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3장 (16/194)

제3장

버로우

"론!" 해리가 창가로 살금살금 걸어가 창문에 얼굴을 바짝 대고 창살 사이로 속삭이듯이 말했다. "론, 네가 어떻게, 저건 도대체?"

해리는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광경에 너무나 놀라 입이 딱 벌어졌다. 론은 공중에 떠 있는 낡은 하늘색 차의 뒤쪽 창문에 기대고 서 있었다. 앞좌석에서는 론의 쌍둥이 형들인 프레드와 조지가 해리에게 씩 웃어 보였다.

"괜찮니, 해리?" 조지가 물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거니?" 론이 말했다. "내 편지에 왜 답장을 하지 않은 거야? 내가 편지로 열 번도 넘게 우리 집에 놀러오라고 했었는데. 그런데 며칠 전 아버지께서 우리한테 네가 머글들 앞에서 마법을 사용해서 공식적인 주의를 받았다고 하시지 뭐야."

"내가 그런 게 아냐. 그런데 네 아버지는 어떻게 아셨대?"

"아버지께선 마법부에서 일하시거든." 론이 말했다. "우리가 학교 밖에서 마법을 부려선 안 된다는 건 너도 알고 있잖아."

"남 말하네." 해리가 둥둥 떠 있는 자동차를 바라보며 말했다.

"아, 이건 별거 아냐." 론이 말했다. "이건 잠깐 빌린 것뿐이야. 아버지 거거든, 우리가 마법을 부린 건 아냐. 하지만 네가 함께 살고 있는 머글들 앞에서 마법을 부리는 건."

"말했잖아, 내가 한 게 아니라구. 하지만 지금 설명하긴엔 얘기가 너무 길어. 그런데, 더즐리 가족이 날 감금해서 학교로 돌아가지 못하게 하고 있다고 호그와트에 말해줄 수 있니. 내가 직접 마법을 써서 나갈 수 없는 건 뻔한 사실이잖아. 그랬다간 마법부가 내가 경고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아 또 마법을 부렸다고 생각할 테니까 말야, 그러니까."

"쓸데없는 소리 마." 론이 말했다. "우린 널 우리 집으로 데려가려고 온 거야."

"하지만 너희들도 마법을 부려 날 꺼낼 수 없기는 마찬가지잖아."

"우린 그럴 필요가 없어." 론이 고개로 앞좌석 쪽을 가리키며 씩 웃으며 말했다. "내가 누구와 함께 왔는지 잊었구나."

"이걸 창살에 묶어." 프레드가 해리에게 밧줄 끝을 던지며 말했다.

"더즐리 가족이 깼다간, 난 끝장이야." 해리가 이렇게 말하며 그 밧줄을 창살에 단단히 묶자 프레드가 자동차 엔진의 회전속도를 빨리 했다.

"걱정 마." 프레드가 말했다. "그리고 뒤로 물러서."

해리는 이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깨닫기라도 한 듯 조용히 있는 헤드위그 옆으로 움직였다. 자동차의 엔진이 점점 더 큰소리를 내며 빠르게 회전했다. 그대 프레드가 하늘 높이 차를 몰고 올라가자 갑자기 우두둑우두둑 하는 소리가 나더니, 창문에서 창살들이 깨끗이 떨어져 나갔다. 다시 창가로 다려가 내려다보자 창살들이 지상 몇 미터 높이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었다. 론이 헐떡거리며 그것들을 차 안으로 끌어올렸다. 해리는 초조한 마음으로 가만히 귀기울여 보았지만, 더즐리 가족의 방에서는 인기척이 전혀 없었다.

창살들이 론과 함께 뒷좌석으로 안전하게 들어가자, 프레드가 가능한 한 해리의 방 창문에 가깝게 후진을 해왔다.

"타." 론이 말했다.

"하지만 요술지팡이며 빗자루며 내 호그와트 물건이 다."

"어디에 있는데?"

"계단 밑 벽장 속에 들어 있는데, 난 이 방에서 나갈 수가 없어."

"문제없어." 조수석에 앉아있던 조지가 말했다."창문에서 비켜 서, 해리."

프레드와 조지가 고양이처럼 날래게 창문으로 기어올라갔다. 해리가 그들은 도저히 못 당하겠다고 생각하고 있을 때 조지가 주머니에서 보통 머리핀 하나를 꺼내 자물쇠를 쿡쿡 쑤시기 시작했다.

"많은 마법사들은 머글들이 쓰는 이런 기교를 시간 낭비라고 생각하지." 프레드가 말했다. "하지만 이것들은 배울 만한 가치가 있는 기술이야, 조금 느리긴 하지만 말야."

그리고는 찰칵하더니 문이 휙 열렸다.

"그러면 우린 네 가방을 가져올 테니까, 넌 네 방에서 필요한 것들을 골라 론에게 넘겨줘." 조지가 작은 소리로 말했다.

해리는 방에서 필요한 물건들을 그러모아 창문 밖에 있는 론에게 넘겨주었다. 그리고는 프레드와 조지가 그의 가방을 계단 위로 들어올리는 것을 도와주러 갔다. 버논 이모부가 기침하는 소리가 들렸다.

