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5 장 아라고그
여름의 기운이 정원을 지나 성으로 퍼져오고 있었다.하늘과 호수는 모두 붉은 빛을
띤 청색으로 변했고,온실에는 양배추 만한 커다란 꽃들이 활짝 피어났다.그러나 성
창문에서 아무리 내려다보아도,뒤를 졸졸 따라오는 팽과 함께 정원을 큰 걸음으로
걸어다니던 해그리드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으므로,해리는 마음이 무겁기만 했다.하긴
성 내부에서 일어나는 일이라고 더 나을 것도 없었다.일들이 잘못 돌아가고 있는 건
그것도 마찬가지였다.해리와 론은 헤르미온느를 병 문안 가고 싶었지만,이제
병동에서는 방문객을 금하고 있었다.
"우리도 어쩔 수가 없구나." 폼프리 부인이 병동 문큼 새로 엄하게 말했다.
"안돼,미안하구나,언제라도 그 습격자가 다시 와서 이 사람들을 끝장낼..." 덤블도어
교수가 가고 없게 되자,전에 없이 불안감이 퍼져 나갔다.이제 햇살은 더 이상
성안으로도 들어오지 않는 것 같았다.걱정스러운 표정이나 긴장하는 표정을 짓지 않는
얼굴은 거의 찾아볼 수가 없었고,복도에서 울리는 웃음소리는 하나같이 날카롭고
괴이하게 들렸으므로 웃었다가도 얼른 멈춰졌다.해리는 덤블도어의 마지막 말을
끊임없이 되뇌었다. "난 이곳에서 단 한 살마도 날 좋아하지 않게 될 때만이 진정으로
이 학교를 떠날 것이오,또한 도움을 요청하는 사람이 단 한 사람이라도 있다면
호그와트는 언제라도 도움을 받게 될 것이오." 그러나 이런 말이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모두들 다 방황하고 겁을 먹고 있는데,정확히 누구에게 도움을 요청해야
한다는 말인가? 해그리드가 남긴 거미들에 대한 암시가 이해하기는 훨씬 더
쉬웠다-문제는 성안에 따라갈 거미가 단 한마리도 남아있지 않은 것 같다는
것이었다.해리는 론의 도움을 받아(다소 마지못해하기는 했지만)가는 곳마다
훑어보았다.그들은 물론 혼자서 돌아다녀선 안 되며 성에서 이동할 때는 다른
그리핀도르 학생들과 무리를 지어 다녀야 한다는 사실 때문에 행동에 더욱 제약을
받았다.다른 학생들 대부분은 교실을 옮겨갈 때 선생님들의 안내를 받는다는 것을
기뻐하는 것 같았지만,해리는 그게 몹시 싫었다.그러나 한 사람만은 두려워하고
의심하는 그런 분위기를 철저히 즐기고 있는 것 같았다.드레이코 말포이는 마치
자신이 학생회장으로 임명되가라도 한 것처럼 거들먹거리며 학교를 돌아다녔다.해리는
그러나 덤블도어 교수와 해그리드가 떠나고 2주일 뒤에 있었던 마법의 약 수업 때까지
그가 무엇 때문에 그렇게 즐거워하는지 전혀 깨닫지 못했다.해리는 마법의 약
수업시간 때 말포이 바로 뒤에 앉아 있다가 그가 크레이브와 고일를 자못 기분 좋은
듯이 바라보며 하는 말을 우연히 듣게 되었다.
"난 늘 덤블도어를 제거할 사람은 바로 아빠일 거라고 생각했어." 그가 굳이
목소리를 낮추려고 하지도 않으며 말했다. "아버지는 덤블도어가 우리 학교 사상
최악의 교장이라고 생각하신다고 내가 그랬잖아.아마 이번엔 훌륭한 교장이 오실
거야.비밀의 방이 닫히는 걸 바라지 않는 사람 말야.맥고나걸 교수도 오래 가지
않을걸,그녀는 그저 교장의 공석을 채우고 있을 뿐이..." 스네이프 교수가 헤르미온느의
빈자리와 냄비에 대해 한 마디 말없이,해리 옆으로 휙 하고 지나갔다.
"선생님." 말포이가 큰소리로 말했다. "교장직에 지원해보시는 게 어떠세요?"
"자,자,말포이." 스네이프 교수는 좋아서 입이 찢어질 것 같았다. "덤블도어 교수는
이사들에 의해 잠시 정직되었을 뿐이란다.그 분은 아마 곧 우리에게로 돌아오실 거야."
"그래요,맞아요." 말포이가 능글맞게 웃으며 말했다. "하지만 선생님이 지원하시면
저희 아버지는 선생님께 표를 던지실 거예요-제가 아버지께 선생님이 이곳에서 가장
훌륭하신 분이라고 말씀 드리겠어요..." 스네이프 교수는 지하 감옥을 휩쓸고
지나다니며 히죽히죽 웃고 있었으므로,다행히 냄비에다 토하는 시늉을 하고 있는
시무스 피니간을 발견하지 못했다.
