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장
사망일 파티
10월이 되면서, 정원과 성에 축축한 냉기가 돌았다. 간호사인 폼프리 부인은 부쩍 늘어난 교원들과 학생들의 감기로 계속 바쁘게 보냈다. 그녀가 조제한 후추가 잔뜩 뿌려진 마법의약이 즉각 효력을 나타내긴 했지만, 그 약은 마신 후 몇 시간 동안 사람들의 귀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게했다. 얼굴이 창백해 보였던 지니 위즐리는 퍼시의 강요에 못 이겨 억지로 그 약을 조금 먹었었는데, 그녀의 눈부시도록 빨간 머리카락 밑에서 피어오르는 연기는 꼭 머리 전체가 타고 있는 듯한 인상을 주었다.
며칠 동안 계속해서 총알 만한 빗방울 들이 성의 창문을 세게 때렸다. 호수의 물은 불었고, 꽃밭은 흙탕물로 변했으며, 해그리드의 호박들은 정원의 창고 만하게 부풀어 올랐다.
그러나 팀 훈련은 무슨 일이 있어도 계속되어야 한다는 올리버 우드의 열정만은 꺾이지 않았으므로, 해리는 할로윈 며칠 전인 모진 비바람이 치는 어느토요일 오후 늦게, 연습을 마치고 빗물에 흠뻑 젖고흙탕물을 뒤집어쓴채로 그리핀도르 탑으로 돌아와야 했다.
그러나 굳이 비바람이 아니었어도 그날 연습 시간은 내내 그다지 유쾌하지 않았다. 슬리데린 팀을 몰래 살펴왔던 프레드와 조지가그들이 갖고 있는 새로운 님부스 2001의 성능을 눈으로 직접 확인했기 때문이었다. 그들은 슬리데린 팀이 윙하는 희마한 소리만 남긴 채 마치 미사일처럼 공중으로 튀어 나갔다고 보고했다.
사람이 아무도 없는 복도를 따라 철벅거리며 걷던 해리는 뜻밖에도 꼭 자신처럼 생각에 깊이 잠겨있는 것 같은 누군가를 만났다. 그리핀도르 탑의 유령인 목이 달랑달랑한 닉이 "요구 조건들을 충족시키지 못한다구. 전혀, 만약 그게 " 라고 중얼거리며, 시무룩한 표정으로 창 밖을 멍하니 내다보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닉."
해리가 말했다.
"안녕, 안녕."
목이 달랑달랑한 닉이 빙 둘러보며 말했다. 구불구불한 긴 머리를 늘어뜨린 그는 화려한 색의 불룩한 모자에, 목이 간신히 붙어있다는 걸 감춰주는 주름 깃이 달린 튜닉을 입고 있었다. 해리는 연기처럼 엷은 그를 통해 바깥의 어두운 하늘과 폭우를 볼 수있었다./
"너 무슨 걱정이 있는 것 같구나. 포터." 닉이 투명한 편지를 접어 웃옷 속에 쑤셔 넣으며 말했다.
"닉도 그런 것 같은데요." 해리가 말했다.
"아, 뭐." 목이 달랑달랑한 닉이 우아한 손을 흔들었다. "대단한 건 아냐. 그저 그게 내가 정말로 하고 싶은 일은 아닌 것 같아서. 지원할 까 생각했었는데, '그 요구 조건들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것 같아."
쾌활한 말투였지만, 그의 얼굴엔 아주 씁쓸한 표정이 서려 있었다.
"그런데, 넌" 그가 불쑥 말했다. "무딘 도끼로 목이 마흔 다섯 번이나 쳐졌다는 게 '목이 없는 사냥꾼협회'에 들어갈 자격이 안된다고 생각하니?"
"아, 물론 되죠." 해리가 꼭 동의해주어야 할 것 만 같아서 이렇게 말했다.
"내 말은, 내 목이 신소하고 깨끗하게 잘려졌기를, 그래서 제대로 떨어졌기를 나만큼 바라는 사람이 없다는 뜻이야. 그랬다면 내가 이런 엄청난 고통과 놀림을 당하지 않았을 테니까 말이지. 하지만," 목이 달랑달랑한 닉이 몹시 화가 나서 자신의 편지를 흔들어 펼치며 읽었다.
"우린 목이 몸에서 완전히 떨어진 사냥꾼들만 받아들일 겁니다. 그렇지 않으면 회원들의 '말을 타고 하는 머리 저글링'과 '머리 폴로'와 같은 사냥 활동에 참가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계실 줄 믿습니다. 그러므로 대단히 유감스럽게도 당신은 우리의 요구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한다는 것을 알려드립니다. 행복을 빌며, 패트릭 델라니 포드모어 경."
목이 달랑달랑한 닉이 성나 날뚜며 편지를 쑤셔 넣었다.
"내 목은 1.5센티밖에 되지 않는 살과 근육에 매달려 잇어. 해리. 대부분의 사람들은 목이 잘려진 거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하지만, 오, 맙소사, 목이 제대로 잘린 포드모어 경이 볼때는 그게 충분하지 않은 거야."
