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3장 비밀 일기
헤르미온느는 병동에 몇 주일을 머무렀다.학생들이 크리스마스 휴일을 보내고 다시
돌아오자,그녀가 습격을 받아서 병동에 입원한 것이라는 엉뚱한 소문이 순산식에 퍼져
버렸다.많은 학생들이 그 애를 한번 보려고 병동 앞을 지나다녔으므로 폼프리 부인은
헤르미온느가 털 난 얼굴이 보여져서 창피당하는 일이 없도록,침대에 커튼을 높이
달아주었다.해리와 론은 매일 저녁 그녀를 찾아갔다.그녀에게 매일 매일의 숙제를
알려주시 위해서였다.
"만약 내 얼굴에 털이 자라났다면,난 공부하지 않고 쉬었을 거야." 어느 날 저녁
론이 헤르미온느의 머리맡 탁자 위에 책들을 쏟아내며 말했다.
"바보 같은 소리 마,론,그때 그때 해놓지 않으면 나중엔 따라갈 수가 없어."
헤르미온느가 활발하게 말했다.이제 얼굴에 난 털이 모두 사라지고 눈이 서서히
갈색으로 돌아가고 있었으므로 그녀는 기분이 굉장히 좋아졌다. "그런데 무슨 새로운
실마리라도 잡았니?" 그녀가 폼프리 부인이 들을 수 없도록 작은 소리로 말했다.
"전혀." 해리가 침울하게 말했다.
"분명히 말포이 짓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론이 100번도 더 했던 말을 또 했다.
"저건 뭐니?" 해리가 헤르미온느의 베개에서 쑥 삐어져 나온 황금빛 나는 것을
가리키며 물었다.
"그저 빨리 회복되라는 카드야." 헤르미온느가 허둥지둥 말하며,그것을 보이지 않게
쑤셔 넣으려고 했지만,론은 당해내지는 못했다.그는 그것을 잡아 빼서
펼치더니,큰소리로 읽었다.
"그레인저 양에게,쾌유를 빕니다.멀린 서열,3급,어둠의 힘방어법 연맹 명예
회원이자,마녀 주간지의 가장 매력적인 미소상을 다섯 차례 수상한,당신의
선생,질데로이 록허트 교수로부터." 론이 메스꺼운 표정으로 헤르미온느를
올려다보았다.
"너 이걸 베개 밑에 놓고 자니?" 하지만 때마침 폼프리 부인이 헤르미온느가 먹을
약을 들고 들어오는 바람에 그녀는 굳이 대답하지 않아도 되었다.
"록허트 교수가 그렇게 멋지니?" 그들이 병동을 나와 그리핀도르 탑 쪽으로 가는
계단을 올라섰을 때 론이 해리에게 물었다.스네이프 교수는 그들에게 어찌나 많은
숙제를 내주었던지,해리는 2학년을 마치기도 전에 6학년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론이 헤르미온느에게 '머리카락을 곤두서게 하는 마법의 약'에는 쥐꼬리를 몇
개 넣어야 하는지 물어볼 걸 하고 후회하고 있을 때 위층에서 성난 목소리가 들렸다.
"필치야." 급히 계단을 올라가 보이지 않는 곳에 멈춰 서서,귀를 기울이던 해리가
비밀스럽게 말했다.
"누가 또 당한 게 아닐까?" 론이 긴장해서 말했다.그들은 이서을 잃은 것 같은
필치의 목소리 쪽으로 귀를 대고 조용히 서 있었다.
"...할 일이 훨씬 더 많아졌어! 이 일 아니어도 할 일이 산더미 같은데 밤새도록
걸레질이라니! 안되지,더 이상은 참을 수 없어,덤블도어 교수에게 가야겠어-" 그리고
그의 발자국 소리가 점점 더 작아지더니 복도 끝에서 문이 쾅 닫히는 소리가
들렸다.그들은 고개를 모퉁이 쪽으로 내밀었다.필치는 평상시처럼 망을 보고 있었던 게
분명했다.그들이 서 있는 곳은 노리스 부인이 습격 받았던 바로 그곳이었던
것이다.그들은 필치가 소리치고 있었던 곳을 흘끗 보았다.복도 반까지 물이 흥건히 차
있었는데,모우닝 머틀의 화장실 문틈에서 여전히 스며 나오고 있는 것 같았다.필치가
소리치는 걸 멈추자,화장실 벽에서 머틀의 울부짖는 소리가 울려 퍼지는 걸 들을 수
있었다.
"저 애가 또 왜 저러지?" 론이 말했다.
"가서 보자." 그들은 망토를 발목 위로 끌어올리고 물이 흥건한 곳을 지나 고장
표지판이 붙어있는 화장실 안으로 들어갔다.모우닝 머틀이 그 어느 때보다도 큰소리로
엉엉 울고 있었다.그녀는 여느 때처럼 자기 화장실 안에 숨어있는 것 같다.벽과 바닥이
푹 잠길 정도로 물이 넘치면서 촛불마저 다 꺼져버렸으므로 화장실 안은 아주
어두웠다.
"왜 그러니,머틀?" 해리가 물었다.
"거기 누구니?" 머틀이 불쌍하게 훌쩍거리며 말했다. "이번엔 또 뭘 던지러 온
거야?" 해리가 간신히 그녀의 화장실 쪽으로 걸어가 말했다."내가 너에게 뭘 던진다고
그러니?"
"묻지 마." 머틀이 이미 축축이 젖은 바닥 위로 더 많은 물을 튀기면서 나타나
소리쳤다. "난 아무 짓도 안 했는데,왜 내게 책을 던지는 거야..."
