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장
도비의 경고
해리는 용케 소리를 지르지는 않았지만, 하마터면 그럴 뻔했다. 침대 위에 앉아있는 그 작은 생물은 박쥐 같은 커다란 귀에 테니스 공 만한 툭 불거진 초록색 눈을 갖고 있었다. 해리는 이 생물이 바로 그날 아침에 정원 울타리에서 그를 지켜보고 있던 것이라는 걸 단번에 알았다.
서로 얼굴을 마주보고 있을 때, 거실에서 두들리의 목소리가 들렸다.
"외투를 받아들일까요, 메이슨 아저씨, 메이슨 아줌마?"
그 생물은 미끄러지듯 침대에서 내려와 그 길고 가느다란 코끝이 카펫에 닿을 정도로 허리를 푹 숙여 정중히 인사를 했다. 그것은 낡은 베갯잇에 팔과 다리가 들어갈 구멍을 뚫은 것 같은 옷을 걸치고 있었다.
"어 안녕." 해리가 약간 겁먹은 듯한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해리 포터!" 그 생물이 아래층까지도 들릴 것 같은 높은 목소리로 말했다. "도비가 당신을 얼마나 오랫동안 만나고 싶어 했는데요, 이렇게 영광스러울 데가"
"고 고마워." 해리가 벽에 바짝 다가선 채로 조금씩 움직여가, 책상 의자에 앉으며 말했다. 그 옆에 있는 커다란 새장 속에서는 헤그워그가 잠을 자고 있었다. 그는 "넌 뭐지?"라고 묻고 싶었지만 너무 실례일 것 같았으므로, 대신 이렇게 물었다.
"넌 누구니?"
"도비예요. 그냥 도비요. 집의 꼬마요정이죠." 그 생물이 말했다.
"아 그래?" 해리가 말했다. "어 실례가 된다는 건 알지만 지금은 내 방에 네가 있기에 그렇게 좋은 시기가 아닌 것 같아."
거실에서 페투니아 이모의 꾸며낸 높은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꼬마요정이 쑥스러운 듯 고개를 숙였다.
"널 만나서 기쁘지 않다는 게 아니라." 해리가 얼른 말했다.
"어, 뭐랄까, 네가 여기에 온 특별한 이유라도 있니?"
"그럼요." 도비가 진지하게 말했다. "도비는 당신에게 말할 게 있어서 왔어요. 말하기가 좀 어렵네요. 어디서부터 말해야 할지 도비는 모르겠어요."
"앉아." 해리가 침대를 가리키며 점잖게 말했다.
그런데 당혹스럽게도, 꼬마요정이 별안간 시끄러운 소리를 내며 울음을 터뜨렸다.
"아 앉으라구요!" 그가 울면서 말했다. "한번도 단 한번도."
해리는 아래층에서 중얼거리는 소리를 들은 것 같았다.
"미안해." 그가 작은 소리로 말했다. "네 마음을 상하게 하려고 했던 건 아냐"
"도비의 마음을 상하게 한다구요!" 꼬마요정은 목이 메었다.
"도비는 마법사들에게 앉으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한번도 없어요. 동등한 인격체로 대우받은 적이 한번도 없어요."
해리는 "쉿!" 이라고 말하면서 동시에 기분을 돋우는 표정을 지으며, 도비를 다시 침대로 안내했다. 꼬마요정은 딸꾹질을 하며 마치 커다란 못생긴 인형처럼 앉아있었다. 그리고 그럭저럭 울음을 그치긴 했지만 커다란 눈에 여전히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 채 해리를 끝없이 동경 어린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네가 많은 친절한 마법사들을 만나지 못했던 것뿐이야." 해리가 그의 기분을 달래려고 애쓰며 말했다.
도비는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는, 갑자기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머리를 창문에 마구 부딪히며 소리치기 시작했다.
"나쁜 도비! 나쁜 도비!"
"그러지마 뭐하는 거야?" 해리가 달려가 도비를 다시 침대 위로 끌어당기며 말렸다. 그 와중에 헤드위그가 끽끽거리는 아주 시끄러운 소리를 내며 잠에서 깨어나서는 새장 창살을 치며 거칠게 날갯짓을 했다.
"도비는 자학하는 거예요." 꼬마 요정이 두 눈동자를 안쪽으로 모아모들뜨기 눈을 하고 말했다. "도비가 자신의 가족에 대해 나쁜 말을 했으니까요."
