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4장 그리몰드 광장 12번지
"무슨 기사단......?"
해리가 막 입을 떼자마자, 무디가 호통을 쳤다.
"여기선 아무 말도 하지 마라! 안으로 들어갈 때까지 기다려!"
무디는 해리의 손에서 양피지 두루마리를 빼앗아 지팡이 끝으로 불을 붙였다.
편지가 도르르 말리며 활활 타오르더니 재가 되어 날아갔다. 해리는 주위 집들을
다시 한 번 둘러보았다. 그들은 11번지 앞에 서 있었다. 해리는 왼쪽에 있는
집을 살펴보았다. 10번지였다. 하지만 오른쪽을 살펴보니, 그 집은 13번지였다.
"하지만 도대체 어디가-?"
"네가 방금 외운 것을 떠올려 봐." 루핀이 조용히 말했다. 해리는 가만히
머릿속으로 종이에 쓰인 주소를 생각하며, 그리몰드 광장 12번지 근처로
다가갔다. 바로 그 순간 11번지와 13번지 사이 어디에선가 갑자기 낡은 문이
불쑥 나타났다. 곧이어 지저분한 담과 새까맣게 그을음이 앉은 창문이 모습을
드러냈다. 마치 양쪽 집을 옆으로 밀치고 새로운 집 한 채가 솟아난 것 같았다.
해리는 입을 딱 벌리고 그 광경을 지켜보았다. 11번지에서는 여전히 음악 소리가
쿵쿵거렸다. 집 안에 있는 머글들은 아무 낌새도 알아차리지 못하는 것이
분명했다.
"어서, 서둘러."
무디가 해리의 등을 떠밀며 재촉했다. 해리는 방금 모습을 드러낸 문을
바라보며, 오래된 돌계단을 하나씩 올라갔다. 검은색 대문은 허름하고 여기저기
칠이 벗겨져 있었다. 은으로 된 문손잡이는 비틀린 뱀의 형상을 하고 있었다.
열쇠 구멍이나 우편한 따위는 보이지 않았다.
루핀은 지팡이를 꺼내더니 문을 한 번 톡 두드렸다. 그러자 철커덕하고 요란한
금속성 소리에 뒤이어 쇠사슬이 부딪히는 듯한 소리가 들렸다.
"빨리 들어가라, 해리. 하지만 너무 깊숙이 들어가면 안 돼. 그리고 아무것도
만지지 마라." 루핀이 속삭였다.
해리는 문을 지나서 캄캄한 어둠이 깔린 복도 안으로 발을 들여놓았다. 주위는
눅눅하고, 먼지 냄새와 달콤하면서도 뭔가 썩는 듯한 냄새가 풍겼다. 아무도
돌보지 않은 버려진 집 같은 분위기였다. 해리가 뒤를 돌아보자, 줄지어 그의
뒤를 따라오고 있는 다른 마법사들이 보였다. 루핀과 통스는 그의 트렁크와
헤드위그의 우리를 들고 있었다. 계단 꼭대기에 올라선 무디는 불 끄는 라이터
안에 가두어 놓았단 가로등 불빛들을 내보냈다. 불빛들이 전등 안으로 흘러
들어가자, 광장 안은 순식간에 다시 오렌지 빛으로 환하게 밝아졌다. 무디는
절뚝거리며 집 안으로 들어오더니 현관문을 닫아 버렸다. 복도는 완전히 어둠
속에 잠겨 버렸다.
"그럼 이제-"
무디가 지팡이로 해리의 머리를 세게 쳤다. 이번에는 뭔가 뜨거운 것이 등줄기를
간질이며 흘러내리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해리는 투영 마법이 풀렸다는 것을
알았다.
"모두 그 자리에 가만히 있어. 내가 불을 켤 테니." 무디가 작은 소리로
속삭였다.
다들 숨을 죽이며 소곤거리는 걸 보니, 해리는 이상하게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마치 중병을 앓고 죽어 가는 사람이 있는 집에 들어온 듯한 기분이었다. 그때
나지막이 쉿 하는 소리와 함꼐, 벽을 따라서 구식 가스등이 일제히 켜졌다. 길고
음침한 복도에 깔린 너덜너덜한 양탄자와 벗겨진 벽지 위로 불안하게 일렁이는
불빛이 드리워졌다. 머리 위에서는 거미줄이 잔뜩 낀 샹들리에가 희미하게 빛을
발했고, 벽에는 오랜 세월이 흘러 시커멓게 변해 버린 초상화들이 삐딱하게 걸려
있었다. 해리는 벽 밑에서 뭔가 쪼르르 도망치는 소리를 들어싿. 샹들리에와
당장에라도 부서질 것 같은 탁자 위의 가지 촛대 모두 뱀의 형상을 하고 있었다.
잠시 후에 서둘러 다가오는 발소리가 들리더니 론의 어머니인 위즐리 부인이
복도 저 끝에서 문을 열고 나타났다. 위즐리 부인은 얼굴 한가득 반가운 미소를
지으며 그들을 향해 종종 걸음으로 달려왔다. 하지만 해리는 부인이 지난번
마지막으로 보았을 떄보다 훨씬 더 마르고 안색이 나빠졌다는 걸 금방
알아차렸다.
"오, 해리. 널 보니 정말 반갑구나!" 위즐리 부인은 해리를 으스러져라 꽉
껴안았다. 그리고 약간 뒤로 물러서서 그의 얼굴을 자세히 살펴보았다. "얼굴이
뾰족해졌구나. 좀 잘 먹어야겠다. 그런데 이걸 어쩌나...... 저녁을 먹으려면 좀더
기다려야 하는데......"
위즐리 부인은 해리의 뒤에 서 있던 한 무리의 마법사들을 향해 돌아서더니
다급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그가 방금 도착했어요. 곧 회의가 시작될 거예요......."
해리의 등 뒤에서 마법사들이 저마다 흥분과 기대에 가득찬 탄성을 질렀다.
그러더니 해리의 옆을 지나쳐서 위즐리 부인이 방금 나온 문으로 우르르
몰려갔다. 해리도 루핀의 뒤를 따라가려고 했지만, 위즐리 부인이 그를 붙잡아싿.
"안 돼, 해리. 오직 기사단 단원들만이 회의에 참석할 수 있어. 그 대신 론과
헤르미온느가 위층에 있단다. 그러니까 넌 회의가 끝날 때까지 그 애들과 함께
기다리렴. 그런 다음 저녁을 먹을 거야. 그리고 복도에 있을 땐 항상 목소리를
낮춰야만 한다." 위즐리 부인은 잔뜩 긴장한 목소리로 덧붙였다.
"왜죠?"
"아무것도 꺠우고 싶지 않으니까 말이다."
