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9장 (81/194)

해리포터와 불의잔 

제4권의 4

저자: 조앤 k 롤링

옮긴이: 김혜원, 최인자 

출판사: 문학수첩

제29장 

"지금까지 벌어진 일들을 정리해 보는 게 좋겠어. 크라우치가 빅터를 공격했거나 아니면 빅터가 보지 못하는 사이에 다른 누군가가 두 사람을 공격한 것이 틀림없을거야."

헤르미온느가 손바닥으로 이마를 문지르면서 말했다.

"크라우치가 분명해. 그러니까 덤블도어와 해리가 도착했을 때, 어디론가 사라진 거야. 크라우치는 재빨리 달아나고 있었겠지."

론이 투덜거리면서 밝혔다.

"하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크라우치는 거의 당장이라도 쓰러질 것처럼 보였어. 그런 상태로는 순간이동이나 다른 어떤 행동도 할 수 없을 것 같았어."

해리가 머리를 가로저었다.

"호그와트 내에서는 순간이동을 할 수가 없어, 아직도 몇 번이나 더 말해야 알아듣겠니?"

헤르미온느가 얼굴을 찌푸리면서 퉁명스럽게 면박을 주었다.

"좋아, 그렇다면 이렇게 생각해 보면 어떨까? 크룸이 크라우치를 공격한 거야. 아니, 잠깐만.. 내 말을 조금만 더 들어봐. 그런 다음에 자기 자신에게 기절 마법을 쓴 거지!"

론이 흥분하면서 말했다.

"그런데 크라우치 씨가 증발해 버렸단 말이니? 그래?"

헤르미온느가 비꼬았다.

"아, 그건..."

새벽에 어슴푸레 밝아 오자, 해리와 헤르미온느는 서둘러 기숙사를 빠져나와서 시리우스에게 편지를 보내기 위해 부엉이장으로 올라갔다.

잠시 후에 세 사람은 창문 너머로 안개가 잔뜩 낀 운동장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세사람 모두 눈이 푸석푸석하고 안색이 창백했다. 한밤중까지 크라우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느라고 제대로 잠을 자지 못했던 것이다.

"해리, 다시한번 자세히 얘기해봐, 크라우치가 분명히 뭐라고 말했니?

헤르미온느가 말했다.

"이미 말한 대로 무슨 뜻인지 잘 알아들을 수가 없었어, 처음에는 덤블도어에게 뭔가 경고를 하고 싶다고말했어. 버사 조킨스에 대해서도 분명히 언급을 했는데 아마도 죽었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어. 계속해서 그 일이 자기 잘못이라고 중얼거렸지... 자기 아들 얘기도 했어."

해리가 대답했다.

"그래, 그건 크라우치의 잘못이었어."

헤르미온느가 냉정하게 말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크라우치는 제 정신이 아니었던 것 같아. 어느 때에는 아내와 아들이 아직 살아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어, 그리고 퍼시에게 업무 이야기를 하면서 지시를 내리기도 했어.

"그리고... 그 사람에 대해서도 무엇인가 말했다고 한 것 같은데?"

론이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벌써 사람이 점점 더 강해지고 있다고 말야."

해리가 심드렁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잠시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

"하지만 네가 말한 대로 크라우치는 제 정신이 아니었잖아. 그러니까 그 말의 절반 정도는 그저 헛소리였을 거야..."

론은 짐짓 아무럿지도 않은 듯이 씩씩하게 말했다.

"볼드모트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려고 할 때에는 말짱한 제 정신이었어." 론이 얼굴을 잔뜩 찡그리는 것을 무시하면서 해리는 말했다.

"두 단어 이상을 연결해서 말하는 걸 무척이나 힘들어 했어. 하지만 자신이 지금 어디에 있고 무엇을 하고 싶어하는지는 분명히 알고 있는 것 같았어. 덤블도어를 만나고 싶다고 계속 말했으니까 말이야."

해리는 창문에서 등을 돌려 서까래를 올려다 보았다. 수 많은 횃대의 절반 정도가 텅 비어 있었다. 이따금씩 끊이지 않고 부엉이들이 창문을 통해 들어오고 있었는데, 모두 밤사냥에서 잡은 생쥐를 입에 물고 있었다.

"만약 스네이프가 나를 가로막지만 않았다면 우리는 제시간 안에 도착할 수 있었을 거야, '교장선생님은 무척 바쁘시단다. 포터... 도대체 무슨 헛소리냐?' 어째서 스네이프는 그냥 길을 비켜 주지 않았을까?"

해리가 짜증스러운 듯이 말했다.

"어쩌면 네가 덤블도어의 사무실로 들어가는 걸 원하지 않았는지도 몰라! 어쩌면... 아니, 잠깐만... 스네이프가 얼마나 빨리 숲에 도달할 수 있을 것 같니? 혹시 너와 덤블도어보다 먼저 숲에 도착한 건 아닐까? 두 사람을 앞질러서 갈 수도 있잖아."

론이 재빨리 말했다.

"박쥐나 뭐 그런 걸로 변신하기 전에는 절대로 그럴 수 없어."

해리가 대답했다.

"스네이프라면 충분히 그런 일을 하고도 남을 것 같아..."

론이 희미하게 중얼거렸다.

"먼저 무디 교수님을 만나 보는게 좋겠어. 크라우치를 찾았는지 알아봐야 하잖아."

헤르미온느가 말했다.