"잡종들이 아직까지도 모두 짐을 싸지 않았다는 게 놀라워." 말포이가 계속했다.
"다음 녀석은 반드시 죽을 거야.5갈레온을 걸겠어.그게 그그레인저가 아니었던 게 좀
유감이지만 하지만 말야..." 바로 그 순간에 종이 울렸던 것 정말 다행이었다.말포이의
그 마지막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론이 의자에서 뛰어 내렸었는데,모두들 가방과
책들을 챙기느라 정신이 없어서,그가 말포이를 잡으려고 하는 걸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다.
"저 녀석을 가만두지 않겠어." 해리와 딘이 팔을 잡자 론이 고함쳤다. "난
상관없어,지팡이도 필요 없어,저 녀석을 내 손으로 죽이고 말겠어-"
"어서들 서둘러라,너희들은 약초학 수업 받는 곳으로 데려다 주어야 하니까 말이다."
스네이프 교수가 학급 아이들 머리 위로 소리치자,그들이 줄을 맞춰 걸어갔다.하지만
그뒤를 따라가는 동안에도 론은 여전히 해리와 딘에게 붙잡힌 팔을 빼내려고
했다.성에서 나와 온실 쪽에 있는 채소밭에 다다랐을 때에야 겨우 론이 좀
진정되었으므로 놔줄 수 있었다.약초학 수업은 분위기가 아주 침체되어 있었다.함께
수업을 듣던 저스틴과 헤르미온느가 빠져 있었기 때문이었다.스프라우트 교수는 그들
모두에게 아비니시아의 슈리벌피그가지치는 일을 시켰다.해리는 퇴비 더미 위에 시든
줄기를 한아름 내려놓다가 어니 맥밀란과 얼굴이 마주치게 되었다.어니는 한숨을 푹
쉬더니 아주 딱딱한 어투로 이렇게 말했다. "해리,널 의심해서 미안해.네가 헤르미온느
그레인저를 습격하지 않았다는 거 알아,그리고 내가 지금까지 말했던 거 모두
사과할게.우린 이제 모두 같은 배를 탄 거야,그리고-" 그가 통통한 손을 내밀자,해리는
악수를 했다.어니와 그의 친구 한나는 해리와 론이 가지치고 있는 슈리벌피그에서
함께 작업했다.
"저 드레이코 말포이 녀석은," 어니가 죽은 가지를 꺾어 내며 말했다. "그 녀석은 이
모든 게 좋아 죽겠나봐,안 그러니? 아무래도 난 그 녀석이 슬리데린의 후계자인 것
같아."
"너 참 똑똑하다." 론이 말했다.그는 해리처럼 쉽게 어니는 용서하지 않는 것 같았다.
"너도 그게 말포이라고 생각하니,해리?" 어니가 물었다.
"아니." 해리가 너무나 확고하게 말하자 어니와 한나가 빤히 바라보았다.잠시
후,해리의 눈에 무언가가 들어왔다.커다란 거미 몇 마리가 맞으편 잔디밭 위로
허둥지둥 달아나고 있었는데,마치 미리 예정된 모임에 참석하기 위해 가장 짧은
경로를 따라가기라도 하는 듯 이상하게 일직선으로 이동하고 있었다.해리는 가지치는
가위로 론의 손을 툭 쳤다.
"아야! 왜 그-" 해리는 햇빛 때문에 눈을 찡그린 채,거미들이 나아가는 곳을
가리켰다.
"정말이네." 론이 반가운 표정을 지으려다가 이내 울상이 되었다. "하지만 지금은
따라갈 수가 없잖아..." 어니와 한나가 호기심 가득찬 얼굴로 그들의 말을 듣고
있었다.해리는 눈을 가늘게 뜨고 거미들에게 초점을 맞췄다.그것들이 만약 정해진
경로를 따라가는 것이라면,어딘가에선 틀림없이 멈출 것이다.
"거미들은 금지된 숲으로 향하고 있는 것 같아..." 론은 그것이 아주 탐탁지 않은 것
같았다.수업이 끝나자 스프라우트 교수가 학급 학생들을 어둠의 마법 방어법 교실까지
바래다주었다.해리와 론은 자신들의 말 소리가 들리지 않도록 다른 사람을 뒤에
처져서 걸었다.
"투명 망토를 다시 사용해야만 할 거야." 해리가 론에게 말했다. "팽을 데려가도
좋을 것 같아.그 녀석은 해그리드와 자주 숲에 들어갔었잖아,아마 도움이 될 거야."
"맞아." 론이 초조한 듯 요술지팡이를 손가락으로 빙빙 돌리며 말했다.