"네 가족이라구?"
"도비가 모시는 마법사 가족이에요. 도비는 집의 꼬마요정이잖아요. 그러니까 꼭 한 집과 한 가족만 영원히 모셔야 해요."
"그들은 네가 여기에 온 걸 아니?" 해리가 호기심에서 물었다.
도비는 진저리를 쳤다.
"아뇨, 몰라요. 당신을 만나러 온 걸 알게 되면 도비는 가장 심한 자학 행위를 해야 할 거예요. 도비는 심지어 뜨거운 오븐 속에 머리를 쳐박아야 할지도 몰라요. 그들이 만약 알면"
"하지만 네가 오븐 속에 머리를 넣으면 그들이 알아채지 않을까?"
"도비도 그게 걱정이에요. 도비는 언제나 무언가 때문에 자학 행위를 하고 있어요. 그들은 도비가 그렇게 하도록 해요. 가끔 그들은 내게 자학 행위를 하라고 일러주기까지 해요."
"그러면 떠나면 되잖아? 달아나란 말야."
"집의 꼬마요정은 그 주인이 놓아주어야만 해요. 하지만 그 가족은 도비를 절대로 놓아주지 않을 거예요. 도비는 아마 죽을 때까지 그 가족을 모셔야 할 거예요."
해리가 빤히 바라보았다.
"난 앞으로 4주 동안 이곳에 머물러야 한다는 게 굉장히 슬프다고 생각했었어." 그가 말했다. "하지만 네 말을 듣고 나니 그들에 비하면 더즐리 가족이 굉장히 인간적인 것같이 생각돼. 도와줄 사람이 아무도 없니? 내가 도울 수 없을까?"
그러나 그 말을 하자마자, 해리는 그 말을 괜히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도비가 다시 감사의 울음을 터뜨렸던 것이다.
"제발." 해리가 극도록 흥분해서 속삭였다. "제발 조용히 해. 만약 더즐리 가족이 무슨 소리를 듣기라도 하면, 만약 그들이 네가 여기 있다는 걸 알기라도 한다면."
"해리 포터가 도비를 도울 수 있는지 묻잖아요. 도비는 당신이 위대하다는 말은 들은 적이 있어요. 하지만 당신이 착하기까지 한 줄은, 도비는 전혀 몰랐어요."
해리는 얼굴이 뜨겁게 달아오르는 것을 느끼며 말했다. "내가 얼마나 위대하다고 들었는지는 몰라도 그건 다 쓸데없는 소리야. 난 호그와트에서 우리 학년 수석도 아니야. 그건 헤르미온느야. 그 애는."
하지만 그는 얼른 말을 멈췄다. 헤르미온느에 대해 생각하는 게 괴로웠기 때문이었다.
"해리 포터는 겸손하고 신중해요." 도비가 불타는 듯한 눈빛으로 공손히 말했다. "해리 포터는 이름을 말해서는 안될 그 사람을 물리치는 위대한 일을 했으면서도 그 업적에 대해 떠들고 다니지 않아요."
"볼드모트?" 해리가 말했다.
도비는 양손으로 자신의 박쥐 같은 귀를 막고 끙끙거렸다.
"아아, 제발 그 이름을 말하지 마세요! 그 이름만은 말하지 마세요!"
"미안해." 해리가 얼른 말했다. "많은 사람들이 그 이름을 말하고 싶어하지 않는다는 걸 알아. 내 친구 론은"
그는 다시 말을 멈췄다. 론에 대한 생각도 고통스럽기는 마찬가지였다.
도비는 꼭 헤드라이트 같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해리 쪽으로 허리를 굽혔다.
"도비는 해리 포터가 바로 몇 주일 전에, 그 마왕을 두 번째로 만났으며 해리 포터가 다시 한번 죽음을 면했다는 말을 들었어요." 그가 쉰 목소리로 말했다.
해리가 고개를 끄덕이자 도비의 눈이 갑자기 눈물로 변하였다.
"아아." 그가 너무나 놀란 나머지 입고 있는 더러운 베갯잇 한쪽 끝으로 얼굴을 훔쳤다. "해리 포터는 용맹스럽고 훌륭해요! 그는 벌써 그렇게 많은 위험들에 맞서 용감히 싸웠잖아요! 그러나 도비는 설사 오븐 속에 머리를 쳐박는 일이 있어도, 해리 포터를 보호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온 거예요. 주의를 주려고 말에요. 해리 포터는 호그와트로 돌아가선 안돼요."
