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8장 (60/194)

제 8장

퀴디치 월드컵

그들은 위즐리 씨를 선두로, 각자 산 물건들을 손에 들고 초롱 불빛을 따라 숲으로 가는

걸음을 재촉했다. 수천명의 마법들이 왁자지껄 시끄럽게 떠들거나 한바탕 노래까지

불러대면서 사방에서 몰려들고 있었다. 열광적인 흥분의 분위기가 전염되었는지, 해리도

자꾸 웃음이 나오는 걸 막을 수가 없었다.

큰 소리로 떠들고 농담을 주고받으며 20분쯤 걸어가자, 그들은 어느새 거대한 경기장

그늘 속에 들어와 있었다. 비록 경기장을 둘러싸고 있는 거대한 황금빛 벽의 일부밖에 볼

수 없었지만, 해리는 한눈에 대성당이 열 개는 들어가고도 남을 만한 엄청난 규모의

경기장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좌석이 무려 십만 개나 된단다." 웅장한 경기장의 규모에 압도당한 해리가 숨을 죽이자,

위즐리 씨가 말했다. "500명이나 되는 마법부의 가동부대가 일년 내내 이 일에 매달렸단다.

그들은 경기장 구석구석에 머글들을 물리치는 마법을 걸었지. 지난 일년 동안 머글들은

우연히 이 근처로 올 때마다, 갑자기 중요한 약속이 떠올라서 황급히 돌아서곤 했단다…….

정말 고생이 많았을 거야."

위즐리 씨가 자상하게 설명하면서 가장 가까운 경기장 입구 쪽으로 길을 안내했다.

벌써부터 입구는 환호성을 지르는 마녀와 마법사들도 발디딜 틈조차 없을 지경이었다.

"일등석!" 경기장 입구에서 안내를 하던 마법부의 마녀가 그들의 티켓을 쳐다보면서

외쳤다. "곧장 이층으로 올라가세요, 아서. 가장 높은 곳까지 올라가면 일등석이 보일

거예요."

경기장으로 들어가는 계단에는 진한 보라색 양탄자가 깔려 있었다. 그들은 수많은

마법사들과 함께 천천히 계단을 올라가기 시작했다. 그들이 일등석으로 올라가는 동안, 다른

마법사들은 서서히 왼쪽과 오른쪽에 나 있는 문을 통해 하나 둘씩 관람석으로 빠져나갔다.

그러나 위즐리 씨 일행은 계속해서 위쪽으로 올라갔다. 마침내 계단 꼭대기에 도착하자,

경기장의 제인 높은 곳에 위치한 관람석이 나타났다. 일등석은 경기장 중간에 위치하고

있었기 때문에 운동장 양쪽에 세워져 있는 황금 골대들을 한눈에 바라볼 수 있었다.

관람석에는 보라색과 황금색을 입힌 스무개의 의자가 두 줄로 놓여 있었다. 해리는 위즐리

가족과 함께 관람석 제일 앞줄에 앉아서 고개를 내밀고 운동장을 내려다 보았다. 해리의

눈앞에 지금까지 한번도 상상하지 못했던 놀라운 광경이 펼쳐지고 있었다.

수십만 명의 마녀와 마법사들이 타원형 경기장 주위를 따라 층층이 설치된 좌석에

자리를 잡고 있었다. 경기장은 온통 그 자체에서 발산되는 것 같은 신비한 황금빛에 잠겨

있었다.

높은 곳에서 내려다본 경기장은 마치 벨벳을 깔아 놓은 듯이 매끄러워 보였다. 경기장

양쪽 끝에는 15비터 높이의 골대가 세 개씩 서 있었으며, 일등석 맞은편에는 거의 해리의

눈과 같은 높이에 대형 전광판이 걸려 있었다. 그 전광판에는 황금색 글씨가 끊임없이 휙휙

지나가고 있어서, 마치 보이지 않는 거인의 손이 휘갈겨 썼다 지웠다 하는 것 같았다.

잠시 동안 전광판을 지켜보던 해리는 황금색 글씨가 광고문구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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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는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일등석에 앉아 있는 사람들을 둘러 보았다. 아직까지는

대부분 텅 비어 있었다. 뒷줄 제일 끝에서 두 번째 자리에 자그마한 생물이 잔뜩 몸을

웅크린 채 조용하 앉아 있을 뿐이었다. 그 생물의 다리는 미처 바닥에 닿지도 않을 정도로

짧았다. 관람석 위로 다리를 달랑 들어올리고 있던 그 생물은 토가(고대 로마인들이 입던

겉옷: 역주)처럼 생긴 수건을 몸에 두르고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있었다. 그런데

박쥐처럼 기다란 귀가 이상하게 낯이 익었다…….

"도비?"

해리가 미심쩍은 목소리로 물었다. 그러자 그 작은 생물이 살며시 고개를 들어올리더니

얼굴을 가리고 있던 손가락을 살짝 벌렸다. 손가락 사이로 커다란 갈색 눈과 큼자막한

토마토처럼 생긴 코가 나타났다.

그것은 도비가 아니었다. 하지만 그 생물도 해리의 친구 도비처럼 꼬마 집요정이

분명했다. 해리는 도비가 말포이 가족의 수중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도와주었던 적이

있었다.

"저를 도비라고 부르셨나요?"

꼬마 집요정은 신기한 듯이 손가락들 사이로 빠끔히 바라보며 말했다. 도비보다 훨씬 더

고음인 그 요정의 목소리는 가늘게 떨렸다. 그래서 해리는 혹시 이 요정이(꼬마 집요정의

경우에는 남자 요정과 여자 요정을 구별하는 것이 몹시 어려운 일이었다) 여자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론과 헤르미온느도 고개를 돌려서 꼬마 집요정을 쳐다보았다. 그들은 해리로부터 도비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듣긴 했지만, 실제로 꼬마 집요정을 만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심지어

위즐리 씨도 흥미로운 표정으로 윙키를 바라보았다.

"미안해." 해리가 그 요정에게 말했다. "난 그저…… 내가 아는 요정인 줄 알았어."

"저도 도비를 알아요!" 그 꼬마 집요정이 말했다. 일등석에는 별로 불이 밝게 켜져 있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그 꼬마 집요정은 마치 불빛 때문에 앞이 잘 보이지 않기라도 하듯이

계속해서 얼굴을 가리고 있었다. "저는 윙키라고 해요. 그런데……." 꼬마 집요정의 짙은

갈색 눈동자가 해리의 이마에 나 있는 흉터에 머물자, 순식산에 눈이 접시만큼이나 커졌다.

"혹시 해리 포터?"

"그래, 맞아."

해리가 고개를 끄덕이면서 대답했다.

"도비는 항상 해리 포터에 대해 말했어요!"

꼬마 집요정은 두 손을 살짝 내리더니 약간 주눅이 든 표정을 지었다.

"도비는 어떻게 지내고 있니? 자유를 얻어서 좋아하고 있니?"

해리가 물었다.

"아, 네……." 윙키가 고개를 가로저으면서 대답했다. "물론 더 이상 멸시를 받거나 하진

않아요. 하지만 해리 포터가 도비에게 해주신 일이 꼭 좋다고는 말할 수 없어요. 도비를

풀어주신 일 말이에요."

"왜? 도비에게 무슨 일이 있었니?"

