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9장 헝가리의 혼 테일
지난 이 주일 동안 해리를 지탱해 주었던 것은 오직 시리우스와 직접 만나서 대화를 할 수 있다는 희망뿐이었다. 그것은 이보다 결코 더 어두울 수 없을 것 같은 지평선 위에 떠오른 단 하나의 빛이였다. 이제 자신이 학교 챔피언이 되었다는 충격은 어느 정도 줄어들었다. 앞으로 겪에 될 일에 대한 두려움도 차츰차츰 가라앉는다.
첫번째 시험은 점점 더 가까이 다가오고 있었다. 해리는 그것이 어떤 무시무시한 괴물처럼 잔뜩 도사린 체, 자신의 앞을 가로막고 있는 것처럼 여겨졌다. 이렇게 고통스럽고 불안한 것은 지금까지 한번도 없었다. 퀴디치 게임 전날에도, 심지어 퀴디치 컵의 승자를 가리기 위해 슬리데린과 마지막 게임을 치르는 날에도 이런 긴장감을 느껴 보았던 적이 없었다. 해리는 앞날에 대해서는 아무런 생각을 하지 못할 수가 없었다. 마치 해리의 모든 인생이 오직 첫번째 시험을 향해 가고 있으며 그것과 더불어 끝날 것 같았다...
솔직히 해리는 수백 명의 사람들 앞에서 알지도 못하는 어렵고 위험한 마법을 행해야만 하는 자신의 기분을 시리우스가 어떻게 풀어줄 수 있을지 알 수가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정한 얼굴을 보는 것만으로도 커다란 위안이였다.
해리는 시리우스에게 예정된 시간에 휴게실 벽난로 옆에 있겠다고 답장을 보냈다. 그리고 해리와 헤르미온느는 밤중에 어떻게 휴게실 근처를 아무도 어슬렁거리지 못하도록 할 것인가 대에서 오랫동안 머리를 맞대고 계획을 짰다. 만약 최악 의 경우가 되면, 똥 폭탄 가방이라도 던질 작정이였다. 하지만 부디 그것만은 사용하지 않게 되기를 바랐다. 필치가 그들을산 채로 껍질을 벗기려고 덤벼들 것이다.
성안에서 보내는 해리의 생활은 더욱 나빠졌다. 리타 스키터가 트리위저드 시합보다는 대단히 과장된 해리의 인생 이야기가 더욱 많은 지면을 할애한 것으로 드러났다. 1면의 대부분은 해리의 사진이 차지했으며 2면, 6면, 7면으로 계속 이어지는 기사는 오직 해리에 관한 기사들 것뿐이였다. 보바통이나 덤블스트랭(심지어 철자도 틀렸다)의 챔피언의 제일 마지막 줄에 잠깐 등장했고 케드릭의 이름은 언급조차 되지 않았다.
그 기사가 발표된지 벌써 열흘이 흘렀지만, 해리는 아직도 그 기사를 떠올릴 때마다 밀물처럼 수치감이 밀려오고 뱃속이 매슥거려 토할 것만 같았다. 리타 스키터는 해리가 빗자루 보관 창고에서는 물론이고 일생 동안 단 한번도 말한 기억이 없는 사실들을 엄청나게 써놓았다.
제가 지니고 있는 힘은 힘든 부모님으로부터 물려받은 것 같습니다. 만약 지금 내 모습을 보신다면 부모님은 무척 기뻐하실 겁니다. 그래요. 지금도 밤에 돌아가신 부모님을 생각하면서 울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런 사실이 전혀 부끄럽지 않습니다... 트리위저드 시합 동안에 그 어떤 것 도 저를 해칠수 없다는 사실을 저는 알고 있습니다. 왜냐 하면 그 분들이 저를 지켜주고 있으니까요...
리타 스터키는 해리가 단지 '어...' 라고 한 말을 좀더 길고 매끄러운 문장으로 바꾸어 놓았다. 그리고 해리에 대해 다른 사람들괴 인터뷰한 기사까지 실어 놓았다.
마침내 해리는 호그와트에서 진정한 사랑을 발견했다. 해리의 가까운 친구인 콜린 크리비는 해리가 헤르미온느 그레인자와 떨어져 있는 모습 은 거의 볼 수 없었다고 말한다. 헤르미온느는 눈에 띄게 아름다운 머그 태생의 소녀로, 해리와 학교의 최우등생 중의 한 명이다.
<예언자 일보>에 그 기사가 나간 후로부터 해리는 사람들, 특히 슬리데린들이 그가 지나갈 때마다 빈정거리는 어조로 기사를 인용하는 것을 참아야만 했다.
"포터, 변신술 수업에서 네가 울음을 터트리면 손수건 이라도 갖다 줄까?."
"포터, 언제부터 네가 우리학교의 최우등생이 되었지? 아니면 너와 롱바텀 둘이서 따로 학교를 세우기라도 한 거니?"
"헤이, 해리!"
"그래, 맞아!" 더 이상 참을 수 없게된 해리는 복도를 돌아 서면서 큰소리로 고함을 질렀다. "나는 돌아가신 엄마를 생각하면서 줄곧 눈물을 흐렸어! 그리고 지금도 막..."
"아니야, 해리 지금 막 너의 깃펜을 떨어트렸어."
해리의 눈앞에는 뜻밖에도 초 챙이 서있었다. 해리는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르는 것을 느꼈다.
"어, 그래. 미안해."
해리는 깃펜을 주워들면서 중얼거렸다.
"저... 화요일에 행운을 빌어. 네가 잘 하기를 진심으로 바래."
초 챙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해리는 완전히 바보가 된 느낌 이였다. 헤르미온느도 해리와 똑같이 불쾌한 일을 당하고 있었지만, 아직까지 해리처럼 공연히 지나가는 사람에게 마구 고함을 지르거나 하지는 않는다. 사실 해리는 이런 이 상황을 능숙하게 다루는 헤르미온느의 솜씨에 감탄하고 있었다.
"눈에 띄게 아름답다구, 헤르미온느?" 리타의 기사가 나간 후 처음으로 헤르미온느와 얼굴을 마주쳤을 때, 팬시 파키슨은 날카롭게 소리쳤다. "도대체 그 여자는 뭘 기준으로 한 거지? 얼룩 다람쥐?"
"무시해."
헤르미온느가 위엄 있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리고 고개를 빳빳이 치켜들고 킬킬거리고 있는 슬리데린의 여학생들의 사이를 당당하게 걸어갔다. 마치 귀에 들리지도 않는 다는 듯한 태도였다.
"그냥 무시해, 해리."
하지만 해리는 무시를 할 수가없었다. 론은 스네이프 교수의 보충 수업에 대해서 이야기를 한 후로 한번도 해리에게 말을 걸지않았다. 해리는, 스네이프의 지하 교실에서 두시간 동안이나 론과 함께 생쥐의 뇌를 식초에 절이는 동안 그와 화해를 하게 되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품었다. 하지만 그날은 바로 리타의 기사가 발표된 날 이였다. 그렇기 때문에 해리가 사람들 의 주목을 받고 싶어한다는 론의 믿음은 더욱 굳어 진 것 같았다.