"무디가 비밀 지도를 가지고 나왔다면 크라우치가 어디 있는지 쉽게 찾았을 텐데..."

해리가 답답하다는 듯이 말했다.

"크라우치가 이미 학교 밖으로 나가지만 않았다면 분명히 그랬겠지. 비밀 지도에는... 학교 내부만 나타나잖아."

론이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쉿!"

갑자기 헤르미온느가 속삭였다. 누군가 계단을 올라오고 있었다. 해리는 점점 더 가까이 다가오는 두 사람의 목소리를 들을 수가 있었다.

"그건 협박 편지야. 그러니까 어쩌면 아주 곤란한 지경에 빠질지도 모른단 말이야."

"그러니까 되도록 점잖게 썼잖아. 지금은 더럽게 굴어야 할 때야. 그 사람이 그랬던 것처럼 말이지, 그 사람도 마법부에서 자기가 저지른 짓을 알게 되기를 원하지는 않을거야."

"내가 한 번 더 말하지만 그 편지를 보낸다면 그건 명백한 협박이야!"

"그래 하지만 너도 우리가 두둑이 돈을 받게 되면 불평하지는 않겠지, 그렇지?"

마침내 부엉이장이 활짝 열렸다. 부엉이장의 문턱을 넘어오던 프레즈와 조지는 해리와 론과 헤르미온느를 보자 그 자리에서 얼어붙은 듯이 발걸음을 멈추었다.

"여기에서 뭘하는 거야?"

론과 프레드가 거의 동시에 소리쳤다.

"편지를 보내려고..."

해리와 조지가 어색한 목소리로 똑같이 대답했다.

"뭐라구? 이 시간에?"

이번에는 헤르미온느와 프레드가 합창을 했다.

"좋아. 너희들이 우리가 뭘 하는지 묻지 않는다면, 우리도 너희들이 하는 일을 묻지 않겠어."

프레드가 씩 웃으면서 제안했다. 프레드의 손에는 봉인된 봉투가 들려 있었다. 해리는 슬쩍 넘겨다보려고 했지만, 고의인지 우연인지는 몰라도 프레드가 봉투에 적힌 이름을 손으로 가려 버렸다.

"좋아, 이제 그만 비켜 주시지."

프레드는 조롱하듯이 꾸벅 절을 하면서 문 쪽을 가리켰다. 하지만 론은 그 자리에서 꼼짝도 하지 않았다.

"누구에게 협박 편지를 보내는 거야?"

론이 얼굴을 찌푸리면서 물었다. 그순간 프레드의 얼굴에서 미소가 싹 사라졌다. 해리는 조지가 프레드를 힐끗 쳐다보는 것을 보았다. 그러더니 조지는 곧 론을 향해 싱글거리면서 말했다.

"바보같은 소리 하지마. 그냥 농담한거야."

조지는 애써 태연한 표정을 지었다.

"그런 것 같지 않은걸?"

론은 좀처럼 물러설 기색이 아니었다. 프레드와 조지는 서로 얼굴을 마주 바라 보았다.

"내가 전에도 경고한 적 있지, 론. 그냥 생긴대로 살아가고 싶으면 공연히 남의 일에 참견하지 말란 말이야. 도대체 네가... 왜 그러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조지가 퉁명스럽게 말했다.

"형들이 누군가에게 협박 편지를 보낸다면 그건 바로 내 문제이기도 해. 조지 형 말이 맞아. 결국 형들은 그것 때문에 아주 심각한 곤경에 빠질 거야."

론이 말했다.

"내가 말했지, 그냥 농담이라고 말이야."

조지는 프레드를 향해 뚜벅뚜벅 걸어가더니 그의 손에서 편지를 빼앗았다. 그리고 가장 가까이 있는 외양간 부엉이의 발에 편지를 매기 시작했다.

"론, 너는 어째서 점점 우리의 친애하는 형님과 비슷해지기 시각하는 것 같니? 이렇게 계속 가다가는 너야말로 반장이 되겠어."

"아니야, 그렇지 않아!"

론이 버럭 화를 내면서 소리쳤다. 조지는 외양간 부엉이를 창가로 데려가더니 하늘로 휙 날려 보냈다.

"좋아, 그럼 사람들에게 무슨 일을 하는 지 묻고 다니지마!. 나중에 보자"

조지는 뒤로 돌아서더니 론을 쳐다보면서 씩 웃었다. 잠시 후에 조지와 프레드는 부엉이장에 나갔다.

해리와 론과 헤르미온느는 서로의 얼굴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설마 프레드와 조지가 이 모든 일에 대해 뭔가를 알고 있는 건 아니겠지? 그렇지? 크라우치와 그 밖의 다른 일 말이야."

헤르미온느가 조심스럽게 소곤거렸다.

"아니야, 그렇게 심각하고 중요한 일이었다면 분명히 누군가와 상의했을거야. 덤블도어에게 말을 했겠지."

해리가 고개를 가로저으면서 대답했다. 하지만 론은 못내 불안한 표정이었다.

"왜 그래?"

헤르미온느가 론을 쳐다보면서 물었다.

"그냥... 나는 잘 모르겠어, 과연 형들이 그렇게 할까? 형들은... 요즘 돈 버는 일에 혈안이 되어 있거든. 형들하고 어울릴 때 그 사실을 알아차렸어. 그러니까 그때 말이야, 너도 알잖아..."

