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5장 (57/194)

제 5장

위줄리 형제 마법사의 기발한 발명품

해리는 팔꿈치를 옆구리에 붙인 채 점점 더 빨리 빙글빙글 돌았다. 흐릿한 벽난로들이

해리의 눈앞을 휙휙 스치면서 지나갔다. 자꾸만 속이 울렁거려서 해리는 두 눈을 꼭 감을

수밖에 없었다. 잠시 후에 속도가 조금씩 느려지기 시작했다. 무사히 론의 집에 도착한

해리는 앞으로 고꾸라질 것 같아서 재빨리 손을 뻗었다.

"두들리가 그걸 먹었니?"

프레드가 다가오더니 벽난로에서 나올 수 있도록 해리의 손을 잡아 주었다. 그리고 잔뜩

기대에 부푼 목소리로 물었다.

해리가 다가오더니 벽난로에서 나올 수 있도록 해리의 손을 답아 주었다. 그리고 잔뜩

기대에 부푼 목소리로 물었다.

해리가  똑바로 일어나면서 대답했다. "응. 그게 뭐였어?"

"혓바닥 늘이기 태피. 그건 조지와 내가 발명한 거야. 우리는 여름 내내 그걸 시험해 볼

사람을 찾고 있었거든……." 프레드가 장난스럽게 웃으면서 말했다.

삽시간에 식당은 떠들썩한 웃음 바다가 되었다. 해리는 주위를 둘러보다가 론과 조지가

나무 식탁에 앉아 있는 것을 보고 천천히 식탁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런데 처음 보는 남자

두명이 해리를 쳐다보고 있었다. 그들의 머리카락도 위즐리 가족처럼 빨간색이었다. 해리는

그들이 누구인지 금방 알아차릴 수 있었다. 두 사람은 위즐리 형제들 가운데 제일 큰형

둘째형인 빌과 찰리였다.

"안녕, 해리?"

해리와 좀더 가까운 곳에 앉아 있던 빨간 머리 남자가 씩 웃으면서 커다란 손을

내밀었다. 해리는 그 남자와 반갑게 악수를 나누었다. 그 남자의 손가락은 온통

물집투성이였으며, 여기저기에 굳은살이 박여 있었다. 루마니아에서 용을 연구하고 있는

찰리가 분명했다. 찰리는 쌍둥이들처럼 몸이 건장했으며, 호리호리하고 키가 껑충한 퍼시나

론보다는 키가 약간 작은 편이었다. 작달막한 신체에 비해 약간 큰 듯한 인상을 주는

찰리의 얼굴은 전반적으로 선량한 느낌을 주었는데, 주근깨가 어찌나 많았던지 꼭 햇빛에

그을린 것처럼 보였다. 억센 두 팔은 완전히 근육질이었다. 그런데 한쪽 팔에는 불에 덴

화상 자국이 선명하게 남아 있었다.

빌도 역시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면서 일어나더니 다정하게 해리와 악수를 나누었다.

해리는 빌의 모습을 보고는 그만 깜짝 놀라고 말았다. 해리는 마법사 은행 그린고트에서

근무하고 있는 빌이 호그와트 시절에는 전교 학생회장이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해리는 항상 빌이 다른 사람들 앞에서 으스대기를 좋아하고 어쩌다가 한 번

규칙을 어기면 큰일이라도 나는 줄 아는 퍼시와 같은 사람일 거라고 막연히 상상하고

있었다.

그러나 빌은 한 마디로 '멋쟁이'라는 말 이외에는 달리 묘사할 방법이 없었다. 키가 아주

훤칠했고, 긴 머리를 가지런히 묶었으며, 귀에는 어금니처럼 생긴 귀고리를 하고 있었다.

빌의 부츠는 흔히 찾아볼 수 있는 가죽이 아니라 용가죽으로 특별히 제작한 것이었다.

게다가 록 콘서트가 열리는 공연장에서나 어울릴 것 같은 요란한 옷차림을 하고 있었다.

그들이 미처 이야기를 나누기도 전에 펑 하는 소리가 나더니 허공에서 위즐리 씨의

모습이 불쑥 나타났다. 위즐리 씨는 몹시 화가 난 표정을 하고 있었다. 해리는 지금까지

위즐리 씨가 그토록 화를 내는 모습은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그걸 장난이라고 치는 거냐, 프레드! 네가 저 머글 아이에게 준 게 도대체 뭐냐?"

위즐리 씨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제가 준 게 아니에요. 전 그저 실수로 바닥에 떨어뜨린 죄밖에 없어요……. 함부로 그걸

집어먹은 애의 잘못이죠. 저는 걔더러 먹으라고 한 적이 없어요."

프레드는 또다시 작은 악마 같은 미소를 지으면서 대답했다.

"네가 일부러 떨어뜨렸잖아! 너는 그 애가 그걸 집어먹을 거라는 사실을 미리 알고 있었어.

네 속셈은 바로 그게 아니었니? 너는 그 애가 다이어트 중이라는 걸 알고 있었단 말이다!"

위즐리 씨가 프레드를 쳐다보면서 고함을 질렀다.