헤르미온느는 두 사람의 태도에 대해서 잔뜩 하가 났다. 해르미온느는 해리와 론 사이를 왔다갔다 하면서 어떻게 해서든지 화해를 시키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해리의 결심은 돌처럼 단단했다. 오직 론이 해리가 불의 잔에 이름을 집어넣지 않았기 때문이다는 것을 인정하고 자신을 거짓말쟁이라고 불렀던 것에 대해 사과를 받고 싶었던 것 이였다. 그런 다음에 다시 론과 말을 할 작정 이였다.
"이건 내가 시작한 게 아니야. 론의 문제란 말이야."
해리가 고집을 부리면서 말했다.
"너는 론을 그리워한다구? 아니야. 너는 그리워 한다는 걸 나는 조금도 론이 그립지않아..."
하지만 그것은 뻔한 거짓말 이였다. 해리는 헤르미온느를 무척 좋아했다. 하지만 론과 같지는 않았다. 헤르미온느를 가장 친한 친구로 삼는다면, 함께 웃을 일보다는 도서관을 헤메고 돌아다닐 일이 훨씬 더 많을 것이다.
해리는 아직까지도 소환 마법을 제대로 터득하지 못했다. 마치 단단한 벽이 자기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였다. 헤르미온느는 소환 마법의 이론을 알면 어느 정도 도움이 될꺼라고 주장했다. 결국 두 사람은 점심시간 내내 도서관에서 책을 뒤적거리며 시간을 보냈다.
빅터 크룸도 상당히 많은 시간을 도서관에서 보냈다. 해리는 도대체 빅터 크룸이 뭘 하고 있는 건지 궁금했다. 공부를 하는 것일까? 아니면 첫번째 시험을 통과할 수 있도록 도움이 될만 한 것들을 찾고 있는 것일까?
헤르온미온느는 종종 빅터 크룸이 도서관에 있는 것에 대해서 불평을 늘어놓았다. 물론 빅터 크룸이 그들을 방해하기 때문은 아니었다. 종종 킬킬거리는 여학생들이 서가 뒤에서 빅터 크룸의 모습을 엿 보기 위해 무리를 지어서 나타났기 때문이다. 헤르미온느는 그 소리가 무척 신경에 거슬렸다.
"심지어 잘생기지도 않았는데! 저 여자애들은 단지 크룸이 유명하기 때문에 좋아하는 거야! 만약 크룸이 윙키 페인트인가 뭔가 하는걸 할 수 없었다면 거들떠보지도 않았을걸!"
잔뜩 화가 난 헤르미온느는 날카로운 빅터 크룸의 옆 모습을 노려보고 투덜거렸다.
"렁스키 페인트야."
해리가 이를 악 물면서 대답했다. 퀴디치 용어를 올바르게 고쳐주는 것은 좋았지만, 헤르미온느가 윙키 페인트라고 말한 것을 론이 들었다면 어떤 표정을 지을지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고통스러웠기 때문이다.
그것은 참 이상한 일 이였다. 무엇인가 다가오는 게 두려워서 시간이 늦추어지기를 간절히 바라면, 시간은 오히려 심술궂게 더욱 빨리 흘러가는 경향이 있었다. 첫 번째 시험 전까지 시간은 누군가 마치 두 배로 빠르게 움직이도록 시계를 고쳐놓은 것처럼 순식간에 흘러갔다. 이제 해리가 어디를 가든지<예언자 일보>의 기사를 두고 헐뜯는 말이 따라다니는 것처럼, 거의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커다란 고통이 해리를 않았다.
첫 번째 시험을 바로 앞둔 토요일 3학년 이상의 모든 학생들은 호그스미드 마을을 방문하도록 허락을 받았다. 헤르미온느는 해리에게 잠시 동안 성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것이 좋을 거라고 말했다. 해리도 기꺼이 그 제안을 받아 들였다.
"하지만 론은 어떻게 하고? 너는 론과 함께 하고 싶지 않니?"해리가 걱정스럽게 물었다.
"음... 그건..." 헤르온미르의 얼굴이 살짝 붉어졌다. "아마도. 우리는 스리 브룸틱스에서 만날 수 있을 거야..."
"싫어."
해리가 퉁명스럽게 말했다.
"오, 해리. 그건 너무 멍청한 짓이야."
"나도 그곳으로 가긴 갈 거야. 하지만 론을 만나지는 않겠어. 나는 투면 망토를 쓰고 갈 거야."
"그렇다면 좋아." 해르미온느가 날카롭게 쏘아 붙였다. "하지만 나는 투명 망토를 쓴 너와는 말하는 게 싫어. 네가 거기에 있는지 모르잖아."
결국 해리는 기숙사에서 투명 망토를 쓰고 계단을 내려왔다. 그리고 헤르미온느와 함께 호그스미드로 출발했다.
투명 망토를 쓰자 해리는 놀라울 만큼 자유로운 기분이 들었다. 마을로 들어서자, 여기저기 다른 학생들의 모습이 보였다. 대부분이 케드릭 디고리 이겨라! 라는 글씨가 적혀있는 배지를 달고있었다. 하지만 아무도 해리에게 끔직한 말을 하거나 <예언자 일보>에 실린 그 한심한 기사를 언급하지 않았다.
"사람들이 계속 나를 쳐다보고 있어. 내가 혼자 중얼거린다고 생각하는 거야.
크림이 잔뜩 들어간 초콜릿을 먹으면서 허니 듀크 과자가게를 나오던 헤르미온느가 투덜거렸다.
"입술을 그렇게 크게 움직이지 않고 말하면 되잖아."
"이봐 해리 제발 그 투명한 망토 좀 벗어. 여기서는 아무도 널 괴롭히지 않을 거야."
"오, 그래? 네 뒤를 한번 돌아보렴."
해리가 퉁명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리타 스터키가 사진 기자를 데리고 막 스리 브룸스틱스 술집에서 나오는 중이였다. 그들은 커다란 소리로 이야기를 나누면서 헤르미온느의 곁을 지나갔다.
해리는 리타 스터키의 악어 가죽핸드백에 부딪히지 않으려고 허니듀크 상점의 담벼락에 딱 붙어 섰다. 그들이 가버리자, 해리가 한숨을 내쉬면서 말했다.
"저 여자는 지금 이 마을에서 묵고 있어. 분명히 첫번째 시험을 구경하러 올 거야."
그 말을 하는 순간, 해리의 뱃속이 뒤틀리면서 희미한 고통이 느껴졌다. 하지만 해리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헤르미온느는 그 일에 대해서 생각조차 하기 싫은 것 같았다.
"그 여자는 이제 갔어." 헤르미온느가 투명망토를 쓰고 있는 해리 너머로 길을 내다보면서 말했다.
"스리 브룸스틱스에 사서 버터 맥주나 한잔 마시지 않을래? 좀 춥지 않니? 거기 간다고 해서 꼭 롬하고 이야기를 할 필요는 없어!"
해리가 선뜻 말하지 못하는 이유를 금방 알아차린 헤르미온느가 짜증스럽게 덧붙였다.
스리 브룸스틱스 많은 사람들로 붐비고 있었다. 그들은 주로 자유로운 오후 시간을 즐기려고 나온 호그와트의 학생들 이였다. 하지만 그밖에도 다른 어떤 곳에서도 볼 수 없는 온갖 다양한 마법사들이 보였다. 해리는 호그스미드가 영국에서 마법사들만 사는 유일한 마을이기 때문에 늙은 마녀에게는 일종의 천국과도 같을 거라고 생각했다. 마녀들은 마법사처럼 머그들 사이에서 자신을 위장하는 일에 벼로 능숙하지 못했던 것이다.