"하지만 넌 책에 맞는다 해도 다치지 않잖아." 해리가 사리에 맞게 말했다. "내 말은
책이 그냥 널 통과해 지나가니까 말야,안 그래?" 그 말을 했던 게 큰 실수였다.머틀이
몸을 부풀어오르게 하더니 날카로운 목소리로 말했다. "우리 모두 머틀에게 책을
던지자,그 앤 아무 것도 느끼지 못하니까! 배 쪽으로 지나가게 하면 10점이고,머리로
지나가게 하면 50점 이야!하,하,하! 굉장히 재미있겠다구,난 그렇게 생각지 않아!"
"그런데 도대체 누가 책을 네게 던졌다는 거니?" 해리가 물었다.
"몰라... 난 그저 변기 파이프 속에 앉아서,죽음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어,그런데 그게
바로 내 머리 위로 떨어졌어." 머틀이 그들을 노려보며 말했다. "저쪽에 있었는데,물에
쓸려 내려갔어..." 해리와 론은 머틀이 가리키고 있는 세면대 밑을 바라보았다.그곳에
자그마한 얇은 책 한 권이 놓여 있었다.너덜너덜한 검정색 표지를 갖고 있었는데 다른
것들과 마찬가지로 축 젖어 있었다.해리가 그것을 집으려고 한 발짝 내딛었을 때,론이
그의 등짝을 덥석 잡았다.
"왜 그래?" 해리가 말했다.
"너 미쳤니?" 론이 말했다. "위험할 수도 있잖아."
"위험하다구?" 해리가 웃으며 말했다. "쓸데없는 소리 마,그게 어떻게 위험할 수
있니?"
"넌 몰라." 론이 걱정스런 표정으로 그 책을 보며 말했다. "아빠가 말씀해
주셨는데,마법수가 압수한 어떤 책들은 눈을 새까맣게 타버리게 하기도 했대.그리고
'어떤 마법사의 시' 라는 책을 읽은 사람은 모두 죽을 때까지 리머릭이라는 이상한
시구를 읊어댔었어.또 바스(영국 남서부에 있는 서머싯 주의 온천도시:옮긴이)에 사는
어떤 늙은 마녀는 한번 읽기 시작하면 절대로 멈출 수 없는 책을 갖고 있었어! 그렇게
되면 책에 코를 박은 채로 모든 걸 한 손으로만 하면서 살아야 해.그리고-"
"그래,무슨 얘긴지 알겠어." 해리가 말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그 작은 책은 바닥에
축 젖은 채로 놓여 있었다.
"하지만 한번 살펴봐야 그런지 안그런지 알 수 있을 것 아냐." 그는 그렇게 말하고는
론을 살짝 피해,바닥에서 그 책을 집어들었다.해리는 그게 일기장이라는 걸 단번에
알았고,표지에 적힌 희미한 연도는 그게 50년 된 것이라는 걸 말해주었다.그는 몹시
궁금한 마음으로 일기장을 펼쳤다.첫 페이지에 잉크로 쓰여진 'T.M리들' 이라는 이름이
희미하게 남아 있었다.
"잠깐." 조심스럽게 다가와 해리의 어깨 너머로 살펴보고 있던 론이 말했다. "그
이름 알아...T.M.리들은 50년 전에 학교에서 특별 공로상을 받았었어."
"넌 도대체 그걸 어떻게 알았니?" 해리가 놀라서 물었다.
"필치가 내게 벌로 그의 방패꼴 트로피를 50번이나 닦에 했으니까 알지." 론이 화를
내며 말했다. "내가 민달팽이들을 다토했던 트로피가 바로 그거였거든.그 이름에서
민달팽이의 끈적끈적한 점액을 한 시간 동안이나 닦아냈는데,그걸 기억하지 못한다는
건 말도 안되지." 해리는 젖은 페이지들을 떼어냈다.일기장에는 아무 것도 쓰여있지
않았다.어떤 페이지에도 쓴 흔적이 전혀 없었다.심징 메이블 이모의 셍일이나,치과
으시,3시 30분 같은 간단한 메모도 하나 없었다.
"그는 이 일기장에 아무 것도 쓰지 않았어." 해리가 실망해서 말했다.
"그런데 왜 누가 그걸 변기 속에다 넣어 쓸려 보내려 했던 걸까?" 론이 이상하다는
듯이 말했다.이릭장 뒤 표지에는 런던 복스홀 가에 있는 잡화점 이름이 인쇄되어
있었다.
"그는 머글 태생이 분명해." 해리가 생각에 잠겨 말했다. "복스홀 가에서 이
일기장을 샀다면 말야..."
"그럼,네겐 이런 건 별로 필요 없겠네." 론이 갑자기 목소리를 낮췄다. "머틀의 코에
맞히기 50점 내기 할래?" 그러나 해리는 그걸 호주머니에 쑥 밀어넣었다. 2월 초가
되자 헤르미온느는 수염도 없어지고,꼬리도 없어지고,털도 모두 없어져서 병동에서
나오게 되었다.그리핀도르 탑으로 돌아온 첫날 저녁에,해리는 그녀에게 T.M리들의
일기장을 보여주었다.
"흠,이 일기장엔 신비한 힘들이 있는지도 몰라." 헤르미온느는 그 일기장을 가져가
자세히 살펴보며 신이 나서 말했다.
"만일 그렇다면,그 힘들은 꽁꽁 숨겨져 있을 거야." 론이 말했다. "부끄럼을 타는지도
모르지,그런데 넌 왜 그런 걸 계속 보관하고 있는 거니,해리?"
"그저 누가 왜 그걸 내버리려고 했는지 알고 싶은 것뿐이야." 해리가 말했다.