론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우리가 서로 말 안하고 지낼 때 말이지" 해리가 론은 대신해서 말했다. "그래 하지만 협박편지라니..."

"형들은 장난감 가게를 차리려는 생각을 갖고있어. 나는 그저 엄마를 괴롭히기 위해서 그렇게 말하고 다니는 줄 알았는데, 형들은 그게 진심이었어, 정말로 장난감 가게를 차리고 싶어해. 형들은 장난감 가게를 시작할 수 있는 돈이 필요하지만 아빠는 형들을 도와 줄 수 없거든."

"그렇구나, 하지만... 돈을 벌기 위해서 법을 어기는 짓을 하지는 않을거야, 그렇지 않니?

헤르미온느의 얼굴도 점점 어두워지고 있었다.

"과연 그럴까? 난 모르겠어, 사실 형들은 규칙을 어기는 일 따위는 전혀 신경도 쓰지 않잖아? 안그래?"

론은 아주 회의적인 표정이었다.

"그렇긴 하지만 이건 법이야, 이건 시시한 학교 규칙 따위가 아니라구... 협박 편지를 보낸다면 구류 이상의 아주 심한 벌을 받게 될 텐데! 론... 어쩌면 퍼시에게 이야기를 하는 편이..."

헤르미온느는 덜컥 겁이 난 것 같았다.

"정신나갔어?"

론이 펄쩍 뛰면서 소리쳤다. "펴시에게 말을 하라구? 퍼시는 아마도 당장 크라우치처럼 형들을 잡아넣을 걸?"

론은 한참동안이나 프레드와 조지의 부엉이가 날아간 창밖을 멍하니 바라보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

"자, 그만 아침이나 먹으러 가자."

"무디 교수님을 찾아기가에는 시간이 너무 이를까?"

나선형 계단을 내려가면서 헤르미온느가 물었다.

"그럴거야, 만약 우리가 이른 새벽부터 무디교수님을 깨우면 아마도 교수님은 당장 문 밖으로 우리를 날려 보낼걸? 무디 교수님이 잠자고 있는 틈을 타서 습격하러 온 줄 알고 말이야. 그러니까 날이 밝을 때까지 기다리자."

해라가 말했다.

마법의 역사 시간은 평소보다도 훨씬 더 느리게 지나갔다.

해리는 자꾸만 론의 시계를 쳐다보았다. 해리는 고장난 시계를 결국 버렸던 것이다 하지만 론의 시계가 어찌나 느릿느릿 움직이던지 해리는 그 시계마저도 고장이 난 게 틀림없다고 생각할 지경이었다.

해리와 론은 둘다 무척 피곤했기 때문에 책상에 머리를 들이박고 꾸벅 졸았다. 심지어 헤르미온느조차도 늘 빼놓지 않고 하던 필기도 하지 않고 손으로 턱을 괸채, 초점이 없는 흐릿한 눈으로 빈스 교수를 바라보고 있었다.

마침내 종이 울리자, 서둘러 교실에서 빠져나온 그들은 어둠의 마법 방어술 교실로 향했다. 그리고 막 복도로 걸어나오는 무디 교수를 발견했다. 무다 교수도 그들만큼이나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다. 정상적인 눈의 눈꺼풀이 축 처져서 평소보다 더욱더 얼굴이 비뚤어진 것처럼 보였다.

"무디 교수님?"

해리가 와글거리는 학생들 사이를 뚫고 무디에게 다가가 이사했다.

"잘 있었니, 포터?"

무디가 해리를 쳐다보면서 큰 소리로 말했다. 무디의 마법의 눈은 복도를 지나가고 있던 두 명의 1학년생들을 줄곧 따라가고 있었다. 그들은 잔뜩 겁을 집어먹고 종종걸음을 치면서 도망쳤다. 마법의 눈은 무디의 뒤통수까지 돌아가서 모퉁이를 돌아서는 두 명의 1학년 학생들을 끝까지 지켜보았다. 무디가 다시 입을 열었다.

"이리 오너라."

무디는 뒤로 한 걸음 물러서면서 해리와 론, 헤르미온느에게 비어 있는 교실로 들어가라고 손짓을 했다. 그리고 다리를 절뚝거리면서 뒤따라 들어오더니 교실 문을 닫았다.

"찾았나요, 크라우치 씨를?"

해리가 거두절미하고 다짜고짜 물었다.

"아니다."

책상 앞으로 다가간 무디는 조용히 자리에 걸터앉았다. 그리고 희미한 신음 소리를 내면서 나무 다리를 쭉 뻗더니 휴대용 물병을 꺼냈다.

"비밀지도를 사용해 보셨나요?"

해리가 물었다.

"물론이지, 포터, 나도 네 흉내를 내서 사무실에 있는 호그와트의 비밀 지도를 숲까지 불러왔단다. 하지만 크라우치는 어디에도 없었어."

무디는 후대용 물병에 담긴 것을 한모금 들이켰다.

"그렇다면 순간이동을 한건가요?"

론이 잔뜩 호기심 어린 목소리로 물었다.

"론, 여기서는 순간이동을 할 수가 없다고 몇 번 말했니?"

헤르미온느가 짜증을 내면서 말했다." 혹시 크라우치 씨가 사라질 수 있는 다른 방법이 있나요? 교수님?"

헤르미온느에게 쏠린 무디의 마법의 눈이 파르르 떨렸다.