"저-그런데-숲속엔 늑대인간들은 없겠지?" 록허트 교수의 교실에서 평상시처럼
뒷자리에 앉으며 그가 덧붙였다.그 질문에 대답하고 싶지 않았던지,해리가 이렇게
말했다. "그곳에는 좋은 것들도 있어,켄타우르스는 괜찮고,유니콘도..." 론은 금지된
숲에 들어가 본 적이 없었다.해리는 딱 한번 들어갔었지만 다시는 그렇게 되지 않기를
바랐었다.록허트 교수가 교실 아능로 기운차게 걸어 들어오자,학생들의 눈이 모두
그에게로 쏠렸다.호그와트의다른 선생님들은 모두 예전과 달리 어두운
표정이었지만,록허트 교수만은 전혀 다라진 것 없이 즐거워 보였다.
"자 여러분." 그가 얼굴 가득 미소를 지으며 외쳤다. "왜 모두들 시무룩한 거죠?"
아이들은 서로 화난 표정으로 바라보기만 할 뿐,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
"아직 모르고 있는 건가요?" 그들이 전혀 알지 못하고 있기라도 한 듯 록허트
교수가 천천히 말했다. "위험스런 순간은 지나갔어요! 범인은 잡혀갔다구요-"
"누군데요?" 딘 토마스가 큰소리로 물었다.
"마법부 장관은 해그리드가 한 짓이라는 걸 100퍼센트 확신하지 않았다면 그를
잡아가지 않았을 거
예요." 록허트 교수는 누군가에게 하나 더하기 하나는 둘이 된다는 걸 설명하는 투로
말했다.
"그야 그랬겠죠." 론이 딘보다 훨씬 더 크게 말했다.
"내 자랑은 아니지만,해그리드의 체포 건에 대해서는 내가 조금 더 자세히 알고
있어요,위즐리 군." 록허트 교수가 독선적인 어조로 말했다.론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하려고 했지만,해리가 책상 밑으로 그를 발로 세게 차는 바람에 말을
그만두었다.
"우린 거기에 없엇던 걸로 해야해,기억해?" 해리가 비밀히 말했다.그러나 록허트
교수의 넌더리나는 명랑함고,은연중에 해그리드를 쓸데없는 사람이라고 말한
것과,이제는 모든 게 끝난 것처럼 행동하는 것에 어찌나 화가 났던지,해리는
'굴귀신과 돌아다니기' 책을 그의 멍청한 얼굴로 홱 던져 버리고 싶었다.그러나 그는
꾹 참고,론에게 '오늘 밤에 하자' 라고 짧게 휘갈겨 쓴 쪽지를 보내는 것으로
만족했다.론은 그 쪽지를 읽고 나서 침을 꿀꺽 삼키고는,평소에 헤르미오느가 앉았던
빈자리를 슬쩍 바라보았다.그리고마침내 결심을 굳혔는지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요즈음
그리피도르의 학생 휴게실에는 늘 사람들로 북적댔는데,그건 저녁 6시 이후에는 달리
갈 곳이 없었기 대문이었다.또한 할 얘깃거리도 많았으므로,학생 휴게실에는 때로
자정이 지나도록 아이들이 남아 있곤 했다.해리는 저녁을 먹자마자 가방에서 투명
망토를 꺼내 학생 휴게실로 와서는,저녁 내내 그것을 깔고 앉아 아이들이 다 기숙사
방으로 돌아갈 때를 기다렸다.그러는 동안 프레드와 조지는 해리와 론에게 카드
게임을 몇 판 하자며 도전장을 냈고,지니는 평상시 헤르미온느가 앉아있던 의자에
앉아 침통한 얼굴로 그들을 지켜보고 있었다.해리와 론은 그 게임을 빨리 끝내려고
계속해서 일부러 져주었지만,그럼에도,프레드와 조지는 지니는 자정이 훨씬 지나서야
비로소 자러 올라갔다.해리와 론은 멀리서 두 기숙사의 방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릴
때까지 기다렸다가 망토를 뒤집어쓰고 초상화 구멍으로 기어나갔다.모든 선생님들의
감시를 피해 성 밖으로 나가는 건 대단히 힘든 일이었다.그들은 마침내 현관 안의
홀에 도달해 오크문의 장금 장치를 연 뒤,소리가 나지 않도록 문틈으로 살짝 비집고
나가,달빛이 드리워진 정원으로 걸어나왔다.
