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2장 (74/194)

해리포터와 불의 잔 제4권 - 3

조앤 K 롤링

제22장 뜻밖의 시험

"포터! 위즐리! 정신 못 차리니?"

 맥고나걸 교수의 짜증스러운  목소리가 마치 매서운  채찍처럼 화요일 변신술 

수업이 진행되고 있는 교실을 쨍 하고 울렸다. 해리와 론은 화들짝 놀라면서 번

쩍 고개를 들었다.

 수업 시간이 거의 끝나갈 무렵이었다. 공부는  이미 끝이 났다. 학생들이 기니

피그로 바꾸어 놓았던 뿔닭은 커다란 우리 안에 갇힌 채, 맥고나걸 교수의 책상

위에 놓여 있었다(네빌의 기니피그는 아직까지도  털이 달려 있었다). 학생들은 

칠판에 적힌 숙제를 열심히 받아적고 있는 중이었다(이종 간에 변신을 행할 때, 

적용할 수 있는 변신부문에 대해서 예를 들어 기술하라).  얼마 있지 않아서 종

이 울릴 것이다. 지금까지 교실 뒤편에서 프레드와 조지 형제의  가짜 요술지팡

이로 열심히 칼싸움을 하고 있던 해리와 론은 문득 자신의 손을 올려다 보았다. 

론은 양철앵무새를, 해리는 고무생선을 들고 있었다.

 "이제 포터와 위즐리가  고맙게도 자기나이에  걸맞는 행동을  보여주고 있으

니……." 맥고나걸 교수가 무서운  표정을 지으면서 두  사람을 노려보았다. 그 

순간 해리가 들고 있던 고무  생선의 머리가 똑 부러지면서  소리 없이 바닥에 

떨어졌다. 론의 앵무새는 이미 조금 전에 부리가 갈라졌다.

 "여러분 모두에게 알려 줄 게 있어요. 크리스마스 무도회가  곧 열릴 예정이에

요. 트리위저드 시합의 전통적인 행사 중 하나이자, 동시에 외국 손님들과 사귈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하죠. 크리스마스 무도회는 4학년 이상 학생들만 참가

할 수 있어요. 물론 여러분이 원한다면 하급생들을 초대할 수는 있지만……."

 라벤더 브라운이 키득키득 웃음 소리를 내자, 패르바티 패틸이  그녀의 옆구리

를 쿡 찔렀다. 하지만 웃지 않으려고 너무 애를 쓴 탓에 패르바티  패틸의 얼굴

도 잔뜩 일그러져 있었다.

 두 사람 모두 연신 해리를  돌아보았다. 맥고나걸 교수는 그런 그들의  행동을 

못 본 척했다. 해리는 방금  전에 맥고나걸 교수가 론과 자신을  호되게 야단친 

것에 비하면 너무 불공평한 처사라고 생각했다.

 "크리스마스 무도회에 참석하려면 반드시 정장을  입어야만 합니다." 맥고나걸 

교수가 차분한 목소리로 말을 이어 나갔다. "무도회는 크리스마스  날 저녁 8시

에 대연회장에서 시작되어서 자정에 끝날 것입니다. 또한 ……."

 맥고나걸 교수는 일부러 잠시 동안 말을 끊고 학생들을 둘러보았다.

 "크리스마스 무도회에서는 여러분 모두 ……음  ……머리를 풀어 내리는 것이 

허락될 것입니다."

 맥고나걸 교수는 아주 못마땅한 표정으로 말을 끝냈다. 라벤더  브라운은 웃음

소리가 새어 나오지 않도록 황급히 손으로  입을 꽉 틀어막으면서 아까보다 더

욱 심하게 키득거렷다. 이번에는 해리도 왜 웃는지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맥

고나걸 교수는 언제나 머리를 바싹 틀어올린채, 평생토록 한 번도  머리를 풀어 

늘어뜨린 적이 없는 것처럼 보였던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여러분이 호그와트의 학생으로서 반드시 지켜야 할 행

동 지침을 소홀히 해도 좋다는 뜻은 절대로 아니에요. 어떤  식으로든지 그리핀

도르의 학생이 우리 학교의 명예를 실추시킨다면 나는 몹시 불쾌할 겁니다."

 마침내 수업시간이 끝났다는 것을 알리는 종이 우렸다. 학생들은  언제나 그렇

듯이 부산하게 가방을 책이더니 어깨에 걸치고 밖으로 쏟아져 나갔다.

 "포터, 괜찮다면 잠깐 이야기 좀  하자꾸나."

 학생들이 떠드는 왁자지껄한 소음 속에서 맥고나걸  교수가 큰 소리로 해리를 

불렀다. 분명히 목이 떨어진 고무 생선에 관한 이야기일 거라고 지레 짐작을 한 

해리는 무거운 마음으로 선생님 책상을 향해 다가갔다.

 매고나걸 교수는 아이들이 모두 나갈 때까지 기다렸다가 비로소 입을 열었다. 

 "포터, 챔피언과 그 파트너는……."

 "파트너라뇨?"

 해리가 궁금하다는 듯이 되물었다. 맥고나걸 교수는 의혹에 찬  눈길로 해리를 

바라보았다. 맥고나걸 교수는 해리가 자신을 놀리려고 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

다.

 "크리스마스 무도회에 함께 갈 상대 말이다, 포터." 맥고나걸 쇼수가 쌀쌀맞게 

대답했다. "너의 댄스 파트너."

 해리는 갑자기 뱃속이 꿈틀거리면서 오금이 저리는 것 같았다.

 "댄스 파트너요?" 해리는 얼굴이 붉게 달아오르는 것을 느꼈다. "전 춤추지 않

아요."

 해리가 재빨리 대답했다.

 "아니야. 넌 춤을 추어야 해. 내가 널 부른것도 그  때문이야. 전통적으로 챔피

언과 그의 파트너가 무도회를 주도하도록 되어 있단다."