해리가 깜짝 놀라 물었다.

"자유를 얻게 되자, 도비는 그만 자만에 빠졌어요." 윙키가 슬프게 말했다. "도비는 자신의

신분을 잊어버렸어요. 그래서 다른 일자리도 구하지 못하고 있어요."

"왜?"

"일을 한 대가로 봉급을 받고 싶어하니까요."

윙키가 한껏 목소리를 낮추면서 속삭였다.

"봉급? 그런데 어째서 봉급을 받으면 안 되는 거야?"

해리는 무슨 영문인지 알 수가 없었다. 하지만 윙키는 해리의 말에 커다란 충격을

받았는지, 다시 손으로 얼굴을 절반 가량 가렸다.

"꼬마 집요정들은 봉급을 받지 않아요!" 윙키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아니, 아니,

아니, 저는 도비에게 말했어요. 어서 빨리 좋은 가족을 찾아서 정착하라고……. 하지만

도비는 온갖 이상한 생각을 해요. 지금 도비는 전혀 꼬마 집요정답지 않은 행동을 하고

있어요. 저는 도비에게 충고했어요. 계속 이런 식으로 가다가는 천한 도깨비처럼, 신비한

동물 단속 및 관리부로 끌려가는 신세가 될 거라고……."

"이제 도비도 좀 재미있게 지낼 수 있게 되었잖아?"

해리가 윙키를 쳐다보면서 말했다.

"꼬마 집요정들은 재미있게 지내면 안 돼요, 해리 포터." 윙키가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린 채

단호하게 말했다. "꼬마 집요정들은 주인이 시키는 대로 행동해요. 저는 높은 곳을 전혀

좋아하지 않아요, 해리 포터!" 윙키는 관람석 언저리를 흘끗 쳐다보더니 마른 침을 꿀꺽

삼켰다. "하지만…… 주인님이 저를 일등석으로 보냈어요.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이리로 온

거예요."

"네가 높은 곳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걸 뻔히 알면서 왜 너를 이곳으로 보냈지?"

해리가 눈살을 찌푸리면서 물었다.

"주인님은…… 주인님은 제가 자리를 맡아두길 바라니까요, 해리 포터. 주인님은 굉장히

바쁘거든요." 윙키가 빈 옆자리로 고개를 기울이면서 말했다. "윙키는 주인님의 텐트로

돌아가고 싶어요, 해리 포터. 하지만 윙키는 시키는 대로 해요. 윙키는 좋은 꼬마

집요정이에요."

꼬마 집요정은 잔뜩 겁에 질린 표정으로 다시 한 번 관람석 가장자리를 힐끗 바라보곤

두 손으로 눈을 완전히 가리고 말았다. 해리는 다시 경기장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러니까 저게 꼬마 집요정이니?" 론은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해리를 쳐다보면서 물었다.

"정말 이상하구나, 안 그래?"

"도비는 더 이상해."

해리가 대답했다. 론은 옴니큘러를 꺼내들고 맞은편 관람석에 앉아 있는 관중들을

쳐다보았다.

"굉장한데!" 론이 재생 버튼을 만지작거리면서 소리쳤다. "이 버튼을 누르면 저 아래에

있는 노인이 계속 반복해서 콧구멍을 후비도록 할 수 있어……. 다시…… 또다시……."

헤르미온느는 융단으로 감싼 표지에 술이 달린 프로그램을 열심히 읽고 있었다.

"경기를 시작하기 앞서 양팀 마스코트들의 응원전이 열린다."

헤르미온느가 큰 소리로 읽자 위즐리 씨가 말했다.

"오, 그건 정말 볼 만한 응원전이지. 국가 대표팀들은 개막전 행사를 하기 위해 자기

나라의 생물들을 가져온단다. 이제 곧 마스코트들의 축하 공연이 열릴 거야. 알겠니?"

30분 가량 흐르자, 일등석도 거의 다 채워졌다. 위즐리 씨는 계속해서 사람들과 악수를

나누느라 바빴다. 일등석으로 올라온 마법사들은 꽤 중요한 직책에 있는 게 분명했다.

퍼시는 마치 고슴도치라도 깔고 앉은 것처럼, 잠시도 쉬지 않고 벌떡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마법부 장관 코넬리우스 퍼지가 도착하자, 퍼시는 잽싸게 일어나더니 허리를 깊이

숙이면서 인사했다. 그러다가 그만 안경을 바닥에 떨어뜨리고 말았다. 퍼시는 몹시

당황해하면서 얼른 요술지팡이로 박살이 난 안경을 고쳐 끼고는 얌전히 자리에 앉아서,

해리와 코넬리우스 퍼지가 다정하게 인사를 나누고 있는 모습을 부러운 눈길로 지켜보았다.

해리는 이미 코넬리우스 퍼지와 안면이 있었다. 코넬리우스 퍼지는 마치 아버지처럼

친근하게 해리의 손을 잡고는 "반갑다, 해리. 잘 지내고 있었니?" 하며 자기 양쪽에 앉아

있는 마법사들에게 해리를 소개했다.

"해리 포터……. 아마 당신도 알고 있을 겁니다." 코넬리우스 퍼지가 불가리아의 장관을

쳐다보면서 큰 소리로 말했다. 가장자리에 황금 장식이 달린 멋진 검은색 벨벳 망토를 입고

있는 불가리아의 장관은 영어를 한 마디도 알아듣지 못하는 것 같았다. "해리 포터……. 아,

당신도 잘 알고 있을 거요. 그 사람의 저주를 받고도 무사히 살아 남은 아이 말이요. 잘 알

있지요?"

갑자기 불가리아 장관이 해리의 흉터를 발견하고는 흥분해서 손가락질을 하면 큰 소리로

뭐라고 지껄이기 시작했다.

"마침내 우리가 의사소통이 된 것 같구나." 코넬리우스 퍼지 장관이 해리를 쳐다보면서

지친 듯이 말했다. "난 외국어를 잘 모른단다. 그래서 이런 일에는 바티 크라우치가 꼭

필요하지. 아, 꼬마 집요정이 크라우치의 자리를 맡아두었던 것 같던데……. 역시 잘 했지.

이 지독한 불가리아 놈들이 좋은 자리란 자리는 몽땅 달라고 조르고 있으니까 말이야…….

아, 저기 루시우스가 오고 있군!"

해리와 론과 헤르미온느는 얼른 몸을 돌렸다. 꼬마 집요정 도비의 주인이었던 루시우스

말포이와 그의 아들 드레이코 그리고 드레이코의 엄마처럼 보이는 마녀가 천천히 걸어오고

있었다. 그들은 위즐리 씨의 뒷줄 오른쪽에 자리를 잡았다. 그 자리가 아직까지 비어 있었던

것이다.

호그와트로 가는 급행 열차를 처음 탔을 때부터, 해리와 드레이코는 서로를 못마땅하게

여기는 숙적이었다. 갸름하고 창백한 얼굴에 은색에 가까운 금발인 드레이코는 아버지를 쏙

빼닯은 것 같았다. 드레이코의 엄마도 역시 금발이었다. 키가 크고 호리호리한 그녀는 바로

코 밑에서 불쾌한 냄새라도 난다는 듯이 잔뜩 인상을 쓰고 있었다. 만약 얼굴을 찌푸리지만

않았다면, 그녀는 상당한 미인으로 보였을 것이다.

