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장 불의 잔
"도저히 믿을 수 없어!" 론이 믿지 못하겠다는 듯이 잔뜩 들떠서 소리 쳤다. 호그와트 학생들은 일제히 덤스트랭 일행의 뒤를 따라 계단으로 몰려들었다. "크룸이야, 해리! 빅터 크룸!"
"제발, 론... 크룸은 단지 퀴디치 선수일 뿐이야."
헤르미온느가 론을 쳐다보며 면박을 주었다.
"단지 퀴디치 선수일 뿐이라니?" 론은 자신의 귀를 믿을 수 없다는 듯이 헤르미온느를 바라보면서 소리쳤다. "헤르미온느, 크룸은 세계 최고의 수색꾼 가운데 한 명이야! 나는 크룸이 학생인 줄은 꿈에도 몰랐어!"
덤스트랭 일행은 호그와트의 다른 학생들과 함께 현관 안의 넓은 복도를 가로질러서 연회장으로 향했다. 해리는 리 조던이 빅터 크룸의 뒷모습을 조금이라도 더 잘 보려고 발 끝을 세우면서 안간힘을 쓰는 걸 보았다. 6학년 여학생 몇 명은 복도를 걸어가면서 미친 듯이 주머니를 뒤적거리고 있었다.
"오, 이럴 수가 ! 깃펜이 하나도 없어!"
"크룸이 립스틱으로 내 모자에 사인을 해줄까?"
"정말 제정신들이 아니군."
헤르미온느가 이제 립스틱을 놓고 실랑이를 벌이고 있는 여학생들 곁을 지나치면서 거만한 목소리로 말했다.
"나도 할 수만 있으면 크룸의 사인을 받을 거야. 너 혹시 깃펜 가진 것 없니, 해리?"
론은 초초하게 주머니를 뒤적거리면서 물었다.
"없어. 깃펜은 위층에 있는 내 가방 속에 들어 있는 걸."
그들은 그리핀도르 테이블로 걸어가서 자리에 앉았다. 론은 설레는 마음으로 문간이 잘 보이는 쪽에 앉았다. 빅터 크룸과 덤스트랭 학생들이 어디에 앉을지 주저하면서 여전히 그 주위에 모여 있었기 때문이다. 약간 뚱한 표정으로 연회장을 둘러보던 보바통 학생들은 래번클로 테이블을 선택했다. 그 중에서 세 명은 연회장으로 들어온 후에도 여전히 스카프나 숄을 두르고 있었다.
"날씨가 그렇게 추운 것도 아닌데...망토는 왜 안 가지고 온 거야?"
그들을 지켜보던 헤르미온느가 언짢은 듯이 화를 내면서 말했다.
"이쪽으로! 이쪽으로 와서 앉아요! 이쪽으로! 헤르미온느, 조금 더 저리로 가! 자리를 좀 만들어야..."
론이 급하게 외쳤다.
"뭐라구?"
"너무 늦었어."
론이 씁쓸하게 말했다. 빅터 크룸과 덤스트랭 학생들이 슬리데린 테이블에 자리를 잡은 것이다. 해리는 말포이와 크레이브와 고일이 무척 자랑스러운 듯이 의기양양한 표정을 짓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말포이는 크룸에게 뭔가 말을 걸기 위해 상체를 앞으로 숙였다.
"그래, 좋아! 실컷 알랑거려라, 말포이." 잔뜩 기분이 상한 론이 투덜거리면서 말했다. "하지만 크룸은 단번에 말포이 녀석의 정체를 꿰뚫어볼 수 있을 거야... 크룸의 주위에는 언제나 비위를 맞추려고 애쓰는 사람들이 수두룩할 테니까 말이야... 그런데 쟤들이 어디에서 잘 것 같니? 어쩌면 쟤들에게 우리 기숙사의 잠자리를 제공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해리, 그렇다면 기꺼이 크룸에게 내 침대를 내줄 수 있어... 나는 그냥 침낭에서 자면 되니까..."
헤르미온느가 콧방귀를 뀌었다.
"어쨌거나 덤스트랭 학생들이 보바통 학생들보다 훨씬 더 만족스러워하는 것 같아."
해리는 래번클로 테이블과 슬리데린 테이블을 번아 가면서 쳐다보았다. 덤스트랭 학생들은 무거운 모피 코트를 벗으면서 흥미로 얼굴로 별이 총총 빛나는 연회장의 천장을 쳐다보았다. 두어 명은 황금빛 접시와 잔을 집어 들더니 매우 감동을 받은 듯이 살펴보고 있었다.
호그와트의 학교 관리인 필치가 교직원 테이블에 의자를 더 갖다놓고 있었다. 필치는 이번 행사에서 예의를 차리기 위해 낡은 연미복을 차려입고 있었다. 해리는 필치가 덤블도어 교수 자리 양 옆으로 두 개씩 네 개의 의자를 갖다놓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보바통과 덤스트랭의 교장 선생님 두 분만 앉으면 되는 거 아냐? 그런데 왜 필치가 의자를 네 개씩이나 놓는 거지? 누가 또 오나?"
해리가 물었다.
"어?"
하지만 론은 해리의 말에 전혀 귀를 기울이고 있지 않았다. 론은 여전히 넋이 나간 사람처럼 빅터 크룸만 열심히 바라보고 있었다.
호그와트 학생들이 모두 연회장으로 들어가서 소속 기숙사 테이블에 자리르 잡자, 교직원들이 줄지어 상석으로 올라갔다. 제일 마지막으로 덤블도어 교수와 카르카로프 교수와 맥심 부인이 입장했다. 보바통 일행은 의연한 표정으로 맥심 부인이 덤블도어 교수의 왼쪽 자리에 앉을 때까지 계속 서 있었다.
좌중이 모두 자리를 잡자, 덤블도어 교사가 일어났다. 일순 떠들썩하던 연회장의 분위기가 조용하게 가라앉았다.
"안녕하십니까? 신사, 숙녀, 유령, 그리고 특빈 내빈 여러분..." 덤블도어 교수는 외국에서 온 학생들을 향해 밝은 미소를 지었다. "호그와트에 오신 걸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여러분 모두 이곳에서 머무르는 동안 편하고 즐겁게 지내시기를 바랍니다."
머리에 여전히 머플러를 두르고 있던 보바통의 여학생들 가운데 한 명이 비웃는 듯한 소리로 웃었다.
"마음에 안 들면 가라지. 아무도 안 붙잡아!"
헤르미온느가 버럭 화를 내면서 나지막하게 말했다.
"이제 연회가 끝나면 공식적으로 트리위저드 시합이 시작될 겁니다." 덤블도어 교수가 좌중을 둘러보면서 말했다. "모두들 편히 드시기 바랍니다!"
덤블도어가 자리에 앉자마자, 카르카로프 교수가 뭐라고 말을 걸었다. 잠시 후에 성대한 진수성찬이 차려졌다. 주방에서 일하는 꼬마 집 요정들도 전력을 기울인 것 같았다. 다양한 요리들이 테이블을 가득 채우고 있었는데, 그 중에는 외국 요리도 몇 가지 있었으며, 해리가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음식도 아주 많았다.
"저게 뭐지?"
