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장
플러리시와 블러트 서점에서
버로우에서의 생활은 프리벳가에서의 생활과는 사뭇 달랐다. 더즐리 가족은 모든 것이 단정하고 질서정연하게 정돈되어 있는걸 좋아했지만 위즐리네 집에서는 이상하고 예상하지 못했던 일들이 불쑥불쑥 터졌다. 해리는 부엌 벽난로 위의 선반에 있는 거울을 처음 들여다 보았을 때 그것이 "셔츠 좀 밀어넣어, 이 덜렁아!" 라고 소리치는 바람에 깜짝 놀랐었다. 지붕 밑에 사는 굴귀신은 주위가 좀 너무 조용하다싶을 때마다 한바탕 울부짖으며 통을 떨어뜨려서, 프레드와 조지의 침실에서 일어나는 자잘한 폭파 사건들이 오히려 정상으로 여겨질 지경이었다. 그러나 해리가 론의 집에서 생활하면서 알게 된 가장 이상한 일은 말하는거울도, 절거덕절거덕 소리나게 하는 굴귀신도 아니었다. 그것은 그곳에 있는 사람들 모두가 그르 좋아한다는 사실이었다.
위즐리 부인은 그의 양말이 조금만 잘못되어도 야단법석을 떨었고, 식시시간마다 그에게 억지로 네 그릇이나 먹이려고 했다. 위즐리 씨는 저녁 식사시간마다 그를 옆자리에 앉혀놓고 머글들과의 생활에 대해 이것저것 물으며, 소화전이나 우편 업무 같은 것들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설명 듣는 걸 좋아했다.
"재미있구나!" 해리가 전화를 귀에 대고 사용법을 말하면 그는 이렇게 말하곤 했다. "독창적이야, 대단해. 머글들은 마법없이 살아가는 방법들을 정말로 많이 찾아냈어."
해리는 버로우에 도착한 지 일주일쯤 뒤인 어느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아침에 호그와트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론과 함께 아침을 먹으러 내려가자 위즐리 부부와 지니가 벌써 부엌 식탁에 앉아 있었다. 해리를 본 순간, 지니가 잘못하여 포리지 그릇을 치는 바람에 그릇이 마룻바닥으로 떨어지며 요란한 소리를 냈다. 지니는 해리가 방으로 들어올 때마다 물건들을 쳐서 떨어뜨리기 일쑤였다. 그녀는 급히 식탁 밑으로 들어가 그릇을 되찾아서는 꼭 지는 해처럼 얼굴이 새빨개져서 나타났다. 해리는 이것을 보지 못한 척하며, 자리에 앉아서 위즐리 부인이 주는 토스트를 받았다.
"학교에서 편지가 왔다." 위즐리 씨가 해리와 론에게 초록색 잉크로 주소가 쓰여진 똑같이 생긴 누르스름한 양피지 봉투를 건네주었다. "덤블도어 교수는 이미 네가 여기에 있다는 걸 알고 있단다. 해리. 그 분에게는 속임수가 전혀 통하지 않지. 너희들 둘에게도 편지가 왔다." 프레드와 조지가 잠옷 바람으로 느릿느릿 걸어 들어오자 그가 덧붙였다.
그들이 편지를 읽 는 동안 잠시 침묵이 흘렀다. 해리의 편지엔 예전처럼 9월 1일에 킹스 크로스 역에서 호그와트 급행 열차를 잡아타라고 쓰여 있었다. 또한 2학년 때 필요한 새책들의 목록도 있었다.
2학년 학생들은 다음과 같은 책들이 필요합니다.
<표준 마법서(2학년)> 미란다 고시오크 지음
<밴시(죽을 사람이 있음을 통곡으로 예고한다는 여자 요정 : 옮긴이)와 보내는 휴식 시간>, 질데로이 록허트 지음
<지붕 밑에 사는 굴귀신과 돌아다니기>, 질데로이 록허트 지음
<마녀와 보내는 휴일>, 질데로이 록허트 지음
<트롤과의 여행>, 질데로이 록허트 지음
<흡혈귀와의 여행>, 질데로이 록허트 지음
<늑대인간과 돌아다니기>, 질데로이 록허트 지음
<설인과 보낸 일년>, 질데로이 록허트 지음
프레드는 자신의 책 목록을 다 읽자, 해리 것을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너도 록허트의 책을 모두 가져오라고 했구나!" 그가 말했다. "새로 오신 어둠의 마법 방어법 선생님은 마녀광인 게 분명해."
이순간에, 프레드는 그의 어머니와 눈이 마주치자 얼른 마멀레이드 잼을 바르는 척했다.
"책값이 만만치 않을 거예요." 조지가 부모님 얼굴을 슬쩍 보며 말했다. "록허트의 책들은 정말 비싸거든요."
"이럭저럭 될게다." 위즐리 부인은 말은 이렇게 했지만, 걱정스런 표정이었다. "내가 볼 때 중고가게에 가면 지니의 물건들은 대부분 구할 수 있을 것 같구나."
"아, 금년엔 너도 호그와트에 가니?" 해리가 지니에게 물었다.
그녀는 머릿속까지 새빨개지며 고개를 끄덕이다가 그만 버터 그릇에 팔꿈치를 넣고 말았다. 하지만 바로 그때 론의 형 퍼시가 걸어 들어왔으므로 다행히 해리 말고는 아무도 이것을 보지 못했다. 그는 이미 옷을 다 차려입고, 스웨터 조끼에는 호그와트 반장 배지까지 달고 있었다.
"모두들 안녕하세요." 퍼시가 기분좋게 말했다. "좋은 아침이에요."
그런데 그가 하나 남아있는 의자에 앉는 순간 화들짝 놀라며, 엉덩이 밑에서 털이 다 빠진 회색빛 깃털 총채 하나를 꺼냈다. 아니 적어도, 그것이 숨을 쉬고 있다는 사실을 알 때까는 해리는 그렇게 생각했다.
"에롤!" 론이 퍼시에게서 절뚝거리는 부엉이를 받아 날개 밑에서 편지를 꺼내며 말했다. "마침내, 이 녀석이 헤르미온느의 답장을 가져왔군. 내가 그 애에게 더즐리 가족에게서 널 구하러 갈 거라고 편지 썼었거든."