 맥고나걸 교수가 짜증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해리의 머리 속에는 불현듯, 높

은 모자와 연미복을 입은 자신이, 페투니아 이모가 부부동반 파티에  갈 때마다 

입곤 하던 나풀나풀한 드레스를 입은 어떤 소녀의 손을 잡고 가는 모습이 그려

졌다.

 "전 춤을 추지 않을래요."

 해리가 고집을 부렸다.

 "이건 전통이야, 넌  호그와트의 챔피언이야. 학교의  대표로서 너에게 주어진 

일을 반드시 해야만 해. 그러니까 너와 함께 무도회에 참석할  파트너를 확실히 

구해 두도록 해라. 포터."

 맥고나걸 교수가 단호하게 말했다.

 "하지만……전 싫은데……."

 맥고나걸 교수는 해리가 더 이상 아무런 말도 꺼내지 못하도록 못을 박았다.

 불과 일주일 전만 하더라도 해리는 아마 댄스파트너를 구하는 일 정도는 헝가

리의 혼테일과 싸우는 것에 비하면  어린애 장난이라고 말했을 것이다.  하지만 

막상 첫 번째 시험을 통과하고 나자, 여학생에게 무도회에 함께  가자고 부탁을 

하느니 차라리 용과 한 번 더 싸우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해리는 이렇게 많은  학생들이 크리스마스 휴가  기간에 호그와트에 남겠다고 

이름을 적는 것은 처음 보았다. 물론 여태까지 해리는 항상 호그와트에 남았다. 

그렇지 않으면 프리벳 가로 돌아가는 수밖에 달리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

리고 지금까지는 줄곧 해리와 같은 학생들이 별로 없었다.

 하지만 올해에는 4학년 이상의 학생들은 전부 다 학교에 남는  것처럼 보였다. 

또한 해리의 눈에는 그들  모두 다가오는 크리스마스  무도회에 완전히 정신이 

팔려 있는 것 같았다. 적어도 여학생들은 그랬다. 갑자기 호그와트에 이토록 수

많은 여학생들이 있다는 사실이 눈에 뜨이기  시작한 것은 참으로 놀라운 일이

었다. 지금까지는 한번도 의식하지 못했던 것이다. 삼삼오오 복도에 모여 선 여

학생들은 서로 소곤대면서 키득거렸다. 그러다가 어쩌다 남학생이  곁으로 지나

가면 자지러지게 웃음을 터뜨렸다. 그렇지 않으면 크리스마스 날 밤에  입고 갈 

의상에 대해 잔뜩 신이 나서 재잘거렸다…….

 "쟤네들은 왜 떼로 몰려다니는 거지?" 열두어 명의 여학생들이 해리를 힐끔힐

끔 쳐다보면서 킬킬거리고  지나가자, 해리가 론에게  이상하다는 듯이 물었다. 

"그런데 넌 저 여학생들에게 어떻게 무도회에 가자고 말을 걸 거니?"

 "올가미로 한 명 낚아 올까? 그런데 넌 누구에게 신청할 건지 생각해 봤어?"

 론이 물었지만 해리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해리는 자신이 파트너 신청

을 하고 싶은 상대가 누구인지는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에게 말을 

걸 만한 용기를 내는 것은 또 다른 문제였다…….

 초 챙은 해리보다 한 학년이나 위였다. 게다가 초 챙은 너무나  아름다웠고 훌

륭한 퀴디치 선수였으며 남학생들 사이에서도 인기가 최고였다.

 "내 말을 들어봐. 너는 아무런 걱정도 할 필요가 없어.  넌 챔피언이잖아. 게다

가 헝가리의 혼테일과 멋지게 싸워서 이겼고  말이야. 내가 장담하건대, 여자들

은 너와 함께 무도회에 가려고 줄을 설 거야."

 론은 해리의 마음속을 훤히 꿰뚫어보고  있는 것 같았다. 최근에 다시  되찾은 

두 사람의 우정에 대해 보상이라도 하듯이, 론은 전혀 빈정거리는  어조가 아니

었다. 해리가 더욱 깜짝 놀랐던 것은, 론의  말이 과연 사실로 드러났기 때문이

다.

 바로 다음날에 머리가 곱슬거리는 후플푸프의  3학년 여학생이 해리를 찾아와

서 크리스마스 무도회에 함께 가지  않겠느냐고 물었던 것이다. 그녀는  해리가 

지금까지 말 한 번 제대로 붙여 본 적이 없는 여학생이었다. 해리는  그 문제를 

잠시 생각해 볼 만한 겨를도 없이, 뒤로 주춤주춤 물러서면서 싫다고 대답해 버

렸다. 그 여학생은 몹시 상심하여 가 버렸다.  그리고 해리는 마법의 역사 시간 

내내 딘과 시무스와 론이 그 여학생을 두고 놀리는 것을 참아야 했다.

 다음날에는 또 다른 두명의 여학생이 해리에게  무도회에 함께 가자고 신청했

다. 한 명은 2학년생이었으며, 또 다른 한명은(끔찍하게도)  5학년생이었는데 만

약 해리가 거절을 하면 당장 주먹이라도 휘두를 것 같은 기세였다.

 "그래도 그 여자애는 꽤 예쁘던데……."

 간신히 웃음을 멈춘 론이 공정한 평가를 내렸다.

 "나보다 키가 30센티미터는 더 클  거야. 그 여자애와 내가 춤을  춘다고 한번 

상상해봐."

 해리는 기가 막히다는 듯이 말했다. 해리는 헤르미온느가 빅터  크룸에 대해서 

했던 말이 새삼스럽게 머리 속에 떠올랐다. 

 "저 여자애들은 단지 크룸이 유명하기 때문에 좋아하는 거야!"

