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장
질데로이 록허트
그러나 그 다음날, 해리는 거의 한번도 웃지 못햇다. 연회장에서 아침을 먹을 때부터 상황이 기울어지기 시작했다. 마법에 걸린 천장(오늘은 우중충하고, 구름이 잔뜩 끼인 회색빛이었다) 밑의 길다란 네 개의 기숙사 테이블에는 포리지(오트밀에 우유 또는 물을 넣어 만든 죽:옮긴이)가 담긴 뚜껑달린 움푹한 그릇과, 훈제 청어가 담긴 접시와, 산더미 같은 토스토와, 달걀과 베이컨 접시들이 놓여 있었다. 해리와 론은 그리핀도르 테이블에서 '흡혈귀와의여행' 책을 펼쳐 우유 단지에 받쳐놓고 읽고 있는 헤르미온느의 옆자리에 앉았다. "안녕"이라고 말하는 그녀의 어투가 약간 딱딱하게 들리는 것으로 봐서 그녀가 아직도 그 날아 다니는 차 사건을 못마땅하게 여기고 있는게 분명했다. 네빌 롱바텀이 맞은편에서, 유쾌하게 인사를 했다. 둥그런 얼굴의 네빌은 해리가 지금까지 만난 사람들 가운데 기억력이 가장 나쁜 사고 뭉치였다.
"우편물이 곧 도착할 거야. 아마 할머니가 내가 잊고 가져오지 않은 몇 가지를 보내실거야."
해리가 막 포라지를 한숟가락 뜨기 시작했을 때, 정말로 머리 위에서 급히 날갯짓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수백 마리의 부엉이가 잇따라 들어와 홀을 빙빙 돌며, 재잘거리는 사람들에게 편지와 소포들을 떨어뜨렸다. 육중한 커다란 꾸러미 하나가 네빌의 머리로 떨어졌고, 잠시 뒤, 커다란 회색빛의 무언가가 헤르미온느의 우유 단지 안으로 툭 떨어지면서 그들 모두에게 우유와 깃털을 튀겼다.
"에롤!" 론이 더러워진 부엉이의 발을 잡아끌며 말했다. 에롤이 푹 젖은 빨간 봉투 하나를 부리에 물고 다리를 공중으로 쳐든 채 의식을 잃고 테이블 위로 쿵 떨어졌다.
"이런" 론은 숨이 막혔다.
"괜찮아, 아직 살아있어." 헤르미온느가 손가락 끝으로 에롤을 부드럽게 찌르며 말했다.
"그거 말고 저거"
론이 빨간 봉투를 가리키고 있었다. 그건 해리에게는 아주 평범하게 보였지만, 론과 네빌은 둘다 그것이 금방 폭발하기라도 할 것처럼 바라보고 있었다.
"무슨 일이야?" 해리가 물었다.
"엄마가 내게 호울러를 보냈어" 론이 머무적거리며 말했다.
"뜯어보는 게 좋을 거야, 론." 네빌이 수줍어 하며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며 좋지 않을 거야. 내게도 할머니가 한번 그것을 보낸 적이 있느데 모른 체했다가 그만" 그가 침을 꿀꺽 삼켰다. "끔찍했어."
해리는 그들의 겁먹은 얼굴과 그 빨간 봉투를 번갈아 보았다.
"호울러가 뭔데?" 그가 물었다.
하지만 론의 정신은 오통 한쪽 귀퉁이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기 시작한 그 편지에 쏠려 있었다.
"뜯어 봐." 네빌이 재촉했다. "몇 분이면 모든 게 끝날 거야."
론이 떨리는 손을 뻗어 에롤의 부리에서 봉투를 뺴내어 세로로 가느다랗게 찢어 열었다.
네빌이 손가락으로 귀를 틀어막았다. 잠시 뒤에야, 해리는 그 이유를 알았다. 그는 잠시동안 그것이 폭발했다고 생각했다. 고함소리가 그 거대한 홀을 쩌렁쩌렁 울리며, 천장에서 먼지들을 떨어냈다.
"차를 훔치다니, 엄만 네가 학교에서 쫓겨났어도 놀라지 않았을 거다. 당장 잡으로 갈 테니 기다려라, 차가 없어진 것을 알았을 때 네 아버지와 엄마가 어떤 일을 겪게 될지는 조금도 생각지 않았겠지."
보통 때보다 수백 배나 더 큰 위즐리 부인의 고함소리가테이블에 놓인 접시와 숟가락들을 덜커덕거리게 했고, 귀청이 터질 것처럼 돌 벽에 울려 퍼졌다. 연회장 여기저기에 있는 사람들이 일제히 누가 호울러를 받았는지 보려고 두리번거렸고, 론은 의자 밑으로 깊숙이 숨어 새빨간 이마만 보였다.
"어젯밤에 덤블도어 교수님이 보낸 편지를 받았다. 네 아버지는 아마 창피해서 죽을 지경일 게다. 우린 널 이런 식으로 키우지 않았다. 너와 해리 모두 죽었더라면 어떡할 뻔했니."
