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1장
호그와트 급행 열차
아침이 서서히 밝아 오고 있었다. 방학 마지막 날이라 그런지 우울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해리는 재빨리 잠옷을 벗고 청바지와 스웨터로 갈아입었다. 폭우는 여전히 창문을 때리고
있었다. 학교 망토는 호그와트 급행 열차에서 갈아입을 생각이었다.
해리와 론과 프레드와 조지는 아침 식사를 하기 위해 식당으로 내려갔다. 그들이
층계참에 막 다다랐을 때, 갑자기 위즐리 부인이 초조한 얼굴로 불쑥 나타났다.
"여보! 마법부에서 연락이 왔어요. 급한 전갈이에요!"
위즐리 씨는 망토를 거꾸로 입은 채, 쏜살같이 식당으로 달려갔다. 해리는 위즐리 씨가
빨리 지나갈 수 있도록 벽에 딱 달라붙었다.
"여기 어딘가에 분명히 깃펜을 넣어 두었는데……."
그들이 식당으로 들어갔을 때, 위즐리 부인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찬장 서랍을
뒤적이며 중얼거리고 있었다. 위즐리 씨는 벽난로를 향해 허리를 숙인 채, 어떤 사람과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그 순간 해리는 자신의 눈을 도저히 믿을 수가 없어서 눈을 깜박거리면서 벽난로를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수염이 달린 커다란 달걀처럼 생긴 에이머스 디고리의 머리가
타오르는 불길 속에 둥둥 떠 있었던 것이다.
"이웃에 살고 있던 머글들이 그 소란을 똑똑히 목격했다는 거야. 그래서 머글들은……
그걸 뭐라고 부르지? 소방관? 경찰? 좌우지간 그들에게 신고를 했다네. 아서, 자네가 좀
가야겠네."
불똥이 탁탁 튀어오르고 귓가에서 불꽃이 넘실거렸지만 에이머스 디고리는 전혀
아랑곳하지 않은 채, 줄곧 떠들어대고 있었다.
"여기 있어요!"
위즐리 부인이 양피지와 잉크병 그리고 끝이 찌그러진 깃펜을 위즐리 씨에게 재빨리
건네주었다.
"내가 이 이야기를 들은 건 정말 우연이었네." 에이머스 디고리의 머리가 말했다.
"그날따라 부엉이 두 마리를 보낼 일이 있어서 아침 일찍 사무실로 나갔다네. 그러다가
마법 오, 남용 관리과 직원들이…… 모두 출동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네. 아서, 만약 리타
스키터가 이 사실을 알게 된다면……."
"매드아이는 뭐라고 하던가?"
위즐리 씨는 잉크병 뚜껑을 열더니 깃펜에 잉크를 잔뜩 묻혀서 받아 적을 준비를 하며
물었다.
"매드아잉는 어떤 침입자가 자기네 집 마당으로 들어오는 소리를 들었다고 주장했어.
그런데 그 침입자들은 매드아이네집 쓰레기통의 기습 공격을 받았다는 거야."
에이머스의 머리가 디룩디룩 눈알을 굴리면서 말했다.
"그게 무슨 말이야? 쓰레기통이라니?"
위즐리 씨가 미친 듯이 글씨를 쓰면서 물었다.
"요란한 소음이 들리더니 쓰레기통이 폭발하면서 사방으로 날아가 버렸다고 하더군.
분명히 머글 경찰이 나타났을 때에도…… 쓰레기통 가운데 하나가 여전히 날아다니고
있었을 거야."
"침입자는 어떻게 됐나?"
위즐리 씨가 끙끙거리면서 물었다.
