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35장 (87/194)

제35장

베리타세룸

해리는 얼굴을 잔디밭에 묻으면서 쾅 하고 납작하게 떨어졌다. 싱그러운 풀냄새가 해리의 코를 가득 메웠다. 포트키로 이동하던 중에도 두 눈을 꼭 감고 있었던 해리는 여전히 눈을 뜰 엄두가 나지 않았다. 온몸의 기운이 죄다 빠져 버린 것 같아서 꼼짝도 할 수가 없었다. 어찌나 머리가 심하게 흔들리던지 해리가 엎드리고 있는 땅바닥이 배의 갑판처럼 이리저리 흔들리고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마음을 진정시키기 위해 해리는 양쪽 손에 잡고 있던 것을 다시 한 번 꼭 쥐어 보았다. 매끄럽고 차가운 트리위저드 우승컵과 케드릭의 시체가 느껴졌다. 마치 두 가지 중에서 어느 하나라도 놓쳐 버린다면 다시 머리 한 구석에서 어른거리고 있는 어둠 속으로 빨려 들어갈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감당하기 어려운 충격을 받아서 지칠 대로 지쳐 버린 해리는 풀냄새를 맡으면서 땅바닥 위에 그대로 쓰러져 있었다. 그리고 기다렸다... 누군가가 다가와서 도움을 주기만을... 어떤 일이 일어나기만을... 그 동안에도 해리는 줄곧 이마의 흉터에서 통증을 느꼈다...

갑자기 주위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들렸다. 해리는 귀가 먹먹하고 혼이 빠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사방에서 시끌벅적 떠드는 소리와 서성거리는 발소리, 날카로운 비명 소리가 들렸다... 하지만 해리는 얼굴을 잔뜩 찌푸린 채, 그 자리에 가만히 엎드려 있었다. 마치 그것이 지나가는 악몽이라도 되는 듯이...

그 순간 누군가의 손길이 해리를 와락 움켜잡았다. 그 사람은 해리를 똑바로 뒤집으면서 다급하게 소리쳤다. 

"해리! 해리!"

해리는 부스스 눈을 떴다. 

별이 총총 빛나는 하늘이 보였다. 그리고 덤블도어가 땅바닥에 웅크리고 앉아서 불안한 눈길로 해리를 살펴보고 있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들었다. 사람들의 검은 그림자가 해리와 덤블도어를 빽빽하게 에워싸고 있었다. 사람들은 조금이라도 더 가까이 다가오기 위해 서로의 어깨를 밀치면서 웅성거렸다. 해리는 사람들이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땅이 진동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지금 해리가 쓰러져 있는 곳은 구불구불한 미로가 설치되어 있던 운동장이었다. 해리는 높이 솟아 있는 관중석을 볼 수 있었다. 사람들은 우왕좌왕하면서 관중석을 돌아다니고 있었으며 하늘에는 별이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 

해리는 트리위저드 우승컵을 힘없이 내려놓았다. 하지만 케드릭의 손목을 더욱 세게 움켜잡았다. 그리고 다른 한 손으로 덤블도어의 손목을 붙잡았다. 덤블도어의 얼굴이 두 개로 보이면서 마구 출렁거렸다. 

"그 자가 돌아왔어요. 그 자가... 볼드모트가..."

해리가 힘없이 중얼거렸다. 

"무슨 일이야?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창백하게 질린 코넬리우스 퍼지의 얼굴이 불쑥 나타났다. 

"오, 세상에... 디고리!" 코넬리우스 퍼지가 가늘게 떨리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덤블도어, 이 애가 죽었소."

그의 말은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순식간에 번져 나갔다. 그들을 빽빽하게 둘러싸고 있었던 어두운 그림자들이 뒤를 돌아보면서 똑같은 말을 되풀이했다... 그러자 다른 사람들이 큰 소리로 그 말을 따라 외쳤다. 

"죽었대!"

"죽었대!"

"케드릭 디고리가 죽었대!"

그것은 다시 비명 소리가 되어서 어두운 밤하늘에 울려 퍼졌다. 

"해리, 케드릭을 그만 놓아 주거라."

해리는 문득 코넬리우스 퍼지의 목소리를 들었다. 축 늘어진 케드릭의 시신에서 억지로 해리의 손을 떼어 내려고 하는 손길이 느껴졌다. 하지만 해리는 케드릭을 놓으려고 하지 않았다. 

그 순간 여전히 몽롱하고 흐릿하게 보이는 덤블도어의 얼굴이 가까이 다가왔다. 

"해리, 이제 너는 케드릭을 구해 줄 수 없어. 모든 게 끝났다. 그만 놓아 주거라."

"케드릭은 간절하게 원했어요... 제가 다시 자기를 데리고 돌아가 주기를..." 해리가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그 사실을 설명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한 일처럼 여겨졌다. "케드릭은 자기를 부모님께 데려가 달라고 했어요."      

"이제 됐다, 해리... 케드릭을 놓아 주렴..."

덤블도어가 허리를 숙였다. 그리고 해리를 번쩍 들어 올리더니 똑바로 일으켜 세웠다. 그렇게 나이가 많고 호리호리한 덤블도어의 몸 어디에서 그런 기운이 나오는지 놀라울 정도였다. 

해리는 중심을 잃고 비틀거렸다. 머리가 쾅쾅 울렸다. 부상당한 다리는 더 이상 몸을 지탱하지 못할 것 같았다. 그들을 빙 둘러싸고 있던 사람들이 해리에게 좀더 가까이 다가오려고 앞사람을 마구 파고들었다. 

"무슨 일이지?"

"해리는 어떻게 된 거야?"

"디고리가 죽었대!"

그들은 서로를 밀치면서 시끄럽게 떠들었다. 

"해리는 병동으로 가야만 합니다! 해리는 부상을 당했어요. 덤블도어, 디고리의 부모님이... 지금 그분들이 이곳에 있네. 관중석에..."

코넬리우스 퍼지가 큰 소리로 말했다. "내가 해리를 데리고 가겠네, 덤블도어. 내게 맡기게!"

"아니, 내가 직접 데리고 가는 게..."

"덤블도어, 에이머스 디고리가 달려오고 있네... 이리로 오고 있단 말이야... 자네가 직접 저들에게 말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나? 저들이 보기 전에..."

"해리, 거기 가만히 있거라."

여학생들은 발작적으로 흐느끼면서 자지러지게 비명을 질렀다... 해리의 눈앞이 이상하게 흐릿했다...

"이제 됐다. 녀석, 내가 너를 데리고 가마... 자, 어서 가자... 병동으로..."

"덤블도어 교수님이 가만히 있으라고 했어요."

해리가 잔뜩 쉰 목소리로 말했다. 망치로 두들기는 듯한 이마의 통증 때문에, 해리는 당장이라도 토할 것 같았다. 눈앞이 점점 더 뿌옇게 흐려졌다. 

"너는 누워야만 한다... 자, 가자..."

해리보다 훨씬 크고 힘센 어떤 사람이 그를 반쯤은 잡아끌고 반쯤은 들고 가다시피 하면서 겁에 질린 군중 사이를 헤치고 나갔다. 해리는 사람들이 비명을 지르거나 고함을 치면서 웅성거리는 소리를 들었다. 

해리를 부축한 그 사람은 군중을 밀치면서 성으로 돌아갔다. 잔디밭을 가로질러 호수와 덤스트랭의 배를 지나가는 동안, 해리는 함께 걸어가는 사람의 거친 숨소리 이외에는 아무런 소리도 듣지 못했다. 

"어떻게 된 거냐, 해리?"

마침내 그 사람이 해리를 돌계단 위로 끌어올리면서 물었다. 

철컥. 철컥. 철컥.

그 사람은 바로 매드아이 무디였다. 

"트리위저드 우승컵이 포트키였어요." 해리는 현관 복도를 따라 걸어가면서 대답했다. "저와 케드릭을 공동묘지로 데리고 갔어요... 그리고 볼드모트가 그곳에 있었어요... 볼드모트 경이..."