에롤을 뒷문 바로 안쪽에 있는 횃대로 가져가 세워놓으려고 했지만 다시 곧바로 떨어지자, 론이 그 부엉이를 개수대 옆의 그릇 건조대에 올려놓으며 중얼거렸다. "가엾기도 하지." 그리곤 그는 헤르미온느의 편지를 좍 뜯어 큰소리로 읽었다.
사랑하는 론, 그리고 만일 그곳에 있다면 사랑하는 해리에게.
모든게 잘되었길 바래. 그런데 혹시 해리를 빠져 나오게 하는 데 불법적인 일은 저지르지 않았겠지, 론. 그랬다간 해리를 또다시 곤란에 빠뜨리게 될거야. 정말로 걱정했었는데 만일 해리가 괜찮다면, 내게 즉시 알려줘. 하지만 다른 부엉이를 이용한다면 더 좋겠어. 한번만 더 배달을 시켰다간 네 부엉이는 아마 죽을 지도 몰라.
난 물론, 학교 공부하느라 무척 바빠.
"그 앤 어떻게 그럴 수 있지?" 론이 놀라며 말했다. "지금은 방학중이잖아!"
그리고 난 다음 주 수요일에 부모님과 함께 내 새책들을 사러 런던에 갈거야. 우리 아이애건 앨리에서 만나지 않을래?
가능한 한 빨리 어떻게 되어가고 있는지 알려줘. 헤르미온느가.
"아주 잘됐구나. 우리도 그때 가서 물품들을 구입하도록 하자." 위즐리 부인이 식탁을 치우며 말했다. "너희들 오늘은 뭐할 거니?"
해리와 론과 프레드와 조지는 언덕 위에 있는 위즐리 가족 소유의 조그마한 목장으로 갈 계획이었다. 그것은 아래에 있는 마을에서는 보이지 않도록 빙 돌아가며 죽 나무들이 심어져 있어서, 너무 높이만 날지 않는다면 퀴디치 연습까지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공들이 마을로 달아났을 때 설명하기가 매우 곤란하기 때문에 진짜 공들은 사용할 수가 없었다. 그들은 대신 쉽게 잡을 수 있는 사과를 이용했다. 그들은 해리의 님부스 2000을 번갈아 탔는데, 확실히 최고의 빗자루라는 걸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론의 낡은 슈팅 스타는 종종 지나가는 나비들보다도 뒤로 처지곤 했다.
5분쯤 뒤 그들은 어깨에 빗자루를 메고 언덕 위로 올라갔다. 그들은 퍼시에게 함께 가자고 했지만, 그는 바쁘다며 거절했다. 해리는 퍼시를 식사시간밖에 볼 수 없었다. 그는 그 시간 이외에는 온종일 방안에 틀어박혀있었다.
"형은 도대체 무얼 하고 있는 걸까." 프레드가 얼굴을 찡그리며 말했다. "형은 지금 제정신이 아닌 것 같아. 네가 오기 직전에 형의 시험 성적이 나왔는데 O. W. L.이 열두 개나 되는 데도 전혀 흡족해하지 않았어."
"표준 마법사 수준이라는 거야." 해리의 어리둥절한 표정을 보자, 조지가 설명했다. "빌 형도 열두 개 받았지. 잘못하다간, 우리 가족 중에서 수석이 또 한 명 나오겠어. 난 창피해서 못 견딜 거야."
빌은 위즐리 형제들 중 맏이였다. 그와 둘째형인 찰리는 이미 호그와트를 졸업했다. 해리는 두 사람 다 만나보지는 못했지만, 찰리는 루마니아에서 용을 공부하고 있고, 빌은 이집트에서 마법사 은행인 그린고트를 위해 일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엄마와 아빠가 금년에 우리들이 필요한 물품들을 어떻게 다 사실 수 있을 지 모르겠어." 조지가 한참 뒤 말했다. "다섯 질 의 록허트 책이라! 그리고 지니에게도 망토며 요술지팡이며 필요한 게 한두가지가 아닐 텐데."
해리는 아무 말도 하지않았다. 그는 약간 거북한 느낌이 들었다. 런던 그린고트의 지하 금고에는 그의 부모가 물려주신 많은 돈이 보관되어 있었다. 물론, 그가 돈을 가진 건 마법사 세계에서 뿐이었다. 머글들의 가게에서는 갈레온과 시클과 크넛을 사용할 수 없을 것이다. 그는 더즐리 가족에게는 그의 그린고트 은행 예금계좌에 대해 한 마디도 하지 않았었다. 마법과 관련된 것이라면 질색을 하는 그들이었지만 산더미 같은 황금까지도 싫어하지는 않을 게 분명했기 때문이었다.
위즐리 부인은 그 다음날 아침 일찍 그들을 모두 깨웠다. 베이컨 샌드위치를 하나씩 서둘러 먹은 뒤, 외투를 걸치자 위즐리 부인이 부엌 벽난로 선반에서 화분 하나를 제쳐놓고 그 안을 뚫어지게 들여다 보았다.
"다 떨어져 가네요, 아서." 그녀가 한숨을 지으며 말했다. "오늘 조금 더 사야겠어요. 그러면, 손님 먼저! 너 먼저 해라, 해리!"
그러더니 그녀가 그에게 그 화분을 건네주었다.
해리는 자신을 지켜보고 있는 그들 모두를 바라보았다.
"날더러 뭐, 뭘 하라는 거죠?" 그가 더듬으며 말했다.
"그 애는 플루 가루를 타고 여행해 본 적이 없어요." 론이 갑자기 생각난 듯 말했다. "미안해, 해리, 내가 깜박했어."
"정말이니?" 위즐리 씨가 말했다. "그러면 작년에 학교 물품들을 살 때는 다이애건 앨리에 어떻게 갔니?"
"그때는 일단 지하철로 들어가서요."
"그래?" 위즐리 씨가 몹시 궁금한 듯 물었다. "거기에 비상구들이 있었니? 정확히 어떻게."
"나중에 물어봐요, 아서." 위즐리 부인이 말했다. "플루 가루는 훨씬 더 빠르단다, 얘야, 하지만 어쩌지, 네가 그걸 한번도 써 본 적이 없다면."
"괜찮을 거에요, 엄마." 프레드가 말했다. "해리, 먼저 우리가 하는 걸 잘 지켜봐."
그가 화분에서 반짝이는 가루를 조금 꺼내더니, 불 앞으로 걸어가, 그 가루를 불꽃 속으로 던졌다.
