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장 꼬마 집요정 해방전선
그 날 저녁에 해리와 론, 헤르미온느는 피그위존을 찾기 위해 부엉이장으로 올라갔다. 해리가 어떻게 무사히 용을 통과할 수 있었는지 시리우스에게 편지를 보내서 알려줄 생각이었다. 부엉이장으로 가는 도중에 해리는 론에게 시리우스가 카르카로프에 대해서 했던 이야기를 모두 들려주었다. 카르카로프가 죽음을 먹는 자였다는 이야기를 처음 들었을 때, 론은 커다란 충격을 받았다. 하지만 부엉이장으로 들어갈 무렵이 되자, 오히려 진작부터 의심하지 않은 것이 이상하다고 말했다.
"딱 어울리잖아? 그렇지 않니?" 론이 생각을 정리하면서 말했다. "말포이가 기차 안에서 시끄럽게 떠들었던 것이 기억나지 않니? 자기 아빠가 카르카로프와 친구라고 했던 거 말야. 그들은 아마 월드컵에서도 가면을 쓰고 같이 돌아다녔을 거야... 해리, 상상해 봐. 만약 불의 잔 속에 네 이름을 집어넣은 것이 카르카로프였다면, 지금쯤 완전히 바보가 된 듯한 기분일 거야. 그렇지? 아무런 소용도 없었잖아? 너는 그저 약간 긁혔을 뿐이야! 자, 이리 와. 내가 할게."
피그위존은 편지를 배달한다는 생각에 너무나 흥분해서 잠시도 쉬지 않고 울어대면서 해리의 머리 위를 빙빙 날아다녔다. 론은 손을 뻗어서 피그위존을 낚아챘다. 그리고 해리가 부엉이의 다리에 편지를 동여맬 때까지 꼭 잡고 있었다.
"이제 다른 시험은 그렇게 위험하지 않을 거야. 더 이상 어떻게 위험할 수가 있겠어?" 론은 피그위존을 창가로 데려가는 해리의 뒤를 따라갔다. "너 그거 아니? 내 생각에, 넌 분명히 이 시합에서 우승할 거야. 해리, 정말이라니까."
해리는 론이 지난 몇 주일 동안 있었던 자신의 행동을 사과하기 위해서 그런 말을 하는 것뿐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래도 해리는 론의 마음이 고맙기만 했다. 하지만 헤르미온느는 부엉이장 벽에 비스듬히 몸을 기댄 체, 팔짱을 끼고 론을 못마땅하게 쳐다보았다.
"해리가 이 시합을 끝내려면 아직도 갈 길이 멀어." 헤르미온느가 심각한 표정을 지으면서 말했다. "첫번째 시험이 이 정도라면 다음 시험은 또 어떤 것이 될지 생각조차 하기 싫어."
"희망이 전혀 없다는 말이니? 그래?" 론이 볼멘 소리로 말했다. "어떨 때에는 너나 틀리로니 교수나 똑같은 것 같아."
해리는 피그위존을 안고 창문으로 걸어가서 살짝 던졌다. 피그위존은 4미터 정도 아래로 곧장 떨어지더니 가까스로 다시 날아올랐다. 피그위존의 다리에 묶여 있는 편지가 평소보다도 훨씬 더 길고 무거웠던 것이다. 해리는 시리우스에게 자신이 어떻게 혼테일을 피해서 빙빙 날아오르고 속임수를 썼는지 한 동작 한 동작 설명하고 마음을 억누를 수가 없었다.
그들은 어두운 밤하늘로 멀리 사라지는 피그위존을 가만히 지켜보았다.
"자, 해리. 이제 그만 아래층으로 내려가서 너를 위한 깜짝 파티에 참석하는 게 좋겠다. 지금쯤 프레드와 조지가 주방에서 음식을 잔뜩 빼내왔을 거야."
마침내 론이 해리를 쳐다보면서 입을 열었다. 과연 그들이 그리핀도르의 학생 휴게실로 들어갔을 때, 온통 환호성과 박수 소리로 터질 것만 같았다. 맛있는 케이크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고 사방에는 호박 주스와 버터 맥주를 가득 담은 잔이 널려 있었다. 또한 리 조던이 필리버스터의 폭죽을 터뜨렸기 때문에 공중에는 별과 불꽃이 가득했다. 그림을 잘 그리는 딘 토마스는 아주 인상적인 새로운 깃발을 만들어 세워 놓았는데, 대부분이 파이어볼트를 타고 혼테일의 머리 위로 날아가는 해리의 모습을 묘사한 그림이었다. 물론 그 중에서 두 개는 머리에 불이 붙은 케드릭이 등장했다.
해리는 배가 터질 정도로 음식을 잔뜩 먹었다. 오랫동안 배가 고픈 것이 어떤 느낌인지도 거의 잊어버리고 지냈던 것이다. 해리의 곁에는 론과 헤르미온느가 나란히 앉아 있었다.
해리는 믿을 수 없을 만큼 행복했다. 론과는 다시 예전과 같은 사이가 되었으며 첫번째 시험은 무사히 통과했다. 그리고 앞으로 석 달 동안은 두 번째 시험에 대한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이거 꽤 무거운걸." 해리가 테이블 위에 내려놓은 황금알을 집어든 리 조던이 손으로 무게를 가늠하면서 말했다. "해리, 한번 열어 봐. 어서! 그 속에 뭐가 들었는지 보자!"
"해리는 혼자 그 실마리를 풀어야만 해. 그게 트리위저드 시합의 규칙이라구..."
헤르미온느가 재빨리 말했다.
"용을 통과하는 일도 나 혼자서 해결해야만 했었어."
해리는 오직 헤르미온느의 귀에만 들리도록 작게 중얼거렸다. 그러자 헤르미온느는 겸연쩍은 듯이 미소를 지었다.
"그래, 어서, 해리! 열어봐!"
주위에 있던 학생 몇 명이 합창을 했다. 리 조던은 해리에게 황금알을 돌려주었다. 해리는 손톱으로 황금알의 내부는 텅 비어 있었다. 아무것도 들어 있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해리가 황금알을 여는 순간, 커다랗고 날카로운 울부짖음이 휴게실을 가득 메웠다.
그것은 이 세상에서 가장 끔찍하고 무시무시한 소음이었다. 이것과 가장 흡사한 소리는 목이 달랑달랑한 닉의 사망일 파티에서 해리가 들었던 유령 오케스트라의 연주뿐이었다. 유령 오케스트라는 전 악단이 톱으로 연주를 했었다.
"당장 닫아!"
프레드가 손으로 뒤 귀를 막으면서 소리쳤다.
"그게 무슨 소리지?" 해리가 다시 황금알을 탁 닫아 버리자, 시무스 피니간이 알을 노려보면서 말했다. "밴시 요정의 울음소리 같은데... 해리, 다음 번에는 그 요정을 통과해야만 하나 봐!"