마침내, 그들은 헐떡이며 층계참에 도달한 뒤 그 가방을 해리의 방으로 가져가 열린 창문으로 내보냈다. 프레드는 다시 차 안으로 기어 들어가 론과 함께 가방을 잡아당겼고, 해리와 조지는 방 쪽에서 밀어냈다. 조금씩 조금씩, 가방이 창문 밖으로 미끄러져 내려갔다.

버논 이모부가 다시 기침을 했다.

"조금만 더." 프레드가 차 안에서 잡아끌면서 숨을 헐떡이며 말했다. "한번만 더 밀어봐."

해리와 조지가 어깨로 가방을 힘껏 밀자 가방이 창문 밖으로 미끄러지듯 나가 차 뒷좌석으로 쏙 들어갔다.

"좋았어, 자 가자." 조지가 속삭였다.

하지만 해리가 창턱 위로 기오올라갔을 때 뒤에서 갑자기 날카롭게 끽끽대는 소리가 났고, 곧이어 우레 같은 버논 이모부의 목소리가 들렸다.

"지긋지긋한 부엉이 같으니라구!"

"헤드위그를 잊었었어!"

해리가 다시 방으로 쏜살같이 들어갔을 때 층계참의 전등이 탁 하고 켜졌다. 그는 헤드위그의 새장을 얼른 잡아, 창문으로 달려가 론에게 넘겨주었다. 그가 다시 서랍장 위로 기어올라가고 있을 때 버논 이모부가 자물쇠가 열려진 문을 주먹으로 탕탕 쳤다. 그리고 문이 요란스런 소리를 내며 열렸다.

잠시, 버논 이모부가 문간을 꽉 메운 채 서 있었다. 그리곤 성난 황소처럼 고함을 지르며 해리에게로 달려들어 그의 발목을 덥석 잡았다.

론과 프레드와 조지는 해리의 팔을 잡고, 있는 힘껏 잡아당겼다.

"페투니아!" 버논 이모부가 큰소리로 외쳤다. "녀석이 달아나고 있어! 녀석이 달아나고 있다구!"

하지만 위즐리 형제들이 한번 힘껏 당기자 버논 이모부가 붙잡고 있던 해리의 다리가 그의 손에서 주르르 미끄러져 나왔다. 해리는 차안에 있었다. 그는 문을 쾅 닫았다.

"밟아, 프레드!" 론이 이렇게 외치자, 차가 갑자기 달 쪽으로 내달렸다.

해리는 믿을 수가 없었다. 이제 자유로운 몸이 된 것이다. 그는 창문을 돌려 내리고, 프리벳가의 작아지는 지붕들을 돌아보았다. 밤 바람이 그의 머리카락을 휘감기했다. 버논 이모부와 페투니아 이모와 두들리 모두 해리의 방 창문 밖으로 얼굴을 내밀고 기가 막힌 듯 어리벙벙한 표정으로 서 있었다.

"내년 여름에 봐요!" 해리가 소리쳤다.

위즐리 형제는 큰소리로 웃어댔고, 해리는 앉은 채로 입이 찢어지게 씩 웃었다.

"헤드위그를 내보내." 그가 론에게 말했다. "우리 뒤를 따라 날아오게 말야. 녀석은 오랫동안 날개를 쭉 펴고 날아보지 못했거든."

조지는 론에게 머리핀을 건네주었고, 잠시 뒤, 헤드위그는 창문 밖에서 즐겁게 하늘을 날며 그들 옆으로 휙 날아들었다.

"그러니까 어떻게 된 거니, 해리?" 론이 몹시 궁금한 듯 조바심내며 물었다. "무슨 일이 일어났던 거냐구?"

해리는 도비가 해리에게 경고했던 일과, 제비꽃 푸딩에 얽힌 실수 등을 그들에게 모두 말해주었다. 그가 말을 마쳤을 때 얼떨떨한 긴 침묵이 흘렀다.

"정말 수상해." 프레드가 마침내 말했다.

"속임수가 확실해." 조지가 동의했다. "그러니까 그 요정이 네게 누가 이 모든 음모를 꾸미고 있는지는 말하지도 않으려 했단 말이지?"

"내가 볼 땐 말을 할 수 없는 것 같아." 해리가 말했다. "실제로, 그 요정은 무심코 무슨 말인가를 뱉어내려고 할 때마다, 머리를 벽에다 쳐대곤 했거든."

그는 프레드와 조지가 서로 바라보는 걸 보았다.

"뭐야, 요정이 내게 거짓말을 했다고 생각하는 거야?" 해리가 말했다.

"글세." 프레드가 말했다. "정리해보면 이래. 집의 꼬마요정들은 강력한 마법을 부릴 수 있지만, 주인의 허락없이는 보통 그렇게 할 수 없어. 내가 볼 땐 네가 호그와트로 돌아오지 못하게 하려고 누군가가 도비를 보낸 것 같아. 우스꽝스런 생각이지. 학교에 혹시 네게 원한을 품고 있는 녀석이라도 있니?"

