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6장 (78/194)

제26장 두 번째 시험

 "벌써 황금알의 실마리를 풀었다고 말했었잖아!"

 헤르미온느가 버럭 화를 내면서 소리쳤다.

 "제발 목소리 좀 낮춰! 나는 그저…… 생각을  정리할 필요가 있을 뿐이야. 알

겠어?"

 해리가 무뚝뚝하게 대답했다. 마법 수업 시간에 들어간 해리와 론, 헤르미온느

는 제일 뒷자리에 앉았다. 오늘은 소환 마법의 반대인 추방 마법을 연습할 예정

이었다. 교실 안에서 물건이 휭휭 날아다니가는 어떤 뜻밖의 사고가  일어날 지

도 모르기 때문에 플리트윅 교수는 모든 학생들에게 연습용으로 푹신푹신한 방

석을 잔뜩 나누어 주었다. 혹시 목표물에 맞더라도 푹신푹신한 방석이라면 아무

도 다치지 않을 거라는 계산이었다. 물론 플리트윅 교수의 생각은 이론적으로는 

아주 훌륭했지만 실제로는 별로 효과가 없었다. 네빌의 조준은 번번이 빗나가서 

방석보다 훨씬 더 무거운 것, 예를 들면 플리트윅 교수님을 계속해서 교실 저편

으로 날아가도록 만들었다.

 "잠시만 그 황금알에 대해서는 잊어버리도록 하자. 알았지?" 커다란 캐비닛 위

에 떨어진 플리트윅 교수가 체념한  듯한 표정을 지으면서 그들  옆을 붕 하고 

지나가고 있을 때, 해리가 나지막이 속삭였다. "스네이프와 무디에 대해서 이야

기를 하려던 참이었어……."

 이 수업은 몰래 비밀 이야기를 나누기에는 가장 좋은 시간이었다. 모두들 너무

나 재미있고 신이 나 있었기 때문에  그들에게 관심을 기울이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던 것이다. 해리는 거의 30분에 걸쳐 지난 밤에 겪었던 모험에 대해 자세하

게 이야기를 들려주엇다.

 "스네이프가 무디가 자신의 사무실을 뒤졌다고 말했단 말이야?" 론이 몹시 궁

금하다는 듯이 물었다. 지팡이를 휙 휘둘러서 방석을 멀리 날려보낸  론의 눈동

자가 호기심으로 반짝거렸다(허공으로 날아간  방석은 패르바티의 모자를 떨어

뜨렸다). "이런……. 그렇다면 무디가 카르카로프 뿐만 아니라 스네이프도  감시

하고 있단 말이야?"

 "글세……. 덤블도어가 무디에게 그렇게 하라고 시켰는지는 잘 모르겠어. 하지

만 무디가 스네이프를 감시하고 있는 건 분명해." 이렇게 말하면서 해리는 제대

로 살펴보지도 않고 지팡이를 휘둘렸다. 결국 해리의 방석은 책상 위를 탕탕 튀

면서 돌아다녔다. "무디의 말에 따르면,  덤블도어가 스네이프를 이곳에 머무를 

수 있도록 해준 것은 단지 두 번째 기회를 주기 위해서일 뿐이래……."

 "뭐라구?" 갑자기 론의 눈이  휘둥그래졌다. 론이 두 번째로  날려보낸 방석은 

빙빙 돌며 허공으로 높이 솟구치더니,  천장에 매달린 샹들리에에 가서  부딪힌 

다음 플리트윅 교수의 책상  위로 쿵 하고 떨어졌다.  "해리…… 어쩌면 nael는 

스네이프가 불의 자 속에 네 이름을 넣었다고 생각하는 건지도 몰라!"

 "오, 론." 헤르미온느가 믿을 수 없다는 듯이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우리는 

전에도 스네이프가 해리를 죽이려 한다고 생각했었어. 하지만  결국에는 해리의 

목숨을 구해 준 거였잖아. 기억나?

 헤르미온느는 방석 하나를 휙 날려  보냈다. 그 방석은 교실을 가로질러  원래  

목표지점인 상자 안에 정확히 떨어졌다.

 해리는 잠시 생각에 잠긴 채, 헤르미온느를 바라보았다. 스네이프가 해리의 목

숨을 한 번 구해 주었던 것은 명확한  사실이었다. 하지만 참으로 이상한 일은, 

스네이프가 함께 학교를 다녔던 해리의  아버지를 미워했듯이 해리를 노골적으

로 미워한다는 것이었다.

 스네이프는 어떻게 해서든지 해리의 점수를 깎을 기회만 노렸다.  그리고 해리

에게 벌을 줄 수 있는 기회를 절대로 놓치지 않앗다. 심지어 해리를 정학시켱야 

한다는 주장까지도 서슴지 않았다.

 "나는 무디가 뭐라고 해도 신경 쓰지 않아."

 헤르미온느가 신중하게 말을 이어 나갔다.

 "덤블도어 교수님은 바보가 아니야. 덤블도어 교수님은 수많은  사람들이 일자

리를 주려고 하지 않았던 해그리드와 루핀 교수를 믿었고, 그의 판단은 옳았어. 

그런데 왜 스네이프에 대해서는  올바른 판단을 내리지  못하겠어? 솔직히…… 

스네이프는 약간……."

 "사악해! 이것 봐. 헤르미온느 그렇지 않다면 왜 어둠의 마법사 수색자들이 스

네이프의 사무실을 뒤지고 다니겠어? 안 그래?"

 론이 재빨리 말을 가로챘다.

 "그런데 크라우치 씨는 왜 아픈 척하고 잇는 거니? 그것 참 웃기는 일이야. 그

렇지 않니?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한밤 중에도  이곳에 나타날 수 있는 사람

이 크리스마스 무도회에도 오지 못하다니 말이야."

 헤르미온느가 론의 말을 무시하면서 말했다.

 "넌 그 윙키라고 하는 집요정 때문에 무조건 크라우치 씨를 좋아하지 않는 거

야."

 론이 방석을 창문 밖으로 날리면서 말했다.

 "그렇다면 너는 무조건 스네이프가  무슨 나쁜 일을  꾸미고 있다고 생각하고 

싶겠지."

 헤르미온느는 이번에도 방석을 정확하게 상자 안으로 날려버렸다.

 "지금이 스네이프의 두 번째 기회라면, 첫 번째 기회때에는  무슨 실수를 저질

렀는지 알고 싶어."

 해리가 단호하게 말했다. 놀랍게도 해리의 방석이 곧장 교실을  가로질러 날아

가더니 헤르미온느의 방석 위에 정확히 내려 앉았다.

 호그와트에 뭔가 이상한 일이 벌어질 때마다  꼭 알려달라는 시리우스의 당부 

때문에, 그날 밤 해리는 갈색 부엉이 편에  편지를 보냈다. 그 편지에는 크리우

치가 스네이프의 사무실에 침입한 이야기와  무디와 스네이프가 나누었던 대화

가 상세하게 적혀 있었다.

 그런 다음에 해리는 당장 코앞에 들이닥친 문제에 대해서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것은 바로 2월 24일에 어떻게 한 시간 동안  물 밑에서 숨을 쉬는가 하는 것

이었다.

 론은 또다시 소환 마법을 사용할 것을 적극적으로 추천했다. 해리가 수중 호흡

기에 대해서 설명하자, 론은 도대체 왜 해리가 가장 가까운 머글 마을에서 그것

을 소환해서 쓰려하지 않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는 태도였다.

 하지만 헤르미온느는 조목조목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완전히 김을 빼놓앗다. 우

선 해리가 한 시간 내에 수중 호흡기 작동법을 제대로 터득할 수도 없을뿐더러, 

설사 그렇게 하다고 하더라도 국제 마법사 비밀 법령을 어긴 혐으로 챔피언 자

격을 박탈당할 거라는 것이었다. 수중 호흡기가 호그와트까지 날아오는 동안 단 

한 명의 머글 눈에도 뜨이지 않으리라는 기대는 지나친 희망사항이었다.

 "물론 가장 이상적인 해결책은 네가 잠수함이나 뭐 그런  걸로 변신하는 거야. 

우리가 인간 변신술을 이미 배웠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6학년이 될 때까지

는 결코 그 마법을 배울 수  없을 거야. 만약 어떻게 하는지 잘  모르고 마법을 

부리다가는 아주 심각한 결과를 낳을 수도 있으니까……."

 헤르미온느가 한숨을 내쉬면서 말했다.

 "그래, 나도 머리 위에 잠망경이 솟아  있는 꼴로 돌아다니고 싶지는 않아. 무

디 앞에서 누군가를 공격하면 어떨까? 혹시  무디가 나를 변신시킬지도 모르잖

아……."

 해리가 헤르미온느를 쳐다보면서 물었다.

 "마약 그렇다고 해도 무디는 네가 원하는 대로 변신시켜 주지는 않을 거야. 아

무래도 가장 좋은 방법은 네가 직접 마법을 쓰는 것 뿐이야."

 헤르미온느가 진지하게 대답했다. 그리하여 해리는 머지않아  도서관이라면 평

생토록 넌더리가 날 거라는 생각을 하면서  또다시 먼지가 잔뜩 쌓여있는 책더

미 사이에 파묻혔다. 산소가 없더라도 숨을 쉴 수 있도록 해주는 주문을 찾으려

는 것이었다.

 하지만 해리와 론과 헤르미온느가  점심 시간과 저녁 시간  그리고 주말 내내 

도서관을 뒤졌지만, 심지어 해리가 맥고나걸 교수에게서 제한 구역의 책을 살펴

볼 수 있는 허가서까지 받아내고 성난  독수리같이 무시무시한 도서관 사서 핀

스 부인에게 도움까지 요청했지만, 한 시간 동안 물 속에서 지내며 말을  할 수 

있도록 만들어 주는 주문은 그 어디에서도 찾아낼 수가 없었다.

