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3장 (92/194)

제 3장 전위대 

나는 방금 전에 디멘터들의 공격을 받았어 그리고 어쩌면 호그와트에서 

제명을 당할지도 몰라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그리고 언지쯤 여기서 

벗어날 수 있는지 알고 싶어 

어두운 침실에서 책상 앞에 앉자마자 해리는 세 장의 양피지에 똑같은 편지를 

썼다. 첫 번째 편지에는 시리우스 두 번째는 론 세 번째는 헤르미온느의 이름과 

주소를 썼다. 부엉이 헤드위그가 먹이를 잡으러 밖에 나갔기 때문에 책상에 놓인 

사장 안은 텅 비어 있었다. 해리는 침실 안을 이리저리 걸어다니며 부엉이가 

돌아오기를 기다렸다 머리가 계속 욱신거렸다. 피곤에 지친 두 눈이 뻑뻑하고 

따가웠지만 머릿속이 너무 복잡해서 도저히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무거운 

두들리를 집까지 끌고 오느라 허리가 뻐근했다. 게다가 창문에 부딪히고 

두들리에게 얻어맞아 불룩 부어오른 자리가 아직도 쿡쿡 쑤셨다. 

해리는 분노와 짜증으로 바싹바싹 속이 타서 방안을 초조하게 서성거렸다 

그리고 창문 앞을 지날 때마다 이를 부득부득 갈면서 주먹을 불끈 쥐고 별들이 

총총한 텅 빈 하늘을 내다보았다. 디멘터들이 그를 붙잡으러 오고 피그 할머니와 

먼던군스 플레처가 몰래 그의 뒤를 따라다니고 호그와트 로부터 정학 통지를 

받은 것도 부족해서 심지어 이제는 마법부에서 청문회까지 열게 되었는데도 

여전히 그에게 사정을 설명해 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단 말인가. 

게다가 그 호울러는 도대체 뭐란 말인가? 그토록 무시무시하고 위협적으로 부엌 

안에 쩌렁쩌렁 울려 펴지던 그 목소리의 주인공은 누구일까? 

왜 나는 아무 소식도 듣지 못한채 여전이 이 집에 갇혀 있어야만 하는 걸까? 왜 

모두들 나를 못된 말썽꾼 취급을 하는 걸까? 더 이상 어떤 마법도 쓰지 마라 

집에서 꼼짝하지 마라... 해리는 발에 거치적거리는 학교 가방을 힘껏 걷어찼다. 

그러나 속이 풀리기는커녕 오히려 화만 더 치솟았다. 여기저기 아프고 쑤신 

것으로도 모자라서 이제는 발가락까지 날카로운 통증에 시달리게 된 것이다. 

그가 절뚝 거리며 창문 앞을 막 지나쳤을 때 헤드위그가 작은 유령처럼 조용히 

날개를 퍼덕이며 날아 들어왔다. 

"너 마침 잘 왔다" 헤드위그가 자신의 우리 위에 살짝 내려 앉자마자 해리는 콘 

소리로 야단을 쳤다."그걸 당장 내려놔! 너에게 시킬 일이 있어!" 

헤드위그는 죽은 개구리를 입에 문 채 켜다랗고 둥근 호박색 눈을 끔벅끔벅하며 

해리를 원망스럽게 쳐다보았다. 

"이리 와" 

해리는 작은 양피지 두루마기 세 개와 가죽끈을 집어 들고 부엉이의 다리에 

편지를 묶기 시작했다. "이걸 곧장 시리우스와 론과 헤르미온느에게 전해줘 

그리고 제대로 쓴 답장을 받기 전에는 절대로 돌아오지 마 그 사람들이 

만족스러울 만큼 긴 편지를 쓸 때까지 계속해서 쪼아 대란 말이야 알겠어?" 

헤드위그는 부리를 꼭 다문 채 웅얼웅얼 대답했다. 아직도 부리 안에 개구리가 

가득했던 것이다. 

"그럼 어서 가" 

해리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헤드위그는 즉시 출발했다. 부엉이가 떠난 후에 

해리는 옷도 벗지 않고 침대에 푹 쓰러졌다. 그리고 어두운 천장을 가만히 

노려보았다. 

그러지 않아도 여러 가지 일로 심란하고 비참한 기분이었는데 헤드리그에게 

신경질을 내고 나니 이제는 죄책감까지 밀려왔다. 헤드위그는 프리벳가 

4번지에서 그가 찾을 수 있는 유일한 친구였다. 해리는 헤드위그가 시리우스와 

론 헤르미온느에게 답장을 받아서 돌아오면 어떻게든 보상을 해줘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들은 틀림없이 서둘러 답장을 해줄 것이다. 설마 디멘터의 공격을 받았다는데 

모른 척할 리가 없었다 내일 아침이면 위로의 말과 더불어 그를 당장 버로우로 

데려가기 위한 계획이 빽빽하게 적힌 두툼한 편지를 세 통이나 받게 될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하자 모든 걱정이 싹 사라지고 마음이 편해지면서 졸음이 쏟아졌다. 

하지만 다음 날 아침이 되어도 헤드위그는 돌아오지 않았다. 해리는 하루 종일 

침대에서 꼼짝도 하지 않았다. 가끔 화장실에 다녀오는 것이 전부였다. 

하루에 세 번 페투니아 이모가 고양이 출입구로 음식을 밀어 넣어 주었다. 3년 

전 여름에 버논 이모부가 만들어 놓은 구멍이었다. 이모가 방 앞으로 다가오는 

소리가 들릴 때마다 해리는 호울러에 대해서 물어보았지만 그건 문손잡이에게 

질문하는 것만큼이나 소용없는 짓이었다. 식사 때를 제외하면 더즐리 가족은 

그의 침실 근처에 얼씬도 하지 않았다. 해리도 굳이 그들을 가까이 해야 할 

이유가 없었다. 그러다가 또 다시 소동이 벌어진다면 기꺼해야 너무 화가 나서 

금지된 마법을 쓰는 결과만 가져올 것이 뻔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사흘이 지나갔다. 때로는 주체할 수 없이 화가 치밀어 한시도 가만히 

앉아 있지 못하고 자신을 이런 곤경 속에 내버려 둔 모든 사람들을 원망하며 방 

안을 서성거리다가 또 때로는 죽을 것 같은 무력감에 빠져 한 시간씩 침대 위에 

쓰러져서는 멍하니 허공을 노려보곤 했다. 그러다가 마법부 청문회를 생각하면 

두려움으로 가슴이 조여들었다. 