그러자 펑 하더니, 불이 에메랄드 빛 초록색으로 변하면서 프레드의 키보다 더 높이 치솟았다. 그는 불길 속으로 곧장 걸어들어가며 "다이애건 앨리!" 라고 외쳤다. 그게 다였다. 그리곤 그는 어디론가 사라져버렸다.
"똑똑히 말해야 한다. 얘야." 조지가 화분 속에서 손을 집어넣자 위즐리 부인이 해리에게 말했다. "그리고 꼭 오른쪽 벽난로로 나와야 해."
"오른쪽 뭐요?" 불길이 시끄러운 소리를 내며 조지까지 휙 데려가 버리자 해리가 초조하게 물었다.
"글세, 출구가 굉장히 많거든, 하지만 똑똑히 말하기만 하면."
"그 앤 괜찮을 거요, 몰리. 애태우지 말아요." 위즐리 씨가 플루 가루를 조금 집어들면서 말했다.
"하지만, 여보, 그 애가 만약 길을 잃는다면, 그 애의 이모와 이모부에게 뭐라고 설명하겠어요?"
"그들은 상관하지 않을 거예요." 해리가 그녀를 안심시켰다.
"제가 굴뚝에서 길을 잃어버린다면 두들리는 아주 재미있어할 테니까, 그것에 대해서는 걱정 마세요."
"글세, 알았다. 그럼 아서 아저씨 다음에 가거라." 위즐리 부인이 말했다. "자, 불 속으로 들어갈 때, 네가 갈 장소를 말하는 거야."
"그리고 팔꿈치는 손으로 계속 감싸고 있어." 론이 거들었다.
"눈은 감거라." 위즐리 부인이 말했다. "그을음은"
"긴장하지마." 론이 말했다. "그랬다간 다른 벽난로로 나갈 지도 모르니까."
"그렇다고 겁먹고 너무 일찍 나오지 말고 프레드와 조지를 볼 때까지 기다리거라."
이 모든 걸 명심하려고 애쓰면서, 해리는 플루 가루를 조금 집어 불가로 걸어갔다. 그는 심호흡을 한 번 하고, 가루를 불꽃 속으로 뿌리고는 앞으로 걸어나갔다. 불길이 꼭 따뜻한 바람처럼 느껴졌다. 그런데 입을 벌리자마자 뜨겅누 재가 한 움큼 입속으로 들어왔다.
"다, 다이애, 건 앨리." 그가 기침을 했다.
그건 꼭 거대한 배수로로 빨려 들어가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그는 아주 빨리 빙글 빙글 돌고 있는 것 같았다. 귀에 들리는 굉음 때문에 귀청이 터질 것 같았다. 그는 눈을 뜨고 있으려고 했지만 소용돌이치는 초록빛 불꽃 때문에 자꾸 눈이 감겼고, 속이 울렁울렁 댔다. 딱딱한 무언가가 팔꿈치를 치자 그는 빙글빙글 돌아가는 와중에도 팔꿈치를 꽉 감싸안았다. 이제는 차가운 손이 뺨을 찰싹찰싹 때리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안경을 통해 죽 늘어선 벽난로들과 그 너머에 있는 방들이 흐릿하게 보였다. 아침에 먹은 베이컨 샌드위치가 넘어올 것 같았다. 그는 멈추길 바라며 다시 눈을 감았다. 그리고,
차가운 돌 바닥으로 엎어지는 순간 안경다리가 툭 하고 부러지는게 느껴졌다.
현기증이 났다. 온몸이 멍투성이였다. 그는 그을음으로 뒤덮인 채 부러진 안경을 부여잡고 조심스럽게 일어섰다. 주위엔 아무도 없었다. 어디에 와 있는 건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확실한건 그가 불이 어스레하게 밝혀진 커다란 마법사 가게처럼 보이는 곳의 돌 벽난로에 서 있다는 것뿐이었다. 하지만 이곳에는 호그와트 학교 목록에 써 있는 것은 하나도 없는 것 같았다.
가까운 유리 케이스 안에는 쿠션 위에 놓인 말라빠진 손 하나와, 피로 얼룩진 카드 한 벌과, 노려보는 유리 눈알 하나가 들어 있었다. 벽에서는 기분 나쁜 가면들이 내려다보고 있었고, 카운터에는 여러 가지 종류를 한데 모아놓은 사람의 종합뼈 세트들이 놓여 있는가 하면, 천장에는 녹슨 뾰족한 도구들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었다. 그러나 아무리 보아도, 더러운 가게 창문을 통해 보이는 저 어둡고, 좁다란 길은 확실히 다이에건 앨 리가 아니었다.
이곳에서는 빨리 나갈수록 좋을 것 같았다. 벽난로 바닥에 엎어질 때 부딪힌 코가 아직도 얼얼했다. 해리가 서둘러 그리고 조용히 문 쪽으로 나아가고 있을 때, 채 반도 가기 전에, 유리 반대편에 두 사람이 나타났다. 그런데 그중 하나는 해리가 이렇게 길을 잃고, 그을음을 뒤집어쓰고 부러진 안경을 낀 모습으로는 절대 만나고 싶지 않은 드레이코 말포이였다.
얼른 주위를 둘러보자 왼쪽에 있는 커다란 까만색 캐비닛이 눈에 들어왔다. 해리는 그안으로 달려들어가 밖을 내다볼 수 있도록 작은 틈만 남기고, 문을 끌어당겨 닫았다. 잠시 뒤, 종이 땡그렁 하고 울리더니 말포이가 가게 안으로 걸어 들어왔다. 따라 들어온 남자는 드레이코의 아버지인 게 분명했다. 그는 말포이와 똑같이 창백하고, 뾰족한 얼굴과 차가운 회색빛 눈을 갖고 있었다. 말포이 씨는 진열되어 있는 물건들을 빈들빈들 둘러보며 가게를 돌아다니다가, 카운터에 있는 종을 울리며 아들에게 돌아서 말했다. "아무것도 만지지 마라, 드레이코."
말포이가 유리 눈알을 발견하고 말했다. "선물하나 사주시면 안돼요?"
"경주용 빗자루를 사주겠다고 했잖니." 그의 아버지가 손가락으로 카운터를 따각따각 두드리며 말했다.
"전 기숙사 퀴디치 팀도 아닌데 그런 거 가져봤자 뭐해요?"
