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7장 (79/194)

 제27장 돌아온 패드풋

 두 번째 시험이 남긴 여파 중에서  가장 좋은 건, 모든 학생들이  호수 밑에서 

벌어졌던 상황에 대해서 상세히 듣고  싶어한다는 것이었다. 그것은 바로  론이 

처음으로 해리와 함께 다른  사람들의 주목을 받게  되었다는 사실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했다.

 해리는 론의 상황 설명이  매번 이야기를 할 때마다  약간씩 달라진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처음에 론은  가장 진실에 가까운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어쨌거나 

그것은 헤르미온느의 이야기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론은, 덤블도어가 맥고나걸 

교수의 사무실에서 모든 인질들에게 마법을 걸어서 잠에 빠뜨렸다고 말했다. 물

론 덤블도어는 인질들에게 절대로 안전할 것이며  잠에서 깨어나면 다시 물 위

로 돌아와 있을 거라는 다짐을 했다.

 하지만 일주일이 지나자, 론은  무시무시한 납치극으로 떠들고 다니기  시작했

다. 우려 50여 명이나 되는  중무장을 한 인어들이 론을 마구  때리면서 밧줄로 

묶으려고 하자, 그는 혼자 몸으로 아무런 무기도 없이 치열한  혈투를 벌였다는 

것이다.

 "하지만 나는 소매 밑에 요술지팡이를 감춰 놓고 있었어." 파드마 패틸을 만나

자, 론은 더욱 신나게 떠들었다. 파드마는 이제 론이 엄청난  주목을 받게 되자, 

론에게 더욱 열렬한 관심을 보이며 복도에서  마주칠 때마다 말을 걸기로 결심

한 것 같았다. "나는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저 멍청한 인어들을 잡아  올 수 

있단 말이야."

 "그래서 뭘 할 건데? 코 고는 소리라도 들려주려는 거야?"

 헤르미온느가 론을 흘겨보면서 톡 쏘아붙였다. 이번 시험으로 인해  믹터 크룸

이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바로 헤르미온느라는 사실이 알려지자, 그녀

는 계속해서 주위 사람들의 놀림을 받게 되었다. 그래서인지 헤르미온느는 요즘 

들어서 별로 기분이 좋지 않았다.

 헤르미온느가 비꼬듯이 말하자, 론은 그만 귀까지 묽게 물들고 말았다. 그리고 

그 이후로는, 마법의 잠에 빠졌다는 이야기로 다시 돌아갔다. 

 3월이 되자, 날씨가 차츰차츰 건조해졌다. 하지만  잔인한 바람은 학생들이 운

동장으로 나갈 때마다 손과 얼굴을 칼로 에는 듯이 거세게  불어닥쳤다. 우편물

이 배달되는 것도 자굼나 지연되었다.  부엉이들이 세찬 바람에 날려서  진로를 

잃어버리기 때문이었다.

 해리가 호그스미드로 가는  날짜를 적어서 시리우스에게  보낸 갈색 부엉이는 

깃털이 전부 거꾸로 곤두선 채, 금요일 아침식사 시간에 도착했다. 부엉이는 해

리에게 편지를 전달하자마자 서둘러 부엉이장으로 날아가 버렸다.  해리가 또다

시 심부름을 시켜서 차가운 바람이 몰아치는  밖으로 나가게 되지나 않을까 두

려워하는 것이 분명했다.

 해리는 재빨리 시리우스의 답장을 뜯어 보았다. 시리우스의 편지는  이전 편지

만큼이나 짧았다.

 토요일 오후 2시에 호그스미드 거리 제일 끝쪽(더비시와 뱅스를  지나서)에 있

는 계단 울타리로 나오거라, 가능한 한 음식을 많이 가져오렴.

 "하지만 시리우스는 호그스미드에 오면 안 되잖아?"

 론이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말했다.

 "꼭 올 것 같은데……. 그렇지 않지?"

 헤르미온느가 걱정하며 말했다.

 "믿을 수가 없어. 만약 잡히기라도 하면……."

 해리가 긴장한 목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지금까지는 무사했잖아. 게다가 호그스미드는 더 이상  디멘터들이 우

글거리는 곳도 아니잖아."

 론이 조금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듯이 태연하게 말했다. 해리는 편지를 접은 

후 잠시 생각에 빠졌다. 솔직히 말해서 해리는 진심으로 시리우스를  다시 만나 

보고 싶었다. 그러므로 그날 오후의 마지막 수업인 마법의 약  시간에는 평소보

다 훨씬 더 가볍고 즐거운 마음으로 지하실 계단을 내려갔다.

 말포이와 크레이브, 고일은 팬시  파킨슨이 이끄는 슬리데린 기숙사의  여학생 

깡패들과 함께 교실로 들어가는 문 밖에서 머리를 맞대고 모여 서 있었다. 그들

은 해리가 볼 수 없는 무언가를 열심히 들여다보면서 큰 소리로 킬킬거렸다. 해

리와 론, 헤르미온느가 가까이 다가갔을 때, 고일의  넓적한 등 너머로 잔뜩 흥

분한 팬시 파킨슨의 돼지 같은 얼굴이 보였다.

 "저기 왔다! 저기 왔어!"

 팬시 파킨슨이 그들을 쳐다보면서 재미있다는 듯이 낄낄거렸다. 한  곳에 모여 

있던 슬리데린 아이들이 사방으로 흩어졌다.  해리는 팬시 파킨슨의 손에  들려 

있는 잡지를 힐끗 쳐다보았다. 그 잡지는  《마녀 주간지》였다. 잡지 앞장에는 

움직이는 사진이 실려 있었는데, 곱슬머리 마녀가 이를 다 드러내 놓고 활짝 웃

으면서 요술지팡이로 커다란 스펀지 케이크를 가리키고 있었다.

 "그레인저, 여기 너에게 굉장히 중요한 기사가 실렸어. 매우 흥미로울 거야."

 팬시가 큰 소리로 말하면서 들고 있던 잡지를 헤르미온느에게  던졌다. 헤르미

온느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그 잡지를 받아들었다. 바로 그때 교실  문이 활짝 

열리면서 스네이프가 학생들에게 어서 안으로 들어오라고 손짓했다.

 헤르미온느와 해리, 론은 평상시처럼 교실  제일 뒤쪽으로 향했다. 스네이프가 

돌아서서 칠판 위에 오늘 만들게 될 마법의 약 성분을 쓰는 틈을  타, 헤르미온

느는 책상 밑에 감춘 잡지를 재빨리 뒤적거렷다. 그리고 마침내  가운데 부분에

서 찾고 있던 기사를 발견했다.

 남몰래 실연당한 해리 포터

 짧은 제목 위에 해리의 컬러 사진이 실려 있었다. 해리와 론은  헤르미온느 가

까이 몸을 기울였다.

 남다른 소년 해리 포터,

 그러나 그도 보통의 청춘남녀가 겪는 고통을 겪고 있다.

 -리타 스키터 기자

 부모의 비극적인 사망 이후로 줄곧  사랑에 굻주려 있던 열  네 살 소년 해리 

포터는, 호그와트에서 만난 여자 친구인 머글 태생의  헤르미온느 그레인저로부

터 참다운 위안을 찾았다고 생각해 왔다. 부모의 죽음이라는 개인적인 상실감으

로 이미 한 차례 폭풍우를 겪은 해리 포터는, 자기 인생에서 머지않아  또 다른 

감정적인 시련을 맞게 될 줄은 전혀 몰랐던 것이다.

 평범하지만 야심 많은 여학생 그레인저 양은 유명한 마법사에 대한 특별한 취

향이 있는 듯, 해리 하나만으로는 그다지  만족하지 못하는 모양이다. 왜냐하면 

호그와트에 불가리아의 수색꾼이며 지난 퀴디치  월드컵의 영웅인 빅터 크룸이 

도착 하자, 그레인저 양은 두  소년 모두의 애정을 가지고 장난을  치기 시작한 

것이다. 교활한 그레인저 양에게 홀딱 빠져 버린  빅터 크룸은, 여름 방학이 되

면 불가리아로 찾아오라고 이미  그녀를 초대해 놓은 상태.  그리고 '다른 어떤 

여학생에게도 이런 감정을 느낀 적이 없다'는 사실을 고백했다.

 하지만 이 불행한 소년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은 그레인저의 타고난 매력때

문이 아닌 것은 분명하다.

 "그 애는 정말 못생겼어요." 아름답고 생기발랄한 4학년 여학생 팬시 파킨슨은 

이렇게 말했다. "하지만 사랑의 묘약은 아주 잘 만들 거예요. 머리는 꽤 좋거든

요. 바로 그게 그 애가 쓴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물론 사랑의 묘약은 호그와트에서 금지된 사항이다. 알버스 덤블도어는 틀림없

이 이 주장에 대해 조사를 해야만 할 것이다. 그와 동시에 해리  포터가 잘되기

를 비는 사람들은, 다음 번에는 좀더 가치 있는 후보자를 선택하기를 바랄 것이

다.