철컥. 철컥. 철컥. 

그들은 천천히 대리석 계단을 따라 올라갔다...

"거기에 어둠의 주인이 있었단 말이냐? 그래서 어떻게 되었지?"

"케드릭을 죽였어요... 그들이 케드릭을 죽였어요."

"그런 다음에는?"

철컥. 철컥. 철컥.

그들은 복도를 지나가고 있었다. 

"약을 만들었어요... 그 사람의 몸을 다시 부활시키는 약이요..."

"어둠의 주인이 몸을 되찾았느냐? 다시 돌아왔느냐?"

"그리고 죽음을 먹는 자들이 찾아왔어요... 그리고 우리는 결투를 벌였어요..."

"네가 어둠의 주인과 결투를 벌였다구?"

"도망쳤어요... 그런데 저의 요술지팡이가... 뭔가 이상한 일을 벌였어요... 엄마와 아빠도 보았죠... 그 사람의 요술지팡이에서 나왔어요..."

"해리, 여기다. 여기, 앉아라... 이제 괜찮을 거다... 이걸 마셔라..."

해리는 열쇠가 열쇠 구멍에 들어가 찰칵 소리를 내는 걸 들었다. 그리고 해리의 손에 컵이 쥐어지는 것을 느꼈다. 

"이걸 마셔라... 훨씬 기분이 나아질 거야... 자, 어서... 해리, 나는 거기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정확하게 알아야 하겠다..."

무디는 해리가 컵에 담긴 것을 다 마실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해리는 캑캑 기침을 했다. 강한 후추향 때문에 목구멍이 타들어 가는 것만 같았다. 차츰차츰 무디의 사무실이 또렷하게 보였다. 무디의 모습도 서서히 보이기 시작했다...

무디의 얼굴은 코넬리우스 퍼지만큼이나 창백하게 질려 있었다. 무디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해리의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 

"해리, 볼드모트가 돌아왔단 말이냐? 확실히 돌아왔느냐? 어떻게 그럴 수 있었지?"

"그 사람의 아버지의 무덤과 웜테일과 저의 몸에서 각각 필요한 재료를 얻었어요." 해리가 숨을 헐떡이면서 말했다. 머리가 점점 맑아지는 느낌이었다. 이제는 이마의 흉터도 그다지 쑤시지 않았다. 비록 사무실의 내부가 어두컴컴하긴 했지만, 무디의 얼굴만큼은 분명하게 볼 수 있었다. 해리는 저 멀리 퀴디치 운동장에서 나는 비명 소리와 고함 소리를 아련히 들을 수 있었다. 

"어둠의 주인이 너의 몸에서 무엇을 가져갔느냐?"

무디가 다급하게 물었다. 

"피요."

해리가 팔을 들어올리면서 대답했다. 웜테일의 칼에 찔린 소맷자락이 쭉 찢어져 있었다. 

무디는 길고 낮은 한숨을 내쉬었다. 

"죽음을 먹는 자들은 어떻게 되었는냐? 그들이 돌아왔느냐?"

"네. 꽤 많은 자들이..."

"볼드모트가 그들을 어떻게 대하더냐?" 무디가 조용히 물었다. "그들을 용서하더냐?"

갑자기 해리의 머리 속에 떠오르는 말이 있었다. 어째서 덤블도어 교수에게 그 얘기를 하지 않았을까? 조금 전에 덤블도어 교수를 만났을 때, 곧바로 그 얘기를 했어야만 했는데...

"호그와트에 죽음을 먹는 자가 있어요! 여기에 죽음을 먹는 자가 있다구요! 그 자가 제 이름을 불의 잔에 넣었어요. 그리고 제가 트리위저드 시합에서 우승할 수 있도록 조처를 취했어요."

해리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려고 했다. 하지만 무디는 다시 해리를 의자에 주저앉혔다. 

"나는 그 죽음을 먹는 자가 누구인지 알고 있다."

무디가 어쩐지 음산한 목소리로 말했다. 

"카르카로프인가요? 그 사람은 지금 어디 있죠? 잡았나요? 벌써 가두어 놓았나요?"

해리는 정신없이 소리를 질렀다. 

"카르카로프?" 무디는 이상하게 킬킬거리면서 웃음을 터뜨렸다. "벌써 오늘 밤에 카르카로프는 멀리 도망쳤단다. 팔뚝에 새겨진 어둠의 표식이 뜨겁게 불타오르는 걸 느끼고 말이야. 그는 어둠의 주인의 충성스러운 추종자들을 너무나 많이 밀고했기 때문에 감히 그들을 만날 엄두조차 내지 못했지... 하지만 얼마나 멀리 도망칠 수 있을지 의심스럽군. 어둠의 주인은 적들을 추적하는 여러 가지 방법을 알고 있단다..."

"카르카로프가 달아났다구요? 도망쳤단 말인가요? 그렇다면... 그 사람이 불의 잔에 제 이름을 집어넣은 것이 아닌가요?"

"아니야. 카르카로프가 그런 게 아니야. 바로 내가 그랬다."

무디가 싸늘한 목소리로 느릿느릿 말했다. 그 순간 해리는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 

"아니에요. 그럴 리가 없어요. 교수님이 그랬을 리가 없어요... 그럴 수는 없어요..."

"틀림없이 내가 그랬다."

무디는 해리를 노려보면서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빙빙 돌아가던 무디의 마법의 눈이 문에 고정되었다. 해리는 무디가 혹시라도 사무실로 들어오는 사람이 없는지 확인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갑자기 무디가 요술지팡이를 꺼내더니 해리에게 겨누었다. 

"볼드모트가 그들을 용서했단 말이냐? 자유롭게 풀려난 죽음을 먹는 자들을? 어둠의 주인을 배신하고 아즈카반을 피해 도망친 자들을?"

"뭐라구요?"

해리는 두 눈을 휘둥그렇게 떴다. 해리는 무디가 자신을 향해 겨누고 있는 요술지팡이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아니야. 이건 장난이야. 무디는 지금 약간 심한 장난을 치고 있어. 그래,  장난이어야만 해.

"지금 너에게 묻고 있다." 무디가 냉혹하게 호통쳤다. "단 한번도 자기들의 주인을 찾으려고 하지 않았던 그 인간 쓰레기들을 볼드모트가 용서했는지 아닌지를 말이다. 어둠의 주인을 위해 용감하게 아즈카반으로 들어가려고 하지 않았던 그 비겁한 배신자들을... 퀴디치 월드컵에서 가면을 쓰고 날뛰다가 내가 어둠의 표식을 쏘아 올리자 허겁지겁 도망치고 말았던 그 허약하고 무가치한 쓰레기들을..."

"교수님이 어둠의 표식을... 쏘아 올렸다구요? 도대체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건가요?"

"해리, 내가 분명히 말했다. 분명히 너에게 말했어. 내가 이 세상에서 가장 증오하는 게 딱 하나 있다면, 그건 바로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죽음을 먹는 자라고... 나의 주인이 가장 절실하게 그들을 필요로 할 때, 그들은 나의 주인에게 등을 돌렸다. 나는 어둠의 주인이 그들에게 무거운 벌을 내리기를 기대하고 있었다. 어둠의 주인이 그들을 고문할 거라고... 해리, 제발 볼드모트가 그들을 혼내 주었다고 말해라..." 갑자기 무디는 넋이 나간 사람처럼 멍하니 미소를 지었다. "어둠의 주인께서 오직 나, 나 한 사람만이 변함없이 충성을 바쳤노라고 그들에게 말했다고 말이다... 어둠의 주인이 다른 무엇보다도 가장 절실하게 원했던 것을 갖다 드리기 위해 어떤 위험도 무릅쓸 준비가 되어 있었다고... 바로 너를 말이다..."