"장차 오러가 될 가능성이 있는 사람이 여기 또 한명 있구나, 그레인저, 생각하는 것이 아주 정확해."

무디의 칭찬을 들은 헤르미온느의 얼굴이 분홍색으로 물들었다.

"그렇다고 해서 투명 인간이 된 것도 아니에요. 그 비밀 지도에는 투명인간도 나타나거든요. 결국 크라우치 씨는 학교를 빠져나간 거군요."

해리가 입을 열었다.

"하지만 자기 혼자 힘으로 나갔을까? 그렇지 않으면 다른 누군가가 그 사람을 끌고 간 것일까?"

헤르미온느가 열성적으로 말했다.

"그래, 누군가가 그랬을 수도 있어. 크라우치 씨를 빗자루에 태우고 날아가 버린 거야. 그렇지 않나요. 교수님?"

론은 재빨리 기대에 가득 찬 눈길을 무디에게 던졌다. 론도 무디로부터 장차 오러가 될 만한 재목감이라는 말을 듣고 싶었던 것이다.

"납치되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지."

무디가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그렇다면 호그스미드의 어딘가에 있을 거라고 생각하나요?"

론이 물었다.

"어딘가에 있겠지." 무디가 대답했다. 

"우리가 지금 확실히 알고 있는 단 한가지 사실은 크라우치가 이곳에 없다는 것뿐이야."

무디는 얼굴의 상처가 쫙 늘어나고 일그러진 입술사이로 이빨이 빠져 버린 자리가 다 드러날 정도로 크게 하품을 했다.

그런 후에 다시 말을 이어 나갔다.

"덤블도어에게서 너희 세 사람이 탐정놀이를 즐긴다는 말을 들었다. 하지만 너희들이 크라우치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어. 이제부터는 마법부에서 크라우치의 행방을 수색할 거야, 덤블도어가 보고를 했으니까... 포터, 너는 세 번째 시험에 정신을 집중토록 해라."

"네?" 해리는 깜짝 놀라면서 고개를 들었다, "아, 네..."

지난밤에 빅터 크룸과 함께 경기장에서 떠난온 이후로는 미로에 대해서 까맣게 잊어버리고 있었던 것이다.

"이번 시험은 네가 아주 딱 들어맞는 것일지도 몰라. 덤블도어의 말을 들으니까, 너는 옛날부터 그런 문제를 잘 해결했다고 하더구나. 1학년 때는 마법사의 돌을 지키는 장애물들을 뚫고 지나갔다면서?"

무디는 상처 자국이 나고 우둘투둘한 턱을 긁으면서 해리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우리가 도와주었어요. 저와 헤르미온느가 도와주었죠."

론이 재빨리 끼어들었다.

"그래, 이번에도 해리가 연습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렴. 만약 해리가 이기지 못한다면 나는 무척 놀랄 거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항상 경계를 늦추면 안돼. 포터. 언제나 깨어 있도록 하거라."

무디가 빙그레 웃으면서 말했다. 무디는 다시 휴대용 물병을 들고 벌컥벌컥 들이마셨다. 무디의 마법의 눈이 창문을 향해 빙그르르 돌아갔다. 창 밖으로는 덤스트랭 배의 돛대가 보였다.

"너희 두 사람은(무디의 정상적인 눈이 론과 헤르미온느를 향했다) 반드시 포터 옆에 꼭 붙어 있거라, 알았지? 나도 항상 주위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을 주시하고 있을 테니까.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이.... 감시하는 눈은 많을수록 좋은 법이니까."

다음날 시리우스는 부엉이를 돌려보냈다. '예언자 일보'를 부리 사이에 문 황갈색 부엉이가 헤르미온느 앞에 내려앉는 것과 동시에 해리의 부엉이도 날개를 퍼덕거리면서 날아들었다. 신문을 펼쳐든 헤르미온느는 처음 몇 장을 훑어 보았다.

"하! 이 여자는 크라우치에 관한 건 감도 못 잡았군!"

헤르미온느는 신문을 내려놓은 후에 시리우스의 답장을 읽고 있는 론과 해리를 향해 다가갔다. 세 사람은 시리우스가 지난밤에 일어난 수수께끼 같은 사건에 대해서 뭐라고 말했는지 편지를 읽기 시작했다.

 해리... 빅터 크룸과 함께 숲속을 거닐면서 노닥거리다니 도대체 너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거냐? 다음 답장에는 앞으로 어느 누구와도 밤중에 산책을 나가지 않겠다는 맹세를 적어 보내렴. 

호그와트에는 아주 위험한 인물이 있단다. 그 사람들이 크라우치와 덤블도어가 만나는 것을 막으려고 했던 것이 분명해. 어쩌면 너와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어둠 속에 몸을 숨기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하마터면 너는 목숨을 잃을 수도 있었어.

네 이름이 불의 잔에서 나온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란다. 만약 누군가가 너를 공격하려고 한다면,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할거야. 론과 헤르미온느와 항상 붙어 다니도록 하거라. 수업이 끝난 후에도 그리핀도르 탑을 떠나지 말고 세 번째 시험에 대비해서 열심히 훈련을 하도록 해. 기절 마법과 무장 해제 마법을 연습하거라. 몇 가지 주문도 절대로 빠뜨려서는 안된다. 크라우치에 대해서는 네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단다. 항상 자중하면서 네 자신을 돌아보도록 해라. 네가 다시는 규율을 어기고 허튼 행동을 하지 않겠다는 다짐을 적어 보내기를 고대하고 있겠다.