 "그러길래 내가 뭐랬어! 리타 스키터의 성미를  건드리지 말랬잖아! 그 여자는 

너를 일종의…… 홍등가의 여자처럼 그려놨어!"

 정신없이 기사를 읽고 있는  헤르미온느에게 론이 나지막이 속삭였다.  그러자 

헤르미온느는 넋이 나간 듯한 표정에서 깨어나면서 코웃음을 쳤다.

 "홍등가의 여자라구?"

 헤르미온느가 론을 쳐다보면서 그의 말을 되풀이했다. 그리고 터져  나오는 웃

음을 애써 참으면서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우리 엄마가 그렇게 말했단 말이야."

 론이 다른 데로 고개를 돌리면서 중얼거렸다. 론의 얼굴은 귀까지 빨갛게 물들

었다.

 "만약 리타가 할 수 있는 짓이 고작해야 이런 것뿐이라면 정말 실망스러워. 낡

은 쓰레기야."

 헤르미온느는 여전히 킥킥거리면서 《마녀 주간지》를  비어있는 옆자리에 던

져 놓았다. 그리고는 슬리데린  학생들이 모여 있는 곳을  힐끗 넘겨다 보았다. 

그들은 모두 교실 반대편에서 헤르미온느와 해리가  그 기사를 보고 잔뜩 약이 

오르기를 기대하면서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었다. 그러나 헤르미온느느  그들을 

향해 냉소적인 미소를 지으며 손을 흔들어 주었다.

 헤르미온느와 해리, 론은 머리를 좋게하는 마법의 약을 만드는 데 필요한 재료

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참 웃긴다. 리타 스키터가 어떻게 알았지?"

 10분 가량 지난 후에  헤르미온느가 풍뎅이가 담긴 절구  위로 공이를 치켜든 

채, 불쑥 말을 꺼냈다.

 "도대체 뭘 알았다는 거야? 네가 정말로 사랑의 묘약을 만든 건 아니겠지? 안 

그래?"

 론이 재빨리 물었다.

 "한심한 소리 좀 하지 마." 헤르미온느는 다시 풍뎅이를 빻기 시작했다. "내 말

은 그게 아니라…… 빅터가 나한테 여름  방학 때 불가리아로 놀러오라는 말을 

한 걸 리타가 어떻게 알았는냐는 거야."

 그 순간 헤르미온느의 얼굴은 홍당무가 되었다..  그리고 론의 눈길을 애써 피

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뭐라구?"

 론이 쿵 소리를 내면서 공이를 떨어뜨렸다.

 "빅터가 호수에서 나를 끌어낸 직후에 나한테 묻더라. 물론  상어 머리를 벗어

던진 후에 말이야. 폼프리 부인이 담요를 갖다 준 다음에 크룸이 나를 심판석에

서 약간 떡어진 곳으로 데리고 가더니 말했어. 여름 방학 동안에 특별히  할 일

이 없다면…… 한 번 오지 않겠느냐고……."

 헤르미온느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말했다.

 "그래서 뭐라고 대답했는데?"

 다시 공이를 집어든 론이 절구통에서 거의  15센티미터나 떨어진 책상위를 쿵

쿵 내려치면서 물었다. 론은 헤르미온느를 쳐다보는 데 온통 정신이  팔려 있었

던 것이다.

 "그리고 빅터는 어느 누구에게도 이런 감정을 느껴 본 적이 결코 없었다고 말

했어. 하지만 리타 스키터가 어떻게  크룸의 말을 들었을까? 리타는 그  자리에 

없었는데……. 혹시 있었던게 아닐까? 어쩌면 투명 망토를 입고 나타났었는지도 

몰라. 두 번째 시험을 구경하려고 몰래 운동장으로 들어왔는지도……."

 말을 이어가는 헤르미온느의 얼굴이 어찌나 빨갛게 달아올랐는지 해리는 그녀

의 몸에서 후끈후끈한 열기를 느낄 정도였다.

 "그래서 넌 뭐라고 그랬는데?"

 론은 어찌나 세게 공이를 내려쳤는지, 책상 위에 움푹 파인 자국이 생겼다.

 "음, 그때 나는 어와  해리가 무사한지 어떤지  알아보느라 너무 정신이  없어

서……."

 "틀림없이 사교 생활을 즐기느라 정신이  없으시겠지만, 그레인저 양." 얼음처

럼 차가운 스네이프의 목소리가 바로 등 뒤에서 들리는  바람에 세 명 모두 소

스라치게 놀랐다. "내 수업시간에는 그런 문제를 논의하지  말아 달라고 부탁하

지 않을 수 없군. 그리핀도르 10점 감점!"

 해리와 론, 헤르미온느가 떠드는 동안 스네이프가 몰래 그들의  책상으로 다가

왔던 것이다. 교실에 있던 학생들이 일제히  그들을 돌아보았다. 말포이는 기회

를 놓치지 않고 해리를 향해 포터는 야비하다!라는 배지를 비추었다.

 "아하……. 책상 밑에서  잡지책까지 읽고  계셨군?" 스네이프가 《마녀  주간

지》를 확 잡아채면서 말을 덧붙였다. "그리핀도르에게 다시 10점 감점……. 하

지만 물론……." 리타 스키터의 기사를 발견하자, 스네이프의 검은 눈동자가 차

갑게 번뜩였다. "포터는 자신이 나온 기사를 오려 두고 싶겠지……."

 슬리데린의 웃음 소리가 침침한 지하 교실을 가득 채웠다.  스네이프의 가느다

란 입술에 기분 나쁜 미소가 어렸다. 스네이프는 해리르 자극하기  위해 기사를 

큰 소리로 읽기 시작했다.

 "남몰래 실연당한 해리 포터……. 오! 이런, 이런, 포터,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

냐? 남다른 소년 해리 포터, 그러나……."

 해리는 얼굴이 화끈 화끈 달아오르는 것을 느꼈다. 스네이프는  슬리데린 학생

들이 실컷 비웃을 수 있도록 한 문장이 끝날  때마다 잠시 말을 멈추고 기다렸

다. 스네이프가 읽어주는 리타 스키터의 기사는 열 배나 더 치욕적이고 기분 나

브게 들렸다.

 "해리 포터가 잘되기를 비는 사람들은, 다음 번에는 좀더  가치 있는 후보자를 

선택하기를 바랄 것이다……. 이런! 너무나 감동적이로군."

 스네이프가 히죽히죽 웃으면서 잡지를  둘둘 말았다. 슬리데린 학생들의  웃음 

소리는 도무지 그칠 줄을 몰랐다.

 "자, 나는 너희 세 사람을 각자  떼어 놓는 편이 좋겠다고 생각한다. 그래야만 

너희들이 복잡한 연애 생활보다는 마법의  약에 더욱 신경을 쓸  수 있지 않겠

니? 위즐리, 너는 이 자리에  그냥 앉거라 그레인저 양은  저쪽으로 가. 파킨슨 

양 옆자리에……. 그리고 포터, 너는……  내 책상 바로 앞자리다.  어서 움직여

라."

 잔뜩 화가 난 해리는 마법의 약 재료와 가방을  큰 냄비 안에 던져 넣은 후에 

지하 교실의 제일 앞쪽에 놓여 있는 책상으로 냄비를 끌고 갔다. 그  뒤를 따라

온 스네이프는 교탁에 앉아서 해리가 냄비 안에 들어 있는 물건들을 하나씩 꺼

내는 것을 지켜보았다. 

 절대로 스네이프를 쳐다보지 않겠다고 굳게 결심한  해리는 다시 풍뎅이를 열

심히 짓이기기 시작했다. 그 벌레 한 마리 한 마리가 스네이프의 얼굴이라고 상

상하면서…….

 "이런 모든 언론의 관심이 이미 지나치게 커져 있는 네 머리통을 더욱 부풀려 

놓은 것 같구나."

 교실의 학생들이 다시 조용해지자, 스네이프는  냉정하게 말했다. 해리는 아무

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스네이프는 지금 해리를 화나게 만들어, 수업이 끝나기 

전에 그리핀도르에게서 적어도 50점 이상 빼앗을  수 있는 핑계를 찾고 싶어하

는 것이 분명했다.

 "너는 아마도 마법 세계 전체가 너에게 깊은 감명을 받고 있다는 착각 속에서 

살고 있는 모양이구나." 스네이프는 계속 해서 말했다. 스네이프의 목소리가 어

찌나 나지막했던지, 해리 이외에는 아무도 그의 말을 들을 수가 없었다(이미 풍

뎅이는 고운 가루가 되었지만, 해리는 여전히 벌레를 빻고 있었다). "하지만  나

는 제 사진이  신문에 얼마나 자주  실리는지 전혀  상관하지 않는다. 내겐  포

터……, 너는 그저 항상 규칙을 우습게 여기는 못된 꼬마에 불과하단 말이다."