 예전에도 경험했던 낯익은 고통이  또다시 해리를 괴롭히기 시작했다.  수업에 

집중하는 것도 힘들 지경이었다. 항상 교정 풍경의 일부로 대수롭지  않게 보아 

넘겼던 호수가 이제는 교실 창가로 가까이 다가갈 때마다, 해리의  눈길을 강하

게 잡아끌었다. 거대하고 얼음처럼 차가운 회색빛 호수의 어두운 심연은  저 하

늘의 달처럼 아득할 정도로 멀게 느껴졌다.

 헝가리의 혼테일과의 싸움을 앞두고 있었을 때처럼, 마치 누군가가  시계 바늘

에 마법을 걸어 특별히 빠르게 돌아가도록 해 놓은 듯이 시간은 순식간에 흘러

갔다. 2월 24일까지는 불과 일주일 밖에 남지 않았다.(그래도 아직은 시간이 있

었다.) 이제 닷새 남았다.(서둘러 무엇인가를 알아내야만 했다.) 사흘 남았다.(제

발 뭔가를 알아내야 할 텐데……. 제발… 어떻게 해야하지?)

 시합이 이틀 앞으로 다가오자, 해리는 다시 음식을 거부하기 시작했다. 월요일 

아침 식사 시간에 유일하게 위로가 된  일이라면 시리우스에게 보냈던 갈색 부

엉이가 다시 돌아왔다는 사실뿐이었다. 해리는 재빨리 양피지를 풀어서 펼쳐 보

았다. 시리우스가 지금껏 보낸 편지 중에서 가장 짤막한 편지였다.

 부엉이 편에 다음 호그스미드로 가는 주말의 날짜를 적어보내라.

 해리는 혹시나 다른 내용이 있을까 싶어서  양피지를 뒤집어 보았지만 깨끗한 

백지였다.

 "다음 다음 주말이야. 여기, 내 깃펜을 써. 그리고 지금 당장 이 부엉이를 돌려

보내."

 해리의 어깨 너머로 편지를 들여다보고 있던 헤르미온느가 속삭였다.

 해리는 시리우스의 편지 뒷장에 황급히 날짜를 쓴 다음 갈색 부엉이의 다리에 

편지를 동여맸다. 그리고  다시 하늘로 날아가는  부엉이를 멍하니 지켜보았다. 

도대체 뭘 기대했던 것일까? 물속에서도 숨을 쉴 수 있는 방법에 대한 충고?

 해리는 스네이프와 무디 이야기를 적어 보내는일에  온통 정신이 팔려서 황금

알의 실마리에 대해 언급하는 것조차 까맣게 잊어버렸던 것이다.

 "호그스미드로 가는 주말의 날짜를 왜 알려고 하는 걸까?"

 론이 물었다.

 "몰라." 해리가 머리를 가로저으며 심드렁하게 대답했다. 부엉이를 보고 잠시동

안 반짝했던 기쁨도 이내 꺼져 버리고  말았다. "가자……. 신비한 동물 돌보기 

시간이야."

 해그리드가 폭탄 꼬리 스크루트 사건을 만회하려고  하는 건지 혹은 스크루트

가 겨우 두 마리밖에 남지 않아서인지, 그것도 아니라면 그루블리  프랭크 교수

만큼 자기도 잘 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려고 하는 건지는 알  수 없었지만, 

어쨌거나 해그리드가 다시 수업을  맡게 된 이후부터  지금까지 유니콘 수업이 

계속 이어지고 있었다.

 해그리드가 괴물뿐만 아니라  유니콘에 대해서도 대단히  해박한 지식을 갖고 

있는 것은 분명했다. 물론 유니콘이 치명적인 어금니를 갖고 있지  않다는 점에 

대해 해그리드가 몹시 실망하는 것도 사실이었지만…….

 오늘 해그리드는 신비한 동물 돌보기 수업을 진행하기 위해 두 마리의 유니콘 

새끼를 잡아 가지고 왔다. 다 자란 유니콘과는 달리 유니콘 새끼들은 순수한 황

금색이었다. 패르카티와 라벤더는 유니콘 새끼를  보자 기뻐서 어쩔 줄을  몰랏

다. 팬시 파킨슨조차도 좋아하는 기색을 숨기는 것이 어려울 정도였다.

 "큰 놈들보다는 찾기가 더 쉽지. 유니콘 새끼들은 약 두  살 정도가 되면 은빛

으로 변하기 시작해. 그리고 네  살 정도부터 뿔이 조금씩 나오기  시작하는 거

야. 완전히 다 자라는 일곱 살이 될 때까지는 완전한 순백색을 띠지 않아. 유니

콘은 나이가 어릴수록 사람들을 더 잘 믿고 따른단다……, 그러니까  남자 아이

들이라도 괜찮아. 자, 조금  가까이 다가와라. 원한다면  살짝 만져도 좋아……. 

이 설탕 덩어리를 좀 주렴……."

 해그리드가 학생들을 둘러보면서 설명했다. 그러다가 해그리드의  시선이 해리

와 마주쳤다.

 "너 괜찮니, 해리?"

 해그리드가 약간 옆으로 비켜서면서 말했다. 다른 학생들은 두  마리의 유니콘 

새기 주위에 모여 있었다.

 "네."

 해리가 짤막하게 대답했다.

 "약간 초조하지?"

 해그리드가 부드러운 눈길로 해리를 바라보았다.

 "네 조금요."

 해리는 약간 망설이다가 대답했다.

 "해리." 갑자기 해그리드가 거대한 손을 들더니 해리의 어깨를 탁 쳤다. 그 바

람에 해리의 무릎이 꺾일 뻔했다. "네가 혼테일과 맞서 싸우는  것을 보기 전까

지는 사실 무척 걱정했었다. 하지만 이제 나는 네가 마음만 먹으면 무슨 일이든

지 할 수 있다는 걸  알았어. 나는 전혀 걱정하지  않는다. 이번에도 너는 잘할 

거야. 황금알의 실마리는 풀었지? 그렇지?"

 해리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고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마음속에서

는 당장이라도 해그리드에게, 한 시간 동안 호수 바닥에서 수을 쉴 수  있는 방

법을 전혀 찾지 못했다고 털어놓고 싶은 충동이 들끓었다.

 해리는 가만히 고개를 들고 해그리드를 올려다보았다. 어쩌면 해그리드는 가금

씩 호수 속으로 들어가 보지 않았을까? 호수 속의 생물들을 돌보기 위해서? 어

쨌거나 해그리드는…… 땅 위에 사는 동물들을 다 돌보고 있지 않은가?

 "네가 이길 거야." 해그리드가 큰  소리로 말하면서 해리의 어깨를  다시 툭툭 

쳤다. 해리는 부드러운 땅 속으로 발이 3내지 5센티미터 정도  빠지는 느낌이었

다. "난 알고 있어. 느낄 수 있다구, 해리, 네가 이길 거야."

 해리는 해그리드의 얼굴에  떠오른 그 자신만만하고  행복한 미소가 사라지는 

것을 차마 볼 수 없어서, 해그리드에게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리고 억지로 유

니콘 새끼에게 관심이 있는 척하면서 앞으로 나가, 다른 학생들 틈에 섞여서 유

니콘을 어루만졌다.

 두 번째 시험을 치르는 전날 저녁이 되자, 해리는 마치 영원히  깨어나지 않는 

악몽을 꾸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이제 와서 설사 기적적으로 적당한 주문

을 발견한다고 하더라도 하룻밤 사이에 그 주문을 완전히 익힐 수 없다는 것은 

너무나 분명한 사실이었다. 어째서 일이 이 지경까지 되도록 가만히  내버려 두

었을까? 왜 황금알의 실마리를 좀더 서둘러 풀어보려고  하지 않았을까? 왜 수

업 시간에 딴 생각을 하면서 정신을 팔았을까? 혹시라도 교수님이 물속에서 숨

을 쉬는 방법에 대해 한 마디 언급을 했을지도 모르는데…….

 해리는 밖이 완전히 어두워질 때까지 론과  헤르미온느와 함께 도서관에 처박

혀서 주문을 찾아 이 책 저 책 닥치는 대로 뒤졌다. 책상 위에는 책이 산더미처

럼 쌓여서 서로의 모습이 완전히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물'이라는 단어가 눈

에 뜨일 때마다 해리의 심장을 덜컥 내려앉곤 했다.  하지만 대개는 '말린 맨드

레이크 잎사귀 230그램에 물 1밀리리터를 넣고…'하는 따위의 문장뿐이었다.

 "이렇게 해서는 도저히 될 것 같지가 않아. 여기에는 아무것도 없어. 아무것도 

말이야. 제일 그럴듯한 마법은 연못이나 웅덩이의  물을 말리는 가뭄 마법인데, 

저 호수를 다 말려 버릴   만큼 엄청난 마법을 발휘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거야."

 맞은편 책상에 앉아 있는 론이 지친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도 뭔가가 분명히 있을 거야. 풀  수 없는 시험 문제를 낸 적은  한 번도 

없었잖아."

 헤르미온느가 촛불을 좀더 가까이 끌어당기면서 중얼거렸다. 《잊혀진 옛 마법

과 마술》이라는 글씨가 촘촘하게 박힌 책에  코를 바싹 들이대고 열심히 읽고 

있는 헤르미온느의 눈은 붉게 충혈되어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런 문제를  냈잖아. 해리, 내일  그냥 호수로 내려가서 물 

속에 머리를 처박고 인어들에게 훔쳐간 것이 무엇이든지 간에 당장 내놓으라고 

고함을 지르도록 해. 그래서  인어들이 뭘 던지는지 지켜보자구.  그게 네가 할 

수 있는 제일 좋은 방법이야."

 론이 해리를 쳐다보면서 말했다.

 "틀림없이 좋은 방법이 있을 거야! 틀림없이 있어야만 해!"

 헤르미온느는 화가 나서 투덜거렸다. 헤르미온느는 도서관에 쓸만한 정보가 없

다는 사실을, 마치 자기 자신에 대한 모욕처럼 받아들이는 것 같앗다. 지금까지

는 한번도 도서관이 헤르미온느를 실망시킨 적이 없었던 것이다.