"리들이 어떻게 해서 호그와트에서 특별 공로상을 받게 되었는지는 알고 싶고 말야."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잖아." 론이 말했다. "O.W.L을 서른 개쯤 받았을지도 모르거
거대한 오징어로부터 어떤 선생님을 구했을지도 몰라.어쩌면 머틀을 죽였을지도
모르지.그건 모든 사람들을 위해 특별히 힘써준 것일 테니깐 말야..." 하지만 해리는
헤르미온느의 얼굴에 나타난 표정으로부터 그녀가 자신과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뭐야?" 론이 해리와 헤르미온느를 차례로 바라보며 말했다.
"어,비밀의 방이 50년 전에 열렸다고 했지?" 그가 말했다. "말포이가 그렇게
말했잖아."
"그래..." 론이 천천히 말했다.
"그리고 이 일기장은 50년 됐구." 헤르미온느가 흥분해서 일기장을 톡톡 치며
말했다.
"그래서?"
"오,론,정신 차려." 헤르미온느가 날카롭게 말했다. "지난번에 그 방을 연 사람은
50년 전에 쫓녀났잖아.또 T.M리들은 50년 전에 학교에서 특별 공로상을 받았구
말야.그러면,만일 리들이 슬리데린의 후계자를 잡은 공로로 특별 공로상을 받았다면
어떻게 될까? 그의 일기장은 어쩌면 우리에게 모든 걸 말해줄지도 몰라-그 방이
어디에 있으며,그걸 여는 방법이며,그 안에 어떤 종류의 괴물이 살고 있는지 모두
말야-그렇다면 이번에 일어난 습격들 배후에 있는 사람은 이 일기장이 존재하는 걸
바라지 않았을 거야,안그래?"
"정말 기막힌 이론이야,헤르미온느-" 론이 말했다. "딱 하나 아주 작은 흠이 있다는
것 말고는 말야.그의 일기장에는 아무것도 쓰여있지 않다는 것 말야." 하지만
헤르미온느는 가방에서 요술지팡이를 꺼내고 있었다.
"어쩌면 투명 잉크로 쓴 걸지도 몰라!" 그녀가 작은 소리로 말했다. 그리곤 그녀가
일기장을 톡톡 세 번 두드리며 "아파레시움!" 이라고 말했다.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하지만 헤르미온느는 전혀 동요 없이 다시 가방 속으로 손을 넣어 지우개처럼
생긴 연한 빨간색 물건을 꺼냈다.
"이건 '비밀 폭로제'야,다이애건 앨리에서 샀어." 그녀가 말했다.그러더니 그녀가 1월
1일을 세게 문질렀다.그러나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거봐,그 안에선 아무 거도 알아낼 수 없어." 론이 말했다. "리들은 그 일기장을
크리스카스 선물로 받았다가 써보지도 못하고 죽었을지도 모르잖아." 해리는 왜 리들의
일기장을 내덙 버리지 않는 건지 자신도 알 수 없었다.사실 그는 그 일기장에 아무
것도 쓰여있지 않다는 걸 알고 있으면서도,마치 끝까지 읽고 싶은 소설책이라도 되는
듯,계속 멍하니 페이지를 넘기고 있었다.그리고 해리는 확실히 T.M. 리들이라는
이름을 한번도 들어본 적이 없었음에도,그가 마치 반쯤 잊혀진 어린 시절의 친구라도
되는 듯,어떤 중요한 의미가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하지만 마롣 되지 않는
생각이었다.호그와트에 오기 전에 그에겐 친구가 단 한 명도 없었다.아니 두들리
때문에 도저히 친구를 사귈 수가 없었다.어쨋거나 해리는 리들에 대해 더 많은 걸
알아내기로 결심했다.론은 트로피 보관실은 생각만 해도 치가 떨린다며 다시는 가고
싶지 않다고 고집을 부렸지만,해리와 헤르미온느에게 이끌려 다음날 쉬는 시간에
리들의 공로상을 살펴보러 갔다.리들의 반짝반짝 윤이 나는 황금 방패꼴 트로피는 잘
보이지 않는 한쪽 귀퉁이 지열장 속에 세워져 있었다.그 트로피엔 그러나 그가 왜 그
상을 받게 되었는지에 대해서는 상세히 적혀 있지 않았다.("천만 다행이지 뭐야,만약
그랬다면 트로피가 훨씬 더 컸을 테고,그러면 난 여전히 그걸 닦고 일을지도
모르잖아." 론이 말했다.) 그러나 그들은 마법 실력을 인정해주는 오래된 어던 메달과
과거에 수석했던 학생들의 목록에서도 리들의 이름을 발견했다.
"리들도 꼭 퍼시 형 같은 사람이었군." 론이 넌더리가 나서 코를 찡그리며 말했다.
"완벽하고,수석 학생이고... 어쩌면 전교 회장이었을지도 모르지-"
"그게 뭐가나쁘니?" 헤르미온느가 약간 상처받은 목소리로 말했다. 이제 호그와트
성에도 다시 해가 들리 시작하면서 성안의 분위기가 더 밝아졌다.저스틴과 목이
달랑달랑한 닉이 당한 이후 더 이상의 습격은 없었고 폼프리 부인은 맨드레이크가
침울해지고 뭔가 자꾸 숨기려고 하는 경향을 보이는 것으로 보아 유년기를 지나
사춘기에 접어든 것 같다며 기뻐했다.