"그럴 리가 없어요... 어떻게 교수님이 그럴 수가..."

"또 다른 학교가 있는 것처럼 꾸며서 네 이름을 불의 잔 속에 집어넣은 사람이 누구일 것 같으냐? 바로 나다. 너를 해치려고 하거나 혹은 이 시합에서 네가 승리하지 못하도록 방해할 것 같은 자들에게 겁을 주어서 멀리 쫓아 버린 사람이 누구일 것 같으냐? 바로 나다. 너에게 미리 용을 보여주도록 해그리드를 부추긴 사람이 누구인지 아느냐? 바로 나다. 네가 용을 이길 수 있는 방법을 깨닫도록 도와주었던 사람은? 바로 나란 말이다."

이제 무디의 마법의 눈은 더 이상 문을 바라보고 있지 않았다. 마법의 눈은 해리를 똑바로 응시하고 있었다. 삐뚤어진 무디의 입술은 그 어느 때보다도 더욱 넓게 벌어져 있었다. 

"해리, 그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아무런 의심도 불러 일으키지 않으면서 네가 이 시험을 통과하도록 도와주는 일 말이다. 나는 내가 가진 모든 꾀를 다 쥐어짜야만 했지. 네가 성공하는 데 내가 도와주었다는 흔적이 남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만약 네가 모든 시험을 너무나 쉽게 통과한다면, 덤블도어가 의심을 하게 될지도 모르거든. 오히려 처음에는 다른 챔피언들과 엇비슷한 정도의 성적을 거두는 편이 훨씬 더 나았지. 일단 네가 미로 속으로 들어가기만 하면, 그때는 내가 다른 챔피언들을 제거하고 너의 앞길을 가로막는 방해물들을 치워 줄 수 있는 기회가 생길 테니까 말이다. 다른 한편으로 나는 멍청한 네 머리와도 싸워야 했지. 두 번째 시험이 시작되었을 때, 나는 우리가 실패하는 게 아닌가 걱정했었다. 포터, 나는 줄곧 너를 지켜보고 있었다. 네가 황금알의 실마리를 풀지 못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 그래서 너에게 또 다른 힌트를 주어야만 했다."

"당신이 알려 준 게 아니에요." 해리가 쉰 목소리로 소리쳤다. "그건 케드릭이 알려 준 거라구요!"

"물 속에서 황금알을 열어 보라고 케드릭에게 말해 준 사람이 누굴 것 같으냐? 내가 그랬다. 나는 틀림없이 그 아이가 너에게 그 정보를 알려 줄 거라고 믿었지. 포터, 원래 품성이 바른 사람은 조종하기가 더 쉬운 법이다. 나는 알고 있었다. 케드릭은 분명히 용에 대해서 알려 준 너에게 빚을 갚고 싶어하리라는 것을... 그리고 내 예상은 그대로 들어맞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터, 너는 여전히 실패할 것만 같았어. 나는 줄곧 모든 걸 지켜보고 있었다... 네가 도서관에서 보내는 그 많은 시간들을... 나는 너에게 필요한 그 책이 바로 네 기숙사 안에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했느냐? 나는 일찍부터 그 책을 네 기숙사에 슬쩍 넣어 두었다. 롱바텀, 그 녀석에게 주었던 바로 그 책 말이다. 기억나지 않느냐? <지중해의 신비한 수초들과 그 특성>. 그 책 속에는 네가 아가미풀에 대해서 알아야 할 모든 내용이 다 적혀 있었다. 나는 네가 모든 사람들에게 도움을 청하고 다닐 거라고 기대했었다. 그렇다면 롱바텀은 즉시 대답해 주었을 게다. 하지만 너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너는 그러지 않았어... 너는 잘난 자존심과 독립심으로 내가 어렵게 추진한 모든 일들을 몽땅 망쳐 놓을 뻔했지."

무디는 차가운 눈으로 해리를 노려보았다. 해리는 입을 딱 벌린 채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결국 내가 어떻게 했겠니? 또 다른 순진한 상대를 이용해서 너에게 정보를 주도록 했지. 너는 크리스마스 무도회에서 도비라고 하는 꼬마 집요정이 너에게 크리스마스 선물을 주었다는 말을 했었어. 나는 세탁물을 가져 가라고 그 꼬마 집요정을 교무실로 불렀지. 그리고 일부러 큰 소리로 맥고나걸 교수와 떠들었다. 누가 인질이 될 것인지, 과연 포터가 아가미풀을 사용할 생각을 할 수 있을지 없을지에 대해서 말이야. 과연 너의 꼬마 집요정은 곧장 스네이프의 사무실로 달려갔지. 그리고 너를 찾기 위해 황급히 나서더군..."

무디의 요술지팡이는 여전히 해리의 심장을 곧장 겨냥하고 있었다. 그런데 벽에 걸려 있던 적을 비추는 거울 속에서 희뿌연 영상이 어른거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무디는 등을 돌리고 있었기 때문에 그 영상을 볼 수가 없었다. 

"포터, 너는 호수 속에서 너무나 오랫동안 머물렀어. 나는 네가 그만 물에 빠져 죽은 줄 알았지. 하지만 너의 어리석은 행동을 고귀한 행동으로 착각한 덤블도어는 너에게 최고 점수를 주었어. 그건 무척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나는 다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지. 물론 너는 오늘 밤 미로 속에서 응당 겪었어야 하는 것보다 훨씬 더 쉬운 시험을 치렀다."

무디는 잠시도 해리에게서 눈길을 돌리려고 하지 않았다.

"나는 미로 주위를 순찰하고 다니는 동안 울타리 안에서 벌어지는 광경들을 모두 볼 수가 있었지. 그리고 마법을 써서 네 길을 방해하는 수많은 방해물들을 없애 버릴 수 있었다. 나는 미로 안을 지나가던 플뢰르 델라쿠르에게 기절 마법을 쏘았다. 그리고 빅터 크룸에게 임페리우스 마법을 걸어서 디고리를 끝장내도록 했지. 반드시 네가 트리위저드 우승컵을 차지할 수 있도록 말이야."

해리는 가만히 무디를 노려보았다.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는지 도통 알 수가 없었다. 무디는 바로... 덤블도어의 오랜 친구가 아닌가? 게다가 유명한 오러인 그가... 죽음을 먹는 자들을 수없이 체포했던 사람이... 이건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도무지 종잡을 수가...

적을 비추는 거울에 나타났던 희뿌연 영상이 점점 더 뚜렷하게 변하더니 이제는 거의 알아볼 수 있을 정도가 되었다. 해리는 무디의 어깨 너머로 세 사람이 점점 더 가까이 다가오고 있는 것을 보았다. 

하지만 무디는 거울에 비친 영상을 아직 보지 못하고 있었다. 무디의 마법의 눈은 오직 해리에게 똑바로 고정되어 있었던 것이다. 

"포터, 어둠의 주인이 어쩌다가 너를 죽이지 못했는지 모르겠구나. 하지만 어둠의 주인은 분명히 너를 죽이고 싶어하셨다." 무디가 소름이 오싹 끼치는 듯한 차가운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만약 내가 어둠의 주인 대신 너를 해치운다면... 그리고 어둠의 주인이 그 사실을 알게 된다면, 나에게 얼마나 엄청난 보상을 내려 주실까? 너도 한번 상상해 보거라. 나는 이미 어둠의 주인에게 너를 주었다. 어둠의 주인이 다시 부활하기 위해서 그 무엇보다도 간절히 필요로 했던 것을... 그리고 이제 나는 어둠의 주인을 대신해서 너를 죽이는 것이다. 나는 다른 어떤 죽음을 먹는 자들보다도 훨씬 큰 영광을 누리게 될 것이다. 나는 어둠의 주인이 가장 총애하는 종이 될 것이다. 가장 가까운 추종자... 아들보다도 더욱 가까운..."