투명 망토를 입고 복잡한 사람들이 사이를 지나가는 것은 아주 어려운 일이었다. 혹시라도 누군가의 발을 밝게 되면, 당장 이상한 의심을 받게 될 것이다. 헤르미온느가 맥주를 사는 동안에, 해리는 가장자리를 따라 구석진 빈 자리를 향해 천천히 걸어갔다. 약간 떨어진 곳에서 프레드, 조지 그리고 리 조던과 함께 앉아 있는 론의 모습이 보였다. 론의 뒤통수를 한 방 세게 갈기고 싶은 충동을 애써 억누르며, 해리는 마침내 테이블에 도달해서 의자에 앉았다.
잠시 후에 테이블로 돌아온 헤르미온느는 해리의 투명 망토를 밑으로 슬쩍 맥주를 건네주었다.
"여기 이렇게 혼자 있으니까, 내가 정말 한심한 멍청이처럼 보인다." 헤르미온느가 투덜거리면서 말했다. "그래도 뭔가 할 일이 있으니까 그나마 다행이지."
헤르미온느는 S. P. E. W. 회원의 명단을 적어놓은 노트를 꺼냈다. 얼마 안 되는 명단의 제일 꼭대기에는 해리와 론의 이름이 나란히 적혀 있었다. 그들이 함께 계획을 짜고 헤르미온느가 그들을 간사와 회계 담당으로 임명했던 것이 아주 오래 전의 일처럼 여겨졌다.
"너도 알겠지만, 나는 마을 사람들이 S. P. E. W. 에 가입하도록 설득해 보겠어."
헤르미온느는 진지한 표정으로 술집을 둘러보았다.
"그래, 그렇구나." 해리는 투명 망토 밑에서 버터 맥주를 한모금 들이마셨다. "헤르미온느, 그런데 너는 도대체 언제 이지겨운 일을 포기할 생각이니?"
"꼬마 집 요정들이 정당한 임금과 근로 조건을 얻게 될 때까지!" 헤르미온느가 작은 목소리 속삭였다. "나는 지금이야말로 좀더 올바른 행동을 해야 할 때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어. 그런데 학교 주방에는 어떻게 들어가니?
"난 몰라. 프레드와 조지에게나 한번 물어봐."
해리가 머리를 흔들면서 대답했다. 헤르미온느는 입을 다물고 혼자 조용히 생각에 잠겼다. 해리는 버터 맥주를 마시면서 술집에 모여 있는 사람들을 구경했다.
모두 다 유쾌하고 즐거운 표정이었다. 어니 맥밀란과 한나 아보트는 근처 테이블에서 개구리 초콜릿 카드를 서로 교환하고 있었다. 두 사람 모두 망토 위에 케드릭 디고리 이겨라! 라는 배지를 달고 있었다.
술집으로 들어오는 문 오른쪽에 있는 테이블에는 초와 여러명의 래번클로 친구들이 모여 있었다. 초는 가슴에 케드릭을 응원하는 배지를 달고 있지 않았다. 그 사실은 해리의 마음을 조금 이나마 위로해 주었다
이 사람들 틈에 낄 수만 있다면, 그래서 다 함께 둘러앉아서 웃고 떠들며 숙제 이외에는 다른 아무런 근심도 없이 지낼 수만 있다면, 해리는 이 세상 무엇의 그 무엇이라도 내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과연 어떤 기분으로 여기에 앉아 있을까 상상해 보았다.
아마도 해리는 지금처럼 투명 망토를 입고 있지 않았을 것이다. 론은 해리의 곁에 앉아 있을 것이고, 그들 세 사람은 학교 챔피언이 화요일에 치러야 하는 그 무섭고 위험하다는 시험이 무엇이든 즐겁게 상상하고 있었을 것이다. 해리는 그 날이 어서 다가오기만을 손꼽아 고대했을 것이고, 그 시험이 무엇이든 간에 관중석 뒤에 앉자서 안전하게 구경했을 것이다... 다른 사람들과 함께 케드릭을 응원하면서...
해리는 다른 챔피언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궁금했다. 최근에 케드릭 디고리는 약간 초조해하면서도 무척 활기에 넘치는 것 같았다. 플뢰르 델라쿠르는 이따금씩 복도에서 마주치곤 했는데, 언제나 평소와 똑같이 거만하고 냉정한 모습이었다. 빅터 크룸은 도서관에 앉아서 책에다 온통 정신을 쏟고 있었다.
해리는 머리 속으로 시리우스를 떠올렸다. 그러자 가금 속에 팽팽하고 딱딱하게 맺혀 있던 응어리가 금세 녹아버리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이제 12시간만 지나면, 시리우스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 바로 오늘 밤에 두 사람은 휴게실 벽난로에서 만날 것이다. 최근에 벌어진 다른 일들이 그렇듯이 더 이상 꼬이지만 않는다면...
"저기를 봐! 해그리드야!"
헤르미온느가 고개를 돌리면서 말했다. 해그리드의 텁수룩하고 거대한 뒤통수가 다른 사람들 위로 불쑥 솟아올라 있었다. 그런데 고맙게도 해그리드는 더 이상 머리를 묶을 생각은 포기한 것 같았다.
해리는 왜 진작 덩치 큰 해그리드를 발견하지 못했을까 하고 이상하게 생각했다. 조심스럽게 자리에서 일어난 해리는, 가만히 허리를 숙인 채 무디 교수와 이야기를 하고 있는 해그리드의 모습을 쳐다보았다. 해그리드의 앞에는 그가 늘 사용하는 거대한 맥주잔이 놓여 있었다. 예쁘장한 술집 주인인 로드메르타 부인은 그것을 못마땅하게 생각하는 것 같아 이리저리 돌아다니면서 빈 술자을 치우던 로즈메르타 부인은 자꾸만 무디를 힐끗힐끗 쳐다보았다. 로즈메르타 부인은 무디의 행동이 자기네 꿀술에 대한 모독이라고 여기는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해리는 잘 알고 있었다. 지난번 어둠의 마법 방어술 시간에 무디는 학생들에게 자신은 언제나 음식과 마실 것을 준비해 가지고 다닌다고 말했던 것이다. 아무도 모르게 잔에 다 독을 타는 것쯤은 어둠의 마법사들에게 있어서 누워서 떡먹기라는 주장이었다.
해리가 지켜보는 동안, 해그리드와 무디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해리는 그들을 향해 손을 흔들다가, 문득 해그리드가 자신을 볼 수 없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하지만 무디는 갑자기 걸음을 멈추더니 신비한 눈으로 해리가 앉아 있는 구석 자리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해그리드의 등(도저히 어깨에는 무디의 손이 닿지 않았다)을 탁 치더니 뭐라고 속사였다. 그러자 두 사람은 술집을 가로질러서 해리와 헤르미온느가 앉아 있는 테이블로 다가왔다.
"잘 지내냐, 헤르미온느?"
해그리드가 큰 소리로 말했다.
"안녕하세요.?
헤르미온느가 미소를 지으면서 대답했다. 무디는 테이블 주위를 절뚝거리면서 돌아다니더니 허리를 약간 숙였다. 해리는 아마도 무디가 S.P.E.W. 공책을 들여다보려고 하는 모양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부디는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멋진 망토구나, 포터."