 해리는 자신에게 크리스마스 무도회에 함께 가자고 요청했던 여학생들 중에서 

과연 자신이 학교 챔피언이 아니었다면,  자신의 상대가 되고 싶어할  여학생이 

단 한 명이라도 있을까 대단히 의심스러웠다. 그리고 만약 초 챙이 자신에게 똑

같은 요청을 했더라도 이렇게 성가신 생각이 들었을까 궁금했다.

 결국 해리는 비록 앞으로 다가올 크리스마스 무도회 때문에  괴롭기는 하지만, 

첫 번째 시험을 통과한 이후로 자신의  처지가 과거보다 분명히 더 나아졌다는 

사실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제는 더 이상 복도에서 불쾌한 일을 당하는 

경우도 거의 없었다. 아마도 그렇게 된 데에는 케드릭 디고리와 깊은 관계가 있

을 것이라고 해리는 짐작했다. 해리가 용에 대해서 미리 알려 주었던 것에 대한 

보답으로, 케드릭 디고리가 후플푸프 학생들에게 해리를 괴롭히지  말라고 말했

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이제는 케드릭 디고리 이겨라! 라는 글씨가 적혀 있은 배지도 거의 찾아볼 수

가 없었다. 물론 드레이코 말포이는 아직까지도 기회가 있을 때마다  리타 스키

터의 기사를 외우고 다녓다. 하지만 날이 갈수록 말포이의 농담에 킬킬거리면서 

장단을 맞추는 아이들이 적어졌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해리의  마음을 안심시켰

던 것은, 《예언자 일보》에 해그리드에 관한 기사가 한 줄도  실리지 않았다는 

사실이었다.

 "솔직히 말해서 그 여자는 마법 생물에  대해서는 눈곱만큼도 관심이 없는 것 

같았어."

 그 학기 마지막 신비한  동물 돌보기 시간에 해리와  론과 헤르미온느가 리타 

스키터와의 인터뷰에 대해서 물었을 때, 해그리드는 이렇게 대답했다.

 학생들의 입장에서는 너무나 다행스럽게도, 이제 해그리드는  학생들에게 스크

루트를 직접 키우게 하겠다는 생각을  완전히 단념하고 말았다. 그러므로  오늘 

수업에서는 단지 책상 뒤에 안전하게 앉아서  스크루트를 길들일 때 사용할 신

선한 먹이를 준비하기만 하면 되었다.

 "그 여자는 줄곧 너 이야기만 하고  싶어했어, 해리." 해그리드가 나지막이 말

을 이어 나갔다. "그래서 내가  너를 더즐리 가족으로부터 데리고  왔을 때부터 

난 줄곧 너의 친구였다고 말해  주었지. '지난 4년 동안  해리를 야단쳤던 적이 

한 번도 없었나요?' '해리가 수업시간에 장난을 친  적이 한 번도 없었나요? 정

말인가요?' 물론 나는 그런 적이 없다고 말해 주었지. 그러자 리타 스키터는 전

혀 좋아하는 표정이 아니었어. 내  생각엔 그 여자는 내가 너에  대해 욕이라도 

하기를 바라는 눈치였어, 해리."

 "물론 그랬을 거예요. 내가 비극적인 어린 영웅이라는 기사만 계속 쓸 수는 없

을 테니까요. 이제 지겹잖아요."

 해리는 용의 간 덩어리를 커다란 금속 그릇에 넣고 칼을 들어서 좀더 잘게 잘

랐다.

 "해그리드, 그 여자는 새로운 기사 거리를 원하는 거예요. 해리가 정신나간 불

량 소년이라는 말을 들었다면 그 여자는 아주 만족스러워 했을 거예요."

 론도 불도마뱀의 알을 깨뜨리면서 현명하게 말했다.

 "하지만 해리는 절대로 그렇지 않을걸!"

 해그리드는 정말로 충격을 받은 것 같았다.

 "리타 스키터가 그런 말을 듣고 싶었다면, 차라리 스네이프와 인터뷰를 했어야 

하는 건데……. 스네이프라면 언제든지 그 여자에게 나에 관한 좋은  기사 거리

를 제공해 줬을 거야. '포터는 이 학교에 온 첫날부터 규율을 어겼습니다……'"

 해리가 씩 웃으면서 말했다.

 "스네이프가 그렇게 말했니? 그랬어? 론과 헤르미온느는 깔깔거리면서 웃음을 

터뜨렸지만 해그리드는 깜짝 놀라면서 물었다. "글세……. 네가 약간 규칙을 어

겼을지도 모르지. 하지만 해리, 그래도 괜찮은 거지? 그렇지?"

 "물론이죠, 해그리드."

 해리가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면서 웃었다.

 "해그리드, 이번 크리스마스 무도회에 오실 건가요?"

 론이 물었다.

 "그래 한번 들러보기는 하겠지." 해그리드가 무뚝뚝하게 대답했다. "꽤 멋진 파

티가 될 게다. 해리, 네가 처음  무도회를 주도하겠구나? 그런데 누구를 데리고 

갈 생각이냐?"

 "아직 결정하지 못했어요."

 해리는 다시 얼굴이 붉게 달아오르는 것을 느꼈다. 해그리드는 더 이상 자세히 

묻지 않았다.

 학기가 끝나는 마지막 주가  되자, 점점 더  분위기가 떠들썩하게 달아올랐다. 

크리스마스 무도회에 대한 온갖 소문들이  무성하게 떠돌았다. 비록 해리는  그 

중에서 절반도 믿지 않았지만 말이다. 그 중에는 예를 들자면, 덤블도어가 로즈

메르타 부인으로부터 800통의 꿀술을 샀다는 소문도 있었다. 하지만 덤블도어가 

'운명의 세 여신'을 초대했다는 것은 사실인  것 같았다. 해리는 도대체 '운명의 

세 여신'이 누구인지 혹은 무엇인지 정확하게 알  수가 없었다. 한 번도 마법사 

통신을 들어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마 WWN(마법사 통신 네트워크)을 

들으면서 성장한 아이들의 열광적인 반응을 미루어 짐작하건대, 아주 유명한 음

악밴드인 것 같았다.

