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8장 마법의 약 선생님
"저기, 봐."
"어디?"
"빨간 머리 아이 옆에."
"안경 쓰고 있어?"
"얼굴 봤어?"
"흉터 봤어?"
다음날 해리가 기숙사를 나온 순간부터 아이들은 줄곧 해리를 보고 수군댔다. 아이들은 그를 한 번 보려고 교실 밖에 죽 늘어서 까치발을 들고 서 있거나, 복도에서 그의 옆으로 지나가다가 급히 몸을 돌려 다시 달려와 빤히 쳐다보기 일쑤였다. 해리는 그들 때문에 교실을 제대로 찾을 수가 없었으므로 애들이 자기를 그냥 모른 척하기를 바랐다.
호그와트에는 142개의 계단이 있었다. 넓고 단단한 것도 있었고, 좁고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처럼 흔들리는 것도 있었다. 금요일에는 어딘가 다른 곳으로 통하는 것도 있었고, 반쯤 올라가면 사라져 버리기 때문에 잊지 말고 뛰어내려야 하는 것도 있었다. 그리고 공손하게 부탁하지 않거나, 특정한 곳을 문지르지 않으면 열리지 않는 문과, 진짜 문이 아니라 딱딱한 벽에 그저 문처럼 만들어져 있는 문도 있었다. 또한 모든 게 이리저리 움직여 다니는 것 같았으므로 어떤 물건이 어디에 있는지 기억하기가 아주 어려웠다. 초상화에 있는 인물들도 계속 이리저리 돌아다녔으므로, 해리는 갑옷도 걸을 수 있을 거라고 확신했다.
유령들은 아무 도움이 되지 않았다. 열려고 하는 문 앞에 갑자기 스르르 나타나 소스라치게 놀라기가 일쑤였다. 목이 달랑달랑한 닉은 새로 들어온 그리핀도르들에게 올바른 방향을 가르쳐 주는 걸 기쁨으로 여겼지만, 소리의 요정 피브스는 수업에 늦은 학생을 만나면 문 두 개를 잠가 두거나 속임수 계단을 만들어 골탕을 먹이곤 했다. 그는 또 쓰레기통을 학생들 머리 위로 떨어뜨리거나, 딛고 서 있는 융단을 잡아 당기고, 분필을 집어 던지고, 보이지 않게 뒤에서 몰래 다가가 코를 잡고는 "코 잡았다!" 하고 외치곤 했다.
피브스보다 훨씬 더 심한 장난을 치는 건, 학교 관리인 아구스 필치였다. 해리와 론은 첫날 아침에 바로 필치의 노여움을 샀다. 그들이 문을 억지로 뚫고 지나가려는 걸 필치가 발견했는데, 알고 보니 그 문은 공교롭게도 3층의 출입 금지 복도로 가는 문이었던 것이다. 필치는 길을 잃었다는 그들의 말을 믿으려 하지 않고 일부러 그 문을 부수려던 것이라고 생각해서, 지하 감옥에 가두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그때 마침 그곳을 지나가던 퀴렐 교수의 도움으로 해리와 론은 간신히 빠져 나올 수 있었다.
필치는 '노리스 부인'이라는 고양이 한 마리를 가지고 있었는데, 그 고양이는 꼬 자기 주인처럼 툭 불거지고 등불처럼 반짝이는 눈을 가진, 비쩍 마르고 뿌연 갈색을 띤 녀석이었다. 그 고양이는 혼자서 복도를 순찰하며 돌아다녔는데, 그 앞에서 규칙을 위반하거나 털끝만치라도 벗어났다가는 당장 가서 필치에게 일러바쳤고, 그러면 잠시 뒤 필치가 씨근거리며 나타나곤 했다. 필치는 그 학교의 비밀 통로들을 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고(아마도 위즐리 쌍둥이 형제를 제외한다면) 유령만큼이나 불쑥불쑥 나타났다. 학생들은 모두 그를 싫어했으므로 '노리스 부인'을 발로 세게 걷어차 보는 게 많은 학생들의 가장 간절한 소망이었다.
그리고 일단 우여곡절 끝에 교실을 찾아가도, 수업 그 자체가 또 하나의 시련이었다. 해리는, 마법에는 요술지팡이를 휘두르거나 몇 마디 우스꽝스런 주문을 외우는 것말고도 훨씬 더 많은 것이 있다는 걸 금방 알게 되었다.
