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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장 속의 보가트
말포이는 슬리데린과 그리핀도르가 함께 듣는 마법의 약수업이 반쯤 지난 목요일 오
전 늦게서야 수업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오른팔에 붕대를 감고 마치 무시무시한 전
투에서 용감히 살아 돌아온 전사라도 되는 양, 걸어 매는 붕대를 매달고 거드럭거리며
지하 감옥으로 들어왔다.
"어떠니, 드레이코?" 팬시 파킨슨이 바보 같은 웃음을 지었다. "많이 아팠니?"
"그래." 말포이가 일부러 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그러나 해리는 팬시가 얼굴을 돌리
자 그가 크레이브와 고일에게 눈짓을 하는 걸 보았다.
"자리에 앉거라, 자리에 앉아." 스테이프 교수가 빈둥거리며 말했다.
해리와 론은 못마땅한 얼굴로 서로를 바라보았다. 그들이 만약 수업에 늦게 들어왔다
면 스네이프 교수는 "자리에 앉거라" 라고 말하기는커녕, 그들에게 심한 벌을 주었을
게 뻔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말포이는 스네이프 교수의 수업 시간에는 어떤 짓을 해
도 늘 아예 벌을 받지 않거나 가벼운 벌만 받고 넘어가기가 일쑤였다. 스네이프 교수는
슬리데린 기숙사의 담당 교수였는데, 자기 기숙사의 학생들과 다른 아이들을 눈에띄게
차별했다.
오늘 그들은 '몸을 오그라들게 하는' 새로운 마법의 약을 만들고 있었다. 말포이가
해리와 론 바로 옆에 냄비를 놓았으므로, 그들은 같은 책상에서 재료 준비를 하고 있었
다.
"선생님," 말포이가 외쳤다. "이 데이지 뿌리 자르는 데 도움이 필요해요, 제 팔이-"
"위즐리, 말포이의 뿌리 좀 잘라주거라." 스네이프 교수가 고개도 들지 않고 말했다.
론의 얼굴이 새빨개졌다.
"네 팔이 뭐가 어떻다고 그러는 거야." 그가 말포이에게 불만을 터뜨렸다.
말포이가 능글맞게 히죽히죽 웃었다.
"위즐리, 넌 스네이프 교수가 하신 말씀도 못 들었니. 이 뿌리를 좀 잘라."
론이 칼을 잡고 말포이의 뿌리를 끌어당기더니, 아무렇게나 뭉턱뭉턱 자르기 시작했
다.
"교수님." 말포이가 느릿느릿 말했다. "위즐리가 제 뿌리들을 못쓰개 만들고 있어요."
스네이프 교수가 그들의 책상으로 다가와 그 뿌리를 빤히 내려다보더니 론에게 심술
궂게 웃어 보였다.
"말포이와 뿌리를 바꾸거라, 위즐리."
"하지만 선생님-"
론은 남은 15분 동안 내내 자기 뿌리를 정확히 똑같은 크기로 조심스럽게 토막내면
서 보내야 했다.
"자." 스네이프 교수가 심상치 않은 목소리로 말했다.
론은 아주 반듯하게 썰린 뿌리들을 말포이에게 밀어낸 뒤, 칼을 다시 집어들었다.
"그리고 선생님. 전 이 오그라든 무화과나무 껍질도 벗겨야해요." 말포이가 심술이
뚝뚝 떨어지는 목소리로 말했다.
"포터, 말포이의 무화과나무 껍질 좀 벗겨주거라." 스네이프 교수가 언제나처럼 해리
에게 혐오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해리가 말포이의 무화과나무를 마지못해 가져갔을 때 론은 자신이 사용해야만 하는,
엉망이 된 뿌리들을 손질하기 시작했다. 해리는 될 수 있는 대로 빨리 무화과나무 껍질
을 벗긴뒤 아무 말 없이 다시 말포이게게 내던졌다. 말포이는 그 어느때보다도 더 노골
적으로 히죽대고 있었다.
"너희들 최근에 해그리드 봤니?" 그가 그들에게 조용히 물었다.
"그건 네가 알아서 뭐해." 론이 얼굴도 들지 않고 퉁명스럽게 말했다.
"혹시 그가 더 이상 선생 노릇을 하지 못하게 되는 건 아닐까 해서 그러지." 말포이
가 짐짓 슬픈 듯한 어조로 말했다. "아버지는 내가 다친 걸 보시고 기분이 별로 좋지
않으셨거든-"
"한마디만 더 해봐, 말포이. 그랬다간 진짜 다치게 해줄 테니까." 론이 으르렁거렸다.
"- 아버지는 학교 이사들에게 불만을 털어놓으셨어. 그리고 마법부 장관에게도, 우리
아버지는 너희들도 알다시피 굉장한 영양력을 갖고 계시잖아. 그리고 이렇게 오래 가는
상처는," - 그가 가짜로 한숨을 쉬는 척했다 - "혹시 내 팔이 영원히 원래대로 되지 않
을지도 모르잖아?"