 "내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고 있어. 나는 시리우스처럼  애니마구스가 되는 

방법을 배워야만 해."

 고개를 푹 숙인 채 《유쾌한 속임수 마법》을 읽고 있던 해리가  입을 열엇다. 

애니마구스란 동물로 변신할 수 있는 마법사를 의미했다.

 "그래. 그렇게 되면 필요할 때마다 금붕어로 변신할 수 있겠다!"

 론이 환호성을 지르면서 찬성했다.

 "혹은 개구리로 말이야."

 해리가 늘어지게 하품을 하면서 말했다. 해리는 무척이나 피곤한 얼굴이었다.

 "네가 애니마구스가 되려면 앞으로 몇 년은 더 걸려야 할  거야. 그리고 그 다

음에는 등록도 해야 돼. 맥고나걸 교수가  말했잖아. 기억나? 그렇게 되면 너는 

마법 오·남용 관리과에 네가 변신한 동물과 특징을 등록해야 하는  거야. 그걸 

남용할 수 없도록 말이야……."

 눈을 가늘게 뜨고 《불가사의한 마법의 딜레마와 해결책》의 색인을 검토하고 

있던 헤르미온느가 중얼거렸다.

 "헤르미온느, 난 그저 농담을 한 것뿐이야, 내일 아침까지 개구리로 변신할 수 

없다는 걸 나도 잘 알고 있어."

 해리가 지친 듯이 말했다.

 "아, 이 책도 아무런 소용이 없어. 세상에 코털이 꼬불꼬불하게 자라나도록 하

고 싶은 사람이 어디 있담?"

 헤르미온느는 짜증나는 듯이  《불가사의 한 마법의  딜레마와 해결책》을 탁 

덮었다.

 "난 괜찮을 것 같은데? 화제 거리는 될 거 아냐, 안 그래?"

 갑자기 프레드 위즐리의 목소리가 들렸다. 해리와 론, 헤르미온느는 고개를 번

쩍 들었다. 프레드와 조지가 도서관의 책장 뒤에서 불쑥 튀어나왔다.

 "형들은 여기서 뭘 하고 있는 거야?"

 론이 깜짝 놀란 눈으로 프레드와 조지를 쳐다보면서 물었다.

 "너희들을 찾고 있었어. 맥고나걸 교수님이 너희 두 사람을 보고 싶어해. 너하

고 헤르미온느 말이야."

 조지가 어개를 으쓱거리면서 말했다.

 "왜?"

 헤르미온느는 깜짝 놀랐다.

 "그건 모르지……. 하지만 약간 화가 난 것 같더라."

 프레드가 머리를 갸우뚱거리면서 덧붙였다.

 "우리는 너희들을 교수님 방으로 데리고 가야 돼."

 조지가 빨리 서두르라고 재촉하면서  말했다. 론과 헤르미온느는 무슨  일인가 

싶어서 해리를 바라보았다.  해리는 심장이 오그라드는  것만 같았다. 맥고나걸 

교수님이 론과 헤르미온느를 야단치려 하시는 걸까?  어쩌면 해리 혼자서 풀어

야만 하는 시험 문제를 두 사람이 계속해서 도와주고 있다는 사실을 눈치챈 것

은 아닐까?

 "나중에 휴게실에서 만나, 가능한 한 책을 많이 가져오도록 해. 알았지?"

 헤르미온느가 론과 함께 일어서면서 해리에게 말했다. 헤르미온느와 론은 모두 

불안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알았어."

 해리는 무슨 영문인지 몰라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대답했다.

 8시가 되자 핀스 부인은 전등을 다 끄고 해리를 도서관 밖으로 몰아냈다. 해리

는 최대한 많은 책을 잔뜩 짊어지고  비틀 거리며 그리핀도르 휴게실로 돌아왔

다. 그리고 책상 하나를 구석으로 밀고 가서  계속 조사를 하기 시작했다. 《괴

짜 마법를 위한  정신나간 마법》에는  아무것도 없었다…….《중세 마법  안내

서》에도…….《18세기 마법 모음집》이나 《깊은 바다에 사는 무시무시한 생물

들》《당신도 모르는 당신의 능력, 그리고 이를 깨달았을 때 할 일》 따위의 책

에는 물에 들어가는 방법에 대해 단 한 마디의 언급조차도 없었다.

 크룩생크가 해리의 무릎 위로 기어오르더니 갸르릉  거리면서 몸을 둥글게 말

았다. 시간이 흐르면서 그리핀도르 휴게실에 있던 학생들이 서서히 줄어들었다. 

학생들은 해그리드처럼 유쾌하고 확신에 찬 목소리로, 해리에게 다음날 시험 잘 

보라고 행운을 빌어 주었다. 모두들 해리가 첫 번째 시험을 무사히 통과한 것처

럼 또다시 깜짝 놀랄 만한 활약을 보여줄 것이라고 믿고 있었다.

 해리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하고 그저 고개만 끄덕였다.  목구멍에 골프공이 

꽉 틀어박힌 기분이었다. 10시부터 12시까지 해리는 크룩생크와  함께 휴게실에 

혼자 남아 있었다. 더 이상 뒤져 볼 책도 없었다. 하지만 론과 헤르미온느는 아

직까지도 돌아오지 않고 있었다.

 "이제 다 끝났어. 나는 할 수 없어.  아침이 되면 호수로 내려가서 심판들에게 

말해야만 해……."

 해리는 혼자 중얼거렸다. 해리는 도저히 시험을 치를 수 없다고 말하는 자신의 

모습을 머리 속에 그려 보았다. 깜짝 놀라서 눈이 휘둥그레지는 루도 베그만과. 

만족스러운 듯이 누런 이빨을  드러내고 씩 웃는  카르카로프의 얼굴도 상상해 

보았다. 플뢰르 델라쿠르의 목소리가 벌써부터 귓가에 들려오는 것 같았다. "난 

그럴 줄 알았어용. 죠 아이는 너무 어리다니까용. 아직  어린 꼬마예용." 해리는 

수많은 관중들 앞에서 포터는 야비하다! 라는 배지를 꺼내 보이는 말포이의  모

습을 떠올렸다. 경악을 금치 못하고 절망하는 해그리드의 얼굴도…….

 크룩생크가 무릎위에 앉아 있다는 사실조차 까맣게 잊어버리고 해리는 갑자기 

벌떡 일어섰다. 약이 오른 크룩생크는 씩씩거리면서 마루 위로 뛰어내리더니 불

쾌한 표정으로 해리를 노려보았다. 그런 다음에 젖병을 닦는 솔처럼  생긴 꼬리

를 빳빳이 세우고는 어슬렁어슬렁 걸어갔다. 하지만 해리는 벌써 기숙사로 향하

는 계단 위를 올라가고 있었다. 투명 망토를 입고 도서관으로 되돌아가는 거야. 

그리고 도서관에서 밤을 세우는 거야…….

 "루모스!"

 15분 후에 해리는 도서관 문을 살며시 열면서 중얼거렸다. 요술지팡이 끝에 불

이 밝혀지자., 해리는 재빨리 책장으로 다가가서 더 많은 책들을 끄집어냈다. 마

법과 주문에 관한 책. 인어와 바다 괴물에 대한 책, 유명한 마법사와 마녀에 대

한 책, 마법 발명품에 대한 책을 비롯해서 물 속에서 숨을 쉬는 방법에 대해 단 

한 마리라도 적혀 있을 것처럼 보이는 책은 닥치는 대로 다 꺼냈다.  해리는 그 

책들을 모두 책상 위에 내려놓았다. 그리고는 요술지팡이 끝에서 나오는 희미한 

불빛에 의지한 채 열심히 책을  뒤적거리기 시작했다. 가끔씩 시계를  살펴보면

서…….

 새벽 1시…….

 새벽 2시…….

 해리가 지치지 않고 버틸 수 있었던 것은 오직 계속해서 스스로에게 중얼거렸

기 때문이다.

 다음 책에는 있을 거야. 다음책에는……. 다음 책에는…….

 반장들의 욕실에 걸린 그림 속의 인어가 재미있다는 듯이 깔깔대면서 웃고 있

었다. 해리는 거품이 부글거리는 물 속에서 코르크 마개처럼 둥둥  떠다니고 있

었다.

 인어는 지금 해리의 파이어볼트를 들고 있었다. 인어는 지금  해리의 파이어볼

트를 들고 있었다. 인어는 그 빗자루를 자꾸만 해리의 머리 위로 이리저리 흔들

었다.

 "이리 와서 잡아 봐! 자, 어서! 번쩍 뛰어 보라구!"

 인어가 짖궂게 킬킬거렸다.

 "난 할 수 없어! 그걸 내게 줘!"

 해리는 숨을 헐떡거리면서 파이어볼트를 잡으려고 애썼다. 물 속으로 가라안지 

않으려고 발버둥을 쳐 가면서. 하지만  이어는 빗자루 끝으로 해리의  옆구리를 

쿡쿡 찌르면서 장난스럽게 웃기만 할 뿐이었다.

 "아파, 그러지 마. 아이쿠!"

 "해리 포터, 일어나세요!"

 "찌르지 마!"

 "도비가 해리 포터에게 할 말이 있어요. 그만 일어나야 해요!"

 해리는 간신히 눈을 떴다. 아직도 여전히 도서관 안이었다. 잠을 자는 동안 해

리의 머리에서 흘러내린 투명 망토가 바닥에 떨어져 있었다. 해리의  한쪽 뺨에

는 《요술지팡이가 있는 곳에 길이 있다》라는  책의 한 페이지가 달라붙어 있

었다. 의자에서 몸을 일으킨 해리는 눈부신 아침 햇살에 눈을  깜박거리면서 안

경으 똑바로 고쳐 썼다.

 "해리 포터는 서둘러야만 해요! 10분 후에는…… 두 번째 시험이  시작될 거예

요, 해리 포터!"

 도비가 꽥꽥거리면서 소리쳤다.

 "10분!" 해리는 숨이 탁 막혔다. "10분이라구?"