"그게 무슨-?"
"나중에 설명해 주마. 지금은 좀 바쁘구나. 나도 회의에 참석해야만 하거든.
우선 네가 잠잘 곳만 알려 주고 가야겠다."
위즐리 부인은 입술에 손가락을 대고 발끝으로 살금살금 걸으며, 여기저기 좀이
슨 긴 커튼 뒤로 그를 안내했다. 해리는 그 뒤에 또 다른 문이 있을 거라고
짐작했다. 하지만 그들은 마치 트롤의 다리 한 짝을 잘라 놓은 것처럼 보이는
커다란 우산꽂이를 지나서, 어두운 계단을 올라가기 시작했다. 한쪽 벽에는
장식대 위에 쪼글쪼글한 머리들이 줄지어 걸려 있었다. 좀더 가까이 다가가
살펴보니 집요정들의 머리였는데, 하나같이 코가 돼지처럼 뭉툭했다.
해리는 걸음을 옮길 때마다 점점 더 궁금증만 커질 뿐이었다. 어둠의
마법사들이나 살 법한 이런 집에서 도대체 이들은 뭘 하고 있는 걸까?
"위즐리 아줌마, 어째서-?"
"론과 헤르미온느가 모든 걸 다 설명해 줄 거란다. 난 금방 가야만 해." 위즐리
부인은 뭔가 다른 일에 정신이 팔린 듯 보였다. 그들이 두 번째 층계참에
이르자, 부인이 말했다. "자, 여기 오른쪽에 문이 있다. 회의가 끝나면 널 부르러
올게."
위즐리 부인은 서둘러 다시 계단을 내려갔다.
해리는 어두컴컴한 층계참을 지나서 뱀의 머리처럼 생긴 손잡이를 돌려 방문을
열었다.
슬쩍 안을 들여다보니, 천장이 높고 어둑어둑한 방에 침대가 두 개 놓여
있었다. 바로 그때 요란한 환호성이 울리고 이어서 귀청이 찢어질 듯한 비명
소리가 들렸다. 그와 동시에 부스스하게 부푼 머리가 해리의 눈앞을 완전히
가로막아싿. 헤르미온느가 와락 몸을 날려 그에게 안긴 것이다. 그 바람에
해리는 거의 바닥에 쓰러질 뻔했다. 한편 론의 새끼부엉이, 피그위존은 흥분을
못 이겨 그들의 머리 위를 빙빙 맴돌았다.
"해리구나! 론, 해리가 왔어! 해리가 왔단 말이야! 우린 네가 오는 줄도
몰랐는데! 어떻게 지냈어? 별일 없는 거지? 우리 때문에 화나지 않았니?
틀림없이 그랬을 거야. 우리가 보낸 편지는 전혀 도움이 안 됐을 테니까. 하지만
너에게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어. 덤블도어 교수님꼐 절대 말하지 않겠다고
맹세를 했거든. 오, 너에게 얼마나 할 말이 많은지 몰라. 너도 하고 싶은 말이
많겠지. 디멘터에게 당했다며! 그 이야기랑 마법부 청문회 소식을 듣고 우리가
얼마나 펄펄 뛰며 분노했다고. 내가 법전을 조사해 봤는데, 마법부는 절대 널
추방할 수 없어. 그렇고말고, 미성년 마법사의 행동 제한 법령에도 생명이
위급한 순간에는 마법의 사용을 허용한다는 단서가-"
"헤르미온느, 해리에게도 잠시 숨 돌릴 틈을 줘야지." 론이 씩 웃으며 해리
뒤에서 방문을 닫아싿. 헤어져 있는 몇 달 동안, 론은 키다 15센티미터는 더
자란 것 같았다. 길쭉한 코와 붉은색 머리카락, 주근깨 등은 여전했지만, 훨씬 더
껑충하고 호리호리하게 보였다.
헤르미온느는 여전히 싱글벙글하면서 해리를 놓아주었다. 하지만 미처 그녀가
다시 입을 열기도 전에, 뭔가 하얀 것이 까만 옷장 위에서 가볍게 휙 날아올라
해리의 어깨 위에 살짝 내려앉아싿.
"헤드위그!"
눈처럼 하얀 부엉이가 부리를 딱딱 부딪히며 다정하게 해리의 귀를 깨물었다.
해리는 그의 날개를 쓰다듬어 주었다.
"그 녀석은 자기 임무를 다했어." 론이 말했다."너의 편지를 우리에게 전해
주더니, 거의 지쳐 쓰러질 때까지 우리를 쪼아대더군. 이걸 봐."
론은 해리에게 오른쪽 가운뎃손가락을 보여 주었다. 그의 손가락에는 반쯤
아물기는 했지만, 여전히 깊이 파인 상처가 남앙 ㅣㅆ었다.
"그래, 그건 미안해. 하지만 난 대답이 듣고 싶어서......" 해리가 말끝을 흐렸다.
"물론 우리도 너에게 답장을 보내고 싶었어." 론이 변명을 했다. "헤르미온느는
잔뜩 안달이 나서, 이렇게 아무 소식도 없이 널 혼자 내버려 두었다가는 무슨
어리석은 짓을 할지도 모른다고 줄곧 걱정을 늘어놓았지, 하지만 덤블도어
교수님꼐서......"
"너희들에게 맹세를 시켰겠지. 나에게 아무 말도 하지 말라고 말이야." 해리가
론의 말을 차갑게 가로챘다. "그래, 그 이야기는 헤르미온느에게 벌써 들었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두 친구의 모습을 다시 보는 순간 해리의 마음속에서
훈훈하게 타올랐던 열기가 싹 식으면서, 마음 한구석에 얼음처럼 차가운
응어리가 맺혔다. 한 달 내내 하루도 빠짐없이 그토록 보고 싶어 했던
친구들인데도 불구하고 불현듯 해리는 차라리 헤르미온느와 론이 곁에 없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색한 침묵이 감돌았다. 해리는 두 친구를 외면한 채 괜히 헤드위그만 자꾸
쓰다듬었다.
"덤블도어 교수님은 그게 최선이라고 생각하시는 것 같았어" 헤르미온느가
마음을 졸이며 말했다. "그러니까 덤블도어 교수님 생각에는 말이야"
"알었어"
해리는 헤르미온느의 손가락에도 헤드위그의 부리에 쪼인 상처가 남아 있다는
걸 알아챘지만 조금도 미안하지 않았다.
"덤블도어 교수님은 네가 그 머글들과 있는 게 제일 안전하다고 여기시는 것
같아" 론이 머뭇거리며 입을 열었다.
"그래?" 해리가 눈썹을 추겨올렸다 "그럼 너희들 중에 올여름 동안
디멘터들에게 공격당한 사람 있니?"