"응." 그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해리와 론이 동시에 말했다.

"드레이코 말포이야." 해리가 설명했다. "그 녀석은 날 무척 싫어해."

"드레이코 말포이?" 조지가 옆을 보며 말했다. "설마 그애의 아버지가 루시우스 말포이는 아니겠지?"

"맞을 걸, 그게 그렇게 흔한 이름은 아니잖아. 안 그래?" 해리가 말했다. "그건 왜?"

"아버지가 그에 대해 말하는 걸 들은 적이 있거든." 조지가 말했다. "그는 그사람의 대단한 지지자였대."

"그리고 그 사람이 사라져버렸을 때." 프레드가 목을 쭉 빼고 해리를 바라보며 말했다. " 루시우스 말포이가 글세 자기는 전혀 그럴 의도가 없었다며 천연덕스럽게 돌아왔대. 말도 안되는 소리지. 아버지는 그가 그 사람의 측근이었다고 생각하셔."

해리는 전에도 말포이 가족에 대한 이런 소문들을 들은 적이 있었으므로 그러한 말들이 전혀 놀랍지 않았다. 말포이는 두들리 더즐리 같은 아이조차 아주 친절하고, 인정 많고, 섬세한 아이로 보이게 할 정도로 못된 녀석이었다.

"하지만 말포이 가족에게 집 꼬마요정이 있는지 어떤지는 모르겠는데." 해리가 말했다.

"그 요정의 주인이 누구든 아마 오랜 전통이 있는 마법사 가족일 거야. 그리고 매우 부자일 거구." 프레드가 말했다.

"맞아, 엄마는 늘 우리에게 집 꼬마요정이 있어서 다림질 좀 해주었으면 좋겠다고 하셨잖아." 조지가 말했다. "하지만 우리에겐 지붕 밑에 사는 굴 귀신(동방 회교국에서 무덤을 파헤치고 시체의 살을 먹는다고 하는 귀신 : 옮긴이)과 정원 여기저기에 있는 땅 신령들밖에 없잖아. 집의 꼬마요정들은 커다란 영지와 성들과 같은 곳에는 으레 따르는 거야. 우리 집에서는 하나도 잡지 못할 거야."

해리는 말이 없었다. 드레이코 말포이가 보통 모든 것에서 최고만 갖고 있었다는 사실로 미루어 볼 때, 그의 가족은 황금더미에 파묻혀 사는 엄청난 부자임에 틀림없었다. 그는 말포이가 커다란 저택에서 거들먹거리며 걸어다니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상상할 수 있었다. 해리가 호그와트로 돌아가는 것을 막기위해 그 가족의 하인을 보내는 것 또한 정확히 말포이 같은 족속이 하는 일처럼 보였다. 해리가 어리석게도 도비를 진지하게 받아들였던 걸까?

"어쨌든 너와 함께 있게 되어서 기뻐." 론이 말했다. "네가 내 편지에 아무 답장이 없어서 얼마나 걱정했는지 몰라. 애당초 에롤을 보냈던 게 잘못이었지만 말야."

"에롤이 누구야?"

"내 부엉이야. 하지만 그 녀석은 아주 늙었어. 녀석이 배달하다가 쓰러졌던 건 그게 처음이 아닐 거야. 그래서 그때 헤리메스를 빌리려고 했었는데."

"누구?"

"퍼시 형이 반장이 되었을 때 엄마와 아빠가 사주신 부엉이야." 앞에 앉은 프레드가 말했다.

"하지만 퍼시 형은 그 부엉이를 내게 빌려주지 않으려고 했어." 론이 말했다. "형에게도 그 부엉이가 필요하다면서 말야."

"퍼시 형은 이번 여름에 아주 이상하게 행동하고 있어." 조지가 얼굴을 찡그리며 말했다. "많은 편지들을 보내는가 하면 온종일 방안에 틀어박혀 있기가 일쑤야. 반장 배지는 이미 반짝반짝하게 닦아 놓았을 텐데 뭐 할 일이 그렇게 많은지 몰라. 차를 너무 왼쪽으로 몰고 있잖아, 프레드." 그가 계기반에 있는 나침반을 가리키며 덧붙였다. 프레드가 핸들을 비틀어 돌렸다.

"그런데 아버지께서는 차를 가져온 걸 알고 계시니?" 해리가 대답을 뻔히 알고 있으면서 넌지시 물었다.

"어, 아니." 론이 말했다. "아버진 오늘 밤 근무셔. 잘만 하면 우리가 차를 타고 날았다는 걸 엄마에게 들키지 않고 감쪽같이 차고로 다시 가져다놓을 수 있을 거야."

"너희 아버지는 마법부에서 어떤 일을 하시니?"

"아버진 제일 할 일 없는 부서에서 일하셔." 론이 말했다.

"머글 문화유물 오용 관리과."

"뭐?"