"아서, 자네도 매드아이에 대해 잘 알고 있지 않은가? 한밤중에 누군가가 매드아이의 집
마당으로 몰래 침입하다니……. 그게 말이나 되는 소린가? 감자 껍질을 뒤집어쓴 채
어슬렁거리면서 주위를 돌아다니는 미친 고양이라면 또 모를까? 어쨌거나 마법 오, 남용
관리과 직원들이 매드아이를 잡는다면, 그는 끝장이야. 이미 매드아이는 전과가 많지
않은가? 자네 부서에서 매드아이 건을 처리하게. 가벼운 벌금을 매기는 정도에서 끝나도록
말이야. 쓰레기통을 폭발시키는 범칙 행위를 저지르면, 벌금이 얼마나 나오겠나?"
에이머스의 머리가 또다시 눈알을 굴리면서 말했다.
"아무래도 신중히 행동하는 게 좋겠어. 그런데 매드아이가 요술지팡이를 사용하지는
않았나? 실제로 공격을 당한 사람은 없었나?"
위즐리 씨가 이마를 잔뜩 찌푸린 채, 양피지 위에 여전히 뭔가를 부지런히 받아 적으면서
물었다.
"그 사람은 분명히 미친 듯이 침대에서 내려온 후에 창 밖으로 온갖 주문을 닥치는 대로
퍼부었을 거야. 하지만 마법 오, 남용 관리과 친구들도 그 사실을 증명하려면 애를 좀 먹을
거야. 일단 사상자가 하나도 없으니까……."
"좋아, 곧 출발하겠네."
위즐리 씨는 메모한 양피지를 호주머니 속에 쑤셔 넣더니 서둘러 식당에서 나갔다.
"미안합니다, 몰리." 에이머스 디고리의 머리가 위즐리 부인을 바라보았다. "아침 일찍부터
성가시게 해서……. 하지만 매드아이를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이 아서밖에는 없기 때문에
어쩔 수가 없었어요. 게다가 매드아이는 오늘부터 새로운 일을 시작하기로 되어 있거든요.
하필이면 어젯밤에 그런 일을 저지르다니……." 에이머스는 조금 흥분이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괜찮아요, 에이머스. 가시기 전에 토스트 좀 드시겠어요?"
"오, 정말 고맙죠."
에이머스가 미소를 지으면서 대답했다.
식탁 위에는 버터를 듬뿍 바른 토스트들이 잔뜩 쌓여 있었다. 위즐리 부인은 재빨리
토스트 한 조각을 집게로 집어 에이머스의 입 속에 넣어 주었다.
"고맙습니다."
에이머스 디고리는 입을 우물거리면서 인사를 한 수에 펑 소리와 함께 사라졌다.
해리는 위즐리 씨가 빌과 찰리, 퍼시 그리고 여자 아이들에게 황급히 작별 인사를 하는
소리를 들었다. 5분 후에 위즐리 씨가 다시 식당으로 들어왔다. 이번에는 망토를 제대로
갖추어 입고, 머리를 빗질하고 있었다.
"나는 바쁜 일이 있단다. 학기를 잘 보내거라, 얘들아."
위즐리 씨가 해리와 론과 쌍둥이 형제를 쳐다보면서 인사했다. 위즐리 씨는 망토를 어깨
위로 끌어올리더니 순간이동으로 막 떠날 준비를 했다.
"여보, 당신 혼자 아이들을 데리고 킹스 크로스까지 갈 수 있겠소?"
"물론이죠. 당신은 매드아이나 잘 해결하세요. 우리 염려는 조금도 하지 마시고요."
위즐리 씨가 뿅 하는 소리와 함께 사라지자, 빌과 찰 리가 식당으로 들어왔다.
"지금 매드아이라고 했나요? 매드아이에게 무슨 일이 생겼어요?"
빌이 물었다.
"매드아이 말로는, 어젯밤에 누군가가 자기 집으로 침입했다는 거야. 그래서 마법을 써서
공격했다는구나."
위즐리 부인이 말해 주었다.
"매드아이 무디? 그 정도까지 심한 미치광이는 아닌 줄 알았는데……."
주지가 토스트에 마멀레이드 잼을 바르면서 말했다.
"네 아빠는 매드아이 무디를 아주 존경하고 있단다."
위즐리 부인이 엄하게 말했다.