 호그와트의 선생님들 중에서  플리트윅 교수 같은  사람들은 학생들의 마음이 

완전히 다른 곳에 가 있을 것을 보고 아예 가르치기를 포기하기도 했다. 수요일 

수업 시간에 플리트윅 교수는 학생들에게 게임을 하면서 즐겁게 놀라고 허락하

고는, 해리를 붙잡고 트리위저드 시합의 첫 번째 시험에서 해리의  소환 마법이 

얼마나 완벽했는지에 대해서 줄곧 떠들었다.

 하지만 다른 선생님들은 그렇게 너그럽지 않았다.  예를 들자면, 이 세상 어떤 

것도 도깨비 반란에 대한 자신의 글을  학생들에게 끝까지 읽히려는 빈스 교수

의 뜻을 꺾을 수는 없었다.

 사실 빈스 교수 자신의 죽음조차도 계속  학생들을 가르치겠다는 의지를 막지 

못했으니까, 크리스마스 무도회 같은 하찮은 일로 그를 움직인다는 것은 애당초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참으로 도깨비 반란 같은 끔찍하고 잔인한 이야

기조차도, 가마솥 두께에 관한 퍼시의 보고서만큼이나 지루하고  단조롭게 들리

도록 만드는 빈스 교수의 재능은 거의 기적에 가까울 정도였다.

 맥고나걸 교수와 무디 교수도 종이 울리기 전 마지막 1초까지 수업을 계속 진

행했다. 물론 스네이프는 수업시간에 학생들이 자유롭게 놀도록 허락하느니, 차

라리 해리를 양자로 삼았을 것이다. 스네이프는 심술궂은 눈초리로 학생들을 한 

명 한 명 돌아보면서 학기 마지막 수업시간에는 독약 해독제를 직접 시험해 볼 

거라고 엄포를 놓았다.

 "아주 나빠, 정말로……. 지난 시간에는  느닷없이 시험을 보더니 이번에는 숙

제를 잔뜩 내줘서 학기말을 망쳐놓고 있잖아."

 그날 밤 그리핀도르의 학생 휴게실에서 론이 투덜거렸다.

 "음……. 그렇다고 별로 긴장하고 있는 것도 아니잖아? 안그래?"

 헤르미온느가 《마법의 약》공책에서 고개를 약간 들면서 말했다. 론은 분주하

게 폭탄 카드로 카드 성을 지속 있었다. 그것은 어느 순간에 갑자기  카드가 모

조리 뻥 터지곤 하기 때문에, 머글들의 카드보다 훨씬 더  재미있는 오락거리였

다.

 "헤르미온느, 지금은 크리스마스야."

 해리가 태평스럽게 말했다.  해리는 지금 벽난로  근처의 안락 의자에  앉아서

《처들리 캐논 팀과의 비행》이라는 책을 열번째 읽고 있었다.

 "해리, 나는 네가 좀더 건설적인 일을  하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 비록 해독

제 공부는 하지 않더라도 말야!"

 헤르미온느가 못마땅한 눈길로 해리를 쳐다보면서 말했다.

 "예를 들자면 어떤 거?"

 해리는 여전히 처들리 캐논 팀의 조이  제킨스가 발리캐슬뱃츠의 추격꾼을 향

해 블러저를 한 방 먹이는 장면에서 눈을 떼지 않으면서 물었다.

 "그 알 말이야!"

 헤르미온느가 한심하다는 듯이 내뱉었다.

 "이봐, 헤르미온느 2월 24일까지는 아직 멀었어."

 사실 해리는 첫 번째 시합의 축하 파티 이후로 황금알을 여행 가방 속에 처박

아 놓고 한번도 열어 보지 않고 있었다. 어쨌거나 그 소름기치는 울부짖음이 무

슨 뜻인가를 알아내기까지는 아직까지도 두 달  하고도 반이나 더 남아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걸 알아내려면 몇 주일도 더 걸릴거야! 만약 다른  챔피언들은 전부 

다음 시험이 뭔지 알아냈는데  너만 모르고 있다면  얼마나 한심한 멍청이처럼 

보이겠니!"

 헤르미온느가 잔소리를 늘어놓았다.

 "그냥 가만히 내버려둬, 헤르미온느, 해리는 약간의 휴식을 가져야 한다구."

 이렇게 말하면 론이 성의 제일 꼭대기에 마지막  폭탄 카드 두 장을 올려놓은 

순간, 카드가 일제히 뻥 터지면서 그의 눈썹을 새카맣게 태웠다.

 "아주 멋지구나, 론……. 네 양복이랑 참 잘 어울리겠는걸."

 프레드와 조지가 론을 향해 다가오면서 말했다. 그들은 해리와 론, 헤르미온느

가 앉아 있는 책상 앞에 털썩 주저앉았다.

 론은 눈썹 주위에 흉터가 얼마나 났을까 열심히 살펴보고 있었다.

 "론, 우리에게 피그위존을 좀 빌려 주지 않을래?"

 조지가 론에게 물었다.

 "그건 안돼. 편지를 전하러 갔거든. 그런데 왜?"

 론이 물었다.

 "조지가 그 부엉이를 무도회에 초대하고 싶다나 봐."

 프레드가 조롱하듯이 말했다.

 "사실은 우리가 편지를 좀 보내고 싶어서 그런다. 이 멍청하고 둔한 얼간아."

 조지가 투덜거리면서 말했다.

 "두 사람 다 누구랑 편지 연락을 하고 있는 거야? 응?"

 론이 수상쩍은 듯이 물었다.

 "공연히 이 일에 끼어들기만 해 봐, 론. 당장 네 코를 태워 버릴 테니까." 프레

드가 자신의 지팡이를 위협적으로 흔들어 보였다. "그런데……무도회를 위해 데

이트는 많이 했니?"