"그런데 말야." 새까만 잔디밭 위를 걷고 있을 때 론이 불쑥 말했다. "숲속에 갔는데
따라갈 거미들이 하나도 없으면 어떡하지.그 거미들은 그리고 가지 않았을지도
모르잖아.그것들은 그저 아무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었던 것 같았어,하지만..." 그의
목소리가 예상했던 대로 점점 약해졌다.그들은 해그리드의 집에 도착했다.안에 아무도
없어서인지 집은 쓸쓸하고 초라해 보였다.해리가 문을 밀어서 열자,팽이 그들을 보고
좋아서 미친 듯이 날뛰었다.팽이 갑작스레 짖어서 성에 있는 사람들을 모두
깨울까봐,녀석에게 부리나케 벽난로 위의 선반에 있는 깡통 당밀 퍼지를 먹이자,그의
이빨이 쩍 들어붙었다.해리는 투명 망토를 해그리드의 탁자 위에 올려놓았다.칠흑같이
어두운 숯속에서는 굳이 그게 필요하지 않을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이것 봐,팽,우린 산책 나갈 거야." 해리가 개의 다리를 쓰다듬으며 말하자,팽이
좋아라고 그들 뒤를 쫓아 집 밖으로 튀어나가 숲 언저리로 쏜살같이
달려가더니,커다란 단풍나무에 다 대고 한쪽 다리를 들어올렸다.해리가 요술지팡이를
꺼냐 "루모스!" 라고 중얼거리자 그 끝에,그들이 그 오솔길에서 거미들을 찾을 수
있기에 딱 적당한 밝기의 아주 작은 불빛이 나타났다.
"잘했어." 론이 말했다. "나도 그렇게 하고 싶지만,너도 알자시피-그랬다간 어쩌면
폭파하거나 뭐 그렇게 될지 몰라서 말야..." 해리가 잔디밭을 가리키며 론의 어깨를 툭
쳤다.거미 두 마리가 요술지팡이 불빛을 피해 황급히 나무 그늘 쪽으로 달아나고
있었다.
"좋았어." 론이 마치 최악의 상황에 내버려지기하도 한 듯 한숨을 지으며 말했다.
"난 준비됐어.가자."그들은 숲속으로 들어갔다.팽은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킁킁거리며
나무 뿌리나 나뭇잎 냄새를 맡았다.그들은 지팡이 불빛을 이용해,오솔길을 따라 조금씩
꾸준히 이동하는 거미들을 쫓아갔다.그들은 나뭇가지 부러지는 소리나 나뭇잎이
살랑대는 소리 말고 혹시 다른 소리가 들리지 않을까 잔뜩 긴장하면서,약 20분 정도
그 거미 뒤를 아무 말 없이 쫓아갔다.그뒤,나무들이 너무 울창해서,머리 위의 별들은
더 이상 보이지 않고,해리의 지팡이 불빛만이 희미하게 어두운 숲을 밝히고 있을
때,거미들이 오솔길을 벗어나는 게 보였다.해리는 그 거미들이 어디로 가는지 보려고
멈춰 섰지만,자신의 발밑 부근의 동그란 불빛 말고는 주위가 완전히 새까매서 전혀 알
수 없었다.그는 숲에 이렇게 까지 깊숙이 들어와 본 적이 없었다.그는 지난번에 여기에
왔을 때 숲 오솔길을 떠나자 마라던 해그리드의 충고가 생생히 기억났다.그러나
해그리드는 이제 멀리 떨어져 있었다.어쩌면 아즈카반의 감옥에 앉아있을지도
모르지만,그는 또 거미들을 따라가라는 말을 남기도 떠났었다.무언가 축축한 것이 손에
닿자 해리는 깜짝 놀라 뒤로 물러서다가 론의 발을 밟았는데,그건 그저 팽의 코였다.
"어떻게 생각하니?" 해리가 론에게 물었다.그는 자신의 지팡이에서 나온
불빛으로,간신히 론의 눈을 알아볼 수 있었다.
"여기까지 왔는데 이젠 어쩔 수 없잖아." 론이 말했다.그들은 급히 움직이는
거미들의 그림자를 따라 더 깊숙이 들어갔다.그러나 이젠 그렇게 빨리 움직일 수도
없었다.나무뿌리와 그루터기들이 자꾸 발에 걸렸기 때문이었다.해리는 손에 닿는 팽의
뜨거운 입김을 느낄 수 있었다.그들은 몇 차례인가 멈춰서,크리고 앉아 지팡이
불빛으로 거미들을 찾아야 했다.적어도 30분쯤은 걸은 것 같았다.낮게 늘어진 나뭇
가지와 가시나무에 걸려 망토가 찢어졌다.한참 가자 숲은 어느 때보다 울창했지만
지면이 약간 내리막
길로 변한 것 같았다.그 때 팽이 갑자기 쩌렁쩌렁 울리게 큰소리로 짖어대는
바람에,해리와 론은 화들짝 놀랐다.
"뭔데?" 론이 해리의 팔꿈치를 꼭 잡은 채 새까만 어둠 속을 휘 둘러보며 큰소리로
물었다.
"저기에서 뭔가가 움직였어." 해리가 속삭이듯이 말했다. "들어봐...뭔가 커다란
것처럼 들려..." 그들은 귀를 기울였다.오른쪽 저만치에서,뭔가 커다란 것이 나무들
사이를 헤치면서 다가오고 있었다.
"이런." 론이 말했다. "이럴 수가,설마,끔-"
"조용히 해." 해리가 극도로 흥분해서 말했다. "소리 듣겠어."
"내 소릴 듣는다구?" 론이 이상하게 높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건 이미 팽이 짖은
소리를 들었어." 그들은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두려움에 떨며 꼼짝 않고 서
있었다.이상하게 나직이 우르르거리는 소리가나더니 갑자기 조용해졌다.