나에게 불리한 판결이 내려지면 어떻게 하지? 나를 제명하고 요술지팡이를 두 

동강 내 버리면? 그럼 앞으로 뭘 하며 지내고 어디로 가야 하나? 1년 내내 

더즐리 가족과 지내는 생활로 다시 돌아갈 수는 없었다. 또 다른 세계 내가 

진정으로 속한 세계를 알게 된 이상 그럴 수는 없었다. 시리우스의 집으로 

거처를 옮길 수도 있지 않을까? 1년 전 시리우스가 마법부를 피해서 달아나기 

전에 제안했던 것처럼 말이다. 비록 아직도 미성년자이기는 하지만 시리우스 

집에서 혼자 지내도 좋다는 허락을 받을 수 있을지 모른다. 그렇지 않으면 장차 

내가 가야 할 곳까지 마법부에서 결정하는 것은 아닐까? 내가 국제 비밀법령을 

위반한 것이 아즈카반의 독방에 들어갈 만큼 심각한 범죄가 될까? 이런 생각이 

들때마다 해리는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서 다시 방 안을 초조하게 왔다갔다 하기 

시작했다. 

헤드위그가 떠난지 나흘째가 되던 날 밤 해리는 또다시 무기력한 상태에 빠져 

멍하니 천장을 노려보며 누워 있었다. 지칠대로 지친 그의 머리는 백지처럼 텅 

비어 있었다. 바로 그때 이모부가 그의 방으로 들어왔다. 해리는 천천히 고개를 

돌려서 그를 바라보았다. 제일 좋은 양복으로 차려입은 버논 이모부는 잔뜩 

으스대는 표정이었다. 

"우린 나갈꺼다" 이모부가 말했다 

"네?" 

"그러니까 네 이모와 두들리 그리고 나 우리 가족 모두 외출할 거란 말이다." 

"그러세요"해리는 다시 천장을 바라보며 무관심하게 대답했따. 

"우리가 집을 비우는 동안 네 방에서 나오면 안된다." 

"알겠어요" 

"텔레비전이나 라디오나 집 안 물건은 무엇이든 만져서도 안돼" 

"네" 

"냉장고에서 먹을 걸 슬쩍해도 안돼" 

"네" 

"그리고 네 방문은 잠그고 나갈 거다" 

"마음대로 하세요" 

버논 이모부는 못마땅한 눈길로 해리를 노려보았다. 아무 불평도 않는 게 오히려 

의심스럽다는 눈빛이었다. 하지만 곧 쿵쿵 거리며 방을 나가더니 문을 닫았다. 

해리는 방문 열쇠가 돌아가는 소리와 계단을 내려가는 버논 이모부의 육중한 

발소리를 들었다. 몇 분 후에는 자동차 문이 탁 하고 닫히는 소리와 엔젠 소리 

그리고 자동차가 도로 위를 쌩하고 달려가는 소리가 이어졌다. 

해리는 더즑리 가족이 나갔다고 해도 별다른 느낌이 들지 않았다. 그들이 집에 

있든 없든 아무 상관이 없었다. 지금 그는 몸을 일으켜서 침실의 물을 켤 힘조차 

없는 상태였다. 방안이 점차 어두워졌다. 해리는 가만히 누워서 항상 열어두는 

창문을 통해 흘러 들어오는 밤의 소음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그리고 

헤드위그가 돌아오는 행복한 순간만을 손꼽아 기다렸다. 

아무도 없는 빈집에서 삐거덕 소리가 났다 수도관이 꾸르륵거렸다. 절망감에 

사로잡힌 해리는 일종의 마비 상태에 빠져서 아무 생각도 없이 누워 있었다. 

바로 그때 아래층 부엌에서 뭔가 쨍그랑 하는 소리가 분명하게 들려왔다. 

해리는 벌떡 일어나 앉아서 귀를 쫑긋 세웠다. 더즐리 가족이 벌써 돌아왔을 

리는 없었다 그러기엔 시간이 너무 일렀다. 게다가 자동차 소리도 듣지 못했다. 

잠시 침묵이 이어지더니 두런두런 얘기하는 소리가 들렸다. 

도둑이 들었나 보군 순간 해리는 이렇게 생각하며 살그머니 침대에서 

빠져나왔다. 하지만 진짜 도둑이라면 저렇게 큰소리로 떠들 리가 없다는 생각이 

번개처럼 머리를 스쳤다. 부엌을 어슬렁거리고 있는 게 누군지 몰라도 자기가 

하는 일에 신경 쓰지 않는 것이 분명했다. 

해리는 침대 앞 탁자에서 지팡이를 집어 들고 방문에 바싹 귀를 갖다 댔다. 다음 

순간 해리는 너무 놀라 뒤로 나자빠질 뻔했다. 딸깍하고 열쇠 돌아가는 소리와 

함께 방문이 활짝 열렸던 것이다. 

해리는 꼼짝하지 않고 서서 텅빈 복도와 어두운 계단을 내려다보았다. 또 다른 

소리가 들리지 않을까 열심히 귀를 기울였지만 온 세상이 고요했다. 

해리는 잠깐 동안 망설이다가 방을 살짝 빠져나와 계단으로 다가갔다. 순간 

심장이 멎는 것 같았다. 어두컴컴한 아래층 복도에 사람들이 서 있었던 것이다. 

우리문을 통해 들어오는 기로등 불빛을 받아 검은 그림자가 또렷이 보였다. 

여덞이나 아홉 명 정도 되는 그들은 하나같이 그를 올려다보고 있는 것 같았다. 

"당장 지팡이를 내려놔라 잘못하다가 누구 눈이라도 뽑겠구나" 

퉁명스럽고 굵은 목소리였다 

해리의 심장이 마구 쿵쿵거렸다. 분명히 아는 사람의 목소리였다 하지만 해리는 

여전히 지팡이를 내리지 않았다. 

"무디 교수님?" 해리는 주저하며 물었다. 