"아니, 없었어 하지만 그렇게 때문에 덤블도어 교수님이 불사조 기사단
사람들을 보내서 온종일 네 뒤를 따라다니게 했던-"
그 말을 듣는 순간 해리는 마치 계단 아래로 굴러 떨어지기라도 한 듯이 발밑이
무너지는 기분이 들었다. 결국 자기만 빼놓고 모든 사람들이 그 사실을 다 알고
있었단 말ㅇ인가.
"그래도 별로 소용이 없더군 안 그래?" 해리는 최대한 태연하게 말하려고
안간힘을 썼다. "결국에는 나 혼자 싸워야 했잖아. 그렇지?"
"그래서 노발대발했지" 헤르미온느가 겁에 질린 목소리로 말했다 "덤블도어
교수님 말이야 우린 그 모습을 봤어 먼던구스가 교대 시간전에 자리를 비운 걸
덤블도어 교수님이 알았을 떄 그 얼굴이 어찌나 무섭던지"
"나로서는 그가 자리를 비워서 오히려 다행이군" 해리가 차갑게 말했다 "그렇지
않았다면 내가 마법을 쓸 일도 없었으렡고 덤블도어 교수님은 아마도 올여름
내내 나 ㄹ프리벳가에 처박아 놓았을 테니까 말이야"
"넌... 넌 마법부 청문회가 두렵지도 않니?" 헤르미온느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아니" 해리는 단호하게 거짓말을 했다.
그리고는 방 안을 둘러보면서 앞으로 저벅저벅 걸어갔다. 헤드위그는 만족스러운
듯이 그의 어깨 위에 얌전히 앉아 있었다. 하지만 이 방은 좀처럼 그의 기운을
북돋아 줄 것 같지 않아싿. 너무 눅눅하고 어두웠다. 벽지가 벗겨진 활량한 벽에
걸려있는 것이라고는 달랑 텅 빈 캔버스가 끼워진 장식용 액자 뿐이었다. 그
앞을 지날 떄, 해리는 문득 누군가 액자 안에 숨어서 밖을 내다보며 킬킬거리는
소리를 들은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덤블도어 교수님은 어째서 날 그렇게 어둠 속에 가둬 놓으려고 애를 쓰신
거지? 너희들은 그 이유를 한번 여쭤 보기라도 했니?"
해리는 여전히 애써 태연한 척하면서 물었다. 그리고 론과 헤르미온느가 재빨리
서로 시선을 교환하는 것을 보았다. 그들의 표정은 마치 그들이 가장 두려워했던
질문을 드디어 해리가 던졌구나 하는 것 같았다. 그것이 더욱더 해리를
화나게했다.
"우리는 덤블도어 교수님께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너에게도 알려
주고 싶다고 말씀드렸어" 론이 설명했다.
"정말이야. 하지만 요즘은 덤블도어 교수님이 너무 바쁘셔서 우리도 여기 온
이후로 딱 두 번밖에 뵙지 못했어. 그것도 아주 짧게만. 겨우 너에게 보내는
편지에 중요한 내용을 쓰지 않겠다는 맹세를 하도록 하셨을 뿐이야. 도중에
부엉이가 납치 될 수도 있기 떄문이라고 말씀하셨지."
"그래도 교수님은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나에게 연락을 하실 수 있었어"
해리가 퉁명스럽게 대꾸했다. "설마 교수님이 부엉이를 통하지 않고 달리 연락할
방법을 모른다고는 말하지 않겠니?"
헤르미온느가 론을 한 번 슬쩍 쳐다보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
"나도 그런 생각을 했어. 하지만 교수님은 너에게 아무것도 알리고 싶어 하지
않으셨어"
"내가 믿을 만하지 않다고 생각하신 모양이군"
해리는 두 친구의 표정을 살피며 말했다.
"그건 너무 심하다"
론이 몹시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아니면 내가 자기 몸 하나도 지킬 수 없다고 생각하셨든지"
"물론 그렇게 생각하신 건 절대로 아니야!"
헤르미온느가 불안한 듯이 소리쳤다.
"그렇다면 너희 두 사람이 여기서 모든 일에 참여하고 있는 동안, 왜 나는
더즐리 식구들과 함께 있어먀나 했던 거냐구?"
해리의 입에서는 성급하게 말이 마구 튀어나왔다. 그리고 한 마디 한 마디 할
때마다 점점 더 언ㅅ엉이 높아졌다.
"어떻게 너희 두 사람한테는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모두 다알려
주면서-"
"그렇지 않아!" 론이 해리의 말을 가로막았다 "엄마는 우리가 회의실 근처에
얼씬거리는 것조차 질색했어 우린 너무 어리다면서..."
그 순간 해리는 자신도 모르게 있는 대로 악을 쓰기 시작했다.
"그래서 회의에는 참석하지 못했다 ㄴ말이지? 그거 참 대단한 배려였구나!
그래도 너희들은 여기 이곳에 있었잖아, 안 그래? 너희들은 줄곧 둘이 함께
있었잖아! 나는 한 달 동안이나 더즐리네 집에 처박혀 있어야만 했어. 난 너희
둘이 한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일을 했고, 덤블도어 교수님도 그 사실을 잘 알고
계셔. 마법사의 돌을 구한 게 누구야? 리들을 없앤 게 누구지? 디멘터로부터
너희 둘의 목숨을 구해 낸 게 누구냔 말이야!"
지난 한 달 동안 해리의 마음속에 쌓이고 쌓였던 모든 분노와 섭섭한 감정이
한꺼번에 터져 나왔다. 아무 소식도 없는 것에 대한 초조감, 자기만 빼놓고 모두
함께 있었다는 사실에 대한 서운함, 계속 미행을 당하고 있었으면서도 자신은
까맣게 몰랐다는 것에 대한 분노, 해리 자신도 이런 감정을 갖는다는 걸
부끄럽게 생각하면서도 결국에는 폭발하고 만 것이다. 해리의 고함 소리에
화들짝 놀란 헤드위그가 옷장 위로 다시 날아 올라갔다. 피그위존도 잔뜩 겁을
집어먹고 찍찍거리며 그들의 머리 위를 더욱 빠르게 맴돌았다.
"용이니 스핑크스니, 그 바껭 온갖 끔찍한 괴물들을 상대했던 게 누구였지?
다시 돌아온 그자를 본 사람은 또 누구였어? 그자를 피해 달아나야만 했던 게
누구였냐고? 바로 나야!"
론은 입을 헤벌린 채, 그 자리에 가만히 서 있었다. 완전히 얼이 빠져서 할 말을
잃은 것 같았다. 한편 헤르미온느는 거의 울음이 터지기 일보 직전이었다.