"그게 뭘 하고 있는 거지?" 해리가 물었다.
"덤벼들 준비 하고 있겠지." 론이 말했다.그들은 감히 움직이지도 못하고,벌벌 떨면서
기다렸다.
"가벼린 걸가?" 해리가 속삭였다.
"몰라-" 그 때,오른쪽에서,갑자기 밝은 불빛이 확 타올랐으므로 두 사람 모두 얼른
손을 올려 눈을 가렸다.팽은 깽깽거리며 달아나려고 하다가,가시나무들 사이에 갇히자
훨씬 더 크게 깽깽거렸다.
"해리!" 론이 안도한 나머지 갈라진 목소리로 소리쳤다. "해리,저건 우리 차야!"
"뭐라구?"
"어서!" 해리가 발부리에 걸려넘어지면서 론을 따라 그 불빛 쪽으로 머뭇머뭇
걸어가자 잠시 뒤 공터가 나왔다.위즐리 씨의 차가 울창한 숲 가운데에서
나뭇가지들로 잔뜩 덮인 채로 헤드라이트를 환히 켜고 서 있었다.론이 얼이 빠져서
입을 헤 벌린 채로 차 쪽으로 걸어가자,그 차가 마치 주인을 맞기라도 하는
듯이,천천히 그에게로 움직였다.
"그게 내내 여기에 있었나봐!" 론이 차 주위로 걸어가며 좋아서 말했다. "이것 좀
봐,숲속에 있는 동안 엉망이 되어버렸어..." 차 옆구리가 여기저기 긁혀 있었을 뿐만
아니라 온통 진흙투성이였다.그게 혼자서 숲을 굴러다녔던 게 분명했다.팽은 그 차에는
전혀 관심이 있는 것 같지 않았다.녀석은 계속해서 해리 옆에 꼭 붙어 있었는데,해리는
녀석이 떨고 있는 걸 느낄 수 있었다.다소 숨을 돌리자,해리가 자팡이를 다시
망토속으로 쑤셔 넣었다.
"이게 우릴 습겨할 거라고 생각하다니!" 론이 차에 기대어 툭툭 치며 말했다. "난 또
이게 어디로 갔나 했지!" 해리는 더 많은 거미들이 있나 보려고 밝은 불빛이 비추는
땅을 흘끗 바라보았지만,거미들은 이미 눈부신 헤드라이트 불빛을 피해 달아나고
없었다.
"어디로 갔는지 모르겠어." 그가 말했다. "어서,가서 찾아보자." 론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는 움직이지도 않았다.그의 눈은 해리 뒤쪽으로 3미터쯤 떨어진 바닥의 어떤
점에 고정되어 있었다.그의 얼굴은 공포로 납빛이 되어 있었다.그런데 딸깍거리는
커다란 소리가 나더니,해리가 미처 돌아서기도 전에 길다란 털투성이인 무언가가 그의
몸통을 잡고 그를 당에서 번적 들어올렸다.그는 거꾸로 대롱대롱 매달려 있었다.겁에
질려 몸부림치는 사이 딸깍거리는 소리가더 많이 들렸고,론의 다리 역시 땅에서
떨어지는 게 보였다.낑낑거리며 소리를 길게 뽑으며 짖고 있던 팽은 어느새 어두운 숲
속으로 내몰리고 있었다.해리는 매달린 채로,자신을 잡고 있는 괴물이 엄청나게 긴
여섯 개의 털투성이 다리로 걸어가고 있으며,앞다리 두 개가 그를 번득이는 한쌍의
까만 집게발로 꽉 움켜쥐고 있는 걸 보았다.뒤에서는 그런 동물 또 하나가 걸어오는
소리가 들렸다.그것은 론을 잡고 있을 게 분명했다.팽이 세 번째의 괴물에게서
벗어나려서 몸부림치며,큰소리고 낑낑거리는 소리가 들렸지만,해리는 소리치고 싶어도
소리칠 수가 없었다.마치 공터에 있는 차에 목소리를 두고 온 듯 소리가 나오지
않았다.그 동물에게 얼마나 오랫동안 잡혀있었는지 알 수 없었다.그런데 얼마쯤 가자
갑자기 우글거리고 있는 게 보였다.괴물들이 나무가 하나도 없는 거대한 분지에
도달해 있었다.하늘에서는 여전히 별들이 밝게 빛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지상에서는
지금까지 한번도 본 적이 없는 끔찍한 광경이 벌어지고 있었다.거미들.그러나 발밑에
있는 나뭇잎들 위로 떼지어 물려오는 것들처럼 작은 거미가 아니었다.짐마차를 끄는
말 정도 크기에,여덟 개의 눈과,여덟 개의 다리,털투성이인 거대한 까만색의
거미였다.해리를 들고 있는 거대한 괴물이 가파른 내리막길을 내려가 우묵한 분지
한가운데 있는 어렴풋한,반구형의 거미줄로 향하는 동안,다른 괴물들은 친구 거미가
들고 있는 것을 보고 흥분해서 집게발을 딸깍거리며,그 주위로 다가왔다.그 거미가
놓아주자 해리는 땅바닥으로 철퍼벅 떨어졌다.론과 팽도 옆에 털썩 떨어졌다.팽은 더
이상 울부짖지 않고,떨어진 자리에서 조용히 몸을 움츠렸다.론도 해리처럼 겁에
질려있는 것 같았다.입은 소리도 나오지 않는 비명으로 헤벌러져 있었고 눈알은
튀어나올 것 같았다.해리는 갑자기 자신을 떨어뜨린 그 거미가 뭐라고 말하고 있다는
걸 알았다.분간하기가 어려웠던 것은,그 괴물이 한 마디 말할 때마다 집게발을
딸깍거렸기 때문이었다.