"안녕하게요, 퍼지 장관님?" 루시우스 말포이가 마법부 장관에게 악수를 청하면서 말했다.

"제 아내 나시사를 만난 건 이번이 처음이죠? 그리고 제 아들 드레이코도……."

"잘 있었나, 루시우스? 안녕하세요, 부인?" 코넬리우스 퍼지 장관이 미소를 지으면서

정중하게 인사했다. "오블랑스크 씨를 소개하겠습니다. 오블랑스크 씨는 불가리아의 마법부

장관입니다. 그렇지만 이분은 제가 하는 말을 한 마디도 알아듣지 못한답니다. 그러니까

별로 신경을 쓸 건 없어요. 그리고 또 누가 있더라……. 아서 위즐리 씨는 잘 알고 있겠죠?"

긴장된 순간이었다. 위즐리 씨와 루시우스 말포이의 눈길이 허공에서 마주쳤다. 문득

해리는, 두 사람이 플러리쉬와 블러트 서점에서 마주쳤을 때 한바탕 싸움을 벌였던 장면이

생생하게 떠올랐다. 루시우스는 차가운 회색 눈으로 위즐리 씨를 한번 슬쩍 흝어보았다.

"이런! 아서……." 루시우스가 은근히 속삭였다. "도대체 뭘 팔아서 이런 일등석 자리를

구했나? 자네 집은 팔아 봤자 턱도 없을 테고?"

못 들은 척하고 있던 퍼지 장관이 말했다.

"루시우스는 성 뭉고 마법사 병원에 엄청난 금액을 기부했다네, 아서. 그래서 내가 특별히

초대했지."

"그…… 그랬군요."

위즐리 씨가 억지로 미소를 지으면서 대답했다.

루시우스의 싸늘한 눈길이 헤르미온느를 향하고 있었다. 약간 얼굴을 붉히기는 했지만,

헤르미온느는 아주 단호한 표정으로 루시우스를 똑바로 쳐다보았다. 해리는 루시우스가

헤르미온느를 노려보면서 입술을 씰룩거리는 이유를 잘 알고 있었다. 말포이 가족은

자신들이 순수 마법사 혈통이라는 사실에 대해 커다란 자부심을 갖고 있었으므로

헤르미온느 같은 머글 혈통은 아주 멸시했던 것이다.

그러나 루시우스는 마법부 장관 앞이어서 그런지 아무 말도 못 하고 위즐리 씨를 향해

약간 고개만 까딱거렸다. 루시우스가 자리에 안자, 드레이코도 거만한 표정으로 해리와 론과

헤르미온느를 슬쩍 거들떠보고는 엄마와 아빠 사이에 앉았다.

"벌레 같은 자식……."

론이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해리와 헤르미온느는 다시 경기장으로 얼굴을 돌렸다.

바로 그때 루도 베그만이 숨을 헐떡이면서 일등석으로 올라왔다.

"이제 곧 시작하겠습니다." 루도 베그만의 둥근 얼굴은 에담치즈(겉을 빨갛게 물들인

네덜란드산 치즈: 역주)처럼 벌겋게 상기되어 있었다. "장관님, 준비가 끝났습니까?"

"어서 시작하게, 루도."

코넬리우스 퍼지 장관이 얼굴 가득 미소를 지으면서 말햇다.

"소노루스!"

루도 베그만은 요술지팡이를 꺼내더니 자신의 목에 갖다대었다. 경기장은 입추의 여지도

없을 정도로 수많은 마법사와 마녀들로 가득 차 있었다. 갑자기 루도 베그만의 목소리가

경기장을 가득 채우고 있는 함성 소리보다 더욱 크게 울려퍼졌다. 그의 목소리는 경기장

구석구석까지 쩌렁쩌렁 울리고 있었다.

"신사 숙녀 여러분……. 환영합니다! 사백스물두 번째 퀴디치 월드컵 결승전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관중들은 일제히 환호성을 지르면서 박수를 쳤다. 아일랜드 국가와 불가리아의 국가가

연주되자, 수천 개의 깃발이 한꺼번에 휘날렸다.

대형 전광판에 떠올랐던 광고가(버터 보트의 온갖 맛 나는 강낭콩 모양의 젤리- 드실 때

조심하세요!) 싹 사라지더니 잠시 후에 스코어 보드가 나타났다.

불가리아 0: 0 아일랜드

"이제부터 양팀의 마스코트를 소개하겠습니다……. 먼저 불가리아 팀의 마스코트!"

온통 붉은색 물결로 뒤덮인 오른쪽 관람석에서 요란한 환호성이 터져나왔다.

"불가리아 팀은 어떤 걸 준비했을까?" 위즐리 씨가 몸을 앞으로 숙이면서 말했다. "아!"

갑자기 위즐리 씨가 안경을 벗었다. "벨라야!" 위즐리 씨는 재빨리 옷자락으로 안경을

닦았다.

"벨라가 뭔데요?"

해리가 물었지만, 그는 위즐리 씨의 대답을 기다릴 필요가 없었다. 백 명의 벨라가

미끄러지듯이 경기장으로 들어오고 있었던 것이다.

베라는 여자들이었다……. 그것도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자들……. 물론 벨라가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도저히 사람일 수가 없었다)을 제외한다면 말이다.

잠시 동안 해리는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정확히 벨라가 무엇인지, 벨라의

살결이 달빛처럼 빛나는 이유가 무엇인지, 또한 바람 한 점 불어오지 않는데 어떻게 해서

벨르의 은발이 휘날릴 수 있는지 추측하기 위해 노력했다…….

잠시 후에 음악이 연주되었다. 해리는 벨라가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을 까맣게

잊어버리고 말았다. 아니, 더 이상 그 어떤 것에 대해서 신경을 쓰지 않게 되었다. 벨라가

나풀거리면서 춤을 추지 시작했다. 해리는 정신을 온통 빼앗긴 채 더없이 행복한 얼굴로

멍하니 앉아 있었다. 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일은 바로 벨라를 지켜보는 것이었다. 만약

벨라가 춤을 추지 않는다면, 당장이라도 어떤 끔찍한 일이 벌어질 것만 같았다.

벨라가 점점 더 빨리 춤추자, 해리의 머리 속으로 뭔가 이상한 생각들이 비집고

들어오기 시작했다. 갑자기 해리는 벨라의 눈길을 끌고 싶은 충동에 휩싸였다. 그 충동을

도저치 뿌리치지 못할 만큼 강력한 것이었다. 일등석에서 경기장으로 펄쩍 뛰어내리는 건

어떨까? 그래, 그게 좋겠어…….

"해리, 너 뭐하고 있는 거니?"

헤르미온느의 목소리가 아련하게 들렸다……. 해리는 마치 꿈을 꾸고 있는 것 같았다.

그 순간 음악이 멈췄다. 해리는 깜짝 놀라서 눈을 깜박거렸다. 어느 사이에 해리는 한 쪽

다리를 관람석 칸막이 위에 올려 놓고 있었다. 문득 정신을 차린 해리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론은 마치 다이빙이라도 할 것 같은 자세로 꼼짝않고 서 있었다.