"그런데 어쨰서 내가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물어봐야만 하지? 왜 누군가
나에게 일부러 그 사실을 알려 줘야 하는 수고를 끼쳐야 하느냔 말이야!"
"해리, 우리도 너에게 말해 주고 싶었어. 정말이야-"
헤르미온느가 입을 열었다.
"절실히 원하진 않았던 거지. 그렇지? 그랬다면 너희는 내게 부엉이를 보냈을
거야. 하지만 덤블도어 교수님이 너희에게 맹세를 시켰겠지-"
"그래 그러셨어"
"나는 사 주 동안이나 프리벳가에 틀어박혀 있었어. 혹시라도 무슨 일이 있는지
알아낼 수 있을까. 쓰레기통에서 신문지 조각을 뒤지면서 말이야-"
"우리는 너에게-"
"그 동안 너희들은 깔깔대며 좋아했겠지, 안 그래? 모두 다함꼐 여기에 숨어
있으면서..."
"맹세코 그렇지 않아!"
"해리 정말 미안해!" 헤르미온느가 안타깝게 부르짖었다. 그녀의 눈에서는
눈물이 반짝이고 있었다. "해리 네 말이 다 맞아 내가 너였어도 화가 나서 펄펄
뛰었을 거야!"
해리는 가쁜 숨을 몰아쉬며 헤르미온느를 바라보았다. 그리곤 휙 돌아서서 방
안을 서성거렸다. 헤드위그는 옷장 위에서 우울하게 부엉부엉 울었다. 한동안 긴
춤묵이 이어졌다. 해리의 발 밑에서 삐걱거리는 마루의 신음 소리만 들릴
뿐이었다.
"그건 그렇고 도대체 여긴 뭐하는 데야?"
해리가 론과 헤르미온느에게 따지듯이 물었다.
"불사조 기사단의 본부야"
론이 재빨리 대답했다.
"혹시 그 불사조 기사단이란 게 뭔지 나에게 알려 줄 사람 없어?"
"비밀 결사단이야 덤블도어 교수님이 처음 만들었고 지금까지 책임을 맡고
있어 지난번에 그 사람과 맞서 싸웠던 마법사들이야"
"누가 속해 있는데?"
해리는 호주머니의 손을 집어넣은 채 걷다가 갑자기 걸음을 멈추었다.
"꽤 많아-"
"우리는 약 스무 명 정도 만나 봤어, 하지만 그보다 더 많은 것 같아..."
해리가 그들을 빤히 쳐다보았다.
"그래서?"
해리는 두 사람을 번갈아 바라보며 물었다.
"저... 그래서 뭐?"
"볼드모트 말이야!" 해리가 버럭 고함을 지르자, 론과 헤르미온느 두 사람 모두
얼굴을 찡그렸다 "아무 일도 없었단 밀이야? 그자는 어떻게 됐지? 지금 어디
있어? 그를 어떻게 막을 생각이지?"
"벌써 말했잖아. 우리는 기사단 회의에 끼워 주지 않아" 헤르미온느가
짜증스럽게 말했다 "그래서 우리도 자세한 건 몰라 그냥 짐작만 할 뿐이야"
헤르미온느는 해리의 표정을 살피며 황급히 한 마디 덧붙였다
"프레드와 조지가 늘어나는 귀를 발명했는데 아주 유용해"
"늘어나는 뭐?"
"귀 말이야 하지만 얼마 전부터 더 이상 사용할 수 없게 됐어 엄마가 아시고
펄펄 뛰었거든 프레드와 조지는 엄마가 그것들을 상자에 가둬 넣기 전에
그것들을 몽땅 감춰야만 했어 하지만 엄마가 눈치 채시기 전까지는 그
늘어나는 귀를 아주 유용하게 써먹었지 우리는 기사단 단원 중 일부는 죽음을
먹는 자들로 알려진 사람들의 뒤를 쫓고 있다는 사실을 아아냈어. 계속 그들을
감시하는 거지"
"또 몇 명은 더 많은 사람들을 새로운 기사단원으로 뽑으려고 작업 중이야"
혜르미온느가 말을 이었다.
"어떤 단원들은 뭔가를 지키고 있어 그들은 항상 경비 임무에 대한 이야기만
하더군"
론이 말했다
"그들이 지키는 게 나였을 수도 있겠군 안 그래?" 해리가 비꼬듯이 말했다.
"아 맞아"
론이 그제야 뭔가 짐작이 간다는 표정을 지었다 해리는 흥하고 콧방귀를 뀌었다
그리고 다시 헤르미온느와 론을 외면한 책 방 안을 빙빙 돌기 시작했다.
"그래 회의에도 참석할 수 없었다면서 너희 두 사람은 뭘 하고 지냈니? 그래도
굉장히 바빴다면서?"
"그랬어" 헤르미온느가 재빨리 대답했다 "우리는 이 집을 깨끗이 청소해야 했지
꽤 오랫동안이나 비워 둔 탓에 온갖 것들이 자라고 있었거든 이제 간신히
부엌을 끝내고 침실 대부분을 청소했어 그리고 내일은 객실을 청소할 생각-
어머나 깜짝이야!"
뿅뿅하고 두 번 큰 소리가 나더니 론의 쌍둥이 형들인 프레드와 조지가 방 한
가운데 모습을 나타냈다. 피그위존은 더욱더미친듯이 끼끽거리더니 옷장 위에
앉아 있는 헤드위그의 곁으로 휙 날아가 앉았다.
"그런 짓 좀 그만 해!"
헤르미온느가 쌍둥이 형제에게 맥 빠진 목소리로 말했다. 쌍둥이 형제는 론과
마찬가지로 불타는 듯이 선명한 빨간색 머리카라겡 다소 키가 작고 땅딸막했다.
"안녕 해리" 조지가 활짝 웃으며 인사했다 "너의 상냥한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아서 찾아왔지"
"해리 그렇게 꾹꾹 참지 말고 차라리 화를 내" 프레드 역시 얼굴 가득 미소를
띠며 말했다"80킬로미터 밖에서도 네 목소리가 다 들렸을 거야"
"결국 다 사람 다 순간이동 마법 시험을 통과한 모잉야지?"
해리가 퉁명스럽게 물었다.
"아주 훌륭한 성적으로 붙었지" 프레드가 대답했다. 그의 손에는 살구색의 아주
긴 끝 같은 것이 들려 있었다.
"아래층까지 걸어간다고 해도 겨우 삼십 초밖에 더 안 걸리는 걸 뭘 그래" 론이
핀잔을 주었다.
