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5장 (18/194)

제5장

커다란 버드나무

여름방학이 너무나 빨리 지나가 버린 것 같았다. 해리는 물론 호그와트로 돌아가길 고대하고 있었지만, 버로우에서 보낸 한 달은 지금까지 살아온 동안 가장 행복한 시간이었다. 그는 더즐리 가족이 있는 프리벳가로 다시 돌아갔을 때 어떤 대우를 받게 될까 생각하면 론이 부럽지 않을 수 없었다.

마지막날 저녁에, 위즐리 부인은 눈 깜짝할 사이에 해리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들로만 가득 찬 화려한 저녁상을 차려주었고, 마지막에는 군침이 도는 당밀 푸딩까지 내놓았다. 프레드와 조지는 필리버스터 불꽃놀이를 보여줌으로써 그날 저녁을 멋지게 마무리했다. 적어도 30분 동안을 빨간색과 파란색 별들이 천장에서 벽으로 튀며 부엌을 아름답게 수놓았다. 그 뒤 그들은 마지막으로 코코아 한 잔을 마신 뒤 잠자리에 들었다.

다음날 아침을 시작하는데는 한참이 걸렸다. 이른 새벽에 일어났음에도, 암튼 할 일이 아주 많은 것 같았다. 위즐리 부인은 시무룩한 표정으로 여분의 양말과 깃펜들을 찾으며 이리저리 뛰어다녔다. 위즐리 형제들은 손에 토스트를 한쪽씩 들고 옷을 반쯤 걸친 채로 계단에서 계속 서로 부딪혔고, 위즐리 씨는 지니의 가방을 차에 실으려고 급히 가다가 마당에서 왔다갔다하는 닭에게 걸려 넘어지는 바람에 하마터면 목이 부러질 뻔했다.

해리는 작은 포드 앵글리아에 여덟 명의 살마고, 여섯 개의 커다란 가방과, 두 마리의 부엉이와 쥐 한 마리가 어떻게 다탈수 있는지 의문스러웠다. 사실 위즐리 씨가 만들어 놓은 특별한 마법이 없었더라면 어림도 없었을 것이다.

"몰리 아줌마에게는 말하지 말라." 그가 차 뒤 트렁크를 열어 짐들이 쉽게 들어갈  수 있도록  동차를 마법으로 늘린 방법을 보여주며 해리에게 속삭였다.

마침내 그들이 차 안에 다 탔을 때, 위즐리 부인이 해리, 론, 프레드, 조지, 그리고 퍼시가 모두 나란히 편안하게 앉아있는 뒷자리를 흘끗 쳐다보더니 이렇게 말했다. "머글들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확실히 더 많이 알고 있는 것 같아요, 안 그래요?" 그녀와 지니는 공원의 의자처럼 긴 앞좌석에 앉아 있었다. "바깥에서 보았을 때는 이 차가 이렇게 넓은 지 몰랐거든요, 안 그래요?"

위즐리 씨가 시동을 걸자 차는 마당에서 굴러나갔고, 해리는 그 집을 마지막으로 한번 더 보기 위해 고개를 돌렸다. 그러나 그가 이 집을 언제 다시 볼수 있을까 생각하자마자 그들은 다시 돌아갓다. 조지가 필리버스터 불꽃놀이 상자를 두고 왔던 것이다. 그 뒤 5분쯤 지나서는, 빗자루를 두고 온 프레드 때무에 다시 돌아가야 했다. 그런데 고속도로에 거의 다 왔을 때 지니가 다이어리를 안 가져왔다며 비명을 질렀다. 그녀가 차 안으로 다시 기어 들어왔을 때쯤 돼서는, 차는 이제 화가 치밀 대로 치민 듯 기어가는 것처럼 아주 천천히 달렸다.

위즐리 씨가 손목시계를 흘끗  다보고는 아내를 바라보았다.

"몰리, 여보"

"안돼요, 아서."

"아무도 보지 않을 거요. 여기에 있는 이 작은 단추는 내가 설치한 투명 부스터라오. 이걸 누르면 당장 공중으로 올라갈 거요. 그러면 우린 구름 위에서 나는 거예요. 우린 10분이면 그곳에 도달할 거고, 아무도 전혀 눈치채지 못."

"안 된다고 했어요, 아서. 벌건 대낮에는 안돼요."

그들은 킹스크로스 역에 11시 15분 전에 도착했다. 위즐리 씨가 쏜살같이 길으 ㄺ 너가 가방들을 실을 손수레를 가져오자 그들 모두 허둥지둥 역 안으로 들어갔다.

해리는 작년의 그 호그와트 급행 열차를 발견했다. 까다로운 부분은 머글들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9와 3/4번 승강장으로 가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저 9번과 10번 승강장을 가르는 딱딱한 개찰구를 통해 걸어가기만 하면 되었다. 그 개찰구를 통해 들어간다고 전혀 다치는 건 아니었지만, 단 머글들이 누치채지 못하도록 조심스럽게 행동해야만 했다

"퍼시가 먼저 가거라." 위즐리 부인이 머리 위에 있는 시계를 초조하게 바라보며 말했다. 그 시계에 따르면 개찰구로 들어가야 할 시간이 5분 밖에 남아있지 않았다.

퍼시가 힘차게 앞으로 성큼성큼 걸어가더니 사라졌다. 다음엔 위즐리 씨가 갔다. 그리고 프레드와 조지가 그 뒤를 따랐다.

"엄마는 지니를 데리고 갈 테니 너희 둘은 우리 바로 뒤에 오너라." 위즐리 부인이 지니의 손을 잡고 앞으로 걸어가며 해리와 론에게 말했다. 그리고 그들은 눈 깜빡할 사이에 사라졌다.

"우린 함께 가자. 1분 밖에 안 남았어." 론이 해리에게 말했다.