"그 애의 혓바닥이 얼마나 커졌어요?"

조지가 몹시 궁금해하며 물었다.

"내가 다시 그 혓바닥을 원래대로 고쳐 놓기 전에는 1미터도 넘었다! 그 애의 부모를

설득해서 겨우 치료해도 좋다는 허락을 받기까지 내가 얼마나 애를 먹었는지 아니?"

해리와 위즐리 형제들은 일제히 떠들썩하게 웃음을 터뜨렸다.

"웃을 일이 아니야!" 위즐리 씨가 큰 소리로 말했다. "바로 그런 행동이 마법사와 머글의

관계를 아주 곤란하게 만드는 거야! 여태까지 나는 마법사가 함부로 머글을 괴롭히지

못하도록 애써 왔는데……. 도대체 내 자식들은……."

"우리는 그 애가 머글이기 때문에 그걸 준 게 아니에요!"

프레드가 억울하다는 듯이 말했다.

"맞아요. 그 애는 약자를 괴롭히는 아주 못된 녀석이기 때문에 그걸 준 거라구요. 안

그러니, 해리?"

"그래요. 그 말이 맞아요, 위즐리 아저씨."

해리가 고개를 끄덕이면서 대답했다.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그런 걸 먹이다니! 이번 일은 엄마에게 죄다 말할 테니까 다들

각오하는 게……."

위즐리 씨가 버럭 화를 내면서 소리쳤다.

"나한테 뭘 말한다는 거죠?"

그들의 등 뒤에서 날카로운 목소리가 돌렸다. 상냥한 얼굴에 키가 자그마하고 통통한

체격의 위즐리 부인이 막 식당으로 들어서고 있었다. 위즐리 부인은 위심스러운 듯이 눈을

가늘게 뜨면서 그들을 쳐다보았다.

"어머, 해리로구나." 해리를 발견한 위즐리 부인이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 "무슨 일이

있었나요, 아서?" 위즐리 부인은 다시 싸늘한 눈빛으로 남편을 노려보았다.

위즐리 씨는 몹시 당황해하면서 어쩔 줄을 몰랐다. 프레드와 조지의 행동에 몹시 화가

나긴 했지만, 위즐리 씨는 정말로 그 일을 부인에게 일러바칠 생각을 눈곱만큼도 없었던

것이다.

잠시 동안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위즐리 씨는 초조한 표정으로 힐끔힐끔 아내의 눈치만

보고 있었다. 그때 위즐리 씨의 등 뒤에서 여자아이 두 명이 나타났다. 숱이 많은 갈색

머리카락에 앞니가 약간 큰 여자아이는 해리와 론의 친구 헤르미온느 그레인저였으며, 키가

좀 작달막하고 머리카락이 빨간 여자아이는 론의 여동생 지니였다.

식당 문간에 서 있던 두 사람의 얼굴에 반가운 미소가 떠올랐다. 해리도 두 사람을 향해

미소를 지었다. 그러자 지니의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해리가 버로우에 처음 도착했던

날부터 줄곧 지니는 해리에게 푹 빠져 있었다.

"나한테 할 말이 뭐죠, 아서?"

위즐리 부인은 무시무시한 눈빛으로 남편을 흘겨보면서 대답을 재촉했다. 삽시간에

식당에는 험악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아무것도 아니오, 여보. 그저 프레드와 조지가……. 하지만 내가 벌써 따끔하게 야단을

쳤소."

위즐리 씨가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말했다.

"저 애들이 이번에는 또 무슨 짓을 저질렀어요? 혹시 '위즐리 형제 마법사의 기발한

발명품'과 무슨 관련이라도……."

위즐리 부인은 위심스러운 눈초리를 거두지 않았다.

"론, 해리가 묵게 될 방을 보여주는 게 어때?"

헤르미온느가 불쑥 입을 열었다.

"해리는 자기가 잘 방을 이미 알고 있어. 바로 내 방이거든. 지난 번에도 내 방에서

잤단……."

론이 어깨를 으쓱거리면서 대답했다.

"우리 모두 그 방으로 가는 게 어때?"

헤르미온느는 재빨리 론의 말을 중간에서 잘랐다.

"아하." 비로소 론은 헤르미온느의 말이 무슨 뜻인지 알아차렸다. "좋아."

"그래, 우리도 갈게."

조지가 얼른 거들었다.

"넌 그냥 제자리에 있어!"

위즐리 부인이 으르렁거리면서 소리쳤다. 해리와 론은 위즐리 부인의 눈치를 보면서

조심스럽게 식당에서 나갔다. 거기서 꾸불대다가는 불똥이 튈 수도 있었던 것이다. 해리와

론과 헤르미온느와 지니는 재빨리 식당을 벗어나서 좁은 복도를 걸어갔다. 그리고 지그재그

모양의 계단을 다라서 위층으로 올라갔다. 계단은 당장이라도 무너질 듯이 위태롭게

흔들렸다.

"그런데 '위즐리 형제 마법사의 기발한 발명품"이라는 게 도대체 뭐니?"