"꼭 누군가 고문을 당하는 소리 같은데!" 네빌이 입을 열었다. 깜짝 놀랐던 네빌은 소시지를 바닥에 떨어뜨린 채, 얼굴이 하얗게 질려 있었다. "크루시아투스 저주와 싸워야 하는 게 아닐까?"
"멍청한 소리 좀 하지마, 네빌. 그건 불법이야." 조지가 퉁명스럽게 쏘아붙였다, "챔피언들에게 크루시아투스 저주를 사용할 수는 없어. 내 귀에는 꼭 퍼시가 노래하는 것처럼 들리는 걸... 해리, 어쩌면 퍼시가 샤워를 하고 있는 동안 그를 공격해야 하는 걸지도 몰라."
"잼 파이 먹을래? 헤르미온느?" 프레드가 갑자기 물었다. 헤르미온느는 몹시 의심스러운 표정으로 프레드가 내미는 접시를 내려다보았다. 프레드가 씩 웃었다. "이건 괜찮아. 여기에는 아무런 짓도 하지 않았어. 정작 조심해야 할 건 커스타드 크림이야..."
바로 그때 커스타드 크림을 한 입 퍼먹은 네빌이 목이 탁 메어서 크림을 뱉어내었다. 프레드는 낄낄거리고 웃었다.
"그냥 장난이야, 네빌..."
"프레드, 이 음식을 모두 주방에서 가져온 거니?"
헤으미온느가 잼 파이를 집어 들면서 물었다.
"그럼." 프레드는 여전히 싱글벙글 웃으면서 대답했다. 그리고 갑자기 높고 가느다란 목소리로 꽥꽥거리면서 꼬마 집요정 흉내를 내었다. "우리가 드릴 수 있는 건 뭐든지 드리죠. 나리, 뭐든지요! 그 녀석들은 참 쓸모가 있단 말이야... 내가 배가 좀 고프다고 말만 하면 황소라도 한 마리 통째로 구워서 올 거야."
"그런데 주방에는 어떻게 들어갔니?"
헤르미온느가 지나가는 말처럼 아무렇지도 않게 물었다.
"아주 쉬워." 프레드가 웃으면서 설명했다. "과일 그릇이 그려져 있는 벽 뒤에 비밀 문이 있거든. 그냥 배를 간지르기만 하면 배가 킬킬거리면서..." 갑자기 프레드는 말을 뚝 끊고 수상스러운 듯이 헤르미온느를 노려보았다. "그런데 왜?"
"아무것도 아니야."
헤르미온느가 재빨리 대답했다.
"주방으로 들어가서 꼬마 집요정들의 파업이라도 주도할 계획이니?" 조지가 빈정거리면서 말했다. "전단 뿌리는 일은 단념하고 이제 반란을 일으키자고 꼬마 집요정들을 선동할 생각이야?"
"그 자리에 있던 몇 명이 재미있다는 듯이 큰 소리로 웃었지만, 헤르미온느는 여전히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공연히 꼬마 집요정들을 부추겨서 옷을 달라느니 봉급을 달라느니 하는 말은 하지 마!" 프레드가 헤르미온느를 쳐다보면서 경고했다. "그랬다간 음식도 만들어 주지 않을 거라구!"
바로 그때 네빌이 커다란 카나리아로 변하는 바람에 사람들의 관심이 일제히 그곳으로 쏠렸다.
"이런! 정말 미안해, 네빌!" 프레드가 배꼽을 잡고 웃으면서 큰 소리로 떠들었다. "내가 그만 잊어버렸어. 커스타드 크림에 마법을 걸어 놓았거든..."
하지만 몇 분이 지나자, 네빌은 곧 허물을 벗었다. 일단 깃털이 모두 떨어지고 나자, 평소와 전혀 다름없는 모습이 되었다. 심지어 네빌은 다른 친구들과 함께 킬킬거리면서 웃음을 터뜨리기까지 했다.
"카나리아 크림이야!" 프레드가 신이 나서 웃고 있는 친구들에게 소리쳤다. "조지와 내가 개발했어! 한 개당 7시클에 팔지!"
새벽 1시가 가까워지자 해리는 론과 네빌, 시무스 그리고 딘과 함께 기숙사로 올라갔다. 네 개의 침대 기둥에 드리워져 있는 커튼을 닫기 전에 해리는 자그마한 헝가리안 혼테일 모형을 침대 옆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 혼테일은 하품을 하고 몸을 둥글게 말더니 두 눈을 감았다.
정말이었어. 해그리드가 옳았어... 그것들은 모두 정말로, 썩 괜찮은 용이었어...
해리는 네 기둥의 커튼을 잡아당기면서 생각했다.
12월이 시작되자 호그와트에 서리가 내리고 차가운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겨울이 되면 성 안에는 항상 어디선가 바람이 새어 들어왔지만, 해리는 호수 위에 떠 있는 덤스트랭의 배가 있는 곳을 지나갈 때마다 두꺼운 성벽과 따뜻한 벽난로가 무척 고맙게 여겨졌다. 그 배는 시커먼 하늘 밑에서 검은 돛을 펄럭이며 세찬 바람에 이리저리 흔들리고 있었다.
해리는 보바통의 마차도 꽤 추울 거라고 생각했다. 해그리드는 맥심 부인의 말들에게 말이 좋아하는 몰트 위스키를 먹여 주면서 잘 보살펴 주고 있었다. 방목장의 한쪽 구석에 놓여 있는 구유에서 풍기는 독한 술냄새는 신비한 동물 돌보기 수업에 들어온 학생들 전체를 살짝 취하게 만들고도 남을 정도였다. 그것은 정신을 바싹 차리고 그 끔찍한 스크루트들을 돌봐야만 하는 학생들에게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이것들이 동면을 하는지 안 하는지 나도 잘 모르겠다."
해그리드는 바람이 쌩쌩 불어 오는 호박밭에서 덜덜 떨고 있는 학생들에게 말했다.
"녀석들이 잠자는 걸 좋아하는지 한 번 알아봐야겠다고 생각했지. 이제 상자 안에 이 녀석들을 넣도록 하자..."
이제 남아 있는 스크루트는 열 마리뿐이었다. 서로를 죽이고 싶어서 난리를 치는 스크루트의 본능은 훈련으로 없애 버릴 수 없는 것이 확실했다. 벌써 스크루트들은 이제 길이가 거의 2미터 가까이 될 정도로 성장했다. 두꺼운 회색 갑옷과 강력하고 빠른 다리, 불을 터뜨리는 꼬리, 침과 빨판을 비롯해서 모든 걸 다 갖추고 있는 스크루트야말로 해리가 지금까지 보았던 것들 중에서 가장 징그럽고 혐오스러운 동물이었다.
학생들은 해그리드가 가지고 온 커다란 상자를 절망적인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그 상자 안에는 베개와 폭신한 담요가 나란히 들어 있었다.