"그래, 그렇지. 아빠는 플러그를 수집하시잖아, 안 그래? 끼리끼리 모이는 거지, 뭐……."
위즐리 부인이 식당에서 나가자, 프레드가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한창 때에는 무디도 아주 훌륭한 마법사였어."
빌이 말하자, 찰리도 이에 동의했다.
"덤블도어 교장 선생님의 친구이기도 하지."
"하지만 덤블도어 교수도 사실은 정상이라고 할 수 없어. 안 그래? 그러니까 내 말은……
덤블도어가 아주 뛰어난 천재였고, 정말로 대단한 사람이라는 건 알지만……."
프레드가 어깨를 으쓱거리면서 말했다.
"매드아이가 누구예요?"
해리가 물었다.
"한때 마법부에서 일하다가 은퇴한 사람이야." 찰리가 대답했다. "아빠가 나를 데리고
사무실에 갔을 때, 그 사람을 한 번 만난 적이 있었어. 그 사람은 오러였어. 그것도 가장
훌륭한 오러였지……. 어둠의 마법사들을 잡는 사람 말이야." 어리둥절한 해리의 표정을
보자, 찰리가 설명을 덧붙였다. "아즈카반 감옥 절반이 거의 매드아이 덕분에 채워지다시피
했지. 하지만 그 대신에 매드아이는 수많은 적들을 갖게 됐어……. 주로 매드아이가 체포한
죄수의 가족들이……. 나이가 들면서 매드아이는 점점 더 편집광적인 증세를 보인다고
하더군. 더 이상 아무도 믿지 않는 거야……. 도처에서 어둠의 마법사들이 보인다고 하면서
말야."
빌과 찰리는 킹스 크로스 역까지 그들을 배웅하기로 했다. 하지만 퍼시는 호들갑스럽게
사과를 하면서 반드시 직장에 자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런 어려운 시기에 근무 시간을 어길 수는 없어. 변명의 여지가 없단 말이야. 크라우치
씨는 요즘 들어서 나를 정말로 신뢰하기 시작하셨어."
퍼시가 자랑스럽게 말했다.
"그런데 이거 알아, 퍼시 형?" 조지가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내 생각에도 크라우치 씨가
형의 이름을 제대로 알게 될 날이 얼마 남지 않은 것 같아."
위즐리 부인은 용감무쌍하게도 마을 우체국 전화를 이용해서 머글 택시 석 대를 불렀다.
"애들 아빠가 마법부 차를 빌려 주려고 하셨단다."
위즐리 부인은 해리를 쳐다보면서 변명하듯이 말했다. 그들은 폭우로 온갖 지저분한
것들이 깨끗하게 씻겨 나간 마당으로 나가서 택시 운전사들이 묵직한 트렁크 여섯 개를
자동차에 싣는 광경을 지켜보았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남는 차가 한 대도 없다지 뭐니……. 어머, 얘야! 저 사람들은 별로
즐거운 것 같지 않구나. 무슨 일 때문일까?"
해리는 위즐리 부인에게, 극도로 흥분한 부엉이를 자동차에 태우는 것은 머글
운전사들에게 있어서 극히 드문 일이라는 말을 차마 할 수 없었다. 피그위존은 귀청이
찢어질 듯이 시끄럽게 떠들어대고 있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갑자기 프레드의 트렁크가
열리면서 필리버스터 박사의 놀라운 불꽃놀이 폭죽이 마구 터졌다. 그 순간 트렁크를
운반하던 택시 운전사는 두려움과 고통에 가득 찬 비명을 질러대기 시작했다. 폭죽 소리에
깜짝 놀란 크룩생크가 택시 운전사의 다리를 발톱으로 할퀴었기 때문이다.
여행은 아주 불편했다. 커다란 트렁크들 사이에 끼인 채, 택시 뒷좌석에 간신히 앉아
있어야만 했다. 폭죽 소리를 듣고 놀란 크룩생크가 겨우 진정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 런던에 도착할 무렵이 되었을 때에 해리와 론과 헤르미온느의 몸은 온통
크룩생크가 할퀸 자국투성이였다.