"그러니까 그게 바로 네 녀석이 붕대를 매고 있는 이유로군." 해리가 말했다. 그는
너무나 화가 난 나머지 손이 떨리고 있었으므로 실수로 그만 죽은 애벌레의 목을 베고
말았다. "래그리드를 파면시키려고."
"글쎄." 말포이가 목소리를 낮춰 작은 소리로 속삭였다. "어느정도는 그렇다고도 할
수 있지, 포터. 하지만 다른 이득들도 있어. 위즐리, 내 애벌레 좀 썰어 줘."
몇 자리 건너에서는 네빌이 꾸지람을 받고 있었다. 네빌은 마법의 약 수업시간마다
제대로 한 적이 별로 없었다. 이것이 그가 가장 못하는 과목인 데다 스네이프 교수에
대한 엄청난 두려움이 상황을 열 배는 더 악화시켰다. 밝은 초록색이 되어야 할 그의
약이 -
"오랜지빛이잖아, 롱바텀." 스네이프 교수가 모두가 볼 수 있도록 국자로 조금 퍼 오
렸다가 다시 냄비 속으로 철퍼덕 쏟아 넣으면 말했다. "오렌지빛. 이 녀석아, 넌 말귀도
못 알아듣니? 내가 쥐의 자리를 딱 한 개만 넣으라고 그렇게 여러 번 말했는데 내가
말할 땐 도대체 어디 갔다 온 거야? 거머리 즙은 아주 조금만 넣어도 충분하다고 내가
분명히 말했잖아? 도대체 어떻게 해야 말귀를 알아듣겠니, 어.롱바텀?"
네빌이 얼굴이 새빨개져서는 벌벌 떨고 있었다. 그는 금방이라도 울어버릴 것 같았
다.
"저-, 선생님." 헤르미논느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제가 네빌이 제대로 넣도록 도와줄
게요-"
"넌 나서지 말고 입 다물고 있어, 그레인저." 스네이프 교수가 차갑게 말하자 헤르미
온느도 네빌처럼 얼굴이 새빨개 졌다. "롱바텀, 수업이 끝날 즈음 이 마법의 약을 네
두꺼비에게 몇방울 먹여서 무슨 일이 벌어지나 보도록 하자. 그렇게 하면 네가 정신을
차릴지도 모르니까."
스네이프 교수가 겁에 질려 숩도 쉬지 못하고 있는 네빌을 내버려두고 앞쪽으로 가
버렸다.
"나 좀 도와줘!" 그가 헤르미온느에게 끙끙대며 말했다.
"야, 해리." 시무스 피니간이 해리의 놋쇠 저울을 빌리려고 허리를 굽히며 말했다. "
너 들었니? 오늘 아침 '예언자 일보' 에 났는데 - 시리우스 블랙을 발견했다."
"어디서?" 해리와 론이 얼른 물었다. 책상 맞은편에서는 말포이가 고개를 들고 열심
히 귀기울였다.
"여기서 그다지 멀지 않은 곳이야." 시무스가 흥분한 얼굴로 말했다. "어떤 머글이
보았대나봐. 물론 그를 본 여자는 블랙이 얼마나 무서운 죄수인지 확실히 알지는 못했
겠지. 머글들은 그가 그저 보통 죄수라고 생각하잖아, 안 그래? 어쨌든 그녀가 긴급 직
통 전화로 전화를 걸었대. 하지만 마법부가 그곳에 도착했을 즈음에 그는 사라지고 없
었대나봐."
"여기서 그다지 멀지 않은 곳이라..." 론이 의미 심장한 얼굴로 해리를 바라보며 말했
다. 그가 돌아다보자 말포이가 뚫어지게 그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뭐야,말포이? 뭐 또
껍질 벗길 거라도 있니?"
하지만 말포이는 눈을 심술궂게 번득이며 해리를 노려보고 있었다. 그가 해리 쪽으로
상체를 구부렸다.
"블랙을 한 손으로 잡기라도 할 생각이니, 포터?"
"그래,맞아." 해리가 무심코 말했다.
말포이의 가느다란 입술이 비열한 미소로 비틀려졌다.
"물론 나라면," 그가 조용히 말했다. "지금쯤은 벌써 뭔가를했을 거야. 난 모범생처
럼 학교에 머물러 있지는 않았을 거야. 그를 찾아 나섰지."
"너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거니, 말포이?" 론이 거칠게 말했다.
"모르니,포터?" 말포이가 흐리멍덩한 눈을 가늘게 뜨며 속삭이듯이 말했다. ]
"뭘?"
말포이가 낮게 코웃음을 쳤다.
"어쩌면 목숨을 걸지 않는 게 나을지도 모르지." 그가 말했다. "디멘터들에게 맡겨두
고 싶은 거지, 그렇지? 하지만 나라면, 복수를 하고 싶을 거야. 내가 직접 나서서 그를
잡을 거라구."