"이 상자 속으로 스크루트를 몰아넣기만 하면 된단다." 해그리드가 학생들을 둘러보면서 말했다. "그리고 뚜껑을 닫고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보자."
하지만 결국 스크루트는 동면을 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그 녀석들은 강제로 베개가 딸린 상자 안에 들어가는 것에 대해서도 전혀 고맙게 생각하지 않았다. 오히려 스크루트들은 발톱으로 상자를 마구 긁어대었다. 곧 해그리드가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흥분하지마! 자, 흥분하지 마!"
이제 스크루트들은 불이 붙어서 연기를 내뿜는 상자 조각들을 사방으로 흩어놓으면서 호박밭을 이리저리 짓밟고 돌아다녔다. 대부분의 학생들은(특히 말포이와 크레이브, 고일을 선두로) 허둥지둥 해그리드의 오두막집 뒷문으로 뛰어들어가서 꼭꼭 숨어 버렸다. 하지만 해리와 론, 헤르미온느는 밖에 남아서 해그리드를 도우려고 애쓰는 학생들 편에 속했다. 다 함께 힘을 합친 끝에 그들은 간신히 아홉 마리의 스크루트를 붙잡아서 묶을 수가 있었다. 비록 여기저기에 온통 상처가 나고 화상을 입기는 했지만, 이제 남아 있는 것은 단 한 마리 뿐이었다.
"겁주지 마!" 론과 해리가 지팡이를 사용하면서 스크루트에게 강한 불꽃을 발사하자, 해그리드가 다급하게 외쳤다. 스크루트는 둥글게 말아 세운 침을 흔들면서 그들을 향해 위협적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그냥 침에 밧줄을 씌우도록 해. 다른 사람들을 해치지 못하도록 말이야!"
"우린 못 하겠어요!"
론이 잔뜩 화가 난 목소리로 외쳤다. 이제 론과 해리는 불꽃으로 스크루트를 계속 쫓아 버리면서 거의 해그리드의 오두막집 담까지 주춤주춤 뒤로 물러나고 있었다.
"이런, 이런, 이런... 아주 재미있어 보이는걸."
리타 스키터가 해그리드의 정원 담장에 몸을 기대고 서서 안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리타 스키터는 악어 가죽 핸드백을 팔에 낀 채, 보라색 털이 달린 진한 붉은색 두꺼운 망토를 입고 있었다.
해그리드는 해리와 론을 구석으로 몰고 있는 스크루트 위로 몸을 던져서 깔고 앉았다. 스크루트의 꼬리에서 불이 뿜어져 나오자 근처에 있던 호박 줄기가 순식간에 시들어 버렸다.
"누구시죠?"
스크루트의 침을 밧줄로 꽁꽁 묶으면서 해그리드가 리타 스키터에게 말을 걸었다.
" 리타 스키터라고 해요. <예언자 일보>의 기자죠."
리타 스키터가 활짝 웃으면서 대답했다. 리타 스키터의 황금 이빨이 반짝거렸다.
"그런데 덤블도어가 당신을 더 이상 학교에 들어오지 못하도록 한 걸로 알고 있는데요."
해그리드가 살짝 얼굴을 찡그리면서 말했다. 해그리드는 납작해진 스크루트를 번쩍 들어올려서 동료들이 있는 상자 안으로 쑤셔 넣기 시작했다.
하지만 리타 스키터는 마치 해그리드의 말을 전혀 알아듣지 못한 것처럼 행동했다.
"이 매력적인 동물들은 뭐라고 부르나요?"
리타 스키터는 더욱 환하게 웃으면서 물었다.
"폭탄 꼬리 스크루트요."
해그리드가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그래요?" 리타 스키터는 상당히 호기심을 느낀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이런 동물은 지금까지 한번도 들어본 적이 없어요... 어디에서 났죠?"
해리는 해그리드의 얼굴이 텁수룩한 검은 수염부터 붉게 물들기 시작하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 순간 해리의 심장이 덜컹 내려앉았다. 해그리드가 어디에서 스크루트를 구해왔을까?
"아주 흥미롭죠?. 그렇지 해리?"
줄곧 해리와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 헤르미온느가 재빨리 끼어들었다.
"응? 어, 그래... 아이쿠... 정말 흥미로워."
헤르미온느가 그의 발을 꽉 밟자, 해리가 더듬거리면서 말했다.
"오우! 해리! 여기 있었구나!" 리타 스키터가 해리를 돌아서면서 소리쳤다. "그러니까 너는 신비한 동물 돌보기 수업을 좋아하는구나? 그렇지? 네가 가장 좋아하는 수업 중에 하나야?"
"그래요."
해리가 고개를 끄덕이면서 분명하게 대답했다. 그러자 해그리드가 해리를 쳐다보면서 활짝 웃었다.
해리는 리타 스키터의 시선이 딘(그의 뺨에는 긁힌 상처가 나 있었다)을 지나서 라벤더(그의 옷은 심하게 불에 그을렸다)와 시무스(그는 화상을 입은 손가락을 치료하고 있었다)그리고 오두막 창가까지 재빨리 훑어보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곳에는 반 아이들이 대부분이 창문에 코를 바싹 갖다대고 소동이 끝났는지 알아보기 위해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벌써 2년째 이 수업을 하고 있습니다."
해그리드가 리타 스키터를 향해 고개를 돌리면서 말했다.
"멋지군요... 하지만 인터뷰를 하고 싶어하지는 않겠죠? 혹시 마법 생물에 대한 당신의 경험을 다른 독자들과 나누고 싶은 생각이 있나요? <예언자 일보>는 매주 수요일마다 동물에 관한 칼럼을 싣고 있답니다. 물론 당신도 알고 계시겠지만 말이죠. 우리는 이것들...음... 그러니까 총 꼬리 스크루트의 사진을 찍을 수도 있습니다."
"폭탄 꼬리 스크루트입니다." 해그리드가 열심히 설명했다. "어... 그래요. 좋습니다. 안 될 이유가 없죠."
하지만 해리는 그 결정이 몹시 불만스러웠다. 하지만 리타 스키터의 눈에 뜨이지 않고 해그리드에게 그런 말을 전할 만한 방법이 없었다. 그러므로 가만히 서서 해그리드와 리타 스키터가 다음 주에 스리 브룸스틱스에서 만나서 길고 상세한 인터뷰를 하자는 약속을 하는 것을 물끄러미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곧이어 성에서 수업이 끝났다는 것을 알리는 종이 울렸다.
"그럼 안녕, 해리!" 론과 헤르미온느와 함께 성으로 돌아가는 해리를 쳐다보면서 리타 스키터가 명랑하게 인사를 던졌다. "금요일 밤에 만나요, 해그리드!"
"저 여자는 해그리드가 하는 말을 전부 꼬아 놓을 거야."
해리가 씩씩거리면서 말했다.
"제발 해그리드가 스크루트를 불법적인 방법으로 들여온 건 아니어야 할 텐데..."