해리는 자신의 이름이 언제 튀어나올까 걱정하고 있던 차에 그 소리를 듣자, 고막을 진동시키고 있는 그 목소리를 듣지 못한 척하려고 안간힘을 썼다.
"정말 넌더리가 난다. 네 아버지는 직장에서 조사를 받고 계신다. 너 때문에 말이다. 만약 한번만 더 규칙을 어겼다간 당장 집으로 끌고 올 줄 알아라."
귀가 멍멍했다. 그 빨간 봉투가 론의 손에서 툭 떨어져, 갑자기 타오르더니 순식간에 재로 변해버렸다. 해리와 론은 마치 해일이 지나가기라도 한 듯, 어리벙벙한 얼굴로 앉아있었다.
몇몇 사람들이 소리내어 웃는가 싶더니, 점차 다시 왁자지껄 해졌다.
헤르미온느가 '흡혈귀와 의 여행' 책을 덮고 론의 머리를 내려다보았다.
"그럴 줄 알았어, 론, 넌"
"그래도 싸다고 말하진 마." 론이 말을 탁 끊었다.
해리는 포리지를 밀었다. 죄책감으로 속이뒤틀렸다. 위즐리 아저씨가 직장에서 조사를 받고 있었다. 위즐리 부부가 여름 내내 자신에게 얼마나 잘해주었는데.
하지만 이 문제에 대해 곰곰이 생각할 시간조차 없었다. 맥고나걸 교수가 그리핀도르 테이블을 따라 걸어오며, 학과 과정 시간표를 나눠주고 있었다. 시간표를 받아 든 해리는 약초학 수업을 후플푸프와 함께 듣게 되었다는 걸 알았다.
해리와 론과 헤르미온느는 함께 성을 나와 채소밭을 가로질러가 신비한 식물들이 자라고 있는 온실로 향했다. 적어도 그 호울러는 한 가지 좋은 일을 했었다. 헤르미온느가 이제는 벌을 받을 만큼 받았다고 생각하는지 다시 호의적으로 대해주었던 것이다.
온실로 가자 이미 아이들이 바깥에 서서 스프라우트 교수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해리와 론과 헤르미온느가 그 무리 속에 끼자 마자 그녀가 질데로이 록허트와 함께 잔디밭으로 성큼성큼 걸어왔다. 스프라우트 교수의 팔은 온통 반창고 투성이였고, 저 멀리에 서 있는 커다란 버드나무가 나뭇가지에 붕대를 친친 감고 있는 걸 발견하자 해리는 또 한번 양심의 가책을 느꼈다.
스프라우트 교수는 바람에 나부끼는 머리에 여기저기 기운 모자를 눌러쓴 땅딸막한 작은 마녀였다. 그녀의 옷에는 언제나 흙이 묻어 있었으며 만약 페투니아 이모가 그녀의 손톱을 봤다면 아마 기절해 버렸을 것이다. 그러나 질데로이 록허트는 티 하나 없이 깨끗한 청록색 망토를 입고 있었으며, 조금도 삐뚤어지지 않고 똑바로 씌워진 금테가 둘러진 모자 밑에서는 아름다운 금발이 반짝이고 있었다.
"오, 안녕하세요 여러분!" 그가 모여있는 학생들에게 밝게 미소지으며 외쳤다. "스프라우트 교수에게 지금 막 커다란 버드나무를 치료하는 올바른 방법을 알려드렸답니다! 하지만 내가 그녀보다 약초학을 더 많이 안다고 지레짐작하지는 않길 바랍니다! 난 그저 여행 중에 이들 색다른 식물들 몇 가지를 우연히 접했을 뿐이니까요."
"오늘은 3번 온실이다!" 스프라우트 교수가 평상시의 명랑한 모습과는 달리, 아주 불만스런 표정으로 말했다.
흥미롭다는 듯 여기저기서 중얼거리는 소리가 흘러나왔다.
전에는 1번 온실에서만 작업했던 것이다. 3번 온실에는 훨씬 더 흥미롭고 위험한 식물들이 있었다. 스프라우트 교수가 벨트에서 커다란 열쇠 하나를 꺼내 온실의 자물쇠를 열었다. 해리는 축축한 흙ㄴ앰새와 천장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는 우산 만한 거대한 꽃들의 진한 향기와 뒤섞인 비료 냄새를 맡을 수 있었다. 그가 론과 헤르미온느를 따라 안으로 들어가려고 했을 때 록허트가 손을 쭉 뻗었다.
"해리! 얘기 좀 나누자. 이 애가 2, 3분 정도 늦어도 괜찮으시겠죠, 스프라우트 교수님?"
스프라우트 교수의 찌푸린 얼굴로 볼 때, 전혀 괜찮은 것 같지 않았지만, 록허트는 "아 정말로 고마워요!" 라고 말하고는 그 녀의 얼굴 앞에서 온실 문을 쾅 닫았다.
"해리." 록허트가 고개를 저으면서 말했다. 그의 커다란 하얀 이빨이 햇빛을 받아 번득였다. "해리, 해리, 해리."
해리는 난처해져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 말을 들었을 때, 글세, 물론, 그건 다 내 잘못이었어. 나 자신을 탓해야겠지."