"너 도대체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거니?" 해리가 더 이상 화를 참지 못하고 한마디
하는 순간에 스네이프 교수가 외쳤다. "지금쯤은 재료들을 넣는 건 다 끝냈어야 한다.
그리고 이 마법의 약은 마시기 전에 약한 불로 끓여야 하니까, 부글부글 끓고 있는 동
안 치워두었다가 롱바텀의...."
네빌이 땀을 뻘뻘 흘리며 약물을 열심히 젖고 있는 걸 지켜보며 크레이브와 고일이
큰소리로 낄낄거렸다. 헤르미온느는 스네이프 교수가 눈치 채지 못하도록 살짝살짝 그
에게 작은 소리로 가르쳐주고 있었다. 해리와 론은 사용하지 않은 재료들을 싸서 치워
놓고는 손과 국자를 씻으러 한쪽 구석에 있는 돌 싱크대로 갔다.
"말포이가 한 말이 무슨 뜻일까?" 해리가 이무기 돌의 주둥이에서 흘러나오는 얼음
장처럼 차가운 물에 손을 내밀며 론에게 중얼거렸다. "내가 왜 블랙에게 복수를 하고
싶어해야 하는지? 그는 내게 아무 짓도 하지 않았는데- 아직."
그 녀석이 그냥 꾸며닌 말일 거야." 론이 여전히 화난 얼굴로 말했다. "네가 어리석
은 일을 하게 하려고 말야...."
수업 끝날 시간이 가까이 되자, 스네이프 교수가 네빌에게 성큼성큼 걸어갔다. 그는
냄비 옆에서 몸을 잔뜩 움츠리고 서있었다.
"모두들 이리로 모이세요." 스네이프 교수가 눈을 번득이며 말했다. "그리고 롱바텀
의 두꺼비에게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지켜보세요. 만일 그가 '몸을 오그라들게 하는'
마법의 약을 그럭저럭 잘 만들었다면, 두꺼비는 올챙이로 오그라들거예요, 만일, 물론
보나마나 그렇겠지만, 잘못 만들었다며, 그의 두꺼비는 죽어버리게 될 겁니다."
그리핀도르의 아이들이 걱정스럽게 바라본 반면, 슬리데린 아이들은 흥분한 것 같았
다. 스네이프 교수가 왼손으로 두꺼비 트레버를 집어들고는 작은 숟가락을 이제 초록색
이 되어 있는 네빌의 약물 속으로 푹 담갔다. 그리고는 트레버의 목구멍 속으로 몇 방
울을 똑똑 떨어뜨렸다.
트레버가 그 약을 꿀꺽 삼키는 순간, 모두가 쥐 죽은 듯 조용히 바라보았다. 작게 펑
하는 소리가 나더니 올챙이 트레버가 스네이프의 손바닥에서 꿈틀거리고 있었다.
그리핀도르 아이들이 박수 갈채를 보냈다. 스네이프 교수가 못마땅한 표정으로 망토
주머니에서 작은 병 하나를 꺼내, 올챙이 위에 몇 방울 떨어뜨리자 트레버가 다시 원래
의 모습으로 되돌아왔다.
"그리핀도르에서 5점 감점하겠어요." 스네이프 교수가 이렇게 말하자 모두의 얼굴에
서 미소가 사라졌다. "네빌을 도와주지 말라고 했지, 그레인저. 수업은 이것으로 마치겠
어요."
해리와 론과 헤르미온느는 현관 안의 홀로 가는 계단을 올라갔다. 해리가 좀전에 말
포이가 한 말에 대해 골똘히 생각하고 있는 동안, 론은 스네이프 교수에 대해 불평 불
만을 늘어놓고 있었다.
"마법의 약이 제대로 만들어졌다고 그리핀도르에서 5점 감점을 하다니! 넌 왜 거짓말
하지 않았니, 헤르미온느? 네빌이 혼자서 다 했다고 말했어야지!"
그러나 헤르미온느가 대답이 없었다. 론은 주위를 들러보았다.
"그 애가 어디로 갔지?"
해리도 역시 돌아섰다. 아이들이 점심을 먹으러 연회장으로 내려가고 있었다.
"우리 바로 뒤에 있었는데." 론이 얼굴을 찡그리며 말했다.
그때 말포이가 크레이브와 고일의 호위를 받으며 그들 옆으로 지나쳤다. 그는 해리에
게 능글맞게 웃어 보이고는 저만치 가버렸다.
"저기 있네." 해리가 말했다.
헤르미온느가 약간 헐떡이며 허둥지둥 계단을 올라오고 있었다. 한 손으로는 가방을
움켜잡고, 또 한 손으로는 망토 앞에 뭔가를 밀어 넣고 있는 것 같았다.
"너 어떻게 된 거니?" 론이 물었다.
"뭐가?" 헤르미온느가 되물었다.
"금방 우리 뒤에 있더니, 다시 계단 밑에 가 있으니 말야."
