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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고리 발톱과 찻잎
다음날 아침 해리와 론과 헤르미온느가 아침 식사를 하기 위해 연회장으로 들어갔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띈것은 드레이코 말포이였다. 그는 아주 재미있는 이야기로 슬리데
린 아이들을 즐겁게 해주고 있는 것 같았다. 그들이 지나가자 말포이가 우스꽝스럽게
졸도하는 흉내를 냈다. 큰 웃음 소리가 터져 나왔다.
"무시해버려." 해리 바로 뒤에 있던 헤르미온느가 말했다. "그냥 무시해. 신경 쓸 가
치도 없어...."
"야, 포터!" 원숭이처럼 생긴 슬리데린의 한 여자아이가 날카로운 소리로 외쳤다. 팬
시 파킨슨이었다. "포터! 디멘터들이 오고 있어,포터!우우우우우!"
해리는 그리핀도르 테이블로 가조 조지 위즐리 옆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3학년의 새 시간표야." 조지가 시간표를 나눠주며 말했다. "너 왜 그러니,해리?"
"말포이 녀석 때문이지 뭐." 론이 조지 맞은편에 앉으면서 슬리데린 테이블 쪽을 노
려보며 말했다.
조지가 고개를 들어 바라보자 마침 말포이는 또다시 겁에 질려 기절하는 척하는 흉
내를 내고 있었다.
"저 쥐새끼 같은 녀석이." 그가 차갑게 말했다. "저 녁석 어젯밤에 디멘터들이 기차
에 왔을 때는 무서워서 벌벌 떨더니만, 녀석이 겁에 질려 우리 객실 안으로 달려 들어
왔었어. 안그래,그레드?"
"거의 오줌을 싸기 직전이었지." 프레드가 말포이를 경멸하는 눈초리로 바라보며 말
했다.
"하여간 기분은 매우 좋지 않아." 조지가 말했다. "정말 끔찍한 것들이야, 디멘터들
말야..."
"몸 속까지 얼어붙게 한다니까, 안 그래?" 프레드가 말했다.
"하지만 형은 기절하지 않았잖아, 그렇지?" 해리가 침울하게 말했다.
"잊어버려, 해리." 조지가 기운을 돋우어 주며 말했다. "아빠도 아즈카반에 한번 가신
적 있잖아. 기억나, 프레드? 아빠는 그렇게 끔찍한 곳은 처음 가봤다고 하셨어. 힘이 하
나도 없이 부들부들 떨며 돌아오셨지.... 디멘터들은 누구에게서든 행복을 빨아들인다잖
아. 대부분의 죄수들은 그곳에서 미쳐버리고 만대."
"어쨌든 말포이 녀석이 첫 퀴디치 시합이 끝난 뒤 얼마나 행복한 표정을 짓는지 두
고보자구." 프레드가 말했다. "그리핀도르 대 슬리데린. 이번 시즌 첫 경기 말야, 잊지
않았지?"
해리와 말포이가 완패를 당했었다. 해리는 기분이 약간 좋아지는 걸 느끼며, 소시지
와 튀긴 토마토를 한입 먹었다.
헤르미온느는 새 시간표를 들여다보고 있었다.
"좋았어. 오늘 새로운 과목들의 첫 수업이 있네." 그녀가 유쾌하게 말했다.
"헤르미온느," 론이 그녀의 어깨 너머로 대충 훑어본 뒤 얼굴을 찡그리며 말했다. "시
간표를 그렇게 엉망으로 짜 놓다니. 이것 봐- 하루에 10과목이나 듣게 되어 있어. 시간
이 부족해."
"이럭저럭 해나갈 수 있어. 맥고날 교수와 다 이야기해 두었어."
"하지만 봐." 론이 어이없다는 듯이 웃으며 말했다. "오늘 오전만 해도9시에 점술이
있는데 바로 밑에 또 9시에 머글 연구가 있잖아, 그리고." 론이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듯 더 가까이 다가가 그녀의 시간표를 들여다보았다. "봐- 그 밑에 또 산술점 9시. 내
말은 헤르미온느 네가 아무리 똑똑하다고 해도 그건 불가능하단 뜻이야. 그걸 해낼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걸. 어떻게 한번에 세 과목을 들을 수 있니?"
"바보 같은 소리 마." 헤르미온느가 쌀쌀맞게 말했다. "난 물론 한번에 세 과목을 듣
지는 않을 거야."
"그러면-"
"마멀레이드 잼이나 줘." 해르미온느가 말했다.
"하지만-"
"오,론, 내 시간표가 조금 빡빡한들 네가 무슨 상관이니?" 헤르미온느가 날카롭게 쏘
아붙였다. "말했잖아, 맥고나걸 교수와 다 처리해 두었다구."
바로 그때, 연회장으로 해그리드가 들어왔다. 긴 두더지가죽 코트를 입은 그의 커다
란 손에서는 죽은 긴털족제비가 맥없이 흔들거리고 있었다.
"안녕?" 그가 선생님들이 앉는 상석으로 가다가 멈춰 서서 반갑게 말했다. "내 첫 수
업에 꼭 들어와! 점심 시간 직후야! 새벽5시부터 일어나서 수업 준비를 다 해두었어....
잘되었으면 좋겠는데 말야... 내가 선생이라니... 솔직히...."
그는 그들에게 환하게 씩 웃어 보이고는 여적히 긴털족제비를 흔들며 상석으로 향했
다.
"해그리드가 어떤 준비를 해두었을지 궁금한데?" 론이 걱정 스런 목소리로 말했다.
아이들이 1교시 수업을 받으러 나가자 연회장이 점점 한산해지기 시작했다. 론은 자
신의 시간표를 살폈다.
"이제 가는 게 좋겠어. 점술 수업은 북쪽 탑 꼭대기에서 있잖아. 거기까지 가려면 10
은 걸릴거야...."
그들은 허겁지겁 아침 식사를 마치고 프레드와 조지에게 인사한 뒤 걸어나왔다. 그들
이 슬리데린 테이블을 지나갈 때, 말포이가 또 한번 졸도하는 흉내를 냈다. 해리가 연
회장 밖으로 나올 때까지 옷음소리가 그치지 않았다.
성을 지나 북쪽 탑으로 가는 길은 꽤 멀었다. 호그와트에서 2년을 보냈어도 그들은
성에 대해 모든 걸 알지는 못했고, 더욱이 북쪽 탑에는 들어가 본 적이 없었다.
"틀림없이 - 지름길이 -있을 텐데." 길게 나 있는 일곱번째 계단을 겨우 올라가 생소
한 층계참으로 나왔을 때 론이 숨을 헐떡이며 말했다. 그곳에는 돌 벽에 걸린 꾸밈없이
그린 커다란 초원 그림 말고는 아무 것도 없었다.
"이쪽인 것 같은데." 헤르미온느가 오른쪽으로 난 텅 빈 복도를 주의해서 보며 말했
다.
"그럴 리가 없어." 론이 말했다. "거긴 남쪽이야. 저것 봐, 창밖에 호수가 조금 보이잖
아...."
해리는 그림을 살펴보고 있었다. 살이 통통하게 찐 얼룩덜룩한 회색빛 조랑말 한 마
리가 막 초원 위로 느릿느릿 걸어 들어와서는 무심히 풀을 뜯어먹고 있었다. 해리는 호
그와트 벽에 걸린 그림 속에 있는 피사체들이 그림틀에서 빠져 나가 이리저리 돌아다
니는 것에 익숙해져 있기는 했지만, 늘 그것을 지켜보는 걸 즐겼다. 잠시 후, 갑옷을 입
은 땅딸막한 기사 하나가 절거덕거리며 그의 조랑말을 따라 그림 속으로 들어왔다. 갑
옷 무릎에 풀물이 든 걸로 보아 말에서 금방 떨어진 게 분명했다.