론이 커다란 스테이크와 통팥 푸딩 옆에 조개 스큐 같은 것이 잔뜩 담겨 있는 접시를 가리켰다.
"부이야베스(생선, 조개류에 향료를 넣어서 찐 요리. 프랑스의 항구도시 마르세이유의 명물이다: 역주)야."
헤르미온느가 대답했다.
"알려 줘서 고마워."
론은 성대한 만찬을 둘러보면서 군침을 흘렸다.
"저건 프랑스 요리야. 작년 여름 방학 때 먹어 본 적이 있어. 정말 맛있어."
헤르미온느가 어깨를 으쓱거리면서 말했다.
"네 말을 한 번 믿어 보지."
론이 까만 푸딩을 먹으면서 말했다. 겨우 스무 명 정도만 늘어났을 뿐인데, 연회장은 평소보다 훨씬 더 붐비는 것 같았다. 어쩌면 색깔이 다른 그들의 교복이 그대로 드러났다.
20분쯤 지나서, 해그리드가 교직원 테이블 뒤에 있는 문을 통해 연회장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해그리드는 제일 끝자리로 살금살금 걸어가서 앉더니 해리와 론과 헤르미온느를 향해 온통 반창고 투성이인 손을 흔들었다.
"스크루트는 잘 있어요, 해그리드?"
해리가 해그리드를 쳐다보면서 물었다.
"잘 자라고 있어."
해그리드가 유쾌한 듯이 외쳤다.
"그럴 거야. 무럭무럭 잘 크고 있겠지. 마침내 스크루트가 좋아하는 음식을 찾은 것 같구나. 안 그래, 해리? 해그리드의 손가락 말이야."
론이 해리에게 소곤거렸다.
"미안하지만, 그 부이야베스 먹을 거니?"
바로 그 순간 독특한 억양의 목소리가 들렸다. 덤블도어 교수가 연설을 하는 동안 내내 비웃었던 보바통의 여학생이었다. 그 여학생은 더 이상 머플러로 머리를 가리고 있지 않았다. 거의 허리까지 흘러내린 기다란 은발 머리가 찰랑거렸다.
그 여학생의 눈동자는 크고 진한 푸른색이었으며, 이빨은 아주 하얗고 가지런했다. 론이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론은 마치 넋이 나간 눈빛으로 그 여학생을 빤히 올려다보았다. 그는 대답을 하기 위해 입을 열었지만, 꿀꺽 하는 희미한 소리 이외에는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 론은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하는 것 같았다.
"아냐. 가져 가도 좋아."
해리는 부이야베스가 담긴 접시를 그 여학생에게 내밀었다.
"그거 다 먹은 거니?"
"응. 굉장히 맛있었어."
론은 간신히 입을 열고 대답했다. 그 여학생은 접시를 집어들더니 조심스럽게 래번클로 테이블로 걸어갔다. 론은 마치 여학생이라곤 한 반도 보지 못했던 사람처럼, 도저히 눈길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해리는 더 이상 참을 수 없어서 웃음을 터뜨렸다. 그 웃음소리에 론은 비로소 정신을 차렸다.
"그래, 저 여학생은 벨라가 분명해!"
론이 약간 쉰 목소리로 말했다.
"무슨 말씀! 멍청이처럼 입을 헤벌쭉 벌리고 저 애를 쳐다보는 사람은 너밖에 없어!"
헤르미온느가 콕 쏘아붙였다, 그러나 헤르미온느의 말은 사실과 달랐다. 그 여학생이 연회장을 가로질러 걸어가자, 수많은 남학생들의 고개가 저절로 돌아갔다. 남학생 몇 명은 꼭 론처럼 말문이 막힌 것처럼 보였다.
"정말이지, 저 애는 보통 여학생이 아니야! 호그와트에는 왜 저런 여학생이 없는지 몰라!"
론이 그 여학생을 좀더 자세히 바라보려고 몸을 기울이면서 말했다.
"호그와트에도 괜찮은 애들이 있어."
해리가 무심결에 말을 내뱉었다. 때마침 그 은발 머리 여학생이 있는 곳에서 몇 테이블 떨어지지 않은 자리에 초 챙이 앉아 있었던 것이다.
"너희 둘 다 눈을 제자리로 돌려놓으면..." 헤르미온느가 활발하게 말했다. "방금 누가 도착했는 지볼 수 있을 거야."
헤르미온느가 손가락으로 상석을 가리키면서 말했다. 비어 있던 두 자리 중 루도 베그만은 카르카로프 교수 옆자리에 앉는 중이었고, 퍼시의 상관인 크라우치 씨는 맥심 부인 옆자리에 앉았다.
"그들이 여기에 왜 온 거지?"
해리가 전혀 뜻밖이라는 듯이 물었다.
"바로 저 사람들이 트리위저드 시합을 준비했잖아. 안 그래?" 헤르미온느가 상석을 쳐다보면서 말했다. "아마 시작하는걸 보기 위해 찾아왔을 거야."
두 번째 코스 요리가 나왔을 때에도 수많은 종류의 생소한 푸딩들이 보였다. 론은 이상한 종류의 희뿌연 블라망주(우유를 갈분으로 굳힌 과자:역주)를 열심히 쳐다보더니, 래번클로 테이블에서 똑똑히 보이도록 그것을 조심스럽게 오른쪽으로 몇 센티미터 옮겼다. 그러나 벨라처럼 생긴 그 여학생은 이제 배가 부른지 더 이상 음식을 가지러 오지 않았다.
일단 황금 접시들이 깨끗하게 비워지자, 덤블도어 교수가 다시 자리에서 일어났다. 연회장에 있던 사람들은 느긋하면서도 약간 긴장된 마음으로 덤블도어 교수를 쳐다보았다. 과연 덤블도어가 무슨 말은 할까? 해리는 짜릿한 전율을 느끼면서 잔뜩 호기심 어린 눈으로 덤블도어 교수를 바라보았다. 약간 떨어진 테이블에 앉아 있던 프레드와 조지도 몸을 앞으로 숙이면서 덤블도어 교수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
"드디어 고대하던 순간이 다가왔습니다. 트리위저드 시합이 이제 막 시작되고 있습니다. 상자를 갖고 오기 전에, 나는 먼저 몇 마디 설명을 드릴까 합니다."
덤블도어 교수가 고개를 바짝 치켜들고 있는 수많은 학생들을 향해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무슨 상자?"
해리가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론은 자기도 잘 모르겠다는 듯이 어색한 표정을 지으면서 어깨를 으쓱거렸다.
"올해에 우리가 지켜야 할 규칙을 분명히 밝히려고 하는 것입니다. 우선 국제 마법 협력부의 책임자인 바르테미우스 크라우치 씨와(예의상 마지못해서 치는 박수 소리가 들렸다)마법 게임 및 스포츠부의 책임자인 루도 베그만 씨를 소개합니다."
덤블도어 교수가 루도 베그만은 소개하자, 훌륭한 몰이꾼이었다는 명성 때문인지, 그렇지 않으면 그저 루도 베그만이 훨씬 더 많은 박수 갈채가 쏟아졌다. 루도 베그만은 답례를 하기 위해 손을 흔들면서 유쾌한 미소를 지었다. 그러나 바르테미우스 크라우치는 덤블도어가 소개할 때에도 미소를 짓거나 손을 흔들지 않았다.