해리는 너무나 놀라서 무디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바로 눈앞에서 보니까, 커다랗게 살점이 떨어져 나간 무디의 코가 더욱 분명하게 보였다. 무디는 씩 웃었다.
"선생님이 눈은... 그러니까 저를 볼 수가 있지." 무디가 작게 소곤거렸다. 때때로 꽤 쓸모가 있단 말이야."
해그리드도 해리를 향해 환하게 미소를 짓고 있었다. 해리는 해그리드가 자진을 볼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분명히 무다기 해그리드에게 비금 해리가 여기에 있다고 알려 주었을 것이다. 해그리드는 허리를 숙이면서 S.P.E.W. 공책을 들여다보는 척했다. 그리고 해리만 간신히 들을 수 있는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해리, 오늘 밤 자정에 오두막집으로 나를 찾아오너라. 그 투명 망토를 입고 와."
다시 몸을 일으킨 해그리드가 큰 소리로 말했다. "만나서 반갑구나, 헤르미온느."
해그리드가 오늘 밤에 나를 만나자고 하는 걸까?"
해리는 어리둥절해서 물었다.
"그랬어?" 헤르미온느는 깜짝 놀라는 것 같았다. "도대체 무슨 일이지? 해리, 네가 가야만 하는지 잘 모르겠어... 잘못 하다가는 시리우스와의 약속에 늦을지도 몰라." 헤르미온느는 불안한 눈길로 주위를 살펴보더니 나지막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헤르미온느의 말은 사실이었다. 만약 자정에 해그리드를 찾아간다면, 까딱하다간 시리우스와의 약속을 지키지 못할 것은 너무나 뻔한 일이었다. 헤르미온느는, 헤그리드의 오두막으로 헤드위그를 보내서 갈 수 없다는 전갈을 보내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제안했다. 물론 헤드위그가 전갈을 전해주겠다고 동의를 한다면 말이다.
하지만 해리는 해그리드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재빨리 알아보는 편이 더욱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도대체 무슨 일인지 무척 궁금하기도 했다. 해그리드는 한번도 그렇게 늦은 밤에 해리를 불렀던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날 저녁 11시 30분이 되자, 일찍 잠자리에 드는 척했던 해리는 투명 망토를 입고 휴게실로 향하는 계단을 살금살금 내려갔다.
그곳에는 아직까지도 몇 명의 학생들이 남아 있었다. 크리비형제가 케드릭 디고리 이겨라!라는 글씨가 적힌 배지르 어렵게 구해 와서는 해리 포터 이겨라!라는 구호를 바꾸려고 무척 애를 쓰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들이 간신히 할 수 있었던 일은 포터는 야비하다!라는 구호만 계속 나오게 하는 것뿐이었다.
해리는 조심스럽게 크리비 형제 곁을 지나서 초상화 출구 앞으로 걸어갔다. 해리는 시계를 줄곧 바라보면서 몇 분 정도 기다렸다. 그러자 미리 계획했던 대로 헤르미온느가 밖에서 뚱뚱한 여인을 열어주었다. 해리는 헤르미온느의 곁을 스치듯이 지나가면서 '고마워!' 라고 조그맣게 인사하고 재빨리 성을 빠져나갔다.
주위는 무척 어두웠다. 해리는 잔디밭을 지나서 불빛이 ,환하게 새어나오는 해그리드의 오두막으로 걸어갔다. 커다란 보바통의 마차 안에도 불이 환하게 밝혀져 있었다. 해리가 해그리드의 오두막 현관문을 두드렸을 때, 마차 안에서 맥심 부인의 말소리가 들렸다.
"해리, 너니?"
해그리드가 문을 열고 주위를 둘러보면서 중얼거렸다.
"그래요." 해리는 재빨리 오두막집으로 들어가서 투명 망토를 벗었다. "무슨 일이죠?"
"너에게 좀 보여주고 싶은게 있어."
해그리드가 목소리를 높이면서 말했다. 어쩐지 해그리드는 몹시 흥분하고 있는 기색이 역력했다. 단추 구멍에는 비정상적으로 크게 성장한 국화처럼 보이는 꽃 한 송이가 꽂혀 있었다. 비록 해그리드는 윤활유를 머리에 바를 생각은 단념한 것 같았지만, 머리를 빗으려고 시도한 것은 분명했다. 해리는 부러진 빗살이 머리 끝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도대체 뭘 보여주겠다는 거죠?"
해리가 걱정스런운 듯이 물었다. 기껏해야 스크루트의 줄무늬 알이거나, 아니면 해그리드가 또다시 술집에서 만난 낯선 사람으로부터 사들인 머리 셋 달린 괴물 개가 아닐까 의심스러웠기 때문이었다.
"나를 따라오너라. 조용히 하고... 저 투명 망토를 꼭 입고 있어야 해." 해그리드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하지만 팽은 데리고 갈 수가 없어. 좋아하지 않을 테니까 말이야."
"헤그리드, 제 말을 좀 들어보세요. 저는 오래 있을 수가 없어요. 1시까지는 반드시 성으로 돌아가야만 해요."
하지만 해그리드는 더 이상 해리의 말을 듣고 있지 않았다. 해그리드는 오두막집 문을 열더니 어둠 속을 향하여 성큼성큼 걸어갔다. 서둘러 해그리드의 뒤를 따라가던 해리는 문득 그가 보바통의 마차로 향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깜짝 놀랐다.
"해그리드, 도대체 무슨"
"쉬잇!"
해그리드는 황금 지팡이 두 개가 십자가 모양으로 새겨진 문을 세 번 두드렸다.
잠시 후에 문을 열고 나타난 맥심 부인은 해그리드를 보더니 활짝 미소를 지었다.
"아! 아그리드... 벌써 시간이 되었나용?"
"봉쐐르."
해그리드는 환한 얼굴로 맥심 부인을 향해 손을 내밀었다. 그리고 맥심 부인이 황금 계단을 내려오는 것을 도와주었다.
맥심 부인이 마차의 문을 닫자, 해그리드는 그녀의 팔짱을 꼈다. 두 사람은 맥심 부인의 날개 달린 거대한 말을 풀어놓은 방목장 주위를 따라서 걷기 시작했다. 해리는 아무런 영문도 모르는 채, 거의 뛰다시피 하며 부지런히 그들을 쫓아갔다.
해그리드는 나에게 맥심 부인을 보여주고 싶던걸 걸까? 하지만 맥심 부인은 언제라도 볼 수 있는데... 맥심 부인 정도의 몸집이라면 결코 보지 못하고 지나칠 수 없으니까...
하지만 맥심 부인도 해리와 똑같은 일을 겪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왜냐하면 잠시 후에 맥심 부인이 애교를 부리듯이 말했기 때문이다.
"나를 어디로 데려가는 건가용, 아그리드?"
"분명히 좋아할 겁니다." 해그리드가 무뚝뚝하게 대답했다.
"아주 볼 만할 겁니다. 나를 믿으세요. 하지만 내가 보여주었다고 절대로 다른 사람들에게는 말하면 안 됩니다. 알았죠? 원래 당신에게 알려줘서는 안 되는 거예요."
"물론이죵."
맥심 부인은 길고 검은 속눈썹을 치켜 뜨면서 교태를 부렸다. 그들은 잠시도 쉬지 않고 계속 걸어갔다. 이따금씩 시간을 확인하면서 종종걸음으로 그들의 뒤를 쫓아가던 해리는 은근히 부아가 치밀기 시작했다.