"아니!" 그가 해리와 론과 헤르미온느를 보고 소리쳤다. "이녀석들은 뭐야. 내 땅에
함부로 들어오다니! 혹시 내가 넘어진걸 비웃으러 온 거 아냐? 칼을 뽑아, 이 녀석들
아!"
그 자그마한 기사가 칼집에서 칼을 꺼내고는, 화가 나서 위아래로 뛰어다니며 난폭하
게 휘둘러댔다. 그러나 칼이 너무 길었던지 거칠게 한번 휘두르자마자 그가 중심을 잃
고 잔디위로 엎어졌다.
"괜찮으세요?" 해리가 그림 쪽으로 더 가까이 다가가며 물었다.
"물러서. 이 야비한 허풍선이야!물러서란 말야. 이 악당 같으니라구!"
기사가 칼을 다시 잡더니 그것으로 몸을 지탱하고 일어서려고 했다. 하지만 칼날이
잔디 속으로 깊숙이 들어갔는지 아무리 뽑아내려고 해도 칼은 쉽사리 나오지가 않았다.
결국 잔디밭 위로 벌렁 나가떨어진 기사는 투구를 밀어올리고 땀으로 흠뻑 젖은 얼굴
을 훔쳤다.
"저기요." 해리는 기사가 기진맥진한 틈을 타서 얼른 말했다. "저희들은 북쪽 탑을
찾고 있는데, 혹시 길 아세요?"
"오, 탐험가들이로군!" 기사의 분노가 순식간에 사그러지는 것 같았다. 그가 절거덕걸
리며 일어서더니 큰소리로 말했다. "나를 따르시오, 친구들이여. 목적지에 도달하든지
아니면 그것을 이루기 위해 애쓰다가 용감하게 죽어갈 것이오."
기사는 또 한번 칼을 힘껏 당겼다. 하지만 헛수고였다. 이번엔 살찐 조랑말 위에 올
라타려고 하다가 그것마저 실패하자 기사가 이렇게 외쳤다. "그럼 걸어서 갑시다. 모두
앞으로! 앞으로!
그리고 그는 요란하게 절거덕거리며 그림틀 왼쪽으로 달려갔다.
그들은 그의 갑옷 소리를 쫒아 급히 복도로 따라갔다. 그들은 가끔씩 그가 앞에 있는
사진 속으로 달려 들어오는 걸 볼수 있었다.
"용기를 내시오. 최악의 상태는 아직 오지 않았소!" 기사가 소리치며, 좁다란 나선형
계단의 벽에 걸린 그림 속의 겁먹은 여자들 앞에 다시 나타났다. 그 여자들은 크리놀린
(옛날에 스커트를 부풀게 하기 위해 쓰던 말총 등우로 짠 딱딱한 천:옮긴이)스커트를
입고 있었다.
해리와 론과 헤르미온느는 헉헉대며 꼬불꼬불하게 감겨 올라가는 계단 위로 올라갔
다. 그리고 점점 더 심하게 현기중이 나기 시작했을 때쯤 위에서 중얼거리는 목소리들
이 들렸다.마침내 그 교실에 도착한 것이었다.
"잘 가게!" 기사가 이렇게 외치고는, 사악하게 생긴 수도사들의 그림 속으로 머리를
홱 디밀었다. "잘 가게,친구들! 언제든 뛰어난 용사와 강철 같은 체력이 필요하면, 이
캐도간 경에게 찾아오게!"
"네,꼭 연락할게요." 기사가 사라진 것을 확인한 후 론이 중얼거렸다. "머리가 돈 사
람이 필요하면요."
그들이 마지막으로 몇 계단 더 올라가지 아주 작은 층계참이 나타났다. 그곳에는 벌
써 학급 아이들이 대부분이 모여있었다. 그들은 주위를 휘 둘러보았다. 이곳은 빠져 나
갈 수 있는 문이 하나도 없는 것 같았다. 그때 론이 팔꿈치로 해리를 슬쩍찔러 천장을
가리켰다. 그곳엔 놋쇠 명판이 붙은 동그란 문이 하나 있었다.
"사이빌 트릴로니,점술 교사." 해리가 고개를 들어 또박또박 읽었다. "저기로 어떻게
올라 다니지?"
그때 그의 질문에 답변이라도 하듯, 천장문이 덜컥 열리더니 해리의 발 부로 앞으로
은빛 사다리가 내려왔다. 모두 조용해 졌다.
"너 먼저 가." 론이 씩 웃으며 말했다. 해리는 제일 먼저 그 사다리를 타고 올라갔다.
그가 나온 곳은 지금까지 본 교실 중에서 가장 이상한 곳이었다. 사실 교실이라기보
다는 다락방과 구식 찻집을 섞어놓는것 같은 모양이었다. 안에는 스무 개 정도의 작은
원형 탁자들이 있었고, 주위엔 무명 천을 씌운 안락의자와 불룩한 작은 쿠션들이 놓여
있었다. 또 각 테이블마다 희미한 진홍색 등불로 밝혀져 있었다. 창문에는 모두 커튼이
쳐져 있었고, 전등마다 짙은 빨간색 덮개가 덮여 있었다. 공기는 숨막힐 듯이 후텁지근
했으며, 뭔가가 잔뜩 올려진 선반 밑의 벽난로 불은 구리 주전자에 담긴 메스꺼운 냄새
를 풍기는 액체를 데우며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원형 벽을 따라 죽 늘어서 있는 선반
에는 먼지투성이의 깃털과 쓰다 남은 동강 초들과 너덜너덜한 여러벌의 카드와 수없이
많은 수정 구슬과 많은 찻잔들로 가득 채워져 있었다.
론이 해리 뒤로 따라 올라왔을 때 학급 아이들이 수군거리며 모여들었다.
"선생님은 어디에 있지?" 론이 말했다.
그때 어둠 속에서 갑자기 부드럽고 희미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잘들 왔어요." 그 목소리가 말했다. "마침내 현세에서 만나게 되다니 정말로 기쁘군
요."
언뜻 보기에 꼭 번득거리는 커다란 곤충처럼 보였지만 그것은 다름 아닌 트릴로니 교
수였다. 트릴로니 교수가 난로 불빛쪽으로 움직이자, 그들은 그녀가 매우 말랐다는 걸
알았다. 커다란 안경 때문에 눈은 원래 크기보다 몇 배나 더 커 보였다. 그녀는 반짝반
짝 빛나는 금사 숄을 두르고 있었다. 또 가늘고 긴 목에는 수많은 목걸이와 구슬들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었고, 팔과 손에는 팔찌와 반지들이 잔뜩 끼어져 있었다.
앉아요,앉아." 그녀가 말했다. 그들 모두 어색하게 안락의자로 올라가거나 두꺼운 쿠
션에 주저앉았다. 해리와 론과 헤르미온느는 원형 탁자에 함께 둘러앉았다.
"점술 수업 시간에 온 걸 환영해요." 트릴로니 교수가 벽난로 옆에 있는 안락의자에
앉으며 말했다. "난 트릴로니 교수입니다. 여러분들은 날 본 적이 없을 지도 모르겠군
요. 활기가 넘치는 저 혼잡한 학교로 너무 자주 내려가면 내 영적인 판단력이 흐려지는
것 같아서 그곳엔 잘 가지 않죠."