갑자기 정적이 흘렀다. 그저 아래층에서 포크와 나이프가 댕그랑대는 소리와 나직이 울리는 버논 이모부의 어렴풋한 목소리만 들릴 뿐이었다.
"뭐 뭐라구?"해리가 당혹해서 말을 더듬었다. "하지만 난 돌아가야만 해. 9월 1일에 학기가 시작된단 말야. 지금 날 버티게 하는 건 그것뿐이야. 넌 이곳이 어떤지 몰라. 난 이곳에 속해 있지 않아. 난 너희들 세계에 속해 있다구. 호그와트에 말야."
"아니, 아니, 아니." 도비가 귀가 펄럭일 정도로 고개를 세게 가로 저으면서, 끽끽거리며 말했다. "해리 포터는 안전한 곳에 머물러야 해요. 그는 목숨을 잃기엔 너무 위대하고, 너무 착해요. 호그와트로 돌아가면 해리 포터는 치명적인 위험에 처하게 될 거예요."
"왜지?" 해리가 놀라서 물었다.
"음모가 있어요, 해리 포터. 금년에 호그와트에선 굉장히 끔찍한 일이 일어날 거예요." 도비가 갑자기 온몸을 떨며 작은 소리로 말했다. "도비는 벌써부터 알고 있었어요. 해리 포터는 그런 위험한 곳에 있으면 안돼요. 그는 너무 중요하니깐요!"
"어떤 끔찍한 일들?" 해리가 즉시 물었다. "누가 그런 일들을 꾸민다는 거지?"
도비는 이상하게 숨넘어갈 것 같은 소리를 내더니 벽에다 미친 듯이 머리를 박았다.
"좋아!" 해리가 꼬마요정이 그렇게 하지 못하도록 팔을 잡아 이끌며 외쳤다. "내게 말할 수 없다 이거지. 알겠어. 하지만 왜 내게 주의를 주고 있는 거지?" 그에게 불현듯 불쾌한 생각이 들었다. "잠깐만 이건 볼드 미안해 그 사람과는 아무 관련이 없는 거지, 그렇지? 넌 그저 고개를 가로젓거나 끄덕이기만 하면 돼." 도비의 고개가 걱정스럽게도 다시 벽 쪽으로 기울어지자 그가 급히 덧붙였다.
도비가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아니에요. 이름을 말해선 안될 그 사람은 아니에요."
그러나 도비의 눈이 동그레졌다. 해리에게 암시를 주려고 하는 것 같았다.
"그에겐 형제가 없지, 그렇지?"
도비가 눈을 어느 때보다 더 크게 뜨며 고개를 저었다.
"그렇다면, 호그와트에서 끔찍한 일들이 일어나게 할 사람은 단 한 사람밖에 없어." 해리가 말했다. "내 말은, 덤블도어라는 말이야. 덤블도어가 누군진 알지?"
도비가 머리를 숙였다.
"알버스 덤블도어는 역대 호그와트의 교장들 가운데 가장 훌륭한 교장이에요. 그건 도비도 알아요. 도비는 덤블도어의 힘이 이름을 말해서는 안될 그 사람과 맞먹을 만하다고 들었어요. 하지만." 도비의 목소리가 다급한 속삭임으로 바뀌었다. "덤블도어가 갖고 있지 못한 힘들이 있어요. 좋은 마법사들은 갖고 있지 못한 힘들이오."
그리고 해리가 미처 저지하기도 전에, 도비가 침대에서 튀어올라, 해리의 책상 스탠드를 움켜쥐더니, 귀청이 찢어질 듯한 날카로운 비명을 지르며 머리 이곳 저곳을 때리기 시작했다.
아래층이 갑자기 조용해졌다. 잠시 뒤 해리의 가슴이 쿵쾅쿵쾅 뛰고 있었다. 버논 이모부가 큰소리로 "두들리가 또 텔레비전을 켜놓았나 봅니다. 귀여운 녀석이죠!"라고 말하며 복도로 걸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얼른! 옷장 속으로 들어가!" 해리가 도비를 옷장 속에 밀어 넣고, 문을 닫은 뒤 침대 위로 뛰어 올라가자마자 문 손잡이가 돌려졌다.