그들은 매주 수요일 자정에는 망원경으로 밤하늘을 관찰하며 별의 이름과 행성의 움직임을 배워야 했다. 또 일주일에 세 번씩, 스프라우트 교수라는 땅딸막한 마녀와 함께 성 뒤편에 있는 온실에 나가 약초에 대해 공부해야 했다. 그들은 그곳에서 온갖 기이하게 생긴 식물과 곰팡이를 가꾸는 방법을 배웠으며, 그 쓰임새도 익혔다.
물론 가장 재미 없는 수업은 유일하게 유령이 가르치는 '마법의 역사'라는 과목이었다. 나이가 굉장히 많았던 빈스 교수는 교무실 난로 앞에서 그대로 숨졌는데, 다음날 아침에 몸은 남겨 둔 채 일어나 바로 수업에 들어갔다고 한다. 빈스는 학생들이 이름과 날짜를 쓰는 동안 계속 중얼중얼거리며 강의를 하닥, 악마 에머리스와 괴짜 마법사 유리스를 혼동하는 실수를 했다.
'마법' 수업 선생인 플리트윅 교수는 키가 너무 작아서, 교탁 너머로 학생들을 보기 위해서는 책을 많이 쌓아 놓고 올라서야만 했다. 첫 번째 수업이 시작되었을 때 그는 출석을 불렀는데, 해리의 이름을 보고는 너무 흥분한 나머지 그만 딛고 올라선 책더미가 흔들거리더니 교탁 너머로 고꾸라져 버렸다.
반면에 맥고나걸 교수는 달랐다. 그녀가 절대로 웃을 것 같지 않다는 해리의 생각은 아주 적중했다. 엄격하고 똑소리가 나는 그녀는, 첫 수업 시간에 학생들이 자리에 앉자마자 잔소리를 늘어놓았다.
"변신술은 여러분이 호그와트에서 배워야 할 가장 복잡하고 위험한 마법입니다." 그녀가 말했다. "내 수업 시간에 빈둥거릴 사람은 나가서 아예 들어오지 마세요. 분명히 경고했습니다."그 뒤 그녀는 자신의 책상을 돼지로 변화시켰다가 다시 원래대로 만들었다. 모두 매우 감동받았으므로 얼른 시작하고 싶어 안달을 했지만, 그들은 곧 가구를 동물로 바꾸려면 한참이 지난 뒤에야 가능하다는 걸 깨달았다. 복잡한 필기를 많이 한 뒤, 그들에게는 성냥 한 개씩이 주어졌고 바늘로 바꾸는 연습을 시작했다.
수업이 끝날 즈음, 성냥을 조금이라도 달라지게한 사람은 오직 헤르미온느 그레인저뿐이었다. 맥고나걸 교수는 학급 아이들에게 성냥이 어떻게 완전히 은빛이 되고 끝이 뾰족하게 되었는지 보여준 뒤 헤르미온느에게 엷은 미소를 지었다.
모두가 정말로 고대해 왔던 수업은 '어둠의 마법 방어술'이었는데, 퀴렐 교수의 수업은 알고 보니 아주 재미있었다. 그의 교실에서는 강한 마늘 냄새가 났는데, 들리는 말에 따르면 그건 그가 루마니아에서 만난 흡혈귀를 물리치기 위해서이며, 흡혈귀가 그를 잡아 먹으러 올까 봐 두려워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는 학생들에게, 자기 터번은 골칫거리 좀비(죽은 자를 되살아나게 하는 영력, 혹은 그 힘으로 되살아난 영혼이 없는 인간: 옮긴이)를 없애 준 사례로 아프리카의 왕자가 자기에게 준 것이라고 말했지만, 그들은 이 이야기를 믿어야 할지 확신하지 못했다. 그 이유는 첫째, 시무스 피니간이 퀴렐 교수가 좀비와 어떻게 싸웠는지를 듣고 싶다고 하자, 퀴렐 교수는 얼굴이 새빨게지며 날씨에 대해 말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또 하나는, 학생들은 터번 주위에서 어떤 이상한 냄새가 난다는 걸 알아챘는데, 위즐리 쌍둥이 형제는 퀴렐 교수가 어디를 가든 흡혈귀를 막을 수 있도록 터번 안에 마늘을 잔뜩 넣어 두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해리는 자신이 다른 어느 누구에게도 그렇게 뒤지지 않는다는 걸 알고 마음이 놓였다. 아이들이 머글 가족 출신이어고, 해리와 마찬가지로 그들도, 자신이 마녀나 마법사라는 사실을 전혀 몰랐었다. 배울 게 어찌나 많은지 온 가족이 마법사인 론과 같은 아이들조차도 그다지 유리한 게 없었다.