해리는 헤드위그의 새장이 가방 위에 안전하게 고정되어 있는지 확인한 뒤 손수레를 개찰구 쪽으로 밀고 갔다. 그는 아주 자신만만하게 느꼈다. 이것은 플루 가루를 이용하는 것만큼 불편하지는 않았다. 그들은 둘 다 손수레의 손잡이 쪽으로 몸을 바짝 숙이고 과감하게 개찰구 쪽으로 점점 더 빠른 걸음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얼마 남지 않았을 때, 갑자기 달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쾅.

손수레 두 개가 다 개찰구에 부딪히며 뒤로 튕겨져 나왔다. 론의 가방이 쿵 하는 소리와 함께 떨어졌고, 해리는 발부리가 걸려 나가 떨어졌다.  헤드위그의 새장이 높이 튀어 올랐다가 반들반들한 바닥으로 떨어지자 부엉이가 굴러 나와 끽끽대며 날카로운 소리를 냈다. 주위에 있던 사람들이 빤히 바라보고 있는 사이 근처에 있던 차장 하나가 소리쳤다. "도대체 너희들  뭐하고 있는 거니?"

"손수레가 제멋대로 움직였엉." 해리가 일어서서 가슴을 움켜잡고 헐떡이며 말했다. 론이 헤드위그를 잡으려고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소동을 피우자 주위에 있는 사람들이 동물을 학대한다며 중얼거렸다.

"우리가 왜 통과하지 못한 거지?" 해리가 론에게 불만스럽게 말했다.

"나도 몰라."

론이 미친 듯이 주위를 둘러보았다. 무슨 일인지 궁금한 듯 아직도 10여명의 사람들이 그들을 지켜보고 서 있었다.

"기차를 놓칠 거야." 론이 작은 소리로 말했다. "그 출입구가 왜 저절로 막힌 건지 모르겠어."

해리는 속이 울렁울렁대는걸 느끼며 거대한 시계를 올려다 보았다. 10초, 9초,

그는 손수레를 조심성 있게 개찰구까지 밀고 나가 다시 한번 힘껏 밀었다. 그 금속은 여전히 딱딱했다. 3초, 3초, 1초,

"가버렸어." 론이 어리벙벙해진 목소리로 말했다. "기차는 떠났어. 엄마와 아빠가 우리에게로 다시 오시지 않으면 어떡하지? 머글들의 돈 있니?"

해리가 공허한 웃음을 지어 보였다. "더즐리 가족은 6년 동안 내게 용돈을 한 푼도 준적이 없었어."

론이 차가운 개찰구에 귀를 바싹 갖다댔다.

"아무 소리도 안나." 그가 절박하게 말했다. "이제 어떻게 하지? 엄마와 아빠가 언제쯤 돌아오실지도 모르는데."

그들은 주위를 둘러보았다. 사람들이 여전히 그들을 지켜보고 있었는데, 그건 헤드위그가 계속해서 찍찍 비명을 지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차에서 기다리는 게 좋겠어."해리가 말했다. "사람들이 자꾸 우릴 이상한 눈초리로 쳐다보고 있"

"해리!" 론이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자동차!"

"그게 어떻다구?"

"우린 그차를 타고 호그와트로 날아갈 수 있을 거야!"

"하지만 난"

"다른 방도가 없잖아. 그리고 우린 학교에 가야 하구. 안 그래? 그리고 진짜 긴급한 상황이라면 미성년 마법사들일지라도 마법을 써도 된다고, 실제적 제한 규정 19항인가 어디에 나와있어."

"하지만 너희 엄마와 아빠는" 해리가 다시 열릴지도 모른다는 헛된 희망속에 개찰구르 ㅪㅏ시 한번 밀며 말했다. "그러면 그분들은 어떻게 집에 가시지?"

"엄마 아빠는 차가 필요하지 않아!" 론이 조바심하며 말했다. "그분들은 축지법을 쓰는 방법을 알고 계시거든! 너도 알잖아. 뿅 하고 사라졌다가 집에 다시 나타나는 것 말야! 그분들이 플루 가루나 자동차에 신경쓰시는 건 단지 우리가 모두 미성년이고 아직 축지법을 쓰지 못하게 되어 있기 때문이야."

겁먹었던 해리의 표정이 갑자기 흥분으로 변했다.

"너 그 차를 날게 할 수있어?"

"문제없어" 론이 손수레를 출구 쪽으로 돌리며 말했다. "어서, 가자, 서두르면 호그와트 급행 열차를 따라잡을 수 있을 거야."

그리고 그들은 이상한 눈초리로 쳐다보는 머글들을 지나 기차역 밖으로 걸어나가 낡은 포드 앵글리아가 주차되어 있는 옆길로 다시 나왔다.

론이 요술지팡이로 몇 번 치자 차 트렁크 문이 열렸다. 그들은 짐을 다시 그 안에 넣고, 헤드위그를 뒷자리에 놓은 뒤 앞에 탔다.

"아무도 보고 싶지 않은지 살펴봐." 론이 요술지팡이를 한번 더 쳐서 시동을 걸며 말했다. 해리가 고개를 창 밖으로 쭉 내밀었다. 앞에 있는 대로에는 많은 차들이 덜거덕 거리며 지나가고 있었지만 그들이 있는 길에는 차들이 한 대도 없었다.

"좋았어." 그가 말했다.

론이 계기반에 있는 작은 은색 단추를 눌렀다. 그러자 그들이 그 차와 함께 어디론가 사라졌다. 해리는 좌석이 밑에서 진동하는 것도 느끼고, 엔진 소리도 듣고, 무릎에 올려진 손과 코에 안경이 걸쳐져 있다는 것까지도 느낄 수있었지만, 차들이 가득 세워진 거무죽죽한 거리에는 그저 그의 눈알  한 쌍만 동동 떠있었다.