말포이가 부루퉁하게 토라진 얼굴로 말했다. "해리 포터는 작년에 님부스 2000을 받았단 말이에요. 그 녀석은 그리핀도르 선수로 뛸 수 있도록 덤블도어 교수님에게서 특별 허가까지 받았어요. 그 녀석은 그렇게 잘하지도 않은데, 그건 다 그 애가 유명하기 때문이에요. 이마에 멍청한 흉터 하나 가진 것 때문이라구요."
말포이가 허리를 굽혀 해골들로 가득 찬 선반을 이리저리 살폈다.
"모두들 그 녀석이 굉장히 잘났다고 생각해요. 흉터에다 빗자루까지 가진 멋진 포터라면서 말예요."
"그 말은 벌써 열 번도 더 했을 거다." 말포이씨가 이제 그 말은 그만두라는 표정으로 아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리고 우리 마법사들 대부분이 해리 포터를 마왕을 사라져버리게 한 영웅으로 여기고 있는 상황에서 남들 앞에서 그렇게 드러내고 해리 포터를 싫어하는 건 현명하지 못해. 아, 보진씨."
기름을 바른 머리를 올백으로 매끄럽게 넘긴, 구부정한 남자 하나가 카운터 뒤에 나타났다.
"말포이 씨, 다시 만나다니 이렇게 반가울 데가." 보진 씨가 그의 머리 만큼이나 기름이 줄줄 흐르는 구변 좋은 목소리로 말했다. "정말 기쁘군요. 그리고 아드님도 만나서 기뻐요. 제가 도와드리는게 어떨까요? 이거 한번 보세요. 오늘 막 들어왔는데, 가격도 적당하고."
"보진 씨, 오늘은 사려는 게 아니라, 팔려는 겁니다." 말포이 씨가 말했다.
"파신다구요?" 보진 씨의 얼굴에서 미소가 약간 사라졌다.
"마법부의 불시 단속이 심해졌다는 말은 당신도 물론 들었을 거요." 말포이 씨가 안주머니에서 양피지 두루마리를 꺼내 보진 씨가 읽도록 풀면서 말했다. " 우리 집에도, 어, 마법부가 만약 소환한다면, 좀 난처한 것들이, 아아, 몇 가지 있어서,"
보진 씨가 코에 코안경을 갖다대고 그 목록을 훑어보았다.
"마법부가 설마 말포이 씨를 성가시게야 하겠어요?"
말포이 씨의 입술이 비틀렸다.
"아직 우리 집에 찾아오지는 않았소. 말포이 가문이 아직도 어느 정도 영향력을 갖고 있기는 하지만, 마법부가 요즈음 그 어느 때보다도 더 쓸데없는 일에 참견하고 있어서 말이오. 머글 보호 법령을 새로 제정한다는 소문이 있어요. 머글을 사랑하는 저 형편없는 아서 위즐 리가 그 뒤에 있다는 건 의심의 여지가 없는 일이죠."
해리는 뜨거운 분노가 치솟는 걸 느꼈다.
"그런데 말이오, 이들 가운데 오해를 살 여지가,"
"물론 잘 압니다, 말포이 씨." 보진 씨가 말했다. "어디 보자,"
"저거 가져도 돼요?" 드레이코가 쿠션 위에 있는 말라빠진 손을 가리키며 끼어 들었다.
"아아, 영광의 손!" 보진 씨가 말포이 씨의 목록을 내려놓고, 허둥지둥 드레이코에게로 걸어가며 말했다. "초를 넣으면 그걸 잡고 있는 사람에게만 불을 비춰주는 거란다! 도둑들의 가장 좋은 친구지! 아드님께서 물건 볼 줄을 아는군요, 말포이씨."
"내 아들이 도둑보다는 더 훌륭하게 되길 바랄 뿐이오, 보진." 말포이 씨가 차갑게 ㅁ라하자 보진 씨가 얼른 말했다. "악의로 한 말이 아닙니다, 그저"
"물론 그 애의 성적이 더 올라가지 않는다면," 말포이 씨가 더욱 냉정하게 말했다. "그런 사람밖에 될 수 없겠죠."
"그건 제 잘못이 아니에요." 드레이코가 말대꾸를 했다. "선생님들마다 다 가장 예뻐하는 애들이 있는데, 헤르미온느 그 레인저는,"
"아빤 마법사 집안 출신도 아닌 여자아이가 모든 시험에서 너를 이겼다는 점에 대해 네가 부끄럽게 여길 줄 알았다." 말포이 씨가 날카롭게 말했다.
"아하하!" 해리는 드레이코가 무안해하면서도 화난 표정을 짓는 걸 보자 기분이 좋아져서 속으로 웃었다.
"그건 어디나 똑같아요." 보진 씨가 기름이 좔좔 흐르는 목소리로 말했다. "마법사 혈통은 어디에서나 손해보는 법이잖아요."
"난 안 그렇소." 말포이 씨가 긴 콧구멍을 깔때기 모양으로 벌름거리며 말했다.
"아닙니다, 말포이 씨. 물론 저도 안 그렇죠." 보진 씨가 굽실거리며 말했다.
"그렇다면, 내 목록 얘기로 다시 돌아가도 괜찮을 것 같군요." 말포이 씨가 쌀쌀하게 말했다. "내가 좀 바빠서 말이오, 보진, 오늘 무척 중요한 볼일이 있어서."
그들은 옥신각신하기 시작했다. 해리는 드레이코가 진열된 물건들을 살피며 그가 숨어있는 장소로 점점 더 가까이오자, 초조하게 지켜보았다. 드레이코는 돌돌 말려있는 교수형 집행인의 긴 밧줄을 살피려고 멈췄다가 긴 오팔 목걸이에 기대어 세워 놓은 카드에 주의 : 만지지 마시오. 저주받은 것임. 지금까지 머글 주인 열 아홉 명의 목숨을 앗아갔음이라고 쓰인 카드를 읽자 능글맞게 히죽히죽 웃었다.
얼굴을 돌린 드레이코는 바로 앞에 캐비닛이 있는 걸 보고 그쪽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손잡이를 잡으려고 손을 뻗었다.
"됐소." 카운터에서 말포이 씨가 말했다. "가자, 드레이코!"
아슬아슬한 순간에 드레이코가 돌아서 가버리자 해리는 안도하며 소매로 이마를 훔쳤다.
"좋은 하루 되시오, 보진 씨. 그럼 내일 그 물건들을 가지러 저희 집에 오길 기다리겠소."