무디의 정상적인 눈은 앞으로 툭 튀어나올 지경으로 불거졌으며, 마법의 눈은 한 순간도 해리에게서 떠날 줄을 몰랐다. 사무실의 문은 단단히 잠겨 있었다. 해리는 요술지팡이를 꺼내더라도 결코 무디의 공격을 피할 수는 없을 거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무디의 공격을 막아 낼 틈이 전혀 없었던 것이다. 

"어둠의 주인과 나는 아주 공통점이 많지."

무디가 말을 계속했다. 그 자리에 우뚝 서서 해리를 내려다보고 있는 무디의 표정은 완전히 정신이 나간 것 같았다. 

"예를 들자면 우리 두 사람 모두 아주 실망스러운 아버지를 두었지... 참으로 실망스러운 아버지를... 게다가 우리 두 사람 모두 아버지의 이름을 그대로 물려받는 수치를 당해야만 했어. 하지만 우리 두 사람 모두 똑같은 기쁨을 누렸지... 아주 커다란 기쁨을... 어둠의 질서를 다시 부활시키기 위해 아버지를 죽이는 기쁨을!"

"미쳤군요. 당신은 미쳤어요!"

해리가 불쑥 소리를 질렀다.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내가 미쳤다구?" 무디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이제 곧 알게 될 게다. 과연 누가 미쳤는지! 마침내 어둠의 주인께서 돌아오셨으니까! 그리고 어둠의 주인 곁에는 내가 있다! 해리 포터, 어둠의 주인이 돌아오셨다. 너는 결코 어둠의 주인을 끝장낼 수 없었어. 그리고 이제... 내가 너를 끝장낼 것이다!"

무디는 고함이라도 지르려는 듯 입을 딱 벌리면서 요술지팡이를 높이 치켜들었다. 해리는 옷 속으로 손을 집어넣어서 요술지팡이를 찾았다. 

"스투페파이!"

갑자기 붉은 섬광이 번쩍거렸다. 해리는 눈앞이 캄캄해지는 것을 느꼈다. 쩍 하고 뭔가 갈라지는 것 같은 요란한 소리와 함께 무디의 사무실 문이 산산조각으로 폭파되었다. 

무디는 그만 사무실 바닥으로 나동그라지고 말았다. 해리는 여전히 무디가 서 있던 곳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다 문득 마법의 거울 속에서, 몹시 긴장하고 있는 알버스 덤블도어 교수와 스네이프 교수 그리고 맥고나걸 교수를 발견했다. 

해리는 재빨리 그들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세 사람이 문가에 서 있는 모습이 보였다. 덤블도어가 요술지팡이를 앞으로 내민 채, 제일 먼저 걸어오고 있었다. 

그 순간 해리는 왜 다른 사람들이 '볼드모트가 두려워하는 유일한 마법사가 바로 덤블도어'라고 말하는지 충분히 이해할 수가 있었다. 의식을 잃고 바닥에 쓰러져 있는 매드아이 무디를 노려보고 있는 덤블도어의 표정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무시무시했다. 너그러운 미소는 종적을 감추었으며, 안경 너머에서 반짝이는 두 눈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덤블도어의 얼굴에 깊이 패인 주름살 하나하나마다 차가운 분노가 어려 있었다. 그리고 덤블도어의 몸 전체에서 강렬한 기운이 발산되고 있었다. 마치 이글이글 타오르는 열기를 내뿜고 있는 것처럼...

뚜벅뚜벅 사무실 안으로 걸어 들어온 덤블도어는 의식을 잃고 쓰러진 무디의 몸 밑으로 발을 집어넣어서 툭 걷어찼다. 무디의 몸이 뒤집어지면서 그의 얼굴이 드러났다. 덤블도어의 뒤를 따라 들어온 스네이프는 아직도 자신의 얼굴이 비추이고 있는 마법의 거울을 잠시 쳐다보더니 이내 고개를 돌려서 날카로운 시선으로 사무실 내부를 둘러보았다. 맥고나걸 교수는 곧장 해리에게 달려왔다. 

"포터, 나와 함께 가자. 어서 가자... 병동으로..."

맥고나걸 교수가 낮은 소리로 속삭였다. 맥고나걸 교수의 얇은 입술은 당장이라도 울음을 터뜨릴 것처럼 실룩거리고 있었다. 

"아니오."

덤블도어가 날카롭게 말했다. 

"덤블도어, 포터는 당장 가야만 해요. 이 몰골을 좀 보세요. 오늘 밤에 포터는 고통을 충분히 겪을 만큼 겪었어요."

"미네르바, 해리가 이곳에 남아 있도록 하시오. 해리도 알아야만 하니까 말이오. 지금 벌어진 일들을 마음속으로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먼저 상황을 이해하는 것이 우선이오. 그래야만 상처도 완전히 회복될 수 있을 거요. 해리는 오늘 밤에 혹독한 시련을 겪었소. 그 혹독한 시련 속으로 해리를 밀어 넣은 사람이 과연 누구인지 알아야만 하오. 그리고 왜 그랬는지 그 이유도 말이오."

덤블도어가 단호하게 맥고나걸 교수의 말을 잘랐다. 

"무디 교수님이, 어떻게 무디 교수님이 그럴 수가 있죠?"

해리는 아직까지도 그 사실을 믿을 수가 없었다. 

"이 사람은 앨러스터 무디가 아니란다." 덤블도어가 조용히 말했다. "너는 앨러스터 무디를 몰라. 진짜 무디라면 오늘 밤 그 일이 벌어진 직후에 너를 내 눈앞에서 데려 가지는 않았을 게다. 이 사람이 너를 데리고 사라진 순간, 나는 깨달았지. 그래서 곧 뒤쫓아 온 거야."

덤블도어는 허리를 숙여 축 늘어져 있는 가짜 무디의 옷 속으로 손을 집어넣었다. 그리고 무디가 항상 가지고 다니던 휴대용 물병과 열쇠 꾸러미를 꺼냈다. 덤블도어는 몸을 일으키더니 맥고나걸 교수와 스네이프를 향해 빙 돌아섰다. 

"세베루스, 자네가 가지고 있는 진실의 마법약 중에서 가장 강력한 것을 갖고 오게. 그리고 주방으로 내려가서 윙키라는 꼬마 집요정을 불러오게나. 미네르바, 미안하지만 해그리드의 오두막으로 가면, 호박밭에 커다란 검은 개 한 마리가 앉아 있는 것을 볼 수 있을 거요. 검은 개를 데리고 내 사무실로 가시오. 그리고 그 개에게 내가 곧 돌아올 거라고 말한 후에, 당신은 다시 이곳으로 와 주시오."

스네이프와 맥고나걸은 덤블도어의 지시가 무척 이상하다고 생각했지만, 아무 내색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즉시 뒤로 돌아서더니 밖으로 나갔다. 

덤블도어는 일곱 개의 자물쇠가 달린 트렁크가 놓여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첫번째 자물쇠에 열쇠를 꽂고 트렁크를 열었다. 그 안에는 마법서들이 잔뜩 들어 있었다. 덤블도어는 트렁크를 닫고 다시 두 번째 자물쇠에 두 번째 열쇠를 꽂았다. 그리고 다시 트렁크를 열자, 잔뜩 들어 있던 마법서들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부서진 스니코스코프와 양피지, 깃펜 그리고 은빛 투명 망토처럼 보이는 물건들이 들어 있었다. 해리는 놀라움에 가득 찬 눈길로 덤블도어가 차례차례 세 번째, 네 번째, 다섯 번째 그리고 여섯 번째 자물쇠를 열었다가 다시 닫는 것을 지켜보았다. 그럴 때마다 트렁크 속에는 다른 물건들이 들어 있었다. 

마침내 덤블도어가 일곱 번째 자물쇠에 열쇠를 꽂았다. 그리고 트렁크를 열었다. 그 순간 해리는 자지러지게 비명을 질렀다. 