해리는 그가 도무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 그래서 그가 그렇게 말하려고 했을 때 록허트가 말을 계속했다. "내가 더 충격받았던 게 언제였는지 아니? 차를 타고 하늘을 날아 호그와트로 오다니! 글세, 물론, 네가 왜 그렇게 했는지는 금방 알았지. 굉장히 두드려졌어. 해리, 해리, 해리."
말할 때뿐만 아니라 말하고 있지 않을 때도 그가 그 멋진 이빨을 어떻게 다 내보일 수 있는건지 참으로 놀라웠다.
"내가 네게 명성의 맛을 보여주었지, 안 그랬니?" 록허트가 말했다. "네게 잘난 체하게 해주었지. 넌 나와 함께 신문 제 1면에 실리자 또다시 그렇게 하고 싶어 못 견뎠던 거야."
"아니에요, 교수님, 그게."
"해리, 해리, 해리." 록허트가 손을 뻗어 그의 어깨를 붙잡았다. "난 이해할 수 있어. 명성이란 것은 그 첫 맛을 보면 더 빠지게 되어 있어. 네게 그런 기회를 준 나 자신을 탓해야지, 그것 때문에 명성에 대한 욕심을 갖게 되었을 수도 있는 거니까 말야. 하지만 얘야, 주목받으려고 날아 다니는 차를 타면 안되지. 침착해야 해, 알겠지? 나이가 들면 그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이 있단다. 그래, 그래.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다 안다! '그 사람 때문이다, 그가 벌써 국제적으로 유명한 마법사가 되었기 때문이다.' 이거겠지. 하지만 내가 12살이었을 때, 난 오늘의 너에 비하면 그저 보잘 것 없는 사람에 지나지 않았단다! 무슨 말인고 하니 네가 굉장히 유명한 마법사처럼 여겨지겠지만 실은 일부 소수의 사람들만이 너에 대해서 들어본 적이 있다는 뜻이란다. 안그러니? 이름을 말해서는 안될 그 사람과의 그 일 모두를 말이다!" 그가 해리의 이마에 난 번개 모양의 흉터를 흘끗 쳐다보았다. "안다, 알아. 그게 내가 마녀 주간지의 '가장 매력적인 미소상'을 연달아 다섯 번 받은 것만큼 대단한 건 아니라는 걸 말이다. 하지만 유리한 조건이긴 하지, 해리, 유리한 조건이야."
그가 해리에게 애정 어린 눈짓을 한번 해 보이고는 성큼성큼 걸어갔다. 해리는 어리벙벙해서 잠시 서 있다가, 온실에 들어가야 한다는 걸 기억하고, 문을 열고 살금살금 안으로 들어갔다.
스프라우트 교수가 온실 한가운데에 있는 긴의자 뒤에 서있있다. 의자 위에는 스무 개쯤 되는 여러 가지 색깔의 방한용 귀 가리개가 놓여져 있었다. 해리가 론과 헤르미온느 사이로 들어가 서자, 그녀가 말했다. "우린 오늘 맨드레이크를 다른 큰 화분에 옮길 거예요, 자, 누가 맨드레이크의 성질을 말해줄 수 있을까?"
모두가 예상했던 대로, 헤르미온느의 손이 가장 먼저 번쩍 올라갔다.
"맨드레이크는 맨들라고라라고도 불리는 강력한 의식 회복제입니다." 헤르미온느가 평상시처럼 교과서를 통째로 삼켜버리기라도 한 것 같은 느낌이 들게 말했다. "그것은 변신되었거나 저주받은 사람들을 원래의 상태로 돌아오게 하는 데 사용됩니다."
"훌륭해요, 그리핀도르에 10점을 주겠어요." 스프라우트 교수가 말했다. "맨드레이크는 대부분의 해독제에 필수적으로 들어갑니다. 그것은 그러나 위험하기도 해요. 누가 그 이유를 말해 줄 수 있을까?"
헤르미온느의 손이 다시 번쩍 올려지며 해리의 안경을 살짝 쳤다.
"맨드레이크의 울음소리를 들으면 치명적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녀가 재빨리 말했다.
"바로 맞았어요. 10점을 더 주겠어요." 스프라우트 교수가 말했다. "그러나 여기에 있는 맨드레이크들은 아직 어려요."
그녀가 말하면서 주르르 늘어서 있는 깊숙한 상자들을 가리키자, 모두가 더 잘 보려고 앞으로 다가섰다. 술이 많이 달린 보랏빛 도는 초록색 식물 100여개가 열을 지어서 자라고 있었다. 그러나 헤르미온느가 말한 맨드레이크의 '울음'이라는게 무슨 뜻인지 전혀 몰랐던 해리에게는 그것들이 그다지 이상하게 보이지 않았다.
"모두 귀가리개를 끼세요." 스프라우트 교수가 말했다.
모두 복슬복슬한 핑크빛이 아닌 다른 귀 가리개를 잡으려고 쟁탈전을 벌였다.