"철부지 동생이여 시간은 금이야" 프레드가 말했다 "어쨌든 해리 네가 우리의
수신 작업을 방해했어 늘어나는 귀 말이야"
해리가 의아한 듯이 눈썹을 추켜올리는 것을 보고 프레드가 한마디 덧붙였다
그러고는 계단으로 길게 늘어져 있는 끈을 집어 들었다
"우리는 지금 아래층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엿듣고 있는 중이었거든"
"둘 다 조심해야 할 거야" 론이 늘어나는 귀를 쳐다보며 경고했다 "만약 또다시
엄마 눈에 띄었다가는..."
"그 정도 위험은 감수해야지 이번에는 아주 중요한 회의라서 말이지" 프레드가
말했다
그때 문이 삐걱 열리더니 사자 길기처럼 긴 빨간 머리가 나타났다.
"어머나 안녕 해리!" 론의 여동생 지니가 명랑하게 소리쳤다 "어쩐지 낯익은
목소리가 들린다고 생각했어"
지니는 프레드와 조지를 향해 돌아서며 말했다
"늘어나는 귀를 써 봐야 아무 소용 없어 엄마가 가면서 부엌문에 접근불가
마법을 걸었거든"
"그걸 네가 어떻게 알아?"
조지가 몹시 낙담한 표정으로 물었다.
"통스가 가르쳐 주었어 접근불가 마법이 걸렸는지 알아내는 방법 말이야
문에다 뭘 던져 봐서 물건이 문에 부딪히지 않으면 그 문은 접근불가 마법에
걸려있는 거야 내가 계단 위에서 똥 폭탄을 던졌는데 그냥 다시 튀어나오더라고
그러니까 문 밑으로 늘어나는 귀를 집어넣는 건 불가능해"
프레드가 땅이 꺼져라 한숨을 쉬었다
"이럴 수가. 늙다리 스네이프가 무슨 짓을 꾸미고 있는지 알아낼 수 있게
되었다고 얼마나 좋아했는데"
"스네이프라고! 스네이프 교수가 여기 있단 말이야?"
해리가 재빨리 소리쳤다.
"그래" 조지가 조심스럽게 문을 닫더니 침대 위에 걸터앉으며 말했다 프레드와
지니도 그를 따라 옆에 앉았다. "뭔가 보고를 하고 있어 극비 사항을 말이야"
"멍청이" 프레드가 심드렁하게 말했다.
"스네이프 교수는 이제 우리 편이야"
헤르미온느가 비난하듯이 말했다 론이 코웃음을 쳤다
"그래도 멍청한 건 어쩔 수 없어 우리를 쳐다볼 때 그 표정이 꼭 그런걸"
"빌도 스네이프를 싫어해"
지니는 마치 그걸로 모든 문제의 결론이 내려잤다는 듯이 말했다.
해리는 아직도 분이 다 풀린 것 같지 않았다. 하지만 좀더 자세한 소식을 알고
싶은 마음이 계속 고함을 지르고 싶은 충동을 억눌렀다. 해리는 반대편 침대
위에 털썩 주저앉았다.
"빌이 여기 있단 말이야? 이집트에서 일을 하고 있는 줄 알았는데?"
"고향으로 돌아오기 위해서 사무직을 지원했어 지금은 불사조 기사단에서
일하고 있지" 프레드가 설명했다
"형은 사실 그 무덤들이 그립대 하지만 다 그만한 보상이 있었지" 프레드가
능글맞게 웃었다.
"보상이라니?"
"플뢰릐 델라쿠르 기억나? 그 여자가 영어 실력을 늘리겠다고 그린고트에
일자리를 얻었거든"
"그리고 빌이 열심히 개인 교습을 해주고 있지"
프레드가 킬킬거렸다
"찰리도 기사단에 들어오긴 했는데 아직도 루마니아에 있어 덤블도어 교수님이
가능한 많은 외국 마법사들을 데려오고 싶어하기 때문에 쉬는 날마다 그쪽
사람들과 접촉을 시도하고 있는 중이야"
"그런 건 퍼시가 할 수 있잖아?"
해리가 물었다 위즐리 집안의 셋째 아들이 마법부의 국제마법 협력부에
들어갔다는 소식을 마지막으로 들었기 떄문이었다.
하지만 해리의 말을 듣자 위즐리 형제들과 헤르미온느는 갑자기 얼굴이
굳어지면서 서로를 힐끔힐끔 쳐다보았다.
"어떤 일이 있어도 엄마 아빠 앞에서 퍼시 이야기를 꺼내지마" 론이 긴장한
목소리로 해리에게 말했다
"왜그러는 거야?"
"퍼시 이름이 나올 때마다 아빠는 손에 쥐고 있는게 뭐든 다 깨뜨리시고
엄마는 울기부터 하시거든" 프레드가 설명했다
"너무 안타까운 일이야" 지니가 서글픈 목소리로 말했다.
"우리 모두는 퍼시한테 완전히 질렸어"
조지가 그답지 않게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말했다
"무슨 일이 있었는데?" 해리가 물었다
"퍼시랑 아빠가 한바탕 싸웠어 아빠가 누구랑 그렇게 크게 싸우는 건 처음
봤다니까 항상 소리를 지르는 쪽은 엄마였는데" 프레드가 대답했다 "학기가
끝나고 일주일이 지났을 때였어 우리는 불사조 기사단과 합세하기 위해서
이리로 오려던 참이었지 그런데 퍼시가 집에 오더니 승진을 했다고 하는거야"
"그게 정말이야?" 해리가 소리쳤다
퍼시가 대단한 야심가라는 것은 아록 있었지만 해리 생각에는 첫 직장인
마법부에서 그렇게 성공할 것처럼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어쨌든 퍼시는 자신의
상관이 볼드모트에게 조종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하는 엄청난
실수를 저질렀다.(물론 마법부가 그 사실을 믿었다는 것은 아니다. 그들은 모두
크라우치가 미쳤다고 생각했다)
"그래 우리 모두 다 깜짝 놀랐어" 조지가 말했다"알다시피 퍼시는 크라우치
사건 때문에 조사를 받느니 마느니 하면서 한바탕 문제를 일으켰잖아
마법부에서는 퍼시가 크라우치가 제정신이 아니라는 걸 깨닫고 재빨리 상부에
알렸어야만 했다고 말했어 하지만너도 퍼시가 어떤지 알지? 크라우치가 그에게
업무를 맡겼을 때 불평조차 하지 않았어"
"그런데 어떻게 그를 승진시킬 수가 있지?"