"교수님이라는 말은 좀 과한데 내가 그만큼 가르친게 있어야지 말이야 " 

그는 투덜거리며 말했다. "이리로 내려오렴 널 좀 제대로 보고 싶구나" 

해리는 천천히 지팡이를 내렸다 하지만 여전히 지팡이를 뒨 손에서 힘을 빼지 

않고 그 자리에서 꼼짝도 하지 않았다. 물론 그렇게 의심할 만한 이유가 충분히 

있었다. 얼마 전에 아홉달 동안이나 매드아이 무디라고 굳게 믿었던 사람이 결국 

진짜 무디가 아니라 사기꾼임이 드러난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 

사기꾼은 자신의 정채가 탄로나기 전에 해리를 죽이려고 했다 해리가 어떻게 

할지 망설이고 있을 때 약간 쉰 듯한 또 다른 목소리가 들려왔다. 

"해리 괜찮다 우리는 널 데리러 왔어" 

해리의 심장이 또 다시 두근거렸다. 역시 귀에 익은 목소리였다 비록 거의 

1년만에 처음 듣는 목소리이기는 했지만. 

"루-루핀 교수님? 교수님이신가요?" 해리는 도저히 믿기지 않는다는 듯이 

물었다. 

"우리는 왜 깜깜한 데 서 있어야 하지?" 세 번째 목소리가 들렸다 이번에는 

전혀 낯선 여자의 목소리였다 "루모스" 

지팡이 끝에서 마법의 빛이 나면서 복도를 환하게 밝혔다. 해리는 눈을 

깜빡거렸다. 아래층 사람들은 계단 발치에 모여 서서 열심히 그를 쳐다보고 

있었다. 그 중 몇 명은 그를 더 잘 보기 위해 목을 길게 빼고 있어TEk. 

리무스 루핀이 그와 가장 가까운 곳에 서 있었다. 비록 여전히 젋기는 했지만 

왠지 피곤하고 아파 보였다 자난번 해리와 마지막으로 헤어졌을 때보다도 

흰머리가 훨씬 더 많아지고 입고 있는 옷도 더 후줄근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구 

루핀 교수는 해리를 보자 활짝 웃었다. 해리는 충격을 받아 멍한 상태였지만 

미소를 지으려고 애를 썼다. 

"오오 내가 생각했던 것과 똑같이 생겼네" 불이 켜진 지팡이를 높이 치켜든 

마녀가 입을 열었다 그녀는 그중에서 가장 젊어 보였다 그녀의 하얀 얼굴은 

둥근 하트 모양이었고 검은 두 눈은 별처럼 반짝거렸다. 바늘처럼 뽀족뽀족한 

짦은 머리는 짙은 보라색을 띠고 있었다. "반갑다 해리야!" 

"그래 자네가 한말이 무슨 뜻인지 알겠군 리무스"제일 뒤에 서 있던 까만 

머리가 벗겨진 마법사가 말했다. 그의 목소리는 낮고 느렸다. 그리고 한쪽 

귀에는 둥근 금귀고리를 하고 있었다. "제임스와 똑같이 생겼어." 

"눈만 빼고 말이야, 눈은 릴리를 쏙 빼닮았는걸." 머리가 하얗게 센 또 다른 

마법사가 쌕쌕 숨소리를 내며 말했다. 

한편 구불구불한 희색 머리카락을 길게 늘어 뜨리고 코 끝에 살점이 뭉텅 

떨어져 나간 매드아이 무디는 짝짝이 눈으로 해리를 수상쩍은 듯 째려보고 

있었다. 그의 한쪽 눈은 까만 구슬처럼 작고 반들거렸으며, 다른 한쪽 눈은 크고 

둥글며 새파랗게 빛났다. 그것은 벽이며 문은 물론, 심지어 자기 머리 뒤에 있는 

것까지 모두 꿰뚫어 볼 수 있는 마법의 눈이었다. 

"저 아이가 분명한 거요, 루핀?" 무디가 툴툴거렸다. "혹시라도 죽음을 먹는 

자가 그 녀석으로 변장한 걸 모르고 데려간다면, 꼴좋게 되는거요. 그러니 진짜 

포터가 아니면 대답할 수 없는 질문을 던져 봐야만 하오. 혹시 베리타세룸을 

가진 사람없나?" 

"해리, 너의 패트로누스는 어떻게 생겼지?" 루핀이 물었다. 

"수사슴이요." 해리가 약간 짜증스러운 듯이 대답했다. 

"틀림없어요. 매드아이 교수님." 루핀이 말했다. 

일제히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사람들의 따가운 시선을 의식 하면서, 해리는 

계단을 내려왔다. 그리고 지팡이를 바지 뒤쪽 호주머니에 꽂았다. 

"이 녀석아. 지팡이를 거기다 꽂으면 어떻게 해!" 무디가 호통을 쳤다. 

"그러다가 불똥이라도 튀면 어떻게 하려고! 너보다 잘난 마법사들도 그러다가 

엉덩이를 잃은 경우가 허다해!" 

"정말로 엉덩이를 다친 마법사를 알고 계신단 말인가요?" 

보라색 머리카락의 마녀가 궁금한 듯이 매드아이에게 물었다. 

"그런 거에 신경 쓰지 말고 뒷주머니에 지팡이나 넣고 다니지 않도록 

주의하구려!" 매드아이가 면박을 주었다. "기초적인 지팡이 안전 규칙인데, 

이제는 아무도 신경을 쓰지 않으니." 

매드아이는 부엌 쪽으로 쿵쿵거리며 걸어갔다. 

"내 눈에는 다 보여." 

마녀가 기가 막히다는 듯이 눈을 위로 치켜뜨며 그를 노려보는 순간, 매드아이가 

퉁명스럽게 한마디 덧붙였다. 

루핀은 손을 내밀어 해리와 악수를 나누었다. 

"잘 지냈니?" 

루핀이 해리의 안색을 살피며 물었다. 

"자-잘 지냈어요." 

해리는 자기 눈을 믿을 수가 없었다. 사 주 동안 단 한마디 소식도 없이. 그를 

프리벳가에서 데려갈 것 같은 기미조차 없다가, 마치 오래 전부터 예정되었던 

일처럼 갑자기 마법사들이 떼를 지어 이 집에 나타나다니...... 