이 이상한 말에 아무도 대꾸하지 않았다. 트릴로니 교수는 숄을 우아하게 다시 휙 두
른 뒤 계속 말했다. "여러분들이 선택한 점술은 모든 마법 중에서 가장 어려운 분야입
니다. 수업에 들어가기에 앞서, 여러분 스스로에게 통찰력이 없다면, 내가 가르칠 수 있
는게 거의 없다는 점을 미리 경고해두어야겠군요. 지금까지는 책만으로도 그럭저럭 해
나갈 수 있었겠지만...."
이 말을 듣자, 해리와 론 모두 씩 웃으며 헤르미온느를 흘끗 바라보았다. 그녀는 이
과목에서는 책만 읽어서는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을 거라는 말에 깜짝 놀란 것 같았다.
"많은 마녀와 마법사의 쿵 소리를 낸다거나 냄새를 맡거나 갑자기 사라지는 것 같은
분야에서는 재능이 있을지 몰라도, 분명치 않은 미래의 비밀을 꿰뚫어보는 건 잘하지
못합니다." 트릴로니 교수가 반짝이는 커다란 눈으로 긴장하고 있는 얼굴을 죽 둘러보
며 계속했다. "그것은 극소수에게만 부여된 재능입니다. 너,얘야." 그녀가 갑자기 네빌
에게 말했다. 그는 하마터면 쿠션에서 떨어질 뻔했다. "네 할머니는 안녕하시니?"
"네.그렇겠지요." 네빌이 잔뜩 겁먹은 목소리로 말했다.
"내가 너라면 그렇게 확신하지는 않을 게다, 얘야." 트릴로니교수가 말했다. 길게 늘
어진 그녀의 에메랄드 귀걸이가 난로 불빛을 받아 반짝거렸다. 네빌은 침을 꿀꺽 삼켰
다. 트릴로니교수가 차분하게 계속했다. "우린 금년엔 점술의 기본 방법들만 공부할 것
입니다. 첫 학기는 찻잎을 보고 해독하는 법만 집중적으로 할 계획이고, 다음 학기엔
손금 보기까지 진도를 나갈 것입니다. 그런데,얘야," 그녀가 갑자기 패르바티 패틸에게
소리쳤다. "넌 빨간 머리 남자를 조심해야겠구나."
페르바티가 깜짝 놀란 표정으로 바로 뒤에 있는 론을 바라보더니, 의자를 당겨 그에
게서 좀 떨어져 앉았다.
"두 번째 학기에는," 트릴로니 교수가 계속했다. "수정 구슬로 들어갈 거예요 - 불을
보고 예언하는 걸 마친다면 말입니다. 불행히도,2월에는 독감이 기승을 부려 나도 목이
잠길 테고 수업에 지장이 좀 있을 것입니다. 부활절 즈음에는 우리 가운데 한 사람이
우리 곁을 영원히 떠나게 되겠네요."
이 말에 모두들 긴장해서 조용해졌지만, 트릴로니 교수는 전혀 눈치 채지 못한 것 같
았다.
"얘야."그녀가 가장 가까운 의자에 앉아있던 라벤더 브라운을 부르자, 그 애가 몸을
잔뜩 움츠리고 겁에 질린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거기 큰 은 찻주전자 좀 건네줄 수 있
겠니?" 라벤더는 안도한 듯 일어서서 선반에서 가장 큰 찻주전자를 꺼내 트릴로니 교
수 앞에 있는 탁자에 내려놓았다.
"고맙다, 얘야. 말이 난 김에 말이지만, 네가 걱정하고 이는 그 일 말이다 - 그건 10
월16일 금요일에 일어날 게다."
그 말을 듣자 라벤더가 몸을 파르르 떨었다.
"자,이제 두 명씩 짝을 지어보세요, 선반에서 찻잔을 하나씩 가져오면 그 잔을 채워
주겠어요, 그러면 자리에 앉아서 아주 조금만 남을 때까지 마시세요, 그리고 왼손으로
찻잔을 잡고 세 번 돌린 뒤, 받침 접시에 뒤집어엎고, 남아있는 차가 다 흘러나갈 때까
지 기다리세요. 그리고 짝에게 찻잔을 주어 해독 하도록 하는 거예요. '미래 들여다보
기' 의 5쪽과6쪽을 이용해 찻잎의 모양을 해석해 보세요, 내가 돌아다니며 도와주겠어
요. 오. 얘야."- 그녀가 네빌의 팔을 잡고 일으켜 세웠다 - "깰지도 모르니, 이왕이면
파란색으로 골라오겠니? 난 핑크빛을 좋아하거든."
아니나 다를까, 네빌이 찻잔 선반에 다가가자마자 땡그랑 하고 도자기 깨지는 소리가
났다. 트릴로니 교수가 쓰레받기와 빗자로를 들고 급히 그에게로 다가가서 말했다. "웬
만하면, 예야, 파란 거로 하거라.... 고맙구나..."
해리와 론은 찻잔에 차를 담은 뒤, 탁자로 돌아가 뜨거운 차를 얼른 마셨다. 그리고
트릴로니 교수가 가르쳐준 대로 조금남은 찻잔을 세 번 돌린 뒤, 차를 비워내고 서로
맞바꾸었다.
"좋아." 책의 5쪽과6쪽을 펼치면서 론이 말했다. "내 찻잔에서 뭐가 보이니?"
"흠뻑 젖은 갈색 물질이 보여." 해리가 말했다. 교실에서 풍기는 짙은 향내 때문인지
몸이 나른해지면서 졸음이 몰려오는 것 같았다.
'마음을 넓게 하고 통찰력을 가지려고 노력해 보세요!" 트릴로니 교수가 어둠 속에서
외쳤다.
해리는 침착해지려고 애썼다.
"좋아, 네 것에는 십자가 같은 구부러진 게 있어...." 그는 '미래 들여다보기' 책을 찾
아보았다. "그건 네가 '시련과 고통'을 겪게 될 거라는 뜻이야 - 미안해- 하지만태양이
있네-잠깐만- 그건 '굉장한 행복'을 의미해... 그러니까 넌 고통은 겪기는 하겠지만 곧
아주 행복해질 거야..."
"너의 영적인 판단력이 의심스러위." 론이 말했다. 그들이 숨넘어갈 듯 킥킥대며 웃
자 트릴로니 교수가 빤히 바라보았다.
"이번엔 내 차례야...." 론이 이맛살을 찌푸리며 해리의 찻잔을 뚫어지게 살폈다. "중
산 모자 같은 둥그스름한 게 있어." 그가 말했다. "네가 마법부에서 일하게 되려나봐..."
그가 반대쪽을 보기 위해 찻잔을 돌렸다.
"그런데 이쪽에서 보니까 꼭 도토리처럼 보이ㅏ네.... 이건 뭐지?" 그가 자기의 '미래
들여다보기' 책을 살폈다. "뜻밖에 굴러들어온 황금이라.' 좋았어, 나한테 좀 꿔줘도 되
겠군.... 그리고 여기에 뭔가가 있어." 그가 찻잔을 다시 돌렸다. "동물처럼 보여.... 그래,
그게 만약 머리라면... 꼭 하마처럼 생겼는데... 아니, 양인가....'