 해리는 얼른 시계를 내려다보았다. 도비의 말이 맞았다. 지금 시각이 9시 20분

이었다. 해리는 심장이 천근만근 무게로 밑바닥까지 내려앉는 것 같았다.

 "어서 서둘러요, 해리 포터! 다른 챔피언들과 함께 호수로 내려가야만 해요!"

 도비가 해리의 소매를 잡아끌면서 재촉했다.

 "너무 늦었어, 도비. 나는 시허을 치르지 않을 거야. 어떻게  해야 할지 방법을 

몰라."

 해리가 절망적으로 말했다.

 "해리는 시험을 치를 거예요! 도비는 해리가 올바른 책을 찾지  못했다는 사실

을 알고 있어요. 그래서 도비가 해리를 위해 대신 그 일을 했어요!"

 꼬마 집요정이 꽥꽥거렸다.

 "뭐라구? 하지만 너는 두 번째 시험이…… 뭔지도 모르잖……."

 해리가 한숨을 내쉬면서 말했다.

 "도비는 알아요. 해리 포터는 지금 당장 호수로 내려가서  당신의 위지를 찾아

야만 해요."

 "뭘 찾으라구?"

 "인어들로부터 위지를 찾아와야만 해요!"

 "위지가 뭔데?"

 "당신의 위지 말이에요! 당신의 위지는…… 도비에게 스웨터를 준 바로  그 사

람이에요!"

 도비가 짧은 반바지 위에 입고 있는 줄어든 갈색 스웨터를 잡아당기면서 소리

쳤다.

 "뭐라구? 그들이…… 그들이 론을 잡아갔단 말이야?"

 해리가 입을 딱 벌렸다.

 "해리 포터가 제일 가슴 아프게 그리워할 것  말이죠! '하지만 한 시간이 지나

면…….'"

 도비가 발을 동동 굴렀다.

 "'……앞날은 어두워요. 너무 늦었어요. 일단 지나가면 두 번 다시 돌아오지 않

을 거예요.' 도비……내가 어떻게 해야 하지?"

 해리는 공포에 질린 얼굴로 꼬마 집요정을  멍하니 바라보면서 노래를 중얼거

렸다. 황금알에서 흘러나왔던 노래…….

 "해리 포터는 이걸 먹어야만 해요! 호수로 들어가기 직전에 이걸 먹어요. 아가

미 풀이에요!"

 꼬마 집요정은 꽥꽥 소리를 지르면서 반바지 호주머니에 손을  집어넣더니, 가

느다란 쥐꼬리를 뭉쳐 놓은 것 같은 청회색이 감도는 것을 꺼냈다.

 "이건 뭐하는 거지?"

 해리가 아가미 풀을 의심스럽게 바라보았다.

 "이 풀은 해리 포터가 물 속에서도 편안하게 숨을 쉴 수 있도록 해줄 거예요!"

 "도비!" 해리가 미친 듯이 물었다. "정말이야? 정말 확실한 거지?"

 해리는 지난번에 도비가 자기를 '돕는'답시고 결국 오른팔의 뼈가 몽땅 없어지

도록 만들었던 사건을 결코 잊을 수가 없었다.

 "도비는 확실해요." 꼬마 집요정이 간절한 목소리로 말했다. "도비는 무슨 이야

기를 들었어요. 도비는 꼬마 집요정이에요. 도비는  성을 돌아다니면서 불을 붙

이고 마루를 닦아요. 도비는 교무실에서 맥고나걸 교수와 무디 교수가  다음 번 

시험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는 소리를 들었어요……. 도비는  해리포터의 위지

를 잃어버리도록 그냥 내버려 둘 수는 없어요!"

 해리의 의심은 순식간에 사라졌다.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해리는  투명 망토를 

집어서 가방 속에 쑤셔 넣었다. 그런 다음에 아가미 풀을 호주머니 속에 집어넣

고 바람처럼 도서관을 빠져 나갔다. 도비는 그 뒤를 바싹 따라갔다.

 "도비는 주방에 가야만 해요! 도비는 갈 거예요. 해리 포터, 부디  행운을 빌어

요. 행운을!"

 복도로 나가자, 도비가 안타깝게 소리쳤다.

 "나중에 보자, 도비!"

 전속력으로 복도를 달려간 해리는 한  번에 세 칸씩 계단을 뛰어서  내려갔다. 

현관 입구에는 지각생 몇 명만이 얼쩡거리고 있을 뿐, 모두들 아침 식사를 마치

고 연회장에서 나와 두 번째 시험을  구경하기 위해 육중한 오크문으로 몰려나

가고 있었다. 그들은 허겁지겁 달려나가는 해리의 모습을 멀뚱멀뚱 쳐다보았다. 

콜린과 데니스 크리비는 단숨에 돌계단을 내려가 햇빛이 비치는 차가운 운동장

으로 달려나가는 해리를 보자, 쏜살같이 뒤쫓아갔다.

 잔디밭을 쿵쿵거리면서 뛰어가던 해리는, 작년 11월에는 용의 우리  주위에 둥

글게 놓여 있던 관중석이 이번에는 맞은편 둑 위에 배치되어 있는 것을 발견했

다. 관중석은 호수에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었다.  이미 수많은 사람들이 관중석

을 빽빽하게 가득 채우고 있었다.

 해리가 호수 반대편을 돌아서 심판들이 있는  곳으로 부지런히 달려가고 있을 

때, 잔뜩 흥분한 관중들의 고함 소리가 호수를 가로질려서 울려 퍼졌다. 심판들

은 호수 가장자리에 설치되어 있는 황금 휘장이 둘러진 테이블 앞에 앉아 있었

다. 케드릭 디고리와 플뢰르 델라쿠르, 빅터  크룸은 심판들 옆에서 전속력으로 

달려오는 해리를 바라보았다.

 "여기…… 왔어요……."

 해리는 숨을 헐떡거리면서 진흙 웅덩이 앞에 미끄러지듯이 멈춰섰다.  그 바람

에 플뢰르의 옷에 흙탕물이 튀었다.

 "도대체 어딜 갔었던 거니?" 거만하고 불쾌한 목소리가 해리의 귀청을 스쳤다. 

"곧 시험이 시작될 텐데!"

 해리는 고개를 들고 두리번거리면서  주위를 살펴보았다. 퍼시 위즐리가  심판 

테이블에 앉아 있었다. 크라우치는 또다시 나타나지 않은 모양이었다.

 "자. 자, 퍼시!" 루도 베그만이  달래듯이 말했다. 루도 베그만은  해리를 보자, 

눈에 띌 정도로 안심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잠시  해리가 숨 돌릴 틈을  줍시

다!"

 덤블도어도 해리를 보고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카르카로프와  맥심 

부인은 결코 해리를 보고 기뻐하는 표정이 아니었다……. 그들의 얼굴에는 해리

가 영영 나타나지 않기를 바랐다는 것이 씌어져 있었다.

 해리는 무릎을 짚고 허리를 숙인 채,  가쁜 숨을 헐떡거렸다. 날카로운칼로 갈

비뼈를 쑤시는 것처럼 옆구리가 뜨끔거렸다. 하지만 더 이상 시합을  연기할 만

한 시간이 없었다.

 루도 베그만은 챔피언 사이를 돌아다니면서 3미터 간격을 두고 그들을 호숫가

에 세워 놓았다. 해리는 제일  끝에 서 있었다. 해리의  곁에는 빅터 크룸이 서 

있었는데, 그는 수영복을 입고 손에는 요술지팡이를 든 채 벌써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있었다.

 "해리, 괜찮니?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고 있니?"

 루도 베그만이 크룸에게서 약간 떨어진 곳으로  해리를 끌고 가더니 나지막이 

속삭였다.

 "네."

 해리는 숨을 헉헉거리며서 옆구리를  문질렀다. 루도 베그만은 해리의  어깨를 

한 번 굳게 쥐더니 심판석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월드컵 때 그랬던 것처럼 요술

지팡이 끝을 목에 갖다대더니 '소노루스!'라고 주문을 외웠다. 그러자 루도 베그

만의 목소리가 검은 호수를 가로질러서 멀리 관중석까지 생생하게 전달되었다.

 "자, 우리의 챔피언들이 모두  두 번째 시험을 위해  대기하고 있습니다. 제가 

호루라기를 불면 곧바로 시험이 시작될 것입니다. 챔피언들은 정확하게 한 시간 

안에 잃어버린 것을 찾아 와야만 합니다.  지금부터 셋을 세겠습니다. 하나…… 

둘…… 셋!"

  날카로운 호루라기 소리가 차갑고 고요한 허공에 울려 퍼졌다. 관중들은 환호

성과 박수를 치면서 열광했다. 다른  챔피언들이 어떻게 하는지 살펴볼  겨를도 

없이 해리는 서둘러 신발과 양말을 벗고 호주머니에서 아가미 풀을 한 웅큼 꺼

냈다. 그리고 아가미 풀을 입 속에 집어넣은  다음, 호수 속으로 저벅저벅 걸어 

들어갔다.

 호수의 물이 어찌나 차가운지 해리는 차가운 물이  아니라 뜨거운 불 속에 다

리를 집어넣은 것 같았다. 물 속으로 더운  깊이 들어가자, 물을 빨아들인 못이 

무겁게 해리를 짓눌렀다.

 이제 물은 해리의 무릎 높이까지 다다랐다. 감각이 마비된 발은 평평하고 작은 

돌 위에서 자꾸만 미끄러졌다. 해리는  최대한 빠르게 입을 움직이면서  열심히 

아가미 풀을 씹었다. 아가미 풀은 문어 다리처럼 불쾌하게 끈끈했으며 늘겅늘겅 

미끈거렸다. 얼음처럼 차가운 물이 허리까지 차  오르자, 해리는 걸음을 멈추고 

아가미 풀을 꿀꺽 삼켰다. 그리고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가만히 기다렸다.