목이 달랑달랑한 닉이 심호흡을 몇 번 한 뒤 훨씬 더 가라앉은 어조로 말했다. "그런데 넌 무엇 때문에 기분이 안 좋은 거니? 내가도와줄 수 있는 거라도 있니?"
"없어요." 해리가 말했다. "우리가 공짜로 님부스 2001을 얻을 수 있는 곳을 모르신다면 말에요. 슬리."
해리의 말은 그의 발목 근처에서나는 고음의 가냘픈 울음소리 때문에 들리지 않았다. 아래를 내려다보자 등불같이 노란 한쌍의 눈이 보였다.
그것은 학생들과의 끝없는 전쟁을 대신 맡고 있는, 학교 관리인 아구스 필치의 비쩍 마른 회색 고양이 노리스 부인이었다.
"이쪽으로 나오는 게 좋겠다. 해리." 닉이 얼른 말했다."필치는 기분이 별로 좋지 않거든. 감기에 걸린 데다 3학년 생 몇 명이 우연히 5번 지하 가옥 천장 여기저기에다 개구리 뇌들을 잔뜩 발라놓아서 말야. 아침 내내 청소하느라 진땀을 뻈는데, 네가 그곳에 흙탕물이라도 떨어뜨리는 걸 본다면."
"맞아요." 해리가 노리스 부인의 책망하는 듯한 눈길을 피해 얼른 뒤로 물러났다.
그러나 이미 그 불쾌한 고양이와 연결된 알 수 없는 힘에 의해 이끌려지기라도 한 듯, 해리의오른쪽에 있는 벽걸이 융단에서 느닷없이 험악한 표정을 한 아구스 필치가 씩씩대며 나타났다. 머리에는 두꺼운 격자 무늬목도리가 도여매어져 있었고, 코는 유난히 새빨갰다.
"필치다." 그가 턱뼈를 부들부들 떨며, 금방이라도 튀어나올 것 같은 심상치 않은 눈으로 해리의 퀴디치 망토에서 떨어진 진흙들을 가리키며 소리쳤다. "여기저기가 다 오물천지야. 이 젠 더 이상 못 참겠다. 따라와, 포터."
따라서 해리는 목이 달랑달랑한 닉에게 손을 흔들어 침울한 작별 인사를 하고 필치를 따라 마룻바닥에 또 한번 진흙 발자국을 남기며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해리가 필치의사무실 안에 들어가 본 건 처음이었다. 그곳은 대부분의 학생들이 가장 피하고 싶은 곳이었다. 창문이 하나도없을 뿐만 아니라, 낮은 천장에 대롱대롱 매달린 한 개짜리 기름 등불만으로 밝혀져 있어서인지 실내가 어두컴컴했다.
그곳에는 희미한 생선튀김 냄새가 남아있었다. 벽에는 나무서랍장들이 서 있었는데, 붙어있는 꼬리표로 보아, 그 안에 필치가 지금까지 벌을 주었던 모든 학생들의 상세한 기록이 들어 있는 것 같았다. 서랍마다 프레드와 조지의이름이 붙어 있었다.
필치의 책상 뒤에 있는 벽면에는 반짝반짝 윤이 나는 사슬과 수갑들이 걸려 있었다. 그가 언제나 덤블도어 교수에게 제발 학생들의 발록을 천장에 매달게 해달라고 간청하고 있다는 건 누구나 아는 사실이었다.
필치가 책상에 있는 컵에서 깃펜 하나를 꺼내고는 이리저리 양피지를 찾기 시작했다.
"똥." 그가 화가 나서 투덜거렸다. "뜨끈뜨끈한 용의 코딱지, 개구리 뇌, 쥐 창자, 정말 신물이 나 본때를 보여줘야 해. 그 문서가 어디에 있더라, 그렇지."
그는 책상 서랍에서 커다란 양피지 두루마리를 꺼내 앞에다 쭉 펴고, 길다란 까만 깃펜을 잉크병에 푹 담갔다.
"이름 해리 포터, 죄목."
"그저 약간의 진흙을 흘린 것뿐인데요." 해리가 말했다.
"네게는 약간의 진흙이겠지만, 이 녀석아, 내게는 한 시간을 또 청소해야 하는 일이야." 필치가 소리쳤다. 더럽게도 그의 주먹코 끝에는 콧물 한 방울이 매달려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 "죄목 성을 더렵혔음. 징계사항은."
필치가 줄줄 흘러내리는 콧물을 훔치며, 숨을 죽이고 선고가 내려지길 기다리고 있는 해리를 불쾌하게 흘끗 바라보았다.
그러나 필치가 글을 쓰려는 순간, 사무실 천장에서 퍽 하는 둔탁한 소리가 나더니, 기름 등불이 흔들렸다.
"피브스." 필치가 화가 나서 깃펜을 세차게 내던지며 고함을 쳤다. "이번엔 가만 안 두겠어. 가만 안 두겠다구."