"너 도대체 뭐하고 있는 거냐?" 버논 이모부가 해리에게로 얼굴을 바짝 들이대면서 이빨을 뿌드득 갈며 말했다. "내가 막 꺼낸 일본인 골퍼에 대한 농담이 너 때문에 망쳐버렸잖아. 한번만 소리를 냈다간 평생을 후회하도록 만들어줄 테니 알아서 해!"
그는 발을 쾅쾅 구르며 방에서 걸어나갔다.
해리가 벌벌 떨면서, 도비를 옷장에서 나오게 했다.
"여기가 어떤 곳인지 알았지?" 그가 말했다. "내가 왜 호그와트로 돌아가야만 하는지 알았지? 내 친구가 있는 곳은, 아니, 그러니까, 내 친구가 있다고 생각되는 곳은 그곳뿐이야."
"해리 포터에게 편지도 쓰지 않는 친구들요?" 도비가 장난스럽게 말했다.
"난 그 애들이 그저 잠깐." 해리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내 친구들이 내게 편지를 쓰지 않았다는 걸 어떻게 알지?"
도비가 발을 질질 끌었다.
"해리 포터는 도비에게 화내면 안돼요. 도비는 되도록 잘하려고 그렇게 했을 뿐이."
"그럼 네가 내 편지들을 중간에서 가로채고 있었단 말야?"
"도비는 그 편지들을 여기에 이렇게 갖고 있어요." 꼬마요정은 이렇게 말하더니 재빨리 해리에게서 물러서며, 그가 입고 있는 베갯잇 속에서 두꺼운 봉투 뭉치를 끄집어냈다. 해리는 또박또박한 헤르미온느의 필체와, 삐뚤삐뚤한 론의 낙서와, 심지어 호그와트의 사냥터지기인 해그리드에게서 온 것 같은 휘갈겨 쓴 필체를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도비는 걱정스럽게 눈을 깜박이며 해리를 바라보았다.
"해리포터는 화내면 안돼요. 도비는 해리 포터가 그 친구들이 그를 잊었다고 생각하길 바랐어요. 해리 포터가 다시는 학교로 돌아가고 싶지 않도록 말예요."
해리는 듣고 있지 않았다. 그가 그 편지들을 잡으려고 했지만, 도비는 날쌔게 피했다.
"학교로 돌아가지 않겠다고 도비에게 약속하면, 해리 포터는 그 편지들을 가질 수 있어요. 아아, 이건 당신이 부딪혀선 안될 위험이에요! 당신이 돌아가서는 안 된다는 말이라구요!"
"아냐." 해리가 화가 나서 말했다. "내 친구들 편지를 이리줘!"
"그러면 도비도 어쩔 수 없어요." 그 꼬마요정이 슬프게 말했다.
해리가 미처 어떻게 하기도 전에, 도비가 쏜살같이 문앞으로 달려가더니 문을 홱 잡아당겨 열고, 계단 아래로 달려갔다.
입이 마르고, 속이 뒤틀렸지만, 해리는 소리를 내지 않으려고 애쓰며 그를 쫓아 달려나갔다. 그는 마지막 여섯 계단을 펄쩍 뛰어, 고양이같이 날래게 거실 카펫 위에 내린 뒤, 주위를 휘둘러보았다. 식당에서 버논 이모부가 말하는 소리가 들렸다.
"메이슨 씨, 저 미국인 배관공들에 대한 재미있는 이야기를 페투니아에게 좀 해 주세요. 제 아내가 굉장히 듣고 싶어했거든요."
그런데 부엌 쪽 복도로 달려간 그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페투니아 이모가 정성 들여 만든, 설탕 제비꽃으로 장식된 커다란 생크림 푸딩이 천장 근처에서 둥둥 떠다니고 있었다. 그리고 한쪽 구석에 있는 찬장 위에 도비가 쪼그리고 앉아있었다.
"이럴 수가." 해리가 쉰 목소리로 말했다. "제발 그들이 날 가만두지 않을 거야."
"해리 포터는 학교로 돌아가지 않겠다고 말해야 해요."
"도비 제발."
"말하세요."
"그럴 수 없어!"
도비가 그에게 비장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러면 도비는 해리 포터를 위해 이렇게밖에 할 수 없어요."