"여드름이 다 없어지면,그것들을 다시 큰 화분에 옮겨 심어도 될 거예요." 해리는
어느 날 저녁 그녀가 필치에게 친절하게 말하는 걸 들었다." 조금만 있으면 그것들을
잘라내어 약한 불에 달여어 의식 회복제를 만들 수 있을 거예요.그러면 먼지 않아
노리스 부인도 다시 살아날 겁니다." 습격이 뜸해지자 해리는 스릴데린의 후계자가
겁을 먹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학생들이 그렇게 조심하고 의심하는
상태에서,비밀의 방을 연다는 건 점점 더 위험해지고 있는 게 틀림없었다.어쩌면
무엇인지도 몰라도,그 괴물은 또다시 50년 동안 겨울잠을 자기로 결정한 것인지도
몰랐다.후플푸프의 어니 맥밀란은 그러나 그런 낙천적인 생각에 찬성하지 않았다.그는
여전히 해리가 그 짓을 했으며,그가 결투 클럽에서 "그 정체를 드러냈다." 고
확신했다.거기엔 피브스도 한몫 거들었다.그는 계속해서 사람들이 많이 몰려 있는
복도에나타나 이제는 춤까지 추며 "오,포터,이 천덕꾸러기야..." 하고 시작되는 노래를
불러댔다.질레로이 록허트 교수는 꼭 자기가 습격들을 중단시킨 것처럼
행동했다.그리핀도르의 학생들이 변신술 수업을 받으려고 모여들고 있을 때 해리는
그가 맥고나걸 교수에게 말하는 소리를 우연히 듣게 되었다.
"이제 더 이상의 문제는 없을 것 같아요,미네르바." 그가 아는 체하며 코를 가볍게
두드리면서 윙크를 하며 말했다. "비밀의 방이 이번엔 영원히 잠겨있을 것
같아요.범인은 내게 잡히는 게 시간 문제라는 걸 알게 된 게 틀림없어요.낳나테 잡히기
전에,일찌감치 그만두는 게 더 낫겠다고 생각했겠죠,뭐.이제 학생들의 사기를 높이는
일만 남았어요.지난 학기의 나쁜 기억을 싹 씻어 내도록 말이요!지금은 더 이사으
말하지 않겠지만,내 생각엔 그게..." 그는 코를 다시 톡톡 두드리며 성큼성큼
걸어갔다.학생들의 사기를 높이겠다는 록허트 교수의 생각은 2월 14일 아침 식사
시간에 명백해졌다.해리는 전날 밤에 늦게까지 계속된 퀴디치 연습 때문에 잠을 많이
자지 못했으므로,조금 늦게 연회장으로 내려갔는데 안으로 들어서는 순간 잠시 다른
방으로 들어선 게 아닌가 하는 착각이 들었다.벽마다 온통 타는 듯이 붉은 커다란
꽃들로 뒤덮여 있었다.더욱이,하늘빛 천장에서는 하트 모양의 색종이 조각이 떨어지고
있었다.해리는 그리핀도르 테이블로 걸어가자,론은 매스꺼워하는 표정으로 앉아
있었고,헤르미온느는 낄낄거리느라 정신이 없는 것 같았다.
"무슨 일이니?" 해리가 베이컨에서 색종이 조각을 떨어내며 물었다.론이 너무
메스꺼워서 말을 할 수 없다는 듯이,손가락으로 선생님들의 테이블을 가리켰다.장식과
어울리게 불타는 듯한 빨간색의 망토를 입은 록허트 교수가 조용히 하라고 손짓을
하고 있었다.그의 양쪽에 있는 선생님들은 무표정한 얼굴로 앉아 있었다.해리는
멀리서도 맥고나걸 교수의 볼 근육이 씰룩이는 것 볼 수 있었다.또 스네이프 교수는
꼭 스켈레-그로를 한 컵 마신 것 같은 표정이었다.
"즐거운 발렌타인 데이죠!" 록허트 교수가 소리쳤다. "그리고 지금까지 제게 카드를
보내준 마흔 여섯 분에게 감사드립니다! 그렇습니다.전 실례를 무릅쓰고 여러분 모두를
위해 작은 선물을 준비했어요.-하지만 이것만이 아니에요!" 록허트 교수가 손뼉을 치자
열두 명의 난쟁이가 들어왔다.그러나 단순한 난쟁이가 아니었다.난쟁이들은 하나가이
황금빛 날개를 달고 하프를 들고 있었다.
"제 친구인 사랑의 사자들입니다.카드를 갖고 있죠!" 록허트 교수가 밝게 미소지었다.
"그들은 오늘 학교를 돌아다니며 여러분들에게 발렌타인 선물을 전해줄 것입니다!
그것뿐이 아니에요! 전 다른 선생님들도 이 행사에 기꺼이 동참하시리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학생 여러분,스네이프 교수에게 '사랑의 묘약'을 만드는 방법을 보여달라고
하는 게 어떨까요? 그리고 말이 나왔으니 말이지만,사람을 황홀케 하는 마법에 관한
한 플리트윅 교수보다 더 많이 알고 있는 분은 아마 없을 것입니다!" 플리트윅 교수가
애양손으로 얼굴을 감쌌다.스네이프 교수는 누구든 사랑의 묘약을 만들어 달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으면 독약으로 죽여 버릴 것 같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말해봐,헤르미온느,너도 설마 그 마흔 여섯 명 가운데 하나는 아니겠지." 1교시
수업을 받으러 연회장을 나서며 론이 말했다.그러자 헤르미온느가 갑자기 가방을
뒤적거리면서 시간표를 찾는 척하며 아무 대답을 하지 않았다.난쟁이들은 하루 종일
이 교실 저교실을 찾아다니며 발렌타인 선물을 나누어주었다.그날 오후 늦게
그린핀도르 아이들이 마법 수업을 받으러 이층으로 올라가고 있을 때,한 난쟁이가
해리를 뒤쫓아왔다.
"와! 해리 포터다!' 굉장히 험상궂게 생긴 난쟁이 하나가 사람들을 밀어 제치고
해리쪽으로 다가오며 소리쳤다. 공교롭게도 지니 위즐리까지 있는 1학년생들 앞에서
발렌타인 선물을 받게 되자 해리는 얼굴이 화끈화끈 달아올라 얼른 달아나려고
했다.그러나 두 발짝도 도망가기 전에 그 난장이가 그에게 다가왔다.
"해리 포터에게 직접 들려줘야 할 노래 선물이 있어요." 그가 하프 줄을 위협적으로
윙 하고 튕기며 말했다.