해리가 물었다. 그 말을 듣자 론과 지니는 웃음을 터뜨렸다. 하지만 헤르미온느는 오히려

정색을 하면서 조금도 웃지 않았다.

"엄마가 프레드와 조지 형의 방을 청소하다가 한 다발이나 되는 상품 주문 용지를

발견했어. 그건 형들이 발명한 물건을 적어 놓을 굉장히 기다란 목록이야. 형들은 그

발명품들의 정가도 매겨 놓았지. 너도 알잖아. 장난을 치는 도구 말이야. 정말 기막힌

것들이야. 나는 형들이 그런 걸 발명했을 줄은 꿈에도 몰랐어……."

론은 고개를 돌려서 해리를 쳐다보았다.

"우리는 오랫동안 오빠들 방에서 뭔가가 폭발하는 소리를 듣긴 했지만, 실제로 두 사람이

그런 물건을 만들고 있는 줄은 전혀 몰랐어. 우리는 그저 오빠들이 시끄러운 소리를 내는

걸 좋아한다고만 생각했지 뭐야."

지니가 계단을 올라가면서 말했다. 그러자 론이 차분한 목소리로 설명을 계속했다.

"하지만 형들이 발명한 물건 대부분은-아니, 사실은 전부 다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거야-

약간씩 흠이 있어. 그건…… 그물건들이 조금 위험하다는 거야. 그런데 형들은 그걸

호그와트 학생들에게 팔아서 돈을 벌 계획을 세우고 있었던 거야. 당연히 엄마는 노발대발

하셨지. 다시는 그런 물건을 만들지 못하도록 하겠다고 단단히 엄포를 놓은 후에 상품 주문

용지를 몽땅 불태우고 말았어……. 그렇지 않아도 엄마는 형들에게 굉장히 화가 나 있던

참이었어. 그러던 차에 이런 일이 터지고 만 거야. 형들은 엄마가 예상했던 것보다 O.W.L.

많이 받지 못했거든."

O.W.L.(Ordinary Wizarding Levels, 표준 마법사 수준)은 마법사의 수준을 나타내는

표준적인 지표로, 호그와트의 학생들이 열다섯 살 때 치르는 시험이었다.

"그 후에 얼마나 큰 소동이 벌어졌는지 몰라." 지니가 한숨을 내쉬면서 말했다. "엄마는

내심 오빠들이 아버지처럼 마법부에 들어가서 일하기를 기대하고 있었어. 하지만 오빠들의

생각은 전혀 달랐지. 오빠들은 그저 장난감 가게나 차리고 싶을 뿐이라고 대답했어."

바로 그때 두 번째 층계참의 문이 벌컥 열리더니 뿔테 안경을 낀 사람의 모습이

나타났다. 그 사람은 몹시 화가 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안녕, 퍼시."

해리가 반가운 목소리로 인사했다.

"오, 안녕. 해리!" 퍼시가 해리를 향해 고개를 돌리면서 말했다. "나는 지금 일하고 있는

중이야. 서둘러 작성해야 할 보고서가 있어서……. 사람들이 계속 쿵쾅거리면서 계단을

오르락내리락 하니까 도무지 일에 몰두할 수가 없잖니. 나는 시끄럽게 떠들어대는 사람은

딱 질색이야."

론이 화를 내면서 소리쳤다. "우리는 쿵쾅거리지 않았어. 그저 걸어갔을 뿐이란 말이야.

어쨌거나 마법부의 일급 비밀 작업에 방해가 되었다니 미안해."

"지금 하고 있는 일이 뭔데?"

해리가 묻자, 퍼시는 자랑스러운 듯이 어깨를 으쓱하면서 대답했다.

"국제 마법 협력부에 제출할 보고서야. 우리는 큰 냄비의 두께를 표준화하기 위한 작업에

착수했어. 외국에서 수입하는 냄비 중의 일부가 너무 얇단 말이야. 심지어 냄비가 새는

경우도 발생했어. 불량 냄비는 연간 3퍼센트 정도로 점차 증가하는 추세에 있어."

그러자 론이 비꼬면 말했다.

"그래, 정말 대단한 보고서네. 세상을 바꾸어 놓을 수도 있겠는 걸? 얼마 안 있어 <예언자

일보>의 1면을 장식하겠지. '불량 냄비' 뭐 이런 제목으로……."

"론, 너는 비웃을지도 모르지." 퍼시는 얼굴을 붉히면서 약간 흥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그런 국제법을 마련해서 하루 빨리 규격을 통일하지 않으면, 나중에는 바닥이 아주

얇은 불량 냄비들이 시중에 흘러 넘치게 될 거야. 만약 그렇게 되면 아주 위험한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어."

"그래, 그래, 알았어."

론은 건성으로 대답하면서 다시 위층으로 올라갔다. 퍼시는 짜증을 내면서 거칠게

방문을 닫았다. 해리와 헤르미온느와 지니는 론의 뒤를 따라서 부지런히 계단을 올라갔다.

위즐리 부인이 식당에서 지르는 성난 고함 소리가 그들이 있는 곳까지 쩌렁쩌렁 울렸다.