퀴디치 월드컵 경기장에서 만났을 때, 크라우치는 말쑥한 정장 차림을 하고 있었다. 그 모습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는 해리는 마법사 복장을 하고 있는 크라우치가 어쩐지 낯설어 보였다. 칫솔처럼 좁다란 콧수염과 반듯한 가르마는 덤블도어 교수의 기다란 백발 머리와 수염 못지않게 아주 이상해 보였다.
"베그먼 씨와 크라우치 씨는 트리위저드 시합을 준비하기 위해 지나 몇 달 동안이나 불철주야 열심히 일하셨습니다." 덤블도어 교수가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그리고 두 분은 저와 카르카로프 교수, 맥심 부인과 함께 챔피언들의 자질을 평가할 심사위원이십니다."
덤블도어 교수의 입에서 '챔피언' 이라는 말이 나오자, 학생들은 더욱 귀를 기울였다.
"좋아. 상자를 갖고 오게, 필치."
갑작스럽게 학생들이 조용해지자, 덤블도어 교수가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 연회장 한쪽 구석에 서 있던 필치가 커다란 나무 상자를 들고 덤블도어 교수에게 다가갔다. 그 상자를 장식하고 있는 수많은 보석들이 불빛을 받으면서 반짝거렸다. 몹시 흥분한 학생들이 술렁거리기 시작했다. 심지어 데니스크리비는 그 광경을 자세히 보기 위해 의자 위로 올라갔지만, 너무 키가 작았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의 머리에 가려서 상석을 볼 수 없었다.
"챔피언들이 금년에 경쟁해야 할 경기 종목에 대해서는 크라우치 씨와 베그만 씨께서 이미 다 검토하셨습니다."
필치가 조심스럽게 그 상자를 테이블 위에 올려놓자, 덤블도어 교수가 말을 이었다.
"그리고 두 분은 각 시험에 필요한 것들을 모두 준비하셨습니다. 내년 6월까지 계속 일정한 간격을 두고 세 가지 시험이 치러질 것입니다. 트리위저드 시합은 다양한 측면들... 그러니까... 마법 실력과 대담성, 추리력 그리고 물론 위험에 대처하는 능력까지도 시험하게 될 것입니다."
덤블도어 교수의 말이 떨어지자, 연회장은 온통 무거운 정적으로 휩싸였다. 마치 숨을 쉬고 있는 사람이 한 명도 없는 것 같았다.
"이미 여러분이 알고 있는 것처럼, 이 시합에서는 세 명의 챔피언이 대결을 벌이게 됩니다." 덤블도어 교수는 침착하게 연회장을 둘러보았다."
참가하는 학교에서 각각 한 명씩 챔피언이 선발됩니다. 챔피언들은 여러 가지 과제를 얼마나 한 명씩 잘 해결하느냐에 따라 걱정한 점수를 받게 됩니다. 세 가지 시험을 모두 마친 후에 총점이 가장 높은 챔피언이 트리위저드 우승컵을 차지하게 될 것입니다. 챔피언들은 공정한 심판관에 의해 선정될 것입니다. 그것은 바로 '불의 잔'입니다. "
덤블도어 교수가 요술지팡이를 들고 상자 위를 탁탁탁 세 번 두드리자. 천천히 두껑이 열렸다. 덤블도어 교수는 상자 안으로 손을 집어넣더니 도끼로 대충 다듬은 듯한 커다랗고 거친 나무 잔 하나를 꺼냈다. 만약 그 언저리에서 활활 타오르는 청백색의 불길만 없다면, 그 잔은 전혀 눈길을 끌지 못했을 것이다.
덤블도어 교수는 상자 뚜껑을 닫은 후에 연회장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똑똑히 볼 수 있도록 그 잔을 상자 위에 조심럽게 내려놓았다.
"각 학교를 대표하는 챔피언이 되고자 하는 학생은 누구든지 작은 양피지에 이름과 학교를 정확하게 적어서 이 잔에 넣어야 합니다. 대망을 품고 있는 학생들은 24시간 안에 이름을 제출하도록 하십시오. 내일 밤, 그러니까 할로윈 데이에 불의 잔은 각 소속 학교를 대표할 만한 학생으로 뽑힌 세 사람의 명단을 공개할 겁니다."
덤블도어 교수는 잠시 말을 멈추고 다시 한 번 연회장을 둘러보았다.
"아직 나이가 되지 않은 학생이 그저 챔피언이 되고 싶은 마음에 이름을 적어 넣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서... 일단 불의 잔을 현관 복도에 갖다 놓으면 그 주위에 나이 제한선을 그려놓도록 하겠습니다. 열일곱 살이 채 되지 않은 학생들은 어느 누구도 이 선을 넘어갈 수 없을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당부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물론 모든 학생들이 트리위저드 시합에 참가하고 싶을 겁니다. 하지만 이 시합은 가벼운 마음으로 깊이 새겨 두기 바랍니다. 일단 불의 잔에 의해 챔피언으로 선정된 학생은 이 시합에 끝까지 참가해야만 하는 의무가 주어집니다. 불의 잔에 이름을 집어넣는 것과 동시에 구속력 있는 마법이 계약이 성립되기 때문입니다. 여러분이 일단 챔피언으로 선정되면 결코 이를 취소하거나 바꿀 수 없습니다. 그러므로 불의 잔에 이름을 넣기 전에 여러분이 진심으로 트리위저드 시합에 참여할 각오가 되어 있는지 다시 한번 진지하게 생각하기 바랍니다. 자. 이제 취침 시간이 된 것 같군요. 모두들 안녕히 주무십시오"
"나이 제한선이라니! 나이 먹는 약을 먹으면 감쪽같이 속일 수가 있을거야. 그렇지? 그리고 일단 이름이 불의 잔에 들어가기만 하면, 그걸로 끝나는거야. 불의 잔이 이름의 주인이 과연 열입곱 살인지 아닌지 어떻게 알겠어?"
연회장에서 나가는 프레드 위즐리의 눈이 초롱초롱하게 빛났다.
"하지만... 열일곱살 미만인 사람은 별로 가망이 없을 것 같아. 우리는 아직 마법을 충분히 배우지도 않았잖아..."
헤르미온느가 말했다.
"해리, 너는 어떻게 생각하니? 물론 너도 참가하겠지?그렇지?
조지가 해리를 쳐다보면서 무뚝뚝하게 물었다. 해리는 열일곱 살 미만인 사람은 절대로 이름을 제출할 수 없다는 덤블도어 교수의 말이 어쩐지 마음에 걸리긴 했지만, 트리위저드 우승컵을 탈 수만 있다면 무슨 일이든지 할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그래. 내 품에 우승컵을 안을 수만 있다면... 우승컵을 들고 손을 흔드는 멋진 영상이 해리의 머리 속에 떠올랐다. 만약 열일곱 살 미만인 어떤 학생이 나이 제한선을 넘어갈 수 있는 방법을 정말로 찾아낸다면, 과연 덤블도어 교수는 버럭 화를 낼 것인가?