마침내 택시가 킹스 크로스 역에 도착하자 그들은 비로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폭우는 더욱 심해지고 있었다. 혼잡한 도로를 건너서 역까지 트렁크를 나르는 동안, 모두들
물에 빠진 새앙쥐 꼴이 되고 말았다.
해리는 이제 9와 4분의 3번 승강장으로 들어가는 일에 아주 익숙했다. 그것은 아주
간단한 일이었다. 9번 승강장과 1번 승강장 사이의 단단한 벽을 향해 곧장 걸어가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딱 한 가지 까다로운 점이 있다면, 머글들의 주목을 끌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행동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오늘은 여러 명이 짝을 지어서 들어가기로 했다. 우선 피그위존과 크룩생크를 데리고
있어서 눈에 잘 띄는 해리와 론과 헤르미온느가 제일 먼저 승강장으로 들어갔다. 그들은
태연하게 벽에 등을 기대고 잡담을 나누다가 슬쩍 미끄러지듯이 들어갔다……. 그러자 곧
해리의 눈앞에 9와 4분의 3번 승강장이 나타났다.
호그와트 급행 열차는 이미 승강장에 대기하고 있었다. 번쩍거리는 자줏빛 증기
기관차가 수증기를 뿜어냈다. 마구 소용돌이치는 증기 구름 때문에 승강장에 서 있는
수많은 학생과 학부모의 모습이 마치 거무스름한 유령처럼 보였다. 뿌연 안개 속에서
부엉부엉 울어대는 수많은 부엉이들에게 일일이 응답하느라 피그위존은 그 어느 때보다도
더욱 시끄럽게 굴었다.
해리와 론과 헤르미온느는 기차 중간쯤에 자리를 잡고 짐을 내려놓았다. 그런 다음에
다시 승강장으로 내려가서 위즐리 부인과 빌과 찰리에게 작별 인사를 했다.
"얼마 후에 우리는 다시 만나게 될지도 몰라. 어쩌면……."
찰리가 지니를 끌어안고 작별 인사를 나누면서 빙그레 웃었다.
"왜?"
프레드가 몹시 궁금해하며 물었다.
"곧 알게 될 거야……. 내가 이런 말을 했다고 퍼시에게 말하면 안 돼. 그건 '마법부가
공개하기에 적합하다고 생각하는 시기까지는 기밀 사항' 이니까 말이야."
"그래, 나도 올해에는 다시 한 번 호그와트를 방문해 보고 싶어."
빌은 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은 채, 거의 동경하는 듯한 눈길로 기차를 바라보았다.
"왜 그러는데?"
조지가 조바심을 내면서 물었다.
"올해는 아주 재미있는 한 해가 될 거야. 어쩌면 잠깐 틈을 내어서 한번 구경하러 갈 수
있을지도 몰라……."
빌이 눈빛을 반짝이면서 말했다.
"뭘 구경한다는 거야, 형?"
론이 캐물었지만, 바로 그때 호루라기 소리가 들렸다. 위즐리 부인은 그들을 데리고 급행
열차의 출입구로 걸어갔다.
"초대해 주셔서 정말 고마웠습니다, 아주머니."
기차에 올라탄 헤르미온느가 창 밖으로 고개를 내밀고 말했다.
"맞아요.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해리도 꾸벅 인사를 했다.
"내가 좋아서 한 일인데 뭘 그러니, 얘들아. 크리스마스에도 너희 둘을 초대하고 싶단다.
하지만…… 너희들은 아마…… 호그와트에 머무르고 싶어하지 않을까? 음……. 이런 일
저런 일 때문에 아주 바쁠 테니까……."
위즐리 부인이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
"엄마! 우리가 모르는 무슨 일이 있는 거죠?"
론이 잔뜩 흥분해서 소리쳤다.