"내가 귀 가리개를 쓰라고 말하면, 귀가 완전히 덮여졌는지 확인하세요." 스프라우트 교수가 말했다. "그것을 빼도 안전할 때가 되면, 내가 엄지손가락을 위로 올려 표시를 해 주겠어요. 좋아요. 귀 가리개 착용."
해리는 얼른 귀 가리개를 꼈다. 그것을 끼자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스프라우트 교수는 복슬복슬한 핑크빛의 귀 가리개를 귀에 대고는, 망토 소매를 걷어올리더니, 술이 많은 그 식물을 하나 단단히 잡고, 세세 뽑아냈다.
비록 아무도 들을 수는 없었겠지만 해리는 놀라서 가쁜 숨을 내뱉었다.
땅에서는 뿌리 대신에, 진흙 투성이의 아주 작고 못생긴 어린아이 하나가 튀어나왔다. 그 아이의 머리 바로 위에서 잎들이 자라고 있었다. 피부에 엷은 초록빛의 얼룩덜룩 반점이 있는 그 아이가 목청이 터져라 큰소리로 울어대고 있었다.
스프라우트 교수는 탁자 밑에서 커다란 화분을 하나 꺼내 그 맨드레이크를 그 안으로 던져 넣더니, 술이 달린 잎들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그 아이를 거무스름하고, 축축한 퇴비 속에 묻었다. 그리고는 손에서 먼지를 털어 내고는 그들 모두에게 엄지손가락을 들어보이고 자신의 귀 가리개를 벗었다.
"여기 온실에 있는 맨드레이크들은 묘목에 불과하기 때문에 아직은 그 울음소리를 듣는다고 죽는 일은 없을 겁니다." 그녀가 마치 베고니아에 물을 주는 것 같은 아주 간단한 일에 대해 설명하는 것처럼 태연하게 말했다. "그러나 몇 시간동안 정신을 잃어버릴 정도로 위력이 대단하므로, 학기 첫 날을 놓치고 싶지 않다면, 작업하는 동안 귀 가리개가 귀를 잘 가리고 있는지 단단히 확인하기 바랍니다. 작업을 그만둘 때가 되면 알려주겠어요."
"한 상자에 네 명씩, 여기엔 화분들이 있고, 퇴비는 저쪽 자루에 있어요. 그리고 베네무스 텐타큘라를 조심하세요, 표면이 까칠까칠하니까요."
해리와 론과 헤르미온느가 잡은 상자에, 해리가 얼굴을 알고 있지만 말은 한번도 해본 적이 없는 후플푸프의 곱슬머리 남자아이가 합류했다.
"저스틴 핀치 플레츨리야." 그가 해리와 악수를 나누며 밝게 말했다. "너희들이 누군지 물론 알아. 그 유명한 해리 포터. 그리고 넌 헤르미온느 그레인저. 모든 것에서 항상 1등이지. (헤르미온느도 악수를 하며 밝게 미소지었다) 그리고 론 위즐리. 날아 다니는 차가 너네 차 아니었니?"
론은 미소짓지 않았다. 호울러가 여전히 마음 속에 남아있는게 분명했다.
"록허트 교수는 정말 대단해, 안 그러니?" 식물 화분에 용의 똥 퇴비를 채우기 시작하며 저스틴이 유쾌하게 말했다. "굉장히 용감한 사람이야. 그의 책들 읽어봤니? 나 같으면 늑대인간에 쫓겨 전화 부스 속에 갇히면 무서워서 죽어버렸을 텐데, 그는 태연하게 있다가 단숨에 해치워 버렸어. 그저 놀라울 따름이야. 나는 사실 이튼교(1440년에 설립된 영국의 전통 있는 사립 중학교:옮긴이)에 가기로 되어 있었어. 하지만 난 그곳에 가지 않고 이곳에 오게 된게 얼마나 기쁜지 몰라. 물론, 엄마는 약간 실망하셨지만, 록허트의 책들을 읽으신 뒤로는 가족 중에 충분히 교육받은 마법사가 한 명쯤 있다는게 얼마나 유용한지 알게 되신 것 같아."
그 이후 말할 기회는 많지 않았다. 귀 가리개를 다시 착용했으므로 온 정신을 맨드레이크에만 집중해야 했다. 스프라우트 교수가 시범을 보일 때는 그 일이 아주 쉬워보였지만, 사실은 그렇지가 않았다. 맨드레이크는 땅서 나오는 것도 좋아하지 않았지만, 다시 땅 속으로 돌아가는 것도 바라지 않는 것 같았다. 그것들은 몸부림치고, 발길질을 하고, 날카로운 작은 주먹을 휘두르는 가 하면, 이빨을 뿌득뿌득 갈기도 했다. 해리는 아주 살찐 녀석을 화분 속으로 밀어 넣느라 꼬박 10분을 보내야 했다.
수업이 끝날 즈음, 해리는 다른 아이들과 마찬가지로, 땀 투성이에, 온몸이 쑤셨으며, 온통 흙으로 뒤범벅되어 있었다. 모두들 성으로 돌아가 부리나케 씻었고, 그리핀도르 학생들은 서둘러 변신술 수업을 받으러 갔다.