 "전혀."

 론이 머리를 흔들면서 대답했다.

 "서둘러 짝을 찾는게 좋을거다. 그렇지 않으면 쓸 만한 여자애들은 다 놓쳐 버

릴 테니까."

 프레드가 론에게 충고했다.

 "형은 누구랑 갈 건데?"

 론이 호기심이 어린 목소리로 물었다

 "안젤리나."

 프레드가 부끄러워하는 기색이 전혀 없이 으스대면서 말했다.

 "뭐라구? 벌써 여학생에게 무도회 신청을 했단 말이야?"

 론은 한 발 뒤로 물러섰다.

 "아주 좋은 지적이야." 프레드는 갑자기 고개를 돌리더니  휴게실 저편으로 소

리쳤다. "이봐 안젤리나!"

 벽난로 근처에서 앨리샤 스피넷과 수다를 떨고  있던 안젤리나가 고개를 돌렸

다.

 "왜?"

 "나와 함께 크리스마스 무도회에 가지 않겠니?"

 프레드가 부드럽게 제안했다. 안젤리나는 잠시 동안 프레드를 재 보는 것 같았

다.

 "그래, 좋아."

 간단하게 승낙을 한 안젤리나는 다시 앨리샤에게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얼굴

에 약간 미소를 띤 채. 계속 이야기를 나누었다.

 "너희들도 해봐 누워서 떡먹기야." 프레드가 해리와 론을  번갈아 가면서 쳐다

보았다. 그리고는 늘어지게 하품을 하더니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우리는 학

교 부엉이를 사용해야겠다. 조지 가자……."

 프레드와 조지는 바쁜 듯이 휴게실에서 나갔다. 

 "우리도 재빨리 뭔가 행동을 취해야만해. 너도 알잖아……. 아무에게나 무도회

에 함께 가자고 신청을 하자 형 말이 맞아  이러다가 끝내 트롤 같은 여학생과 

짝이 될지도 몰라."

 론은 그슬린 눈썹을 문지르는  것조차 잊어버린 채 연기가  피어 오르는 폭탄 

카드 성의 잔해 너머로 해리를 바라보았다.

 "뭐라고 했니? 트롤?"

 헤르미온느가 기가 막히다는 듯이 콧방귀를 뀌었다.

 "그래, 너도 알잖아. 그러니까  예를 들어서, 음…….  엘루이즈 미드건과 함께 

크리스마스 무도회에 가느니 차라리 혼자 가겠어 ."

 론이 어깨를 으쓱거리면서 말했다.

 "그애는 요즘 여드름도 많이 나았어 게다가 마음씨가 얼마나 착한데!"

 "코가 휘었잖아."

 론이 머리를 흔들면서 말했다.

 "그래, 알겠다. 결국 기본적으로 너는 아무리 성격이 나쁜 여자라고 해도 겉으

로 보기에 제일 그럴듯한 여자애를 고르겠다는 거구나?"

 헤르미온느가 잔뜩 화가 나서 쏘아 붙였다.

 "음……. 그래 듣고  말이 맞는 것 같다"

 론이 태연하게 대답했다.

 "난 자러 가겠어."

 헤르미온느는 더 이상 아무런 말도 없이 여학생 기숙사로 향하는 계단을 쿵쿵

거리면서 올라가 버렸다.

 보바통과 덤스트랭에서 찾아온 손님들에게 멋진 인상을  심어 주고 싶은 열망

에 사로잡힌 호그와트 교직원들은 , 이번 크리스마스 에 가장 훌륭한 성의 모습

을 보여주기로 단단히 결심한 것 같았다. 학교 내부의 장식이 완성되었을 때 해

리는 지금 까지 보았던 것 중에서 가장 화려하고 눈부시다고 생각했다.

 대리석 계단 난간에는 영원히 녹지 않는 고드름이 달려  있었고, 크리스마스가 

다가올 때마다 항상 대연회장에 설치되었던 열두 개의 크리스마스 트리는 반짝

이는 가시나무 열매부터 울음 소리를 내는  진짜 황금 부엉이에 이르기까지 온

갖 장식으로 화려하게 꾸며졌다.

 그리고 갑옷들은 누군가 앞을 지나갈 때마다  크리스마스 캐롤을 부르도록 마

법을 걸어 놓았다. 텅 비어 있는 투구 속에서 <오라. 모든 믿는 자들이여!>  와 

같은 노래가 흘러나오는 것을 듣는 건 참 굉장한 일이었다.  학교 관리인이었던 

필치는 몇 번이나 갑옷 속에서 피브스를 꺼내야만 했다. 피브스는 종종 갑옷 속

에 숨어서 노래가 끊어지는 중간중간마다,  자신이 지어낸 연가를 부르곤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사랑 노래라는 것이 모두 야하기 짝이 없었다.

 해리는 아직까지도 초 챙에게 크리스마스 무도회에  가자는 말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해리와 론은 점점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물론 해리가 지적한 대로, 론은 

설사 파트너가 없다고 해도 해리만큼 창피하지는 않을 것이다. 해리는  다른 챔

피언들과 함께 무도회를 주도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정 안되면 언제라도 모우닝 머틀이 있어."

 해리가 우울하게 말했다. 모우닝 머틀은 이층 여학생 화장실에  나타나는 유령

이었다.

 "해리, 우리는 이를 악물고 해내야만 해. 오늘 밤 우리가 다시 이 휴게실에 돌

아왔을 때는 반드시 각자 파트너를 구해 오는 거야, 알았지?"

 금요일 아침에 론이 말했다. 론의 목소리는 마치 수비가 철통같은 성을 습격하

기 위해 출정하는 병사처럼 비장했다.

 "어……. 좋아."