 해리는 풍뎅이를 빻아서 만든 가루를 냄비 안에 털어 넣었다. 그리고  생각 뿌

리를 자르기 시작했다. 마구 치밀어 오르는 분노 때문에 손이 가늘게 떨리고 있

었지만 해리는 여전히 눈을 내리깐  채, 마치 스네이프가 하는 말을  전혀 듣지 

못하는 것처럼 행동했다.

 "포터, 너에게 분명히 경고하겠다. 만약 한  번만 더 내 사무실에 침입한 것이 

들통나는 날이면, 그때는 네가…… 아무리 유명인사라고 하더라도……."

 스네이프는 더욱 나지막하고 위협적인 목소리로 말했다.

 "저는 교수님 사무실 근처에도 가지 않았어요!"

 스네이프의 말이 들리지 않는 척하던 것도 잊어버리고 해리는 버럭 소시를 질

렀다.

 "거짓말하지 마라! 오소리 가죽과 아가미 풀. 두  가지 모두 내 개인 사물함에 

있던 거야. 그리고 나는 누가 그걸 훔쳤는지 알고 있다."

 스네이프가 해리를 노려보면서 속삭였다. 한없이 어두운 스네이프의 검은 눈동

자가 해리의 눈동자를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었다.

 해리는 고개를 들고 스네이프를  똑바로 쳐다보았다. 절대로 눈을  깜박이거나 

죄를 지은 듯한 표정을 보이지 않을 작정이었다. 사실 두 가지 모두  해리가 훔

친 것은 아니었다. 오소리 가죽은  그들이 2학년 때 헤르미온느가 훔친  것이었

다. 폴리주스 마법의 약을 만드는 데 필요했던 것이다. 그때도 스네이프는 해리

를 의심하기는 했지만, 절대로  그것을 증명할 수가 없었다.  물론 아가미 풀은 

도비가 훔친 게 분명했다.

 "저는 교수님이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전혀 모르겠군요."

 해리는 태연하게 거짓말을 했다.

 "네가 한밤중에 숙소에서 나와서 내 사무실에 침입했잫아! 난 알고 있어, 포터! 

아마 매드아이 무디도 네 팬클럽에 가입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절대로 너의 

행동을 용납하지 않겠어! 한 번만 더 밤중에 내  사무실로 기어들어 오면, 너는 

반드시 그 대가를 치르게 될 게다!"

 "알았어요! 만약 거기 들어가고 싶은 마음이 생기게 되면, 그땐 교수님 말씀을 

명심하죠."

 해리가 생각 뿌리로 고개를  돌리면서 냉정하게 대답했다. 스네이프의  눈에서 

불꽃이 튀었다. 스네이프는 검은 옷자락 속에 손을 집어넣었다. 잠시 동안 해리

는 스네이프가 요술지팡이를 꺼내서 자신에게 저주를 내리려고 하는 것이 아닐

까 생각했다. 하지만 스네이프는 아주 투명한 약인 담긴 작은 크리스탈 병을 꺼

냈다. 해리는 그 병을 바라보았다.

 "포터, 이게 뭔지 아니?"

 스네이프의 차가운 눈빛이 위협적으로 번뜩였다.

 "아뇨."

 이번에는 정말로 솔직한 대답이었다.

 "이건 베리타세룸이다. 진실의 마법약이지. 어찌나  강력한지 단 세 방울만 먹

으면, 너는 학생들이 모두 듣는 앞에서 너의 가장 은밀한 비밀까지 다  털어 놓

게 될 게다." 스네이프는 악의 에 가득  찬 목소리로 말했다. "물론 이 약의 사

용은 마법부의 엄격한 지침에 따란 통제되고 있지, 하지만 만약 네가 저녁 식사 

때 먹는 호박 주스에 이 약을 흘리지도 모르겠구나." 스네이프는 크리스탈 병을 

살짝 흔들었다. "그렇게 되면, 포터……. 만약 그렇게 되면 네가 내 사무실에 들

어왔는지 아닌지 금방 알 수 있게 되겠지."

 해리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다시 생각 뿌리로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다시 칼

을 집어들고 잘게 썰기 시작했다. 진실의 마법약이라는 말조차 듣고  싶지 않았

다. 스네이프가 그 약을 자기에게 먹이는 것은 더구나 참을 수 없었다. 만약 그 

약을 먹었을 때, 자기의 입에서 쏟아져 나올 말들을 생각하면……. 해리는 부르

르 온몸이 떨리는 것을 간신히  참았다. 여러 사람들이…… 우선  헤르미온느와 

도비부터 …… 곤경에 빠지는 것은 물론이고, 그 이외에도 숨기고  있는 사람들

이 얼마나 많은가……. 시리우스와  계속 접촉하고 있다는  사실과(이런 생각이 

들자 갑자기 뱃속이 뒤틀렸다) 초 챙에 대한 자신의 감정…….

 해리는 잘게 썬 생강 뿌리도 냄비 안에 던져 넣었다. 그리고  자신도 이제부터 

무디를 본받아서 휴대용 물병에 담긴 것만 마셔야 하는 게 아닌가 고민했다. 바

로 그때 누군가 지하 교실의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들어오세요."

 스네이프가 평소와 같이 대답했다.

 문이 열리자, 학생들이 일제히 시선을  돌렸다. 카르카로프교수가 교실 안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모든 시선이 일제히 집중되는 가운데  카르카로프가 스네이프

의 책상으로 곧장 걸어갔다. 그는 몹시 불안한 듯이 염소 수염을 손가락으로 비

비 꼬고 있었다.

 "잠깐 얘기 좀 하지."

 카르카로프가 스네이프를 쳐다보면서 불쑥 말을 꺼냈다. 그는 마치  자신이 하

는 말을 아무도 듣지 못하게 하려는 듯이 입술을 거의 벌리지 않고 중얼거렸다. 

마치 형편없는 복화술사가 말하는 것 같았다. 해리는 계속 생각  뿌리를 내려다

보면서 그들의 말에 열심히 귀를 기울였다.

 "카르카로프. 수업이 끝난 후에 대화를 나누는 게 좋겠네."

 스네이프가 머리를 가로저으며 대답했다. 하지만 카르카로프는  스네이프의 말

을 가로막았다.

 "나는 지금 이야기를 하고 싶네. 자네가 날 피할 수 없을 때 말이야. 세베루스, 

자네는 줄곧 나를 피하고 있지 않은가?"

 "수업이 끝난 후에 보자구."

 스네이프가 딱 잘라 말했다.  아르마딜로의 담즙을 충분히 넣었는지  확인하기 

위해 계량컴을 드는 척하면서, 해리는 두  사람의 모습을 곁눈질로 훔쳐보았다. 

카르카로프는 굉장히 안절부절못하고 있었고 스네이프는  단단히 화가 난 표정

이었다.

 카르카로프는 수업이 끝날 때까지 스네이프의 책상 뒤에서 서성거렸다. 수업이 

끝난 후에 스네이프가 살짝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단단히  지키려는 의도인 것 

같았다.

 해리는 카르키로프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궁금해서 견딜 수가  없었다. 그래서 

수업 끝나는 종이 울리기 불과 2분 전에  아르마딜로의 담즙이 들어 있는 병을 

일부러 넘어뜨렸다. 그걸 핑계로 다른 학생들이 우르르 교실에서 빠져나가는 동

안, 마루를 닦는 척하며 냄비 뒤에 쭈그리고 앉아서 두 사람의 이야기를 엿들을 

속셈이었다.

 "뭐가 그렇게 급하다는 거지?"

 스네이프가 나지막이 속삭이는 목소리가 들렸다.

 "이것 때문이라네." 카르카로프가 말했다. 냄비  너머로 살그머니 고개를 내민 

해리는 카르카로프가 왼쪽 옷소매를 걷어 올려서 스네이프에게 팔 안쪽을 보여

주는 것을 보았다. "어떤가? 자네도 봤는가? 지금까지 이렇게 선명했던 적은 없

었어. 그때 이후로 한 번도……."

 카르카로프는 여전히 입술을 움직이지 않으려고 무진장 애를쓰고 있었다.

 "당장 치워!"

 스네이프가 버럭 소리를 지르면서 날카로운 검은  눈으로 황급히 교실을 둘러

보았다.

 "하지만 자네는 이미 눈치챘을 텐데……."

 카르카로프가 짜증스러운 목소리로 이야기를 꺼냈다.