맥고나걸 교수의 수업은 언제나 힘들었지만, 오늘은 특히 더했다. 해리는 여름 방학동안 작년에 배웠던 것들이 모두 머리 속에서 빠져나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는 딱정벌레를 단추로 변신시켜야 했지만, 딱정벌레가 책상위에서 요술지팡이를 피해 요리조리 달아났으므로, 그는 그저 딱정벌레에게 운동만 시키는 꼴이 되고 말았다.
론에겐 문제가 훨씬 더 심각했다. 그는 마법 테이프를 빌려 요술지팡이를 일시적으로 붙였는데, 너무 심하게 망가져서 전혀 고쳐질 것 같지가 않았다. 그것은 이따금씩 우지직우지직 소리를 내며 불꽃이 튀곤했으며, 론이 딱정벌레를 변신시키려고 할 때마다 썩은 달걀 냄새가 나는 진한 회색빛 연기를 뿜어냈다. 자욱한 연기 때문에 주위를 살필 수없었던 론은 그만 팔꿈치로 딱정벌레를 눌러 짜부러뜨리는 바람에 새 딱정벌레를 얻어야 했다. 맥고나걸 교수는 매우 못마땅해했다.
해리는 점심시간을 알리는 종소리를 듣자 마음이 놓였다. 그는 뇌가 마치 짜부라진 스펀지처럼 느껴졌다. 요술지팡이로 책상을 미친 듯이 내려치고 있는 론과 그를 제외하고는 모두가 줄지어 교실 밖으로 나갔다.
"빌어먹을 아무 짝에도 쓸모가 없어."
"하나 더 사달라고 집에 편지 해." 그의 요술지팡이가 폭죽처럼 연달아 탕탕탕 소리를 내자 해리가 넌지시 말했다.
"그랬다간 호울러를 하나 더 받게." 론이 이제 쉿 소리를 내고 있는 지팡이를 가방 속에 쑤셔 넣으며 말했다. "지팡이를 부러뜨린 건 너니까 네가 알아서 해."
그런데 점심을 먹으러 내려갔을 때 헤르미온느가 변신술 수업에서 만들어낸 한 줌의 완벽한 코트 단추들을 보여주자 론은 기분이 더 우울해졌다.
"오늘 오후엔 무슨 수업이 있지?" 해리가 급히 화제를 바꾸며 말했다.
"어둠의 마법 방어법." 물어보기가 무섭게 헤르미온느가 즉각 대답했다.
"왜." 론이 그녀의 시간표를 잡으며 물었다. "록허트의 강의마다 작은 하트를 그려놓은 거니?"
헤르미온느가 얼굴이 새빨개져서는 그 시간표를 다시 홱 낚아챘다.
그들은 점심을 다 먹고 구름이 잔뜩 낀 안마당으로 나왔다. 헤르미온느는 돌계단에 앉아 다시 '흡혈귀와의 여행' 책에 몰두했다. 해리와 론은 서서 퀴디치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었는데 잠시 뒤 해리는 누군가가 자신을 열심히 지켜보고 있다는 걸 알아챘다. 고개를 든 해리는 지난밤에 우연히 마법의 분류 모자를 쓰고 배정받으려고 앉아있는 것을 보았던 바로 그 자그마한 회색빛 머리의 남자아이가 마치 그 자리에 못 박히기라도 한 듯 그를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다는 걸 알았다. 그는 보통 머글 카메라처럼 생긴 것을 움켜잡고 있었는데, 해리와 눈이 마주치는 순간, 그의 얼굴이 선홍색으로 변했다.
"맞지, 해리? 난, 난 콜린 크리비야." 그가 주저하듯 앞으로 한 발짝 내딛으며 숨가쁘게 말했다. "나도 그리핀도르에 있어. 저기 사진 한 장 찍어도 괜찮지?" 해리가 허락해주길 바라는 듯 그가 카메라를 들어올리며 말했다.
"사진?" 해리가 멍하니 되풀이해서 물었다.
"내가 널 만났다는 걸 입증할 수 있도록 말야." 콜린 크리비가 조금 더 앞으로 다가오며 간절히 말했다. "난 너에 대해 모두 알아. 아이들이 말해주었어. 그 사람이 죽이려 했을 때 네가 어떻게 살아남았으며 그가 어떻게 사라져쏙 어떻게 이마에 여전히 번개 모양의 흉터를 갖게 되었는지 모두 다 말야." 그의 시선이 해리의 이마로 향했다. "그리고 우리 방에 있는아이가 그러는데 필름을 적당량의 약물 속에 넣어 현상하면, 사진들이 움직인대." 콜린이 흥분으로 몸을 떨었다. "이곳은 놀라운 곳이야, 안그래? 난 호그와트에서 편지를 받을 때까지 내가 가끔씩 하던 이상한 행동이 마법이라는 걸 전혀 몰랐어. 우리 아버진 우유 배달부인데, 내가 마법 학교에 가게 되었다는 걸 전혀 믿지 못하셨어. 그래서 집에 계신 아바지께 보내드리려고 많은 사진을 찍고 있는 거야. 그리고 네 사진 하나쯤 갖는 것도 정말 좋을 것 같구 말야." 그가 해리에게 애원하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 네 친구도 함께 찍어도 돼. 나도 네 옆에 서서 찍어도 될까? 그리고 사진이 나오면 사인해줄 수 있니?"