위즐리 씨가 태피 사건에 대해서 솔직하게 털어놓고 있는 모양이었다.

마침내 그들은 꼭대기에 있는 다락방에 도착했다. 론이 잠을 자는 그 다락방은 지난

번에 해리가 머물렀을 때와 별로 달라진 게 없었다. 처들리 캐논 팀의 포스터가 벽과

기울어진 천장에 다닥다닥 붙어 있었다. 처들리 캐논은 론이 가장 좋아하는 퀴다치

팀이었다. 해리는 예전에 개구리알이 들어 있던 창가의 수족관으로 시선을 돌렸다. 수족관은

여전히 그 자리에 놓여 있었지만, 그 속에 들어 있는 것은 더 이상 개구리알이 아니었다.

굉장히 큰 개구리 한 마리가 떡 버티고 있었던 것이다.

론이 기르던 애완용 생쥐 스캐버스는 흔적조차 찾아볼 수 없었다. 그 대신에 작은 회색

부엉이가 새장 속에 들어 있었다. 그 부엉이는 펄쩍펄쩍 뛰면서 미친 듯이 지저귀고 있었다.

해리도 이미 그 부엉이를 잘 알고 있었다. 프리벳 가 4번지까지 날아와서 론의 편지를

배달해 주었던 바로 그 부엉이였다.

"시끄러워, 피그." 론이 비좁은 다락방에 억지로 쑤셔 넣은 듯한 네 개의 침대 사이로

지나가면서 말했다. "프레드 형과 조지 형이 우리와 함께 이방을 쓰게 될 거야, 해리. 빌

형과 찰리 형이 쌍둥이 형들의 방을 쓰고 있기 때문이야." 론이 해리를 쳐다보면서 말했다.

"퍼시 형은 일을 해야 하기 때문에 독방을 쓰기로 했어."

"어째서…… 저 부엉이를 '피그'라고 부르는 거니?"

해리가 궁금하다는 듯이 물었다.

"저 부엉이가 너무나 멍청하기 때문이야. 원래 이름은 피그위존이지만……."

지니가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면서 대답했다.

"맞아. 하지만 피그위존이라는 이름은 전혀 멍청한 느낌이 들지 않잖아?" 론이 새장 속에

들어 있는 부엉이를 흘낏 쳐다보면서 빈정거리는 말투로 설명했다. "지니가 저 부엉이를

피그라고 불렀거든. 지니는 저 부엉이가 귀엽다는 거야. 그래서 나는 부엉이의 이름을 다른

걸로 바꾸려고 했지. 하지만 이미 너무 늦고 말았어. 저 부엉이는 다른 이름을 부르면 도통

대답을 하지 않아. 이제는 어쩔 수 없이 그냥 피그라고 불러. 부엉이는 일부러 새장 속에

가둬 놓았어. 왜냐하면 저 부엉이가 잠시도 가만히 있질 않고 에롤과 헤르메스를 귀찮게

하기 때문이야. 사실은 나도 저 부엉이가 몹시 귀찮아."

피그위존은 부엉부엉 소리를 내면서 행복한 듯이 새장 안을 빙 돌았다. 하지만 해리는

론의 말을 별로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해리는 론의 성격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론은 예전에 갖고 있던 애완용 생쥐 스캐버스에 대해서도 불평을 잔뜩 늘어놓았다. 그러나

막상 스캐버스가 사라지자, 론은 몹시 낙담하면서 헤르미온느와 싸우기가지 했었다.

헤르미온느의 고양이 크룩생크가 그 생쥐를 잡아먹은 줄 알았던 것이다.

"크룩생크는 지금 어디 있어?"

해리가 헤르미온느를 쳐다보면서 물었다.

"아마 마당에 있을 거야. 크룩생크는 땅신령들을 쫓아다니는게 아주 좋은 모양이야.

지금까지 그런 걸 한 번도 본 적이 없어서……."

헤르미온느가 마당으로 눈길을 돌리면서 대답했다.

"퍼시 형은 어떻게 지내? 마법부에서 일하는 걸 좋아하는 것 같던데……."

해리는 물어보면서 침대에 걸터앉아 천장에 붙어 있는 처들리 캐논 팀의 포스터들을

힐끗 쳐다보았다. 포스터 속의 선수들이 붕붕 날아다니고 있었다.

"좋아하는 정도가 아니야!" 론이 투덜거리면서 대답했다. "완전히 푹 빠졌어. 아빠가

억지로 부르지 않았으면 아직까지도 마법부에 틀어박혀 있었을 거야. 집에 올 생각조차

하지 않았겠지. 퍼시 형은 입만 벌리면 상관에 대한 이야기를 줄줄 늘어놓고 있어. 크라우치

씨에 따르면……, 크라우치 씨는 내 말을 듣고……, 크라우치 씨의 생각은……, 크라우치

씨가 말하길……, 크라우치 씨와 퍼시 형은 너무나 사이가 좋아. 두 사람은 곧 약혼이라도

발표할 거야."

"여름 방학은 잘 보냈니, 해리? 우리가 보낸 음식물 소포는 받았어?"

헤르미온느가 해리를 쳐다보면서 물었다.