헤르미온느가 힘없이 중얼거렸다. 그 순간 세 사람은 서로의 얼굴을 마주 쳐다보았다. 그것이야말로 해그리드가 꼭 저지를만한 일이었다.
"예전에도 해그리드는 여러 가지 말썽을 일으켰잖아. 하지만 덤블도어는 절대로 해그리드를 해고하지 않았어." 론이 위로를 하면서 말했다. "설사 최악의 사태가 벌어진다고 하더라도 해그리드가 스크루트를 풀어줘야 하는 정도일 거야. 안된 일이지... 미안... 내가 최악의 사태라고 말했나? 사실은 최선의 경우라는 뜻이었어."
해리와 헤르미온느는 깔깔거리면서 웃었다. 그리고 좀더 가벼운 기분으로 점심 식사를 하기 위해 연회장으로 걸어갔다.
해리는 그날 오후에 점술 수업을 들으면서 처음부터 끝까지 아주 즐겁게 보낼 수가 있었다. 여전히 점성술과 예언을 배우고 있었지만, 이제 론과 다시 친구가 되고 나니까 모든 일들이 아주 재미있게 여겨졌다. 두 사람이 자신들의 끔찍한 죽음에 대해 예언했을 때에는 그토록 기뻐했던 트릴로니 교수는 이제 명황성이 날마다 재앙을 일으키는 다양한 방법에 대해 설명하는 동안 내내 두 사람이 킬킬거리자, 잔뜩 심술이 났다.
"나는 이런 생각이 드는군요." 트릴로니 교수는 강한 불쾌감을 역력하게 드러내며 불길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만약 우리 중에서 누군가가..." 트릴로니 교수는 아주 의미심장한 눈길로 해리를 노려보았다. "지난 밤에 내가 수정 구슬에서 본 장면을 봤다면 이런 식으로 경솔하게 날뛰지는 않을 거라고 말이죠. 그 당시에 나는 바로 이 자리에 앉아서 바느질에 열중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수정 구슬을 살펴보고 싶다는 강한 충동에 사로잡혔어요. 그래서 자리에서 일어나 수정 구슬 앞에 앉았어요. 그리고 저 깊은 수정 구슬 속을 들여다보았죠... 거기에서 내가 뭘 봤을 거라고 생각하나요?"
"커다란 안경을 낀 추악하고 늙은 박쥐?"
론이 숨을 죽이면서 속삭였다. 해리는 웃지 않으려고 필사적으로 애를 썼다.
"죽음입니다, 여러분."
트릴로니 교수가 불안한 목소리로 말했다. 패르바티와 라벤더는 잔뜩 겁에 질린 얼굴로 황급히 손을 들어 입을 막았다.
"그렇습니다." 트릴로니 교수는 심각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은 훨씬 더 가까이 다가왔습니다. 그것은 독수리처럼 우리의 머리 위를 맴돌고 있습니다. 점점 더 낮게... 점점 더 이 성을 향하여..."
트릴로니 교수는 노골적으로 해리를 노려보았다. 해리는 일부러 입을 크게 벌리고 하품을 했다.
"벌써 여든 번이나 똑같은 소리를 하지 않았더라면 좀더 인상적이었을 텐데." 트릴로니 교수의 방을 나와서야 겨우 신선한 공기를 다시 마시게 되었을 때, 해리가 입을 열었다. "트릴로니 교수가 나의 죽음을 예언할 때마다 내가 죽었더라면, 나야말로 의학적으로 기적의 대상이 되었을 거야."
"특별히 농축된 유령이 되었겠지." 론이 의기양양하게 웃으면서 말했다. 그 순간 맞은편에서 다가온 피투성이 바론이 그들의 곁을 지나가고 있었다. 커다랗게 뜨고 있는 피투성이 바론의 눈길은 불길한 느낌을 던지고 있었다. "어쨌거나 우리는 숙제가 없어서 다행이다. 그런데 헤르미온느는 벡터 교수의 수업 시간에 숙제나 왕창 받았으면 좋겠어. 나는 헤르미온느가 숙제를 하느라고 끙끙거릴 때 옆에서 노는 게 제일 좋더라."
하지만 헤르미온느는 저녁 식사 시간에 나타나지 않았다. 해리와 론은 식사 후에 일부러 도서관까지 찾아갔지만 그곳에도 헤르미온느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도서관에는 빅터 크룸 한 사람밖에 없었다. 론은 한참 동안이나 책꽂이 뒤에서 서성거리며 크룸을 지켜보았다. 그리고 크룸에게 사인을 해달라고 부탁을 할까 말까 망설이면서 해리와 귓속말로 의논을 했다. 하지만 론은 곧 대여섯 명의 여학생들이 자신과 똑같은 고민을 하면서 바로 옆 책상 뒤에 숨어 있는 것을 발견하자, 당장 크룸에 대한 흥미가 사라졌다.
"도대체 헤르미온느는 어디로 간 거지?"
해리와 함께 그리핀도르 탑으로 돌아오면서 론이 말했다.
"나도 몰라... 허튼소리."
해리가 머리를 약간 흔들면서 말했다. 하지만 뚱뚱한 여인이 막 출입구를 열었을 때, 그들의 등 뒤에서 누군가 황급히 달려오는 발걸음 소리가 들리더니 헤르미온느가 나타났다.
"해리!" 헤르미온느는 숨을 헐떡이면서 미끄러지듯이 달려오더니 해리 옆에서 딱 멈춰 섰다. 뚱뚱한 여인은 눈썹을 치켜 올리면서 헤르미온느를 내려다보았다. "해리, 어서 와 봐. 꼭 가 봐야만 해. 세상에서 가장 놀라운 일이 일어났어... 어서!"
헤르미온느는 해리의 팔을 잡고 복도 아래로 끌어당기기 시작했다.
"무슨 일이야?"
해리가 무슨 영문인지 모르겠다는 듯이 물었다.
"거기 도착하면 보여줄게. 자, 어서! 서둘러!"
해리는 고개를 돌려서 론을 돌아보았다. 론도 무슨 일인지 알 수 없어 해리를 마주 쳐다보았다.
"좋아."
해리는 헤르미온느와 함께 복도를 되돌아가기 시작했다. 론도 재빨리 그 뒤를 따라갔다.
"오우, 나는 신경 쓰지 마라!" 그들의 등 뒤에서 뚱뚱한 여인이 성난 목소리로 외쳤다. "공연히 미안하다는 말로 나를 성가시게 할 것 없다! 나야 뭐 여기 그냥 매달려 있으면 되니까! 너희들이 돌아올 때까지 활짝 문을 열어 놓고서 말이다!"
"예, 고마워요!"
론이 어깨 너머로 소리쳤다.
"헤르미온느, 어딜 가는 거니?"
헤르미온느의 뒤를 따라 여섯 층이나 아래로 내려갔을 때, 해리가 물었다. 이제 그들은 대리석 계단을 지나 현관 복도로 내려서고 있었다.