그리곤 필치가 해리를 다시 쳐다보지도 않고, 그 사무실에서 달려나갔다. 노리스 부인도 쪼르르 따라갔다.
피브스는 소리의 요정(집안의 원인 불명의 소리나 사건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짐:옮긴이)으로, 파괴와 재난을 일으키며 사는 떠 다니는 골칫거리였다.
해리는 피브스를 별로 좋아하지않았지만, 적시에 소리를 내준 그의타이밍을 고맙게 여기지 않을 수 없었다. 피브스가 무슨 짓을 했는지 몰라도 (이번에는 무언가 아주 무거운 것을 넘어뜨린 것처럼 들렸지만) 잘만 되면, 필치의 정신을 딴 데로 돌려줄 것이다.
해리는 필치가 돌아올 때까지 기다려야 할 거라고 생각하면서, 책상 옆에 있는 낡은 의자에푹 주저앉았다. 책상 위에는 반쯤 완성된 문서 이외에도 앞면에 은빛 문자가 쓰여진 커다랗고, 번질번질한 자줏빛 봉투가 하나 있었다. 해리는 필치가 돌아오고 있지나 않은지 확인하기 위해 문 쪽을 흘끗 본 뒤, 그 봉투를 얼른 집어들었다.
속성 마법 과정.
초보자들의 통신 마법 교육 과정.
호기심이 생긴 해리는 그 봉투를 흔들어 안에서 양피지 뭉치를 꺼냈다. 앞 페이지에는 더 꼬불꼬불한 은빛 글씨로 쓰여져 있었다.
현대 마법 세계에 발을 맞추지 못하고 계시다고 느끼십니까? 간단한 주문도 외우지 못하는 신세를 면해보고 싶으십니까? 요술지팡이 하나도 제대로 휘두르지 못한다고 놀림을 받으신 적 있습니까?
여기 그 해답이 있습니다.
속성 마법 과정은 완전히 새롭고, 절대 실패하지 않으며 빠른 결과를 가져다 주고, 쉽게 배울 수 있는 과정입니다. 수백 명의 마녀와 마법사들이 속성 마법 과정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탑샴의 Z. 네틀리스 여사는 이렇게 쓰고 있습니다.
"난 주문들을 전혀 기억하지 못했으며 내 마법의 약은 가족의 웃음거리였습니다. 그러나 속성 마법과정을 밟은 이후, 난 파티를 할떄마다 모든 사람들의 관심을 한몸에 받았으며 친구들은 내가 만든 기막힌 용액의 조제법을 가르쳐 달라고 야단입니다."
디드스베리의 워록 D. J. 프로드는 이렇게 말합니다.
"아내는 내 주문이 약하다고 코웃음쳤지만, 이 멋진 속성 마법 과정에 들어간 지 한달 만에 난 그녀를 들소로 만들어 버리는데 성공했습니다. 감사합니다. 속성 마법 과정."
해리는 넋을 뺴앗긴 채, 그 봉투의 내용물을 급히 훑어보았다. 도대체 필치가 왜 속성 마법 과정을 원하는 걸까? 이건 그가 진정한 마법사가 아니라는 뜻일까? 해리가 막 "제1과 :요술지팡이 잡기(몇 가지 유용한 조언)"를 읽고 있을 때 발을 질질 끌며 걸어오는 필치의 발자국 소리가 들렸다. 해리가 그 양피지를 부리나케 봉투 속으로 밀어넣고, 팩상위로 다시 던지자 마자 문이 열렸다.
필치는 의가양양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저 사라지는 벽장은 굉장히 귀중한 거야." 그가 노리스 부인에게 아주 기분 좋게 말하고 있었다. "이번에야말로 피브스를 혼내줘야지, 요 귀여운."
그의 눈이 해리와 마주친 뒤 휙 속성 마법 과정 봉투로 쏠렸다. 너무 늦게 깨달은 사실이지만, 그것은 원래 있었던 자리에서 60센티미터 정도 떨어진 곳에 놓여 있었다.
필치의 허연 얼굴이 순식간에 새빨갛게 변했다. 해리는 마음을 다져 먹었다. 필치가 절름거리며 책상 앞으로 걸어가더니, 그 봉투를 얼른 집어, 서랍 속으로 던졌다.
"너 너 읽었니?" 그가 흥분해서 침을 튀기며 말했다.
"아뇨." 해리가 얼른 거짓말을 했다.
필치의 울퉁불퉁한 두 손이 함께 비틀어지고 있었다.
"네가 내 사적인 편지를 읽었다면, 내 편지가 아니라, 내 친구거긴 하지만, 어쨌든"
해리가 겁먹은 얼굴로 그를 빤히 바라보았다. 필치의 그런 성난 모습은 하번도 본 적이 없었다. 눈알은 튀어나올 것 같았고, 축 늘어진 볼은 파르르 떨리고 있었다.