"여기선 안돼." 해리가 달아나려고 하며 씩씩거렸다.
"가만히 있어요!" 그 난쟁이가 해리의 가방을 끌어당기며 툴툴거렸다.
"이거 놔!" 해리가 세게 잡아끌며 화가 나서 말했다.그 순간 그의 가방이 북 하고
찢어지면서 책과,요술지팡이와,양피지와 깃펜이 마룻바닥으로 쏟아져 나왔고 잉크병이
그 위로 떨어져 산산조각이 났다.해리는 그 난쟁이가 노래를 시작해 복도에 멍청하게
서 있어야 하는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얼른 주섬주섬주워 담았다.
"무슨 일이니?" 드레이코 말포이의 차갑고 느릿느릿한 목소리가 들렸다.해리는
말포이가 그의 노래 선물을 듣기 전에 그 자리에서 빠져나가려고,흩어진 것들을 주워
찢어진 가방 속으로 미친 듯이 쑤셔 놓기 시작했다.
"왜들 이렇게 소란이니?" 귀에 익은 또 다른 목소리가 들렸다.퍼시
위즐리였다.해리가 당황해서 부리나케 달아나려고 했지만,난쟁이가 그의 무릎을 잡더니
그를 마룻바닥으로 내동댕이 쳤다.
"됐어요." 그가 해리의 발목 위에 앉으며 말했다. "그럼 발렌타인 선물을 시작해
볼까요?"
그의 눈은 금방 절인 두꺼비처럼 초록빛이구요,
그의 머리타락은 칠판처럼 까매요.
내 사람이었으면 좋겠어요,그는 정말 멋져요,
어둠의 마왕을 물리친 영웅이죠.
해리는 그곳에서 사라질 수만 있다면 그린고트에 있는 금을 다 주어도 좋을 것
같았다. 해리는 아무렇지 않은 듯 다른 사람들을 따라 웃으려고 애쓰며,난쟁이의
무게에 짓눌려 감각이 없어져 버린 발로 간신히 일어서는 동안,퍼시 위즐리는
재미있어서 울기까지 하는 아이들을 해산시키느라 진땀을 빼야 했다.
"어서들 가,어서들 가라구,5분 전에 시작 종이 울렸어.교실로 가,어서." 그가 어린
학생들을 밀어내며 말했다. "그리고 너,말포이-" 해리가 흘끗 보자,말포이가 허리를
굽혀 무언가를 얼른 집더니 심술궂은 표정으로 크레이브와 고일에게 그걸
보여주었다.그건 리들의 일기장이었다.
"이리 내놔." 해리가 조용히 말했다.
"포터가 이 안에 뭘 썼을지 궁금한데?" 말포이가 말했다.그는 표지에 있는 연도를
보지 못하고 그것이 해리의 일기장이라고 생각한 게 분명했다.주위에 있던 사람들이
갑자기 잠잠해졌다.지니는 겁에 질린 표정으로 일기장과 해리를 번갈아 바라보았다.
"돌려 줘, 말포이." 퍼시가 엄하게 말했다.
"한번 본 다음에." 말포이가 비웃듯이 일기장을 해리에게 흔들었다.퍼시가 "학교
반장으로서-" 하고 말하는 순간 해리다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요술지팡이를 꺼내
"익스펠리아르무스!" 라고 외쳤고,스네이프 교수가 록허트를 무장 해제시켰던 것과
똑같이,일기장이 말포이의 손에서 떠나 공중으로 휙 날아갔다.그러자 론이 씩 웃으며
그걸 얼른 잡았다.
"해리!" 퍼시가 큰소리로 말했다. "복도에서는 마법을 부리면 안 돼.당장
보고하겠어!" 그러나 해리는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얄미운 말포이 녀석을 혼내줬는데
그린핀도르가 5점 정도 감점된들 어떻겠는가.화가 나서 어쩔 줄 모르고 있는 말포이는
지니가 그의 옆을 지나 교실로 들어가자,그녀의 뒤에다 대고 짓궂게 쏘아붙였다.
"포터가 네가 보낸 발렌타인 선물을 별로 마음에 들어하지 않아서 정말 안됐구나!"
지니는 손으로 얼굴을 감싸고 교실 안으로 달려들어갔다.론이 이를 뿌드득 갈며
요술지팡이를 꺼냈지만,해리가 그를 잡아끌었다.잘못했다간 론이 또 마법 수업 내내
민달팽이를 토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질지도 몰랐기 때문이다.해리가 리들의
일기장에서 뭔가 좀 이상한 낌새를 알아찬 것은 플리트윅 교수의 교실에 도착했을
때였다.다른 책들은 모두 진홍색 잉크에 흠뻑 젖어 있는데,그 일기장만은 잉크병이
산산조각이 나기 전과 똑같이 깨끗했다.그는 론에게 이 점을 말하려고 했지만,론은
또다시 말썽을 일으킨 그의 요술지팡이 때문에 정신이 없었다.그의 지팡이 끝에서
큼지막한 보랏빛 거품들이 부글부글 피어나고 있었던 것이다.해리는 그날 밤 가장
먼저 잠자리에 들었다.이건 어느정도는 프레드와 조지가 "그의 눈은 금방 절인
두꺼비처럼 초록빛이구요" 를 부르는 걸 더 이상 참을 수 없기 때문이기도 했지만,또
한편으로는 헛수고하는 것이라는 론의 말에도 불구하고 리들의 일기장을 다시 한번
살펴보고 싶었기 때문이었다.해리는 침대에 앉아 아무 것도 쓰여있지 않은 페이지들을
휙휙 넘겨봤지만,단 한 페이지에도 진홍색 잉크가 묻어있지 않았다.그는 침대 옆에
있는 벽장에서 새 잉크병을 하나 꺼내,깃펜을 푹 담근 뒤,일기장 첫 페이지에 한
방울을 똑 떨어뜨렸다.잉크가 종이 위에서 잠시 밝게 빛나더니,마치 그 페이지 속으로
빨려 들어가기라도 한 듯,스르르 사라져버렸다.흥분한 해리는 깃펜에 잉크를 잔뜩 묻힌
뒤 '내 이름은 해리 포터야." 라고 썼다.그러자 그 글귀가 순간적으로 빛을 내더니,역시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그때 예상치도 못했던 일이 벌어졌다.종이에 해리가 쓰지도 않은
말들이 그의 잉크 색깔로 다시 스며 나왔다.