"아마도 오늘 저녁이면 너희도 알게 될 거란다. 그 일은 굉장히 재미있을 거야. 엄마는
규칙이 바뀌어서 정말 기쁘단다."
위즐리 부인이 미소지었다.
"무슨 규칙 말이죠?"
해리와 프레드와 조지가 동시에 물었다.
"덤블도어 교수님께서 직접 설명하실 거야……. 자, 얌전하게 굴어라. 알았니? 알았니,
프레드? 그리고 너, 조지도?"
증기 기관차가 슛슛거리면서 요란한 소리를 내더니 천천히 굴러가기 시작했다.
"호그와트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우리에게 좀 알려 주세요!" 프레드가 창문
밖으로 목을 내밀면서 고함을 질렀다. 위즐리 부인과 빌과 찰리의 모습이 아주 빠르게
멀어지고 있었다. "무슨 규칙이 바뀌었다는 거예요?"
위즐리 부인은 단지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면서 가만히 손을 흔들 뿐이었다. 기차가
모퉁이를 돌기도 전에, 위즐리 부인과 빌과 찰리의 모습이 뿅 하고 사라졌다.
해리와 론과 헤르미온느는 다시 객실로 돌아왔다. 굵은 빗방울이 창문을 때리고 있어서
창 밖을 내려다보기가 힘들었다. 론은 트렁크를 열어서 레이스가 달린 갈색 예복을
꺼내더니 그것으로 피그위존의 새장을 덮어 버렸다. 시끄럽게 울어대던 부엉이는 곧 잠잠해
졌다.
"베그만 씨는 우리에게 호그와트에서 무슨 일이 벌어질 건지 말을 해주려고 했었어." 잔뜩
심술이 난 프레드가 해리 옆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퀴디치 월드컵이 열리기 전에 말이야.
기억나? 그런데 우리 엄마는 한 마디도 하지 않았어. 대관절 그게 뭘까?"
"쉿!"
갑자기 헤르미온느가 손가락을 입술에 대고 조용히 하라고 하더니, 손가락으로 옆
객실을 가리켰다. 해리와 론은 가만히 귀를 기울였다. 열린 문을 통해서 느릿느릿 점잔 빼는
목소리가 들렸다. 그 목소리가 아주 낯익었다.
"사실 우리 아빠는 나를 호그와트가 아니라 덤스트랭으로 보내려고 하셨어. 덤스트랭의
교장 선생님과 잘 알고 계시기 때문이지. 우리 아빠가 덤블도어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너희들도 잘 알고 있지? 덤블도어는 정말 잡종 애호가라고 할 수밖에 없어. 덤스트랭은
절대로 잡종 같은 쓰레기들을 받지 않아. 하지만 엄마는 날 그렇게 멀리 떨어진 학교에
보내고 싶어하지 않으셨어. 아빠 말씀을 들어보면, 덤스트랭은 호그와트와는 달리 어둠의
마법에 대해서도 합리적인 선까지는 용납하고 있다는 거야. 덤스트랭 학생들은 실제로
어둠의 마법을 배우기도 한 대. 우리가 배우는 그 아무 짝에도 쓸모없는 방어술 따위가
아니라……."
헤르미온느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객실 문을 향해 살금살금 걸어갔다. 객실 문을
닫자, 말포이의 목소리는 더 이상 들리지 않았다.
"그러니까 말포이 아빠는 덤스트랭이 그 녀석에게 어울렸을 거라고 생각했단 말이지? 그때
차라리 가 버렸으면 좋았을 텐데……. 우리는 저 밥맛 떨어지는 녀석을 더 이상 볼 필요도
없었을 거야."
헤르미온느가 화를 내며 말했다.
"그런데 덤스트랭이 뭐야? 또 다른 마법학교야?"
해리가 물었다.
"응. 아주 악명 높은 곳이야. <유럽의 마법 교육 평가서>에 따르면, 덤스트랭은 어둠의
마법을 굉장히 강조하고 있어."
헤르미온느가 픽 콧방귀를 뀌면서 말했다.