해그리드는 또다시 어떤 바보 같은 계획을 세운 것이 분명했다. 어쩌면 그것 때문에 시리우스와의 약속을 어기게 될지도 모른다. 조금만 더 가도 두 사람이 멈추지 않는다면, 해리는 당장 뒤로 돌아서서 성으로 돌아갈 생각이었다. 해그리드는 맥심 부인과 함께 달빛 아래에서 산책이나 즐기라고 내버려두지...
하지만 바로 그때였다. 성과 호수가 전혀 보이지 않을 정도로 숲 가장자리까지 멀리 걸어갔을 무렵이었다. 갑자기 해리는 어떤 수리를 들었다. 저 앞에서 사람들이 고막이 터질 것 같은 엄청난 울음 소리가...
해그리드는 맥심 부인을 나무 사이로 데려가더니 이윽고 걸음을 멈추었다. 해리도 황급히 그들을 따라갔다. 아주 짧은 순간 동안 해리는 강렬한 불꽃을 본 것 같았다. 사람들이 쏜살같이 달려나왔다. 다음 순간, 해리의 입이 딱 벌어졌다.
용이다!
거대하고 무시무시한 네 마리의 용이 두꺼운 나무판으로 담장을 두른 우리 안에서 날뛰고 있었다. 네 마리의 용이 사나운 기세로 으르렁거리고 콧김을 내뿜을 때마다 날카로운 이빨이 솟아 나온 입에서 검은 밤하늘을 향해 불길이 솟구쳤다. 길게 뻗어 있는 용의 목은 바닥에서부터 거의 15미터나 높이 솟아올라 있었다. 그 중에 한 마리는 푸른빛이 감도는 은색에 길고 뾰족한 뿔을 가지고 있었는데, 땅 위에 서 있는 마법사들을 향해 으르렁거리면서 덥석덥석 물려고 했다.
부드러운 비늘이 나 있는 초록색 용은 마구 몸부림을 치면서 발을 쾅쾅 굴렸다. 얼굴 주위에 가느다란 황금바늘 같은 기이한 털이 달린 붉은색 용은 허공으로 버섯 모양의 불구름을 뿜어내고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다른 용들보다 훨씬 더 도마뱀과 비슷하게 생긴 거대한 검은색 용은 그들과 가장 가까운 곳에 있었다.
최소한 서른 명 정도 되는 마법사들이 사나운 기세로 날뛰는 용들을 달래기 위해 비지땀을 흘렸다. 각각의 용마다 일곱 명 내지 여덟 명의 마법사들이 달라붙어 있었는데, 그들은 용의 목과 다리에 묶여 있는 두꺼운 가죽 끈에 연결된 쇠사슬을 잡아당기고 있었다.
해리는 마치 온몸이 마바리도 된 것처럼 움직일 수가 없었다. 해리가 겨우 머리를 들고 높이 올려다보자, 검은색 용과 눈길을 마주쳤다. 고양이처럼 동공이 수직으로 세워진 검은색 용의 눈은 동그랗게 떠 있었다. 분노 때문인지 두려움 때문인지 해리는 알 수가 없었다... 용은 끔찍한 소음과 신음 소리, 날카로운 비면 소리를 냈다...
"뒤로 물러서요, 해그리드!" 6미터 이상 접근하면 용이 불을 내뿜는 것도 본 적이 있어요!"
"너무 아름답지 않나요?"
해그리드가 용을 쳐다보면서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아무런 소용이 없어!" 또 다른 마법사가 절망적으로 소리를 질렀다. "셋을 세면 다 함께 기절 주문을!"
해리는 용을 지키는 마법사들이 제각기 자신의 지팡이를 꺼내는 모습을 보았다.
"스투페파이!"
마법사들이 일제히 소리쳤다. 기절 주문이 맹렬한 로켓처럼 어둠을 뚫고 발사되자, 비늘로 뒤덮인 용의 가죽에서 사방으로 불꽃이 튀었다.
해리는 제일 가까운 곳에 있던 용 한 마리가 위태롭게 뒷다리를 비틀거리더니 입을 딱 벌리고 소리 없는 비명을 지르는 것을 지켜보았다. 용의 콧구멍에서 갑자기 불길이 사라지고 연기만이 모락모락 피어올랐다. 그리고 아주 천천히 용은 바닥으로 쓰러졌다.
몇 톤이나 되는 검은색 비늘 용이 땅바닥에 쿵 하고 쓰러졌을 때, 해리는 정말로 과정 없이 말하건대, 나무들이 진동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용을 지키는 마법사들은 지팡이를 내리더니 쓰러진 용 앞으로 조심스럽게 다가갔다. 용 한 마리가 거의 작은 언덕만한 크기였다. 마법사들은 부지런히 용이 몸에 쇠사슬을 두드리더니 쇠못과 단단히 연결했다. 그리고 요술지팡이를 이용해서 쇠못을 땅 속 깊이 박았다.
"좀더 가까운 거리에서 보시겠어요?"
해그리드가 신이 나서 맥심 부인에게 물었다. 두 사람은 곧 담장으로 다가갔다. 해리도 재빨리 그들의 뒤를 따라갔다.
그런데 해그리드에게 더 이상 가까이 다가오지 말라고 경고하던 마법사가 뒤로 돌아섰다. 해리는 그 사람이 누구인지 금방 알아볼 수 있었다. 그 사람은 바로 찰리 위즐리였다.
"괜찮아요, 해그리드?" 찰리 위즐리가 숨을 헐떡이면서 다가왔다. "비로소 좀 진정이 되었군요. 우리는 수면제를 먹여서 용을 여기까지 데리고 왔어요. 밤이 되고 주위도 조용해졌을 때 용을 깨우는 편이 낫겠다고 생각했죠. 하지만 보다시피 용은 별로 기분이 좋지 않은 것 같군요. 기분이 영 아니에요."
"어떤 놈들은 데리고 왔나, 찰리?"
해그리드가 가장 가까운 곳에 쓰러져 있는 검은색 용을 바라보았다. 그용은 아직까지도 눈을 뜨고 있었다. 해리는 주름진 검은 눈썹 밑에서 노랗게 번쩍이는 가느다란 용의 눈을 볼 수가 있었다.
"이 용은 헝가리의 혼테일이에요." 찰 리가 검은색 용을 쳐다보면서 말했다. "그리고 저기 좀 작은 용은 웨일스의 그린이고, 저기 청회색 용이 스웨덴의 쇼트 스나우트죠. 저기에 있는 붉은색 용은 중국의 파이어볼이에요."
설명을 마친 찰리는 주위를 돌아보았다. 맥심 부인은 기절한 용들을 유심히 바라보면서 울타리 가장자리를 따라 어슬렁거리고 있었다.
"해그리드, 손님을 데리고 왔는지는 몰랐군요. 챔피언들은 시험이 무엇인지 알 수 없도록 되어 있단 말이에요. 하지만 저 부인은 자기 학생에게 용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지 않을까요? 그렇지 않아요?"
찰 리가 얼굴을 살짝 찌푸리면서 말했다.
"그저 맥심 부인이 저 용을 보면 좋아할 거라고 생각했을 뿐이야."
해그리드는 어깨를 으쓱거리면서 대답했다. 하지만 황홀한 해그리드의 시선은 용들로부터 떨어질 줄 모랐다.
"참 낭만적인 데이트군요, 해그리드."