"그건 머글들이 만들었지만 마법이 걸려있는 물건들을 관리하는 곳이야. 그 물건들이 머글 가게나 집으로 다시 돌아가게 되는 경우를 생각해서 말야. 예컨대 작년에는, 어떤 마녀 노파가 죽었는데 그 노파의 찻잔 세트가 골동품 가게에서 팔렸어. 어떤 머글 여자가 그것을 사 가지고 집에 가져가서는 친구들을 초대해 그 찻잔으로 차를 대접하려고 했는데, 그건 악몽이었어. 아빠는 몇 주일 동안 야간근무를 하셔야 했어."

"무슨 일이 벌어졌는데?"

"찻주전자가 신들린 듯이 광포해져서는 펄펄 끓는 차를 여기저기에 내뿜은 데다 남자 한 명은 각설탕 집게에 코를 꽉 집혀서 병원으로 실려 가는 소동이 벌어졌거든. 아버지는 극도로 흥분해서 출동하셨어. 사무실엔 아버지와 퍼킨스라는 노인 마법사 한 명밖에 없었거든. 아버진 그 사건을 숨기기 위해 머글들의 기억력을 없애버리는 '기억력 마술'을 비롯해 온갖 일을 다 하셔야 했어."

"하지만 너희 아버지는, 이 차,"

프레드가 웃었다. "맞아, 아버지는 머글들과 관련된 것이라면 무엇에건 흥미를 갖고 계셔. 아버진 그것을 분해해서, 마법을 건 뒤 다시 조립하시지. 아버지가 만약 우리 집을 불시 단속한다면 아버진 자신을 체포해야 할 거야. 엄마는 그것 때문에 미칠 지경이셔."

"저게 중심가야." 조지가 자동차 앞 유리창으로 아래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이제 10분 후면 저 아래로 내려가게 될 거야. 운이 아주 좋았어. 날이 밝아오고 있거든."

동쪽 지평선을 따라 어렴풋이 타오르고 있는 핑크빛 빛줄기가 보였다.

프레드가 차의 고도를 좀더 낮추자, 거무스름한 들판과 나무숲이 보였다.

"우리 집은 마을에서 조금 떨어져 있어." 조지가 말했다. "오터리 세인트 캐치폴."

날아다니는 자동차가 점점 더 아래로 내려갔다. 이제 눈부신 붉은 태양의 가장자리가 나무들 사이로 살짝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착지!" 가볍게 쿵 하며 차가 땅에 내려앉자 프레드가 말했다. 그들은 작은 마당에 있는 금방이라도 쓰러질 듯한 차고 옆에 내렸고, 해리는 처음으로 론의 집을 내다보았다.

그것은 꼭 한때 커다란 돼지우리였던 것을, 여기저기에 여분의 방을 덧붙여서 몇 층을 더 높인 것처럼 보였고, 어찌나 심하게 기울어져 있었던지 꼭 마법의 힘으로 지탱되고 있는 것같았다.(해리는 십중팔구 그럴 거라고 생각했다.) 빨간 지붕 꼭대기에는 네 다섯 개의 굴뚝이 있있다. 현관 근처에는 버로우라고 쓰여진 표지판이 삐딱하게 꽂혀 있었다. 현관 주변에는 고무 장화들과 녹슨 커다란 냄비 하나가 아무렇게나 놓여있었다. 차가 마당으로 들어갈 때 살이 통통하게 찐 갈색 닭 몇 마리가 모이를 쪼아먹고 있었다.

"몇 마리 안돼." 론이 말했다.

"멋지다." 해리가 프리벳가를 생각하며 유쾌히 말했다.

그들은 차에서 내렸다.

"자, 이제 이층으로 아주 조용히 올라가서," 프레드가 말했다. "엄마가 아침 먹으라고 부르실 때까지 기다리는 거야. 그러면 론, 넌 아래층으로 뛰어내려가서, '엄마, 밤사이 누가 왔는지 보세요!'라고 말해. 엄마는 해리를 보면 굉장히 기뻐하실 테고 우리가 차를 타고 날았다는 건 아무도 모를 거야."

"맞아." 론이 말했다. "어서, 해리, 난 위에서 잘게."

그런데 집을 올려다본 론의 낯빛이 새파래졌다. 다른 세 명도 돌아섰다.

위즐리 부인이 닭들을 흩어지게 하며, 마당으로 걸어오고 있었는데, 땅딸막하고 똥똥하지만, 한없이 인자하게 생긴 여인이, 어떻게 그렇게 무서운 얼굴로 변할 수 있는지 참으로 놀라웠다.

"아아," 프레드가 신음했다.

"오, 이럴 수가." 조지가 말했다.

위즐리 부인이 뒷짐을 지고 그들 앞에 와서 딱 멈추더니 죄지은 아이들의 얼굴을 하나씩 훑어보았다. 그녀는 꽃무늬가 있는 앞치마를 두르고 있었고 주머니에는 요술지팡이가 꽂혀 있었다.

"이 녀석들." 그녀가 말했다.

"안녕히 주무셨어요. 엄마." 조지가 자신이 생각하기에 아주 쾌활하고, 애교 있는 목소리로 말했다.