 "그런 문제라면 나중에 이야기할 수 있지 않은가, 카르카로프!" 스네이프가 딱 

잘라 말했다. "포터! 너는 뭘 하고 있는 거냐?"

 "아르마딜로의 담즙을 닦고 있어요. 교수님."

 해리는 태연하게 몸을 일으키면서 손에 들고 있던 더러운  걸레를 보여주었다. 

카르카로프는 휙 돌아서더니 성큼성큼 교실 밖으로 나가 버렸다. 그는  화가 나

면서도 무척 걱정스러운 표정이었다.

 어두운 지하 교실에서, 더구나 잔뜩 성이 난 스네이프와 단 둘이 남아 있고 싶

은 마음은 손톱만큼도 없었기 때문에, 해리도 서둘러 가방 안에 책과 마법의 약 

재료들을 주워 담고 최대한 빨리 교실을 벗어났다. 한시바삐 론과 헤르미온느에

게 방금들은 이야기를 들려줄 생각이었다.

 다음날 정오에 성을 떠난 해리와 론, 헤르미온느는 은빛 햇살이 힘없이 내리비

치는 운동장을 가로질러 걸어갔다. 날씨는 눈에 띄일 정도로 따뜻해져서 호그스

미드에 도착할 무렵이 되자 그들은 망토를 벗어서 어깨에 걸쳐야만  했다. 시리

우스가 가져오라고 부탁했던 음식은 해리의  가방안에 잔뜩 들어 있었다.  점심 

식사를 하는 동안 닭다리 열두  쪽과 커다란 빵 한덩어리  그리고 호박 주스가 

담긴 음료수 병 하나를 슬쩍해서 가져 온 것이다.

 해리와 론, 헤르미온느는 우선 도비에게 줄 선물을 사기 위해 글래드래그스 마

법사 옷가게에 들어갔다. 그리고 찾을 수 있는  한, 가장 요란하고 화려한 양말

을 고르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그 중에는 반짝이는 금별과  은별무늬가 박

힌 양말과 발냄새가 너무 심하며 큰 소리로 비명을 지르는 양말도 있었다. 잠시 

후에 그들은 더비시와 뱅스 가게를 지나서 마을 변두리를 향해 하이 거리를 올

라갔다.

  해리는 지금까지 이쪽으로는 한 번도 와 본적이 없었다. 꼬불꼬불한 오솔길을 

따라서 한참을 걸어가니까 호그스미드를  빙 둘러싸고 있는  거친 황야 지대가 

나타났다. 이곳에는 아주 넓은 정원이 딸린 집들이 드문드문 있었다. 그들은 호

그스미드 위로 그림자를 길게 드리우고 있는 산을 향해 계속 걸어갔다.

 마침내 모퉁이를 돌아서자, 오솔길이 끝나는 지점에 계단 울타리가  있는 것이 

보였다. 그 계단의 제일 꼭대기에는 모집이 아주 크고 털이 북실북실한 검은 개

가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입에 신문을 물고 있는 그 개의 모습은  어쩐지 낯

이 익었다…….

 "시리우스, 안녕!"

 검은 개 앞에 도착한 해리는 먼저 인사를 했다. 해리의 가방에  코를 들이대고 

킁킁 열심히 냄새를 맡던 검은  개가 꼬리를 살랑거렸다. 그리고  뒤돌아서더니 

앞장서서 걸어가기 시작했다. 바위가 많은 산 밑까지는 야트막한 관목이 자라는 

벌판이 이어지고 있었다. 해리와 론, 헤르미온느는  계단 울타리를 넘어서 검은 

개의 뒤를 따라갔다. 

 시리우스는 바로 산 밑까지 그들을 인도했다. 그곳은 온통 둥근 바위와 자갈들

이 깔려 있었다. 네 발로 걸어가는 시리우스는 아주 손쉽게 지나갈 수 있었지만 

해리와 론, 헤르미온느는 이내 숨을 헐떡이기 시작했다.

 그들은 시리우스를 따라서 좀더 높은 산 중턱까지 올라갔다.  시리우스의 살랑

거리는 꼬리를 쫓아서 그렇게 거의 30분 가량 따가운 햇빛을  받으며, 가파르고 

구불구불하고 자갈이 깔린 언덕길을 올라가자, 온몸이  땀에 흠뻑 젖었다. 해리

는 어깨에 둘러메고 있는 무거운 가방 끈이 실을 파고드는 것만 같았다.

 갑자기 시리우스가 그들의 눈앞에서 사라져 버렸다. 시리우스가 없어진 곳으로 

다가가자, 바위 사이로 약간 벌어진 틈이 보였다.  간신히 그 틈으로 들어간 해

리와 론, 헤르미온느는 서늘하고 어둠침침한 동굴을 발견하고는 동굴 깊숙이 걸

어 들어갔다. 동굴 끝에는 커다란 히포그리프 한  마리가, 단단한 바위에 매 놓

으 밧줄에 묶여 있었다.

 몸의 절반은 말의 모양을 하고 있으며 다른  절반은 거대한 독수리 모양을 하

고 있는 벅빅은 그들을 보자 날카로운 오렌지색 눈을 번뜩였다. 세 사람은 일제

히 허리를 숙이면서 벅빅에게 인사를 했다. 한참 동안이나 거만하게  그들을 쳐

다본던 벅빅은 비늘이 덮여 있는  무릎을 굽혔다. 헤르미온느는 재빨리  앞으로 

달려가 깃털로 덮여 있는 벅빅의  목덜미를 부드럽게 쓰다듬어 주었다.  하지만 

해리는 여전히 검은 개를 정신없이 바라보고 있었다. 곧이어 검은  개가 해리의 

대부로 모습을 바꾸었다.

 시리우스는 너덜너덜하고 더러운 누더기를 걸치고 있었다.  아즈카반에서 도망

쳤을 때 입고 있던 바로 그 옷이었다. 지난 번에 벽난로 속에서  나타났을 때보

다 더욱 길게 자란 검은 머리카락은 엉망으로 뒤엉킨 채 산발이 되어 있었으며, 

얼굴도 야위어서 아주 홀쭉했다.

 "닭고기로구나!"

 시리우스는 입에 물고 있던 오래된 《예언자  일보》를 동굴 바닥으로 내던지

면서 잔뜩 쉰 목소리로 외쳤다.

 해리는 서둘러 가방을 열고 닭다리와 빵이  들어 있는 보따리를 시리우스에게 

건네주었다.

 "고마워." 보따리를 풀어헤친 시리우스는 닭다리 하나를 움켜쥐고 동굴 바닥에 

털썩 주저앉더니, 이빨로 커다란 살점을 덥석 물어뜯었다. "그동안 주로 생쥐를 

잡아먹고 살았어. 호그스미드에서는 음식을 많이 훔칠  수가 없거든. 다른 사람

들의 주의를 끌면 안 되니까 말이야."

 시리우스는 해리를 보고 씩 웃었다. 하지만 해리는 마지못해 미소를 지을 뿐이

었다. 

 "여기에서 뭘 하고 계셨어요, 시리우스?"

 해리가 물었다.

 "대부로서 내 의무를 다하고  있었지." 시리우스가 굶주린  개처럼 닭뼈다귀를 

뜯어먹으면서 말했다. "내 걱정은  하지 마라. 길을  잃어버린 아주 사랑스러운 

개인 척하고 있으니까 말이야."

 시리우스는 여전히 싱글벙글 웃고  있었다. 하지만 해리의 걱정스러운  표정을 

보자, 좀더 정색을 하면서 말했다. "나는 너와 조금이라도 더 가까운 곳에 있고 

싶단다. 지난번에 보낸 너의 편지는 ……. 그래, 솔직히 말하자면  일이 점점 더 

수상하게 돌아가고 있어. 나는 매번 누군가가 보고 버린 신문을  주워오곤 하는

데 신문에 실린 기사를 보면 앞날을 걱정하는 사람이 나 뿐만은 아니더구나."

 시리우스가 동굴 바닥에 떨어져 있는 누렇게  변색된 《예언자 일보》를 턱으

로 가리켰다. 론은 그 신물을 집어 들어서  펼쳐 보았다. 하지만 해리는 여전히 

시리우스에게 시선을 떼지 않았다. 

 "만약 붙잡히기라도 하면요? 누군가의 눈에 띄기라도 하면요?"

 "이 근처에서 내가 아는 애니마구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너희 세 사람과 덤

블도어뿐이야."

 시리우스는 어깨를 으쓱하고는 계속해서 닭다리를 뜯어먹었다. 론은 해리를 쿡

쿡 찌르더니 신문을 건네주었다. 신문은 두장뿐이었다. 한 장에는 '바르테미우스 

크라우치 의문의 병을 앓다'라는 제목이  실려 있었고, 다른 한  장에는 '마법부 

소속 마녀 아직도 실종 중-현 마법부 장관도 개인적인 관련이 있어'라는 제목이 

실려있었다.