찰 리가 고개를 설레설레 저으면서 말했다.
"네 마리의 용이라..." 해그리드가 용들을 쳐다보면서 중얼거렸다. "그렇다면 챔피언들이 제각기 한 마리씩 담당하게 되겠군. 그런데 이 용으로 무엇을 하는 건가? 싸우기라도 한단말인가?"
"그냥 용 앞을 통과하는 걸 거예요." 찰리가 해그리드에게 말했다. "혹시라도 용이 너무나 심술궂게 굴면, 우리가 당장 소멸 마법을 걸 수 있도록 대기하고 있을 거예요. 그런데 학교에선 특별히 알을 품고 있는 어미들은 원했어요. 그 이유는 나도 잘 모르지만... 하지만 이것 하나만은 확실하게 말할 수 있어요. 나 같으면 절대로 혼테일을 선택하지 않겠어요. 독이 있거든요. 게다가 혼테일의 꼬리는 앞에 있는 뿔 만큼이나 위험하다구요."
찰리는 손을 들어서 혼테일의 꼬리를 가리켰다. 해리는 구릿빛의 길고 뾰족한 가시들이 혼테일의 꼬리를 따라 촘촘하게 박혀 있는 것을 보았다.
찰리와 함께 일하는 다섯 명의 마법사들이 비틀거리면서 혼테일이 있는 곳으로 다가갔다. 그들은 두꺼운 담요에 커다란 회색 알들을 담아서 끌고 오는 중이었다. 그들이 조심스럽게 혼테일 옆에 알을 갖다 놓자, 해그리드 탐이 나서 견딜 수 없다는 듯이 신음 소리를 내었다.
"해그리드, 나는 알의 숫자를 모두 정확하게 세어 놓았어요." 엄격한 목소리로 경고한 다음, 찰리는 다시 물었다. "그런데 해리는 어떻게 지내고 있어요?"
"잘 지내."
해그리드의 눈은 아직까지도 용의 알을 정신없이 바라보고 있었다.
"이런 일을 겪은 후에도 그 아이가 무사하기를 바랄 뿐이에요." 찰리는 걱정스런 표정으로 용의 우리 안을 바라보았다. "엄마에게는 해리가 어떤 시험을 겪어야 하는지 감히 말도 못 꺼내었어요, 엄마는 벌써 그 애가 걱정이 되어서 안달이거든요 ..." 찰리가 위즐리 부인의 걱정스러운 목소리를 흉내내었다. "도대체 어떻게 그 아이를 그런 시합에 내보낼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다. 아직 그렇게 어린데 말이야! 나는 아직 어린아이들은 안전할 거라고 생각했다. 나이 제한선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단 말이야!' 엄마는 <예언자 일보>에서 해리에 대한 기사를 읽고 한바탕 눈물 바다를 이루셨죠. '그 아이가 아직도 부모 생각을 하면서 운다는구나! 오, 가엾은 것. 나는 전혀 몰랐잖니!"
해리는 이제 충분히 볼 것을 다 보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네 마리의 용과 맥심 부인에게 완전히 넋이 팔린 해그리드도 더 이상 자신을 찾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고, 조용히 뒤로 돌아서 성으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해리는 앞으로 벌어질 일에 대해서 미리 알게 된 것을 기뻐해야 하는지 슬퍼해야 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그래도 미리 아는 편이 더 나을 것이다. 처음에 받았던 커다란 충격은 벌써 어느 정도 사라졌다. 만약 목요일에 처음으로 저 용들을 보았다면, 전교생이 지켜보고 있는 곳에서 오줌을 쌌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하지만 어쨌거나... 해리는 지팡이(지금 이 순간에는 한낱 가느다란 막대기에 불과하다고 여겨질 뿐이지만)로 무장을 하고, 비늘로 잔뜩 뒤덮인 채 15미터 높이에서 불을 내뿜는 용과 맞으면서 그앞을 지나가야만 한다. 그것도 모든 사람들이 지켜 보는 가운데...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해리는 걸음을 재촉하면서 숲 가장자리를 따라갔다. 빨리 벽난로가 있는 곳으로 달려가서 시리우스를 만나려면 15분 정도밖에 시간이 남지 않았다. 지금 해리에게 있어서 시리우스와 이야기를 나누는 것보다 더욱 절실한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바로 그때 해리는 느닷없이 무엇인가 아주 단단한 것과 세차게 부딪혔다.
해리는 그만 뒤로 쾅 나자빠지고 말았다. 안경이 아슬아슬하게 해리의 코 끝에 걸렸다. 해리는 정신 없이 투명 망토를 꽉 붙잡았다. 바로 옆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다.
"아이쿠, 거기 누구야?"
해리는 황급히 투명 망토가 제대로 덮여 있는지를 확인했다. 그리고 납작하게 바닥에 엎드린 채, 꼼짝도 하지 않았다. 어둠 속에서 해리와 부딪힌 마법사의 모습이 희미하게 보였다. 하지만 그 마법사의 턱에 나 있는 염소 수염은 똑똑히 구별할 수 있었다. 그 사람은 바로 카르카로프였다.
"거기 누구냐?"
카르카로프가 무척 수상쩍은 듯이 깜깜한 주위를 둘러보면서 다시 한 번 소리쳤다. 해리는 여전히 숨을 죽인채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다. 몇 분이 후루자 카르카로프는 동물이나 뭐 그런 비슷한 것에 부딪혔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카르카로프는개를 찾으려는 듯이 허리를 숙이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러더니 다시 나무들 사이로 몸을 숨기면서 용들이 있는 곳을 향해 걸어가기 시작했다.
아주 천천히, 아주 조심스럽게 몸을 일으킨 해리 되도록 소리를 내지 않으려고 애를 쓰면서 가능한 빨리 호그와트를 향해 어둠 속을 걸어갔다.
카르카로프가 무엇 때문에 여기에 왔는지는 너무나 뻔한 일이었다. 첫 번째 시험이 무엇인지 알아보기 위해 베에서 몰래 빠져 나온 것이 분명했다. 어쩌면 숲을 향해 나란히 걸어가는 해그리드와 맥심 부인의 모습을 보았는지도 모른다. 아무리 멀리 떨어져 있다고 하더라도 그렇게 거대한 두 사람의 모습을 보지 못하고 지나치기란 힘든 일이니까...
이제 카르카로프가 한 일은 단지 목소리가 들리는 방향으로 쫓아가서 맥심 부인처럼 챔피언들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발견하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화요일에 아무것도 모르고 시험을 치르게 될 챔피언은 오직 케드릭 한 사람뿐이었다.
성에 도착한 해리는 살그머니 현관으로 들어가서 대리석 계단을 올라가기 시작했다. 수이 차고 힘들었지만, 발걸음을 늦출 수는 없는 일이었다... 앞으로 5분 이내에 벽난로 앞에 도착해야만 한다...
"허튼소리!"
해리가 통로를 가로막은 초상화 액자 속에서 코를 골며 자고 있는 뚱뚱한 여인에게 속삭였다.
"음, 그렇다면..."
뚱뚱한 여인은 눈조차 뜨지 않고 졸음에 겨운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초상화는 해리가 지나갈 수 있도록 옆으로 움직였다. 해리는 재빨리 안으로 들어갔다. 다행스럽게도 휴게실은 텅 비어 있었다. 평소와 다름없는 냄새가 나는 것을 보니까, 헤르미온느가 해리와 시리우스가 몰래 만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굳이 똥 폭탄까지 사용할 필요는 없었던 모양이다.