"가자," 오른쪽에서 론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차가 올라가면서 양쪽에 있는 땅과 더러운 건물들이 점점 시야에서 멀어졌다. 잠시 뒤, 자욱한 연기 속에 가려진 눈부신 런던 거리가 저 밑에 누워 있었다.

그리곤 펑하는 소리가 나더니, 차와 해리와 론이 다시 나타났다.

"어어." 론이 투명 부스터를 쿡 찌르며 말했다. "이게 왜 이러지."

그들은 둘다 그것을 주먹으로 연달아 때렸다. 차가 사라졌다. 그리곤 깜박하더니 다시 나타났다.

"꼭 잡아!" 론이 이렇게 소리치더니, 발로 액셀레이터를 꾹 밟았다. 그들이 곧장 낮은 양터 같은 구름 속으로 돌진하자 시야가 흐릿하게 변했다.

"이제 어떡하지? 해리가 사방에서 짓누르고 있는 빽빽한 구름을 힐끗 보며 말했다.

"어느 쪽인지 가야 할지 알려면 그 기차를 찾아야지." 론이 말했다.

"다시 밑으로 내려가, 얼른."

그들은 다시 구름 밑으로 내려갔고, 자리에서 몸을 비틀어 땅을 잠깐 내려다 보았다.

"보인다!" 해리가 외쳤다. "저기 저 앞에 저기!"

호그와트 급행열차가 자줏빛 뱀처럼 저 아래에서 질주하고 있었다.

"정북 방향이야." 론이 계기반에 있는 나침반을 살피며 말했다.

"좋았어, 30분마다 살펴보기만 하면 돼. 꼭 잡아."

그들은 구름속으로 힘차게 올라갔다가 다시 타오르는 햇살 속으로 튀어 나왔다.

그것은 완전히 다른 세계였다. 차바퀴들이 복슬복슬한 구름 바다와, 눈부시게 하얀 태양 아래로 끝없이 펼쳐지는 파란색의 밝은 하늘을 미끄러지듯 나아갔다.

"이제 비행기들만 조심하면 돼." 론이 말했다.

그들은 얼굴을 마주 보고 소리내어 웃기 시작했다. 그리고 한참동안 멈추지 않았다.

마치 멋진 꿈을 꾸고 있는 것 같았다. 해리는 하늘을 나는 자동차를 타고, 운전대 앞 계기반에 달린 사물함에 사탕 한 봉지를 넣고 하나씩 빼 먹으며, 뜨겁고 밝은 햇살을 받으면서, 소용돌이치는 새하얀 구름을 뚫고 지나가 호그와트 성 앞에 있는 넓은 잔디밭에 매끄럽고 멋지게 내리는 상상을 해 보았다. 프레드와 조지의 부러워하는 얼굴이 눈에 선했다. 이런 여행은 확실히 어디에도 없을 것이다.

그들은 수시로 구름 밑으로 내려가 기차의 방향을 살피면서 점점 더 북쪽으로 날았다. 구름 밑으로 한번씩 내려갈 때마다 풍경이 달라져 있었다. 곧 런던을 벗어나, 산뜻한 초록 들판이 나타났고, 이어서 넓고 , 자줏빛을 띤 황야로 변했다. 개미 같은 여러 가지 색깔의 자동차들이 우글거리던 대도시와 작은 장난감 교회들이 있는 마을들도 지나갔다.

그러나 평온한 몇 시간이 흐르자, 해리는 점점 따분해졌다. 사탕을 먹은 탓에 갈증이 몹시 났지만, 마실 게 아무 것도 없었다. 스웨터는 벌써 벗어버렸음에도, 해리의 티셔츠는 땀으로 등에 딱 들러붙어 있었고, 안경은 땀이 송골송골 맻힌 코끝으로 자꾸 흘러내렸다. 그는 이제 이상한 모양의 구름찾기 놀이 하던 것도 싫증이 났고, 아래에 있는 기차로 내려가고 싶다는 생각뿐이었다. 그곳에서는 똥똥한 마녀가 밀고 다니는 손수레에서 얼음처럼 시원한 호박 주스를 살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그들은 왜 9와 3/4번 승강장으로 들어갈 수 없었던 걸까?

"이제 멀지 않았겠지?" 태양이 구름 밑으로 떨어지며, 진한 붉은 빛으로 물들자, 몇 시간 동안 조용하던 론이 마침내 쉰 목소리로 말했다. "기차를 한번 더 살펴볼까?"

기차는 여전히 그들 바로 밑에서 눈 덮인 산을 지나 구불구불 나아가고 있었다. 이제는 구름 밑이 훨씬 더 어두웠다.

론이 발을 액셀레이터에 놓고 다시 위쪽으로 차를 몰았는데, 웬일인지 그가 그렇게 하자마자, 엔진이 윙윙거리는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해리와 론은 다소 겁먹은 눈길을 주고 받았다.

"아마 너무 지쳐서 그걸 거야." 론이 말했다. "이렇게 멀리 와본 적이 없거든."

그리고 하늘이 점점 더 어두워지자 그들은 둘 다 그 윙윙대는 소리가 점점 더 커지는 것을 알아채지 못한 척 했다. 별들이 어둠 속에 하나 둘 나타나기 시작했다. 해리는 앞 차창 와이퍼들이 이제 마치 항의라도 하듯 맥없이 흔들리고 있는 걸 애써 무시하며 다시 스웨터를 입었다.

"멀지 않았어." 론은 해리가 아니라 차에게 말하고 있는 것 같았다. "이제 얼마 남지 않았어." 그리고 그는 계기반을 초조하게 두드렸다.

잠시 뒤 다시 구름 밑으로 내려갔을 때는 사방이 어두워서 잘 보이지 않았으므로 실눈을 뜨고 기차를 찾아야 했다.

"저기다!" 해리의 갑작스런 외침에 론과 헤드위그는 깜짝 놀랐다. "바로 저 앞에!"