해리가 코웃음을 치자 트릴로니 교수가 홱 돌아섰다.
"어디 좀 보자, 얘야." 그녀가 급히 다가와 론에게서 해리의 찻잔을 낚아채고는 꾸짖
듯이 말했다. 모두들 조용히 하고 지켜보았다.
"매로구나.... 얘야, 네겐 철천지원수가 있구나."
"하지만 그건 누구나 아는 사실이에요." 헤르미온느가 큰 소리로 말했다. 트릴로니
교수가 그녀를 바라보았다.
'정말이에요."헤르미온느가 또박또박 말했다. "해리와 그 사람에 대해서 모르는 사람
은 없어요.'
해리와 론이 경탄과 경이에 찬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들은 헤르미온느가 선생
님에게 그런 식으로 말하는 걸 한번도 본 적이 없었다. 트릴로니 교수는 대꾸하지 않기
로 작정한 듯 다시 해리의 찻잔을 바라보며 계속해서 돌렸다.
"곤봉... 공격. 이럴 수가, 이럴 수가.이건 유쾌한 찻잔은 아니군...."
"전 중산 모자라고 생각했는데요." 론이 얼뜬 표정으로 말했다.
"해골이야.... 네 인생에 위험이 있그나, 얘야..."
모두들 꼼짝 않고 트릴로니 교수를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데 그녀가 찻잔을
마지막으로 한번 더 돌리다가 깜짝 놀라며 비명을 질렀다.
또 한번 쨍그랑 하고 도자기 깨지는 소리가 났다. 네빌이 두 번째 찻잔을 깨뜨린 것
이었다. 트릴로니 교수가 번쩍거리는 손을 가슴에 대고 눈을 감은 채 옆에 있는 안락의
자에 털썩주저앉았다.
"얘야... 가엾기도 하지.... 아니... 말하지 않는 게 낫겠구나.... 아니...묻지 마라..."
"뭔데요, 교수님?" 딘 토마스가 즉시 물었다. 해리의 찻잔을 좀더 자세히 보려고 모
두들 일어서서 천천히 트릴로니 교수가 앉아있는 해리와 론의 탁자 주위로 몰려들었다.
"얘야," 트릴로니 교수가 갑자기 눈을 번쩍 떴다. "네게 죽음의 개가 있구나."
"뭐라구요?" 해리가 전혀 못 알아들은 듯 되물었다.
그러나 그는 자신만 그 말을 이해하지 못하는 게 아니라는걸 알 수 있었다. 딘 토마
스는 그에게 어걔를 으쓱해 보였고 라벤더 브라운은 어리둥절한 표정이었다. 하지만 다
른 아이들은 거의 모두 겁에 질려서 입에다 손을 갖다댔다.
"죽음의 개 말이다. 얘야, 죽음의 개!"트릴로니 교수가 외쳤다. 그녀는 해리가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데에 충격을 받은 것같았다. "묘지에 나타나는 유령처럼 무시무시한
커다란 개 말이야! 얘야. 그건 예시란다 - 최악의 예시 말이다 - 말하자면 죽음을 뜻하
는 것이지!"
해리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플러리시와 블러트 서점에서 본 '죽음의 징조들' 이
라는 책 표지에 있던 개, 매그놀리아 광장의 어둠 속에 있었던 개... 라벤더 브라운도
손을 입에 갖다댔다. 트릴로니 교수의 의자 뒤에 서 있던 아이들이 일제히 해리를 바라
보고 있었다. 그러나 헤르미온느는 그렇지 않았다.
"전 그게 개처럼 보이지 않는데요." 그녀가 단호하게 말했다. 트릴로니 교수가 혐오
에 찬 눈으로 헤르미온느를 아래위로 훑어보았다.
"이렇게 말해서 미안하지만, 얘야, 네겐 이런 능력이 별로 없는 것 같구나. 미래를 내
다보는 능력을 갖기는 상당히 힘들겠어."
시무스 피니간이 고개를 이쪽으로 기울였다 저쪽으로 기울 였다 하고 있었다.
"이렇게 하면 개처럼 보이지만," 그가 실눈을 뜨고 말했다. "여기에서는 꼭 당나귀처
럼 보여요." 그가 몸을 왼쪽으로 기울이며 말했다.
"모두들 내가 곧 죽을 지 안 죽을지 알고 싶어 안달이구나!" 해리는 이렇게 말해놓고
자기 자신도 놀랐다. 이제 아무도 그를 쳐다보고 싶어하지 않는 것 같았다.
"오늘 수업은 여기서 이만 끝내야 할 것 같군요." 트릴로니 교수가 분명치 않은 목소
리로 말했다. "그래요... 물건들을 챙기세요..."
학급 아이들은 조용히 찻잔을 다시 트릴로니 교수에게 가져다주고는, 책들을 챙기고 가
방을 닫았다. 심지어 론까지도 해리의 눈길을 피하고 있었다.
"다시 만날 때까지," 트릴로니 교수가 희미하게 말했다. "여러분들에게 행운이 있길
바랍니다. 오, 얘야." - 그녀가 네빌을 가리켰다-"넌 다음 시간엔 지각할 테니, 진도를
따라오려면 더 열심히 공부해 두도록 해라."
해리와 론과 헤르미온느는 사다리와 꼬불꼬불한 계단을 말없이 내려온 뒤, 맥고나걸
교수의 변신술 수업을 받으로 갔다. 그녀의 교실을 찾는 데 어찌나 오래 걸렸던지 점술
수업을 일 찍 마치고 나왔음에도 수업 시간에 간신히 맞춰 도착할 수 있었다.
해리는 교실 맨 뒤 오른쪽 구석을 선택했는데도 눈에 가장 잘 띄는 곳에 앉아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학급 아이들은 그가 언제 어느 때라도 픽 쓰러져 죽기라도 할
것처럼 그를 계속 힐끗힐끗 바라보고 있었다. 그는 맥고나걸 교수가 애니마구스(마음대
로 동물로 변신할 수 있는 마법사)에 대해 말하는 소리도 거의 들리지 않았으며, 그녀
가 그들 앞에서 눈 주위에 안경 얼룩무늬가 있는 얼룩 고양이로 변하는 겻도 눈에 들
어오지 않았다.
"모두들 도대체 정신을 어디다 팔고 있는 거예요?" 맥고나걸 교수가 펑 하며 다시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와 그들을 둘러보며 말했다. "내가 변신을 하고도 학급에서 박수
갈채를 받지 못한 건 이번이 처음이에요."
모든 아이들의 고개가 다시 해리에게로 돌려졌지만, 아무도 말하지는 않았다. 그 뒤
헤르미온느가 손을 번쩍 들었다.
"교수님, 저흰 이 시간 전에 첫 점술 수업을 받았는데, 찻잎을 읽는 걸 했어요. 그런
데-"
"오,물론." 맥고나걸 교수가 갑자기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더 이상 말할 필요 없
어요, 그레인저. 여러분들 중 누가 금년에 죽기라도 한답니까?"
모두가 그녀를 빤히 바라보았다.
"저요." 마침내 해리가 맥없이 말했다.
"알겠다." 맥고나걸 교수가 말똥말똥 빛나는 눈으로 해리를 똑바로 쳐다보며 말했다.
"그렇다면 이걸 알아야 한다, 포터. 사이빌 트릴로니 교수는 이 학교에 부임해오던 해
에 어떤 학생의 죽음을 예언했던 적이 있단다. 하지만 아직까지 아무도 죽지 않았단다.