"나도 그런 말을 들은 적이 있어."론이 막연하게 말했다. "그런데 그게 어디에 있지? 어느
나라에 있는 거야?"
"그건 아무도 몰라."
헤르미온느가 눈썹을 치켜떴다.
"왜?"
해리가 물었다.
"전통적으로 모든 마법학교 사이에는 서로 치열한 경쟁이 있어. 덤스트랭과 보바통은
학교가 있는 곳을 철저하게 숨기고 있어. 아무도 자기네 비밀을 훔쳐 가지 못하도록
말이야."
헤르미온느는 마치 책을 읽는 것처럼 설명조로 말했다.
"거짓말하지 마. 덤스트랭도 호그와트만큼이나 규모가 엄청날 텐데, 그렇게 거대한 성을
어떻게 숨긴다는 거니?"
론이 웃음을 터뜨렸다.
"하지만 호그와트도 은밀하게 숨겨져 있잖아. 그건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야……. 그러니까
<호그와트의 역사>라는 책을 읽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알고 있단 말이야."
헤르미온느가 그것도 모르냐는 식으로 말했다.
"그렇다는 우리 중에는 너밖에 없네. 어서 말해 봐. 호그와트 처럼 거대한 성을 어떻게
숨길 수 있다는 거야?"
론이 말했다.
"마법을 거는 거야. 머글들의 눈에는 입구마다 '위험! 출입금지'라는 표지판이 붙은 다
쓰러져가는 폐허처럼 보이도록 말이야."
"그러니까 덤스트랭도 외부인의 눈에는 꼭 폐허처럼 보일거란 말이지?"
"그럴 수도 있지. 그렇지 않으면 퀴디치 월드컵 경기장처럼 머글 퇴치 마법을 걸어
두었을지도 몰라. 아니면 다른 나라의 마법사들이 발견하지 못하도록 좌표 측정 불가능
마법을 걸어두었을 수도 있지."
헤르미온느가 어깨를 으쓱했다.
"뭐라구?"
이번에는 해리가 물었다.
"그러니까 어떤 건물의 위치를 지도에서 찾는 것이 불가능 하도록 마법을 걸어 놓을 수도
있잖아? 안 그래?"
"글세……. 뭐 그럴 수도 있겠지."
해리가 끄덕였다.
"덤스트랭은 분명히 저 북쪽 어딘가에 있을 거야. 어딘지 모르지만 아주 추운 지방에…….
왜냐하면 걔네들의 교복에는 모피로 된 망토가 달려 있거든."
헤르미온느는 잠시 생각에 잠겨서 말했다.
"아, 한번 생각해 봐." 론은 꿈을 꾸듯이 황홀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그렇다면 아주
간단하게 말포이 자식을 해치울 수 있을 거야. 빙하에서 밀어 떨어뜨린 후에 사고처럼
가장하면 그걸로 끝나는 거야……. 걔네 엄마한테는 몹시 미안한 일이지만……."
기차는 계속 북쪽으로 이동했다. 빗줄기가 더욱더 굵어지고 있었다. 하늘이 캄캄하고
창문에는 온통 김이 서려 있었기 때문에 한낮인데도 등불을 켜야만 했다. 도시락을 파는
수레가 달가닥거리면서 복도를 지나가자, 해리는 친구들과 나누어 먹으려고 냄비 모양의
케이크를 잔뜩 샀다.
오후가 되나, 시무스 피니간과 딘 토마스 그리고 네빌 롱바텀을 포함한 몇 명의
친구들이 그들 객실로 왔다. 얼굴이 통통하고 건망증이 무척 심한 네빌 롱바텀은 아주
엄격하고 무서운 마녀 할머니 손에 성장했다. 시무스는 여전히 가슴에 아일랜드의 초록색
장미를 달고 있었다. 장미는 여전히 '트로이! 멀릿! 모런!'을 외치고 있었지만 마법의 기운이
좀 떨어졌는지, 맥이 빠지고 지친 듯한 목소리였다. 30분 정도 지나자, 끝날 줄 모르고
이어지는 퀴디치 월드컵 이야기에 그만 진절머리가 난 헤르미온느는 다시 <표준 마법서,
4학년> 책을 펼쳐들고 소환 마법을 공부하기 시작했다.