갑자기 관람석이 성난 함성으로 뒤덮였다. 관중들은 벨라가 경기장에서 나가는 걸

원하지 않았다. 물론 해리도 그들과 똑같은 심정이었다. 그런데 내가 왜 가슴에 초록색

클로버를 달고 있지? 내가 응원해야 할 팀은 당연히 불가리아인데……. 이런 의문들이

해리의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론은 완전히 얼이 빠져서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모자에 달아놓은 클로버들을 뚝뚝

잡아뜯고 있었다. 위즐리 씨는 살짝 미소를 지으면서 론을 향해 몸을 숙이더니 모자를

빼앗았다.

"네 행동을 후회하게 될 거야, 론. 잠시 후에 아일랜드 팀의 응원이 시작되면……."

위즐리 씨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타일렀다.

"뭐라구요?"

론은 입을 헤 벌린 채 여전히 벨라를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었다. 벨라는 불가리아

응원단을 향해 걸어가더니 줄지어 길게 늘어섰다.

"정말 꼴불견이야!"

헤르미온느는 한심하다는 듯이 큰 소리로 혀를 끌끌 차더니 해리의 등을 끌어당겨서

다시 자리에 앉혔다.

"여러분……." 루도 베그만이 관중을 향해 커다랗게 소리쳤다. "요술지팡이들을 위로

들어올려 주십시오! 아일랜드 팀의 마스코트입니다!"

루도 베그만의 말이 무섭게, 초록색과 황금색이 뒤섞인 물체가 경기장 안으로 혜성처럼

붕 하고 날아들었다. 그 물체는 경기장을 한 바퀴 돈 다음 두 개의 불덩이로 갈라지더니

제각기 아일랜드 골대와 불가리아 골대를 향해 날아갔다.

갑자기 둥근 무지개가 뜨더니 두 개의 불덩이를 서로 연결해 주었다. 불꽃놀이처럼

아름다운 광경이 밤하늘을 수놓고 있었다. 관중들은 목청이 터질 정도로 우렁차게 함성을

질렀다. 무지개가 조금씩 희미하게 변하더니 다시 두 개의 불덩이가 하나로 결합했다.

잠시 후에 그 불덩이가 커다란 클로버 모양으로 변했다. 클로버는 서서히 관중석을 향해

날아오르며 황금 빗방울 같은 것을 후두둑 떨어뜨리고 있었다.

"굉장하다!"

반짝거리는 금화들이 하늘에서 우박처럼 쏟아지자, 론이 요란하게 환호성을 질렀다.

해리는 눈을 가늘게 뜨고 찬란하게 빛나는 클로버를 자세히 바라보았다. 빨간 조끼를 입고

있는 수천 명의 꼬마 요정들이 옹기종기 모여서 클로버 모양을 만들고 있었다. 얼굴에 약간

수염이 나 있는 꼬마 요정들은 작은 손으로 황금빛과 초록빛이 흘러나오는 등불을 들고

있었다. 관중들은 일제히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레프러칸(장난꾸러기 요정. 레프러칸 요정을 붙잡으면 보물이 있는 곳을 가르쳐 준다고

한다: 역주)! 장난을 좋아하는 꼬마 요정이란다."

위즐리 씨가 말했다. 관중들은 바닥에 떨어진 금화를 줍기 위해 의자 밑을 샅샅이

뒤지고 있었다.

"자, 이걸 받아." 론이 한 줌의 금화를 불쑥 내밀면서 유쾌하게 외쳤다. "옴니큘러 값이야,

해리! 이젠 나에게 크리스마스 선물을 사줄 수 있겠지?"

클로버 모양을 이루고 있던 레프러칸 요정들이 갑자기 사방으로 흩어져 아일래드

관중석을 향해 두둥실 날아갔다.

"신사 숙녀 여러분! 열렬히 환영해 주십시오! 불가리아 퀴디치 국가 대표팀이 입장합니다!

디미트로프를 소개합니다!"

보랏빛 망토를 걸친 사람이 빗자루를 타고 힘차게 경기장으로 들어오자, 불가리아

응원단이 떠들석하게 박수를 치면서 환호했다.

"이바노바!"

역시 보랏빛 망토를 두른 또 다른 선수가 붕 하고 날아올랐다.

"조그라프! 레브스키! 불차노프! 볼코프! 그리고- 크룸1"

"바로 저 사람이야, 바로 저 사람이 크룸이야!"

방금 론은 옴니큘러에 눈을 갖다대고 빗자루를 타고 날아오른 사람을 가리키면서

소리쳤다. 해리도 얼른 옴니큘러를 들고 그 사람을 쳐다보았다.

호리호리한 몸매에 까무잡잡한 피부, 커다란 매부리코에 짙고 까만 눈썹을 지닌 빅터

크룸의 모습은 마치 사나운 독수리처럼 날카로운 인상을 주었다. 빅터 크룸의 나이가 이제

겨우 열여덟 살이라는 사실이 도저히 믿어지지 않을 정도였다.

"아일랜드 퀴디치 국가 대표팀이 입장합니다! 여러분! 열렬히 환영해 주십시오!" 루도

베그만이 잔뜩 흥분한 목소리로 외쳤다. "소개합니다! 코놀리! 라이언! 트로이! 멀릿! 모런!

퀴글리! 그리고-린치!"

일곱 개의 초록색 형체가 경기장 위로 휙휙 날아갔다. 해리는 옴니쿨러에 달려 있는

작은 다이얼을 돌려서 선수들이 타고 날아 다니는 빗자루에 초점을 맞추었다. 옴니큘러를

조작해서 속도를 늦추자, 빗자루에 새겨진 '파이어볼트'라는 글씨가 선명하게 보였다.

그리고

선수들의 등판에 은실로 수놓인 이름도 볼 수 있었다.

"여러분! 퀴디치 월드컵의 심판을 소개합니다! 이집트에서 오신 국제 퀴디치 협회 회장

핫산 모스타파입니다. 뜨겁게 맞아주시기 바랍니다!"

작은 체구에 깡마른 마법사 한 명이 경기장 안으로 성큼성큼 걸어오고 있었다. 그

마법사의 머리는 완전히 대머리였으며, 버논 이모부와 대적할 만한 콧수염을 기르고 있었다.

경기장과 잘 어울리는 황금빛 망토를 걸친 모스타파는 한쪽 겨드랑이에는 커다란 나무

상자를, 다른 쪽 겨드랑이에는 빗자루를 끼고 있었다.

해리는 옴니쿨러의 속도 다이얼을 다시 정상으로 돌린 후, 모스타파가 빗자루에

올라타고는 나무 상자를 발로 툭 차서 여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나무 상자 속에 들어 있던

네 개의 공이 기다렸다는 듯이 공중으로 날아올랐다. 빨간색 퀘이플 한 개와 검은색 블러저

두 개 그리고 날개가 달린 아주 작은 골든 스니치(골든 스니치는 순식간에 시야에서

사라졌다) 한 개였다.

모스타파는 호루라기를 한 번 삑 불더니 그 공들을 따라 공중으로 내달았다.

"마침내 선수들이 이륙했습니다!" 루도 베그만이 다급산 목소리로 외쳤다. "먼저

아일랜드의 멀릿이 퀘이프을 잡았습니다! 트로이! 모런! 디미트로프! 다시 멀릿! 트로이!

레브스키! 모런!"