해리는 루핀을 둘러싸고 서 있는 마법사들을 둘러보았다. 그들은 아직도 

그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해리는 무려 나흘 동안이나 머리를 빗지 

않았다는 사실이 자꾸 마음에 걸렸다. 

"저-때마침 더즐리 가족이 외출했을 때 오셔서 참 다행이네요." 해리가 

더듬더듬 말했다. 

"다행이라고! 하!" 보라색 머리의 여자가 코웃음을 쳤다. 

"그 사람들을 집 밖으로 불러낸 게 바로 나였어. 머글 우체국을 통해서 편지를 

보냈지. 전 영국 교외지역 최고 잔디밭 경연 대회의 후보 명단에 올랐다고 

말이야. 그자들은 지금 시상식에 가고 있을 거야. 아니, 그렇다고 생각하고 

있겠지." 

해리는 전 영국 교외지역 최고 잔디밭 경연대회라는 게 아예 없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버논 이모부가 어떤 표정이 될까 잠깐 상상해 보았다. 

"우리는 떠날 거죠? 금방 갈 건가요?" 해리가 물었다. 

"곧바로 갈 거다. 위험 해제 경보를 기다리고 있는 중이야." 

"어디로 갈 거죠? 버로우?" 해리가 기대에 차서 물었다. 

"버로우는 아니란다." 루핀이 해리에게 부엌으로 오라는 손짓을 하며 말했다. 

몇몇 마법사들이 여전히 호기심에 가득 찬 눈으로 해리를 바라보며 뒤를 

쫓아왔다. "너무 위험해, 우리는 들키지 않을 만한 곳에 본부를 설치했단다. 

시간이 좀 걸렸지...." 

매드아이 무디는 부엌 식탁에 앉아서 휴대용 물병을 꺼내 벌컥벌컥 들이켜고 

있었다. 한편 마법의 눈은 온 사방으로 빙글빙글 돌아가면서 더즐리 집 안의 

수많은 가전제품들을 살펴보고 있었다. 

"해리, 이쪽으로 헬러스터 무디 교수님이시다." 루핀이 무디를 가리키며 말했다. 

"예, 저도 알아요." 해리가 어색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1년 동안이나 알고 

지냈다고 생각했던 사람을 새로 소개받으려니 기분이 묘했다. 

"그리고 이쪽은 님파도라-" 

"날 님파도라라고 부르지 말아요, 리무스." 젊은 마녀가 진저리를 치며 

싫어했다. "그냥 통스라고 불러 줘요." 

"좋아요. 이쪽으로 오직 성으로만 불리기를 원하는 님파도라 통스." 

"엄마가 이름을 바보같이 님파도라라고 지었다면, 당신도 틀림없이 그랬을 

거예요," 통스가 투덜거렸다. 

"이쪽은 킹슬리 샤클볼트." 

루핀 교수가 검은 망토를 입은 키 큰 마법사를 가리키자, 그가 꾸벅 인사를 

했다. 

"그리고 엘피아스 도지." 

말할때마다 쌕쌕 숨소리가 나는 마법사가 고개를 까닥했다. 

"데달루스 디글-." 

"우린 전에 만난 적이 있지." 

잔뜩 흥분한 디글이 감격에 겨운 듯 보라색 중산모를 손에서 떨어뜨리며 목이 

메어 말했다. 

"에멀린 밴스." 

에머랄드빛 초록색 숄을 걸친, 기픔이 있는 한 마녀가 살짝 머리를 숙였다. 

"스터지스 포드모어." 

네모난 턱에 짙은 밀짚 색깔의 머리카락을 지닌 마법사가 눈을 찡끗했다. 

"헤스티아 존스." 

두 뺨이 발그레한 검은 머리카락의 마녀가 토스터 옆에서 손을 흔들었다. 

해리는 한 사람씩 소개될 때마다 어색하게 머리를 숙였다. 

제발 자기를 향한 시선을 다른 데로 돌려주면 좋을 것 같았다. 난데없이 무대 

위로 끌려 나온 듯한 기분이 들었던 것이다. 왜 이렇게 많은 마법사들이 

찾아왔는지도 영문을 알 수가 없었다. 

"사람들이 줄지어 널 데리러 가는 일을 맡겠다고 나섰단다." 

루핀이 해리의 마음속을 읽기라도 한 듯이 말했다. 그렇게 말하는 그의 입술 

양쪽 끝이 살짝 실룩거렸다. 

"그래, 많으면 많을수록 좋지. 포터, 우리들은 너의 호위대니까." 무디가 음울한 

목소리로 말했다. 

"우리는 약 십오 분 전쯤에 도착했는데, 떠나도 좋다는 신호가 올 때까지 

기다리고 있는 거란다." 루핀이 부엌 창문을 통해 밖을 슬쩍 내다보며 말했다. 

"이 머글들은 정말 깨끗하군요. 그렇죠?" 통스라는 마녀가 호기심 가득한 

눈길로 부엌 안을 자세히 둘러보았다. "우리 아버지는 머글 태생인데. 노인네가 

게으르기 짝이 없거든요, 아마 머글들도 제각각인 모양이죠? 마법사들이 전부 

다른것처럼 말이예요." 

"네? 아- 그렇죠." 해리가 루핀을 향해 돌아서며 말했다. 

"그런데 무슨 일인가요? 전 아무한테도 소식을 못 들었어요. 도대체 볼-" 

"쉿!" 

대여섯 명의 마녀와 마법사들이 일제히 이상한 소리를 냈다. 

데달루스 디글은 또다시 모자를 떨어뜨렸고 무디는 버럭 호통을 쳤다. 

"입 다물지 못해!" 

"네?" 

"여기선 아무 말도 할 수 없다. 그건 너무 위험해." 

무디가 평범한 한쪽 눈으로 해리를 노려보며 말했다. 또 다른 마법의 눈은 

여전히 천장을 향하고 있었다. 

"제기랄!" 무디는 신경질을 내면서 한 손으로 마법의 눈을 만졌다. "그 찌꺼기가 

한 번 앉았던 이후로는 계속해서 달라붙는군." 

그러더니 마치 개수대에서 고무 마개를 뺄 때처럼 쭉 하는 소리를 내며, 눈알을 

쑥 뺐다. 