"우리가 놀란 것도 바로 그 때문이야" 론은 어떻게든 해리가 또다시 고함을
지르지 않도록 일상적인 대화를 이끌어 가려고 온갖 애를 다 쓰고 있는 것
같았다 "퍼시는 잔뜩 의기양양해서 집으로 왔어 정말 우리가 상상한 것
이상으로 기뻐하더군 그리고 아빠에게 퍼지 장관의 사무실에 자리릉 얻었다고
말했지 호그와트를 졸업한 지 겨우 1년밖에 안 된 사람으로서는 정말 믿을 수
없을 만큼 좋은 자리였어 장관의 부보좌관 자리였으니까 말이야 퍼시는 아빠가
굉장히 감격하고 자랑스러워할 거라고 기대했던 것 같아"
"그런데 전혀 아니었지"
프레드가 씩 웃었다
"왜 그러셨지?" 해리가 물었다
"퍼지가 마법부를 헤집고 다니면서 아무도 덤블도어 교수와 접축하지 못하도록
감시하고 있거든" 조지가 설명했다
"요즘 마법부에서 덤블도어 교수님의 이름은 욕이나 다름없어 모두들 덤블도어
교수님이 그 사람이 돌아왔다고 떠들고 다니면서 괜한 말썽을 일으키고 있다고
생각하거든" 프레드가 말을 이었다.
"아빠가 그러시는데 퍼지가 누구든 덤블도어 교수와 연관을 맺는 사람은 자기
책상을 비울 각오를 하라고 큰소리를 쳤대" 조지가 말했다
"문제는 퍼지가 아빠를 의심한다는 거야 아빠가 덤블도어 교수와 친하다는 걸
잘 알고 있거든 게다가 머글들 물건에 열광하는 것 때문에 퍼지는 항상 아빠를
좀 괴짜라고 생각하고 있었지"
"하지만 그게 퍼시랑 무슨 관계가 있지?"
해리는 여전히 이해할 수 없었다
"이제부터 내가 말하려는 게 바로 그거야 아빠는 퍼지가 퍼시를 자기 사무실에
두려고 하는 이유가 오직 퍼시를 이용해서 우리 가조고가 덤블도어 교수를
염탐하려고 하는 게 아닌가 의심하셨어"
해리가 나지막이 휘파람을 불었다
"퍼시라면 기꺼이 그렇게 하고도 남지"
론이 어색하게 허허 웃었다.
"퍼시는 미친 듯이 펄펄 뛰었어 그리고 온갖 끔찍한 말을 퍼부었지 그래
그랬어 자기가 마법부에 들어간 이후로 아버지의 형편없는 평판 때문에 온갖
고생을 다 해야만 했다는 둥 아버지는 아무 야심도 없고 그래서 우리 가족이
항상 돈이 없어서 쩔쩔맨다는 둥..."
"그게 정말이야?"
해리는 도저히 믿기지 않았다 옆에 있던 지니도 마치 성난 고양이 같은 소리를
냈다
"그렇다니까 그보다 더 심한 말도 했어" 론이 목소리를 낮추며 말했다
"아버지에게 덤블도어랑 어울려 다니는 멍청이라고 했어 덤블도어는 항상
말썽거리만 찾아다니고 있으며 아버지도 언젠가는 덤블도어와 함께 망하게 될
거라고도 했지 퍼시는 자기가 어디에 충성해야 할지 알고 있는데 그게 발보
마법부라는 거야. 만약 엄마와 아빠가 마법부를 배신한다느면 자기는 당장
우리와 더 이상 한 가족이 아니라는 사실을 모든 사람들에게 분명히 보여 줄
거래 그러고는 바로 그날 밤에 짐을 싸 들고 나가 버렸어 지그은 여기 런던에서
지내고 있지"
해리는 들릴 듯 말 듯 작은 소리로 욕을 했다. 언제나 론의 형제들 중에서
퍼시를 가장 못마땅하게 생각하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퍼시가 아버지인 위즐리
씨에게 그런 소리까지 할 줄은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것이다.
"엄마가 어떤 반응을 보였는지 짐작할 수 있겠지? 엉엉 울다가 또 한참
넋두리를 늘어놓다가 제정신이 아니었지 엄마는 런던에 와서 어떻게든 퍼시와
이야기를 해보려고 애를 썼지만 퍼시는 엄마 면전에서 문을 꽝 닫아 버렸대
그러다 직장에서 아빠와 부딪히면 어떻게 하려고 그러는지 모르겠어 아마
완전히 모르는 척하겠지"
"하지만 퍼시도 볼드모트가 돌아왔다는 걸 알고 있잖아" 해리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퍼시가 설마 그렇게 멍청할까? 너희 아버지와 어머니가 아무런 증거도
없이 그런 위험을 무릅쓰고 있는 게 아니라는 것쯤 알고 있을 텐데 말이야"
"그래 그러지 않아도 두 사람이 싸우는 중에 네 이름이 여러 차례 오르내렸어"
론이 재빨리 해리의 얼굴 표정을 살피며 말했다 "퍼시의 주장은 증거라는 것이
고작해야 네 말밖에 없지 않느냐는 거였어 글쎄... 잘 모르겠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생각했던 모양이야"
"퍼시는 <예언자 일보>에 난 기사를 너무 믿는 게 탈이야"
헤르미온느가 쏘아붙였다 그러자 모두들 고개를 끄덕였다.
"도대체 그게 무슨 소리야?"
해리가 주위 사람들을 둘러보며 물었다 그들은 하나같이 조심스런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럼 너-넌 그동안<예언자 일보>를 안 읽어 봤단 말이야?" 헤르미온느가
불안한 표정으로 물었다
"물론 읽었지!" 해리가 대답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잘 읽어 봤니?"
헤르미온느가 더욱더 불안한 표정을 지었다.
"자세히 보지는 않았어 볼드모트에 대해서 뭔가 기사가 났다면 분명히 1면에
났을 테니까 안 그래?"
해리가 변명하듯이 말했다 그 이름을 듣자 다른 사람들이 순간적으로 몸을
움찔했다
헤르미온느는 재빨리 말을 이었다
"기사를 찾으려면 한 면 한 면 다 읽어 봤어야지 어쨌든 그 사람들이 음
그러니까<예언자 일보> 기자들이 한 주에 두세 번쯤 너에 대한 기사를 실었어"
"하지만 난 보지 못-"
"항상 1면만 읽었다면 못 본 게 당연하지" 헤르미온느가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
"커다란 기사를 말하는 게 아니야 그냥 너에 대해서 슬쩍 언급하고 지나갔어
네가 무슨 농담거리라도 되는 것처럼 말이야"
"그게 무슨-"
"솔직히 아주 악의에 찬 기사였어 리타의 기사에만 의존해서 제멋대로
썼더라고"
헤르미온느가 억지로 냉정한 척하면서 말했다
"하지만 리타는 더 이상 <예언자 일보>에 기사를 쓰지 않잖아 안 그래?"