선수들이 움직이는 속도는 정말 놀라울 정도로 빨랐다. 추격꾼들은 루도 베그만이

선수들의 이름을 말하기도 바쁠 정도로 퀘이플을 서로에게 휙휙 던지고 있었다. 해리는

지금처럼 숨가쁘게 진행되는 퀴디치 경기를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해리는 경기장의

모습을 조금이라도 더 잘 보기 위해 옴니큘러를 눈에 바싹 갖다대었다. 안경이 콧등을

아프게 짓누르고 있었지만, 해리는 조금도 상관하지 않고 더욱 경기에 열중했다.

해리가 옴니큘러의 오른쪽에 있는 술로우 다이얼을 살짝 돌리고 플레이 버튼을 누르자,

경기 장면이 슬로우 모션으로 보이기 시작했다. 옴니큘러의 화면 위에 보랏빛 글자들이

휙휙 지나갔다. 관중들의 함성이 해리의 귓전을 때렸다.

"매 머리 공격편대"

해리가 옴니큘러 화면에 나타난 보라색 글씨를 읽으면서 중얼거렸다. 아일랜드의 추격꾼

세 명이 불가리아 진영을 휘저으면서 힘차게 날아가고 있었다. 트로이가 선두를 맡고

있었으며, 멀릿과 모런이 그 뒤를 바싹 따르고 있었다.

옴니큘러 화면에서 '포르스코프 작전'이라는 글자가 번쩍거렸다. 트로이가 날쌔게

움직이면서 불가리아의 추격꾼 이바노바를 제치더니 모런데게 퀘이플을 던지는 모습이

보였다. 불가리아의 몰이꾼 볼코프가 힘껏 배트를 휘둘러서 블러저를 쳤다. 블러저는 모런을

향해 쏜살같이 날아갔다. 모런은 블러저를 피하기 위해 재빨리 몸을 비틀다가 잠시 중심을

잃더니 그만 퀘이플을 떨어뜨리고 말았다. 레브스키가 얼른 날아오더니 퀘이플을 잡았다.

"트로이 득점!" 루도 베그만이 소리치자, 경기장은 온통 박수갈채와 환호성으로 뒤덮였다.

"10대 0으로 아일랜드가 리드하고 있습니다!"

"도대체 어떻게 된 거야?" 정신없이 옴니큘러에 눈을 갖다 대며 해리가 외쳤다. "분명히

레브스키가 퀘이플을 잡고 있었어!"

"해리, 정상 속도로 하지 않으면 경기를 제대로 볼 수가 없어!"

헤르미온느가 소리쳤다. 선제골을 올린 트로이가 자랑스럽게 경기장을 한 바퀴 도는

사이, 헤르미온느는 너무나 기쁜 나머지 두 팔을 마구 흔들면서 껑충껑충 뛰어다니고

있었다. 해리는 옴니큘러 너머로 경기장을 내다보았다. 사이드라인 부근에서 구경하고 있던

레프러칸 요정들이 일제히 다시 공중으로 날아오르더니 커다란 클로버 모양을 만들었다.

벨라들은 잔뜩 심통이 난 얼굴로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었다.

아일랜드 팀이 득점하는 장면을 놓치고 만 해리는 너무나 화가 났다. 다시 경기가

시작되자, 해리는 얼른 옴니큘러의 속도 다이얼을 정상으로 돌렸다.

퀴디치 경기 규칙에 대해 잘 알고 있는 해리는 아일랜드의 추격꾼들이 아주 뛰어나다는

사실을 단번에 깨달았다. 다양한 전술을 구사하고 있는 아일랜드 팀은, 마치 서로의 마음을

읽기라도 하는 것처럼 손발이 척척 들어맞았다.

"트로이- 멀릿- 모런!"

해리의 가슴팍에 매달려 있던 초록색 장미가 아일랜드 선수들의 이름을 외치고 있었다.

다시 10분도 채 흐르지 않아 아일랜드는 두 번이나 더 득점을 해서 30대 0으로 앞서

나갔다. 아일랜드 응원석은 온통 우레와 같은 박수갈채로 뒤덮였다.

경기 속도는 한층 더 빨라졌으며, 선수들의 행동도 더욱 난폭해졌다. 불가리아의 몰이꾼

볼코프와 불차노프는 아일랜드의 추격꾼들을 방해하기 위해 두 개의 블러저를 연속적으로

쏘아 보냈다. 대열을 정비하고 있던 아일랜드의 추격꾼들은 두 번이나 어쩔 수 없이 흩어질

수밖에 없었다. 마침내 이바노바가 흩어진 아일랜드 진영에 용케 들어가서 파수꾼 라이언을

피해 불가리아의 첫 번째 득점을 올렸다.

"귀를 막거라."

벨라들이 신명나게 춤을 추기 시작하자 위즐리 씨가 큰 소리로 말했다. 해리는 얼른 두

눈을 꼭 감았다. 오직 경기에만 몰두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몇 초 후에 해리는 실눈을 뜨고 경기장을 힐끗 쳐다보았다. 어느 사이에 벨라들의 춤이

그치고, 퀘이플을 잡고 있던 불가리아 팀이 아일랜드 진영으로 날아가고 있었다.

"디미트로프! 레브스키! 디미트로프! 이바노바……. 오, 저런!"

루도 베그만이 깜짝 놀라면서 고함을 질렀다. 불가리아 수색꾼 크룸과 아일랜드 수색꾼

린치가 추격꾼들 사이로 뛰어들면서 급속히 하강하고 있었다. 마치 낙하산도 없이

비행기에서 훌쩍 뛰어내린 것처럼…….

관중석에 있던 마법사들은 깜짝 놀라서 숨도 제대로 쉴 수가 없었다. 해리는 서둘러

옴니큘러의 초점을 맞추고, 크룸과 린치가 빠른 속도로 하강하는 모습을 계속 따라가면서

스니치가 어디 있는 지 알아보기 위해 힐끗 곁눈질을 했다.

"충돌하겠어!"

헤르미온느가 비명을 질렀다. 크룸과 린치는 당장이라도 땅바닥으로 추락할 것만 같았다.

하지만 마지막 순간에, 빅터 크룸은 급강하를 멈추고 빙글빙글 돌면서 아슬아슬하게 다시

하늘로 날아올랐다.

린치! 그러나 린치는 쿵 하고 둔탁한 소리를 내면서 땅바닥으로 곤두박질치고 말았다.

경기장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그 소리를 들을 수 있을 정도였다. 아일랜드 관중석에서

일제히 비명 소리가 터져나왔다.

"멍청이 같은 녀석!" 위즐리 씨가 투덜거렸다. "빅터 크룸은 페인트 모션을 취하고 있었던

거야!"

"타임 아웃!" 루도 베그만이 다급한 목소리로 외쳤다. "의사 마법사들이 애이든 린치의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경기장으로 달려가고 있습니다!"

"괜찮을 거야. 땅에 살짝 부딪힌 것뿐이야!" 찰 리가 새파랗게 질린 지니를 위로하면서

말했다. "물론 빅터 크룸의 뜻대로 되었지만……."