"좋았어. 가봐 그리고한마디도 입 밖에 내지 마. 저것에 대해선 한마디도 . 하지만 만약 읽지 않았으면 이제 가봐, 난 피브스에 대한 보고서를 작성해야 하니까. 가."
뜻하지 않은 행운에 놀란 해리는 그 사무실에서 급히 나와, 다시 이층으로 올라갔다. 필치의 사무실에서 벌도 받지 않고 나온 것은 아마 학교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일 것이다.
"해리, 해리. 그게 효력이 있었니?"
목이 달랑달랑한 닉이 어떤 교실에서 미끄러지듯 나왔다. 닉의 뒤에는, 굉장히 높은 곳에서 떨어졌는지 완전히 박살이 난 검정색과 황금색의 커다란 벽장이 있었다.
"내가 피브스에게 이걸 필치의 사무실 위에서 산산조각을 부수라고 시켰어." 닉이 신이 나서 말했다. "그렇게 하면 그의 주의를 딴 데로 돌릴 수 있을 지도 모른다고 생각했거든."
"그게 당신이었어요?" 해리가 너무나 고맙다는 듯 말했다. "그래요, 대단한 효과가 있었어요. 심지어 징계도 받지 않았어요, 고마워요,닉"
그들은 함께 복도로 출발했다. 해리는 목이 달랑달랑한 닉이 여전히 패트릭 경의 편지를 들고 있다는 걸 알아챘다.
"그 목이 없는 사냥꾼 협회에 대해 제가 뭐 도울 수 있는 일이 있다면 말씀해 보세요." 해리가 말했다.
목이 달랑달랑한 닉이 갑자기 멈추는 바람에 해리는 그의 몸을 통과해 걸어갔다. 하지만 괜히 그랬다 싶었다. 마치 싸늘한 소나그를 뚫고 지나가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던 것이다.
"네가 해 줄 수 있는 일이 있긴 한데," 닉이 흥분해서 말했다. "해리 너무지나친 부탁을 하고 있는 건지도 모르지만. 하지만 넌, 별로 하고 싶지 않을 거야."
"뭔데요?" 해리가 말했다.
"글세, 이번 할로윈은 내가 죽은 지 500년 되는 사망일이야."
목이 달랑달랑한 닉이 꼿꼿이 서서 위엄 있는 표정을 지었다.
"아," 해리는 안된 표정을 지어야 할 지 기쁜 표정을 지어야 할 지 분간할 수가 없었다. "그렇군요."
"난 저아래에 있는 넓은 지하감옥에서 파티를 열 계획이야. 전국에서 친구들이 올 거야. 네가 참석해 준다면 정말 영광일 거야. 위즐리 군과 그레인저 양도 물론 환영이야. 하지만 넌 학교에서 베푸는 연회에 가겠지?" 그가 조바심하며 해리를 지켜보았다.
"아니에요." 해리가 얼른 말했다. "갈게요."
"아니, 해리 포터가, 내 사망일 파티에. 그러면 말야." 그가 흥분된 표정으로 망설였다. "날 보았을 때 얼마나 놀랐으며 얼마나 인상적이었는지 패트릭 경에게 말해줄 수 있겠니?"
"무 물론이죠." 해리가 말했다.
목이 달랑달랑한 닉이 그에게 밝게 웃어 보였다.
"사망일 파티?" 해리가 마침내 사망일파티에 가기로 마음을 굳히고 학생 휴게실로 갔을 때 헤르미온느가 너무나 가보고 싶다는 듯 말했다. "살아있는 사람 중에 그런 파티에 가본 사람은 분명 많지 않을 거야. 아주 재미있을 거야."
"사람들은 왜 죽은 날을 축하하고 싶어하는 거지?" 론이 마법의 약 숙제를 하다가 심술이 나서 말했다. "아주 침울할 것 같은데 말야."
비는 여전히 내려서, 이제는 새까매진 창문들을 때리고 있었지만, 안에 있는 모든 것은 밝고 명랑해 보였다. 사람들은 난롯불빛이 따뜻하게 비추는 푹 꺼진 안락의자에 앉아 책을 읽거나, 이야기를 나누거나, 숙제를했으며, 프레드와조지 위즐러 형제는 필리버스터 불꽃을 불도마뱀에게 장난을 치고 있었다.
불속에 산다는 밝은 오렌지빛의 이도마뱀은 프레드가 '마법의생물 돌보기' 수업에서 몰래 가져 나온 것이었는데, 호기심에 찬 사람들에게 에워싸여 탁자 위에서 연기를 모락모락 피우며 조그씩 타고 있었다.
그런데 해리가 론과 헤르미온느에게 필치와 속성 마법과정에 대해 말하려는 순간, 그 불도마뱀이 갑자기 공중으로 핑 하고 날아가더니, 커다란 스파크를 내며 방 주위를 미친 듯이 빙글빙글 돌았다.