문이 닫히자마자, 기름이 좔좔 흐르던 보진 씨의 태도가 싹 바뀌었다.
"하하 웃기는 사람이군. 소문이 사실이라면, 저 사람이 숨기고 있는 물건들이 엄청나게 많을 텐데 말야."
험악하게 투덜대면서, 보진 씨가 뒷방 쪽으로 사라졌다. 해리는 그가 다시 돌아올 경우를 생각해 잠시 기다렸다가, 될 수 있는 한 조용히 캐비닛에서 빠져 나와, 유리 케이스를 지나서 가게문 밖으로 나갔다.
해리는 부러진 안경이 얼굴에서 떨어지지않도록 움켜잡은 채, 주위를 빤히 보았다. 그곳은 완전히 어둠의 마법 물건들만 취급하는 가게들이 모여 있는 거무죽죽한 골목이었다. 그가 막 나온 '보진과 버크'라는 가게가 가장 큰 것처럼 보였다. 맞은 편 창가에는 불쾌하게 생긴 주름 진 얼굴들이 진열되어 있었고, 두 집 내려가서는, 검은 색의 커다란 거미들이 살고 있는 대형 우리가 있었다. 헙수룩한 차림의 마법사 두병이 어떤 가게의 문간 그늘에서 그를 지켜보며, 서로 뭐라고 중얼거리고 있었다. 해리는 신경이 날카로워지는 것을 느꼈다. 그는 안경이 똑바로 붙어있도록 잡고 이곳에서 나가는 길을 분명히 찾을 수 있을 거라며 자위하면서 걸었다.
독이 든 초를 파는 어떤 가게에 걸린 낡은 거리 표지판은 그곳이 녹턴 앨리라는 것을 말해주었다. 그러나 해리는 그러한 장소에 대해 들어본 적이 없었으므로 아무 도움이 되지않았다. 그는 위즐리네 집 벽난로 불에서 재를 한입 가득 물고 있었으므로 똑똑히 말하지 못했던 것이라고 생각했다. 침착하려고 하면서, 그는 어떻게 할 지 생각했다.
"길을 잃은 건 아니니, 얘야?" 불쑥 누군가가 그의 귓가에 대고 말하자 그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앞에, 늙은 마녀 하나가 사람의 손톱인 것처럼 보이는 끔찍한 것들이 가득 담긴 쟁반을 들고 서 있었다. 그녀는 누런 이빨을 드러내며 심술궂은 눈초리로 바라보았다. 해리는 뒤로 물러섰다.
"전 괜찮아요, 고맙습니다." 그가 말했다. "전 그저"
"해리! 너 거기서 뭐하고 있는 거니?"
해리는 가슴이 뛰었다. 그 마녀도 그랬는지 손톱들이 그녀의 발로 우수수 떨어졌다. 오그와트의 사냥터지기인 거구의 헤그리드가 딱정벌레 같은 까만 눈을 번득이며 턱수염을 곤두세우고 그들에게로 성큼성큼 걸어오자 그 마녀가 욕지거리를 했다.
"해그리드!" 해리가 마음이 놓인 듯 우는 목소리로 말했다.
"길을 잃었어요, 플루 가루가"
해그리드가 해리의 목덜미를 잡고 그 마녀에게서 잡아끄는 바람에 쟁반이 마녀의 손에서 떨어졌다. 그들이 구불구불한 골목에서 밝은 햇빛으로 나오는 동안 내내 그 마녀의 비명 소리가 끊어지지 않았다. 저 멀리에 어디서 본 듯한, 눈처럼 하얀 대리석 빌딩이 보였다. 그린고트 은행이었다. 해그리드가 그를 다이애건 앨리로 데려간 것이었다.
"이 멍청아!" 해그리드가 해리를 어떤 약국 밖에 있는 용의 똥통 속으로 넘어뜨릴 정도로 세게 그을음을 털어내며 퉁명스럽게 말했다. "녹턴 앨리에서 걸어다니다니, 세상에! 위험한 곳이야, 해리. 그런 곳에 가는 건 좋지 않아."
"저도 그걸 깨달았어요." 해그리드가 또다시 털어 주기 위해 손을 올리자 해리가 몸으 ㄹ피하며 말했다. "말했잖아요, 길을 잃었다구요. 그런데 거기서 뭐하고 계셨던 거예요?"
"육식성 민달팽이 살충제를 찾고 있었어." 해그리드가 딱딱거렸다. "그것들이 학교에 심은 배추들을 다 망쳐놓고 있거든. 설마 혼자 온 건 아니겠지?"
"위즐리 가족과 함께 지내고 있는데 제가 길을 잃어버리는 바람에 헤어졌어요." 해리가 설명했다. "그들을 찾아야 해요."
그들은 함께 거리를 따라 내려갔다.
"어떻게 답장 한 장 안 쓸 수가 있니?" 해리가 옆에서 터벅터벅 걸어갈 때 해그리드가 말했다(해그리드가 한 발짝을 떼면 해리는 세발짝을 걸어야 했다.) 해리는 도비와 더즐리 가족에 대해 모두 설명했다.
"몹쓸 머글들 같으니라구." 해그리드가 성내어 말했다. "내가 진작에 알았더라면."
"해리! 해리! 여기야."
소리나는 쪽을 쳐다보자 헤르미온느 그레인저가 그린고트의 하얀 계단 꼭대기에 서있었다. 그녀가 갈색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뛰어 내려왔다.
"네 안경이 어떻게 된 거니? 안녕하세요, 해그리드 아, 두 사람을 다시 만나게 되어서 정말 기뻐요. 그린고트에 들어가려는 거니, 해리?"
"위즐리 가족을 찾으면." 해리가 말했다.
"오래 기다리지 않아도 될 거야." 해그리드가 싱긋 웃으며 말했다.
해리와 헤르미온느가 주위를 둘러보았다. 론, 프레드, 조지, 퍼시, 그리고 위즐리 부부가 혼잡한 거리를 허둥지둥 달려오고 있었다.
"해리." 위즐리 씨가 헐떡거리며 말했다. "벽난로 하나만 더 지나갔으면 됐는데 말야." 그가 번쩍이는 대머리에서 땀을 닦았다. "몰리 아줌마가 아주 흥분해 있단다. 아줌마는 이제 곧 올게다."
"너 어디로 나왔니?" 론이 물었다.