"응, 정말 고마웠어. 맛있는 케이크 덕분에 간신히 위기를 넘길 수 있었지."

해리가 미소를 지으면서 대답했다.

"그런데 소식은 들었니?"

론은 무슨 말을 꺼내려고 하다가 헤르미온느의 싸늘한 표정을 보고 깜짝 놀라서 입을 꾹

다물었다. 문득 해리는 론이 시리우스에 대해서 물어보려 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론과 헤르미온느는 해리만큼이나 시리우스의 안부에 커다란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해리가 시리우스를 구출할 때, 론과 헤르미온느도 많은 도움을 주었던 것이다. 그들은

시리우스가 결백하다는 사실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지니 앞에서 시리우스에

대해 말하는 건 그다지 좋은 생각이 아니었다. 그들이 시리우스를 구출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은 오직 덤블도어 교수뿐이었다.

"이제 겨우 소동이 끝난 것 같은데?" 헤르미온느가 어색한 순간을 모면하기 위해 재빨리

얼버무렸다. 왜냐하면 지니가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론과 해리를 물끄러미 응시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몰리 아줌마는 지금 저녁 식사 준비를 하고 계실거야. 우리가 좀 도와드리는 게

어떨까?"

"그래, 좋아."

론이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했다. 그들은 다락방에서 나와 다시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위즐리 부인은 혼자서 음식을 만들고 있었다.

"저녁 식사는 마당에서 하기로 했다. 열한 명이 식사를 하기에는 이곳이 비좁지 않겠니?

접시를 좀 마당으로 날라 주겠니, 얘들아? 빌과 찰리가 상을 차리고 있단다. 론과 해리는

포크와 나이프를 좀 맡아 다오." 위즐리 부인은 싱크대에 잔뜩 쌓여 있는 감자들을 향해

거칠게 요술지팡이를 휘둘렀다. 그런데 위즐리 부인이 의도했던 것보다 조금 세게 마법이

걸린 것 같았다. 감자들은 정신없이 껍질이 벗겨지면서 벽과 천장으로 마구 튀어올랐다.

"오, 이럴 수가!" 위즐리 부인은 요술지팡이로 쓰레받기를 겨냥하면서 신경질적으로

소리쳤다. 그러자 쓰레받기가 허공을 가로지르면서 날아가더니, 감자들을 쓸어 담아서

싱크대 속에 집어넣었다. "저 말썽꾸러기 녀석들을 그냥!"

찬장에서 중국식 냄비와 팬을 꺼내던 위즐리 부인이 몹시 화가 난 목소리로 말했다.

위즐리 부인은 프레드와 조지의 행동에 대해 아직도 화가 풀리지 않은 것 같았다.

"저 녀석들은 도대체 뭐가 되려고 저러는 걸까? 정말로 모르겠어. 야심도 없는 것

같고……. 그냥 말썽만 피우지 않아도……."

위즐리 부인은 커다란 구리 냄비를 꺼내서 식탁 위에 털썩 내려놓고는 요술지팡이를

집어놓고 휘젓기 시작했다. 요술지팡이 끝에서 크림색의 소스가 흘러나왔다.

"머리가 나쁜 것도 아닌데……." 위즐리 부인이 냄비를 스토브로 가져가 요술지팡이를 또

한 번 쿡 찔러 불을 켜면서 계속해서 화를 냈다. "저 녀석들은 머리를 엉뚱한 데다 쓰고

있어. 어떻게 해야 정신을 차릴까? 이런 식으로 계속 말썽만 부리다가는 나중에 진짜

곤란하게 될 거야. 다른 애들은 그렇지 않은데 어째서 쟤들만 저 모양인지 모르겠어.

호그와트에서는 하루가 멀다 하고 저 녀석들 문제로 부엉이가 날아들고. 이러다간 마법을

부적절하게 사용한 죄로 마법부에 불려가게 되고 말 거야."

위즐리 부인이 요술지팡이로 나이프와 포크와 스푼을 비롯한 식기들이 잔뜩 들어 있는

서랍을 꾹 찌르자 서랍이 확 열렸다. 해리와 론은 몇 자루의 칼이 허공으로 붕 날아오는

것을 보고 깜짝 놀라서 냉큼 물로났다. 칼은 싱크대 속에 내던져졌던 감자들을 잘게 썰기

시작했다.

"쟤들이 왜 저러는지 아무리 생각해도 모르겠단 말이야." 위즐리 부인은 요술지팡이로

내려놓고 다른 냄비를 꺼내기 시작했다. "몇 년 동안 항상 저런 식이었어. 좀 잠잠하다

싶으면 또 터지고……. 도대체 말을 들어먹어야 말이지……. 이런……. 이번에도 또!"

위즐리 부인이 식탁 위에 있던 요술지팡이를 다시 집어든 순간, 요술지팡이가 날카로운

소리를 내더니 어느새 거대한 고무 생쥐로 변하고 만 것이다.