"사인이 있는 사진들이라구? 너 사인이 있는 사진들을 배포할 거니, 포터?"
크고 가차없는 드레이코 말포이의 목소리가 안마당에 울려 퍼졌다. 그는 호그와트에서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몸집이 크고 불쾌하게 생긴 친구 크레이브와 고일의 호위를 받으며, 콜린 바로 뒤에 서있었다.
"모두들 모여 봐!" 말포이가 아이들에게 큰 소리로 말했다.
"해리 포터가 사인이 있는 사진들을 배포한대!"
"아냐, 그렇지 않아." 해리가 화가 나서 주먹을 불끈 쥐며 말했다. "입 닥쳐, 말포이."
"너 시기하는 거지?" 온몸이라고 해봐야 크레이브의 목 굵기 만큼밖에 되지 않는 콜린이 날카로운 소리로 말했다.
"시기한다구?" 말포이가 말했다. 안마당에 있는 사람들 대부분이 듣고 있었으므로 그는 더 이상 소리지를 필요가 없었다.
"뭐에 대해서? 고맙지만, 이마에 난 불쾌한 흉터 따윈 난 갖고 싶지도 않아. 이마에 모두가 알고 있는 흉터를 갖고 있다고 특별해지는 것 같지는 않으니까 말야."
크레이브와 고일이 멍청하게 낄낄거리고 있었다.
"엿이나 먹어, 말포이." 론이 화가 나서 말했다. 크레이브가 웃음을 멈추고 위협하는 듯이 손가락 마디를 문지르기 시작했다.
"조심해, 위즐리!" 말포이가 비웃으며 말했다. "문제를 또 일으키고 싶지 않다면 말야. 그랬다간 네 엄마가 학교에 와서 널 당장 끌고 갈 테니까 말야." 그가 날카로운 목소리로 흉내를 냈다. "한번만 더 규칙을 어겼다간."
근처에 있던 슬리데린의 5학년 학생들이 이 소리를 듣고 큰 소리로 웃었다.
"위즐리는 분명 사인이 있는 사진을 갖고 싶을 거야, 포터."
말포이가 능글맞게 웃었다. "그건 그 애의 가족이 살고 있는 집보다도 값이 훨씬 더 나갈 테니까."
론이 마법의 테이프로 붙인 지팡이를 홱 끄집어내자, 헤르미온느가 '흡혈귀와의 여행' 책을 탁 덮으며 작은 소리로 말했다. "조심해!"
"웬 소동들이니, 웬 소동들이야?" 질데로이 록허트가 청록색 망토를 휘날리며 성큼성큼 걸어오고 있었다. "누가 사인이 있는 사진들을 배포한다는 거지?"
해리가 말하려고 했지만 록허트가 그의 어깨에 팔을 올리고는 큰소리로 유쾌하게 "하하 물을 필요도 없었군. 또 만났구나, 해리!" 라고 말하는 바람에 말이 중단되고 말았다.
해리는 록허트의 옆구리에 꼼짝 못하게 눌려서 굴욕감에 얼굴이 화끈거리는 걸 느꼈다. 말포이는 히죽히죽 웃으며 사람들 뒤로 빠져나가고 있었다.
"어서, 크라비 군." 록허트가 콜린에게 밝게 미소지으며 말했다. "둘이 함께 찍은 사진, 그러면 더 좋을 거야, 우리가 둘 다 사인해주지."
콜린이 카메라를 손으로 더듬으며 셔터를 누르자마자 뒤에서 오후 수업의 시작을 알리는 종이 울렸다.
"어서들 가라, 어서." 록허트는 주위에 둘러서 있던 아이들에게 큰소리로 이렇게 말하고는 해리와 함께 성으로 걸어갔다. 해리는 여전히 그의 옆구리에 꼭 껴안긴 채, '사라져버리는 마법'을 알았더라면 하고 바랐다.
"조언을 하나 해주마, 해리." 건물의 옆문으로 들어가며 록허트가 아버지처럼 다정하게 말했다. "크리비가 있는 자리에서는 내가 일부러 널 도와준 거란다. 잘난 척 한다는 건 호감을 살 수 있는 일은 아니지 않니, 그 애가 내 사진도 찍는다면, 학교 친구들이 네가 그렇게 잘난 척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을 거란 말이야."
해리의 중얼거림은 들은 척 만 척한 채, 록허트는 그의 옷자락을 끌고 학생들이 죽 늘어서 빤히 쳐다보고 있는 복도를 지나 계단을 올라갔다.
"겨우 이런 정도의 출세로 사인을 한 사진들을 나누어주는 건 현명하지 않은 처사라는 걸 말해주고싶구나. 솔직ㅎ 말해, 넌 좀 잘난 척하는 사람처럼 보인단다. 해리. 언젠가는 너도 나처럼 어디를 가든 유명세를 치를 때가 오겠지만, 하지만." 그가 깔깔거리며 웃었다. "아직은 그때가 아닌 것 같구나."