해리는 투명 망토를 벗고, 벽난로 옆에 있는 안락의자에 몰을 던지다시피 걸터 앉았다. 휴게실 내부는 거의 어둠에 잠겨 있었다. 벽난로 불빛만이 주위를 밝히고 있는 유일한 빛이었다. 근처에 있는 테이블에는 크리비 형제들이 어떻게 해서든지 고쳐보려고 애를 썼던, 케드릭 디고리 이겨라!라는 글씨가 적힌 배지가 불빛을 받아서 반짝이고 있었다. 이제 배지의 글씨는 포터는 정말로 야비하다!라고 바뀌어져 있었다. 다시 벽난로를 향해 시선을 돌린 해리는 너무 놀라서 펄쩍 뛰었다.
시리우스의 머리가 활활 타오르는 불길 속에 얌전히 놓쳐 있었던 것이다. 언제인가 위즐리네 식당에서 디고리 씨가 이것과 똑같은 일을 하는 것을 본 적이 없었더라면, 해리는 그만 이성을 잃고 비명을 질렀을 것이다.
하지만 해리의 얼굴에는 금방 반가운 미소가 떠올랐다. 지난 며칠 동안 처음으로 지어보는 미소였다. 안락의자에서 벌떡 일어난 해리는 벽난로 앞에 바싹 웅크리고 앉아서 입을 열었다.
"시리우스, 어떻게 지내세요?"
시리우스의 얼굴은 해리의 기억 속에 남아 있는 모습과는 많이 달랐다. 지난번에 그들이 헤어질 때 시리우스의 얼굴은 야위고 홀쭉했으며 길고 텁수룩한 검은 머리카락으로 뒤덮여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머리도 짧고 단정했으며 얼굴도 보기 좋게 살이 올라서 훨씬 젊어 보였다. 해리가 가지고 있는 유일한 시리우스의 사진이었던 포터 부부의 결혼식 사진에 나온 그 얼굴과 더욱 비슷하게 보였다.
"나는 신경 쓰지 마라. 너는 어떻니?"
시리우스가 심각한 표정으로 물었다.
"저는..."
잠시 동안 해리는 '좋아요'라고 대답하려고 했다. 하지만 차마 그럴 수가 없었다. 자신도 주체하지 못하는 사이에 지난 며칠 동안 말한 것을 다 합쳐놓은 것보다 더욱 많은 말들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왔다. 자신의 의지에 의해 트리위저드 시합에 참가하게 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아무도 믿어주지 않은 것, 리타 스키터가 <예언자 일보>에 거짓말 기사를 실은 것, 복도를 지나갈 때마다 아이들로부터 온갖 조롱과 멸시를 받아야만 했던 것 그리고 론, 론이 자신을 믿어 주지 않고 오히려 질투했다는 것을...
"방금 전에 해그리드가 첫 번째 시험에 뭐가 나올지 보여주었어요, 시리우스, 그건 바로 용이에요. 나는 그걸 통과해야만 해요."
해리는 간신히 말을 끝맺었다. 시리우스는 걱정이 가득 담긴 눈길로 해리를 바라보았다. 시리우스의 눈에는 아직까지도 아즈카반이 남긴 흔적이 사라지지 않고 있었다. 고뇌에 가득 찬, 생기 없는 표정이...
시리우스는 도중에 한 마디도 끼어들지 않고 해리의 말을 RMxRK지 들어주었다. 그리고 마침내 입을 열었다.
"해리, 용은 우리가 얼마든지 해결할 수 있단다. 하지만 그 이야기는 잠시 뒤로 미루도록 하자. 나는 이곳에 오랫동안 머물러 있을 수가 없어... 벽난로를 이용하려고 어떤 마법사 네 집에 몰래 들어왔기 때문이지. 하지만 집 주인이 언제 돌아올지 몰라... 먼저 너에게 경고하고 싶은 몇 가지 이야기가 있단다."
"뭐죠?"
해리는 자신의 영혼이 산산조각으로 갈라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용보다도 더 나쁜 일이 또 있는 걸까?
"카르카로프 말이다. 해리, 카르카로프는 죽음을 먹는 자야. 너도 죽음을 먹는 자가 뭔지는 알겠지? 그렇지?"
시리우스가 신중하게 입을 열었다.
"그가... 뭐라구요?"
"카르카로프는 붙잡힌 적이 있단다. 나와 함께 아즈카반에 있었지. 하지만 카르카로프는 금방 풀려나게 되었어. 덤블도어가 올해 호그와트에 오러를 한 사람 두려고 했던 건 틀림없이 그 때문이었을 것이다. 내가 장담하지만, 그건 카르카로프를 감시하기 위해서야. 무디가 카르카로프를 잡아서 처음으로 아즈카반에 집어넣은 사람이란다."
"그런데 어째서 풀려났단 말인가요?"
해리가 천천히 말했다. 해리의 머리는 이 충격적인 새로운 사실을 받아들이려고 애를 쓰고 있었다.
"왜 카르카로프를 풀어주었죠?"
"마법부 장관이 협상을 했어." 시리우스가 씁쓸하게 말했다.
"카르카로프는 자신이 실수를 저질렀다고 고백하고 공범자들의 이름을 불었어... 그 덕분에 수많은 사람들이 카르카로프를 대신해서 아즈카반으로 들어갔지. 사실 카르카로프는 그곳에서도 별로 인기가 없었단다. 감옥에서 나온 후에도 카르카로프는 자기 학교에 다니는 모든 학생들에게 어둠의 마법을 가르쳐 주었어. 그러니까 덤스트랭의 챔피언도 조심해라."
"알았어요." 해리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카르카로프가 제 이름을 불의 잔 속에 집어넣었단 말인가요? 만약 그랬다면, 카르카로프는 아주 연기를 잘 하는군요. 그 일에 대해서 몹시 분개하는 것처럼 보였거든요. 카르카로프는 제가 트리위저드 시합에 나가지 못하도록 막고 싶어하는 것 같았어요."
"카르카로프가 얼마나 훌륭한 배우인지는 우리도 알아. 마법부 장관을 속여서 풀려날 정도이니까 말이다. 요즘 나는 <예언자 일보>에 실린 기사들을 줄곧 살펴보고 있단다, 해리..."
시리우스가 해리를 쳐다보면서 말했다.
"세상 사람들이 다 그 신문을 보고 있죠."
해리가 시큰둥하게 말했다.
"지난달에 그 리타 스키터라는 여자의 기사에서 무디가 호그와트로 출발하기 전날에 공격을 받았다는 사실을 알아냈지. 물론 그 여자는 그것이 또 다른 가짜 소동이라고 말했다는 것도 알고 있다." 해리가 무엇인가 말을 하려고 하자, 시리우스가 재빨리 말을 이어 나갔다.
"하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나는 무디가 호그와트에 발을 들여놓지 못하도록 누군가가 막으려고 했던 것이라고 생각해. 무디가 근처에 있으면 자기들이 하는 일이 훨씬 더 힘들어진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던 게지. 어느 누구도 이 일을 철저히 조사하지 않을 거라는 것도 말이다. 매드아이가 공격을 받았다는 이야기를 너무나 자주 들었기 때문이지.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무디가 현실과 환상으르 구별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야. 무디는 마법부의 역대 오러들 중에서도 가장 훌륭한 오러였어."