"아라고그!" 그게 소리쳤다. "아라고그!" 그러자 그 희미한 반구형의 거미줄
한가운데서,작은 코리끼만한 거미 한 마리가 아주 천천히 나타났다.그 거미의 까만
몸통과 다리에는 약간 회색빛이 돌았고,추하게 생긴 머리에 달린 눈들은 우윳빛
흰색이었다.그 거미는 장님이었다.
"저게 뭐지?" 그 거미가 집게발들을 재빠르게 딸깍거리며 말했다.
"사람들." 해리를 잡았던 거미가 딸각거렸다.
"해그리드야?" 아라고그가 여덟 개의 우윳빛 눈으로 막연히 두리번거리면서 더
가까이 다가오며 말했다.
"모르는 사람들." 론을 데려온 거미가 딸깍거렸다.
"죽여버려." 아라고그가 버럭 화를 내며 딸깍거렸다. "잠자고 있었는데..."
"우린 해그리드의 친구예요." 해리가 큰소리로 말했다.심장이 쿵쾅쿵쾅
뛰었다.딸깍,딸깍,딸깍.분지 여기저기서 거미들의 집게발이 딸깍거렸다.아라고그가
멈췄다.
"해그리드는 우리의 분지로 사람들을 보낸 적이 없어." 그가 천천히 말했다.
"해그리드는 잡혀갔어요." 해리가 가쁘게 숨쉬며 말했다. "우리가 온 건 바로 그것
때문이에요."
"잡혀갔다구?" 늙은 거미가 이렇게 말했을 때,해리는 딸깍거리는 집게발 바로 밑에서
걱정하는 소리가들렸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가 왜 너희들을 보냈지?" 해리는
일어날까 생각했지만 그러지 않기로 했다.다리가 몸을 지탱하고 서 있을 것 같지는
않았기 때문이었다.그는 땅바닥에 앉은 채로 될 수 있는 대로 태연하게 말했다.
"저 위 학교에 있는 사람들은,해그리드가 학생들에게-어-어-무슨 짓을 했다고
생각해요.그들은 그를
아즈카반으로 데려갔어요." 아라고그가 집게발들을 미친 듯이 딸깍거리자,분지
여기저기에 있는 많은 거미들이 그 소리를 똑같이 흉내냈다.마치 박수갈채를 듣는 것
같았다.그러나 그 소리는 해리를 소름끼치게 했다.
"하지만 그건 오래 전이었어." 아라고그가 화를 내며 말했다. "아주 아주 오래 전에.
난 똑똑히 기억해.그가 학교를 떠난 건 바로 그것 때문이었지.그들은 비밀의 방에 살고
있는 괴물이 바로 나라고 믿었어.그들은 해그리드가 그 방을 열어서 날 놓아주었다고
생각했어."
"그럼 당신은...당신은 비밀의 방에서 나오지 않았나요?" 해리가 이마에 식은땀이
흐르는 걸 느끼며 말했다.
"내가!" 아라고그가 화가 나서 딸깍거리며 말했다. "난 성에서 태어나지 않았어.난 먼
이국 땅에서 왔어.내가 알이었을 때 어떤 여행자가 날 해그리드에게 주었지.해그리드는
어린 소년에 불과했지만,날 성안에 있는 벽장 속에 감춰두고,식탁에서 먹다 남은
것들을 먹이며 보살펴 주었지.해그리드는 나의 좋은 친구야.좋은 사람이지.내가
발견되어서,어떤 여자아이를 죽였다고 비난받았을 때,그는 날 보호해 주었어.난 그
이후 죽 이곳에 살았고,해그리드는 여전히 가끔히 날 찾아오지,그는 심지어 내게 아내
모삭을 찾아주기까지 해써.우리 가족이 얼마나 불어났는지 봐,모두가 다 해그리드
덕이야..." 해리는 용기를 냈다.
"그러니까 당신은 절대로-절대로 아무도 습격하지 않았다는 거죠?"