다른 아이들이 신나게 퀴디치 월드컵 경기 이야기를 떠들어대자, 제빌 롱바텀은 몹시
부러운 얼굴로 귀를 기울였다.
"할머니는 가고 싶어하지 않으셨어. 티켓을 구입할 생각조차 없으셨지. 하지만 너희들 말을
들으니까 정말 굉장했을 것 같구나."
네빌이 잔뜩 풀이 죽어서 말했다.
"정말로 그랬어. 이것 봐, 네빌……."
론은 선반에 놓여 있던 트렁크를 뒤적거리더니 빅터 크룸 인형을 꺼냈다.
"와!"
론이 빅터 크룸 인형을 포동포동한 네빌의 손 위에 올려 놓자, 네빌은 탄성을 질렀다.
"우리는 아주 가까이에서 빅터 크룸을 봤어. 일등석에서 관람했거든."
론은 자랑스러운 듯이 어깨를 쭉 펴면서 말했다.
"네가 퀴디치 월드컵을 보는 건, 그게 처음이자 마지막일 거다! 위즐리."
어느 사이에 드레이코 말포이가 객실 문 앞에 서 있었다. 말포이의 등 뒤에는 여름 방학
동안 적어도 30센티미터는 더 자란 것처럼 보이는 크레이브와 고일이 떡 버티고 서 있었다.
그들은 딘과 시무스가 들어오면서 조금 열어 놓은 객실 문으로 대화를 전부 엿듣고 있었던
것이 분명했다.
"말포이, 너희들에게 들어오라고 말한 적이 없는 것 같은데?"
해리가 차갑게 말했다.
"위즐리……, 그런데 저게 뭐냐?"
말포이가 피그위존의 새장을 가리키면서 물었다. 새장 밑으로 축 늘어진 론의 예복
소맷자락이 기차가 움직일 때마다 이리저리 흔들리고 있었다. 치렁치렁한 레이스가 달린
구식 소맷단이 너풀거렸다.
론은 황급히 그 예복을 감추려고 했지만, 말포이의 동작이 더 빨랐다. 말포이는 예복의
소맷자락을 잡아당겼다.
"이것 봐! 위즐리, 너 설마 이걸 입을 생각은 아니겠지? 1890년대에나 유행했을 것 같은
이런 옷을……."
말포이는 크레이브와 고일에게 론의 예복을 보여주면서 신나게 떠들었다.
"저걸 그냥!"
론은 말포이의 손에서 옷을 빼앗았다. 말포이는 큰 소리로 웃음을 터뜨렸고, 그 옆에서
크레이브와 고일은 바보처럼 실실거렸다.
"그런데…… 너도 참가할 생각이냐, 위즐리? 가문에 영광을 위해서? 게다가 돈도 걸려
있으니까……. 만약 네가 이긴다면 근사한 예복도 살 수 있겠지?"
"도대체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거야?"
론이 소리쳤다.
"너도 참가할 생각이니? 그래, 너는 분명히 참가할 거야. 그렇지, 포터? 너는 잘난 척할 수
있는 기회는 한 번도 놓친 적이 없잖아. 안 그래?"
말포이가 정면으로 해리를 노려보면서 말했다.
"도대체 무슨 일인지 설명을 하든지 아니면 당장 나가! 말포이……."
<표준 마법서, 4학년>을 읽고 있던 헤르미온느가 퉁명스럽게 말했다. 말포이의 창백한
얼굴에 의기양양한 미소가 번졌다.
"너 정말 모르고 있는 거야? 그게 말이나 되는 소리니?" 말포이는 신이 나서 말했다.