시리우스

"도대체 누가 누구에게 규율을 어기지 말라고 훈계를 하는 거지? 자기가 학교에 다닐 때는 온갖 말썽을 다 부려놓고서!"

시리우스의 편지를 접어서 옷 속에 집어넣은 해리는 입을 삐죽거리면서 투덜거렸다.

"너를 걱정해서 그러는 거잖아! 무디와 해그리드 역시 그런 말을 했잖아, 그러니까 그분들 말씀을 잘 듣도록 해!"

헤르미온느가 해리를 쏘아보면서 야단쳤다.

"한 해가 다 지나가도록 아무도 나를 공격하려고 하지 않았어. 어느 누구도 나에게 무슨 짓을 한 적이 없잖아."

해리가 퉁명스럽게 말했다.

"네 이름을 불의 잔에 집어넣은 것 이외에는 말이지, 해리, 그 사람들이 그런 짓을 하는 데에는 분명히 무슨 이유가 있을거야, 스누플즈의 말이 맞아, 어저면 그들은 적당한 시간을 기다리고 있는지도 몰라, 어쩌면 이번 시험이 그들이 노리는 기회인지도 모르지."

헤르미온느가 말했다.

"좋아, 스누플즈가 옳다고 하자. 누군가 크라우치를 납치하기 위해 쿠룸을 공격해서 기절시켰어. 그래, 그들은 바로 우리 근처의 나무 뒤에 숨어 있었겠지. 안 그래? 그런데 내가 멀리 떠나갈 때까지 그들은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않고 기다렸어, 그렇지? 그래도 내가 그들의 목표물처럼 보인단 말이야? 그래?"

해리가 짜증을 내면서 소리쳤다.

"숲속에서 너를 살해하면, 도저히 우연한 사고처럼 보이게 할 수가 없잖아! 하지만 시험을 치르다가 죽게 되면..."

헤르미온느가 말했다.

"하지만 크룸에겐 전혀 개의치 않고 공격했어, 그렇지? 왜 그들은 동시에 나를 공격해서 깨끗하게 해치우지 않았을까? 마치 나와 크룸이 결투 같은 걸 하다가 죽은 것처럼 보이게 할 수도 있었을 텐데 말이야."

해리는 마치 따지기라도 할 듯한 기세였다

"나도 도무지 이해가 안돼. 해리. 내가 아는 것은 계속해서 자꾸만 이상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는 거야. 어쩐지 기분이 나빠... 무디의 말이 맞아. 스누플즈의 말도 맞아. 너는 세 번째 시험에 대비하는 훈련을 해야만 돼. 지금부터 당장 말이야. 그리고 스누플즈에게 답장을 써서 다시는 몰래 혼자 빠져 나가지 않겠다고 약속해."

헤르미온느가 체념한 듯이 말했다.

그리핀도르 기숙사 안에서 갇혀 지내야만 하는 해리에게는 호그와트의 운동장이 그 어느 때보다도 매력적으로 보였다.

몇일동안 해리는 자유 시간을 온통 헤르미온느와 론과 함께 도서관에서 주문을 찾으면서 보냈다. 혹은 빈 교실로 몰래 들어가서 연습을 하기도 했다. 해리는 특별히 기절 마법을 익히는 일에 모든 정신을 쏟았다. 기절 마법은 해리가 지금까지 한번도 사용해 본 적이 없는 주문이었다. 그런데 한 가지 문제는, 이 주문을 연습하려면 론과 헤르미온느의 절대적인 희생이 뒤따른다는 것이다.

"노리스 부인을 납치해서 데리고 오면 안 될까?"

월요일 점심 시간에 마법 교실 바닥에 벌렁 드러누워 있던 론이 새로운 제안을 했다. 론은 벌써 오십번째 기절을 했다가 방금 전에 깨어난 상태였다. 해리의 연습 상대였던 론은 기절 마법을 고스란히 당할 수 밖에 없었다.

"그 고양이를 잠깐 기절시키도록 하자. 아니면 도비를 사용할 수도 있지 않을까? 도비는 너를 돕기 위해서라면 무슨 일이든지 할 거야. 해리. 물론 내가 불평이나 뭐 그런 걸 하는 건 아니지만 말이야... " 론이 등을 문지르면서 조심스럽게 일어났다. 

"이거야, 원... 온몸이 쑤셔서...!"

헤르미온느가 추방 마법을 연습할 때 사용했던 방석 더미를 다시 차곡차곡 쌓아 올리면서 신경질을 부렸다. 그 방석은 플리트윅이 캐비닛 속에 보관해 두었던 것이다.

"뒤로 잘 쓰러지려고 노력해 봐!"

"일단 기절 마법에 걸리면 조준이 잘 되지 않는단 말이야. 헤르미온느! 그런데 왜 너는 차례가 안 돌아오는 거지?"

론이 화를 내면서 물었다.

"글세... 어쨌거나 해리는 이제 기절 마법을 어느 정도 연습한 것 같아." 헤르미온느가 황급히 말했다. "그리고 무장해제 마법에 대해서는 조금도 걱정할 필요가 없어. 왜냐하면 그 마법은 벌써 오래 전부터 사용해 왔던 거니까... 오늘 저녁부터는 이 주문들 중에서 몇 가지를 시작해 보는 것이 좋겠어. 나는 이게 그럴듯해 보여, 장애 마법, 너를공격하려고 하는 것은 무엇이든지 천천히 움직이도록 만드는 거야. 해리, 이것부터 시작해 보자."