 해리는 크라우치에 관한 기사를 살펴보았다. 몇 구절은 뛰어 넘어지만 대략 이

런 내용이었다.

 11월 이후로 대중 앞에서 모습을 감추었던…… 집에는 아무도 없는 것으로 보

인다……. 마법 질병과 상해를 다루는 성 뭉고 병원은 여기에 대해 언급을 회피

했다…… 마법부에서는 치명적인  질병을 앓고  있다는 소문을  확인하기를 거

부…….

 "이 기사를 보면, 마치 크라우치가 죽어가고 있는 것 같군요. 하지만 여기까지 

올 수 있다면 크라우치는 절대로 그정도는 아니에요."

 해리가 천천히 말했다.

 "저희 형은 크라우치의 개인 보좌관이에요. 그런데 형은 크라우치가 과로 때문

에 아픈 거래요."

 론이 시리우스에게 알려 주었다.

 "내가 지난번에 가까운 거리에서  봤을 때에도 크라우치는  정말 아픈 것처럼 

보였어요. 내 이름이 불의 잔에서 나왔던 바로 그날 밤에도……."

 해리가 신문 기사를 읽으면서 말했다.

 "윙키를 해고하더니 천벌을 받은 거야. 그렇지 않니? 장담하건대 그 사람은 지

금쯤 자신이 한 행동을 후회하고 있을 거야. 윙키가 곁에서 돌봐 주는  것이 얼

마나 소중한 일인지 깨달았겠지."

 헤르미온느가 적의에 가득 찬 목소리로 말했다. 헤르미온느는 시리우스가 던진 

닭뼈다귀를 우두둑 씹어먹고 있는 벅빅을 쓰다듬고 있었다.

 "헤르미온느는 꼬마 집요정들 문제에 대해 너무 집착하고 있다니까요."

 론이 못마땅한 시선을 헤르미온느에게 던지면서  시리우스에게 속삭였다 하지

만 시리우스는 헤르미온느의 말에 관심을 보였다.

 "크라우치가 꼬마 집요정을 해고했다구?"

 "그래요, 퀴디치 월드컵 때요."

 해리는 어둠이 표식이 나타났던  것과 해리의 요술 지팡이를  손에 들고 있던 

윙키를 발견한 것, 그리고 크라우치가 얼마나 분노했던가에 대해서 상세히 알려 

주었다. 해리가 이야기를  끝내자, 시리우스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동굴 

안을 서성거리기 시작했다.

 "먼저 이 일을 순서대로 정리해 보도록 하자. 너희들은  제일 처음 일등석에서 

그 고마 지뵤정을 보았어. 그 꼬마 집요정은 크라우치의 자리를 지키고 있었지. 

그렇지?"

 잠시 후에 시리우스가 새로운 닭다리를 집어 들면서 말했다.

 "맞아요."

 해리와 론과 헤르미온느는 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하지만 크라우치는 시합에 나타나지 않았지?"

 "그래요, 저는 크라우치가 너무 바쁜 모양이라고 생각했죠."

 해리가 고개를 끄덕이면서 대답했다. 시리우스는 아무런 말도 없이  동굴 안을 

빙빙 돌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해리, 일등석에서 떠나기 전에  네 호주머니 속에 요술지팡이가  들어 있는지 

살펴봤니?"

 "음……." 해리는 열심히 기억을  더듬었다. "아니요. 숲속으로  들어갈 때까지 

요술지팡이를 써야 할 일이 없었어요. 그리고 제가 호주머니에 손을 넣었을 때, 

안에는 만능 망원경밖에 들어 있지 않았어요." 해리는  시리우스를 똑바로 쳐다

보았다.

 "어둠의 표식을 불러낸 사람이 일등석에서  제 요술지팡이를 훔쳤다는 말씀인

가요?"

 "충분히 그럴 가능성이 있다."

 시리우스가 해리를 응시하면서 대답했다.

 "그렇지만 윙키는 요술지팡이를 훔치지 않았어요!"

 헤르미온느가 반박하면서 소리쳤다.

 "그 자리에 있었던 사람은 비단 꼬마 집요정만이 아니야. 해리 네  뒤에 또 누

가 앉아 있었지?"

 시리우스는 눈썹을 찡그린 채, 계속해서 서성거렸다.

 "여러 사람들이 있었어요. 불가리아 장관들과 코넬리우스 퍼지……. 그리고 말

포이 가족……."

 해리가 기억을 떠올리면서 대답했다.

 "말포이 가족! 루시우스 말포이가 틀림없어요!"

 갑자기 론이 소리쳤다. 어찌나 크게 소리를 질렀던지 론의 목소리가 동굴 전체

에 울려 퍼졌다. 벅빅은 신경질적으로 머리를 발딱 치켜들었다.

 "또 다른 사람은?"

 "없어요."

 해리가 대답했다.

 "아니야. 또 있었어. 루도 베그만 씨가 있었잖아."

 헤르미온느가 해리의 기억을 일깨워 주었다.

 "오, 그래……."

 "나는 베그만이 윔본 와스프 팀의 몰이꾼이었다느 사실 이외에는 아무것도 몰

라. 그 사람은 어떻지?"

 시리우스가 여전히 동굴 안을 걸어다니면서 물었다.

 "괜찮은 사람이에요. 트리위저드 시합 중에 계속해서 저를  도와주겠다고 했었

어요."

 "그랬단 말이니? 그 사람이 왜 그랬을까?"

 시리우스가 잔뜩 눈살을 찌푸렸다.

 "그저 제가 좋아서 그런다고 했어요."

 해리가 대답했다.

 "음."

 시리우스는 무언가 깊이 생각하는 표정이었다.

 "우리는 어둠의 표식이 나타나기 직전에 숲속에서 그  사람을 봤어요." 헤르미

온느가 시리우스에게 말하고는, 해리와 론을 돌아보았다. "기억나지 않니?"

 "그래, 하지만 베그만은 숲속에 계속 머물러  있지는 않았어. 안 그래? 우리가 

소동이 일어났다는 말을 하자마자 당장 캠프장으로 달려갔잖아."

 론이 말했다.

 "그걸 네가 어떻게 알아?  그 사람이 어디로 순간이동을  했는지 네가 어떻게 

알 수 있냐구?"

 헤르미온느가 날카롭게 되물었다.

 "헛소리 좀 그만 해. 그렇다면 너는 루도 베그만이  어둠의 표식을 불러냈다고 

생각하는 거야?"

 론이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말했다.

 "윙키보다는 오히려 그 사람이 더욱 의심스럽지."

 헤르미온느는 한 치도 물러서지 않았다.

 "제가 말했죠? 헤르미온느는…… 꼬마 집요정이라면 그저……."

 론이 시리우스를 향해 의미심장한 눈길을 던졌다. 하지만 시리우스는  손을 들

어서 론의 입을 막았다.

 "어둠의 표식이 나타나고 꼬마 집요정이 해리의 요술지팡이를 든 채 발견되었

을 때, 크라우치는 어떻게 행동했지?"

 "덤불 속을 자세히 조사했어요. 하지마 다른 사람은 아무도 없었죠."

 해리가 말했다.

 "물론 그랬겠지. 그 사람은 자신의 꼬마 집요정 이외에는  아무도 없었다는 사

실을 반드시 확인하고 싶었겠지……. 그런  다음에 꼬마 집요정을 해고해  버렸

니?"

 시리우스가 여전히 서성거리면서 중얼거렸다.

 "네. 그 꼬마 집요정을 해고해 버렸어요. 단지  텐트에 남아 있지 않고…… 돌

아다녔다고 해서……."

 헤르미온느가 몹시 흥분해서 말했다.

 "헤르미온느. 제발 꼬마 집요정 생각 좀 그만 할 수 없니?"

 론이 짜증스렁누 듯이 소리를 질렀다.

 "론, 헤르미온느는 너보다 크라우치를 더욱 잘 파악하고 있어." 시리우스는 고

개를 가로저었다. "만약 어떤 사람에 대해서 알고 싶다면, 그 사람이 자신과 동

등한 사람이 아닌 자신보다 약한 사람을  어떻게 대하는지를 잘 살펴보면 된단

다."

 시리우스는 뭔가를 곰곰이 생각하면서 수염이 텁수룩하게 자란 얼굴을 손바닥

으로 문질렀다.

 "그 동안 줄곧 바티 크라우치는 없었어……. 그 사람은  일부러 꼬마 집요정에

게 퀴디치 월드컵의 관람석을  지키고 있으라는 명령까지  내려 놓고는 경기를 

구경하러 나타나지도 않았단 말이야. 또 트리위저드 시합을  부활시키기 위해서 

애를 쓰더니 갑자기 이 시합에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어…….  그것은 전혀 

크라우치답지 않은 행동이야. 만약에 단지 몸이 아프다고 해서 그 사람이 한 번

이라도 일을 쉰 적이 있었다면 나는 벅빅을 잡아먹겠어."