해리는 프레드와조지에게 쉰 목소리로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대는 퍼시와, 불도마뱀의입에서 눈부시게 쏟아져 나오는 오렌지색의별들과, 폭음을 내며 불 속으로 달아난 도마뱀을 보자, 필치와 속성마법과정 봉투에 대한 생각이 싹 사라졌다.
할로윈이 되자, 해리는 사망일 파티에 가겠다고 한 자신의 성급한 약속을 후회했다. 다른 아이들은 모두 신나는 할로윈 연회에 참석할 것이기 때문이었다.
연회장은 예전처럼 살아있는 박쥐들로 장식되어있었고, 해그리드의 거대한 호박들은 세사람이 들어가 앉을 수도 있을 정도로 큰 초롱들로 만들어졌으며, 소문에 의하면 덤블도어 교수가 그 연회를 위해 춤추는 해골 흥행단을 예약해 두었단 얘기까지 있었다.
"약속은 약속이야." 헤르미온느가 거만하게 해리에게 상기시켰다. "네가 사망일 파티에 가겠다고 했잖아."
그래서 7시에, 해리와론과 헤르미온느는, 유혹이라도 하는 듯이 황금 접시와 촛불들로 번쩍이고 있는 사람들로 꽉 찬 연회장을 지나, 지하 감옥쪽으로 발길을 돌렸다.
목이 달랑달랑한 닉의 파티장으로 가는 통로에도 역시 촛불들이 주르르늘어서있었지만, 그 느낌은 전혀 유쾌하지 않았다. 이것들은 길고 가느다란 새까만 초였는데, 하나같이 푸르스름한 빛으로 타고 있어서, 생기 있는 그들의 얼굴조차 희미하고 유령 같은 으스스한 빛을 띠게 했다. 또 한 발짝 내딛을 때마다 기온이 급격히 떨어졌다.
부들부들 떨며 망토를 몸 쪽으로 바짝 끌어당기던 해리는, 수천개의 손톱이 거대한 칠판을 긁어대고 있는 것 같은 귀에 거슬리는 소리를 들었다.
"저게 음악이니?" 론이 속삭였다. 모퉁이를 돌자 까만 벨벳천들이 매달려 있는 입구에 목이 달랑달랑한 닉이 서 있는 게 보였다.
나의 소중한 친구들." 그가 애처로운 목소리로 말했다. "어서와요, 어서와. 와줘서 정말 기뻐요."
그가 불룩한 모자를 벗고 인사하며 그들을 안으로 들여보냈다.
안에서 정말로 놀라운 광경이 벌어지고 있었다. 그 지하 감옥은 하얗고, 투명한 수백명의 유령들로 가득 차 있었는데, 대부분이 혼잡한 댄스 플로어 주위에서 둥둥 떠다니며, 까만 천이 깔린 한층 높은 연단위에서 서른 개의서양식 톱으로 연주하는 오케스트라의 무시무시한 음악 소리에 맞춰 왈츠를 추고 있었다.
머리 위에 있는 샹들리에에서 타고 있는 수천 개의 새까만 촛불은 우울한 한밤중의 분위기를 유감없이 살려주고 있었다. 하얗게 입김이 보였다. 마치 냉동실 속으로 들어가는 것 같았다.
"좀 둘러볼까?" 해리가 시린 발을 동둥 구르며 넌지시 말했다.
"유령들 몸 속으로 지나가지 않도록 조심해." 론이 걱정스럽게 말하며 댄스 플로어 쪽으로 나아갔다. 그들은 우울한 수녁들과, 사슬에 묶인 초라한 남자와, 이마에 화살이 꽂힌 어떤 기사 유령에게 말을 걸고 있는 후플푸프의 쾌활한 유령인 뚱뚱한 프라이어를 지나갔다.
그런데 은빛 핏자국으로 뒤덮인 유난히 눈에 띄는 유령이 하나 있었다. 그는 바로 슬리데린의 말라빠진 유령인 피투성이 바론이었는데, 그의 모습이 어찌나 무시무시했던 지 다른 유령들마저 슬금슬금 피하고 있었다.
"어떡하면 좋아." 헤르미온느가 갑자기 걸음을 멈추며 말했다. "우리 돌아가자, 빨리, 저기 모우닝 머틀이 있어."
"누구?" 해리가 오던 길로 되돌아가며 말했다.
"그 앤 1층 여자 화장실에 자주 나타나." 헤르미온느가 말했다.
"그 애가 화장실에 나타난다구?"
"그래, 그 애가 계속해서 짜증을 내며 물이 넘치게 하기 때문에 그곳은 일년내내 고장이었어. 난 피할 수만 있다면 어떻게 해서든지 그 화장실에 들어가지 않았어. 그 애가 울부짖고 있는 화장실에 앉아 오줌을 누는 건 정말로 소름끼치는 일이 거든."
"저것 봐, 음식이야." 론이 말했다.
그 지하 감옥의 맞은 편에는 역시 까만 벨벳으로 덮인 긴 테이블이 하나 있었다. 그러나 열심히 다가가던 그들은 그만 도중에 멈춰 서고 말았다. 냄새가 너무 역겨웠던 것이다.