"곧 알게 될 거야. 알게 될 거라구!"
헤르미온느는 잔뜩 들뜬 목소리로 대답했다. 헤르미온느는 계단을 끼고 왼쪽으로 돌더니, 불의 잔에서 해리와 케드릭 디고리의 이름이 나왔던 그날 밤에 케드릭이 들어갔던 문으로 서둘러 다가갔다.
해리는 지금까지 한번도 그 문으로 들어가 본 적이 없었다. 해리와 론은 헤르미온느의 뒤를 따라서 돌 계단을 내려갔다. 그 계단 끝에는 스네이프의 지하 교실로 내려가는 길처럼 음침하고 어두컴컴한 지하 통로 대신에, 돌이 깔려 있고 횃불이 환하게 밝혀진 널찍한 복도가 나타났다. 복도 양쪽에는 주로 먹을 것을 소재로 한 화려한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아, 잠깐 기다려..." 복도를 반쯤 걸어오던 해리가 천천히 말했다. "잠깐만 헤르미온느..."
"왜 그래?" 헤르미온느가 걸음을 멈추고 해리를 돌아보았다. 헤르미온느의 얼굴에는 기대감과 설레임이 가득 차 있었다.
"난 여기가 어딘지 알아."
해리가 헤르미온느에게 말했다. 해리는 팔꿈치로 론을 툭 치면서 헤르미온느의 뒤에 그려져 있는 그림을 가리켰다. 그것은 과일이 담긴 커다란 은그릇이었다.
"헤르미온느!" 비로소 론이 알아차렸다는 듯이 소리쳤다.
"설마 우리를 꼬여서 다시 S.P.E.W.인지 뭔지 하는 그 부질없는 일에 끌어들이려는 건 아니겠지?"
"아니, 아니야. 절대로 아니야!" 헤르미온느가 황급히 변명했다. "S.P.E.W.가 아니야, 론..."
"그렇다면 이름을 바꿨나? 그래? 이제 뭐지? 꼬마 집요정 해방전선? 나는 주방으로 쳐들어가서 꼬마 집요정들이 일을 그만 하도록 하는 짓 따위는 하지 않을 거야. 절대로 하지 않을 거라구!"
론이 이맛살을 잔뜩 찌푸리면서 말했다.
"너한테 그런 일을 부탁하지도 않아!" 헤르미온느가 벌컥 화를 내면서 소리쳤다. "나는 그저 꼬마 집요정 모두와 이야기를 하려고 내려왔었어. 그리고 어떤 사실을 알게 되었지. 자, 해리. 어서 가자. 너에게 꼭 보여주고 싶은 게 있어!"
헤르미온느는 다시 해리의 팔을 잡더니 커다란 과일 그릇 그림이 그려져 있는 벽 앞으로 끌고 갔다. 그리고 집게손가락을 뻗어서 커다란 초록색 배를 간지었다. 그러자 배가 꿈틀거리면서 킬킬거리기 시작하더니 갑자기 커다란 초록색 문 손잡이로 변했다.
헤르미온느는 손잡이를 잡고 비밀 문을 열었다. 그런 다음에 헤르미온느는 해리의 등을 세게 떠밀어서 비밀 문 안으로 밀어 넣었다. 해리는 천장이 높은 커다란 방을 둘러보았다. 대연회장만큼이나 넓은 방에는 번쩍거리는 놋쇠 항아리와 냄비들이 돌로 만들어진 벽 주위에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 그리고 맞은편에는 벽돌을 쌓아서 만든 커다란 벽난로가 설치되어 있었다. 그때 조그마한 무언가가 꽥꽥 소리를 지르더니 방 가운데에서 총알처럼 해리를 향해 달려 나왔다.
"해리 포터! 해리 포터!"
잠시 동안 해리는 완전히 혼이 빠져 버렸다. 꽥꽥거리는 꼬마 집요정이 해리의 가슴을 펑펑 두드리고 갈비뼈가 으스러지도록 꽉 끌어안으며 난리를 쳤기 때문이다.
"도... 도비?"
해리가 입을 벌렸다.
"도비예요, 나리. 도비라구요!" 해리의 허리 근처에서 꽥꽥거리는 목소리가 들렸다. "도비는 해리 포터를 만나게 되길 기다리고 또 기다렸어요. 그런데 해리 포터가 도비를 만나러 와 주었군요!" 비로소 도비는 해리를 놓아 주면서 몇 걸음 뒤로 물러섰다. 그리고 환하게 웃었다. 테니스 공만한 크기의 툭 불거진 초록색 눈동자에는 기쁨의 눈물이 고여 있었다. 도비는 해리가 기억하고 있는 예전 모습과 거의 달라지지 않았다. 연필처럼 뾰족한 코와 박쥐 같은 커다란 귀다란 손가락과 발가락... 단 한가지, 옷차림만은 전혀 달랐다.
도비가 말포이네 가족을 위해 일하고 있을 때에는 항상 더럽고 낡은 베갯잇을 입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해리가 평생 보았던 것들 중에서 가장 이상하게 생긴 옷을 입고 있었다. 도비는 월드컵 때의 마법사들보다도 더 옷차림새가 엉망이었다. 머리에는 모자 대신에 찻주전자 보온덮개를 쓰고 있었으며 반짝거리는 배지를 몇 개나 달고 있었다. 또한 벌거벗은 가슴에는 말발굽 무늬가 찍힌 넥타이를 매고 아이들 축구복 같은 반바지에 짝이 맞지 않은 양말을 신고 있었다. 그 양말들 중에 하나는 해리가 자기가 신고 있던 것을 벗어서 말포이 씨가 도비에게 던지도록 속임수를 썼던 바로 그 검은색 양말이었다. 그 덕분에 도비의 자유로운 몸이 될 수 있었던 것이다. 나머지 양말 한짝은 분홍색과 오렌지색 줄무늬가 그려져 있었다.
"도비, 여기서 뭘 하는 거지?"
해리가 깜짝 놀라면서 물었다.
"도비는 호그와트에 일하러 왔어요! 덤블도어 교수님이 도비와 윙키에게 일자리를 주었죠!"
도비가 신이 나서 꽥꽥거렸다.
"윙키? 윙키도 여기 있단 말야?"
해리가 도비를 쳐다보면서 물었다.
"그래요.그래요!"
도비는 해리의 손을 잡고 네 개의 긴 나무 테이블이 놓여 있는 주방 안으로 끌고 들어갔다. 테이블 주위를 지나가던 해리는 그것들이 모두 위층 연회장에 있는 네 개의 기숙사 테이블과 똑같은 자리에 배열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지금은 식사가 끝난 다음이었기 때문에 테이블 위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하지만 불과 한 시간 전만 해도 천장을 통해 바로 위층에 있는 테이블로 보낼 음식들이 상다리가 휘어질 정도로 쌓여 있었을 것이다.