어두운 지평선에 뚜렷한 윤곽을 드러내며, 호수 너머 절벽 위 높은 곳에 호그와트 성의 많은 작은 탑들이 서 있었다.

그런데 차가 갑자기 덜덜 거리더니 점점 속도를 잃어갔다.

"자, 조금만 더." 론이 핸들을 살짝 잡아 흔들며 말했다. "거의 다 왔어. 조금만 더."

엔진에서 삐걱거리는 소리가 났다. 그리고 자동차 보닛 밑에서 수증기가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차가 호수 쪽으로 날아가자 해리는 의자 끝을 꽉 붙잡았다.

차가 심하게 한 번 흔들렸다. 창 밖을 흘끗 내다보자 몇 미터 밑에 매끄러운 유리 같은 표면의 까만 물이 보였다. 론은 손가락 마디들이 새하애질 정도로 핸들을 꽉 잡았다. 차가 다시 흔들렸다.

"조금만," 론이 중얼거렸다.

그들은 호수 위에 있었다. 성은 바로 앞쪽에 있었다. 론은 한쪽 발을 아래로 내려놓았다.

그 순간 쾅, 푸푸 하는 커다란 소리가 나더니 엔진이 완전히 꺼져버렸다.

"어 어." 론이 조용히 말했다.

차의 앞부분이 아래로 기울어졌다. 그들은 점점 더 빠른 속도로 곧장 딱딱한 성벽을 향해 추락하고 있었다.

"안돼돼돼!" 론이 핸들을 홱 돌리며 소리쳤다. 차가 어두운 돌벽을 간발의 차이로 스치고 지나가더니 큰 호를 그리며 어두운 온실과, 채소밭, 까만 잔디밭 위로 점점 떨어지고 있었다.

론이 핸들을 완전히 놓더니 뒷주머니에서 요술지팡이를 꺼냈다.

"멈춰! 멈춰!" 그가 계기반과 앞 차창을 세게 치면서 큰소리로 말했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 그들은 여전히 땅으로 땅으로 똑바로 떨어지고 있었다.

"저 나무를 조심해!" 해리가 핸들을 잡으려고 하며 고함을 쳤지만, 이미 너무 늦고 말았다.쾅.

금속이 나무와 충돌하는 귀청이 찢어질 듯한 소리와 함께, 차가 굵은 나무 몸통에 부딪히고는 덜커덩거리며 땅바닥으로 떨어졌다. 뒤틀린 보닛 밑에서 뿜어져 나온 증기가 소용돌이 치고 있었다. 헤드위그는 혼비백산하여 날카로운 소리로 울어대고 있었다. 해리는 앞 차창에 머리를 부딪히는 바람에 골프공만하게 부풀어오른 혹 부위가 욱신욱신 쑤셔오는 걸 느꼈다. 오른쪽에서 론이 낮고 절망적인 신음소리를 내고 있었다.

"괜찮니?" 해리가 다급하게 물었다.

"내 요술지팡이." 론이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내 요술지팡이 좀 봐."

론의 요술지팡이가 거의 두 동강이 나 있었다. 끝 부분이 부서진 조각들에 간신히 붙은 채, 힘없이 대롱대롱 매달려 있었다.

해리는 학교에 가면 확실히 고칠 수 있을 거라고 말하려 했지만, 그가 말을 꺼내려는 순간에, 무언가가 황소가 돌진해오는  것 같은 굉장한 힘으로 차의 옆구리를 세게 쳤고, 그 충격으로 해리는 론을 향해 쓰러져버렸다. 그리고 동시에 차 지붕에도 강한 충격이 가해졌다.

"무슨 일이지?"

론은 숨을 헐떡이며, 앞 차창을 빤히 바라보았고, 해리가 주위를 둘러보는 순간 비단뱀만큼이나 굵은 나뭇가지가 차창을 세게 내리쳤다. 그들이 부딪혔던 나무가 계속해서 공격을 가하고 있었다. 그 나무는 미친 듯이 몸을 구부렸다 폈다 하면서 옹이가 크게 박힌 굵은 나뭇가지로 자동차의 이곳 저곳을 연달아 후려치고 있었다.

"아으으!" 비틀린 또 다른 가지가 운전석 쪽의 문을 쳐서 움푹 들어가게 하자 론이 신음소리를 냈다. 앞 차창은 이제 손가락 마디 만한 작은 나뭇가지들의 빗발치는 공격으로 몸살을 앓고 있었고, 굵은 나뭇가지 하나가 지붕을 세게 내려치는 순간 자동차 천장이 물러앉아 버렸다.

"도망쳐!" 론이 온몸으로 자동차 문을 지탱하며 소리쳤지만, 다음 순간 그는 또 다른 나뭇가지가 날린 강한 올려차기에 맞아 해리의 무릎으로 나가 떨어지고 말았다.

"우린 이제 결딴났어!" 천장이 점점 더 내려앉는 걸 보면서 그가 신음하며 말했다. 그런데 갑자기 차의 바닥이 진동하고 있었다. 엔진의 시동이 다시 걸린 것 같았다.

"후진!" 해리가 외치자, 차가 뒤로 힘차게 움직였다. 그 나무는 여전히 그들을 치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멀어져 가는 그들을 잡기 위해 나무가 몸을  통째로 일으켜 세우는지 뿌리가 뽑히는 소리가 들렸다.

"하마터면." 론이 헐떡거리며 말했다. "큰일날 뻔했어. 잘했어, 차야."