헤르미온느가 도서관에서 뽑아온 마법 목록을 내려다보면서 말했다. 그때 종이 울렸다. 세 사람은 서둘러 흩어진 방석을 다시 플리트윅의 캐비닛 속에 집어 넣고 교실을 나갔다.

"저녁 식사 때 보자."

헤르미온느는 산술점 수업을 들으러 가고, 해리와 론은 점술수업을 위해 북쪽 탑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높은 창문을 통해 눈부신 황금빛 햇살이 복도 위로 쏟아지고 있었다. 하늘은 마치 에나멜을 칠해 놓은 듯이 푸른빛으로 반짝거렸다.

"트릴로니 교수님이 있는 교실은 펄펄 끓고 있을 거야. 절대로 벽난로 불을 끄는 법이 없으니까 말이야."

은빛 사다리와 뚜껑문으로 향하는 계단을 올라가면서 론이 불만을 터뜨렸다. 과연 론의 말이 적중했다. 희미하게 불이 밝혀진 교실은 땀이 뚝뚝 떨어질 정도로 뜨거웠다. 향수 냄새가 풍기는 벽난로의 불은 오늘따라 더욱 짙은 냄새를 뿜어내고 있었다. 커튼이 드리워진 창가 자리로 걸어가던 해리는 머리가 어지러울 지경이었다.

트릴로니 교수가 램프에 걸린 숄을 풀기위해 다른 쪽을 바라보는사이에, 해리는 커튼을 아주 조금 젖히고 무명 덮개가 씌워진 팔걸이 의자를 뒤로 약간 밀었다. 그러자 부드러운 바람이 해리의 얼굴을 간지럽혔다.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상쾌한 기분이었다.

"여러분"

트릴로니가 교탁 앞에 놓여 있는 날개 달린 의자에 앉으면서 입을 열었다. 트릴로니는 이상할 정도로 커다란 눈을 반짝이면서 수업에 참여한 학생들을 모두 둘러보았다..

"우리는 이제 점성술 공부를 거의 다 끝냈습니다. 하지만 오늘은 화성의 영향력을 시험해 볼 수 있는 아주 특별한 기회가 될 것입니다. 왜냐하면 지금 화성은 대단히 흥미로운 자리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여러분이 전부 이쪽을 쳐다보면 불빛을 희미하게 하겠습니다..."

트릴로니가 요술지팡이를 흔들자 저절로 램프가 꺼졌다. 이제 벽난로만이 교실을 비추고 있는 유일한 불빛이었다. 트릴로니는 허리를 숙이더니 의자 밑에서 커다란 유리 반구 안에 태양계를 축소해서 만들어 놓은 모형을 꺼냈다. 그것은 참으로 아름다운 모형이었다. 아홉개의 행성들과 활활 타오르는 태양 주위에는 제각기 달들이 반짝이면서 돌고 있었다. 그리고 모든 별들이 유리반구 속의 허공에 떠 있었다.

해리는 트릴로니 교수가 화성과 해왕성이 만들어 낸 환상적인 각도를 손가락으로 짚으면서 설명하고 있는 모습을 느긋하게 지켜보고 있었다. 갑자기 짙은 향기가 해리를 엄습했다. 창가에서 불어오는 산들바람이 해리의 얼굴을 스치고 지나갔다. 커튼 뒤의 어딘가에서 벌레가 부드럽게 붕붕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서서히 해리의 눈꺼풀이 감기기 시작했다...

수리 부엉이의 등에 올라탄 해리는 맑고 투명한 하늘을 가로질러, 언덕 위에 우뚝 세워진 담쟁이 넝쿨로 뒤덮인 낡은 저택을 향해 날아가고 있었다. 수리 부엉이가 낡은 저택을 향해 서서히 하강하자. 상쾌한 바람이 해리의 얼굴을 스치면서 지나갔다. 마침내 그들은 깨진 유리창을 통해서 어두운 집의 이층으로 들어갔다. 이제 그들은 복도를 따라 제일 끝방으로 날아가고 있었다. 문으로 들어가자 나무판자를 덧댄 창문이 있는 어두운 방이 나타났다.

해리는 수리 부엉이 등에서 내렸다... 해리가 지켜보는 동안, 수리 부엉이는 날개를 퍼덕거리더니 방 안을 가로 질러서 의자가 놓여 있는 곳으로 날아갔다. 그 의자는 등이 돌려져 있었다. 의자의 양쪽에눈 두 개의 검은 형체가 있었는데 두 개 모두 바닥에서 꿈틀거리고 있었다...

하나는 거대한 뱀이었고... 다른 하나는 사람이었다...

키가 작고 머리가 벗겨지고 축축한 눈동자에 코가 뾰족한 남자... 그 남자는 벽난로 깔개 위에서 흐느끼고 있었다. 해리는 그 남자가 훌쩍거리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너는 운이 좋았다. 웜테일. 너는 참으로 행운아다. 네가 저지른 멍청한 실수에도 불구하고 아무것도 잘못된 일이 없으니까 말이다. 그 자는 죽었다."