"뭐라구?" 헤르미온느는 약간 당황한 것 같았다. "어- 뭘 두고 와서 다시 가야 했거
든. 이런-"
헤르미온느의 가방 솔기가 터진 것이었다. 그러나 해리는 적혀 놀라지 않았다. 그는
그 가방 속에 커다란 무거운 책이 적어도 수십 권은 쑤셔 넣어져 있다는 걸 알고 있었
던 것이다.
"이것들은 왜 다 들고 다니는 거니?" 론이 그녀에게 물었다.
"내가 얼마나 많은 과목을 듣고 있는지는 너도 알잖아."헤르미온느가 헐떡이며 말했
다. "이것들 좀 들어줄래?"
"하지만-" 론은 그녀가 건네주는 책들을 뒤집에 그 표지를 보고 있었다. "오늘은 이
수업들은 없잖아. 오늘 오후엔 어둠의 마법 방어법뿐이잖아."
"그래." 헤르미온느가 모호하게 말했다. 하지만 그녀는 책을 모두 다시 터진 가방 속
으로 밀어 넣었다. "오늘 점심은 맛있는 거였으면 좋겠어. 배고파 죽겠어." 그녀는 이렇
게 덧붙이고 는 연회장 쪽으로 걸어갔다.
"헤르미온느가 우리에게 뭔가 숨기고 있는 것 같지 않니?" 론이 해리에게 물었다.
그들이 어둠의 마법 방어법 첫 수업을 받으러 갔을 때 루핀 교수는 아직 와 있지 않
았다. 그들이 모두 자리를 잡고 앉아 책과 깃펜과 양피지를 꺼내며 수다 떨고 이는데
그가 마침내 교실로 들어왔다. 루핀 교수는 희미한 미소를 지으며 자신의 초라한 서류
가방을 교탁 위에 올려놓았다. 그는 초라해 보이기는 여느 때나 매한가지였지만 영양가
있는 식사를 해서인지, 기차에서 만났을 때보다 훨씬 건강해 보였다.
"안녕하세요." 그가 말했다. "책들은 다 가방속에 다시 넣으세요. 오늘은 실습을 할
겄입니다. 요술지팡이만 꺼내 놓으세요."
학급 아이들이 책을 치우며 호기심 어린 시선을 교환했다. 그들은 작년에 그들을 가
르쳤던 선생님이 수업시간에 우리에 갇혀 요정들을 가져와 풀어놓았던 그 잊지 못할
수업 말고는, 어둠의 마법 방어법 수업에서 실습을 한 적이 한번도 없었다.
"자 그럼." 모두들 준비가 되자 루핀 교수가 말했다. "날 따라오세요."
어리둥절했지만 잔뜩 흥미를 느낀 아이들은 재빨리 일엇서 루핀 교수를 따라 교실
밖으로 나갔다. 그들이 아무도 없는 복도를 지나 모퉁이를 돌자 소리의 요정 피브스가
공중에서 거꾸로 둥둥 떠서 열쇠 구멍에 껌을 쑤셔 넣고 있었다.
피브스는 루핀 교수가 아주 가까이 다가갈 때까지도 고개를 들지 않았다. 그런데 그
가 발가락을 꼬부린 발을 흔들며 느닺없이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얼간이, 미치광이 루핀." 피브스가 노래를 했다. "얼ㄹ간이, 미치광이 루핀, 얼간이,
미치광이 루핀-"
퍼브스는 언제나 무례하고 다루기가 힘들기는 했지만, 선생님들에게는 그나마 약간의
경의를 표했었다. 모두가 루핀 교수의 반응을 보려고 그를 흘끗 바라보았다. 그런데 놀
랍게도, 그는 여전히 미소를 짓고 있었다.
'내가 너라면, 열쇠구멍에서 그 껌을 빼낼 거야,피브스." 그가 쾌활하게 말했다. "필치
씨가 빗자루를 가지러 들어갈 수가 없을 테니까 말야."
필치는 호그와트의 관리인으로, 학생들뿐만 아니라 물론 피브스와도 끊임없는 전쟁을
벌이고 있는 성미가 괴팍한, 마법을 부리지 못하는 마법사였다. 그러나 피브스는 루핀
교수의 말은 들은 척도 하지 않고 큰소리로 혀를 날름거리기만 했다.
루핀 교수가 한숨을 한번 짓더니 요술지팡이를 꺼냈다.
"이건 이런 때 쓰기에 유용한 주문이에요." 그가 어깨 너머로 학급 아이들에게 말했
다. "잘 지켜보세요."
그가 요술지팡이를 어깨 높이로 올리고는 "와다와시!"라고 외치며 그것을 피브스에게
갖다댔다.
그러자 열쇠구멍에 박혀 있던 껌 덩어리가 총알이 퉁겨나가는 것처럼 핑 하며 튀어
나가 곧장 피브스의 왼쪽 콧구멍 속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그가 핑핑 돌면서 욕설을 퍼
부으며 사라졌다.