 해리는 별로 내키지 않았지만 어쩔 수  없이 대답했다. 하지만 그날 하루종일, 

휴식 시간이나 점심 시간, 마법의 역사 교실로 가는 도중에 초 챙을  만날 때마

다, 그녀는 항상 다른 친구들에게 둘러싸여 있었다.

 초 챙은 어디든지 혼자 가는 법이 없는걸까?  초챙이 화장실로 들어가는 길목

을 지켰다가 덮칠까? 아니다! 초 챙은 아마 화장실조차도 대여섯 명의 친구들과 

함께 우르르 ahffuirkf 것이다.  하지만 지금 당장  파트너 신청을 하지 않으면, 

분명히 초 챙은 다른 누군가에게 신청을 받을 것이다.

 스네이프의 마법약 시험을 치르면서도 해리는 좀처럼  정신을 집중할 수가 없

었다. 결국 제일 중요한  성분인 위석(胃石)을 집어넣는  것을 깜박 잊어버리고 

말았다. 그렇게 되면 최하위 점수를 받게 될 것은 너무나 뻔한 일이었다.

 하지만 해리는 아무렇지도 않았다. 앞으로  해야 할 일을 위해서 용기를  끌어 

모으는 일에 너무나 마음이 바빴던 것이다. 마침내 종이 울렸다. 해리는 허겁지

겁 가방을 집어들고 지하교실의 출입구를 향해 달려갔다.

 "저녁 식사 시간에 보자."

 해리는 론과 헤르미온느에게 인사를  하고 쏜살같이 계단을 뛰어서  올라갔다. 

그저 초 챙에게 조용히 이야기를 좀 하자고 말을 걸기만 하면 된다.  그렇게 되

면 모든 일이 잘 풀릴 것이다…….

 해리는 초 챙을 찾아서 학생들이 우글거리는  복도를 이러저리 돌아다녔다 그

리고 생각한 것보다 훨씬 빨리 초  챙을 발견 할 수가 있었다. 초  챙은 어둠의 

마법 방어술 수업을 끝내고 교실에서 나오고 있는 중이었다.

 "초 챙……. 잠깐 나랑 얘기 좀 하지 않을래?"

 초 챙의 주위에 빙 둘러서 있던 여학생들이 일제히 킬킬거리면서 웃기 시작하

자, 몹시 짜증이 난 해리는 함부로 웃음을 터뜨리는 것을 법으로 금지해 버려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초 챙은 조금도 웃지 않았다. 그리고 "좋아"라고 대답

하더니 친구들의 곁을 떠나서 해리의 뒤를 따라왔다.

 해리는 뒤로 돌아서서 초 챙을 마주 바라보았다. 마치 계단 아래로  굴러 떨어

지기라도 한 듯이 뱃속이 울렁거리고 어지러웠다.

 "음……."

 마침내 해리가 입을 열었다. 하지만 해리는 초 챙에게 아무런 말도 할 수가 없

었다. 절대로 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반드시 해야만 했다.  초 챙은 어리둥절해

하면서 해리를 바라보았다.

 해리가 혀를 제대로 움직이기도 전에 불쑥 말이 먼저 튀어 나왓다.

 "나무도갈래?"

 "뭐라구?"

 초 챙이 의아스러운 듯이 물었다.

 "그러니깐…… 나와 함께 무도회에 가지 않겠니?"

 해리가 간신히 말을 꺼냈다. 왜 하필  이럴 때 얼굴이 붉게 달아오르는  걸까? 

왜?

 "아하!" 초 챙의 얼굴도 붉게 물들었다. "아, 해리! 정말 미안해,  나는 벌써 다

른 사람과 무도회에 가기로 약속했어." 초 챙은 진심으로 미안한 표정이었다.

 "아!"

 해리는 나지막이 신음 소리를  냈다. 참으로 이상한  일이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뱃속에서 수십 마리의 뱀이 꿈틀거리는 것 같더니, 지금은  갑자기 뱃속이 

텅 비어 버린 것만 같았다.

 "괜찮아. 정말이야."

 해리가 간신히 대답했다.

 "정말 미안해."

 "괜찮다니까."

 해리는 가볍게 머리를 흔들었다. 두 사람은 한참 동안이나 서로를 마주 바라보

면서 가만히 서 있었다.

 "그럼……."

 마침내 초 챙이 먼저 입을 열었다.

 "그래."

 해리가 초 챙을 응시하면서 말했다.

 "잘 가."

 초 챙의 얼굴을 여전히 붉게 달아올라 있었다. 초 챙은 뒤로  돌아서더니 걸어

가기 시작했다. 해리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불쑥 질문을 던지고 말았다.

 "누굴아 같이 가니?"

 "케드릭이야. 케드릭 디고리……."

 초 챙이 해리를 향해 고개를 돌리면서 대답했다.

 "그렇구나."

 해리는 뱃속이 다시 꽉 찬 듯한 느낌이 들었다. 이번에는 묵직한  납 덩어리가 

뱃속에 잔뜩 들어 있는 것 같았다.

 저녁 생각은 완전히 잊어버린 채, 해리는 터덜터덜 걸어서  그리핀도르의 탑으

로 돌아갔다. 한 걸음 한 걸음 걸어갈 때마다 초 챙의 목소리가  귓가에 울리는 

것 같았다.

 "케드릭이야. 케드릭 디고리……."

 해리는 요즘 들어서 케드릭이 조금씩 좋아지기 시작하던 참  이었다. 케드릭이 

퀴디치 게임에서 자기를 이기고 승리했다는  사실이나, 너무 잘 생기고  인기가 

좋아서 거의 모든 사람들이 총애하는  챔피언이라는 사실조차도 잊어버릴 정도

였다.

 하지만 이제 해리는 새삼스럽게 케드릭이 기생 오라비처럼 얼굴만 빤질빤질하

지, 달걀 하나 채울 만큼의 머리도 없는 형편없는 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요정의 불빛."