 "혹시 크라우치를 잘 아시나요?"

 해리가 물었다. 갑자기 시리우스의 얼굴이  어둡게 변했다. 시리우스는 비명을 

지르는 오두막에서 처음 만났던 그날 밤처럼 아주 무시무시하고 사납게 모였다. 

그때 해리는 시리우스가 살인자라고 믿고 있었다.

 "아주 잘 알고 있지. 나를 아즈카반으로 보내라고 명령을 내린 사람이 바로 크

라우치야. 단 한 번의 재판도 없이 말이지."

 시리우스가 나지막이 말했다.

 "뭐라구요?"

 론과 헤르미온느가 동시에 소리쳤다.

 "농담이겠죠!"

 해리는 믿을 수 없었다.

 "아니, 정말이란다." 시리우스는 다시 닭다리를 덥석 깨물었다. "크라우치는 예

전에 마법사 법률 강제 집행부 부장이었단다. 너희들은 몰랐니?"

 해리와 론, 헤르미온느는 일제히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 사람은 차기 마법부 장관으로 첫 번째 물망에 올랐었지." 시리우스가 말했

다. "바티 크라우치. 그 사람은 위대한 마법사였어. 아주  강력한 마법의힘을 갖

고 있었고 권력에 굶주려 있었지. 오, 물론 볼드모트의 협력자는 결코 아니었단

다." 해리의 얼굴에 떠오른 표정을 알아차린 시리우스가  재빨리 이렇게 덧붙였

다. "아니야, 바티 크라우치는  항상 어둠의 마법에  대해서 공공연히 반대하고 

다녔지. 하지만 그때는 어둠의 마법을 반대하는 사람들이 많았으니까……. 너희

들은 잘 이해하지 못할게다……. 너희들은 너무 어리니까……."

 "저희 아빠도 퀴디치 월드컵 때 그런 말씀을 하셨어요. 저희를 한번 믿어 보세

요. 손해 볼 일은 없잖아요?"

 론은 약간 자존심이 상해서 말했다. 시리우스의 야윈 얼굴에 살짝 미소가 떠올

랐다.

 "좋다. 너희들을 믿어 보지……." 시리우스는 다시 동굴 안을 서성거리기 시작

했다. "지금 볼드모트의 힘이 아주 강력하다고  한번 상상해 보거라. 누가 볼드

모트의 협력자인지, 누가 그 사람을 위해 일하고 있고 누가 그 사람의  편이 아

닌지는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볼드모트가 다른 사람들을 조종해서 본인 스스로

도 어쩔 수 없이 끔찍한 짓을  저지르도록 할 수 있다는 사실은 잘  알고 있다. 

그렇게 되면 사람들은 자신과 가족과 친구까지도 모두 두려워하게 될  게다. 매

주 더 많은 죽음과 더 많은 실종과 더 많은 고문에 대한  소식이 전해지고……. 

혼란에 빠진 마법부는 어찌할 바를 모르고  그저 머글들에게 이 모든 사실들을 

숨기는 데에만 급급하고 말이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머글들도 죽어간다. 온 사

방에 공포가 가득 차게 되고…… 두려움과…… 혼돈이…… 바로 옛날이 그랬단

다."

 과거를 회상하고 있는 시리우스의 얼굴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그래, 그런 시절이 어떤 사람들에게는 가장 좋은 기회였고  또한 어떤 사람들

에게는 최악의 시간이었지. 처음에 크라우치의 방침은…… 제법  괜찮았던 모양

이야……. 나는 별로 알고 싶지도 않지만……. 그 사람은 마법부 내에서 승승장

구했어. 그리고 볼드모트의 협력자들에겐 아주 가혹한 처분을  내리라고 명령하

기 시작했지. 오러들에게는 새로운 권한이 주어졌지. 예를 들자면 생포하기보다

는 죽일 수 있는 권한 같은 것 말이야. 재판도 없이 디멘트들의 손으로 곧장 넘

겨진 사람은 비단 나 한사람만이 아니었어. 크라우치는 폭력과 싸우기  위해 폭

력을 사용했지. 그리고 용의자에게 용서할 수 없는 저주를 내리는  것을 합법화

했단다. 크라우치는 점점 어둠의 마법사만큼이나 잔인하고 무자비한  사람이 되

어 갔어. 물론 그를 지지하는 사람들도 있었단다. 많은 사람들이 그가 올바르게 

일을 처리하고 있다고 생각했어. 그리고  그가 마법부 장관이 되어야만  한다고 

소리 높여 주장하는 마법사도 많았지. 마침내  볼드모트가 사라졌을 때, 크라우

치가 마법부 장관 자리에 오르는  건 시간 문제인 것처럼 보였어.  하지만 아주 

불행한 일이 벌어졌지……."

 시리우스가 씁쓸하게 미소를 지었다.

 "크라우치의 단 하나뿐인 아들이 죽음을 먹는 자 무리와  함께 붙잡혔던 거야. 

그들은 아즈카반에서 탈출하는 방법에 대해서 의논하고 있었지.  틀림없이 볼드

모트를 찾아서 다시 힘을 되찾게 하려고 했었어."

 "크라우치의 아들이 붙잡혔단 말인가요?"

 헤르미온느가 입을 딱 벌렸다.

 "그래. 늙은 바티로서는  불쾌하고 충격적인 사건이었지.  사실 가족들과 함께 

집에서 보내는 시간도 좀 있어야 했는데 말이야. 가끔씩이라도 좀  일찍 퇴근해

서 자기 아들에게 환심을 가져주고 했어야 되는거 아니야?"

 벅빅에게 닭뼈다귀를 휙  던진 시리우스는 이제  털썩 주저앉아서 빵덩어리를 

집어들더니 절반을 뚝 떼어 마치 늑대처럼 덥석덥석 뜯어먹기 시작했다.

 "크라우치의 아들이 죽음을 먹는 자였나요?"

 해리가 물었다. 

 "그건 잘 모르겠어. 그 아이가 아즈카반으로  끌려왔을 때, 나도 그 감옥에 있

었어. 지금까지 내가 한 이야기의 거의 대부분은 감옥에서 나온 이후에 알게 된 

사실이야. 내가 목숨을 걸고 장담하지만, 그 아이와 함께 붙잡힌 사람들은 분명

히 죽음을 먹는 자들이었어. 하지만 어쩌면 그 아이는 우연히 때를 잘못 만나서 

잘못된 장소에 있었던 건지도 모르지. 윙키라는 그 꼬마 집요정처럼 말이야."

 시리우스가 빵을 입 속으로 쑤셔 넣으면서 대답했다.

 "크라우치는 자기 아들을 구해 내려고 했었나요?"

 헤르미온느가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시리우스는 마치 개가 짖는 것 같은 이상

한 소리를 내면서 웃었다.

 "크라우치가 자기 아들을 구해? 헤르미온느, 그래도 너만은 그 사람에 대해 제

대로 파악하고 있는 줄 알았는데……. 크라우치는 자신의 명망에 해를  입힐 만

한 것이라면 무엇이든지 가차없이 없애 버리는 사람이야. 그 사람은  마법부 장

관이 되기 위해 평생을 바쳤어. 너는 그 사람이 단지 어둠의 표식과  자신을 연

관시켰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헌신적인 꼬마 집요정을  해고나는 걸 봤잖니? 그

걸 보고도 크라우치가 어떤 사람인지 모르겠니?  크라우치가 갖고 있는 부성애

라는 건 고작해야 아들에게 한 번의 재판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뿐이

었어. 결과적으로 그 재판은 크라우치에게 자신이 얼마나 아들을 증오하고 있는

지를 보여주는 기회만 제공한 셈이 되었지만 말이야……. 그 사람은  재판이 끝

나자마자 곧장 아들을 아즈카반으로 보냈어."

 "자기 아들을 디멘터에게 조냈단 말인가요?"

 해리가 한숨을 내쉬면서 물었다.

 "바로 그랬단다." 시리우스는 이제 전혀 즐거운 표정이 아니었다. "나는 디멘터

들이 그 아이를 데리고 오는 것을 봤어. 내가 감금되어 있던 감방의  창살 너머

로 그들을 지켜봤지. 그 아이는 겨우 열아홉 살도  채 되지 않은 것 같았어. 그 

아이는 내가 있던 감방 근처에  수감되었는데, 밤마다 엄마를 찾으면서  비명을 

질렀지. 그리고 며칠 후에는 조용해졌어……. 그래, 결국에는 모두들 조용해지기 

마련이지……. 꿈 속에서 비명을 지르는 것만 제외하면……."