"매드아이. 그게 얼마나 구역질 나는 것인지 아세요?" 통스가 아무 스스럼없이 

말했다. 

"해리, 물 한 잔 가져다 주렴." 무디가 부탁했다. 

해리는 개수대로 가서 깨끗이 씻어 놓은 유리잔을 꺼내 물을 가득 담았다. 

그때까지도 마법사들은 여전히 그의 일거수 일투족을 열심히 지켜보고 있었다. 

그들의 끈질긴 시선에 해리는 슬슬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건배." 해리에게 유리잔을 건내받자, 무디가 말했다. 

그러고는 마법의 눈알을 물속에 집어넣고 위아래로 흔들었다. 눈알은 빙글빙글 

돌면서 주위 사람들을 한 명 한 명 쳐다 보았다. "돌아가는 여행 때에는 360도 

전부 볼 수 있어야 하거든." 

"어떻게 갈 건데요? 아니, 어디로 갈 거죠?" 해리가 물었다. 

"빗자루를 타고 갈 거야." 루핀이 대답했다. "그 방법밖에 없단다. 순간이동 

마법을 쓰기엔 넌 너무 어려. 플루 가루 네트워크는 그들이 감시하고 있을 테고, 

그렇다고 불법 포트키를 설치하는 건 너무 위험해." 

"리무스 말이 네가 빗자루를 아주 잘 탄다는데." 킹슬리 샤클볼트가 굵직한 

목소리로 말했다. 

"아주 뛰어나죠." 루핀이 말을 하며 재빨리 시계를 살펴보았다. "어쨋든 어서 

가서 짐을 싸는게 좋겠다, 해리. 신호가 오면 바로 떠나야 하니까 말이다." 

"내가 도와줄게." 

통스가 선뜻 앞으로 나섰다. 

그녀는 해리의 뒤를 따라서 복도를 지나 계단을 올라오면서도, 줄곧 신기한 

듯이 호기심 어린 눈으로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재미있는 곳이구나, 그래도 너무 깨끗한걸. 내 말이 무슨뜻인지 알지? 좀 

이상해, 어머, 여긴 훨씬 낫구나." 해리가 들어가서 불을켜자, 통스가 말했다. 

물론 그의 방은 집 안의 다른 곳에 비해 훨씬 지저분했다. 

너무 우울한 상태에서 나흘이나 갇혀 지내다 보니, 해리는 자기 방 정리하는 

것도 귀찮았다. 방바닥에는 온통 책들이 널브러져 있었다. 시간을 때우기 위해 

이 책 저 책 뒤적거리다가 옆으로 내던져 버리곤 했던 것이다. 오랫동안 청소를 

하지 않은 헤드위그의 새장은 슬슬 고약한 냄새를 풍기기 시작했다. 활짝 열린 

그의 트렁크 밖으로는 머글의 옷과 마법사의 옷이 마구 뒤썩인 채, 반쯤 

흘러나와 있었다. 

해리는 황급히 책들을 집어서 트렁크 안으로 던져 넣었다. 통스는 활짝 열린 

그의 옷장 앞에 서더니, 문 안쪽에 붙은 거울을 통해 자신의 모습을 꼼꼼하게 

살펴보았다. 

"보라색은 나에게 썩 어울리는 색깔이 아닌 것 같아." 통스는 삐쭉삐쭉한 

머리카락을 한 웅큼 잡아당기며 진지하게 말했다. "이 머리 때문에 더 뾰족해 

보이는 것 같지 않니?" 

"음....." 

해리는 <영국과 아일랜드 퀴디치 팀> 너머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맞아. 확실해." 통스가 단호하게 말했다. 

그러고는 뭔가 생각해 내려고 애를 쓰는 듯이 눈을 꼭 감고 얼굴을 잔뜩 

찌푸리자, 순식간에 머리카락을 분홍 풍선껌 색깔로 바꿨다. 

"어떻게 그렇게 할 수가 있죠?" 

해리는 너무 놀라서 입을 딱 벌리고 다시 눈을 뜨는 그녀를 바라 보았다. 

"나는 변신 마법사야." 통스는 거울을 다시 들여다보면서, 머리 모양을 잘 볼 수 

있도록 고개를 이쪽저쪽으로 돌렸다. "그러니까 내 모습을 내 마음대로 바꿀 수 

있다는 뜻이지." 

통스가 거울을 통해 어리둥절해하는 해리의 표정을 슬쩍 보더니 한마디 

덧붙였다. 

"난 태어날 때부터 그랬어. 그 덕분에 공부 한 번 하지 않고 오러 훈련기간 

동안 은신과 위장술 과목에서 최고 점수를 받았지. 정말 굉장했어." 

"그럼. 당신이 오러란 말인가요?" 해리가 감탄하며 말했다. 

어둠의 마법사를 잡는 오러는, 해리가 호그와트를 졸업한 후에 하고 싶은 유일한 

직업이었다. 

"그래." 통스가 자랑스런 표정으로 대답했다. "킹슬리도 마찬가지란다. 나보다 

약간 더 직급이 높아. 나는 오러 자격을 딴지 겨우 1년밖에 안 됐거든. 잠복 

잠행과 미행술 과목에서는 낙제를 할 뻔했어. 나는 행동이 무척 굼떠서 말이야. 

우리가 아래층에 도착했을 때, 접시 깨지는 소리 들었니?" 

"변신 마법사가 되는 법을 배울 수 있나요?" 해리는 짐 싸는 것조차 까맣게 

잊어버리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서 통스에게 물었다. 

통스가 킬킬거렸다. 

"이따금 그 흉터를 숨기고 싶은 모양이지?" 

통스의 시선이 해리의 이마에 난 번개 모양 흉터로 향했다. 

"아니에요. 그런게 아니에요." 

해리는 이렇게 중얼거리며 휙 돌아섰다. 사람들이 그의 흉터를 유심히 바라보는 

것이 싫었던 것이다. 

"미안하지만, 그걸 배우려면 굉장히 힘들 거야. 변신 마법사는 무척 드물거든, 

사실 그건 배워서 되는 게 아니라. 타고나는 거란다. 대부분의 마법사들은 

모습을 바꾸려면 지팡이나 약을 써야만 하지. 어쨌든 해리. 우리는 곧 떠날 거야. 