그 차는 그러나 결국 막다른 지경에 이르고야 말았다. 두어번 쾅쾅 하며 날카로운 소리를 내더니, 문들이 갑자기 홱 열렸고, 그 바람에 해리는 몸이 옆으로 기울어지는가 싶더니 어느새 축축한 땅바닥에 벌렁 나자빠져 있었다. 쿵 하는 큰소리가 들리는 것으로 보아 차가 트렁크에서 그들의 짐을 내던지고 있는 것 같았다. 헤드위그의 새장의 공중으로 날아가더니 갑자기 확 열렸다. 부엉이는 성난 비명소리를 내며 새장 밖으로 나와 뒤도 돌아보지 않고 쏜살같이 성 쪽으로 날아갔다. 그리고, 여기저기가 움푹 들어가고 긁힌 채로 여전히 증기를 뿜어내고 있는 차는 화가 난 듯 미들을 번쩍이면서 덜거덕거리며 어둠 속으로 갔다.

"돌아와!" 론이 부러진 요술 지팡이를 휘두르며 그 뒤에다 대고 소리쳤다. "아빠가 날 가만두지 않으실거야!"

하지만 차는 배기관에서 마지막으로 한번 더 증기를 뿜어내고는 시야에서 사라졌다.

"재수되게 없네" 론이 스캐버스를 잡기 위해 허리를 굽히며 비참하게 말했다. "하고 많은 나무들 중에, 하필 되받아 치는 나무에 부딪칠 게 뭐람"

그는 어깨 너머로 그 오래된 나무를 흘끗 바라보았다. 그것은 여전히 나뭇가지들을 험악하게 격렬히 움직이고 있었다.

"자, 이제." 해리가 지쳐서 말했다. "학교로 가는 게 좋겠어."

지금 상황은 멋지게 학교레 들어가려 했던 그들의 상상과는 너무나 거리가 멀었다. 온몸이 뻐근하고, 춥고, 멍 투성이가 된 그들은 가방을 잡고 풀이 우거진 비탈길 위로 질질 끌어올리며, 거대한 오크문으로 향했다.

"연회가 벌써 시작된 것 같아." 론이 정문 계단 밑에 가방을 떨어뜨리고 조용히 걸어가 밝게 불 밝혀진 창문 안을 들여다보며 말했다. "야, 해리, 어서 와봐, 기숙사 배정식이야!"

해리는 급히 걸어가 론과 함께 연회장을 둘러보았다.

사람들이 가득 찬 네 개의 긴 테이블 위에서 무수한 초들이 공중을 떠돌며, 황금 접시와 잔들을 비추고 있었다. 머리 위에는, 항상 바깥 하늘과 똑같은 모습이 되도록 마법을 걸어둔 천장이 별들로 반짝이고 있었다.

수없이 많은 뾰족한 검정색 호그와트 모자들 사이로, 겁먹은 1학년생들이 줄지어 연회장 안으로 들어가는 게 보였다. 지니도 그들 가운데 있었다. 그녀가 쉽게 눈에 띄었던 것은 위즐리 집안 특유의 불에 타는 듯한 선명한 머리카락 때문이었다. 한편, 머리를 타래 모양으로 틀어올린 안경을 쓴 마녀인 맥고나걸 교수는 유명한 호그와트의 마법의 분류 모자를 신입생들 앞에 있는 의자 위에 올려놓았다.

누덕누덕 기워지고, 헤이지고, 더러운 이 오래된 낡은 모자는 해마다 새로운 학생들을 그리핀도르, 후플푸프, 래번클로, 그리고 슬리데린 이렇게 네 개의 호그와트 기숙사로 배정해주었다. 해리는 정확히 1년 전, 잔뜩 겁먹고 결정을 기다리는 동안, 그 모자가 귀에 대고 큰소리로 중얼거리던 말이 기억났다.

잠시였지만 그는 그 끔찍한 시간동안 그 모자가 혹시 그를, 어둠의 마녀와 마법사들을 많이 배출한 기숙사인 슬리데린에 넣지 않을까 걱정했었다. 하지만 그는 론과 헤르미온느와 위즐리의 다른 형제들과 함께 그리핀도르로 결정되었다. 그리고 지난 학기에 해리와 론은 그리핀도르가 7년 만에 처음으로 슬리데린을 제치고 기숙사 우승컵을 타는 데 일조했었다.

회색 머리카락의 조그마한 남자아이 하나가 호명되자 앞으로 걸어나가 모자를 쓰고 앉았다. 해리의 눈이 그 애를 지나, 상석에 앉아 배정식을 지켜보고 있는 호그와트의 교장 덤블도어에게로 옮아갔다. 그의 긴 은빛 수염과 반달형 안경이 촛불에 비쳐 반짝이고 있었다. 몇 좌석을 따라가자, 옥색 망토를 입은 질데로이 록허트가 보였다. 그리고 제일 끝에서는 털이 많은 거구의 해그리드가 술을 마시고 있었다.

"잠깐만." 해리가 론에게 중얼거렸다. "교수 테이블에 빈 의자가 하나 있네. 스네이프 교수는 어디에 있지?"

세베루스 스네이프 교수는 해리가 가장 싫어하는 선생이었다. 해리는 또한 스네이프가 가장 싫어하는 학생이기도 했다. 스네이프는 마법의 약을 가르치는 선생이었는데 쌀쌀맞고, 빈정대기 좋아했으며, 자신의 기숙사(슬리데린) 학생들을 제외하고는 누구도 좋아하지 않았다.

"아플지도 모르지!" 론이 희망을 가지고 말했다.

"어쩌면 떠났을지도 몰라." 해리가 말했다. "'어둠의 마법 방어법' 과목을 맡지 못해서 말야!"

"아니 파면당했을지도 몰라!" 론이 신이 나서 말했다. "모두가 싫어하니까 말야."

"아니 어쩌면" 그들 바로뒤에서 매우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너희 둘이 왜 학교 기차를 타고 오지 않았는지 들으려고 기다리고 있는지도 모르지."

해리는 홱 돌아섰다. 거기엔 세베루스 스네이프가 까만 망토를 차가운 산들바람에 찰랑거리며 서 있었다. 누르스름한 피부의 마른 체구에다 매부리코에, 어깨까지 내려오는 매끄러운 까만 머리카락을 가진 그는 해리와 론이 매우 곤란한 처지에 놓이게 되었음을 말해주는 차가운 미소를 짓고 있었다.