 잠시동안 시리우스의 눈빛이 죽은 사람처럼 멍하니  초점을 일헝T다. 마치 눈

동자의 망막이 닫혀진 것 같았다.

 "그래서 그 아이는 아직까지도 아즈카반에 있나요?"

 해리가 물었다.

 "아니야. 아니, 이제는 거기 없어. 감옥으로 끌려온 지 1년 만에 죽었거든."

 시리우스가 힘없이 말했다.

 "죽었어요?"

 "그 아이뿐만이 아니야." 시리우스가 신랄하게 말했다. "그곳으로 끌려갔던  대

부분의 사람들은 이내 미쳐버리거나혹은 더 이상 아무것도 먹지 못하게 되었지. 

더 이상 살고 싶은 의지를 잃어버린 거야. 죽음이 다가올 때마다 항상  알 수가 

있었어. 왜냐하면 미리  죽음을 감지한  디멘터들이 마구 흥분하면서  날뛰었거

든……. 그 아이는 감옥에 도착했을 때부터 몸이  상당히 아픈 것 같았어. 크라

우치는 마법부의 고위 인사였기 때문에 아들의  임종을 지켜볼 수 있도록 아즈

카반을 방문해도 좋다는 허락을 받았지. 그게 내가 바티 크라우치를 마지막으로 

본 것이었어. 크라우치가 아내를 거의 안고 가다시피 하면서 내 감방 앞을 지나

갔거든. 아들처럼 그렇게 기운을 잃어버린 거지.  크라우치는 아들의 시신을 찾

으러 오지도 않았어. 디멘터들은 크라우치의 아들을  그냥 숲속에 묻었어. 나는 

직접 그 광경을 지켜보았지."

 먹다 남은 빵을 옆으로 휙 던진 시리우스는  호박 주스 병을 집어들더니 단숨

에 마셔 버렸다.

 "그렇게 해서 늙은 크라우치는 모든 걸 잃었어 마침내 모든 걸 이루었다고 생

각한 바로 그 순간에  말이야." 시리우스는 손등으로  입을 닦았다. "한 때에는 

차기 마법부 장관으로 지목되었던 영웅이……. 이제는 아들을 잃고 부인도 잃고 

가문의 명예마저도 더럽히게 된 거지.  감옥에서 탈출한 후에 나는  크라우치의 

인기가 뚝 떨어졌다는 이야기를 들었어. 일단 아들이 죽자, 사람들은 그 아들에 

대해서 동정심을 갖게 된 거야. 그리고 왜 그렇게 훌륭한 가문의 촉망받는 젊으

니이가 그토록 나쁜 길로 빠져들게 되었는지 의문을 품기 시작했어.  그리고 아

버지가 너무 아들을 돌보지 않았다는 결론을 내렸지. 결국 코넬리우스  퍼지 씨

가 마법부 장관이라는 최고의 자리에 오르고 크라우치는 국제 마법 협력부라는 

한직으로 밀려났어."

 무거운 침묵이 이어졌다. 해리는  퀴디치 월드컵 때,  자신의 명령에 불복종한 

꼬마 집요정을 숲속에서 발견하고는 당장이라도 눈알이 튀어나올 듯이 눈을 부

라리던 크라우치의 모습을 떠올렸다. 어둠의  표식 밑에서 발견된 윙키에  대해 

크라우치가 그토록 과민 반응을 보였던 것도  바로 그런 이유 때문이었을 것이

다. 윙키의 모습은 그의 아들과 옛날의 추문과 마법부에서 실추된  자신의 명성

을 다시 떠올리도록 만들었던 것이다.

 "무디는 크라우치가 어둠의 마법사를 붙잡는 일에 집착한다고 말했어요."

 해리가 시리우스에게 말했다.

 "그래, 그 일에 크라우치가 가의 광적인 증세를 보이고 있다는 말은 나도 들었

다. 내 생각을 말하자면, 그 사람은 아직까지도 죽음을 먹는 자들을 더 많이 체

포하면 과거의 명성을 회복할 수 있다고 믿고 있을 거야."

 시리우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카르우치는 스네이프의 사무실에 몰래 침입하기도 했어요!"

 이렇게 말하면서 론은 의기양양하게 헤르미온느를 바라보았다.

 "그래, 하지만 그건 전혀 이해가 되지 않아."

 시리우스가 고개를 갸우뚱거리면서 말했다.

 "아니에요. 당연한 일이에요!"

 론이 몹시 흥분하여 떠들었다.  하지만 시리우스는 신중하게 고개를  가로저었

다.

 "내 말을 좀 들어보렴. 만약 크라우치가 스네이프를 조사하고 싶었다면, 왜 트

리위저드시합에 심판을 보러 나오지 않았겠니?  그거야말로 호그와트를 정기적

으로 방문하고 스네이프를 감시할 수 있는 가장 좋은 구실이 될 텐데 말이야."

 "그렇다면 아저씨는 스네이프가 이 일에 무슨  관련이 잇을 수도 있다고 생각

하는 건가요?"

 해리가 묻자. 미처 시리우스가  대답하기도 전에 헤르미온느가 불쑥  끼어들었

다.

 "이봐, 난 네가 하는 말이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아. 덤블 도어 교수님은 스네이

프를 믿고 있는데……."

 "헤르미온느, 제발 좀 가만히 있을 수 없니? 덤블도어가 얼마나 현명하고 모든 

일들을 훌륭하게 처리하는지는 나도 알고  있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정말로 

똑똑한 어둠의 마법사조차도 덤블도어를 속일 수 없다는 건 아냐."

 론이 짜증스럽게 말했다.

 "그렇다면 왜 해리가 1학년 때, 스네이프가 해리의 목숨을  구했겠어? 왜 그냥 

해리가 죽도록 가만히 내버려두지 않았느냔 말이야?"

 "모르지. 어쩌면  덤블도어가…… 당장  스네이프를  내좇을 거라고  생각해서

……."

 "시리우스, 어떻게 생각하세요?"

 해리가 일부러 큰 소리로 물었다. 론과 헤르미온느는 시리우스의  대답을 듣기 

위해 말다툼을 멈추었다.

 "나는 두 사람 모두 일리가 있다고 본다." 시리우스는 론과 헤르미온느를 번갈

아 가면서 진지하게 바라보았다. "스네이프가 이곳에서 학생들을 가르친다는 사

실을 알게 되었을 때, 나는 왜 덤블도어가 그런 사람을 채용했는지 몹시 이상하

다고 생각했지. 스네이프는 항상 어둠의 마법에  매혹되어 있었거든. 학교 다닐 

때부터 그런 일들 때문에 아주 유명했지. 스네이프는 머리카락에 항상 끈적끈적

하고 번지르르한 기름이 끼어  있는 소녀이었어." 시리우스가  한숨을 내쉬면서 

덧붙였다. 해리와 론은 서로 얼굴을 마주 바라보면서 씩 웃었다.

 "스네이프는 신입생 때부터 7학년생들보다도 더 많은 저주를  알고 있었지. 게

다가 슬리데린의 깡패들과 한패가 되었는데. 나중에 그들 대부분이 죽음을 먹는 

자들이 되었단다."

 시리우스는 손가락을 들어서 하나 하나 이름을 꼽기 시작했다. 

 "로시에르와 윌크스…… 그들은 볼드모트가 몰락하기  전 해에 오러들에 의해 

죽임을 당했지. 레스트랭 부부, 결혼한 부부였는데 지금은 아즈카반에  있어. 애

버리……내가 들은 바에 따르면 애버리는 임페리우스  저주 때문에 어쩔 수 없

이 그런 짓을 했다고 변명하면서도  교묘히 곤경을 벗어났다고 하더군.  그들을 

제외하고도 슬리데린 출신 중에서 어둠을 먹는자가 된 사람이 아주  많아. 하지

만 내가 아는 바에 따르면,  스네이프는 기금까지 한 번도 어둠을  먹는 자라는 

죄목으로 기소를 당해 본 적이 없어. 사실  그건 별로 중요하지 않아. 아직까지

도 수많은 어둠을 먹는 자들이  잡히지 않고 있으니까……. 게다가  스네이프는 

무척 교활하고 영리해서 곤경을 살살 피해 다니고도 남을 만한 인간이야."

 "스네이프와 카르카로프는 서로 잘 아는 사이 같았어요. 하지만 스네이프는 그

걸 비밀로 하고 싶어하더군요."

 론이 말했다.

 "그래요. 어제 마법의 약 시간에  카르카로프가 나타났을 때, 스네이프의 표정

을 아저씨도 보셨어야 했는데! 카르카로프는 스네이프와 대화를 나누고  싶어했

지만, 스네이프가 항상 자기를 피해 다닌다고  말했어요. 카르카로프는 무척 걱

정스러운 일이 있는지 자신의 팔뚝에 뭔가를 스네이프에게  보여줬어요. 하지만 

전 그게 뭔지 알 수가 없었어요."

