 기분 나쁜
물건은 블랙 가문의 가계도가 그려진 벽걸이 양탄자와 흔들거리는 책상뿐이었다
양탄자는 온 힘을 다해 벽에서 떨어지는 것을 거부했다 그리고 책상은 무디가
아직 본부에 오지 않았기 때문에 그 안에 든 것이 무엇인지 확이할 수가 없었다.
그들은 거실에서 1층에 있는 식당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리고 그곳에서
접시만큼이나 커다란 거미들이 천장 안에 숨어 있는 것을 발견했다(이걸 보자
론은 차를 끓여야겠다며 황급히 방을 나가더니 한 시간 반이 지나도록 돌아오지
않았다) 블랙 가문의 문장과 가훈이 새겨져 있는 도자기들은 시리우스 손에
의해서 몽땅 자루 속으로 던져졌다. 변색된 은제 사진틀에 들어있는 옛날
사진들도 똑같은 운명을 맞이했다. 사진틀에 끼워진 유리가 박살나자. 사진 속의
주인공들이 일제히 소름끼치는 비명을 질렀다.
스네이프라면 이 작업을 '청소'라고 불렀을 것이다 그러나 해리가 보기에
이것은 이 집을 상대로 한 진짜 전쟁이었다. (그리고 지금까지는 크리처의
선동과 부추김을 받으며 재법 잘 싸우고 있었다.) 이 집요정은 그들이 모여 있는
곳이면 어디나 모습을 나타냈다. 그가 쓰레기 봉투에서 뭐든 가져가려고 할
때마다. 그의 중얼거림은 점점 더 공격적이 되어 갔다. 듣다 못한 시리우스는
옷으로 그를 위협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크리처는 누물 어린 눈으로 그를
물끄러미 쳐다보며 이렇게 말했다. "주인님은 주인님 뜻대로 하세요." 그러고는
휙 돌아서 아주 큰 소리로 중얼거리는 것이었다. "주인님은 크리처를 해고하지
못할 거야. 못하고 말고 왜냐하면 크리처는 저들의 속셈이 뭔지 다 알거든
맞아.... 그는 어둠의 주인에게 맞설 음모를 꾸미고 있는 거야.. 그래, 머글
태생들과 배신자들과 쓰레기들이 모여서 말이지...."
이말을 듣자, 시리우스는 헤르미온느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크리처의 허리띠를
뒤에서 움켜쥐고는 방 밖으로 거칠게 던져 버렸다.
하루에도 몇 번씩 현관 벨이 울렸다. 그것은 시리우스의 어머니에게는 또 다시
비명을 지르기 시작하라는 신호였고, 헤리와 다른 친구들에게는 손님들의 대화를
엿들으라는 신호였다. 물론 얼른 와서 일하라는 위즐리 부인의 잔소리를
피해다니면서 드르이 잠깐잠깐 내다보고 엿드는 대화 내용을 통해서 알아낼 수
있는 것은 거의 없었다. 스네이프는 대여섯 번도 넘게 이 집을 들락거렸지만,
다행이 단 한 번도 해리와 정면으로 마주친 적은 없었다. 변신술 선생인
맥고나걸 교수도 본 적 있었는데, 머글 드레스와 코트를 입은 모습이 너무
이상하게 보였다. 하지만 맥고나걸 교수 역시 너무 바뻐서 오래 머물 수가 없는
것처럼 보였다.
가끔은 손님들이 이 집을 머물면서 그들을 도와주기로 했다. 가령 퉁스는
그들과 함께 위층 화장실에 숨어 있던 무시무시한 늙은 고울을 찾아내며, 잊을
수 없는 오후 시간을 보냈다. 원래 시리우스와 함께 이 집에서 지내다가 뭔가
비명스런 임무 때문에 한동안 떠나 있던 루핀은 괘종시계 고치는 것을 도와
주었다. 그런데 그 시계는 앞을 지나가는 사람에게 육중한 추를 발사하는 못된
버릇을 갖고 있었다. 먼던구스는 옷장 안에 든 옷을 치우다가 오래된 보라색
옷에 목 졸려 죽을 뻔한 론을 구해 내는 공로를 세움으로써, 위즐리 부인에게
약간의 점수를 딸 수 있었다.