"맞아 리타는 약속을 지켰어 달리 선택의 여지가 없었지"
헤르미온느는 무척 만족스런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그 여자는 지금 그들이
하려고 하는 일에 발판을 제공했어"
"도대체 그게 뭔데?" 해리가 답답한 듯이 물었다
"예전에 리타가 썼던 기사 생각나지? 네가 바닥에 쓰러져서 흉터가 쑤신다는
말을 했다고 썼던 거?"
"그래"
해리는 리타 스키터가 자기에 관해서 썼던 기사를 좀처럼 잊을 수가 없었다
"<예언자 일보>에서는 네가 마치 위대한 비극적 영웅이라는 망상에 빠져서
어떻게든 사람들의 시선을 끌고 싶어 하는 정신병자라도 되는 것처럼 기사를
썼어 "헤르미온느가 단숨에 말을 쏟아 냈다. 빨리 말하면 해리가 조금이라도
덜 불쾌할지 모른다고 믿고 있는 것 같았다"아무튼 그자들은 너에 대해서 온갖
악랄한 중상모략을 계속해서 늘어놓고 있어 뭔가 황당한 기사가 실리면 '해리
포터 같은 이야기'라고 하고 또 누군가 웃기는 사건을 당하기라도 하면 '부디
그자의 이마에 상처나 생기지 않기를 바라자 그렇지 않으면 다음부터 그자를
숭배해야 할 테니까' 라고 쓰기도 하고-"
"난 다른 사람들이 날 숭배해 주길 원하지 않아"
해리는 잔뜩 열을 받아서 소리쳤다
"나도 알아" 헤르미온느가 겁먹은 얼굴로 재빨리 말했다.
"안다니까 해리 하지만 그자들이 뭘 하고 있는지 너도 알잖아? 그 사람들은
아무도 널 믿지 않도록 만들려고 하는 거야 그 배후에는 틀림없이 퍼지가 있어
내길 해도 좋아 그 작자들은 거리의 마법사들이 너를 한심한 꼬마라고 생각하길
원하는 거야 유명해진 게 너무 좋고 그걸 계속 지키고 싶어서 온갖 엉터리 같은
이야기를 꾸며 대는 아이라고 말이야"
"그건 내가 바라던 일이 아니었어! 난 한 번도 볼드모트에게 우리 엄마 아빠를
죽이라고 부탁한 적 없어!" 해리가 침을 튀기며 흥분했다 "내가 유명해진 건
단지 그자가 우리 가족을 죽이면서 날 죽이지 못한 탓이었어! 세상에 그렇게
해서 유명해지길 원하는 사람이 어디었어? 그 작자들은 내가 차라리-"
"해리 우린 알아" 지니가 진심으로 위로했다
"물론 디멘터들이 널 공격했단 사실은 단 한 마디도 보도하지 않았어 누군가
입 다물고 있으라고 지시를 내렸나 봐 통제를 잃은 디멘터들이라면 틀림없이
엄청난 뉴스거리일 텐데 말이야 심지어 네가 국제 비밀 법령을 어겼다는
소식조차 싣지 않았어 우리 생각대로라면 분명히 실었어야만 했는데 이거야말로
자기 과시하기 좋아하는 멍청이라는 너의 이미지에 딱 어울리는 사건이잖아
우린 저자들이 네가 퇴학당할 때까지 때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어 네가 퇴학당하면 그떄부터 본격적으로 나서려고 하는 것 같아 내 말은
만약 네가 퇴학을 당했더라면 그랬을 거라는 거지" 헤르미온느가 속사포처럼
지껄였다 "하지만 절대 그럴 리가 없어 저들이 법을 지킨다면 그렇게 할 수는
없지 너에게 불리한 전례는 없었어"
서서히 화제는 청문회 쪽으로 향하고 있었다 하지만 해리는 그 일을 생각조차
하고 싶지 않았다 뭔가 새로운 화제를 찾으려고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바로 그때
다행스럽게도 계단을 올라오는 발소리가 들렸다
"이런!"
프레드가 늘어나는 귀를 힘껏 끌어당겼다 곧이어 뿅 하고 큰 소리가 나더니
프레드와 조지의 모습이 사라졌다 잠시 후에 위즐리 부인이 침실 문 앞에
나타났다
"회의가 끝났으니 이제 내려와서 저녁을 먹자꾸나. 모두들 널 보고 싶어
안달이란다 해리 그런데 부엌문 앞에 똥 폭탄을 마구 흩어 놓은 게 도대체
누구냐?"
"크록생크예요 그걸 가지고 노는 걸 얼마나 좋아하는지"
지니가 얼굴 하나 붉히지 않고 거짓말을 했다
"그렇구나 난 또 크리처일 거라고 생각했지 그 녀석은 항상 그렇게 이상한
짓을 잘해서 말이야 어쨌든 현관 복도에서는 반드시 목소리를 낮춰야 한다는 걸
잊지 마라 그런데 지니 네 손이 무척 더럽구나 대체 뭘 만진 거니? 저녁 먹기
전에 꼭 손을 씻도록 했다"
지니는 다른 사람들을 힐끗 쳐다보더니 엄마 뒤를 따라서 방을 나갔다 이제
방에는 다시 론과 헤르미온느와 해리만이 남게 되었다. 론과 헤르미온느는
걱정스럽게 해리를 쳐다보고 있었다 다른 사람들이 모두 가 버렸으니 해리가
다시 소리를 지르지 않을까 은근히 겁이 나는 눈치였다 안절부절못하는 두
사람의 모습을 보니 해리는 약간 창피한 마음이 들었다.
"이봐..."
해리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러자 당장 론은 설레설레 머리를 흔들고
헤르미온느는 부드럽게 그를 달래기 시작했다.
"네가 화를 내는 게 당연해 해리 우린 널 절대로 비난하지 않아 하지만 너도
좀 이해해 줘 우린 어떻게든 덤블도어 교수님을 설득하려고 노력했어"
"그래 나도 알겠어"
해리가 무뚝뚝하게 대꾸했다 그리고 무너가 다른 화제로 바꿀 수 없을까
궁리했다 덤블도어 교수 생각을 하자 해리의 마음 속이 다시 분노로 부글부글
끓어올랐기 때문이다.
"그런데 크리처가 누구야?" 해리가 물었다
"이 집에 사는 집요정인데 완전히 미친놈이야 나도 그런 녀석은 처음 본다니까"
헤르미온느가 론을 째려보았다
"크리처는 미치지 않았어 론!"
"그의 평생 소원이 자기 어머니처럼 자기 머리를 잘라서 진열대 위에 올려놓는
거라고 하잖아 그런데도 그게 정상이라는 거야 헤르미온느?"