그러닌까 어서 짐을 싸야만 해." 통스는 방바닥에 엉망으로 흩어진 물건들을 

바로보며, 자책하듯이 말했다. 

"아- 맞아요." 

해리는 책 몇 권을 주섬주섬 주워 들었다. 

"바보같이 굴지 마, 해리 차라리 이 편이 훨씬 빠르겠구나. 팩!" 

통스가 큰 소리로 외치며 지팡이를 마루 위로 크게 휘둘렀다. 

그러자 책과 옷가지, 망원경, 저울 등 온갖 물건들이 허공으로 둥둥 떠오르더니 

가방 속으로 뒤죽박죽 빨려 들어갔다. 

"별로 깔끔하지 않군." 통스는 트렁크로 가까이 다가가서 엉망진창이 되어 버린 

가방 안을 들여다보았다. "우리 엄마는 말끔하게 짐 싸는 요령을 알고 계시던데, 

심지어 양말까지 저절로 착착 개지도록 한단 말이야. 하지만 난 아무리 애를 

써도 그 요령을 터득하지 못하겠어. 지팡이를 어떻게 탁 하고 퉁기던데." 

통스는 시험 삼아 지팡이를 탁 퉁겼다. 그러자 해리의 양말들 중에 한 켤레가 

쭈글쭈글 접히는 듯하더니 가방 안에 뒤죽박죽 쌓여 있는 물건들 더미 위로 툭 

떨어졌다. 

"흠. 어쨌든." 통스는 가방 뚜껑을 탁 소리 나게 닫으며 말했다. "최소한 물건은 

다 들어갔군, 저 새장도 약간 청소를 해야겠는데." 

통스는 헤드위그의 우리를 향해 지팡이를 겨누었다. 

"스코지파이!" 그러자 깃털과 새똥이 일부 사라졌다. "이건 그나마 좀 낫군. 난 

이런 집안일 주문에는 영 익숙해지지 않는단 말이야. 좋아, 짐은 다 쌌니? 

냄비는? 빗자루는? 우와! 파이어볼트 잖아?" 

해리의 오른손에 들린 빗자루를 보자. 통스의 눈이 휘둥그래졌다. 

시리우스에게 선물받은 이 국제 표준 규격의 빗자루는 해리의 기쁨이자 

자랑거리였다. 

"난 아직도 카미트 260을 타고 다니는데...." 통스는 무척 부러워했다. "지팡이는 

아직도 청바지 뒷주머니에 넣고 다니니? 양쪽 엉덩이 모두 아직 무사하겠지? 

좋아, 어서 가자. 로코모토르 트렁크!" 

순간 해리의 트렁크가 허공에 둥둥 떳다. 통스는 지휘자가 지휘봉을 휘두르듯이 

지팡이를 휘두르며, 트렁크가 방 안을 지나서 그들보다 먼저 문 밖으로 나가도록 

했다. 그리고 자신은 왼손으로 헤드위그의 새장을 들었다. 해리는 빗자루를 들고 

그 뒤를 따라 계단을 내려갔다. 

부엌 뒤쪽에서는 무디가 마법의 눈을 다시 제자리에 끼우고 있었다. 깨끗이 

씻고 나자. 마법의 눈은 더욱더 빠르게 팽팽 돌았다. 해리는 보기만 해도 멀미가 

날 정도였다. 킹슬리 샤클 볼트와 스터지스 포드모어는 전자레인지를 신기한 

듯이 이리저리 뜯어보고 있었고, 헤스티아 존스는 서랍 안을 뒤지다가 우연히 

발견한 감자 껍질 벗기는 칼을 보며 깔깔 웃고 있었다. 

한편 루핀은 더즐리 가족에게 보내는 편지를 봉하고 있었다. 

"아주 좋아." 루핀이 부엌 안으로 들어오는 통스와 해리를 바라보며 소리쳤다. 

"이제 시간이 다 된 것 같다. 정원으로 나가서 떠날 준비를 해야겠어. 해리, 

내가 네 이모와 이모부님께 걱정하시지 말라고 편지를 썼다." 

"걱정 안 할걸요." 해리가 말했다. 

"어쨌든 네가 무사하다고-" 

"그 말을 들으면 실망하겠군요." 

"그래도 내년 여름에나 다시 보게 될 텐데..." 

"꼭 그래야 하나요?" 

루핀은 빙그레 웃기만 할 뿐,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이리 와라 예야." 무디가 퉁명스럽게 지팡이를 흔들며 해리를 불렀다. "너에게 

투명 마법을 걸어야 겠다." 

"뭘 하신다고요?" 해리가 걱정스럽게 물었다. 

"투명 마법 말이다." 무디가 지팡이를 높이 치켜들며 말했다. 

"루핀 말을 들으니. 너에게 투명 망토가 있다고 하더구나. 하지만 빗자루를 

타고 날아가다 보면, 투명 망토가 그냥 붙어 있진 알을 게다. 그러니 네 모습을 

감추는 게 더 나아. 자. 이렇게-" 

무디는 해리의 머리 꼭대기를 톡톡 쳤다. 해리는 마치 머리위에서 계란을 

깨뜨리는 듯한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지팡이가 닿았던 곳에서부터 차갑고 

끈끈한 액체가 흘러내려 온몸을 뒤덮는 것 같았다. 

"멋진 솜씨예요, 매드아이." 통스가 해리의 가슴 부분을 바라보며 감탄했다. 

해리는 자기 몸을 내려다보았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몸이었던 부분을 

내려다보았다. 더 이상 그의 몸이 몸처럼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눈에 보이지 않게 된 것은 아니었다. 다만 주변 부엌과 똑같은 색깔과 무늬를 

띠게 되었을 뿐이었다. 해리는 마치 인간 카멜레온이 된 것 같았다. 

"이리들 오시오." 무디가 지팡이로 뒷문을 열었다. 

그들은 일제히 공들여 손질한 버논 이모부네 잔디밭으로 나갔다. 

"구름 한 점 없는 밤이군." 

마법의 눈으로 하늘을 살펴보던 무디가 투덜거렸다. 

"구름이 조금만 가려 주면 좋을 텐데. 이봐!" 무디가 해리를 향해 소리쳤다. 