해리는 트렁크 속에 구덩이나 지하실 같은 장소가 있는 것을 보았다. 깊이가 3미터 가량 되는 구덩이 속에는 진짜 매드아이 무디가 깊이 잠들어 있었다. 무디는 뼈만 앙상할 정도로 바싹 말라 있었다. 아마도 오랫동안 굶주린 것 같았다. 무디의 나무 다리는 어디론가 없어졌으며, 마법의 눈이 달려 있어야 할 눈구멍은 뻥 뚫려 있었다. 그리고 희끗희끗한 머리카락은 듬성듬성 잘려 나가 있었다. 해리는 마치 벼락이라도 맞은 사람처럼 얼이 빠져서, 트렁크 구덩이 속에서 잠들어 있는 무디와 사무실 바닥에 의식을 잃고 쓰러져 있는 무디를 번갈아 가면서 바라보았다. 

덤블도어는 트렁크 속으로 들어가더니, 구덩이 바닥으로 가볍게 뛰어내렸다. 그리고 잠이 든 무디 곁으로 다가가 허리를 숙였다. 

"기절했군. 임페리우스 저주에 의해 조종을 당했어. 아주 숨이 약한데..." 덤블도어가 무디의 상태를 확인하면서 말했다. "물론 무디를 계속 살려 둘 필요가 있었겠지. 해리, 그 가짜 무디의 망토를 이리 던져라. 무디의 몸이 아주 싸늘하구나. 아무래도 폼프리 부인에게 치료를 받아야 할 것 같은데... 하지만 지금 당장은 그다지 위급한 상태가 아닌 것 같구나."

해리가 재빨리 망토를 던져 주자, 덤블도어는 무디의 몸을 망토로 잘 덮어 주었다. 

잠시 후에 덤블도어는 구덩이에서 올라오더니 다시 트렁크 밖으로 빠져나왔다. 그리고 책상 위에 놓여 있던 휴대용 물병을 집어 들어 마개를 열고 거꾸로 뒤집었다. 마룻바닥 위에 걸쭉하고 끈적끈적한 액체가 쏟아졌다. 

"폴리주스 마법의 약이구나, 해리." 덤블도어가 말했다. "너도 이게 얼마나 영리하고 단순한 방법이었는지 알겠지. 무디는 자신의 휴대용 물병에 담긴 것 이외에는 아무것도 마시지 않았어. 무디의 그런 버릇은 널리 알려져 있었지. 물론 이 가짜 무디는 마법의 약을 계속 만들기 위해서 진짜 무디를 줄곧 옆에 데리고 있어야만 했단다."

덤블도어가 트렁크 속에 들어 있는 무디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이 가짜 무디는 지난 1년 동안 계속 무디의 머리카락을 잘랐던 거야. 저기 머리카락이 들쭉날쭉한 것이 보이지? 하지만 오늘 밤에는 너무나 흥분한 나머지 우리의 가짜 무디께서 매시간마다 반드시 해야만 하는 일을 깜박 잊어버리고 하지 않은 것 같구나. 어디... 곧 알게 되겠지."

덤블도어는 책상 앞에 놓여 있는 의자를 끌어당겨 털썩 주저앉았다. 그리고 마룻바닥에 쓰러져 있는 가짜 무디를 물끄러미 응시했다. 해리도 가만히 가짜 무디를 쳐다보았다. 몇 분 동안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 

갑자기 마룻바닥에 쓰러져 있던 사람의 얼굴이 서서히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상처 자국이 점차 사라지고 피부가 매끈하게 변했다. 살점이 뭉텅 떨어져 나간 코도 적당한 크기로 줄어들면서 완전한 제모습을 되찾았다. 희끗희끗하고 기다란 머리카락도 바싹 짧아지면서 밀짚 같은 색깔로 변했다. 갑자기 철컥 하는 소리와 함께 나무로 만든 의족이 떨어져 나가고 정상적인 다리가 자라났다. 잠시 후에는 마법의 눈이 얼굴에서 툭 튀어나오면서 진짜 눈이 자리를 잡았다. 사무실 마룻바닥을 따라 데구르르 굴러간 눈알은 계속 이리저리 빙글빙글 돌았다. 

해리는 마룻바닥에 쓰러져 있는 사람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살짝 주근깨가 박힌 창백한 얼굴에 금빛 더벅머리를 한 청년이었다. 해리는 이 사람이 누구인지 단번에 알아볼 수 있었다. 덤블도어의 펜시브에서 본 적이 있는 얼굴... 크라우치에게 계속 자신의 무죄를 주장하면서 디멘터들에게 억지로 끌려 나가던 모습... 하지만 지금 그의 눈가에는 주름이 잡혀 있었으며, 훨씬 더 나이가 들어 보였다. 

복도에서 황급히 달려오는 발소리가 들렸다. 스네이프가 윙키를 데리고 돌아오고 있었고, 맥고나걸 교수도 바로 그 뒤를 따라오고 있었다. 

"크라우치!" 스네이프가 문가에 우뚝 멈추어 서서 소리쳤다. "바티 크라우치!"

"하느님 맙소사!"

맥고나걸 교수도 마치 얼어붙은 듯이 걸음을 멈추고 마룻바닥 위에 쓰러져 있는 사람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더럽고 지저분한 옷차림을 한 윙키가 스네이프의 다리 사이로 빠끔히 얼굴을 내밀었다. 그 순간 윙키는 입을 딱 벌리면서 찢어지는 듯한 비명을 질렀다. 

"바티 주인님! 바티 주인님! 여기에서 뭘 하시는 거예요?" 윙키는 젊은 남자의 품으로 쏜살같이 뛰어들었다. "당신이 그를 죽였군요! 당신이 그를 죽였어요! 당신이 주인님의 아들을 죽였어요!"

"단지 기절한 것뿐이란다, 윙키." 덤블도어가 윙키를 달래면서 말했다. "그러니까 잠깐만 옆으로 비키렴. 세베루스, 약을 갖고 왔는가?"

스네이프는 덤블도어에게 투명한 액체가 담긴 작은 유리병을 건네주었다. 그것은 스네이프가 마법의 약 수업 시간에 해리에게 먹이겠다고 위협했던 바로 그 베리타세룸이었다. 덤블도어는 마룻바닥에 쓰러진 사람 위로 허리를 숙이더니, 마법의 거울이 걸려 있는 벽에 몸을 기대고 앉도록 일으켜 세웠다. 마법의 거울 속에 비친 덤블도어와 스네이프 그리고 맥고나걸의 영상이 아직까지도 그들을 응시하고 있었다. 

윙키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린 채, 온몸을 부들부들 떨면서 마룻바닥에 꿇어앉았다. 덤블도어는 기절한 사람의 입을 강제로 벌리더니 진실의 약을 세 방울 떨어뜨렸다. 그리고 요술지팡이를 그 사람의 가슴에 겨누면서 주문을 외웠다.

"에너바이트!"

크라우치의 아들이 천천히 눈을 떴다. 하지만 그의 얼굴을 축 늘어져 있었으며, 시선은 아주 몽롱했다. 덤블도어는 그 사람과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 한쪽 무릎을 꿇고 앉았다. 

"내 말이 들리나?"

덤블도어가 나지막하게 물었다. 

"네."

그 남자의 눈꺼풀이 파르르 떨렸다. 

"우리에게 솔직히 말해 주었으면 좋겠네." 덤블도어가 차분한 목소리로 물었다. "어떻게 해서 여기까지 오게 되었지? 무슨 수로 아즈카반에서 도망을 쳤나?"

크라우치는 깊고 떨리는 한숨을 내쉬더니 아무런 감정도 실려 있지 않은 단조로운 목소리로 말을 하기 시작했다. 