푸딩이 쾅 하며 마룻바닥으로 떨어졌다. 심장이 멎는 것 같았다. 접시가 박살이 나면서 크림이 창문과 벽으로 마구 튀었다. 그리고는 도비는 휙 하는 소리와 함께, 어디론가 사라져버렸다.
식당에서 비명 소리들이 들리더니 버논 이모부가 쏜살같이 부엌으로 뛰어들어왔다. 그는 해리가, 머리에서부터 발끝까지 페투니아 이모의 푸딩을 뒤집어쓴 채, 충격으로 얼어붙은 듯 서있는 것을 발견했다.
처음에, 버논 이모부는 그 전체 상황을 그럴듯한 말로 얼버무릴 것 같아 보였다. ("그저 저희 조카예요.-정서가 아주 불안한 아이죠-낯선 사람들을 만나면 당황해할까봐, 그 애더러 이층에 있으라고 했더니 그만.") 그는 놀란 메이슨 부부를 식당으로 다시 돌려보내고는, 해리에게 메이슨 부부가 가면 반쯤 죽을 줄 알라면서, 자루걸레를 건네주며 당장 깨끗이 치우라고 으름장을 놓았다. 해리가 부들부들 떨면서 부엌바닥을 닦는 동안 페투니아 이모가 냉동실에서 아이스크림을 꺼내갔다.
버논 이모부는 어쩌면 무사히 그가 원하는 거래를 성사시킬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 부엉이만 아니었다면 말이다.
페투니아 이모가 입가심으로 먹을 박하사탕 상자를 돌리고 있을 때 커다란 외양간 부엉이 한 마리가 식당 창문으로 휙 날아들더니, 메이슨 부인의 머리 위에 편지 한 통을 떨어뜨리고는 다시 휙 날아가 버렸다. 메이슨 부인은 공습경보 같은 비명을 지르더니 정신 이상자처럼 소리소리 지르며 집 밖으로 달려나갔다. 그리고 메이슨 씨도 더즐리 가족에게 아내가 크기와 모양을 막론하고 새는 무엇이나 무서워한다면서 이런 걸 재미난 장난이라고 생각하느냐며 화가 나서 곧바로 나가버렸다.
해리가 부엌에서 자루걸레를 꽉 잡고 몸을 지탱하고 서 있을 때, 버논 이모부가 작은 눈을 흉포하게 치뜨고 그에게로 다가왔다.
"읽어봐!" 그가 부엉이가 배달해준 편지를 흔들며 잡아먹을 듯이 사납게 소리쳤다. "어서 익으란 말야!"
해리는 편지를 받아들었다. 그 안에는 그러나 기대했던 생일 축하 말은 들어있지 않았다.
포터 씨에게
우리는 오늘 저녁 9시 12분에 당신이 거주하는 곳에서 공중을 떠 다니는 마법이 사용되었다는 정보를 입수했습니다.
아시다시피, 미성년 마법사들은 학교 밖에서 마법을 부리는 것이 허용되지 않았으며, 마법을 더 부릴 경우 학교에서 제명을 당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미성년 마법사의 행동 제한 법령. 185, C항).
우리는 또한 마법사가 아닌 사람(머글)들이 눈치를 챌 위험이 있는 어떤 행동도 와록스의 국제적 비밀 법령집 13항에 심각하게 위반되는 것임을 상기시키고자 합니다.
그럼 즐거운 방학이 되길 바랍니다!
마팔다 홉커크
마법의 부적절한 사용 관리과
마법부
해리는 편지에서 고개를 들고 숨을 죽였다.
"학교 밖에서는 마법을 쓰지 못하도록 되어 있다는 걸 우리에게 말하지 않았다니." 버논 이모부가 성난 눈을 번득이며 말했다. "그 말을 하는 걸 잊었단 말이지 까맣게."
그는 커다란 불독처럼 이를 다 드러내고 해리를 밀어붙였다.
"그렇다면 이 녀석 널 가둬 버려야겠다. 그 학교로 다시 돌아가는 건 꿈도 꾸지 마. 절대로 안돼. 그리고 만약 마법을 부리거나 해서 빠져 나왔다간 당장에 퇴학당할 테니 알아서 해!"
그리고는 그는 미치광이처럼 웃으며, 해리를 다시 이층으로 끌고 갔다.