"가짜 요술지팡이야!" 위즐리 부인이 짜증을 내며 소리질렀다. "이런 물건을 아무 데나

굴러다니게 하지 말라고 그렇게 일렀거늘!" 위즐리 부인은 진짜 요술지팡이를 집어 들고 빙

돌아섰다. 스토브에 올려놓은 냄비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소스가 타고 있었던

것이다.

"이리 와, 해리." 론은 활짝 열린 서랍에서 포크와 나이프를 한 줌 집어 들더니 다급한

목소리로 말했다. "가서 빌 형과 찰리 형이나 돕자."

그들은 슬금슬금 위즐리 부인의 눈치를 보면서 뒷마당으로 나가는 문 쪽으로 걸어갔다.

그런데 몇 걸음 가지 않아서 헤르미온느의 안짱다리 황갈색 고양이 크룩생크가 꼭 더러운

감자처럼 보이는 것을 뒤쫓아 달려오는 모습을 보았다. 크룩생크는 쇠뜨기풀처럼 생긴

꼬리를 하늘 높이 치켜들고 있었다.

해리는 크룩생크가 뒤쫓고 있는 것이 땅신령이라는 사실을 금방 알아차렸다. 그

땅신령의 키는 25센티미터도 채 되지 않았다. 작은 발로 종종걸음을 치면서 이리저리

돌아다니던 작달막한 땅신령은 문가에 흩어져 있는 기다란 장화 속으로 앞발을

집어넣었지만 미처 닿지 않았다. 그러자 땅신령이 당장이라도 숨이 넘어갈 것처럼

낄낄거리면서 웃는 소리가 들렸다.

갑자기 뒷마당에서 요란한 소리가 들렸다. 해리와 론은 무슨 영문인지 알아보려고

서둘러 마당으로 나갔다. 빌과 찰리가 요술지팡이를 꺼내들고 서로를 노려보고 있었다.

비로소 해리와 론은 소동의 원인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 빌과 찰리가 낡아 빠진 식탁 두

개에 마법을 걸었던 것이다. 마법에 걸린 식탁들은 하늘 높이 날아다니면서 서로 상대방을

떨어뜨리기 위해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고 있었다.

프레드와 조지는 환호성을 질렀으며, 지니는 재미있다는 듯이 웃음을 터뜨렸다.

헤르미온느도 울타리 근처에서 흥미롭게 그 대결을 지켜보고 있었다. 하지만 헤르미온느의

얼굴에는 약간 근심스러운 기색이 떠올랐다. 만약 위즐리 부인이 이 소동을 본다면 또다시

화를 낼 것이 너무나 뻔했기 때문이다. 빌의 식탁이 허공에서 충돌했다. 찰리의 식탁은 그만

다리가 우지끈 부러지고 말았다.

그런데 누군가 창문을 여는 소리가 들렸다. 마당에 있던 사람들은 일제히 고개를

들어서 창문을 올려다보았다. 창문 밖으로 고개를 불쑥 내밀고 있는 퍼시의 모습이 보였다.

"좀 조용히 해줄래?"

퍼시가 큰 소리로 외쳤다.

"미안해, 퍼시. 냄비 바닥에 대한 보고서는 잘 되고 있니?"

빌이 씩 웃으면서 물었다.

"아냐. 그 일은 아주 복잡하단 말이야."

퍼시는 기분이 언짢은 것처럼 투덜거리면서 창문을 쾅 닫았다. 빌과 찰리는

킬킬거리면서 웃음을 터뜨리더니 식탁이 다시 안전하게 잔디밭으로 내려오도록 만들었다.

빌은 부러진 식탁 다리를 요술지팡이로 살짝 건드려서 금방 원래대로 고쳐 놓았다. 빌이

소환 마법을 쓰자 식탁보들이 허공을 가로질러 날아오기 시작했다.

오후 7시가 되자 아홉 명의 위즐리 가족과 해리와 헤르미온느는 야외에서 성대한 만찬을

즐겼다. 위즐리 부인은 먹음직스러운 음식들을 상다리가 휘어지도록 차려 놓았다.

해리는 마치 천국에 온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여름 내내 해리는 조금씩 썩어 가는

케이크만 먹고 살았던 것이다. 해리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그저 묵묵히 듣기만 하면서

치킨과 햄 파이, 갊은 감자, 샐러드를 닥치는 대로 먹어 치웠다. 식탁 맨 끝자리에 앉아

있던 퍼시가 아버지를 쳐다보면서 냄비 바닥에 대해 말하고 있었다.

"저는 크라우치 씨에게 화요일까지 그 보고서를 모두 다 작성해 놓겠다고 약속했어요."

퍼시가 거드름을 피우면서 말했다. "물론 그건 크라우치 씨가 예상했던 것보다 조금 빠르긴

해요. 하지만 전 마법부에서 가장 유능한 사람이 되고 싶어요. 그 보고서를 완성하면

크라우치 씨도 제 능력을 인정할 수밖에 없을 거예요. 그러니까 제 말은…… 요즘 우리

부서가 굉장히 바쁘다는 뜻이에요. 월드컵 준비를 하고 있기 때문이죠. 그런데 우리는 정작

필요한 지원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어요. 마법게임 및 스포츠부의 책임자인 루도 베그만

씨가……."