"엄마가 얼마나 걱정했는지 아니?" 위즐리 부인이 화가 대단히 난 듯 소리를 버럭 질렀다.

"죄송해요, 엄마. 하지만 보세요, 저흰."

위즐리 부인의 세 아들 모두 그녀보다 키가 컸지만, 그녀가 마구 퍼부어 대자 몸을 움츠렸다.

"침대는 비었지! 메모는 없지! 차는 사라졌지. 박살이 났을 지도 모르지. 내가 걱정이 돼서 얼마나 미칠 지경이었는지 알기나 하니. 하긴 너희들이 언제 그런 걸 신경이나 썼니? 여태껏 사는 동안 한번도 없었지. 아버지가 집에 오실 때까지 기다려라. 빌이나 찰리나 퍼시를 키울 때는 이렇게 골치 아픈 일이 한번도 없었어."

"퍼시 형은 완벽하니까요." 프레드가 투덜투덜 댔다.

"넌 퍼시의 발뒤꿈치도 따라가지 못할 거야!" 위즐리 부인이 손가락으로 프레드의 가슴을 찌르며 소리쳤다. "그랬다가 죽었으면 어떡할 뻔했니. 발견되었으면 어떡할 뻔했어. 너희들 때문에 아버지가 직장을 잃으셨으면 어떡할 뻔했냐구."

그런 잔소리는 몇 시간동안 계속되는 것 같았다. 위즐리 부인은 쉰 목소리로 소리치다가 뒤로 물러서 있는 해리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만나서 정말 반갑다, 해리." 그녀가 말했다. "안으로 들어와 아침 좀 먹어라."

그리고는 그녀는 돌아서서 다시 집으로 걸어 들어갔다. 해리는 안절부절못하며 론을 흘끗 쳐다보고는, 그가 그렇게 하라고 고개를 끄덕이자, 그녀를 따라갔다.

부엌은 작고 다소 갑갑하기까지 했다. 한가운데에 여기저기 긁힌 자국이 있는 나무 식탁 하나와 의자들이 있었으므로, 해리는 한 의자에 앉아서 주위를 휙 둘러보았다.

맞은 편 벽에 걸려있는 시계에는 바늘만 하나 있을 뿐 숫자는 없었다. 가장자리에는 차 끓일 시간, 닭 모이 줄 시간, 지각과 같은 말들이 쓰여져 있었다. 벽난로 위 선반에는 '치즈에 마법을', '빵 구울 때 마법 걸기', '1분 만에 만들 수 있는 맛있는 음식들, 그게 바로 마법이다!' 같은 책들이 세 겹으로 겹쳐서 쌓여 있었다. 그리고 해리가 잘못 들은 게 아니라면, 싱크대 옆에 있는 낡은 라디오에서는 "곧이어 인기 절정의 노래하는 마녀, 셀레스티나 와베크와 함께하는 <마녀들이 활동하는 시각>"이 방영된다는 말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위즐리 부인은 달가닥달가닥거리며, 다소 되는대로 아침 식사를 요리하면서 프라이팬에 소시지들을 던질 때마다 아들들을 매서운 눈길로 흘끗흘끗 바라보았다. 간혹 가다 그녀는 "너희들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도대체 모르겠다"느니 "도저히 믿을 수가 없어."라며 혼자말로 중얼거리곤 했다.

"네 탓을 하는 게 아니란다, 얘야." 그녀가 해리의 접시에 여덟 갠지 아홉 갠지 되는 소시지를 덜어주며 안심시켰다. "아서 아저씨와 난 너에 대해서도 걱정을 많이 했었단다. 어젯밤에도 우린 네가 금요일까지 론에게 답장을 쓰지 않는다면 직접 가서 널 데려와야겠다고 말했단다. 하지만 정말이지", (그녀는 이제 그의 접시에 달걀 프라이를 세 개나 더 담아주고 있었다) "불법인 차를 타고 나라를 반쯤 날아다닌다는 것은, 누구라도 널 보았다면 어떡할 뻔했니."

"날씨가 흐려요, 엄마!" 프레드가 말했다.

"먹고 있는 동안만이라도 입 좀 다물어라!" 위즐리 부인이 날카롭게 말했다.

"그 사람들이 해리를 굶기고 있었어요, 엄마!" 조지가 말했다.

"너도!" 위즐리 부인이 말했다. 하지만 빵을 잘라서 해리를 위해 버터를 발라주는 그녀의 표정은 이제 많이 부드러워져 있었다.

바로 그 때, 긴 잠옷을 입은 빨간 머리의 자그마한 아이가 부엌에 나타났고 모두가 그리로 눈길을 돌리자, 그 아이가 비명을 꽥 지르며, 얼른 달아나 버렸다.

"지니야." 론이 해리에게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내 여동생이야. 저 애는 여름 내내 너에 대해 말했었어."

"맞아. 지니는 네 사인을 받고 싶어할 거야, 해리." 프레드가 씩 웃으며 이렇게 말하지만, 엄마와 눈이 마주치자 얼른 두말없이 접시로 얼굴을 숙였다. 그리고 놀라울 정도로 짧은 시간이긴 했지만, 네 접시 모두 깨끗이 비워질 때까지 더 이상 아무 말도 오가지 않았다.