멋진 은 접시에는 커다란, 썩은 고기 덩어리가 놓여 있었고, 쟁반에는 숯처럼 새까맣게 탄 케이크가 쌓아 올려져 있었으며, 구더기가 득실득실한 커다란 해기스(양 등의 내장을 다져 오트밀, 양념 등과함께 그 위장에 넣어 삶은 요리)와 초록빛 곰팡이로 뒤덮인 끈적끈적한 치즈와, 타르 같은 검은색 아이싱으로,
니콜라스 드밈시 포핑턴 경
1492년 10월 31일에 사망하다
라는 글자들을 써놓은, 묘비 모양의 거대한 회색빛 케이크도 있었다.
해리가 놀라서 지켜보고 있는데, 뚱뚱한 유령 하나가 테이블로 다가가더니, 몸을 웅크리고 입을 크게 벌린 채, 악취가 풍기는 연어 요리를 통해 스르르 빠져나갔다.
"그렇게 빠져나가면 냄새를 맡을 수 있나요?" 해리가 그에게 물었다.
"거의." 그 유령이 슬프게 말하고는 둥둥 떠갔다.
"아마 더 강한 냄새가 나게 하려고 썩힌 걸 꺼야." 헤르미온느가 코를 잡고 상체를 더 가까이 숙여 악취가 나는 해기스를 보며, 총명하게 말했다.
"다른 데로 갈래? 토할 것 같아." 론이 말했다.
그러나 돌아서자마자, 느닷없이 테이블 밑에서 어떤 자그마한 남자가 달려나와 그들앞에 딱 멈췄다.
"안녕, 피브스." 해리가 조심성 있게 말했다.
그들 주위에 있는 유령들과는 달리,소리의 요정 피브스는 빛깔이 엷지도 투명하지도 않았다. 밝은 로렌지 빛깔의 파티모자에, 나비넥타이를 맨 그는 이빨을 다 드러내고 심술궂게 히죽 웃고 있었다.
"조금 먹어볼래?" 그가 그들에게 곰팡이로 뒤엎인 땅콩 그릇을 내밀며 상냥하게 말했다.
"고맙지만,괜찮아." 헤르미온느가 말했다.
"너희들이 가엾은 머틀에 대해 말하는 걸 들었어." 피브스가 눈동자를굴리며 말했다. "가엾은 머틀에 대해 그런 식으로 말하는 건 무례한 짓이야." 그가 심호흡을 한번 내쉬더니 큰소리로 외쳤다. "오. 머틀."
"안돼, 피브스. 그 애에게 내가 한 말을 하지마, 들으면 기분나빠할 거야." 헤르미온느가 극도로 흥분해서 속삭였다. "진심으로 말했던 건 아냐, 난 그 애를 싫어하지 않아. 어, 안녕, 머틀."
땅딸막한 여자아이의 유령이 미끄러지듯이 다가왔다. 그녀의 얼굴은 길고 부드러운 머리카락과 두꺼운 진주빛 나는 안경에 반쯤 가려져 있었는데, 굉장히 시무룩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뭐라구?" 그 애가 부루퉁하게 말했다.
"잘 지냈니, 머틀?" 헤르미온느가 거짓으로 꾸민 밝은 목소리로 말했다. "화장실 밖에서 널 만나서 반가워."
머틀이 코방귀를 뀌었다.
"그레인지 양이 막 너에 대해 마학 있었어-" 피브스가 머틀의 귀에 대고 장난스럽게 말했다.
"그저- 그저- 너 오늘 참 멋지다구." 헤르미온느가 피브스를 노려보며 말했다.
머틀이 헤르미온느를 의심스러운 눈으로 바라보았다.
"날 놀리고 있었지." 그 애의 투명한 작은 눈에 금방 은빛 눈물이 고였다.
"아냐- 정말이야- 내가 머틀이 정말로 멋지게 보인다고 말하지 않았니?" 헤르미온느가 해리와 론의 옆구리를 쿡쿡 찌르며 말했다.
"아, 그래..."
"정말로 그랬어..."
"거짓말 마." 머틀의 얼굴은 이제 눈물로 뒤범벅이 되었지만, 파브스는 그녀의 어깨 너머에서 유쾌하게 킥킥댔다. "사람들이 내 등뒤에서 날 뭐라고 부르는지 모르는 줄 알아? 뚱보 머틀! 못생긴 머틀! 불쌍하게, 울부짖으며, 돌아다니는 머틀!"
"너 여드름투성이라는 말은 왜 안 하니?" 피브스가 그녀의 귀에 대고 놀리듯 말했다.
모우닝 머틀이 몹시 괴로워하며 흐느껴 울기 시작하더니 갑자기 그 지하 감옥에서 뛰쳐나갔다. 피브스가 부리나케 뒤를 쫓아가면서, 그녀에게 곰팡이가 핀 땅콩들을 던지며, "여드름 투성이! 여드름 투성이!"라고 소리쳤다.