"나는 루도가 마음에 든단다." 위즐리 씨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우리에게 월드컵

티켓을 구해 준 사람이 바로 그분 아니냐. 게다가 그 티켓은 일등석이거든. 물론 내가 그

사람을 위해 힘을 좀 써주긴 했지. 루도의 동생 오토가 초자연적인 힘을 지닌 잔디 깎는

기계 때문에 곤란한 처지에 놓인 적이 있었는데 내가 나서서 잘 처리해 주었단다."

"맞아요. 루도 베그만 씨는 호감이 가는 분이긴 하죠." 퍼시가 약간 건방진 태도로 말을

이었다. "그런데 저는 루도 베그만 씨가 어떻게 해서 그 부서의 책임자가 된 건지 도통

모르겠어요……. 특히 크라우치 씨와 비교해 봤을 때 말이에요! 얼마 전에 마법 게임 및

스포츠부에서 일하던 직원 한 명이 사라졌어요. 그런데 루도 베그만 씨는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알아볼 생각조차 하지 않는 것 같아요. 만약 크라우치 씨라면 절대로 그런

식으로 행동하진 않을 거예요. 아버지도 버사 조킨스가 벌써 한 달째 실종되었다는 사실을

알고 계시죠? 버사 조킨스는 알바니아로 휴가를 떠났다가 아직까지도 돌아오지 않고

있어요."

위즐리 씨가 눈살을 찌푸리면서 말했다. "그해, 나도 루도를 만난 자리에서 그 일에 대해

물어 봤단다. 그런데 루도의 말에 따르면, 버사는 이전에도 몇 차례나 실종된 적이 있다는

거야. 그래서 이번에도 조금만 더 기다리면 어디선가 불쑥 나타날 거라고 생각하더구나.

그렇지만 만약 우리 부서의 직원이 실종됐다면, 나는 몹시 걱정하고 있었을 텐데 말야……."

퍼시가 투덜거리면서 말했다. "그래요. 버사는 정말 구제불능이에요. 저도 버사가 이

부서 저 부서 자주 자리를 옮겼다는 소리를 들었어요. 하지만 그건 능력이 있어서가 아니라

자꾸만 문제를 일으켰기 때문이죠……. 그래도 루도 베그만 씨는 버사를 찾기 위해

노력해야 하지 않나요? 루도 베그만 씨는 그 부서의 책임자가 아닌가요? 크라우치 씨는 이

일에 대해 개인적으로 큰 관심을 갖고 계세요. 버사는 국제 마법 협력부에서 잠깐 일했던

적이 있었죠. 제 생각에는 크라우치 씨가 버사를 꽤 좋아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루도

베그만 씨는 그저 계속 웃기만 할 뿐이에요. 아마도 지도를 잘못 본 버사가 실수로

알바니아가 아니라 오스트레일리아로 갔을 거라고 말하면서……." 퍼시는 한숨을 푹

내쉬더니 식탁 위에 놓여 있던 과실주를 벌컥벌컥 들이마셨다. "하지만 우리 국제 마법

협력부가 처리해야 할 일들이 산더미처럼 잔뜩 쌓여 있어요. 다른 부서의 직원을 찾는 일에

신경을 쓸 만한 겨를이 없다구요. 아버지도 이미 알고 있는 것처럼, 우리 부서는 월드컵

직후에 열릴 또 다른 행사를 준비하고 있잖아요."

퍼시는 목청을 가다듬으면서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해리와 론과 헤르미온느가 앉아 있는

곳을 슬쩍 쳐다보았다. "아버지는 제가 뭘 말하고 있는지 아실 거예요." 퍼시는 일부러

목소리를 약간 높였다. "그건 일급 비밀 사항이죠."

"퍼시 형은 마법부에서 일하기 시작한 다음부터 줄곧 일급 비밀 사항이라는 그 행사를

입에 달고 다녔어. 그래도 우리가 물어보지 않으니까 안달이 난 거야. 하지만 보나마나

바닥이 두꺼운 냄비 전시회 같은 것이겠지."

론이 해리와 헤르미온느를 향해 고개를 돌리면서 중얼거렸다. 위즐리 부인과 빌은 한창

언쟁을 벌이고 있는 중이었다. 빌의 귀고리가 위즐리 부인을 자극했던 것이다.

"빌, 그런 소름끼치는 어금니를 귀에 달고 다니면, 은행 사람들이 뭐라고 하겠니?"

"엄마, 저는 국내로 반입되는 보물들을 아주 많이 유치하고 있어요. 저는 제가 맡은 일만

열심히 하면 되는 거예요. 은행 사람들은 아무도 저의 차림새에 대해서 간섭하지 않아요."

빌이 느긋하게 말했다.

"머리는 또 이게 무슨 꼴이니, 빌?" 위즐리 부인이 요술지팡이를 어루만지면서 은근한

목소리로 말했다. "아무래도 내가 좀 다듬어 줬으면 좋겠구나……."

그때 지니가 불쑥 기어들었다. "하지만 난 마음에 드는데? 엄마는 너무 구식이야. 물론

덤블도어 교수님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지만……."