해리는 록허트의 교실에 다다라서야 비로소 그의 손에서 놓여날 수 있었다. 해리느 ㄴ망토를 홱 잡아당겨 똑바르게 하고 교실 맨 뒤에 있는 자리로 갔다. 그리고 진짜 록허트가 보이지 않도록 서둘러 앞에다 록허트의 책 일곱 권을 다 쌓아놓았다.
나머지 아이들이 소란스럽게 들어오고 있었고, 론과헤르미온느는 해리의 양쪽에 앉았다.
"네 얼굴에다 달걀 프라이 해먹어도 되겠다." 론이 말했다.
"크리비가 지니를 만나지 않길 바라는 게 좋을 거야, 그렇지 않으면 그 애들이 해리 포터 팬클럽을 만들 테니까."
"조용히 해." 해리가 날카롭게 말했다. 그는 록허트가 혹시 '해리 포터 팬클럽'이라는 문구를 들을 까봐 전전긍긍했다.
학생들이 다 자리에 앉았을 때, 록허트가 요란하게 목을 가다듬자 실내가 갑자기 조용해졌다. 그가 앞으로 손을 뻗어, 네 빌 롱바텀의 '트롤과의 여행' 책을 집더니 그 책을 높이 들어올려 앞표지에서 윙크를 하고 있는 자신의 사진을 보여주었다.
"바로 납니다." 그가 그서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사진에서와 똑같이 윙크를 해보였다. "질데로이 록허트, 멀린 서열, 3급, 어둠의 힘 방어법 리그전의 명예 회원, 그리고 '마녀주간지'의 가장 매력적인 미소 상 다섯 차례 수상. 하지만 그것에 관해서는 굳이 말하지 않겠어요. 내가 밴던 밴시(죽을 사람이 있음을 통곡으로 예고한다는 여자 요정:옮긴이)를 미소로 없앤 건 아니니까 말입니다!"
그는 그들이 웃길 기다렸다. 그러나 소수의 몇 명만이 희미하게 미소지었을 뿐이었다.
"여러분들이 모두 내 책을 질로 샀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잘했어요. 오늘은 그저 짧은 퀴즈 문제로 시작할 까 합니다. 걱정할 건 없어요. 그저 여러분들이 그 책들을 얼마나 열심히 읽었나, 또 얼마나 많이 이해했나 알아보는 것뿐이니까."
그가 시험 문제지들을 다 나눠준 뒤 다시 교탁 앞으로 돌아가 말했다. "30분 주겠습니다. 자, 시작!"
해리는 시험지를 내려다보고 읽었다
1. 질데로이 록허트가 가장 좋아하는 색깔은 무엇일까?
2. 질데로이 록허트의 비밀 야망은 무엇일까?
3. 지금까지 질데로이 록허트의 가장 큰 업적은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그런 문제가 시험지 석장에 걸쳐 계속되다가 맨 밑에 이런 문제가 있었다.
54. 질데로이 록허트의 생일은 언제입니까? 또 그의 이상적인 생일 선물은 무엇일까?
30분 뒤, 록허트가 시험지들을 거두더니 아이들 앞에서 하나하나 살폈다.
"이런, 이런. 내가 가장 좋아하는 색깔이 라일락 색이라는 걸 아무도 기억하지 못하는군. 내가 '설인과 보낸 일년' 책에서 분명히 그렇게 말했는데. 그리고 몇 명은 '늑대인간과 돌아다니기' 책을 좀더 주의깊게 읽어야겠군. 난 12장에서 내 이상적인 생일 선물이 마법사들과 마법사가 아닌 사람들 간의 조화라고 명확히 말했는데. 그렇다고 커다란 '오젠스 올드 파이어 위스키'를 사양하겠다는 건 아니지만 말야!"
그가 그들에게 또 한번 장난기 있는 윙크를 했다. 론은 이제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록허트를 바라보고 있었다. 앞에 앉아있는 시무스 피니간과 딘 토마스는 소리를 죽이고 킬킬대고 있었다.반면에 헤르미온느는 록허트의 말에 푹 빠져 있다가 그가 그녀의 이름을 언급하자 소스라치게 놀랐다.
"하지만 헤르미온느 그레인저 양만은 내 비밀 야망이 악의 세계를 없애고 내 머리 손질 약을 상품화해서 시장에 내놓는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군요. 잘했어요! 시실 " 그는 그녀의 시험지를 홱 뒤집었다. "만점입니다. 헤르미온느 그레인저 양 어디있죠?"
헤르미온느가 떨리는 손을 들어올렸다.
"훌륭해요. 록허트가 환하게 미소지었다. "아주 훌륭해요. 그리핀도르에게 10점을 주겠어요. 그러면 자 수업으로 돌아갑시다."
그가 책상 뒤로 허리를 굽히더니 덮개를 씌운 커다란 우리 하나를 들어올렸다.
"자 조심하세요. 내 임무는 지금까지 마법사들에게 알려져 있는 가장 위험한 생물에게도 맞설 수 있도록 여러분들을 무장시키는 거예요. 여러분들은 어쩌면 이 교실에서 최악의 공포와 마주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내가 여기에 있는 한 여러분들에게 어떠한 해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만 명심하세요. 단 한 가지 부탁하고 싶은 건 그저 침착하라는 것뿐이니다."