그 교수는 새 학급을 맞을 때마다 늘 그런식으로 죽음을 예언한단다. 나는 웬만해서는
동료 교수를 흉을 보는 법이 없지만-"
맥고나걸 교수가 갑자기 말을 멈추자, 그들은 그녀의 콧구멍이 새하얗게 변한 걸 보
았다. 그녀는 더 태연하게 계속했다. "점술은 마법 중에서 가장 부정확한 분야 가운데
하나란다. 솔직히 말하면 난 그 분야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단다. 진정한 예언자는 드물
며,트릴로니 교수는-"
그녀가 다시 한번 말을 멈추었다가, 매우 사무적인 어조로 말했다. "내가 볼 때는 넌
아주 건강해 보인단다, 포터. 그러니까 숙제도 평상시대로 내주어야겠지? 물론 만약 네
가 죽는다면 숙제는 내지 않아도 좋다."
헤르미온느가 소리를 내어 웃었다. 해리는 기분이 조금 나아졌다. 트릴로니 교수의
교실에 배어있는 정신을 몽롱하게 하는 향내와 침침한 빨간 등 아래에서 찻잎 몇 장을
보며 운명을 결정하는 것은 정말 바보 같은 일이었다. 그러나 모두가 수긍한 건 아니었
다. 론은 여전히 걱정스런 표정이었으며, 라벤더는 "하지만 네빌의 찻잔은 어땠어?" 라
고 속삭였다.
변실술 수업이 끝나자, 그들은 왁자지껄하게 떠들면 연회장쪽으로 몰려가는 군중들
속에 끼어 점심을 먹으러 갔다.
"론,기운 내." 헤르미온느가 스튜 그릇을 론 쪽으로 밀며 말했다. "맥고나걸 교수가
하는 말 들었잖아."
론은 숟가락으로 스튜를 떠서 자기 접시에 덜고 포크를 집었지만 먹지는 않았다.
"해리." 그가 낮고 진지한 목소리로 불렀다. "너 어디에서도 커다란 까만 개 본 적
없지, 그렇지?"
"아니,봤어." 해리가 말했다. "더즐리네 집에서 나온 날 밤에."
론이 포크를 떨어뜨리자 쨍그랑 하고 요란한 소리가 났다.
"길 잃은 개였겠지." 헤르미온느가 태연하게 말했다.
론이 정신 나간 소리 하지말라는 듯한 얼굴로 그녀를 쳐다보았다.
"헤르미온느, 해리가 정말 그 개를 보았다면, 그건 - 그건 불길한 징조야." 그가 더듬
거리며 말했다. "우리- 우리 삼촌 빌리우스도 한번 보았었는데- 그런데 스무 시간 뒤
에 돌아가셨어!"
"우연의 일치겠지." 헤르미온느가 호박 주스를 따르며 쾌활하게 말했다.
"넌 내 말을 전혀 못 알아듣는구나!" 론이 점점 화가 나는 걸 느끼며 말했다. "죽음
의 개는 웬만한 마법사들에게조차 까무러칠 정도로 무서운 존재라는 걸 모르니?"
"거봐 그렇다니까." 헤르미온느가 거만한 말투로 말했다. "그들은 그 개를 보고 깜짝
놀라서 죽는 거야. 그 까만 개는 죽음의 징조가 아냐, 죽음의 원인이지! 그리고 해리가
여전히 우리와 함께 있는 건 그가 죽음의 개를 보고, 뭐랄까, '난 죽을 거야' 라고 생각
할 만큼 어리석지 않기 때문이야!"
론은 입을 헤 벌리고 헤르미온느가 가방을 열고 새 산술점책을 꺼내서는 펼쳐서 주
스 단지에 기대어 놓는 걸 멍하니 바라보았다.
"내가 볼 때 점술은 아주 불분명한 것 같아." 그녀가 자기가 펼친 책장을 자세히 들
여다보며 말했다. "내가 볼 때, 완전히 어림 잡기야."
"하지만 그 찻잔에는 죽의의 개 모습이 정말 있었어!" 론이 성이 나서 말했다.
"해리에게 그게 양이라고 말했던 것은 생각나니?" 헤르미온느가 냉정하게 되받아쳤
다.
"트릴로니 교수는 네가 점술에 대한 능력이 없다고 했어! 네가 잘하지 못하는 수업이
라 그렇게 심술을 부리는 거지?"
이 말이 헤르미온느의 만감한 부분을 건드린 것 같았다. 별안간 헤르미온느가 산술점
책을 테이블 위에 쾅 내려놓았다. 고기와 당근 조각들이 사방으로 튀었다.
"만약 점술을 잘한다는 게 고작 찻잎에서 죽음의 징조를 보는 척해야만 하는 거라면,
난 그걸 더 이상 공부하지 않을 거야! 그건 내 산술점 수업에 비하면 완전히 쓰레기
같은 거였어!"
그녀는 가방을 집어들고 으스대며 걸어갔다.
론이 그녀의 뒤ㅏ에 대고 얼굴을 찡그렸다.
"저 애가 도대체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거니?" 그가 해리에게 물었다. "아직 산술점
수업은 들어가지도 않았잖아!"
점심을 먹고 성밖으로 나오자 해리는 기분이 좋아졌다. 어제 온종일 내렸던 비는 이
제 다 그쳐 있었다. 하늘은 맑고 엷은 회색빛이 돌았으며 잔디는 축축했다. 그들은 '신
비한 동물 돌보기' 의 첫 수업을 들으러 출발했다.
그 일 이후로 론과 헤르미온느는 서로 말도 하지 않았다. 해리는 그들 사이에서 말없
이 걸었다. 그들은 약간 경사진 내리막길을 지나 금지된 숲 언저리에 있는 해그리드의
오두막으로 갔다. 해리는 앞에서 너무나 친숙한 세 명의 모습을 발견했을 때야 비로소
이것이 슬리테린 아이들과 함께 듣는 수업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말포이는 크레이브
와 고일에게 신나게 이야기를 하고 있었고, 녀석들은 뭐가 그리 재미있는지 깔깔대며
웃고 있었다. 해리는 그들이 무슨 얘기를 하고 있는지 알것 같았다.
해그리드는 오두막 문 앞에서 학급 아이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두더지 가죽 코
트릴 입고 수업 시작을 몹시 기다리는 표정으로 서 있었다. 바로 뒤에는 멧돼지 사냥용
개인 팽이 있었다.
"어서,자, 서둘러라!" 학급 아이들이 도착하자 그가 외쳤다. "오늘 모두 깜짝 놀라게
될 거야. 굉장히 재미난 수업이 기다리고 있단다! 다 왔니? 좋아, 그럼 따라와라!"
잠시 동안이었지만, 해리는 해그리드가 그들을 숲속으로 데려갈 거라고 생각했다. 그
곳은 해리가 평생동안 잊혀지지 않을 아주 불쾌한 경험을 한 곳이었다. 그러나 해그리
드는 숲 언저리로 걸어갔도, 5분쯤 뒤 그들은 작은 목장 같은 곳에 와 있었다. 그곳엔
아무 것도 없었다.
"모두들 여기 울타리 주위로 모여봐요!" 그가 소리쳤다. "바로 그거야 - 잘 보이니 -
자,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책을 펴는 거야-"
"어떻게요?" 드레이코 말포이가 차갑고 느릿느릿한 목소리로 말했다.
"어?" 뜻밖의 질문에 잠시 해그리드가 당황한 듯했다.