 해리가 맥빠진 목소리로 뚱뚱한  여인에게 중얼거렸다. 어제부터 암호가  바뀐 

것이다.

 "그래, 어서 들어와라!"

 뚱뚱한 여인은 새로 장만한 반짝이 머리띠를  똑바로 고쳐 쓰면서 노래하듯이 

말했다. 그리고 액자를 활짝 열어서 해리가 들어갈 수 있도록 해주었다.

 그리핀도르 휴게실로 들어간 해리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런데 놀랍게도 론이 

다 죽어 가는 얼굴로 제일 구석에 쭈그리고 앉아 있었다. 그 옆에는  지니가 앉

아서 론을 달래듯이 나지막이 뭐라고 열심히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무슨 일이야, 론?"

 해리가 두 사람을 향해 다가가면서  물었다. 그러자 론이 고개를 들고  해리를 

쳐다보았다. 그 순간 론의 얼굴에는 두려움이 가득 떠 올랐다.

 "내가 왜 그런 짓을 했을까? 도대체 내가 왜 그랬는지 모르겠어!"

 론은 마치 넋이 나간 사람처럼 중얼거렸다.

 "무슨 일인데?"

 "음……. 그러니까…… 론은 플뢰르  델라쿠르에게 크리스마스 무되회에  함께 

가자고 신청을 했어."

 지니가 론을 대신해서 대답했다. 지니는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으려고 억지로 

애를 쓰는게 역력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지니는 폰의 팔을 다정하게 어루만지

고 있었다.

 "네가 뭘 했다구?"

 해리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

 "나도 내가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니까!" 론이 다시 한숨을 푹푹 내쉬었다.

 "도대체 내가 무슨 짓을 한 걸까? 거기에는 사람들도 많았는데……. 내가 미쳤

나봐. 모두들 나를 지켜보고 있었단 말이야! 나는 현관 복도에서 플뢰르 델라쿠

르와 마주쳤어. 플뢰르 케드릭에게  말을 걸려고 거기 서  있었지. 그때 갑자기 

어떤 충동이 나를 사로잡았고…… 나는 그만  플뢰르에게 무도회 신청을 해 버

렸어!"

 론은 희미한 신음 소리를 내면서 두 손에 얼굴을 파묻었다. 그리고  계속 뭐라

고 중얼거렸다. 하지만 해리는 론의 말을 거의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플뢰르는 나를 마치 해삼이나 뭐 그런거라도 되는 것처럼 물끄러미 바라보았

어. 대답조차 하지 않더라. 그리고 나는 곧…… 제정신을 차리고 쏜살같이 도망

쳤지. 왜 그랬는지 나도 모르겠어."

 "플뢰르는 벨라의 피가 반쯤 섞여있어." 해리가 론에게 말했다. "네 말이  맞았

어. 플뢰르의 할머니는 벨라였어. 그러니까 그건 내 잘못이 아니야. 내가 장담하

건대 네가 그 앞을 지나가고 있을 때, 플뢰르는 케드릭 디고리에게 마법을 걸려

고 주문을 발사했을 거야.  하지만 플뢰르는 쓸데없이 시간  낭비를 한 셈이지. 

케드릭은 초 챙과 함께 무도회에 가기로 했거든."

 론이 문득 고개를 들었다.

 "방금 전에 내가 초 챙에게 크리스마스 무도회에 가자고  신청을 했어. 그랬더

니 초 챙이 내게 그렇다고 하더라."

 해리는 무덤덤한 얼굴로 말했다.  갑자기 지니의 얼굴에서 미소가  사라지더니 

딱딱하게 굳어졌다.

 "이건 정신나간 짓이야. 아직까지도 파트너를 구하지 못한 사람은 이제 우리밖

에 없을 거야. 네빌을 제외한다면  말야. 아참! 그런데 네빌이 누구에게  무도회 

신청을 했는지 알아? 헤르미온느야!"

 론이 한숨을 내쉬면서 말했다.

 "뭐라구?"

 해리는 이 놀라운 소식에 완전히 정신이 팔렸다.

 "정말이야. 내가 들었다니까! 마법의 약 수업이 끝난 후에 네빌이 나한테 알려 

줬어! 네빌은 헤르미온느에게 항상 숙제도  도와주고 너무 친절하게 대해  줘서 

고맙다고 말했다는 거야. 그런데 헤르미온느는 이미 다른 사람과 함께 크리스마

스 무도회에 가기로 했다고 대답했대. 하! 정말 그럴듯한 변명이었지! 헤르미온

느는 네빌과 가고 싶지 않았던 거야……. 정말이야.  누가 네빌과 같이 가고 싶

어하겠어?

 론의 얼굴에 다시 생기가 감돌면서 웃음이 피어 올랐다.

 "그만 해! 비웃지 말란 말야!"

 지니가 벌컥 화를 내며 소리쳤다.  그 순간 헤르미온느가 초상화 구멍을  통해 

휴게실로 들어왔다. 

 "왜 너희 둘 다 저녁 식사에 오지 않았니?"

 헤르미온느가 그들을 향해 다가오면서 물었다.

 "왜냐하면……. 아이 참, 두 사람 다 그만 웃어! 왜냐하면 여기 두사람 모두 여

학생에게 무도회에 함께 가자고 신청을 했다가 퇴짜를 맞았거든!"

 지니가 헤르미온느를 쳐다보면서 대답했다.  그말을 듣자 해리와 론이  웃음을 

뚝 그쳤다.

 "정말 고맙구나, 지니."

 론이 비꼬듯이 말했다.

 "얼굴이 아름다운 여학생들은 이미 파트너가 다  정해졌니, 론?" 헤르미온느가 

거드름을 피우면서 말했다. "엘루이즈 미드건도 이제  꽤 예뻐진 것 같던데, 그

렇지 않니? 그래, 물론 넌 어디선가 네 상대가 될 만한 아주 멋진  여학생을 찾

아낼 거라고 믿어."