"안녕,해리 포터.내이름은 톰 리들이야.내 일기장을 어떻게 갖게 되었니? 이 말들이
막 사라지려는 순간에 해리는 얼른 대답을 휘갈겨 썼다.
"누군가가 그걸 변기 속에 넣어 물로 씻어 내리려고 했어." 그는 리들의 응답을
간절히 기다렸다.
"내 기억들을 잉크보다 더 오래 지속되는 방법으로 기록하길 정말 잘했구나.하지만
난 이 일기장이 읽히는 걸 바라지 않은 사람들이 있으리라는 걸 아고 있었어."
"무슨 말이니" 해리가 흥분해서 아무렇게나 갈겨썼다.
"이 일기장 안에 끔찍한 기억들이 담겨 있다는 뜻이야.숨겨진 이야기들이.호그와트
마법 학교에서 일어났던 일들이 말야."
"여기가 바로 거기야." 해리가 급히 썼다. "내가 있는 곳이 바로 호그와트이고,지금
끔찍한 일이 벌어지고 있어.혹시 비밀의 방에 대해 아니?" 해리의 가슴이 두방망이질을
했다.그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리들이 곧바로 응답했다.그는 꼭 자신이 알고 있는
모든걸 허둥지둥 말하고 있기라도 한 듯,글씨가 점점 더 삐뚤삐둘 해졌다.
"물론 비밀의 방에 대해 알지.내가 다닐떄,사람들은 그게 전설이 뿐이며,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했어.하하지만 그건 거짓말이야.내가 5학년이엇을 때,그 방이
열렸어.그리고 괴물이 학생 몇 명을 습격했는데,끝내 한명은 죽고 말었어.난 그 방을
연 사람들 잡았고 그는 쫓겨났지.하지만 그 당시의 교장 선생님이 셨던 디펫 교수가
호그와트에서 그러한 일이 일어난 것을 부끄럽게 여기자 내게 진실을 말하지 못하게
하셨어.그리고 희생당한 여자아이는 얼토당토않게도 사고로 죽었다고
발표되었지.그들은 내가 말썽을 일으킬까봐 번쩍이는 트로피를 주고 입다물고
있으라고 경고했어.하지만 난 그런 일이 또 알어날 수 있다는 걸 알았어.괴물은 여전히
살아있고,그 괴물을 통제할 힘을 가진 사람은 감옥에 들어가지 않았으니까 말야."
해리는 성급히 답변을 쓰려고 하다가 그만 잉크병을 뒤집어 엎어 버렸다.
"그런 일이 지금 또다시 일어나고 있어.습격이 세 번 있었는데 누구 짓인지 아무도
모르는 것 같아.지
난번에는 누가 그랬니?"
"원한다면 보여줄 수 있어." 리들이 응답했다. "내 말을 못 믿겠다면,내가 그를 잡던
날 밤의 기억 속으로 널 데려갈 수도 있다는 말이야." 해리는 깃펜을 일기장 위에서
멈춘 채 망설였다.리들의 말이 무슨 뜻일까? 어떻게 다른 사람의 기옥 속으로 들어갈
수 있다는 말인가? 그는 점차 어두워지고 있는 기숙사 방문을 흘끗 바라보았다.그리고
다시 일기장을 바라보았을 때 막 말이 쓰여지고 있었다.
"보여줄게." 해리는 잠시 머뭇대다가 두 자를 썼다.
"좋아." 일기장이 마치 강품이 불고 있기라고 한 듯 휙휙 넘겨지기 시작하더니,6월의
반쯤 가서 멈췄다.그리고 일기장이 탁 펼쳐졌을 때,6월 13일 칸이 작은 텔레비젼
스크린으로 변했다.그는 떨리는 손으로 책을 들어올리고 눈을 그 작은 스크린에 바짝
갖다댔다.그러자 그 스크린이 넓어지면서,몸이 침대에서 떨어지는가 싶더니,그가
스크린을 지나 갖가지 색깔과 그림자들의 소용돌이 속으로 빠져 들어갔다.발이 딱딱한
땅에 닿는 걸 느끼고 일어서서 떨고 있을 때,주변에 있는 희미한 형체들이 갑자기
또렷해졌다.그는 자시닝 어디에 있는지 금방 알았다.잠자는 초상화들이 있는 이 원형의
방은 바로 덤블도어 교수의 사무실이었다-그러나 그 책상 뒤에 앉아 있는 사람들
덤블도어 교수가 아니었다.흰 머리 몇 가닥만 남아있을 뿐 거의 대머리인 쭈글쭈글한
맙버사가 촛불 옆에서 편직를 읽고 있었다.해리는 이 사람을 한번도 본 적이 없었다.
"죄송해요." 그가 떨며 말했다. "방해하려던 게 아니었어요..." 그러나 그 마법사는
올려다보지 않았다.그는 약간 얼굴을 찡그리며 계속 읽었다.해리는 그의 책상으로 더
가까이 다가가 더듬거리며 말했다. "저-그냥 갈까요?" 그러나 그 마법사는 여전히 그를
본체만체 했다.그의 말을 듣지 못한 것 같았다.그 마법사가 어쩌면 귀머거리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서,해리는 목소리를 높였다.