"저희 책을 어떻게 펴느냐구요?" 말포이가 다시 물었다. 그는 길다란 밧줄로 꽁꽁 묶
어서 닫아놓은 괴물들에 대한 괴물 책을 꺼냈다. 다른 아이들도 각자의 책을 꺼냈다.
어떤 아이들은 해리처럼 책을 가죽끈으로 붙들어 매서 닫아놓았고, 또 어떤 아이들은
꼭 끼는 가방 속에 쑤셔 넣거나 바인더 클립으로 죄어 움직이지 못하게 해두었었다.
"한 사람도 책을 펴보지 못했니?" 해그리드가 맥빠진 표정으로 물었다.
학급 아이들이 하나같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책은 어루만져 주어야만 해." 해그리드리 마치 너무나 뻔한 일인 듯 말했다. "잘
봐- "
그는 헤르미온느의 책을 가져가 친친 감겨있는 마법의 테이프를 잡아 찢었다. 책이
물어뜯으려고 하자 해그리드는 커다랍 집게손가락을 급히 책의 등에 같다댔다. 그러자
책이 벌벌 떨더니 펼쳐져서 그의 손에 얌전히 놓여 있었다.
"아, 이렇게 멍청할 데가!" 말포이가 코웃음을 쳤다. "책을 어루만져 주었어야 하는
데! 왜 그 생각을 못했을까!"
"난 - 난 이 책들이 재미있다고 생각했는데." 해그리드가 확신이 없는 듯 헤르미온느
에게 말했다.
"오,엄청나게 재미있어요!" 말포이가 빈정대듯 말했다. "정말로 웃겨요, 손가락을 물
어뜯는 책들을 교과서로 하다뇨!"
"입 닥쳐, 말포이." 해리가 얼른 말을 받아쳤다. 해리는 해그리드의 첫 수업이 성공적
으로 이루어지길 바랐지만 해그리드는 벌써 풀이 죽어 있는 것 같았다.
"그럼." 해그리드가 하려던 말을 잊어버린 모양이었다. "그러니까 - 그러니까 책들은
다 있죠 - 그러면-그러면-이제 신비한 동물이 필요하겠군요. 그래요. 그러면 내가 가서
가져오죠. 잠깐만...."
그러더니 그는 그들을 놔두고 숲속으로 성큼성큼 걸어 들어갔다.
"맙소사,마법학교 교육이 완전히 엉망이 되고 있어." 말포이가 큰소리로 말했다. "저
멍청이가 수업을 가르치다니, 아버지께서 아시면 기절하실 거야 - "
"입 닥쳐, 말포이." 해리가 또 한번 주의를 주었다.
"조심해,포터. 네 뒤에 디멘터가 있어 -"
"우으으!" 라벤더 브라운이 목장 맞은편을 가리키며 우는 소리를 냈다.
그때 해리가 지금까지 본 동물 중에서 가장 이상하게 생긴 동물 십여 마리가 그들
쪽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그 동물은 몸통과 뒷다리와 꼬리는 말처럼 생겼지만, 앞다리
와 날개와 머리는 꼭 강철 빛깔의 날카로운 부리와 커다랗고 번들번들한 오렌지 빛깔
의 눈을 가진 커다란 독수리 같았다. 앞다리의 갈고리 발톱 길이는 15센티미터 정도나
되었으며 무시무시해 보였다. 그 짐승들의 목에는 하나같이 길다란 쇠사슬에 연결된 두
꺼운 가죽 목걸이가 매어져 있었는데, 그 사슬들의 끄트머리는 뒤에서 터벅터벅 걸어오
는 해그리드의 커다란 손에 붙들려 있었다.
"이랴, 이랴!" 그가 쇠사슬을 흔들어 그 동물들을 학급 아이들이 서 있는 울타리 쪽
으로 몰며 고함쳤다. 해그리드가 다가와 그 동물들을 울타리에 매어두자 모두가 조금씩
뒤로 물러섰다.
"히포그리프야!" 해그리드가 그것들에게 손짓을 하며 큰소리로 유쾌히 말했다. "멋지
지 않니?"
해리는 해그리드의 말뜻을 알아들을 수 있었다. 반은 말이고 반은 새인 그 짐승을 보
면 처음에는 놀라겠지만, 짙은 회색과 청동빛과 연분홍빛과 회색과 밤색과 새까만 색이
깃털에서 머리털까지 매끄럽게 변하는, 각각이 다 다른 히포그리프의 멋진 털가죽에 감
탄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러니까," 해그리드가 양손을 비비면서 환히 웃으며 말했다. '조금 더 가까이 오고
싶다면 -"
아무도 그렇게 하고 싶지 않은 표정이었다. 그러나 해리와 론과 헤르미온느는 조심스
럽게 울타리로 다가갔다.
"자,히포그리프에 대해 알아야 할 첫 번째 사실은, 그것들이 도도하다는 거야." 해그
리드가 말했다. '그래서 히포그리프들은 쉽게 화를 내지. 그러니까 무례한 짓은 절대로
하지 마, 그렇게 하면 절대 안돼."
말포이와 크레이브와 고일은 듣고 있지 않았다. 그들은 작은 소리로 수군대고 있었는
데 해리는 그들이 어떻게 하면 그 수업을 엉망으로 만들까 궁리하고 있는 것 같다는
불쾌한 생각이 들었다.
"반드시 히포그리프가 먼저 행동할 때까지 기다려야 해." 해그리드가 계속했다. "그
게 공손한 거야, 알았지? 히포그리프들 쪽으로 걸어가서 인사를 하고 기다려. 만일 히
포그리프도 인사를 하면, 만져도 된다는 뜻이야. 하지만 인사를 하지 않으면, 빨리 달아
나야 해. 왜냐하면 그 갈고리 발톱에 다칠 위험이 있거든. 좋아 - 그럼 해보고 싶은 사
람?"
그러나 학급 아이들 대부분은 벌써 저만치 달아나 있었다. 심지어 해리와 론과 헤르
미온느조차 불안해했다. 히포그리프들은 흉포한 머리를 쳐들고 날개를 세게 퍼덕거리고
있었다. 그것들은 이렇게 매어져 있는 걸 좋아하지 않는 것 같았다.
"하나도 없니?" 해그리드가 간청하는 표정으로 말했다.
"제가 할게요." 해리가 말했다.
그의 뒤에서 숨을 들이쉬는 소리가 나더니, 라벤더와 패르바티가 속삭였다. "안돼,해
리.너의 찻잎을 기억해!"
그러나 해리는 그들을 무시하고 목장 울타리 쪽으로 성큼성큼 올라갔다.
"좋았어, 해리!" 해그리드가 큰소리로 외쳤다. "자 그럼- 네가 벅빅과 얼마나 잘 지내
는지 보자."
그가 쇠사슬 중 하나를 풀어 회색빛 히포그리프를 끌어당기고는 가죽 목걸이를 벗겨
주었다. 목장 맞은편에 있는 아이들은 모두 숨을 죽이고 바라보고 있었다. 말포이의 눈
이 심술궂게 빛났다.
"마음을 편히 가지고. 자,해리." 해그리드가 조용히 말했다. "눈을 맞추고 눈을 깜작이
지 않도록 해봐.... 눈을 너무 많이깜작이면 히폭리프들은 널 신뢰하지 않아...."
눈에서 금방 눈물이 흐르기 시작했지만, 해리는 눈을 감지않았다. 벅빅이 커다란 뾰
족한 고개를 돌려 성난 오렌지빛 눈으로 해리르 빤히 바라보고 있었더.