"따라와라." 스네이프 교수가 말했다.

감히 서로 얼굴도 보지 못한 채, 스네이프 교수를 따라 타오르는 횃불들이 어둠을 밝히고 있는 현관 안의 거대한 홀로 걸어 들어가자 그들의 발자국 소리가 무겁게 울려 퍼졌다. 여노히장에서 맛있는 음식 냄새가 풍겨왔지만, 스네이프 교수는 그들을 온기와 불빛이 전혀 없는 지하 감옥으로 이어지는 좁은 돌계단으로 데려갔다.

"들어가!" 그가 차가운 복도를 반쯤 걸어 내려가다가 어떤 문을 열며 가리켰다.

그들은 부들부들 떨면서 스네이프 교수의 사무실로 들어갔다. 어슴푸레한 벽에는 커다란 유리병들이 늘어서 있었는데, 그 안에는 정말로 이름조차도 알고 싶지 않은 온갖 종류의 불쾌감을 일으키는 것들이 둥둥 떠 있었다. 벽난로는 어둡고 텅 비어 있었다. 스네이프 교수는 문을 닫고 돌아서서 그들을 바라보았다.

"그러니까." 그가 부드럽게 말했다. "그 기차가 유명한 해리포터와 그의 충실한 친구 위즐리에겐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나  보지. 기세 좋게 도착하고 싶었던 거냐?"

"아니에요, 선생님. 문제는 킹스 크로스의 개찰구였어요. 그게"

"조용히 해!" 스네이프 교수가 차갑게 말했다. "그 차로는 무슨 짓을 한 거지?"

론이 침을 꿀꺽 삼켰다. 해리는 예전에도 한번 그랬지만 스네이프 교수가 사람의 마음을 읽을 수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러나 잠시 뒤, 스네이프 교수가 오늘 발행된 '예언자' 석간을 펼치자, 그제야 그게 아니었다는 걸 알았다.

"너희들이 나왔더구나." 그가 그들에게 '날아다니는 포드 앵글리아가 머들들을 어리둥절하게 하다'라는 1면 기사를 보여주며 불만스럽게 말했다. 그는 큰소리로 읽기 시작했다. "런던에 있는 머글 두 명은, 낡은 차 한 대가 분명히 우체국 탑 위로 날아가는 걸 보았다고 말한다. 노폭에 사는, 헤티 베이리스 부인은 정오에 빨래를 널다가, 피블스의 앵구스 플리트 씨가 경찰에 신고했다. 모두 해서 예닐곱 명의 머글들이다. 네 아버지가 머글 문화유산 오용 관리과에서 일하시지?" 그가 론을  올려다보며 훨씬 더 심술궂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이런, 이런, 바로 그의 아들이."

해리는 꼭 성난 나무의 커다란 나뭇가지로 배를 호되게 맞은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만약 누구라도 위즐리 씨가 그 차에 마법을 걸었다는 걸 알아낸다면 그는 그것은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공원을 조사해보니, 매우 귀중한 커다란 버드나무에 상당한 손상이 입혀졌더구나." 스네이프 교수가 계속했다.

"그 나무가 저희들에게 더 많이 손상을 입혔어요." 론이 불쑥 말했다.

"조용히 해!" 스네이프 교수가 다시 날카롭게 말했다. "가장 유감스러운 일은, 너희들이 내 기숙사에 속해 있지 않아서 퇴학시킬 권한이 내게 있지 않다는 사실이야. 내가 가서 그 행복한 결정권을 갖고 있는 사람들을 데려올 테니 너희들은 여기서 꼼짝말고 있거라."

해리와 론은 얼굴이 새하얘져서 서로를 빤히 보았다. 해리는 더 이상 배가 고픈지도 몰랐다. 이제 속이 메스꺼웠다. 그는 스네이프 교수의 책상 뒤 선반에 있는 초록색 액체 속에 떠있는 커다란, 불쾌한 물체들을 보지않으려고 애썼다. 만일 스네이프 교수가 그리핀도르 기숙사의 담당인 맥고나걸 교수를 데리러 간 것이라면, 상황은 조금도 나아질 게 없었다. 그녀는 스네이프 교수보다 편견이 적고 더 공평할지는 모르겠지만, 그럼에도 대단히 엄격했기 때문이다.

10분쯤 뒤, 스네이프 교수는 말할 것도 없이 맥고나걸 교수와 함께 돌아왔다. 맥고나걸 교수가 화를 낸 걸 몇 번 보긴 했지만, 이번처럼 화난 모습은 처음이었다. 그녀는 들어서자마자 지팡이를 들어올렸다. 해리와 론은 둘 다 움찔했지만, 그건 그저 빈 벽난로 쪽을 가리켰던 것이었다. 벽난로에서 갑자기 펑하는 소리가 나더니 불꽃이 타올랐다.

"앉아라." 그녀의 말에 따라 그들 모두 뒤로 물러나서 난롯가 의자에 앉았다.

"설명해 봐라." 그녀가 안경을 험악하게 번득이며 말했다.

론이 기차역의 개찰구가 그들을 들여 보내주지 않았다는 것부터 그 이후 일어났던 일들을 하나하나 말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저희들은 어쩔 수 없었어요, 교수님. 그 기차에 탈 수 없었으니까요."

"왜 우리에게 부엉이로 편지를 보내지 않았니? 네가 부엉이를 갖고 있다고 알고 있는데?" 맥고나걸 교수가 해리에게 차갑게 말했다.

해리가 입을 벌리고 그녀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그녀의 말을 들으니, 확실히 그랬어야 할 것 같았다.

"미처 생 색각하지 못했어요."

"뻔하지." 맥고나걸 교수가 말했다.