"글쎄... 설사 좀 이상한 점이 있다 하더라도 그건 그의 잘못이 아니야"
론이 해리를 보며 눈을 찡긋했다
"헤르미온느는 아직도 그 '토하다'인지 뭔지-"
"토하다(spew)가 아니야!" 헤르미온느가 벌커 화를 냈다.
"꼬마 집요정의 복지 향상을 위한 모임(S.P.E.W)이라고! 그리고 나뿐만이
아니야 덤블도어 교수님도 크리처에게 잘해 줘야 한다고 말씀하셨단 말이야"
"알았어 알았다고 어서 가자 나 배고파 죽겠어"
론은 앞장서서 문 밖으로 얼른 나갔다 하지만 미처 계단을 내려가기도 전에
"잠깐만!" 하고 속삭이더니 두 팔로 해리와 헤르미온느의 앞을 막았다
"아직도 복도에 사람들이 있어 뭔가 중요한 이야기를 엿들을 수 있을지도 몰라"
세 사람은 조심조심 계단 난간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어두컴컴한 복도에
마법사들과 마녀들이 빽빽이 모여 있었다. 그 중에는 해리의 경호를 맡았던
마법사들도 있었다. 그들은 잔뜩 흥분해서 서로 수군거리고 있었다. 기름진 검은
머리와 툭 튀어나온 코가 눈에 띄었다 해리가 호그와트에서 가장 싫어하는
선생인 스네이프 교수였다 해리는 난간 밖으로 몸을 내밀었다 도대체
스네이프가 이 불사조 기사던에서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궁금했다.
그때 해리의 눈앞으로 가느다란 살구색 끈이 지나갔다. 고개를 들어 보니
프레드와 조지가 위층 난간에서 사람들의 머리 위로 늘어나는 귀를 살살
늘어뜨리고 있었다. 하지만 사람들은 금방 현관 쪽으로 움직이기 시작하더니
사라져 버렸다.
"제기랄"
해리는 프레드가 늘어나는 귀를 다시 끌어올리며 중얼거리는 소리를 들었다
그때 현관문이 열렸다가 닫히는 소리가 들렸다
"스네이프는 절대로 여기서 식사를 하지 않아 정말 다행이지 자 어서 가자"
론이 해리에게 소곤소곤 말했다
"해리 현관 복도에서 목소리 낮추는 거 잊지 마"
헤르미온느가 작은 목소리로 주의를 주었다 그들이 꼬마 집 요정들의 머리가
진열되어 있는 벽 앞을 지나고 있을 때 루핀과 위즐리 부인 통스가 현관문 앞에
있는 것이 보였다 그들은 마법사들이 방근 나간 문 뒤에 서서 수많은 자물쇠와
열쇠에 마법의 주문을 걸고 있었다.
"우리는 부엌에서 식사를 하자꾸나" 위즐리 부인이 계단 밑에서 그들을
맞이했다"해리 복도를 살살 가로질러 오면 여기 이문을 지나서-"
쿵!
"통스!"
위즐리 부인이 짜증스럽게 소리치며 뒤를 돌아보았다
"미안합니다!" 통스가 바닥에 벌렁 자빠진 채 울상을 지었다 "이 멍청한
우산꽂이 때문이에요 여기 걸려 넘어진 게 벌써 두 번째-"
하지만 그녀의 뒷말은 온몸의 피를 말리고 고막이 찢어질 듯이 무시무시한 비명
소리에 파묻히고 말았다.
곧이어 해리가 방금 지나쳐 온 좀이 슨 벨벳 커튼이 양ㅉㄱ으로 쫙 갈라졌다
하지만 커튼 뒤에는 아무 문도 보이지 않았다. 아주 잠깐 동안 해리는 마치 창문
안을 들여다보고 있는 듯한 착각에 빠졌다. 창문 너머에서는 검은 모자를 쓴
늙은 여자가 고문을 당하는 사람처럼 비명을 지르고 또 지르고 있어싿. 해리는
곧 그것이 실물 크기의 초상화라는 것을 깨달았다 하지만 평생 그토록 실감
나고 그토록 기분 나쁜 그림은 한 번도 본 적이 없어싿.
늙은 여자는 눈알을 굴리며 침을 질질 흘리고 있었다. 비명을 지르는 그녀의
누런 얼굴은 찢어질 듯이 팽팽하게 긴장되어 있었다. 그 순간 복도를 따라
줄지어 걸려 있던 다른 초상화들이 일제히 깨어나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해리는 귀를 틀어막고 두 눈을 꼭 감았다
루핀과 위즐리 부인이 황급히 달려오더니 늙은 여자의 그림 앞에 다시 커튼을
닫으려고 했다 하지만 커튼은 꿈쩍도 하지 않았고 늙은 여자는 더욱더 큰
소리로 비명을 질렀다 그리고 당장에라도 그들의 얼굴을 찢어 놓을 듯한 기세로
손톱을 세우고 덤벼들었다.
"쓰레기 같은 것들! 더러운 놈들! 후레자식들! 튀기! 돌연변이! 미친 것들! 당장
여기서 꺼져! 감히 우리 조상들 집을 더럽히다니!"
통스는 거듭 미안하다는 인사를 하다가 또다시 그 거대하고 육중한 트롤의
다리를 쓰러뜨리고 말았다 위즐리 부인은 커튼 닫는 것을 그만 단념하고 재빨리
복도를 왔다갔다 하면서 요술지팡이로 초상화들을 하나씩 기절시켜 버렸다 그때
검은 머리카락을 길게 늘어뜨린 한 남자가 문에서 달려 나와 해리와 딱
마주쳤다.
"입 닥치지 못해! 이 추한 늙은 노파야! 입 닥쳐!"
그는 위즐리 부인이 포기한 커튼을 움켜쥐고 버럭 소리를 질렀다
초상화 속 늙은 여자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우우우!" 여자가 울부짖었다 그를 보자 늙은 여자는 눈알이 튀어나올 듯이 두
눈을 부릅떴다 "비열한 배신자 가증스러운 놈 내 자식인 게 수치스럽다!"
"입- 다물라고 했지!"
그는 더욱더 큰 소리로 윽박질렀다 그리고 루핀과 힘을 합쳐서 억지로 다시
커튼을 닫았다.
늙은 여자의 비명 소리가 사라지고 침묵이 찾아왔다
가볍게 숨을 헐떡이며 눈 앞으로 흘러내린 긴 검은 머리카락을 쓸어 넘기면서
해리의 대부인 시리우스가 그를 향해 돌아섰다
"안녕 해리" 그가 음침한 목소리로 말했다 "마침내 우리 엄마를 만났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