"멎져요,선생님!" 딘 토마스가 놀라서 말했다.
"고맙다,딘." 루핀 교수가 지팡이를 다시 치우며 말했다. "그럼 계속 갈까?"
그들은 다시 출발했다. 학급 아이들은 이제 초라한 루핀 교수를 약간은 더 존경 어린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그는 그들을 다른 복도로 데려가더니 교무실 문 바로 밖에
서 멈춰 섰다.
"안으로 들어가거라." 루핀 교수가 문을 열고 물러서며 말했다.
전혀 어울리지 않게 낡은 의자들로 가득 찬 길다란 교무실에는 선생님이 딱 한 명밖
에 없었다. 아이들이 줄지어 들어오자 낮은 안락의자에 앉아있던 스네이프 교수가 돌아
보았다. 그의 눈은 반짝거렸고 입가엔 심술궂은 조소가 감돌았다. 루핀 교수가 안으로
들어와 문을 닫자 스네이프 교수가 말했다. "그냥 열어두게, 루핀. 난 여기에 없는 게
나을 것 같으니까."
그가 일어서서 까만 망토를 휘저으며 아이들을 지나 성큼성큼 걸어갔다. 그리고는 문
간에서 홱 돌아서더니 이렇게 말했다. "아무도 아직 주의를 주지 않은 것 같은데, 루핀,
이 학급에는 네빌 롱바텀이라는 아이가 있네. 그 애에겐 어려운 걸 절대로 맡기지 말라
고 충고하고 싶군. 그레인저가 그 녀석의 귀에 대고 속닥속닥 가르쳐주지 않는다면 말
일세."
네빌의 얼굴이 금세 새빨개졌다. 해리는 스네이프 교수를 노려보았다. 그가 자신의
수업시간에 네빌을 괴롭히는 것도 참을 수 없었지만, 다른 선생님들 앞에서 그런 식으
로 모욕을 주는 건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었기 때문이었다.
루핀 교수가 눈썹을 치켜올렸다.
"난 네빌이 실습의 첫 단계를 도와주기를 바라고 있었네." 그가 말했다. "그리고 그
앤 분명히 훌륭하게 잘해낼 거라고 믿네."
네빌의 얼굴이 훨씬 더 빨개졌다. 스네이프 교수는 입술을 비틀어 올리너니 문을 쾅
닫고 가버렸다.
"자, 그럼." 루핀 교수가 학급 아이들에게 교무실 끝 쪽을 가리키며 말했다. 그곳에는
선생님들이 여분의 망토를 넣어두는 낡은 옷장 말고는 아무 것도 없었다. 루핀 교수가
그 옆으로 가서 서자, 옷장이 갑자기 흔들흔들하더니 쾅 하며 벽에서 떨어졌다.
"걱정할 것 하나도 없어요." 몇몇 아이들이 놀라서 뒤로 펄쩍 뛰자 루핀 교수가 나직
이 진정시켰다. "저 안엔 보가트가 있어요."
대부분의 아이들은 이것이 바로 걱정하 것이라고 느끼는 것 같았다. 네빌은 루핀 교
수를 아주 두려움에 찬 표정으로 바라보았고, 시무스 피니간은 이제 덜컥거리고 있는
문손잡이를 아주 염려스럽게 보았다.
"보가트들은 어둡고 닫힌 공간을 좋아해요." 루핀 교수가 말했다. "옷장이나 침대 밑
의 틈새나 세면기 밑과 같은 곳들 말이에요 - 난 쾌종시계 속에서 살고 있던 것도 만
난 적이 있어요, 이 보가트는 어제 오후에 옮겨왔는데, 교장선생님께 우리 3학년 학생
들이 실습할 수 있도록 가만히 내버려두시라고 부탁했어요. 그건 그렇구, 보가트가 무
엇인가 하는 것부터 알아 보아야 하겠죠?"
헤르미온느가 손을 높이 들어올렸다.
"그건 어떤 모양으로도 자유 자재로 변할 수 있는 괴물이에요." 그녀가 대답했다. "
우리가 가장 무서워하는 대상으로 변해서 겁을 주지요."
"정말 잘 설명했어요." 루핀 교수가 흡족해하자 헤르미온느가 얼굴을 붉혔다. "따라
서 어둠 속에 앉아있는 보가트는 아직 어떤 형태도 갖고 있지 않을 겁니다. 무엇이 문
바깥에 있는 사람을 놀라게 할지 아직 모르고 있기 때문이죠. 보가트가 혼자 있을 때는
어떤 모습을 하고 있지는 아무도 모르긴 하지만, 그를 나오게 하면, 무엇이든 우리들
각자가 가장 무서워하는 모습으로 변할 것입니다. 이 말은," 루핀 교수가 네빌이 겁에
질려 말을 더듬는 것도 본체 만체하고 계속 말을 이었다. "우리가 그 보가트보다 굉장
한 이점을 갖고 있다는 뜻이에요. 그게 무슨 말인지 알겠니,해리?"