"녹턴 앨리." 해그리드가 험악하게 말했다.
"대단해." 프레드와 조지가 일제히 말했다.
"우린 거기에 가면 혼나는데." 론이 부러워하며 말했다.
"가면 당연히 안되지." 해그리드가 투덜거렸다.
그때 먼발치에서 위즐리 부인이 한쪽 손에 든 핸드백을 앞뒤로 세게 흔들며, 다른 쪽 손으로는 지니를 붙잡고 뛰어오고 있는 것이 보였다.
"오, 해리 오, 얘야. 어디에 있었던 거니."
숨을 헐떡이며 그녀가 핸드백에서 카다란 옷솔을 꺼내더니 해그리드가 미처 털어내지 못한 그을음을 털어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위즐리 씨가 해리의 안경을 가져가, 요술지팡이로 가볍게 건드리자 다시 새 안경처럼 변했다.
"전 이만 가봐야겠군요." 해그리드가 위즐리 부인에게 손이 붙들린 채 말했다.("녹턴 앨리라구요! 해그리드 당신이 그 애를 발견하지 못했다면 어떡할 뻔 했어요!"). "그럼 다들 호그와트에서 보자!" 그리고는 그는 커다란 몸집을 흔들며 성큼성큼 걸어갔다.
"내가 '보진과 버크'라는 가게에서 누굴 봤는지 알아?" 그린고트 계단을 올라가며 해리가 론과 헤르미온느에게 물었다.
"말포이와 그 애 아버지야."
"루시우스 말포이가 뭐라도 샀니?" 그들 뒤에 있던 위즐리 씨가 날카롭게 물었다.
"아뇨, 산 게 아니라 팔았어요."
"그래서 그가 걱정했던 거로군." 위즐리 씨가 아주 만족스럽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루시우스 말포이를 어떻게든 잡아넣어야겠는데."
"조심하세요. 아서." 은행으로 들어갈 때 문 앞에 있는 도깨비들의 인사를 받으며 위즐리 부인이 말했다. "그 가족은 골칫거리잖아요. 힘에 겨운 일을 하려고 하지 말아요."
"그러니까 당신은 내가 루시우스 말포이의 상대가 안 된다, 이거야?" 위즐리 씨는 버럭 성을 내며 말하다가, 헤르미온느의 부모를 보자 반색을 했다. 그들은 커다란 대리석 홀로 통하는 카운터 앞에 초조하게 서서 헤르미온느가 그들을 소개해주길 기다리고 있었다.
"머글들이시군요!" 위즐리 씨가 친근하게 말했다. "술 한잔 해야겠군요! 그런데 그건 뭐죠? 아, 머글 돈을 바꾸시려는 거로군요, 몰리, 봐요!" 그가 흥분해서 그레인저 씨의 손에 든 10파운드 지폐들을 가리켰다.
"우리 여기서 다시 만나자." 위즐리 형제와 해리가 또 다른 그린고트 도깨비의 안내를 받아 지하 금고로 내려갈 때 론이 헤르미온느에게 말했다.
금고에 가려면 도꺠비들이 모는 작은 고속 궤도차를 타고 소규모의 기찻길을 따라 은행의 지하 터널을 지나가야 했다. 해리는 위즐리네 금고로 내려가는 위험천만한 여행을 오히려 즐겼지만, 금고가 열렸을 때는 녹턴 앨리에서 느꼈던 것보다 더 무거운 참담함을 느꼈다. 그 안에 들어있는건 약간의 은 시클과 단 한 개의 금 갈레온이 다였다. 위즐리 부인은 그 금고에 있는 돈을 닥닥 긁어모아 몽땅 핸드백속으로 쓸어 넣었다. 그러나 그의 금고에 도달했을 때의 기분은 훨씬 더 참담했다. 해리는 그 안에 들어있는 것들이 보이지 않도록 가리려고 애쓰며 허둥지둥 한줌의 동전을 가죽 가방 속으로 밀어 넣었다.
그들은 대리석 계단이 있는 바깥으로 다시 나온 뒤 모두 헤어졌다. 퍼시는 새 깃펜이 필요하다고 막연히 중얼거리며 가버렸고, 프레드와 조지는 호그와트의 친구인 리 조던을 만났다.위즐리 부인과 지니는 중고 망토 가게로 갈 계획이었다. 위즐리 씨는 그레인저 부부를 리키 콜드런으로데려가 한잔 해야겠다고 고집하고 있었다.
"그럼 한 시간 뒤 '플러리시와 블러트' 서점에서 만나 교과서들을 사도록 하자." 위즐리 부인이 지니와 함께 출발하며 말했다. "그리고 녹턴 앨리에는 한 발짝도 들여놓지 말고!" 그녀가 친구와 함께 떠나는 쌍둥이들의 등에 대고 큰소리로 말했다.
해리와 론과 헤르미온느는 꼬불꼬불한 자갈길을 따라 한가로이 걸었다. 해리의 주머니에 들어있는 금과, 은과, 청동 돈들이 기분 좋게 땡그랑대며 제발 써달라고 아우성을 쳐대고 있었다. 그는 커다란 딸기 땅콩 아이스크림을 세 개 사서는, 셋이서 유쾌히 아이스크림을 빨아먹으면서 휘황찬란한 가게 쇼윈도들을 가웃거리며 걸어다녔다. 론이 고급 퀴디치 용품점 창문 앞에서 처들리 캐논 망토를 동경의 눈초리로 한없이 바라보자 헤르미온느가 잉크와 양피지를사러 가자며 그들을 옆 가게로 끌고 갔다. 마법사들의 놀이 가게인 '갬볼과 제이프'에서는, 프레드와 조지와 리 조던을 만났는데, 그들은 '필리버스터 박사의놀라운 습식 스타트'와 '차가운 불꽃놀이'를 사고 있었다. 그리고 부러진 요술지팡이와, 한쪽으로 기울어진 저울과, 마법의 약으로 뒤덮인 낡은 망토들로 가득한 작은 고물상에서는 '힘을 얻은 반장들'이라는 작고 굉장히 재미없는 책에 축 빠져있는 퍼시를 발견했다.
"호그와틍의 반장들과 그들의 그 후 진로에 대한 연구." 론이 그 뒷면 책표지를 큰소리로 읽었다. "굉장히 매혹적으로 들리는데."
"저리가." 퍼시가 날카롭게 말했다.