"그런데 크룸은 어디 있지?" 하지만 론의 정신은 다른 곳에 가 있었다. 다른사람의 대화는 전혀 귀를 기울이지 않고 있던 론이 갑자기 빅터 크룸을 찾기 위해 주위를 두리번거리면서 말했다. "덤스트랭 사람들이 어디서 잘 건지 아직 덤블도어 교수가 말하지 않았지? 안그래?
하지만 론의 궁금증은 즉시 해결되었다. 그들이 슬리레린 테이블을 지나가고 있을 때 카르카로프 교수가 허둥지둥 덤스트랭 학생들이 있는 곳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어서 배로 돌아가자" 카르카로프 교수가 덤스트랭 학생들에게 말했다. "빅터, 너는 좀 어떻니? 많이 먹었니? 주방에서 부탁해서 멀드 포도주(설탕과 향료와 달걀 노른자 등을 넣어서 따뜻하게 데운 포도주: 역주)라도 한 잔 보내줄까?
해리는 빅터 크룸이 다시 모피 코트를 입으면서 고개를 흔드는 모습을 보았다.
"교수님, 저도 좀 먹으면 안 될까요?"
덤스트랭의 다른 남학생이 잔뜩 기대에 찬 목소리로 물었다.
"네겐 줄 생각이 없다. 폴리아코프." 카르카로프 교수는 마치 아버지처럼 자상했던 미소를 싹 거두면서 단호하게 딱 잘라 말했다. "옷 앞자락에 또 음식을 흘렸구나. 이런 지겨운 녀석..."
카르카로프 교수는 덤스틀애 학생들을 학생들을 인솔하면서 문으로 걸어갔다. 바로 그때 해리와 론과 헤르미온느도 그곳에 도착했다. 해리는 카르카로프가 먼저 지나갈 수 있도록 걸음을 멈추었다.
"고맙다"
카르카로프 교수가 해리를 힐끔 쳐다보며 무심코 말하다가, 갑자기 그 자리에서 딱 멈추어 섰다. 카르카로프 교수는 다시 해리에게 고개를 돌리더니 마치 자신의 눈을 믿을수 없다는 듯이 빤히 바라보았다. 카르카로프 교수의 등 뒤에 서 있던 덤스트랭 학생들도 역시 발걸음을 멈추었다.
카르카로프 굣의 눈이 해리의 얼굴 위로 천천히 올라가더니 이마에 나 있는 흉터에서 고정되었다. 덤스트랭 학생들도 신기한 듯이 해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해리는 곁눈질로 몇 명의 학생들이 무슨 일인지 알겠다는 듯한 표정을 짓는 걸 보았다. 앞자락에 온통 음식을 묻힌 남학생이 옆에 있는 여학생을 팔꿈치로 슬쩍 찌르면서 공공연하게 해리의 이마를 가리켰다.
"그래, 쟤가 바로 해리 포터란다."
갑자기 호통을 치는 목소리가 들렸다. 카르카로프 교수가 얼른 뒤로 돌아섰다. 매드아이 무디가 지팡이에 몸을 의지한 채, 마법의 눈으로 듬스트랭의 교장을 똑바로 노려보고 있었다. 타르카로프 교수의 얼굴에서 핏기가 싹 사라졌다. 그리고 분노와 공포가 뒤섞인 소름끼치는 표정을 지었다.
"당신은!"
카르카로프 교수는 마치 자신의 눈을 믿을 수 없다는 듯, 무디 교수를 빤히 바라보았다.
"날세."무디 교수가 험학한 인상을 쓰면서 말했다. "그런데 포터에게 할 말이 없다면 그만 나가 주겠나, 카르카로프? 자네가 문을 막고 있다네."
그것은 사실이었다. 연회장에서 나오던 학생들의 절반 이상이 무엇 때문에 문이 막혀 있는지 알아보려고 앞 사람의 어깨 너머로 고개를 내밀면서 웅성거리고 있었던 것이다.
카르카로프 교수는 더 이상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덤스트랭 학생들과 함께 휙 지나갔다. 무디교수는 마법의 눈을 카르카르프 교수의 등에 고정시킨채 그가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줄곧 지켜보았다. 해리는 온통 흉터로 가득한 무디교수의 얼굴이 혐오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는 것을 똑똑히 보았다.
그 다음날은 토요일이었기 때문에 대부분의 학생들은 평소보다 늦게 아침을 먹었다. 그러나 다른 주말보다 훨씬더 일찍 일어난 사람은 비단 해리와 론과 헤르미온만이 아니었다. 그들이 현관 복도로 내려가자 벌써 스무 명 정도의 학생들이 삼삼오오 짝을 지어서 불의 잔 주위를 빙빙 맴돌고 있었다. 불의 잔은 마법의 모자를 올려놓았던 바로 그 의자 위에 놓여있었다. 그런데 복도 바닥에는 불의 잔 주위로 지름이 3미터 정도 되는 가느다란 황금빛 원이 그려져 있었다.
"이름을 넣은 사람이 있니?"
론이 어떤 3학년 여학생을 쳐다보면서 물었다.
"모두 덤스트랭 학생들이야. 하지만 호그와트 학생은 아직까지 한 명도 보지 못했어."
그 여학생의 눈길은 여전히 불의 잔을 향하고 있었다.
"틀림없니 어젯밤에 우리 모두가 잠을 자러 간 후에 넣었을거야. 나라도 그렇게 했을 거야... 모두가 지켜보는 앞에서 이름을 넣으려면 쑥스러울 테니까... 막 뒤로 돌아서는 순간에 그 잔이 탁 침이라도 뱉으면 어떻게 해?"
해리가 론의 어깨를 툭 치면서 말했다. 그런데 해리의 등 뒤에서 누군가 웃음을 터뜨리는 소리가 들렸다. 해리는 재빨리 뒤를 돌아보았다. 프레드와 조지와 리 조던이 아주 흥분한 얼굴도 계단을 내려오고 있었다.
"드디어 우리가 해냈어. 조금 전에 먹었던 말이야."
프레드가 해리와 론과 헤르미온느를 쳐다보면서 의기양양하게 말했다.
"뭘?"
론이 물었다.
"나이를 먹는 약 말이야. 이 멍청아."
프레드가 핀잔을 주었다.
"한 사람이 한 방울씩... 우린은 그저 몇 달만 더 늙으면 돼."
조지가 기쁜 듯이 두 손을 마주 비비면서 말했다.
"만약 우리 중에서 한 명이 우승을 한다면 1000갈레온의 상금을 세 명이 똑같이 나눠 가질거야."
리 조던이 활짝 웃으면서 말했다.
"하지만 난 아무래도... 그게 통할거 같지않아. 덤블도어 교수님은 분명히 그 점을 염두에 두셨을 거야."
헤르미온느가 마치 경고하듯이 딱딱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나 프레드와 조지와 리는 헤르미온느의 말을 들은척도 하지 않았다.
"자, 준비가 되었니? 좋아! 내가 먼저 가겠어..."