해리는 재빨리 옴니큘러를 눈에 갖다대고 슬로우 다이얼을 돌렸다. 재생 버튼을 누르자,

크룸과 린치가 다시 슬로우 모션으로 급강하하는 모습이 보였다. 옴니큘러 화면에 '렁스키

페인트- 수색꾼이 펼치는 위험한 양동작전(일부러 다른 행동을 취해 적의 주의를 딴 데로

쏠리게 하는 작전: 역주)'이라는 보라색 글자가 번쩍거렸다. 빅터 크룸은 얼굴을 잔뜩

일그러뜨리면서 아슬아슬하게 급강하를 멈추었지만, 미처 빗자루의 방향을 돌리지 못했던

린치는 땅바닥으로 곤두박질치고 있었다. 그 순간 해리는 모든 상황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

순간 해리는 모든 상황을 이해할 수 있었다. 크룸은 결코 스니치를 발견한 게 아니었다.

그저 린치가 자신의 뒤를 무작정 따라오도록 만들었을 뿐이었다.

해리는 크룸처럼 빗자루를 자유자재로 조종하는 사람은 처음 보았다. 그는 마치

몸무게가 전혀 나가지 않는 사람처럼 아주 유연하게 빗자루를 타고 날아다녔다.

해리는 옴니큘러의 속도를 다시 정상으로 맞추었다. 의사 마법사가 린치에게 물약을 몇

잔 내밀었다. 린치는 그 약을 먹고 조금씩 회복되고 있는 것 같았다. 해리는 옴니큘러의

초점을 빅터 크룸에게 맞추었다. 수백 미터 상공에 떠 있던 크룸은 두리번거리면서

스니치의 행방을 찾고 있었다. 린치가 치료를 받고 있는 동안, 크룸은 그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경기장 구석구석을 샅샅이 뒤질 수 있었다.

마침내 린치가 비틀거리면서 일어났다. 관중들은 린치에게 뜨거운 박수를 보내 주었다.

린치는 다시 파이어볼트에 올라타고 공중으로 날아올랐다. 린치의 회복은 아일랜드 팀에게

새로운 용기를 불어넣어 주었다. 모스타파가 다시 호루라기를 불자, 아일랜드의 추격꾼들은

지금까지 본 것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뛰어난 기술로 불가리아 팀을 유린하기 시작했다.

경기는 더욱 빠르고 격렬하게 진행되었다. 다시 15분 가량 흐르는 동안, 아일랜드는 무려

열 골이나 집어넣었다. 해리는 전광판을 쳐다보았다.

불가리아 10: 130 아일랜드

아일랜드가 점수를 더욱 벌리면서 더 많은 부정 행위가 저질러지고 있었다.

아일랜드의 추격꾼 멀릿이 겨드랑이에 퀘이플을 끼고 다시 불가리아 골대를 향해

쏜살같이 날아가고 있었다. 불가리아의 파수꾼 조그라프가 다급하게 그녀를 가로막았다.

갑자기 모스타파가 길고 날카롭게 호루라기를 불었다. 아일랜드 관중석에 있던

마법사들이 마구 분노의 함성을 지르기 시작했다. 조그라프가 반칙을 저질렀던 것이다. 몹시

화가 난 레프러칸 요정들은 호박벌떼들처럼 붕붕거리면서 공중으로 날아올랐다.

"모스타파가 불가리아의 반칙을 선언했습니다. 불가리아의 파수꾼이 팔꿈치를 과도하게

사용하는 반칙을 저지른 것입니다." 루도 베그만이 잔뜩 흥분한 목소리로 소리쳤다. "심판이

아일랜드에게 자유투를 주는군요."

레프러칸 요정들은 그것 참 고소하다는 듯이 허공을 날아다니면서 '하하하'라는 글자를

만들었다. 불가리아 진영에 있던 벨라들은 조금도 질 수 없다는 듯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머리를 마구 흔들면서 춤을 추기 시작했다.

위즐리 형제들과 해리는 재빨리 손가락으로 귀를 틀어막았다. 갑자기 헤르미온느가

해리의 팔을 잡아당기더니, 얼른 해리의 귀에서 손가락들을 떼어 내었다.

"심판 좀 봐!"

헤르미온느가 킥킥거리면서 말했다. 해리는 경기장을 내려다보았다. 핫산 모스타파가

정말로 이상야릇한 행동을 하고 있었다. 그는 수많은 관중들의 시선을 전혀 의식하지 않은

채 콧수염을 매만지면서 벨라들에게 자신의 근육을 은근히 과시하고 있었던 것이다.

"차마 눈 뜨고 볼 수가 없군요!" 루도 베그만이 짐짓 안타까운 목소리로 말했지만, 사실은

너무나 재미있어 죽을 지경인 것 같았다. "누가 가서 심판의 뺨을 좀 찰싹 때려 주세요!"

의사 마법사 한 명이 손가락으로 귀를 틀어막은 채 경기장을 가로질러 걸어가

모스타파의 정강이를 힘껏 걷어찼다. 그제서야 모스타파는 제정신을 차린 것 같았다.

해리는 그 광경을 좀더 자세히 지켜보기 위해 옴니큘러에 눈을 갖다대었다. 모스타파는

무척 당황하여 벨라들을 향해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벨라들은 춤을 멈추고

반항적인 눈길로 심판을 노려보았다.

"모스타파 심판이 불가리아의 팀 마스코트를 경기장에서 쫓아내려고 하는 것 같습니다!"

루도 베그만이 심각한 목소리로 설명했다. "불가리아의 몰이꾼들이 거칠게 항의하고

있습니다. 이런! 일이 험악하게 돌아가고 있군요……."

불가리아의 몰이꾼 볼코프와 불차노프가 모스타파를 가로막았다. 그들은 몹시 화를

내면서 손가락으로 아일랜드 응원석을 가리켰다. 레프러칸 요정들이 마구 웃음을

터뜨리면서 '히히히'라는 글자를 만들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모스타파는 불가리아 선수들의 항의에도 불구하고 전혀 아랑곳하지 않았다.

모스타파는 볼코프와 불차노프를 노려보면서 다시 공중으로 날아가라고 경고했다. 하지만

불가리아의 몰이꾼들이 조금도 물러서지 않자, 그는 짤막하게 호루라기를 두 번 불었다.

"심판이 아일랜드에게 자유투 두 개를 주는군요!" 구도 베그만이 큰 소리로 외쳤다.

불가리아 관중들이 화가 나서 악을 써댔다. "아무래도 볼코프와 불차노프는 다시 빗자루에

올라타는 게 좋겠군요……. 네……. 다시 경기가 시작되었습니다……. 아일랜드의 추격꾼

트로이가 퀘이플을 잡았습니다……."

경기장 분위기가 더욱 격렬하게 달아올랐다. 아일랜드와 불가리아의 몰이꾼들은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상대방에게 무자비한 공격을 퍼부었다. 특히 볼코프와 불차노프는 빗자루를

타고 이리저리 날아다니면서 위협적으로 배트를 휘둘렀다. 그들의 배트에 블러저가 맞든

사람이 맞든 전혀 신경을 쓰지 않는 것 같았다.

아일랜드의 추격꾼 모런이 퀘이플을 잡았다. 디미트로프가 무서운 기세로 모런을 향해

날아갔다. 모런은 디미트로프를 피하려고 하다가 하마터면 빗자루에서 떨어질 뻔했다.

"반칙!"