"그러니까...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건가요?" 해리가 천천히 물었다. "카르카로프가 저를 죽이려고 하고 있다는 건가요? 하지만... 도대체 왜?"
"나는 아주 이상한 소식들을 듣고 있단다." 시리우스는 잠시 망설이다가 대답했다. "죽음을 먹는 자들이 최근 들어서 평소보다 훨씬 더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는 것 같아. 그들은 심지어 퀴디치 월드컵이 열리는 장소까지 모습을 드러냈어. 누군가 어둠의 표식을 떠올렸단 말이야. 그리고... 너도 마법부의 마녀가 사라졌다는 소식을 들었니?"
"버사 조킨스 말인가요?"
해리가 깜짝 놀라면서 반문했다.
"그래... 버사 조킨스는 알바니아에서 사라졌어. 그곳은 바로 볼드모트가 마지막으로 있었다는 소문이 떠돌고 있는 곳이지... 그리고 버사 조킨스는 분명히 트리위저드 시합이 곧 열릴 거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을 거야. 그렇지 않니?"
"그래요. 하지만... 그 여자가 곧장 볼드모트를 찾아갔을 것 같지는 않아요. 안 그래요?"
"내 말을 좀 들어보렴. 나는 버사 조킨스를 잘 알고 있단다." 시리우스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버사 조킨스는 내가 호그와트에 있었을 때, 함께 다녔단다. 버사 조킨스는 네 아버지와 나보다 몇 학년 위였지. 버사 조킨스는 돌대가리였어. 소리만 요란했지, 머리 속은 텅 비어 있었단다. 해리, 그것은 결코 좋은 결합이 아니야. 버사 조킨스라면 분명히 아주 쉽게 덫에 걸려들었을 거야."
"그러니까... 그러니까 볼드모트가 이 시합에 대해서 모든 사실을 알아냈다는 건가요? 아저씨의 말은 그런 뜻인가요? 아저씨는 카르카로프가 볼드모트의 명령을 받고 이곳에 왔다고 생각하나요?"
"그건 나도 모르겠다." 시리우스가 느릿느릿 대답했다. "전혀 모르겠어. 내 생각에 따르면, 카르카로프는 볼드모트가 자기를 지켜줄 수 있을 만큼 강력한 힘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기 전까지는 절대로 볼드모트에게 돌아갈 사람이 아니야. 하지만 불의 잔 속에 네 이름을 집어넣은 자가 누구든지 간에, 이 시합이야말로 우연한 사고처럼 가장해서 너를 공격하기에 가장 좋은 기회라는 생각을 좀처럼 떨쳐버릴 수가 없구나."
"지금 제가 처한 입장을 보면 그것은 정말 좋은 계획인 것 같군요. 그들은 그저 뒷짐을 지고 물러나서 용들이 자기 할 일을 하는 걸 가만히 지켜보기만 하면 되니까요."
"맞아. 그 용들도..." 시리우스는 이제 아주 다급하게 말을 이어 나갔다. "한 가지 방법이 있단다, 해리. 절대로 기절 마법 따위를 써먹으려고 해서는 안 된다. 용들은 아주 강하고 너무나 강력한 마법의 힘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한 명의 마법사로는 결코 쓰러뜨릴 수가 없어. 용 한 마리를 상대하려면 최소한 여섯 명의 마법사들이 필요하단다."
"그건 저도 알아요. 얼마 전에 보았거든요."
해리가 고개를 끄덕이면서 대답했다.
"하지만 이 시험은 너 혼자 힘으로 치러야만 해. 한 가지 좋은 방법이 있단다. 너에게 필요한 것은 아주 단순한 마법이야. 그건..."
시리우스가 해리를 응시하면서 말했다. 하지만 해리는 재빨리 손을 들어서 시리우스의 입을 다물게 했다. 해리의 심장이 당장이라도 터질 듯이 세차게 뛰고 있었다. 나선형으로 회전하는 계단을 따라서 내려오는 발자국 소리가 들렸던 것이다.
"가세요!" 해리가 시리우스에게 속삭였다. "어서 가요! 누군가 오고 있어요!"
허둥지둥 몸을 일으킨 해리는 몸으로 벽난로를 가리고 섰다. 만약 누군가가 호그와트의 벽난로 안에 시리우스의 얼굴이 나타난 것을 본다면, 엄청난 소동을 일으킬 것이다. 어쩌면 이일에 마법부까지 개입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렇게 되면 해리는 시리우스가 있는 곳에 대해 심문을 받게 될 것이다.
해리는 등 뒤에서 펑 하고 조그맣게 터지는 소리를 들었다. 마침내 시리우스가 가버린 것이다. 해리는 가만히 나선형 계단을 노려보았다. 새벽 1시에 어슬렁거리고 돌아다닐 생각을 하는 사람이 누구란 말인가? 그래서 시리우스로부터 어떻게 용을 통과할 수 있는지 그 방법조차 들을 수 없도록 만든 사람이?
마침내 그 사람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론이었다. 밤색의 모직 잠옷을 입은 론은 휴게실 건너편에서 해리와 얼굴을 딱 마주치자, 걸음을 멈추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누구와 이야기를 하고 있는 거니?"
론이 궁금하다는 듯이 물었다.
"그게 너랑 무슨 상관이야?" 해리가 차갑게 대답했다. "너야말로 이 시간에 여기에서 뭐하는 거냐?"
"나는 그저 네가 어디 있는지 궁금해서..." 론은 어깨를 으쓱거리면서 말꼬리를 흐렸다. "아무것도 아냐. 침대로 돌아갈 거야."
"그저 여기저기 쑤셔 보고 다닐 생각이었지? 그렇지?"
해리가 마구 고함을 질렀다. 해리는 론이 별다른 생각도 없이 그냥 휴게실로 내려왔을 뿐, 특별한 목적이 있어서 그랬던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건 아무런 상관도 없었다. 그 순간에는 달랑한 잠옷 바지 밑으로 보이는 발목까지, 론의 모든 것이 밉살스럽기만 했다.
"미안해." 론의 얼굴이 분노로 인해 붉게 달아올랐다. "네가 방해받고 싶어하지 않는다는 걸 미처 몰랐어. 네가 혼자서 시험을 조용히 대비할 수 있도록 해주지."
해리는 근처에 있는 테이블 위에서 포터는 정말로 야비하다!라는 구호가 적혀 있는 배지를 하나 집어들었다. 그리고 힘껏 론을 향해 내던졌다. 그것은 론의 이마에 맞고 튕겨져 나갔다.
"그거나 가져가." 해리가 론을 노려보면서 말했다. "화요일에 네 가슴에 달고 갈 물건이야. 하마터면 이제 이마에 상처까지 날 뻔했구나. 그게 바로 네가 원하던 것 아니었니? 안 그래?"
해리는 방을 가로질러 계단을 향해 성큼성큼 걸어가면서, 내심 론이 자신을 붙잡기를 기대했다. 아니, 론이 자신을 한 방 갈겨준다면 속이 시원할 것 같았다.
하지만 론은 몸에 꼭 끼는 잠옷을 입고 그 자리에 가만히 서 있을 뿐이었다. 폭풍처럼 단숨에 계단을 뛰어올라간 해리는 그 후에도 한참 동안이나 잠들지 않고 침대에 드러누워 있었다. 하지만 침실로 올라오는 론의 발소리는 들리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