옆에 앉은 헤르미온느가 손을 번쩍 들고 그 질문에 대답하려고 애쓰고 있다는 것이
매우 당혹스럽긴 했지만, 해리는 한번 시도해 보기로 했다.
"저- 저희들이 너무 많아서, 보가트가 어느 형체로 변해야 할지 알지 못하기 때문이
아닐까요?"
"바로 그거예요." 루핀 교수가 이렇게 말하자, 헤르미온느가 약간 실망한 얼굴로 손
을 내렸다. "따라서 보가트를 대할 때는 항상 친구들과 함께 있는 게 가장 좋아요. 그
가 어찌할 바를 모를 테니까 말이죠. 그는 목 없는 송장으로 변해야 할까 아니면 육식
하는 민달팽이로 변해야 할까 고민하게 되니까요. 한번은 바로 그런 실수를 저지른 보
가트를 본 적이 있어요- 두사람을 동시에 놀라게 하려고 반쪽만 남은 민달팽이로 변한
거예요. 전혀 놀랍지 않았죠, 물론.
보가트를 쫓아버리는 마법은 간단해요. 하지만 정신력을 필요로 하죠. 보가트를 정말
로 해치우는 건 웃음소리예요. 그저 그것이 가장 한 모습이 억지로라도 아주 우스운 척
하기만 하면돼요.
우선 요술지팡이 없이 그 마법을 연습해보죠. 날 따리해 봐요....리디큘러스!"
"리디큘러스!"
"좋아요." 루핀 교수가 말했다. "아주 잘했어요.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그건 아주 쉬운
일부분에 불과해요. 그 말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아요. 네빌, 네가 들어와야 할 부분이 바
로 지금이란다."
옷장이 다시 한번 흔들렸지만 네빌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었다. 그는 마치 교수대
앞으로 나가고 있는 것처럼 부들부들 떨며 걸어나갔다.
"좋아,네빌." 루핀 교수가 말했다. "우선 첫째로, 세상에서 널 가장 놀라게 하는 게 뭔
지 말해볼 수 있겠니?"
네빌의 입술이 움직거렸지만 아무 소리도 나오지 않았다.
"말뜻을 이해하지 못했구나, 네빌. 미안하다." 루핀 교수가 기분 좋게 말했다.
네빌은 마치 누군가에게 도움을 부탁하기라도 하는 듯 무턱대고 주위를 둘러본 뒤,
기어 들어가는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스네이프 교수님이오."
거의 모든 아이들이 웃었다. 심지어 네빌조차 변명이라도 하듯 씩 웃었다. 그러나 루
핀 교수는 생각에 잡겨있는 것 같았다.
"스네이프 교수라...흠...네빌, 넌 할머니와 함께 살지 아마?"
"어- 네." 네빌이 기어 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 전 보가트가 할머니로
변하는 건 바라지 않아요."
"아니,아니.내 말을 오해했구나." 루핀 교수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혹시 네 할머니
께서 평소에 어떤 종류의 옷을 입으시는지 우리에게 말해줄 수 있니?"
네빌은 깜짝 놀란 것 같았다. "글쎄요... 항상 똑같은 모자를 쓰세요. 위에 박제된 대
머리수리가 달린 길쭉한 모자예요. 그리고 긴 드레스를 입으세요. 보통 초록색이죠... 그
리고 가끔은 여우털 목도리도 하세요."
"그리고 핸드백도?" 루핀 교수가 한 마디 거들었다.
"커다란 빨간색 가방이에요." 네빌이 말했다.
"자 그럼." 루핀 교수가 말했다. "그 옷들을 아주 명확히 묘사할 수 있니, 네빌? 네
마음의 눈으로 그것들을 볼 수 있니?"
"네." 네빌이 다음엔 무슨 말을 해야 할까 생각하는지, 다소 자신 없는 목소리로 말
했다.
"이 옷장에서 보가트가 불쑥 나와서 네빌 널 보면, 그건 스네이프 교수의 형체를 가
장할 거야." 루핀 교수가 찬찬히 설명했다. "그러면 넌 요술지팡이를 들어올리고- 이렇
게 말야 - '리디큘러스' 라고 외치는 거야- 그리고 네 할머니의 옷에 온정신을 집중해.
만일 모든 게 잘되면, 스네이프 교수로 변한 보가트는 네 할머니가 즐겨 입으시는 복장
을 하고 나타날 거야. 꼭대리에 대머리수가 달린 모자에 초록색 드레스를 입고 커다란
빨간색 핸드백을 들고 있는 모습으로 말야."
아이들 쪽에서 폭소가 터져 나왔다. 옷장이 더 격력하게 흔들거렸다.