"어머니가 나를 꺼내 주었습니다. 어머니는 자신의 목숨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걸 알고 있었죠. 그래서 아버지에게 마지막 은혜를 베풀어서 부디 나를 구해 달라고 졸랐습니다. 아들은 사랑하지 않았지만 아내는 사랑했던 아버지는 그 요청을 받아들였습니다. 두 분은 나를 만나기 위해 아즈카반으로 찾아왔습니다. 그리고 어머니의 머리카락이 들어 있는 폴리주스 마법의 약을 내게 주었습니다. 또한 어머니는 내 머리카락이 들어간 폴리주스 마법의 약을 마셨죠. 그래서 우리는 서로 모습이 바뀌게 되었습니다."

윙키는 부들부들 떨면서 세차게 머리를 가로저었다. 

"더 이상 얘기하지 마세요, 바티 주인님. 더 이상 아무런 말도 하지 마세요. 아버님이 곤란한 처지에 놓일 거예요!"

하지만 크라우치는 또다시 깊은 한숨을 내쉬더니 똑같은 목소리로 말을 이어 나갔다. 

"디멘터들은 앞을 볼 수가 없었습니다. 그들은 단지 건강한 한 사람과 죽어가는 한 사람이 아즈카반으로 들어왔다가, 똑같이 건강한 한 사람과 죽어가는 한 사람이 아즈카반을 떠났다는 사실만 감지할 수 있었을 뿐입니다. 아버지는 혹시라도 다른 죄수들이 문 틈으로 우리의 모습을 지켜볼 경우에 대비해 나를 어머니의 모습으로 바꾸었던 것입니다. 얼마 후에 어머니는 아즈카반에서 죽었습니다. 하지만 긑까지 폴리주스 마법의 약을 마시는 걸 잊어버리지 않았죠. 결국 어머니는 내 모습을 한 채, 내 이름이 적힌 묘비 밑에 묻혔습니다. 모든 사람들이 어머니가 바로 나라고 굳게 믿었습니다."

크라우치의 눈꺼풀이 다시 파르르 떨렸다. 

"그래서 자네는 집으로 돌아갈 수 있었군. 자네의 아버지는 그 다음에 어떻게 했나?"

덤블도어가 조용히 물었다. 

"일부러 어머니가 죽은 척 꾸몄습니다. 조촐하고 조용한 장례식을 치렀죠. 하지만 그 무덤은 텅 비어 있었습니다. 꼬마 집요정은 충실하게 나를 간호해 주었고, 그 덕분에 나는 건강을 회복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나는 계속 몸을 숨길 수밖에 없었죠. 그리고 언제나 엄격하게 통제를 당해야만 했습니다. 아버지는 나를 복종시키기 위해 수많은 주문을 사용했습니다. 마침내 나의 힘이 모두 회복되었을 때, 나는 오직 어둠의 주인을 찾으려는 생각밖에 없었습니다. 다시 나의 주인을 섬기고 싶은 마음 이외에는..."

"자네 아버지는 어떤 식으로 자네를 통제했지?"

덤블도어가 물었다. 

"임페리우스 저주를 썼습니다. 나는 아버지의 지배 하에 놓여 있었습니다. 혹시라도 다른 사람의 눈에 뜨이지 않도록 밤이나 낮이나 투명 망토를 입고 있어야만 했죠. 내 옆에는 항상 꼬마 집요정이 졸졸 따라다녔습니다. 그 꼬마 집요정은 나의 감시자이자 시종이었습니다. 꼬마 집요정은 내 처지가 불쌍하다고 생각했죠. 그리고 가끔씩 나에게 선심을 쓰도록 아버지를 설득했습니다. 착한 행동에 대한 보상으로 말이죠."

가짜 무디가 몽롱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바티 주인님, 바티 주인님. 이 사람들에게 말하지 말아야 했어요. 이제 우리는 큰일났어요..."

윙키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린 채, 어깨를 들썩이면서 흐느꼈다. 

"네가 아직까지도 살아 있다는 사실을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단 말이냐? 네 아버지와 꼬마 집요정 이외에는 아무도 몰랐느냐?"

덤블도어의 눈길이 크라우치를 향하고 있었다. 

"아닙니다. 어느 날 아버지의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버사 조킨스라는 마녀가 아버지의 사인을 받기 위해 서류를 들고 우리집을 방문했습니다. 그때 아버지는 집에 계시지 않았습니다. 윙키는 그 마녀를 거실로 안내한 후에 내가 있는 부엌으로 들어왔습니다. 그런데 버사 조킨스는 우연히 윙키와 내가 서로 대화하는 소리를 듣고 이상하게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무슨 일인지 조사를 하기 시작했죠. 마침내 버사 조킨스는 어떤 사람이 투명 망토를 쓰고 숨어 있다는 추측을 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아버지가 집으로 돌아왔을 때, 그 마녀는 정확한 증거를 들이대면서 추궁했습니다. 아버지는 버사 조킨스에게 아주 강력한 기억력 마법을 걸어서 그녀가 알아낸 사실을 모두 잊어버리도록 만들었습니다. 어찌나 강력한 마법이었던지, 아버지는 그 사건 때문에 버사 조킨스의 기억력이 완전히 손상되었다고 말했죠."

크라우치가 다시 눈꺼풀을 파르르 떨면서 대답했다. 

"도대체 그 여자는 왜 우리 주인님의 사생활을 캐고 돌아다녔던 거죠? 왜 우리를 그냥 내버려두면 안 되었던 거죠?"

윙키는 서러운 듯이 흐느끼면서 중얼거렸다. 

"그렇다면 퀴디치 월드컵에 대해서 말해 보게."

덤블도어가 말했다. 

"윙키가 아버지에게 그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니었죠. 아버지를 설득하는 데 몇 달이 걸렸습니다. 나는 몇 년 동안이나 집 밖으로 나간 적이 없었습니다. 게다가 퀴디치 시합을 무척이나 좋아했습니다. 그래서 윙키는 내가 퀴디치 월드컵을 구경할 수 있도록 보내 달라고 졸랐죠. 투명 망토를 쓰고 시합을 관람하면 아무도 모를 거라고 설득했습니다. 딱 한 번만 신선한 바깥 공기를 마시게 해 달라고, 돌아가신 어머니도 그걸 원했을 거라고 애원했습니다. 또한 어머니가 돌아가신 것도 나에게 자유를 주기 위한 것이었지, 평생 동안 집 안에 갇힌 채 고독하게 살아가는 것은 아니라고 말했죠. 결국 아버지는 허락하고 말았습니다." 

크라우치는 여전히 단조로운 목소리로 말을 계속했다. 

"우리는 아주 조심스럽게 계획을 짰습니다. 아버지는 아침 일찍 나와 윙키를 데리고 일등석으로 갔습니다. 그리고 윙키는 아버지 대신 자리를 지키는 거라고 둘러댔습니다. 아버지의 자리에는 물론 투명 망토를 입은 내가 앉아 있었죠. 그리고 모든 사람들이 일등석을 떠난 후에 우리도 경기장을 빠져나오기로 했습니다. 윙키는 혼자인 것처럼 보일 것이고, 내가 그 자리에 있다는 사실을 아무도 알아채지 못할 것입니다. 하지만 윙키는 나의 힘이 점점 더 강해지고 있다는 사실을 전혀 몰랐습니다. 나는 아버지의 임페리우스 저주와 치열하게 싸우고 있었습니다. 때때로 거의 나 자신을 되찾기도 했죠. 그리고 아주 잠깐 동안 아버지의 지배로부터 벗어나는 것처럼 보일 때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일등석에 있을 때 그 일이 일어났습니다. 그것은 마치 깊은 잠에서 확 깨어나는 것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퀴디치 월드컵이 한창 벌어지고 있는 도중에 문득 나는 군중들 속에 있는 나 자신을 깨달았습니다. 그리고 한 소년의 호주머니에서 비어져 나온 요술지팡이를 보았습니다. 아즈카반에 들어간 이후로 나는 요술지팡이를 가질 수가 없었습니다. 나는 그 요술지팡이를 몰래 훔쳤죠. 하지만 윙키는 그 사실을 전혀 몰랐습니다. 윙키는 높은 곳을 무서워하기 때문에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있었으니까요."