"바로 그거야." 해그리드가 말했다. "바로 그거야, 해리...자, 인사해..."
벅빅에게 뒤통수를 내보이고 싶지는 않았지만, 해리는 시키는 대로 했다. 그는 짧게
인사한 뒤 고개를 들었다.
히포그리프는 여전히 거만하게 그를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그것은 꼼짝도 하지 않았
다.
"아," 해그리드가 걱정스럽게 말했다. "좋아 - 물러서.자,해리, 부드럽게 -"
그러나 바로 그때 너무나 놀랍게도, 히포그리프가 갑자기 비늘이 있은 앞 무릎을 구
부리고 몸을 낮추었다. 그건 틀림없는 인사였다.
"잘했어, 해리!" 해그리드가 기뻐서 어쩔 줄을 몰라했다. "아 - 이제 만져도 돼! 부리
를 매만지고, 계속해!"
해리는 차라리 꽁무니 빼는 게 나을 뻔했다고 생각하며 천천히 히포그리프 쪽으로
다가가 손을 뻗었다. 그가 부리를 몇번 매만지자 히포그리프가 마치 그걸 즐기기라도
하는 것처럼 눈을 지그시 감았다.
학급 아이들이 갑자기 박수 갈채를 보냈다. 하지만 말포이와 크레이브와 고일만은 아
주 실망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러면, 해리." 해그리드가 말했다. "내가 볼 땐 올라타도 될 것 같아!"
해리는 이렇게까지 하리라고는 미처 생각지 못했다. 그는 빗자루를 타는 건 잘했지만
히포그리프를 타는 건 전혀 다른 일이었다.
"그 위로 올라가. 날개 관절 바루 뒤로." 해그리드가 찬찬히 가르쳐 주었다. "그리고
깃털을 뽑지 않도록 조심해로. 별로 좋아하지 않을 거야...."
해리는 벅빅의 날개 위에 발을 놓고 몸을 히포그리프의 등위로 끌어올렸다. 벅빅이
일어섰다. 해리는 어디를 잡아야 할 지 알수 없었다. 앞에 보이는 건 모두 깃털로 뒤덮
여 있었다.
"계속해. 그럼!" 해그리드가 히포그리프의 뒷다리와 궁둥이를 찰싹 때리며 큰소리로
말했다. 갑자기 4미터나 되는 커다란 날개가 해리 양쪽으로 쫙 펼쳐졌다. 그리고 미처
히포그리프의 목을 잡기도 전에 그것이 위로 높이 날아가고 있었다. 그건 빗자루를 타
는 것과는 전혀 달랐다. 히포그리프가 날개를 퍼덕거리자 해리는 중심을 잃고 내팽개쳐
질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또 번들번들한 깃털들이 손가락들 사이로 자꾸 미끄러 졌지
만, 해리는 무서운 나머지 더 꽉 잡고 있지도 못했다. 님부스 2000의 유연한 움직임과
는 달리, 히포그리프들의 뒷다리와 궁둥이가 날갯짓에 따라 올라갔다 내려갔다 할 때마
다 그는 몸이 앞뒤로 심하게 흔들리는 걸 느꼈다.
벅빅은 목장 주위를 한번 난 뒤 다시 지상으로 향했다. 해리는 약간 무서웠다. 그가
몸을 뒤로 젖히자 히포그리프의 매끄러운 목이 낮춰졌다. 그는 꼭 부리 너머로 떨어질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히포그리프의 사지가 땅에 닿자 둔하게
쿵 하는 게 느껴졌다. 그는 간신히 매달려 몸을 다시 바로 세웠다.
"잘했다,해리!" 해그리드가 큰소리로 말했다. 말포이와 크레이브와 고일을 제외한 모
두가 환호했다. "좋아.또 하고 싶은 사람?"
해리의 성공에 용기를 얻었는지, 다른 아이들이 조심스럽게 목장으로 올라갔다. 해그
리드가 히포그리프들을 하나씩 풀었고, 곧 아이들이 목장 여기저기에서 초조하게 인사
를 하고 있었다. 그러나 네빌의 히포그리프는 무릎을 굽히고 싶어하지 않았으므로 그는
여러 차례 달아나야 했다. 론과 헤르미온느가 밤색 히포그리프로 연습하고 있는 동안
해리는 가만히 그들을 지켜보고 있었다.
벅빅을 인계받은 사람은 말포이와 크레이브와 고일이었다. 히포그리프가 인사를 하
자, 말포이가 거드름을 피우며 벅빅의 부리를 매만지고 있었다.
"이거 누워서 떡 먹기군." 말포이가 해리가 들을 정도로 큰 소리로 점잔 빼며 말했
다. "그럴 줄 알았어. 포터가 할 수 있다면... 넌 절대 위험하지 않을 거야, 그렇지?" 그
가 히포그리프에게 말했다. "그렇지, 이 못생긴 짐승아?"
눈 깜짝할 사이에 강철 빛의 갈고리 발톱이 번쩍 하더니 말포이가 비명을 꽥 질렀다.
말포이는 잔디밭으로 나가떨어져 망토에 피를 철철 흘리고 있었고, 해그리드는 그런 말
포이에게 덤벼들려고 하는 벅빅의 목에 다시 목줄을 끼우려고 안간 힘을 쓰고 있었다.
"난 죽을 거야!" 말포이가 끙끙대며 소리치자 학급 아이들이 잔뜩 겁을 집어먹었다.
"난 죽을 거야, 날 봐! 이 놈이 날 죽였어!"
"안 죽어!" 해그리드가 새하얗게 질려서 말했다. "누구 나 좀 도와줘 - 저 애를 성으
로 데려가야겠어-"
헤르미온느가 달려가 문을 연 채로 잡고 있자 헤그리드가 말포이를 번쩍 들어올렸다.
그들이 지나갈 때, 해리는 말포이의 팔에 길다랗게 깊은 상처가 있는 걸 보았다. 피가
잔디 밭으로 뚝뚝 떨어졌다. 해그리드는 그를 안고 비탈길을 올라가 성으로 달려갔다.
아이들은 웅성거리며 그를 뒤따라갔다. 슬리데린들은 하나같이 해그리드에게 고함을
질러대고 있었다.
"그는 즉각 해고돼야 해!" 팬시 파킨슨이 울면서 말했다.
"그건 말포이의 잘못이야!" 딘 토마스가 날카롭게 맞받아쳤다. 크레이브와 고일이 근
육을 위협적으로 움직였다.
그들은 모두 돌 계단을 올라가 사람이 아무도 없는 현관의 커다란 홀로 들어갔다.
'난 그 애가 괜찮은지 보러 가야겠어!" 팬시가 이렇게 말하고 대리석 계단 위로 뛰어
올라갔다. 슬리데린 아이들은 여전히 해그리드에 대해 투덜거리면서 자신들의 지하 감
옥 학생 휴게실 쪽으로 향했다. 해리와 론과 헤르미온느는 그리핀도르 탑으로 가기 위
해 이층오로 올라갔다.
"그 애가 괜찮을까?" 헤르미온느가 초조하게 말했다.
"물론이야. 폼프리 부인은 베인 상처쯤은 눈 깜짝할 사이에 고칠 수 있어." 해리가
장담하듯 말했다. 실제로 그 간호사는 훨씬 더 심한 그의 상처도 씻은 듯이 낫게 해주
었었다.