"아, 피곤해." 프레드가 마침내 포크와 나이프를 내려놓으며 하품을 했다. "전 가서 좀 잤다가."

"그렇게는 안되지." 위즐리 부인이 말을 탁 끊었다. "밤새도록 잠자지 않은 건 제 사정이니 내가 알 바 아니고, 넌 오늘 엄마를 위해 정원에서 땅 신령들을 좀 없애야겠다. 그것들이 어찌나 극성을 부리는지 도저히 더 참을 수가 없거든."

"아, 엄마."

"너희 둘도 마찬가지야." 그녀가 론과 프레드를 노려보며 말했다. "너는 가서 자도 된다. 얘야." 그녀가 해리에게 덧붙였다. "네가 그 애들에게 형편없는 저 차를 타고 날아오라고 한 건 아니니까 말이다."

하지만 해리가 잠이 싹 달아나서 얼른 말했다. "론을 돕겠어요. 전 땅 신령 없애는 걸 한번도 해 본 적이 없거든요."

"마음은 고맙지만, 얘야. 그건 재미없는 일이란다." 위즐리 부인이 말했다. "자, 록허트가 그것에 대해 뭐라고 했는지 어디 좀 보자."

그리고는 그녀는 벽난로 위에 있는 책 더미에서 무거운 책 한 권을 꺼냈다. 조지가 투덜댔다.

"엄마, 저흰 정원에서 땅 신령을 어떻게 없애는지 알아요."

해리는 위즐리 부인의 책표지를 바라보았다. 멋진 황금색 글씨로 질데로이 록허트가 말하는 집안의 골칫거리 퇴치법이라고 쓰여 있었다. 앞면에는 구불구불한 금발 머리에 하늘빛 눈을 가진 잘생긴 마법사의 커다란 사진이 있었다. 마법사 세계에서는 언제나 그랬듯이, 그 사진도 움직이고 있었다. 해리가 생각하기에 질데로이 록허트인 것 같은 그 마법사는 그들 모두에게 계속 기분 좋게 눈짓을 하고 있었다. 위즐리 부인이 그에게 밝게 미소지었다.

"대단한 사람이야." 그녀가 말했다. "그는 정말 집안의 골칫거리들에 대해 속속들이 알고있단 말야, 그래. 정말 훌륭한 책이야."

"엄마는 그를 좋아하셔." 프레드가 충분히 들을 수 있는 작은 소리로 말했다.

"쓸데없는 말 마라, 프레드." 위즐리 부인이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 " 좋아, 네가 록허트보다 더 많이 안다고 생각하면, 그 책 없이 가서 해라. 하지만 내가 검사하여 나갔을 때 정원에 땅 신령이 단 하나라도 있다간 각오해라."

위즐리 형제들은 하품을 하며 구시렁구시렁 대면서 몸을 축 늘어뜨리고 밖으로 걸어갔다. 해리는 그들 뒤를 따라갔다. 정원은 컸으며, 해리의 눈에는, 정원이란 바로 이런 것이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즐리 가족이라면 이런 정원을 좋아하지 않았겠지만, 잡초가 많았으며, 잔디는 자랄 대로 자라 있었다. 가장자리에는 옹이진 나무들이 죽 심어져 있었으며, 꽃밭마다 해리가 한번도 본 적이 없는 꽃들이 피어 있었고, 커다란 초록빛 연못에는 개구리들이 그득했다.

"너도 알겠지만, 머글들에게도 정원 땅 신령들이 있어." 잔디밭을 가로질러 가며 해리가 론에게 말했다.

"그래, 나도 그들이 땅신령이라고 생각하는 것들을 본 적이 있어." 론이 한 작약 관목 앞에서 머리를 푹 숙이고 나가며 말했다. "낚싯대를 들고 있는 뚱뚱한 작은 산타클로스 같은 것 말야."

발을 질질 끌며 걸어 다니는 소리가 나고, 작약 관목이 흔들리더니, 론이 다시 똑바로 일어섰다. "하지만 이게 바로 땅 신령이야." 그가 험악하게 말했다.

"그건 확실히 산타클로스 같은 모습은 아니었다. 그것은 작았으며 꼭 감자처럼 커다랗고 우툴두툴한 대머리에 가죽빛 얼굴을 갖고 있었다. 땅신령이 뿔 모양의 작은 발로 걷어차려고 하자 론은 그것을 멀리하여 잡았다. 그리고는 그것의 발목을 잡고 거꾸로 뒤집었다.

"너도 이렇게 해야 해." 그가 말했다. 그는 땅신령을 머리 위로 들어올리고는("날 놔줘!") 올가미를 던질 때 하듯 큰 원을 그리며 빙빙 돌리기 시작했다. 해리가 얼떨떨한 표정을 짓자, 론은 덧붙였다. "이렇게 해도 땅신령들은 다치지 않아. 그저 땅신령 구멍으로 다시 들어가는 길을 찾지 못하도록 아주 아주 어지럽게 만드는 것 뿐이야."