"원, 저런" 헤르미온느가 딱하다는 듯이 말햇다.
목이 달랑달랑한 닉이 사람들을 뚫고 그들 쪽으로 둥둥 떠왔다.
"재미있게들 보내고있니?"
"아,네." 그들은 거짓말을 햇다
"정말 많이들 왔어." 목이 달랑달랑한 닉이 흡족해하며 말했다. "글세, 비탄에 젖어있는 과부가 켄트 지방에서 여기까지 왔지 뭐야. 연설할 시간이 다 됐군, 가서 오케스트라에게 알려주는 게 좋겠어."
그러나 바로 그 순간에 오케스트라가 연주를 멈췄다. 그리고 어디선가 아주 인상적인 나팔 소리가 들리자 지하 감옥에 있는 모든 유령들이 갑자기 쥐 죽은 듯 조용해져서는 흥분해서주위를 둘러보았다.
"또 시작이군." 목이 달랑달랑한 닉이 씁쓸하게 말했다.
지하 감옥 벽에서 갑자기 목이 없는 기수를 태운 십여 마리의 유령 말들이 튀어나왔다. 모여 있던 사람들이 무턱대고 박수를쳤다. 해리도 박수를 치기 시작했지만, 닉과 눈이 마주치자 얼른 멈췄다.
말들이 댄스 플로어 한가운데로 전속력으로 달려가뒷다리를 들고 뛰어올랐다. 수염이 난 머리통을 겨드랑이에 낀 몸집이 큰 유령하나가 그 무리 앞에 서서 나팔을 불고 잇었다. 그 유령이 사람들을 잘 볼 수있도록 자신의 머리통을 공중으로 높이 치켜들고 말에서 뛰어 내리더니(모두가 웃었다.) 머리를 목뒤로 마구 짓누르고 있는 목이 달랑달랑한 닉에게로 성큼성큼 걸어갔다..
"닉" 그가 큰소리로 말했다. "잘 있었나? 머리는 여전히 매달려 있나?"
그가 실없이 크게 웃으며 목이 달랑달랑한 닉의 어께를 탁 쳤다.
"어서 오시오, 패트릭." 닉이 딱딱하게 말했다,.
"살아있는 녀석들도 있군." 패트릭 경이 해리와 론과 헤르미온느를 발견하고, 놀라는 척하며 펄쩍 뛰자, 그의 머리통이 다시 툭 떨어졋다. (사람들이 낄낄 웃어댔다.)
"정말 재미있군요." 목이 달랑달랑한 닉이 음울하게 말했다.
"닉은 신경쓰지 마." 마룻바닥에 있는 패트릭 경의 머리통이 소리쳤다. " 우리가 사냥꾼 협회에 넣어주지 않아서 여전히 화가 나있는 모양이군 하지만 더 정확하게 말하면 "
"제 생각에" 해리가 닉의 얼굴에서 의미심장한 표정을 보고 허둥지둥 말했다. "닉은 아주 무섭고, 어."
"하." 패트릭 경의 머리통이 소리쳤다. "닉이 그렇게 말하라고 시켰지."
"잠깐 실례하지만, 제가 연설할 시간이 된 것 같군요." 목이 달랑달랑한 닉이 오케스트라의 지휘대 쪽으로 걸어가 얼음 같은 푸른 스포트라이트 속으로 올라가며 큰 소리로 말했다.
"애석해 마지않는 고 신사숙녀 여러분, 대단히 슬픕니다."
그러나아무도 그에게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사람들은 하나 같이 머리통 하키게임을 하기 시작한 패트릭 경과 목이 없는 사냥꾼 협회 사람들 쪽으로 시선을 돌리고 있었다. 목이 달랑달랑한 닉이 청중의 주의를 다시 끌어보려고 애썼지만, 공중으로 날아가는 패트릭 경의머리통에 사람들이 큰소리로 환호하자 포기해 버리고 말았다.
해리는 이제 배고픈 건 말할 것도 없고, 으슬으슬 춥기까지 했다.
"이젠 더 이상 견딜 수가 없어." 오케스트라의 연주가 시작되면서 유령들이 다시 댄스 플로어로 올라가자, 론이 덜덜 떨며 투덜거렸다.
"가자." 해리가 동의했다.
그들은 눈이 마주치는사람들에게 고개를 끄덕이거나 밝게 웃어 보이며 뒷걸음질로 문 밖으로 나갔고, 잠시 뒤엔 다시 까만 초들로 밝혀진 복도를 지나고 있었다.
"어쩌면 푸딩이 아직 조금 남아있을지도 몰라." 론이 현관안의 넓은 홀로 가는 계단 쪽으로 앞장서서 걸어가며 희망을 가지고 말했다.
그 때 해리의 귀에 다시 그 소리가 들렸다.
"가죽을 벗겨서, 갈기갈기 찢어서, 죽일거야."