"그래." 늙은 거미가 쉰 목소리로 말했다. "그게 나의 본능이었겠지만,해그리그를
존경해서,사람에게는 절대로 해를 끼치지 않았어.살해당한 여자아이의 시체는
화장실에서 발견되었어.난 내가 자라난 벽장 말고는 성의 어디에도 가보지
못했어.우리의 동족은 어둡고 조용한 곳을 좋아해..."
"하지만 그러면... 무엇이 그 여자아이를 죽였는지 아세요?" 해리가 물었다.
"왜냐하면 무엇인지를 모르지만,그게 다시 돌아와 사람들을 죽이고 있거든요-" 갑자기
시끄럽게 딸깍거리는 집게발 소리와 많은긴 다리들이 화가 나서 급히 움직이는 소리
때문에 그의 말이 들리지 않았다.커다란 검은 형체들이 사방에서 그에게로 이동했다.
"성안에 살고 있는 건." 아라고그가 말했다. "우리 거미들이 무엇보다도 두려워하는
고대 생물이야.내가 해그리드에게 그렇게 풀어달라고 간청했던 건,바로 그 짐승이
학교를 돌아다니고 있다는 걸 감지했기 때문이야."
"그게 뭔데요?" 해리가 다급히 물었다.딸깍거리는 소리와 급히 움직이는 소리가 더
시끄럽게 들렸다.거미들이 가까워지고 있는 것 같았다.
"우린 말 못해!" 아라고그가 사납게 말했다. "우린 그 이름을 댈 수 없어!" 난 심지어
해그리드에게조차 저 끔찍한 생물의 이름을 말하지 않았어,그가 여러 차례 물었는데도
말야." 해리는 그러나 거미들이 사방에서 집요하게 다가오고 있었기 때문에 그 대답을
더 이상 재촉할 수가 없었다.아라고그는 말하는 데 싫증이 난 것 같았다.그는 천천히
반구형 거미줄안으로 물러나고 있었지만,그의 동료 거미들은 계속해서 서서히 해리와
론에게 다가왔다.
"그럼 우린 갈게요." 해리가 아라고그 뒤에서 나뭇잎들이 살랑대는 소리를
들으며,그에게 필사적으로 소리쳤다.
"간다구?" 아라고그가 느릿느릿 말했다. "그건 안될 것 같..."
"하지만-하지만-"
"내 아들과 딸들은 내 명령 때문에 해그리드를 해치지 않아.하지만 난 이렇게
자진해서 우리에게로
온 신선한 날고기까지먹지 말라고 할 수는 없어.잘 가게,해그리드 친구." 해리는
현기증이 났다.바로 앞에,그보다 훨씬 큰,단단한 거미들의 장벽이,불쾌하게 생긴 까만
머리에 난 여러 개의눈을 번득이며 딸깍거리고 있었다.해리는 그것들의 수가 너무
많아서 아무 소용이 없다는 걸 알면서도, 죽도록 싸울 결심을 하고,요술지팡이로 손을
뻗고 일어섰을 때,시끄러운 소리가 길게 지속되더니,밝은 불빛이 분지를 이글이글
타오르게 했다.위즐리 씨의 차가 헤드라이트를 훤하게 켜고,삑삑 경적을 울리면서,우레
같은 소리를 내면서 내리막길을 내려오며,거미들을 쳐서 나동그라지게 했다.몇 마리는
벌렁 뒤집혀져서,수많은 다리를 공중으로 쳐들고 허우적대고 있었다.차가 끽하며
해리와 론 앞에 멈추더니 문이 홱 열렸다.
"팽을 데려와!" 해리가 앞좌석으로 펄쩍 뛰어오르며 소리쳤다.론이 한가운데에서
사냥개를 잡자 차 뒷자석으로 던졌다-문이 쾅 닫혔다-론이 액셀러레이터를 건드리지도
않았는데 엔진이 포효하는 듯 요란한 소리를 내더미 출발하며 거미들을 몇 마리 더
쳐서 넘어뜨렸다.그들은 오르막길을 전속력으로 올라가,분지에서 나온 뒤,굉장한
소리를 내며 숲속을 달렸다.차가 그 길을 훤히 다 알고 있기라고한 듯 가장 넓은
기로만 교묘하게 굽이굽이 나아가는 동안 나뭇가지들이 차창에 부딪혔다.해리는 론을
흘끗바라보았다.그의입술은 여전히 비명을 지르기하도 하는 듯 헤벌어져
있었지만,눈빛은 조금 괜찮아진 것 같았다.