"방해해서 죄송해요.이제 갈게요." 그는 거의 소리치다시피 했다.그러나 그 마법사는
한숨을 쉬며 그 편지를 접더니,일어서서 해리를 쳐다보지도 않고 옆으로 지나가
창문의 커튼을 걷었다.창 밖의 하늘은 붉게 타고 있었다.해질녘인 것 같았다.마법사는
다시 책상으로 돌아가 앉더니 엄지손가락을 빙빙 돌리며 문을 바라보았다.해리는
사무실을 바라보았다.불사조 폭스는 없었다.-씽하는 소리를 내는 기묘한 은빛 장치도
없었다.이곳은 리들이 알고 있는 호그와트였다.그 말은 이 미지의 마법사는 덤블도어
교수가 아니라 바로 그 당시의 교장 선생님이고,해리는 50년 전의 사람들에게는 전혀
보이지 않는 환영에 불과하다는 뜻이었다.누군가가 교장실 문을 노트하는 소리가
들렸다.
"들어오시오." 늙은 마법사가 희미한 목소리로 말했다.열 여섯쯤 되어 보이는 어떤
남자아이가 들어와 뾰족한 모자를 벗었다.그의 가슴에서는 은빛 반장 배지가 반짝이고
있었다.해리보다는 훨씬 더 컸지만,그의 머리카락은 해리처럼 새까맸다.
"오,리들이구나." 교장이 말했다.
"절 부르셨습니까,디펫 교수님?" 리들이 말했다.그는 긴장한 것처럼 보였다.
"앉거라." 디펫이 말했다. "막 네가 보낸 편지를 읽고 있었단다."
"야." 리들이 말했다.그는 두 손을 꼭 쥐고 앉았다.
"얘야." 디펫이 상냥하게 말했다. "여름에 널 학교에 머물러 있게 할 수가
없구나.방학이 되면 집에 돌아가고 싶은 텐데 왜 가지 않으려는 거니?"
"전." 리들이 즉시 말했다. "전 집으로 돌아가는 것보다 호그와트에 머무는 게 훨씬
더 좋아요-그곳으
로-"
"방학동안 머글 고아원에서 지내야 하기 때문이니?" 디펫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네,선생님." 리들이 약간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
"머글 태생이니?"
"혼혈이에요." 리들이 말했다. "아버지는 머글 태생이시고,어머니는 마녀죠."
"그리고 네 부모는 두 분 다-"
"어머니는 제가 태어나자마자 돌아가셨어요.고아원에 계신 분들이 그러는데 어머니는
간신히 제 이름만 지어주시고 돌아가셨대요.톰은 제 아버지의 이름을 딴 거고,마볼로는
할아버지 이름을 딴 거래요." 디벳이 매우 안됐다는 듯이 혀를 끌끌 찼다.
"중요한 건,톰." 그가 한숨을 지었다. "너를 위해 특별한 배려를 했어야 하겠지만
말이다,현재 상황에
서는..."
"요즘에 일어난 습격 사건 때문인가요?" 리들이 이렇게 말하자,해리는 가슴이 마구
뛰었다.그는 뭐 하나라도 듣지 못하는 게 있을까봐, 더 가까이 다가갔다.
"바로 그렇단다." 교장이 말했다.
"얘야,하긱가 끝났는데 널 성에 남아있도록 할 수는 없단다.특히 최근에 일어난
비극에 비추어 볼
때...그 가엾은 어린 소녀의 죽음은...너도 고아원에서 지내는 게 훨씬 더 안전할
게다.사실,마법부는
심지어 학교 폐쇄 문제를 심각히 논의하고 있을 정도란다.그런데 우린-어-이런
불쾌한 사건들의 원일
을-전혀 알아내고 있지 못하고 있으니..." 리들이 눈이 동그레졌다.
"선생님-만약 그 사람이 잡힌다면-만약 그 모든 습격이 중단된다면-"
"그게 무슨 말이니?" 디펫이 의자에 똑바로 앉으면서 끽끽대며 말했다. "리들,그
말은 네가 이들 습격에 대해 뭔가 알고 있다는 뜻이니?"
"아니에요,선생님." 리들이 얼른 말했다.하지만 해리는'아니다'라는 그 말이 바로 그
자신이 덤블도어 교수에게 했던 부정의 의도와 똑같은 거라고 확신했다.디펫은 약간
실망한 듯,맥없이 다시 주저앉았다.
"이제 가도 좋다,톰..." 리들이 의자에서 슬그머니 일어나 고개를 푹 숙이고 그
방에서 나가자 해리는 그를 따라갔다.그들은 움직이는 나선형 계단을 내려가,음침한
복도에 있는 이무기 돌(성문 등에 빗물이 흘러내리게 하기 위해 난간에 끼우는,아무기
대리가 모양의 돌홈:옮김이)옆으로 나왔다.리들은 심각하게 무언가 생각하고
있는지,이맛살을 찌푸리며 입술을 깨물고 있었다.그리곤,갑자기 결정을 내리기라도 한
듯,급히 걸어가기 시작했고,해리는 조용히 그 뒤를 쫓아갔다.그런데 리들이 현관 안의
넓은 홀 이르렀을 때,긴 머리카락과 수염이 온통 적갈색인 키 큰 마법사 하나가
대리석 계단에서 리들을 불렀다.
"이렇게 늦은 시간에 돌아다니며 뭐 하고 있는 거냐,톰?" 해리는 그 마법사를 보자
입이 딱 벌어졌다.그는 다름아니라 바로 50년 전의 젊은 덤블도어였다.
"교장 선생님을 만나뵙는라구요." 리들이 말했다.