프레드가 몹시 흥분한 목소리로 다른 두 사람을 쳐다보면서 말했다. 해리는 약간 얼이 빠진 듯한 표정으로 프레드가 주머니 속에서 '프레드 위즐리-호그와트'라는 글씨가 적힌 작은 양피지 조각을 꺼내는 걸 바라보았다. 프레드는 나이 제한선의 가장자리로 걸어가더니 마치 15미터 높이에서 다이빙을 준비하는 다이빙 선수처럼 발끝을 들고 섰다. 잠시 후에 ㅍ흐레드는 심호흡을 한번 하더니 나이 제한선을 훌쩍 뛰어넘었다. 복도는 서 있던 모든 사람들이 프레드를 지켜보고 있었다.
"그래, 효과가 있어! 해리는 두 눈을 커다랗게 뜨고 프레드를 쳐다보았다. 조지도 확실히 그렇게 생각했는지, 기쁨의 환호성을 지르면서 프레드의 뒤를 따라 펄쩍 나이 제한선을 뛰어넘었다.
우당탕!
갑자기 요란한 소리가 들렸다. 쌍둥이 형제는 허공을 가로질러서 3미터 가량 붕 날아가더니 차가운 돌바닥 위에 떨어지고 말았다. 마치 보이지 않는 투포환 선수가 쌍둥이 형제를 황금빛 원 밖으로 집어던진 것 같았다. 해리는 두사람의 얼굴에 길고 하얀 수염이 나 있는 것을 보았다.
순식산에 현관 복도는 온통 웃음 바다가 되었다. 심지어 프레드와 조지조차도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더니 상대방의 얼굴에 난 수염을 보고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
"내가 경고했지."
웃음을 잔뜩 머금고 있는 굵직한 목소리가 들렸다. 모두들 고개를 들리자 덤블도어 교수가 연회장에서 천천히 걸어나오는 모습이 보였다. 덤블도어 교수가 연회장에서 천천히 걸어나오는 모습이 보였다. 덤블도어 교수는 눈을 반짝이면서 프레드와 조지를 이리저리 뜯어보았다.
"지금 당장 두 사람 다 폼프리 부인에게 올라가 보는 것이 좋겠다. 폼프리 부인은 이미 래번클로의 포싯 양과 후플푸프의 섬머스 군을 돌보고 있단다. 그 애들도 역시 나이를 조금 올려 보려고 했지. 하지만 이 점만을 분명히 말해 두고 싶구나. 그 애들의 수염은 두 사람의 얼굴에 나 있는 것처럼 그렇게 훌륭하지 않았단다."
프레드와 조지는 여전히 깔깔 웃고 있는 리 조던의 부축을 받으면서 병동으로 출발했다. 해리와 론과 헤르미온느 역시 웃음을 터뜨리면서 아침 식사를 하기 위해 연회장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연회장의 장식이 완전히 바뀌어 있었다. 오늘이 할로윈 데이이기 때문일까? 살아 있는 박쥐떼들이 날개를 퍼덕거리면서 마법에 걸린 천장 주위를 구름처럼 몰려다니고 있는가 하면, 얼굴 모양이 새겨진 할로윈 호박 수백개가 곳곳에서 학생을 흘겨보고 있었다. 해리는 딘과 시무스가 앉아있는 테이블로 걸어갔다. 그들은 열일곱 살 이상이 된 호그와트의 학생 중에서 누가 이름을 넣었는지에 대해 한창 떠들고 있는 중이었다.
"워링턴이 아침 일찍 일어나서 이름을 넣었다는 소문이 있어. 꼭 나무늘보처럼 생긴 슬리데린의 덩치 큰 녀석 말이야."
딘이 해리를 쳐다보면서 말했다. 워링턴과 퀴디치 경기를 한적이 있는 해리는 그만 질색을 하면서 고개를 가로저었다.
"슬리데린에서 챔피언이 나오게 할 수는 없어!"
"후플푸프 아이들은 모두 디고리에 대해 말하고 있어. 하지만 뺀질뺀질하기만 한 그 녀석이 과연 그 잘난 얼굴이 어떻게 될지도 모르는 위험을 감당하려고 할까?"
시무스가 경멸하는 투로 소리쳤다.
"저 소리를 좀 들어 봐!"
갑자기 헤르미온느가 귀를 기울이면서 말했다. 현관 복도에 서 있던 학생들이 환호성을 지르고 있었다. 의자에 앉은 채, 일제히 몸을 돌린 그들은 쑥스러운 미소를 지으면서 연회장으로 들어온은 알젤리나 존슨을 바라보았다. 안젤리나는 그리핀도르의 퀴디치 팀에서 추격꾼을 맡고 있는 키가 큰 흑인 여학생이었다. 안젤리나는 그들이 있는 테이블로 곧장 다가왔다.
"내가 했어! 막 내 이름을 넣었어!"
안젤리나가 자리에 앉으면서 말했다.
"설마!"
론은 몹시 감동받은 표정을 지었다.
"그렇다면 네가 벌써 열일곱 살이란 말이야?"
해리가 깜짝 놀라서 물었다.
"물론이지. 네 눈에는 안젤리나의 수염이 보이지 않니?"
론이 장난스러운 목소리로 한 마디를 거들었다.
"지난 주에 생일이 지났어."
안젤리나가 얼굴을 살짝 붉히면서 대답했다.
"어쨌거나 그리핀도르의 학생도 참가한다니까 기뻐. 정말 잘 하길 바래. 안젤리나!"
헤르미온느가 안젤리나를 쳐다보면서 격려했다.
"고마워. 헤르미온느."
안젤리나가 미소지으며 대답했다.
"그래. 멋만 잔뜩 부리는 디고리 녀석보다야 네가 훨씬 낫지."
시무스가 어깨를 으쓱거리면서 말하자 때마침 테이블 옆을 지나가던 후플푸프 학생 몇 명이 못마땅하게 쳐다보았다.
"그런데 지금부터 뭘 하는게 좋을까?"
아침 식사가 끝나자, 론이 해리와 헤르미온느를 쳐다보면서 물었다.
"우린 요새 해그리드를 찾아가지 않았잖아."
해리가 문득 생각이 나서 말했다.
"좋아. 해그리드가 스쿠루트에게 우리 손가락 몇 개를 기부하라고만 하지 않았다면 말이야."
론이 대답했다. 갑자기 헤르미온느의 얼굴이 환하게 빛났다.
"맞아! 내가 왜 아직까지 해그리드에게 S. P. E. W. 에 가입하라고 하지 않았는지 몰라! 여기서 잠깐만 기다려. 얼른 위층에 올라가서 배지를 갖고 올테니깐... 알았지?"
헤르미온느는 신이 나서 떠들었다.
"뭐 저런 애가 다 있어?"
재빨리 대리석 계단을 올라가는 헤르미온느를 쳐다보면서 론이 신경질을 부렸다.
"야. 론. 헤르미온느는 네 친구야..."
해리가 말했다. 바로 그때 보바통에서 온 학생들이 현관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그 중에는 벨라 소녀도 포함되어 있었다. 불의 잔 주위에 모여있던 아이들은 그들이 지나갈수 있도록 뒤로 물러서면서 보바통 학생들의 행동을 물끄러미 지켜보았다.
잠시 후에 현관으로 들어온 맥심 부인은 보바통 학생들을 한 줄로 세웠다. 보바통 학생들은 차례차례 나이 제한선을 넘어서 양피지 조각을 청백색의 불길 속에 넣었다. 이름이 불의 잔 속으로 들어갈 때마다 불길이 잠시 붉은색으로 변하면서 타닥타닥 불꽃을 내뿜었다.