버논 이모부는 말만큼이나 지독했다. 그 다음날 아침, 그는 사람을 불러 해리의 방 창문에 창살을 대게 했다. 그리고 하루에 세 번 소량의 음식만을 밀어 넣을 수 있도록 방문에 직접 개구멍을 만들었다. 또 아침과 저녁 단 두 번만 나오게 해서 화장실에 가도록 했으므로 그는 화장실에 갈 때 말고는, 온종일 방안에 갇혀 있어야 했다.
3일 뒤에도, 더즐리 가족은 화가 누그러지는 기색이 전혀 보이지 않았고, 해리는 그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는 어떤 방법도 찾을 수가 없었다. 그는 침대에 누워 창문의 창살 사이로 해가 지는 걸 바라보면서 불쌍한 자기 신세를 한탄하며 앞으로 어떤 일이 닥칠지 생각하고 있었다.
마법을 쓴 벌로 호그와트에서 퇴학당한다면 방에서 나간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이미 프리벳가에서의 삶은 최악의 상태에 도달해 있었다. 더즐리 가족이 자신들의 큰 박쥐가 되어 깨어나는 일이 없을 거라는 걸 알아버린 이상, 그는 유일한 무기를 잃어버린 거나 마찬가지였다. 도비는 호그와트에서 일어날 끔찍한 사건들로부터는 해리를 구했을지 모르지만, 돌아가는 상황을 볼 때, 그는 여하튼 굶어죽을 게 뻔했다.
개구멍이 덜커덕거리더니 페투니아 이모의 손이 나타나, 통조림 수프 한 그릇을 방안으로 밀어 넣었다. 해리는 속이 쓰릴 정도로 배가 고팠으므로, 침대에서 펄쩍 뛰어내려 그것을 덥석 잡았다. 수프는 얼음장처럼 차가웠지만, 그는 단숨에 반을 들이켰다. 그리고는 헤드위그의 새장이 있는 쪽으로 걸어가 수프 그릇 바닥에 있는 흐물흐물한 야채 건더기들을 텅 빈 부엉이 모이 그릇에 놓아 주었다. 부엉이는 깃털을 곤두세우며 질색하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싫어도 어쩔 수 없어. 먹을 거라곤 그것뿐이니까." 해리가 냉정하게 말했다.
그는 빈 그릇을 개구멍 옆 마룻바닥에 놓고 웬일인지 수프를 먹기 전보다 더 시장기를 느끼며 다시 침대에 누웠다.
그가 앞으로 4주 뒤에도 여전히 살아있다고 가정할 때, 호그와트에 가지 못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그가 왜 돌아가지 않았는지 알아보기 위해 학교에서 사람을 보내올까? 그들이 더즐리 가족으로부터 그를 벗어나게 할 수 있을까?
방안이 점차 어두워지고 있었다. 지칠 대로 지치고, 배에서는 꼬르륵거리는 소리가 나고, 머리 속에서는 답변할 수 없는 똑같은 질문들이 맴돌고 있었으므로, 해리는 불편한 잠 속으로 빠져들었다.
그는 자신이 동물원에서 미성년 마법사라는 이름이 붙어있는 우리 속에 갇혀 있는 꿈을 꾸었다. 사람들은 굶주리고 야윈 모습으로 볏짚 침대에 누워 있는 그를 창살 사이로 신기한 듯 바라보고 있었다. 그는 그 군중 속에서 도비의 얼굴을 보자 도와달라고 소리쳤지만 도비는 큰소리로 "해리 포터는 그 안에 있는 게 안전해요!"라고 말하고는 사라져버렸다. 그 뒤 더즐리 가족이 나타났고, 두들리가 비웃으며 우리의 창살을 잡고 덜컥덜컥 흔들었다.
"그만해." 덜컥거리는 소리가 욱신욱신 쑤시는 머리 속에서 시끄럽게 울리는 걸 느끼며 해리가 중얼거렸다. "날 내버려둬. 그만둬. 잠 좀 자게 해줘."
그는 눈을 떴다. 창문의 창살 사이로 달빛이 새어들고 있었다. 그리고 그 창살 사이로 누군가가 눈을 크게 뜨고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주근깨 투성이에, 빨간 머리에, 긴 코를 가진 사람이었다.
해리의 방 창문에는 놀랍게도 론 위즐 리가 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