사무실 문에 노크소리가 나자 스네이프 교수가 그 어느 때보다도 만족스런 표정으로 문을 열었다. 거기엔 교장이 덤블도어 교수가 서 있었다.

해리는 온몸이 얼어붙었다. 덤블도어 교수가 보통 때와는 달리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가 구부러진 코밑에 걸쳐진 안경 너머로 그들을 뚫어지게 바라보자, 해리는 문득 차라리 아직도 그 커다란 버드나무에게 얻어터지고 있는 게 나을뻔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긴 침묵이 흘렀다. 그 뒤 덤블도어 교수가 말했다. "왜 이런 짓을 했는지 설명해 보거라."

그가 소리를 질렀다면 차라리 나았을 것 같았다. 해리는 실망이 가득 담긴 그의 목소리에 더욱 몸둘 바를 몰랐다. 그는 덤블도어 교수의 눈을 쳐다보지 못하고, 무릎만 내려다보았다. 그는 위즐리 씨가 마법에 걸린 차를 갖고 있다는 말은 쏙 빼고 론과 함께 우연히 기차역 바깥에 날아 다니는 차가 세워져 있는 걸 발견하게 되었던 것처럼 꾸며 모든 것을 덤블도어 교수에게 말했다. 그는 덤블도어 교수가 이것을 즉시 꿰뚫어보리라는 걸 알았지만, 덤블도어 교수는 그 차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그리고 해리가 말을 마쳤는데도, 그저 계속 안경 너머로 그들을 빤히 바라보기만 했다.

"저희들 가서 짐 챙겨 올게요." 론이 절망적인 목소리로 말했다.

"무슨 소리 하는 거니, 위즐리?" 맥고나걸 교수가 호통을 쳤다.

"저희들을 쫓아내실 거잖아요. 안 그런가요?" 론이 말했다.

"오늘은 아니에요, 위즐리 군." 덤블도어 교수가 말했다. "하지만 여러분들이 얼마나 큰일을 저질렀는지 각자 반성하도록 해요. 난 오늘 밤 여러분의 가족에게 편지를 써서 이 사시을 알릴 겁니다. 또한 만약 이런 일이 한번만 더 일어난다면, 그때는 여러분들을 퇴학시키지 않을  수 없다는 걸 경고합니다."

스네이프 교수가 마치 크리스마스가 취소된 것 같은 표정을 지었다. 그가 목을 가다듬더니 말했다. "덤블도어 교수님, 이 아이들은 미성년 마법사들의 제한 법령을 무시하고, 오래되고 매우 귀중한 나무에 심각한 손상을 입혔습니다. 이런 성질의 조치들은 확실히."

"이 아이들의 처벌에 관해서는 맥고나걸 교수가 결정할 것입니다.세베루스." 덤블도어 교수가 조용히 말했다. "이번 일은 그애들의 담임 교수인 맥고나걸 교수에게 맡겨둡시다." 그가 맥고나걸 교수에게로 돌아섰다. "난 연회장으로 돌아가야겠어요. 맥고나걸 교수, 몇 가지 주의 줘야 할 게 있어서 말이오, 갑시다, 세베루스, 내가 맛보고 싶은 먹음직스런 커스타드타트(우유, 계란에 설탕과 향료를 넣어 구운 파이:옮긴이)가 있던데."

스네이프 교수는 해리와 론을 , 여전히 노기등등한 독수리처럼 노려보고 있는 맥고나걸 교수와 함께 내버려둔 채, 사무실에서 휙 나가며 그들을 날카롭게 쏘아보았다.

"병동에 가는게 좋겠다. 위즐리, 피를 흘리고 있잖니."

"많이는 아니에요." 론이 눈 위에 난 상처를 소매로 급히 훔치며 말했다. "교수님, 전 제 여동생이 배정되는 걸 보고 싶어요."

"배정식은 끝났단다." 맥고나걸 교수가 말했다. "네 여동생도 그리핀도르에 들어왔단다."

"잘됐군요." 론이 말했다.

"그리고 그리핀도르는" 맥고나걸 교수가 말하는 순간 해리가 끼어들었다. "교수님, 저희들이 그 차를 가져간 건, 아직 학기가 시작되기 전이에요, 그러니까 그러니까 그리핀도르는 그것 때문에 감점되어서는 안돼요. 그렇죠?" 그가 간절히 바라는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맥고나걸 교수가 그를 날카롭게 바라보았지만, 그는 그녀가 보일 듯 말 듯한 미소를 지었다고 확신했다. 어쨌든 그녀의 입이 조금 전처럼 무섭게 보이지는 않는 것 같았다.

"그리핀도르에서는 감점하지 않겠다." 그녀가 이렇게 말하자, 해리는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하지만 너희 둘 다 징계를 받아야 할 거야."

그건 해리가 예상했던 것보다 나았다. 덤블도어 교수가 더즐리 가족에게 편지를 쓰는 것, 그것은 아무 것도 아니었다. 해리는 그들이 오히려 커다란 버드나무가 그를 짓눌러 찌부러뜨리지 못한 걸 안타까워할 뿐이라는 걸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맥고나걸 교수가 다시 요술지팡이를 들어올리더니 스네이프 교수의 책상에다 갖다댔다. 그러자 펑하며 커다란 샌드위치 접시와, 두 개의 은 술잔, 그리고 얼음이 담긴 호박 주스 단지가 나타났다.

"여기서 먹고 나서 곧장 기숙사로 올라가거라." 그녀가 말했다. "나도 연회장으로 돌아가 봐야겠다."

그녀가 나가고 문이 닫히자, 론이 휴하고 길고 낮은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난 퇴학 맞는 줄 알았어." 그가 샌드위치 하나를 집으며 말했다.

"나도 그랬어." 해리도 하나를 집으며 말했다.