 해리는 관중의 웃음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아무런 마법도 부리지  않고 곧장 

호수 속으로 걸어 들어간 자신의 모습이  틀림없이 가장 멍청하게 보일 거라는 

사실을 해리도 잘 알고 있었다. 물 밖으로 나와 있는 몸의 절반은  온통 소름이 

돋았고, 얼음 같은 물속 에 잠겨 있는 몸의 절반은 아무런 감각이 없었다.

 잔인한 바람이 해리의 머리카락을 마구 휘날렸다. 해리는 부들부들  떨기 시작

했다. 그리고 애써 다른 곳으로 고개를 돌려 관중석으로부터 시선을 피했다. 관

중들이 터뜨리는 웃음소리가 더욱더 커져만 갔다. 그리고  슬리데린의 좌석에서

는 야유와 휘파람 소리가 터져 나왔다…….

 바로 그 순간, 해리는 갑자기 마치 눈에 보이지 않는 베개가 입과 코를  꽉 누

르는 것 같은 기분을 느꼈다. 해리는 숨을 쉬려고 버둥거리면서 애를 썼지만 머

리가 핑핑 돌뿐이었다. 폐가 텅 비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양쪽 목에서 살이 

찢어지는 듯한 통증이 느껴졌다. 

 해리는 황급히 두 손으로 목을 만졌다. 해리의 귀 바로 아래쪽에서  커다란 두 

개의 아가미가 차가운 공기를  들이마시면서 뻐끔거리고 있었다…….  아가미가 

생겼다! 더 이상 말설일 필요도 없이, 해리는 당장 머리 속에 떠오르는 한 가지 

생각을 실천에 옮겼다. 무 속으로 첨벙 뛰어든 것이다.

 얼음처럼 차가운 물을 처음 들이마시는 순간, 생명의 숨결이 온모메 전해졌다. 

머리는 더 이상 어지럽지 않았다. 또다시  물을 꿀꺽꿀꺽 들이마시자, 부드럽게 

아가미를 통과한 물이 해리의 머리로 산소를 보내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해리는 손을 앞으로 내밀었다. 유령처럼 새파랗게 질린 손에는  물갈퀴가 달려 

있었다. 해리는 몸을 비틀어 벌거벗은 발을  내려다보았다. 길게 늘어난 발가락 

사이에도 물갈퀴가 달려 있었다. 마치 고무로 만든 잠수용 오리발을 신은 것 같

았다.

 호수의 물도 더 이상 차갑게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상쾌할 정도로 시워하고 

가벼운 기분이었다……. 다시 한 번 힘껏 발장구를 친 해리는 물갈퀴가 달린 발

이 어찌나 빨리 그리고 얼마나 멀리까지 몸을 밀고 가는지, 도저히 믿을  수 없

을 정도였다. 또한 물 속의 풍경이 너무나 똑똑하게 잘 보였기 때문에  더 이상 

눈을 깜박거릴 필요도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해리는 물살을 가르면서  호수 

밑으로 헤엄쳐 들어갔다.

 낯설고 어둡고 뿌연 호수 밑바닥에 도착하자, 무거운 침묵이 해리를 짓눌렀다. 

시야는 아주 흐렸다. 겨우 3미터 전방 정도만 바라볼 수 있을 뿐이었다. 그러므

로 물살을 가르면서 헤엄칠 때마다 새로운  광경이 어둠 속에서 불쑥 튀어나오

는 것 같았다. 해리의 눈앞에, 구불거리며 뒤엉킨  검은 물풀 숲과 둥글고 희미

하게 빛나는 돌이 깔린 넓은 진흙 벌판이 펼쳐졌다.

 해리는 호수 한가운데를 향해 좀더  깊이 헤엄쳐 들어갔다. 그리고 눈을  크게 

뜨고 기괴하게 회색빛을 발하는 물 속을 열심히 둘러보았다. 물은 점점 더 불투

명해졌다.

 작은 물고기들이 은빛 화살처럼 수식간에 해리의 곁을 휙 스치고 지나갔다. 한

두 번 해리는 무엇인가 커다란 것이 앞에서 움직이고 있는게  느껴졌다. 하지만 

다가가면, 번번이 커다랗고 시커먼 통나무이거나 혹은 빽빽한 물풀 덩어리였다. 

인어나 론의 흔적은 물론이고, 다른 챔피언들의  모습조차도 찾을 수가 없었다. 

심지어 고맙게도 대왕 오징어의 모습까지 보이지 않았다.

 저 앞쪽으로 60센티미터 정도 더 싶은 곳에  밝은 초록색 물풀이 드넓게 펼쳐

져 있는 것이 보였다.  마치 풀이 무성하게 웃자란  잔디밭 같았다.해리는 눈을 

부릅뜨고 열심히 정면을 살펴보면서 희미한 물 속에서 움직이는 형체를 알아보

려고 애를 쓰고 있었다……. 바로 그때, 아무런 예고도 없이,  뭔가가 해리의 발

목을 꽉 움켜잡았다.

 재빨리 몸을 돌린 해리는 그라인딜로우를 발견했다. 뿔이 달린 이 자그마한 물

귀신은 물풀 사이로 빠끔 고개를 내밀고 날카로운 송곳니를 드러낸  채, 기다란 

손가락으로 해리의 다리를 꽉 움켜잡고  있었다. 해리는 서둘러 물갈퀴가  달린 

손을 옷속으로 집어넣어서 요술지팡이를  꺼내려고 했다. 하지만  요술지팡이를 

잡는 순간, 또 다른 두  마리의 그라인딜로우가 물풀에서 튀어나오더니  해리의 

옷을 거칠게 움켜잡았다. 그라인딜로우들은 어떻게 해서든지 해리를  물 밑으로 

끌어당기려고 애를 썼다.

 "레라시오!"

 해리가 다급하게 외쳤다. 하지만 해리의 입에서는 아무런 소리도  나오지 않고 

오직 커다란 물거품만이 뻐끔뻐끔 뿜어져 나왔다. 그런데 해리의 지팡이는 그라

인딜로우들을 향해 불꽃을 튀기는 대신에 펄펄끓는 물을 발사한 것  같았다. 왜

냐하면 물귀신의 초록색 껍질 위에 뻘건 반점이 생겨났기 때문이다.

 물귀신의 손아귀에서 간신히 발목을 빼낸 해리는 있는 힘을 다해 재빨리 헤임

을 쳤다. 그리고 가끔씩 어깨 너머로 정신없이 뜨거운 물을 발사했다. 이따금씩 

그라인딜로우가 다시 발목을 붙잡는 느낌이 들 때마다, 해리는 미친  듯이 빌길

질을 했다. 마침내 발에 뿔 달린 머리가 툭 부딪히는 느낌이 들어서  문득 뒤돌

아보니까, 눈을 헤롱헤롱 뜨고 있는 그라인 딜로우 한 마리가 둥둥 떠다니고 있

었다. 다른 물귀신들은 해리에게 주먹을 흔들면서 위협하더니 다시 물풀 속으로 

들어가 버렸다.

 천천히 밑으로 내려운 해리는  다시 지팡이를 옷 속에  집어 넣고 조심스럽게 

주위를 살펴보았다. 그리고 무슨 소리가 들리는지 알아보기 위해 주의  깊게 귀

를 기울였다. 물 속을 한 바퀴 다 돌았지만, 여전히 무거운 침묵만이 감돌 뿐이

었다.

 해리는 이제 상당히 깊은 곳까지 들어왔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너

울거리는 물풀 이외에는 아무것도 움직이는 것이 없었다.

 "어떻게 여기까지 왔니?"

 그 순간 해리는 심장이 완전히 멎어 버리는 것 같았다. 해리는 재빨리 뒤를 돌

아보았다. 모우닝 머틀이 진주가 박힌  두꺼운 안경 너머로 해리를  바라보면서 

둥둥 떠다니고 있었다.

 "머틀!"

 해리는 말을 하려고 입을 벌렸다. 하지만 또다시 해리의 입에서는 커다란 거품

만이 솟아날 뿐이었다. 그 모습을 보고 모우닝 머틀이 킬킬거리면서 웃었다.

 "너 저기 가려고 하는구나!" 모우닝 머틀이 손으로 호수 저쪽을 가리키면서 말

했다. "하지만 난 너랑 같이 가고 싶지  않아……. 난 그들을 별로 좋아하지 않

거든. 내가 가까이 다가가면 항상 나를 쫓아내……."

 해리는 엄지손가락을 세워서 모우닝 머틀에게 고맙다는  표시를 하고 다시 길

을 떠났다. 이번에는 물풀 속에 숨어 있을 또 다른 그라인딜로우를 피하기 위해 

물풀 위로 좀더 높이 헤엄쳤다.

 해리는 호수 속에서 적어도 20분은 넘게 헤엄을 친 것 같았다. 이제 검은 진흙

이 넓게 깔려 있는 곳이 나타났다. 해리가  물살을 일으키자, 바닥에 깔려 있던 

진흙이 시커멓게 일어났다. 바로 그 순간 어디에선가 희미하게 인어의 노랫소리

가 들렸다.

 한시간 동안 당신은 찾아야만 해요

 그리고 우리가 가져가는 것을 되찾아야만 해요.

 해리는 더욱 빨리 헤엄치기 시작했다. 오래지 않아 희뿌연 물 속에  커다란 바

위가 불쑥 솟아 있는 것을  발견했다. 바위 위에는  인어  그림 그려져 있었다. 

인어들은 창을 들고 대왕오징어처럼 보이는 것을 뒤쫓고 있었다. 해리는  그 바

위를 지나서, 노랫소리가 들리는 곳을 향해 계속 헤엄쳤다.

 당신의 시간은 벌써 절반이나 지났어요.

 그러니까 더 이상 지체하지 말아요.

 당신이 찾는 것이 여기에서 죽어 버리지 않도록…….

 깜깜한 어둠 속에서 갑자기 울퉁불퉁한 돌로  만든 동굴빋들이 아련하게 모습

을 드러냈다. 바닷말이 얼룩덜룩 동굴집들을 뒤덮고  있었다. 어두운 창문 여기

저기에서 인어들의 얼굴이 나타났다……. 반장들의 욕실에 걸려 있던 인어 그림

과는 단 한 군데도 닮지 않은 얼굴이었다. 