그것은 록허트의 사무실에서 들었던 바로 그 목소리, 차갑고 소름끼치는 바로 그목소리였다.
그는 발부리가 걸려 넘어지며 멈춰서는, 돌 벽을 꽉 잡고, 귀에 온 신경을 집중하고, 희미하게 불 밝혀진 복도 이쪽저쪽을 두리번두리번 살폈다.
"해리, 너 뭐?"
"저 목소리가 다시, 잠시만 조용히 해봐."
"너무 배고파, 그렇게 오랫동안."
"들어봐." 해리가 다급하게 말하자, 론과 헤르미온느가 그를 지켜보며 꼼짝 않고 서 있었다.
"죽일 거야. 죽일 시간이야."
그 목소리는 점점 더 희미해지고 있었다. 멀어지고 있는 게 틀림없었다. 목소리는 위쪽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그는 공포와 흥분에 사로 잡혀 어두운 천장을 빤히 바라보았다. 그게 어떻게 위로 움직일 수 있지? 허깨비였나?
"이쪽이야." 그는 이렇게 소리치고는 계단을 달려 올라갔다.
현관 안의 홀에서는 연회장에서 흘러나온 왁자지껄한 할로윈 축제 소리가 울려퍼지고 있었으므로 다른 소리는 거의 들을 수가 없엇다. 해리가 1층으로 가는 대리석 계단 위로 전속력으로 달려가자, 론과 헤르미온느도 그를 뒤따라갔다.
"해리, 우리가 뭐."
"쉿"
해리는 귀를 기울였다. 여전히 점점 더 작아지고는 있었지만 멀리, 위층에서 그 목소리가 들렸다. "피 냄새가 나, 피 냄새가 나,"
그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그게 누군가를 죽일 거야." 그가 이렇게 소리치고는, 론과 헤르미온느의 당황한 얼굴을 무시한채, 계단을 한번에 세 칸씩 뛰어올라갔다.
론과 헤르미온느는 헐떡거리며 해리 뒤를 쫓아갔다. 그들은 모퉁이를 돌아 사람이 아무도 없는 복도로 들어섰다.
"해리 무슨일이야?" 론이 얼굴에서 땀을 닦으며 말했다.
"난 아무 소리도 듣지 못했는데."
하지만 헤르미온느가 갑자기 소스라치게 놀라며 복도 끝을 가리켰다.
"저것 좀 봐."
벽 앞쪽에서 뭔가가 반짝이고 있었다. 그들은 두리번거리며 어둠 속을 천천히 나아갔다. 두 창문 사이에 있는 벽면에 서투르게 쓰여진 커다란 글자들이, 타고 있는 횃불의불빛을 받아 희미하게 반짝이고 있었다.
비밀의 방이 열렸다.
후계자의 적들이여, 조심하라.
"저게뭐지, 그 밑에 매달려 있는 거?"론이 약간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서서히 다가가던 해리가 미끄러질 뻔했지만, 마룻바닥에 물이 홍건히 고여 있었다. 론과헤르미온느가 붙잡아주었다. 그 글씨 쪽으로 조금씩 다가가던 그들의 눈이 그 밑에 있는 검은 물체로 쏠렸다. 그들 셋은 그것이 무엇인지 단번에 알아차리고, 놀라서 흠칫했다.
학교 관리인의 고양이 노리스 부인이 횃불 받침대에 거꾸로 매달려 있었다. 그 고양이는 나무판처럼 뻣뻣했으며, 눈은 크게 떠진 노려보고 있었다.
그들은 잠시 꼼짝도 하지 않았다. 그 뒤 론이 말했다. "여기서 빨리 나가자."
"도와줘야 하지 않을까." 해리가 어설프게 말을 꺼냈다.
"내 말대로 해." 론이 말했다. "여기서 들켰다간 큰일나."
그러나 이미 너무 늦고 말았다. 멀리서 와글거리는 소리가 들려오는 것으로보아 연회가 막 끝난 것 같았다. 그들이 서있는 복도 양끝에서 수백명의 발이 계단을 밟고 올라오는 소리와 , 배불리 먹은 사람들의크고 유쾌한 말소리가 들리는 가싶더니 어느새, 학생들이 요란하게 복도로 밀려들어오고 있었다.
학생들의 부산스러운 움직임과 떠들썩한 소음은 그들이 돌처럼 굳어진 고양이를 본 순간 갑자기 멈추고 고요한정적만이 복도를 가득 메웠다. 해리와 론과 헤르미온느는 그 가운데에서 어쩔 줄 모르고 서 있었다.
그 때 누군가가 정적을 깨고 소리쳤다.
"후계자의 적들이여, 조심하라, 흥. 다음은 어떤 잡종이 당할차례일까?"
그건 드레이코 말포이였다. 그는 차가운 눈을 반짝이며 늘 창백하던 얼굴마저 잔뜩 상기된 채 사람들을 헤치고 앞으로 걸어가더니, 죽은 듯이 매달려 있는 고양이를 보고 심술궂게 씩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