"네빌이 만약 성공하면, 그 보가트는 아마 우리들에게로 차례차례 주의를 돌리게 될
거예요." 루핀 교수가 아이들을 향해 말했다. "모두들 각자 잠깐동안 가장 두려운 것을
생각하고 그 것이 우스꽝스럽게 보이는 모습을 상상해 보도록 해요...."
실내가 조용해졌다. 해리는 생각했다... 세상에서 그를 가장 두렵게 하는 게 무엇일
까?
가장 먼저 생각나는 건 볼드모트였다- 힘을 완전히 되찾은 볼드모트, 그러나 볼드모
트로 가장한 보가트를 반격할 수 있는 가능한 방법을 생각하지도 전에, 마음속에 끔찍
한 영상이 떠올랐다....
까만 망토 밑으로 주르르 미끄러져 들어가던 썩은 내 나는 번쩍이는 손... 보이지 않
는 입에서 터져 나오는 길고 귀에 거슬리는 숨소리... 그리고 익사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 정도로 몸 속으로 무섭게 파고드는 냉기....
해리는 몸을 부르르 떤 뒤 아무도 눈치 채지 못했길 바라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아이
들 대부분이 눈을 꼭 감고 있었다. 론은 혼자말로 "다리를 없애"라고 중얼거리고 있었
다. 해리는 그것이 무엇인지 확실히 알 것 같았다. 론이 가장 무서워하는건 거미였다.
"모두 준비됐나?" 루핀 교수가 물었다.
해리는 두려움으로 몸이 움찔하는 걸 느꼈다. 그는 아직 준비가 되지 않았다. 어떻게
해야 디멘터가 덜 겁나게 보일까? 그러나 그는 시간을 더 달라고 하고 싶지는 않았다.
다른 아이들이 모두 고개를 끄덕이며 소매를 걷어올리고 있었다.
"네빌, 우린 뒤로 물러난다." 루핀 교수가 말했다. "네게 방해가 되지 않도록 말야. 알
았지? 네빌이 끝난 뒤 다음 사람을 부르겠어요... 모두들 뒤로, 자, 네빌이 잘할 수 있도
록-"
그들은 네빌을 옷장 옆에 혼자 남겨둔 채, 모두 뒤로 물러났다. 그는 창백하고 겁먹
은 얼굴로 망토 소매를 걷어올리고 요술지팡이를 들고 서 있었다.
"셋을 세자마자 해라, 네빌." 루핀 교수가 지팡이를 옷장 손잡이에 갖다대며 말했다.
"하나- 둘 - 셋- 지금!"
루핀 교수의 요술지팡이 끝에서 불꽃이 튀어나와 문손잡이 를 쳤다. 옷장 문이 활짝
열렸다. 그러더니 매부리코에 심술궂은 얼굴을 한 스네이프 교수가 걸어나와 네빌을 흘
끗 바라보았다.
네빌은 지팡을 들어올린 채, 말없이 뒤로 물러났다. 스네이프 교수가 그에게 달려들
었다.
"리-리-리디큘러스!" 네빌이 끽끽거리며 외쳤다.
휙 하는 소리가 나더니 스네이프 교수가 비틀거렸다. 그는 레이스가 달린 긴 드레스
에 맨 위에 대머리수리가 달린 좀먹은 커다란 모자를 쓰고 커다란 빨간색 핸드백을 흔
들고 있었다.
폭소가 터졌다. 보가크가 어쩔 줄 모르고 머뭇거리자, 루핀 교수가 소리쳤다. "패르바
티!앞으로!"
패르바티가 굳어진 얼굴로 앞으로 걸어갔다. 스네이프 교수가 그녀를 돌아보았다. 또
한번 휙 하더니, 그가 서 있던 자리에 피로 얼룩진 붕대를 감고 있는 미라가 나타났다.
미라기 얼굴을 패르바티에게로 돌리더니 뻣뻣한 양팔을 들어올리고 발을 질질 끌며 아
주 천천히 그녀 쪽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리디큘러스!" 패르바티가 외쳤다.
그러자 미라의 발에 감겨있던 붕대가 풀렸다. 그리고 붕대가 발에 뒤얽히면서 미라가
앞으로 고끄라졌고, 머리통이 떨어져 나와 데굴데굴 굴러갔다.
"시무스!" 루핀 교수가 큰소리로 외쳤다.
시무스가 패르바티를 지나 쏜살같이 달려나갔다.
휙!미라가 있던 자리에 바닥까지 늘어지는 까만 머리에 초록 빛깔의 해골 같은 얼굴
을 한 여자가 나타났다. 죽을 사람이 있음을 통곡으로 예고한다는 밴시 요정이었다. 그
녀는 입을 크게 벌리고 머리카락을 곤두서게 하는, 울부짖는 듯한 소름끼치는 긴 비명
소리를 냈다-
"리디큘러스!" 시무스가 외쳤다.
벤시가 귀에 거슬리는 소리를 내더니 목을 움켜잡았다. 목소리가 사라진 것이었다.