"하지만 재수 되게 없다, 그지?" 론이 치킨과 햄을 잔뜩 입에 넣은 채로 말했다. "프레드와 조지는 그 차를 타고 대 여섯 번을 날았어도 단 한 명의 머글에게도 발견된 적이 없었거든."

그가 꿀꺽 삼키고는 한입을 더 크게 베어먹었다. "그런데 우린 왜 개찰구를 통과하지 못한 걸까?"

해리가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하지만 지금부터는 우리 신중하게 행동해야 해." 그가 호박 주스를 조금 들이켜며 말했다.

"우리도 연회장에 갔으면 좋았을걸."

"맥고나걸 교수님이 우리더러 곧장 기숙사로 올라가라고 하셨잖아." 론이 점잔빼며 말했다. "다른 아이들이 날아 다니는 차로 학교에 들어오는 게 멋진 아이디어였다고 생각하길 바라지 않으시기 때문일 거야."

먹을 수 있을 만큼 많은 샌드위치를 먹자(접시는 계속해서 다시 채워졌다.) 그들은 일어서서 사무실을 나와, 친숙한 통로를 지나 그리핀도르 탑으로 올라갔다. 성은 조용했다. 연회가 끝난 것 같았다. 그들이 중얼거리는 초상화들과 삐걱대는 갑옷들을 지나 좁다란 돌계단을 올라가자, 마침내 그리핀도르로 가는 비밀 입구가 숨겨진, 핑크빛 실크 드레스를 입고 있는 아주 뚱뚱한 여인의 유화가 있는 통로가 나타났다.

"암호?" 그들이 다가가자 그녀가 말했다.

"어" 해리가 말했다.

그들은 그리핀도르의 반장을 아직 만나지 못했으므로, 새 학년의 암호를 몰라 우물댔다. 바로 그때 도우미가 나타났다. 뒤에서 급히 서두르는 발자국 소리가 나서 고개를 돌리자 헤리미온느가 달려오고 있었다.

"너희들 거기 있었구나! 도대체 어디에 갔었던 거니? 얼마나 터무니없는 소문들이, 누가 그러는데 너희들이 글쎄 날아다니는 차를 타고 학교에 들어오려다가 쫓겨났다는 거야."

"그런데, 우린 쫓겨나지 않았어." 해리가 그녀를 안심시켰다.

"그럼 너희들이 이곳으로 날아온 건 확실하단 얘기니?" 헤르미온느가, 거의 맥고나걸 교수만큼이나 엄격한 목소리로 말했다.

"추궁은 그만두고," 론이 성급하게 말했다. "새 암호나 말해줘."

"'칠면조'야." 헤르미온느가 조바심하며 말했다. "그런데 그게 중요한 게 아니고"

그러나 그 뚱보 여인의 사진이 홱 열리며 갑자기 우레와 같은 박수소리가 들리자 그녀의 말이 거기서 끊기고 말았다. 그리핀도르 기숙사의 학생들이 모두 아직 잠을 자지 않고, 둥그런 학생 휴게실에 잔뜩 모여서, 한쪽으로 기울어진 탁자와 푹거진 안락의자에 선 채로, 그들이 도착하길 기다리고 있었던 것 같았다. 사진 구멍으로 팔들이 뻗어 나와 해리와 론을 안으로 잡아끌자, 헤르미온느도 그들을 따라 급히 안으로 들어갔다.

"기막힌 착상이었어!" 리 조던이 소리쳤다. "감동적이었어! 그렇게 멋지게 학교로 들어오다니! 차를 타고 곧장 커다란 버드나무 속으로 날아가다니, 사람들이 오랫동안 그것에 대해 얘기할 거야."

"잘했어." 해리가 한번도 말을 해본적이 없는 어떤 5학년 짜리가 말했다. 그가 막 마라톤에서 1등을 하기라도 한 것처럼 누군가가 그의 등을 두드려대고 있었다. 프레드와 조지가 사람들을 밀치고 앞으로 걸어나와 일제히 말했다. "우리에겐 왜 그 차로 오자고 하지 않았던 거지, 어?" 론이 얼굴을 붉히며, 멋쩍은 듯이 씩 웃었다. 그런데 그 때 해리의 눈에 퍼시가 들어왔다. 그는 흥분한 1학년생들 뒤에 서 있었는데 기뻐하는 기색은커녕 금방이라도 잔소리를 퍼부어댈 것 같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해리가 슬쩍 론의 옆구리를 찔러 퍼시 쪽으로 고갯짓을 하자 론이 금방 그 뜻을 알아챘다.

"이층으로 올라가야겠어. 좀 피곤해." 론이 말했다. 그리고 그들 둘은 사람들을 헤치고 나선형 계단과 기숙사들로 이어지는 휴게실 반대편의 문 쪽으로 나아갔다.

"잘 자." 해리가 꼭 퍼시처럼 못마땅한 표정을 짓고 있는 헤르미온느에게 말했다.

그들은 여전히 등을 찰싹찰싹 때려대는 아이들 등살에 가까스로 빠져나왔고, 계단에 이르러서야 평온을 찾았다. 문에는 이제 2학년이라는 표시판이 붙어있었다. 그들은 다섯 개의 침대에 빨간 벨벳이 늘어져 있고, 높고 좁다란 창문이 있는 동그란 방안으로 들어갔다. 가방은 이미 도착해서 침대 끝에 세워져 있었다.

론은 죄진 듯한 표정으로 해리를 보고 씩 웃었다.

"나도 그런 짓을 하지 말았어야 한다는 거 알아, 하지만"

그때 기숙사 방문이 홱 열리더니 그리핀도르의 다른 2학년생인 시무스 피니간, 딘 토마스, 그리고 네빌 롱바텀이 들어왔다.

"믿을 수 없어!" 시무스가 말했다.

"멋져." 딘이 말했다.

"놀라워." 감동받은 네빌이 말했다.

해리는 어쩔 수가 없었다. 그래서 역시 씩 웃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