 인어의 피부는 회색이었으며 길고 짙은 초록색의  머리카락은 마구 풀어 헤쳐

져 있었다. 인어의 눈과 엉성한 이빨은 모두 누런색이었다. 그리고 목에는 조약

돌로 만든 목걸이를 걸고 있었다. 그들은 헤엄을 치면서 지나가는  해리를 힐끗

힐끗 곁눈질하면서 쳐다보았다.

 마침내 인어들 중에서 두 명이 해리를 좀더  자세히 살펴보기 위해 은빛 꼬리

로 물살을 가르며 동굴에서 헤엄쳐 나왔다. 그 인어들은 손에 날카로운 창을 들

고 있었다.

 해리는 주위를 둘러보면서 더욱 바르게 헤엄쳤다. 인어들이 살고  있는 동굴집

이 점점 더 많아졌다. 어떤 동굴집 주위에는  물풀로 꾸민 정원이 있었다. 심지

어 애완용 그라인딜로우를 문 앞의 말뚝에 매 놓은 집도 있었다. 이제  온 사방

에서 몰려온 인어들이 신기한 듯이 해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인어들은 아가미와 

물갈퀴가 달린 해리의 손을 가리키면서 서로 귓속말을 주고받았다. 그러다가 모

퉁이를 돌아선 해리는 참으로 이상한 광경을 보았다.

 수많은 집들이 줄지어 늘어서 있는 마을 앞  광장처럼 보이는 장소에 한 무리

의 인어들이 모여서 헤엄을 치고 있었다. 그 중앙에서는 인어  합창단이 노래를 

부르면서 시합에 참가한 챔피언들을 불러들이고 있었다. 인어 합창단 뒤에는 거

친 조각상 같은 것이 우뚝 솟아올라 있었는데, 그것은 커다란 바위를 잘라서 만

든 거대한 인어상이었다. 그 인어  석상의 꼬리에는 네 사람이 꽁꽁  묶여 있었

다.

 론은 헤르미온느와 초 챙 사이에 묶여 있었다. 그리고 여덟살도 채 안 되어 보

이는 어린 소녀가 묶여 있었다. 그 소녀의 구름처럼 탐스러운  은빛 머리카락을 

보자, 해리는 아마도  플뢰르 델라쿠르의 여동생이  틀림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네 사람 모두 아주 깊이 잠들어  버린 것 같았다. 머리는 어깨 위에  힘없이 축 

늘어져 있었으며 입에서는 작은 물방울이 계속해서 보글보글 흘러나왔다. 

 해리는 인어들이 당장이라도 창을 들고 자신을 위협할 거라고  예상하면서, 인

질들이 묶여 있는 석상을 향해 빠르게 헤엄쳤다. 하지만 인어들은  아무런 행동

도 취하지 않았다. 인질들을 묶고 있는 밧줄은 물풀로 만든 것이었는데, 두껍고 

미끄러웠으며 아주 튼튼했다.

 그 순간 해리는 시리우스가  크리스마스 선물로 보내준 주머니칼을  떠올렸다. 

그 주머니칼은 어떤 자물쇠라도 열 수 있고 어떤 매듭이라도 풀 수  있었다. 하

지만 그 주머니칼은 무려 400미터나 떨어져 있는  성안의 가방 속에 얌전히 들

어 있었기 때문에 지금은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해리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날카로운 창을 들고 있는 수많은  인어들이 해리의 

행동을 지켜보고 있었다. 해리는 재빨리  기다란 초록색 수염을 기르고  목에는 

상어 이빨 목걸이를 두른 키가 2미터 정도 되는 남자 인어를  향해서 다가갔다. 

그리고 손짓 발짓으로 창을 빌려 달라는 시늉을 했다. 남자 인어는 껄껄 웃으면

서 머리를 흔들었다. 

 "우리는 도와줄 수 없어."

 인어는 거칠고 쉰 목소리로 말했다.

 "이리 줘요!" 

 해리는 화가 나서 소리쳤지만 해리의 입에서는  거품만 보글보글 솟아날 뿐이

었다. 해리는 인에게서 창을 빼앗으려고 덤벼들었다.  하지만 얼른 뒤로 물러선 

인어는 여전히 껄껄 웃으면서 고개를 가로저었다.

 해리는 물 속을 빙빙 돌면서 안타깝게 주위를 살펴보았다.  무엇인가 날카로운 

것을 찾아서…….

 호수 바닥에서 돌이 반짝거렸다. 곧장 바닥으로 내려간 해리는  특히 날카로운 

돌을 하나 집어들고 인어 석상이 있는 곳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론을 묶어 놓은 

밧줄을 자르기 시작했다. 몇 분 동안 필사적으로 노력한 끝에 겨우 밧줄이 끊어

졌다. 의식을 잃은 론은 호수 바닥에서 몇  센티미터 위로 둥둥 떠올랐다. 그리

고 물살이 흐르는 대로 이리저리 흔들렸다. 

 해리는 초조하게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다른 챔피언들은 그림자조차 보이지 않

았따. 도대체 그들은 뭘 하고 있는 걸까? 왜 서둘러 오지 않는 걸까? 해리는 다

시 헤르미온느가 있는 곳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날카로운 돌로 헤르미온느를 묶

고 있는 밧줄을 자르기 시작했다.

 그러자 당장 억센 회색 손들이 해리를 붙잡았다. 대여섯 명의 인어들은 해리를 

헤르미온느에게서 강제로 떼어 놓았다. 그들은 껄껄 웃으면서  초록색 머리카락

을 흔들었다.

 "너는 이미 너의 인질을 구했어. 다른 인질들은 그냥 내버려둬……."

 인어 중에 한 명이 말했다.

 "절대로 그럴 수는 없어!"

해리가 버럭 고함을 질렀다. 하지만 해리의 입에서는 두 개의  커다란 물방울이 

뿜어져 나올 뿐이었다.

 "네 시험은 네 친구를 구하는 것뿐이야……. 그러니까 다른 인질들은 건드리지 

말란 말이야……."

 "이 사람도 내 친구야." 해리는 헤르미온느를 손으로 가리키면서 소리쳤다. 해

리의 입에서 거대한 은빛 물방울이 소리없이 새어 나왔다. "그리고  난 다른 사

람들도 죽게 내버려 둘 수 없어!"

 초 챙의 머리는 헤르미온느의 어깨에 축 늘어져 있었다. 조그만 은빛  머리 소

녀의 얼굴은 유령처럼 시퍼렇고 창백하게  질려 있었다. 해리는 인어와  싸우기 

위해 두 팔을 버둥거렸지만, 인어들은 점점 더 큰 소리로 웃으면서 해리의 등을 

떠밀었다.

 해리는 미친 듯이 주위를 둘러보았다.  도대체 다른 챔피언들은 어디 있는  걸

까? 과연 론을 데리고 호수 위로 올라갔다가 다시 헤르미온느와 다른 인질들을 

구하기 위해 내려올 만한 시간이  있을까? 아니, 호수 밑바닥에 있는  인질들을 

다시 찾을 수나 있을까? 해리는 시간이 얼마나 남았는지 알아보려고 손목 시계

를 내려다보았다. 그런데 시계는 고장이 났는지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다.

 바로 그때 해리를 둘러싸고 있던 인어들이 열심히 그의 뒤편을 손으로 가리켰

따. 번쩍 고개를 든 해리의 눈에 케드릭 디고리가 인어 석상을 향해서 다가오고 

있는 모습이 보였따. 거대한 물방울이 케드릭의  머리 주위를 감사고 있었는데, 

그 때문에 그의 얼굴은 아주 이상할 정도로 넓적하고 길게 보였다.

 "길을 잃었어!" 케드릭이 입을 벌렸다. 무척 고통스러운  듯한 표정이었다. "플

뢰르와 크룸도 지금 오고 있어!"

 크게 안도하는 마음으로 해리는 케드릭이 호주머니에서 칼을 꺼내 초 챙을 풀

어 주는 광경을 지켜보았다. 케드릭은 초 챙을 끌어안고 곧장 위로 올라가기 시

작했다. 케드릭과 초 챙의 모습은 이내 사라졌다.

 해리는 어서 빨리 다른 챔피언들이 오기를 기다리면서 주위를  둘러보았다. 플

뢰르와 크룸은 도대체 어디에 있는 걸까? 시간은 점점 흐르고 있었다. 황금알에

서 흘러나온 노래에 따르면, 한 시간 후에 인질들은 목숨을 잃어버리게 될 것이

다…….

 갑자기 인어들이 시끄럽게 깍깍거리기 시작했다. 해리를 꽉 붙잡고  있던 인어

들도 손을 풀고 뒤를 돌아보았다.  힐끗 고개를 돌린 해리는 무언가  괴물 같은 

것이 물살을 가르면서 그들을 향해 다가오고 있는 것을 보았다. 하지만 상어 머

리를 하고 있는 그 괴물이 수영복을 입고 있는 걸로 보아. 그 괴물의 정체는 바

로 빅터 크룸임을 알 수 있었다. 크룸은 아마도 상어로 변신하려고 했으나 제대

로 되지 않은 것 같았다.

 상어인간은 곧장 헤르미온느를  향해 다가가더니 이빨로  그녀를 묶은 밧줄을 

갉아대기 시작했다. 하지만 크룸의 상어 이빨은,  돌고래보다 작은 물어뜯는 데

는 서툴다는 것이 커다란 단점이었다. 만약 크룸이 조금만 실수를  해도 헤르미

온느의 몸은 절반쯤 잘려 나가고 말 거라는 생각이 들자, 해리는 쏜살같이 앞으

로 달려가서 크룸의 어깨를 세게 쳤다.

 해리는 서둘러 크룸에 날카로운  돌조각을 건네주었다. 그것을 받아든  크룸은 

열심히 헤르미온느의 밧줄을 자르기 시작했다. 곧  밧줄이 끊어지자, 크룸은 헤

르미온느의 허리를 끌어 안고 뒤도 한 번 돌아보지 않은 채, 황급히  수면 위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이제 어떻게 하지? 해리는 머리를 쥐어짰다. 플뢰르 델라쿠르가 확실히 온다는 

것을 알 수만 있다면……. 하지만 아직까지도  플뢰르는 나타날 기색이 없었다. 