그가 그 땅신령의 발목을 놓았다. 그러자 그것이 공중으로 6미터 정도 날아가 울타리 너머에 있는 밭에 쿵 하고 떨어졌다.

"불쌍하다." 프레드가 말했다. " 저 그루터기에서도 분명 하나쯤 잡을 수 있을 거야."

해리는 땅신령들에 대해 너무 불쌍하게 느끼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금방 배웠다. 그는 땅신령이 해리가 마음이 약하다는 걸 알아챘는지, 면도날처럼 날카로운 이빨로 해리의 손가락을 콕 찌르는 바람에 그 땅신령을 흔들어 떼어내느라 혼이 났던 것이다. 그런데,

"와, 해리 그거 15미터는 되겠는데."

주위가 곧 날아다니는 땅신령들로 뿌옇게 되었다.

"봐, 녀석들은 머리가 별로 좋지 않아." 조지가 한번에 대 여섯 개의 땅신령을 잡으며 말했다. "땅신령 없애는 작업을 하다 보면, 녀석들은 꼭 무슨 일인지 보려고 저렇게 마구 떼지어 올라온단 말야. 지금쯤은 제자리에 가만히 있어야 한다는 걸 알만도 한데 말야."

곧, 밭에 있는 땅신령들 떼가 작은 어깨들을 구부리고 뿔뿔이 흩어져 걸어가기 시작했다.

"다시 돌아올 거야." 땅신령들이 밭 맞은 편에 있는 울타리로 사라지는 것을 지켜보며 론이 말했다. "그것들은 여기 있는 걸 좋아하거든. 아빠가 너무 관대하게 대해주시니까 말야. 아빤 그것들이 재미있다고 생각하시거든."

바로 그 때, 문이 쾅 닫히는 소리가 들렸다.

"아빠다!" 조지가 말했다. "아빠가 집에 오셨어!"

그들은 급히 집안으로 달려들어갔다.

위즐리 씨는 안경을 벗더니 눈을 감은채로 부엌 의자에 무너지듯이 앉았다. 그는 호리호리한 몸매에 머리는 거의 대머리가 되어가고 있었지만 얼마 남아 있지 않은 머리카락은 역시 그의 아이들처럼 빨갰다. 그는 돌아다니느라 먼지투성이가 되어 버린 긴  초록색 망토를 입고 있었다.

"정말 지겨운 밤이야." 그들이 모두 탁자 주위에 빙 둘러앉자 그가 찻주전자를 찾으며 중얼거렸다. " 불시 단속을 아홉 번이나 했어! 아홉 번! 그리고 내가 등을 돌리자 문둔구스 플레처 영감이 글세 내게 마법을 걸려고 하지 않겠니."

위즐리 씨가 차를 한모금 죽 들이켜며 한숨을 지었다.

"뭐라도 찾으셨어요, 아빠?" 프레드가 몹시 궁금하다는 듯 물었다.

"그저 오그라든 문 열쇠 몇 개와 물어뜯는 주전자가 다란다." 위즐리 씨가 하품을 했다. "하지만 우리 부서와 관련된 게 아니긴 해도 아주 고역스러운 물건이 하나 있었단다. 모틀레이크가 아주 이상한 족제비에 대해 조사받기 위해 소환됐는데, 다행스럽게도 그건 실험 마법 분과 위원회의 소관 사항이었지."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왜 귀찮게 문 열쇠들을 오그라들게 하는 거죠?" 조지가 말했다.

"그저 머글들을 곯리려는 거지." 위즐리 씨가 말했다. "머글들이 필요할 때 찾지 못하도록 계속 오그라들어서 결국은 사라져버리는 열쇠를 그들에게 파는 거지. 물론, 머글들은 아무도 자신들의 열쇠가 계속 오그라든다는 사실을 인정하려들지 않기 때문에 누군가의 유죄를 입증하기가 매우 어렵단다. 그들은 그냥 계속해서 열쇠를 잃어버린다고 주장할 테니까 말야. 불쌍한 사람들 같으니라고, 바로 눈앞에서 마법이 벌어져도 애써 무시하려 들다니. 하지만 우리 마법사들이 마법을 걸기 위해 가져갔던 물건들은, 너희들은 믿으려 하지 않겠지만."

"예를 들면, 자동차 같은 거요?"

위즐리 부인이 어느새 칼 같은 길다란 부지깽이를 들고 나타났다. 위즐리 씨의 눈이 번쩍 떠졌다. 그는 아내를 죄진 듯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자, 자동차라고, 몰리?"

"그래요, 어서, 자동차요." 위즐리 부인이 눈을 번득이며 말했다. "녹슨 낡은 차를 사면서 아내에게는 그저 그것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알아보려고 뜯어보고 싶었던 것뿐이라고 말해 놓고는, 실은 그 차에 마법을 걸어 날아다니게 하는 어떤 마법사를 한 번 생각해봐요."

위즐리 씨가 눈을 깜작거렸다.