해리는 여전히 잠을 잘 이룰 수가 없었다. 긴 복도들과 잠긴 문들에 대한 꿈을
꿀 때마다 이마의 흉터가 쑤셨던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름 들어 처음으로
즐거운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이런저런 일로 분주하게 움직일 때에는 모든 걸
잊고 행복할 수 있었다. 하지만, 할 일이 뜸해져서 조금만 방심하거나, 혹은
침대에 쓰러져서 그림자가 어른거리는 천장을 멍하니 쳐다보고 있을 때면
어김없이 마법부 청문회에 대한 생각이 다시 떠올랐다.
만약 호그와트에서 쫓겨난다면 자신은 어떻게 되는 걸까 하고 생각만 해도
바늘로 콕콕 찌르는 듯한 공포가 가슴을 조였다. 해리는 너무 무서워서 그런
생각을 론과 헤르미온느에게 조차 털어놓을수가 없었다. 두 사람도 종종
귓속말을 주고 받으며 걱정스럽게 그를 바라보곤 했지만, 그에게 먼저 그
이야기를 꺼내지는 않았다. 가끔씩 얼굴 없는 마법부의 직원이 그의 지팡이를 두
동강 내며 당장 더즐리네 집으로 돌아가라고 명령하는 장면이 해리의 머릿속에
떠올랐다. 물론 해리는 절대 가지 않겠다고 버텼다. 정말로 그럴 작정이었다.
여기 그리몰드 광장으로 돌아와서 시리우스와 함께 살 것이다.
그러므로 수요일 저녁에 함께 식사를 하던 위즐리 부인이 문득 그를 돌아보며
이런 말을 했을 때, 해리는 심장이 덜컥 내려앉는 느낌이었다.
"해리, 내일 아침에 네가 갈아입을 외출복을 다려 놓았다. 오늘 밤에는 머리를
꼼 감고 자도록 해라. 첫인상이 좋으면 뜻밖에 일이 잘 풀릴 수가 있으닌까."
론과 헤르미온느,프레드,조지,지나는 일제히 입을 다물고 해리를 쳐다 보았다.
해리는 고래를 끄덕이고 식사를 계속 하려고 애를 썼다. 하지만 입 안이
깔깔해서 도저히 씹을 수가 없었다.
"그런데 거기까지 어떻게 가죠?"
해리는 짐짓 태연한 목소리로 말했다.
"아서가 출근할 때 너를 데려갈 거야."
위즐리 부인이 다정하게 말했다. 위즐리 씨는 식탁 너머에서 해리에게 격려의
미소를 던졌다.
"청문회 시간이 될 때까지 내 사무실에서 기다리면 되겠구나."
위즐리 씨가 말했다. 해리는 시리우스를 쳐다보았다. 하지만 시리우스가 미처
입을 열기도 전에, 위즐리 씨가 먼저 대답을 했다.
"시리우스와 함께 가는 건 별로 좋지 않을 것 같다는 게 덤블도어 교수의
생각이란다. 그리고 내생각에도..."
"덤블도어 교수가 옳다는 말이겠지."
시리우스가 이를 악물며 쏘아붙였다. 그러자 위즐리 부인이 뿌루퉁하게 입술을
내밀었다.
"덤블도어 교수님이 언제 그런 말씀을 하셨나요?"
해리가 시리우스를 바라보며 물었다.
"어젯밤에 오셨단다. 네가 자고 있을 때 말이지"
위즐리 씨가 말했다. 시리우스는 우울한 표정으로 애꿎은 감자만 포크로 쿡쿡
찔러 댔다. 해리는 힘없이 접시 위로 시선을 떨어뜨렸다. 덤블도어가 청문회
전날 이 집에 들렸으면서도 그의 얼굴조차 보려고 하지 않았다는 생각을 하니,
이미 바닥까지 떨어졌던 그의 기분은 더욱더 우울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