"바티 주인님, 어떻게 그럴 수가!"

윙키가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면서 떨리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윙키의 손가락 사이로 눈물이 줄줄 흘러내리고 있었다. 

"그 요술지팡이로 무슨 짓을 했지?"

"퀴디치 월드컵이 끝난 후에 우리는 텐트로 돌아갔습니다. 그런데 그들의 소리가 들렸습니다. 죽음을 먹는 자들의 소리가... 지금까지 한 번도 아즈카반에 들어간 적이 없는 자들, 나의 주인을 위해 아무런 고통도 겪지 않았던 자들... 그들은 나의 주인에게 등을 돌렸습니다. 그들은 나처럼 노예가 되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얼마든지 어둠의 주인을 찾아나설 수 있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습니다. 그저 머글들을 가지고 장난을 치고 있었을 뿐이었죠. 그런데... 그들의 목소리가 나의 정신을 일깨웠습니다. 나의 머리 속은 그 어느 때보다도 더욱 맑아졌습니다. 나는 몹시 화가 났죠. 나의 품 속에는 요술 지팡이가 있었습니다. 나는 어둠의 주인을 배신한 그들을 공격하고 싶었습니다. 때마침 아버지는 머글들을 구하기 위해 텐트를 떠나고 없었습니다. 윙키는 내가 그토록 분노하는 것을 보고 겁에 질렸죠. 윙키는 나와 자신을 서로 연결하는 마법의 끈을 사용했습니다. 그리고 억지로 나를 끌고 텐트 밖으로 나와서 숲으로 들어갔죠. 죽음을 먹는 자들을 피하기 위해서... 하지만 나는 윙키를 막으려고 애를 썼습니다. 나는 다시 캠프장으로 돌아가고 싶었습니다. 죽음을 먹는 자들을 만나서... 어둠의 주인에게 충성을 바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보여주고 그들의 불충에 대해 벌을 내리고 싶었습니다. 나는 훔친 요술지팡이를 사용해서 하늘에 어둠의 표식을 쏘아 올렸습니다."

문득 해리는 숲속에서 윙키를 만났을 때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 당시에 윙키는 몹시 힘들게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비로소 해리는 어째서 꼬마 집요정이 그렇게 힘들어 했는지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마법부의 마법사들이 도착하자, 그들은 사방으로 기절 마법을 쏘았습니다. 그 중에 하나가 윙키와 내가 서 있는 나무 사이로 날아와, 윙키와 나를 연결하고 있던 마법의 끈을 끊어 버렸습니다. 그 순간 윙키와 나는 기절하고 말았죠."

"그래서 어떻게 되었나?"

"윙키가 발견되었을 때, 아버지는 분명히 내가 근처에 있을 거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습니다. 아버지는 윙키가 쓰러져 있던 덤불 속을 샅샅이 수색한 끝에, 내가 그곳에 쓰러져 있다는 걸 확인했습니다. 아버지는 마법부의 직원들이 숲속에서 떠날 때까지 기다렸다가 나에게 다시 임페리우스 저주를 걸어서 집으로 데리고 갔습니다. 아버지는 몹시 화를 내면서 윙키를 해고하고 말았습니다. 윙키가 자신의 임무를 다하지 못했다고 생각한 거죠. 윙키는 내가 요술지팡이를 가질 수 있도록 틈을 주었을 뿐만 아니라, 하마터면 도망칠 기회까지 줄 뻔했으니까요."

크라우치는 아무런 감정도 없는 건조한 목소리로 말했다. 윙키는 그 말을 듣자, 다시 절망적으로 통곡했다. 

"이제 집에는 아버지와 나뿐이었습니다. 그런데 그때... 바로 그때..." 갑자기 넋이 나간 듯한 크라우치의 얼굴에 이상야릇한 미소가 피어 올랐다. "어둠의 주인이 나를 찾아오셨습니다. 어느 날 밤에 나의 주인이... 웜테일의 품에 안겨서 우리집으로 오셨습니다. 웜테일은 주인을 따르는 종이었습니다. 어둠의 주인은 내가 아직까지도 살아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던 겁니다. 어둠의 주인은 알바니아에서 버사 조킨스를 사로잡았습니다. 그리고 버사 조킨스를 고문했던 겁니다. 그 마녀는 많은 사실을 털어놓았습니다. 트리위저드 시합이 다시 열릴 예정이라는 것과, 늙은 오러인 무디가 호그와트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게 되었다는 것을 알려 주었죠. 어둠의 주인은 아버지가 그 여자에게 걸어 놓았던 기억력 마법이 깨어질 때까지 계속해서 고문했습니다. 마침내 버사 조킨스는 내가 아즈카반에서 탈출했다는 사실을 말해 주었습니다. 그리고 내가 어둠의 주인을 찾아서 도망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 아버지가 나를 집에 가두어 놓고 있다는 사실도 말했습니다. 나의 주인은 내가 아직까지도 충실한 종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거죠. 어쩌면 모든 종들 중에서 가장 충실한 종일지도 모른다는 것을... 나의 주인은 버사 조킨스가 알려 준 정보를 바탕으로 한 가지 계획을 세웠습니다. 어둠의 주인은 나의 도움이 필요했습니다. 그래서 자정이 가까울 무렵, 직접 우리집을 방문한 겁니다. 아버지가 현관으로 나가서 문을 열어 주었죠."

마치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기억을 떠올리는 것처럼, 크라우치의 얼굴 가득히 밝은 미소가 떠올랐다. 화석처럼 굳어진 윙키의 갈색 눈동자가 손가락 사이로 보였다. 윙키는 너무나 겁에 질려서 아무런 소리도 내지 못했다. 

"그것은 순식간에 일어났습니다. 아버지는 나의 주인에 의해서 임페리우스 저주에 걸렸습니다. 이제 조종당하고 감금당한 것은 바로 아버지가 되었습니다. 나의 주인은 아버지가 아무런 일도 없었던 듯이 평소처럼 업무를 보고 다니도록 했습니다. 마침내 저주에서 해방된 나는 정신을 차렸습니다. 지난 몇 년 동안 잃어버리고 있었던 나 자신을 다시 되찾은 것입니다."

"볼드모트 경이 너에게 무엇을 요구했나?"

덤블도어가 나지막하게 물었다. 

"어둠의 주인은 나에게 어떤 위험이라도 감당할 준비가 되어 있는지 물었습니다. 물론 나는 어둠의 주인을 위해서라면 목숨까지도 기꺼이 바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대답했습니다. 어둠의 주인을 섬기고 어둠의 주인에게 인정받는 것은 나의 꿈이자 나의 가장 커다란 야망이었으니까... 나의 주인은 충성스러운 종 한 사람이 호그와트로 몰래 잠입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아무도 모르게 해리 포터가 트리위저드 시합에 참가하도록 유인하고 계속 감시할 수 있는 사람이... 해리 포터가 반드시 트리위저드 우승컵을 차지하도록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이... 그리고 마법을 걸어서 그 우승컵이 포트키로 작동하도록 만들어 놓을 사람이 말입니다. 가장 먼저 우승컵을 붙잡는 사람은 곧장 나의 주인이 있는 곳으로 이동하도록 되어 있었던 것입니다. 하지만 가장 먼저..."

"앨러스터 무디가 필요했겠지."

덤블도어가 크라우치의 말을 가로챘다. 덤블도어의 목소리는 여전히 침착했지만, 푸른 눈동자는 분노로 무시무시하게 번뜩였다. 