"선택되지 않은 학생들은 어떻게 될까?" 벨라 소녀가 불의 잔에 양피지 조각을 넣을 때 론이 해리를 쳐다보면서 중얼거렸다. "다시 학교로 돌아갈까?" 그렇지 않으면 계속 호그와트에 머물면서 시합을 지켜볼까?"
"그건 나도 몰라. 하지만... 어쩐지 계속 남아 있을 것 같아... 맥심 부인은 심사를 하기 위해 머물 거잖아?"
해리가 대답했다. 보바통 학생들이 모두 이름을 집어넣자, 맥심 부인이 그들을 데리고 다시 정원으로 나갔다.
"그런데 저 애들은 어디서 자지?"
론이 보바통 학생들의 뒷모습을 눈으로 좇으면서 물었다. 그런데 해리의 등 뒤에서 덜거덕거리는 시끄러운 소리가 나더니 헤르미온느가 S. P. E. W. 배지 상자를 들고 다시 나타났다.
"서둘러."
론은 이렇게 말하고는, 맥심부인과 함께 잔디밭을 가로질러 걸어가고 있는 벨라소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면서 계단을 뛰어 내려갔다. 금지된 숲 가장자리에 있는 해그리드의 오두막에 가까이 다다랐을 때 보바통 학생들의 숙소에 대한 수수께끼가 풀렸다.
보바통 학생들이 타고 왔던 거대한 담청색 마차가 해그리드의 오두막 현관에서 200미터 가량 떨어진 곳에 세워져 있었다. 보바통 학생들은 다시 그 마차 안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마차를 끌고온, 코끼리처럼 거대한 말들은 이제 그 옆에 임시로 만들어 놓은 마구간이 딸린 작은 목장에서 풀을 뜯고 있었다.
해리가 해그리드의 오두막 문을 두드리자. 팽이 벼락같이 짖어대기 시작했다.
"드디어 오셨군요! 저는 또 제가 사는 곳을 당신이 잊어버린줄..."
해그리드가 문을 확 열면서 말했다.
"정말로 바빴어요. 해그..."
헤르미온느는 뭐라고 대답을 하다가, 해그리드의 모습을 보자 그만 할 말을 잊어버렸다.
해그리드는 자신이 갖고 있는 옷 중에서 가장 좋은 (그리고 가장 끔찍한)털이 달린 갈색 양복에 노란색과 오렌지 체크 무늬 넥타이를 메고 있었다. 하지만 그보다 더 심한건, 윤활유처럼 보이는 것을 듬뿍 발라서 마구 삐치는 머리카락을 얌전하게 누르려고 한 것이다.
게다가 평소엔 마구 헝클어져 있던 머리카락을 두 갈래로 곱게 묶었다. 아마도 빌의 머리처럼 가지런히 하나도 묶으려고 시도하다가, 머리숱이 너무 많다는 사실을 깨닫고 반으로 나눈 모양이다. 하지만 그 모습은 해그리드에게 전혀 어울리지 않았다.
"음... 스크루트는 어디에 있어요?"
헤르미온느는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잠시 해그리드를 쳐다보았지만, 해그리드의 외모에 대해서는 논평을 하지 않기로 했는지, 그냥 차분한 목소리로 물었다.
"호박밭이 있어. 스크루트들은 아주 빨리 자라고 있어. 이제는 길이가 거의 1미터 정도는 될거야. 그런데 한 가지 문제가 생겼어. 스크루트가 자기들끼리 서로 죽이기 시작했거든."
해그리드는 가벼운 한숨을 내쉬었다.
"어쩌면 그럴 수가... 그게 정말이에요?"
헤르미온느가 입을 다물고 가만히 있으라는 표정으로 재빨리 론을 째려보았다. 해그리드의 이상야릇한 헤어스타일을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던 론이 뭔가 한 마디 하려고 막 입을 열었기 때문이다.
"그래. 하지만 괜찮아. 스크루트를 제각기 다른 상자에 넣어두었거든. 그래서 아직 스무마리 가량이나 남아있어."
해그리가 애처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그거 참 다행이네요."
론이 비꼬는 투로 말했다. 마치 스크루트가 몽땅 죽기를 바라고 있는 것처럼. 하지만 해그리드는 그 말을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해그리드의 오두막은 방이 하나밖에 없었다. 한쪽 구석에 놓여 있는 침대에는 누비이불이 덮여 있었으며, 벽난로에는 커다란 나무 탁자와 의자들이 놓여 있었다. 오두막의 천장에는 훈제 햄들과 죽은 새들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었다.
해그리드가 차를 끓이는 동안, 해리와 론과 헤르미온느는 탁자에 앉아서 트리위저드 시합에 토론에 열중했다. 해그리드도 그들만큼이나 흥분하고 있는 것 같았다.
"조금만 기다려. 그저 기다리기만 하면 돼. 지금까지 한번도 보지 못했던 놀라운 광경을 보게 될 테니까... 첫번째 시합은... 하지만 난 말하면 안돼!"
해그리드가 씩 웃으면서 말했다.
"어서 말해 보세요. 해그리드!"
해리와 론과 헤르미온느의 눈동자가 초롱초롱하게 빛났다.
그들은 잔뜩 호기심 어린 표정으로 해그리드를 쳐다보았다.
하지만 해그리드는 그저 씩 웃으면서 고개만 가로저을 뿐이었다.
"나는 너희들 때문에 그 시합을 망치고 싶진 않아." 해그리드가 너털 웃음을 터뜨리면서 대답했다. "하지만 그게 굉장할거라는 건 분명히 약속을 할 수 있어. 챔피언들은 정말 최선을 다해야 할거야. 난 살아생전에 트리위저드 시합을 또다시 보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어!"
그들은 해그리드와 함께 점심 식사를 했다. 하지만 그다지 많이 먹지는 못했다. 해그리드가 먹음직스러운 쇠고기 캐서롤을 내놓기는 했지만 , 헤르미온느가 먹던 음식에서 커다란 갈고리 발톱을 발견하자, 그만 식욕을 잃어버리고 말았던 것이다.
그러나 참으로 즐거운 시간이었다. 그들은 말똥말똥 눈빛으로, 해그리드에게서 트리위저드 시합의 과제가 어떤 것인지 알아내기 위해 열심히 노력했다. 누가 호그와트의 챔피언으로 선발될 것인가? 프레드와 조지의 수염이 이제는 없어졌을까? 그들은 한바탕 웃음꽃을 피우면서 대화를 나누었다.