"우린 바싹 붙어서 나아갈 거야. 통스가 바로 네 앞에 갈 거다. 그러니 그 뒤를 

놓치지 말고 잘 따라가야 한다. 루핀이 밑에서 널 엄호할 거다. 나는 네 뒤에 

있을 거야. 나머지 마법사들은 우리 주위를 빙빙 돌며 날아가게 된다. 어떤 일이 

있어도 대열을 흐르러뜨리면 안 된다. 알겠지? 만약 우리 중에 누구 한 명이 

죽더라도-" 

"그럴 수도 있나요?" 해리가 걱정스럽게 물었다. 하지만 무디는 그의 말을 

무시해 버렸다. 

"다른 사람들은 계속 날아가야만 해. 절대 멈춰서는 안된다. 대열을 무너뜨리면 

안 돼. 만약 저들이 우리 모두를 쓰러뜨리고 너만 살아남는다 해도, 또 다른 

경호대가 뒤에서 대기하고 있으니까 개의치 말고 계속 날아가렴. 그들이 곧 너와 

합세할 게다." 

"매드-아이, 그런 농담은 그만 하세요. 우리가 이 일을 진지하게 여기지 

않는다고 생각하겠어요." 

통스가 해리의 짐 가방과 헤드위그의 새장을 자기 빗자루 뒤에 끈으로 매달면서 

말했다. 

"난 그저 저 녀석에게 우리 계획을 말해 준 것뿐이야." 무디가 퉁명스럽게 

말했다. 

"우리 임무는 저 녀석을 무사히 본부까지 데려다 주는 거라고. 만약 도중에 

우리가 죽는다고 해도-" 

"아무도 죽지 않을 거예요." 킹슬리 샤클볼트가 글고 침착한 목소리로 말했다. 

"어서 빗자루에 올라타요. 첫 번째 신호예요!" 루핀이 하늘을 가르키며 

날카로운 목소리로 말했다. 

그들이 머리 위에서 붉게 타오르는 불꽃이 별들 사이로 비처럼 쏟아져 내렸다. 

해리는 그것이 자팡이에서 나온 불꽃이라는 걸 즉시 알아차렸다. 그는 

파이어볼트에 오른쪽 다리를 걸치고 두 손으로 단단히 붙잡았다. 빗자루가 

파르르 떨리는 것이 느껴졌다. 당장에라도 높이 날아오르고 싶어서 안달이 난 것 

같았다. 

"두 번째 신호다! 이제 떠납시다!" 루핀이 큰 소리로 외쳤다. 이번에는 더욱 

커다란 초록색 불꽃이 그들 머리 위에서 폭발했다. 

해리는 힘차게 땅을 박차고 날아 올랐다. 시원한 밤공기에 그의 머리카락이 

휘날렸다. 말끔하게 손질된 프리뱃가의 네모난 잔디밭이 멀어지면서 순식간에 

어두운 초록색 반점으로 줄어들었다. 마법부 청문회에 대한 걱정 따위는 바람에 

날리는 먼지처럼 그의 머릿속에서 사라져 버렸다. 해리는 너무 기뻐서 심장이 

터질 것만 같았다. 그는 프리뱃가로부터 멀리 날고 또 날아올랐다. 지난여름 

내내 이런 순간을 얼마나 꿈꿔 왔던가. 

드디어 나의 세계로 돌아간다....... 별이 반짝이는 드넓은 하늘로 올라오니 모든 

골치 아픈 문제들이 순식간에 전혀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여겨졌다. 

"왼쪽! 왼쪽으로! 저기 머글 한 명이 위를 쳐다보고 있다!" 무디가 등 뒤에서 

소리쳤다. 그러자 통스가 재빨리 방향을 바꾸었다. 뒤를 따르던 해리도 그녀를 

쫓아갔다. 통스의 빗자루에 매달린 그의 트렁크가 위태롭게 흔들리고 있었다. 

"좀더 높이 올라가야겠어. 4백 미터 더 높이!" 

더 높이 솟아오르자, 해리는 너무 추워서 눈물이 날 지경이었다. 이제 발 

아래로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다만 자동차 전조등과 가로증 불빛만이 

조그맣게 깜박거릴 뿐이었다. 저 작은 불붗 중에 두 개는 아마 버논 이모부의 

자동차 불빛일 것이다.......지금쯕 더즐리 가족은 있지도 않은 잔디밭 경연 대회 

때문에 잔뜩 열이 나서 텅 빈 집으로 돌아오고 있겠지. 생각이 거기에 미치자. 

해리는 그만 큰 소리로 웃음을 터뜨렸다. 하지만 그의 웃음소리는 트렁크와 

새장을 매단 통스의 빗자루 안장이 삐걱거리는 소리와 다른 마법사들의 망토 

펄럭이는 소리, 그리고 그들의 귓전을 스치는 바람 소리에 파뭍혀 전혀 들리자 

않았다. 해리는 한 달 만에 처음으로 진정 살아 있는 듯한 기분을, 짜릿한 

행복감을 느꼈다. 

"남쪽 방향으로! 전방에 마을이 있다!" 매드아이가 소리쳤다. 

그들은 저 아래 빛나는 거미줄처럼 보이는 불빛 위를 곧장 지나치지 않도록 

오른쪽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남동쪽으로 방향을 돌린 다음, 계속 상승하라. 

전방에 낮은 구름이 있다! 구름 속에 몸을 숨겨라!" 

"구름 속을 지나갈 순 없어요! 그러다가는 몽땅 젖어 버릴 거예요. 매드아이!" 

통스가 화를 내며 소리쳤다. 

해리는 이 말을 듣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지 않아도 파이어볼트의 

손잡이를 붙잡고 있는 손이 얼얼하게 마비되는 중이었다. 어째서 외투를 걸치고 

나올 생각을 하지 못했는지 후회가 되었다. 해리의 온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그들은 이따금씩 매드아이의 지시에 따라 이리저리 방향을 바꾸었다. 얼음처럼 

차갑고 세찬 바람이 정면으로 불어와서 눈을 제대로 뜰 수가 없었다. 두 귀가 

칼로 에는 듯이 아팠다. 해리는 전에도 빗자루를 타고 이렇게 추웠던 경험이 딱 

한 번 있었다. 3학년 때 후플푸프 팀과 세찬 폭풍우 속에서 퀴디치 시합을 치른 

적이 있었던 것이다. 