"그런데, 여보, 당신은 그가 법을 위반하지는 않으리란 걸 알게 될 거야. 어, 그가 아내에게 사실로 말했다면, 음, 더 좋았을 지 모르겠지만 말야. 법에는 허점이 있어. 당신도 알게 될 거야. 그가 그 차를 날아다니게 하지 않는 한, 그차가 날 수 있다는 사실은 절대 알려지지 않."

"아서 위즐리 씨, 그럼 당신이 그 법을 만들었을 때 허점이 있다는 걸 확실히 알고 계셨단 말이군요!" 위즐리 부인이 소리쳤다. "당신이 창고에 있는 저 머글의 잡동사니들을 가지고 어설프게 만지작거릴 수 있도록 말이죠! 보세요, 당신이 날아다니게 하지 않는 바로 저 차로 해리가 오늘 아침에 우리 집에 왔어요!"

"해리?" 위즐리 씨가 멍하니 말했다. "해리 누구?"

그가 주위를 휙 둘러보다가 해리를 보자 깜짝 놀라 벌떡 일어섰다.

"오오, 해리 포터니? 만나서 정말 반갑다. 론이 우리에게 너에 대해 얼마나 많이 말했."

"당신의 아들들이 어젯밤에 저 차를 타고 해리의 집으로 날아갔다가 돌아왔어요!" 위즐리 부인이 큰 소리로 말했다. "그것에 대해서는 뭐라고 말씀하실 거죠, 네?"

"정말이니?" 위즐리 씨가 몹시 궁금한 듯 말했다. "그게 잘가든? 내, 내말은," 위즐리 부인이 무서운 눈으로 바라보자 그가 머뭇거렸다. "그건, 그건 아주 잘못한 거야, 얘들아. 정말로 아주 잘못한 거야."

"두분은 그러시도록 그냥 놔두고 우린 올라가자." 위즐리 부인이 불독처럼 화를 내자 론이 해리에게 비밀히 말했다.

"자, 내 방을 보여줄게."

그들은 슬그머니 부엌을 빠져나와 좁다란 복도를 따라갔다. 고르지 않은 계단이 집 꼭대기까지 지그재그 모양으로 돌돌 말려져 있었다. 3층 층계참에 올라갔을 때, 조금 열려진 문이 하나 있었다. 해리가 연한 갈색 눈 한 쌍이 자기를 빤히 바라보고 있는 걸 알아챈 순간 그 문이 쾅 하고 닫혔다.

"지니야." 론이 말했다. "그 애가 이렇게 수줍어하는 게 어마나 기이한 일인지 넌 모를 거야. 그 애는 보통은 절대로 입을 다물지 않는 아이거든."

이층을 더 올라가서야 그들은 론의 방이라고 쓰여진 명판이 붙어있는, 페인트가 다 벗겨진 문에 도달했다.

해리는 머리가 천장에 닿을락 말락 하는 그 방안으로 걸어들어간 순간 깜짝 놀랐다. 꼭 용광로 안으로 들어가는 것 같았다. 방에 있는 거의 모든 것이 강렬한 오렌지 빛이었다. 침대덮개도, 벽도, 심지어 천장까지. 지저분한 벽지에는 밝은 오렌지빛 망토를 입은 일곱 명의 마녀와 마법사가 빗자루를 들고, 활기차게 손을 흔들고 있는 똑같은 포스터들이 다닥다닥 붙어있었다.

"네가 좋아하는 퀴디치 팀이니?" 해리가 물었다.

"처들리 캐논이야." 론이 두 개의 커다란 검정색 C자와 고속으로 움직이는 탄환으로 꾸며진 오렌지 빛 침대 덮개를 가리키며 말했다. "리그전에서 현재 9위야."

한쪽 구석에는 론의 마법책들이 난잡하게 쌓여있었고, 그 옆에는 미치광이 머글 마틴 미그의 모험을 주제로 삼은 것 같은 만화책들이 산더미같이 쌓여 있었다. 론의 요술지팡이는 창턱에 있는 알을 낳은 개구리들이 잔뜩 들어있는 수족관 위에 놓여 있었고, 그의 불룩한 회색 모자 옆에서는, 쥐 스캐버스가 따뜻한 햇볕을 받으며 졸고 있었다.

해리는 마룻바닥에서 저절로 움직이고 있는 카드들을 넘어가 조그만 창문 밖을 내다보았다. 저 밑 밭에서는 땅신령들 한 떼가 다시 하나씩 위즐리네 집 울타리로 살금살금 들어오고 있었다. 그 뒤 그는 방을 본 소감을 듣기를 기다리기라도 하는 듯, 초조하게 지켜보고 있는 론에게로 돌아섰다.

"방이 좀 작지." 론이 얼른 말했다. "네가 머글들과 함꼐 썼던 방과는 다르지. 그리고 내 방은 지붕 밑에 사는 굴귀신 바로 밑이야. 그 귀신은 항상 통을 탕탕 치거나 끙끙거리며 신음소리를 내."

그러나 해리가 환하게 씩 웃으며 말했다. "난 이렇게 멋진 집은 처음이야."

론의 귓볼이 새빨개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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