그렇다면 할 수 있는 일은 오직 단 한 가지 뿐이었다…….

 해리는 크룸이 떨어뜨리고 간 돌을 다시 집어들었다. 하지만 남자 인어들은 론

과 어린 소녀를 둘러싼 채, 계속해서 고개를  가로저었다. 해리는 품 속에서 요

술 지팡이를 꺼내들었다.

 "당장 비켜!"

 이번에도 역시 해리의 입에서는  거품만이 부글부글 뿜어져 나왔다.  그렇지만 

해리의 단호한 표정을 보자, 인어들도 그의  뜻을 알아차린 모양이었다. 왜냐하

면 갑자기 웃음을 뚝 멈추었기 때문이다.

 인어들의 노란 눈은 해리의 요술지팡이에 고정되어 있었다. 그들은  몹시 겁을 

집어먹은 듯한 표정이었다. 물론 수로는 인어가 훨씬 더 많았다. 하지만 해리는 

인어의 얼굴에 떠오른 표정을 보고 그들의 대왕 오징어만큼이나 마법에 대해서

는 아무것도 모른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셋을 세겠다!" 해리가 고함을 질렀다. 해리의 입에서 엄청나게 많은 물방울이 

쏟아져 나왔다. 하지만 해리는  손가락을 들어서 의사를  확실히 전달했다. "하

나……."(해리는 손가락 하나를 접었다) "둘……." (두 번째 손가락을 접었다)

 갑자기 인어들이 뿔뿔이 도망쳐 버렸다. 해리는 황급히 앞으로  달려가서 여전

히 동상에 묶여 있는 어린 소녀의 밧줄을 자르기 시작했다. 마침내 소녀가 풀려

나자, 해리는 어린 소녀의 허리를 잡고 론의 목덜미를 움켜쥔 채 위로 솟아오르

기 시작했다.

 그것은 아주 어렵고 힘든 일이었다. 해리는 더 이상 물갈퀴가 달린  손을 휘저

어서 앞으로 헤엄쳐 나갈 수가 없었다. 미친 듯이 두 다리를 버둥거렸지만 론과 

플뢰르의 여동생은 마치 감자를  잔뜩 집어넣은 포다  자루처럼 해리르 자꾸만 

물 밑으로 끌어당겼다…….

 해리는 하늘을 향해 눈길을 돌렸다.  머리 우로 보이는 수면이 어두운  것으로 

미루어 볼 때, 아직도 아주 깊은 곳에  있는 것이 틀림없었다. 인어들은 해리와 

함께 물 위로 떠오르고 있었다. 

 인어들은 해리 주위를 자유롭게 빙빙 돌면서, 물 속에서 버둥거리고 있는 해리

를 지켜보고 있었다. 이러다가 시간이 지나면, 인어들은 해리를 다시 물 속으로 

끌어당기려고 하는 것이 아닐까? 혹시 사람을 잡아먹는 족속들은 아닐까? 해리

의 다리는 잠시도 쉬지 않고  계속해서 헤엄을 쳤다. 론과 소녀를  붙잡고 있는 

두 팔은 떨어져 나갈 듯이 아팠다.

 해리는 너무나 힘이 들어서 숨을  헐떡거렸다. 다시 양쪽 목에 통증이  느껴졌

다.……. 그리고 너무나 또렷하게 입 속으로 흘러  들어오는 물을 느낄 수 있었

다……. 이제 어두운 수면은 조금씩 밝아지고 있었다……. 머리 위로 밝은 햇살

을 볼 수가 있었다…….

 해리는 물갈퀴가 달린 발을 더욱 열심히 움직였지만, 어느 한순간 그것이 다시 

평범한 발이 되어 버렸다는 사실을 알았다. 물이 입으로 쏟아져 들어와 폐를 가

득 채우고 있었다……. 해리는  머리가 핑핑 도는 것을  느끼기 시작했다. 밝은 

햇빛과 신선한 공기는 불과 3미터 위에  있다……. 조금만 더 올라가면……. 반

드시 가야한다……. 반드시…….

 해리는 어찌나 격렬하게 발장구를 쳤는지, 다리 근육이 비명을 지르는 것 같았

다. 머리 속까지 물이 꽉 들어찬 느낌이었다. 더 이상 숨을 쉴 수가  없었다. 너

무나 절실하게…… 산소가  필요했다. 하지만 계속  올라가야만 했다. 여기에서 

멈출 수는 없었다.

 바로 그 순간, 해리는 머리가 호수  위로 불쑥 솟아오르는 걱을 느낄  수 있었

다. 놀라울 정도로 차갑고 신선한 공기가 물에 흠뻑 젖은 해리의 얼굴을 찌르는 

듯했다. 해리는 마치 이전에는 한  번도 제대로 숨을 쉬어 보지  못한 사람처럼 

신선한 공기를 크게 들이마셨다. 그리고  숨을 헐떡거리면서 론과 어린  소녀를 

물 위로 끌어올렸다. 그와 동시에 초록색 머리카락을 길게 기른  인어들이 해리

와 함께 수면 위로 불쑥  떠올랐다. 하지만 해리를 빙 둘러싼  인어들은 환하게 

미소를 짓고 있었다.

 관중석에 있는 군중은 야단법석이었다. 군중은 일제히 고함을 치고  비명을 지

르면서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있었다. 그들은 론과 어린 소녀가  죽었을 거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건 아니었다…….

 잠시 후 두 사람 모두 눈을 떴다. 어린 소녀는 무척 당황해 하고  있었으며 잔

뜩 겁에 질린 듯이 보였다. 하지만 론은 즉시 엄청난 양의 물을 토해 내더니 밝

은 햇빛에 눈을 깜박이면서 해리를 돌아보았다. "온통 젖었군, 그렇지?" 그러다

가 문득 론은 플뢰르의 여동생을 발견했다. "얘는 뭐하러 데리고 왔어?"

 "플뢰르 델라쿠르가 나타나지 않았어. 그냥 호수 밑에 내버려두고  올 수는 없

잖아."

 해리가 씩씩 숨을 몰아쉬면서 대답했다.

 "해리, 이런 멍청이 같으니라구!  설마 그 노래를 진짜로  받아들인 건 아니겠

지? 그래? 덤블도어 교수님이 설마 우리를 물에  빠져 죽도록 그냥 내버려뒀겠

니!"

 론이 해리를 쳐다보면서 말했다.

 "하지만 그 노래는 ……."

 "그건 단지 너희들을 제한된 시간  안에 돌아오도록 만들기 위한  방법이었어! 

네가 영웅 노릇을 하느라고 저 밑에서 시간을 낭비하지 않기를 바랬는데!"

 론은 한심하다는 듯 머리를  흔들었다. 해리는 완전히  바보가 된 기분이었다. 

그리고 슬그머니 부아가 치밀었다. 론은 아주 멀쩡했다. 줄곧 잠이 들어 있었기 

때문에 저 호수 속이 얼마나 무시무시한지 전혀 알지 못했던  것이다. 당장이라

도 사람을 잡아먹을 것 같은 인어들에게 둘러싸여 있었으면서도……. 게다가 그 

인어들은 날카로운 창까지 들고 있지 않았던가?

 "자, 어서." 해리가 무뚝뚝하게 말했다. "날 좀 도와줘. 이 애는 헤엄을 잘 치지 

못하는 것 같아."

 해리와 론은 플뢰르의 여동생을 데리고 심판들이  지켜보고 서 있는 호숫가로 

헤엄을 치기 시작했다. 20여 명의 인어들이 마치 호위병처럼 그들을 둘러싼 채, 

소름끼치게 날카로운 목소리로 노래를 부르면서 따라왔다.

 해리는 호들갑을 떰녀서 헤르미온느와 크룸, 케드릭,  초 챙을 돌보고 있는 폼

프리 부인을 보았다. 그들은 모두 두꺼운 담요로 몸을 감싸고 있었다.

 덤블도어와 루도 베그만은 환한 미소를 지으며 해리와 론이 헤엄을 치면서 다

가오고 있는 호숫가에 서 있었다. 하지만 퍼시는 하얗게 질린 얼굴로 그들을 맞

이하기 위해 호수 안까지 첨벙거리면서  달려왔다. 그런 퍼시의 모습은  평소와 

달리 아주 나이가 어린 꼬마처럼 보였다.

 맥심 부인은 플뢰르 델라쿠르를 달래기  위해 애를 쓰고 있었다. 거의  이성을 

잃다시피 한 플뢰르는 깨물고 할퀴고 하면서  다시 물 속으로 들어가려고 발버

둥을 치고 있었다.

 "가브리엘! 가브리엘! 살아 있니? 다친 건 아니니?"

 "동생은 괜찮아!"

 해리는 플뢰르에게 동생이 무사하다는 말을 해주려고 했다. 하지만  너무나 지

쳐서 단 한마디도 할 수가 없었다.

 퍼시는 론을 붙잡더니 호숫가로 끌고 갔다. ("저리 비켜,  퍼시 난 괜찮아!" 론

이 투덜거리면서 말하는 소리가 들렸다.) 덤블도어와 루도  베그만은 해리를 부

축해 주었다.

 "그라인딜로우들이…… 나를 공격했어……. 오! 가브리엘, 나는  네가…… 네가 

그만……."

 맥심 부인의 손을 뿌리친 플뢰르는 여동생을 꽉 끌어안았다.

 "너희도 이리 오렴."

 폼프리 부인은 다정하게 해리의 손을 잡고  헤르미온느와 다른 사람들이 있는 

곳으로 데려갔다. 그리고 담요로 숨일 막힐 정도로  몸을 단단히 감싸 준 다음, 

부글부글 거품이 끓어오르는 약을 억지로 삼키게 했다. 그 순간  해리의 귀에서 

뜨거운 김이 해어 나왔다.