해리를 둘러싼 호위대들은 마치 거대한 새처럼 끊임없이 주위를 빙빙 

맴돌았다. 해리는 시간을 짐작할 수가 없었다. 빗자루를 타고 날기 시작한 지 

얼마나 오래되었는지 궁금했다. 적어도 한 시간은 된 것 같았다. 

"남서쪽으로 방향을 돌려라! 고속도로는 피해가는 게 좋겠아!" 무디가 소리쳤다. 

이제 해리는 너무 추워서 견딜 수가 없었다. 저 밑에서 줄지어 달려가는 

아늑하고 상쾌한 자동차 안이 애타게 그립고, 플립 가루로 여행하던 일이 더욱더 

간절하게 생각났다. 벽난로 안에서 빙빙 도는 게 불편할지는 몰라도, 최소한 

불길 속에 있으면 따뜻했다....... 그때 킹슬리 샤클볼트가 갑자기 그에게로 와락 

다가왔다. 그의 벗겨진 머리와 귀고리가 달빛을 받아 희미하게 빛났다. 해리의 

오른쪽에서는 에멀린 밴스가 날고 있었다. 그녀는 지팡이를 높이 치켜든 채, 

열심히 오른쪽, 왼쪽으로 고개를 돌리고 있었다. 그러더니 해리의 머리 위를 휙 

지나서 스터지스 포드모어와 다시 자리를 바꾸었다. 

"잠깐 되돌아가는 척해! 혹시 미행을 당하지 않았는지 확인해야만 하니까!" 

무디가 큰 소리로 명령을 내렸다. 

"미쳤어요, 무디?" 앞쪽에 있던 통스가 비명을 질렀다. "우린 지금 모두 

빗자루에 얼어붙어 죽을 지경이라고요! 이대로 계속 길을 벗아난다면, 다음 주가 

되어도 도착하지 못할 거예요. 게다가 이제 목적지에 거의 다 왔는데!" 

"하강을 시작할 때가 되었어요! 통스의 뒤를 따라가거라, 해리!" 루핀의 

목소리가 들렸다. 

해리는 통스를 따라서 밑으로 급강하했다. 그들은 무수한 불빛들이 거대하게 

모여 있는 곳을 향하고 있었다. 그런 광경은 생전 처음이었다. 불빛들이 가로 

세로로 줄지어 서 있고 점점이 까만 어둠이 박혀 있는 열십자 형의 거대한 

집단이었다. 그들은 점점 더 밑으로 내려갔다. 자동차 전조등과 가로등. 굴뚝, 

텔레비전 안테나까지 하나하나 똑똑히 보이기 시작했다. 해리는 한시라도 빨리 

땅으로 내려가고 싶었다. 그가 빗자루에서 떨어지려면, 반드시 누군가 녹여 줘야 

할 것 같았다. 

"이리로!" 통스가 소리쳤다. 그리고 몇 초 후에 그녀는 땅위에 사뿐히 

내려앉았다. 

해리는 곧바로 그녀의 뒤를 이어서 착륙했다. 그리고 작은 광장 한가운데 

있는, 거친 잔디밭 위에 내렸다. 통스는 벌써 빗자루에서 해리의 가방을 풀고 

있었다. 해리는 몸을 부르르 떨며 주위를 살펴보았다. 누추하고 지저분한 주변의 

집들이 썩 달갑게 보이지는 않았다. 어떤 집들은 심지어 유리창이 깨진 채, 

가로등 불빛 속에 음침하게 서 있었다. 대부분의 현관문은 칠이 벗겨져 있었고, 

현관 계단 앞에는 쓰레기 더미가 잔뜩 쌓여 있었다. 

"여기가 어디죠?" 해리가 물었다. 하지만 루핀은 조용히 대답했다. "잠깐만 

기다려라." 

무디는 망토 안을 열심히 뒤적거리고 있었다. 마디진 그의 손은 추위에 

얼어붙어서 잘 움직이지 않았다. 

"찾았다." 무디가 중얼거렸다. 

그는 은색 라이터처럼 보이는 것을 꺼내 들더니 탁 하고 켰다. 그 순간 퍽 

하면서 가장 가까운 곳에 있던 가로등이 꺼졌다. 무디가 또다시 그 불 끄는 

라이터를 찰칵 하고 누르자, 바로 옆에 있던 가로등이 나갔다. 그는 광장 안에 

서 있는 가로등이 모두 꺼질 때까지 계속해서 똑같은 동작을 반복했다. 마침내 

남은 것이라곤 커튼이 드리워진 유리창들에서 흘러나오는 불빛과 머리 위에 떠 

있는 초승달뿐이었다. 

"덤블도어에게 빌렸지." 무디가 불 끄는 라이터를 다시 호주머니에 넣으며 

말했다. "이렇게 하면 혹시 창문으로 밖을 내다보는 머글이 있어도 문제없겠지? 

자, 이제 어서 가자." 

무디는 잔디밭 밖으로 해리의 팔을 잡아끌었다. 그리고 길을 건너 인도로 

올라갔다. 루핀과 통스는 해리의 트렁크를 나란히 들고 그 뒤를 따랐다. 호위를 

맡은 다른 마법사들은 저마다 지팡이를 뽑아 들고 측면을 엄호했다. 

가장 가까운 집의 2층 창문에서는 쿵쿵 울리는 음악 소리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부서진 대문 바로 안쪽에는 터질 듯 꽉꽉 채워진 쓰레기봉투가 잔뜩 쌓여 

있었고, 쓰레기 썩는 고약한 냄새가 풍겼다. 

"여기 있다." 무디가 투영 마법에 걸린 해리의 손을 향해 양피지 두루마리를 

내밀었다. 그리고 안에 적힌 글씨를 잘 읽을 수 있도록 불이 켜진 지팡이를 

가까이 갖다 댔다. "빨리 읽고 외우도록 해라." 

해리는 편지를 내려다보았다. 가느다란 글씨체가 왠지 낯이 익었다. 거기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불사조 기사단의 본부는 런던 시 그리몰드 광장 12번지에 있음.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