부엉이가 내려앉은 의자 깊숙한 곳에서 차갑고 날카로운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주인님! 주인님, 저는... 저는 너무나 기쁩니다.... 그리고 정말 죄송해서..."

웜테일이 입을 딱 벌렸다.

"내기니." 차가운 목소리가 말을 이어 나갔다. "너는 운이 없구나, 결국 웜테일을 너에게 먹이로 주지 못하게 되었으니까... 하지만 너무 걱정하지 말거라, 절대로 걱정하지 말거라... 아직도 해리포터가 남아 있단다..."

그러자 뱀이 좌우로 머리를 흔들면서 쉭쉭거렸다. 해리는 날름거리는 뱀의 혓바닥을 똑똑히 볼 수 있었다.

"자, 웜테일, 앞으로 너의 실수를 결코 용납하지 않겠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일깨워줄 필요가 있을 것 같구나..."

차가운 목소리가 웜테일을 향해 말했다.

"주인님, 제발... 이렇게 빕니다."

의자 깊숙한 곳에서 요술지팡이 끝이 툭 튀어나오더니 웜테일을 향했다. 

"크루시오!"

차가운 목소리가 주문을 외우면서 중얼거렸다. 웜테일은 마치 온몸의 세포 하나하나가 불에 타는 것처럼 비명을 지르고 또 질렀다. 그 처절한 비명 소리가 해리의 귀를 가득 채웠다. 또다시 해리는 이마의 상처가 칼로 찌르는 듯이 날카롭게 쑤셔오기 시작했다. 해리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비명을 질렀다. 볼드모트는 분명히 해리의 비명을 듣게 될 것이다. 해리가 지금 어디에 있는지 알아차릴 것이다...

"해리! 해리!"

해리는 번쩍 눈을 떴다. 해리는 얼굴을 손으로 가린채, 트릴로니 교수의 교실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이마의 상처가 아직 까지도 강렬한 고통으로 인해 화끈거렸기 때문에 해리의 눈에서 주르르 눈물이 흘러내렸다. 그 고통은 꿈이 아니라 현실이었다. 모든 학생들이 해리를 빙 둘러싸고 서 있었다. 론은 잔뜩 겁에 질려 해리 옆에 무릎을 꿇고 앉아 있었다.

"괜찮니?"

론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물론 괜찮을 리가 없지! 포터, 그게 뭐였니? 전조? 환영? 도대체 뭘 보았지?"

트릴로니 교수는 완전히 흥분해서 어쩔줄을 몰랐다. 트릴로니 교수의 커다란 눈동자가 해리를 뚫어지게 응시하고 있었다.

"아무것도 아니었어요."

해리는 천천히 머리를 흔들면서 거짓말을 했다. 간신히 일어나 앉은 해리는 여전히 몸을 덜덜 떨리고 있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계속해서 저 뒤쪽 어두운 구석을 힐끗힐끗 돌아보지 않을 수가 없었다. 볼드모트의 목소리가 너무나 가까운 거리에서 들렸었다.

"너는 이마에 난 네 상처를 움켜쥐고 있었어!. 너는 상처를 움켜쥔 채, 교실바닥을 뒹굴었단 말이다! 자, 어서! 포터, 나는 이런 문제에 대한 경험이 아주 풍부하단다."

트릴로니 교수가 잔뜩 흥분해서 말했다.

"아무래도 병동에 가 봐야 할 것 같아요. 두통이 아주 심하거든요."

해리는 트릴로니 교수를 똑바로 쳐다보았다.

"이런! 너는 틀림없이 내 방에 흐르는 비상한 통찰력의 파동에 의해 자극을 받은 거란 말이다! 지금 내 방을 나간다면 네가 평생에 경험해 보지 못한 것을... 볼 수 있는 기회를 잃어버리게 된단 말이다!"

트릴로니 교수가 안타까운 듯이 소리쳤다.

"저는 두통약 외에는 아무것도 원하지 않아요."

해리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교실에 있던 학생들이 일제히 뒤를 돌아보았다. 학생들은 모두 불안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나중에 보자."

해리는 론에게 나지막이 인사를 한 후에 가방을 집어 들었다. 그리고 아주 커다란 호의를 무시당한 사람처럼 머리 끝까지 화가 나 있는 트릴로니 교수를 무시한 채 뚜껑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하지만 은빛 사다리를 타고 밑으로 내려간 해리는 병동으로 가지 않았다. 병동에 갈 생각은 전혀 없었다. 시리우스는 상처가 다시 아프기 시작하면 어떻게 하라고 알려 준 적이 있었다.

해리는 시리우스의 충고를 따르기로 결정했다. 그것은 곧장 덤블도어의 사무실을 찾아가는 것이었다. 복도를 걸어가면서 해리는 꿈 속에서 보았던 광경들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그것은 프리벳 가에서 해리를 잠에서 깨어나도록 만들었던 꿈처럼 아주 생생하고 선명했다... 해리는 그 광경을 똑똑히 기억하기 위해서 머리 속으로 하나 하나 다시 그려 보았다. 볼드모트가 웜테일에게 실수를 저질렀다고 비난하는 소리를 들었다... 하지만 수리 부엉이는 그 실수가 만회되었다는 좋은 소식을 가지고 볼트모트를 찾아갔다. 누군가가 죽었다는 것이다. 그 덕분에 웜테일은 뱀의 먹이가 되지 않았다. 그리고 해리, 해리가 뱀의 먹이가 될 것이다. 