금요일 아침은 해리와 론에게 중요한 날이었다. 마침내 연회장까지 한 번도 길을 잃지 않고 내려갔던 것이다.
"오늘은 어떤 수업이 있지?"
해리가 음식에 설탕을 치며 론에게 물었다.
"슬리데린 학생들과 함께 듣는 '마법의 약' 수업이 있어." 론이 말했다. "스네이프는 슬리데린 기숙사의 담당교수야. 그 교수는 그쪽 학생들만 좋아한다는데, 정말인지 봐야겠어.""맥고나걸 교수님이 우리에게도 친절하면 좋을 텐데."
해리가 말했다. 맥고나걸 교수는 그리핀도르 기숙사의 담당교수였지만, 전날에도 그들에게 숙제를 산더미같이 내주었다.
바로 그때, 우편물이 도착했다. 해리는 이제는 이런 일에 익숙해져 있었지만, 첫날 아침에 식사를 하고 있을 때 갑자기 수백 마리의 부엉이가 연회장 안으로 들어와, 각자의 주인을 발견할 때까지 테이블 둘레를 돌다가 편지와 소포를 제각기 주인의 무릎 위에 떨어뜨린 건 약간 충격적이었다.
헤드위그는 해리에게 지금까지 아무것도 가져온 적이 없었다. 헤드위그는 때로 날아 들어와 해리의 귀를 물어뜯고 토스트를 조금 먹은 뒤, 학교의 다른 부엉이들과 부엉이 방에서 잠을 자곤 했다. 그러나 이날 아침에 헤드위그는 마멀레이드 잼과 설탕 그릇 사이에서 날개를 퍼덕거리다가 해리의 접시에 편지 한 통을 떨어뜨렸다. 해리는 그것을 단숨에 뜯어 보았다. 그 편지엔 아주 난잡한 글씨체로 이렇게 쓰여 있었다.
해리에게,금요일 오후엔 네가 수업이 없는 걸로 알고 있는데, 3시쯤 와서 나랑 차 한잔 마시지 않을래? 네가 이곳에서 첫주를 어떻게 보냈는지 모든 걸 듣고 싶어. 헤드위그에게 답장을 돌려보내.
해그리드
해리는 론의 깃펜을 빌려, 그 편지 뒷면에 '알았어요, 나중에 봐요'라고 쓴 뒤 헤드위그를 날려 보냈다.
수업 후 해그리드와 만나기로 약속한 것은 정말 잘한 일이었다. 그런 기대마저 없었다면 그는 수업 시간 내내 거북해서 못 견뎠을 것이다. 왜냐하면 '마법의 약' 수업은 지금까지 그에게 일어났던 일 중에서 최악이었기 때문이다.
학기초 연회에서, 해리는 스네이프 교수가 자기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느낌을 받았었다. 그러나 마법의 약 수업이 끝나갈 즈음, 그는 자신의 생각이 틀렸다는 걸 알았다. 스네이프는 해리를 좋아하지 않는 정도가 아니었다. 그는 해리를 엄청나게 싫어했다.
마법의 약 수업은 저 아래 지하 감옥에서 있었다. 그곳은 지상의 성보다 훨씬 더 추워서, 굳이 소금이나 식초에 절여진 동물들이 벽을 따라 주르르 늘어선 유리병 속에 담겨 둥둥 떠다니지 않았다 해도, 오싹오싹 소름이 끼칠 정도였다.
스네이프는 플리트윅처럼 출석을 부르는 걸로 수업을 시작했고, 플리트윅처럼 해리의 이름에서 잠시 멈칫했다.
"아, 그렇군." 그가 부드럽게 말했다. "해리 포터. 우리의 새로운...... 유명인사로군."드레이코 말포이는 친구인 크레이브와 고일과 함께 낄낄거리며 숨죽여 웃어댔다. 스네이프는 출석을 다 부르고 나서 학급 아이들을 쳐다보았다. 그의 눈은 해그리드처럼 까맸지만 해그리드의 눈에서 느낄 수 있는 온기는 어디에도 없었다. 두 눈 모두 차갑고 공허했으며 어두운 터널을 생각나게 했다.