주방 안에는 적어도 백여 명 이상의 꼬마 집요정들이 모여 있었다. 그들은 도비가 해리를 끌고 그들 앞을 지나갈 때마다 활짝 웃는 얼굴로 허리를 굽신거리면서 절을 했다. 꼬마 집요정들은 모두들 한결같이 똑같은 옷을 입고 있었는데, 한때 윙키가 그랬던 것처럼, 호그와트의 문장이 찍힌 차 수건을 토가(고대 로마인들의 복장)처럼 끝으로 묶고 있었다.
마침내 도비는 벽난로 앞에서 걸음을 멈추었다.
"윙키예요!"
도비가 윙키를 손으로 가리키면서 말했다. 윙키는 벽난로 옆에 놓여 있는 의자 위에 앉아 있었다. 도비와는 달리, 윙키는 닥치는 대로 여기저기에서 옷을 져다가 아무렇게나 입지 않은 것이 분명했다. 윙키는 깔끔하고 짧은 치마와 블라우스 그리고 옷에 잘 어울리는 푸른색 모자를 쓰고 있었다. 윙키가 쓰고 있는 모자에는 커다란 두 귀가 빠져 나오도록 구멍이 뚫려 있었다.
하지만 도비의 옷은 아무리 괴상하기는 해도 너무나 깨끗하고 정성껏 손질이 되어 있어 방금 나온 신제품처럼 보이는 반면에, 윙키는 자신의 옷에 전혀 신경을 쓰지 않는 것이 분명했다. 블라우스에는 수프 얼룩이 여기저기 번져 있었고 스커트에는 불에 그슬린 자국까지 그대로 남아 있었다.
"안녕, 윙키."
해리가 먼저 반가운 듯이 인사를 했다. 윙키의 입술이 바르르 떨렸다. 그리고 갑자기 울음을 터뜨렸다. 윙키의 커다란 갈색 눈에서 홍수처럼 쏟아진 눈물은 금세 바닥에 웅덩이를 이루었다. 퀴디치 월드컵에서 그랬던 것과 똑같았다.
"오, 이런." 헤르미온느가 입을 열었다. 헤르미온느와 론은 해리와 도비를 따라서 주방까지 들어와 있었던 것이다. "윙키, 울지 마. 제발 울지 마..."
하지만 윙키는 더욱 큰 소리로 울기 시작했다. 맞은편에 서 있던 도비는 해리를 쳐다보면서 연신 싱글벙글이었다.
"해리 포터는 차를 마시고 싶은가요?" 도비가 윙키의 울음소리보다 더욱 큰 소리로 꽥꽥 거리면서 물었다.
"그래... 좋아."
해리가 고개를 끄덕이면서 대답했다. 해리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여섯 명의 꼬마 집요정들이 커다란 은쟁반을 들고 종종걸음으로 다가왔다. 은쟁반 위에는 해리와 론, 헤르미온느를 위한 찻잔과 찻주전자, 우유병 그리고 비스킷이 담긴 커다란 접시가 놓여 있었다,
"서비스가 훌륭하군!"
론이 감탄한 듯이 말하자, 헤르미온느는 험악한 얼굴로 그를 노려보았다. 하지만 꼬마 집요정들은 모두 굉장히 기쁜 표정이었다. 그리고 허리를 연신 굽실거리면서 대접을 했다.
"그런데 도비, 여기 온 지는 얼마나 됐니?"
찻잔을 돌리는 도비에게 해리가 물었다.
"일주일밖에 안 됐어요, 해리 포터!" 도비가 행복한 목소리로 말했다. "도비는 덤블도어 교수님을 찾아갔어요. 일자리를 잃은 꼬마 집요정이 새로운 자리를 얻기란 무척 어려워요. 정말로 너무 어려워요..."
그 말을 듣자, 윙키는 더욱 요란하게 울기 시작했다. 짓뭉갠 토마토 같은 윙키의 코에서는 잠시도 쉬지 않고 콧물이 줄줄 흘러내렸다. 하지만 윙키는 콧물을 닦으려고도 하지 않았다.
"도비는 지난 2년 동안이나 전국을 돌아다녔어요. 일자리를 찾으려고 말이죠!" 도비가 커다란 목소리로 꽥꽥거렸다. "하지만 도비는 일자리를 찾을 수가 없었어요. 왜냐하면 도비는 이제 봉급을 받고 싶어했거든요!"
그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면서 잔뜩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던 주방 안의 꼬마 집요정들은 도비의 말을 듣자, 일제히 시선을 피했다. 마치 도비가 아주 무례하고 당혹스러운 말이라도 한 것 같았다.
"너를 위해 좋은 일이야, 도비!"
헤르미온느가 도비를 격려하면서 말했다.
"고맙습니다!" 도비가 헤르미온느를 향해 이빨을 다 드러내면서 씩 웃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마법사들은 봉급을 받고 싶어하는 꼬마 집요정을 원하지 않아요. '그건 꼬마 집요정답지 않은 일이야!'라고 말하고는 도비의 면전에서 문을 쾅 닫아 버리는 거예요! 도비는 일을 좋아해요. 하지만 도비는 옷을 입고 싶고 봉급을 받고 싶어요. 해리 포터... 도비는 자유로운 몸이 된 것이 너무 좋아요!"
호그와트에 있는 꼬마 집요정들은 이제 슬슬 도비를 피해 달아나기 시작했다. 마치 도비가 몹쓸 병에 걸린 전염병자라도 되는 듯한 태도였다. 하지만 윙키는 여전히 그 자리에 그대로 남아 있었다. 비록 울음 소리가 훨씬 더 커지기는 했지만 말이다.
"그런데 해리 포터. 도비가 윙키를 찾아갔을 때, 윙키도 자유로운 몸이 되었다는 걸 알았죠!"
도비가 신이 나서 말했다. 이 대목에 이르자, 윙키는 앉아 있던 의자에서 일어나 털썩 앞으로 주저앉더니 단단한 돌바닥에 얼굴을 대고 조그만 주먹으로 바닥을 탕탕 치면서 목놓아 울기 시작했다.
헤르미온느는 허둥지둥 윙키 옆에 무릎을 꿇고 앉아서 달래려고 애를 썼다. 하지만 헤르미온느가 어떤 말을 해도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윙키는 여전히 요란하게 울었다. 도비는 윙키의 울부짖는 소리보다도 더욱 높은 목소리로 악을 쓰면서 말을 이어 나갔다.
"그 순간 도비에게 좋은 수가 떠올랐지요, 해리 포터! 도비는 말했죠. 도비와 윙키가 함께 일을 하면 어떨까? 그러자 윙키가 말했죠. 꼬마 집요정 두 명이 일을 할 만한 곳이 어디일까? 도비는 생각했어요. 그리고 문득 생각났죠. 호그와트! 그래서 도비와 윙키는 덤블도어 교수님을 찾아갔어요. 덤블도어 교수님은 기꺼이 우리를 받아주셨죠! 덤블도어 교수님은 도비가 원한다면 도비에게 봉급도 주겠다고 말했어요! 그러니까 도비는 자유로운 요정이에요! 도비는 일주일에 1갈레온을 받고 한 달에 한 번 쉬어요!"