오후가 지나면서 가랑비가 조금씩 내리기 시작했다. 벽난로 옆에 앉아서 창문을 때리는 부드러운 빗방울 소리를 듣고 있던 해리와 론은 느긋한 마음으로 해그리드와 헤르미온느가 언쟁을 벌이는 장면을 지켜보았다. 해그리드는 양말을 꿰매면서 꼬마 집요정들의 복지에 대해 헤르미온느와 한바탕 설전을 벌이고 있는 중이었다. 그것은 아주 기분좋은 일이었다. 왜냐하면 헤르미온느가 S. P. E. W. 배지를 들이밀면서 모임에 가입하라고 권유하자 해그리드가 딱 잘라 거절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건 결국 꼬마 집요정을 더욱 비참하게 만드는 결과가 될 거야. 헤르미온느, 꼬마 집요정은 본성이 그렇기 때문에 사람을 돌보는 거야. 안타까운 일이지만, 꼬마 집요정이 가장 좋아하는 일은 바로 시중을 드는 거야. 알겠니? 꼬마 집요정에게서 일을 없애는 건 오히려 그들을 불행하게 만드는 거야. 그리고 노동의 대가로 봉급을 주려고 한다면 그건 꼬마 집 요정을 모욕하는 셈이야."
해그리드가 뼈로 만든 커다란 바늘에 두꺼운 노란색 뜨개질을 꿰면서 진지하게 말했다.
"하지만 해리는 도비를 풀어 줬어요. 도비는 자유를 얻은 것을 아주 기뻐했잖아요! 그리고 우리는 도비가 봉급을 요구하고 있다는 말도 들었어요!"
헤르미온느의 얼굴은 발그스름하게 상기되어 있었다.
"그래. 어느 종족에나 별난 녀석들이 있는 법이지. 나는 자유를 얻고 싶어하는 이상한 요정이 전혀 없다고 말하는 게 아니야. 하지만 절대로 꼬마 집요정 대부분이 도비처럼 행동하도록 설득하지는 못할 거야. 안돼! 아무래도 안 되겠어. 헤르미온느."
헤르미온느는 기분이 몹시 상해서 배지 상자를 다시 망토 주머니 속에 집어넣었다.
5시 30분이 되자 서서히 땅거미가 깔리면서 날이 저물기 시작했다. 론과 해리와 헤르미온느는 할로윈 만찬에 참석하기 위해(더욱 중요한 일은, 바로 트리위저드 시합에 참가하는 각 학교의 챔피언들을 선발하는 일이었다) 성으로 돌아가는 것이 좋겠다고 결정했다.
"같이 가자. 잠깐만 기다려."
해그리드가 꿰맨 양말을 치우면서 말했다. 해그리드는 벌떡 일어나 침대 옆에 있는 서랍장으로 걸어가더니 서랍을 뒤적거리면서 뭔가를 찾기 시작했다. 아무도 해그리드의 행동에 별로 신경을 쓰지 않았지만, 곧 아주 지독한 냄새가 코를 찌르기 시작했다.
"해그리드, 그게 뭐예요?"
마침내 론이 기침을 하면서 물었다.
"어? 이제 싫으니?"
손에 커다란 병을 들고 서 있는 해그리드가 빙 돌아섰다.
"에프터쉐이브 로션이에요?"
헤르미온느가 놀라서 물었다.
"이건 저... 오드 콜로뉴(향수의 일종:역주)야" 해그리드가 얼른 고개를 숙이면서 중얼 거렸다. 해그리드의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그런게 좀 많이 뿌렸나봐. 가서 냄새좀 없애고 오겠어. 잠깐만 기다려라..."
해그리드는 오두막 밖으로 뚜벅뚜벅 걸어나갔다. 그들은 창문 너머로 열심히 몸을 씻고 해그리드를 쳐다보았다.
"오 드 콜로뉴라고? 해그리드가 향수를?"
헤르미온느가 전혀 뜻밖이라는 듯이 말했다.
"그리고 머리와 옷은 또 어떻구?"
해리도 해그리드의 변신을 받아들이기 힘든 것 같았다.
"저기를 봐!"
갑자기 론이 창문 밖을 가리키면서 말했다. 해그리드가 막 허리를 펴고 돌아서고 있었다. 해그리드의 빨갛게 달아올라 있었다. 해리와 론과 헤르미온느는 해그리드가 알아차리지 못하도록 아주 조심스렇게 창 밖을 내다보았다. 만찬에 참석하기 위해 막 마차에서 나오는 맥심 부인과 보바통 학생들의 모습이 보였다.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잘 들리지는 않았지만, 해그리드는 마치 넋이 나간 것 같은 몽롱한 눈빛으로 맥심 부인에게 말을 걸고 있었다. 해리는 해그리드의 그런 눈빛을 오래전에(아기용 노버트를 바라보고 있었을때)딱 한번 본적이 있었다.
"해그리드가 맥심 부인과 함께 가려나 봐! 우리와 함께 갈 줄 알았는데?"
헤르미온느가 잔뜩 볼멘 목소리로 말했다. 오두막을 돌아보는둥 마는 둥 하면서 해그리드는 맥심 부인과 함께 교정을 걸어가고 있었다. 보바통 학생들은 성큼성큼 걸어가는 두 사람의 걸음을 따라가기 위해 거의 달음박질 치고 있었다.
"해그리드가 맥심 부인을 좋아하나봐! 그런데... 만약 저 둘이 아기를 갖게 된다면, 아마도 세계 기록을 세울거야. 둘 사이에 아기라도 생긴다면 분명히 몸무게가 1톤은 나갈 테니깐."
론은 믿을수 없다는 듯이 머리를 흔들었다. 그들은 오두막에서 나와 서둘러 문을 닫았다. 날은 이미 어둑어둑했다. 그들은 망토를 더욱 바싹 끌어당기면서 비탈진 잔디밭을 따라 올라갔다.
"앗, 저기 좀 봐!"
헤르미온느가 손가락으로 호수를 가리키면서 말했다. 덤스트랭 일행이 성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빅터 크룸은 카르카로프 교수와 나란히 걷고, 다른 학생들이 그 뒤를 따르고 있었다. 론은 잔뜩 기대에 찬 눈으로 빅터 크룸을 지켜보았다. 하지만 헤르미온느와 론과 해리보다 조금 먼저 현관에 도착한 빅터 크룸은 뒤도 한번 돌아보지 않고 그냥 들어가 버렸다.
연회장은 이미 수많은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다. 촛불이 연회장을 환하게 밝히고 있었다. 불의 잔은 덤블도어 교수앞에 놓여 있었다. 트리위저드 시합에 참가하지 못해서 실망이 무척 컸을 프레드와 조지는(깨끗하게 수염을 면도한) 그래도 잘 견디고 있을 것 같았다.
"안젤리나가 됐으면 좋겠어."
해리와 론은 헤르미온느가 자리에 앉자, 프레드가 잔뜩 기대 하면서 말했다.
"동감이야. 어쨌거나 곧 알게 되겠지!"
헤르미온느가 숨을 죽이면서 조용하게 말했다. 할로윈 만찬은 여느 때보다 훨씬 더 길게 느껴졌다. 겨우 이틀동안 벌써 두 번째 열리는 만찬이기 때문인지 상다리가 휘어지도록 차려 놓은 음식들도 별로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연회장에 모여 있는 다른 사람들처럼, 해리도 안절부절못하면서 목을 길게 뻗으면서 덤블도어 교수가 식사를 끝마쳤는지 계속 확인했다. 어서 빨리 저녁 식사가 끝나고 누가 챔피언으로 선정되었는지 듣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마침내 황금빛 접시들이 싹싹 비워지자 갑자기 연회장에 모여 있던 사람들이 소란스럽게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덤블도어 교수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자, 모두들 입을 굳게 다물었다. 덤블도어 교수 양쪽에 앉아 있는 카르카로프 교수와 맥심 부인 역시 다른사람들만큼이나 긴장한 표정이었다.