"물론 퍼시 형은 포부가 아주 거창해. 모든 계획을 다 짜놓았어. 형은 마법부 장관이 되고 싶어하지." 퍼시를 내버려 두고 나오며 론이 해리와 헤르미온느에게 말했다.
한 시간쯤 뒤, 그들은 '플러리시와 블러트'로 향했다. 하지만 그 서점에 다다르자, 놀랍게도 많은 사람들이 문 밖에서 서로 밀치며, 안으로 들어가려고 하고 있었다. 위쪽 창문에 붙여져 있는 커다란 광고문을 보니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오늘 12:30pm부터 4:30pm까지
질데로이 록허트가
그의 자서전 '신비한 나'를 사시는 분에게
직접 사인을 해드립니다.
"그를 실제로 만날 수 있겠다!" 헤르미온느가 깩깩거리며 말했다. " 그사람이 바로 우리가 살 교과서들을 거의 대부분 쓴 사람이잖아!"
몰려있는 사람들은 주로 위즐리 부인 연령대의 마녀들인 것 같았다. 어떤 마법사 하나가 매우 초조한 얼굴로 문앞에 서서 큰소리로 말했다. "숙녀 여러분, 침착하세요. 밀지 마세요, 저기 책들 조심하세요. 자"
해리와 론과 헤르미온느도 안으로 비집고 들어갔다. 가게 저 안쪽까지 긴 줄이 꼬불꼬불 늘어서 있었고, 그 끝에서는 질데로이 록허트가 자신의 책들에 사인을 해주고 있었다. 그들은 각각 '표준 마법책(2학년)'을 한 권씩 잡고 위즐리 부부와 지니, 그리고 그레인저 부부가 함께 서 있는 줄로 몰래 다가갔다.
"오, 너희들 왔구나, 그래." 위즐리 부인이 말했다. 그녀는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았고 계속해서 머리를 매만지고 있었다. "이제 조금만 있으면 그를 볼 수 있을 게다."
질데로인 록허트가 서서히 시야에 들어왔다. 그는 커다란 자기 얼굴 사진들에 둘러싸인 채 탁자에 앉아, 사람들 모두에게 눈짓을 해 보이며 하얀 이를 다 드러내고 환하게 웃고 있었다. 실제의 록허트는 그의 눈의 빛깔과 똑같은 물망초빛 파란 망토를 입고 있었다. 그리고 구불구불한 머리 위에는 뾰족한 마법사 모자가 멋지게 비스듬히 올려져 있었다.
신경질적으로 생긴 자그마한 남자 하나가 플래시가 터질 때마다 보랏빛 연기를 품어내는 커다란 검정색 카메라를 들고 이리저리 뛰어 돌아다니며 사진을 찍고 있었다.
"좀 비켜 서세요, 거기." 그가 사진을 더 잘 찍기 위해 뒤로 움직이며 론에게 딱딱거렸다. "이것은 '예언자 일보'에 낼 사진입니다."
"대단하군." 론이 사진사가 밟았던 곳을 발로 문지르며 말했다.
질데로이 록허트가 그가 하는 말을 들었다. 그가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론을 보았다. 그 뒤 해리를 발견하고 빤히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벌떡 일어서서 확실하다는 듯 큰소리로 말했다. "해리포터가 맞지?"
몰려있던 사람들이 흥분해서 속삭이며 갈라졌다. 록허트가 앞으로 달려와 해리의 팔을 덥석 잡더니 그를 앞으로 끌어당겼다. 군중이 갑자기 환호했다. 록허트가, 미친 듯이 찰칵거리며 위즐리 가족이 있는 쪽으로 뿌연 연기를 둥둥 떠가게 하고 있는 사진사에게 손을 흔들자 해리의 얼굴이 벌개졌다.
"활짝 멋진 미소 한번 지어봐라, 해리." 록허트가 번득이는 이빨 사이로 말했다. "너와 난 함께 신문 제 1면에 나올 만해."
그가 손을 놔주었을 때는, 해리는 손가락에 감각을 거의 느낄 수가 없었다. 그가 옆 걸음질을 쳐서 가만가만 위즐리 가족에게로 다시 가려고 하는 순간, 록허트가 한쪽 팔로 그의 어깨를 감싸더니 옆구리를 꽉 죄었다.
"신사숙녀 여러분." 그가 조용히 하라고 손짓을 하며 큰소리로 말했다. "이 얼마나 멋진 순간입니까! 제가 오랫동안 생각해왔던 것을 여러분들에게 알려드릴 딱 좋은 때가 된 것 같군요!"
"여기에 있는 어린 해리가 오늘 '플러리시와 블러트' 서점에 발을 들여놓은 것은 오직 저의 자서전을 사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전 이제 그에게 제 책을 기꺼이 주려고 합니다. 무료로 말이죠." 군중이 다시 한번 환호했다. "그는 이제 얼마 안 있으면," 록허트가 약간 잡아 흔들자 해리의 안경이 코끝으로 미끄러졌다. "나의 책 '신비한 나'보다 훨씬 더 많은 걸 얻게 되리라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습니다. 그와 그의 학교 친구들은 사실 진짜 '신비한 나'를 갖게 될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신사숙녀 여러분, 전 이 자리에서 이번 9월에 제가 호그와트 마법 학교의 새로운 '어둠의 마법 방어법' 선생으로 부임하게 될 것이라는 사실을 알리게 되어서 무척 기쁩니다!"
군중이 박수 갈채를 보냈고, 해리는 질데로이 록허트의 모든 책을 공짜로 받게 되었다. 책들이 어찌나 무거웠던지 몸이 휘청했다. 그는 뭇 사람들의 시선을 받는 자리에서 가까스로 물러나와 한쪽 가장자리에 새로 산 냄비를 옆에 두고 서 있는 지니에게로 다가갔다.
"이것들 너 가져." 해리가 그 책들을 냄비 속에 넣으며 그녀에게 중얼거렸다. "난 다시 사면 돼."
"굉장히 좋았겠다, 안 그래, 포터?" 해리가 단번에 알아들을 수 있는 어떤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는 몸을 바로하고 평상시처럼 비웃고 있는 드레이코 말포이와 얼굴을 맞대고 있었다.
"유명하신 해리 포터께서는" 말포이가 말했다. "책 한권을 사러 나왔다가도 신문 제 1면에 실리는군."