 하지만 론은 갑자기 헤르미온느의 전혀 새로운  면을 발견했다는 듯이 뚫어지

게 바라보았다. 

 "헤르미온느, 네빌이 옳았어. 너도 여학생이잖아……."

 "오 그래. 아주 잘 봤구나."

 헤르미온느가 차갑게 톡 쏘아붙였다.

 "네가 우리 두 사람 중에 한 명과 같이 무도회에 가면 되겠다!"

 "아니야, 나는 안 돼."

 헤르미온느가 쌀쌀맞게 거절했다.

 "이봐, 그러지 마. 우리는 파트너가 필요해. 만약 파트너도 없이 무도회에 간다

면 우리가 얼마나 멍청하게 보이겠니? 다른 사람들은 모두……."

 론은 초조하게 말하면서 헤르미온느에게 매달렷다.

 "미안하지만 나는 너희와 함께 갈 수가 없어. 이미 같이 갈 사람이 있다니까."

 헤르미온느가 살짝 얼굴을 붉히면서 대답했다.

 "아냐, 거짓말이야! 네빌의 요청을 거절하기 위해서 그렇게 말한 것뿐이잖아!"

 론이 헤르미온느에게 소리쳤다.

 "아하, 그래?" 헤르미온느의 눈이 차갑게 번뜩였다. "론! 단지  네가 그 사실을 

알아차리는데 3년이나 걸렸다고 해서 다른 사람들도  내가 여자라느 걸 절대로 

알아보지 못했을 거라곤 생각하지마!"

 론은 잠시 동안 멍하니 헤르미온느를  바라보았다. 그런 다음에 다시 씩  웃었

다.

 "좋아, 좋아. 네가 여학생이라는 걸 충분히 알겠어, 됐지?  이제는 우리와 함께 

무도회에 갈 거지?"

 론이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

 "벌써 말했잖니!" 헤르미온느는 몹시 화를 냈다. "나는 다른 사람과 함께 가기

로 했다고 말이야!"

 그러더니 헤르미온느는 매서운 바람을 일으키며 여학생 기숙사로 달려가 버렸

다.

 "거짓말이야."

 론이 헤르미온느의 뒷모습을 바라보면서 퉁명스럽게 말했다.

 "거짓말이 아니야."

 지니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누굴랑 가는데?"

 론이 날카롭게 물었다.

 "나는 절대로 말하지  않을거야. 이건  전적으로 헤르미온느의 문제니까  말이

야."

 지니가 머리를 흔들면서 대답했다.

 "맞아. 이건 정말 멍청한 짓이야. 지니, 그렇다면 네가 해리와  같이 가면 되겠

다. 그리고 나는……."

 론은 잔뜩 심술이 난 것 같았다.

 "나도 안 돼." 이번에는 지니의 얼굴이 빨갛게 물들었다. "나는…… 나는  네빌

과 함께 무도회에 가기로 했어. 헤르미온느가  거절하자. 네빌이 나에게 신청을 

했거든. 그리고 나는…… 그러니까…… 네빌의 요청을 거절하면  크리스마스 무

도회에 참석하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어.  나는 아직 4학년이 아니잖아." 지니는 

무척 상심한 듯이 보였다. "이제 가서 저녁이나 먹어야겠어." 자리에서 벌떡 일

어난 지니는 고개를 푹 떨군 채, 초상화 구멍으로 걸어갔다.

 론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해리를 바라보았다.

 "도대체 어떻게 된 거지?"

 론이 한숨을 내쉬면서 물었다. 바로 그 순간 해리는 초상화 구멍을  통해 휴게

실로 들어오는 패르바티와 라벤더의 모습을 보았다. 이제 과감한 결단을 내려야

만 할 순간이 된 것이다.

 "여기서 기다려" 해리는 론에게 말한 후에 벌떡 일어섰다.

 그리고 곧장 패르바티를 향해 다가가서 물었다. "패르바티?  나와 함께 무도회

에 가지 않을래?"

 그러자 패르바티는 미친 듯이  킬킬거리면서 웃기 시작했다. 해리는  손가락을 

호주머니 속에 찔러 넣고 패르바티가 진정할 때까지 기다렸다.

 "그래, 좋아." 

 마침내 패르바티는 얼굴을 홍당무처럼 붉히면서 대답했다.

 "고마워." 해리는 비로소 안심이  되었다. "라벤더, 너는 론과  함께 가지 않겠

니?"

 "라멘더는 시무스와 함께 무도회에 가기로 했어."

 패르바티가 재빨리 대답했다. 그리고 두 사람은 더욱 큰소리로 킬킬거렸다. 해

리는 저절로 무거운 한숨이 나왔다.

 "혹시 론과 함께 갈 만한 사람이 없을까?"

 해리는 론이 듣지 못하도록 목소리를 잔뜩 낮추면서 물었다.

 "헤르미온느 그레인저는 어떨까?"

 패르바티가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말했다.

 "헤르미ㅐ온느는 같이 갈 사람이 있다는 거야."

 해리가 머리를 흔들면서 대답하자, 패르바티는 무척 놀라는 기색이었다.

 "그-래 누구?"

 패르바티가 날카롭게 물었다.

 "그건 알수 없지. 그런데 론은 어떻게 하지?"

 해리가 어깨를 으쓱거리면서 말했다.

 "글세……. 아마 내 여동생이라면……. 너도 알지? 래번클로의  파드마 말이야. 

네가 좋다면 파드마에게 물어 보겠어."

 패르바티가 천천히 대답했다.

 "좋아. 정말 잘 됐구나. 꼭 나한테 아려 주도록 해. 알았지?"

 해리가 미소를 지으면서 대답했다. 해리는 다시 론이 있는  곳으로 돌아오면서 

이번 무도회는 너무나 골치가 아프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부디 파드마  패틸의 

코가 매부리코가 아니길 마음속으로 간절히 기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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