프레드와 조지와 칠리는 퀴디치 월드컵에 대해서 신나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우승은 아일래드가 차지할 거야." 찰리가 입 속에 잔뜩 감자를 쑤셔 넣으면서 말했다.

"아일랜드는 준결승전에서 아주 간단하게 페루를 쓰러뜨렸어."

"하지만 불가리아에는 빅터 크룸이 버티고 있어. 만만하게 볼 수 있는 팀이 아니야.."

프레드가 신중한 목소리로 말했다.

"불가리아에는 훌륭한 선수가 크롬 한 명뿐이지만, 아일랜드에는 일곱 명의 선수가 모두

다 훌륭해." 찰리가 단호하게 말했다. "하지만 잉글랜드가 진출했으면 더욱 좋았을

텐데……. 이게 무슨 창피야."

"무슨 일이 있었는데?"

해리가 물었다. 여름 방학 동안 줄곧 프리벳 가에 갇혀 있었던 해리는 마법 세계의

소식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더즐리 가족과 함께 지내고 있는 동안에는 마법 세계와 완전히

단절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해리는 이것을 몹시 안타까워했다.

퀴디치는 해리가 가장 좋아하는 운동이었다. 해리는 1학년 때부터 줄곧 그리핀도르

기숙하의 퀴티치 팀에서 수색꾼으로 활약하고 있었다. 게다가 세계 최고의 경주용 빗자루인

파이어볼트도 갖고 있었다.

찰 리가 침울하게 말했다.

"잉글랜드와 트란실바니아의 경기는 그야말로 충격적이었지. 잉글랜드가 390대 10으로

지고 말았어. 웨일스는 우간다에게 무릎을 꿇었고, 스코틀랜드도 룩셈부르크에게 완패당하고

말았어."

집에서 만든 딸기 아이스크림을 먹기 전에 위즐리 씨가 마법으로 촛불을 밝혔다. 식사를

끝마칠 무렵에는 나방들이 식탁 주위를 날아다니고 있었다. 한 줄기 바람이 스치고

지나갔다. 해리는 싱그러운 풀내음과 인동덩굴 꽃향기를 맡을 수 있었다. 너무나 아늑하고

평화로운 시간이었다. 땅신령 몇몇이 장미나무 사이로 뛰어다니면서 미친 듯이 웃어대고

있었다. 크룩생크는 여전히 땅신령들을 바짝 뒤쫓고 있었다.

"그런데 해리……. 시리우스는 어떻게 지내고 있니? 무슨 소식이라도 들었어?"

론은 다른 가족들이 모두들 대화에 열중하고 있는지 확인한 후에 조심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론의 시선이 해리는 향하고 있었다. 헤르미온느도 조용히 귀를 기울였다.

다행스럽게도 그들에게 신경을 쓰는 사람은 아무도 없는 것 같았다.

"응." 해리가 고개를 끄덕이면서 대답했다. "두 번. 그럭저럭 잘 지내고 있는 것 같아.

그렇지 않아도 어제 시리우스에게 편지를 보냈어. 내가 여기에 있는 동안 혹시 답장을

할지도 몰라."

갑자기 해리의 머리 속에서 시리우스에게 편지를 보낸 이유가 떠올랐다. 해리는

순간적으로 이마의 흉터가 다시 아팠던 것에 대해 말할 뻔했다……. 그리고 무서운

악몽도……. 하지만 해리는 론과 헤르미온느에게 걱정을 끼치고 싶지 않았다.

위즐리 부인이 손목시계를 보면서 말했다.

"시간이 벌써 이렇게 됐네. 이제는 모두들 잠자리에 드는 게 좋겠구나. 월드컵이 열리는

경기장에 가려면 아침 일찍 일어나야 할 테니까……. 해리, 학교에 가져가야 할 물건의

목록을 적어 놓도록 해라. 내가 내일 다이애건 앨리에 가서 네 물건을 사다주도록 하마.

어차피 다른 아이들의 물건도 구입해야 하니까……. 월드컵 이후에는 시간이 없을지도 몰라.

지난 번에는 경기가 무려 닷새 동안이나 열렸단 말이야."

"이번에도 그랬으면 좋겠어요!"

해리가 열광하면서 환호성을 질렀다.

"난 싫어. 만약 닷새 동안이나 일을 하지 않으면 내 사무실의 미결 서류함은 엉망이 되고

말 거야. 생각만 해도 몸서리가 쳐질 지경이야."

퍼시가 머리를 흔들면서 말했다.

"맞아, 누군가가 그 안에 또다시 용의 똥을 살짝 넣어 둘지도 모르지. 안 그래, 형?"

프레드가 짓궂은 미소를 지으면서 물었다.

"그건 노르웨이에서 온 비료 샘플이었어!" 퍼시가 얼굴을 붉히면서 대답했다. "전혀

개인적인 일이 아니었다구!"

"아니긴 뭐가 아냐." 그들이 식탁에서 일어날 때, 프레드가 작은 목소리로 해리에게

속삭였다. "그걸 보낸 사람은 바로 우리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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