 "해리, 정말 잘했어! 마침내 해냈구나! 혼자 모든 걸 해결했어!"

 헤르미온느가 감격한 듯이 소리쳤다.

 "그게……."

 해리는 헤르미온느에게 도비의 도움을 받았다는 말을 하려고 했다.  하지만 문

득 카르카로프가 날카로운 눈으로 자신을 계속 주시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

다. 지금까지 심판석에서 꼼짝도 하지 않고 가만히 앉아 있는 심판은 오직 카르

카로프 한 사람뿐이었다. 해리와 론, 플뢰르의 여동생이 무사히 돌아온 것을 보

고도 전혀 기뻐하지 않는 심판도 오직 카르카로프뿐이었다.

 "그래, 맞아. 내가 해냈어."

 해리는 일부러 카르카로프의 귀에 들리도록 목청을 높이면서 말했다.

 "네 머리에 딱정벌레가 붙었다. 헤르므-오운-니니."

 빅터 크룸이 불쑥 끼어들었다. 해리는 크룸이 헤르미온느의 관심을  자기 쪽으

로 도리려고 애를 쓰는 듯한 인상을 받았다. 아마도 호수  속에서 헤르미온느를 

구출한 것이 바로 자신이라는 사실을 상기시키고 싶은 모양이었다. 하지만 헤르

미온느는 귀찬흔 듯이 머리에 붙은 딱정벌레를 탁탁 털어 버리고 다시 말을 이

어 나갔다.

 "하지만 너는 시간 제한을 어겼어. 해리……. 우리를 찾는데 그렇게 시간이 많

이 걸렸니?"

 "아니야…… 찾는 건 아무런 문제도 없었어……."

 해리는 더욱더 자신이 멍청하게 느껴졌다. 이제 호수 밖으로 나와서 곰곰이 생

각해 보니까, 조심성 많고 어느  누구보다도 안전을 중시하는 덤블도어가  단지 

챔피언이 나타나지 않는다고 해서 인질이 죽도록 내버려두지 않을 거라는 사실

은 너무나 당연하고 뻔한 일이었던 것이다. 왜 론을 데리고 그냥 돌아오지 않았

을까? 만약 그랬다면 제일 먼저 돌아왔을 텐데……. 케드릭과 크룸은 다른 인질

들을 걱정하면서 공연히 시간을 낭비하지 않았다. 그들은 인어의 노래를 심각하

게 받아들이지 않았던 것이다…….

 덤블도어는 호숫가에 쭈그리고 안장서 우두머리처럼 보이는 인어와 깊은 대화

를 나누고 있었다. 그 인어는 특히나 사납고 무시무시하게 생긴 여자 인어였다. 

덤블도어는 인어들이 물밖에 있을  때 내는 것과  똑같은 날카롭고 소름끼치는 

소음을 내고 있었다. 인어의 말을 할 줄 아는 것이 분명했다.

 마침내 몸을 일으킨 덤블도어는 동료 심판들이 있는 곳으로 돌아왔다. "점수를 

매기기 전에 먼저 잠깐 회의를 열어야 겠습니다." 덤블도어의 요청에 따라 즉시 

심판들은 회의에 들어갔다.

 폼프리 부인은 퍼시의 손에서 론을 구해 내어  해리와 다른 친구들이 있는 곳

을 데려가더니, 론에게도 똑같이 두꺼운 담묘와 페퍼럽 약을 주었다. 그런 다음

에 폼프리 부인은 다시 플뢰르와 여동생을 데리고 왔다.

 플뢰르는 얼굴과 팔 여기저기에 수많은 상처가 나 있었다. 그리고 옷도 너덜너

덜하게 찢겨 있었다. 하지만 조금도 신경을 쓰는  것 같지 않았다. 폼프리 부인

이 상처를 닦아 주겠다고 하는 것도 거절했다.

 "가브리엘이나 돌봐 주세용."  플뢰르는 이렇게  말하면서 해리를 돌아보았다. 

"네가 내 동생을 구했엉." 플뢰르는 숨도 쉬지 않고 빠르게 말했다. "네  인질도 

아니었는뎅 말이양."

 "그래."

 사실 해리는 세 여자 모두 그냥 석상에 묶여 있도록 내버려두고 나올 걸 그랬

다고 진심으로 후회하고 있는 중이었다.

 플뢰르는 허리를 숙이더니 해리의 양쪽 뺨에  두 번 입을 맞추었다(해리는 얼

굴이 확확 달아오르는 느낌이었다. 설사 다시 양쪽 귀에서 김이  솟는다고 해도 

전혀 놀라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너도…… 너도 도와줬엉."

 플뢰르는 다시 론을 향해 눈길을 돌렸다.

 "그래, 그래…… 약간이지만……."

 론이 기대에 가득 찬 눈빛으로 플뢰르를 바라보았다. 플뢰르는 다시 몸을 굽히

더니 론의 뺨에 입을 맞추었다. 헤르미온느는 완전히 토라진 것 같았다. 하지만 

바로 그때 마법에 의해 커다랗게 증폭된  루도 베그만의 목소리가 귓전을 때렸

다. 모두들 깜짝 놀라서 펄쩍 뛰어올랐다.  관중석에 있던 군중들까지도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

 "신사 숙녀 여러분! 마침내 결정이 내려졌습니다.  인어의 여왕인 머쿠스는 호

수 밑에서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정확하게 알려주었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챔

피언 각자에게 다음과 같이 점수를 주기로 결정했습니다. 먼저 플뢰르 델라쿠르

입니다. 플뢰르 양은 거품 머리 마법을 멋지게 사용했지만 목표물을  향해 가는 

도중에 그라인딜로우의 공격을 받고서 인질을 구해 내는 일에 실패했습니다. 그

러므로 우리는 플뢰르 양에게 25점을 주기로 결정했습니다."

 관중들은 열렬히 박수를 쳤다.

 "나는 0점을 받아양 했엉."

 플뢰르 델라쿠르가 눈부신 머리카락을 찰랑찰랑 흔들면서 목이 메어 말했다.

 "다음은 케드릭 디고리입니다. 케드릭 군 또한 거품 머리  마법을 사용해서 제

일 먼저 인질을 데리고 돌아왔습니다. 비록 한 시간이라는 제한 시간을 1분이나 

넘겼지만 말입니다." 후플푸프들이 앉아 있는 곳에서 엄청난  환호성이 터져 나

왔다. 해리는 초 챙이 황홀한 표정으로  케드릭을 바라보는 것을 보았다. "그러

므로 케드릭 군에게는 47점을 주겠습니다."

 해리의 심장이 덜컥 무너져 내렸다. 케드릭이 제한 시간보다 늦게 밖으로 나왔

다면, 해리 자신은 더 이상 말할 것도 없었다.

 "빅터 크룸은 비록 불완전한 변신술을  사용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효과적

으로 인질을 데리고 두 번째로 돌아왔습니다. 그러므로 크룸에게는 40점을 주겠

습니다."

 카르카로프는 아주 자랑스러운 듯한 표정을 지으면서 특별히 요란하게 박수를 

쳤다.

 "해리 포터는 아가미 풀을 아주 훌륭하게 사용했습니다."  루도 베그만은 잠시 

뜸을 들이다가 다시 말을 이어 나갔다. "포터 군은 제일  늦게 돌아왔으며 제한 

시간인 한 시간을 훨씬 더 초과했습니다. 하지만 인어 여왕은 우리에게 포터 군

이 제일 먼저 인질들이 있는 장소에 도착했다는 사실을 알려  주었습니다. 해리 

군이 제일 늦게 돌아왔던 이유는 자신의  인질뿐만 아니라 다른 인질들이 모두 

안전하게 돌아가는지를 확인하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론과 헤르미온느는 거의 동시에 짜증과 동정심이  절반씩 섞인 표정으로 해리

를 쳐다보았다.

 "심판들 대부분이……." 이 대목에서 루도 베그만은 카르카로프를 아주 못마땅

한 표정으로 흘겨보았다. "이런 행동이야 말로 만점을 받고도 남을 만한 도덕적

이고 훌륭한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포터 군의 점수는  45점입니

다."

 그 순간 해리는 하늘로 날아오르는 듯한 기분이었다. 이제 케드릭과 동점을 이

루게 된 것이다. 감짝 놀란 론과 헤르미온느는 한참 동안이나 멍하니 해리를 바

라보다가 이내 큰 소리로 웃음을 터뜨리면서  다른 관중들과 함께 열렬하게 박

수를 치기 시작했다.

 "해리, 잘 했어!" 론이 환호성보다 더 큰 소리로 고함을 쳤다. "결국 너는 바보

짓을 한 게 아니었어! 너는 도덕성을 보여 준 거야!"

 플뢰르도 열심히 박수를 쳤다.  하지만 크룸은 별로  즐거운 표정이 아니었다. 

크룸은 헤르미온느에게 다시 말을 걸려고 했지만, 해리와 함께 기뻐하느라고 그

의 말에 귀를 기울일 틈이 없었다.

 "세 번째 마지막 시험은 6월 24일 저녁에 치러질 것입니다." 루도 베그만이 목

소리를 가다듬으면서 말했다. "챔피언들은 정확히 한 달 전에 어떤 시험이 치러

질 것인지 알게 될 것입니다. 열심히 챔피언들을 응원하신 모든  분들에게 진심

으로 감사드립니다."

 마침내 끝났구나! 해리는 머리가 빙빙 도는 와중에도 이런 생각을 떠올렸다.

 폼프리 부인은 챔피언과 인질들을 빨리 성으로  데려가서 마른 옷으로 갈아입

히려고 황급히 서둘렀다. 이제 끝났어. 무사히 해낸 거야……. 이제는  6월 24일

까지 아무것도 걱정할 필요가 없어…….

 성으로 들어가는 돌계단을 올라가면서 해리는 마음속으로  결심했다. 다음번에 

호그스미드에 가게 되면 양말을 잔뜩 사서 1년  동안 날마다 도비에게 한 켤레

씩 선물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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