"여러분은 이곳에서 신비한 과학과 더불어 마법의 약의 정확한 조제법을 배울 것입니다."그가 말을 시작했다. 그는 거의 들릴 듯 말 듯한 목소리로 작게 말했지만, 학생들은 한마디 한마디를 다 알아들었다. 스네이프도 맥고나걸 교수와 마찬가지로, 힘들이지 않고 학급을 조용하게 만드는 데 천부적인 재능이 있었다.
"여기에서는 요술지팡이를 휘두르는 것 같은 멍청한 짓이 없으므로, 여러분 가운데 많은 사람들은 이것이 마법이라는 걸 거의 믿지 못할 것입니다. 난 여러분이 희미한 연기를 뿜어 내며 부드럽게 부글부글 끓고 있는 냄비의 아름다움과, 인간의 혈관으로 슬금슬금 흘러 들어가 정신을 홀리고, 감각들을 무디어지게하는 그 연한 액체의 힘을 진정으로 이해하리라고 생각지는 않습니다...... 난 여러분에게 명성을 얻고, 영화를 누리며, 죽음을 멈추게 하는 방법을 가르쳐 줄 수 있습니다...... 여러분이 내가 여지껏 가르쳤던 사람들보다 더 심한 바보들만 아니라면 말입니다."이 말을 할 때는 교실이 더 조용해졌다. 해리와 론은 눈썹을 치켜올리며 서로 눈길을 교환했다. 헤르미온느 그레인저는 의자 끝에 엉덩이만 걸치고 앉아 있었는데, 자기가 그 바보가 아니라는 걸 빨리 입증하고 싶어 못 견뎌하는 표정이었다.
"포터!" 스네이프가 갑지기 불렀다. "쑥 우려낸 물에 수선화 뿌리를 갈아 넣으면 뭐가 되지?"뭐 우려낸 물에 뭐의 뿌리를 갈아 넣는다고? 해리는 론을 흘끗 쳐다보았지만, 그 역시도 모르겠다는 표정이었다. 하지만 헤르미온느가 손을 번쩍 들었다.
"전 모르겠는데요." 해리가 답했다.
"쯧쯧...... 확실히 이름값을 못하는군."
그는 헤르미온느의 손을 무시해 버렸다.
"다시 한 번 해보자. 포터, 위석(胃石, 위나 장에 생기는 돌과 같은 덩어리:옮긴이)을 찾으려면 어디를 봐야 하지?"헤르미온느는 자리에 앉은 채로, 팔을 있는 힘껏 높이 들었지만, 해리는 위석이 뭔지 알지 못했다. 해리는 배를 움켜쥐고 웃어대고 있는 말포이와 크레이브와 고일을 보지 않으려고 애썼다.
"모르겠는데요."
"넌 오기 전에 책도 한 번 들춰 보지 않았니, 포터?"
해리는 그의 차가운 눈을 계속 똑바로 바라보려고 안간힘을 썼다. 그는 더즐리 집에서 교과서들을 훓어보았다. 하지만 스네이프는 그가 《1000가지 약초와 곰팡이》에 나오는 걸 모두 다 기억하리라고 생각했던 걸까?스네이프는 여전히 헤르미온느의 떨리는 손을 무시하고 있었다.
"포터, 투구꽃무리와 투구꽃의 차이는 뭐지?"
이번에는, 헤르미온느가 벌떡 일어서서, 손을 지하 감옥 천장 쪽으로 쭉 뻗어 올렸다.
"모르겠어요." 해리가 조용히 말했다. "하지만 헤르미온느는 알고 있는 것 같은데, 저 애에게 물어보지 그러세요?"대여섯 명이 픽 하고 웃었다. 시무스는 해리와 눈이 마주치자 윙크를 했다. 스네이프는 여전히 못마땅한 표정이었다.
"앉아." 그가 헤르미온느에게 날카롭게 말했다. "참고가 되도록 말해 준다면, 포터, 수선화와 쑥을 섞으면 아주 강력한 수면제가 되므로 '살아 있는 죽음의 약'으로 알려져 있다. 위석이란 염소의 위에서 꺼낸 돌로 가장 독한 독약으로부터도 생명을 구할 수 있지. 투구꽃무리와 투구꽃은 동일한 식물로 독초라고도 불린다. 자, 모두들 이걸 그대로 필기해 두어라."갑자기 가방을 뒤적거리며 깃펜과 양피지 찾는 소리가 났다. 그 소음 너머로 스네이프가 말했다.