휙!밴시가 다시 쥐로 변하더니 그 꼬리를 잡으려고 빙글빙글 돌았다- 휙!- 이번엔
방울뱀이 되어 몸을 뒤틀었다- 휙! - 그리고 핏발이 선 눈알이 되었다.
"보가트가 당황했다!" 루핀 교수가 소리쳤다. "이제 거의 다 되었어! 딘!"
딘이 허둥지둥 앞으로 걸어갔다.
휙!눈알이 손이 되더니, 홱 뒤집혀서 마치 게처럼 마룻바닥을 옆으로 기어가기 시작
했다.
"리디큘러스!" 딘이 외쳤다.
짤깍 하더니, 그 손이 쥐덪에 걸렸다.
"훌륭해요!론, 다음은 너다!"
론이 앞으로 껑충 뛰어나왔다.
휙!
갑자기 아이들이 비명을 지렀다. 2미터나 되는 털투성이의 거대한 거미가 집게발을
심술궂게 딸깍거리며 론에게로 다가가고 있었다. 잠시, 해리는 론이 겁에 질려 꼼짝 않
고 서 있는 거라고 생각했다. 그 뒤-
"리디큘러스!" 론이 큰소리로 이렇게 말하자, 거미의 다리들이 없어졌다. 거미가 데굴
데굴 굴러가자 라벤더 브라운이 우는 소리를 내며 달아났다. 그런데 그게 해리의 발치
에서 멈췄다. 해리가 요술지팡이를 들어올렸다. 하지만 -
"여기야."루핀 교수가 갑자기 급히 앞으로 걸어나오며 소리쳤다.
휙!
다리가 없는 거미가 사라져버렸다. 잠시, 모두들 그것이 어디에 있는지 보려고 미친
듯이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리곤 그들은 루핀 교수의 앞 허공에 은빛 나는 보름달이 동
동 떠 있는 걸 보았다. 그가 느리게 "리디큘러스!" 라고 외쳤다.
휙!
"앞으로 나오거라, 네빌. 녀석을 끝장내버려라!" 보가트가 바퀴벌레가 되어 마룻바닥
에 내려앉자 루핀 교수가 말했다. 휙! 스네이프 교수가 다시 나타났다. 네빌은 이번엔
단호한 표정으로 앞으로 달려나갔다.
"리디큘러스!" 그가 소리치자 스네이프 교수가 순식간에 레이스 달린 드레스를 입은
모습으로 변했고 네빌이 "하하하!" 하고 커다랗게 소리내어 웃자, 보가트가 갑자기 연
기를 쁨어내며 폭발을 하더니 어디론가 사라져버렸다.
"훌륭해요!" 루핀 교수가 외치자 학급 아이들이 박수 갈채를 보냈다. "훌륭했다, 네
빌. 정말 잘했어요, 모두들... 어디 보자... 보가트를 해치웠으므로 그리핀도르 여러분 모
두에게 5점씩 주겠어요 - 네빌은 두 번 했으니 10점을 주겠고.. 헤르미온느와 해리에게
도 각각 5점씩을 주겠어요."
"하지만 전 아무 것도 하지 않았는데요." 해리가 말했다.
"너와 헤르미온느는 수업 시작할 때 내 질문에 대답해 주었잖니,해리' 루핀 교수가
살짝 말했다. "좋아요, 여러분. 훌륭한 수업이었어요. 숙제는, 보가트에 대한 꼭지를 읽
고 요약해오는 거예요.... 월요일에 제출하세요. 그게 다입니다."
학급 아이들은 저마다 흥분해서 떠들어대며 교무실을 나왔다. 해리는 그러나 기분이
썩 유쾌하지 않았다. 루핀 교수는 그가 보가트를 잡으려는 순간 일부러 막았었다. 왜
그랬을까? 그가 기찻간에서 기절한 걸 봐서, 감당할 수 없을 거라고 생각 했기 때문이
었을까? 그가 또다시 기절할 거라고 생각했던 걸까?
하지만 다른 사람은 전혀 눈치 채지 못하는 것 같았다.
"내가 밴시 다루는 거 봤어?" 시무스가 큰소리로 으스대며 말했다.
"손은 어떻구!" 딘이 자신의 손을 흔들며 말했다.
"모자를 쓴 스네이프하며!"
"내 미라도 있어!"
"그런데 루핀 교수는 왜 보름달을 두려워하는 걸까?" 라벤더가 생각에 잠겨 말했다.
"그건 지금까지 받아본 어둠의 마법 방어법 수업 중에서 가장 재미있었어, 안 그러
니?" 그들이 가방을 가지러 다시 교실로 향할 때 론이 흥분해서 말했다.
"굉장히 좋은 선생님인 것 같아." 헤르미온느가 만족스러운 듯 말했다. "하지만 나도
보가트를 다루어보았더라면 좋았을걸-"
"네 차례가 되었다면 그게 뭐가 되었을까?" 론이 낄낄거리며 말했다. "10점 만점에
겨우 9점밖에 받지 못한 숙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