연회장에 모여 있던 사람들은 조바심을 내면서 챔피언이 선발되는 순간을 애타게 기다려다. 루도 베그만은 학생들을 향해 눈을 찡긋하면서 환하게 웃고 있었다. 그러나 크라우치는 챔피언 선발전에는 별로 관심이 없는지 몹시 지루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불의 잔은 결정을 내릴 준비가 되었습니다." 마침내 덤들도어 교수가 좌중을 둘러보면서 입을 열었다. "이제 1분 정도만 더 기다리면 될 것 같습니다. 자 챔피언들은 자신의 이름이 호명되면, 연회장 위로 올라와서 교직원 테이블 뒤쪽에 있는 옆방으로 들어가길 바랍니다." 덤블도어 교수는 손가락으로 작은 뒷문을 가리켰다. "챔피언들은 그곳에서 첫 번째 지시를 받게 될 겁니다."
덤블도어 교수는 요술지팡이를 꺼내더니 휙 하고 세게 한 번 휘둘렀다. 즉시 얼굴 모양이 새겨진 할로윈 호박 속에 들어 있던 촛불 이외에는 모든 촛불들이 한꺼번에 꺼졌다. 순식간에 연회장이 짙은 어둠으로 휩싸였다. 불의 잔은 연회장에 있는 그 어떤 것보다도 훨씬 더 밝게 빛나고 있었다. 청백색으로 빛나는 불길이 너무나 밝게 타올라서 거의 눈이 아플 정도였다. 그곳에 있는 사람들은 조용히 숨을 죽이면서 챔피언이 선발되는 순간을 기다리고 있었다. 몇 사람은 초조한 듯이 계속 시계를 쳐다보고 있었다...
"몇 초 안 남았어."
해리와 두 자리 옆에 떨어진 곳에 있던 리 조던이 가늘게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갑자기 불의 잔에서 타오르고 있는 불길이 붉은색으로 변하면서 허공으로 불꽃이 튀기 시작했다. 다음 순간 불길이 확 솟구치더니 까맣게 탄 양피지 조각 한 장이 펄럭거리면서 바닥으로 떨어졌다. 모든 사람들은 일제히 숨을 죽였다.
덤블도어 교수는 양피지 조각을 집어 들고 불빛에 비추어 보았다. 어느 사이에 불길은 다시 청백색으로 변해 있었다.
"덤스트랭의 챔피언은..." 덤블도어 교수는 힘차고 분명한 목소리로 양피지에 적힌 이름을 읽었다. "빅터 크룸!"
"그거야 당연하지!"
우레와 같은 박수갈채가 터지자, 론이 두 손을 번쩍 들어 올리면서 외쳤다. 슬리데린 테이블에 앉아 있던 빅터 크룸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몸을 구부정하게 숙인 채, 덤블도어 교수가 있는 상석으로 걸어갔다. 그리고는 오른쪽으로 빙 돌아 교직원 테이블이 뒤에 있는 문을 통해 옆방으로 사라졌다.
"브라보 빅터!" 카르카로프 교수는 그 요란한 박수갈채 속에서도 모든 사람들이 다 들을 수 있을 정도로 우렁차게 외쳤다. "네가 될 줄 알았다!"
잠시 후에 박수 소리와 재잘거리는 소리가 점차 사그라들었다. 이제 모든 사람들의 관심은 다시 불의 잔으로 쏠렸다. 불의 잔 속의 불길이 다시 붉은색으로 변했다. 불길 속에서 튀어나온 두 번째 양피지 조각이 허공을로 치솟았다.
"보바통의 챔피언은 플뢰르 델라쿠르입니다!"
덤블도어 교수가 양피지를 집어 들고 말했다.
"그 애야, 론!"
해리가 깜짝 놀라서 소리쳤다. 꼭 벨라처럼 생긴 그 여학생은 우아한 태도로 일어나더니, 은발 머리를 흔들면서 래번클로와 후플푸프 테이블 사이로 지나갔다.
"어머, 저기를 봐! 다른 학생들이 무척 실망했나 봐."
헤르미온느가 보바통의 나머지 학생들을 가리키면서 말했다. 그러나 '실망' 이라는 말은 너무나 조심스러운 표현이었다. 챔피언 선발전에서 탈락한 여학생들 가운데 두 명은 양팔에 얼굴을 파묻은 채 하염없이 흐느끼고 있었다.
플뢰르 델라쿠르의 모습이 옆방으로 사라지자, 연회장의 분위기가 다시 조용하게 가라앉았다. 이번에는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긴장감이 감돌았다. 호그와트의 챔피언은 과연 누구일까?
불의 잔이 다시 한 번 붉은색으로 변하더니 강렬한 불꽃이 타오르기 시작했다. 불길이 허공으로 높이 치솟았을 때, 덤블도어 교수가 세 번째 양피지 조각을 집었다.
"호그와트의 챔피언은..." 덤블도어 교수가 외쳤다. "케드릭 디고리!"
"안 돼!"
론이 큰 소리로 부르짖었다. 하지만 해리를 제외하고는 아무도 론의 말을 듣지 못했다. 후플푸프 테이블에서 한바탕 소동이 일어났다. 후플푸프 학생들은 모두들 벌떡 일어나더니 마구 소리를 지르면서 발을 쿵쿵 굴렀다.
케드릭은 의기양양하게 씩 웃으면서 교직원 테이블 뒤에 있는 방으로 걸어갔다. 케드릭에 대한 박수갈채는 덤블도어 교수가 다시 입을 열기 전까지 한참 동안이나 계속되었다.
"좋아요!" 마침내 소란이 가라앉자, 덤블도어 교수가 유쾌하게 외쳤다. "이제 챔피언 세명이 모두 선발되었습니다. 나는 보바통과 덤스트랭에서 온 학생들 그리고 호그와트의 학생들 모두가 자기 학교의 챔피언에게 전심전력으로 지원을 아끼지 않으리라고 확신합니다. 여러분의 격려가... 챔피언들에게 정말로 큰 도움이...."
갑자기 덤블도어 교수가 말을 멈추었다. 덤블도어 교수는 뭔가에 완전히 정신을 빼앗긴 것 같았다. 연회장에 모여 있던 사람들도 일제히 덤블도어의 시선이 향하고 있는 곳을 쳐다보았다.
이내 그들은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깨달았다.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불의 잔 속에서 타오르던 불길이 다시 붉은색으로 변했던 것이다. 그리고 불꽃이 탁탁 튀어오르기 시작했다. 갑자기 불길이 허공으로 솟구치더니 어느 사이에 한 장의 양피지 조각이 나타났다.
덤블도어 교수는 무의식적으로 손을 뻗어서 양피지를 잡았다. 그리고 양피지에 적힌 이름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덤블도어 교수는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한참 동안이나 양피지를 만지작거렸다. 그 자리에 모여 있던 사람들은 의혹에 찬 눈길로 덤블도어 교수를 쳐다보았다.
마침내 덤블도어 교수가 목을 가다듬더니 양피지에 적힌 이름을 읽었다.
"해리 포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