아일랜드의 관중석에 있던 마법사들이 고함을 지르면서 벌떡 일어났다. 삽시간에 초록색

물결이 관중석을 뒤덮었다.

"반칙!" 루도 베그만이 근엄한 목소리로 선언했다. "디미트로프가 모런에게 상처를

입혔습니다. 고의적으로 충돌한 모양입니다. 아일랜드가 다시 한 번 자유투를 얻게 될 것

같네요. 네, 심판이 호루라기를 불었습니다!"

신이 난 레프러칸 요정들은 다시 공중으로 올라가서 거대한 손모양을 만들더니 벨라들을

향해 아주 모욕적인 손짓을 했다. 머리 끝까지 화가 난 벨라들은 그만 자제력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벨라들은 사이드라인 근처까지 다가오더니 레프러칸 요정들에게 불덩이처럼 보이는

것을 던지기 시작했다.

해리는 옴니큘러로 벨라들을 바라보다가 그만 깜짝 놀라고 말았다. 벨라들은 이제 더

이상 아름다운 여자들이 아니었다. 오히려 무시무시한 괴물이었다. 벨라들의 얼굴이

날카로운 부리가 달린 새의 머리로 변하고 있었던 것이다. 비늘로 뒤덮인 기다란 날개가

벨라의 어깨에서 불쑥불쑥 튀어나왔다.

갑자기 벨라들의 모습이 변하자, 관중석에 앉아 있던 마법사들이 더욱 시끄럽게 떠들기

시작했다. "저게 바로 겉모습만 보고 함부로 사람을 판단하면 안 되는 이유란다, 이

녀석들아!" 위즐리 씨가 말했다.

레프러칸 요정과 벨라의 싸움을 말리기 위해 마법부 직원들이 우르르 달려 나갔지만

도저히 손을 쓸 수가 없었다. 한편, 레프러칸 요정과 벨라의 싸움보다도 더욱 치열한 싸움이

경기장에서 펼져지고 있었다.

해리는 옴니큘러를 이쪽저쪽으로 돌리면서 양대 격전장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퀘이플은 아일랜드 선수들과 불가리아 선수들의 손을 거치면서 총알같이 쌩쌩 날아다니고

있었다.

"레브스키- 디미트로프- 모런- 트로이- 멀릿- 이바노바- 다시 퀘이플을 잡은 모런- 모런-

모런 득점!"

아일랜드 응원단은 일제히 요란한 함성을 질렀지만 벨라들이 지르는 비명 소리와 마법부

직원들이 요술지팡이를 휘둘르면서 내는 경적 소리와 불가리아 응원단의 성난 고함 소리에

묻혀서 거의 들리지도 않을 지경이었다.

즉시 경기가 다시 시작되었다. 레브스키가 퀘이플을 잡았다. 디미트로프가 퀘이플을

받아서 아일랜드 진영으로 파고 들었다.

아일랜드의 몰이꾼 퀴글리가 배트를 힘껏 휘둘러서 블러저를 쳤다. 블러저는 곧장 빅터

크룸을 향해 날아가 미처 피할 시간이 없었던 빅터 크룸의 얼굴을 정통으로 가격했다.

경기를 관람하던 관중들이 비명을 질렀다. 블러저에 맞아서 코가 깨졌는지, 크룸의

얼굴은 온통 피투성이였다. 하지만 핫산 모스타파는 경기를 중단시키기 위해 호루라기를 불

생각조차 하지 않고 있었다. 관중들은 일제히 심판에게 야유를 보냈다. 하지만 핫산

모스타파가 한눈을 팔고 있었던 데에는 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벨라들 가운데 한

명이 불덩어리를 던져서 핫산 모스타파의 빗자루에 불을 붙였던 것이다.

빅터 크룸이 부상당했다는 사실을 어서 심판이 알게 되었으면……. 해리는 너무나

안타까워서 발을 동동 굴렀다. 비록 아일랜드를 응원하고 있긴 했지만, 해리는 빅터

크룸이야말로 가장 멋진 선수라는 생각을 품고 있었던 것이다. 론도 역시 해리와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았다.

"타임 아웃! 잠시 경기를 멈추세요, 어서……. 크룸이 부상을 당했어요! 저 상태로는

도저히 경기를 할 수 없어요!"

"린치를 봐!"

해리가 깜짝 놀라면서 소리쳤다. 갑자기 아일랜드 수색꾼이 급강하를 하고 있었다.

이번에도 렁스키 페인트일까? 하지만 해리는 결코 페인트 모션이 아니라고 확신했다.

이건 실제였다…….

"린치가 스니치를 발견했어! 린치가 발견했어! 저기를 봐!"

해리가 손가락으로 린치를 가리키면서 다급하게 말했다.

"린치! 린치! 린치……."

관중의 절반은 벌써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깨달은 것 같았다. 아일랜드 응원단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린치의 이름을 다 같이 외치기 시작했다. 아일랜드 관중석은

순식간에 초록색 물결로 뒤덮였다.

빅터 크룸이 린치를 바싹 뒤쫓고 있었다. 그런데…… 크룸은 과연 앞이나 제대로 볼 수

있는 걸까?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는 채 무작정 질주하는 건 아닐까?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는 채 무작정 질주하는 건 아닐까? 빅터 크룸의 등 뒤로 핏방울이 휘날리고 있었기

때문에 해리는 몹시 걱정스러웠다.

빅터 크룸이 거의 린치를 따라잡고 있었다……. 아일랜드의 수색꾼과 불가리아의

수색꾼은 또다시 땅바닥을 향해 돌진했다…….

"추락하겠어!"

헤르미온느가 비명을 질렀다.

"그렇지 않아!"

론이 주먹을 불끈 쥐면서 고함쳤다.

"린치는 그럴 수도 있어!"

해리의 예상은 그대로 적중했다. 빗자루를 타고 날아가던 린치는 또 한 번 엄청난

힘으로 또다시 땅바닥으로 곤두박질쳤다. 사이드라인 근처에 떨어진 그는 즉시 성난

벨라들에게 짓밟히고 말았다.

"스니치! 스니치는 어디있지?"

찰 리가 큰 소리로 물었다.

"빅터 크룸이 스니치를 잡았어! 크룸이 잡았다구! 모든 게 끝났어!"

해리가 잔뜩 흥분한 목소리로 소리쳤다. 빅터 크룸은 황금빛으로 반짝거리는 주먹을

하늘 높이 들어올린 채 공중으로 부드럽게 올라가고 있었다. 빅터 크룸의 코에서 흘러나온

피가 보라색 망토를 붉게 물들이고 있었다.

불가리아 160: 170 아일랜드

마침내 경기가 끝났다. 전광판이 경기 결과를 알려주고 있었다. 하지만 관중들은 아직도

조금 전에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인지 깨닫지 못한 것 같았다. 잠시 후에…… 아주

천천히…… 마치 대형 점보 제트기가 서서히 엔진의 출력을 높이듯…… 불만으로

웅성거리던 아일랜드 관중들의 소리가 서서히 커지더니 갑자기 환희의 비명으로 폭발했다.

"아일랜드 승리!" 루도 베그만이 경기의 갑작스러운 결말에 깜짝 놀란 것 같았다. "빅터

크룸이 스니치를 잡았습니다! 하지만 승리는 아일랜드에게 돌아갔습니다. 오,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결과가 벌어졌습니다!"