"그러며,어서 침실로 가렴." 덤블도어는 해리가 너무나 잘 알고 있는 바로 그 뚫어진
듯한 눈초리로 리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요즘 같은 때는 복도에 돌아다니지 않는 게
좋지,그습..." 그는 한숨을 푹 쉬더니 리들에게 잘 자라고 말한 뒤 성큼성큼
걸어갔다.리들은 그가 눈앞에서 멀어지는 걸 지켜본 뒤 부리나케 지하 감옥으로
내려가는 돌 계단 쪽으로 향했다.해리도 얼른 뒤따라갔다.그러나 놀랍게도,리들은
숨겨진 복도나 비밀 통로가 아니라 스네이프 교수가 마법의 약 수업을 하는 바로 그
지하 감옥으로 내려갔다.그리고 거의 닫혀진 문을 밀어 열고,횃불들이 밝혀져 잊지
않은 바깥 복도를 지켜보고 있었다.그들은 그 자리에 꼭 한 시간은 있었던 것
같았다.그가 볼 수 있는 것은 그저 조각상처럼 서서 문큼 새로 바깥을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는 리들의 형상뿐이었다.그리고 해리가 기대가 무너지고 긴장이 풀리면서
다시 현재로 돌아가고 싶다고 생각하기 시작했을 때,문 뒤에서 뭔가가 움직이는
소리가 났다.누군가가 그 복도로 살금살금 걸어오고 있었다.누군지는 모르지만 그와
리들이 숨어있는 지하 감옥 옆으로 지나가고 있었다.리들은 그림자처럼 조용히,그
문으로 서서히 나가 뒤따라갔고,해리는 잣니의 발자국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는 사실도
잊은채,발소리를 죽이고그의 뒤를 쫓았다.약 5분쯤 그 발자국을 따라갔을 때,리들이
갑자기 새로운 소리가 나는 쪽으로 고개를 돌리고 멈춰 섰다.어떤 문이 삐걱 거리며
열리는 소리가 나더니,누군가가 쉰 목소리로 소곤소곤 말했다.
"어서...여기서 나가야 해...어서 자...상자 속으로..." 어디서 많이 듣던
목소리였다.리들이 갑자기 모퉁이를 돌아나갔다.해리도 뒤따라갔다.문득 여린 문 앞에
쪼그리고 앉아있는 몸집이 큰 어떤 소년의 거무스름한 윤곽이 보였다.그 옆에는
굉장히 큰 상자 하나가 놓여 있었다.
"안녕,루베우스." 리들이 날카롭게 말했다.그러자 그 소년이 문을 쾅 닫고는 벌떡
일어섰다.
"여기서 뭐하니 거니,톰?" 리들이 더 가까이 다가갔다.
"이제 다 끝났어." 그가 말했다. "이제 널 신고할 거야,루베우스,만약 습격이 멈추지
않는다면 호그와
트가 폐쇄할 거야-"
"그게 무슨-"
"네가 일부러 사람을 죽이려고 했던 건 아닐 거야.하지만 괴물들은 좋은 애완 동물이
되지 못해.넌 그
저 그걸 운동시키려고 나오게 한 것 같지만..."
"그건 아무도 죽이지 않았어!" 몸집이 큰 그 소년이 닫힌 문쪽으로 물러나며
말했다.그의 뒤에서는,무언가가 급히 움직이며 딸깍딸깍하는 이상한 소리를 냈다.
"이것 봐,루베우스." 리들이 더 가까이 다가서며 말했다. "그 죽은 여자아이의 부모가
내일 이곳에 올 거야.호그와트는 어쨋든 그들의 딸을 죽인 그 괴물을 잡아서 처벌하는
성의를 보여야만 해..."
"그게 한 짓이 아냐!" 소년이 큰소리로 말하자,그의 목소리가 어두운 복도에 울려
퍼졌다. "그 녀석은 그런 짓을 하지 않아!절대로!"
"옆으로 비켜 서." 리들이 요술지팡이를 잡아 빼며 단호하게 말했다.그가 주문을
외우자 복도가 갑자기 타는 듯이 붉은 불빛으로 밝아졌다.그리고 그 커다란 소년
뒤쪽의 문을 쾅 하고 열리면서 그를 맞은편 벽으로 날려버렸다.이어서 그 안에서
무언가가 나왔다.해리는 아무에게도 들리지 않는,귀청이 터질듯한 긴 비명을
질렀다.등골이 오싹한 털투서잉의 거대한 몸체에 뒤엉킨 까만 다리들,번득이는 여러
개의 눈과 면도날처럼 날카로운 집게발-리들이 요술지팡이를 다시 들어올렸지만,이미
늦고 말았다.그 괴물이 그를 넘어뜨리고는 순식간에 복도에서 사라져버렸던
것이다.리들이 그 괴물을 달아난 곳을 지켜보며 급히 일어섰다.그리고 그가
요술지팡이를 들어올리는 순간,몸집이 큰 아이가 얼른 덤벼들더니,그의 지팡이를
잡고,그를 다시 바닥에 넘어뜨리고 꼼짝 못하게 한 뒤 소리쳤다. "안돼에...!" 그 장면이
빙글빙글 돌더니,갑자기 새까매졌다.그리고 몸이 한없이 떨어지는 것 같더니,해리는 쿵
하는 소리와 함께 그리핀도르 기숙사 방에 있는 자신의 침대 위에 큰 대자로
떨어졌다.그의 배 위에는 리들의 일기장이 펼쳐진 채 올려져 있었다.그리고 숨돌릴
틈도 없이,기숙사 문이 열리며 론이 들어왔다.
"여기 있었구나." 그가 말했다.해리는 일어나 앉았다.그는 식은땀을 흘리며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무슨 일이니?" 론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그를 쳐다보며 말했다.
"해그리드였어,론.바로 해그리드가 50년 전에 그 비밀의 방을 열었던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