"그리고 네 건방진 태도 때문에 그리핀도르가 1점 감점을 받게 될 것이다, 포터."마법의 약 수업이 계속 될수록 그리핀도르에겐 상황이 전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스네이프는 학생들을 모두 두 명씩 짝지어 놓고 종기를 치료하는 간단한 약을 혼합하도록 했다. 그는 긴 까만 망토를 입고 휙휙 지나다니며, 학생들이 마른 쐐기풀과 뱀 송곳니 가루의 무게를 다는 걸 지켜보았고, 그가 좋아하는 것 같은 말포이를 제외하고는 거의 모든 사람들의 흠을 잡았다. 그리고 그 지하 감옥이 초록빛 산성 연기와 쉬쉬거리는 시끄러운 소음으로 가득 찼을 때에도 스네이프 교수는 모두에게, 말포이가 뿔 모양의 민달팽이들을 얼마나 완벽한 모양으로 삶았는지 보라며 그를 추켜세울 뿐이었다.
한편 네빌이 어리석게도 시무스의 냄비를 녹여 일그러뜨려놓는 바람에, 약물이 돌 바닥으로 뚝뚝 떨어져, 사람들의 신발에 구멍을 냈다. 잠시 후엔, 학급 학생 전체가 의자 위에 서 있어야 했고, 다 일그러진 냄비의 약물을 뒤집어 쓴 네빌은 갑자기 팔다리에 온통 성난 빨간 종기들이 돋아나자 아파서 끙끙거렸다.
스네이프가 요술지팡이를 한 번 휘둘러 그 엎질러진 약을 치워 버리면서 무서운 어조로 말했다.
"멍청한 녀석! 불을 끄기 전에 고슴도치 바늘을 넣은 거 아니냐?"네빌은 코 여기저기에 종기가 생겨나자 훌쩍거리며 울었다.
"이 녀석을 병동으로 데리고 올라가라." 스네이프가 시무스에게 내뱉듯이 말했다. 그리고는 네빌 옆에서 실험하고 있던 해리와 론에게로 돌아섰다.
"너, 포터, 그 녀석에게 왜 바늘을 넣지 말로고 하지 않았어? 그 녀석이 잘못하면 네가 잘나 보일 거라고 생각한 거야? 너 때문에 그리핀도르는 또 1점 감점이야."이건 너무 불공평했으므로 해리가 따지려고 했지만, 론이 냄비 뒤에서 그를 발로 툭 차며 소곤거렸다.
"그러지 마, 스네이프가 아주 심술궂게 굴면 아무도 못 말린다는 소릴 들었어."한 시간 뒤 계단을 올라가 지하 감옥에서 나오자 해리는 허탈하고 맥이 빠졌다. 첫 주였는데 자기 때문에 그리핀도르가 벌써 2점이나 감점을 당한 것이다. 스네이프는 왜 그렇게 자기를 미워하는 걸까?"기운 내." 론이 말했다. "스네이프는 프레드와 조지 형에게도 늘 감점을 해. 그런데 나도 같이 가서 해그리드를 만나도 되니?"2시 55분에 그들은 성을 나와 정원 쪽으로 향했다. 해그리드는 금지된 숲 가장자리에 있는 자그마한 통나무집에 살고 있었다. 현관 밖에는 석궁(石弓)과 비올 때 방수용으로 구두 위에 신는 덧신이 있었다.
노크를 하자 안에서 허둥지둥 움직이는 소리가 나고 개 짖는 소리가 몇 차례 들렸다. 그리고는 "들어가, 팽, 들어가." 하고 말하는 해그리드의 큰 목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해그리드가 문을 잡아 당겨 열자마자 털이 많은 그의 큰 얼굴이 나타났다.
"잠깐만." 그가 말했다. "들어가, 팽."
그는 엄청나게 큰 까만 사냥개의 목줄을 계속 잡고 있으려 안간힘을 쓰면서 그들을 안으로 들어가게 했다.
방은 하나뿐이었다. 천장에는 햄과 꿩이 매달려 있었고, 구리 주전자는 덮게가 없는 난로 위에서 끓고 있었으며, 한쪽 구석에는 누비이불이 덮여진 커다란 침대 하나가 놓여 있었다.
"편안히 앉아."
해그리드가 이렇게 말하면서 팽을 놓아 주자 그 개가 론에게 곧장 뛰어 올라 귀를 핥기 시작했다. 해그리드와 마찬가지로, 팽도 겉모습처럼 사납지는 않았다.