"해그리드의 첫 수업 시간에 그런 일이 일어나다니 정말 안됐어, 안 그래?" 론이 걱
정스런 표정으로 말했다. "말포이 자식 이 수업을 엉망으로 만들어 놓으리라는 건 뻔한
일이었잖아...."
저녁 식사 시간이 되자, 그들은 행여나 해그리드를 만날 수 있을까 싶어 일찍 연회장
으로 내려갔다. 하지만 그는 그곳에 없었다.
"설마 파면당하지는 않겠지, 그렇지?" 헤르미온느가 스테이크와 강낭콩 푸딩은 손도
대지 않고 걱정스럽게 말했다.
"그렇진 않을 거야." 론이 말했다. 그 역시 전혀 먹지 않고 있었다.
해리는 슬리데린의 테이블을 지켜보고 있었다. 크레이브와 고일을 포함해서 아이들이
모여 앉아, 뭔가 열심히 쑥덕대고 있었다. 해리는 그들이 말포이가 얼마나 많이 다쳤는
가에 대해 서로들 나름대로 추측하고 있는게 틀림없다고 생각했다.
"아무튼 정말 여러 가지로 일이 벌어진 하루였군." 론이 음울하게 말했다.
그들은 저녁을 먹은 뒤 맥고나걸 교수가 내준 숙제를 하기 위해 아이들이 몰려있는
그리핀도르의 학생 휴게실로 올라갔다. 하지만 그들 셋 다 숙제를 하다 말고 창 밖만
흘끗흘끗 바라보았다.
"해그리드의 창문에 불이 켜져 있어." 해리가 갑자기 말했다. 론은 얼른 손목 시계를
들여다보았다.
"서두르면, 가서 해그리드를 만날 수 있을 거야. 아직 그렇게 늦지는 않았으니까...."
"모르겠어." 헤르미온느가 천천히 말하며 해리를 흘끗 쳐다 보았다.
"정원에서 걸어다니는 건 괜찮겠지." 그가 노골적으로 말했다. "디멘터들이 지키고
있으니 시리우스 블랙이 들어오지는 못했을 거야, 안 그래?"
그들은 물건들을 치워놓고 초상화 구멍으로 나갔다. 다행히 정문까지 가는 동안 아무
도 만나지는 않았지만, 정말로 나가도 되는 건지는 확신할 수 없었다.
잔대밭은 여전히 축축히 젖어있었지만 땅거미가 져서 캄캄할 뿐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다. 해그리드의 오두막에 도착해 노크를 하자 성난 목소리가 말했다. "들어와."
해그리드는 와이셔츠 차림으로 나무 탁자에 앉아있었다. 그가 기르는 멧돼지 사냥용
개 팽은 해그리드의 무릎에 머리를 대고 있었다. 그들은 첫눈에 해그리드가 술을 많이
마셨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그의 앞에는 거의 양동이 만한 크기의 커다란 손잡이가 달
린 양은 잔이 놓여 있었고, 그는 그들이 누군지도 제대로 알아보지 못하는 것 같았다.
"아마 기록일 거야." 마침내 그가 그들을 알아보고 탁한 목소리로 말했다. "하루도
못간 선생은 나밖에 없을 거야."
"아저씬 파면되지 않았어요, 해그리드!" 헤르미온느가 헐떡이며 말했다.
"아직은 아니지." 해그리드가,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양은 잔에 담긴 걸 벌컥벌컥
들이켜며 비참하게 말했다. "하지만 시간 문제일 뿐이야. 말포이가...."
"그 녀석은 어때요?" 론이 해리와 헤르미온느와 함께 자리에 앉으며 물었다. "심각하
진 않죠, 그렇죠?"
"폼프리 부인이 최선을 다해서 고치셨어." 해그리드가 느릿느릿 말했다. "하지만 그
애는 여전히 아프다고 난리야.... 붕대를 감고 ...끙끙대고 있어...."
"꾀병을 부리고 있는 거예요." 해리가 즉시 말했다. "폼프리 부인은 무엇이든 고칠
수 있어요. 작년에 제 뼈들도 반쯤 다시 자라게 했잖아요. 말포이 자식이 자기가 원하
는 걸 얻어내려고 억지를 부리고 있는 게 틀림없어요."
"학교 이사들도 물론 보고를 받았어." 해그리드가 초라하게 말했다. "그들은 내가 너
무 큰일을 벌였다고 생각해. 첫 수업부터 히포그리프들을 데려오는 게 야니었어.... 폴로
버웜 같은 벌레나 뭐 그런 걸로 해야 했어.... 난 그저 좋은 첫 수업이 될거라고 생각했
을 뿐이야.... 모두 다 내탓이야...."
"그건 모두 말포이의 잘못이에요, 해그리드!" 헤르미온느가 진정으로 말했다.
"우리가 증인이에요." 해리가 말했다. "아저씬 무례한 짓을 하면 히포그리프들이 공
격할 거라고 미리 말했어요. 어디까지나 이 일은 말을 듣지 않은 말포이 자식의 잘못이
에요. 우리가 덤블도어 교수에게 사실대로 말하겠어요."
"그래요, 걱정 마세요, 해그리드. 우리가 도와드릴게요." 론이 해리의 말을 거들며 그
를 위로했다.
딱정벌레처럼 까만 해그리드의 주름진 눈에서 눈물이 스며나왔다. 그는 해리와 론을
잡고 힘껏 끌어당겨 뼈가 으스러지게 껴안았다.
"술은 이제 그만 하세요, 해그리드." 헤르미온느가 단호하게 말했다. 그녀는 탁자에서
커다란 잔을 가져가 비우기 위해 밖으로 나갔다.
"아, 어쩌면 그 애 말이 옳을지도 몰라." 해그리드가 해리와 론을 놓으며 말했다. 그
들은 둘 다 휘청거리며 갈비뼈를 문질렀다. 해그리드가 의자에서 몸을 일으키더니 헤르
미온느를 따라 비틀비틀 밖으로 나갔다. 잠시 후 철벅 하고 시끄럽게 물튀기는 소리가
들렸다.
"무슨 소리지?" 헤르미온느가 빈 잔을 들고 돌아오자 해리가 초조하게 물었다.
"물통에 머리를 넣었어." 헤르미온느가 잔을 치우며 말했다.
해그리드는 긴 머리와 수염이 푹 젖은 채로, 눈에서 물을 닦아내며 다시 들어왔다.
"좀 낫군." 그가 꼭 개처럼 머리를 흔들어 그들 모두를 흠뻑적시며 말했다. " 얘들아,
날 보러 와줘서 정말 고마워. 난 정말 - "
해그리드가 갑자기 말을 멈추고, 마치 해리가 그곳에 있었다는 걸 이제야 깨닫기라도
한 듯 그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너 무슨 짓을 하고 있는 거야, 어?" 그가 느닷없이 고함을 쳤으므로 그들은 소스라
치게 놀랐다. "넌 해가 진 뒤엔 돌아다니면 안돼, 해리! 너희 둘도! 그 애가 이렇게 하
도록 내버려두다니!"
해그리드가 성큼성큼 걸어가서는 해리의 팔을 붙잡고 문 쪽으로 끌고 갔다.
"빨리!" 해그리드가 화를 내며 말했다. "너희들 모두 학교로 다시 데려다 줘야겠다.
해가 진 뒤엔 두번 다시 날 보러 오는 일이 없도록 해. 난 그럴 만한 가치가 없단 말이
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