해리는 저도 모르게, 그 우리를 더 잘보려고 책 더미 옆으로 몸을 기울였다 록허트가 그 덮개 위에 손을 얹었다. 딘과 시무스는 이제 웃지 않았다. 네빌은 앞좌석에서 몸을 움츠리고 있었다.
"비명은 절대로 지르지 않길 바랍니다." 록허트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 생물들을 자극할지도 모르니까요."
학급 전체가 숨을 죽였을 때, 록허트가 그 덮개를 홱 벗겼다.
"그렇지." 그가 극적으로 말했다. "콘월(영국 남서부의 주:옮긴이)에서 금방 잡힌 작은 요정입니다."
시무스 피니간은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다. 그가 픽 하고 코방귀 소리를 냈다. 그건 누가 들어도 절대로 공포의 비명은 아니었다.
"무슨 일이죠?" 록허트가 시무스에게 미소를 지었다.
"그것들은, 그것들은 그렇게 위험하지 않잖아요, 안그런가요?" 시무스는 웃느라 말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너무 그렇게 확신하지는 말아요." 록허트가 화가 나서 시무스에게 손가락질을 하며 말했다. "그것들도 대단히 흉악한 악마가 될 수 있으니까요."
그 작은 요정들은 밝고 차가운 느낌의 파란색으로, 얼굴은 뾰족했고, 키는 대략 20센티미터 정도였는데 목소리가 어찌나 날카로왔던지 마치 많은 잉꼬들이 떠들어대는 걸 듣고 있는 것 같았다. 덮개가 벗겨지는 순간 요정들은 재잘거리며 이리저리 날아다니는가 하면, 창살을 잡고 흔들어 가장 가까이 있는 사람들을 당황하게 만들었다.
"자, 그럼." 록허트가 큰 소리로 말했다. "이 녀석들이 무슨 짓을 하는지 한번 보죠." 그리고는 우리 문을 열어버렸다.
그건 완전히 아수라장이었다. 작은 요정들이 로켓처럼 사방으로 튀어 올랐다. 요정 두명은 네빌의 귀를 잡고 그를 공중으로 들어올렸고, 몇 명은 곧장 창문으로 돌진해 나가는 바람에 그 뒷줄에 있던 사람들이 깨진 유리조각을 온통 뒤집어써야 했다. 나머지 요정들은 미쳐 날뛰는 코뿔소처럼 교실을 돌아다니며 엉망진창으로 만들어 놓기 시작했다. 그것들은 잉크병을 잡아 사람들에게 뿌리고, 책과 종이들을 갈가리 찢는가하면, 벽에 붙은 사진들을 북북 떼어내고, 쓰레기통을 뒤집어엎고, 가방과 책들을 보이는 대로 잡아 깨진 창문밖으로 내던졌다. 잠깐 사이에 반 아이들 절반이 책상 밑에 피해 있었고, 네빌은 천장에 있는 철로 만든 샹들리에에 매달려 있었다.
"자, 이제 그것들을 한곳으로 몰아 모으세요, 그것들은 그저 작은 요정에 지나지 않습니다." 록허트가 큰소리로 말했다. 그가 소매를 걷어올리더니 지팡이를 휘두르며 소리쳤다. "페스키픽시 페스테르노미."
그러나 그건 전혀 효과가 없었다. 더구나요정 하나가 그 지팡이를 낚아채어 창 밖으로 내던져버렸다. 또 그떄 록허트는 샹들리에가 무너져 내리면서 떨어지는 네빌을 피하려고 허겁지겁 책상 밑으로 숨기에 바빴다.
종이 울리자 사람들이 허둥지둥 출구로 몰려갔다. 좀 잠잠해지자 똑바로 일어선 록허트가 거의 문앞에 가 있는 해리와 론과 헤르미온느를 발견했다. "너희들 셋이 나머지 요정들을 잡아 우리 속으로 좀 넣어줘야겠다." 그가 그들 옆으로 휙 지나가 밖으로 나간 뒤 얼른 문을 닫았다.
"저 사람 뭐 저래?" 남아있는 요정들 중 하나가 귀를 꽉 물자 론이 큰소리로 말했다.
"그는 그저 우리에게 약간의 실제 훈련을 시켜주고 싶었던 것뿐이야." 헤르미온느가 똑똑하게도 '냉동마법'으로 금방 두 요정을 움직이지 못하게 해서 다시 우리속으로 밀어 넣으며 말했다.
"실제훈련?" 혀를 쏙 내밀며 손이 닿지 않는 곳으로 춤추며 도망가는요정 하나를 잡으려고 애쓰며 해리가 말했다. "헤르미온느, 그는 자신이 무슨 짓을 하고 있는 전혀 몰랐어."
"쓸데 없는 소리." 헤르미온느가 말했다. "넌 그의 책들을 읽지도 않았니. 그가 얼마나 놀라운 일들을 했는데."
"말은 누가 못해?" 론이 투덜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