도비는 아주 환하게 미소를 지었다. 도비의 눈에는 다시 기쁨의 눈물이 가득 고였다
"그건 너무나 형편없는 조건이야!"
여전히 비명을 지르면서 주먹으로 바닥을 탕탕 치고 있는 윙키를 달래던 헤르미온느가 분개하면서 소리쳤다.
"덤블도어 교수님은 도비에게 일주일에 10갈레온과 주말 휴가를 주겠다고 제안했어요." 이 말을 하면서 도비는 갑자기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토록 많은 휴가와 엄청난 봉급을 받는다는 생각만 해도 두려운 것 같았다. "하지만 도비가 그 제안을 거절했어요... 도비는 자유가 좋아요. 하지만 너무 많은 걸 원하지는 않아요. 도비는 일하는 걸 더 좋아해요."
"더블도어 교수님이 너한테는 얼마를 주니, 윙키?"
헤르미온느가 다정한 목소리로 물었다. 만약 헤르미온느가 그런 말로 윙키의 분을 달래주려고 했던 것이라면, 그것은 커다란 착각이었다. 갑자기 윙키는 울음을 뚝 그쳤다.
윙키는 몸을 일으키고 앉더니 커다란 갈색 눈으로 헤르미온느를 노려보았다. 윙키의 얼굴은 온통 눈물에 젖어 있었다. 그런데 윙키는 몹시 화가 난 것 같았다.
"윙키는 수치스러운 요정이에요. 하지만 아직까지 봉급 따위는 받고 있지 않아요!" 윙키가 꽥꽥 소리를 질렀다. "윙키는 그렇게까지 타락하지는 않았어요! 윙키는 자유로운 몸이 된 것에 대해 당연히 부끄러워하고 있어요!"
"무슨 소리야? 부끄럽다니?" 헤르미온느는 어안이 벙벙했다. "하지만... 윙키, 진정해! 정말로 부끄러워해야 할 사람은 크라우치 씨야! 네가 아니란 말이야! 너는 아무런 잘못도 하지 않았어. 그 사람이야말로 너에게 아주 끔찍한 짓을..."
그 말을 듣자, 윙키는 모자 구멍 속으로 손을 집어넣어서 단 한 마디도 들을 수 없도록 두 귀를 꽉 막았다. 그리고 날카로운 목소리로 마구 악을 썼다.
"내 주인을 모욕하지 마세요! 크라우치 씨를 모욕하지 마세요! 크라우치 씨는 훌륭한 마법사예요! 크라우치 씨는 나쁜 윙키를 해고할 권리가 있어요!"
"윙키는 교정되기까지 좀 문제가 있어요, 해리 포터." 도비가 자신만만한 표정을 지으면서 소리쳤다. "윙키는 자신이 더 이상 크라우치 씨의 소유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지 못하고 있어요. 지금은 얼마든지 자기의 생각을 마음대로 말할 수 있는데, 좀처럼 그렇게 하려고 하지 않아요."
"그렇다면 꼬마 집요정들은 주인에 대한 생각을 말할 수 없단 말이야?"
해리가 깜짝 놀라면서 물었다.
"오, 그럼요. 안 돼죠." 갑자기 도비의 얼굴이 심각하게 변했다. "그건 꼬마 집요정들에게 주어진 속박 중에 하나예요. 주인의 비밀을 간직하고 침묵을 지켜야만 하죠. 우리는 그 가문의 명예를 보존하고 절대로 주인집에 대해서 나쁜 말을 하면 안 돼요. 물론 덤블도어 교수님은 도비에게 그런 일에 찬성하지 않는다고 말씀하셨지요. 덤블도어 교수님은 우리가 원한다면 얼마든지... 얼마든지..."
도비는 불안한지 해리에게 가까이 다가오라고 손짓했다. 해리가 허리를 숙이자, 도비가 작게 속삭였다.
"교수님은 우리가 원한다면 얼마든지 자신을 괴팍하고 미친 늙은이라고 불러도 된다고 했어요!"
도비는 두려움을 감추려는 듯이 킬킬거리고 웃었다.
"하지만 도비는 덤블도어 교수님을 그렇게 부르고 싶지 않아요, 해리 포터." 도비는 다시 평소와 같이 말했다. 그리고 귀가 펄럭이도록 머리를 흔들었다. "도비는 덤블도어 교수님이 아주 좋아요. 그리고 교수님을 위해서 비밀을 지키고 침묵하는 게 자랑스러워요."
"하지만 이제는 말포이 집안에 대해서는 말할 수 있지 않니?"
해리가 씩 웃으면서 물었다. 도비의 커다란 두 눈에 두려운 기색이 다시 떠올랐다.
"도비는... 도비는 할 수 있어요." 도비는 어쩐지 자신 없게 말했다. 하지만 곧 작은 어깨를 곧게 폈다. "도비는 해리 포터에게 도비의 옛날 주인들이 나쁜... 나쁜... 어둠의 마법사라고 말할 수 있어요!"
도비는 한참 동안이나 온몸을 부들부들 떨면서 꼼짝도 하지 않고 가만히 서 있었다. 자신의 용감한 발언에 대해서 스스로 겁이 난 모양이었다. 도비는 가장 가까운 테이블을 향해 돌진하더니 자신의 머리를 쾅쾅 들이받았다. 그리고 꽥꽥 소리를 질렀다.
"나쁜 도비! 나쁜 도비!"
해리는 도비의 넥타이를 붙잡고 테이블에서 멀리 떼어 놓았다.
"고마워요. 해리 포터, 고마워요."
도비가 숨을 헐떡이면서 이마를 문질렀다.
"너도 좀 연습이 필요한 것 같구나."
해리가 도비에게 말했다.
"연습이라구!" 윙키가 분노에 가득 찬 목소리로 외쳤다. "도비, 너는 너 자신을 부끄럽게 여겨야 해. 네 주인에 대해서 그런 식으로 말하다니!"
"그들은 더 이상 내 주인이 아니야, 윙키!" 도비가 용감하게 맞섰다. "도비는 그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더 이상 상관하지 않아!"
"오, 너는 정말 나쁜 요정이야! 도비!" 윙키가 구슬프게 흐느꼈다. 윙키의 얼굴에서 또다시 눈물이 줄줄 흘러내렸다. "나의 가엾은 크라우치 씨. 윙키도 없이 어떻게 지내실까? 그분은 내가 필요하셔. 그분은 나의 도움이 필요해! 나는 평생 동안 크라우치 가족을 보살폈어. 나보다 전에는 우리 어머니가 그 일을 하셨고 우리 어머니 전에는 우리 할머니가 그렇게 했어... 오, 만약 그 분들이 윙키가 자유로운 몸이 되었다는 사실을 아시면 뭐라고 말씀하실까? 이런 수치스러운 일이! 이렇게 수치스러운 일이!"