"마법부에 다니는 아빠와 형이 있는데 아무것도 모르고 있단 말이야? 저런! 우리 아빠는
벌써 오래 전에 내게 말해 주셨는데……. 코넬리우스 퍼지 장관에게 직접 들으셨대. 우리
아빠는 항상 마법부의 고위 간부들을 잘 알고 계시니까 말이야……. 하지만 네 아빠는 너무
하위직이기 때문에 이런 일은 잘 모를 수도 있겠다, 위즐리. 맞아, 네 아빠 앞에서는 중요한
일은 말하지 않는 모양이야."
말포이는 또다시 큰 소리로 웃음을 터뜨리더니, 크레이브와 고일에게 나가자고 손짓했다.
세 사람은 금방 객실에서 사라졌다.
그들이 떠나자마자, 론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객실 문을 쾅 닫아 버렸다. 어찌나
세게 닫았던지 그만 유리창이 산산조각 나 버리고 말았다.
"론!"
헤르미온느가 론을 나무라듯이 바라보면서 요술지팡이를 들고 주문을 외웠다.
"레파로!"
그러자 유리 파편들이 객실 문으로 날아가더니 다시 유리창이 되었다.
"그런데 꼴을 보아하니 녀석을 다 알고 있는 것 같아……. 아직까지 우리만 모르고
있어……. 우리 아빠도 마법부의 고위직 간부들을 잘 알고 있어……. 쳇! 우리 아빠는
언제라도 승진을 할 수 있어……. 다만 지금 계시는 부서가 마음에 들어서 계속 몸담고
계시는 것 뿐이야……."
"물론이지. 말포이 같은 녀석의 말은 귀담아들을 필요도 없어. 공연히 말포이의 수작에
넘어가지 마, 론!"
헤르미온느가 침착하게 타일렀다.
"그 따위 녀석이 감히 나에게 수작을 건단 말이야? 어디 그렇게만 해봐!"
론이 냄비 모양의 케이크를 짓뭉개면서 소리쳤다. 하지만 여행이 끝날 때까지 론의
기분은 내내 풀리지 않았다. 학교 망토로 갈아입을 때에도 론은 입을 굳게 다물고 있었으며,
호그와트 급행 열차가 속도를 늦추고 칠흑같이 어두운 호그스미드역에 멈추었을 때에도
여전히 얼굴을 찡그리고 있었다.
기차 문이 열리는 순간, 해리 머리 위에서 우르르 천둥이 쳤다. 헤르미온느는 망토로
크룩생크를 둘둘 감싼 후에 꼭 끌어 안았다. 론은 예복으로 피그위존의 새장을 덮은 채,
기차에서 내렸다.
그들은 머리를 잔뜩 숙이고 눈을 가늘게 뜨면서 쏟아지는 폭우 속을 걸어갔다. 비가
어찌나 억수같이 쏟아지는지 마치 얼음처럼 차가운 물을 머리 위로 계속 퍼붓고 있는 것
같았다.
"안녕하세요, 해그리드!"
해리가 승강장 끝에 서 있는 거대한 형체를 향해 소리쳤다. "잘 지냈니, 해리? 나중에
연회장에서 보자! 이 비를 맞고 익사하지 않는다면 말이야!"
해그리드가 손을 흔들면서 크게 외쳤다. 전통적으로 1학년생들은 해그리드와 함께 배를
타고 호수 건너편에 있는 호그와트 성으로 건너가도록 되어 있었다.
"우와! 나라면 이런 날씨에 호수를 건너가는 건 상상도 못할 거야."
헤르미온느가 후들후들 떨면서 말했다. 그들은 다른 학생들과 함께 어두운 승강장을
따라 천천히 걸어갔다. 역 밖에는 말없이 달리는 100대의 마차가 학생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해리와 론, 헤르미온느, 네빌은 얼른 마차에 올라탔다. 마차의 문이 쾅 닫히더니 순간
뒤로 한 번 기우뚱했다. 그리고 기다란 마차들의 행렬이 호그와트 성으로 향하는
오르막길을 덜커덩거리며 올라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