해리는 아무 생각없이 덤블도어의 사무실로 들어가는 비밀 입구를 지키고 있는 이무기 석상을 그냥 지나쳐 버리고 말았다. 그러나 문득 정신이 들어 눈을 깜박이면서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리고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비로소 알게 되었다. 다시 뒤돌아서 간 해리는 이무기 석상 앞에서 걸음을 멈추었다. 그제서야 해리는 자신이 여전히 암호를 모른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레몬 방울?"

해리는 시험삼아 자신이 알고 있던 암호를 불러보았다. 그러나 이무기 석상은 꼼짝도 하지 않았다.

"좋아."

해리는 이무기 석상을 노려보면서 말했다. 

"진주 방울. 지팡이 사탕. 피징 위즈비. 드루블즈의 풍선껌. 베르티 보츠의 온갖 맛이 나는 강낭콩 젤리... 오, 안 돼. 덤블도어는 그런 걸 좋아하지 않아... 그냥 열려라, 그런 안되겠니?" 해리는 화가 나서 버럭 소리를 질렀다. "나는 정말로 덤블도어 교수님을 만나야 한단 말이야. 아주 긴급한 일이야!"

하지만 이무기 석상은 여전히 그 자리에서 꼼짝도 하지 않았다. 해리는 이무기 석상을 발로 힘껏 걷어찼지만, 발가락만 아플 뿐 아무런 효과가 없었다. 

"개구리 초콜릿!" 잔뜩 약이오른 해리는 아픈 발을 움켜쥐면서 닥치는 대로 지껄였다. "사탕 펜! 바퀴벌레 과자!"

갑자기 이무기 석상이 살아 움직이더니 펄쩍 옆으로 비켜섰다. 해리는 깜짝 놀라면서 눈을 깜박거렸다. 

"바퀴벌레 과자?"

해리는 어안이 벙벙했다. 

"난 그저 농담으로 말한 건데..."

열린 벽 사이로 서둘러 들어간 해리는 나선형의 돌계단에 올라섰다. 해리의 등 뒤에서 벽이 쿵 닫히더니 계단은 천천히 위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놋쇠로 만든 고리가 달린 윤이 나는 박달나무 문 앞까지 해리를 데려다 주었다. 

덤블도어의 사무실 안에서 두런두런 말소리가 들렸다. 저절로 움직이는 계단에서 내려온 해리는 말소리에 귀를 기울이면서 잠시 그 자리에 가만히 서 있었다.   

"덤블도어, 나는 미안하지만 연관성을 찾을 수가 없네! 전혀 연관성이 없단 말이야! 루도 베그만은 버사가 분명히 길을 잃어버렸을 거라고 말하고 있네. 나도 우리 생각대로라면 이미 지금쯤 버사를 찾아냈어야 했다는 건 인정하는 바일세. 하지만 더러운 음모가 진행되고 있다는 증거는 전혀 찾을 수가 없어. 덤블도어, 그런 증거는 전혀 없단 말이야. 버사의 실종과 바티 크라우치의 실종이 도대체 무슨 관계가 있단 말인가?"

그것은 마법부의 장관 코넬리우스 퍼지의 목소리였다.

"그렇다면 바티 크라우치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다고 생각하는 건가, 장관?"

무디가 성난 목소리로 외쳤다.

"앨러스터, 나는 두 가지 가능성을 생각하고 있네. 하나는 크라우치가 마침내 이성을 잃고 - 이 점에 대해서는 자네도 동의할 거라고 믿네만, 그 사람의 개인적인 과거를 생각해 보면 지극히 당연한 일이지 - 미쳐서 어딘가를 방황하고 돌아다닌다는 걸세."

퍼지가 약간 흥분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코넬리우스, 만약 그렇다면 크라우치는 비정상적으로 빠르게 방황을 하고 다니는 모양이군."

"글쎄... 만약 그렇지 않다면... 크라우치가 사라진 곳을 조사하기 전까지 나는 일단 판단을 보류하겠네." 퍼지는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그런데 그 장소가 보바통 마차 근처라고 말했던가? 덤블도어, 자네는 그 여자가 누군지 알고 있나?"

"아주 능력 있는 교장이라고 생각하네. 춤 솜씨 또한 뛰어나지."

덤블도어가 조용히 말했다. 

"덤블도어, 이러지 말게! 자네는 해그리드 때문에 그 여자를 너무 좋게만 보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가? 그들 모두 위험한 존재가 아니라고 판명된 건 하나도 없다네. 그래, 자네는 해그리드가 전혀 위험한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하지. 하지만 괴물에 대한... 해그리드의 병적인 집착을 보면..."

코넬리우스가 버럭 화를 냈다. 

"나는 해그리드만큼이나 맥심 부인을 전혀 의심하지 않고 있네. 난 어쩌면 편견을 갖고 있는 사람은 바로 자네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네, 코넬리우스."

덤블도어가 전혀 흔들리지 않는 목소리로 말했다. 

"이런 식의 논쟁은 그만두는 게 어떤가?"

무디가 소리쳤다. 

"그래, 그래, 좋아. 그렇다면 운동장으로 내려가 보도록 하지."

코넬리우스가 짜증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아니, 그건 안 되겠군. 덤블도어, 포터가 자네와 할 말이 있는 모양이네. 지금 문 밖에 와 있다네."

무디가 마법의 눈을 번뜩이면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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