 해리가 재빨리 덧붙였다.

 "팔뚝에 있는 뭔가를 스네이프에게 보여주었단 말이냐?" 시리우스는 어리둥절

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그리고는 더러운 머리카락을 벅벅 긁더니  다시 어깨

를 으쓱거리면서 말을 이어  나갔다. "도대체 그게  뭔지 나도 모르겠구나……. 

하지만 카르카로프가 그토록 걱정하면서 스네이프에게 대답을 들으려고 찾아왔

다면……."

 시리우스는 동굴 천장을 노려보면서 얼굴을 잔뜩 찡그렸다. 

 "덤블도어가 스네이프를 믿고 있다는 것은 엄연한 사실이야. 물론 다른 사람들

이 기피하거나 못 미더워하는  사람들을 덤블도어가 종종  믿고 너그럽게 받아 

준다는 사실은 나도 잘 알고 있어. 하지만 만약 스네이프가 정말로 볼드모트 편

에 가담한 적이 있다면 아무리 덤블도어라고  해도 그런 자를 호그와트의 선생

으로까지 채용하지는 않았을 거야."

 "그렇다면 어째서 무디와  크라우치가 스네이프의  사무실에 들어가고 싶어서 

안달을 했을까요?"

 론이 고집스럽게 주장했다.

 "글쎄……. 솔직히 매드아이라면 호그와트에 도착하자마자 능히 모든 선생들의 

사무실을 샅샅이 뒤지고도 남을 만한 위인이야. 무디 그 사람은 어둠의 마법 방

어술을 아주 심각하게 받아들이기 때문이지. 이 세상에 무디가 신뢰하는 사람이 

단 한 명이라도 있을까? 사실 무디가 겪었던 일을 생각하면 별로 놀랄 만한 것

도 아니지. 하지만 이것 하나만은 확실히 말할 수 있어. 무디는 정말로 어쩔 수 

없는 경우가 아니라면 절대로 사람을 죽이지 않았어. 언제나 사로잡으려고 노력

했지. 무디는 좀 거칠기는 해도 절대로 죽음을 먹는 자들과 똑같은 수준으로 타

락하지는 않았어. 그러나 크라우치는…… 그 사람은  좀 달라……. 과연 정말로 

병이 났을까? 만약 그렇다면  왜 병든 몸을 이끌고  굳이 스네이프의 사무실로 

들어가려고 했을까? 만약 병이 난 것이 아니라면……. 그렇다면 도대체 무슨 일

이 일어난 것일까? 퀴디치 월드컵이 열렸을 때 일등석에도 모습을 드러내지 못

할 만큼, 뭐 그렇게 중요한 일을 하고 있었던 걸까? 트리위저드  시합의 심판을 

봐야 할 시간에 도대체 무슨 일을 하고 있었던 걸까?

 시리우스는 동굴 천장을 노려보면서 한참 동안이나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벅빅은 혹시라도 더 남아 있는 닭뼈다귀가 없을까 싶어서 돌 틈을 열심히 뒤적

거리고 있었다.

 "네 형이 크라우치의 개인 보좌관이라고 했지?  혹시 형에게 연락해서 최근에 

크라우치를 본 적이 있는지 물어볼 수 있겠니?"

 시리우스가 론에게 말했다.

 "한 번 물어볼게요. 하지만 크라우치가 무엇인가 부정한 일에 관련되어 있다는 

듯한 인상을 풍기면 안 될 거예요. 퍼시형은 크라우치를 숭배하고 있거든요."

 론은 어쩐지 자신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걸 물어보면서 혹시 버사 조킨스에 대해서도  뭔가 알아낸 것이 있는지 한 

번 확인해 보도록 해라."

 시리우스가 조킨스의 실종 기사가 실린 《예언자 일보》를 가리키면서 말했다.

 "베그만은 그 사건에 대해서  아직까지 아무런 단서도  찾지 못했다고 하던데

요."

 해리가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그래. 여기에 실린  기사에도 베그만의  말이 인용되어  있구나." 시리우스가

《예언자 일보》를 훑어 보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버사의  기억력이 얼마나 나

쁜지에 대해서 시끄럽게 떠들어 놓았군. 글쎄……, 어쩌면 버사가 내가 알고 지

내던 때와는 많이 달라졌는지도 모르지 하지만  적어도 내가 아는 버사는 전혀 

기억력이 나쁘지 않았어. 오히려 그 반대였지. 약간 희미한 구석이 있긴 했지만, 

떠도는 소문을 기억하는 일에는 탁월한  능력이 있었어. 그렇기 때문에  말썽을 

일으키는 일도 많았지. 그 여자는 언제 입을 다물고 있어야 하는지 도무지 그때

를 몰랐으니까 말이야. 아마 마법부 내에서도 약간 곤란한 입장에  처해 있었을 

거야……. 어쩌면 베그만이 이렇게 오랫동안 버사를 열심히 찾으려고 하지 않는 

이유도……."

 시리우스는 피곤한 눈을 비비면서 땅이 꺼져라 한숨을 쉬었다.

 "그런데 지금이 몇 시지?"

 해리는 시계를 내려다보며 그제서야 호수 속에 들어갔을 때, 시계가 멈춰 버렸

다는 사실을 기억했다.

 "3시 30분이에요."

 헤르미온느가 정확한 시각을 알려 주었다.

 "너희들은 그만 학교로 돌아가는 게 좋겠다." 시리우스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

났다. "내 말을 잘 들어라……. 나는 너희들이 나를 만나기 위해 몰래 학교에서 

빠져나오거나 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 조금이라도 이상한 일이 생기면  내게 편

지를 보내서 즉시 알려주거라. 하지만 허락없이 호그와트를 빠져나와서는 안 된

다. 누군가 너를 공격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테니까 말이다."

 시리우스는 특히 해리를 똑바로 바라보면서 말했다.

 "지금까지는 아무도 저를 공격하지 않았어요. 불을 내뿜는  용과 그라인딜로우 

몇 마리만 제외하면 말이죠."

 해리는 농담삼아 말했지만, 시리우스는 얼굴을 잔뜩 찌푸렸다.

 "그런 말은 하지 말거라……. 어쨌거나 무사히 트리위저드 시합이 끝나야만 다

시 편안하게 숨을 쉴 수 있을 것 같구나. 하지만 6월까지는 어쩔 수 없지. 그리

고 이걸 잊지 말거라. 너희들끼리  내 이야기를 할 때에는  나를 '스누플즈'라고 

부르거라. 알았지?" 빈 봉지와  병을 해리에게 건네준 시리우스는  벅빅의 등을 

쓰다듬으면서 작별 인사를 했다.  "마을 근처까지 너희들을  데려다 주지. 다른 

신문도 좀 뒤져 보는게 좋을 테니까 말이야."

 시리우스는 동굴을 나서기 직전에 다시 커다란 검은 개로 변신했다. 그들은 시

리우스와 함께 걸어서 산을 내려갔다. 자갈이 깔린 길을 지나 울타리 계단이 있

는 곳에 도착하자, 시리우스는 아이들이 번갈아 가면서 한 번씩  머리를 쓰다듬

도록 기다렸다가 다시 몸을 돌려서 마을 변두리로 달려갔다.

 호그스미드로 돌아간 해리와 론,  헤르미온느는 다시 호그와트를 향해  출발했

다.

 "퍼시가 크라우치에 대한 사실을  다 알게 되면 놀랄까?  어쩌면 전혀 개의치 

않을지도 몰라. 그 이야기를 듣고 더욱더  크라우치를 존경하게 될지도 모르지. 

그래, 퍼시는 법을  사랑하니까……. 퍼시라면 크라우치가  자기 아들을 위해서 

법을 어기는 것을 거부했다고 말하겠지."

 성으로 향하는 길을 따라 걸어가면서 론이 말했다.

 "그래도 퍼시는 가족을 절대로 디멘터에게 던져 버리지는 않을 거야."

 헤르미온느가 날카롭게 말했다.

 "그거야 알  수 없지.  만약 우리가  자신이 출세에  지장이 된다고  생각한다

면……. 너희들도 아다시피 퍼시는 야망으로 가득 차 있거든."

 론이 고개를 떨구면서 말했다. 그들은 돌계단을 지나서 현관 복도로 들어갔다. 

이미 저녁 식사가 차려져 있는 연회장  쪽에서 구수하고 맛있는 냄새가 흘러나

왔다.

 "불쌍한 스누플즈. 나이도 많은데……. 해리, 스누플즈는 너를 정말로 좋아하는 

게 틀림없어……. 쥐를 잡아먹으며 목숨을 이어 가는 걸 한 번 상상해 봐."

 론은 무거운 한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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