"괜찮니?" 론은 말은 하지 않고 멍하니 앞만 바라보았다.차가 마구 덤블을 헤치고
나아가고 있을 때,팽이 뒷좌석에 않아 소리를 길게 뽑으며 시끄럽게 짖어대고
있었다.차가 커다란 오크 나무 옆으로 비집고 들어갈 때 사이드미러가 툭 부러져
나갔다.그리고 10분 정도 요란하게 흔들흔들하더니 나무들이 점점
드문드문해졌고,다시 하늘이 조금 보였다.그런데 차가 갑자기 서는 바람에 몸이 앞으로
홱 쏠렸다.그들은 어느새 숲 언저리에 와 있었다.팽이 몹시 나가고 싶은지 얼른 창가로
갔고,해리가 문을 열어주자,꼬리를 다리 사이에 낀 채 쏜살같이 해그리드의 집으로
달려갔다.해리가 차에서 내리자,론도 팔다리에 감각이 되돌아온 듯 따라 내렸다.하지만
멍한 표정과 뻣뻣한 목은 여전했다.해리가 감사의 표시로 가볍게 치자 차는 후진으로
숲속으로 들어가더니 사라졌다.해리는 투명 망토를 가지고 해그리드이 오두막으로
들어갔다.팽은 녀석의 바구니에 있는 담요 밑에서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해리가 다시
밖으로 나오자,론이 호박밭에서 심하게 토하고 있었다.
"거미들을 따라가더니." 론이 소매로 입을 닦으며 힘없이 말했다. "난 해그리드를
절대 용서 못해.살아난 건 기적이었어."
"아저씨는 아라고그가 자신의 친구들을 해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을 거야." 해리가
말했다.
"그게 바로 해그리드의 문제야!" 론이 오두막 벽을 쾅쾅 치며 말했다. "해그리드는
언제과 괴물들이 겉으로 보이는 것만큼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잖아.그렇게 해서 자신이
어떻게 되었는지 봐! 아즈카반의 감옥 속에 있잖아!" 그는 이제 더 심하게 떨고
있었다. "우리를 저 안에 보낸 목적이 도대체 뭐냐구? 우리가 뭘 알아냈느냔 말야?"
"해그리드는 비밀의 방을 열지 않았다는 것이지." 해리가 론의 몸에 망토를 씌우고
그가 걸을 수 있도록 팔을 잡아 부축하며 말했다. "해그리드는 아무 죄가 없었어."
론이 휭 하고 코방귀를 뀌었다.아라고그를 벽장 속에서 부화시킨 것만으로도 분명
죄가 전혀 없다고 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성에 눈앞에 어렴풋이 나타나자 해리는
발이 확실히 감춰지도록 망토를 잡아당긴 뒤,삐걱거리는 문을 살짝 밀어 조금
열었다.그들은 조심스럽게 현관 안의 홀을 지나 숨을 죽이고 대리석 계단 위로 올라가
경계 근무중인 보초들이 걸어다니고 있는 복도들을 지나쳤다.그리고 마침내 안전한
그리핀도르의 학생 휴게실에 도착했다.벽난로에는 불이 다 타고 시꺼먼 재만 남아
있었다.그들은 망토를 벗어 꾸불꾸불한 계단을 올라가 기숙사로 들어갔다.론은 옷을
벗지도 않고 침대 위로 픽 쓰러졌다.해리는 그다지 졸립지가 않았다.그는 침대
가장자리에 앉아,아라고그가 했던 말들을 곰곰이 생각했다.성 어딘가에 숨어있는
생물은 볼드모트 같은 종류의 괴물인 것 같았다.심지어 다른 괴물들도 그 이름을 대고
싶어하지 않았으니 말이다.해리와 론은 그게 무엇인지도,그것이 어떻게 그 희생자들을
돌처럼 굳어지게 했는지도 전혀 알아내지 못했다.해그리드조차 비밀의 방 안에 무엇이
있는지 알지 못했었다.해리는 다리를 침대 위로 들어올리고 베개를 베고 벌렁
드렁누워,높은 창문으로 새어드는 달빛을 바라보았다.이제 더 이상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알 수 없었다.그들은 사방이 막힌 막다른 골목에 들어와 있었다.리들은 엉뚱한
사람을 잡았고,슬리데린의 후계자는 형벌을 모면했다.그리고 이번에 비밀의 방을 연
사람이 예전의 그 사람인지 아니면 다른 사람인지 아무도 알지 못했다.이제 물어볼
사람도 없었다.해리는 누워서,여전히 아라고그가 했던 말을 생각했다.막 졸음이 오기
시작했을 때 마지막 남은 희망 같은 생각이 문득 떠올랐다.그는 벌떡 일어나 앉았다.
"론." 그가 어둠 속에서 작은 소리로 불렀다. "론-" 론이 팽처럼 낑낑거리며
깨더니,미친 듯이 주위를 둘러보다가,해리를 보았다.
"론-죽은 그 여자 애 말야.아라고그가 그 애가 화장실에서 발견되었다고 했잖아."
해리가 한쪽 구석에서 들리는 네빌의 코 고는 소리에도아랑곳하지 않고 말했다. "그
애가 만약 화장실을 한번도 떠나지 않았다면? 그 애가 만약 아직도 그 곳에 있다면?"
론이 달빛에 얼굴을 찡그리며 눈을 비볐다.그릭 그 역시 그 말뜻을 이해했다.
"설마-모우닝 머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