윙키는 다시 치맛자락에 얼굴을 묻고 목놓아 울었다.
"윙키, 크라우치 씨는 분명히 네가 없어도 완벽하게 잘 지내고 있을 거야. 우리도 그 사람을 봤어. 너도 알겠지만..."
헤르미온느가 단호하게 말했다.
"우리 주인님을 보셨다구요? 여기 호그와트에서 우리 주인님을 보셨단 말인가요?"
윙키가 눈물범벅이 된 얼굴을 번쩍 들고 눈알을 굴리면서 헤르미온느를 바라보았다.
"그래, 크라우치 씨와 베그만 씨는 트리위저드 시합의 심판이야."
헤르미온느가 대답했다.
"배그만 씨도 왔다구요!" 갑자기 윙키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해리는 윙키의 얼굴이 다시 분노로 가득 차 오르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론과 헤르미온느의 표정으로 보건대 그들도 역시 무척 놀라는 것 같았다. "베그만 씨는 나쁜 마법사예요! 아주 나쁜 마법사예요! 우리 주인은 베그만 씨를 전혀 좋아하지 않아요! 그럼요. 절대로 아니에요!"
"베그만이... 나쁘다구?"
해리가 물었다.
"그럼요!" 윙키는 격렬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 주인은 윙키에게 아주 중요한 말을 했어요! 하지만 윙키는 말하지 않아요... 윙키... 윙키는 주인의 비밀을 지켜요..."
윙키는 또다시 눈물을 줄줄 흘렸다. 그들은 윙키가 치맛자락에 얼굴을 묻고 구슬프게 흐느끼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불쌍한 주인님! 불쌍한 주인님! 이제 윙키는 주인님을 도와드릴 수가 없어요!"
하지만 윙키의 말은 더 이상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그들은 윙키가 울도록 가만히 내버려두고 향기로운 차를 마셨다.
도비는 자유로운 요정으로서 맞이하게 된 생활과 앞으로 봉급을 쓸 계획에 대해서 즐겁게 떠들었다.
"도비는 다음 주에 스웨터를 살 거예요! 해리 포터!"
도비는 아주 행복한 듯이 벌거벗은 가슴을 가리켰다.
"도비, 너에게 할 말이 있어." 론은 이 꼬마 집요정에 대해 커다란 호감을 가지게 된 것 같았다. "이번 크리스마스에 엄마가 나 입으라고 떠서 보내주시는 스웨터를 너한테 선물하겠어. 엄마는 항상 스웨터를 보내거든. 혹시 밤색이라도 괜찮겠니?"
그 말을 듣자 도비는 몹시 기뻐했다.
"그런데 네 몸에 맞으려면 아무래도 스웨터를 좀 줄이는 게 좋겠구나." 론이 도비를 응시하면서 말했다. "어쨌거나 너의 차 보온덮개와 아주 잘 어울릴 거야."
그들이 떠날 준비를 하자, 주위에 서 있던 수많은 꼬마 집요정들이 바싹 다가와서 위층으로 가지고 갈 간식 거리를 잔뜩 내놓았다. 헤르미온느는 연신 허리를 굽실거리며 인사를 하는 꼬마 집요정들을 바라보면서 음식을 거절했다. 헤르미온느는 가슴 아픈 표정을 짓고 있었다. 하지만 해리와 론은 호주머니에 크림 케이크와 파이를 잔뜩 쑤셔 넣었다.
"정말 고마워!" 해리가 꼬마 집요정들을 둘러보면서 인사했다. 꼬마 집요정들은 안녕히 주무시라는 인사를 하기 위해 모두들 문가에 서 있었다. "안녕, 도비!"
"해리 포터... 도비가 가끔씩 찾아가서 만나도 될까요?"
도비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물론이지. 좋아."
해리가 고개를 끄덕이면서 대답하자, 도비는 활짝 웃었다.
그들은 주방에서 나온 후에 다시 현관 복도로 향하는 계단을 올라갔다.
"너희들 이거 아니?" 문득 론이 해리와 헤르미온느를 돌아보면서 입을 열었다. "지난 몇 년 동안 나는 프레드와 조지가 주방에서 음식을 슬쩍 해오는 것을 보고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했었어. 그런데 별로 어려운 일도 아니잖아? 그렇지? 저 꼬마 집요정들은 음식을 주지 못해서 안달이야!"
"내 생각에는 꼬마 집요정들에게 이보다 더 좋은 일은 없을 것 같아." 헤르미온느가 대리석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서 말했다. "그러니까 내 말은 도비가 이곳에 일하러 왔다는 사실 말이야. 다른 꼬마 집요정들도 도비를 보면, 자유로운 몸이 된 도비가 얼마나 행복한지 곧 알게 될 거야. 그리고 서서히 자신들도 자유를 원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될 거라구!"
"차라리 꼬마 집요정들이 윙키가 쫓겨난 꼴을 보고 나도 저런 신세가 되면 어떻게 하나 걱정하지 않기를 바라자꾸나."
해리가 비꼬듯이 말했다.
"오, 윙키도 곧 기운을 차릴 거야." 헤르미온느의 목소리는 약간 자신이 없었다. "일단 충격이 가시면 윙키도 호그와트의 생활에 익숙하게 될거야. 그렇게 되면 크라우치 가족과 떨어져서 사는 게 훨씬 더 좋다는 사실을 알게 되겠지."
"윙키는 진심으로 크라우치씨를 사랑하는 것 같았어."
론이 약간 목이 멘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방금 전에 론은 크림 케이크를 먹기 시작했던 것이다.
"하지만 베그만에 대해서는 별로 좋지 않게 생각하는 것 같던데? 그렇지? 크라우치가 집에서 베그만에 대해 뭐라고 말했을까?"
해리가 궁금한 듯이 물었다.
"아마도 별로 좋은 책임자가 아니라고 말했겠지. 그리고 솔직히 말해서... 그건 사실이잖아. 그렇지 않니?"
헤르미온느가 차분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래도 나 같으면 늙은 크라우치보다는 차라리 베그만 밑에서 일을 하겠다. 최소한 베그만은 유머 감각 정도는 있잖아."
론이 빈정거리면서 말했다.
"네가 한 말을 퍼시가 엿듣지 못하도록 해."
헤르미온느가 살짝 미소를 지었다.
"뭐, 괜찮아. 퍼시도 유머 감각이 있는 사람 밑에서는 절대 일하고 싶지 않을 테니까... 안 그래? 물론 퍼시는 바로 눈 앞에서 도비의 찻주전자 보온덮개를 쓰고 벌거벗은 채 춤을 추더라도 그게 장난이란 걸 알아차리지 못하겠지만 말이야."
론은 이제 초콜릿 슈크림을 먹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