"그를 가만히 내버려둬, 그가 원해서 그렇게 된게 아니니까!" 지니가 말했다. 그녀가 해리 앞에서 말한 건 그게 처음이었다. 그녀는 말포이를 노려보고 있었다.
"포터, 너 여자친구 생겼구나!" 말포이가 점잔빼며 말했다.
지니의 얼굴이 새빨개졌을 때 론과 헤르미온느가 록허트 책들을 움켜쥐고 한바탕 하려는 듯 걸어왔다.
"오, 너였구나." 마치 신발 바닥에 더러운 게 붙어있기라도 한 것 같은 표정으로 말포이를 바라보며 론이 말했다. "여기서 해리를 봐서 놀랐지, 어?"
"널 서점에서 보고 훨씬 더 놀랐어, 위즐리." 말포이가 맞받아 쳤다. "네부모님은 그 모든 거승 ㄹ사고 나면 아마 한 달동안은 쫄쫄 굶으셔야 할걸."
론의 얼굴이 지니처럼 새빨개졌다. 그가 책들을 냄비 속에 떨어뜨리고 말포이에게 덤벼들려고 하자, 해리와 헤르미온느가 그의 재킷을 잡았다.
"론!" 위즐리 씨가 프레드와 조지를 말리며 말했다. "너 뭐하고 있니? 이안은 너무 혼잡하니, 밖으로 나가자."
"이것 참 아서 위즐리."
그건 말포이 씨였다. 그가 드레이코와 똑같이 냉소를 보이며, 아들의 어깨에 한 손을 얹고 서 있었다.
"루시우스." 위즐리 씨가 차갑게 고개를 끄덕여 인사를 했다.
"마법부에선 바쁘다고 들었네." ㅁ라포이 씨가 말했다. "그 많은 불시 단속들 하며, 그들이 초과 근무수당은 주고 있겠지?"
그가 지니의 큰 냄비로 걸어가더니 그럴듯한 록허트 책들 가운데에서, 아주 오래되고 낡을 대로 낡은 '초보자들을 위한 변신술 안내서'라는 책 한권을 뽑아들었다.
"그렇지 못한 것 같군." 말포이씨가 말했다. "저런, 그들이 자네에게조차 제대로 월급을 주지 않는다면 마법사라는 이름에 먹칠을 하는게 아니고 무엇이겠나?"
위즐리씨의 얼굴이 론이나 지니보다도 더 새빨개졌다.
"우린 마법사의 이름에 진정으로 먹칠을 하는 게 어떤 건지에 대해 견해가 아주 다른 것 같군, 말포이." 그가 말했다.
"아무렴." 말포이 씨가 걱정스런 표정으로 지켜보고 있는 그레인저 부부에게로 잠시 눈길을 주었다가 다시 말했다. "위즐리, 난 이미 자네의집안 형편이 기울대로 기울었다고 생각했었지."
지니의 냄비가 날아가더니 쨍그랑 하고 커다란 금속음을 냈다. 그리고는 위즐리 씨가 말포이 씨에게로 몸을 날려 그를 뒤에 있는 책꽂이 쪽으로 밀어붙였다. 수십 권의 무거운 마법책들이 큰소리를 내며 그들의 머리위로 떨어졌다. 프레드인지 조지인지 "혼내줘요, 아빠!" 하는 외침소리가 들렸다. 또 위즐리 부인은 "안돼요, 어서, 안돼!" 라며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사람들이 우를 뒤로 물러서자, 더 많은 책꽂이들이 넘어졌다. "신사양반들 제발 제발!" 점원이 소리치는 순간, 또 다른 목소리가 들렸다.
"떨어지세요, 거기, 신사양반들, 떨어지세요."
해그리드가 많은 책들을 헤치며 그들에게로 걸어오고 있었다. 그리고 눈 깜짝할 사이에 위즐리 씨와 말포이 씨를 잡아떼어 놓았다. 위즐리 씨는 입술이 찢어졌고, 말포이 씨는 '독버섯 백과사전'으로 눈을 맞았었다. 그는 여전히 지니의 낡은 변신술 책을 들고있었다. 그는 악의에 찬 눈을 번득이며 그 책을 그녀에게 내밀었다.
"여기. 야 네 책 받아라. 그게 네 아버지가 네게 줄 수 있는 최고의 책이란다." 그가 해그리드에게 잡혀 있던 손을 뿌리치며 손짓으로 드레이코를 부르더니 서점에서 급히 나갔다.
"그런 사람은 무시해 버렸어야죠, 아서." 해그리드가 망토를 똑바르게 하고 있는 위즐리 씨를 거의 일으켜 세우다시피 하며 말했다. "썩을 대로 썩은 가족이잖아요, 그건 누구나 아는 사실이에요. 악의에 가득 차있는 말포이 가족의 말은 들을 가치도 없어요. 자 어서, 여기서 나가세요."
점원은 마치 손해 배상 청구를 하기 전에 그들이 떠나는 걸 막고 싶은 표정이었지만, 그는 해그리드의 손목에는 어림도 없었으므로 차라리 그렇게 하지 않는데 낫겠다고 생각한 것 같았다. 그들은 급히 거리로 나왔다. 그레인저 부부는 놀라서 떨고 있었고, 위즐리 부인은 화가 나서 제정신이 아니었다.
"아이들에게 좋은 본보기를 보여주셨어요. 사람들 앞에서 싸움이나 하고 질데로이 록허트가 뭐라고 생각했겠어요."
"그는 기뻤어요." 프레드가 말했다. " 우리가 떠날 때 그가 하는 말 못 들으셨어요? 그가 '예언자 일보' 기자에게 그 싸움을 기사에 실을 수 있는지 묻고 있었다구요. 정말 좋은 기사거리가 될 거라던데요."
하지만 그들은 마음을 가라앉히고 리키 콜드런의 난롯가로 다시 향했다. 그곳에서 해리와 위즐리 가족과 그들이 산 물건은 플루 가루를 이용해 다시 버로우로 돌아갈 것이다. 그들은 그 술집을 나와 반대편의 머글 거리로 향하는 그레인저 가족에게 작별인사를 했다. 위즐리 씨는 그들에게 버스 정류장을 어떻게 이용하는 지 물었다가, 위즐리 부인의 얼굴 표정을 보고는 얼른 그만두었다.
해리는 플루가루를 조금 잡기 전에 안경을 벗어 주머니 속에 안전하게 넣었다. 그것은 확실히 마음에 썩 내키는 여행 방법은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