"그럼 크룸은 도대체 왜 스니치를 잡은 거야?" 론이 급히 일어섰다 앉았다 하면서 양손을

머리 위로 올려 파도타기 박수갈채를 보내며 큰 소리로 물었다. "아일랜드가 160점 앞서

있을 때 경기를 끝내면 어떻게 해, 얼간이 같으니라구!"

"빅터 크룸은 불가리아가 아일랜드를 절대로 따라잡지 못할 거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던

거야. 아일랜드 추격꾼들이 너무나 잘했잖아……. 시간이 갈수록 양팀의 점수 차이는 더욱

크게 벌어졌을 거야……. 빅터 크룸은 적당한 선에서 경기를 끝내고 싶었던 겨야……."

해리가 선수들을 향해 뜨거운 박수를 보내며 말했다.

"빅터 크룸은 정말 용감했어. 안 그래?" 헤르미온느는 빅터 크룸의 모습을 좀더 자세히

보기 위해 몸을 앞으로 내밀었다. 빅터 크룸은 천천히 땅으로 내려오고 있었다. 의사

마법사들이 빅터 크룸을 치료하기 위해 운동장으로 달려갔다. 레프러칸 요정들과 벨라들은

여전히 치열하게 싸우고 있었다.

"크룸의 모습이 엉망이야……."

해리는 다시 옴니큘러를 눈에 갖다대었다. 레프러칸 요정들이 신이 나서 운동장

여기저기를 붕붕 날아 다니는 바람에 아래쪽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아보기가

힘들었지만, 해리는 의사 마법사들에게 둘러싸여 있는 빅터 크룸만은 금방 알아볼 수

있었다. 빅터 크룸은 침울한 표정을 지으면서 의사 마법사들의 손길을 단호하게 뿌리쳤다.

잔뜩 풀이 죽은 불가리아 선수들은 고개를 숙인 채 몹시 허탈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하지만 아일랜드 선수들의 분위기는 너무나 대조적이었다. 레프러칸 요정들은 승리를

축하하기 위해 아낌없이 금화를 뿌렸다. 마치 함박눈이라도 내리는 것처럼 번쩍거리는

금화를 맞으며, 아일랜드 선수들은 즐겁게 춤을 추었다. 사방에서 아일랜드 국가가 요란하게

울려 퍼졌고, 초록색 깃발들이 운동장 곳곳에서 펄럭거렸다. 벨라들의 얼굴은 다시 아름다운

여인으로 돌아왔지만, 맥이 풀려서 축처져 있었다.

"모든 선수들이 용감하게 싸웠습니타."

갑자기 해리의 등 뒤에서 침울한 목소리가 들렸다. 해리는 재빨리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는 다름 아닌 불가리아의 마법부 장관이었다.

"영어를 할 줄 아시는군요! 발음이 정확하진 않지만…… 그런데 제가 하루 종일 손짓

발짓을 하도록 가만히 내버려두었단 말입니까?"

코넬리우스 퍼지 장관은 마치 뒤통수를 한 대 얻어맞은 표정이었다.

"굉장히 재미있는 경기였습니타."

불가리아 장관이 어깨를 으쓱거리면서 말했다.

"아일랜드 선수들이 마스코트들과 함께 경기장을 한 바퀴 돌고 있습니다. 정말 자랑스러운

선수들입니다. 퀴디치 월드컵의 우승컵이 일등 관람석 안으로 들어왔습니다!"

루도 베그만이 관중들을 둘러보면서 말했다. 갑자기 강렬한 빛이 일등석 내부를 환하게

밝혔다. 아마도 그 눈부신 빛은 마법의 힘으로 만들어진 것 같았다. 관중석에 있던 사람들은

일제히 일등석을 향해 눈길을 돌렸다.

두 명의 마법사가 황금으로 만든 거대한 우승컵을 들고 일등석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그들은 코넬리우스 퍼지 장관에게 우승컵을 건네주었다. 그러나 코넬리우스 퍼지 장관에게

우승컵을 건네주었다. 그러나 코넬리우스 퍼지 장관은 하루종일 쓸데없이 손짓 발짓을

했다는 생각으로 여전히 잔뜩 기분이 상해 있었다.

"여러분! 최선을 다한 불가리아 선수들에게 뜨거운 격려의 박수를 부탁합니다!"

루도 베그만이 외쳤다. 일곱 명의 불가리아 선수들이 계단을 밟으면서 일등석으로

올라가기 시작하자, 관중들은 일제히 박수갈채를 보냈다. 수천 개의 옴니큘러들이 시상식이

열리는 일등석을 향하고 있었다.

마침내 불가리아 선수들이 열을 지어서 입장했다. 루도 베그만이 순서에 따라 한 명씩

이름을 부르자, 선수들은 불가리아의 장관과 먼저 악수를 나눈 후에 다시 코넬리우스 퍼지

장관과 악수를 나누었다. 빅터 크룸은 가장 뒤에 서 있었는데, 모습이 정말로 말이

아니었다. 비록 얼굴은 피투성이였지만, 까만 두 눈은 초롱초롱하게 빛나고 있었다. 빅터

크룸은 여전히 한 손에 스니치를 들고 있었다.

해리는 빅터 크룸의 모습을 자세히 바라보았다. 빗자루를 타고 경기장을 날아다니던

빅터 크룸은 너무나 당당했지만, 가까이에서 실제로 보니 너무나 볼품이 없었다. 다리는

안짱다리였으며 등은 눈에 뜨일 정도로 구부정했다.

루도 베그만이 빅터 크룸의 이름을 부르자, 관중들은 일제히 귀청이 떨어질 듯한

환호성을 질렀다.

잠시 후에 아일랜드 선수들이 입장했다. 애이든 린차는 모런과 코놀리의 부축을

받으면서 계단을 올라오고 있었다. 두 번이나 땅바닥으로 곤두박질을 쳤던 애이든 린치의

눈은 어쩐지 초점을 잃은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트로이와 퀴글리가 퀴디치 우승컵을 하늘

높이 들어올리자 린치도 만족스럽게 씩 웃었다. 시상식이 진행되는 동안 관중들은 우레와

같은 박수를 보냈다. 해리도 손바닥에 감각이 없어질 정도로 열심히 박수를 쳤다.

아일랜드 선수들은 빗자루를 타고 하늘로 날아오르더니(제대로 몸을 가눌 수 없었던

애이든 린치는 코놀리의 빗자루 뒤에 올라타서 코놀리의 허리를 꼭 잡은 채 몽롱한

눈빛으로 싱글싱글 웃고 있었다) 다시 한 번 경기장을 빙 돌렸다.

"콰이어투스!"

루도 베그만은 요술지팡이를 자신의 목에 갖다대고 주문을 외웠다.

"이 경기는 두고두고 이야깃거리가 될 겁니다." 루도 베그만이 약간 쉰 목소리로 말했다.

"정말로 예상치 못한 결말이었어요. ……. 좀더 오랫동안 경기가 진행되지 못한 게 조금

아쉬울 뿐입니다……. 아, 그래……. 그래, 너희들이 이겼구나……. 얼마였지?"

어느 틈에 의자를 넘어간 프레드와 조지가 얼굴 가득히 미소를 지으면서 루도

베그만에게 손을 내밀고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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