"웜테일과 내가 그 일을 했습니다. 우리는 먼저 폴리주스 마법의 약을 준비했습니다. 그리고 무디의 집으로 찾아갔습니다. 무디는 격렬하게 반항했습니다. 그래서 시끄러운 소동이 일어난 거죠. 우리는 간신히 무디를 진정시킬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마법의 트렁크 가운데 한 칸에 무디를 강제로 집어넣었습니다. 나는 무디의 머리카락을 조금 잘라서 폴리주스 마법의 약 속에 넣었고요. 폴리주스 마법의 약을 마시자, 나는 무디와 똑같은 모습으로 변했습니다. 그리고 나는 무디에게서 마법의 눈과 나무 다리를 빼앗았습니다. 그런데 이 소동을 목격한 머글들을 해결하기 위해 아서 위즐리가 도착했습니다. 하지만 나는 이미 아서 위즐리를 만나기 위한 만반의 준비를 모두 끝낸 다음이었습니다. 나느 쓰레기통이 마당 안을 이리저리 돌아다니도록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아서 위즐리에게 어떤 침입자들이 마당으로 들어오는 소리를 들었으며, 그들이 쓰레기통을 폭파시켰다고 말했습니다. 얼마 후에 나는 무디의 옷과 어둠의 탐지기들을 챙겨서 트렁크 속에 집어넣었습니다. 물론 무디도 그 트렁크 속에 들어 있었습니다. 나는 서둘러 호그와트를 향해 출발했습니다. 나는 무디에게 임페리우스 저주를 걸어 놓고 계속 살려 주었습니다. 무디에게 물어서 그의 과거나 습관을 알아내야 했으니까요. 덤블도어의 눈까지 완벽하게 속일 수 있도록 말입니다. 또한 폴리주스 마법의 약을 만들기 위해서는 계속 무디의 머리카락도 필요했구요. 다른 재료들은 손쉽게 구할 수 있었습니다. 나는 지하 사무실에서 오소리 가죽을 훔쳤습니다. 그런데 마법의 약 교수가 자기 사무실로 들어온 나를 발견했습니다. 나는 재빨리 그 방을 수색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핑계를 댔죠."

"네가 무디를 공격한 후에 웜테일은 어떻게 되었지?"

덤블도어의 두 눈이 크라우치를 무섭게 노려보고 있었다. 

"웜테일은 어둠의 주인을 돌보고 우리 아버지를 감시하기 위해 다시 아버지의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하지만 네 아버지는 도망쳤다."

덤블도어가 말했다. 

"그렇습니다. 얼마 후부터 아버지는 내가 그랬던 것처럼 임페리우스 저주와 맞서 싸우기 시작했습니다. 가끔씩 아버지는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아차릴 때도 있었습니다. 문득문득 제정신을 차렸던 것입니다. 결국 나의 주인은 더 이상 아버지를 집 밖으로 내보내는 것이 안전하지 않다는 결정을 내렸습니다. 그래서 강제로 병이 났다는 편지를 써서 마법부로 보내도록 했습니다. 그런데 웜테일이 그만 아버지를 감시하는 임무를 소홀히 했습니다. 아버지가 도망을 친 겁니다. 어둠의 주인은 아버지가 호그와트로 가고 있을 거라고 짐작했습니다. 아버지는 덤블도어에게 모든 것을 고백할 작정이었습니다. 아즈카반에서 나를 몰래 빼돌린 사실까지도 인정할 생각이었던 것입니다. 어둠의 주인은 나에게 아버지가 도망쳤다는 전갈을 보냈습니다. 그리고 무슨 일이 있어도 반드시 아버지를 막으라고 지시했습니다. 그래서 나는 철저하게 감시를 하면서 기다렸습니다. 나는 해리 포터에게 얻은 지도를 사용했죠. 하마터면 그 지도 때문에 모든 일을 망쳐 버릴 뻔한 위기에 처했던 적도 있었지만..."

"지도라니? 무슨 지도 말이냐?"

덤블도어가 재빨리 물었다. 

"포터가 가지고 있던 호그와트의 비밀 지도 말입니다. 포터는 그 비밀 지도에 내 이름이 나타난 것을 보았습니다. 어느날 밤에 스네이프의 사무실에서 폴리주스 마법의 약을 만들기 위해 재료를 훔치고 있던 나를 발견한 것입니다. 하지만 포터는 그것이 나의 아버지라고 생각했습니다. 아버지와 나는 이름이 똑같았으니까요.그날 밤에 나는 포터에게서 그 비밀 지도를 얻었습니다. 나는 우리 아버지가 어둠의 마법사들을 증오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자 포터는 아버지가 스네이프의 뒤를 쫓고 있다고 믿었죠. 일주일 동안 나는 끈질기게 아버지가 호그와트에 도착하기만을 기다렸습니다. 마침내 어느 날 저녁에 아버지가 호그와트 교정으로 들어왔다는 표시가 비밀 지도에 나타났습니다. 나는 투명 망토를 걸치고 아버지를 만나러 내려갔습니다. 아버지는 숲 근처를 배회하고 있었습니다. 바로 그 순간 포터와 크룸이 나타났습니다. 나는 모습을 감추고 적당한 기회가 오기만을 기다렸습니다. 어둠의 주인이 포터를 필요로 했기 때문에 해칠 수가 없었던 것입니다. 포터가 덤블도어에게 달려가는 것으로 보고 나는 재빨리 크룸을 기절시켰습니다. 그리고 아버지를 죽였습니다."

"아... 안 돼요! 바티 주인님, 바티 주인님, 도대체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건가요?"

윙키가 처절한 비명을 지르면서 울부짖었다. 

"너는 네 아버지를 죽였다. 그 시체는 어떻게 했는가?"

덤블도어는 조금도 흔들리지 않는 목소리로 추궁했다. 

"숲으로 끌고 가서 투명 망톨로 덮어 놓았습니다. 비밀 지도는 계속 갖고 있었죠. 그래서 포터가 성으로 들어가서 스네이프를 만나는 것을 지켜 보았습니다. 잠시 후에 덤블도어가 나타났습니다. 나는 포터가 덤블도어를 데리고 성 밖으로 나오는 것을 보았습니다. 나느 재빨리 숲 밖으로 나가서 한 바퀴 빙 돌고 와서는 일부러 그들과 마주쳤습니다. 그리고 스네이프로부터 무슨 소동이 일어났다는 이야기를 듣고 즉시 달려왔던 거라고 덤블도어에게 말했습니다. 덤블도어는 나에게 아버지를 찾아보라고 말했습니다. 나는 다시 아버지의 시체가 있는 곳으로 걸어갔습니다. 그리고 다시 한 번 비밀 지도를 확인했습니다. 마침내 모든 사람들이 숲에서 떠났을 때, 나는 아버지의 시체를 변신시켰습니다. 아버지는 즉시 뼈다귀로 변했습니다. 나는 아무도 나를 보지 못하도록 다시 투명 망토를 입고 그 뼈다귀를 땅 속 깊이 묻었습니다... 해그리드의 오두막 앞에 새로 파헤쳐 놓은 땅 속에 말입니다."

무거운 침묵이 감돌고 있었다. 윙키의 애절한 울음 소리만이 잠시도 끊어지지 않고 계속 이어지고 있었다. 

"그리고 오늘 밤에..."

잠시 후에 덤블도어가 입을 열었다. 

"나는 저녁 식사 전에 트리위저드 우승컵을 미로 속에 갖다 놓겠다고 제안했습니다." 바티 크라우치가 희미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그리고 마법을 걸어서 우승컵이 포트키가 되도록 만들어 놓았습니다. 이렇게 해서 어둠의 주인이 세운 계획이 모두 이루어지게 된 것이죠. 어둠의 주인은 다시 힘을 되찾았습니다. 난 이제 다른 마법사들이 꿈도 꾸지 못할 영광을 얻게 될 겁니다."

또다시 크라우치의 얼굴에 넋이 나간 미소가 활짝 피어 올랐다. 갑자기 크라우치의 머리가 어깨 위로 푹 쓰러졌다. 윙키는 크라우치를 바라보면서 애처롭게 울부짖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