"얘는 론이에요." 해리가 커다란 찻주전자에 끓는 물을 붓고 접시에 록 케이크를 놓고 있는 해그리드에게 소개했다.
"위즐리 가문 출신이지?" 해그리드가 론의 주근깨를 흘끗 바라보며 말했다. "난 네 쌍둥이 형들이 숲에 들어가지 못하게 쫓아다니느라 내 인생의 반을 보냈어."록 케이크는 이빨로 깨물면 거의 부서지는 울퉁불퉁한 과자로 건포도가 들어 있었는데, 해리와 론은 맛있는 척 하면서 해그리드에게 그들의 첫 수업에 대해 모두 말했다. 팽은 해리의 무릎에 머리를 대고는 망토에 침을 질질 흘렸다.
해리와 론은 해그리드가 필치를 '멍청한 늙은이'라고 부르는 말을 듣고 아주 기뻤다.
"그리고 그 고양이 있지. '노리스 부인' 말야. 언젠가는 그 고양이게게 팽을 소개시켜 줘야겠다. 내가 학교에 올라갈 때마다 날 졸졸 따라다니거든? 하지만 그 고양이를 없애버릴 순 없어. 필치가 그 고양이에게 그렇게 하라고 시킨 거거든."해리는 해그리드에게 스네이프의 수업에 대해 말했다. 해그리드는 론과 마찬가지로, 스네이프는 어떤 학생도 그다지 좋아하지 않으니,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말해주었다.
"하지만 스네이프는 날 정말로 미워하는 것 같아요."
"엉터리 같은 소리!" 해그리드가 말했다. "그가 왜?"
그러나 해리는 해그리드 이 말을 할 때 자신과 눈을 마주치지 않으려고 했다고 생각했다.
"네 형 찰리는 어떻게 지내니?" 해그리드가 론에게 물었다. "난 찰리를 아주 좋아했지. 동물에 관해 아주 잘 알았거든."해리는 해그리드가 화재를 일부러 바꾼 게 아닐까 생각했다. 론이 해그리드에게 찰리의 용에 관한 연구에 대해 여러 가지를 말하는 동안, 해리는 탁자 위에서 찾잔의 보온 커버 밑에 놓여 있는 종이 쪽지 하나를 집어 들었다. 그것은 《예언자 일보》에서 오려 낸 것이었다.
그린고트 은행 침입 사건
어둠의 마녀나 마법사가 저지른 것으로 추정되고 있는, 7월 31일에 일어난 그린고트 침입 사건에 대한 수사가 계속 진행 중이다.
그린고트 도깨비들은 오늘, 없어진 게 아무것도 없다고 주장했다. 도둑이 침입했던 금고는 사실 바로 그 날 비워졌다는 것이다.
"그 금고에 무엇이 있었는지는 말할 수 없습니다. 그러니 쓸데없는 참견은 말아 주십시오."라고 오늘 오후 그린고트의 대변인 도깨비가 말했다.
해리는 기찻간에서 론이 누군가가 그린고트를 털려고 했다는 말을 한 기억이 났지만, 론은 그 날짜까지 말하지는 않았다.
"해그리드!" 해리가 말했다. "저 그린고트 침입 사건은 내 생일날에 일어난 게 분명해요! 우리가 그곳에 있는 종안 일어났을지도 몰라요!"이번에도 해그리드는 분명 해리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지 못했다. 그건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그는 툴툴거리며 그에게 록 케이크를 하나 더 주었다. 해리는 그 기사를 다시 읽었다. 도둑이 침입했던 금고는 사실 바로 그 날 비워졌다. 해그리드는 713번 금고를 비우고, (그걸 비우는 거라고 말할 수 있다면) 어떤 더러운 작은 꾸러미를 꺼냈었다. 도둑들이 찾고 있었던 게 바로 그것이었을까?저녁을 먹으러 성으로 다시 돌아가는 해리와 론의 주머니는 그들이 예의를 차리며 사양했던 록 케이크들로 축 늘어져 있었다. 해리의 머리는 지금까지 들었던 어떤 수업보다도 해그리드와 만났을 때의 생각으로 가득 차 있었다. 해그리드가 그 꾸러미를 도둑이 훔쳐가기 직전에 가지고 나왔던 걸까? 그건 지금 어디에 있을까? 그리고 해그리드는 스네이프에 대해 해리에게 말하고 싶지 않은 뭔가를 알고 있는 걸까?